2018년도 미국건축사협회(AIA) 컨퍼런스에 다녀와서 _ 2018. 6. 20 ~ 6. 25 2018.07

2022. 12. 5. 09:05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The Trip to the AIA Conference on Architecture 2018

 

■ 준비 - 출발 - New York!!!

 

출발 2개월 전 쯤 갑자기 협회로부터 날아온 ‘2018년도 미국건축사협회(AIA) 컨퍼런스’ 참관 단 신청을 보게 됐다. 생소하지만 ‘뉴욕(New York)’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장소에 이끌려 무작정 참관신청을 하게 됐다. 6월 7일 참관단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같이 여행할 분 들과 인사를 하고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출발일이 되어 있었다.

14시간을 날아서 도착한 퀸즈(Queens)지역의 존 F 케네디국제공항(JFK)에서 다리를 건너 맨하탄으로 향했다. 도로와 다리들은 꽤 낡아있어 딱히 OLD도 NEW도 아닌 느낌이었다.

 

■ 학생처럼 건축물 보기

 

1. 6월 20일 (첫째 날)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사대회 참관이 주 목적이지만, 우리는 국민세금으로 호화 해외연수 떠나는 공무원도 아닐뿐더러 각자 열심히 벌고 투자해서 떠나는 여행이니만큼 당당히 건 축기행을 먼저 올린다. 방문할 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일정에 비해 비교적 많은 건축물 답사가 일정에 잡혀 있었다. 제일 먼저 UN센터를 방문하고 첫 번 째 답사건물 비아 57 웨스트(VIA 57 West)1)에 섰다. 비아 57 웨스트는 수직이 강조된 건물 군 사이에서 그 형태만으로도 단연 돋보였다.

 

로우타운(Low Town)을 벗어나 맨하탄 위쪽(Upper Town)을 향하여 30분쯤 달리면 나타 나는 콜롬비아 대학 근처 바젤로스 센터(Vagelos Center)도 방문했다. 내부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외부에서 보는 느낌을 말하자면 노출 콘크리트처럼 보이는 외장은 각각의 다른 형태의 콘크리트 판을 PC로 제작해서 판넬처럼 시공한 것으로 보였다. 바젤로스 센터는 콜 롬비아 대학의 의과대학 강의 및 실험 연구동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림 4) 바젤로스 센터(Vagelos Center), 곡면으로 모서리처리된 PC외장

 

호텔체크인 _ 크라운 플라자 호텔 잉글우드(Crowne Plaza Englewood Hotel) 뉴저지에 위치한 깔끔한 호텔이다. 맨하탄 중심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호텔 주 변에 쇼핑이나 카페 식당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호텔 뒤 저층 아파트 단지가 있어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한번은 들러봄직하다. 뉴욕 중심부가 아니라고 얕잡아 보기에는 꽤 훌륭 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 저녁에 강아지와 산책하고, 푸른 잔디의 벤치에서 책 읽는 여 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2. 6월 21일 (둘째 날)

 

오랜 시간 노후되고 방치되어 왔던 고가철도를 휴게공원 및 녹지공간으로 조성한 하이라 인 파크(High line Park)를 찾았다. 하이라인 파크는 서울역 고가도로가 재생된 ‘서울로 7017’의 본보기가 된 사례이기도 하다.

그림 6-1)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 곳곳이 전망 포인트이다.
그림 6-2) 하이라인 파크를 이동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건축물 (좌)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콘도의 외장모습 (우) 크라이슬러빌딩(Chrysler Building)

 

그림 6-3) 도로가 내려다보이는 휴게공간

 

길거리나 건물에 바로 인접해 있어 평일 낮인데도 관광객뿐만 아니라 근처 회사원, 지역 주 민들도 많이 찾는다. 높은 접근성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3. 6월 22일 (셋째 날)

 

그림 7-1) 퀸스보로 브릿지(Ed Koch Queensboro Bridge)

 

그림 7-2) 덤보(Dumbo)에서 바라본 브루클린 다리 (Brooklyn Bridge)

 

햇살이 따갑지 않아 아침 출발이 상쾌 했다. 뉴욕의 날씨는 우리나라 기후와 비슷하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시달리는 요즘의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으로 공기 가 맑아서 선선하게까지 느껴진다.

 

이스트 강을 넘어 브루클린 덤보(Dumbo) 지역으로 향한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흑인 빈민가여서 일반인 들의 보행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공원이 조성되고 리모델링이 이 루어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 다. 이 지역 150년 이상 커피저장창고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쇼핑몰로 리모델링 한 엠파이어 스토어(Empire Store)도 방 문했다

 

그림 7-3) (좌) 엠파이어 스토어(Empire Store)의 외부 모습, (우) 오래된 벽돌과 새로운 철과 유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차곡차곡 쌓여져 오랜 세월을 지나며 그 시간을 온전히 간직한 벽돌의 질감은 그 어떤 값 비싼 재료로도 표현 할 수 없는 멋스러움과 친근한 느낌을 준다. 건물도 사람도 똑같이 항상 그렇다.

 

일본의 SANAA에서 설계한 뉴욕 신 현대 미술관(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과 56 Leonard Street의 고층주거 빌딩을 답사한 후 저녁파티를 위해 헤머스테인 볼룸홀 (Hammerstein Ballroom)으로 향했다. 역시 파티는 모두를 조금씩 설레게 하는 모양이다. 다들 파티복장으로 준비완료!

 

4. 6월 23일 (넷째 날)

 

뉴욕까지 가서 지나치기 섭섭해서 잡은듯한 유람선타고 ‘자유의 여신상’ 관광 일정. 출발 하자마자 선상은 아수라장 그 자체다. ‘배 위에서 보는 맨하탄의 전경이 또 다른 매력’이나, ‘실제로 보는 자유의 여신상의 규모가 놀랍다’ 등 이런 여행 책자에 나오는 말들이 와 닿지 않았다. 단지 사진을 찍으려는 엄청난 인파의 소란에 나는 조용한 실내로 내려와 버렸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누군가 처음으로 또 이곳을 방문한다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할 일정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림 8) 아수라장이 된 배 위의 모습. 자유의 여신상은 찍을 수 없었다.

배에서 내려 무역센터빌딩이 있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로 향했다

 

그라운드 제로는 본래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이나 피폭 중심지를 뜻하는 군사용어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피폭지점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 됐다. 이후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건물,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WTC)가 있던 자리를 같은 이름으로 부르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테러로 110층에 달하는 두 건물 사무실 입주자와 건물에 충돌한 항공기 탑승객. 승무원, 구출에 나 선 소방관과 행인 등을 포함해 거의 3천명이 숨졌다.

 

지하철 노선만 9개가 지나가는 환승역인 풀톤센터(Fulton Center)를 보고 역내 2층에 있 는 쉑쉑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후 세계무역센터 전망대로 올라갔다. 안개때문에 전망 이 안 보일 수도 있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일말의 기대를 안고 전망대에 올랐다. 결국 자욱 한 안개 때문에 아무런 전망도 볼 수 없었지만 103층까지 30초만에 올라가는 초고속 엘리 베이터의 내부 영상은 훌륭했다. 다음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서 9/11 추모박물관 (9/11 Memorial)을 방문했다. 엄청난 사상자가 생겨난 참사현장의 지하구조물을 추모관으 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그 엄숙함과 사망자의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침울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림 9)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의 9/11 추모박물관(9/11 Memorial), (좌)기존 지하 외벽과 철골기둥, (우)기존 철골기둥 잔해

 

9/11 추모박물관(9/11 Memorial)을 나오면 오른편에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트랜스포테이션 허브(World Trade Center Transportation Hub, Oculus)가 웅장한 조형미를 자랑한다. 총 공사비가 무려 4조 원에 달하는 이 건물을 두고 어느 뉴욕타임스 기자는 ‘칼라트라바사우르스’라고 부르거나 ‘포켓몬’을 닮았다고 비웃 었으나 실제 지어진 건물을 보고 입이 쩍 벌어지게 감동했다고 한다.

 

그림 10) WTC Oculus. (좌)Oculus의 첫인상인 외관, (우)Oculus 내부 모습

 

건축기행 마지막으로 일정에는 없었지만 모두가 꼭 가보고 싶어하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았다. 1959년에 개관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조형미를 느낄 수 있다. 외관 뿐 아니라 내부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과 효율적인 공간이 수없이 보아 온 사진에서 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림 11) 구겐하임 미술관. (좌)미술관 내부, (우)오디오 안내를 듣는 소년

 

마지막 날 한 곳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고마운 가이드 ‘크리스틴’을 졸졸 따라 타임스퀘어 (Times Square), NBC 뉴스센터(NBC News Center),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 등 을 부지런히 돌아보며 건축기행 및 관광을 마쳤다.

 

■ 미국의 건축사사무소 엿보기 _ 콘 페더슨 폭스(Kohn Pedersen Fox)

 

우리의 일정 중 또 하나의 중요한 일정이 외국 건축사사무소 방문이었다. 일정에 있던 ‘해안 건축 미국법인’은 방문 30분 전에 가이드에게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해왔다. 하지만 아 무도 개의치 않았다. 콘 페더슨 폭스(Kohn Pedersen Fox, KPF)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 문이다. 현지 KPF에 근무하는 한국인 건축사의 안내로 사무실 내부로 들어갔다. 400명가 량이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효율적으로 회의실과 휴게공간 등이 배치되어 있었고, 모형실 에서는 3~4대의 3D프린터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KPF의 CEO인 제임스 클렘퍼러(James von Klemperer) 회장이 자신 의 작업실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회장실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공간으로 응 접 공간이나 큰 책상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일반 사무공간의 옆쪽에 위치해 누가 보더라도 평 범한 작업공간으로 보였다. 몸에 베인 겸손함이 느껴졌다. 꽤 장시간 잠실 롯데월드타워 설 계와 함께 한국과의 인연 등을 얘기하는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

 

그림 12) KPF CEO실에서(테이블 위 그림은 클렘퍼러 회장이 그린 한국 한남동의 스케치)

 

그림 13) 콘 페더슨 폭스(Kohn Pedersen Fox, KPF). (좌)1층 로비, (가운데)복도, (우)사무실 내부

 

■ 2018년도 미국건축사협회(AIA) 컨퍼런스 & Party

 

1. 6월 21일(AIA 컨퍼런스 참관)

 

프랑스에서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건축박람회인 프랑스 국제 건축 인테리어 박람회 BATIMAT에 두세 번 방문한 적이 있다. BATIMAT는 자재,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건설 장비, 환경, 조경 등을 총 망라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2018년도 미국건축사협회(AIA) 컨퍼런스의 성격이 Expo만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의 박람회다. 수많 은 강연과 컨퍼런스 등이 프로그램에 있었지만 일정 상 Expo와 파티에만 참석하기로 한다

 

그림 14_1) 프랑스의 Batimat(Paris

 

그림 14_2) 미국의 AIA 컨퍼런스(New York)

 

마치 수정궁을 연상시키는 뉴욕 자비츠 센터(Javits Center)는 햇살이 따가운 여름 날씨에 도 전면 유리건물이라 하기에는 무척 쾌적한 공간이었다. 해외 건축 관련 전시회에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건축사로서 관심을 보이면 대부분 그 분야의 수장이 직접 나와서 친 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는 점이다. 동양의 건축사는 자국에서보다 해외에 나가면 더 많은 존경과 환대를 받는다.

 

그림 15) Expo가 열리는 뉴욕 자비츠 센터(Javits Center)

 

우리는 스탠딩(standing) 파티 문화가 아직 생소하다. 예로부터 잔치는 자리에 앉아서 근사 하게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놓고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테이블과 의자가 없어도 유명 디제 이(LUV)와 인기 가수(EN VOGUE)의 공연을 배경으로 ‘대규모 클럽에서 열리는 폼 나는 전문가 잔치’를 즐겨본다. 파티가 열리는 Hammerstein Ballroom은 ‘아메리칸 갓 탤런트’라는 유명한 오디션프로그램의 녹화장이며 각종 대형경기 및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파티를 즐기던 중 한 청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시카고 건축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한국에 서 태어나 갓난아기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는 과거 이야기까지 털어 놓았다. 한국말은 못 하지만 비슷한 외모의 우리가 친근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이 대회를 보기 위해 혼자 티켓을 구매하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 외국 건축사들과 열심히 교류하려는 청년 건축사의 패기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림 16) 연회장 모습

 

■ 점점 친해져가기

 

19명의 참관단의 소속 지역을 보면 경북, 인천, 서울, 광주, 대구, 세종, 전남, 충북 건축사회 등으로 정말 전국 건축사들의 모임이었다. 초면인데 같이 여행한다는 것이 꽤나 서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모두에게 조금은 있었겠지만 한 버스에 타는 순간 우려는 순식간에 사 라지고 예전에 알던 사이처럼 즐거워졌다. 고작 4박 6일 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여행을 같 이했다는 이유로 허물없이 호형호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여행의 힘이다.

 

그림 17-1) 참관단 건축사들의 모습
그림 17-2) 왼쪽부터 정백식, 김선화, 박용자, 홍훈표, 정은미, 류춘수, 조영우, 송병한, 김영도, 백미란, 부현종, 이문형, 정선주, 장창길, 김현미, 정명철, 이기상 건축사. (조관형, 장지수님은 일정으로 인해 촬영하지 못했다.)

 

■ 참관을 망설이는 분들께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이번 ‘2018년도 미국건축사협회(AIA) 컨퍼런스 참관단’을 준비하면서 참관기간과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참 관, 관광, 친목 등 여러 목적을 충족시켜주려 했으며, 참관기간에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을 넘 지 않도록 함으로써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첫 번째 참관일정은 대부 분 만족스러웠다. 생활공간에 오래 길들여지다 보면 남들의 생각을 듣거나 공간을 바라볼 기회를 갖기 힘들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장점도 잊기 쉽다. 이런 해외 행사를 통해 비추어보 면서 자존감을 회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일 것이다. 물론 이번 여행을 통해 만난 여러 건축사님들과 가족들 모두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장점이 많은 분들이었다. 같은 입장에 있는 건축사들이 모여 건축대회 참관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함께 떠나는 여행은 정말로 멋 진 경험이었다. 이번에 망설이셨던 분은 다음번엔 꼭 한번 떠나보시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뉴욕 최고의 가이드 ‘크리스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글. 부현종 Boo Hyunjong · KIRA ┃ (주)건축사사무소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