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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와 건축 _ 영화로 읽는 소설 속 도시와 건축 ⑥ <구모노수 죠 -거미집城-(蜘蛛巢城 くものすじょう; lit. Spider Web’s Castle)> 1957년 구로자와 아끼라(黒澤明) 감독

Architecture and the Urban in Film and Literature ⑥
The Throne of Blood(Film 1957 directed by Akira Kurosawa(1910~1998)

제작: 구로자와 아키라, 모토끼 소지로(本木荘二郎)/ 각본: 오구니 히데오(小国英雄), 하시모토 시노부(橋本忍), 기쿠시마 류우조(菊島隆三), 구로자와 아키라/ 원작: 세익스피어 <맥베스>/ 음악: 사토 마사루(佐藤勝)/ 미술: 무라키 요시로(村木与四郎)/ 촬영: 나까이 아사카즈 (中井朝一)/주연: 미푸네 도시로(三船敏郎, Mifune Toshirō, 1920 ~1997); 야마다 이스즈 (山田 五十鈴, Yamada Isuzu, 1917~2012); 시무라 다카시(志村 喬, Shimura Takashi, 1905~1982)
The Throne of Blood(Film 1957 directed by Akira Kurosawa(1910~1998)/ based on Macbeth by William Shakespeare(1564~1616)/ Starring: Toshiro Mifune, Isuzu Yamada, Takashi Shimura (running time: 110m)

<구모노슈 죠(거미집城[거미의성])> 포스터

올해 4월호부터 12편의 영화를 선정하여 연재를 시작했는데 이로써 반이 되었다. 박사 학위과정 중이던 과거를 돌이켜 보니, 꽤 오래 전인데 거의 마지막 학기로 기억한다. 학위과정 중이던 대학은 캠퍼스가 서울 및 수원에 있는데 건축학부는 수원이고 인문학부는 서울에 있다. 명륜동 캠퍼스는 사무실에서 자동차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절약할까 궁리하던 중, 교칙을 열심히 찾아서 고고학 등 인문캠퍼스 개설강좌를 몇 과목 수강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영문학과 박사과정에 개설된 영국 문학과 현대영화 담론 관련 과목이었다. 젊은 교수는 이 과목을 영국영화나 감상하는 과목으로 안일하게 여기고 신청한 줄로 오해하고는 학기 초부터 아예 “잘못 알고 신청한 것 아니냐?”고 하면서 쉽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물론 사무실이 바빠서 학기말에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이 수업을 통해 얻은 게 많았다. 주제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였고, 시대를 거듭하면서 지속되어온 수많은 해석과 연극이나 영화 등 여러 가지 버전을 함께 논하는 수업이었다. 대부분의 젊은 학생들은 비교적 후대에 만들어진 마이클 보그다노프(Michael Bogdanov 1938~2017, 당시는 생존해 있을 때다)의 현대적 재해석 등에 관심을 보였다. 내 경우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이 재해석한 ‘거미집의 성’을 일본 성곽건축에 초점을 맞춰서 중간발표를 했다. 그 이전에도 이 영화는 여러 번 보았지만 대부분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이 만든 영화의 구도 등을 중심으로 이해했을 뿐이었는데, 11세기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배경인 맥베스를 16세기의 일본의 전국시대1)로 치환했다는 것과 전통극 노우(能)2) 의 구성을 차용했다는데 관심을 갖고 다시 보았다. 2007년 당시 초안을 했던 내용이 2022년 8월호 한국건축역사학회 기고문으로 발전한 것이다. 마침 영화모임의 일정도 우연히 일치하게 되어 동떨어진 내용보다는 일관성 있는 게 나은 것 같아 줄거리나 서술 등 일부는 같은 문장을 활용한다. 이 글의 초안에는 촬영지에 대해서는 미처 서술하지 않았으나, 보충하자면 당시 후지산에 거대한 세트를 만들어서 촬영을 했고 날씨가 좋으면 산 아래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세트였다고 한다. 또 하나 주인공이 장렬하게 죽는 마지막 장면 촬영의 후일담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빗발치듯 날아오는 화살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몸 옆에 꽂았는지에 대해 영화모임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촬영 전에 화살에 줄을 매달아 당기고 그것을 거꾸로 돌려서 화면을 구성하기로 각본에 되어있고 연습도 했는데, 감독이 그냥 촬영을 감행하는 바람에 간담이 서늘했다고 한다. 그 덕에 주인공 배우의 놀라움이 더욱 생생하게 표현된 것 같다.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영화로 만들려고 했을 때 <시민 케인(1941)>을 만든 거장 오슨 웰스(1915~1985)가 이미 <맥베스(1948)> 제작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듣고 그 계획을 연기했다가 뒤늦게 1957년에 완성했다고 한다.

<사진 1> 거미줄 숲. 영화 <구모노슈 조> 캡처(이하 동일)

<사진 2> 모노노케 요파

 

영화 줄거리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 ‘거미집 성’, 구모노수 죠(蜘蛛巢城)의 성주(城主) 즈츠키 쿠니하루(都築国春)는 북관(北の館)의 주인 후지마키(藤巻)의 모반으로 옹성을 결의한다. 그러던 중 와시즈 다케도키(鷲津武時)와 미키 요시아키(三木義明)의 활약으로 형세가 역전되었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 반란군을 제압하고 성주의 부름으로 성으로 귀환하던 무장(武將) 와시즈와 미키는 ‘거미집 성’ 근처 거미줄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우연히 숲 속의 모노노케(物の怪) 요파(妖婆)를 만나게 된다.<사진 1>, <사진 2> 모노노케는 와시즈가 곧 북관(北の館)의 주인이 될 것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고쿠슈(國守: 옛날의 지방장관, 곧 城主)가 되지만 그 뒤를 잇는 것은 미키의 자손이라고 예언한다. 또한 미키는 제1요새(一の砦)의 대장이 된다고 예언한다. 성에 도착한 친구인 두 사람은 성주 즈츠키로부터 포상을 받고 모노노케가 예언한 직책에 임명된다. 그 후 와시즈는 북관을 방문한 즈츠키를 살해하고 성주가 된다. 다음으로는 자객을 보내 미키를 죽인다.<사진 3>, <사진 4> 모노노케의 예언에 사로잡힌 와시즈는 거미줄 숲이 공격하지 않는 한 성(城)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회임(懷妊)한 와시즈의 처 아사지는 사산(死産)을 하고 미치고, 발광하는 아사지에 놀라 허둥대는 시녀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달아났던 미키의 아들은 노리야수 장군과 세력을 규합해 거미집 성(구모노수 죠)을 공격한다. 그들은 군사력의 보호를 위해 숲의 나무를 잘라 위장하고 진격한다. 움직이는 숲에 놀란 병사들, 사방에서 날아드는 부하들의 화살세례. 이리저리 피하던 와시즈의 목을 뚫는 화살 하나. 온몸에 화살을 맞은 와시즈는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3)

<사진 3> 모노노케의 예언에 따라 와시즈는 고쿠슈가, 미키는 제1요새의 대장이 된다.

<사진 4> 북관의 내·외부 모습과, 와시즈와 그의 아내 아사지

<사진 5> 영화의 시작과 끝 장면

 

영화의 구성
같은 화면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같은 화면으로 영화가 끝난다. 성문의 돌담(石垣), 성의 폐허(廢墟), 자욱한 안개(漂う霧). 안개가 걷히면서 기둥 하나가 클로즈업되며 기둥에 새겨진 ‘구모노수-죠 폐허(蜘蛛巢城址)’라는 글자를 하나하나 보여준다. 역사가 남긴 폐허를 통해 인간의 욕망의 끝은 무덤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한다.<사진 5>
같은 합창으로 시작하고 같은 합창으로 끝난다. 시작의 합창은 이야기(모노가타리, 物語; 전설)를 서술한다. -여기에는 일찍이 위풍당당한 성(城)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에는…. 「見よ妄執の城の址・魂魄未だ住むごとし・それ執心の修羅の道・昔も今もかわりなし」 ‘보아라 욕망에 사로잡혔던 성의 폐허를· 혼백만이 아직 떠도는 곳· 그 집요한 살육의 길·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코러스가 끝나면서 「여기 거미집성이 있었노라(Here Stood/Spider webs Castle)」는 자막과 함께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종결부의 합창은 영화 시작의 이야기를 되풀이함으로써 우의(寓意)를 강조한다.

영화는 시작에서 끝(終)까지 23개의 장(chapters)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3~5분 정도의 길이이고, 짧은 것은 1분 10초, 긴 장(障)은 약 10분 정도 된다. 노우(能)의 공연요소가 영화 전체에도 적용되고 각 장에서도 적용된다. 전체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죠(序), 하(破), 큐(急)의 템포로 구성한 듯하나 때로는 각 장에서도 느린 동작과 갑작스러운 반전이 있다. 영화 전체에서 뿐만 아니라 각 장에서도 시작과 끝 장면이 반복되기도 한다(예: 9장의 시작과 끝).

 

일본의 전통극 노우(能)4)와 <구모노수 죠>
구로자와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재현하는데 미술, 분장 및 배우의 동작에서부터 음악까지 노우의 양식을 발상의 기점으로 했다고 한다.<사진 6>

영화에 사용된 노우의 요소로는
① 남성 합창: 영화 시작과 끝날 때의 합창으로, 구모노수 죠의 환상적인 무대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입구 및 출구의 역할을 한다. 노우가 끝날 때 대미를 장식하는 키리(切り)이다.
② 노우 장면: 슈라노우(修羅能)「타무라(田村)」_16장 연회장면에 삽입된 늙은 무장(老武將)의 춤사위와 우타이(謠)의 장면은 실제 노우이다.<사진 7>, <사진 8> 대부분의 슈라노우는 패전의 고통을 다루는 것이 많은데, 「타무라(田村)」는 가치슈라(勝修羅)라고 부른다. 귀신을 퇴치하는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축언의 맛이 짙어서 ‘슈라 축언(修羅の祝言)’ 또는 ‘군대 축언(軍隊の祝言)’이라고 부른다. 늙은 무장(老武將)의 춤과 우타이(謠)의 가사를 주목하면 감독의 연출효과를 볼 수 있다.
「역신을 섬긴 귀신도(逆臣につかえし鬼も)」라는 대목에서 와시즈 다케도키는 움칠한다. 앉아 있던 아사지도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나서 와시즈는 극을 끝내라고 소리친다.
이 우타이(謠)의 내용은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년)의 무장(武將) 사카노우에노 타무라마로(坂上田村麻呂 758~811, [後시테])가 여행하는 승려(와키)앞에 나타나서 천수관음보살의 불력(佛力)의 덕으로 일찍이 자신이 스즈카 산(鈴鹿 山中)에서 귀신을 퇴치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군(大君)을 배신한 역신(逆臣)과 그를 섬긴 귀신(鬼神)은 그래서 근절되었다(멸망했다)는 이야기인데, 와시즈 부부는 자신들이 한 행동이 있어서 이 우타이가 귀에 고통스러운 음악으로 들리는 것이다. 이렇듯 구로자와는 연회에 삽입된 우타이의 이야기까지도 영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끔 했다.

<사진 6> 노우(能) 무대의 구조

<사진 7> 슈라노우-타무라

<사진 8> 도끼벌 마감의 기둥

③ 노우 장면의 재현: 거미줄 숲에서 모노노케의 물레 잣는 장면도 실제 노우의 한 장면이다. 거미줄 숲의 초막(부끼야 葺き屋)은 노우 무대의 지붕(부끼야네 葺き屋根)의 같은 건축방법을 통해 노우 무대를 상징한다.
④ 노우의 분장(쇼조코 裝束)및 동작과 소품들: 아사지(浅茅)의 의복이나 얼굴의 화장 지극히 제한된 표정이나 동작은 노우에서 눈썹 위, 이마의 검은 칠과 검게 물들인 이는 노의 가면(能面)을 재현했다. 아사지가 빈 그릇에 손을 넣고 손의 핏자국을 씻는 장면도 노우의 실제장면이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구로자와의 <구모노수 죠>
① <맥베스>는 5막(Acts) 29장(Scenes)(7+4+6+3+9[8])으로 구성되었고 <구모노수 죠>는 전체 23章(chapter)를 크게 셋으로 나누어 노우의 공연요소로 구성됐다. 극은 일본전통 연희에서 차용하여 세가지 공연요소(죠[序], 하[破], 큐[急])로 구성되었고 끝으로 시작하고(시작과 끝이 같다), 노우(能)의 마무리 요소인 코러스를 사용했다.
② <맥베스>는 권력이동의 시기에서 산출되었다. 우화적인 이분법 해체가 주안점이고 봉건주의에서 절대왕정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역사적·시대적 배경의 갈등이다. <구모노수 죠>는 맥베스의 배경인 11세기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16세기의 일본으로 옮긴(transpose) 것으로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전제군주에 대한 민중의 봉기로 마무리한다.
③ 초자연적인 세계의 표현으로는 <맥베스>에는 세 마녀(Three Witches-Weird Sisters)·헤카테(Hecate: Queen of Witchcraft)·유령(Three Apparitions)과 또 다른 마녀 셋(Three other witches)이 등장하고, <구모노수 죠>에는 모노노케와 사무라이의 환영(幻影) 셋이 나타난다.<사진 9>

<사진 9> 사무라이 셋의 환영을 통한 초자연적인 세계 표현

④ 맥베스 부인(Lady Macbeth)의 몽유병과 와시즈 부인 아사지(鷲津浅茅)의 정신착란(손 씻는 장면)
⑤ 맥베스의 죽음과 와시즈 다케도키(鷲津武時)의 죽음
⑥ <맥베스>의 주요 지명: 던칸의 궁(Duncan’s Royal Palace at Forres), 맥베스의 성(Macbeth’s Castle, Inverness), 맥더프의 성(Macduff’s castle, Fife), 잉글랜드왕 에드워드 궁(The Palace of King Edward, England) 맥베스의 성(Macbeth’s Castle at Dunsinane), 코더(Cawder), 글람스(Glamis), 버남 숲(Birnam Wood), 스콘(Scone; Scotland traditional coronation site)
<구모노수 죠>의 주요지명: 즈츠키 쿠니하루(都築国春)의 거미집성(蜘蛛巢城), 북관(北の館), 제1 요새(一の砦), 거미줄 숲(蜘蛛手の森)
⑦ <맥베스>의 대조적인 장면들(contrasting scene): 초자연적 세계와 전장터
<구모노수 죠>의 대조적인 장면들: 거미줄 숲이라는 자연과 성(城) 내부의 정제된 공간

지금으로부터 65년 전에 만든 영화로 언제 보아도 탄탄한 구성을 읽을 수가 있다. 1990년 미국 체류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들을 MOMA에서 보았다. 그리고는 시상식에서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이 평생 공로상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받는 장면을 TV를 통해 본 것이 엊그제 같다.

다음 호는 피터 그리너웨이(Peter Greenaway, 1942~ ) 감독의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The Draughtsman’s Contract)>을 다룬다.

 

글. 조인숙 Cho, In-Souk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조인숙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1986~ 현재)

·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졸업(공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수료(건축학 석사/건축학 박사)
· 건축학 박사논문(역사·이론 분야): 한국 불교 삼보사찰의 지속가능한 보전에 관한 연구
· 독일 뮌헨대학교(LMU) 및 뮌헨공대(TUM) 수학(교환장학생)
choinsou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