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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24時 혹은 24詩

My home 24 hours or 24 poems

‘클렌체’라는 KCC의 창호 브랜드 광고 영상을 보았다. 영상은 집의 24시를 콘셉트로 만들어졌는데 아침 7시, 오후 1시, 저녁 5시, 밤 10시 각각의 시간대 별로 바뀌는 집의 분위기를 한 편의 시처럼 들려주고 있다. 광고를 보고 나도 따라 우리 집의 시간을 대입해 보았다.

 

#1 아침 일곱시, 우리 집.
매미 소리가 방충망을 뚫고 들어온다.
베란다에 매달아 놓은 풍경이 댕그랑 소리를 낸다.
침대는 한밤중보다 더 포근하게 사람을 유혹한다.

자막) 아침

          일곱

          시집

Na)   아침 일곱시 집.

          햇살, 기분 좋은 알람이 되다.

자막) 쾌적한, 4중 유리단창

Na)    KCC가 만든 하이엔드 창, 클렌체.

 

#2 오후 한시, 우리집
한없이 창밖을 쳐다보는 고양이.
슬그머니 새 잎을 내는 화분의 파키라.
햇살 받으며 너울너울 내려앉는 고요.

자막) 오후

          한시 집

Na)   오후 한시 집.

          창이 열리면 마음도 열리니까.

          창 잘했어요.

자막) 탁 트인, 슬림 프레임

 

#3 저녁 다섯시, 우리집
어스름한 저녁 기운이 똑똑 창을 두드린다.
소파와 싱크대가 기지개를 켠다.
주인 몰래 사람의 말을 하던 에어컨과 텔레비전이 수다를 멈춘다.

자막) 저녁

          다섯

          시집

Na)   저녁 다섯시 집.

          문이 닫히면 공연이 시작되고.

자막) 조용하게, 외부 소음 차단

클렌체의 광고는 시간대 별로 4편의 소재가 제작되었는데 아침 7시 편과 오후 1시 편은 TV광고로, 전체를 묶은 60초 소재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영상 속의 자막은 ‘시’와 ‘집’을 붙여 써서 ‘시(詩)집’으로 읽히는 말장난의 재미를 주고 있다. 각각의 시간을 표현하는 카피는 마치 한 줄의 시처럼 간결하고 감성적이다. 마지막 열시 편을 보자.

 

#4 밤 열시, 우리집
커튼을 닫으니 눈꺼풀도 닫히기 시작한다.
공연히 냉장고를 열었다가 찬 기운에 얼굴을 식힌다.
가끔 술 따르는 소리, 가끔 음악소리, 가끔 책장 넘기는 소리.

자막) 밤

          열시 집

Na)   밤 열시 집.

          물 흐르듯 하루가 흘러갑니다.

자막) 매끄러운 소프트 클로징

Na)   창, 삶의 격을 높이다.

          KCC가 만든 하이엔드 창호, 클렌체.

클렌체_24시 집: 창, 삶의 격을 높이다 편_2022

2020년 10월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에서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41.6%의 응답자가 2019년에 비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또 MBC TV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홍익대학교 유홍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전에 비해 155% 정도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늘어난 재택시간은 지금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집에 머무는 시간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의 집이 쉬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주로 했다면, 언택트(Untact) 시대의 주거공간은 훨씬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집에서 일을 하고, 회의에 참가하고, 수업을 듣고, 운동을 하고, 세끼 밥을 전부 먹기도 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니 멀쩡하던 집이 유난히 좁게 느껴진다. 퇴근 후 밤에만 보던 가구를 환한 대낮에 마주하니 유행에 뒤처진 구닥다리처럼 보인다. 가전제품은 낡아서 어쩐지 제 기능을 못 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좁은 집을 갑자기 큰 것으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아쉬운 대로 미니멀리즘을 흉내내 보겠다고 당근마켓에서 팔아 치워버렸던 소파를 새로 샀다, 소파와 함께 없앴던 텔레비전도 훨씬 더 큰 놈으로 다시 장만했다. 거의 20년을 쓴 에어컨을 바꾸고 커튼을 바꿔 달았다.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는지 통계청이 집계한 2020년 가구 소매판매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들린다.
꽤 오랫동안 내게 집은 그저 잠을 자는 곳이었다. 눈뜨면 출근하고 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퇴근하면 바로 잠자리에 드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팬데믹의 여파가 나이듦과 상호작용하여 집의 역할이 변했다. 코로나 시대의 트렌드에 발맞추어 나도 집밥을 더 자주 먹고 집에서 유튜브의 요가를 따라 하고 원고를 쓴다. 영화를 집에서 보고 친구도 되도록 집에서 만난다. 하루 24시간이 훨씬 단순해졌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소비는 오히려 늘었다. 큼직한 가전이나 가구에 그치지 않고 소소한 살림살이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 식기세척기, 요리용 블렌더, 와인냉장고, 선풍기에 더해 거실 조명, 접시, 와인잔은 물론이고 왕얼음 얼리는 얼음틀까지… 나 자신이 비합리적 소비자의 전형이라는 사실을 매일 깨닫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고 내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여름은 견딜 수 없이 뜨겁고, 근심 없는 가을은 너무나 멀리 있으니까. 어쩌면 집에서 길고긴 겨울잠을 자야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8월, 내 집의 24시간은 더위를 견디며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다.

 

클렌체_24시 집: 창, 삶의 격을 높이다 편_2022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