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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역할·직무 대중 인식 환기, 방향과 과제 “건축은 삶을 그리는 문화, 건축사 역할에 대해 일상의 쉬운 언어로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해야”

Directions and tasks for arousing public awareness of roles · duties of architects
“Need to communicate with the public in a friendly way but simple everyday language about architecture―the culture of life, and the role of architects”


일시 2022년 7월 13일
장소 넥서스 플래그십 서울 갤러리

참석자
홍성용 건축사(월간 <건축사> 편집국장/ 건축사사무소 NCS lab)
김창균 건축사(주.유타 건축사사무소)
임형남 건축사(건축사사무소 가온건축)
홍만식 건축사(주.리슈 건축사사무소)
최연송 기자(KBS)


지난 7월 13일 넥서스 플래그십 서울 갤러리 옥상 라운지에서 월간 건축사지가 마련한 좌담회가 열렸다. 주제는 ‘대중매체를 이용한 건축사사무소 마케팅 전략’. 임형남 건축사, 김창균 건축사, 홍만식 건축사, 그리고 본지 편집국장인 홍성용 건축사와 최연송 KBS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 환기와 제고, 이를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건축을 하는 것은 건축사뿐 아니라 건축주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건축이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때문. 건축을 문화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건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건축사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마케팅을 통해 이를 알리는 것 또한 건축사의 역할이자,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라 볼 수 있다. 패널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건축사가 조명되며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전문직업인으로서 건축사의 역할 ▲사람의 삶을 담는 건축 설계의 중요성과 필요성 ▲건축 과정에서 비롯되는 즐거움 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어긋난 시작과 건축사에 대한 대중 인식 제고 필요성
다양한 매체 노출로 점차 변화 중이나 시작 단계에 불과

홍성용_오늘은 크게 미디어에서 건축사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중들이 보는 건축에 대한 시각에 건축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건축하는 사람들이 미디어를 이용해 등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은지와 더불어 사회에서 건축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다뤄보고 싶은데요. 관련한 내용을 모두 편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임형남_우리나라는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 불행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외국 사람들이 더 착하거나 똑똑해서 건축사에 대한 인식을 갖고 대우를 해주는 것이 아니고요. 일본은 처음 근대화를 거치면서 사회 직능들을 잘 구분하고, 역할분담이 세팅되는 과정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시기가 없었죠.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사회 시스템이 바뀔 때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 보니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물량 중심의 개발주도 방식이 건축계를 주도했고, 그때 전면에 나서 큰 활약을 한 것이 현대건설 같은 건설회사들이죠. 이외에 김수근, 김중업 같은 일부 엘리트 건축사들이 건축계를 주도했고요. 하지만 건축사들의 활약은 10%도 채 되지 않았고 나머지 90%의 물량을 건설회사가 주도하면서 건설=건축의 등식이 성립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죠. 지금은 조금씩 건축사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있는데, 아직 시작단계라 그런 문제를 현장에서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홍성용_말씀하신 내용을 언급하자면 다큐 두 개쯤은 나올 것 같습니다. 사회가 변하기 시작했을 때 출발점에서 우리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했기에 나중에 용역을 하는 자로서의 건축사만 남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봐요. 지금 그걸 회복하고 건축사로서의 지위를 찾으려니 굉장히 어려운거고요. 조금 빗나간 얘기일 수 있지만 유럽 대륙은 산업혁명으로 체제가 바뀌는 과정에서 건축하시는 분들이 공간과 관련한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빈민 주거 문제에 대해 왕족, 황태자부터 나서서 서민주거위원회 같은 클럽을 만들어 기부금을 받는 식으로 빈민 주거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영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당시 리더가 되는 아키텍트들의 참여가 있었고요. 그 과정에 건축하는 이들이 개입해서 어떻게 보면 유토피아적인 사고, 궁극적 미래에 대한 지향점을 고민했던… 일본도 나아가야 할 방향 같은 근본적 고민을 했던 시기에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그 고민을 놓치고 표피적으로 접근한 거고요. 6.25 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건축사들이 발언한 적이 없고, 의사결정에 개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러면서 수요와 공급에 포커스가 맞춰져 당장 주거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회사가 부각되며 자금 마련을 위한 선분양시스템이 도입되고, 그러다 보니 건축사는 도면을 그려서 납품하는, 어떻게 보면 조력자정도로 취급되기도 하고…. 김수근 선생이나 이희태 선생 같은 분들은 그들과 다른 시장을 본 거죠, 대중과는 먼. 초 엘리트그룹의 건축사들은 대중과 다르다는 생각에 괴리감이 커지고, 일반인들은 공급하시는 건축사분들을 만나게 되다보니 건축과 건설이 동일선상에 놓이게 됐고요. 건축의 근본적 고민은 거기서부터 출발하는데, 여전히 대중들은 모르는, 발주처와의 관계맺음에 가까워 보이고요.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합니다.

홍만식_일상에서 일반적으로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이 생긴 지 약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자의든 타의든 저희의 역할들이, 특히 90년대 초반 학번을 가지신 분들이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저희들은 이전 선배 학번의 엘리트 건축을 보고 자랐고, 그런 것을 닮아가다가 정작 사회에 나와 완전히 다른 현실에서 건축을 하게 된 거죠. 결국 자연스럽게 소규모건축에 관심을 돌리면서 일반인들과 접점이 많이 생기는 상황들이 발생했고요. 그 과정에서, 큰 미디어 매체와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SNS나 다른 다양한 매체와 관계를 맺으며 일반인들과의 접점도 굉장히 늘어났거든요. EBS 같은 채널에서도 건축이 노출되는데, 건축이라는 어려운 과제들의 접점을 쉽게 설명하면서 일반인들에게 건축사라는 직업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대중들이 받아들인 건축에 이면의 고민 흔적이나 디테일에 관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건축사가 무엇을 하는지 근본적으로 대중이 이해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저희가 역할을 해온 게 분명한데, 권력이라는 속성 자체에서 건축사적인 면모나 영향이 보이는 단어가 없거든요. 정부에서 발표되는 것은 일부의 어떤 훌륭한 건물, 공공건축이나 대부분 수량에 관련돼 있고요. 아쉬운 점은 그 과정에 어쨌든 한 줄이라도 건축사의 역할이 들어간다면,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하면서 그렇게 일반인들에게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 관리하기 힘든 부분들이니까요.

김창균_10년 전부터 건축이 여러 매체에 더불어 소개되면서 상황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과거 건축의 최고 미덕은 싸고 빠르게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흐름이 바뀌었죠. 2011년에 나온 『두 남자의 집짓기』라는 책이 굉장히 화제가 되면서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게 알려졌고, 그런 식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점점 젊은 건축사들의 활동이 넓어지고 저변화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한편으로 큰 틀에선 건축사의 역할이 미흡한 것 같고 아쉽지만 뿌리 부근에서는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고, 많은 일반 대중들의 이해도 거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젠 그냥 부동산, 재테크로서가 아니라 건축이나 인테리어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고,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게 사실입니다. 임형남 건축사님도 EBS 프로에 출연하면서 공을 세우셨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떤 건축의 대가를 키울 것처럼 건축교육을 했지만, 정작 그런 퀄리티의 건물은 몇 없는 거잖아요. 서울시의 통계를 보니 2025년 정도면 강남에 재개발·재건축되지 않은 건물들의 노후도가 피크라고 합니다. 그럼 그걸 자력으로 독립 재건축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물량이 대기순번을 기다리고 있고, 건설사에서 다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니기에 우리가 한편으로 홍보를 잘 하면서 앞으로의 길을 닦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우리의 스타트가 늦은 건 당연하지만, 현재는 일본보다 물량이 훨씬 많다더라고요. 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마케팅 측면에서도 한 스텝 한 스텝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최연송 KBS 기자

임형남 건축사

# 대중이 건축사 역할 인지하는 경우 드물어…
이를 알려주는 것도 건축사 역할 중 하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윤리의식 등 갖춰야

홍성용_다양한 건축주를 만나면서 어떨 때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시나요?

홍만식_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건축주들을 이해하게 되는데, 건축사들에게 엄청난 디자인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냥 가진 금액 안에서 좋은 건축물을 요구하더라고요. 근데 한편으론 건축사에 대한 이해도가 명칭마저도 설계사에 그치고, 인허가 등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과 그걸 앞으로도 두고 볼 것인가 하는 점에서 매우 막막합니다.

임형남_가끔은 사무소에 와서 일을 맡긴다고 하는데, 설계비를 줘야 한다는 걸 모르더라고요. 종이 몇 장 주는데 종이 값을 그렇게 많이 받냐면서. 그럼 전 천 값이 얼만데 몇백만 원을 주고 옷을 사냐고 얘기하죠. 설계는 시공비에 포함된 줄 알고 종이 값으로만 쳐요. 건축사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거든요. 우리 직업에 대한 인식이 없는데, 그런 바탕에서 건축설계를 한다는 게 가장 웃긴 거예요. 희망적인 건 그래도 조금씩 건축사사무소를 찾아온다는 거죠. 설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거든요. 사실 건축은 문화로 다뤄야하는 분야에요.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이 공학으로 비춰지고 또 평당 얼마인가 하는 인식이 있는데, 외국에서는 문화로 인식하고 제일 많이 보는 게 건축물이에요. 오래된 유적이나 문화적·예술적 유물이죠. 그런 부분을 방어하지 못한 게 문제고, 또 많은 부분에서 그동안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설계해서 집을 지은 이들은 소수의 부자들이고, 나머지 90%인 동네의 많은 집들은 대부분 건설회사 주도로 지었다는 게 제일 큰 불행이라고 생각해요.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바뀌고 있고요. 얘기를 나누거나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래서 설계를 해야 하는구나, 설계가 중요하구나 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보통은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단편적 지식이나 핀터레스트에서 본 이미지 정도에 그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그걸 꿰어 주는 게 저희들이 할 역할이죠.

김창균_요샌 많은 분들이 그런 얘길 하세요. (미디어에서 건축에 대한)설명을 해주니까 그냥 단순한 방 세 개, 욕실 두 개가 아니라 집이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구나, 하는 이야기요. 건축주들도 즐거운 과정이고 왜 이제야 시도했을까 하는 얘기들을 하고요.

홍성용_방송에 조금씩 노출되면서 설계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고 저런 직업이 있구나 하는 식으로 인식이 바뀐 것 같아요. 좀 다른 얘기지만, 주택은 개인의 기호가 다 다르잖아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커버하시나요?

임형남_저는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가성비가 굉장히 낮은 설계 방법이죠. 그 시간에 건물을 작업하면 좋겠지만, 건물에는 그 사람들의 인생이 들어가는 거거든요. 괴롭기도 하지만 즐거운 과정이죠. 그러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한데, 학교에서는 멋있는 결과물과 구조 등 건축의 모든 제반 요소들을 배울 수 있지만 만나서 대화하는 법은 알려주지 않죠. 만나서 숨겨진 내면을 듣고, 그러기 위해 우리가 그 사람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툴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홍만식_저도 건축주를 만나면서 사회성을 습득했는데요, 건축사들과 학생들마저도 관련 인식 자체가 부족해 보입니다. 지금 부동산이 저희 영역을 많이 침범하고 있는데, 부동산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우리가 부동산을 알고 이야기를 나누며 먼저 리드했으면 훨씬 좋은 건물이 많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축단계에서 나머지 관계를 통해 발전시킬 수 있도록 건축사들이 먼저 개입해야 합니다. 이 부분도 마케팅 차원으로 선행되면 좋을 것 같고요.

홍성용_두 분이 말씀하신 내용은 건축사들이 각성해야할 부분이라 봅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자신의 세계에 몰두해 타인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홍만식 건축사님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자산에 대한 흐름을 저희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리드할 수 있더라고요. 상업·민간건축에서 지가가 비싼 강남을 예로 들면, 지가의 10분의 1 정도를 설계에 투자해 20%를 벌면 돈이 더 되니 그쪽은 오히려 더 새로운 디자인을 원하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죠. 근데 땅 값이 저렴하면 그만큼 지가 대비 설계비가 높아지니 어느 정도 선의 금액에서 설계를 할 수 있는지가 사람들의 관심사인 것 같아요. 그들 입장에선 전 재산이 투입되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건축사들의 디자인 꿈을 실현하는 데 큰 금액을 투자하긴 어려운 거죠. 경우에 따라 건축사들이 그런 고민도 해줘야 하고요.

임형남_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직업이라 오래된 임상과 수련기간을 거쳐 의사가 되고, 윤리적 의식이 필수잖아요. 건축사도 5년제 학제에 건축사사무소에서 10년 정도 수련해 사무소를 내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건축물이나 집을 잘못 지으면 누군가에게 큰 손해를 주기도 하고, 안전이 달려있으니까. 건축사로서의 윤리의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본을 위해 최대의 수익을 내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동네에서 묵묵히 일하시거든요. 일본은 동네건축도 정말 좋죠. 우리도 동네의 이름 없는 건축사들도 훌륭한 건축을 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 그들에게 건축설계를 맡긴다는 건 당신(건축주)한테 큰 도움을 준다는 것, 그런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연송_제가 진행하는 것 중 창작자로서의 이름을 찾아드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건축물의 창조자, 창작자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기획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건설사가 아닌 건축사들이 있다는 것과 그 분들이 진정한 창작자라는 걸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의 마케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합니다.

홍성용 편집국장

# ‘일반’적 언어를 사용한 실용적 접근 필요
도심에서 만나는 건축물, 그 자체로 마케팅 요소 될 수 있어

홍성용_도심의 건축에서 건축사들과 대중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임형남_저는 대중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수님과 부처님도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길 해 줬죠. 일부 건축사들은 현학적 이야기를 하거나 어려운 개념을 말해야 돋보인다고 생각하고 쉽게 말하면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건축사는 건축사의 얘기를 하고, 사람들은 못 알아듣는 거예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엘리트 의식인 거죠. 건축사와 대중이 유리되게 만드는 데는 이 언어의 문제도 있다고 봐요. 서로 대화가 안 되는 거죠. 사람들에게 알려진 분들은 드물게 일반인들의 언어를 쓰는 거죠. 우린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줘야 한다 생각해요. 왜 못 알아듣냐고 탓할 것이 아니라,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합니다. 입면도가 뭐고, 건축과 집은 무엇인지 설명해 줘야 해요.

최연송_건축사에겐 당연한 지식이 일반인들에겐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죠. 말씀하신 부분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끼고 있고요. 저희 프로그램 PD도 어느 게 입면도이고 평면도인지 몰라 거꾸로 쓰는 걸 봤습니다. 언급하신 엘리트 의식을 좀 내려놓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창균_최근 젊은 건축사들은 완공한 건물마다 머릿돌로 누가 설계했는지를 다 표시하더라고요. 꼭 그것만이 방법은 아니겠지만, 그런 만남도 괜찮다고 봐요. 저도 얼마 전 강원 태백에 3층짜리 건물을 완성했는데, 탄광촌 사시던 근처 어르신들과 주변 사람들 반응이 다 ‘왜 서울까지 건축사사무소를 찾아가서 그 큰돈을 쓰냐’는 식이었는데 지어놓고 나니 싹 바뀐 거죠. 서울은 미디어 노출도 잘되는 편이지만 지방은 좀만 더 가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방식도 괜찮은 것 같고, 지역 쪽에 계신 건축사도 건축물을 알리기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스타 롤 모델 앞세우기도 한 방안
건축사 삶 자체적 붐업하고 사회적 이슈 다뤄야

최연송_어떤 직업이 인정받으려면 롤 모델 같은 스타가 하나 있어야 하는데, 건축계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김중업 선생님의 작품 리스트를 정리해 봤는데, 김중업박물관에 남은 책이랑 다 대조해보니까 대표작이 아닌 작품들은 연도도 다르고 명칭도 명확하지 않더라고요. 방명록, 비망록의 기록만으로는 확인하기 부족하고요. 그런 점이 너무 아쉬워서 영상 기록물인 브이로그를 이용하는 방법도 제안해 봅니다. 또 올해는 김중업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니 공장이 (김중업)박물관으로서 사회에서 재활용된 모범적 사례로, 더해 건축계 롤모델로서 붐업을 시키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홍성용_동의합니다.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브랜딩 돼서 전체가 인지되는 건 어려운데, 그중 한명을 픽업시켜주면 탁 트여서 뒤따라가는 효과들이 있잖아요. 저는 임형남 건축사님의 캐릭터가 강한 점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누가 봤을 때도 디자이너라는 캐릭터가 보이거든요.(웃음) 대중들은 그런 모습을 방송 매체(EBS 건축탐구 집)를 통해 접하는 거고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분들이 건축계에서 픽업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창균_EBS ‘직장탐구 팀’에서 건축사사무소 편이 방영됐을 때도, 다들 “변호사는 아는데 이런 직업세계(건축사)가 있는지 몰랐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우리가 자체적으로 아는 것과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은 다르고, 무언가 우리가 우리의 삶을 다루면서 그런 것들을 자체적으로 붐업해야 할 것 같아요.

홍만식_지속성도 중요합니다. 길게 보면 대중하고의 소통 방법도 더 다양해져야 하고, 사람들과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져야한다고 봐요. 예전부터 분명 얘기해 왔지만 지속되진 않았죠. 제도나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라도 대중과의 소통이 끊임없이 진행됐어야 하는데, 조금 나가다가 주춤주춤 끝나는 상황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실무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지금은 대중들이 저희가 알려주는 정보를 접한다기보다, 온라인을 잘 다루는 젊은 세대들이 주체적으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에 가까우니까요.

최연송_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건축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은 간단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들 안 하시는 것 같고요. 직원들 중 감각이 있는 분들에게 업무를 경감시켜주고 짧은 형식의 브이로그를 올리게 하면 어떨까요? 건축사들이 사회적 도시나 건축적 문제 이슈에 나서지 않으시는 듯 한데 그런 접근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홍만식_건축사들이 사회적 이슈에 동참해서 그 안에 있어야 존재감을 인식하게 되는데, 그 시점을 잘 못 찾기도 하고, 그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김창균 건축사

홍만식 건축사

# 일상으로 다가가는 홍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길
건축사 역할 객관화하는 마케팅 진행해야

홍성용_건축을 처음 시작하셨을 때와 지금, 건축할 때 어떤 차이를 느끼시나요?

임형남_제가 건축을 시작한지 23년이 됐는데 많이 바뀌었죠. 예전엔 그냥 “이런 걸 그려주세요”하면서 찾아왔다면 지금은 예전과 달리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어떤 건축사의 무엇을 봤는데 이 사무소는 이걸 하기에 찾아왔다는 구체적인 니즈를 이야기하죠.

김창균_지금은 깊은 수준의 얘기가 통하는 건축주들이 많아진 것들이 긍정적입니다. 저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많은 정보를 소화하고 오시는 분들이 꽤 많이 늘었고요. 개인 차원에서 유튜브에 정보를 알리는 건축사분도 있고, 일반인들이 그걸 습득해서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른 건축사에게 일을 맡기려고 하고요. 과거에 비해 확실히 바뀌었어요. 이제 건축주들도 마냥 이미지만 보고 찾아오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전엔 소개를 받고 오는 게 흔하고, 이미지만 보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죠. 세종시 같은 경우 근래 10년 동안 제법 많은 젊은 건축사들이 자리를 잘 잡고 있고, 인상적인 좋은 건물을 만들어내고 있죠. 지역에서부터 활성화돼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저는 협회에 좀 더 바라는 바가 있다면, 지금도 골목길 건축산책전 같은 전시가 있지만 이외에도 좀 더 지역별로 뽑고 순회하면서 전시하는 거예요. 협회에서 하는 게 아니라 시청이나 구청 같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로비 등에 건축이 골목의 풍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지나가며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자기 세계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직접 다가가는 홍보가 필요한 거죠. 후배 건축사들도 판에 계속 끌어들이고 그러는 게 결국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거거든요.

홍성용_맞아요. 우리 건축계에서는 디자인 변화나 성향 트렌드 등을 활발히 공유하지 않고 있는데, 영국의 아키그램 특별전에 건축이야기를 카툰으로 공개했을 때 엄청난 인파가 관람했다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대중들에게 씨앗은 있는데 우리 건축계가 그걸 피우지 못하는 게 아닌가… 우리 스스로 사람들을 좀 더 자극할만한 건축계 아이디어나 상황을 만드는 것도 대중들과 가까워지는 방법 중 하난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창균_과거에 비해 주택 허가 등을 위해서만 찾아오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알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보니 적정한 대가를 받기 위한 홍보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건축사들이 하는 일을 나열해서 이런 건 이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고 디자인은 플러스 알파라는 그런 명확한 프로세스가 객관화될 수 있도록요. 그래야 찾아오시는 분들도 어느 정도 기준을 알 수 있고요.

홍만식_건축사사무소에서 하는 일들이 건축사법에도 기획부터 계획 등까지 있는데, 건축주들은 객관적으로 건축사가 어떤 성과물을 만드는지에 대해 불투명한 형상인거 같아요. 성과물을 보여주고, 그게 일반적으로 통용될 만큼 객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희는 하나의 역할마저도 세분화돼 있는데,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세분화 된 부분에서 대가를 더 지불할 만한 역량을 못 보는 거죠. 정작 저희는 하고 있는데 드러나지 않는… 저희가 제야에서만이라도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합니다. 지금은 젊은 분들도 글을 쓰면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많고요. 대중의 인식이 바뀌면 자본가들도 따라갈 테니, 사람들의 요구에 그냥 따라갈 건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 역시 어떤 계기가 돼서 그러한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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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적 요소 더한, 공간에 묻어나는 편안한 가구 디자인 추구_류윤하 · 이학준

Pursuing comfortable furniture design in the space, adding formative elements

류윤하 · 이학준 Ryu, Yoonha·Lee, Hakjun 스탠다드에이 실장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접하거나 생각하는 완성된 건축물의 이미지는 단지 설계도면이 실재 구현된 모습에서 그치지 않는다. 완성된 건축물의 내부 공간을 꾸미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조명과 가구, 혹은 조형물이나 벽지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들 역시 건축의 일부분으로, 건축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에 건축 관련 디자인 회사를 직접 찾아가는 자리를 마련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목재를 주요 소재로 한 생활가구를 주력으로 하는 스탠다드에이는 OEM 가구가 아닌 디자인부터 재료 선정과 가공(제작), 마감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오리지널 가구와 비스포크(맞춤) 가구를 취급하는 디자인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다. 제작자의 노력과 고민이 제품의 수명과 직결된다는 신념 아래 소재와 기능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정직함이 묻어나는 가구를 추구하는 이들. 현재는 파주에 제작소를, 서울 합정역 인근에 쇼룸을 두고 있으며 다양한 개인 또는 기업의 의뢰를 받아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 7월 8일, 스탠다드에이의 쇼룸에서 두 명의 실장을 만났다.

 

# 쇼룸과 제작소 동시 운영…
생활가구 주력으로 직접 디자인·제작한
오리지널 가구, 비스포크 제품 취급

홍성용_스탠다드에이는 어떤 곳인지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류윤하_스탠다드에이는 스스로 디자인한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 판매, 배송하는 가구 브랜드입니다. 이외에도 비스포크(고객의 개별 취향을 반영해 제작하는 물건)라고 해서, 원하는 디자인을 의뢰하시면 구조적으로 풀어 가구로 만들 수 있는 형태를 뽑아내 만들어드리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인테리어하시는 분들이나 건축하시는 분들이 조금 규모가 있는 일들도 많이 의뢰해주셔서 여러 일들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성용_주로 어떤 가구를 다루시나요? 지금도 직접 가구를 제작하시는지요?

이학준_쇼룸과 제작소 두 곳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작소에서 만들어져 납품되는 형태의 생활가구를 주축으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식탁, 의자, 침대 등 일반 가정집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가구 등이고, 이외에 상업공간 가구들도 같이 디자인·제작하고 있어요. 저희는 목재를 주로 사용하는데, 원목이 수분에 취약한 편이라 주방가구는 작업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조금 덜 하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류윤하_지금도 저희가 직접 가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는 직접 생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퀄리티를 컨트롤할 수 있는 걸 중요시해서, 직원들끼리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스탠다드에이 류윤하 실장

스탠다드에이 이학준 실장

# 조그만 목공소에서 시작…20여 명이 함께하는 회사 규모로 발돋움
미래를 위한 고민, 편안한 가구에 조형적 요소 더한다

홍성용_사업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류윤하_10년 정도 됐습니다. 브랜드의 처음은 2011년 10월에 조그만 목공소로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해 재미있게 가구를 만들어보자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일본이나 유럽 등지에도 많잖아요. 그러다 점점 스케일이 커져 직원도 생기고 회사로서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지금은 디테일 등 공방에서 다루기 어려운, 회사에서 할 만한 디자인을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홍성용_디자인을 다루는 곳으로서, 스탠다드에이의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류윤하_저희는 가구디자인을 오브제로서의 디자인과 가구가 공간에 묻어있는 공간 친화적 디자인, 크게 이 두 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여태껏 후자 쪽에 좀 더 가까웠고요. 눈에 확 띄는 가구보다는 공간에 가구가 편안하게 오랫동안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디자인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스탠다드에이(STANDARD.a)로 지었고요. 원래는 편하게 보통의 디자인을 잘, 좋은 비례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브랜드가 좀 심심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부터 조금 오브제(조형)적인 요소들을 가미하려 노력하고, 그런 비전을 갖고 움직이고 있어요.

홍성용_커스터마이즈에 준하는 시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겠네요.

류윤하_네. 그런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물론 단품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도 많이 오시지만, 인테리어나 건축을 시작할 때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본인 취향이 있으신 분들이잖아요. 본인의 취향을 이미지나 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주시면 저희가 그걸 갖고 상상을 해보는 거죠. 이런 느낌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도면이나 이미지로 먼저 제안해드리고, 이후 수정을 해가면서 작업하고 있거든요. 물론 비용들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원하는 형태와 취향으로 나오는 거죠.

홍성용_보통 필요에 따라서 예산을 잡는 경우가 많지만 삼천에서 사천,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의 예산을 잡고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가격대에 따른 패키지가 마련돼 있나요?

이학준_그런 패키지는 따로 없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침실공간에 신경 쓰시는 분들은 침실에서만 예산을 크게 쓰시는 분들도 있고, 거실공간을 중요시하면 침실은 그냥 기본적인 것만 갖추고 나머지는 다 거실에 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희도 상담을 할 때 거실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두에게 필요한 가구는 없다고 설명을 드려요. 누군가에게 필요한 가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여러 상황이 존재하니까요. 예전에는 패키지 같은 느낌의 가구를 찾는 분들이 많은 추세였다면, 요즘은 각자 취향에 따라 “이런 느낌을 위해서 어떻게 디자인하면 될까요?”라고 말씀하시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아요. 비용보다 취향을 앞세운 접근이 더 강하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홍성용_20년 전만 해도 가구는 검증되지 않은, 또는 브랜드가 아니면 당시에는 높은 가격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좀 시장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류윤하_그런 분들은 지금도 많습니다. 설득하는 과정도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아요.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건 사람들이 가구에 돈을 쓸 여력이 생겼다는 거죠. 예전엔 사람들이 10~20만 원짜리 의자가 비싸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50~60만 원짜리 의자도 집에 좋은 의자 하나 구입한다는 생각으로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관심이 생기고 그것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타이밍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성용_국내에 비슷한 규모의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또 가구업체 쪽의 롤 모델이나 지향점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이학준_인원이 4~5명 정도 되는 공방 브랜드는 많지만 저희는 지금 직원도 스무 명 정도 되고 회사와 공방 중간의 규모에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에서 비슷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롤모델이라 하면…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들, 국내보다는 해외의, 이를테면 일본의 마루니 목공이라든가 유럽의 프리츠 한센, 프레데리시아 이런 브랜드들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합정역 인근의 스탠다드에이 쇼룸

# 클라이언트의 명확한 의사표현 중요
사전 협업 또는 체크…디테일한 가구 배치를 위한 필수 작업

홍성용_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건축사 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같이 일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과 편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학준_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일반 고객들보다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하기 편하고, 단순히 제작을 대행해주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게 아니라 그동안 해왔던 프로젝트들을 보고 디자인스튜디오로 이해하시고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기에 큰 틀만 지정해주고 가구는 전적으로 맡기는 분들이 많으세요.

홍성용_주장이 특히 강한 분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류윤하_네, 맞아요. 취향이 있으신 거니까요.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좋다고 하면 더 어렵거든요. 디자인하는 입장에서 정확하게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해주시는 편이 편합니다. 보통은 믿고 맡겨주셔서 외곽 사이즈 정도를 알려주시고, 손잡이나 내부디테일은 저희가 마감하고 있습니다.

홍성용_건축과 가구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별한 가구를 디자인하시는 입장에서 건축이나 설계를 하는 건축사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학준_사람이 앉는 데 충분할 걸로 예상해서 넉넉한 사이즈를 잡는다든가 했던 것들이 오히려 커서 불편한 경우도 있는 반면, 지나다니는 통로기에 좁게 잡았다는 부분을 보면 의자 등을 놓거나 뭔가 하기에 어려운 애매한 사이즈가 많은데요. 몇 번의 필터링을 통해서 충분히 수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보니, 그런 것들을 설계단계에서 함께 의논해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설계가 다 끝난 후에 구매만 하러 오시는 경우에는 사실 그런 것들을 맞추기 쉽지 않죠. 그냥 공간에 맞춰 사이즈만 변경해드리다 보면 아무래도 비례감도 좀 덜하고,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류윤하_저는 가구를 하는 사람과 건축을 하는 사람의 비례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 스케일이 인간 전체를 바라보느냐, 혹은 부분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구를 하는 저희들은 센티미터나 미터 단위가 아닌 몇미리미터 단위의 디테일을 가지고 씨름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의 어떤 공간을 꾸미고 있다면, 그런 것들을 설계단계에서 가구를 의뢰하시거나, 가구를 계획하시는 단계에서부터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스탠다드에이 쇼룸 내부 모습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스탠다드에이는?
소재와 기능에 대한 경험으로 주의 깊은 선택을 통해 만족할 만한 품질을 이끌어 내는 것을 원칙으로 정직한 가구를 제안하며, 오리지널·비스포크 가구를 제작·유통하고 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길 10 0507-1409-0106 / standar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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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후 도시를 위한 방향성 담은 종합 마스터플랜 만들 것_강병근

Drawing up a comprehensive master plan
incorporating the direction of cities for the next

강병근 Kang, byeonggeun 서울시 총괄건축가·건국대학교 명예교수

작년 7월, 강병근 건국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가 제4대 서울시 총괄건축가로 위촉돼 활동 중(임기 2년)이다.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도시와 건축관련 정책, 디자인 등 시의 건축사업 전관을 총괄 기획·조정한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지난 5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0년 후 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계획하는 것이 급선무라 밝히며 관련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체계적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아쉬움을 지적하고, 서울건축기본계획 등의 시스템 구축과 공공의 도시공간을 위한 실현 방안 등을 계획·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단순한 행정기획이 아닌 선제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앙·지방정부부터 기초단체까지 시티아키텍트, 즉 시티플래너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 향후 100년 내다보는 서울시 종합 마스터플랜 수립 중…
제도, 시스템 정비 작업 선행돼야

홍성용_그간 서울시 도심재개발, 도시디자인 혁신을 위한 원칙, 디자인 규정을 세우는 작업을 추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병근_일단 제도가 하나씩 정비돼야 실현가능한 것들이 많습니다. 서양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있어서 그대로 준비하고 움직이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러지 않다 보니 시행주체에 따라서 그때그때 적응하고 대응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어려움이 큽니다. 어떤 시스템이 체계를 갖추면 현실에 맞게 보완·수정하면 되는데, 우리는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다 보니 낭비가 큽니다. 시작하다 얼마 되지 않아 사라져버리기도 하죠. 연속성을 가지면 더 발전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도·시스템을 정비 중입니다.

홍성용_총괄건축가로서 실무체계 안으로 들어와 활동하시면서 그동안 느꼈던 점과 앞으로 진행하고자 하시는 것들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강병근_개인적으로, 외부에서 자문이나 위원회 등으로 참여했던 것은 주제·과제단위였기에 어떠한 전체 틀을 보는 덴 한계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 때는 조각을 보고 이야기를 했다면, 서울시 총괄건축가로 위촉을 받아 거꾸로 관의 입장에서 보니 그 조각 상호 간의 관계 맺기를 할 때 어떤 퍼즐이 모아지면 나중에 하나의 그림이 될까에 집중하게 됐어요. 우리가 그걸 흔히 마스터플랜, 종합계획이라고 하잖아요. 어떤 종합적인 큰 그림 하에 이 조각들이 붙어있는지 찾다 보니, 우리 사회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전체의 큰 그림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국가로 보면, 국토계획법이 있는데 국토이용계획이 없다는 거죠. 그동안은 필요한 지역을 조금씩 오려서 지구단위계획이란 툴을 가지고 부분적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했었거든요. 그래서 서울시 총괄건축가를 맡게 되고 나서 ‘아,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하는 것을 이해했다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이고, 그 틀에서 제일 먼저 100년 후 우리 서울이 이런 모습으로 가야 한다는, 서울시의 종합 마스터플랜을 짜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은 단시간에 팽창한 도시지 계획도시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앞으로 이렇게 100년을 더 갈 것이 아니라, 100년 후에는 최소한 이런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나아가야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도 100년 후 서울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을 모으는 쪽으로 계획 중입니다. 내부적으로 100년 계획을 위한 토지이용계획 방향, 또 어디는 고밀로 하고 어디는 저밀로 갈 것인지, 또 도시는 어떻게 관리하고, 수로와 육로 그리고 항공수송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계획이 누군가에 의해 시작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저희 도시공간기획과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 _ 건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 건축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공원위원회 등을 다년간 역임했으며,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기도 했다.

# 단순 행정기획 NO! 선제계획 가능한 시티플래너 필요
좀 더 폭넓은 공공건축가 역할 구상 중

홍성용_2011년도에 도입된 공공건축가 제도가 10년을 넘겨 확대·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초기 직접 계획에 참여하셨던 전문가 입장에서, 또 현재 서울시 총괄건축가로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또 공공건축가와 관련해 새로운 명칭을 고민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민 중인 새로운 명칭과 역할 범위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병근_저도 초창기부터 참여해 공공건축가 제도를 제안했었고, 팀을 이뤄 일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마찬가지로 해야 할 역할이 바로 선제계획(마스터플랜)입니다. 도시에 관한 것이든 건축에 관한 것이든 선제계획을 해놓고 그 상위계획 틀 안에서 실행계획이 따라가야 해요. 선제계획, 큰 방향의 줄기가 맞다면 실행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도 있는 거고 지역·시대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보완이 가능한 거죠. 그렇게 간다면 그 역할을 담당하는 플래너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요.
저는 단순히 행정기획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선제계획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원래는 중앙·지방정부, 기초단체까지 시티아키텍트, 즉 시티플래너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우리말로는 공공건축가로 부를 수 있는 시티아키텍트 중에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시는 어반플래너, 조경은 랜드스케이프 아키텍트 등으로 다 따로 이름을 가져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시티플래너가 없으니 다 행정만 보잖아요. 그래서 선제계획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지원하자는 뜻에서 공공건축가 제도를 제안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현재의 공공건축가는 애초 봉사 개념으로 출발했습니다. 의무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반대급부로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관 내부에 선제기획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으니 외부에 조직을 만들어 할 수 있는 한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거죠. 그런데 조직화되다 보니 위원회도 만들어지고, 거기서 무언가를 심의한다거나 하는 것은 제가 볼 땐 본래 취지와 조금 다르다고 생각되어 원래의 취지대로 돌릴 수 있는 방향을 잡으려 합니다.
명칭이나 이런 것은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지만, 현재 공공건축가 외에도 마을건축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여러 분들이 계신데요. 각자 하시는 일들과 상관없이 초창기에 생각했던 공공건축가, 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지칭할지에 대한 것을 좀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도권 내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의 지원 세력으로 본다면, 현재처럼 사람에 따라 언제부터 언제까지 기간별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폭넓게 많은 분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체적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강병근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서울시의 향후 100년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서울시의 지형, 교통, 녹지체계 등이 담긴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 건축의 상위기본계획 만들고,
각 구에 총괄건축가 두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목표

홍성용_공공건축가 제도가 만들어지고 나서 마을건축가 제도도 생겨났는데요. 계속 새로운 제도를 만들 것이 아니라, 말씀하신 시티아키텍트 개념을 좀 더 구체화 하는 식으로 제도를 하나로 통합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강병근_뭐라고 칭할 것인가, 누구로 한정할 것인가 혹은 개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떠나 실제로 무엇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봐요. 해서 두 가지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는데, 하나는 건축의 상위기본계획을 만드는 겁니다. 현재는 마스터플랜이 없더라도 도시기본계획이라는 상위계획이 마스터플랜 역할을 하는 거나 진배없습니다. 너무 포괄적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그렇지. ‘서울건축기본계획’이라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정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계획이 일방적이지 않도록 각 구나 기초단체마다 이를 시에서 내려 받아 자체적으로 마스터플랜을 짜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 겁니다. 또 자치단체에서 직접 실행해보면서 보완을 바라는 점이 있으면 그걸 상위계획에서 5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해 업그레이드 하는 식으로 쌍방으로 소통한다면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있듯 각 구에도 총괄건축가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현재도 대표적으로 은평구 같은 일부 구나 지방정부에서 하고 있는데, 상위계획과 실행계획으로 나눈다고 하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거라고 봐요. 그러면 10년 전의 기획취지 그대로 실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프로세스 중이니까, 일단 이렇게 시스템이 구축되고 나면 당장 올 연말에 2040년까지 실행했으면 하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건축기본계획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아 안착될 거예요.
지역마다 종 구분과 높이, 용적률, 건폐율이 각양각색이잖아요. 현재는 이걸 필지 단위로 모든 행위가 다 이뤄지는데, 그러지 말고 옛날 지구단위계획을 하듯 그 지역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짜서 매니지먼트 하란 거예요. 시가 다 하기는 한계가 있고, 각 자치구에 대한 것은 해당 구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런 것을 기획하고 우리 시의 정책을 갖다 조율할 수 있는 시티아키텍트가 있다면 그게 가능해지죠. 그러기 위해 지역 혹은 단지나 필지별 사전기획을 하자는 겁니다. 인허가 때가 아니라요. 그러면 시에서도 건축, 도시, 조경, 교통, 경관을 다루는 위원회를 만들어 사전기획안을 서로 협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도시공간기획과에서 공공이 원하는 도시공간이나 환경, 교통에 대한 13가지를 분류해 놨는데요. 공공이 원하는 수준에 어느 정도 도달하느냐에 따라 차등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유럽은 건축허가제가 아니고 신고제입니다. 책임을 지라고 라이선스를 부여한 거니까, 건축의 모든 권한을 건축사에게 주는 대신 책임도 무한으로 집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시스템입니다.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교통·환경 등 공공의 도시공간 위한 13개 꼭지 분류
모든 도시와 건축, 태생이 공공·공공재…건축사 권한과 책임 중요

홍성용_동의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 건축사 위상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책임을 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고민하신 내용이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강병근_관에서 어떻게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또 외부에서 공공에 기여하는 것들이 연동되면 과연 우리 도시가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환경·교통 등 도시공간에 대한 13개 꼭지를 정해 실현 방안을 만들어 놓고 있어요. 2040 계획과도 연관돼있기에, 연말이 되면 구체적인 양까지 정리해 혜택을 드리려고 하는데 의무라는 어떤 법적인 허들을 만들진 않으려 해요. 그보단 선택으로, 추가적인 이득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건축물 치고 공공재가 아닌 건축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누군가 사유 도시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사유는 없습니다. 도시나 건축은 태생이 공공, 공공재니까요. 그렇기에 사실 모든 건축사는 공공건축가죠. 개인 건축사라는 건 없잖아요. 저는 건축사들이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건축실명제도 생각 중입니다. 제도적으로는 명패를 붙이는 방식이 있는데요. 예를 들면 모든 건물에 반드시 붙이되, 그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거죠.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 건축사의 책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요, 너무 강렬해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 종사자의 임금 역시 어마어마했습니다. 임금을 그만큼 보장했다는 건 엄격한 책임이 주어졌다는 거거든요. 함무라비 법전의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준하는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권리를 확보하려면 건축사들이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먼저 선언하고 그에 맞는 설계 요율을 요구하면 되는 거죠. 저는 독일의 요율에 따라 매년 받고 있는데, 1년에 하나만 설계해도 될 정도로 우리처럼 많이 작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무한 책임을 져야 하니 하나뿐이더라도 피로도는 더 높을 수 있죠. 우리는 늘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작업하는 입장이다 보니 요구에 끌려다니는 일이 많은데, 그런 게 어딨어요. 모든 지적 소유권을 갖고 있는 건축사의 요구에 그들이 맞춰줘야지. 하지만 의견을 관철할 수 있는 권한과 설득력을 갖고 있는 건축사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힘을 합쳐서, 건축사가 원하는 건물을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거죠.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로 손해와 아픔이 있더라도요.
또 저는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공서의 모든 부서에 건축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건축사가 도면을 확인하는 게 너무나 타당하지 않나요? 그런 식으로 건축사들이 할 수 있는 외연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설계공모 심사 자체적 운영 제도화 중
심사 전(全) 과정 공개, 질적 향상 불러올 것

홍성용_공공건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설계공모 심사에서 공공건축가들의 참여 비율이나 현지 건축사 참여 등에 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심사위원 자질 논란이 많은데요. 관련해서 서울시 차원에서 일정 부분 이상의 자격을 갖춘 공공건축심사단 인력풀을 조성해 운영하고, 윤리적으로 문제 사유가 있는 경우 제한을 하는 방안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강병근_우선 서울시 입장에서 지금까지 일정 인원의 공공건축가가 심사에 배정되던 것은 제가 오고 나서 없앴습니다. 기초단체 혹은 산하단체에서 요청이 오더라도 파견이나 배정을 하지 않아서, 심사위원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제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문제없이 공정성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제가 일전부터 이야기한 기준이 공고부터 모든 심사위원 공개, 공개된 심사위원들에게 지키지 못할 행동은 하지 않도록 윤리적 요구, 심사 현장 실시간 공유 등입니다. 현재 LH 같은 경우도 심사장을 생중계하고 있죠. 또 프로토콜을 책자로 엮어 주기적으로 일반에 공개하라고 제가 감사원에게 요청한 적 있습니다. 심사 과정이 정당하다면 채점표까지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그렇게 해서 나오는 결과는 스스로 책임질 일이지 누가 가서 벌을 주거나 혼낼 일이 아닙니다. 문제가 있으면 도태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면 한두 번 정도 지나고 나면 누구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해야 할지 금방 알 수 있을 거라 봐요. 그래야 공정하고 정당한 투명사회가 되는 거죠. 공개된 내용에 따라 심사위원들이 어떤 부분을 높이 평가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 그런 부분들이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려 질적인 향상이 생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설계공모 당선작뿐 아니라 미당선작과 심사평까지 모조리 실어 발간하는 잡지가 있습니다. 저도 수십 년간 사서 보고 배우고 있는데요.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게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공개되는 내용을 통해 이런 과정을 거치면 스스로 자질을 다듬을 수 있는 역량과 사회적인 역량이 함께 키워진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이 제도적으로 유지되면 건축할 만하지 않을까요? 독일 사회에서는 유일하게 건축사만이 비석에 직함을 새길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존중받죠. 건축을 대가를 받고 하는 직업군의 한 부류로만 보지 말고, 건축사가 사회적 역할을 하며 존중받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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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적 공정성·익명성만으론 그저 그런 보통 건축물만…공공건축 품격 구현 힘들어”_함인선

“Only with nominal fairness · anonymity,
just ordinary buildings but not enough to realize the dignity of public architecture”

함인선 광주광역시 총괄건축가 Hahm, Insun 건축사

월간 <건축사>가 지난 3월 21일 함인선 광주광역시 총괄건축가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의무가입 시대를 맞아 건축사 윤리 확립을 위한 윤리강령 제정, 신뢰 기반의 공공건축 설계공모 심사 도입 및 건축 인허가 제도에 대한 평소 생각을 전했다. 또 건축계가 의무가입 건축사법 시행과 새 정부 출범 등 변화의 시기를 겪는 상황에서 좋은 건축을 위해서는 건축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으며, 공공건축 설계공모에 대해선 명목적 공정성에 집착하기보다 심사위원 재량을 강화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확실히 묻는 ‘신뢰 기반 심사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현행 건축심의 관련 건축물의 성능과 디자인에 관련된 사항은 건축사 재량에 맡기고 공공성에 대한 것을 심의 대상으로 삼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함인선 총괄건축가의 저서로는 ‘구조의 구조’,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 ‘건물이 무너지는 21가지 이유’ 등이 있다.

 

# 의무가입 건축사법 통과, 새 정부 출범 등 변화 시기
좋은 건축 위해서는 건축사 사회적 신뢰 제고 필요
건축사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 윤리의식 갖춰야

홍성용_지난 1월 의무가입 건축사법이 통과된 데다 5월에는 새 정부도 출범해 올해 하반기 건축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중요한 시기 건축계에 주로 논의되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함께 대안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 나눌 주제는 ▲건축사 윤리강령과 공공건축 설계공모 심사 공정성 ▲지구단위계획 문제점 개선 방향 ▲건축사 책임에 의한 인·허가제도 도입에 대해서입니다.

함인선_세 가지 문제 모두 현 시기 중요한 문제인 동시에 서로 맥이 닿아있는 문제입니다. 또 건축사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홍성용_먼저 새 건축사 윤리강령부터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함인선_우리 건축사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 윤리 의식을 갖추는 것이 이번 의무가입 법제화 취지를 이루는 시작점입니다.

바뀐 건축사법은 건축사 업무 수행을 위한 자격 등록 시 ‘건축사 윤리선언’을 하도록 규정하며, 건축사협회가 회원이 업무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직업윤리에 관한 ‘윤리규정’을 국토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제정토록 하고 있습니다.

이 윤리선언, 윤리규정에 대응하여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건축사협회 자체의 ‘윤리강령’입니다. 강령 조문과 더불어 조항마다 구체적으로 세칙을 마련하고 이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각종 장치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의무가입제가 도입된 것은 그만큼 건축물의 안전과 성능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되었기 때문이며 이를 건축사 자체적인 규율을 통해 이루어내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법 규정과 협회의 강령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축사들 스스로 “좋은 건축과 건축사들의 위상 제고를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함인선 건축사(광주광역시 총괄건축가) _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특임교수. 저서로는 <구조의 구조>,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 <건물이 무너지는 21가지 이유>, <건축은 반역이다> 등이 있다.

# 건축 설계공모, 명목적 공정성에만 집착…정작 본래 취지 못 살려
심사위원 재량에 맡기고 책임 묻는 ‘신뢰 기반 방식’ 도입 필요

홍성용_공공건축 설계공모 심사에 관한 이야기도 계속해서 회자됩니다. 공공건축 설계공모 심사가 경쟁을 통해 우수한 건축물을 선정하는 선진적 제도임에도 공공건축의 품격을 실현하는 데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함인선_동의합니다. 실제 설계공모를 거친 공공건축물이 세간의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지난 2013년 동아일보가 건축 전문 월간 ‘SPACE’와 함께 건축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광복 이후 지어진 현대건축물 가운데 최고와 최악의 건축물을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잘 지은 건축물 10곳 중에 포함된 공공건축물은 하나인 반면 최악의 건축물 10곳 중 8곳이 공공건축물이었습니다.

‘명목적 공정성’과 익명성에 집착해 온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이 주최하는 설계공모이다 보니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를 모두 없애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탁월함 보다는 무난함, 실험적이기보다는 경제적, 효율적인 것들이 뽑힙니다. 더 나아가 뽑히기 위해 알아서 무난하게 만드는 경향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그저 그런 공공건축물들이겠지요.

심사위원 명단을 사전 공개하는 제도에 이어 작년에는 심사위원을 모집 후 추첨에 의해서가 아니라 운영위원회에서 추천을 통해 구성하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위원 선정부터 결과 발표까지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지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치밀하게 절차를 만들어 놓아도 한계는 존재합니다.

종전까지는 사전 접촉이 가져올 폐해를 고려해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로비가 없었나요? 현실은 가장 정보력이 뛰어난 건축사사무소가 맨 먼저 명단을 입수하게 돼 규모가 작은 사무소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중요한 것은 심사위원 명단을 언제 공개하느냐가 아니라 심사를 맡은 위원들이 어떤 원칙으로 심사에 임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명단이 미리 공개되든 나중에 공개되든 위원들이 심사에서 사적인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자신의 건축철학에 따라 평가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독일 지하철에는 개찰구가 없어서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무임승차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불시에 사복 검표원이 표 검사를 했을 때 무임승차한 것이 발각되면 60유로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이같이 믿되 신뢰를 저버리면 가혹한 대가가 따르는 방식을 ‘신용기반형’이라 합니다.

같은 원리로 저는 모든 것을 다 공개하고 권위·역량 있는 심사위원을 선정해 그들에게 더 많은 재량을 주는 대신, 심사 결과에 책임지게 하는 신뢰 기반형 심사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프랑스의 콩쿠르 상처럼 종신심사위원제도 좋습니다. 자신의 평생 명예가 달려 있고, 만약 잘못된 심사를 한다면 독일 지하철에서 무임승차하다 걸린 것처럼 지금까지 이뤄온 성과들이 모두 무너지는 데 사사로운 이익에 따라 심사하는 경우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축물의 경우는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심사라는 말이 어불성설입니다. 정량평가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사를 맡은 이들이 자신의 건축 소신에 따라 주관적으로 평가를 하되 그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지게 하는 것이 품격 있는 공공건축물 구현이라는 공공건축 설계공모 본연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한을 주고 결과에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여러 절차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보다 비용 대비 편익 차원에서도 더 낫습니다.

덧붙여서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됐든 건축공간연구원이 됐든 전문기관이 주도해서 (가칭)공공건축심사센터를 만들어서 공공건축 설계공모 심사를 전담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건축물 성능과 디자인, 건축사 재량에 맡기고
건축심의는 건축물의 공공성 관련에 한정해야

홍성용_신뢰 기반 방식으로서의 개선이라는 같은 맥락에서 건축사 책임 하의 건축 인허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오셨는데 이 주제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건축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 지 여부를 판단하느라 허가 과정도 너무 오래 걸리고 행정력 낭비도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함인선_건축허가 패러다임은 영미법과 대륙법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영미법에서는 시시콜콜한 네거티브 규제가 없지요.
예를 들어 영국에서의 건축 허가란 그 지역 주민 등 당사자들과 정책담당자 문화재 관리 담당자 등이 모여서 논의한 후에 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의가 되면 그 자체가 ‘허가’입니다. 재량주의라고 하지요. 이에 반해 대륙법 계통인 우리나라는 법 기속주의를 택합니다. 그렇다 보니 법에 모든 것을 다 넣어야 합니다. 법이 두꺼워지고 그마저도 다 담아내지 못하니 건축심의까지 해야 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사실 심의를 통해 건축을 제한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건축은 기본권에 속하는 것이고 심의는 어디까지니 자문, 권고입니다. 개성적인 건축물이 많이 나오려면 법에 모든 것을 규정하는 현재 방식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법체계를 영미법식으로 전면적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요.

이의 대안이 건축물의 성능과 디자인에 관련한 사항과 건축물의 공공성에 대한 사항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건축물의 성능에 대한 것은 건축사의 재량으로 인정하고 건축물의 공공성에 관련된 것은 심의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합니다.

현재 시시콜콜한 건축법령을 적용하느라 허가 기간이 무한정 늘어지는 허가제를, 건축사가 해당 도서를 작성하고 이를 당국에 등록하고 확인 받는 도서확인제로 변경하고 재료를 잘못 써서 화재가 났다든지 하면 건축사가 책임지게 하면 됩니다.

정리하면 건축물의 미관 혹은 성능은 건축사들의 자율적인 능력에 따라 책임지게 하고 도시건축 전체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공공영역에서의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건축물 설계 과정의 결함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건축사들이 사법적, 금전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하는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합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건축사윤리위원회를 통해 건축사 자격 박탈이나 정지 조치를 취하고, 공제조합이나 직능보험 등을 통해 건축사업계 차원에서 금전적 피해보상을 할 수 있는 절차가 확립돼야 합니다.

홍성용_의사나 변호사 등 다른 전문자격사에 비해 건축사가 갖는 사회적 위상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전문자격사로서의 건축사 위상을 확실히 세워야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요?

함인선_건축사는 의사, 변호사와 함께 예부터 활약한 3대 고전적 전문자격사(proffession)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건축사로서 자격을 어떻게 보호·보전할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변호사가 자신의 업역을 어떻게 지키는지 파악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와 변호사의 경우, 의료행위와 변호행위가 무엇인지 확실히 규정돼 있으며 다른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거나 변호행위를 하면 처벌받게 됩니다. 그런데 건축설계의 경우 건축설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이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건축설계를 구분 짓는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건축사가 아닌 여러 사람들이 건축설계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듭니다. 이 경계를 제대로 세우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 기존 지구단위계획, 지역 특성 못 담고 천편일률적
지역 따라 제한 많을 수 있어, 문제는 사전 합의가 없다는 것
사회적 합의 거쳐 지역 맥락과 미래 담은 계획 나와야

홍성용_다음으로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옮겨볼까 합니다. 지구단위계획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기존 지구단위계획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건축사가 설계하는 데 있어서 불필요한 제한규정만 만든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함인선_맞습니다. 지구단위계획의 경직성이 큰 문제입니다. 지역에 따라 제한사항이 많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로나 인사동 등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곳에 대해서는 그 맥락에 따라 여러 제한 요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지구단위 계획은 차등적인 규제라기보다는 일률규제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곳에는 너무 느슨하고 어는 곳에서는 과잉 규제가 됩니다.

지구단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합의 과정은 요식적으로 넘어가고 관과 전문가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역사적 배경과 전통적 가치에 따라서 이러한 방향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민들에 의한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과정은 대개 요식적이고 다른 지역의 계획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사례가 많습니다. 선진국들의 경우는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지역 별로 필요할 경우 자세하게 여러 사항을 규정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건축사들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는 포괄적 규정을 만듭니다. 어떤 곳에는 형태 기반 규정(Form Base Code)이라고 해서 건폐율과 용적률은 물론 건축물의 형태, 블록 내 오픈스페이스까지 정해 놓기도 하지요.

생각해 보면 지구단위계획 작성에는 실제 그 지역에 건축물을 설계할 건축사들이 중심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 건축법에 ‘도시설계(지구단위계획)’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고 이 사항이 건축법에 규정되자 당시 건축사들이 왜 이 사항을 건축법에 규정하느냐고 반대 목소리를 냈거든요.

돌아보면 안타까운데, 당시에는 많은 건축사들이 도시설계와 도시계획이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지구단위계획을 토목 전공자들이 규모에 따른 정량적 기준에 따라 계획을 짜게 됐고, 엄밀히 말해 토지이용계획이 약간 발전한 정도가 된 것입니다.

이곳이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갖고 현재와 미래에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며 그 역할을 잘 담당하기 위한 건축물 설계는 어떠해야 한다는 고민 없이 세워진 지구단위계획이 많습니다.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지점입니다.

함께 합의한 계획에 따라 그에 걸맞은 건축을 하고, 만약 사정에 따라 계획에 예외나 수정이 필요할 경우가 생기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추가 협의를 거치면 시간 낭비도 없고 불필요한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서정필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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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계약’이 만든 책의 도시 여정 담은 영화 4월 21일 개봉 “좋은 공간이 가진 힘과 가치 알리고 싶어”_김종신·정다운 감독

The movie featuring a city journey of the book published by ‘Great Contract’ will be released on April 21
“We want to show the power and value of a good space”

김종신·정다운 감독 Kim, Jongshin·Jung, Dawoon 기린그림 영화사 공동대표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감독: 김종신·정다운, 출연: 이기웅·승효상·김언호·민현식·이건복·김영준·이은, 기획/제작: 기린그림, 배급/투자: (주)영화사 진진, 개봉: 2022년 4월 21일.

세계 유일 책을 위한 도시이자 생태·예술이 어우러진 파주출판도시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도시·건축 다큐멘터리가 4월 21일 개봉한다.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예술공헌상을 수상한 영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얘기다.
이 다큐를 만든 기린그림의 김종신·정다운 감독은 앞서 <한국 현대건축의 오늘(2016)>, <한국 현대건축의 오늘: 집(2017)>과 <이타미 준의 바다(2019)>를 통해 건축과 삶, 예술혼을 영상으로 복원해 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개봉까지 꼬박 8년이 걸린 작품이다.
경기 파주시 문발동 소재 국가문화산업단지인 파주출판도시는 민주화 이전 출판이 탄압받던 시절부터 출판인들이 꿈꾸던 책을 위한 도시다. 출판사들과 더불어 새로운 철학과 가치를 담은 이상적 공간, 즉 새로운 도시를 그리던 건축사들이 ‘위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현됐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파주의 늪지는 특색 있는 건축물과 만나 심학산과 한강의 탁월한 낙조 경관을 자랑하며 세계에서 유일한, 책을 위한 생태도시가 됐다. 편집·인쇄·유통 출판 관련 인프라를 집약한 도시는 이후 영화제작사를 비롯한 영상 관련 업체들과 IT 업체들이 입주하며 종합문화예술 도시로 탈바꿈한다. 2019년 파주출판도시 기획 30주년을 기념해 도시의 발자취를 담기 위해 시작된 영화는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개의 큰 축에서 진행되며 찬란한 도시의 여정을 그린다. 그러면서 건축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김종신 · 정다운 감독_ 정다운 감독과 김종신 감독은 건축 영상 전문 영화사 ‘기린그림’을 설립, 건축 다큐멘터리, 건축 전시영상, 건축 아카이브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축영화 제작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제13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건축문화공헌상을 받기도 했다.

# 세상 어디에도 없던, 책을 위한 생태도시를 꿈꾼 ‘위대한 계약’
민간인들이 주도해 만든 파주출판도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홍성용_먼저 간략한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다운_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는 파주출판도시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처음 시작부터 출판인들과 아키텍트그룹이 어떻게 뜻을 같이 하고 어떤 가치를 향해서 이 도시를 만들어냈는지의 전반적인 역사를 다룹니다. 그리고 그 역사에 그치지 않고 현재 파주출판도시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무엇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까지 파주출판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루고 있습니다.

홍성용_감독님들께서 혹 건축이나 도시에 대해 따로 공부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김종신_따로 건축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고 둘 다 영화 전공입니다. 저희 부부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시나리오가 있는 극영화 현장에서 만났는데, 영국에 같이 공부하러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다운 감독은 캠브리지대학 건축대학원에서 건축과 영상을 접목시킨 ‘건축과 영상’이라는 영화 속 건축을 분석하거나 공간을 어떻게 영상으로 담을지 연구하고 심지어는 가상의, 게임 공간 등을 공부하기도 하는 그런 코스에서 석사과정을 했고요. 저는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에서 영화연출로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거죠.

홍성용_이 영화를 찍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3자의 시각에서 파주출판도시가 어떻게 보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종신_영국에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권유해서 뭔지도 모르고 파주로 가서 만난 분들이 출판 쪽의 이기웅 열화당 대표님과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과 교수님입니다. 2008년도에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이 있었는데, 한국관 주제가 파주출판도시였고 관련된 국내외 많은 건축인 분들의 인터뷰 촬영을 하게 된 거죠. 그 기록과정을 통해서 처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정다운_그러던 차에, 2018년에 명필름의 이은 대표님, 그러니까 파주출판문화정보사업단지 사업협동조합(파주출판도시조합) 이사장님께서 곧 파주출판도시가 기획된 지 30주년(2019)이 되니 기념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주셨어요.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도 만들어 봤으니, 그런 작업을 하는 줄 알고 연락을 주신 거죠.

김종신_어떻게 보면 국가산업단지들이 있는 상황에서 출판인과 건축인들이 모여서, 그러니까 민간인들이 직접 주도해서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꿈을 꾼 거죠. 파주출판도시가 생기기 전엔 꽤 이름 있는 출판사여도 공간이 협소하고 허름했던 때니까요. 난개발이 이뤄지던 시대라 과정이 더 고통스러웠죠. 그런 상황에서도 출판인들과 건축인들이 만나서 이 도시를 꿈꿨고, 그게 실제로 만들어지는 그 과정이 저희에겐 너무 놀랍더라구요. 또 그냥 끝난 게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 40여 년 전 군부독재 시절 존재하지 않았던 출판의 자유
‘책을 위한 공간’을 위한 상상, 1998년 현실이 되다!
도시와 건축, 출판, 한국 현대사를 고루 담아낸 다큐멘터리

홍성용_도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노력에 영화의 포커스(초점)가 맞춰져 있는지, 아니면 도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종신_처음부터 저희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한국의 현대사와 맞물려 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1970년대 중후반부터 1980년대에 걸쳐서 출판인들이 감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마르크스의 자본론 같은… 이른바 금서를 만들면 구속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러던 출판인들의 꿈이 건축사들과의 위대한 계약을 통해 1998년에 현실로 이뤄졌고요. 한국 현대사와도 맞물려 보이는 그런 부분을 좀 전달하고 싶었어요. 한국 현대사 속에서 이런 특별한 도시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노력과 결국 어떤 도시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 속 균형을 맞추려 했습니다.

홍성용_제작은 자체적으로 하신 건가요?

김종신_저희가 ‘기린그림’이라는 영화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영화는 기린그림과 파주출판도시조합 공동제작 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100분짜리 홍보영상을 만들 이유는 없기에 시작부터 조합 측에 파주출판도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들어가야 하고 그런 균형이 잘 맞아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고, 이은 대표님께서 흔쾌히 오케이 하셨죠.

 

# 세계 어디에도 없던 책을 위한 도시 프로젝트!
책과 사람을 위한 약속, 위험한 계약이라고도 불렸던 ‘위대한 계약’…
도시의 탄생부터 지켜오고 꿈꿨던 가치에 초점 둬 제작

홍성용_어떤 비판적 시각이 담겼는지, 두 분께서 어떤 포인트에 집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종신_돌이켜보면 건물 하나하나, 도시 자체는 굉장히 조화롭다고 평가받지만 출판인들이 원했던 공간은 아닐 수 있었던 거예요. 출판인들은 건축인분들께 모든 것을 맡긴 거죠. 그래서 제목이 ‘위대한 계약’이에요. 위험한 계약이라고도 불렸던……. 서로를 믿고 진행했던 거죠. 그 과정에서 출판인들이 원했던 공간구조 같은 부분에서 실제로 효율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었던 거죠. 이 부분에 대한 출판사 측 불만이 영화에 담겼지만 크게 비판적으로 다룬 건 아닙니다. 파주출판도시 1단계 건축코디네이터를 역임하신 민현식 건축사님께서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는, 어떤 공간으로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홍성용_당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공간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사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전화국도 1960~1970년대에 어마어마한 기계가 공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캐비닛 하나 만큼의 공간으로 그 기능이 커버돼서 나머지 공간은 필요가 없거든요. 출판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출판인들이 1990년대에 원했던 세팅을 딱 해놨으면 지금 혹은 앞으로도 움직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다운_맞아요. 그리고 분명히 한계라는 게 있어요. 사실 파주출판도시가 밖에서 비판받을 포인트도 명확히 있고요. 그 베이스로 들어가면, 산업단지에서 출발하기에 갖는 어쩔 수 없는 제한조건이 있었던 거죠. 맨 처음 들어갔을 때 도로 계획이 다 나와 있어서 구획을 절대 움직일 수 없는, 국가에서 지정해 준 그런 세팅이 일단 있고요. 그 다음에 산업단지가 갖는 제한지점 중에 도시로 가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 살면 안 된다는 조건. 공장이어야지 사람이 살면 안 된다는, 도시개념하고 가장 정반대에 있는 경직된 조건이요. 그 두 가지가 전혀 다른데….
또 역사부터 미래까지 다루고 있기에 사실 100분이라는 시간 안에서 우리가 어떤 포인트에 집중해야 할까 하는 선택의 순간이 사실 있었고요. 그렇다면 비판적인 측면을 제대로 다루기에는 여러 어려운 지점이 있으니 우리는 그들이 이 가치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전체적으로 한 도시에서 조화로운 공동성에 가치를 갖고 자신들이 세운 그 가치 안에서 건축 쪽으로든 혹은 전반적인 도시에 대한 개념으로든 어떤 식으로 그들이 뭉쳐서 노력했는지에 대한, 열정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명확한 비판보다는 파주출판도시가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고,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 파주는 무엇이 달랐을까 생각했을 때, 어떻게 하면 미래세대를 위해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것에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1980~1990년 난개발시대에 생태도시로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개인적 이익이 더 돌아오지 않더라도, 유수지를 메워서 땅값을 낮추기보다는 이 샛강을 살리자는 그 신념을 힘들게 초지일관 지킨 점들이요.

 

# 버려진 늪지와 같던 도시…사람과 자연,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진
종합문화예술도시이자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문화허브로 자리매김

홍성용_저는 에코라는 테마가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아 저렴한 땅이었기에 나온 게 아닌가 합니다. 산업단지(산단)가 되면 정부 지원도 있고요. 헤이리나 파주의 경우는 우아하고 은밀한 자본주의 비즈니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종신_맞습니다. 전엔 버려진 늪지 같은 곳이었죠. 현재는 우리나라의 도시, 공간 같은 굉장히 여러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복합적인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주거를 포함해 24시간 사람이 돌아다니고 그 곳에서 숨 쉬고 해야 도시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또 소위 배드타운이라 부르는, 외곽지역에 아파트만 쭉 있는 그런 곳을 과연 좋은 도시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보면 파주출판도시가 그래도 어떤 조화로움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위 신도시의 상가건물에서 쪼르륵 붙어 있는 놀라운 간판의 향연들… 그 정신없음에 익숙해졌다가 파주에 가면 15미터 고도 제한으로 건축물 사이즈가 통일돼 있어서 담이 없고 하늘도 탁 트여 있는데다가, 땅을 조금씩 양보해서 골목길을 낸 모습들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정다운_바글바글한 도심 안에서 역동적으로 사업이 움직이는 것도 많지만, 책을 만드는 분들이 어느 공간에 있을 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책을 위해 생각을 확장할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또 다른 개념으로 이런 공간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아티스트(예술가) 그룹들도 파주에 많이 입주를 했습니다. 지금은 여전히 섬처럼 자기들만의 도시 같은 느낌이 강해서 아쉽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파주가 더 알려지고 확장되는데 영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홍성용_도시를 의인화해보면 너무 모범생 같은, 재미없는 느낌 아닌가요?

정다운_어떻게 보면 아직은 딱 거기까지만 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죠. 모범생이 있으면 조금 문제를 일으키는 친구들도 있고, 그런 다양성이 있어야지 더 도시다울 텐데, 그런 여러 가지 캐릭터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없어요. 그래서 2단계에서는 조금 다른, 영상이나 IT 회사들을 유치하고자 많이 노력했던 것 같고, 그렇게 확장됐어요.

홍성용_홍대 앞에 출판사만 400여 개 정도가 있는 것 같은데, 홍대나 합정역에서도 30여 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잖아요. 영화에서 이런 내용도 다뤄지고 있나요?

김종신_네, 그렇습니다. 좀 전에 언급됐던 예술가그룹과 연관된 이야기인데요. 홍대에서 합정, 망원으로 밀려난 예술가그룹이 이제는 파주로 꽤 많이들 들어가 계시고, 그게 앞으로의 3단계, 파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다룬 부분입니다. 어떤 분들은 파주의 밤을 밝히고 있는 건 예술가그룹들밖에 없다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대형 설치 작업 같은 걸 하시는 분들이 합정동이나 망원동 골목에 큰 바위라든가 목재 같은 걸 옮기기 위해 트럭으로 대는 과정이 그자체로 너무 힘들었는데, 파주로 오니까 너무 좋다고들 하십니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스틸컷 © 영화사 진진

홍성용_그렇다면 10년 뒤의 내용을 또 찍으셔야겠네요(웃음). 그런 향후 프로젝트 계획도 있으세요?

정다운_저희도 그게 궁금해요. 그런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는지 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저희가 처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을 접했던 그 시기에는 전혀 없었던 움직임이었으니까요. 그때는 파주출판도시의 2단계도 진행이 안됐고, 예술가그룹도 전혀 없었던 상황이었으니까. 아티스트들이 갖는 역동적 움직임으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그리고 결과론적일 수도 있지만, 결국 통일시대를 우리가 준비하자는, 문화전진기지가 되자는 그런 계획이 초반부터 있었어요.

김종신_만약 그렇게 된다면 파주는 서울시청에서부터 30킬로미터, 개성에서부터 30킬로미터인 거예요. 처음에 저희가 다큐를 찍으러 갔을 때는 도로 표지판에 문산으로 적혀있었는데 어느 순간 개성이라고 표시돼 있고. 남북관계가 한참 좋아졌을 때는 평양까지 몇 킬로미터라고 도로 표지판에 적혀있으니 저 혼자 가슴이 벅차고 흥분되더라고요.

<이타미 준의 바다(2019)>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2020)> 포스터 © 영화사 진진

# 미장센으로서의 공간성에서 시작해
건축·공간, 나아가 삶의 가치에 관심

홍성용_처음 영화계에서 작업을 했을 때의 시각과 중간에 건축·도시 쪽으로 방향을 트신 때, 또 지금 성과를 내고 계신 때까지 세 단계로 구분해서 진행하며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으셨나요?

정다운_처음 영화를 시작한 초기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대한 생각을 전혀 못 했죠. 극영화에 관심이 있고, 극영화에서 어떻게 공간을 활용할까 하는 부분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어요. 극영화를 만들면서 미장센으로 공간성이 워낙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미장센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잘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공간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초기 단계에 영국에서 ‘건축과 영상’을 공부한 거였는데, 그걸 처음엔 극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저희가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남편(김종신 감독)의 고향인 제주도에 갔을 때인데, 마침 이타미 준의 수풍석박물관이 완성된 시기였어요. 아버님께서 “너희가 꼭 가서 봐야 할 공간이 있다”면서 보여주셨던 그 공간에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던 거죠.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는 공간이라는 것, 특히 저희가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제주도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 자체가 저희에겐 큰 감동이었거든요. 그 공간의 이야기와 더불어, 또 이타미 준이 당연히 일본사람인 줄로만 알았다가 나중에 보니 재일 한국인이셨다는 그런 여러 가지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이것을 잘 전달하고 싶다는 그런 개인적인 감동의 발로에서 시작됐죠.
이후 도시 이야기로 확장이 되면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확장된 공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이라도 더 잘 알릴 수 있을까 생각했고요. 이야기와 영상이라는 것이 전달력이란 부분에서 힘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 건축사들과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도시를 왜 만들려 했는지 같은 그 당시의 상황들이 이야기로 잘 전달되면 더 좋은 도시, 더 좋은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어떻게 보면 정말 중요한 우리 삶의 가치에 대해서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갖고 있는 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그런 단계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김종신_좋은 영화 한 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건축·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고, 또 생각해 보니까 편한 말로 의식주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면 옷이라든가 식사 등에 대한 콘텐츠는 굉장히 많은데, 공간에 대한 콘텐츠들은 특히 많지 않은 거예요. 저희는 그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공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젊은 분들도 그렇고 지금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주거 문제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관심을 가졌던 게 공공건축입니다. 공원, 도서관 같은 누구나 쉽게 갈수 있는 공간들이 좋아지면 공간이 전체적으로 좋아질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거죠. 최근 젊은 분들이 좁은 집에 살지만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좋은 커피숍을 가거나, 좋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잖아요. 예전에는 없는 이런 모습들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좌측부터 출판도시 건축코디네이터 승효상·민현식 건축사, 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이기웅 이사장, 건축코디네이터 플로리안 베이겔과 필립 크리스토, 한길사 김언호 대표. © 영화사 진진

# 더 좋은 공간이란 무엇인가?
공간에 대한 이야기 점진적 확대

홍성용_요즘은 다큐도 극영화처럼 만들잖아요. 앞으로도 인문학적인 주제를 테마로 계속 다루실 것 같은데, 목표가 어떻게 되시는지, 또 기회가 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으신지요?

정다운_저희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확장해나가고 있어요. 시작이 한 건축사의 건축작품들과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그 다음은 도시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고, 그리고 지금은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과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생태나 조경, 환경 쪽으로 관심이 많아서요. 그런 식으로 계속 주제를 확장하고 있어요. 공공건축에 대한 것, 종교건축, 학교, 저희가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에 학교 공간의 중요성 등… 미래세대를 위해 좀 더 좋은 공간은 무엇일까 하는 저희 나름의 고민을 계속 이야기로 담으려 생각하고 있어요.

김종신_저희가 하는 작업들이 좋은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만족합니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도 그 일환입니다. 요즘은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말 많이들 하잖아요. 개개인도 그렇고 특히 젊은 세대들의 주거 문제라든지… 모든 게 다 힘든 이런 때에 파주출판도시의 발자취를 통해 일전에 뜻을 합쳐서 뭔가 더 좋을 것을 함께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던 얘기를 하고 싶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2020년 서울건축영화제의 일환으로 저희 둘과 김병윤 교수님(대전대 건축학과)이 함께 참석해 진행했던 한 시간 가량의 대담이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는데요. 인터뷰에서 미처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위대한 계약은 그저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공간에 담긴 가치와 색다른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재미있는 영화이니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유튜브 채널_‘SIAFF2020 대담: 위대한 계약, 그리고 건축과 영화.’
https://www.youtube.com/watch?v=y4PkoMKN2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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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미래 구현할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 갖춰야_김경민 교수

A ‘new governance’ system must be established
to realize the future of the city

김경민 교수 Kim, Kyungmin 서울대 환경대학원

월간 <건축사>가 지난 2월 15일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도시계획) 교수를 만났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김경민 교수는 UC버클리에서 정보통신 석사 학위를 받고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보스턴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회사 PPR(Property & Portfolio Research)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전공 교수로 부동산 트렌드와 건축과 공간의 동인이 될 만한 요소들을 분석·발표하며 방송 출연, 도서 집필, 인터뷰 등을 통해 다양한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경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의 장소성·역사성을 이어나가면서 도시의 미래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 도시개발의 비전을 제시할 공공 디벨로퍼와 도시개발청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도시·건축의 변화를 위한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또 단순히 설계뿐 아니라 인문·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금융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도시계획 플랜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 전공) _ 하버대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 박사. 저서로는 <도시개발, 길을 잃다>, <리씽킹 서울:도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다>,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2020 부동산 메가트렌드>, <부동산 트렌드 2022> 등이 있다.

# 부동산 가격이 미치는 영향, 인정할 부분 인정하되
도시의 장소성·역사성 보존하며 균형점 찾도록 노력해야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

홍성용_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건축 이야기의 포커스가 전부 가격에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일반인들은 건축보다 부동산 측면으로 먼저 접근하다 보니 건축의 질은 항상 논의 밖인데요. 이런 측면에서 왜 건축이 부동산을 알아야 할까요.

김경민_도시 안에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용도에 따른 건축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건축을 기획·설계하는 사람들의 몫과 개발·운영하는 사람들의 몫이 따로 있습니다. 그 접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디벨로퍼(부동산 관련 개발사업자)와 건축사가 소통하며 맞춰가는 과정들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말씀하신 작금의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문제들은 우리가 인정할 부분은 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부동산 가격에는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제일 염려스러운 것은 폭등이 나왔을 때 지나치게 도시의 어떤 맥락을 무시하고 무언가를 하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500% 상향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송파 헬리오시티도 우악스럽게 보이지만 용적률 300%가 안 되잖아요. 서울시 도심 안에 500%의 용적률은 다 부수자는 얘기인데,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서울의 모습도 아니기에 이 관점에서 부동산 가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한계 안에서 어떤 식으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도시 안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좀 더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할까와 더불어 역사적인 도시로서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그 안에서 균형점을 찾는 노력들을 같이 했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디벨로퍼들도 금융이라든지 개발에 의한 전략을 세워야 하고요, 건축을 하는 분들도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예쁜 건물을 넘어서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같이 냈으면 좋겠어요.

 

# 향후 대규모 해체 바탕의 개발은 불가,
보존·개발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 고민 급선무
주택·도시개발의 미래 비전 제시할 ‘공공 디벨로퍼’ 있어야

홍성용_아파트처럼 이천, 삼천에서 많게는 만 정도의 세대수가 들어간다는 것은 건물의 개념이라기보다 도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생활이라는, 도시의 라이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다 배제되고 단순히 주택·주거에 딸린 인프라 정도가 남은 것 같습니다. 도시 구조에서는 모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의 접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보면 도시에서 도로를 차단하고 울타리를 쳐서 여기는 우리 마을이니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형태인데, 이게 도시 기능으로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현재는 부동산 가치 면에서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어 자생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경제적 관점에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김경민_아파트 생활편의시설이 이미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기에 애매한 문제 같습니다. 그런데, 대규모 해체를 바탕으로 한 개발이 앞으로도 과연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도시재생을 통해 대안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 합니다. 이제 과거처럼 다 부수고 같은 방식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과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과 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디벨로퍼나 건설사들이 그 방향으로 가려 하죠. 또 그쪽 입장에서도 대규모 경제규모로 가는 쪽을 선호할 거고요. 다양한 부분에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시 단위에서 기본적인 인프라를 과거처럼 다 제공하진 못하더라도 약간의 주차장이나 길을 개선해주거나 작은 규모지만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동네 레벨에서의 작은 규모를 듬성듬성 메워주는 식의 작은 단위 개발을 하고, 이를 풀어낼 수 있는 응용적 시스템이 뒷받침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1년에 <도시개발, 길을 잃다>라는 책을 쓰면서 뉴욕의 배터리 파크 시티를 개발 성공사례로 들었는데요. 초기에는 매립지이기에 개발하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디자인 안이 반영되며 주변에 있는 골목길 등까지 장소성과 역사성이 이어지게 만들어놓고, 코어부터 단기적으로 개발해서 커뮤니티를 쌓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생각해요. 그러기 위한 전략은 시에서 해야 한다고 보고요. 조금 먼 얘기긴 하지만, 시 당국 밑에 재개발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개발청이란 공공이 직접 개발하는 게 아니라 계획을 알려주고, 민간은 여기만 먼저 언제까지 개발하라는 식으로 디렉션 해서 다음 단계를 진행하면 장소성이 쌓일 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상암동 미디어시티도 MBC가 들어와 콘텐츠가 생기기 전까지는 저녁 9시 이후나 주말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당시에도 JTBC나 YTN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요. 만약 서울시 산하에 상암동 미디어시티개발청이 있었다면 더 제대로 개발이 이뤄졌을 것 같습니다. 코어부터 개발하고, 그다음에 점점 주변을 개발하고… 이것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까지 고민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식이 아니라 한 번에 쭉, 지나치게 말해서 땅을 쪼개 팔고 알아서 들어오라고 하면서 잘 안 됐던 거죠. 따라서 저는 지금이라도 공공 측면에서의 공공 디벨로퍼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직접 아파트를 짓는 게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고 거기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 공공 디벨로퍼요.
법에서 도시와 관련된 비전을 제대로 만들어 지역 단위 개발을 할 때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디벨로퍼들, 건축사들이 함께 도시설계를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성공적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거버넌스 체계가 없기 때문에 힘들지만요.

# 국내 공공민간 협동개발 사례 이미 존재
성공적 도시계획 위한 도시개발청 등의 혁신적 변화 시도할 때

홍성용_공감합니다. 공공에서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직접 개발을 주도하면 사실 성과가 날 수 없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공공이 전략이나 비전을 제시하고, 관리감독 기능 정도를 수행하면서 나머지 큰 틀만 잡아주면 될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김경민_만약 리더십을 갖고 조금 혁신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벌써 40년도 더 된 낙원상가 아파트 같은 경우는 굉장히 성공적인 공공민간 협동개발입니다. 서울시에서 당시 시장을 다 밀어버리고, 길을 세워 상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지은 거잖아요. 그 옛날에.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여건입니다. 역으로 말씀드리면, 그때의 전통을 잘 이어왔다면 우리도 성공적인 도시계획을 할 수 있었을 거예요. 따라서 리더십의 문제와도 연관이 되어 있고요. 그렇기에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습니다만, 그러기 위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시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조직을 좀 개편해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고… 서울시 주택국, 도시계획국을 따로 떼어서 갖다 놓으면 그게 앞서 말씀드렸던 도시개발청(재개발청)이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SH나 LH 같은 경우는 결국 공공 계통의 회사이고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지만, 말씀드린 재개발청은 회사가 아니라 ‘청’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비전이 따라가는 거죠. 일정부분의 영리는 하는 게 맞습니다만,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기에 단순히 숫자를 기준으로 계획한다거나 필지를 잘라 계산하는 식의 접근방법과 다르고요. 지금 공공 디벨로퍼 이야기가 나온 지 10년이 됐는데도 아직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거든요. 실질적으로 도시의 미래를 구현할 수 있는 체계, 새로운 거버넌스에 대해 빨리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홍성용_말씀하신 공공 디벨로퍼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김경민_외국의 공공 디벨로퍼는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보스턴 재개발청(BRA)처럼 시 개발을 주관하는 데도 있고요, 아니면 자기들이 기획을 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공공개발청이 있습니다. 허드슨 야드도 그 개발청이 따로 있습니다. 개발청에서 개발에 대한 도시계획 권한, 미래에 대한 질의응답 등을 해요. 외국의 도시재개발청을 보면 다양한 힌트가 있습니다.
우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재개발 사업이 망했잖아요. 그럼 서울시에서 그거라도 시도해봤으면 좋겠어요. 시도도 해보지 않고 우리와 맞지 않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니까. 실험적으로 용산재개발청을 만들어서 성공사례가 하나 나오면 충분히 인식이 될 것 같아요. 일전의 세운상가와 낙원상가 같은 공공민간 협동개발사례가 있기에, 우리도 못할 건 없거든요.

 

# 부동산 트렌드에 따른 도시 안 건축물의 다양성 부족
다양성 있는 도시 위한 새로운 정책 필요
‘용적률 거래제’ 도입 대안 될 수도…

홍성용_아파트 가격이 오르거나 붐이 있을 땐 사람들이 주택(집)을 안 짓고,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면 집을 짓는 등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30여 년간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부동산 가격과 주택 건축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경민_트렌드가 겹친 것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수요자(일반인)들은 기본적으로 투자했을 때 돈을 벌길 원하잖아요. 아파트는 자본만 투입하면 되지만, 주택은 땅을 사서 건축사들과 얘기하고, 시공하고, 집을 짓는 과정도 힘들고요. 또 서울 같은 도심이 아니라 외부에 주택을 건축한다고 했을 때 과연 주택가격이 아파트와 대비해 투자한 만큼 많이 오르느냐? 그게 아니기에 사람들은 순간순간 경제상황, 시장상황에 맞게 경제적 판단을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건 다양성 측면에서 도시 안에서 다양한 유형의 건축물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서울은 대기 수요가 너무 많아서 아파트가 들어서면 부침이 있더라도 언젠가 부동산가격은 계속 오를 거예요. 인플레이션에 맞춰 오를 가능성이 높고요. 다른 단독주택이나 한옥 등의 주택들은 개발 압박을 받을 텐데, 그렇다면 부수고 짓는 게 맞지만 사실 도시다양성을 위해서는 그렇지 않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서 다양성 있는 도시를 만들 것인가 실질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북촌 한옥마을에 사는 분들은 건물을 부수고 더 높이 지으면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데, 그걸 못 하게 막았잖아요. 저는 개인들에게 ‘당신들은 한옥에 대한 역사적 자원을 당신이 아닌 다른 대중들에게 주니까 참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다고 느꼈던 건 일전에 서울시에서 한강 르네상스를 한다며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에 용적률을 줘버린 거예요. 토지의 가격이 상승하는 건데, 그렇다면 이쪽(북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참았는데, 다른 쪽엔 한강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용적률을 준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우리도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용적률 거래제가 반드시 들어와야 합니다. 이게 있어야 도시 안에 있는 건물들이 남겨져요.
자기 용적률을 못 찾으면 팔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서 오래된 아파트의 용적률이 지금 250%라면 300%까진 봐줄게, 이렇게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부자동네라면 그들이 용적률을 사 모아서 올릴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성수동의 경우도, 우리가 언제까지 창고 주인들에게 성수동이 한국의 브루클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재건축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부수면 500%의 용적률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결국 이 사람들에게도 용적률 거래제를 허용해야 해요. 그래야지 사람들이 어느 정도 건물을 남길 거예요. 이 혜택이 사실은 모든 건축주를 100% 다 만족시키지 못하는 혜택이에요. 따라서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가 현재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도시계획적 정책이라든지 금융 정책이 좀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공공 거버넌스 기반으로 한 도시계획가&
도시 관련 인문·역사 이해 바탕으로 금융 전문성 갖춘 플랜 세워야

홍성용_금융이나 부동산 시장의 구조를 모르면 건축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응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시스템이나 제도가 필요할까요?

김경민_우선 진정한 계획가를 양성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공공에서도 계획가는 계속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공공에서 플래닝에 대한 철학과 운영 인식을 갖고, 이 플래닝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로, 사회가 더 복잡해진데 따라 플래닝도 단순히 도시설계에서 그림을 그리고 용적률을 그리는 식이 아니라, 도시와 관련된 인문학적 또는 역사적 백그라운드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나아가서 금융과 같이 붙어야 한다고 봅니다. 금융 같은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괜찮은 플랜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 사회적 측면에서의 새로운 대응 모델,
법적 제약으로 인한 도약의 어려움…
도시·건축의 혁신적 변화 위한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 必

홍성용_교수님께서 직접 운영하시는 사회주택인 셰어하우스도 사회적 측면에서 필요한,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건축 과정에 건폐·용적률, 대지안의 공지 등의 건축법과 세법 사이에 장애물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또 최근 다주택 소유정책에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정책 오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김경민_제가 셰어하우스를 건축하게 된 것은 2010년대 초반에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며 청년들의 주거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고서인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다가 셰어하우스가 돈이 부족해 적정 가격의 주거지를 찾는 학생들과, 돈을 벌고자 하는 건물주 양쪽이 원하는 것을 모두 맞출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축 셰어하우스는 거의 최초다 보니 여러 업체에서 보기 위해 방문했는데, 법과 관련해 미비한 사항이 많다 보니 다음 단계로 나가질 못하더라고요. 당시 강남구청에서 융통성 있게 해석하셔서 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그걸 뚫는 과정도 힘들었고요.
저는 우리나라에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해서는 안돼!’가 아니라 하지 않을 것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해도 된다고 해야 하는데, 현재는 딱 정해두고 ‘여기까지만 해’ 라는 식이 되니까 하지 못하는 거거든요.

홍성용_매우 동감합니다. 건축법도 안 되는 것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다 허용하면 창의적 발상이 나오고 새로운 도전도 가능한데, 요 정도만 가능하고 나머진 다 안 된다는 식이니까 거꾸로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없애고 시도조차 못 하게 되는 거죠.

김경민_네. 그렇기에 바뀌어야 합니다. 전 도시가 테크, 디지털과 관련된 플랫폼 도시로 바뀔 거라고 보거든요. 테크와 디지털이 얼마나 빠릅니까. 도시와 건축이 못 따라가게 되는 거죠. 그렇기에 지금 모든 걸 혁신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딱 정해주고, 그 선을 넘어오는 사람들에게 큰 패널티를 주면 되거든요. 그리고 실제 그 선을 넘는 나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봐요.

 

#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성찰, 공감대 형성 후
보존과 개발 등 방향성 갖춘 개발 추진해야

홍성용_즉각 투자해서 회수하는 단기적 이익도 있을 수 있지만, 도시의 공원 같은 길게 회수할 수 있는 장기적 이익도 있잖아요. 공원이 제공하는 산소라든가 공기청정기 역할, 정형화하기 어려운 여러 심리적인 기능까지요.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도 그렇고 모든 것에 즉각적인 순위 분석을 해서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도시와 건축도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데요. 부동산이 분명 중요하긴 하지만, 한쪽의 시각으로 과도하게 쏠려있는 건 아닌가 합니다.

김경민_공감합니다. 우리가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약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1960년대에 뉴욕의 펜스테이션이 철거될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지 않았지만, 소수의 건축사와 플래너들, 제인 제이콥스 같은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며 반향이 일으켜짐으로써 미국에서 이런 내셔널 히스토리 빌딩을 우리가 규제하고 보호해야겠구나 하는 인식을 갖게 된 거거든요. 저는 아쉬운 게, 2008년 서울시 청사 일부를 철거했을 때 많은 건축사들이 잠잠했어요. 일제 강점기 건물이긴 합니다만, 도시에 근대건축물이 많이 없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보존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우리 사회는 당장 그것에 대한 합의부터 되어있지 않은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서울 도시의 미래가 무엇이며, 우리가 간직할게 무엇인가 하는 공감대를 갖고, 그 다음부터는 어떤 식으로 개발할 것인지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부동산 가격이 올랐기에 도심에 재개발을 추진하는 건 너무 철학 없는, 정말 영혼 없는 전략이구요. 서울 도심에서 무엇을 보존하고, 균형적 개발을 같이 하겠다는 관점에서 장소성과 역사성을 살리는 우리만의 방향성이 나온다면 좋을 것 같아요.

홍성용_개인적으로,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도시나 건축을 언급하는 칼럼니스트 등의 존재가 부재하고, 매스컴도 따라주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모두가 다 아는 문화적 관점, 그것도 역사가 있는 고궁이 사라진다거나 이정도가 됐을 때의 맹목적인 시각 외에는 다른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 황폐함 때문에 계속해서 도시나 우리나라의 모든 건축이 길어야 20년짜리 부동산으로만 취급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대학로의 건물도 하나도 원형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역사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별로 없는 거죠. 그 부분이 매우 안타깝고, 현업 건축사, 건축교수들의 발언도 많지 않고 발언하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전달이 되지 않는 부분도 아쉽게 여겨집니다.

 

# 디벨로퍼-건축사 간 소통 중요
도시에 대한 역사·이해도 높여야

홍성용_마지막으로, 건축과나 도시건축과 쪽 학생들 또는 건축을 하는 분들을 위한 핵심 조언 부탁드립니다.

김경민_환경대학원에 건축학과 친구들이 꽤 많이 오는데, 대개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엄청 부지런해서 학부에서 엄청난 트레이닝을 받았음을 짐작하게 하고, 또 기술을 금방 학습합니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 언어가 피상적이라는 것입니다. 맨 처음 언급했듯, 디벨로퍼와 건축사가 소통하며 맞춰가는 과정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건축학에서 도시에 대한 역사나 이해를 강화하는 부분들에 대한 수업이나 교육이 좀 더 강화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업역 자체가,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건축비가 낮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이 더 심하고 맨먼스(man/month)가 더 투입되는 것 같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공부하거나 다른 걸 돌아볼 여력이 없다는 걸 느껴요. 빠르게 변하는 인더스트리(산업)를 꿰찰 수 있는 학습이 필요하고, 그 교육을 하는 역할을 건축사협회라든지 학회 등 누군가 담당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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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인 대내외 위상, 전문성 제고에 정책 역량 집중” ‘회원 친화적 협회’ 선도_김연태 회장

“Concentrating policy capacity for enhancing the status and expertise of construction engineers at home and abroad”… Leading ‘member-friendly association’
김연태 회장 Kim. Yeontae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국가건설기술발전 기여를 목적으로 1987년 설립된 한국건설기술인협회(이하 건설기술인협회)는 약 90만 명의 회원이 속한 명실상부 국내 최대 건설분야 직능단체로, 건설기술인 위상 제고와 법·제도 개선, 건설기술인 경력관리, 복지, 교육 및 연구, 일자리 지원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건설기술인협회는 지난 2019년 3월 첫 직선제 회장을 선출하고, 회원을 중심으로 하는 협회 운영을 목표로 하는 등 대한건축사협회와도 유사점이 많다. 작년 12월에는 건축문화 발전과 건축기술 향상을 위한 협력관계 구축을 위하여 양 기관이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바 있다.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김연태 건설기술인협회장에게 협회의 주요 추진사업과 현안 과제 등을 들었다.

김연태 한국건설기술인협회장(2019.03.26~)
철도청/국방시설본주(시공기술사, CMP)와 삼부토건을 거쳐 (주)혜원까치종합건축사사무소·신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및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19년 3월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첫 직선제 회장으로 당선됐다.

# 콜센터 평균 응대율 95% 이상 유지,
방문민원 평균 대기시간 1/3로 단축 등 신속 민원처리
건설기술인 자긍심 고취, 권익 보호에 주력

Q 건설 관련 최대 직능단체인 한국건설기술인협회의 첫 직선제 회장으로 2019년 취임하여 지금껏 협회를 이끌어 오고 계신데, 그간 어떤 부분에 주력해 오셨는지요.

협회장으로 취임 후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회원이 주인인 협회’를 만들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낮은 자세로 회원을 섬기자고 가장 먼저 당부했고, 지금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장이나 직원이 아닌, 회원이 우리 협회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취임 후 협회의 문턱을 낮추고 친절하고 신속한 민원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습니다. 회원들의 이용이 가장 많은 콜센터의 응대율을 전국 118개 공공기관 평균 응대율인 89%를 웃도는 95%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고, 각종 업무절차를 간소화해 방문민원의 평균 대기시간을 37분에서 13분으로 단축시켰습니다. 또한 타성에 젖은 조직문화를 바꿔 그동안 민원인에게 고압적이라 지적되어 왔던 직원들의 태도를 개선해 친절한 협회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을 일부분 듣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민안전과 경제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건설기술인들의 노고를 대외에 알리고, 건설기술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2021년 3월 24일 서울 강남의 팰리스 호텔에서 개최된 ‘건설기술인의 날 기념식’에 정세균 前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Q 건설기술인 위상 제고와 건설기술인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강조해 오셨는데요.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건설기술인을 바라보는 위정자들의 시각은 낮기만 합니다. 90만 명의 건설기술인이 소속된 저희 건설기술인협회에서 매년 ‘건설기술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국토교통부 차관이 참석하는 정도였습니다. 건설기술인을 대표하는 행사이니 만큼 품격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처음으로 국무총리가 직접 참석해 건설기술인들의 노고를 격려해 주셨습니다. 기념식이 국무총리 행사로 격상되면서 건설기술인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되어 뿌듯합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는 행사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건설기술인의 권익 보호와 위상제고의 기반이 되는 것이 법과 제도라 할 수 있는데, 그간 협회에서는 국회와 정부,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건설기술인을 위한 각종 법안 개정과 건의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관련 법 개정으로 건설기술인이 발주처로부터 불공정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부담 없이 신고할 수 있는 ‘공정건설지원센터’를 각 지역 국토관리청에 마련해 운영 중입니다. 대학의 건설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도 초급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젊은 기술인들이 보다 쉽게 건설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으며, 그동안 시공분야에만 국한되어 있던 건설기술인 경력인정 범위를 교육, 연구, 관리 등을 포함한 건설관련 업무 전반으로 폭넓게 확대시키기도 했습니다. 또한 적정공기산정기준, 건설기술용역 등의 용어를 건설엔지니어링으로 변경하는 등 그간 협회를 비롯한 건설 관련 단체와 함께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많은 법안의 개정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Q 2020년 12월에 국토교통부로부터 교육관리기관으로 지정되었는데, 급변하는 건설환경에 맞는 건설인재의 육성과 건설기술인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지요.

건설기술인협회는 지난 2020년 12월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국토부로부터 교육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교육관리기관으로 지정받았습니다. 그동안 건설기술인 교육이 시간 때우기 식 교육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교육관리기관을 지정하게 된 것이지요.
지난해 4월에는 연구원에서 3개월간의 심층 심사를 통해 7개 종합교육기관(갱신 5, 신규 2), 8개 전문교육기관(갱신 4, 신규 4)을 지정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공정한 관리감독을 통해 건설기술인의 전문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교육훈련 상황관리 및 안내 업무를 수행하는 협회는 지난 12월 교육·훈련 미이수자 과태료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전 부서 비상지원 체계를 구성하여 회원의 불이익 예방을 위한 안내를 실시해 왔습니다. 협회가 교육기관이나 과태료 부과기관은 아니지만, 회원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불이익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제반 정보를 건설기술인들에게 신속·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IT, IoT 등의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창의력을 갖춘 젊은 인재의 양성과 진입을 위해 관련 협·단체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해외건설현장 견학, 국제학술활동 등 역량 강화를 위한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신고절차 간소화, 온라인 경력신고 확대 및 업무 자동화,
회원과의 소통 강화 등 회원 중심 정책 지속 추진…
향후 과제는 ‘건설기술인 역할과 위상 재정립’

Q 2022년 임인년 주요 추진사업과 현안 과제는 무엇인가요.

회원들이 협회를 편안하게 찾을 수 있도록 신고절차 간소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원활하고 신속한 회원 상담, 온라인 경력신고 확대 및 업무 자동화 구현, 회원과의 소통 강화 등을 통해 회원 중심의 협회가 되도록 더욱 꼼꼼히 살피려 합니다.
그간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건설안전특별법, 부실벌점제, 양벌제 등 건설산업과 건설기술인을 옥죄고 있는 법과 제도가 여전히 많습니다. 건설기술인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정부, 국회 등에 적극 건의하는 것은 물론, 직접 입법창구를 마련하기 위한 건설기술인의 비례대표진출 노력 등 건설기술인의 권익보호와 자긍심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건설산업의 틈새시장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건설기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지원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건설산업과 건설기술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개선하는 것도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건설기술인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여 젊은 기술인이 많이 들어와야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건축사, 세계적인 엔지니어가 탄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설기술인협회는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하는 국가안전대진단에 참여하고 산불피해 돕기, 코로나 성금 모급, 농촌 일손 돕기 등 다양한 사회공헌과 재능기부 활동을 전개하며 건설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 향상과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활동 모습.

Q 최근 한국건설기술인협회와 대한건축사협회 간 업무협약식이 있었습니다. 중점적으로 협력 추진하고 싶은 사업, 또는 협력해야 할 일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도 건축을 전공한 건축시공기술사지만, 건축사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국가로부터 전문자격을 인정받은 건축분야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국내 유일의 법정 건축사 단체이자 57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건축사협회와 MOU를 맺게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양 협회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안전하고 좋은 건축물을 공급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세미나와 전시회를 비롯한 학술행사를 공동 개최하고, 양 협회 회원들의 역량강화와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건설시장에 대한 불신과 경시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도 합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2월 2일, 한국건설기술인협회와 대한건축사협회가 업무 협약을 맺고 건축사와 건설기술인 권익보호 및 위상제고, 건설기술인과 건축문화·건축기술의 발전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왼쪽부터 김연태 한국건설기술인협회장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Q. 끝으로, 새해를 맞는 대한건축사협회 회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위기 상황에서도 1만 3,000여 명의 건축사분들을 포함한 우리 건설인들의 저력과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리며, 올해는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함께 품어봅니다.
평생을 건설행정과 시공, 감리업무에 종사한 뼛속까지 건설기술인이며, 90만 건설기술인과 함께 하는 건설기술인협회 회장으로서 앞으로 건설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욱 꼼꼼히 살펴 건설인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적어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 한해도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석정훈 회장님과 대한건축사협회가 추진하시는 모든 일들을 잘 이루시길 바라며, 건강하심 속에 만복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글 육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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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시프트’, 경쟁력 강화에 앞장_이영범 원장

‘Paradigm shift’ to the construction industry,
taking the lead in strengthening competitiveness
이영범 원장 Reigh. Youngbum 건축공간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auri)’은 2007년 대통령 지시로 설립된 최초의 건축·도시 분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건축도시공간연구소)으로 출발, 2020년 국무총리실 산하 국토연구원 부설기관에서 독립법인화를 거쳐 ‘건축공간연구원(이하 아우리)’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우리나라 건축·도시분야 정책 현안과 중장기 비전 수립 연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런 까닭에 국내 모든 건축, 도시정책 배경에 아우리의 연구활동이 뒷받침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우리는 앞으로 건축 도시공간분야 대표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체질 개선과 역할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정책연구 방향 수립 및 연구원 구성원 참여에 기반한 연구관리와 경영체계 모니터링을 지속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월간 <건축사>가 지난 2021년 12월 13일 이영범 도시건축공간연구원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국민 삶 밀착해 연구, 정책·현장연구 균형감 갖고
조직 유연성 키워 연구의 질 높일 것

홍성용 _ 현재 아우리의 중점 추진 사안이 무엇인가요?

이영범 _ 아우리가 국책연구원으로 출범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에 걸맞은 새로운 비전과 역할을 정립하는 것과, 우리 연구원의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정책연구와 현장연구의 두 축의 균형을 맞춰 수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정책연구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나, 이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 우리 연구원에 탄소중립, 고령화 등 다양한 부처의 현안 관련 연구 요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행하는 과제 수가 많다 보니, 연구원 개인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연구원 전체 시스템을 세심히 살펴 어떻게 하면 우리 연구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잘 담아 정책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지 논의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연구 수행 과정에서 늘어난 연구과제를 해결하면서도 연구자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도를 높여주는 것이 필요한데, 과제의 참여 인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것 등이 방법이 될 것으로 보고,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시설 공급 넘어선 ‘공간’의 관점에서…
공간+복지 개념으로 접근
산학연 연계, 지역 활동가들의 동참 必

홍성용 _ 현장 연결성을 위해 산학연 연구 협력 체계를 강화하면 어떨까 합니다. 아우리가 건축사나 공무원, 대학과 긴밀히 연결돼 함께한다면 실무차원에서의 아웃풋도 깊이 있게 나올 것 같습니다.

이영범 _ 공감합니다. 아우리에서 수행하는 생활SOC 관련 연구와,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의 업무, 건축자산과 관련된 연구와 사업이 산학연 연구 협력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입니다. 국가정책연구기관인 아우리가 공간을 매개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 차원에서 지역대학이나 지역의 건축사분들과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생활SOC를 이전에는 개별 시설물 단위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생활권 단위로 기존 것들을 묶거나 연결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다양한 공공시설물을 세웠으나 현장 여건과 맞지 않게 되면서 빈 공간으로 남거나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때문에 공급차원에 그쳐서는 안 되고, 공간과 공간 간의 유기적 운영,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공공 공간에서 구현하면서 지역민 삶의 질 문제로 연결하는 공간 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요새 강조되는 소위 청년 문제도 지역대학에서 청년들이 로컬과 결합되는 식으로, 어느 한 축에서 역할을 해주면 어떨까요? 공간과 시설의 문제도 지역 기반의 공공건축가나 마을건축가들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결합될 수 있다면, 정책연구를 했을 때 생겨나는 현장과의 접촉 한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장 네트워크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책에 반영해달라든지, 혹은 지원체계를 구축해달라는 요구에 아우리는 상위개념의 프레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각자의 역할을 서로 이해해 최대한 그것들을 활용하는 방식의 협력체계가 바람직합니다. 정책연구가 궁극적으로 현장을 바꾸려면 산학연 협력체계는 필수조건입니다.

 

# 주거, 주택정책 측면 아닌 ‘주거문화’ 개념으로
여러 문제 한 번에 들여다봐야

홍성용 _ 건축법, 주택법 등이 부동산 정책과 엮여 법 적용이 애매해지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는데, 생활형숙박시설이 대표적입니다. 법 적용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해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그러려면 이론과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영범 _ 말씀하신 내용은 소위 ‘땜질’식 정책 수립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임기응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과 통합적인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주택정책과 관련된 연구는 국토연구원이, 경제정책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세제 관련해서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담당하고 있는데요. 아우리에서는 주택 문제를 ‘주거문화’에 좀 더 집중해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주택을 부동산 가치(가격)로만 인식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가 주택을 통해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주거문화라는 관점에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거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생활권, 즉 커뮤니티에 대한 문제 등은 단순히 주택 차원에서 공급하는 게 아니라 주택과 더불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공급돼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겠죠. 예를 들면 청년들이 슬리퍼를 신고 집 근처 동네를 편히 돌아다닐 수 있는 소위 슬세권, 이런 부분은 단순히 집의 문제가 아니라 동네나 마을에서 어떻게 생활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또 직장 출퇴근 문제, 내가 어울리고 싶은 커뮤니티가 잘 되어있는 동네…. 이런 관점에서 이제는 주거문화라는 관점과 연동해 주택정책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산재된 주택 관련 법 문제 해결 위해
법령 개정과 부처 간 칸막이 해소 필요…유연함 갖춰야

이영범 _ 인구변화 추계를 보면 합계출산율이 갈수록 최저치를 기록하고, 2021년 연간 출생아 수도 26만 명 선으로 예측되는 상황입니다. 향후 30~50년을 들여다봤을 때 인구가 천만 명 이상 줄어들 거라는 연구결과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상황인데요. 한편으로는 인구가 줄어들고, 도심의 학교는 학령인구 부족으로 인해 폐교 위기를 맞고, 지방 도시는 빈집이 늘어나며 소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토 전반에서 소멸과 쇠퇴로 인한 유휴공간이 자꾸 늘어나는 가운데 어느 한쪽에서는 집값이 올라간다고 “공급물량을 계속 늘려야 한다”, “재건축 허가를 안 해줘서 생겨나는 문제다”라고 얘기하는 등 정말 기울어진 운동장 형태가 많습니다. 공간을 너무 정해진 기능(용도)에 맞춰 공급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유휴화된 공간들을 단순 주거용도가 아닌 복합용도로 리노베이션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전히 공급 주도 방식으로 문제를 단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과 이를 운영할 수 있도록 부처 간 칸막이 해소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건설산업→건축산업 틀로 전환하고 경쟁력 강화 위해 노력
건축산업 통계 확보 준비 중…
건축산업 규정과 패러다임 전환 위한 목소리 낼 것

홍성용 _ 최근 4차 산업혁명, 즉 슈퍼 생산성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위 제조업 고용시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박인석 국가건축정책위원장님의 저서(건축이 바꾼다)에서 건축은 그 시장을 유지시켜줄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내용에 공감합니다. 특히 소규모 건축물은 건축산업의 현실적인 변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건축하는 사람의 시각뿐만 아니라 전체 시장구조나 인구산업 측면에서 연구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영범 _ 지난달 국건위와 정책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핵심의제는 건축산업에 대한 것입니다. 그동안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건설산업 중심의 패러다임이 유지돼 왔던 게 사실입니다. 통계로 보면 건설산업은 현재 토목이 약 30%, 건축이 70% 정도입니다.
소규모건축물의 시공·감리를 다 포함하면 건축산업의 연간 전체 매출규모는 우리나라 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산업을 합친 것과 거의 맞먹습니다. 그런데 국가정책과 모든 산업의 표준이 여전히 토목중심의 건설산업 틀에 맞춰져, 이를 어떻게 건축산업의 틀로 전환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위기관리나 방안 마련을 위해 건축산업의 통계를 명확하게 가질 필요를 느낍니다. 건축산업 관련 용어, 해외 산업체계는 어떤 식으로 분류되는지, 또 그 산업체계에 따른 건축산업 내의 설계시장, 그 속에서 나머지 소위 엔지니어링에 해당되는 부분에서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의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현재 국건위와 함께 산업통계 체계를 마련 중입니다. 국건위와 긴밀히 협력해 큰 틀에서의 건축산업 전체 파이에 대한 규정과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목소리를 내려 합니다.
산업인력 부분은 아우리가 다루지 않지만, 소규모 공공건축물의 품질관리 측면에서 보면 산업기술 인력, 이른바 어떻게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해 현장에 배치하고 계속 재교육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관건입니다. 현재 해외 노동자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관련 연구는 없는 형편입니다. 소규모건축물과 관련된 정책 로드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영범(李營範) 건축공간연구원장(2021.10.05~ )
서울대 건축학 학·석사, 영국 A.A. School 주택 및 도시학 박사. 현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서 건축정책학회 부회장 및 한국공간환경학회 부회장,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도시재생위원회 위원, Pacific Rim Community Design Network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참여와 소통으로 가꾸고 나누는 공간의 지혜>, <도시의 죽음을 기억하라>, <건축의 공공성, 담론의 대상에서 가치의 실천으로>, <지역의 재구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건축과 도시, 공공성으로 읽다(공저)>, <당연하지 않은 도시재생(공저)> 등이 있다.

# 효과적인 설계+운영 방식 위한 계약제도, 발주제도 연구…
기존 규정·법령에 얽매이지 말고 장애물 넘기 위해 노력해야

홍성용 _ 마지막으로 공공건축 분야에 대한 질문입니다. 공공건축의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은데, 사전 기획이 잘 되지 않는 측면과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개선을 통해 유지관리가 잘 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합니다. 또 하나, 업무를 하다 보니 지금처럼 관에서 직발주하는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설계가 끝나고 심의가 계속되면서 착공이 1년 이상 지연되다 보니 물가 상승으로 공사비를 맞출 수 없는 일이 생기고, 그걸 해결하려는 과정에 문제의 소지가 생기기도 하고요. 절차대로 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영범 _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에서 설계를 발주하기에 앞서 건축기획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연구원에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가 설치되고, 공공건축지원센터를 통해 설계공모 이전에 공공건축 사전 검토를 받도록 해 공공건축 건립의 효율성이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짓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짓고 나서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해당 공공건축물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지 사전에 기획해야 하는 것이죠.
다음 단계로는 공공건축 조성을 기획하고 설계를 발주하는 단계에서부터 설계자와 운영자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서울시의 노들섬 사례가 그랬고, 아우리에서 진행 중인 군산시 시민문화회관 재생 관련 프로젝트도 ‘어떻게 하면 설계와 운영을 함께 고민할 수 있을까?’ 하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현재 계약·발주 제도들이 이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다 보니 진행 과정에서 벽에 부딪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설계와 운영이 결합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설계 초기의 계약·발주제도에 대해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위탁방식도 장기 운영 식으로 운영자가 보조금 없이 전적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이용해서 수익을 내고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누군가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 설득하고, 하나하나 풀어내 협의하는 여러 행정의 장애물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장애물들을 누군가가 쉽사리 건너려고 하지 않는 거죠. 기존의 규정이나 법령에만 얽매여 비판하기보다는 행정과 운영자 각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산학연이 각각의 역할을 통해 연구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처럼 각각의 주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 건축계, 변화와 혁신을 향한 하나된 목소리 내야…
“사회적 관심 갖고 삶의 공간복지 향상에 기여해 달라”

홍성용 _ 건축사 또는 건축계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이영범 _ 먼저 건축계 전체의 목소리를 묶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공통의 현안에 큰 공감대를 형성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또,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향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현장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관심을 갖고 참여해 역할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각 지자체에서 총괄건축가나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건축사분들이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공건축, 지역의 소규모 재생, 마을단위로 밀착해 공간을 바꿔나가는 등 여러 작업에 기여해 변화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것들을 묶어서 제도적으로 매력적인 하나의 전문영역, 일자리가 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아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건축사분들도 단순히 건물이나 시설 차원이 아니라, 공간 측면 또는 공간과 지역사회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 삶의 공간 복지를 좀 더 향상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지, 건축의 역할이 과연 어디에 있고, 그 역할을 위해 행정 관계를 어떤 식으로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지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우리도 오픈마인드로 논의와 협력을 지속할 것이며, 정책연구를 통한 법제도 개선과 더불어 건축도시 성장의 주춧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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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재…옛 원형 보존하며 현대적 공간의 사용성 이뤄내다

Yooshinjae – House of thoughts and trust Achieved the usability of modern space while preserving the old prototype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529제곱미터 규모의 2층 사옥 ‘유신재’. 일제강점기 시절 건설된 벽돌(연와조)과 철근콘크리트조, 목조 트러스 지붕 구조의 이 낡은 건물은 준공(1926.06.23)된 지 90년이 훌쩍 넘었으며, 건물주인 ㈜유신이 역삼동으로 사옥을 이전한 후 30여 년간 문서보관소로 사용돼왔다. 그런 이 건물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의 공사를 거쳐 유신건축(주.유신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의 사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근 100여 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의 리모델링 설계자는 유신건축의 김지덕 건축사(父)·김우영 건축사(子/ 영국왕립건축사) 父子다. 지난 9월 24일, 유신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두 부자 건축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홍성용_어떻게 이 건물을 사옥으로 쓸 마음을 갖게 되셨나요?

김지덕_제가 한 50년 건축을 했는데, 하면서 매일 바쁘게만 생활하고 우리 건축사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공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못 봤어요. 그래서 ㈜유신의 전경수 회장님과 유정규 회장님께 이 건물을 창고로 쓰시지 말고 빌려주십사 청을 했습니다. 우리같이 건축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만나면, 옛 건물도 현대에 맞게끔 자유롭게 설계해서 이용할 수 있다고요. 지금은 건축적인 세미나가 있으면 이곳 2층 회의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주변에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필요한 건축적 일도 할 수 있도록 하고요. 그것이 우리가 건축사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 오래된 건물의 리모델링
   사회에 공헌하는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자 건축사의 책임이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업적

홍성용_유신재가 90년이 넘은 건축물이잖아요. 최근 들어 ‘재생건축’이라는 용어가 각광받으면서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트렌드화·소비화되고 있는데, 10년 새에 사회 분위기가 급격히 변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김우영_많은 요소들이 존재하는데, 우선 경제적인 문제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건비도 오르고… 건물을 짓는다는 게 보통 큰일이 아니잖아요. 기존의 건축물을 살려서 적합한 용도로 변화하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더 수월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건축물이 갖고 있는 내재된 특성을 잘 살리면 굳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공간의 퀄리티라고나 할까, 그 공간이 갖고 있던 장점을 얻을 수 있는 거죠.
또 친환경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물의 생애 주기 동안 발생하는 탄소량의 상당 부분이 시공단계에서 야기되는데, 리모델링은 내재된 걸(카본 등) 그대로 두는 행위잖아요. 그 자체가 미래적으로 볼 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저희가 실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 당장에 실천할 수 있는 행위인 것 같아요.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서 건축인으로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도 생각하고요. 마지막으로는 당장 법규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법이 너무 강화됐잖아요. 신축건물을 짓는다는 게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다르기에 지어진 건물을 보존하는 게 면적 개념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좌)김지덕 건축사 · (우)김우영 건축사

김지덕_건축은 사람의 생활에 가장 절박한 세 가지 필수항목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의 근대 건축물은 시대 조류나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해체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야만 하는 신축 건축물을 설계·건축하는 사례가 많이 목격됩니다. 그러나 유럽 여러 나라들은 옛 건물을 해체하기보다 현대 사용 목적에 합당하게 고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인 사항들을 보완해 현대적인 공간의 쓰임새에 맞게 리모델링하고 있어요. 옛 건물을 쓰임새 있게 다시 만드는 건축사들 중에 프랑스의 앤 라카톤(Anne Lacaton)과 장 필립 바살(Jean-Philippe Vassal)이 옛 건물을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건축공간으로 설계·개조해서 근본은 살리되 기능 위주의 새로운 합리적 공간을 창안해 올해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잖아요. 이전 건물을 철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공간 개념으로 접근해 만들어내는 것은 경제적·친환경적·사회적 공간을 새롭게 적용해 사회에 공헌하는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자 건축사의 책임이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신재’, 건축유산의 복원에 초점
   개인적 욕심 내려놓고 95년의 개조·변화 흔적 그대로 살렸다

홍성용_어떤 태도로 이 건물의 리모델링 설계에 임하셨는지 좀 더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우영_이 건물(유신재)은 건물주(주.유신)가 역삼동으로 사옥을 이전하신 후에 거의 30년 가까이 문서보관소로만 사용한 건물입니다. 그 와중에 개발사업이나 부지 매각을 통한 이윤을 추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혀 그러지 않으신 점이 남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이 건물의 역사성이 그 분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설계에 착수했을 때 어떤 개인적 성향을 부여해서 건물을 새롭게 변신시키겠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내려놨고, 건물의 역사성이 퇴색되지 않도록 (건축 유산의)복원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허물어져가는 부분도 많고 건물의 하자가 많으니까, 그런 것들을 보수·복원해서 건물이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된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판단했습니다. 건축물이 내포하고 있는 존엄성을 회복하고 이를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 설계자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했고, 공사 과정에서도 과거의 건축적 언어, 시공법과 재료,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진 개조나 변화의 흔적들을 애써 지우거나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것들은 이 공간의 성격과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이자 이 건물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합니다. 건물 외벽에 문패를 제외한 옥외간판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고요.

홍성용_작업 진행 과정을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지덕_안이고 바깥이고 막 현대화시킨 것이 아니고, 본래의 내부 모습을 살려 역사적 맥락의 시각적 시인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불편함 없이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 김우영 건축사에게 작업을 해보라고 했을 때 무척 좋아하는 거예요. 김 건축사가 영국에서 학교를 나와 공부를 해서 좀 전에 언급한 것 같은 Architect 스피릿을 알고 있으니까… 옛것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현대화해서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 김 건축사가 고민을 많이 했죠. 비가 새던 기와는 철거 후 징크소재 지붕을 설치하고, 폭삭 무너져가던 지붕재도 다시 보강하고요. 트러스 위 지붕판재의 상부는 단열재로 보완해 단열 효과를 높였습니다. 목조 출입문과 창문은 알루미늄으로 교체 시공하고 냉난방, 통신, 소방시설 모두 새로운 요구 조건에 맞게 신설했습니다.
즉 평범한 기술로 건축사의 미적 개념을 적용해 신·구의 조화로운 감각을 살리되 원형은 보존하고 현대적 공간의 사용성을 이뤄낸 거죠. 실용적인 아름다움과 환경적인 책임,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옛 감수성과 역사성을 느끼고 존중할 수 있도록 겸손한 접근방식을 취하여 오래됐지만 여전히 현대적인 건축물로 재탄생됐다고 생각합니다.

김우영 건축사

김우영_트러스 자체 상태는 굉장히 양호하다고 판단했는데, 그와 결부된 장선과 판재에 누수로 인한 피해가 있었기에 그 부분을 전면 보완했고요. 1층은 외벽 두께가 40센티미터가 넘는데 벽의 축열성능(Thermal Storage Capacity)을 믿어보기로 했어요. 구조체를 뚫고 냉기 또는 온기가 오고 가는 데 있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리니까. 사실 처음 이 건물에 들어와 본 것이 여름이었는데, 좀 시원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벽쪽 단열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존의 구조체 자체를 신뢰한 거죠. 지붕은 워낙 열기가 세니까… 저희가 업무공간으로 상주해야 하기에 지붕 단열재는 상당한 보강을 거쳤습니다. 다만 수도계량기에서 화장실 밑으로 들어오는 배관은 저희가 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을 들어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래서 미세하게 녹이 섞인 물이 나오기도 해요. 몇 십 년이 지난 배관이 묻혀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런 부분은 이제 저희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진행한 거죠. 정수기도 급수관과 직접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물통을 얹어 사용하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이유가 그런 거거든요.
김지덕_해놓고 보니 굉장히 좋습니다. 화장실도 90년대 벽돌집처럼 벽돌을 툭툭 쑤셔 넣었는데, 전연 새로운 맛입니다. 옛것도 느낄 수 있고요. 모든 부분이 마찬가지입니다. 이 동네 사람들이 비교적 거주기간이 긴 편인데, 지나가며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그로테스크한 건물을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고쳐놨냐며 마당 한편에 꽃 화분을 놓고 가기도 했습니다.

홍성용_건물은 철골로 된 건가요?

김지덕_벽은 연와조고, 기둥과 보, 슬라브는 철근 콘크리트로 된 하이브리드 건축물입니다. 앞쪽이 오리지널이고요, 저 뒤쪽 공간은 ㈜유신에서 쓸 때 한 번 증축을 한 공간인데 1970년대쯤 증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지덕 건축사

 

# 실측과정에 특히 공들여 건물 스터디…
   필요한 건 ‘공간’이지, 특정한 ‘용도’ 아냐
   오리지널 건물의 물성 덮는 행위 지양

홍성용_진행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우영_도면이 없어서 실측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시공사에 스케치와 구두로만 전달할 수 없다보니 실측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 시간을 많이 들였습니다. 처음 이 공간에 왔을 때는 천정재도 있었고 굉장히 꽉 찬 공간이었는데, 2단계로 나눠 철거했습니다. 실측 후 1차로 실내부분 철거를 한 후에 막혀서 볼 수 없던 천정 같은 부분을 진행했고, 그 다음 2차 철거를 진행했어요. 그렇게 나눠서 진행하면서 건물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벌고, 정확한 스터디를 할 수 있게끔 한 거죠. 사실 이런 건물의 작업은 정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현장조사를 많이 했고, 그렇지 않으면 파악하기가 힘들죠. 95년 된 건물의 안과 밖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해서 뭔가 하려는 자체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또 건물의 바닥을 자세히 보시면 평활도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가구배치를 할 때도 기존 저희가 알고 있는 가구 시스템을 놨을 때 적응이 안 되는 거죠. 저 쪽에 있는 테이블도 오른쪽 다리를 상당히 올려서 배치했거든요. 한 쪽이 8~9센티미터 정도 높으니 레벨을 맞추게 되면 거의 새로운 바닥을 갖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기존의 오리지널 건물이 갖고 있던 재료의 성질을 덮어버리는 행위가 되는 거죠. 그 자체가 부담스러웠기에 그런 행위를 배제했습니다. 말씀드렸듯 처음부터 원칙이 복원·보존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질문들이 떠오르면 그 기준으로 판단하는 거예요. ‘아! 이건 이런 관점에서 좋지 않겠다’ 하고요.

홍성용_다른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다르게 느꼈던 점이 있나요?

김우영_아주 오래된 건물을 건드리는 입장에서, 이런 경험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외형적인 부분보단 일단 하자가 좀 없었으면… 하고 바랐고, 오랜 세월을 버틴 건물이라 저는 건물이 굉장히 튼튼할 줄 알았어요. 사실 이것저것 건드려보니 굉장히 여리고 섬세하더라고요. 어떻게 이 오랜 세월을 버텨왔나 싶을 정도로, 지붕이 허물어져있는 모습 등을 봤을 때는 ‘아, (건물이)진짜 오래 버텼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과감한 접근보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이 건물을 나의 어떤 억지스러운 주장에 의해 변화를 시키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홍성용_불편하거나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안고 가겠다는 그런…….

김우영_그렇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90년 이상 된 건물을 쓰려 하면서 현대건물의 기준을 대입하는 태도는 무리가 있다고 보거든요. 설계자들은 용도를 기준으로 설계를 하잖아요. 그 용도에 맞춰서 모든 공간이 짜이고……. 그런데 공간이 용도에 국한되어 쓰인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환경 변화에 제약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거죠. 코로나라는 국면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그런 고민들을 했던 것 같아요. 최근 해외에서도 다들 얘기하는 게 그런 거잖아요. ‘코로나 시대에 어떤 설계를 할 것인가.’

홍성용_저 역시 건축법에서 정의하는 용도가 이렇게 디테일할 필요가 있을까 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너무 디테일하게 용도를 구분해버리니까 시대나 상황이 바뀌었을 때, 지금만 봐도 당장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수용 불가가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김우영_그렇죠. 용도에 갇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근본적으로 공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그게 한 시대의 용도에 갇혀서 방향을 잃을 수도 있고요. 요즘 보면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고, 그 용도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공간도 많고요. 실질적으로 저희가 필요한 공간은 다변화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필요한 건 공간이지, 어떤 특정한 용도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유신재 앞에 두 부자 건축사가 서 있다.

# 건물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원 설계자의 의도 드러내

홍성용_외형적으로 보이는 입면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김우영_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창호 타입을 결정하는 것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나름 주어진 한계 내에 예쁜 패턴 등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던 게, 고민하다 보니 그게 의미 없다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최초에 있었던 스타일인 새시 윈도우(오르내리창), 거기에 준해서 새롭게 창호를 제작하는 게 낫겠다 결심하고 아주 쉽게 틀을 잡았죠. 대신 그전에 뭔가 해보려고 허비한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했을 때 건물과 어울리느냐 하는 건 또 별개의 문제거든요. 원 설계자의 의도가 드러나는 게 이 건물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홍성용_작업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김지덕_작년 9월 말에 시작했습니다. 처음 답사는 지난 해 9월에 시작했고, 공사는 올 4월에 들어가서 5개월 만에 완료됐습니다. 120일이 소요됐으니 실제적으로 4개월이네요. 더 빨리 완료될 수 있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지붕 때문에 오래 걸렸죠.

김우영_사실 시공사 측에서는 3개월을 예상했었어요.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기면서 그 하자를 잡기 위해 파고 들어가면 다른 문제가 연관되고, 같이 보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러다 보니 한 달이 더 소요된 거죠.

# ‘건축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 같은 생각을 지닌 두 부자의 동업

홍성용_이야기를 좀 벗어나서, 두 분이 부자지간이면서 함께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서로의 관계는 어떠세요? 같이 작업하는 게 편하신가요?

김지덕_(서로)맘에 안 들어요(웃음). 김우영 건축사가 런던의 상당히 좋은 건축사사무소에 근무 중이었는데, 제가 런던에 세 번을 갔습니다. 본인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 지쳤고, 젊을 때처럼 활동하지 못하겠으니 인수를 해줬으면 하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프로젝트를 몇 개 진행해 보더니 도로 영국으로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김우영 건축사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김우영_장단점이 있는데, 아버지기도 하지만 대선배시니까. 지나가면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아요.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이 아니니까. 성향은… 서로 다르다 보니까 좀 부딪치는 면들이 있죠(웃음). 근데 모든 게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실 제게 그런 것들이 별로 큰 문제점으로 다가오진 않고요.

홍성용_사실은 조금 부럽습니다. 건축사들이 자조적으로 자식에게는 건축을 시키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많은데도, 의외로 그런 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우영 건축사님이)건축을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했어요.

김우영_자연스럽게 건축을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아버지와 생각이 좀 비슷한데요. 건축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예요. 근데 이제 우리나라에 와서 겪어보니까 가끔 고통으로 다가올 때도 있더라고요. 설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제가 믿는 좋은 건축물을 설계하는 데 불필요한 과정들이 그것인데요. 특히 관 프로젝트 같은 경우 예를 들면 서류나 여러 가지 납품해야 하는 것들, 시의원에게 발표를 해야 하는 등의 조직체계 속 보여주기 식의 문화. 예산도 건축안을 보고 스터디를 통해 잡히는 게 아니고, 굉장히 빠른 스터디나 과거의 샘플을 통해 측정한 금액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런 것도 핸들링 할 수 없는 세계 내에서 쥐어짜서 만들어내는 과정이잖아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행위는 아니니까 그런 것들이 쌓여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거죠.

홍성용_행위나 프로세스의 문제가 아니라 그 프로세스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분들의 태도가 문제인 것 같아요.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이 자기가 발주자가 돼서 건축사들에게 자기의 요구사항을 전달한다는 거죠. 본인이 디자이너가 돼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김우영_심적인 부분에서도 관 프로젝트와 민간 프로젝트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관 프로젝트는 공무원들이 주도해서, 어떻게 보면 저희는 철저한 서비스 업무를 하는 거죠. 주어진 기간 안에 원하는 스펙을 갖춘 도면을 만드는…그런데 그런 행위들이 건물의 생명력과는 상관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진행하면서 저희도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관심이 있는 부분을 들춰보고, 몰랐던 하자가 드러나면 일단 주변 공사를 중단시키고 좀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거죠. 민간 프로젝트에선 심적인 부담이 덜해 이런 자율성 있는 행위가 가능하니까요.

# ‘나’를 건축물에 맞추는 과정… 욕심을 내려놓는 법 배웠다

홍성용_만약 다음에 다시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김우영_그런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경험이 중요하잖아요. 사실 설계라는 게 경험이 없으면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데, 모든 건물은 똑같지 않으니까 각기 다른 도전, 챌린지를 주죠. 그런데 이번 작업을 통해 유사한 사례를 만나면 이 경험을 토대로 좀 더 발전된 생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성용_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를 하시면서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신 게 있나요?

김우영_개인적으로 디자인적 욕심이 많다면 많은 사람인데, 이렇게 오래된 건물 자체가 없잖아요. 이런 건물을 만났다는 자체로 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인 성향을 좀 배제해도 충분히 좋은 건축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굳이 어떤 스타일이나 특별한 개념에 빠져서 그 용도를 수용하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행위보다, 대지를 좀 더 관찰하거나 관계성, 역사성에 중점을 둔 공간을 만드는 게 오히려 미래에 더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좋은 발판이 된다고 봅니다. 저는 이번 작업에서 그런 걸 배운 것 같아요. 저를 건축물에 맞추는… 때론 욕심을 부리는 것이 건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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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소프트웨어 국산화, 설계산업 경쟁력 강화의 시작! “개발자와 국내 사용자 간 소통으로 지속 발전·혁신 꾀할 것” _ 김기봉 그룹장

Localization of design software, the beginning of strengthening the competitiveness of the designing industry!
“Will continue work for the development and innovation, with the communication between the developer and local users”

김기봉 그룹장 Kim, kibong 마이다스아이티 국내사업그룹 그룹장

외산 캐드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캐드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산 캐드 제품이 있다. 기술독립의 가치와 국내 기술의 세계 표준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마이다스아이티의 MidasCAD(마이다스캐드)는 건축사를 위한 ‘ArchDesign(아키디자인)’ 제품을 출시하고,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제품을 보완하며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울러 9월 중에는 ‘마이다스캐드 2022’ 버전이 출시 예정이다. 지난 8월 24일, 김기봉 마이다스아이티 국내사업그룹장을 직접 만나 마이다스캐드의 개발 방향, 마케팅 전략과 목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홍성용_먼저 마이다스아이티의 소프트웨어와 캐드에 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기봉_마이다스 소프트웨어는 건축구조엔지니어링 설계와 3차원 시뮬레이션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기술로 건축분야에 보급한 프로그램이 eGen과 midas Gen이고, 특히 midas Gen은 현재 국내 건축구조 해석에 99%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토목 구조분야에서는 교량 설계 등에 이용되는 midas Civil이 있고, 지반 분야에서는 해석과 설계 관련 몇 가지 제품이 있습니다. 그중 지반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은 터널 설계에 글로벌하게 사용되는 GTS NX가 있으며, 최근에는 건축현장의 지하 안전영향 평가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는 기계분야 제품인 NFX와 MeshFree라는 제품도 보급 중입니다. 건축과 토목분야에 국내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싱가포르, 유럽, 동남아 등 해외의 설계코드와 해석기술이 포함돼 해외 약 110개 국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현재 내년 또는 내후년 공개를 목표로 각 분야별로 다음 세대의 표준이 될 새 버전의 제품들을 개발 중입니다.
본론으로 들어와서, 마이다스캐드는 일반 범용버전인 마이다스캐드와 건축사를 위한 아키디자인이 있습니다. 아키디자인 버전은 전국 1,500여 개 이상의 건축사사무소 설계자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세움터용 DWG 분리기능 등 국내 건축실무 맞춤 기능으로 만족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마이다스캐드는 범용인 만큼 기계 분야나 전기 분야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손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기봉 마이다스아이티 국내사업그룹 그룹장

# 사용자 의견을 반영한 신제품 출시, 향후 3D 프로그램 호환성 등 확대 계획 우리 기술의 세계 표준화 목표

홍성용_캐드가 점점 발전하면서 여러 편의 기능이 생기고 3D 모델링, BIM이 등장하는 등 캐드의 역할도 변화 중인데, 마이다스캐드의 개발 방향이 궁금합니다.

김기봉_저희는 국내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편의 기능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사용자분들의 의견을 우선 반영하고, 추가적으로 사업적인 영향이나 개발 일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9월 중 마이다스캐드 2022 버전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해 실행 아이콘이나 파일 아이콘, 제품 내 아이콘들을 좀 더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또 ‘One Desk’라고 해서 제품 인증과 라이선스 조회, 관리와 더불어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됐고 외부 API 지원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입단면도 작업을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UCS 회전보기 기능이 탑재되었으며 참조기능 개선, 연속출력이 가능한 프린터의 지원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3D 캐드 작업환경, 모바일 뷰어, 마이다스 CAD/CAE 제품 간 연동 강화 등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함께 반영하여 개발할 계획입니다.

홍성용_다른 캐드제품과 차별화되는 마이다스캐드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김기봉_마이다스캐드 아키디자인은 국내 건축설계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아키디자인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사용하는 라이브러리, 레이어 등을 맞춤형으로 세팅할 수 있는 기본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또한 자주 사용하는 선, 도면을 한 번만 등록해놓으면 바로 꺼내쓸 수 있는 기능과 리습, 써드파티 기능도 추가비용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특히 연속출력 기능과 자동 축척 기능은 기존 대비 5배의 시간 절감 효과가 있어 사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경우 실시간 소통과 기술지원(AS) 측면에서는 세계 캐드 제품들 중에서 부동의 1위라고 생각하고 있고, 고객 만족도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저희 고객사에서는 마치 1:1 과외로 코칭을 받는 느낌이라고 큰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홍성용_우리만의 어엿한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설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기봉_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작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나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일방적인 앱수수료 30% 인상 계획도 기반이 되는 소재의 핵심 기술과 플랫폼을 장악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설계 산업에서는 외산 제품인 오토캐드를 주로 사용하는데, 가격경쟁력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는 리스크가 계속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계 산업에서의 핵심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국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설계 기술을 직접 우리나라 소프트웨어로 담아낼 수 있다면 그만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마이다스아이티에서는 크게 기술독립의 가치, 그리고 우리 기술이 세계의 표준화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 마이다스 캐드, 학생들에게 무상 보급
국내 사용자와의 직접 소통으로 제품 업그레이드

홍성용_저 역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캐드가 없는 줄 알았고, 오토캐드의 변형제품으로 오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국산 캐드의 인지도가 많이 낮은데,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오토캐드는 학생들이 크랙을 사용하게 두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마이다스아이티의 전략이 있을까요?

김기봉_현재 대학뿐 아니라 고등학교에도 마이다스캐드를 무상보급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동국대·세종대·부천대 등 15개 대학교와 부산공업고등학교의 캐드 사용을 전면 지원하고 있는데, 말씀하셨듯이 낮은 인지도로 인해 알려지지 않은 감이 있습니다.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에서도 오토캐드를 사용하다가 저희 제품으로 전면 교체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교육기관, 학생들을 위해 무상지원을 하고 있으나 전체 학교 대비 사용량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학생들도 실무에 많이 사용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에 무상지원이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현실이고,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마이다스캐드 무상보급을 하고 있으니, 많은 학교 관계자분들이 관심을 갖고 연락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홍성용_프로그램 가격이 실제 선택에 큰 이유를 차지합니다. 제품이 높지 않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느끼는 갭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산을 쓰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가격 저항이 장벽이 되기도 하고요. 영구버전으로 판매되는 ZW의 경우 사용자가 늘고 있는데, 마이다스캐드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런 부분을 고려하고 있는지요?

김기봉_말씀하신 중국산 ZW캐드의 경우 영구버전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가성비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토캐드 역시 영구버전으로 보급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즉 영구버전은 빠르게 바뀌는 하드웨어나 OS 버전의 호환성에 따라 새 버전의 구매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영구버전은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흔히 생각하실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비용과 지속사용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사실상 미국산 오토캐드나 중국산 ZW캐드에서는 대한민국이 여러 해외 시장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내 고객의 고충을 반영하지 않은 의사결정은 더 쉽고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저희 마이다스캐드는 국내 사용자만 고려하고 있죠. 즉 국내 사용자가 마이다스캐드의 주인인 겁니다. 다른 외산 캐드는 교육, 기술지원 위주로 대리점과 소통한다면 저희는 직접 코딩하는 개발자와 국내 사용자가 직접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특장점이 있습니다. 외산 캐드는 정해진 것을 알아서 쓰는 방식이잖아요. 국내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며 느끼는 불편사항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진짜 소통이고 국산캐드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영구버전은 구매 시 한두 번의 소통으로 끝나지만, 불편사항을 해결하려면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합니다. 사용자와 보급사 간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는 구조여야 제품을 사용하며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고, 제품도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사용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렴한 사용료 정책이 영구버전보다 고객들에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사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거기에 제품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고객도 차별화나 경쟁력을 갖추기를 요구할 수 있으며 보급사도 그를 듣고 지속적으로 발전·혁신할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질 수 있는 상생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도입할 때는 영구버전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게 느껴지지만, 장기적인 진짜 상생을 위해서는 저렴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 옳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성용_그렇다면 현재 사용자를 위해 어떤 소통 채널을 이용하고 계신가요?

김기봉_현재 고객사와 다양한 채널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톡 상담과 원격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기능 문의와 오류를 즉각적으로 해결해드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사용자 카페를 통해 캐드와 관련된 교육자료와 영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건축법, 건축 칼럼, 캐드 팁, 캐드 불법단속 대응 콘텐츠를 홈페이지 블로그와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마이다스캐드’를 검색하시면 언제든지 확인 가능합니다.

 

# BIM용 프로그램 플랫폼 이미 갖춰져 있어,
건축시장 환경 구체화 된다면 1년 내 보급 가능

홍성용_현재 BIM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데, 국산 캐드가 BIM으로의 전환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마이다스에서도 BIM용 프로그램 개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기봉_내부적으로 건축 BIM 플랫폼은 이미 갖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축 시장 환경과 사용자의 니즈가 구체화 된다면 1년 내에 충분히 보급이 가능합니다. 국가 정책상 BIM 적용이 필수인 토목 분야에 midasCIM 제품이 이미 출시되어 있습니다. midasCIM은 도로공사와 같은 공공발주처, 대형 시공사와 설계회사에서 실무에 적용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건축보다 토목 쪽을 먼저 출시한 이유는, 토목은 국가 정책상 강력한 추진 원동력이 있고, 도로·철도공사나 시설관리공단 등의 관리주체가 베네핏을 볼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홍성용_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일반 건축사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관련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기봉_네. 말씀드렸듯 9월 15일 경 마이다스캐드 2022 버전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출시와 함께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와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프로모션을 통해 당장 캐드로 사업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국내의 독자적인 설계 기술을 담아 기능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에서 마이다스캐드로 설계 소프트웨어의 국산화, 자립화를 이루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매출금액보다 보급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에 국내 프로모션은 우리 기술자들에게 자주, 많이, 그리고 파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홍성용_긴 시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김기봉_추상적이지만 길들여짐에 대한 자각이나 변화에 대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 문제가 발생하고 국내에서 대기업이 기술적 지원, 품질관리로 국산화를 가속화시켜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마찬가지로 이 시점에서 국내 건축사사무소가 국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니즈를 전달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경쟁력 있는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현재 건축시장은 기존 시장을 점유한 오토캐드에 길들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기준으로 국산 제품을 바라보시거든요. 마이다스캐드가 지닌 특장점이나 가능성을 본다면, 무리 없이 사용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국 3,300개의 고객사에서 마이다스캐드로 전면 교체해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10월까지 마이다스캐드 2022 출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을 기회로 길들여짐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되어 많은 분들이 변화의 시작을 함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