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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건축과 사진 _ 건축사는 왜 사진을 찍어야 하는가?

건축담론

편집자 註

건축 + 창작을 돕는 자극 활동

건축의 역사를 보면, 건축은 기본적으로 창의적 종합예술임을 알 수 있다. 동서양 간 ‘누구’의 창작품이냐 하는 실명 거론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창의적 예술성 측면에서 동일한 DNA를 가졌다.

오늘날 예술의 범위는 확장되어 있으나, 오히려 장르는 세분화되어 구분하고 있다. 서구보다 대한민국이 더욱 그러하며, 장르 넘나들기는 쉽지 않다. 순수예술뿐 아니라 산업디자인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가구나 조명 등 각종 생활 디자인 용품 회사들의 팸플릿을 보면 심심치 않게 Architect Line을 볼 수 있다.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카펫이나 가구, 알바 알토가 디자인 한 화병과 가구 등등…. 르 코르뷔지에는 가구뿐 아니라 경매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화가이기도 하다.

건축은 단지 건물 설계하는 제작도면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이라는 예술과 기술이 종합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과물이다. 당연히 이런 건축을 발상하고 구현하는 건축사에겐 창작의 자극과 병행 활동이 필요하다.

때문에 많은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다양한 예술활동을 취미나 프로급으로 병행한다. 그림으로 사진으로, 조각으로 설치 미술로…. 최근에는 디지털 아트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과 그림 등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건축하는 입장에서 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음악활동을 하는 것일까?

 

04 Architecture & Photography
Why should architects take pictures?

사진은 건축사에게 어떤 존재일까?
지금은 디지털 사진의 시대다. 1990년대 후반에 코닥에서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했다. 그러나 비싼 가격과 사용상 어려움으로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대중적인 카메라가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필자도 100만 화소 후지 콤팩트 카메라로 디지털카메라를 접한 걸로 기억한다.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구매하여 설계업무에 적용하던 시기였다. 이후 2001년에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여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디지털카메라는 설계업무에 많은 도움을 준다. 현장조사를 할 때 현장 사진을 찍고 심의도서에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심의도서에 투시도를 현장사진과 합성하여 사전에 가상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미리 세워질 설계 작품을 상상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진은 건축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디지털카메라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많은 과정이 우리에게 필요할지… 없다고 생각하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필름을 구입하고 사진을 찍고 인화와 현상과정을 거쳐 다시 스캔하여 디지털 파일로 저장해야 한다.

사진에 대하여 좀 더 얘기하자면 사진의 종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진의 목적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지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순수사진-다큐멘터리 사진(자연/야생, 시사정치, 기록, 여행), 순수예술(예술사진, 스트리트 포토, 천체사진, 풍경사진)
· 상업사진-이벤트(결혼, 행사, 사진관), 광고(제품, 음식, 인물, 패션), 보도(전쟁/분쟁, 정치시사, 뉴스, 스포츠), 기타(의료/과학, 건축, 부동산, 파파라치)

위와 같이 사진의 종류를 알아보았지만, 우리 건축사가 주로 촬영하는 사진의 분류는 순수사진의 분류중 기록사진이며, 상업사진의 분류로 보면 기타(건축사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건축사인 필자에게 있어 사진은 훌륭한 도구이자 기록사진이며 건축물의 역사를 기록하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건축사는 대다수 신축 또는 리모델링 공사를 전제로 설계업무를 진행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기존 건축물의 경우 나름 사연을 가지고 태어난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버지가 직접 손수 공사를 하여 준공한 집인 건축물에서 건축주인 딸이 태어나고 현재까지 그 건축물에 살고 있는 경우, 신축보다는 현실에 맞게 기능과 구조를 변경하지만 아버지의 숨길을 느끼고 보존하기 위한 리모델링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떤 건축물은 1980년도에 병원으로 개업하면서 그 당시의 모습이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건축물을 보면 그 당시의 건축적인 배경과 사회상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기존 건축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새롭게 신축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건축사는 리모델링의 경우 특별한 사연 등을 직접 접하면서 현대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업무를 한다. 하지만 기존 건축물이 사라지기 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훗날 건축사적으로 작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는 해외여행이나 건축물 답사를 많이 간다. 여행을 다니면서 오래된 유럽 도시의 모습, 건축물 등을 촬영하여 사진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해외 유명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을 답사하여 기록하기도 한다.

사진은 역사를 기록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진으로 시대적인 사건의 정황과 배경을 알 수 있다. 전쟁 사진을 보면 전쟁의 참혹함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재난 현장 사진을 보면 그 현장의 참상을 알 수 있으며, 이웃에게 온정을 베푸는 사진에서는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사진은 역사를 기록하고 전달하기도 하고 우리의 추억을 기록하기도 한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하면서, 초기에는 설계용역을 수주하고 공사가 완료되면 건축물의 전경 사진을 찍어 인화 후 액자로 만들어서 건축주에게 전달하여 좋은 호응을 얻은 기억이 있다. 또한 이는 자신의 작품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기록사진이 되며, 건축사에게 사진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카메라 센서 사이즈 가이드라인(좌), 이미지 센서와 사진 크기와의 관계(우) © 1. Spatial AI , 1.3 Computer Vision & Imaging , 카메라 기초

서울건축사답사사진동호회가 출범할 당시에는 회원 대다수가 DSLR 카메라를 사용하여 답사사진을 많이 찍었으나, 카메라가 무거운 관계로 점점 멀리하게 되고 이제는 휴대폰으로 답사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 좋은 사진이란 도구에 관계없이 찍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본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정서가 배여 있고, 그 사진을 보는 사람도 정서적으로 감정이 이입되어 감동을 받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본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김중만 사진작가는 휴대폰으로 작품사진을 찍어서 전시회도 열었다. 박찬욱 영화감독은 얼마 전 아이폰으로 <일장춘몽>이라는 영화를 찍어 온라인으로 개봉한 적도 있다. 이렇듯 사진이나 영상을 휴대폰으로 찍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본적인 카메라의 특성을 알아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특성이 있지만 그 중에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카메라 센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를 비교하자면 카메라 센서의 크기로 알 수 있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아이폰XS, 갤럭시10에 들어간 센서 사이즈는 1/2.5〃인데 디지털 카메라 FULL FRAME과 비교해 보면 센서의 크기를 알 수 있다. 필자가 굳이 센서를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 모두 낮 시간대에 사진을 찍는다면 모두 잘 나온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밤 시간대일 경우에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다르게 때문에 휴대폰카메라의 경우 픽셀이 많이 깨지기 때문이다. 특히 망원으로 갈수록 픽셀이 더 깨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물론 사진의 기초가 되는 3대 요소인 구도, 노출, 초점은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기까지 건축사와 사진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사진이 건축사에게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굳이 중간에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에 대해 설명한 것은 건축사인 전문가에게 필수불가결한 사진을 찍기 위한 과정에서 실수할 수 있는 원인을 나열한 것이다.

필자는 사진촬영 외에 영상도 작업하는데, 현재까지 3편의 건축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다큐를 제작하는 이유는 1970년대 이후 건축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물의 노후화가 진행되어 재건축하려는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낡고 오래되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해체 후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재건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축사로서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있고 시대적인 의미가 있는 건축물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아니, 꼭 기록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의 건축물도 우리 시대의 한 역사이고, 기억해야 할 건축문화인 셈이다. 처음 영상을 제작한 대신맨숀의 경우 1973년에 완공된 공장, 시장, 아파트가 함께 있는 주상복합건물이다. 비록 건축사는 신원 미상이나, 그 당시에 볼 수 없었던 스킵플로어 방식의 코어, 공중브릿지, 옥상 정원, Y자형 주거평면 등 지금에도 보기 어려운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대신맨숀(건축사 미상) 태양의집(김중업 작품)

이처럼 건축적인 가치와 그 시대상을 볼 수 있는 건축물은 철거되기 전에 기록할 필요가 있다. 그런 건축물을 찾아서 발굴할 수 있는 최전방에는 건축사가 있다고 본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축사로서 건축문화를 발전시키고 계승할 의무가 있다.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건축물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여 후배들에게 물려줄 기록이며,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 김창길 Kim, Changgil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김창길 건축사 ·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90년도부터 ㈜창우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01년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여 현재까지 설계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 및 서울시건축사회 회관건립TF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설계작으로는 폴라리온 스퀘어(경기도 건축문화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번동 탑메디컬센터, 박순용 정형외과 사옥, 신일라이프건설 사옥, 성북동 한옥 리모델링 등의 작품이 있다.
yakob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