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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화된 양곡 창고에서 청춘의 꿈이 가득한 공간으로, ‘순천 청춘창고’

‘Suncheon Youth Store’,
From an aging granary to a space full of the dreams of youth

청년의 꿈 이루는 공유공간으로서의 가치, 리노베이션으로 답하다

순천시 문화복합공간 ‘청춘창고’

노후화된 양곡 창고,
리노베이션을 통해 꿈을 담는 창고로.

건축은 건축만이 가지는 방식을 통해 도시 속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되기도 한다. 기업이 부족하고 제조업 기반이 열악해 청년 구직자들이 취업할 장소가 부족한 순천시는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했다. 연간 12만 명 이상의 여행객이 찾는 순천시는 게스트하우스 밀집 지역인 순천역 부근 순천농협 양곡 창고 리노베이션을 통해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청춘 창업 공간을 만들었다.
순천농협 양곡 창고는 1961년 건립되어 50년 이상 양곡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었지만 쌀 생산량 감소로 인해 사용 빈도가 줄어들어 유휴시설로 전락했다. 이처럼 건축물로서 목적과 기능이 불분명해진 양곡 창고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취업난에 힘든 순천 청년들이 꿈을 펼쳐 도전할 수 있는 창업공간을 제공했다. 동시에 ‘내일로(코레일의 자유여행 패스)’를 통해 순천을 여행하는 젊은 여행객들이 유명관광지 뿐만 아니라 순천 청년들의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공유하고 갈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순천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청춘 창고는 최초 661제곱미터의 면적에다 333제곱미터를 증축해 994제곱미터의 한 개 동 규모로 구성됐다. 청춘창고는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청년 점포 추진협의회를 구성, 명칭부터 장소 선정, 건물 내·외부 디자인, 교육 등 모든 방면을 청년들과 상의해 결정했고, 실질적인 운영 또한 입점자들로 구성된 입주 협의 회의에서 맡고 있을 정도로 내부 청년들의 활동 범위가 넓다. 이는 실제 창업 시에 창업자가 겪게 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청춘창고 운영 측면에서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청년들이 자체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청춘창고는 저렴한 임차료로 만 19세에서 39세의 청년들만 입점이 가능해, 창업을 통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청년들이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청춘창고 구조 (순천시)

복층 디자인을 통한 공간 분리

복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식 객석

객석에서 보이는 오픈 스테이지 모습

청춘창고의 내부 디자인적 특징으로 기존 양곡 창고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두 개의 분리된 창업 분야로 재구성된 복층 공간, 내부의 중앙 커뮤니티 공간인 넓은 계단식 객석, 그리고 객석으로 열려있는 오픈 스테이지가 있다. 청춘창고에서 가장 특징적인 계단식 객석 한 켠에 강한 볼륨감을 가진 미팅 큐브와 오픈 스튜디오가 모든 방문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이는 청춘창고 입점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그리고 오픈 스테이지에서는 공연이나 토크 콘서트 등의 다양한 이벤트들을 통해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방문객에게 제공한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청춘창고의 매력”

낡은 창고를 리노베이션해 새롭게 태어난 이 청춘창고는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순천시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는 기억에 남을 행복한 공간으로, 청년들에게는 꿈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지금도 그 역할을 다 하고 있을까? 그 역할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청춘창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유부 수제유부초밥 전문점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Q. 왜 다른 곳이 아닌 청춘창고에서 창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하셨나요?

창업을 위해 조사를 하던 중 순천시에서 젊은 창업자에게 장소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춘창고의 장점 중 창업자 간에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창업 시 가장 부담이 되는 렌트 비용에 대해 연 15~18만 원 수준의 적은 월세와 100만 원 정도의 무척 적은 보증금이 든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혜택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후자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따르는 부담스러운 초기자금과 실패에 대한 리스크들을 최소화시켜 줄 수 있어 큰 장점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최소화된 리스크를 바탕으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위한 다양한 실험들과 그를 통한 제품 품질 개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돼 청춘창고에서의 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Q. 청춘창고에 입점을 준비하고 완료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청춘창고가 오픈한 초기에는 정기지원 모집 및 심사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공고모집을 통해 많은 인원들의 지원을 받아 창업자를 선발하고, 1년의 계약과 1년 후 최대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입점에 관한 운영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도에 기간을 전부 채우지 않고 나가게 되는 점포나 1년 뒤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점포들로 인한 공백이 맞물리게 되면서 제가 지원할 시기에는 점포가 비게 될 때마다 창업자를 상시로 모집하게 되는 형태를 갖추게 되었고 지금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초기와 현재의 지원형태는 바뀌었지만 지원자들의 사업아이템을 신청 받은 이후 청춘창고에서 창업할 기회를 가지는 선별 심사 과정은 이전과 같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1층은 음식, 2층은 제품으로 분류해 신청 받으며, 순천시 각 분야의 교수님들과 관련 업체 전문가들이 모여 창고 내 다양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창업브랜드 심사 및 운영계획, 인터뷰들을 검토하고, 입점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공정한 심사를 통해 입점을 결정하게 됩니다.

 

Q. 입점을 결정하게 된 창업자들에 대한 창업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이전 정기모집으로 진행되었을 당시에는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들어오게 되었기에 다 같이 모여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지만, 현재는 모집형태가 상시모집으로 변형돼 소수의 인원들이 부분적으로 입점하기 때문에 따로 창업 교육을 진행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춘창고 내 입점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해결방법, 서로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창고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창업 후 혼자 겪게 될 문제들을 저희는 청춘창고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미리 대비하거나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이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Q. 공유 공간에서 이뤄지는 소통, 이를테면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합니다.

점포의 오픈과 마감 전, 후에 간단하게 모여 조회를 하고, 지각 또는 결석과 같이 점포의 운영에 문제를 줄 수 있는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내부 규율을 만들어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 예를 들어 복층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음식 냄새 등 서로 민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해 조율하고 해결하며, 현재는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고 창고 내에서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청춘창고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 함께 검토하고, 창고를 위한 이벤트를 계획, 추진하는 등 순천시에서는 장소 차원의 지원을 받을 뿐 청춘창고 운영의 전반적인 부분을 입점자들 스스로 함께 결정하고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가 됐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주차장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데, 주변에 위치한 농협과 카페, 청춘창고, 이렇게 세 곳에서 청춘창고 전면의 주차장을 같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춘창고와 건너편의 카페가 농협 소유의 창고를 리노베이션 한 건축물이고, 주차장의 주목적도 농협에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다수가 함께 이용하는 좁은 주차장이 문제가 됐던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청춘창고 후면의 공터를 주차장으로 확장하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현재는 오히려 세 곳의 방문객이 한 장소에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습니다.

 

Q. 앞선 답변에서 창고를 위한 이벤트를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벤트들이 진행되고, 계획되고 있나요?

추석이나 설날, 어린이날 등과 같은 특별한 날에 이루어지는 대규모 행사의 경우에는 시에서 행사 섭외나 광고 측면에서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창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의 규모는 다소 작지만 2주에 1번 정도로 자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춘창고와 다른 장르를 가지지만, 공연을 하고 경험을 쌓길 원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무대와 공간을 제공하는 등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벤트가 많습니다. 이런 이벤트가 활발해짐에 따라 순천시에 흩어져있는 청년들끼리 더 다양한 관계를 갖게 되고, 청춘창고가 이 관계들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되면 뿌듯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내일로 관광객도 부쩍 줄게 되고, 시 자체적으로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행사의 취소를 요청하고 있어 준비하고 있던 청춘창고 4주년 이벤트와 여러 다양한 이벤트의 계획이 취소되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예전처럼 청춘창고에 많은 여행객들이 추억을 남기며, 지역 주민들이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Q. 도시적 관점에서 청춘창고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확인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공간적면에서 보면 청춘창고의 개선점 등은 없는 지 궁금합니다.

중앙 계단식 광장의 형태와 동선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중앙 공간은 행사를 진행할 때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행사가 없는 날에는 이용에 여러 불편함이 있어 식사를 위한 간이 식탁도 제대로 배치할 수 없을 정도예요. 이렇게 행사 이후 공간 활용에 대한 아쉬운 점이 있고, 좀 더 중요한 개선사항으로 유모차,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들의 불편함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공예에 대한 점포는 복층의 위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위층으로 이동하는 수직 동선은 계단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청춘창고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휠체어나 유모차를 가지고 있을 경우 무척 불편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어 이 점이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보입니다.

 

Q. 마지막으로 청춘창고가 가지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업자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앞에서 입점자 컴뮤니티를 통해 많은 정보를 교류하고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했던 것처럼, 서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무척 적은 임차료를 통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에 앞서 많은 부분이 심리적으로 두렵고 경제적·시간적으로 촉박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브랜드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거나 브랜드 가치를 위해 더 다양한 도전을 할 시간도 돈도 심적 여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청춘창고에서 창업에 도전하게 되면 다양한 피드백으로 경영 시 겪게 될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피드백을 더 다양하게 들을 수 있고, 조금은 여유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스토리가 담긴 브랜드를 더욱 가치있게 변화시킬 도약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업자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춘창고에 방문해주시는 분들은 리노베이션을 통한 내·외부의 디자인적 효과와 중앙의 계단식 광장, 미팅 큐브의 디자인에서 매력을 느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주 방문하시는 지역 주민분들은 청춘창고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보고 오시기도 하고 1층 후미에 준비된 여러 서적을 여유로운 좌석에서 읽어보고 편안한 시간을 즐기러 오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그저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도시에서 소통하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청춘창고를 사용해주시는 분들이 느끼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춘창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닦아야 할 때

리노베이션은 제2의 건축으로 불리며, 노후화된 건축물 또는 기존의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기 힘든 건축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청춘창고는 앞서 소개했듯 활용도가 낮아진 양곡창고를 청년들의 창업 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리노베이션한 건축 공간이다. 이 양곡 창고 리노베이션은 취업이 힘들고 창업의 문턱이 너무 높아 창업을 도전할 수 없는 현 세대 청년들에게 그 높은 문턱을 낮춰주고, 새로운 도전 과정과 열정을 청춘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청년문화의 중심지로 부활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청춘창고의 프로그램은 수직적 공간으로 분리되어 1층의 요식업 분야와 2층의 체험 공방 분야로 나누어진다. 각 분야는 청춘창고의 시작부터 세부적으로 다양한 아이템의 창업시도가 있었으며, 현재 운영되는 점포들 역시 기존의 다양성을 유지하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통해 더 발전된 방향으로 청춘창고가 가지는 청춘 창업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청춘창고의 외부 측면 공간에 VR SQUARE가 추가돼 시대의 젊은 흐름을 충분히 따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청춘 창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계속 발전해 나가는 중이지만 빼곡히 채워진 주차장에 비해 청춘창고를 기억하고 찾는 사람들은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청춘창고 측면의 농협과 맞은편의 브루웍스가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어 비움과 채움의 간극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계단식 광장 디자인

1층 라이브러리

청춘창고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선 건축적 장치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내일로 여행객들이 처음 방문하는 순천역에서부터 청춘창고의 존재를 암시하고, 청춘창고 내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가시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현재는 청춘창고 내부에 작은 안내문이 이동식 스탠딩 게시판에 꽂혀있을 뿐 공간적, 시각적 정보는 전혀 제공되고 있지 않다. 청춘창고 내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각기 다른 내용으로 연결되어 위치하고 있으며, 때때로 프로그램의 운영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춘창고에서 가장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인 중앙 계단식 광장이 청년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장르의 창업 프로그램들에 향하는 시선을 빼앗고 있기 때문에, 각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들을 메인 공간에서도 제공하는 것 역시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방문하기 쉬운 여행객들에게 청춘창고가 가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VR SQUARE와 빼곡하게 채워진 주차장

텅 빈 중앙 계단

또한, 중앙 계단식 광장과 복층 프로그램으로의 동선이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 청춘창고에서 방문객에게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중앙 계단식 광장이다. 하지만 이 메인 공간이 오직 계단으로만 디자인되어 있어, 노약자, 장애인, 영·유아 및 휠체어와 유모차를 사용해야 하는 방문객들은 복층을 수직 이동하는 것에 큰 장벽을 경험한다. 청춘창고는 가족 단위의 방문이 많은 공간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동선 상의 장애는 방문객들에게 상당한 불편함을 야기하며, 청춘창고가 가지는 아이덴티티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메인 공간은 디자인적으로 강조되고 인지되며, 그로 인해 많은 방문객들이 이끌려오도록 하는 건축 디자인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지만, ‘누구나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는 것이 현시점에서 이 공간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보인다.

청춘창고의 도시적 역할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청춘창고는 도시재생 사업의 한 면으로 위치상 내일로 여행객이 반드시 거치게 되며, 여행객 동선의 시작점이 되는 순천역 일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청춘창고의 이미지는 순천역과 동떨어진 하나의 도시적 node로만 보여진다. 이는 순천역에서 청춘창고로 이어지는 line에서 스토리텔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순천역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 버스로는 한 정거장밖에 안 되는 거리에 청춘창고가 위치하지만, 그 사이의 시퀀스는 목적지에 대한 어떠한 연관성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 길을 따라 도착했을 때 마주하는 청춘창고의 첫인상은 도로에서 연장된 넓은 청춘창고의 외부 주차장이다. 청춘창고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도로와 연결되어 ‘자동차’를 위한 공간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전면부 주차장은 지리적 측면, 이용자 측면에서 농협, 브루웍스와 연결되어있어 필연적으로 주차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최근까지 청춘창고에 유일하게 열려 있던 외부 공간인 건물 후면의 잔디밭도 주차 수요에 의해 주차장으로 바꿔 사용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청춘창고는 빽빽한 차량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의 형태로 되고 말았다. 때문에 현재 청춘창고의 외부공간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춘창고가 마당과 같은 외부공간의 한 형태를 가지게 된다면, 내부 프로그램이 외부에서 더 자율적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렇게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다양한 이벤트들을 기대해볼 수 있다. 청춘창고와 인근의 사용자들은 현재 사용되는 주차장이 주차로 한정된 기능을 넘어 새로운 개방성과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음을 기대하며 대화해볼 필요가 있다. 세 장소가 맞닿아있는 이 공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고민과 대화는 주차장에 가려져 정적이고 기능적으로만 보일 수 있던 청춘창고의 얼굴을 순천 청년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들어 내는 풍부한 표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면부 주차장

후면부 주차장

주차장으로 바뀌기 이전 건물 후면의 외부공간 (순천시)

청춘창고는 활용도가 낮은 양곡 창고를 리노베이션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지역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며 새로운 활기를 기대했던 건축 공간이다. 하지만 현재 청춘창고의 활기는 청춘창고의 초창기에 비해 다분히 식어가고 있다. 앞서 의논한 청춘창고의 개선점은 여러 해결책 중 몇 가지 방향을 얘기할 뿐이다. 청춘창고가 순천시에서 의미 있는 공간으로서 다시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방문객과 관계자, 그리고 전문가들의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 청춘창고가 청춘의 활기를 생산하는 공간이자 새로운 청년문화의 중심지로 다시 도약하여 도시의 취업 및 세대 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청춘창고의 발판을 정비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글. 김미현(Kim, Mihyeon_전남대학교 건축도시설계전공), 임대근(Lim, Daeguen_금오공과대학교 건축학과),
주평화(Joo,Peoynghwa_전남대학교 건축도시설계전공), 홍성훈(Hong,Seonghun_인제대학교 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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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방·관리 용이 vs 배제 전제한 차별적 디자인 ‘도시의 범죄예방, 그리고 적대적 건축’

Prevention of Crime·Ease of Management vs. Differentiated Design based on Exclusion
‘Crime Prevention of the City, and Hostile Construction’ analyzing through untact discussion

길을 걷다 보면, 가로나 광장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사용하기 불편해보이는 설치물들을 종종 마주친다. 이러한 디자인을 적대적, 방어적 건축 디자인(Hostile/ Defensive architecture)이라고 일컫는다. 적대적 건축이란 기본적으로 해당 장소나 건물에 범죄 예방을 위한 것으로, 공공공간의 안전과 더불어 본연의 기능만을 수행하기 위해 적용되는 디자인이다. 작게는 벤치에 노숙 방지용 팔걸이 같은 철재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부터, 다소 노골적인 뾰족한 가시까지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적대적 디자인의 배경에는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이하 CPTED)가 있다. CPTED란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예방의 효과관리의 용이, 비용 측면의 이익 등으로 국내에서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사회적으로 특정 계층을 내몰아내는 차별적인 디자인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러한 양면성을 가진 적대적 디자인에 대해 M(중립), R(반대), K(찬성)로 구별, 대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신촌역에 설치된 경사면 벤치

Orlando Airport, Orlando, United States
공항에 드러누워 다른 사람들의 이용을 방해하는 모습

K 그런데 ‘노숙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서울역을 생각해봐. 요즘에는 인천공항까지도 노숙인들이 점령하고 있대.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오랜 시간 머무르기 불편해지는 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적대적인 디자인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그저 편하고 열려있는 장소만 늘린다면, 오히려 노숙자가 늘어나고 일반인들이 이용하기에 거부감이 드는 공간으로 바뀌고 말지도 몰라.

강남 대로변에 위치한 벤치

M 그것도 맞는 말 같아. 길거리 노숙자들이 공공장소를 점유하고 있다면 환경과 분위기가 범죄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공공장소인데 오히려 일반 사람들의 접근이 더욱 어려워질 거야. 그러면 적대적 건축이 효과가 있는 걸까?

R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야를 좀 넓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 적대적 건축으로 효과를 보더라도 단순히 노숙자가 그 영역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뿐이야. 결국, 다른 장소에 모여들겠지. 그래서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고 적대적 디자인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특정 사회구성원을 일정 구역으로부터만 쫓아내는 차별이며 배척하는 태도 같아. 이와 같은 문제점을 느낀 사람들은 적대적 건축에 대해 반대 시위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고.

적대적 건축 디자인을 반영한 팔걸이 벤치에 대한
사라 로스( sarah.ross–Archisuits) 반대 퍼포먼스 / 일러스트 : 류가영

수원서호공원 _ 조명을 이용한 안전한 야간 보행 환경 조성

K 하지만 적대적 건축은 머무르기 어렵게, 불편함만을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야. 오히려 범죄 예방을 위해서 꼭 필요한 디자인이야. 그런 개념이 잘 나타나는 것이 바로 ‘CPTED’야. 환경 설계를 통해 그 공간이 관리되고 있다는 신호를 주어 거주자는 ‘내가 있는 곳이 더 안전하다.’라고 느낄 수 있어. 그리고 물리적 심리적 압박을 통해 범죄의 실행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는 거지.

R 실질적으로 적대적 건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일 거야. 그런데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며 사회적 약자가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 단정 짓고 이들을 내모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단순히 일부를 보고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처럼 비약적인 사고가 될 수 있잖아.

K 하지만 실제로 1999년 영국 웨스트요크셔 지역 중 CPTED 제도(SBD)를 도입한 주택지구는 인근 지역보다 주거침입 절도는 2배, 차량범죄는 2.5배 정도 드물게 발생했고, 손괴행위는 25% 정도가 덜 발생했대.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서가 아니라,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더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R 그에 반대되는 다른 결과도 있어! 바로 적대적 건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LA의 노숙자현황에 대한 것이야. 2013년 LA의 노숙자 수는 14,968명이었는데, 여러 적대적 건축 디자인과 그들을 내쫒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여 2020년 27,221명이 되었지. 일부 CPTED 도입지역에선 효과를 보았을 수 있지만, 설치 장소 주변까지 넓은 범위로 고려했을 때 대부분의 적대적 건축 디자인들은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M 확실히 적대적 건축 디자인이 단지 눈앞의 문제점만을 없애고자 하는 일차원적인 방안처럼 보이기도 하네. 더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노골적인 형태는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기도 하고. 하지만 도시의 여러 문제, 특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적대적 건축의 기능을 잘 간직하면서 좋은 디자인은 없을까?

© www.factoryfurniture.co.uk/projects/great-queen-street-camden

K 영국의 캠든 벤치가 바로 그런 사례야! 편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괜찮아 보이지? 틈새가 존재하지 않아 몰래 숨겨놓고 찾아갔던 이전의 마약 거래가 불가능하고, 기울어진 경사는 앉는 데는 불편함이 없지만 누워서 잘 수 없도록 디자인되었어. 그리고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경우 오래 머무르기 불편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불쾌하다거나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지.
R 이런 장치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 소유주나 관리자만을 위한 디자인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소수가 공간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해지면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 사유화될 것이고, 대다수 사람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거나 원하는 조건에 충족되지 못하면 머물 수 없게 되겠지.

M 상업적 디자인처럼 공공장소의 회전율이 빨라지면 여러 사람이 쓸 수 있어서 좋긴 하겠다. 하지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과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상업공간을 같게 생각하는 건 올바른 접근이 아닌 것 같아. 캠든 벤치 같은 디자인도 정말 괜찮은데,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으면서도 범죄 예방을 할 수 있는 그 중간지점을 찾기가 어렵겠네. 적대적 건축 디자인에 대한 서로의 시각이 달라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 것 같아! 다시 한번 각자의 의견을 정리해볼까?

R 그래! 나부터 이야기해볼게.

건물 외부에 금속 스터드를 설치한 모습 / 일러스트 : 류가영

적대적 건축 디자인은 본래 용도 외의 사용을 제한하면서 공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불가능하게 해. 정해진 용도만을 허용하는 공간은 곧 쇼핑몰화(mallization) 되기 마련이지.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단순해지고, 머무는 것이 불편해질수록 관리는 쉬워지겠지만 사람들은 줄어들 거야. 그렇게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적대적 건축 디자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보통 노숙자, 홈리스 등의 사회적 약자들이야. 적대적 건축은 이들을 계속 내몰고, 머무르기 위한 대가를 낼 여력이 없는 약자들은 다시 머무를 곳을 찾아 헤매야 해. 그리고 그렇게 모여드는 곳이 생긴다면 또다시 적대적 건축 디자인을 도입하며 악순환이 반복될 거야.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모든 디자인은 필요 때문에 등장하고, 사람들에게 작용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는데 너도 동의할 거야. 그런데 적대적 건축 디자인은 특정 사회구성원을 일정 공간으로부터 배제하거나, 통제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거지. 이런 비윤리적인 디자인이 더 교묘하게 삶 속에 스며들면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목적을 인정하고 따라가게 돼.
결국, 지나치게 적대적인 이 디자인은 절대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않아. 그저 사회구성원을 구분해 지역사회로부터 추방하고, 더 쾌적해졌다고 믿는 것뿐이야. 이제는 효과도 불분명하며 다수에게 불쾌감을 주는 적대적 건축 디자인보다, 오히려 사회 구조적으로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야.

K 나는 적대적 건축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고와 범죄를 사전에 방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 건축 설계를 할 때, 범죄 발생이 쉽지 않도록 디자인하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거지. 사고 이후에 아무리 대처를 잘하더라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니깐.

미노루 야마사키가 설계한 프루이트 아이고 폭파장면. 1972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프루이트 아이고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야. 입주민들은 서로 유대감을 전혀 가질 수 없었고, 외부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더욱더 범죄를 부추겼어. 사회 무질서를 내버려두면 얼마나 큰 문제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지.

실제로 자연 감시에 취약한 시간과 장소에 강력범죄가 자주 일어난다는 통계가 있는 것처럼, 적대적 건축 디자인을 이용하면 종합적인 범죄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염리동은 서울 범죄예방디자인 시범마을로 선정되면서 CPTED를 통한 환경개선을 했어. 그 결과 범죄 불안감 9.1% 감소, 마을 애착심 13.8% 증가, 범죄예방 효과 78.6% 등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었대.

서울 마포구 염리동 cpted 적용 © 범죄예방디자인 연구정보센터

이처럼 적대적, 방어적 디자인을 응용해 사회 정책에 반영한 사례가 이미 많이 존재하고, 또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오히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대안 없이, 디자인적 혐오감만을 이유로 이런 디자인에 반대하는 것은 자신이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배부른 투정이 아닐까? 더 보기 좋은 디자인을 통해서 불쾌감을 줄일 수는 있겠으나 적대적 건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거야.

M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알겠어. 내가 마지막으로 정리할게!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을 집필한 제인 제이콥스

오늘날 도시계획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미국의 사회학자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는 자연스럽게 활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 범죄를 예방하자는 계획을 처음 제안했어. 그게 CPTED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지. 제인 제이콥스는 깔끔해 보이지만 사람이 없는 거리보다 조금 지저분해 보이더라도 활력있는 거리가 훨씬 살기 좋은 곳이라고 주장했어.

적대적 건축 디자인이 도입된 배경은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였을 거야.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섞인 도시에서 특정 공간이 슬럼화 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이용하며 활력있는 도시가 되게끔 말이야. 그런데 그런 디자인이 점점 과해지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불편함을 주는 단계에 도달한 것 같아. 이런 디자인이 계속된다면 물론 범죄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뿐만 아니라 어떤 활동도 일어나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결국 도시는 시민들에게 보다 살기 좋은 공간, 안전한 공간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제공해야 해.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했던 적대적 건축 디자인은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사고들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야. 그렇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기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으니 지양해야겠네.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해. 그리고 그게 건축을 공부하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겠지!

 

글. 강영구(Kang, Youngkoo _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류가영(Ryu, Gayeong _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마동민(Ma, Dongmin _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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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침체된 옥천동 원도심을 활성화 시켜라! 골목경제 부활 이끄는 ‘도시재생 뉴딜’

[Reportage] Activate the Depressed Old Downtown in Okcheon-dong!
‘Urban Regeneration New Deal’ for the Revival of the Local Economy

강릉시 옛 중심지 옥천동,
주민 참여 도시재생으로 거듭나다

전국의 낙후 지역 약 500곳에 총 50조 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은 선정된 도시 및 동네를 지역공동체가 주도해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우리동네 살리기, 주거지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의 5가지 유형이 있고,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우선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또 지역의 쇠퇴와 침체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진행되고 있다.
월간 건축사 7월호 아키살롱은 국비 150억 원, 시비 100억 원, 총 250억 원이 투입돼 초기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릉시 옥천동 도시재생 사업(중심시가지형)’ 현장을 찾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원도심의 중심기능을 회복하고, 골목경제가 부활하고 있는 모습을 전달하고자 한다.

 

‘과거의 명성을 새롭게 찾는 기회, 옥천동 도시재생’

1970년대 강릉시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담당했던 옥천동은 주변지역의 발달과 함께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상업과 문화, 주거시설의 기능도 점차 축소됐다. 반전은 올림픽을 계기로 찾아왔다. 옥천동 북쪽에 KTX-강릉역이 들어서고, 연계해 사람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중심시가지형-상업·문화연계’계획안이 구체화 됐다. 시간이 지난 옥천동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기자들이 마주한 옥천동은 일견하기에도 오래된 건축연도를 보여주는 상가와 건물(단층부터 5층이상)이 사전조사 때 보다 눈에 많이 띄었다. 전체 사업지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강릉시 ‘3대 시장’에 속한 동부시장 또한 경계에 걸쳐진 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동부시장 역시 대부분의 상가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고, 별도로 진행되던 프로젝트도 일시중단 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오래된 쌀 창고, 은행나무, 한옥 등 역사적 요소들과 현대적 건축물들이 오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모습은 구도심이 가지는 가치와 매력으로 충분했다.

옥천동 거리 일대

동부시장 전경

옥천동 대표 은행나무

쌀창고 전경

강릉역과 월화거리를 연결하는 옥천동

옥천동 현지를 살피던 중 시간을 할애해 ‘월화거리’를 찾았다. 월화거리는 KTX-강릉역 준공 이후 사용하지 않게 된 폐철도를 활용한 재생사례이다. ‘강릉역 이용객을 옥천동 거리를 거쳐 현재 도심지로 유도하는 축’부분과 연계하는 부분이라 추가 답사를 결정했다.
월화거리는 강릉의 옛 설화에서 따온 상점가이다. 길 곳곳에 광장과 중앙시장을 연결한 골목들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상권의 활성화까지 이루고 있다. 놀라운 것은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주민들이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월화거리와 중앙시장의 연계,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강릉의 대표 도심 내 관광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옥천동과 월화거리의 축이 연결된다면 두 곳 모두 상권과 도심기능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월화거리 전경

월화거리 전경: 우측의 하얀 건물은 중앙시장과 연결된 건물이다

 

“도시재생사업은 마을공동체 기능 회복이 핵심”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되도록 진행

6월 5일 오후, 김남일 옥천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장과 최이선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인)를 만나 강릉시 옥천동 도시재생의 현황과 프로젝트에 전반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옥천동의 경우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마을공동체 의식과 오래시간 잠들어 있었던 기능을 깨우기 위한 기초 작업인 셈이다. 김남일 센터장과 최이선 건축사는 사업 종료 후를 내다보고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기억되길 염원하며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주민들을 이끌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간단한 집수리를 배울 수 있는 ‘집수리 아카데미’와, 동네 곳곳을 답사하는 ‘골목길 투어’, ‘도시탐사대’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들은 마을에 대한 이해와 존중, 마을 자체를 사랑하며 머무를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밖에 ‘문화거점시설 신축사업’과 ‘지하물길활용’, ‘담장 허물기’ 등을 통해 눈과 몸으로 느끼고 체감할 수 있는 재생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두 사람은 앞서 말한 신축사업 등은 공동체 주민들 서로 간의 이해와 양보가 필요한 사업인 탓에 현재는 부족한 공동체 의식을 채워나가며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옥천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김진완 학생기자(좌측 뒤), 지하늘 학생기자(좌측 앞), 최이선 건축사(우측 뒤), 김남일 센터장(우측 앞)

 

인터뷰 1

‘주민 중심의 도시재생이 도시 활성화’
김남일 옥천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Q 상업 문화가로 조성하는 프로젝트에서 버려지는 지하수를 활용해 물길을 만들 계획을 수립했다. 지하수는 어떻게 확보하고, 물길을 만드는 행위가 상업문화가로 탈바꿈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준다고 평가하는지 답변 부탁한다.

옥천 시내에 있는 홈*** 마트에서 지하수 3,500톤이 나오고 있다. 당초 정화시설을 거쳐 식수로 사용하려고 계획을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물길은 설치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부분적으로는 물길을 개통해 활용 중에 있다.

 

Q 담장 허물기 사업은 장점이 많지만 반대급부도 뚜렷한 편인데, 옥천동의 현황은 어떤지?

옥천동은 주민들과의 소통이 활발한 지역이다. 때문인지 담장 허물기와 관련해 반대가 있거나 갈등은 없는 상태다. 순조롭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Q 도시재생은 기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타 지역의 이주와 관광을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창업, 문화, 예술, 관광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사업들이 있는데, 현재 사업에 주목한 동기는?

질문한 그대로 도시재생 유형은 여러가지가 있고, 창업, 문화 등 4가지 요소 모두 도시재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주거지역에서의 도시재생은 주거를 위주로 설정해 도시재생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 간 창업과 문화, 예술과 관광 등 모든 요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형성되어야 하고, 도시재생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도 공동체가 중요하다. 결국 공동체 활성화가 관건이 된다. 옥천동의 경우 시가지를 활성화시키면서 관광 효과를 보고 있고, 앵커시설을 활용한 관광효과 역시 기대하고 있다.

 

Q 사전답사를 왔을 때 창고시설을 새롭게 사용하는 계획을 확인했다. 기존에는 창고가 3개였는데, 현재는 창고 1곳은 철거되어 있고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질문한 창고들은 1970년대 건립됐다. 사용된 지 50년이 지난 오래된 시설이라 당시 상업적인 역사성과 디자인을 보전하면서, 현재 문화에 맞는 문화예술 장소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Q 도시재생 어울림 플랫폼 조성 콘셉트 등을 알고 싶다.

주요 콘셉트는 옥천동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구축에 있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이뤄낼 수 있는 문화예술적인 공간 구축이 목적이다. 현재 설계는 마무리 됐고, 착공식을 앞두고 있다. 공모전을 통해 당선자의 작품이 구체화 됐다.

 

Q 공모전 분위기는 어땠는지?

관련 부분은 시청에서 담당해 구체적인 상황은 자세히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전국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이 개최됐고, 아쉽게도 지역 건축사의 당선은 확인되지 않았다.

 

Q 개인적으로 도시재생에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는지?

도시재생은 마을의 공동체가 가장 중요하다. 공동체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도시재생은 주민 위주의 사업으로 진행을 해야 한다. 항상 주민들이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공동체 활성화가 가장 먼저이고 가장 중요 하다. 덧붙여서 도시재생은 사전적인 의미만 받아들여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도시재생은 침체된 도시를 다시 활성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2

‘주민 참여가 전제된 사업 추진이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
최이선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인


Q 현재 옥천동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도시재생 사업 추진에 도움을 주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건축분야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집수리 아카데미, 도시 탐사대, 골목길 투어 등 지역 도시에 대한 부분들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깨닫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일례로 집수리 아카데미는 간단한 집수리 노하우를 전달해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더욱 오래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마을 기능을 활성화하게 해주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현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관련 활동들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이다.

 

Q. 옥천동 도시재생 사업에서 주민들의 역할과 사업추진 현황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조성되지 않고 있지만, 실제 교육한 이론적인 부분은 주민들과 함께 구축해나가고 있는 상태이다. 건축물 같은 경우는 공모전으로 진행돼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기 힘들고, 교육적인 부분은 주민 참여가 가능하다.

 

Q 지역 도시재생에서 지역 건축사와 지자체, 주민의 삼위일체가 중요한데?

그렇다. 그 원칙이 중요하다. 건축사에 조금 집중하면 지역 건축사들이 지역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고, 역사와 켜를 가장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문가인데 불구하고,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현재의 경우처럼 교육을 한다거나,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쇠퇴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도시를 깨우는 노력이 많다. 기존에 존재했던 부분을 건축적 요소로 재해석해 장점을 이끌어내는 도시재생의 방법은 어떤가?

유형적인 부분을 추구하기 때문에 도시재생 사업 간 그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도시재생 사업은 단기적 몇 해 추진 사업으로 끊어서 진행하면 안 되고,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Q 도시재생 사업 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도시재생에서 건축이 우선순위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물론 건축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참여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이어야 의미가 있고,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이 되기 때문이다.

 

글. 김진완(Kim, Jinwan_경기대학교 건축학과), 지하늘(Ji, Haneul_가톨릭관동대학교-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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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같은 집단 감염병에 대응하는 건축

Architecture that responds to cluster’s infection such as COVID-19

메르스로 다인 병실 병상당 유효바닥 면적 개선…‘코로나 이후 집단 감염병에 대응하는 건축적 대안 마련하는 계기 돼야’

관계의 건축

평소에 우리가 접하는 건축 디자인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도시, 사회, 자연 등의 관계를 조명하고 그 사이에서의 소통을 지향한다. 하지만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집단 감염증 속에서 우리는 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한 건축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일상을 생활하기 위한 건축이 아닌 일상을 지키기 위한 건축으로서 격리의 건축을 격리병실과 임시시설의 대응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격리병실
격리란 감염병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감염병 환자와 의사환자 등을 다른 이들로부터 분리하는 조치를 일컫는 의학용어이다. 이때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은 제1급 감염병과 제2급 감염병 등이 해당된다. 현재 코로나19의 경우 제1급 감염병으로 분류되고 감염경로는 비말, 접촉으로 파악되며,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이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음압격리병실은 이러한 감염병의 2차감염 방지와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음압격리병실은 이름 그대로 실내를 실외보다 음압으로 만들어 외부의 기압이 높은 쪽에서 기압이 낮은 내부로 공기가 들어오게 한 것으로 환자의 호흡 등으로 배출된 바이러스가 섞인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차단하는 병실이다. 또한 오염된 공기의 확산을 확실하게 방지하기 위해 병실에 전실을 두어 2중으로 방지하고, 화장실의 불쾌한 냄새 등이 병실 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외부복도>전실>병실>화장실 순서로 기압이 낮아지도록 설계한다. 이러한 압력차는 주로 제1종 기계환기설비를 사용한다. 제1종 환기 방법은 급기, 배기를 모두 기계력을 이용해 수행하는 것으로 실내외의 압력차를 조절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때 병실 내의 안정적인 음압을 유지시키기 위해 급기는 CAV(Constant Air Volume)방식, 배기는 VAV(Variable Air Volume)방식을 사용하며, CAV는 일정한 풍량을 유지하는 정풍량, VAV는 설정값에 따라 풍량을 변화할 수 있는 변풍량 방식으로 배기되는 공기량을 이용해 음압값을 설정한다.
감염균의 생존력과 관계가 밀접한 온·습도는 증기 가습방식을 이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고, 오염된 공기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역풍방지댐퍼(Draft Damper)를 이용한다. 음압병실의 환기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기계환기 방식 중 상향환기 방식을 주로 사용하며, 환자의 비말이나 객담에 의한 질병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기존 상부환기와 다르게 환자의 머리 상부에 환기구를 배치하고 배기의 오염된 공기 확산 차단, 급기의 질 좋은 공비 공급을 위해 HEPA필터(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filter, 고성능의 멸균필터)를 사용한다. 병실 내부의 공기조화 방식과 설비는 이와 같이 형성되어 있으며, 병상과 외부의 관계는 다시 전실을 사이에 두고 분리되어 있다. 의료진은 이 전실에서 손소독과 방호복을 착용 후 병실의 음압복도로 들어가게 되며, 나올 때는 경의실을 통해 방호복을 벗고 세척 후 전실 전의 탈의실로 나갈 수 있다. 이처럼 출입 동선이 분리되어 바이러스 유출을 차단하며 감염병 환자와 병원 직원의 동선 또한 분리해 출입문을 따로 설치한다. 음압격리병실 내부 인테리어는 벽 이음매의 밀폐처리, 청소에 용이하도록 모서리가 둥글게, 바닥 오염 방지를 위해 벽걸이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2020년 1분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들의 일반 입원실의 총 병실수는 16만5,628개소, 병상수는 62만9,458개소이며, 격리병실의 병실수는 1,802개소, 병상수는 3,411개소이다. 이 자료를 보면 격리병실은 전체 17만9,021개소의 병실 중 1퍼센트의 비율을 차지하고 병상수로 보면 70만7,792개소의 병상 중 0.4퍼센트의 비율을 가진다. 이전의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그리고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격리시설이 부족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격리시설은 일반병실의 병상수에 비해 0.4퍼센트의 비율(의원, 요양병원 등을 제외한 수치이며 위 3개의 분류 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반병실만 가지고 있다)의 병상만 확보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실 면적과 병실 유지비용, 병상가동률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17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보면 격리병실은 1인실을 권장하며 1인실의 면적 15평방미터에 반해 일반병실 1인실은 10평방미터, 다인실 1인당 6.3평방미터로 일반병실이 많아질수록 병원 내 병상수를 늘릴 수 있다. 또한 음압병실은 연간 유지비용으로 2억5,000만 원 정도를 필요로 하지만 연간 병상가동률은 10%를 밑돌고 있다. 2018년 7월 개원한 마산의료원 독립음압병동은 42억 원의 비용을 들였지만 2년간 병상가동률은 6퍼센트를 기록했다.

이전과 이번의 감염병의 특수한 집단감염을 제외하면 현재의 격리병실은 사실상 충분하게 확보되어 있다. 이러한 특수상황에 건축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확인하고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집단감염 확산과 건축적 문제점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문제로는 공공병원의 음압격리병상의 부족이 지적된다.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와 격리에 필요한 음압격리병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9년 기준으로 국가지정격리병상은 198병상, 민간병원에 있는 병상까지 포함해도 1,027병상 수준에 그친다. 또한 국내 감염병 전문병원으로는 2017년에 국립중앙의료원과 조선대병원이 지정된 것이 전부이고 전북과 충북, 강원 지역에는 없는 상황이다. 감염병을 전담하는 지역거점병원과 격리병상은 지역 간 편차가 심한 편이어서, 해당 병원 및 병상이 부족한 지역의 환자를 다른 곳으로 이송하거나 일반 병원을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음압격리병실 공급부족문제
현재 전국에 있는 음압시설은 지난해 12월 기준, 음압격리병실 755개, 음압격리병상 1,027개로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전체의 20% 수준인 198개(전국 29개 병원)뿐이다. 나머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의 민간병원에 해당한다. 음압병상 수가 부족한데에는 해당 시설을 유지·관리하는데 드는 높은 비용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말하는 경제성과, 의료계가 주장하는 경제성이 상반되는 것이다. 또한 의료계는 음압병실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미비한 수준이라고 꼬집고 있다.

 

감염병 전문 병원의 부족
국가지정 음압병상조차 감염병 관리에 최적화 된 시설이 아니다. 격리치료실만 있을 뿐 필요한 지원공간이 존재하지 않아 종합적 감염관리가 어렵다. 감염병 전문병원이 있어야 고위험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고도음압격리시설을 운영하고, 일시에 대량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격리와 치료를 할 수 있음에도 병원당 2~10개의 소규모 음압병상을 운영하기 때문에 대량의 집단환자 수용도 불가능하다. 지난 2016년 질병관리본부는 용역보고서를 통해 메르스사태등 감염병 위기 시 제대로 대응하려면 136병상 이상 중앙감염병전문병이 필요하고, 5개 지역에 각각 50병상 이상의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음압격리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는 중증도에 따라서 병실을 활용해야만 한다. 음압격리병실은 병실마다 구조적·기능적 차이가 있고, 환자의 감염력 혹은 중증도에 따라서 활용할 수 있는 병실이 달라지게 된다. 즉, 음압격리병실 수준이 환자의 병상 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지정 음압치료 병상 운영과 관리 지침에 따라 지어진 시설을 A등급 음압격리병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복도 및 복도 및 복도 전실이 있어 병동이 분리되고, 병실에도 전실이 있어 3차 이상의 음압이 가능하다. B등급 음압격리병상은 병동 분리는 되지 않지만 병실에 전실이 있어 2차 음압이 가능한 병상이다. C등급 음압격리병상은 전실이 없어 병실이 일반 환자 및 의료진과 분리가 되지는 않지만, 공기의 흐름이 밖에서 안으로만 흐르게 설계돼 단독 공조만 가능한 병상이다. D등급의 경우 일반 병실에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해 일시적으로 공기 흐름을 밖에서 안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병상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 A급 음압격리병상만을 고집하며 시설을 확충해나갈 것이 아니라, 단계별 병상의 적절한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또한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수를 보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인구대비 두 번째로 많은 병상을 가지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를 직면한 상황에서 병상 부족이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공공병상 비율이 병상 수 대비 약 10.3%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OECD 평균 73.7%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이다. 또한 치료 목적이 아니라 생활·요양 등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 문제가 감염병 및 재난상황에 대처할 유휴병상이 부족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부족한 의료 시설, ‘임시 건축물’로 보충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건축적으로 보여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 음압병실의 경우 이번 사태처럼 대규모 확산이 벌어진 상황에 대응할 만큼 시설이 확보되어 있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여 어떤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가?
전염병뿐 아니라 재난, 재해 등의 상황에서 만들어진 임시시설에 대한 이미지는 미디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상황과 흡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영화 ‘컨테이젼’에선 임시시설로 체육관을 이용해 소독실, 환자 침대 등을 48시간 안에 준비한다. 이 같은 발 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학교 강당과 체육관 또는 경기장처럼 기존 공간을 임시 시설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라질 파카엠부 스타디움에는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200여 개의 야외 병동이 설치됐고, 뉴욕에선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을 임시병동으로 사용해 최소 200명 이상의 감영증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앞선 경우처럼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짧은 시간을 들여 임시 건축물을 짓는 방법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대응 과정에서도 다양한 임시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에서 건축적 문제로 제기되었던 부족한 의료 시설에 대한 해결 방안이자, 일반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염에 미리 대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2020년 5월 2일 의료기관 병상 부족을 해소하고자 설치한 임시건축물을 ANN을 통해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오다이바에 있는 체육관과 인근 배 과학관 주차장에 대형 텐트와 임시건축물을 설치해 합계 300개의 병상을 추가할 것을 계획했고, 산소호흡기와 같은 처치가 필요하지 않고 회복 단계에 접어든 환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의료 시설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육관이라는 기존 건축물 속에 병실 모듈을 구성해 환자를 수용하거나, 과학관처럼 수용 인원이 많은 공간의 넓은 주차장을 대지로 삼아 임시 건축물을 설치하는 방식은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이 되고 있다.

모듈형 음압병실 내부

다만 임시건축물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우한에 건설된 훠선산 병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폭증한 이후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2020년 2월 2일에 지어진 임시 병원이다. 군 야전병원 형식으로 건설되었는데, 공사 열흘 만에 완공되어 그 속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3만3,940㎡ 규모에 100개 병상 규모로 웬만한 대학병원 수준의 병상 수를 갖추고, 내부에는 중환자실, 외래 진료실, 음압병실, 중앙 공급 창고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빠른 시간 안에 건축된 당월인 2020년 2월 건물 이곳저곳에서 누수 문제가 생겨 급하게 보수해야 했고, 이는 중국의 ‘벼락치기’ 공사로 지어진 부실건축물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또한 훠선산 병원을 이용한 사람들은 병실 출입문이 바깥에서만 열 수 있고, 군인들이 운영 주체가 되어 철저한 외부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료하기 위한 목적보다 ‘수용소’에 가깝다고 지적되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치료 시설이 부족하게 되자 코오롱그룹이 ‘모듈형 음압치료병실’을 제작해 무상으로 제공한 사례가 있다. ‘모듈러 공법’을 통해 22일 만에 24병실 규모의 음압병동을 구축했는데,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감염병 환자 치료에 최적화된 설계가 적용됐고, 시공을 맡은 코오롱글로벌은 이를 토대로 2주 만에 모듈러 음압병실 24병상을 만들었다. 이후 현장에서 조립하는데 3일이 소요됐고, 현재는 24개 병실이 한 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기술적으로 최대 8층까지 쌓아 올릴 수 있어 부족한 의료 시설에 대해 양적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설은 설치 및 해체, 이동이 쉬워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모듈러 공법을 통해 지어진 음압병실이 있는가 하면, 모듈에 가장 대표적인 ‘컨테이너’를 이용한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이탈리아 건축 스튜디오인 Carlo Ratti Associati와 Italo Rota가 공동 설계한 ‘CURA’는 운송 컨테이너를 코로나19에 대한 플러그인 집중 치료 포드로 변환시켰다. 재사용이 가능한 6.1미터 운송 컨테이너로서 치료 목적의 병상이 부족한 상태에도 즉시 사용이 가능하고, 선박에서 철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운송 방식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병원의 주차장에 설치해 집중 치료 시설을 늘리거나, 운동장과 같은 넓은 공간에 다양한 배열로 구축해 임시 치료 시설로 운영할 수 있다. 컨테이너가 하나의 유닛이 되어 장소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치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생기게 된 것이다. CURA 프로젝트의 컨테이너에는 병원 및 실험실에서 오염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의 하나인 부압을 발생시키는 환기 시스템을 갖췄고, AIIR(Airborne Infection Isolation Room) 표준을 준수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임시 의료 컨테이너는 기존 컨테이너의 장점에 따라 병원의 공간 부족과 질병 확산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과거 감염병 예방 및 대응을 위한 공간과 동선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도 국제사회는 의료 시설을 보충하고 있지만 사후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또 이미 과거 비슷한 집단 감염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뒤늦은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집단 감염 질병에 대응하는 건축적 발전에 대해 알아본다.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의료시설_메르스 이후 달라진 기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은 오랫동안 유지되어오던 의료법을 개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인 병실의 병상당 유효바닥 면적이 4.3제곱미터에서 6.3제곱미터로 2제곱미터 증가했고, 1인 병실의 경우 10제곱미터로 상향 조정돼 미국의 FGI(The Facility Guidelines Institute) 기준인 11.15제곱미터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다인 병실의 병상 간 유효간격도 1.5미터 이상이 되도록 하는 등 전염병 발생으로 인해 의료법의 기준이 변화되고 개선되고 있다. 300병상 이상의 종합 병원에서는 음압 격리 병실을 300병상 당 1개 + 추가 100병상 당 1개실을 구비 하도록 의무화 했고, 격리병실 또한 300병상 당 1개 이상 구비하도록 하였다.

 

스위스 스코네 대학병원_오염 수직 동선과 청결 수직 동선
스웨덴에 위치한 스코네 대학병원 감영 병동은 감염병 확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수직 동선을 분리한 사례이다. 외부 리프트는 전염병 환자 및 병원 폐기물 제거를 위해서만 사용되고, 의료진과 청결한 물품 공급은 내부 리프트를 이용한다.

 

세종병원 응급의료센터 리모델링_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응급환자 동선 반영
부천에 위치한 세종병원은 지난 3월 응급의료센터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했다. 리모델링을 거친 응급의료센터는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응급환자의 동선을 최우선으로 반영했다. 감염병 환자가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될 경우, 센터 내부의 환자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동선을 구축했고, 응급환자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CT, MRI 등 영상 촬영을 위한 진료실로 바로 갈 수 있는 동선을 새롭게 확보했다.

 

서울 이대병원_감염 예방 최우선 조닝(Zoning) 구성
1, 2차 메르스 이후 감염 병동의 환기, 양·음압 및 오·배수 처리에 대한 기준이 생기면서, 서울 이대병원은 감염병 예방에 공헌할 수 있는 조닝 구성을 보여준다. 권역 응급센터,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감염센터 등 특수목적 구역은 단독 조닝으로 구성됐고, 음압병실도 응급실과 별도의 출입구를 마련해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이대 서울병원은 설계 단계부터 일반 환자와 감염 및 의심환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병원 외부에서 감염내과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출입구를 두어 원내감염을 막을 수 있는 동선 확보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또한, 병원 내부를 청정도에 따라 별도의 구역으로 나누고, 중요도에 따라 적합한 공조 시스템을 반영해 감염과 교차오염으로부터 안전한 시스템을 적용했다.
관련해 건축계 관계자는 “과거 감염병 사례를 통해 의료 시설 일부에 대한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감염병에 대한 온전한 대비책은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질병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구체적인 대응태세 구축과 점검이 필요할 것이고, 건축적 대응 방안을 함께 계획하고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글. 김미현(Kim, Mihyeon_전남대학교 건축도시설계전공), 임대근(Lim, Daeguen_금오공과대학교 건축학과), 주평화(Joo,Peoynghwa_전남대학교 건축도시설계전공), 홍성훈(Hong,Seonghun_인제대학교 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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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와 공동체 회복,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건축’

‘Architecture’ to solve and overcome social problems, housing welfare and community recovery’

공공주택의 새로운 모델,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을 만나다

건축은 필연적으로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고 풀어가야 한다. 우리는 건축이 사회문제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약자와 소수자에게 도움이 된,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건축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르코르뷔지에의 말처럼 공학의 발전이나 사람들의 가치관에 따라, 그 밖에도 여러 시대의 변화마다 건축물은 다양한 역할과 형태를 취해왔다. 그렇다면 환경과 윤리, 정치, 종교와 경제 등의 문제가 나날이 대두되는 21세기 사회에서 건축의 의미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 드러나는 여러 현상을 반영한 신조어 중 ‘일코노미’가 있다. 1인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와 그들의 경제활동이 시대를 대표하는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혼술, 혼밥, 혼영 등이 성행하고, ‘내’가 중심이 되어 스스로의 기준과 선호에 맞춰 산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SNS를 통해 홀로 활동하고 이를 공유하며, 남들에게 인정(혹은 관심)받으려는 모습은 결국 ‘우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많은 이들이 공동체의 회복과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이다. 도시 내 부동산 가치의 계속된 상승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저소득층은 더욱 주거지를 구하기 힘들어지는 현실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포기하고 혼자 살아가는 데 만족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 일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축사는 건축을 통해 어떤 해답을 제시해야 할까? 다수의 사례가 있겠지만 EMA 건축사사무소 이은경 건축사가 설계한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Mallidong Artists Cooperative, M.A.Coop, 이하 막쿱)’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었다.

막쿱은 중구 만리동 2가에 작은 예술인 마을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다. 예술인 가구 29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었고, 주변 시세 80% 수준의 저렴한 전세값과 입주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설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입주를 위해서는 거주기간과 소득 등 일단의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막쿱의 특징 중 하나는 입주 신청을 받을 때, 개별이 아닌 그룹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5가구 이상으로 만들어진 그룹들이 지역사회와 소통 방안 제시, 예술인으로서의 창작 의지. 협동조합원으로서의 활동 등을 제안하고, 개중 메인 그룹이 선정돼 입주 우선권이 부여되는 형식이었다.
건축 설계 시에는 입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커뮤니티 시설은 협동조합 측에서 위탁 관리해 부담을 줄였고, 해당 지역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 자발적인 다양한 활동을 도모했다. 이처럼 막쿱의 관리를 협동조합에서 맡기 때문에 다른 공공주택에 비해 저렴한 관리비와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럼 이처럼 예술인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특색을 가진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공주택. 막쿱은 5년이 지난 지금, 어떤 모습일까?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COOPERATIVE PUBLIC HOUSING IN MALLI DONG)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만리동 / 용도 공공주택,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1,327.40㎡ / 건축면적 493.75㎡ / 연면적 2,577.92㎡ / 층수 지하 1층, 지상 5층

 

인터뷰

‘예술가, 막쿱이란 공유공간에서 창작열 일깨운다’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막쿱) 이사회

언덕 위에 올려놓은 막쿱.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잘 정돈되어 있으면서 곳곳에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막쿱 이사진은 우리의 방문을 친절하고 유쾌하게 맞이했다.

Q. 먼저 입주자들을 선정하고, 설계 회의를 진행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같이 살고 싶은 이들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이 있나요?

처음 모집할 때는 83가구와 막쿱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논의가 이어진 시기만 해도 1년 반이라는 시간이었죠. 같이 만들어가지만 경쟁을 통해 뽑히는 구조라 의견 충돌과 경제적 문제 등의 이슈가 있었고, 참여하던 사람들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최종적으로 투표로 입주자를 선정할 때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설계과정에 모두 함께 참여하면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생하기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우리는 고집이 덜하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살고 싶었어요. 운영을 위해 리더십이 강한 사람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어요.
예술인들이 모여 살며 가꾸어 나가기 때문에 막쿱만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만약 정체성이 없어진다면 다른 공동주택과 차이가 없으니까요. 정체성이라는 것이 집단일 수도 있고, 예술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 같이 살 사람을 결정했습니다. 생각만큼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요! (웃음)

Q. 입주자 의견을 반영한 설계를 진행했다고 밝혔는데, 실제 개인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반영된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계획 당시에는 각자 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거나, 주거 공간과 공용공간에 쓰임새가 많고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경제적, 제도적 문제로 의견 반영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설치 유무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죠. 엘리베이터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공간이 많다는 점이 논쟁의 대상이었고, 결국 만들지 않기로 결정해 입주를 포기한 사람도 있었어요. 이 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SH에서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막쿱 내부의 중정, 아늑한 분위기를 주고 있다 – 1F

Q. 건축사의 설계의도가 입주자들이 바랐던 모습과 일치했나요? 그리고 예측하지 못했던 긍·부정적 부분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설계를 진행했던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계단 공간을 이용해 전시작품을 볼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기 힘들었고, 의도치 않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서 활용도가 낮아졌습니다. 미적인 이유로 배수로에 돌을 깔아 놨지만, 배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없애버리게 됐어요. 또 여긴 지대가 높아 바람이 아주 세게 불어요. 바람이 불면 개방형 다리가 많이 흔들려 잠을 못 잘 정도입니다. 복도에 방풍창이 없어 겨울에 수도관이 얼기도 일쑤고, 때문에 다른 곳에서 가서 씻곤 했던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죠.

외부의 바람이 들어오는 개방형 구름다리

전시공간으로 계획되었지만 사용되지 않는 계단 공간 – 2F

작품이 걸려있는 복도, 수도 동파 방지 커버가 붙어있다 – 3F

건축물 자체는 미적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매력적인 공간이 많아서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결국 여기는 주거하는 공간이잖아요. ‘실용성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공간이 협소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처음 기획했던 공간 활용 방안이 엘리베이터 설치에 따라 변경되면서 작업이 힘들어진 부분도 있어 안타깝습니다.

Q. 다양한 평형과 연령대의 가구들이 입주해 있는데요. 예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자 다른 개성으로 부딪히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술인 집단으로 만들어진 공동체 생활의 장단점이라면?

사실 이웃들을 보면서 ‘나랑 비슷한 사람이 많구나!’라고 느끼고 있어요.(웃음) 입주 전에는 그림만 그리다 보니 그쪽 분야의 사람들만 만나면서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인위적으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소통이 일어나요. 밥을 같이 먹는다던가, 청소를 같이하면서 마주치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뜻밖의 조언도 받게 됩니다.
음악인, 연극인 등 생활 속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분야의 예술인과 같이 이야기하고 작업하면서 내 영역이 확장된다는 점도 아주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함께 생활하는 이웃들과 소통하기 쉬운 구조인 것 같습니다만 커뮤니티 활동은 어떤가요? 그리고 막쿱 구성원이 아닌 주위 지인들을 초대하는 경우도 있는지?

원두를 볶고, 맥주를 만들기도 하는 공용주방 – 1F

네. 말씀하신대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까 이야기도 자주 하게 되고, 또 다른 작업을 알 수 있고, 혼자서는 알 수 없었던 여러 정보도 같이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지인 초대도 자유로워요. 여기 회의실 등과 같은 공적인 공간에도 지인을 초대해 다 같이 어울릴 수 있어요. 다만 (행사 등을 위해) 장시간 공간을 사용해야 한다면 미리 신청을 해야 합니다.

Q. 관리사무소에서 모든 역할을 담당하는 아파트와는 다르게, 서로 다른 29세대가 함께 막쿱을 관리해 나가는 모습이 색다릅니다. 일의 분배 등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무언가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누군가가 조금 덜 하기도 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 더 일하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어요. 다들 일반 직장인이 아니라서 체계적인 규칙을 정하고 만드는 것부터 힘들었죠. 하지만 총회나 반상회 같은 경우 모두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막쿱 안팎의 일을 다들 이해해야 하고, 소통해야 하니까요. 실효성 있게 유지되기 위해서 불참할 경우 조합발전기금(벌금)을 납부하고 있기도 해요. 서로 각자의 일과 또 공동체 안에서 맡은 일을 충실히 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과정에서 구성원들 간 유연하게 대응하거나 조절해나가면서 살고 있습니다.

구름다리로 모든 동이 연결되어 있다

Q. 구름다리로 각 동이 연결되어 있는데, 구름다리로 이동할 경우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구름다리가 있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확실하지 않은데, 구름다리가 엘리베이터가 확정되면서 계획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동을 계획하면서 3개의 동으로 나뉘는데 하나하나 동에 엘리베이터를 만들기보다는 구름다리를 통해서 연결하는 방법을 택한 거 같아요. 뭐 그러면서 아까 말했던 열린 복도가 나오면서 수도관이 얼어붙는 그러한 불편함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네요.

Q. 시간을 다시 돌려, 설계 과정에서 특별하게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일까요?

공간을 넓게 활용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공용공간의 경우 폴딩도어를 이용해 마당까지 확장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그 이상의 공간 활용은 아쉽게 반영 되지 못했어요. 이는 설계를 진행했던 건축사, 또 SH와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점이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공간 확장이 가능한 폴딩도어(folding door)

Q. 공동으로 생활하다보면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의 장점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도 표출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글쎄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살기 좋다고 보는데요. (웃음) 막쿱에서 생활하다보면 틀림없이 일반주택과 다르다는 걸 느껴요. 저를 포함해 많은 미술가가 내향적인 성격인 경우가 많은데, 공연하는 사람은 외향적인 분들이 많이 있어요. 성격이 이렇게 다른 사람과 모여 살면서 계속 마주치게 되고, 과정에서 재미있는 상황이 나오게 돼요. 일상에서의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삐걱거렸던 부분도 있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친해지면서 서로 잘 맞는 부분도 확인하게 되고, 그렇게 이웃이 되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Q. 2년마다 재계약을 하고, 최대 20년까지 주거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기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잠시 머물다가 이주하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합니다.

대부분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 해요. 보통 3인 가구 이상은 장기 거주를 하고 있는 것 같고, 1인 가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결혼 등 사유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서울시에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 받길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순환이 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급부로 보면 그에 따라 아쉬운 부분이 생겨요. 다 같이 만들어온 막쿱이지만 떠나는 이웃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대부분 성공해서 나가는 것 같아요. 잘됐죠. (웃음) 하지만 정주를 위해 분명 여러 가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그에 맞춰 서울시와 함께 노력 중입니다.

독서와 휴식을 위한 공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5F

Q. 공실이 발생할 경우 새로운 입주자는 어떤 식으로 선발하나요?

조건에 충족하는 예술가라면 선발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어요. 모든 예술가를 조건 없이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예술가 집단의 정체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조합이 매끄럽게 운영되고 돌아가는 이유에 정체성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검증 과정 없이 모든 이들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우리만의 색깔이나 정체성을 잃게 되고, 결국 막쿱도 무너질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입주를 원하는 사람과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심사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예술’에 대해 판단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입주자들을 고려하고, 공유공간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일단의 단계와 절차를 갖자는 의도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Q. 일반 공공주택과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일반 공공주택과 달리 빈부격차를 덜 느껴요. 어디 살고, 어디 동네가 좋고, 몇 층, 몇 평에 사느냐는 식의 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예술협동조합 공공주택’이라는 이름이 주민들에게 예술인으로서 자부심을 심어줍니다. 그러면서 ‘예술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돼요. 이를테면 우리가 예술가로서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을 말하는 겁니다.
예컨대, ‘예술가로서 도시의 일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동참해야 할 것인지?’와 같이 어떤 식의 삶과 행동을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을 갖고 생각하게 돼요. 일반 공공주택에서는 이 같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막쿱이라는 공간에서는 항상 고민하게 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트 클래스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Q. 다른 조합의 공공주택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다른 공공주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입니다만, 요즘 조합원이 없는 예술인 공공주택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부분은 아쉬워요. 주변에서 막쿱을 성공사례라고 많이 언급하지만, 우리라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거든요. 마주하는 문제에 대해 대안을 찾고, 이를 위한 창구로 서울시와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국에서는 이런 과정을 복잡하거나 관리의 어려움이 따른 다는 식으로 판단하고, 조합원이 없는 공공주택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에요.
좋은 선례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 의도와 달리 이 부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조합원, 조합 없이 생기는 공공주택들은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사례를 더 발전시키고, 자료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용공간에서 탁구를 하는 입주민들의 모습 – 1F

입주민들과의 인터뷰 모습

인터뷰에 도움을 주신 분들 <막쿱 이사회>
조은만 대표 및 이사장 미술/회화
이세준 이사 미술/회화 박진욱 이사 음악/재즈

Q. 막쿱의 존재가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지? 또 막쿱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몇 개의 프로젝트를 시도했어요. 공원을 중심으로 한 마을 축제, 서울시와의 협업, 여러 계층을 위한 문화전시 등의 활동이 그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보탬을 줄 수 있는 영역이라는 판단이었어요.
덕분인지 5년 차가 되면서 막쿱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 같고, 주변에서 일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이 밖에도 도시의 자원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 생각했고, 사업적으로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곳은 주거단지이자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다들 각자의 일이 있고, 때문에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데에는 시간과 돈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결국 언젠가는 떠나야 하고, 사업을 전개해도 ‘나의 것’이 아니라 적극적일 수도 없어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그래도 조합 운영이 이어지면서 처음보다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고, 현재는 틀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예술가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경계하고, 우리가 받은 혜택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지 계속해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험적 막쿱, ‘예술가들의 집’에서
‘지역사회 긍정적 에너지’ 근원되다

오늘날 건축의 화두 중 하나는 ‘CONTEXT’다. 설계가 도시의 맥락에 얼마나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건축물은 홀로 존재하기보다 주변 환경과 조직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완성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유주와 사용자만의 것으로 건축물을 바라보았던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건축의 공공성을 자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막쿱은 새로운 공공주택의 좋은 모델이다.
분명 생활·문화 수준의 향상으로 예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지만, 아직 주목받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예술가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헤쳐 나갈 여력이 없다. 그런 이들을 위한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이곳에 각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정체성을 이루고 있다.
건축적인 측면에서 막쿱은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며 처음의 의도가 다소 반영되지 못했고, 아쉬움이 남는다. 입주 예정자들은 치열한 회의를 거쳐, 많은 공사비와 관리비가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각 예술인을 위한 작업공간과 설비에 투자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엘리베이터가 반영됐고, 건축물 자체의 개성적인 공간들이 사라졌다.
1인 가구의 결혼, 2인 가구의 출산 등 가구원 수가 변하는 경우 부족한 주거 면적 때문에 막쿱에 계속 거주할 수 없다. 2인 가구와 3인 가구에 공실이 있어 옮기고 싶더라도 정책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정주를 원하지만 떠나야 하는 주민들이 매년 생긴다.
모두의 다양한 개성을 담고자 했지만, 한편으론 도리어 밋밋해지고 말았다. 건축물의 색처럼 무채색의 배경 위에 각 예술인의 재능을 그리기 원했지만, 그 부분의 의견도 통일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민들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또 다른 작은 사회를 만들었다. 물론 다양함이 언제나 장점이 되진 않았다. 서로의 뚜렷한 색이 섞이지 않아 부딪힐 때도,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래도 소통과 배려로 조합 안에서 서로 융화될 수 있었다. 그 에너지는 지역사회로 환원되며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속해서 여러 실험적인 공공주택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만리동이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대감과 소속감이 강한 공동체의 존재 때문이다.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서로 정한 규칙에 따라 책임과 양보로 행동한다. 막쿱에 대한 외부의 시선도 ‘예술’을 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자존감을 높여준다. 때문에 막쿱은 구성원들이 만족하고, 계속 정주하고 싶은 곳이 되었다.
1, 2인 가구의 잦은 교체로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은 눈에 보이지만 일시적이다. 뿌린 씨앗이 싹트기 전에 계속해서 밭을 가는 것보다, 이 공동체에서 맺은 열매가 다른 곳에 자라고 뻗어나가 지역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수 있길 기대한다.

 

글. 강영구(Kang, Youngkoo _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류가영(Ryu, Gayeong _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마동민(Ma, Dongmin _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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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부터 애니메이션, 게임까지…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가상세계’ 속 건축

From movies to animation and games…
Architecture in a ‘Virtual World’ shining in various colors

영화와 애니메이션 속 건축은 현실 표현이자 창의적 가공 통한 결정적 모티브 역할
설계 시 사용되는 3D모델링 게임제작서 사용, 건축전공자와 게임디자이너의 협업 ‘시너지 기대’

건축은 우리 실제 삶 가운데 존재하지만, 영화·게임 등의 가상세계 속 세상에서도 배경이 되어 다채로운 빛깔을 드러냅니다. 가상세계 속이지만 그럼에도 익숙함에 지나칠 수 있었던 건축물을 학생기자의 눈에서 해석해 보려 합니다. 영화와 게임, 애니메이션의 공간 속에서 어떤 건축이 존재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화 속 건축
‘시월애’에서의 갯벌 속 주택 ‘일 마레’…시간과 공간을 규명하기에 애매한 공간
‘푸른소금’ 속 유리마감재, 보이면서도 막혀있는 공간 표현

영화는 사전적 의미로 ‘일정한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해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종합 예술’이다. 한편으로 건축과 가장 비슷한 문화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이유는 ‘Sequence’라는 영어 단어 의미 때문이다. Sequence는 건축에서 ‘공간이 보여주는 연속적인 장면’으로, 영화에서는 ‘연속성 있는 하나의 주제정경으로 연결되는 장면’이라 불린다. 이처럼 비슷한 두 가지 문화지만 서로 특이한 점이 존재하고, 특히 영화에 건축이 없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영화에서는 수많은 건물들이 나온다. 또 영화는 모형이나 컴퓨터그래픽, 세트장, 가건물, 실제건물 등을 이용해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여기서 영화 세상 속 건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속을 꾸미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감독과 작가, 배우와 다양한 직원들이 공존해 영화를 제작한다. 그 중에서도 ‘프로덕션 디자이너’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보겠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영화의 전체적인 외양과 시각을 책임진다.
이현승 감독의 영화 <시월애>의 주제는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다. 감독은 원하는 공간을 찾기 위해 직접 프로덕션에 참여했지만, 감독이 원하는 공간은 존재 하지 않아 직접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천 강화군 석모도 갯벌에 주택 ‘일 마레’를 건축하게 된다. 이와 관련 한 평론가는 갯벌을 ‘시간과 공간을 규명하기에 상당히 애매한 공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현승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푸른소금>에서는 주인공 윤두현(송강호)이 은신처로 여의도의 36층짜리 오피스텔 ‘S-Trenue’를 선택한다. 여의도라는 공간이 지닌 특성, 바로 여의도가 도심 속의 섬이라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도시성을 지니고 있고, 누구라도 숨어들 수 있는 익명성 또한 갖고 있다. 물론 고층타워도 많다. 하지만 관객들이 보면 어디에 있는 건물인지 바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유리로 마감된 건물을 구상하게 된 거다. 유리는 공간을 나눌 수 있지만 시각적으로 나누지는 않는다. 보이면서도 막혀있는 공간을 표현한 것이다. 이현승 감독은 이 같은 영화 공간을 위한 프로덕션을 진행했다.
영화 <푸른소금>에서 여의도라는 장소는 도시성, 익명성, 위장성을 갖고 있으면서, 독특한 외관의 ‘S-Trenue’는 이 감독의 의도대로 랜드마크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는 영화 속뿐만이 아닌 현실에서 또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건축 비전문가이지만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감독의 장소성과 건축물에 대한 해석이 건축사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2006년 민병호 교수는 그의 저서를 통해 장소를 ‘삶의 정서와 주요 일상행동과 존재의 가치와 생활의 의미가 농축된 공간’으로 정의했다. 이를 달리 나타내면 [장소 = (시공간, 자원)+(동기, 우선행동)+(의미, 상징)]으로 표현이 가능하고, 이 개념을 <시월애> 갯벌의 ‘시공을 초월한 정서’와 ‘비현실의 상징’, 그리고 <푸른소금>에서의 ‘익명성의 의미’ 등과 비교해보았을 때 ‘장소’에 대한 개념은 상호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건축이라는 분야는 인간사회 모든 것에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전자의 경우처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제 또는 그래픽 건물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사용용도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중 자료=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 자료=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건축
로보트 태권V, 갈라지는 국회의사당 돔은 일상 속 새로운 상상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채로운 건축물…시·공간적 배경과 철학적 의미 담아

지금 우리의 현실 속 건축물부터 상상 속의 건축물까지, 이 모든 것에 있어 표현하고자 하는 그대로를 펼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또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짱구는 못말려’를 통해 일본의 일상 주거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로보트 태권V’를 통해 국회의사당 돔이 갈라지며 나타나는 영웅을 통해 일상 속의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그 나라의 일상부터 일상 속 변형,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상까지. 애니메이션 속에 나타나는 건축 상상도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실제 자연속의 색감을 이용해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다채로운 건축물과 배경을 만날 수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서는 일본의 양식과 섞인 중세적 요소들이 나타나 새로운 시공간들과 놀랍도록 디테일한 현실 속 요소들이 더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거장’이나 ‘예술’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내·외면에 대한 고찰과 주변에 대한 성숙한 관찰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작업방식이다. 지브리의 작업방식은 그들의 철학과도 연결되어 있다. 2013년 11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을 통해 소개된 미야자키 하야오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내면으로 바라본 세계, 그 시선에서 마음이 동하는 것에 대한 기억은 오래 지속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쉽게 잊혀집니다”고 밝히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기억 속 풍경들을 잘라내 그림을 그리면, 스스로 어디선가 본 기억의 세계가 그림 속에 펼쳐집니다”라고 말했다. 손쉽고, 그래서 널리 사용되는 3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뒤로 하고, 손수 그림을 그리는 ‘셀 애니메이션’의 방식을 고수한 이유를 여기에서 엿볼 수 있다.
작품 스토리에 관한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대한 고민 뒤에 그의 기억 속, 우리의 일상 속 세세한 실제 디테일들이 더해진 것들은 수작업을 통해 여러 개의 선으로 나타난다. 올곧은 선이 아닌 울렁이는 선이 그려질 지라도, 그 선은 결국 역동감으로 표현된다. 혼자서는 절대 진행할 수 없는 작업과정들은 스튜디오 모두가 함께 완성해내게 되고, 그는 일련의 작업들을 통틀어 ‘마법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순도 높은 작품 하나하나는 결국 그 자체가 ‘스튜디오 지브리’를 나타내기도, 또 그들의 철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임 속 건축
건축에서 활용되는 3D 모델링, 게임 속 수준 높은 배경 등 공간구현
게임런처의 건축 활용 토대로 건축사들의 게임 개발 참여 기대

게임 속에서 배경은 맵구조(Map Architecture)와 레벨 설계(Level Design)에 따라 게임의 세계관이 설정되고 난이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배경 디자인이 게임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배경에는 자연적인 요소와 인공적인 요소가 있는데 건물은 둘 중 인공적인 요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속의 건물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게임에서 실존하는 건물과 유사하게 생긴 경우도 있고, 게임의 시대적·국가적 배경에 따라 설정의 배경이 된 곳의 건물 양식이나 문화를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획단계에서의 설정을 바탕으로 아예 새로운 건축물을 디자인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3D 게임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캐릭터뿐만 아니라 건물과 자연배경과 같은 게임의 배경이 되는 공간들도 입체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컴퓨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건축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3D 모델링의 활용이 게임의 배경 디자인에 적극 활용되고, 이를 통해 게임 속 건물의 퀄리티를 더욱 상승 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은 기획, 원화(컨셉아트), 그래픽, 프로그래밍, 테스팅(QA)의 제작 과정을 거쳐 출시가 되고, 이후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 중 건축사의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과정은 원화 단계와 그래픽 단계다. 게임의 원화 즉, 컨셉 아트는 크게 캐릭터와 배경으로 구분된다. 게임의 배경은 게임의 장르와 기획한 시나리오의 시대적, 기후적, 지형적 배경 설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게임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게임이 대부분 3D 게임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게임에 등장하는 건물의 외부적인 요소 외에도 건물의 내부까지도 구체적으로 설계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원화 단계에서부터 건물의 내부 도면까지도 상세하게 구상되는 경우가 많고 게임의 전체적인 시대관과 세계관에 따라 시대별, 나라별 건축물의 자료를 참고해 제작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게임 디자이너와 건축 전공자의 협업이 이루어졌을 때 더욱 완성도 있고 구체적인 원화를 완성할 수 있다고 본다.
원화의 다음 단계인 그래픽 단계는 원화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3D로 구현하는 단계다. 이 단계 역시 캐릭터와 배경으로 크게 나뉘게 되고, 자세한 과정은 3D 모델링, 모델에 색과 조명 등의 텍스쳐를 입히는 맵핑, 게임상에 모델을 배치하는 월드빌딩으로 나뉜다.
특히 게임과 건축은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유사하기 때문에 건축분야에서 사용하는 툴을 게임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게임 엔진에 중점을 두고 있던 유니티 엔진은 점차 3D 애니메이션과 건축, TA(Technical Art)영역까지 사용가능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게임런처들이 건축에 활용되는 현실을 바꿔 생각하면 건축사들의 게임 개발 과정에서 활발한 참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시티 컨셉아트

오버워치 부산맵

GTA 속 그리니치 천문대

배틀그라운드 배경

 

인터뷰
“기존의 건축을 이해해야 새로운 건축을 만들 수 있다”
송영민 마인크래프트 건축팀 ‘곰건친’ 유저

지금까지 애니메이션과 영화 그리고 게임 등 가상세계 속의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이번 장에서는 2011년 정식 발매된 MOJANG AB의 샌드박스 형식의 비디오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의 건축팀 ‘곰건친’의 송영민 유저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깊게 가상 세계 속 건축에 대해 들여다보려 한다. 마인크래프트는 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생존과 건축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자유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으로 유명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온라인에서 ‘자베 (자이언트베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송영민입니다. 가천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 중인 학생이면서, 마인크래프트 건축팀이자 아트팀인 곰건친(Project.G)팀을 창설해 7년째 40여명의 우수하고 열정적인 팀원들과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고흐의 세 작품을 3차원으로 재구성한 ‘프로젝트 고흐’라는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1백만 명이 넘는 분들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곰건친팀 외에 개인적으로 건축, 디자인,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재단법인 여시재 주관 미래도시설계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작년에는 지인들과 함께 만든 ‘Between Two Worlds’ 라는 독립영화에서 제작총괄과 예술 감독, 기획, 조감독, 캐스팅 등을 담당해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8개의 노미네이션과 9개의 타이틀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Q.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건축을 시작하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건축과 콘텐츠 제작에 흥미를 붙인 덕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접했는데, 당시 도화지에 2D로만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어서 3D를 통해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하며 다양한 도시와 건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양식과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고, 마인크래프트는 이를 표현하는 데 최고의 툴이 되었습니다.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서 다양한 건축양식에 관심이 생기며 건축과 관련한 공부를 하게 되었고, 건물과 도시는 시대와 공간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기에 세계사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대입 진로를 결정할 때 건축과를 가고 싶은 생각도 많았지만, 앞으로의 건축에서 보다 예술적인 가치를 그려내고 싶어서 시각디자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물론, 저는 설계분야에서는 문외한이기도 하고요. 제게 건축은 다른 예술분야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움, 그리고 인간과 어우러짐을 표현하는 하나의 장르라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 작품활동을 하셔도 가능하셨을 텐데, ‘곰건친’ 팀을 창설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저 혼자 하지 못하는 스케일이 큰 규모의 작품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한 3D 아트의 아카데미를 열고 싶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팀은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과 그 어우러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타임랩스’ 영상을 찍습니다. GBF Studio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건축 타임랩스 영상들은 최소 3개월에서 1년의 시간동안 30명의 인원과 협업해야 만들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들입니다. 이 영상 하나에는 건축과 디자인, 촬영, 편집, 음악, 서버관리, 프로그래밍적인 부분 등 굉장히 다양한 기술들과 역할이 필요합니다. 영화적 역할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만약에 팀이 없었다면 전 절대로 이런 큰 규모의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아카데미를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팀을 운영하며 크게 느꼈던 것은 어떤 일을 같이 함에 있어 사람들은 그룹 안에서 무엇인가를 배운다고 생각해요. 그 배움을 통해 개개인이 성장하는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원들은 대부분 순수하게 작품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교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배우는 것이 참 많았고요.

 

Q. 팀 내에서 각자의 역할은?
팀 안에는 다양한 부서가 존재합니다. ▲건축이나 디자인 등의 아트 ▲촬영을 하는 프로덕션 부서 ▲게임 내에서 여러 사람을 수용하고 타임랩스에 최적화된 서버를 관리하는 프로그래밍 기술 부서 ▲새로운 인력을 뽑고, 팀 내의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인사부서 ▲팀의 작품을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마케팅 부서 등에 속한 40명의 팀원들이 협업하고 교류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떠나서 중세시대

지구를 떠나서 고대시대

 

Q.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이 있다면?
건축물에 서사가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단순한 건축물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건축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더해 입체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죠. 제 작품 중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으면서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 두 개가 있습니다. 둘 다 1년 이상의 작업시간을 소요해 만들어졌는데요, 하나는 ‘지구를 떠나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고흐 프로젝트’입니다. 지구를 떠나서는 지구의 환경 문제로 인류가 새로운 행성에서 정착해 문명을 이루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문명이 이뤄지는 과정이 한 공간 안에서 드러나는데요, 건축 양식이 바뀌어 가며,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타임랩스로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고흐 프로젝트는 고흐의 명화를 저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고흐 작품의 추상적인 표현과 느낌을 3D 조형적으로 살린 영상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유튜브 110만 조회수를 달성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작품이기도 하답니다.

자베르트 의사당 2014

 

Q. 마인크래프트 속 건물을 기획 하실 때 어디서 영감을 얻게 되나요?
주로 영화와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고, 거기에 현 시대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더해져 작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는 정말 재밌는 소재가 많이 나오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지구를 떠나서’도 외계행성에서의 정착이라는 소재는 크리스토프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외에도 스탠리 큐브릭,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의 예술의 재창조에 대한 철학에서도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본 인상적인 건축물과 분위기 등을 마인크래프트로 저만의 느낌과 전하고 싶은 스토리에 맞춰 재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으로 인한 작품 중 대표적인 사례로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영감을 얻은 우리 팀의 첫 작품 ‘노스트라담 대성당’과 제 개인 작품 ‘자베르트 대성당’ 등이 있습니다.

자베르트 대성당 2013

노스트라담 대성당 2013

 

Q. 실재하는 건물을 보고 설계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 중 더 어려운 작업은 무엇인가요?
실제로 있는 건물을 참고 삼아 설계하는 것이 쉽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영감을 얻은 건축물의 요소와 양식을 저만의 방식으로 나타내곤 하는데, 아마 제가 그 건축물을 접하지 못했거나 양식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작업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아요. ‘룰을 알아야 룰을 깬다’라는 말에 동의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존 건축을 이해해야 새로운 건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창조가 아니라 진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건축물은 역사와 인류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인크래프트 사진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발표한 미래도시 자료

Q. 마인크래프트 건축의 발전 가능성과 세계적인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의 마인크래프트 건축 작품들은 이미 글로벌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제가 아는 동료 건축사 분들도 건축물들을 포럼이나, 플래닛 마인크래프트 같은 해외 마인크래프트 사이트에 올려서 큰 인기를 얻거나, 마인크래프트 공식 사이트에 소개되거나 인터뷰 하는 등 국내 작품이 해외에서 많은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깨고 전 세계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거나 작품을 알릴수록 대한민국 마인크래프트 건축의 위치는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고흐를 좋아하시죠? 고흐에 대한 설명과 ‘별이 빛나는 밤’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등 이런 인상주의적, 유화적 작품을 표현하시는 방법이나 구현하실 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화가가 한정된 장소에서 화지와 붓으로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 듯, 우리 마인크래프트 건축 유저들은 방안에 컴퓨터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며 작품을 만듭니다. ‘작은 공간에서 큰 것을 만든다’ 라는 역설적인 주제를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작은 공간’과 ‘방’에서 제가 떠오른 작품은 ‘고흐의 방’이었습니다.
또한 앞서 소개해 주신대로 고흐는 인상주의 화가입니다. 특유의 추상 표현과 색감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그 분위기를 무척 사랑합니다. 선이 뭉치는 기법과 긁어내는 듯한 붓터치를 표현하기 위해 마인크래프트로 작은 곡선을 만들고 그 곡선을 상하 좌우 앞뒤로 쌓아가며 고흐의 붓터치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구상적인 건물이나 조형물들은 심플하고 규칙적이게 표현해서 추상표현과 유화적인 느낌이 더 살아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마인크래프트에서 처음 시도해본 것이기 때문에 저와 팀원들의 연구와 노력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자부하는 편입니다.

 

Q. 이번에 은퇴작을 발표했습니다. 계획한 페이퍼 플랜이 있는데 못한 작품이 있을까요?
제가 사실 고흐 프로젝트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외계 문명’이라는 작품입니다. 외계에서는 중력과 건물의 쓰임새, 디자인과 짓는 방식 등이 전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외계인의 마을을 여태까지 본 적 없으면서도 매력적이게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그것과 동시에 ‘전쟁의 위험성’이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스토리가 있는 건축 영상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 고흐 프로젝트가 팀원들과의 회의에 선택되어 고흐 프로젝트를 만들게 되면서 페이퍼 플랜으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군 전역 후에 기회가 생긴다면 이 외계 문명이라는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마인크래프트 건축 설계 중 실제로 설계를 요청한 경우가 있거나, 작품과 같은 현실설계를 동경한 경우가 있다면?
제가 2018년도에 진행한 미래도시 공모전 작품 중에 기린의 모양을 한 빌딩을 디자인 했었는데요. 교수님과 건축 전공을 하는 지인들이 유독 그 건물에 투영된 아이디어와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도 이게 실제로 만들어지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Q. 건축사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건축사란 공학과 예술을 겸비한 정말 멋진 직업인 것 같습니다. 평소 우리나라의 스카이라인이 경제논리에 의해 회색 아파트화 되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앞으로 시대가 변한 만큼 건축사분들에 의해 도시가 새롭게 바뀌어가길 바랍니다.
온라인 작품은 어찌 보면 달나라 토끼 같은 꿈을 만드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에는 정말 다양하고 재밌는 건축 작품들이 정말 많습니다. 중력을 초월하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상력을 지닌 건물들입니다. 한 번쯤 유튜브나 구글, 네이버 검색을 통해 작품을 감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강수빈(Kang, Subin _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김진완(Kim, Jinwan _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박세홍(Park, Sehong _ 강원대학교 건축공학과), 지하늘(Ji, Haneul _ 가톨릭관동대학교-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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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기억, 그리고 흔적 – 군산근대문화거리

100 years of memory, and traces – Gunsan Modern Culture Street

형태와 기능을 모두 유지한 공간

동국사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조선에는 일본사찰 5백여 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동국사는 광복 이후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건물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일제시대 사찰건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사찰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건축 당시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여 가치가 있다. 동국사를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다른 일제시대 사찰들은 건물은 온전히 남았으되 더 이상은 불교사찰이 아니거나, 반대로 계속 사찰로서 기능하되 건물 형태가 많이 바뀌거나 기존 건물들이 사라진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동국사의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기능과 형태를 모두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사의 형태를 살펴보면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5칸의 건물로, 정방형 단층팔자지붕 홑처마 형식의 에도시대 양식이다. 외관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색이 차분해서 정갈한 느낌을 준다. 지붕물매가 75도 급경사이기 때문에, 기와는 못질을 해서 고정한다. 급경사의 지붕은 규모에 비하여 규모를 크게 보이게 했다.

 

히로쓰 가옥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군산에서 포목점과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며 군산부협의회 의원을 지낸 일본인이 건립한 일본식 2층 목조 가옥이다. ‘ㄱ’자 모양으로 붙은 건물이 두 채 있고 두 건물 사이에 꾸며놓은 일본식 정원에는 큼직한 석등이 있다. 1층에는 온돌방, 부엌, 식당, 화장실 등이 있고 2층에는 일식 다다미방과 도코노마 등이 있어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를 촬영하기도 했다.
히로쓰가옥은 적산가옥이라고 하는데 적산은 ‘적의 재산’, 혹은 ‘적들이 만든’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적들이 만든 집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근대 및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지은 건축물을 뜻한다. 과거에 일본인 촌을 이루었던 지역엔 아직까지 꽤 많은 수가 남아있고, 사람이 사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거기다가 기와와 지붕만 일본식으로 바꾼 개량한옥을 찾아볼 수 있다.
건축양식이 다른 만큼 외양에서 일반적인 주택과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데, 대표적인 특징을 들자면 겉으로 튀어나와 있는 목재 구조, 2층이 1층보다 약간 튀어나와 있는 모습, 일본식 기와가 얹힌 지붕, 밖으로 돌출된 비대칭 형태의 창문 구조 등이 있다.
이처럼 과거의 기능과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문화재들의 수가 적어 역사적 가치가 있다. 히로쓰 가옥은 가옥의 기능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완전히 기능의 변화를 했다고 할 수는 없다. 과거는 다양한 형태로 현재에 남아있다.

 

형태는 변했지만, 기능은 유지된 공간

구 군산세관과 현 군산세관

앞서 설명했듯이 구 군산세관은 한국은행 본점, 서울 구 역사와 더불어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서양식 건축물 중에 단연 손꼽힌다고 할 수 있다. 빨간 적벽돌과 좌우대칭인 건물은 그 당시의 트렌디함을 엿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군산항을 통해 쌀을 수탈해 가던 그 시절 애달픈 역사를 간직한 근대건축유산으로 현재는 근대 문화전시관으로서 기능은 변하였지만 맞은편 나란히 들어서 있는 현 군산세관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구 군산세관은 1990년대까지도 공무원들이 실제 세관 업무를 보았고 낮에는 세관 사무실, 밤에는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993년 해당 부지에 현재의 군산세관이 새로이 지어졌으며 그 역할을 이어받아 형태는 변하였지만 기능은 유지되고 있다.
구 군산세관 본관 말고도 많은 부속건물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본관 건물과 옛 창고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관에서 압수품을 보관하던 창고 또한 최근에는 순수 민간 자본과 지역 대학의 협력이 어우러져 군산 출신 작가들의 책을 중심으로 하는 서가와 커피 볶는 향이 가득한 카페로 리모델링되어 ‘인문학 창고’로서 지역 특색사업을 벌이고 있다.

 

군산 내항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은, 구 군산세관 본관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경제 수탈과 관련된 역사성과 보존 및 활용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만행은 극에 달해 인근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쌀들을 모두 군산 내항을 통해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하며, 그 때문에 당시 내항 주변에는 쌀을 보관하는 창고들이 수두룩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남아있는 창고들 외에 대부분 카페로 리모델링되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군산 내항 철도는 근대 항만으로서 군산 내항의 공간 구조를 형성하는데 기반이 되었고, 1920년대 후반 근대도시 군산의 공간 구조 변화에 영향을 준 시설로서 그 역사적 가치가 우수하다. 하지만 현재는 드문드문 끊겨 제 기능을 할지 의문을 가지고 있던 순간 ‘시간여행 꼬마열차’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넓게 펼쳐진 군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여행이라는 테마 안에 추억 열차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 보였다

 

형태는 유지하고, 기능은 변한 공간

첫 번째, 구 군산세관 , 현 호남관세 전시관 (사진 3135, 3119)

1908년에 서양식 건물로 지어진 구 군산세관은 적벽돌조와 동판지붕으로 된 석조건물이다. 연면적 228.09제곱미터, 지상1층으로 되어 있는 이 건물은 1993년까지 85년간 군산세관 본관으로 운영되었는데, 이후 현재의 군산세관이 생기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근대문화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에서 쌀 등을 빼앗아가던 일본 제국주의의 수탈의 아픈 역사를 증언해 주는 근대문화 유산과 더불어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건물은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과 건축자재를 수입하여 지어졌고, 외벽은 화강암 기초위에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쌓았으며 내부는 나무와 회벽을 이용한 유럽 양식으로 건축됐다. 지붕은 고딕양식이고 창문은 로마네스크양식으로 지어진 개항 초기 우리나라에 도입된 서양식건축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는 세관으로 사용되었던 이 곳이 현재는 호남 관세 전시관으로 사용됨으로써, 본 건물의 기능적 역사뿐만 아니라 군산을 포함한 호남지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박물관 한편에는 군산을 알 수 있는 전시관과, 동영상 상영실, 체험실 등 다양하게 구획되어 있다.

 

두 번째, 구 일본 제18은행 , 현 군산 근대미술관 (사진 3176)

1907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출발한 일본의 지방은행으로 지어진 구 일본 제18은행은 일제강점기의 은행건축의 양식에 따라 폐쇄적인 외관으로 계획되었고, 인조석을 사용하여 장식했다. 1936년 조선식산은행이 매입하기 전까지 일본은행으로 사용되다가 1938년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가 매입을 하면서 광복 후 대한통운주식회사 지점으로 사용되다가,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 2013년 근대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이전에 은행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이 현재는 근대미술관으로 사용됨으로써,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전시되고 있다. 미술관동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의 모습과, 건물의 역사 및 보수과정, 기증 작가들의 작품전이 열리고, 금고동에는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 및 독립운동의 모습을 전시하며, 마지막 관리동에서는 근대기 군산의 근대건축 부재들을 볼 수 있다.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여 철거위기에 놓였던 건물들을, 건물에 담긴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중요시 여김으로써, 건물은 그대로 유지하고 기능을 변화시켜 건물을 다시 활성화 시킨 공간들. 건축뿐 아니라 그 시대의 선조들의 삶과 의지를 느껴보자.

 

새로운 형태와 기능의 공간

이성당

한국의 단팥빵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지역이 바로 군산이다. 군산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빵집인 이성당이 여전히 인기리에 영업을 하고 있다. 이성당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령 빵집이다. 상호는 1945년 해방과 함께 지어졌다. 그래서 군산 이성당에는 ‘since 1945’라고 적혀 있으며 가게의 모든 빵 포장지에서도 1945라는 의미 있는 숫자를 볼 수 있다. 원래 이성당은 지금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했는데 1948년 적산가옥으로 등록된 일본 과자점 이즈모야를 이석우 씨가 불하 받으면서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이즈모야 제과점에서 이성당이 된 후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6년 군산시청이 이전한 후로 중앙로 주변이 급속도로 상권을 잃어 가면서 이성당은 약 10년간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게다가 1997년에 찾아온 IMF 금융 위기로 매출을 이어 나가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하지만 2010년 복고 열풍으로 군산의 옛 모습과 거리가 대중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 온 빵 맛에 대한 노력의 대가일까. 이성당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짧은 시간 내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빵집으로 변모했다. 시간이 흘러 2016년 말에는 본관 옆에 카페와 베이커리로 이뤄진 신관을 새로 만들었다. 이곳 화이트톤의 벽면에 걸린 흑백 사진들이 이성당의 70년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초원사진관

초원사진관은 1998년 1월에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 장소이다. 영화는 불치병을 앓는 30대 중반의 사진사 정원(한석규)이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을 만나면서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기억을 엮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 제작진은 세트 촬영을 배제하기로 하고 전국의 사진관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잠시 쉬러 들어간 카페 창밖으로 여름날의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차고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 사진관으로 개조했다.
‘초원사진관’이라는 이름은 주연배우인 한석규가 지은 것인데, 그가 어릴 적에 살던 동네 사진관의 이름이라고 한다. 정원의 집과 초등학교 등 영화 촬영의 대부분은 이 초원사진관 인근에서 이루어졌다. 촬영이 끝난 뒤 초원사진관은 주인과의 약속대로 철거 되었다가, 이후 군산시에서 관광객들이 관람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복원했다.
이 곳은 처음 얼마 간 새로 사진관이 생긴 줄 알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극중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엑스트라가 아닌 실제 방문객이라고 한다. 또한 크리스마스 장면에는 눈이 필요한데, 촬영시기가 11월 말이었다. 제작진은 사진관 주변에 솜을 깔고 소금을 뿌려 눈이 내린 것처럼 꾸몄다. 촬영 후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를 수거해 김장 때 쓰기로 하여 제작진은 청소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고 한다.

 

글. 김혜민(Kim, Hyemin _ 강원대학교 건축학과), 임보미(Lim, Bomi _ 세종대학교 건축공학부 건축학전공), 윤해성(Youn, Haesung _경기대학교 건축학과), 윤기한(Youn, Kihan, 전남대학교 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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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일보 _ 역사를 품은 도시 인천, 근대화거리를 뉴트로의 관점으로 보다

Gaehang Ilbo _ Looking at the modern street in Incheon, a city with history, from the perspective of New-tro

들어가기 전에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경제자유구역발전의 중심지로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과거 개항을 통해 다양한 문물을 받아들였고 현재는 산업화를 거쳐 우리나라 중심 도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도심 내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알려지고 있는 거리가 있다. 인천 중구청 앞쪽에 위치한 ‘인천 근대화거리’가 바로 그 곳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본식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며, 개항 당시 거리와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건물 안쪽까지 일본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중구와 지역 주민들이 낙후된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건물 외벽의 경관을 일본풍으로 바꾸게 됐다. 실제 개항 초기 인천에 세워진 주택들은 점포가 함께 딸린 목조주택으로 마찌야(일본 전통 도시 주택)와 나가야(일본식 연립주택)가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이국적인 분위기로 인해 인근 차이나타운과 동화마을을 찾는 관광객들도 발길이 닿게 됐다.

요즘 SNS 인증샷 성지로 떠오르는 곳들을 보면, 과거로부터 온 듯한 간판들과 인테리어들이 종종 보인다. 이렇듯 중·장년 세대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문화로 여겨지는 ‘뉴트로’가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뉴트로’란 새로운(New) + 레트로(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문화를 이야기한다. 단순히 과거의 것을 재현하기보다는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뉴트로의 핵심이다.

특히 인천 원도심이 뉴트로 스타일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천은 서양 문물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개항 도시로 100여 년 전에 지어진 항만, 우리나라 최초로 지어진 근대 건축물 등 조계지 문화가 원도심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 중구의 개항장 문화지구는 1883년 개항 당시 인천항의 근대 역사가 있어 거리 전체가 문화이자 역사이다. 한국 최초 근대식 호텔인 ‘대불호텔’, 외국인 사교 활동을 목적으로 한 ‘제물포 구락부’, 90년대 유행했던 오락실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빽투더레트로’가 바로 그곳들이다. 특별한 빈티지의 뉴트로한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인천 근대화 거리를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식인들의 숨은 명소, 제물포 구락부

인천 차이나타운 옆에 위치한 자유공원을 오르다보면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 있다. 바로 제물포 구락부이다. 제물포 구락부는 러시아 출신의 건축사 ‘사바찐’이 설계해 1901년에 완공된 2층 규모의 건물이다. 건물의 원래 명칭은 ‘제물포 클럽’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조계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클럽이 일본식으로 구락부라 불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곳은 본래 외국인 공사들의 원활한 교류를 위한 장소였지만 조계가 철폐된 이후 일본 재향군인회관, 부인회관, 미군사교클럽으로 사용됐고 1953년 이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이곳은 세계 여러 국가들과 문화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역사, 문화, 예술을 공부하는 다양한 시민들이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곳으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첫 서양식 호텔, 대불호텔

우리나라에 최초로 지어진 서양식 호텔 대불호텔은 “한국에 복음을 전파한 미 북감리회 선교사 아펜젤러가 묵었던 한국 최초의 근대식 호텔”, “가배라는 이름의 매혹적인 음료인 커피가 최초로 보급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대문화의 발신처” 등 개항 당시의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는 호텔이다. 개항 당시 인천항을 통해서 많은 외국인들의 출입이 빈번해지고 그러한 외국인들을 수용할 만한 곳이 없었던 제물포에서 붉은 벽돌의 3층짜리 서양식 건물인 대불호텔이 신축됐다. 주변의 다른 숙박시설보다 객실료는 비쌌지만 편안한 시설과 서비스로 인기가 높았던 곳이다. 1900년 인천과 경성을 잇는 철도가 개통이 되면서 더 이상 숙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당시의 화교인들에게 인수됐다.
현재는 2011년에 신축공사 도중 옛터가 발견되었고 대불호텔 터 활용 사업으로 2018년 3월 완공되어서 시민들에게 박물관으로 개방됐다. 박물관의 구성은 1층에는 대불호텔의 변천사 및 역사기록, 2층에는 당시의 객실을 재현한 전시실, 3층에는 연회장을 재현함으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의 모습을 재현해놓고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백 투 더 1980, 빽투더레트로

빽투더레트로는 게임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방문해야 할 전자오락실이다. 오락실에는 추억의 게임인 갤러그, 슈퍼마리오, 철권 등의 오락과 오래된 영화 포스터, LP판 등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소품들이 배치되어 있어 7080세대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마침 이곳을 운영하는 차민용 사장님이 계셔서 인터뷰를 요청하게 됐다.

INTERVIEW _ 빽투더레트로 차민용 사장

Q. 빽투더레트로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A. 인천의 사라지는 근현대사 문화를 보존하고 싶어서 이 곳을 운영하게 됐다.

Q. 이 곳은 특히 추억 속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강하다. 어떠한 점이 다른 곳과 차이를 만드는지.
A. 보통 카페나 호프집은 옛 향수의 분위기를 내는 곳이 많은데, 흉내만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수집가이자 운영자로서 문화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이곳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A. 우리 가게의 오락기는 대부분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제품들이다. 아무래도 수리할 때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최근에는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종종 험하게 다루는 분들이 계신다. 이 공간은 단순히 오락공간이 아니라 문화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문화를 즐겁게 향유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끝으로

앞에서 언급하였던 곳뿐만 아니라 이곳 인천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는 1883년 개항했던 인천항의 근대 역사가 잠들어 있어 거리 전체가 문화·역사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현재 다양한 문화재와 근대 건축물은 물론 아기자기한 카페도 많아 인증샷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시에서는 매년 가을 이곳에서 ‘개항장 문화재 야행’을 열고 대불호텔, 제물포 구락부 등 과거를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을 야간까지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그 곳에서 공연, 근대의상체험 등의 특별한 행사를 열기도 한다.
옛것에 새로운 문화를 입혀 새롭게 즐긴다는 뜻을 가진 뉴트로처럼 도시의 역사를 담고 있는 건축물의 흔적에 새로운 문화를 입혀서 개항장 일대가 단순히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닌 인천의 보물창고로서 새로운 문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 남두진(Nam, Doojin _ 대진대학교 휴먼건축학과), 허민(Heo, Min _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김현지(Kim, HyunJi _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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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를 생산하던 공장에서 문화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 침체된 도시의 활성화

From a factory that produced goods to a space that produces culture
– Activation of a Stagnant City

1. 개요
오늘의 아키쌀롱 주제는 기계소리로 이루어진 백색 소음과 함께 빈티지스럽지만 그 어느 동네보다도 지금 이 시기가 추구하는 감성이 있는 곳, 성수동이다. 특히 오늘 소개할 곳은 서울숲을 끼고 있어 한적함이 특징인 성수동 1가와 다르게 삭막한 공장이 멋스럽게 재탄생 된 장소들의 집합지인 성수동 2가이다.
성수동은 전쟁의 상흔과 전후 복구의 피로감 속에 파묻힌 상태에서도 자본주의 시장의 성장이 이루어졌던 1960년대부터 공업단지로 조성돼 공장지대가 주를 이루었고, 이후 70년대부터 최근까지는 수제화 거리와 함께 인쇄소, 자동차 공업사 등이 위치했던 제조업 중심의 지역이었다. 공장밖에 없었던 성수동 일대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서울숲에 고급형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 2010년대 이후부터다. 성수동은 강남과의 교통이 편리하고,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는 임차료까지 저렴해 젊은 예술인들이 그들의 작업공간으로 선호하기 시작했다. 특히 폐공장을 활용한 갤러리, 카페, 복합문화시설 등에 예술인들이 하나둘씩 작업장을 만들면서 문화지대의 대표적인 곳으로 뽑히는 홍대와는 다른 분위기의 문화구역으로 변화가 서서히 이루어졌다. 이렇게 성수동의 주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공간재생’이다. 특히 서울시와 성동구는 붉은 벽돌 마을을 성수동을 상징하는 새로운 브랜드 명소로 삼고, 오래된 건물을 지역의 건축 자산으로 보전하는 작업에 힘을 싣고 있다. 성수동의 공간들은 함부로 과거의 흔적을 지워버리거나 완전히 세련된 곳으로 탈바꿈하기보다, 지나온 과거와 오늘날의 가치가 공존하기를 택한다.
특히 더 중심적으로 파헤쳐 볼 곳은 버려진 공장이나 창고를 새로운 용도에 맞게 되살려 성수동의 새로운 로컬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세 곳인 대림창고, 어니언, 성수연방이다.

 

대림창고 : 전시, 커피, 음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갤러리 겸 카페

산업화시대부터 공장들이 들어섰던 성수동은 점차 공장들의 기능이 상실되어 죽은 도시공간이 됐다. 대림창고도 그 맥락과 함께했다. 1970년대에 정미소로 지어 졌던 대림창고는 1990년부터 공장 부자재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던 공간이었다. 최근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 일대에 카페와 공방,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대림창고가 있다.
대림창고의 처음 이미지는 궁금증이다. 이곳은 ‘대림창고’ 간판보다는 붉은 벽돌벽 사이의 통 유리에 비춰지는 모습에 더 눈이 간다. 붉은 벽돌을 따라 걷다보면 대림창고 내부의 갤러리 공간이 비춰져 이곳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그 궁금증에 이끌려 입구를 찾아 들어가면 이색적인 공간이 나타난다.

공장을 개조하여 만든 이곳은 공장의 구조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내부공간을 구획하여 갤러리겸 카페로 이용되고 있다. 기존의 트러스 지붕을 그대로 노출시켜 구조미를 보여준다. 높은 층고로 인해 벽면뿐만 아니라 천장에도 다양한 예술작품을 전시해 눈길을 끌며, 바닥 또한 커다란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공장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칫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여러 예술작품들과 식물들을 어우러지게 배치함으로 공간의 변화를 꾀하였다. 또한 획일화 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가구들이 이곳을 더욱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든다.

공장의 역할이 끝나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죽은 공간에 예술작품들로 생기를 불어 넣은 대림창고.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을 접하고, 이색적인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이곳은 더 이상 죽은 공간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생기 넘치는 공간이다.

 

onion : 과거 그리고 현재의 공간

소위 요즘 뜨는 디자인 스튜디오인 2인조 아티스트 그룹, Fabrikr(패브리커의 작품인 카페) ‘어니언’은 대림창고와 더불어 성수동의 대표적인 공간재생 사례라 할 수 있다. 한 건물이 가지는 역사성을 보여주듯 시간의 변화 또한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1970년대에 처음 지어져 50여 년의 시간 동안 식당, 가정집, 정비소 그리고 공장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한 공간의 흐름을 건물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녹슨 철문에 쓰여 있는 ‘신일금속’, 미처 바래지지 못한 페인트자국은 그 축적된 시간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처음 카페에 들어서면 장방형의 중정 공간이 손님을 맞이한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를 다양한 화분과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중정은 더 생기를 띤 모습이다.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빛바랜 타일들과 갈라진 페인트들은 그 자체로 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통 화장실에서나 쓰일 법한 45사이즈의 타일들이 외부 마감으로 치장되었지만, 전혀 어색함 없이 공간에 잘 녹아들어 있다.

어니언은 두 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마당을 사이에 끼고 있어 내부가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옥상을 뚫고 우뚝 솟아있는 베이커리 건물 앞 브릿지를 통해 연결된다. 더불어 베이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소한 빵 굽는 냄새는 옥상을 가득 채우다 못해 흘러넘친다. 냄새에 이끌려 올라간 옥상 라운지는 시끄럽지만 차분했다. 차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빌딩 숲 사이로 메아리 친다. 그러나 옥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성수동의 여타 다른 카페들이 그러하듯 어니언 역시 ‘날 것의 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옛 건물의 골격은 최대한 유지하되, 마감재를 뜯어내 그 안의 구조를 드러내었다. 내부에 가감 없이 드러난 콘크리트 구조와 창문 너머 중정으로부터 들어오는 초록빛 자연은 한데 어우러져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의 온도를 적절히 유지시켜 준다.
시간이 흐르며 건물의 역할은 다양하게 변했지만, 공간은 긴 시간동안 자리를 지켜내었다. 과거의 기억과 앞으로 기억될 어니언의 공간이 기대된다.

 

성수연방 : 음식, 전시, 상점들의 문화연방

성수연방은 과거 화학공장이던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곳이다. 기존 구조와 추가한 구조로 ‘ㄷ’자 모양의 공장에서 ‘11’자 형의 모양으로 바뀌었고 복도가 생기면서 공간에 다양한 동선을 만들어 낸다. 복도는 공간을 길게 지나가면서 연방의 상점들을 모두 구경을 하면서 지나가게 한다. 또한 기존 공장의 중앙에 있는 주차장은 파빌리온이 있는 체험형 전시공간으로 꾸며 문화공간의 역할을 한다.

연방의 중앙 공간에는 박공모양을 가진 파빌리온이 자리 잡고 있다. 주차장으로 사용되어 비어있던 공간에 체험형 파빌리온을 설치하여 방문객은 공간을 경험하고 즐기며 향유한다. 파빌리온은 외부에서는 단순한 매스로 되어있어 파빌리온의 존재감만을 방문객에게 인식시킨다. 외부와 다르게 내부는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화려한 장식들 사이에 휴식 공간이 있는데 이는 SNS에 업로드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 낸다. 이러한 공간을 전부 즐기고 나면 양옆에 있는 상가들로 자연스럽게 유입된다.

유입되는 방문객은 열주를 따라 길게 늘어진 복도를 따라가게 된다. 자연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연결되고 2층의 상가를 둘러보게 된다. 건너편의 상가를 보고 가기 위해서는 복도의 끝까지 걸어가서 건너가야 한다. 하지만 복도 끝까지 가는 동안 다른 곳에 눈이 팔려 연방을 둘러보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답사를 가서 한눈에 들어온 곳은 아크앤북 서점이다. 아크앤북은 기존 공장이었던 공간의 역사적 정체성을 가판대에 적용시켰다. 공장 기계들의 배치와 생김새와 비슷해 보이기 위해서 철판을 활용한 가구를 반복적으로 배치했다. 가판대의 한쪽은 책장으로 되어 책을 판매하고 있고 반대쪽은 넓게 책상처럼 되어있어 상품을 전시할 수 있다. 또한 책장 사이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책을 꺼내어 보거나 염장을 구경하다 지친 몸을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많은 도시재생 사업과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보면 공간의 재탄생과 문화의 접목이 대부분을 이룬다. 성수연방도 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상가가 입점한 상업공간과 전시를 위한 문화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이러한 성수연방은 도시재생과 복합문화시설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2. 끝

성수동은 위에서 언급하였던 세 곳을 필두로 다른 많은 문화공간이 많다. 그 이유는 구청이나 시에서 많이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성동구청은 성수동의 늘어나는 예술인들의 추세를 반영해 성수동을 젊은이들의 문화예술 광장으로 발전시켜 가겠다는 계획이다. 덧붙여 ‘길’이 한 번 뜨면 전부 다 카페나 식당으로 바뀌기 때문에 ‘유흥업소총량제’ 등을 통해 적절히 규제해 서울숲, 뚝섬역부터 성수사거리까지의 구역을 넓은 문화예술 지구의 개념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여러 동네가 00동, 00길로 뜨면서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상업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본래의 그 동네의 멋이 사라지고 다른 모습으로 변질해가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성수동은 어떤 변화의 모습을 겪게 될 것인지 기대된다. 다만 바람은 오랜 시간 서울의 역사를 담고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는 곳이기에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조화롭게 새로운 것들과 어울려 문화예술 광장으로서의 성수동의 변신을 지켜보고 싶다.

 

글. 김혜민(Kim, Hyemin _ 강원대학교 건축학과), 임보미(Lim, Bomi _ 세종대학교 건축공학부 건축학전공), 윤해성(Youn, Haesung _경기대학교 건축학과), 윤기한(Youn, Kihan, 전남대학교 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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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들여다보기

Exploring Munnae-dong

문래동의 주말 모습
*문래동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도림로 일대
면적: 1.49㎢
인구 3만 1761명(2008)

영등포구 문래역 7번 출구에서 나가 걸어가다 보면 ‘문래창작촌’이라는 팻말과 함께 문래창작촌의 아이덴티티인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낮에는 철공소가 열심히 일하는 소리가 가득해서 불편한 소음으로 들릴 수 있지만 밤이 되면 상점들의 조명이 켜지고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낮과 밤 둘 다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문래동이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를 가진 것은 아니다. 원래 문래동은 6.25 전쟁이후 생겨난 소규모 철재공장이 밀집했던 곳으로 밤낮으로 기계음과 용접 냄새로 정신없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IMF 이후 철강업체들은 급격하게 줄었고, 재개발에 의해 아파트 단지와 고층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철공단지 변화가 시작됐다. 저렴한 임대료로 인해 근처 홍대와 합정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젊은 예술인들이 밀집하기 시작했고 철공소와 예술촌이 공존하게 된다. 문래창작촌은 철공소와 예술촌이 공존하게 되면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어 아날로그 감성을 찾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장소가 됐다.

문래동의 주말 오전은 생각보다 더 쓸쓸했다. 동네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정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렬한 곳이었다. 차가운 색을 지닌 동네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나는 쇠와 페인트 냄새, 그 속에서 생겨난 예술가들의 아지트와 차가운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카페들까지 어울리지 않으면서 어울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번 아키살롱에서는 특별히 그동안의 글 위주의 동네 탐방보다는, 사진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건축학도 4명이 모여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동네를 탐방하였고, 그 결과로 각자 사진을 제출하기로 했다. ‘벽화와 간판, 골목과 질감’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문래동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단순한 기행문에서 그치지 않고, 사진을 통해 글 너머의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 골목으로 본 문래동

골목이 유독 많은 동네
문래창작촌의 특징은 철공소 사이로 나있는 작은 골목을 지나가면 예술인들의 작품인 이상한 간판을 가진 상점들과 다양한 벽화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골목을 보면 현대에 아파트단지에서 볼 수 없는 옛날 집 골목 느낌들이 가득하다. 또한 골목마다 개성있는 상점들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낄 수 있다.

 

■ 벽화로 본 문래동

숨은 그림 찾기가 재미있는 동네
문래동에 갔을 때 제일 눈에 들어왔던 건 곳곳에 있는 벽화였다. 예술과 철공소가 공존하는 문래동에서 예술가들이 철공소의 철문부터 시작해서 건물의 외관, 가로등, 계단, 골목 골목에 자신들의 세계를 펼치고 있었다. 특히 수많은 벽화 중 문래와 메롱의 언어유희를 보여주는 다양한 크기와 색을 가진 글씨 MR과 메롱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길을 걷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고, 어느새 다른 메롱을 찾으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 문래동의 기억이 벽화를 통해 강하게,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좋았다.

 

■ 간판으로 본 문래동

문래창작촌의 ‘표정’을 드러내는, 다채로운 간판들
사람이 모두 다른 얼굴과 표정을 갖고 있듯이, 문래창작촌의 상점들은 각자 두드러지는 표정을 가진다. 철공소를 운영할 때의 오랜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는 간판들이 있는 반면, 그 흔적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켜 보여주는 간판들도 있다. 또한 나무 조각이나 상점의 성격을 보여주는 벽에 다닥다닥 붙인 스티커 등 우리가 흔히 아는 간판이 아닌 모습도 많다. 문래‘창작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독창적인 간판들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 텍스쳐로 본 문래동

가까이서 보면 더 재밌는 동네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지는 동네였다. 철공소가 많다고 해서 어찌 딱딱하고 차가운 것만 있겠는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갔던 질감들을 찾기 위해 자세히 보고 또 카메라로 확대해가며 문래동을 돌아봤다. 나무부터 기름, 돌, 페인트, 녹슨 철 등 생각보다 꽤 많은 재료들이 공존하고 있었고, 가까이 들여다보니 색깔들도 제 각기 달랐다. 이 사진들을 의도해서 찍다보니 내가 자연스레 모든 사물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가끔은 이런 좁은 시선과 생각도 필요하지 않을까? 어쨌든, 가까이서 보면 다르다.

 

글. 김세빈(Kim, Sebin _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박수진(Park, Sujin _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
박가연(Park, Gayeon _전남대학교 건축학과) 박우승(Park, Wooseung _ 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