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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킥스탠드

건축담론

편집자 註

건축 + 창작을 돕는 자극 활동

건축의 역사를 보면, 건축은 기본적으로 창의적 종합예술임을 알 수 있다. 동서양 간 ‘누구’의 창작품이냐 하는 실명 거론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창의적 예술성 측면에서 동일한 DNA를 가졌다.

오늘날 예술의 범위는 확장되어 있으나, 오히려 장르는 세분화되어 구분하고 있다. 서구보다 대한민국이 더욱 그러하며, 장르 넘나들기는 쉽지 않다. 순수예술뿐 아니라 산업디자인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가구나 조명 등 각종 생활 디자인 용품 회사들의 팸플릿을 보면 심심치 않게 Architect Line을 볼 수 있다.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카펫이나 가구, 알바 알토가 디자인 한 화병과 가구 등등…. 르 코르뷔지에는 가구뿐 아니라 경매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화가이기도 하다.

건축은 단지 건물 설계하는 제작도면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이라는 예술과 기술이 종합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과물이다. 당연히 이런 건축을 발상하고 구현하는 건축사에겐 창작의 자극과 병행 활동이 필요하다.

때문에 많은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다양한 예술활동을 취미나 프로급으로 병행한다. 그림으로 사진으로, 조각으로 설치 미술로…. 최근에는 디지털 아트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과 그림 등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건축하는 입장에서 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음악활동을 하는 것일까?

 

Kickstand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건축과에 입학 후 현재까지 20년 넘게 건축을 해오며 그동안 많은 시간이 지났다. 건축사로서의 삶은 갈수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어려운 현실에 건축을 처음 시작할 때의 열정은 조금씩 작아지는 것을 종종 느낀다. 그러나 건축 이외의 활동을 함으로써 다시 즐겁고 재미있게 건축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건축사사무소를 시작하며 마음먹은 행복한 건축을 하겠다는 초심을 지켜갈 수 있다.
자전거를 세울 때 땅에 넘어지지 않게 받치는 킥스탠드라는 파트가 있다. 건축사들에게는 지쳐 쓰러지지 않고 건축을 계속 해나가기 위해 누구보다 킥스탠드가 꼭 필요하다. 오디오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책을 쓰거나, 직접 디자인한 가구를 목공작업을 통해 손수 만들어 사용하거나,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전시회에 참여하는 등 이미 취미활동을 보다 전문적으로 하는 건축사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건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킥스탠드 역할을 하게 된다. 다른 분야 활동을 통해 자극을 받으며 발전하게 된다.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자극을 주는 킥스탠드는 음악활동이다.

청춘, 음악이 있는 곳에 나 있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2000년대 초 20대 시절 이야기이다. 대학생이 된 나의 하루는 학교가 있는 신촌이 아닌 홍대의 지하 연습실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힙합이라는 음악의 장르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큰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2000년대 초 힙합은 돈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젊은 청춘들은 서브컬처, 스트릿 컬처에 매료되어 한국 언더그라운드 씬에 모여들었고, 무명의 래퍼들과 비보이, 힙합 DJ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지하연습실에서 실력을 쌓아 갔다. 당장 수입으로 연결되는 상황은 분명 아니었지만 단지 그 문화와 행위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며 행복해했고 젊음의 시간을 기꺼이 바쳤다.
힙합 DJ 중 클럽에서 음악을 트는 믹싱 DJ가 아닌 LP판을 턴테이블에 올려 이리저리 비비고 돌려 소리를 만들어내는 스크래치, 비트저글링 기술을 연마하는 배틀 DJ 씬은 유난히 작았다. 유튜브가 없던 시절 테크닉을 배우기 위한 자료는 너무 부족했으며 외국 DMC 비디오테이프를 서로 돌려보고 연습하며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그 시절 우리는 젊고 가난했지만 모두 힙합에 진심이었고 열정적이었으며 거기다 너무 순수했다.
한국의 상황은 음악을 하기에 좋지 않았다. 세운상가를 뒤져 피치가 맞지 않는 테크닉스 1200mk2 턴테이블을 직접 고쳐가며 사용했고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필수였다. 아르바이트로 돈이 모이면 LP를 사기 위해 바로 일본으로 달려갔다.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는 힙합 DJ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천국이었다. 2000년대 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에서만 레코드 문화가 마니아적으로 남아 있었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DJ들이 디깅하는 모습은 도쿄와 오사카 레코드숍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론니플래닛에 나오는 지도를 보며 레코드숍을 찾아다니고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석 같은 로컬 레코드숍에 우리는 흥분하며 열광했다. 거의 대부분의 일본 레코드숍 직원들은 현직 DJ인 경우가 많아 새로운 음반을 추천받기 쉬웠고, 그들은 한국에서 찾아온 같은 문화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기꺼이 친절했다. 또한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일본의 섬머소닉과 후지락 페스티벌은 우리에게 한 줌의 빛이었다. 한물간 해외 뮤지션들만 내한하는 한국과 달리 현재 전 세계 가장 핫한 뮤지션들의 공연은 섬머소닉과 후지록 페스티벌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대부분 지쳐갔다. 힙합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며 실망한 채 군대나 일터로 흩어졌다. 시간이 흘러 제대 후 학교로 돌아왔고 그렇게 평범한 어른이 될 것만 같았다. 그동안 많은 것들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해가고 있었다. 수업시간에 노트북은 필수가 되었으며 다뤄야 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시퀀싱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과 건축 프로그램은 비슷한 점이 많았고 이상하게 건축이 더욱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환경이 변해갔다. 새로운 젊은 세대들에게 LP가 다시 유행하며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한국에서는 서울레코드페어와 각종 DJ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미 아저씨가 되어 버렸지만 씬에는 청춘들이 새롭게 들어왔으며, 그들이 새 문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엠넷의 ‘쇼미더머니’ 방송 이후 마이너한 서브컬처 문화는 대중적 붐업을 받아 큰 자본이 들어오고 그 자본으로 인해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한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되었다. 10년 만에 서울레코드페어에서 만나게 된 옛 동료 DJ들이 있었고 우리는 다시 교류하기 시작했다.

‘레드불 3style’ DJ 배틀대회

Aftermath, 행복의 건축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과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건물이 지어지는 땅과 건물을 짓기 위한 자본이 필수이며 건물을 설계하는 시간 또한 오래 걸린다. 건축사가 실제 사무실을 운영해 나가며 시간을 할애해 페이퍼 아키텍처 작업을 하기에는 상당히 부담되고 힘든 현실이다. 이런 현실의 아쉬움을 음악을 함으로써 만회할 수 있다. 건축보다 창작하는데 훨씬 적은 시간이 걸리면서도 준공된 건축물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을 다른 분야 창작활동을 하면서 동일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레드불 3style이라는 DJ 배틀 대회가 있다. 현재 전 세계 스트릿 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인 레드불에서 개최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기 전 가장 최근 대회인 2019년 한국 대표를 뽑던 날이 기억난다. 이제는 모두 아빠가 된 DJ 친구들과 오랜만에 클럽에서 같이 관람하며 자극을 받았다. 그 후 우리는 대회에 출전해 보자고 의기투합하였고 2주에 한 번 같이 모여 연습을 한다. 이런 활동은 건축을 하는 데 있어 상상력을 확장시켜주며 변화의 흐름을 일찍 알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음악을 만드는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와 장비의 디지털화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몇 년 뒤 건축에서도 매우 비슷하게 상황이 변해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스마트 디지털화는 모든 분야에서 장르만 다를 뿐 동시대에 이뤄지고 있었고, 앞으로 건축환경이 어떻게 변해 갈지 상상이 가능했다.
또한 현재 주기적으로 성수동 사무실에서 LP(Vinyl), CD, 카세트 테이프(Cassette Tape) 형태의 Physical 음반으로만 음악을 감상하는 모임 ‘STILL Physical’을 개최하고 있다. 음악감상 모임은 건축분야 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극을 받고 많은 영향을 받는다. 막혔던 생각들은 말랑말랑 자유로워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렇게 건축을 하는데 음악활동은 많은 도움이 된다. 영감을 주고 자극이 되며 40대에 접어든 나의 킥스탠드가 된다.

 

글. 이중희 Lee, Junghee 투엠투건축사사무소

이중희 건축사 · 투엠투건축사사무소

연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조병수건축연구소에서 첫발을 내디딘 뒤 2014년 투엠투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였다. 준공 후 건축사와 건축주, 시공자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건축을 하고 있다. 건축뿐 아니라 스트릿 컬쳐(street culture)에 관심이 커 DJ, 미디어 아티스트, 스트릿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전시 및 파티를 기획하며 다른 분야와의 접합을 실험 중이다. 2018년 단편영화 <젊은 건축가의 슬픔> 감독을 맡아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최근 성수동에서 LP(Vinyl), CD, 카세트 테이프(Cassette Tape) 형태의 Physical 음반으로만 음악을 감상하는 모임 ‘STILL Physical’을 개최하고 있다.
2middl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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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스케치, 결핍을 매만지는 손짓

건축담론

편집자 註

건축 + 창작을 돕는 자극 활동

건축의 역사를 보면, 건축은 기본적으로 창의적 종합예술임을 알 수 있다. 동서양 간 ‘누구’의 창작품이냐 하는 실명 거론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창의적 예술성 측면에서 동일한 DNA를 가졌다.

오늘날 예술의 범위는 확장되어 있으나, 오히려 장르는 세분화되어 구분하고 있다. 서구보다 대한민국이 더욱 그러하며, 장르 넘나들기는 쉽지 않다. 순수예술뿐 아니라 산업디자인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가구나 조명 등 각종 생활 디자인 용품 회사들의 팸플릿을 보면 심심치 않게 Architect Line을 볼 수 있다.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카펫이나 가구, 알바 알토가 디자인 한 화병과 가구 등등…. 르 코르뷔지에는 가구뿐 아니라 경매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화가이기도 하다.

건축은 단지 건물 설계하는 제작도면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이라는 예술과 기술이 종합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과물이다. 당연히 이런 건축을 발상하고 구현하는 건축사에겐 창작의 자극과 병행 활동이 필요하다.

때문에 많은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다양한 예술활동을 취미나 프로급으로 병행한다. 그림으로 사진으로, 조각으로 설치 미술로…. 최근에는 디지털 아트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과 그림 등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건축하는 입장에서 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음악활동을 하는 것일까?

 

02 Sketch, hand gestures to make up for lack

시작함에 있어, 결단코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면 도리어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모순이다. 의식적으로 채워지는 것은 욕심이 될 수 있는데, 채워지는 순간 부족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자연의 순리다.

반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즐거운 일은 충만함을 준다. 그래서인지 재미있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의식할 수 없게 된다. 스케치는 공허한 시간을 채우는 꽉 찬 즐거움이다. 말로 하기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고, 아무것도 없다 하고 넘기기에는 그 안에 함축되어 있을 설명이 궁금해진다. 스케치는 창작된 어떤 근거를 따져보기 전에 감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대개 다소 합리적인 이야기를 도출하고 싶어 하지만, 도출의 과정이 끝나기 전에 미소 짓게 하는 즐거움은 완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사로운 지점에서 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재기 발랄한 스케치 같은 작업 말이다.
새털 같은 생각의 흐름과 편안한 손의 노동이 어우러진 착한 창작활동이 스케치라고도 말하고 싶다. 가볍지만 생각의 뿌리를 간직하기에도 괜찮은, 계획의 씨앗을 만드는 작업이다. 개략적인 그림은 건축을 위한 선행 작업이며, 그리는 사람에게는 그 행위 자체로 학습의 과정이 되기도 한다. 거듭해서 건축의 디테일을 그리다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선행학습이 잘 된 스케치는 그 자체로도 쓸만하지만 후속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애당초, 건축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하는 질문은 최초의 생각이 어떻게 시작되었나, 하는 것과 유사한 질문일 수도 있다. 반드시 필요한 것들의 시작은 항상 망설임과 함께 어설프게 시작되기 쉽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공간에 대한 제안은 뿌리가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창작활동은 대동소이하게도 생각의 바탕이 그럴싸하지 않으면 결과물도 기대하기 어렵다. 스케치는 그런 생각의 시작점과 생각을 부풀리는 작업이 될 수 있다. 스케치는 공간의 시나리오를 미리 작업하는 것, 즉 시놉시스를 만드는 작업과 같다.
내면 깊숙한 곳에 가라앉은 아이디어를 끌어올리는 작업으로 생각의 원석을 다듬어 보석이 되기 전단계인 간단한 소묘 작업을 하게 된다. 태생적 가벼움을 전제에 둔 과정이니 마음 편히 각자의 개성대로 그림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른함을 표현할지, 모던하게 정리할지, 추상적으로 암호화된 특색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지 등 과정마다 변화하는 것들을 반영하기 용이하다. 융통성 있는 작업이니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에만 할 수 있는 작업이고, 때때로 무용한 작업이 될 수 있음을 알지만 이미 교과서적인 접근 방식에서 벗어났으므로 마음이 홀가분해져 재미있는 요소에 먼저 접근할 수 있다.
아주 정직한 그림이라면 로봇이 그릴 만도 하겠지만, 스케치의 태생적 어휘가 자유분방함에서 생기는 것이니만큼 엉뚱함이나 재기 발랄함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런 재미를 로봇에게 양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유라는 것도 시간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식사하다가도 갑자기 생각난 것을 냅킨이나 휴대폰 메모장에 개발새발 갈겨가며 그리는 금쪽같은 그 시간이 전부가 될 것이다.

<그림 1>

당연히, 암호화된 속기사의 글자처럼 스케치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암호화처럼 기록할 것이다. 암호화가 추상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남에게 알리는 그림이라면 다이어그램에 가깝다. 보다 더 간략한 표현으로 방향성이나 의도를 부여해 지켜보던 동료 역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그림 언어가 될 것이고 우리는 이를 다이어그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상 그림이지만 건축다이어그램에 자주 사용하는 방향성 있는 점선 표시는 의도된 애매한 영역을 지향한다.<그림 1, 2>

방법적으로,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다이어그램도, 추상도 아닌 그 중간 단계를 좋아한다. 미술에서는 익숙한 대상을 병치시키며 낯설게 하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는 기법을 통과하는 것이다. 익숙하지만 서로 다른 종을 붙여서 새로운 느낌을 만드는 시도를 하는 것인데, 이를테면 사람과 물고기 꼬리를 붙이는 것으로 만들어낸 신성한 생명체인 ‘인어’가 그렇다. 물론 반대로 물고기의 머리와 사람의 몸뚱이를 붙여도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그림 3>

<그림 3>

극단의 스케치로, 동물과 인간을 결합해 지옥을 나타냈던 <세속적 쾌락의 정원>.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가 그린 그림은 상상 속의 요괴 그림이 주를 이루는데, 상상력의 정점에 있는 스케치이다.

엉뚱한 영화 <바바렐라>에서 우주 악당 듀란듀란이 여자 주인공 바바렐라의 에너지를 망가트리려는 기계장치와의 조합은 꼭 만화 같다. 기계가 여주인공보다 먼저 망가졌으니 악당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람과 기계장치의 연결 또한 스케치스럽다. 거꾸로 스케치가 영화된 느낌이다. 상상력의 스케치가 만화화되고 영화화되면서 내면의 깊숙이 숨겨두었던 새로운 생각을 맛보는 느낌이다. 숨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스케치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주인공 바바렐라가 타고 다닐만한 우주선도 그려본다.<그림 4, 5> 상상력 증폭을 위해 기존 흥미로운 시나리오의 주제를 스케치로 실습하는 작업이다.

<그림 4>

<그림 5>

어찌 보면 건축도 그런 것이 아닌가? 무에서 유의 공간을 만들 때 이런저런 조합을 만들어 끼워 맞춰보고 자료들을 취합하며 생기는 우연의 형태로 만족스러운 때가 있는 것이다. 이성적인 부분 이외의 특정한 창의성은 깊숙한 그 어떤 곳에서 탄생되어야 하는 특별한 아이와도 같다. 그래서 스케치도 서로 다른 종의 연결을 시도함으로써 나의 일상 생각에서 유니크한 형태를 발굴해 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특히 병치의 방식은 엉뚱한 조합에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종종 시나리오를 동반한다. 단순한 병치를 통해 경계가 도드라지는 것보다 아름다운 여인의 상반신과 유연한 물고기의 꼬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두 요소가 지닌 곡선미를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맞아떨어지면 완성도는 더 높아진다. 물론 가상의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고 시작하는 편이 낫다.<그림 6, 7>

<그림 6>

<그림 7>

그래서 새로운 시작으로 가장 쉬운 것은 서로 다른 것의 창의적 시나리오가 바탕으로 조합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방이란 단어가 예술계에서 종종 부정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도, 조합이 너무 빤하거나 원본이 너무 많이 실체를 드러낼 때 주변에서 모방이라 난리 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스케치 작업이 모방을 벗어난 창작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스케치로 자신의 것을 만드는 적절함을 쉽게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스케치는 태생적으로 미완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낮은 기대로 시작하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다행인 셈이다. 그 어떤 것을 모방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단계란 말이다. 창작의 도움이 될 생각을 움직이게 할 기계장치와 같다. 그래서 자동기술방식으로 그림을 그릴 때가 더 많다.<그림 8> 그렇다면 스케치에 생명을 불어넣어 완성까지 이끄는 힘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지는데, 그것은 프랭크 게리가 이야기하는 열정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그림 2, 8-9>

<그림 11>

열정이 있다면, 시작은 비록 보잘 것 없지만 끝은 볼만한 작품이 될 수 있다. 『나는 일러스트 레이터다』의 저자 밥장은 책에서 스케치에 대한 동기 부여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프로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소소하게 시작한 일상의 스케치 작업에 꾸준한 노력과 열정이 쌓여 작품으로서도 상업적으로도 인정받게 된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한다.
스케치가 생명력을 가지면 상대에게 감동과 새로운 영감을 줄 것이라 믿는다. 연쇄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 구성주의자가 그렸던 간단한 사각형과 원, 그리고 선들의 조합은 누구나 그릴 법한 그림임에도, 여전히 그들의 그림은 현대 미술과 건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사소한 스케치라고 하더라도 사소하게 그 수명을 다 하지는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을 전공한 정연석 작가는 입체적으로 그린 카툰 형식의 그림에서 스케일감이 도드라지는 시도를 통해 건축 스케치의 전문성을 배가시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래픽 아티스트 마티아스 아돌프손(Mattias Adolfsson)의 작업 역시 건축을 공부하며 친구들에게 보여줄 스케치북 낙서에서 시작했다. 흥미롭게 표현된 건축적 형태는 학습된 자료와 내면의 생각에 살을 붙여 만들어낸 결과물로, 좋은 작업물 좋은 과정을 통해 창작하는 작가로서 좋은 본보기가 된다.
많은 건축인들이 스케치를 즐겨 하는 것은 생각 표면에 숨어 있던 아이디어를 캐내는 도구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글자의 시도가 가능했던 것도 스케치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그림 9> 원더우먼 영화와 물고기의 매치 또한 그러하다.<그림 10>

<그림 10>

<그림 12>

결론적으로, 재미있고 흥분되는 일은 좋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고, 이것이 열정이 된다면 어떤 일이든 부족함을 채우며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흥미로운 작업들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충분히 새로운 시도의 초석이 될만하다.<그림 11> 소소한 스케치일지라도, 생각을 매만져주는 스케치는 창작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활동을 부추기는 도구가 될 것이다.<그림 12>

 

글. 김동희 Kim, Donghee 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김동희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건축사사무소 KDDH 대표이자, 집톡 멤버다. 바바렐라하우스, 주향재, 홍천노일강 펜션, 무주펜션 다다, 인천 북카페하우스, 니나노카페하우스, 춘천로81카페 등의 다양한 주요작품이 있다. ‘부기우기 행성 탐험’, ‘욕망채집장치’ 등의 드로잉 및 설치 작품 전시를 통해 창조적인 공간 창출을 또 다른 은유로 표현하기도 했다. 2016년 전라북도 건축문화상 대상(무주다다펜션), 2017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행촌공터 3호) 외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으며, 저서 <내가 살고 싶은 집 주향재>를 집필했다.
kddh@kdd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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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창의성을 위한 새로운 자극과 창작의 터전

건축담론

편집자 註

건축 + 창작을 돕는 자극 활동

건축의 역사를 보면, 건축은 기본적으로 창의적 종합예술임을 알 수 있다. 동서양 간 ‘누구’의 창작품이냐 하는 실명 거론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창의적 예술성 측면에서 동일한 DNA를 가졌다.

오늘날 예술의 범위는 확장되어 있으나, 오히려 장르는 세분화되어 구분하고 있다. 서구보다 대한민국이 더욱 그러하며, 장르 넘나들기는 쉽지 않다. 순수예술뿐 아니라 산업디자인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가구나 조명 등 각종 생활 디자인 용품 회사들의 팸플릿을 보면 심심치 않게 Architect Line을 볼 수 있다.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카펫이나 가구, 알바 알토가 디자인 한 화병과 가구 등등…. 르 코르뷔지에는 가구뿐 아니라 경매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화가이기도 하다.

건축은 단지 건물 설계하는 제작도면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이라는 예술과 기술이 종합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과물이다. 당연히 이런 건축을 발상하고 구현하는 건축사에겐 창작의 자극과 병행 활동이 필요하다.

때문에 많은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다양한 예술활동을 취미나 프로급으로 병행한다. 그림으로 사진으로, 조각으로 설치 미술로…. 최근에는 디지털 아트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과 그림 등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건축하는 입장에서 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음악활동을 하는 것일까?

 

03 A new stimulus for creativity and a place of creation

종합예술가인 건축사의 창의성을 위한 새로운 자극과 창작의 터전은 무엇일까? 개인이 가진 사고의 유연성, 비판성, 정보에 대한 수렴 및 응집력과 더불어 우리가 의식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아도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공간,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이 창작의 기반이 된다. 창의력은 활동의 결과이다. 그러나 활동 과정에서 놀라운 독창성과 급진적 참신함이 나타나기도 하며,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충동에 의해 창조적 잠재력을 지닌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인지되기도 한다. 인간의 창의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축적되며, 예술·과학·기술적 분야, 스포츠 등 모든 곳에서 나타난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활동인 창의성의 주요 기준은 결과의 독창성이다. 창의성의 결과는 주어진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새롭고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종합 예술가적 활동이 요구되는 건축사의 역할과 역량은 이러한 창의적 활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에 따르면, 모든 사람에게 내재된 창의적 결과의 산물은 환경의 영향으로 대다수가 잃어버린다고 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의 꾸준한 자기계발과 더불어 고정관념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정보에 오랫동안 열린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지속적인 창의적 사고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는다. 더 나아가 전통적 표현기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현을 시도한다. 인상주의, 입체주의 미술로 분류되는 콜라주(collage) 기법은 종이, 타일, 헝겊, 사진 등 조각들을 붙여 모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그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가 최초로 시도하여 대중화된 미술 기법이다. 콜라주의 어원은 ‘풀칠하다’이지만, 현재 어원은 거의 퇴색되고 미술 기법을 지칭하는 의미로만 쓰인다. 피카소는 <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이라는 그림을 그려 자른 종이를 겹겹이 붙인 듯한 입체감을 평면에 표현하였다. 한 개인의 독창성이 미술사조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술가 대부분은 한 분야의 작업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영역을 다양하게 표현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국악과 클래식, 대중음악과 협업을 이루는 음악 장르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랫동안 열린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이뤄낼 수 있는 결과물이다. 예술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유로움의 ‘즉흥성’은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통해서 예술의 대중화를 꿈꾸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색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하나의 문화를 구축하며, 새로운 가치를 형성한다. 그 영향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끊임없이 증명되고 있다.

건축작업 또한 새로운 경험의 공간을 계획하고 새로운 재료의 조합과 형태를 상상하며 표현의 방법을 고민한다. 표현에 있어서 경계가 없다. 음악과 미술, 사진 등 여러 예술 분야와 더불어 정해진 영역 구분 없이 독창적이며 가치 있는 표현을 위한 고민을 한다. 이러한 건축작업과 더불어 모든 창작 작업은 내 마음이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에서의 자신을 정리하면서 시작된다. 무의식의 확장성은 창작 작업의 과정에서 독창성을 구성해가는 에너지원의 근간이다. 건축사들의 그림 작업이나 사진 작업은 그런 무의식의 흐름을 확장하고 변화시키면서 존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역시 그림 그리기를 한 번도 쉰 적이 없다고 한다. 가구뿐만 아니라 그림 작품활동도 활발하게 했던 르코르뷔지에의 아름다운 색감과 비율은 무의식 속의 천재적인 감각이 드러나 보이는 부분이다.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

제주 원도심 미래풍경 건축 상상전

창작의 원동력이 되는 무의식은 초현실주의에 기반을 둔다.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20세기의 예술사조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에는 무의식이 존재한다고 하였고 인간의 행동이 합리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무의식이 그 행동과 정서를 규정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우리는 창작작업 과정에서 자신이 의식할 수 없는 마음속에 존재하는 무의식에 끌리게 된다. 내 마음이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것에 대한 막연함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기억은 무의식 속에 내재된 감각을 지속적이고 변화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무의식적인 존재의 기억을 위한 건축사의 창작활동의 도구가 그림과 사진 작업이 아닐까?

건축설계 작업을 할 때면 끄적거리는 스케치로 시작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그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는 창작의 시발점을 찾아내기 위한 몸부림과 같다. 전화 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할 때 습관적으로 끄적거리는 낙서를 한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건축사들의 대부분이 가진 공통된 습관이다. 끄적거림을 통한 생각의 정리가 몸에 배어있는 듯하다. 그림을 그리는 건축사들은 평소 설계 작업에서 보여주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그림을 통해서 창작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학부 시절 건축부지 현장조사 때에는 부모님이 가지고 있던 필름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다녔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국내에서도 보급형 디지털카메라 제품이 들어오면서 필름 걱정 없이 답사를 다니거나 현장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건축설계를 하면서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공부를 위한 건축물 답사를 다니는 것이다. 여행을 겸한 현장 답사를 통해 많은 사진을 남겼다.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그 순간의 풍경과 감정들을 프레임에 담아 기록하고 저장해둔다. 순간의 느낌은 무의식 속의 나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프레임에 담긴다. 사진들이 쌓이면서 내가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게 되고 파악하게 된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사물을 관찰하고 무엇을 보여줄지를 고민한다. 짧은 순간에 색감을 표현하고 구도를 생각한다.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다 보여주려고 하면 결국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 불분명하게 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내 마음을 파악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의도를 확실히 전달하고 보여줄 수 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나 자신이 좋아하는 색감과 구도와 구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또한 무의식 속에서 축적된 기억 때문이 아닐까?
사진을 찍는 것이 정해진 대상을 바라보면서 나만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 가깝다면, 건축작업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건축은 공간에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기술적 측면이 요구되는 분야이며,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창작물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건축이라는 창작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그림 그리기나 사진 찍는 활동은 예술분야의 경계를 넘어 건축사의 창의적 활동과 독창성의 표현을 위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시간의 효율성을 의식하다 보니 학부 시절처럼 사진 찍기를 목적으로 하는 답사는 다니지 못하고 있다. 예전의 무거운 DSLR 카메라는 아니지만, 요즘에는 휴대폰의 사진촬영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내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색감이나 셔터의 감성은 큰 카메라를 따라잡지 못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내 손에 있기에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 사진 속에서 내 무의식의 자아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일상의 끄적거림, 사진 작업과 더불어 젊은 건축사 5인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미래의 도시풍경을 상상해 보는 2020년 ‘제주 원도심 미래풍경 건축 상상전’ 과 2021년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 등 정기적인 전시 활동은 나의 건축관을 정립하고 창작의 연속 선상에서 끊임없이 나 자신을 자극하며 내재된 감각을 변화하고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 활동 역시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와 함께 내가 상상하는 창작활동의 구체화를 위한 수단이 된다.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기회를 만들고 찾아서 다양하고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고 병행한다면 건축 과정이 좀 더 재미있고 독창적이며 풍성한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양현준 Yang, Hyunjun 건축사사무소 소헌

양현준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소헌

제주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로재’와 ‘김한진건축’에서 실무를 익히고, 2019년 건축사사무소 소헌을 설립하여 사물의 가장 원초적인 성질을 바탕으로 서로의 본질을 존중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한 건축을 이루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려함과 압도함보다는 주변에 공간이, 공간에는 사람이 녹아들기를 바라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본질을 어떻게 드러내고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한다.
jejusohu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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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건축과 사진 _ 건축사는 왜 사진을 찍어야 하는가?

건축담론

편집자 註

건축 + 창작을 돕는 자극 활동

건축의 역사를 보면, 건축은 기본적으로 창의적 종합예술임을 알 수 있다. 동서양 간 ‘누구’의 창작품이냐 하는 실명 거론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창의적 예술성 측면에서 동일한 DNA를 가졌다.

오늘날 예술의 범위는 확장되어 있으나, 오히려 장르는 세분화되어 구분하고 있다. 서구보다 대한민국이 더욱 그러하며, 장르 넘나들기는 쉽지 않다. 순수예술뿐 아니라 산업디자인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가구나 조명 등 각종 생활 디자인 용품 회사들의 팸플릿을 보면 심심치 않게 Architect Line을 볼 수 있다.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카펫이나 가구, 알바 알토가 디자인 한 화병과 가구 등등…. 르 코르뷔지에는 가구뿐 아니라 경매에서 작품이 거래되는 화가이기도 하다.

건축은 단지 건물 설계하는 제작도면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이라는 예술과 기술이 종합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과물이다. 당연히 이런 건축을 발상하고 구현하는 건축사에겐 창작의 자극과 병행 활동이 필요하다.

때문에 많은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다양한 예술활동을 취미나 프로급으로 병행한다. 그림으로 사진으로, 조각으로 설치 미술로…. 최근에는 디지털 아트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과 그림 등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건축하는 입장에서 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음악활동을 하는 것일까?

 

04 Architecture & Photography
Why should architects take pictures?

사진은 건축사에게 어떤 존재일까?
지금은 디지털 사진의 시대다. 1990년대 후반에 코닥에서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했다. 그러나 비싼 가격과 사용상 어려움으로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가격도 저렴하고 대중적인 카메라가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필자도 100만 화소 후지 콤팩트 카메라로 디지털카메라를 접한 걸로 기억한다.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구매하여 설계업무에 적용하던 시기였다. 이후 2001년에 유럽여행을 계획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여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디지털카메라는 설계업무에 많은 도움을 준다. 현장조사를 할 때 현장 사진을 찍고 심의도서에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심의도서에 투시도를 현장사진과 합성하여 사전에 가상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미리 세워질 설계 작품을 상상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진은 건축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디지털카메라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많은 과정이 우리에게 필요할지… 없다고 생각하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필름을 구입하고 사진을 찍고 인화와 현상과정을 거쳐 다시 스캔하여 디지털 파일로 저장해야 한다.

사진에 대하여 좀 더 얘기하자면 사진의 종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진의 목적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지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 순수사진-다큐멘터리 사진(자연/야생, 시사정치, 기록, 여행), 순수예술(예술사진, 스트리트 포토, 천체사진, 풍경사진)
· 상업사진-이벤트(결혼, 행사, 사진관), 광고(제품, 음식, 인물, 패션), 보도(전쟁/분쟁, 정치시사, 뉴스, 스포츠), 기타(의료/과학, 건축, 부동산, 파파라치)

위와 같이 사진의 종류를 알아보았지만, 우리 건축사가 주로 촬영하는 사진의 분류는 순수사진의 분류중 기록사진이며, 상업사진의 분류로 보면 기타(건축사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건축사인 필자에게 있어 사진은 훌륭한 도구이자 기록사진이며 건축물의 역사를 기록하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건축사는 대다수 신축 또는 리모델링 공사를 전제로 설계업무를 진행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기존 건축물의 경우 나름 사연을 가지고 태어난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버지가 직접 손수 공사를 하여 준공한 집인 건축물에서 건축주인 딸이 태어나고 현재까지 그 건축물에 살고 있는 경우, 신축보다는 현실에 맞게 기능과 구조를 변경하지만 아버지의 숨길을 느끼고 보존하기 위한 리모델링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떤 건축물은 1980년도에 병원으로 개업하면서 그 당시의 모습이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건축물을 보면 그 당시의 건축적인 배경과 사회상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기존 건축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새롭게 신축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건축사는 리모델링의 경우 특별한 사연 등을 직접 접하면서 현대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업무를 한다. 하지만 기존 건축물이 사라지기 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훗날 건축사적으로 작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는 해외여행이나 건축물 답사를 많이 간다. 여행을 다니면서 오래된 유럽 도시의 모습, 건축물 등을 촬영하여 사진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해외 유명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을 답사하여 기록하기도 한다.

사진은 역사를 기록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진으로 시대적인 사건의 정황과 배경을 알 수 있다. 전쟁 사진을 보면 전쟁의 참혹함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재난 현장 사진을 보면 그 현장의 참상을 알 수 있으며, 이웃에게 온정을 베푸는 사진에서는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사진은 역사를 기록하고 전달하기도 하고 우리의 추억을 기록하기도 한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하면서, 초기에는 설계용역을 수주하고 공사가 완료되면 건축물의 전경 사진을 찍어 인화 후 액자로 만들어서 건축주에게 전달하여 좋은 호응을 얻은 기억이 있다. 또한 이는 자신의 작품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기록사진이 되며, 건축사에게 사진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카메라 센서 사이즈 가이드라인(좌), 이미지 센서와 사진 크기와의 관계(우) © 1. Spatial AI , 1.3 Computer Vision & Imaging , 카메라 기초

서울건축사답사사진동호회가 출범할 당시에는 회원 대다수가 DSLR 카메라를 사용하여 답사사진을 많이 찍었으나, 카메라가 무거운 관계로 점점 멀리하게 되고 이제는 휴대폰으로 답사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 좋은 사진이란 도구에 관계없이 찍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본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정서가 배여 있고, 그 사진을 보는 사람도 정서적으로 감정이 이입되어 감동을 받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본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김중만 사진작가는 휴대폰으로 작품사진을 찍어서 전시회도 열었다. 박찬욱 영화감독은 얼마 전 아이폰으로 <일장춘몽>이라는 영화를 찍어 온라인으로 개봉한 적도 있다. 이렇듯 사진이나 영상을 휴대폰으로 찍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기본적인 카메라의 특성을 알아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특성이 있지만 그 중에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카메라 센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를 비교하자면 카메라 센서의 크기로 알 수 있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아이폰XS, 갤럭시10에 들어간 센서 사이즈는 1/2.5〃인데 디지털 카메라 FULL FRAME과 비교해 보면 센서의 크기를 알 수 있다. 필자가 굳이 센서를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 모두 낮 시간대에 사진을 찍는다면 모두 잘 나온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밤 시간대일 경우에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다르게 때문에 휴대폰카메라의 경우 픽셀이 많이 깨지기 때문이다. 특히 망원으로 갈수록 픽셀이 더 깨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물론 사진의 기초가 되는 3대 요소인 구도, 노출, 초점은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기까지 건축사와 사진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사진이 건축사에게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굳이 중간에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에 대해 설명한 것은 건축사인 전문가에게 필수불가결한 사진을 찍기 위한 과정에서 실수할 수 있는 원인을 나열한 것이다.

필자는 사진촬영 외에 영상도 작업하는데, 현재까지 3편의 건축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다큐를 제작하는 이유는 1970년대 이후 건축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물의 노후화가 진행되어 재건축하려는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낡고 오래되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해체 후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재건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축사로서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있고 시대적인 의미가 있는 건축물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아니, 꼭 기록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의 건축물도 우리 시대의 한 역사이고, 기억해야 할 건축문화인 셈이다. 처음 영상을 제작한 대신맨숀의 경우 1973년에 완공된 공장, 시장, 아파트가 함께 있는 주상복합건물이다. 비록 건축사는 신원 미상이나, 그 당시에 볼 수 없었던 스킵플로어 방식의 코어, 공중브릿지, 옥상 정원, Y자형 주거평면 등 지금에도 보기 어려운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대신맨숀(건축사 미상) 태양의집(김중업 작품)

이처럼 건축적인 가치와 그 시대상을 볼 수 있는 건축물은 철거되기 전에 기록할 필요가 있다. 그런 건축물을 찾아서 발굴할 수 있는 최전방에는 건축사가 있다고 본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축사로서 건축문화를 발전시키고 계승할 의무가 있다.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건축물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여 후배들에게 물려줄 기록이며,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 김창길 Kim, Changgil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김창길 건축사 ·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90년도부터 ㈜창우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01년 삼정환경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여 현재까지 설계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장 및 서울시건축사회 회관건립TF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설계작으로는 폴라리온 스퀘어(경기도 건축문화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번동 탑메디컬센터, 박순용 정형외과 사옥, 신일라이프건설 사옥, 성북동 한옥 리모델링 등의 작품이 있다.
yakob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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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미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 건축계의 변화

건축담론

편집자 註

AI와 메타버스 시대, 건축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계문명이 아닌 인류 생활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처럼,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타더니 이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의 키워드 중 하나가 AI이며, 메타버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일찍이 비전 아키텍트(Visionary Architect)였던 레베우스 우즈(Lebbeus Woods)는 사고하는 AI의 건축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지만,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다소 현학적인 존재론적 상상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반자동화 단계에 이른 건축설계 산업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이를 대비한 새로운 준비가 무엇인지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아직도 캐드프로그램이 뭔지 모르는 건축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BIM 초기 단계를 지나 메타버스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버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다가올 일이며 마냥 손 놓고 아날로그 시장과 경제환경을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한번 뭔지 구경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첨단의 고민을 하시는 두 분의 현역 건축사를 모셔 장대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의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한번은 알아야 할 듯해서 마련한 기획으로,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1 The future that is already upon us Changes in the architectural world

1.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손안에서 펼쳐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곁에 있어야만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 녹음, 카메라 기능은 물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며 만능 요술램프 노릇도 하는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소프트웨어가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의 원자력 항공모함과 잠수함은 완전한 소프트웨어의 총화다. 원자력 연료봉의 수명은 30~50년간 작동한다. 좌표만 찍으면 완전히 컴퓨터로 순항한다. 5년 쯤 후에는 인간 대 인간의 전투는 없어질 것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미국의 빅 텍크(big technology)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들을 꽃피우고 있다. 애플의 팀 쿡(Tim Cook),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 구글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메타(페이스 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엔비디아의 젠슨 황(Zensen Huang),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의 리더들이다. 이 빅 텍크 기업들의 일단을 조망하면서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의 실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들 중 가장 돋보이는 혁명가는 단연 일론 머스크(Elon Musk)다. 그는 물리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다. 2002년 5월 6일 우주 탐사기업 Space-X를 설립한다. 우주 발사체, 로켓 엔진, 우주 화물선, 위성 인터넷, 행성 간 우주선 등을 설계·제조하며 우주 탐사와 화성의 식민지화를 넘어 인류의 우주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이스 X는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발사,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의 수직 이착륙과 궤도 발사체 재활용, 세계 최초 민간 우주 비행사의 국제 우주 정거장(ISS) 도킹 등 기록적인 업적을 달성함으로써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2015년 12월 1일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궤도 로켓의 1단 부스터를 수직 이착륙 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는  NASA, 러시아, 중국  등 각국 정부기관에서조차도 아직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궤도 로켓을 100번 이상 재사용 하는 데에 성공함으로써 우주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2020년대 중반까지 12,000여 개의 저궤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는 2022년 현재까지 인류가 발사한 모든 인공위성 숫자보다 3배가 많다.

미국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우주선. 지구 궤도를 왕복하는 최대 7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우주 인터넷 사업에서도 가장 앞선 곳이다. 현재 약 2000기의 위성을 쏘아 올려 25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가운데,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가 대안으로 떠올라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머스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 통신망을 제공했다.

2010년 이후의 주요 행적을 요약해 보면,
2012. 5. 22. Falcon 로켓을 NASA 비용의 1/6로 ISS(국제 우주 정거장)에 도킹→ 2015. 12. 1. 1단 로켓을 해상 바지선에 소프트 랜딩→ 2016. 7. 18. 1단 로켓을 육상 발사지점 근처에 안착→ 2020. 5. 31. 유인 우주선 ‘crew dragon’까지 목표 해상에 안착→ 2021. 5. 19. 민간인 4명을 태운 ‘crew dragon’을 지상 420킬로미터에 떠 있는 ISS보다 더 높은 575킬로미터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고, 90분에 한 번씩 사흘간 선회한 후 목표 고도에서 낙하산으로 해상에 안착시킴으로써 2002년 스페이스 X 창업 이후 19년 만에 우주여행의 비용을 20분의 1로 줄이는 비행을 성공시킨다. 본격적인 우주 관광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예고한 쾌거다.
우주여행에 앞서 5년 이내에는 텍사스의 보카 치카(Boca Chica) 발사기지가 아닌 뉴욕의 JF 케네디 공항에서 여객기 수준의 승객을 싣고 2시간 이내에 인천 공항에 착륙하는 스페이스 X의 우주선(Starship)을 볼 것이다. 길고 넓은 활주로가 필요 없다. 축구장만한 넓이면 충분하다. 공항의 개념이 바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목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류의 미래는 두 가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중행성 종(多重行星 種)이 되거나 하나의 행성(지구)에 국한된 채로 남아 결국 멸종되는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다중행성 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그의 나이 70이 되는 2041년 이전에 화성으로 이주하여 성간(星間) 여행을 하면서 다중행성 종으로 살다 죽는 최초의 인류임을 역사에 남기려 한다.

그는 1998년 피터 틸(Peter Thiel)과 공동 창업한 페이팔(Paypal)을 매각하여 얻은 수익 1억 8천만 달러 중 테슬라(Tesla)에 7천만 달러, Sola City에 1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2002년 5월 나머지 1억 달러를 투입하여 스페이스 X(Space-X)를 창업하였다. 그때부터 그는 스페이스 X 부지 한편에 조그만 조립주택을 지어 거주하면서 우주 개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를 보면 그가 열정을 쏟는 대표 기업은 테슬라가 아니라 스페이스 X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론 머스크가 일구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① 우주 로켓 기업인 Space-X, ② 전기 자동차 Tesla, ③ 통신기업 Star Link(지구 저궤도 상에 12,000여 개의 소형 인공위성을 배치해 지구상 모든 지역에 통신 서비스. 2024년부터 서비스 시작, 그 이후 기지국 시스템의 통신회사는 지구상에서 없어질 것임.), ④ 인공지능 Open AI, ⑤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Neural Link, ⑥ 태양 에너지 Sola City, ⑦ Hyper loop Project와 초고속 진공열차 The Boring company.
이들 7개 기업들이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소통하고 협업한다. 7개의 기업을 한마디로 일별해 보면, ‘자동차 산업을 혁신하고, 화성을 식민지로 삼으며, 진공터널을 지어 기차가 달리도록 하면서, 인간의 뇌를 AI와 결합하고 태양열과 에너지 산업을 뒤엎으려는’ 일론 머스크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끔찍한 수준의 일 중독자다. 그는 하루 12~14시간, 주당 80~100시간 일한다. 두 명이 40시간씩 일하는 것보다 한 명이 80시간을 일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 한 바도 있다. 또 이 시대 최고의 인재들을 스톡옵션으로 끌어 모은다. 회사의 입사 난이도 및 업무강도는 매우 혹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힘든 업무를 감당할 수 있으면 환영하고, 그렇지 않으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공시한다.
스티브 잡스 이후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 일론 머스크의 생활철학 6가지를 들어보자.

①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② 열정을 쫓아라.
③ 목표를 크게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④ 모험을 준비하라.
⑤ 비판을 무시하라.
⑥ 즐겨라.

 

이번엔 그가 만들고 있는 테슬라의 (전기+자율)자동차에 대하여 이야기해 본다.
전기차 부속은 17개이고, 기존의 휘발유차는 부품이 1만 개도 넘는다. 휘발유차는 1만여 개의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여 만들지만, 테슬라는 17개의 부품을 조합하여 공장(Giga Factory)에서 찍어 낸다. 테슬라는 35%의 마진을 남기지만 현대차는 7%의 마진을 본다. 현대차가 연간 500만 대를 생산한다면, 테슬라는 100만 대만 찍어 내면 된다. 앞으로 내연기관차의 1·2·3차 밴드 공장은 집에 가야 한다. 환경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제 전기차는 대세다.

테슬라는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와 중국의 상하이 기가 팩토리에서 135만 대를 생산 공급했다. 금년 상반기에는 신설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 독일 베를린의 기가 팩토리에서 100만 대 이상을 더 찍어낼 것이다. 공장 신증설은 계속 진행 중이고, 공급은 더 늘어갈 것이다. 그러면서 Model-Y의 가격을 2만 5천 불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세계의 자동차 산업을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지구상에는 1년에 2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에너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에 짓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만 해도 300여 개가 1년 이내에 완공된다고 한다. 반도체, 배터리, ESS, AI, Data, Compute도 그 수요가 폭발할 것이다.

올해 4월 7일 일론 모스크(오른쪽) 테슬라 CEO와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 테슬라 CDO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기가텍사스 개장식 ‘사이버 로데오’에서 사이버트럭을 공개하고 있다. 머스크는 기가텍사스에서 내년부터 사이버트럭도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테슬라 유튜브 캡처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상상을 초월한 기술 세계로 안내한다. 앞으로 1년 후면 FSD(Full self driving)의 레벨 5단계가 완성된다. 통신기업 Star Link, 인공지능 Open AI가 자율주행을 완성시키고 있다. 테슬라, 애플, 구글이 왜 자율 주행에 목숨을 걸까?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순간 20억 명의 인간들을 그들의 앵벌이로 만들기 위해서다. 전기차보다 자율주행차가 더 무서운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교통수단을 넘어 힐링하면서 생활하는 공간, 이동하는 모바일 주택으로 발전한다. 말에서 마차로, 마차에서 자동차로, 자동차에서 자율차로, 인간을 21세기 신 유목민으로 살아가게 만들 것이다.

인터넷 다음 단계는 메타버스(Metaverse)라고들 한다. ‘Metaverse’는 초월·가상을 의미하는 ‘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서 현실과 연동하는 생태계를 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VR(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와 함께 3차원 가상세계 속에서 개인과 기업이 현실과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을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빅 텍크 기업들은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려고 플랫폼과 디바이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모든 기업이 물리적 현실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세계에서 8시간이 걸리는 우주선 조립 공정을 가상화면 홀로렌즈를 이용하여 3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Face Book)은 메타버스에 사활을 걸고 메타(Meta)로 사명까지 바꾸며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30억 명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거대한 소통과 연결 공간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심에는 메타버스 소셜 플랫폼인 ‘호라이즌(Horizon)’이 있다. 이는 가상 주거공간인 ‘호라이즌 홈(Horizon Home)’과 협업공간인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 게임을 즐기거나 파티를 열 수 있는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안경처럼 생긴 호라이즌 진입용 안경을 쓰면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가상세계가 펼쳐지고, 아바타로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메타는 호라이즌 활성화를 위해 메타버스의 관문 역할을 하는 VR, AR(가상현실, 증강 현실) 장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만 10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최근에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고급 VR기기 ‘프로젝트 캄브리아(Project Cambria)’를 공개했다. 새로운 센서가 이용자의 시선과 표정을 추적하여 실시간으로 아바타에 구현해 현실 위에 가상세계를 겹쳐 보여주는 ‘MR’ 기능을 추가하였다.
메타는 대중화의 열쇠로 꼽히는 게임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 일부회사가 메타버스의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고, 로보록스나 에픽게임즈 등은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하는 반면, 메타는 포괄적인 플랫폼 개념으로 접근한다. 사용자가 메타버스 속에서 가능한 모든 디지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메타와 달리 엔비디아(Nvidia)는 메타버스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그래픽과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인프라를 장악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지난해 11월 “엔비디아의 메타버스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술 인프라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2020년 말에 공개한 ‘옴니버스(Omniverse)’는 3D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기업들은 옴니버스를 이용해 공장, 창고, 건설현장 등 실제 공간을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환경 등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으로 만들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BMW는 옴니버스로 자동차 공장 전체를 가상으로 만들고, 새 모델의 출시에 맞추어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다. 지능형 로봇 배치나 훈련도 디지털 트윈에서 이루어진다.
스웨덴 통신회사 에릭슨은 옴니버스로 실제 도시 규모의 디지털트윈 환경을 구축해 5G 무선 네트워크 신호 전파와 성능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이 시뮬레이션에 따라 생산라인을 바꾸고 공장을 더 스마트한 공장으로 리모델링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기업용 옴니버스 구독료를 연간 9,000달러(약 1060만 원)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전문 분석가들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는 제조, 디자인,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적용하는 핵심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메타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옴니버스 아바타’ 기술을 새롭게 공개했다. ‘토이 미(Toy me)’라는 이름의 옴니버스 아바타는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대화하고, 대화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대화형 아바타’라는 특징이 있다.

엔비디아에서 발표한 젠슨 황 CEO의 옴니버스 아바타 ‘토이 젠슨’ © 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옴니버스 아바타는 대부분의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AI 비서를 제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젠슨 황 CEO는 “지능형 가상 비서의 시대가 다가왔다”며 옴니버스 아바타는 엔비디아의 기본 그래픽과 시뮬레이션, AI 기술을 결합해 지금까지 만들어 진 것 중 가장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천명했다. 여러 언어의 음성을 인식하는 AI-‘리바(Riva)’, 5,300억 개의 변수를 학습한 세계 최대 언어의 신경망 AI-‘메카트론(Mecatron)530B’, 추천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AI-‘멀린(Merlin)’ 등 엔비디아의 모든 기술이 집대성되어 있다.

메타버스의 대표주자인 메타가 메타버스의 플랫폼 구축에 목표를 삼고 있다면, 엔비디아는 메타버스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메타버스는 현실 물리세계를 디지털 가상세계로 대체한다. 현실과 가상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착각하도록 만든다. 메타버스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플랫폼이다. 여기에서 실제 우리 인간과 똑같은 가상 아바타 인간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공간과 시간이 자유로운 메타버스 세계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산업이 탄생한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로 시작하여 유통, 업무, 생산, 금융 등을 넘어서 정치와 군사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이렇게 메타버스도 인터넷처럼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으며 창업과 산업 혁신의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와 가상화폐가 현실경제에서 가상경제 순환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됨에 따라 메타버스 시장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이상 일론 머스크의 Space-X, Tesla와 마크 저커버그의 Meta, 젠슨 황의 Nvidia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의 행적을 개관해 보았다. 세계 4대 혁신기업 ‘MAGA’라 불리우는 MS, Apple, Google, Amazon이 펼치고 있는 첨단기술과 행적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2. 자율주행차와 메타버스가 건축계에 던지는 메시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것에 비해 우리의 일상생활은 크게 변화하지 못했다.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는 데 따른 두려움, 거북함, 번거로움과 이해부족으로 기존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어쩌면 자발적으로 빠르고 원활하게 디지털 기술을 습득하고 경험하는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화상 회의, 전 방위적인 배달문화와 종교 활동, 금융 서비스 등 비대면 접촉으로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가속화되고 있다. 나아가 5G 기술로 인해 데이터의 이동이 가속화됨으로써 자율주행, 메타버스, 드론, 로봇, IOT, AI 등 첨단기술, 그리고 건축 디자인 및 건축산업 전반에 필요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3D Printing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미래의 건축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또 배달과 택배 문화가 상시화 되면서 자율주행 차, 로봇, 드론이 배송과 물류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24년쯤 되면 택배트럭이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24시간 이동하는 세상이 온다. 무인 로봇과 드론은 시공간을 넘어 배송방식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 빌딩에 ICT 기반의 ‘화물 수취 설비’를 갖춘 집적 공간이 요구되고, 소화물은 캡슐에 담긴 채로 현관 앞에 자동적으로 놓인다. 지하 주차장으로 자동차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현관에서 자율차가 대기하고 있을 것으로 보아 향후 공동주택의 지상 층 공지와 라운지를 보다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요구도 나타날 것이다. 지붕 층은 녹지와 힐링공간 이외 한편에는 드론의 착지와 화물 수취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가 건축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보다 충격적이다. 언젠가 사옥 없는 카카오뱅크가 생기더니, 카카오라 그럴 수 있겠다 했는데 드디어 오피스빌딩이 사라지는 날이 오고 있다.
관련해 조선일보 박순찬 기자의 “난 재택, 아바타는 출근…전국 인재 몰리더라” 기사(2022. 2. 4.)를 참고하기 바란다.

 

3.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 건축 – 그 이슈와 몇 가지 과제

3-1. 주택에 대한 요구 성향의 변화

◆ All in Home
코로나 팬데믹은 디지털기술과 더불어 건축과 주거 공간에도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택에 대한 대표적인 변화의 요구 성향이 ‘All in Home’이다. 재택근무, 자가 격리가 일상화된 언택트(untact) 시대다. 주거+업무+여가 생활을 모두 주택 한곳에서 해결하려 한다. 단순한 휴식, 수면을 위한 종래의 거주 기능을 넘어 집에서 근무하는 홈 오피스, 건강과 여가생활을 위한 홈 트레이닝과 홈 카페 행위까지 필요해짐에 따라 주택의 용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성향의 변화들을 제한된 공간에서 수용하기 위하여 가전기기, 가구, 집기의 배치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Omni-layered design’이 뜨고 있다.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자연 속의 그린(green)을 집 안으로 끌어드리기 위해 발코니와 테라스의 효용성이 커지고 있다. 또 발코니를 확장하여 거실을 넓히는 것보다 마당과 정원을 대신한 단독 주택의 맛을 즐기고 싶어 한다.

◆ 도시로부터의 탈출 – 단독 주택
또 하나의 변화는 단독주택의 선호 현상이다. 아파트에서 오래 살다 보면 느끼는 답답함과 자연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도시를 떠나 대지 값이 저렴한 시 변두리에 단독 주택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이 늘고 있다. 다가오는 자율 자동차 시대와 맞물려 젊은 연령의 건축주들이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 우리는 늘 미래를 예측하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며 살아간다. 그간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의 환경 문제만 걱정하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삶과 경제활동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또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소득이 줄어들며 출산율이 한 명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이러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건축계가 예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도시외곽에 ‘1, 2인 소형주택’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율 자동차, 메타버스, 3D 프린팅 기술은 고가 밀집의 도시로부터 탈출을 한층 더 자극할 것이며, 다양한 디자인의 소형주택들이 늘어날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이을 정보기술(IT)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텍사스 오스틴의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사현장

 

3-2. 업무시설, 공장, 창고의 재탄생

혁명적인 디지털 기술과 코로나19에 의한 언택트 시대에는 주택보다 경제활동의 주체 노릇을 하는 업무시설, 생산시설과 저장 및 보관시설에 보다 더 기능적이고 효과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5G 기술과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갈수록 똑똑해지는 자율주행 기술,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세계 속에서 개인과 기업이 현실과 같은 공간에서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을 하는 메타버스 기술이 건축 관련 인프라를 바꾸려고 한다. 배달과 택배 문화가 일상화됨에 따라 자율주행 트럭, 로봇, 드론이 배송 분야에 물류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공장, 오피스빌딩, 창고 건물은 일정 공간의 화물 수취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도록 한다.

 

◆ 업무시설, 종래의 오피스 빌딩 기능 하나만으로는 복합적인 경제사회에서 언제 도태할지 모른다
주업종이 변화하고, 연관 업종이 보태지고, 새로운 업종이 추가되면서 기업은 진화한다. 그러면서 계속 성장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쇠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스포츠 센터, 상가와 문화 시설은 이미 건축법규에 저촉범위를 벗어나 부대시설로서 이미 오피스 빌딩에 입주도 가능하다. 오피스텔은 다양한 형태의 도시 주택으로 자리매김하는 하나의 길목에 서 있다. 건축물이 수용해야 하는 용도와 기능의 변화는 디지털기술과 언택트 경제사회에서 더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화 속도를 더할 것이다.
복합과 공생의 개념을 넘어 업종과 업태 간 융합하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제한된 건물규모의 빌딩 하나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공간 이용의 가변화와 융복합화”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건물 내부 공간을 벽으로 나누지 않고 기둥식 오픈 구조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업무용 빌딩은 벽식 칸막이 구조가 없어질 것이고, 현재의 빌딩들도 구조적인 리모델링을 따라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직방’은 아바타가 출근하는 가상 사옥 ‘메타폴리스’에서 관계사를 포함, 600여 명 직원의 아바타가 옹기종기 모여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100% 재택근무,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아예 별도의 사무실이 없다. 충격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오피스빌딩들은 용도변경을 하거나 재건축하여 새로운 용도를 찾게 될 것이다.

◆ 생산시설은 벌써부터 스마트공장으로 자동화·지능화되고 있다
스마트공장이란 설계·개발, 제조 등 생산 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여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 공장을 말한다. 기업들은 ICT 기술을 이용해 공장, 창고, 건설현장 등 실제 공간을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환경 등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으로 만들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Giga-factory)는 메타버스 기술로 자동차 공장 전체를 가상으로 만들고, 새 모델의 출시에 맞추어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다. 지능형 로봇 배치나 훈련도 디지털 트윈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토대로 공장을 설계하고 시공을 한다.
스웨덴 통신회사 에릭슨은 실제 도시규모의 디지털트윈 환경을 구축해 5G 무선 네트워크 신호 전파와 성능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통신 품질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한다.
테슬라나 에릭슨 같은 빅 테크 공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장을 짓는 기업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5G, AI, IOT, VR, 로봇 등 디지털 정보통신기술로 지능형 공장을 짓는다. 건축의 영역이던 공장건축의 레이아웃을 소프트웨어가 다 해버린다. 가상 시뮬레이션을 거치면서 설계디자인도 하는 세상이다. 모든 공장은 스마트 공장으로 재탄생 한다.
창고시설도 스마트 창고로 진화한다. 도시 외곽에서 덩그러니 홀대받던 창고가 귀중한 물류센터로 기능과 시설이 지능화 되고 있다. 2, 3년 이내 자율주행트럭이 24시간 운행하고, 나아가 로봇과 인간이 운전을 나누어서 하고 배송까지 확장하게 됨으로써 창고가 물류의 출발점에서 배송의 종착지까지 ‘스마트 물류센터’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상하이 기가 팩토리 생산라인 레이아웃 © 테슬라

3-3. 모듈화 공법, 3D-printing 등 공업화 공법의 진화

◆ 미래 건축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점은 바로 설계와 시공법의 발전
건축물의 모든 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 도구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등장은 현대 건축 분야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다. 비정형 디자인은 물론, 설계 최적화를 통해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시공에 앞서 물리적 디자인 오류까지 해결해 줌으로써 그에 소요될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더욱이 건물이 지어지기 전 메타버스 기술로 가상의 건물을 짓고 입주하여 관리해 봄으로써 효율적이고 보다 똑똑한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BIM 설계를 바탕으로 건축의 현장 환경을 바꿀 시공법의 변화 방향은 건축물을 공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인 ‘모듈화 공법(Modular construction method)’이다. 건축물의 복합 요소들을 각각 모듈화해 생산 공장에서 제작하는 기술이다. 현장에서는 건축물의 골격만 세우고 그 외의 작업은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진 모듈을 현장으로 옮겨와 위치에 맞게 배치하고 조립하면 되는 것이다. 기계, 전기, 통신 설비까지 가장 복잡하게 얽힌 천정틀까지 모듈화 시켜 공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4차 산업 관련 첨단기술들이 건축물과 일체화되고 있음에 공업화 공법은 더 한층 발전 속도를 올릴 것이다.

◆ 한국 건설기술연구원 내 ‘건설 3D프린팅 연구단(2016년 설치)’은 관련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시작해 제법 큰 건축물까지 쌓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소형 건축물 기준으로 골조 공사기간을 60%나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하고, 공사비용도 40%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2022년에는 실험 주택을 건축할 계획이다.
3D프린팅 건축 기술이 세계 건축 업계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여러 방법으로 3D프린팅 건축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 건축 기술이 달이나 화성에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위성 등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꿈으로써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우주를 건설하는 이 계획에서도 3D프린팅 건축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인화와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3D프린팅 기술의 특징이 그 배경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우주개발업체 Space-X를 설립하면서 인류를 화성에 이주하여 정착시키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이 꿈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연구와 탐사 목적으로 달이나 화성에 건축물을 지으려는 시도는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런 시도의 중심에 3D프린팅 건축 기술이 있다고 본다.

아피스코르(Apis Cor)사가 건축한, 두바이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3D프린팅 건축물

 

4. 건축 관련 제도와 교육의 혁신

4-1. 디지털 기술과 사회적 요구를 담을 수 있도록 건축 관련 법규 혁신적인 정비

땅 위에 집을 짓는 것이 건축일진대, 건축 관련 최상위 법은 땅에 대해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다. 그다음 짓기 위한 계획과 짓는 행위를 조장하고 규제하는 법은 계획단계에 건축법, 건축사법이, 짓는 단계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 진흥법이 있다. 이 법 밑에는 각각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두어 목적 달성을 위하여 자율적인 행위까지를 구속한다. 땅 위에 집을 짓는데 이 법들만 있으면 좋으련만 ○○기본법, ○○개발법, ○○관리법, ○○특별법 기타 등등 수십 가지 법이 존재한다. 이것도 부족하여 행정부처는 ‘○○요령’이란 것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만들어 사소한 행위까지 간섭한다. 이러다 보니 때로는 법끼리 충돌하고 시행기관끼리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이 시대는 우리 생활 곳곳에 혁명적인 디지털기술이 계속해서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생활을 더 편리하고 유익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를 선진화시킨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가 있어, 촉진시키고 조장한다고는 하는데, 여기저기 규제가 똬리를 틀고 있어 선의의 행위까지 구속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 이후 AC(After Corona)시대는 BC(Before Corona)의 과거와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들 한다. 사회는 변화되고 첨단기술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건축 관련 제반법규와 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규제보다는 장려해야 디지털기술을 건축에 활용하고 건축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디지털 기술로 가득한 언택트 경제 사회에서는 하나의 건축물이 수용하는 기능과 용도가 변할 수밖에 없다. 업무시설과 생산시설을 업무방식과 생산방식에 따라 하나의 용도에 맞추어 건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디지털 기술과 사회적 요구를 건축물에 편리하게 담을 수 있도록 시급한 건축 관련 법규의 정비가 요구된다.

건축 관련 최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장 제6조는 우리나라의 국토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과 자연환경보전지역의 4가지 용도로 구분하고, 제4장 제2절 제36조에서 4가지 각 지역마다 용도지구와 용도구역으로 구분하여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지역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의 4가지 용도지역으로 구분함으로써 복합적인 용도의 건축을 제한한다. 이러한 용도지역제 하에서는 복합적인 공간 구성이 제약됨으로써 건축주의 자율성까지 해치게 된다. 주택, 업무시설, 생산시설 등 모든 건축물은 디지털 기술과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코로나 19이후 언택트 시대를 맞아 변화의 모양과 속도는 융·복합적으로 빠르게 진화한다.

다행히 이 글을 쓰는 동안 3월 3일 서울시는 향후 20년간 추진할 각종 계획의 지침이 되는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8년간 묶여 있던 서울시 아파트 35층 제한 규제를 풀고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다채롭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땅의 용도와 건물의 높이,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제도인 ‘용도지역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내 용도지역은 크게 주거·상업·공업·녹지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이 제도가 복합적인 공간 구성에 제약이 된다고 보고 자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토계획법 개정 등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4-2 교육의 혁신 – 건축 기술인의 자기계발 교육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를 합친 용어 디지로그(Digilog). 지난 2월 26일 타계한 이어령 교수가 언급한 디지로그는 생명자본주의와 맞닿아 있다. 디지털이 차가운 컴퓨터 정보공학의 세계라면 아날로그는 인간애와 생명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세계다. 디지로그는 컴퓨터가 낳은 디지털기술과 컴퓨터 이전의 아날로그적 지식을 합친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컴퓨터가 나오기 전 우리는 책과 사전을 통해 교육을 받아 왔고,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책과 사전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대부분 컴퓨터로부터 흡수하고 있다. 아날로그적 지식은 디지털적 지식으로 치환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책과 사전은 지식을 얻는 도구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지식의 기본적인 콘텐츠는 컴퓨터를 통해 배양하기보다 책과 사전으로부터 배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은 생각하면서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제 것으로 다져지고 이를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힘이 생긴다. 클릭으로 얻어지는 지식은 논리적인 힘을 만들기에 부족하다. 인문적인 지식이 아날로그라면, 기술적인 지식은 디지털에 가깝다. 인문지식이 기본적, 공통적인 지식이라면 전문기술 지식은 전문적, 선택적인 지식이다. 우리 건축 기술인들이 간과한, 그래서 부족한 것이 인문적인 지식이다. 아무리 전문적인 기술지식이 있다 하더라도 전달하고 설득하지 못하면 쓰지를 못하는 죽은 지식이 되고 만다.

앞으로의 세계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제공자와 소비자로 나뉠 것이다. 그 비율은 각 5%, 95%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시대에 우리는 이미 20%가 80%의 소득을 차지하는 2080을 경험했기에 정보화 시대를 넘어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로 가면 0595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런 앞날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논리력과 창의력이다. 그리고 이를 기르는 첩경이 독서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와 말하기다.
그러니 하버드대학은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혹독하게 시킨다. 아마존(Amazon) 사는 6쪽 짜리 보고서를 써오게 하고 보고서를 바탕으로 말하기를 테스트한다고 한다. 논리적인 사고력, 독창성, 창의력은 글쓰기와 말하기로 만들어진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우리 건축사, 건설기술인이 5%의 정보제공자로 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자기 계발을 위하여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다음은 BIM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컴퓨터의 활용능력 나아가 코딩(Coding)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조선일보 박건형 차장의 “[만물상] 코딩의 시대(2022. 2. 4.)”라는 기사를 보면서 우리 건축사, 건축기술인들의 실상과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살펴보면, 누구나 혁신적인 변화가 시급함을 다 함께 공감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시대에서는 코딩(Coding)이 컴퓨터 창의력(Computational Creavity)이다. 영국 정부는 올 가을 학기부터 초중고에서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도록 했다. 국민교육은 그 나라의 경쟁력이다. 건설기술인 특히 건축설계자의 경쟁력은 BIM의 운용능력에서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디지털기술은 이미 우리 앞에 와있는데 우리의 인식세계는 과거세대에 머물러 있다. 건축 구조 등 전공과목 몇 가지의 필기시험과 T자와 삼각자로 설계능력을 평가하는 건축사 자격시험을 아직까지 굳세게 치루고 있다. 기술사 자격시험도 T자와 삼각자만 없을 뿐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검증조차 하지 않는다.

건축사와 기술사의 자격 면허시험제도부터 하루 빨리 바꾸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우리나라도 초중고에서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도록 교육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우리 건축사, 기술인들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적응해야 할 것이다.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산업 전 분야의 관련 정부, 자치단체와 산하 공공기관 및 관련 단체에서도 건축사, 건설기술인들을 위한 각종 보수교육 프로그램에 디지털 첨단기술과 컴퓨터 활용력을 제고시키는 조치를 하루 빨리 하여야 할 것을 제언하는 바이다.

 

디지로그 시대에 아날로그적 경쟁력을 키우는 요체는 ‘생각근육 키우기’다.
생각 근육은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 꾸준한 글쓰기로 다듬어진다.
디지털적 경쟁력은 컴퓨터의 활용능력, 첨단기술의 이해와 이용능력을 키우면서 확장된다.
우리 건축사, 건설기술인은 지식과 정보의 제공자로 살아가야 한다.
짧은 시간에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말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하면 된다. 시도는 해 봐야 한다. 늦은 것이 아니다. NOW & HERE.

 

글. 양영호 Yang, Youngho (주)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건축사

양영호 건축사 · (주)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동 대학원 건설공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건축사, 1977년에는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을 취득했다. 상공부 공업단지국 건축기좌(제9기 기술고시 임관), 중소기업진흥공단 건설본부장 및 삼환기업 현장소장 등의 풍부한 실무 경력을 갖췄으며 현재 ㈜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Technical Proposal to Planning & Presentation(2007)’, ‘기술제안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2011/ 2007년 증보판)’, ‘내가 살아 온 70년의 흔적들(2022)’ 등이 있다.
yh25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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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메타버스 시대, 건축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건축담론

편집자 註

AI와 메타버스 시대, 건축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계문명이 아닌 인류 생활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처럼,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타더니 이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의 키워드 중 하나가 AI이며, 메타버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일찍이 비전 아키텍트(Visionary Architect)였던 레베우스 우즈(Lebbeus Woods)는 사고하는 AI의 건축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지만,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다소 현학적인 존재론적 상상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반자동화 단계에 이른 건축설계 산업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이를 대비한 새로운 준비가 무엇인지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아직도 캐드프로그램이 뭔지 모르는 건축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BIM 초기 단계를 지나 메타버스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버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다가올 일이며 마냥 손 놓고 아날로그 시장과 경제환경을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한번 뭔지 구경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첨단의 고민을 하시는 두 분의 현역 건축사를 모셔 장대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의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한번은 알아야 할 듯해서 마련한 기획으로,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2 In the Metaverse era, what should architects prepare?

팬데믹으로 인해 앞당겨진 온택트 시대

세상 사람들은 생전 처음 겪게 된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심각해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온택트(On-tact)라는 새로운 흐름의 변화된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일하고, 만나고, 보고, 먹고, 즐기고 하는 모든 것들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며 의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비대면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물리적인 만남보다 온라인으로 대면하는 방식으로서의 온택트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근래에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중에 하나는 단연 메타버스일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로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첫 등장한 개념이다. 영어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가상현실과는 차별되게 아바타에 자신을 투영하고 온라인 여러 매체를 통해 가상세계에 접근하고 있으며, 가상세계에서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하며 인간세계의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경제적 활동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이동통신 5G 기술의 상용화로 더욱 발전되고 펜데믹으로 인해 학습과 경험된 언택트 문화를 통해 급속히 가속화하는 중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메타버스가 단연 주목받고 있다. 또 건축, 예술, 게임, 쇼핑, 관광, 금융, 음악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유니티(Unity)에서 제공하는 WRLD SDK는 네이티브 VR 통합기술을 사용하여 도시의 사이트(Site, 현장) 분석을 가상체험할 수 있다. 앞으로 더욱 여러 회사의 기술발전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의 실감 난 현장답사가 이뤄지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신사옥 ‘엔비디아 캠퍼스’ 설계에는 최첨단 엔비디아 아이레이 VR기술이 적극 활용되었다. 각각의 사물별로 빛의 반사정도를 매우 정교한 계산을 통해 현실과 가까운 모습을 구현하여 사전에 공간 활용성 및 시공 상의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수정해 나감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고 한다. 또한 VR기술과 함께 AR기술의 확장이 매우 빠르게 발전되고 있는 듯하다.

© Clayco

해외에서는 이미 시공단계에서 AR홀로그램을 활용한 시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작업환경을 사전에 예측하고 설계에 대한 시공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증강현실기술을 통해 현장에서 일어날 재해 상황을 체험하고, 교육하는데도 활용하고 있다.
국내 현대건설은 건설현장 특성·여건에 따라 건축정보모델링(BIM)기반의 증강현실 품질관리 플랫폼을 개발하여 객체정보 확인 및 정보측정, 3D모델 조작기능 등을 통해 시공 품질을 높이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대지 조사부터 건축설계, 시공, 안전 단계에 이르기까지 활용이 발전되며 건축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해외는 이미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 대한 전문교육기관이 생겨나고 프로그램이 상용화되고 있으며, 적용 사례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하고 있다. 비즈니스 및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 정림건축에서는 건축설계유산 메타버스 아카이빙을 위해 티랩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물과 공간 디자인을 티랩스 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 안에 구축할 예정이며, (주)삼우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는 메타버스 스페이셜(Spatial) 플랫폼으로 기존 건축사사무소 설계 프로세스를 벗어나 3차원 공간에서 의사소통을 갖춘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려 한다.

 

건축사가 바라본 메타버스

인간이 만들어가는 3차원의 유토피아 공간이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전의 싸이월드나 지금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로 자아와 끊임없는 소통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아바타지만 마치 실존하는 자아의 실체로 점차 발전해가고 있다. 제페토나 로블록스는 어린아이들의 새로운 세계로 자리 잡았으며 새로운 기업들의 또 다른 디지털 세상이 현실에 나오고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에서 BGF 리테일 CU가 오픈한 메타버스 편의점 © CU

제페토의 구찌빌라 © gucci

이 밖에도 샌드박스, 테라월드, 뉴월드 등등 무수히 많다. 동일한 시스템을 가진 프로젝트들은 가상의 부동산을 개인이나 기업에 팔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 그들이 만들어가는 메타버스 세계의 가치는 이용자의 수, 디지털기술, 서비스의 차별화 등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특히 이용자 수가 많은 메타버스 프로젝트들은 점차 확장되고 기술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실 환경과 다른 이상적 환경을 제공하며 경제활동까지 가능케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 개인들이 메타버스 내에 땅을 사고 있으며 기업은 연수원, 브랜드홍보관, 상품전시장 등을, 공공기관은 문화재, 박물관, 공공장소 등을, 개인은 다양한 상상의 공간 및 이벤트공간과 게임공간 등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 건축은 가상공간을 활용하므로, 현실과 달리 공간을 원하는 만큼 사용하고 하늘에 건물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 SNS에서는 메타버스 건축사(Architect)라는 용어가 생겨났으며, 메타버스 건축사(Architect)가 되기 위해서는 3차원 공간조작 능력, 즉 3D그래픽을 이용해 공간에 구축하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제페토와 로블록스 모두 해당 플랫폼에 3D에셋과 3D공간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여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게임 업계에서 주로 활용하던 3D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이 더욱 보편적인 수요를 이루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빌디잇이라는 메타버스 건축 프로그램은 조작법이 매우 간단해서 처음 3D프로그램을 접하는 사용자도 쉽게 건물과 맵을 만들 수 있다. 건축사가 가진 전문적인 기술과 현실세계에서의 법규·제약들이 사라진 지금의 메타버스 공간은 창의성·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세계인 것이다.
지금의 메타버스 공간은 과거 게임을 하며 짜인 맵에서 소통하던 방식과 달리, 사용자에 의해 환경이 변화·구축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활동하는 세상인 것이다.

건축사가 지금의 메타버스 세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메타버스 공간에 대해, 건축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공간디자인 컨설팅과 브랜딩 작업, 건물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며 실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자신의 세계관을, 여러 가상의 건축디자인을 구현해 자산소유권을 정의할 수 있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크)화 하여 다양한 고객에게 판매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작품은 메타버스 세계에서 구축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건축사 레이먼드 아브라함은 “건축사는 드로잉 실체 외 건물 실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은 지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건축의 의미와 정의는 결국 생각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건물을 완성해 내 생각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시기 런던에서는 피터 쿡을 필두로 한 아키그램 운동이 시작됐고, 두 사람의 인연은 평생의 조력자이자 동반자로 이어진다. 훗날 ‘페이퍼 아키텍처’라는 개념을 정립·표현하며 새로운 건축적 영역을 넓혀 갔다. 메타버스 세상을 맞이한 우리 건축사는 건축이 갖는 본질을 다시 되새기고 되돌아봐야 할 때라 생각한다.

vimeo 캡처

2020년 한국계 미국인 디지털 아티스트 크리스타 킴에 의해 세계 최초의 NFT 디지털 건축물 마스 하우스(mars house, 실제 거주할 수 없는 집)가 세상에 나오고, 50만 달러에 거래가 되었다. 실제 본인이 일본에서 경험한 zen철학을 모티브로 제작한 디지털 집은 3D프로그램 언리얼 엔진을 통해 제작된 가상 주택인 것이다. 현재 이 주택은 실제 명상을 할 수 있는 메디테이션 휴양지가 될 것이라 한다.

지금의 우리 설계 프로세스는 건축주를 만나 건축주가 원하는 집을 설계하는 방식이나, 마스 하우스가 보여준 행태는 불특정 건축주가 가상의 작품을 보고 그것을 건축화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 건축프로세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메타버스를 향한 인간의 욕구와 갈망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이에 따라 기술 또한 발전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2022년 인간 뇌에 마이크로 칩을 이식할 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곧 가상세계에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가상세계에서 음식을 먹으며 맛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며 모든 행위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다면 가상세계가 현실세계가 되는 완벽한 디지털 트윈시대가 오는 것이다. 미래에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디지털 트윈시대가 온다면 아마도 건축사는 지금과 같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건축적 지식을 바탕으로, 더욱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설계업무를 수행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글. 박현우 Park, Hyunwoo 비움디자인빌드 건축사사무소·건축사

박현우 건축사 · 비움디자인빌드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창조건축, 건축사사무소 다인에서 실무를 쌓았다. 서울시립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시 관악구 도시재생 자문위원, 대학건축학회 주택설계분야 참여전문가, 용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 작품으로는 LIG NEX1연구소, 렉쎌연구소, 선감역사박물관, 포항야생화카페, 이천도예촌상가주택이 있고, 현재 바이오연구소, 시흥동 정비사업 등을 설계하고 있다.
1biu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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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건축설계의 생산성 도구 BIM, 판타지일까, 구원일까?

건축담론

편집자 註

설계의 새로운 도구, BIM
건축사들의 창의적 발상을 좀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속도를 압축하는 프로세스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이용해 생산성을 한층 높이려 한다.
CAD 시스템은 이미 1990년대부터 우리 건축사들의 작업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현 21세기에는 인공지능에 가까운 시스템 개발이 매일 전개되고 있다. 평면 도면에서 입체 시뮬레이션으로 설계 전 과정이 동시에 전개될 수 있는 현재, 건축사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과정이 목표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BIM은 완성도 높은 건축의 실현과 실천을 위한 도구이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도구이지만, 때로는 도구가 목표와 목적을 바꾸기도 한다.
문제는 1인 건축사들, 중소상공인 규모의 건축사들은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그 속도와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과실인 생산성 고도화와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01 Is BIM Fantasy or Redemption for Architects?

2차 디지털 혁명 BIM

건축산업에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건 CAD 도입에 의해서였다. CAD 도입은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인허가, 시공에 이르기까지 건축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혁을 불러왔다. 그것도 극도로 짧은 시간 안에.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어느 누구보다 건축사들이 이런 커다란 변화의 과정에서 주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허가권자나 발주처, 또는 시공사에서 요구하기 전에 이미 건축사들이 앞장서서 ‘디지털’을 건축에 도입했고, 앞서 언급한 연관 분야에 도입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CAD 도입으로 건축사들은 이미 스스로 ‘구원’을 경험했다.

국내에서 BIM 논의가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국내 건축사들 중 BIM이 예전 CAD의 ‘구원’과 같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아직까지는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이가 절대다수이며 그 이유는 대체로 아래와 같다.

 

판타지?

1. 차원(Dimension)의 차이
CAD로 대변되는 2차원 도면 작성의 디지털화는 같은 결과물을 작성하는 ‘도구’만을 바꾸는 것이었다. 연필로 그리던 직선은 그대로 직선이었으며, 문자는 그대로 문자였다. 이 과정에서 제공되는 무한대의 복제, 변형, 저장, 조회 등에 대한 편리성은 기존 아날로그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했으며, 결과물은 동일하거나 더 명쾌했다.

BIM은 CAD와 ‘도구’만 다른 것이 아닌 ‘차원’도 달라진다. 단순한 도면을 작성하는 것을 넘어서 3차원 정보 기반 모델을 작성하기 때문에 서로 약속된 기호를 선과 문자를 이용해서, 말 그대로 ‘그리는’ 기존 방법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는 오랜 역사를 가진 2D 기반의 설계기법을 근본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2. 학습량의 차이
건축설계에 종사하며 CAD를 10년 이상 사용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사용 중인 CAD 소프트웨어에서 제공되는 기능 중 5%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만약 10% 이상 사용하고 있다면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기능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어찌 보면 2D 도면이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으며, 오히려 활용 수준이 낮아도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학습 능력 등에 따른 큰 편차가 없이, 필요 수준의 숙련이 쉽게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BIM을 설계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소프트웨어의 광범위한 부분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직선 두 개를 그려서 벽이라고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벽’ 기능을 이용해서 정확한 형상으로 만들어야 비로소 벽이 되고, ‘바닥’ 기능을 이용해야 바닥이 된다. 간단한 예를 든 것이지만 이 외에도 건축물의 수많은 요소들을 설계하기 위한 각각의 기능들이 제공되며, 그 복잡성 또한 CAD의 그것에 비할 바 아니다. 이런 사유로 인해 숙련 기간이 길어지며, 이는 항상 시간과 싸워야 하는 건축사와 건축설계 종사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받아들여진다.

3.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의 차이
CAD 환경에서는 단순히 몇 가지의 레이어들을 사용해 도면을 작성한 뒤 선두께를 지정해 인쇄를 함으로 원하는 도면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도면이 사라진다거나, 또는 선두께가 달라진다거나 하는 당황스러운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은 매우 높다. 이는 CAD의 기술적 성과라기보다는 이용하는 데이터의 단순성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BIM 환경에서 설계를 진행한다고 해도 설계자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2D 도면의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CAD 환경과 달리 소프트웨어의 연산에 의한 3D 모델의 2D 도면화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의 복잡성으로 인해 원하는 형태의 도면을 얻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며 어떤 경우에는 제공 기능의 미비 또는 알 수 없는 오류로 우회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4. 정보(Information)의 차이
이미 국내에서 30년 정도 사용된 CAD 기반의 데이터는 어디에나 넘쳐나며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제작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건축자재 제조사들은 홍보를 위한 CAD 라이브러리를 제공하거나 나아가서 프로젝트 맞춤형 라이브러리를 적극 제공해 준다. 이러한 환경은 CAD 기반의 설계를 더 편리하게 만들고 기술 발전을 촉진시켜왔다.

BIM 환경에서는 말 그대로 ‘정보(Information)’기반의 설계인 만큼 더 정교하고 신뢰성 높은 라이브러리와 설계코드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라이브러리의 제작에는 CAD와 비교하여 더 높은 수준의 기술과 긴 시간이 필요하며, 정보 입력에 대한 표준 코드는 아직 불분명하다. 자재 제조사의 대부분은 CAD 기반의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으며, BIM 기반의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업체는 극소수의 국제적인 업체들뿐이다. 설령 위의 모든 것들이 제공된다고 해도, 결국 건축물은 거대한 수공예품과 같아서 언제나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필요로 한다. 대형 사무소의 경우 별도의 팀을 만들어 이런 부분에 대응할 수도 있으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사무소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5. 도면 표현방법의 고착화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는 CAD 환경은 단순히 도구만을 디지털로 바꾼 것이며 도면의 표현은 제도판 환경에서 해왔던 그것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가령 각종 범례와 일람표는 모두 정보(information)이지만 아날로그 형태로 표현해오고 있다.

BIM 환경에서는 모든 정보가 서로 연관을 가지며 객체에 저장되므로 기존 방법보다 더 효과적으로 정리, 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인허가 부서, 발주처 및 시공사에서는 널리 익숙한 기존의 도면 표기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BIM 도구에서 기존 방식의 표현이 대부분 가능하지만 이는 BIM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효율을 저하시키게 되어 BIM 도입의 취지를 거스르게 된다.

 

구원?

상술한 모든 것들이 건축사가 BIM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소수의 국내 건축사들은 BIM을 설계도구로 적극적으로 도입, 활용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는 그 전환이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중 한 사람으로서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설계 도구로서의 매력과 장점에 대해서 열거해 본다.

1. 종합적인 계획 검토
일반적으로 건축설계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면적’이다. 물론 CAD 환경에서도 면적을 얻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BIM에서는 그 검토가 완벽하게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면적을 비롯한 모든 입력은 데이터가 되고 저장되며 조회된다. 이런 부분은 건축계획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해 주고 같은 시간 내에 더 다양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단순하게 ‘평면도’를 스케치하는 것이 아니라 3차원 모델로 계획을 하므로 평면뿐만 아니라 입면, 단면까지도 종합적으로 실시간 검토가 가능하다.

2. 시각화
건축설계에 있어서 소위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시각화 작업은 언제나 중요한 업무이다. 실제 건축물로 만들어지기 전 정확한 정보 전달과 평가를 위해서 시각화, 특히 3차원 시각화는 매우 중요하다. 기존 실물 모형 제작이나 단순 3차원 모델링을 통한 작업은 도면을 다루는 설계 작업과는 별개로 이루어져 왔다. BIM 환경에서는 건축설계 자체가 3차원 공간에서 이루어지므로 기존 방법에 비해 훨씬 쉽고 빠르게 3차원 시각화가 가능하다. 더욱 큰 장점은 시각화와 도면화가 하나의 소프트웨어, 하나의 모델로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에 설계도면과의 동시성이 보장되는 시각화가 가능하다. 이는 수많은 수정 단계를 거칠 때마다 효율을 크게 높여준다.

3. 설계품질
여기서 이야기하는 설계품질은 건축물의 ‘작품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설계도서가 실제 시공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좋은 안내서가 되느냐에 대한 것이다. 기존의 2D 캐드 기반의 설계기법은 대부분의 도면들이 서로 연관 지어지지 못한 채로 만들어지므로 수많은 오류 발생을 피하기 어려우며, 복잡한 형상의 표현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

BIM 환경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서로 연관 지어져 있어 적은 노력으로도 설계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3차원 모델을 기반으로 하므로 아무리 복잡한 형상이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이런 부분을 통해 더욱 창의성 있는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음은 국내외의 여러 사례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4. 데이터의 확장성
BIM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는 설계뿐 아니라 시공, 유지관리 등 다양한 관련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그 확장성의 한계를 감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어느 시점에는 2차원 도면이 아닌 3차원 설계 정보만으로 시공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것 정도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건축사의 선택

사실 ‘구원’이라는 말 자체가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판타지’일 뿐이다. 다만 ‘구원’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노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수동적인 개념이지만, 건축사들에게 있어서 BIM에 의한 ‘구원’은 당사자의 행동에 따라 적용되는 능동적인 것이다. 물론 그것은 종교에서 필요한 ‘기도’나 ‘믿음’과 같은 것이 아니라 ‘투자’나 ‘학습’과 같은 보다 실체적인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건축사들이 BIM에 적극성을 가지기를 기대하며, 이를 통해 대한건축사협회가 더욱 경쟁력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대한민국 건축산업을 주도해 나가길 희망한다.

 

글. 김현우 Kim, Hyunwoo 아이넥스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김현우 아이넥스건축사사무소 대표, 대한건축사협회 BIM친환경위원회 위원

김현우는 명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도시계획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BIM 기술 블로그인 ‘Enjoy Revit’을 통해 BIM 관련 기술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소통해오고 있으며, ‘San Francisco Museum of Mordern Art’, ‘Apple Park’ 등의 해외 프로젝트와 여러 국내 프로젝트에 BIM 전문가로 참여하는 등 BIM과 관련된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khw10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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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공간의 변화

건축담론

편집자 註

설계의 새로운 도구, BIM
건축사들의 창의적 발상을 좀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속도를 압축하는 프로세스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이용해 생산성을 한층 높이려 한다.
CAD 시스템은 이미 1990년대부터 우리 건축사들의 작업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리고 현 21세기에는 인공지능에 가까운 시스템 개발이 매일 전개되고 있다. 평면 도면에서 입체 시뮬레이션으로 설계 전 과정이 동시에 전개될 수 있는 현재, 건축사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과정이 목표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BIM은 완성도 높은 건축의 실현과 실천을 위한 도구이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도구이지만, 때로는 도구가 목표와 목적을 바꾸기도 한다.
문제는 1인 건축사들, 중소상공인 규모의 건축사들은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그 속도와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 과실인 생산성 고도화와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02 Change in space

손 도면이 CAD로 대체되면서 제도판이 컴퓨터로 탈바꿈되는 설계 공간의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 과도기의 혼란은 있었지만, CAD는 컴퓨터 설계의 편리함의 차원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필수도구란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CAD에서 BIM으로의 이행이 화두다. CAD가 손에서 컴퓨터로의 변화를 이끌었다면, 하드디스크에서 클라우드로 전환되는 변화의 기수는 BIM이라고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고 있다. 과연 BIM도 CAD처럼 설계의 공간을 뒤흔들만한 파괴력이 있을까? 지금부터 위드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협업 도구이자 설계의 생산성 도구 BIM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실무 BIM 적용 현황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 국내에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BIM의 활용성은 공공기관 및 대기업(대형 설계사, 대형 시공사)의 납품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규모 프로젝트를 주로 다루는 업체에서는 계획설계부터 납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BIM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숙련된 BIM 인력 확보에 투입되는 비용, 즉 ‘가성비’ 때문이다. CAD는 투입 비용이 BIM에 비해 저렴하다. 대략 2∼30개의 명령어만 숙지하면 초보자도 3개월 만에 도면을 완성할 수 있지만, BIM은 6개월 이상 꾸준히 훈련해야 모델·도면화 작업이 가능하다. 기관/학원 교육과 실무와의 괴리가 있어 체계적인 실무교육도 수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BIM 사용 촉진 로드맵(2030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작은 프로젝트에서도 BIM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BIM 로드맵을 살펴보면, 소규모 프로젝트도 BIM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래 표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향후 10년 이내에 프로젝트 규모와 관계없이 계획설계부터 인허가 도면 작성 및 세움터 관리까지 BIM으로의 전환이 계획되고 있을 정도다. 클라우드 내에서의 디지털 검토뿐 아니라 500㎡ 이상의 민간 프로젝트까지 BIM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로드맵 20-30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허가의 경우, 더 클라우드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검토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시간과 노력의 비효율이 개선된다는 의미이다.
BIM 활성화로 2020년부터 LH는 설계공모 시 계획단계에 BIM 결과물을 가점에 반영하고 있고, LH 주도의 공동주택이나 플랜트(공정 검토), 비정형,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BIM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BIM의 상용화가 정부가 꿈꾸는 건축의 판타지에 불과할지, 아니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건축기술의 구원일지 기능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BIM은 CAD(2D)에 끝났던 데이터를 3D(+Z축):=>4D(+시간):공정=>5D(+코스트):견적=>6D(+지속가능)의 단계로 확장했다.

현재 건축사사무소에 BIM 도입 장점

2015년부터 조달청 공공사업에 BIM을 적용하면서, 정부 및 공공기관은 BIM 활성화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BIM의 효율성을 투자자본수익율(ROI)이라는 체감되지 않는 수치로 설명해왔다 실무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설명이다. 지금부터는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업체의 실용성을 중심으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CAD는 검토 및 협업이 수평적으로만 가능했으나, BIM을 활용할 경우 3D 지오메트릭을 통한 입체적 검토가 가능하다. 도면의 앞뒤(평/입/단)를 모두 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BIM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다. 비용과 인프라 구축에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지만, CAD 도면을 일일이 검토하는 데 투입되는 잦은 회의와 시간 손실을 고려한다면, 구축 단계의 투자가 도면 수정 감소 및 초기 투자를 효율성 높게 회수할 수 있다. 또한 인허가상에 크리티컬한 법규 검토에 대한 휴먼 에러를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평/입/단이 안 맞아서 도면이 그림에 불과하단 이야기는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다. 동시에 세움터라는 건축 클라우드 공간이 단순히 인허가 공간이 아니라 4차 산업의 변화하는 공간에 대응할 수 있게 재구축되고 있다. 2024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예정이므로 BIM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인허가 및 대관 업무에서 혹은 승인하는 관에서 서로 더블 체크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관계기관에 고지가 되지 않아 법적 분쟁까지 갔던 ‘김포 왕릉 아파트 사태’와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BIM의 잘 알려진 또 다른 특징은 자동화 툴이라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한번 덜 클릭함으로써 잔업 및 야근을 줄여주는 효율적인 설계 자동화 툴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BIM이 단순히 모델링이라는 인식도 바뀌어야 된다. BIM의 사용으로 본래 목적인 공간을 구축하고 삶을 만드는 도구에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다. 다만 과거의 이어오던 상하 수직식의 단순 주입식 기능설명 교육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무와 결합된 유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기관은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지방의 건축사사무소와 교육기관을 연결하여 상호보완적 교육을 통해 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교육 따로 실무 따로 방식은 지양해야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장점이 실현되려면 인력 교육 및 경험이 필수다. 정부와 기관의 로드맵에 보완 계획이 있다고는 하나 학원·기관 등의 교육을 통한 BIM 교육이 많아지고, 제도적으로 인증된 BIM 자격증도 없는 형편이다. 결국 교육을 통해서는 실무 적용이 어렵다는 의미이며, 실무에서의 실례(實例)와 경험 부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당장 공동작업이나 도면화 등의 실무를 빠르게 작성해야 하는데, 경험이 축적된 숙련자가 아니면 오히려 불완전한 BIM 정보가 구축되어 실무에 혼란을 야기한다. 정부 BIM 로드맵에서의 교육이 그냥 기능을 익히는 교육으로 끝난다면 BIM의 실무적인 도입은 더욱더 더디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BIM 툴은 다양한 서드 파티들의 노력으로 점점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통한 BIM의 상용화는 건축 설계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이는 다양한 협업을 가능케 하며, 새로운 분야로의 건축사 위상도 향상시켜줄 것이다.

“다 돼요”

BIM이 만능의 툴로 회자되며 “다 돼요”라고 이야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또한 공공에 납품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써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시대도 지났다. 만약 누군가 아직도 BIM의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BIM은 건축사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잡아먹는 부정적인 판타지에 불과하다.

BIM은 만능 프로그램도, 쓸데없는 프로그램도 아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주는 설계 생산성 도구이다. 정보화 시대에 수많은 건축정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시대가 변화하면 사람이 적응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BIM 로드맵에 함께 적응해 나간다면, BIM 클라우드 공간에서 설계, 시공, 감리, 협력사 등 관련자 모두가 참여하는 비대면 공정 검토가 가능해진다. BIM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실무에서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글. 윤지호 Yoon, Jiho (주)희림 종합건축사사무소·건축사

윤지호 (주)희림 종합건축사사무소·건축사

윤지호는 국민대 건축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공동주택 실시설계를 시작으로 10년간 BIM 설계, 시공, 근생에서 해외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현재 ㈜희림 종합건축사사무소에 재직 중이다. 설계와 시공 사이에서 BIM의 연결과 활용방안에 대해서 고심하고 변화를 탐구하고 있다.
bluedark97@heer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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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건축사의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건축담론

편집자 註

2000년 대한건축사협회가 임의가입으로 전환됐다. 단일 협회로서 해당 전문자격사의 공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2000년 중반부터 대한변리사회, 감정평가사회 등 대부분 자격단체들이 의무가입으로 전환했지만, 대한건축사협회는 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임의가입으로 남아 있다. 임의가입제 하의 지난 21년은 타 분야와 비교해볼 때 전체적으로 건축사의 위상과 업 발전 면에서 오히려 퇴보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지난 6월 28일 협회가 어렵게 마련한 의무가입 실현의 기회가 국회 법사위 제동으로 유보됐다. 의무가입을 시작으로 여러 건축개혁 작업이 추진될 수 있었지만, 그 동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
이번 국회 법사위에서 나온 발언들도 논란이다. 특히 건축사, 협회 공적 역할에 대한 왜곡된 발언은 건축사 역할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그릇된 인식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건축물의 설계, 공사감리,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 시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 등과 같은 건축사의 업무는 당연히 공공성을 띠며, 약 1만 2,000여 명의 회원을 둔 협회도 관련 법령에 따라 여러 행정기관이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 내에서도 묵묵히 사명을 다하는 건축사로선 실로 큰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공사현장에서 불법 자격(면허) 대여가 횡행하고, 부조리한 감리 행위 등의 원인이 무엇이고 대처방안이 무엇인지 생각이 있다면 5분만 고민해도 되는 일들이다. 원인을 그대로 두고 말라가는 잎사귀를 문제시하는 정책 마인드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의 임의가입 상태에서 협회는 아무런 실질적 권한이 없다. 권한이 없음에도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는 황당한 상황을 이번 법사위 질의응답에서 목격한 셈이다.
이번 의무가입의 가치와 본질에 대한 건축담론을 통해 건축사의 현실은 어떠하며, 의무가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01 Who is the compulsory architect membership of the Korea Institute of Registered Architects(KIRA) for?

“건축사들의 건축사협회 가입을 의무화시키는 법과 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건축사나 건축인들의 솔직한 생각은 어떨까….

이 주제와는 약간 다르지만 이 주제의 답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필자의 옛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경험 1) 오랜 고객이었던 건축주가 오랜만에 친구분을 모시고 찾아왔다. 안부를 나눈 뒤에 소개를 받았는데 이 분이 작은 건물을 짓겠다며 좋은 건축사를 소개해 달라고 하기에 필자를 찾아왔다며 이야기를 나눠 보란다. 5층 건물을 짓고 싶다며 대지 위치를 알려주는데,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계획안을 고민하였다. 약속된 일주일 후, 고민 끝에 만들어진 계획안을 보여주었더니 너무 마음에 든다며 설계비를 묻는다. 당시 필자가 받던 설계비를 이야기하니 집에 가서 아내와 상의하고 오겠다던 사람이 오지 않는다. 궁금해서 소개해 주셨던 분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주었던 설계비와 같은데도 설계비가 약간 비싸다며 고민 중이란다. 그러고 나서 잊고 지냈는데, 4∼5개월 정도 경과 후 우연히 그 대지 앞을 지나가는데 내가 고민했던 그 건물의 형태와 창 모습마저 같은 건물의 골조가 완성되어 있었다. 필자가 고민 끝에 계획했던 도면의 모습 그대로 다른 건축사에 의해 복사되어 허가가 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약 27~28년 전의 그 사건 이후로 설계 계약을 하기 전에 기획서 이외에 설계도면은 건축주에게 주지 않는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필자의 계획안을 가지고 가서 설계비를 더 깎았을 건축주의 잘못인가, 아니면 그 도면을 베끼다시피 하여 허가를 받은 그 건축사의 잘못인가?

경험 2) 경영대학원 최고 경영자과정에서 만난 식품회사 사장님에게서 김치공장을 만든다며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당연히 도와드리지요, 하며 만났는데 말이 공장이지 198제곱미터 짜리 경량골조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198제곱미터 정도의 창고 스타일 경량 철골조 건물 1동의 건축이었고, 대지의 위치가 서울 외곽의 경기도 지역이며 특별히 설계에 큰 기술이나 정성이 필요한 내용이 아니므로 해당 시청 부근의 건축사사무소에 설계와 감리를 부탁하면 공정에 지장을 받지 않고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조언을 드렸다. 설계도면은 필자가 체크해 드리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 허가신청 전에 허가도면이 다 되었다고 하여 건축사사무소에 도면을 검토하러 갔는데, 허가신청 도면은 총 4장이었다. 첫 장에 개요서, 안내도, 배치도가 들어가 있고, 둘째 장에 건축평면도 입면 2면과 단면도가, 셋째 장에 철골 구조도면과 지붕도면, 넷째 장에 전기 및 설비도면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초 간단 허가도면이었다. 도면을 살펴보니 첫째 장만 새로 그린 것이고, 나머지 세 장은 어디든지 사용 가능한 공통 도면이었다. 그런 도면에 무슨 검토를 하나 싶어서 건축주에게 나오자고 하며 설계비를 물어보았더니, 20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감리비까지 포함하여 800만 원을 주었단다. 나중에 들었는데 감리 건축사는 현장에서 한 번도 못 봤다고 한다. 준공은 났다고 하는데, 결국 새로운 도면 1장과 어느 현장이나 사용 가능한 공통 도면 3장에 800만 원의 가격이라는 것을 되짚으며 이야기한 것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경험 3) 얼마 전의 일이다. 오랜만에 대학 동창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자기 매제가 서울 인근 도시에 작은 건물을 짓겠다며 건축사를 소개해 달라기에 내 전화번호를 알려 줬다며 작은 건물인데도 설계할 거냐고 되묻는다. “무슨 소리냐”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건축주를 만났다. 건축주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데 1층부터 5층까지 건물의 용도와 면적까지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해 온 사람처럼 건축주 요구 사항을 준비해 왔는데, 이미 그 지역의 건축사사무소 안을 여러 개 받아 본 눈치다. 건설비를 물어보면서 설계비를 같이 물어본다. 친구 입장도 있어서 동네에서 받는 가격대로 받겠다며 서울의 지역에서 받는 일반적인 최소 수준을 이야기하며 헤어졌는데 도면을 볼 수 있느냐 하기에 계약 전에는 도면 작업을 안 한다며 기획서를 만들어 보내 드리겠다, 하고 10페이지짜리 기획서를 보내 주었다. 나중에 연락하겠다더니 몇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기에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1년이 지나서야 다시 연락이 왔다.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하였는데, 자기가 알아 본 건축사사무소보다 1,500만 원이나 비싼데도 불구하고 신뢰감 때문에 나에게 왔으니 잘 설계해 달란다. 그 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맙소사! 연면적 825제곱미터 짜리 5층 건물 설계·감리비를 친구 입장을 고려하여 최저 수준 가격으로 제안했건만 그런 가격보다 1,500만 원이나 싸게 한다면…. 도저히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덤핑도 이런 덤핑이 가능한 것인가. 이런 가격으로 만들어진 설계도에 건축사의 고민이 포함되는 것인지, 공정마다의 감리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서, 건축사협회의 건축사 의무가입 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건축사법은 국가·국민을 위한 바탕 아래 건축사의 의무와 권리를 규정…
국가, 국민, 그리고 건축사 모두를 위한 것

어떤 이는 대한건축사협회를 위한 법이라 하고, 어떤 이는 건축사를 위한 법이라 한다. 그러면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더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법은 국회에서 만들며 정부의 의견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는데 “건축사라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법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특히 그 건축사들의 모임인 대한건축사협회를 위하여 법을 만들어 줄까?”라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그 대답은 “절대 불가”이다. 국회를 통과하여 대통령이 공포한 법률은 우리 국민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가 붙는다. 건축사법이라는 특정 전문인들에 대한 법률일 경우에는 그 법률을 통하여 전문인들에 대한 업무의 범위, 방법, 의무 등에 대한 규정을 정하며, 국가 차원에서 업무와 관련된 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확보하며 나아가 국가의 건축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따라서 건축사법은 국가의 건축산업과 국민을 위한다는 바탕 아래 건축사들의 의무와 권리를 규정함으로써 건축사들의 창조력과 업무 활성화를 뒷받침하여 세계 건축문화의 선두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초석과 같은 규정임은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다. 건축사 의무가입에 관한 건축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에 의해 공포된다면 역설적으로 이 법은 바로 국가와 국민과 건축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국회와 정부가 공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우리나라가 자유시장경제주의 체제라고 하지만 필자의 경험 1)의 경우와 같이 다른 이의 설계 계획안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 싼값의 설계비를 원하는 잘못된 국민 의식은 바뀌어야 하고, 동료의 저작권을 무시하고 타 건축사가 고민한 계획안을 그대로 받아 허가 도서를 꾸민 건축사의 윤리의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경험 2)와 같은 일명 허가방의 설계 처리 방법들은 그야말로 건축사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행태이다. 즉, 건축사의 기본업무인 설계와 공사감리의 본질을 흔들 수 있고, 설계가 가지고 있는 창조와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국민들이 잘못 인식할 수 있다. 부실한 도면이 만드는 부실공사는 국민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 경험 3)의 경우와 같은 극단의 덤핑 추구는 결국 고객인 국민과 건축사 모두에게 손해를 입히는 대표적인 행태이다. 이렇게 덤핑을 하는 건축사사무소들의 대표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설계도면의 부실이다. 도면의 부실은 공사 부실로 나타나며 건축주와 공사자의 건축분쟁을 유발한다. 공공성을 가진 건축물의 부실은 건축주 본인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실이다. 두 번째는 다른 이유의 비용을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의, 허가 과정에서 별도의 부정적인 비용이 더 필요하다며 요구하는 경우와 사소한 설계변경의 경우 과다한 금액을 요구하여 불편함을 초래한다. 결국 건축주는 정상적인 비용을 거의 지급하면서 불편한 심정으로 건축사사무소를 바라보게 된다. 이는 전체 건축사사무소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건축사에 대한 신뢰 대신 불신을 조장하는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협회 의무가입과 대한건축사협회의 비전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는 모든 건축사들이 의무적으로 건축사협회에 가입하게 되면 필자의 경험과 같은 위의 세 부류의 건축사들도 모두 건축사협회 회원이 된다. 현존하는 유일한 건축사협회인 대한건축사협회는 의무가입 법률이 공포되는 순간부터 협회의 정체성이 변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시행되던 회원의 친목과 권익 보호라는 협회의 목적은 우리 사회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포함시켜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국가와 국민들의 감시와 지적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필자의 경험에서 제시된 잘못된 회원들의 행동과 잘못된 국민들의 건축의식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협회의 임원들과 회원들, 직원들도 변화되는 협회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며, 정관과 규정 및 직업윤리 개념도 새로운 틀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4차 산업 세상에서 30∼40년 전의 구시대적인 협회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므로, 세상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건축사협회를 생각할 때 정상적인 정책과 행동들로서 흐뭇함과 미소를 느끼게 하는, 국민과 건축사 모두를 위한, 그런 대한건축사협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전영철 Jeon, Youngcheol (사)한국건축정책학회 회장

전영철 (사)한국건축정책학회 회장

열린모임참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이며, 국토교통부 건축민원전문위원장과 건축분쟁전문위원장을 역임했다. 현 국토교통부 중앙건축위원, 중앙지방검찰청 전문수사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건축법실무해설집’과 ‘내 건물을 지으려면’이 있고 작품으로는 성내동 성당, 육군훈련소 성당, 정자꽃뫼 성당, 삼중건설 사옥, 조세통람사 사옥, 취영가 등이 있다.
cham-ar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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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가입

건축담론

편집자 註

2000년 대한건축사협회가 임의가입으로 전환됐다. 단일 협회로서 해당 전문자격사의 공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2000년 중반부터 대한변리사회, 감정평가사회 등 대부분 자격단체들이 의무가입으로 전환했지만, 대한건축사협회는 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임의가입으로 남아 있다. 임의가입제 하의 지난 21년은 타 분야와 비교해볼 때 전체적으로 건축사의 위상과 업 발전 면에서 오히려 퇴보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지난 6월 28일 협회가 어렵게 마련한 의무가입 실현의 기회가 국회 법사위 제동으로 유보됐다. 의무가입을 시작으로 여러 건축개혁 작업이 추진될 수 있었지만, 그 동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
이번 국회 법사위에서 나온 발언들도 논란이다. 특히 건축사, 협회 공적 역할에 대한 왜곡된 발언은 건축사 역할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그릇된 인식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건축물의 설계, 공사감리,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 시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 등과 같은 건축사의 업무는 당연히 공공성을 띠며, 약 1만 2,000여 명의 회원을 둔 협회도 관련 법령에 따라 여러 행정기관이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 내에서도 묵묵히 사명을 다하는 건축사로선 실로 큰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공사현장에서 불법 자격(면허) 대여가 횡행하고, 부조리한 감리 행위 등의 원인이 무엇이고 대처방안이 무엇인지 생각이 있다면 5분만 고민해도 되는 일들이다. 원인을 그대로 두고 말라가는 잎사귀를 문제시하는 정책 마인드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의 임의가입 상태에서 협회는 아무런 실질적 권한이 없다. 권한이 없음에도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는 황당한 상황을 이번 법사위 질의응답에서 목격한 셈이다.
이번 의무가입의 가치와 본질에 대한 건축담론을 통해 건축사의 현실은 어떠하며, 의무가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02 Social Roles & Compulsory Membership of Architects

존 러스킨의 생명의 경제학
“한 법관이 갖추고 있는 학식과 혜안이 아니라, 재판석에 앉은 이상 어떤 대가가 따라오더라도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흔들림 없는 신념이 우리로 하여금 그를 존경하게 만든다. 뇌물 받은 대가로 불공정한 판결을 내린 뒤, 그에 대한 그럴듯한 변론으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그의 명석한 두뇌와 해박한 지식을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생기는 이상, 그의 값비싼 지성으로도 우리의 존경을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그의 일생에서 굵직한 판결 사례마다 자신의 사리사욕이 아닌 정의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대중의 암묵적인 확신 외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대중의 존경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존 러스킨의 생명의 경제학에 나오는 글이다.
법관은 공정한 판결을 내릴 때 존경을 받게 되며, 공정한 판결이야말로 법관의 존재 이유가 된다. 군인은 적군의 목숨을 빼앗을 때가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기 때문에 칭송받아야 하며, 이것이 군인의 존재 이유이다. 의사는 돈을 잘 벌기보다는 의술로써 사람을 살릴 때 숭고해진다.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건축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사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전문직이며, 국가는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독점적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건축사는 건축법령에 따라 안전, 기능 및 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그 설계도서에 의도한 내용을 건축주에게 해설할 의무가 있다. 또한, 건축물의 시공과정이 설계도서에 충실하였는지의 여부를 확인, 감독하는 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건축물 고유의 사회성, 공공성을 근간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건축물의 공공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문가 관리 방안, ARI건축연구원, 5P, 2018년)

이처럼 건축사는 국가 전문자격사로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위해 건축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며, 건축문화 창달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로부터 자격을 부여받은 건축사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일이며, 그럼으로써 건축사가 숭고해질 수 있는 것이다.

 

건축사의 현실
전문가이자 독점적 권한을 가진 건축사는 과연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부실한 설계로 안전을 위협하는 건축사, 공무원과 결탁해 불법 건물을 양산하는 건축사, 무료 기획업무로 업무를 수주하고 시공사 뒷돈을 받는 건축사, 현장에 안 나오는 감리자, 자격을 대여하는 건축사, 페이퍼 컴퍼니 건축사 등 윤리의식의 부족으로 빚어지는 건축사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건설업 면허대여 또는 저가로 덤핑 계약하고 공사비 증액 및 유치권 행사를 노리는 시공사와 함께 건축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주어진 독점적 권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윤리의식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사고, 참사가 일어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건축법령은 강화되고 관련 심의는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 건축사의 책임은 무한으로 늘어나고 권한은 갈수록 줄게 된다. 그래도 건축 단체들은 뭉치지 못한다. 건축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해도 국토교통부에서는 건축 단체 간의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기도 하고, 때론 일방적인 법령 개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건축사의 사회적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규제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법을 수호해야 하는 공무원이 임의 규제를 해도 낙인찍히고 힘없는 건축사는 오늘도 어디에선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뿐이다. 주어진 독점적 권한도 희미해지고 무의미해진다. 자승자박이 아닐 수 없다.

국내의 전문가 단체인 의사,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관세사, 감정평가사, 공인노무사, 공인회계사는 단체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다. 의무가입을 통해 전문성 및 직업윤리 제고, 제도 개선, 복지증진 등 공익적 기능과 함께 자율적 규제 강화를 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전문가 단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건축사 단체는 2000년 이후 임의가입으로 변경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임의가입 이후로 다양한 목소리가 있지만 뭉치지 못하며, 자율성은 높아졌지만 윤리의식이 낮아져 부조리가 늘었다. 그렇기에 국내의 다른 전문가 단체처럼 의무가입을 통해 자율 규제 강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깨고 나오면 닭이 되고, 깨뜨려지면 계란 프라이가 된다고 했다. 스스로 깨고 나오지 못하면 깨뜨려진다. 의무가입을 통해 건축사 스스로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윤리의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 국가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건축사가 살아가야 할 길이다. 건축 단체의 의무가입은 비정상적인 건축계의 현실을 스스로 깨고 나올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의무가입을 위한 소통
현재 건축계는 다양한 목소리를 위해 나뉘어 있다기보다는 각 단체별 이권을 위해서 흩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후배로 만나면 같은 의견을 나누고, 단체로 만나면 다른 목소리를 낸다. 건축 단체의 의무가입을 위해서는 우선, 자주 만나고 소통해야 한다. 각 단체별로 다양한 사람과 생각을 가지고 정례적으로 만나는 가운데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도 좋고 일반 시민도 고려해 볼 만하다. 각 단체의 이해관계는 내려두고 상생하는 방법을 의논해야 한다. 건축사의 먹거리보다는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한다. 왜 나뉘었는지 보다 어떻게 뭉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건축사가 아니면 안 된다 보다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협회가 무엇을 했느냐 보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선배들을 탓하기보다 후배들에게 건강한 건축계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한목소리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각 단체가 통합되고 한목소리로 건축사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적 신뢰와 존경을 받는 전문가로서의 삶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박성기 Park, Seonggi (주)세이브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박성기 (주)세이브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전북대학교와 한양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서 건축공부를 했다. 공간건축을 거쳐 2013년부터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규모 공공건축과 민간건축을 주로 수행하면서 완성도 있는 건축을 위해 인테리어와 시공을 겸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와 마을건축가, 청신호건축가로 활동하면서 건축사의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croq4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