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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 소식 3월

대한건축사협회 제51회 정기총회 개최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는 2월 22일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 대강당에서 대의원 275명이 모인 가운데 제51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총 6개 안건을 상정하고 ▶연구개발(R&D) ▶법·제도개선 ▶미래인재 육성 ▶사회공헌 ▶대국민홍보 등을 핵심으로 하는 2017년도 실천계획과 예산안을 의결했다.

 

3월, 시도건축사회 정기총회 개최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 17개 시도건축사회 정기총회가 3월 7일부터 정기총회를 잇달아 개최,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안 등을 의결한다. 사협 정관 제44조(총회) 제2항은 ‘건축사회 정기총회’는 ‘협회 총회 후 30일 이내에 개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먼저 3월 7일 광주광역시건축사회와 전라남도건축사회가 시도총회 첫 스타트를 끊는다. 이후 시도총회는 ▶ 3월 14일 경기도건축사회, 충청북도건축사회, 대전광역시건축사회, 전라북도건축사회 ▶ 3월 16일 경상남도건축사회 ▶ 3월 17일 경상북도건축사회, 울산광역시건축사회 ▶ 3월 21일 인천광역시건축사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 3월 22일 충청남도건축사회 ▶ 3월 23일 대구광역시건축사회, 부산광역시건축사회▶ 3월 24일 세종특별자치시건축사회, 강원도건축사회,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순으로 열린다.

 

건축물의 공공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문직 활성화 방안 연구 공청회

대한건축사협회(회장 조충기), 황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양천구갑)과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익현)은 2월 2일 대한건축학회 건축센터 대강당에서 ‘건축물의 공공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문직 활성화 방안 연구’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립형 지역아동센터 ‘희망건축학교’ 봉사단 발대식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가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건립한 100번째 희망학교에 이어 공립형 지역아동센터 신축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사협은 2월 3일 건축사회관에서 ‘공립형 지역안동센터 신축’을 위한 대학생 워크숍인 ‘희망건축학교, 공립형 지역아동센터 건축아카데미’를 담당할 튜터, 크리틱, 건축학과 학생들의 봉사단 발대식을 가졌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자재 DB등록 설명회’ 개최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는 2월 17일 건축사회관 1층 대강당에서 ‘건축자재 DB등록 설명회’를 갖고 자재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건축자재정보센터 DB 등록방법과 절차를 소개했다.사협은 건축사가 설계 시 필요한 건축자재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검색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건축자재 통합정보 체계 ‘건축자재정보센터’를 구축, 2월 20일 베타오픈했다. 자재업체 DB 등록과 에너지절약계획서와의 연계 등을 진행해 4월 1일 1차 오픈에 이어 9월 정식 오픈할예정이다.

 

‘건축정책 아젠다 발굴 간담회’ 개최

제19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건축계의 정책 안건을 논의하는 ‘건축정책 아젠다발굴 간담회’가 2월 27일 8층 임원실에서 열렸다. 대한건축사협회 조충기 회장과 김종오 정책위원장, 김영훈 법제위원장, 임송용 이사, 이종정 건축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윤혁경 위원, 한국건축정책학회 전영철 부회장과 강부성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의견 등을 토대로 정책 제안서를 제작, 대선 후보자 등에 송부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건축사회, 건축실무 취업매칭데이 행사

광주광역시건축사회는 2월 3일 나주 중흥골드스파리조트에서 ‘제1기 건축실무아카데미 결과보고회 및 취업매칭데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행사에서 교육수료자 15명에게 수료증 전달과 졸업예정자와 구인 건축사사무소 간의 취업매칭을 지원했다.

 

전라북도건축사회, 전주비전대와 산학협력협약

전라북도건축사회는 2월 10일 전주비전대와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협약했다. 협약에 따라 비전대 건축과 내에 전라북도건축사회 협약반이 개설되며 두 기관은 학생 선발부터 교육과정 편성, 강의, 현장실습까지 모든 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게 된다.

 

서귀포지역건축사회, ‘건축상담관’ 운영

서귀포지역건축사회가 서귀포시 건축과와 2월 1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6일부터 건축 민원 상담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귀포지역건축사회는 건축 관련 방문 민원 및 전화 상담 민원에 대해 실무 경험이 풍부한 건축사의 재능 기부를 통한 건축물의 품질 향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지역건축사회, 건축사 간담회 참여

평택지역건축사회는 2월 7일 평택시가 개최한 건축행정 건실화를 위한 간담회에 참여했다. 간담회는 평택문화예술회관에서 평택지역건축사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평택지역건축사회는 시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여 건축행정질서 확립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아산지역건축사회, 아산시와 청렴실천 협약

아산지역건축사회 지준선 회장은 충남 아산시와 2월 14일 청렴실천 협약을 체결했다. 공무원과 건축사가 청렴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히고 건축행정과 관련된 부조리, 부패를 완전히 근절해 깨끗하고 투명한 건축행정을 만들기 위한 것이 협약의 골자로, 협약식에는 복기왕 시장과 건축직 공무원, 지역 건축사 등이 참석했다.

 

부천지역건축사회, 부천시와 지역경제·도시환경 위한 협약

부천지역건축사회는 부천시와 2월 14일 지역경제 활성화와 쾌적한 도시환경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천지역건축사회 윤남호 회장은 “문화도시 부천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아름답고 창조적인 건축물, 편리하고 안전한 품격 높은 건축물 양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지역건축사회, 건축민원 무료상담실 운영

청주지역건축사회는 2월 1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서 운영하는 건축민원 무료상담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매주 화요일 서원구 건축과에서 청주지역건축사회 소속 건축사 40명이 돌아가며 건축허가·신고 등 절차 및 건축 관련 법령 안내, 건축가능 여부 검토, 위반건축물 해소방안, 노후 주택 증축·개축 등을 무료로 상담한다.

 

영천지역건축사회, 장학금 200만원 기탁

영천지역건축사회는 2월 16일 영천시장학회에 장학금 200만원을 기탁했다. 영천지역건축사회는 장학회 설립초기부터 영천시 장학회에 정기적으로 기탁했으며,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주택설계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면서 지역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주지역건축사회, 건축무료상담실 운영

나주지역건축사회는 나주시 시민들에게 양질의 건축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나주시와 건축무료상담실 운영 협약을 2월 16일 체결했다. 나주지역건축사회의 재능기부를 받아 운영되는 무료상담실은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화요일 운영될 예정이며 시민들에게 각종 건축에 관한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령지역건축사회, 장학금 200만원 기탁

의령지역건축사회는 2월 24일 재해(화재)주택 건축무료설계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의령군장학회에 장학금 200만원을 기탁했다. 이창건 회장은 “의령지역 건축사들이 지역인재 육성의 필요성에 공감해 장학금을 기탁하게 됐다”며 기탁 소감을 밝혔다

 

안양지역건축사회, 안양도시건설위원회 간담회 참석

안양지역건축사회는 2월 24일 안양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가 개최하는 안양지역건축사협회 간담회를 참여했다. 안양지역건축사회의 조영수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도시·건축 관련 행정정책 입안시 관련 전문가의 참여확대를 요구하는 등 의견을 내놓았다.

 

충주지역건축사회, 인허가 대행업체 합동 워크숍 참여

충주지역건축사회 이승배 회장은 2월 24일 충주시가 개최한 시의 인허가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인허가 규제 검토를 위해 인허가 담당공무원 및 민원대행 업체 합동 워크숍에 참여했다. 허가민원 실무자 및 인허가 대행업체 직원 80여 명이 참석해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을 벌였다.

 

건축학·건축공학 교육제도 개선 방안 포럼

2월 23일 대한건축학회 건축센터 강당에서 교육과 산업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타  산업과의 융합과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는 교육과 실무제도를 개선해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대학교육을 모색하고자 하는 ‘건축학·건축공학 교육제도 개선방안 포럼’이 개최됐다. 김진욱 교수(건축학교육위원장, 서울과학기술대), 김경래 교수(건축공학교육위원장, 아주대), 여명석 교수(서울대), 윤승조 교수(한국교통대)가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에는 홍성호 서기관(국토교통부 건축문화경관과), 백민석 건축사(건축사사무소더블유 대표,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전문위원), 최재필 교수(서울대, 한국건축가협회), 이영수 교수(홍익대,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 이사), 김종화 교수(목포대, 한국공학교육인증원 부원장), 박진철 교수(중앙대,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김용승 (한양대, 대한건축학회 부회장)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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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매실 농원, 홍쌍리

Cheong maesil Farm, Hongssangri

ⓒPark, Mookwi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14 번지 광양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청매실 농원입니다.

‘홍쌍리 매실가’라는 상표로 매실관련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개인 농원이지만, 매년 봄이 오는 길목에 열리는 매화꽃 축제가 관광지화되면서 전국의 상춘객이 몰려오는 유명한 매화꽃 단지입니다.

2017년 올해 매화축제는 AI 때문에 취소가 되었지만, 지난 봄, 야경 사진으로 봄이 오는 3월의 매화 향기에 취하여 일상의 피로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글. 박무귀 Park, Mookwi • KIRA ┃ 건축사사무소 동림 대표, 사진작가

http://jjphoto.co.kr(진주성 포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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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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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 자발적 시도에서 발전한 하천부지의 활용

민간의 자발적 시도에서 발전한 하천부지의 활용 _ 오사카 키타하마 테라스

Utilization of Riverside Land based on Autonomous Attempt by Private-sectors_Kitahama Terrace, Osaka

최근, 공공공간의 이용 및 활용에 관한 움직임이 세계 곳곳의 도시공간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공’이라함은 영어로 Public 또는 Common으로 번역가능한데, 지금까지의 ‘공공’은 Official로서, 공공공간이란 행정이 활동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즉,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퍼블릭 스페이스라기보다는 행정관리에 부담이 가는 행위는 금지하되 관리하기 편한 오피셜 스페이스로서 인식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도시공간에 버려져 있던 공공공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고 좀 더 매력적인 공간, 활기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도시 공간 속의 주요 오픈스페이스 중의 하나인 하천 및 그 주변 공간에서도 지금까지의 접근 불가능한 오피셜 스페이스에서 조금 더 사람들이 강을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퍼블릭 스페이스로 변화를 위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오사카(大阪) 키타하마(北浜) 테라스이다.

키타하마 테라스는 오사카 나카노시마(中之島)를 바라볼 수 있는 토사보리(土佐堀)강변의 오피스가 밀집한 지구에 위치한다. 2008년부터 시작한 ‘하천부지 위에 존재하는 데크공간’을 이른바 키타하마 테라스라 부른다. 하천의 제방 위에 만들어진 철골조의 우드(wood) 데크로서, 한 곳에서 시작한 점포가 현재 약 8개의 점포로 늘어났다. 에도시대에는 관청이 밀집해 있는 나카노시마 지구의 배후 금융 중심지로 번성하여 강변을 따라 각종 음식점과 여관 등이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건물의 재건축과 함께, 강변은 건물의 뒷공간으로 변모하였고, 이를 다시 사람들의 공간으로 되돌려주자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근본적 취지이다. 실제로 이전까지는 오피스지구를 걸을 때면 건물 반대쪽에 위치한 강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지금은 건물의 유리창을 통해 강으로 오픈되어있어 걸으면서 강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가로공간의 개방감과 함께 레스토랑과 카페 등 매력적인 점포들에 의해 활기 있는 가로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 하천공간 되찾기 활동의 시작과 경위

본 활동은 2005년부터 한 건물소유주 야마니시(山西輝和)씨의 독특한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연 1회 실시되는 지역의 오마츠리(페스티벌)에 맞추어 건물 뒤의 환기팬이 고장났다는 것을 빌미로, 수리를 위한 가설발판설치허가를 행정에 신청하여 이른바 공사판의 비계와 같은 가설 데크를 매년 설치해 일일점포로 활용했던 것이 시작이다.

본격적으로는 2007년에 빌딩 소유주와 NPO법인 수변의 마을재생프로젝트(水辺のまち再生プロジェクト) 등이 참여하여 하천부지위의 데크설치를 제안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들은 모여 「키타하마 테라스 실행위원회」를 조직했고 안전성 확보를 위한 룰(rule), 강의 경관을 위한 디자인 룰(rule), 우드데크에 선박으로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장래비전계획 등을 작성했다. 민간업자는 하천의 점용주체가 되기 힘들기 때문에, 반공적인 성격을 지닌 「물의 도시 오사카 2009 실행위원회(水都大阪2009 実行委員会)」를 점용주체로 지정하여 2008년 10월, 2009년 5~7월의 2번의 사회실험을 실시했다. 약 35개의 점포 중에 빌딩구조와 하천부지 상부데크의 공사비 등의 조건을 만족한 3개의 점포가 1개월간 데크를 설치한 것이다. 이는 약 2,000명이 해당 지역에 방문하며 큰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하천변의 경관이 변화되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 자그마한 자발적 시도에서 규제완화의 제도화로

키타하마 테라스 활동의 성과는 일본의 하천상의 공공공간에 대한 국가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1964년에 제정된 일본의 하천법에서는 하천부지 상의 음식시실과 영리이용 및 상시점용은 허가되지 않았다. 이후, 하천법 개정에 따른 「하천부지허가준칙의 특례장치(2004년)」, 「실적에 근거한 오픈카폐 등을 특례적 인정장치(2005년)」가 도입되면서 국가가 지정한 하천구역 내에서는 사회실험의 일환으로 민간업자의 출점이 가능해졌다. 또한, 2009년의 「물의 도시 오사카(水都大阪) 2009」 페스티벌 개최와 함께 오사카부(大阪府)는 국토교통성과 연계하여 하천부지허가준칙의 적용대상에 「하천부지 상부데크」를 규정하여 오사카부가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임의단체인 키타하마 수변협의회의 포괄적 점용허가(2011년)를 인정하고 하천부지 상에서의 상설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 재원시스템의 구축과 지역 매니지먼트

지역 건물소유자, 세입자, NPO법인, 지역주민 등 약 65명으로 구성된 키타하마 수변협의회는 2011년에 설립돼 지금까지의 사회실험으로 실시된 활동을, 상설을 전제로 한 하천부지상의 데크 설치 활동으로 전개·추진하고 있다. 또한, 본 협의회가 상기한 바와 같이 반공식적 하천부지점유자로 인정되어 오사카부와 협정을 통한 강의 관리 및 점포 세입자와 행정 간의 중개역할 등을 담당한다. 하천부지 상부에 데크를 설치하고자 할 시에는 점포 오너가 직접 자기부담으로 테라스를 설치하고 하천부지점용료와 함께 하천부지 상의 데크 활용에 관한 회비(약 100~200만원상당)을 지불해야한다. 이를 바탕으로 키타하마 수변협의회는 청소 및 관리 등 지역 매니지먼트를 위한 활동비 및 조직운영비 등으로 충당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향후, 선박이 정착할 수 있는 자그마한 부두와 연결되는 키타하마 테라스를 구상하고 있는 본 지구의 일련의 활동들은 사회실험과 같은 조그마한 시도가 하나의 정책으로 발전하고 제도화되어 전국의 하천 어디에서도 민간사업자가 출점이 가능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도톰보리 등으로도 유명한 오사카는 물의 도시라는 명칭에서와 같이 하천부지가 하나의 새로운 명소로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민간에 의한 퍼블릭 스페이스의 적극적인 이용을 추진하는 지자체로서도 일본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글. 송준환  Song, Jun-hwan

야마구치 국립대학 공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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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하는 디자이너 디터람스, Part II

Dieter Rams, Designer als Architekt

일본의 디자이너 나오토 후카사와(Naoto Fukasawa)는 1999년 MUJI와의 첫 콜라보 작품으로 벽에 걸어 작동하는 CD-Player를 발표한다. 지금도 그때와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이 제품은 16년동안 나오토 후카사와가 MUJI와 작업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CD-Player를 재생하는 순간 CD는 돌아가기 시작하고, 음악은 흘러나온다. 이 순차적인 움직임을 나오토 후카사와는 부엌에 있는 환풍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선을 잡아당기면 전기 동력 스위치가 켜져 팬이 작동되는 순간을 CD-Player에 대입한 것이다. MUJI는 이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작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한다. 여기서 나오토 후카사와는 자신 스스로 디터람스의 큰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CD-Player를 만들어 내기까지, 많은 모서리와 각을 다듬는 시도를 했습니다. 작은 디테일이 가지는 힘, 즉 단순화되고 밀리미터 영역에서 빛을 볼 수 있는, 간결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힘을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것들은 당연히 아주 작은 부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수고와 노력을 해야 하지요. 디자이너로서는 정점을 보일때까지 작은 모서리와 각을 다듬어 내야 합니다. 즉 디자인은 정확도와의 싸움이지요. 저는 이것을 익히는 순간까지 30년이 걸렸습니다.”

디터람스는 흔히 자주 했던 말이 있었다.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

누구나 모든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그림이란, 생각을 이미지화 하여 듣고자 하는 이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그림을 주고받는 과정을 반복하여 거친 후,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오류를 거듭한다. 완벽한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에 이러한 시행착오들이 그 생각을 실제로 뒷받침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부분, 즉 작은 곡률, 각도, 재료 그리고 기술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디테일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투명성과 정확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객체와 주체, 수요자와 생산품의 틈을 이어준다.

1955년부터 현재까지 약 500여개의 BRAUN사의 생산품을 담당한 그였지만, 스스로 이야기 하길 그는 모든 제품을 완벽하게 볼 수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수많은 제품이 그의 눈앞으로 거쳐갈 때마다 그가 찾아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꼼꼼하게 보았다. 한 부분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문제가 디테일과 연결 될 경우, 무조건 그의 눈을 통해 수정과 보완이 진행됐다. 기술과 디자인을 동시에 이끌어 갈 힘은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눈과 연결되어야 했다. 이러한 작업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는 스스로 멈춰 있지 않고 진보되는 기술에도 끊임없는 관심을 가졌다.

그가 BRAUN사에서 그의 경력을 시작한 1940년대 후반에는 Hi-Fi라는 기술이 오디오 분야에서 등장하였다. 음향 기술을 규격화하여 듣는 사람에게 가장 안정적인 주파수를 제공하고자 함이 서비스의 목적이었다. 이미 1950년대 후반에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이 기술이 시장에 등장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되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BRAUN사가 이 분야에서 선구자가 된다. 1962년 이후, 약 10여년 동안 15여개의 모델을 출시하였다. 이 기간에 제공된 BRAUN Hi-Fi System은 높은 수준의 음질이 출력되고 각자의 음질이 동일한 바탕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 목적은 한 소비자가 이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제품을 구매한 후, 시간이 지나 구매의사와 능력에 따라 추가되는 사양에 대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제공되어야 한 것이다. 단순한 현재의 판매량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영향력을 시장에 가능성을 만든 것이다. 이 가능성은 기술자에게 거대한 도전이었다. 왜냐하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트랜지스터가 너무나도 비쌌던 것이었다. 높은 수준의 음질이 제공되면서도 단순화된 포맷을 제공하는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기엔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는 이 시스템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나의 규격화된 기술이 시대를 거쳐 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장기간 회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브라운 형제의 취미 생활도 사실 한몫을 했다. 재즈음악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형제는 콘서트나 연주되는 곡을 꾸준히 녹음하고 프로그램을 Hi-Fi 수준의 음원으로 소장하기를 원했다. 이 열정은 브라운 형제들을 자극하였고, 당시 디터람스와 그의 팀들이 자유롭게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Hi-Fi System의 모듈을 이용한 디자인은 확실하게 디터람스만의 영역이었다. 그는 당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구회사(Vitsœ)*를 통해 이 모듈을 사용한 가구들을 이미 설계하였으며, 시스템 원칙이 가지고 있는 그 유동성은 홈 오디오 시스템에 충분하게 적합하였다.

예를 들면, 1961년 생산된 탁상라디오 RT20은 UKW 및 중저파 수신을 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였다. 단순한 라디오의 기능을 넘어서 여러 가구와 조화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시장에서 성공한 큰 이유중에 하나였다. 섬세한 미를 부각하면서도 시장에서 가장 필요로 했던 기능을 담아, SK4 휴대용 디스크 플레이어가 성공한 것과 같이 기술과 디자인이 조화가 된 것이다. 이 제품은 현재까지도 많은 독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당시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중고가격으로도 현재 400유로 이상을 호가하는 것을 보면 그 인기는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제품의 가지는 무연탄색(Anthrazit, RAL7016)과 하얀색 모듈화된 버튼은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표면이 가지는 재질감이 필자가 사실 제일 좋아하는 이유다.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기술력, 어느 공간에도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 오랜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는 디자인, 이러한 것들이 디자이너에게 직업적인 뿌듯함을 가져다 준다.

다음호에서 디터람스와 Vitsœ의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글. 김성환  Kim, Sungwhan

KSP Jürgen Engel Architekten GmbH (Mü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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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회적 균형 해결의 열쇠

Architecture, Key for the social equilibrium

산업화가 한참 진행 중인 시절엔 인구가 곧 국가 경쟁력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국가재산이 2016년엔 출생자수가 역대 최저라고 모두들 걱정스럽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이슈임에도 당장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덩달아 신생아 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획기적 대책 없이는 사회의 존립 기반마저 뒤흔들 인구 절벽위기가 닥칠 수 있습니다.

인구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입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低出産) 대책 관련 예산으로 80조 원 가까이 투입했지만 이 기간 출생아 수는 오히려 42만 명이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정부 저출산 대책이 헛바퀴를 돈 것은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거나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출산율 제고는 정부만 나서서 될 일이 아니고 사회의 모든 영역이 동참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출산 적령기 사람들의 요구에 부합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일자리와 주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것입니다. 한 언론의 리포트는 주거 문제를 근원으로 청년들의 결혼유예, 비혼(非婚),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인구절벽의 악순환이 시작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소비심리 자극에 의한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집주인들은 전세가 아닌 반전세·월세를 늘렸고 결국 임대주택이 필요한 청년 세대들이 집주인들의 대출 이자를 떠안은 셈이 됐습니다. 2년마다 주거비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혼인·출산을 계획하기 어렵고 연간 출생아 수는 바닥을 쳤습니다. 흔히 주택을 결혼의 장애물이라고만 얘기하지만 혼인·출산의 초기 비용이라고 봐야 합니다. 혼인·출산을 장려하려면 주거 안정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한 주거 문제를 부동산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의 역동성을 되찾으려면 출산과 보육은 물론 주택, 교육, 노동, 산업정책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민과 헌법에 의해 파면된 날,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에서 마주한 글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위대한 시대는 드디어 시작되었고 그곳에는 새로운 정신이 존재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문제와 사회적 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건축에 있습니다.”

이제는 동 시대를 살아가는 건축사로서 주거·출산·보육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글. 백민석 •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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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BIM이 어디에 활용될지 먼저 생각하세요

BIM, Begin with the end in mind!

BIM의 진화

지난 10년간 BIM의 활용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진화되어 왔다. 초기에 BIM은 설계검토, 간섭검토, 4D simulation 등 특정 업무 중심으로 수행되어 그 활용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특정업무를 위해 별도로 BIM모델이 구축되고 그 업무에 한하여 활용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BIM은 특정 업무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 이후 설계단계에서 BIM이 설계검토, 구조설계, 간섭검토, 물량산출, 친환경분석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되면서 공공사업을 시작으로 발주지침에 BIM 요구사항이 명시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BIM 수행계획 수립과 그것에 의한 운영 및 관리체계가 도입되고 있으며 설계단계 뿐만 아니라 시공단계까지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소위 BIM기반 프로세스로 발전한 것이다. 이 수준에서는 수행계획을 수립하고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발주자 관점에서 보면 BIM은 설계나 시공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단계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공간에 대한 정보, 장비나 시설에 대한 설계, 제품, 제조사, 보증 등 유지관리단계에 필요한 정보가 BIM과 연계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BIM 프로세스의 범위도 설계단계에서 시공단계 그리고 유지관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런 진화는 조달방식의 변화까지 불러오고 있다. 다음 연재에서 다룰 예정이지만, IPD(Integrated Project Delivery)나 전문업체의 설계단계 조기참여(Early Contract Involvement) 등 계약방식이나 비즈니스 방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BIM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도 그림 2와 같이 BIM의 수준을 level 0에서 level 3까지 정의하고 BIM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Level 0 BIM은 2D CAD 도면만 활용되는 단계를, Level 1 BIM은 3D CAD와 2D CAD가 혼재된 수준, Level 2는 모든 분야의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3D CAD 모델을 기반으로 협업과 데이터공유가 이루어지는 수준으로, 사용되는 모든 소프트웨어가 Open BIM Standard인 IFC와 COBie(Construction Operation Building Information Exchange) 형식으로 데이터를 export할 수 있어야 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2016년까지 BIM level 2 달성을 목표로 영국정부차원에서 BIM을 추진해 왔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국가적으로 추진해 온 터라 다른 나라에 비해서 차별화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영국의 NBS 홈페이지(https://www.thenbs.com/knowledge/bim-levels-explained)와 BIM Level2에 대한 설명으로는 http://bim-level2.org/en/about/ 를 참고하기 바란다. Level 3는 어찌보면 이상적인 BIM 수준으로 하나의 통합모델을 통해 완전한 협업이 이루어지는 수준인데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Level 2만 이루었다고 해도 기계, 전기, 토목 등 모든 분야에서 BIM을 활용하는 수준이니 대단한 것인데 이는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고 추후 다시 논의하도록 하겠다.

발주지침과 BIM 수행계획서

이렇게 BIM의 활용수준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발주지침과 BIM수행계획이다. BIM프로세스가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발주지침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건축사들이 BIM 수행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잘못된 발주지침은 건축사로 하여금 과잉설계를 유발하여 낭비를 야기 시킬 수 있다. 실제로 초창기에 공공사업에서 BIM을 시범발주 했을 때 건축사사무소들이 현상설계나 기본설계 단계의 목적과 범위에 벗어나는 수준에서의 과잉 BIM 적용으로 경쟁이 붙은 적이 있다. 승자만 설계비로 보상받는 일종의 치킨게임의 성격까지도 나타났었다. 따라서 주어진 프로젝트의 특성에 맞추어 건축사들에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건축사들이 설계 특성에 맞춰 그에 상응할 수 있는 수준과 범위에서의 BIM수행과 계획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발주지침에 의거하여 BIM수행계획을 수립하고 이것을 근거로 건축사는 설계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발주자와 건설사업관리자는 계획에 의거하여 관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 발주지침을 통해 설계단계와 시공단계에 걸쳐 단계별로 BIM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BIM Team은 상주팀 또는 비상주팀으로 구성해야 하는지, 몇 명으로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별도의 예산 확보가 가능한 지 등도 고려하여 발주지침 수립 시 부터 반영되어야한다. 실제로 그동안 공공사업에서 BIM의 수행내용을 보면 발주지침에서 BIM에 대한 요구는 설계 및 시공단계까지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반영이 안되어 BIM활용이 흐지부지 되어 버리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BIM 수행이전에 효과적인 BIM 수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라도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BIM의 활용범위와 시공단계 더 나아가 유지관리를 위한 데이터 이관까지 고려하여 해당 건축사사무소의 표준 BIM수행계획을 만들어 놓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그래야 기본적인 BIM기반 건축서비스의 범위를 발주자에게 이해시키고 추가 요구사항에 대한 대가의 당위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Begin with the end in mind

“Begin with the end in mind (끝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라)”라는 말은 Stephen R Covey가 쓴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두 번째 사항이다. 근데, BIM을 활용하는 건축사라면 꼭 명심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건축사가 만든 BIM은 설계안 도출이나 설계도면 생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건축사가 구축한 BIM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BIM이나 후속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건축사가 타 분야에서 그리고 후속단계에서 BIM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에 대한 고려 없이 BIM을 구축하게 되면 BIM은 건축사만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 혜택이 발주자나 프로젝트 전체에 전달될 수 없기 때문에 건축사가 BIM을 통해 전달하는 서비스의 범위와 품질에 한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BIM수행은 두 번째 연재(2017년 2월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협업중심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서로 다른 참여자간 사전 약속에 의한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건축 프로젝트에서 BIM의 생애주기를 보면 건축사의 BIM구축부터 시작된다. 건축사가 만든 BIM은 설계단계부터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2D기반의 프로세스의 경우 철저히 사람에 의한 해석에 의존하기 때문에 후속단계에 대한 고려 없이 소위 “push-based process”로 수행되고 있다. 이 프로세스에서는 건축디자인을 2D로 표현하고, 전달받은 사람은 그것을 해석하고 또 이해가 부족하면 건축사에게 추가도면을 요청하거나 질의를 하고, 도면오류가 발견되면 보완을 요청하는 등 후속단계의 참여자들이 전달받은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여 후속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온 이러한 과정이 사실은 낭비이다.

그동안 BIM이 적용되었던 사례들 중에서 몇몇의 경우에서는 실무자들간에 불평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 BIM을 가지고 물량산출, 4D, 에너지 분석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될 줄 알았더니 아무대도 쓸 수가 없는 3D 깡통이더라 라는 것이다. 이 이유는 분명하다. BIM모델 구축 시 아무런 계획도 없다가 후속단계에서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만 쫓기 때문에 어떻게 모델링되고 어떤 정보가 포함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려가 없이 만들어 지게 된다. 따라서 BIM에서는 끝을 염두에 두고, 건축사가 만든 BIM이 다른 사람이나 후속단계에서 어떻게 활용될 지를 고려하고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마스터빌더가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 아닐까 싶다. 후속작업에서 건축사가 만든 BIM 데이터를 지체없이 또는 설계오류나 설계안 이해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바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당연히 건축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 투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떄문에 BIM 도입을 꺼리거나 대가를 더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 프로세스가 건축사에게 더 많은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인지는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오히려 2차원도면 기반에서는 설계에 대한 문제점이 시공단계에서 설계상이, 누락, 미흡 등 여러 가지 사항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보완으로 건축사는 추가인력투입을 해야 하고, 발주자에게는 공사지연과 공사비 증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전의 [BIM 연재 1]에서도 BIM도입에 성공한 기업의 경우 이전에 비해 설계오류에 대한 보완이 최소화되어 이전 대비 50~70%의 인력과 시간 투입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렇듯 후속단계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BIM 프로세스의 효과는 건축사들에게도 총인력투입량 감소로 혜택이 되돌아가 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사들에게 BIM 수행에 있어서 타 분야에서 활용과 후속단계를 고려하여 BIM수행계획을 세심히 구축하는 것은 타 분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에게도 큰 이득이 되는 것이다.

BIM Project Execution Plan (PxP) 수행 계획서

BIM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수행계획서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BIM프로세스는 BIM이 설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되고 타 분야의 전문가들과도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건축사가 BIM이 후속단계에서 또는 다른 사람에 의해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고려하지 않고 구축한다면, 각 분야별로 BIM을 재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낭비가 발생하게 되거나 쓸모없게 되어 BIM도입이 무산될 것이다. 그래서 각 설계단계, 시공단계별로 BIM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구축하고 누구와 협업할 것인가? 또 어떤 환경에서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할 것인가? BIM 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무엇으로, BIM의 ‘I’ 인 Information은 단계별로 어떤 정보가 확보되어야 하는가? 모델의 상세수준은 어느 정도까지여야 하는가 등 많은 사항들이 계획되고 협의되어야 한다.

그럼 BIM수행계획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다행히도 BIM 수행계획서 작성을 위한 참고자료들이 있다. 먼저, 조달청의 시설사업 BIM 적용 지침 기본지침서를 활용할 수 있다(조달청 홈페이지 www.pps.go.kr 참조). 이 지침서에는 계획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 시공단계로 구분하여 단계별 BIM활용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BIM 업무수행계획서 표준 템플릿을 제공하고 있어서 이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BIM 수행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만약, 해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면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만든 BIM Execution Planning Guide (http://bim.psu.edu)와 영국 NBS의 BIM Toolkit (https://toolkit.thenbs.com/)을 참고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 수행계획서는 템플레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각 프로젝트 특성에 맞춰 내용을 가감하여 수행계획을 만들 수 있다.

BIM수행계획서의 절차는 먼저 BIM의 적용목적과 계획을 규명하고, 기본, 실시, 시공 등 단계별로 BIM 적용 계획을 수립한다. 건축, 구조, 기계, 전기, 토목, 조경 등 어느 분야의 BIM 데이터를 구축하고 또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부재를 또 어떤 정보와 연계하여 어느 정도의 상세수준으로 모델을 구축할 것인지, 또 어떻게 협업을 수행할 것인지 누가 어떤 데이터 구축을 책임질 것인지, 어떤 환경에서 BIM을 수행할 것인지, 어떻게 구축된 BIM데이터의 품질을 확인할 것인지, 최종 성과물이 무엇인지 등을 계획한다. 그렇기 때문에 BIM은 단순 3차원 모델 구축과 다른 것이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만들어진 BIM이 통합되어야 하고, 또 그래픽 모델뿐만 아니라 그 안에 속성을 정의하고 속성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고 관리되는 것이다. 이렇게 구축된 BIM은 후속단계에서 활용되고 또 정보가 축적되고 이런 과정을 거쳐 유지관리단계에서까지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BIM 데이터의 상세 수준

BIM 데이터 구축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상세수준이다. 왜냐하면, BIM을 구축한다고 했을 때 서로가 기대하는 상세수준이 다르다면 큰 혼선이나 갈등이 생기고 BIM데이터 활용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설계단계에서 3차원 모델 구축에만 신경 쓴 나머지, 정보분류 코드나 또 다른 분야에서 필요한 속성정보가 제대로 정의되지 못한다면 각종 리스트 도출, 물량산출, 친환경분석, 4D BIM은 물론 시공단계와 유지관리 단계에서 BIM이 활용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BIM에 대한 상세수준을 Level of Development(LOD)로 정의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Level of Definition(정의에 대한 수준)으로 형상 모델은 Level of Detail(LOD)로, 형상과 연계된 속성정보는 Level of Information(LOI)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달청 지침안에 BIM 정보표현 수준(안)이라고 Building Information Level(BIL)로 정의하고 있는데, 아직은 초보적 상태라 여기서 언급하기에는 독자들을 이해시키기에 무리라 판단된다. 따라서, 미국의 LOD기준을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미리 정리하면 각국마다 조금씩 다른 용어로 정의하고는 있지만 BIM에 대한 상세수준에 대한 의미나 정의는 거의 비슷하게 설정되기 때문에 미국 LOD만 파악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LOD는 미국건축사협회인 AIA(The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에서 처음으로 정의하였으며, 이후 미국건설협회인 AGC(The Association of General Contractors)와 공동으로 BIM Forum(www.bimforum.org) 운영하며 LOD에 대한 정의와 개정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미국 BIM Forum의 2016 LOD spec(출처:bimforum.org/LOD)에서는 LOD의 개발의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건축사와 발주자를 포함한 프로젝트 이해 당사자들이 BIM성과물을 명시하고 그 성과물에 무엇이 포함될 것인가를 명확히 이해하도록 한다. 둘째, 건축사들이 그들의 팀원들에게 설계프로세스의 여러 단계별로 어떤 정보와 디테일이 제공되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계모델이 개발되는 진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설계성과물을 활용하는 사용자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제공받는 모델에 포함된 구체적인 정보를 믿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넷째, 계약과 BIM 수행계획 수립 시 활용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미국의 LOD는 Level of Development의 의미로 정의되고 있으며, Level of Detail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Level of Detail에는 모델형상의 구성요소가 얼마나 상세하게 표현되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Level of Development는 형상정보와 속성정보가 연계되어 어느 정도로 모델이 상세하게 표현되고, 그것과 관련된 세부적인 정보가 어느 정도까지 포함되는 가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설계초기에는 외벽이란 부재가 존재하지만 형상정보만 있고 그에 대한 재료나 단열을 포함한 벽구조 등을 정의되지 않는다. 이후 설계안이 구체화 되면서 블록벽으로 갈지, 콘크리트 벽으로 갈지 등이 결정되고, 또 그 이후는 블록별 철근보강을 어떻게 할지, 단열재는 어느 회사의 제품을 사용할지 등이 결정된다. 이러한 설계의 발전과정을 담기 위한 체계로 LOD를 정의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현재 BIM Forum에서는 그림 4와 같이 LOD를 100, 200, 300, 350, 400, 500 등 6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 정의, 그리고 형상 및 그와 연계된 정보의 종류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아래는 BIM Forum에서 조적벽에 대한 예시를 든 것인데, LOD 100은 형상이 아니라 심볼로만 나타내는 수준이라 그림에 포함되지 않았고, LOD 200에서는 위치와 형태, 사이즈 정도의 정보만으로 나타내고, 아직 구체적 구조나 시스템이 결정되지 않은 기본계획 정도의 수준; LOD 300은 재료나 구조, 시스템 등이 결정되었지만 그 구체적인 상세는 나타나지 않는 기본설계 정도의 수준, LOD 350은 재료, 구조,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이 표현되는 실시설계 100% 정도 수준; LOD 400은 부재의 제작에 활용될 수 있는 시공상세 수준; LOD 500은 준공모델(as-built model)에 해당되는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LOD별로 아래와 같이 형태에 대한 상세정도만 다른 것이 아니라 상세수준에 따라 연계된 비형상적 정보(non-graphic information)가 추가된다는 것이다. 이는 BIM의 개념에서 정보를 나타내는 ‘I’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듯이 정보없는 BIM은 내용물 없는 깡통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LOD 300에서는 재료에 대한 규격만 명시되지만, LOD 350에서는 건축사가 지정하는 재료에 대한 제품명이 추가될 수 있고, LOD 400에서는 시공사, 공사시작일 등의 정보가 추가될 수 있는 것이다. BIM Forum의 LOD 스펙에서는 다양한 공종별 부재별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bimforum.org/LOD에서 LOD specification을 다운받아 참고하시길 바란다.

LOD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가이드라인으로 해당 프로젝트 마다 특성을 고려하여 참여자들이 협의하여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발주지침에서 각 단계별 필요 LOD를 공종 또는 분류별로 정의하여 최소요구사항으로 BIM수행계획에 반영토록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또 LOD기준이 모든 부재에 공통적으로 같은 상세수준에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실시설계 단계 성과물에 대한 상세수준을 건축과 구조는 LOD 350 수준, 기계 및 전기는 LOD 300, 도로계획과 조경은 LOD 200 등으로 분야별로 서로 다른 상세수준을 정의하여 수행하는 것이 과도한 BIM설계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LOD를 통해 발주자와 건축사 그리고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기준으로 형상과 속성에 대한 상세정도를 협의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주자가 지나친 상세수준을 요구할 경우 이런 기준을 근거로 설득하거나 과다 상세수준에 대한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BIM에서의 역할과 책임 (Role & Responsibility)

건축 프로젝트는 건축사뿐만 아니라 발주자, 엔지니어, 시공자, 건설사업관리자, 전문시공자 등이 참여하기 때문에 BIM 프로세스에서의 각 참여자간 역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모든 참여자들이 BIM을 직접 구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BIM 수행 프로세스에서 참여자들이 가질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은 크게 4가지 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체 BIM과정을 관리하고 협업을 운영하는 BIM 매니저(manager) 또는 코디네이터 (coordinator)로 BIM 수행계획을 수립하고 각 분야별로 만들어진 BIM 데이터를 통합하며 성과물을 관리한다. 둘째, 구축된 BIM 데이터를 활용하여 여러 가지 목적으로 분석하는 BIM 애널리스트(analyst)로 BIM을 활용한 면적, 법규, 간섭, 물량, 예산, 친환경, 시뮬레이션 등의 검토를 통해 설계안이 발주자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그밖에 필요한 분야의 분석을 수행한다. 셋째, BIM을 구축하는 모델러(modeler)로 BIM 형상을 구축하고 필요한 정보를 입력한다.

건축의 특성상 건축사들은 이 세 가지 역할과 책임을 다 가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건축사의 설계안을 기준으로 구조, 기계, 전기, 토목 등의 설계가 진행되기 때문에 모델을 통합하고 간섭을 찾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또 발주자의 예산, 에너지 절감형 설계 등 여러가지 요구사항에 설계안이 부합하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발주자, 건설사업관리자, 엔지니어, 시공사 등은 프로젝트 규모나 특성에 따라 이 중 한 두 가지 역할만 맡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건설사업관리자는 설계단계에서 설계관리, 예산검토, 시공성 검토 등을 목적으로 BIM을 활용할 것이다. 또 이들은 설계관리와 VE(Value Engineering), 그리고 예산, 시공성 검토, 최종성과물을 확인 등의 업무를 하기 때문에  BIM 매니저 또는 코디네이터와 애널리스트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시공단계에서는 사실상 시공도나 시공상세도를 전문건설업체가 수행하기 때문에 전문업체가 모델러와 애널리스트의 역할을 종합건설사는 매니저와 애널리스트의 역할을 갖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위의 세 가지 역할 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BIM 서비스를 제공하는 BIM Service Provider (BSP)로 BSP는 전문분야별로 해당 업무를 지원하거나 필요한 자료 및 기술 지원을 수행하는 BIM서비스 전문업체를 뜻한다. 아직 건축서비스/엔지니어링/건설 관련 분야의 건축사나 실무자들이 BIM프로세스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델구축이 별도의 용역에 의해 수행되거나, 필요한 라이브러리 및 템플레이트 구축 등 이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근데, BSP의 역할과 책임도 BIM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BIM수준이 낮은 단계에서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2D CAD도면 중심의 기존 방식으로 수행하고, BIM은 BSP에게 별도로 맡겨버려서 설계에 뒤따라가는 소위 ‘BIM전환설계’ 작업으로 진행한다. 즉, 건축사는 2D CAD로 설계하고, BSP는 도면을 받아 BIM을 만들고 검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BIM 효과가 거의 없다. 왜냐하면 항상 건축사의 설계를 뒤따라 갈 수 밖에 없어서 BIM 모델을 구축해 오면 그 동안 설계는 다시 변경되어 최신 버전의 설계와 BIM모델이 다른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거의 실시설계 100% 도면이 BIM 최종성과물에 반영되지 못하게 된다. 요즘은 BIM사례가 많아지고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효과로 조금 발전하여 거의 BIM 프로세스에 해당되는 ‘BIM-ish’ 프로세스로 진행되는 경우도 생기면서 설계도면과 BIM의 상이한 부분이 줄어들고 있다. 설계단계에서 건축사, 엔지니어, BSP가 합동사무소를 만들고 설계를 함께 진행하여 건축사가 BIM설계 프로세스를 주도하고 부족한 부분을 BSP가 지원하면서 함께 BIM설계를 수행하는 형태이다. 여기서 더 발전하게 되면 ‘Pure BIM’으로 가게 되는데 이는 모든 참여자들이 자신이 맡은 부분에서 직접 BIM으로 설계하고 BSP는 기술지원이나 BIM 프로세스 컨설팅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는 것이다.

건축설계단계에서 BIM은 당연 건축사에 의해 구축되고 주관되어야 한다. 하지만 각 분야별 BIM은 각 분야별 전문가에 의해서 또 시공단계로 들어가면 shop drawing을 만드는 자에 의해 BIM이 구축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BIM이 현실로 구현되기 위해서 더 구체화되어가는 과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Level of Detail보다 Level of Development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갈수록 각 분야별 전문가에 의해 BIM 데이터가 구축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자들이 단순 BIM교육을 받고 모델러로 투입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주로 BIM전환설계에서 BIM서비스 전문업체에게 용역을 줄 때 발생한다. 이들은 물론 자신들이 설계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고, 주어진 도면을 가지고 모델링을 하는 것만 배웠기 때문에 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 조차도 파악하기 어렵고, 또 시간에 쫓기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진 BIM모델을 구축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BIM 모델이 성과물로 제출되고 검증과정이 거의 없이 실시설계단계의 최종 성과물로 인정된다. 그 이후 BIM모델은 시공단계로 넘어가게 되고 시공자들은 불평한다. 하나도 써 먹을 수 없는 BIM모델을 주었다고…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건축사를 포함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이 맡은 부분에 대한 BIM을 직접 구축하고 관리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나이가 60세 정도된 오랜 경험을 가진 건축사는 물론 심지어 shop drawing 기술자들까지 2D CAD에서 과감히 BIM으로 전환하여 BIM으로 디테일과 shop drawing까지 만드는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이런 BIM을 기반으로 정확한 부재 생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맞춤(fitting)이 필요없고 조립중심으로 시공할 수 있어서 정밀시공과 고품질의 시공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건축사가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후속단계에서 제대로 시공하지 못한 다면 여러분들도 작품에 대한 자긍심이나 애착심도 당연히 떨어질 것이다. 건축사의 설계안이 작품이 되어 오래동안 사랑받으려면 여러분의 작품을 제작하고 시공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충분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BIM을 준비해 주는 것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것도 ‘Begin with the end in mind’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글. 진상윤  Chin, Sangyoon ┃ 성균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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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밥상을 차리자

If you love, let’s set the table

얼마 전 술자리에서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밥, 반찬 해대기 지겹지 않아요?”

번역가 동료들이 대부분 여성이자 주부이기에 만나면 대화가 대개 이런 식이다. 아예 복잡한 요리법을 묻기도 한다. ‘감자탕할 때 뼈는 얼마나 삶아요? 매콤 닭발 해먹고 싶은데, 냄새 안나요?’ 우습게도 이젠 이런 대화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내일모레면 나이가 환갑에 나름 천하 상남자이건만……

15년 전 아내한테서 부엌을 강탈해 지금껏 붙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묻는 질문일 게다. 주부 경력이 나보다 짧은 데도 슬슬 게으름이 나고 툭하면 외식이건만, 이 늙은 남자는 이렇다저렇다 군말 없이 매일매일 밥상을 차려내는 것 같으니 말이다. “아니, 지겹지 않아, 아직은.” 내 대답은 그랬다. 정말이다. 힘들거나 귀찮기는커녕 요즘엔 오히려 더 신이 났다.

“무슨 반찬이 양념 범벅이래요?”, “아빠, 우린 오늘도 모르모트야?” 덥석 부엌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둔한 남자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었다. 덕분에 가족들의 원망과 한숨에 너무도 익숙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식구들의 투정과 불만이 줄더니, 오히려 내가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다는 등, 칭찬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마침내 가족의 입맛을 잡은 남자! 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아직은 지겹지 않다. 후배 주부들 질문에 다시 답을 한다면……가족들이 내 밥상을 지겨워하기 전에 내가 먼저 지치고 지겨워할 일은 절대 없으리라.

15년 전 어느 날, 아내가 발을 다쳤다. 병원까지는 왕복 2킬로미터 거리. 당연히 내가 편안히 모셔야 할 일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난 당시에도 운전을 하지 못했다. 아파트 단지 안이라 택시든 버스든 대중교통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 더운 여름 그 먼 거리를 아픈 사람을 부축해 걸어서 왕복을 해야 했다. 아내는 “나 때문에 애먼 사람이 고생이다”며 미안해했지만 내 심정은 또 달랐다. 제대로 가장 역할도 하지 못하면서, 아픈 사람 하나 편안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땅속에라도 꺼지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대단한 일도 할 것도 아닌데, 이 여자나 행복하게 해줄까?’

아내는 지금껏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사를 돌보았다. 난 직장을 그만 두고 얼마 전부터 집에서 번역 일을 시작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래, 이 여자 한 번 행복하게 해주자!”

‘상남자’라는 별명은 농담에서 태어났다. 몇 년 전, 누군가 페이스북에 ‘파주 상남자 모임’이라는 글을 올렸기에 댓글에 “상남자는 바로 나다. 상 차리는 남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가 그만 별명으로 굳어지고 만 것이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가 상남자라면, 나야 말로 아내와 가족을 위해 내 삶을 바쳤으니 누구보다 상남자라 하겠다. 심지어 사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거시기(?)가 떨어지던 시대였으니, 내 생애 전부를 건 셈이다.

내가 잡은 것은 ‘가족의 입맛’만이 아니다. 난 ‘가족의 마음’까지 잡았다. 투정 한 마디 없이 오랜 세월 밥상을 차려내자, 아내도 마음을 열고 아이들은 아빠를 향해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내가 얻은 건, 바로 그런 삶이다. 부부가 서로에게 의지와 휴식이 될 수 있는 가정, 아이들에게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공간……그 꿈이 오래 전 작은 선택 하나 덕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내 곁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그 꿈에 겨워 이렇게 매일매일 밥상을 차려내고 있다.

상남자가 되고 싶은가?

그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밥상을 차리자.

 

글. 조영학 Cho, Younghak ┃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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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저작권침해분쟁

Copyright infringement in architectural design offices

Ⅰ. 반갑지 않은 우편물

건축사 A는 어느 날 등기우편을 받았다. 발신인은 변호사이었다. 건축사 사무소에서 AutoCAD S/W를 불법사용하였기 때문에 그 관계로 협의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만일 아무런 답변이 없으면 변호사는 A건축사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하고, 형사고소도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옛날과 달리 편지를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가정이나 직장에서 받는 우편물은 대개 비즈니스 목적이다. 세금을 내라는 통지서나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아니면 상업 목적의 광고 우편물이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얼마까지 해줄 수 있다든가, 피자집이나 중국집 홍보물이다.

또는 가끔 꼭 가볼 곳이 아닌 부담스러운 애경사 알림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애경사를 알려서 피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너무 허례허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 시간 결혼하려고 호화 호텔이나 웨딩홀을 빌려 몇천만원씩 소비하고, 화환도 그 짧은 시간 보여주려고 100개도 넘게 진열하기도 한다. 그런 곳을 다니면서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김영란법이 시행되어 좀 나아지려니 믿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요새 세상에서는 우편함에 잔뜩 들어있는 것이 반갑지 않다. 특히 등기우편이 날아오면 기분이 나빠진다. 무언가 불안감이 스친다. 특히 놀라게 되는 것은 세무서나 경찰서, 법원이나 검찰청에서 오는 등기우편물이다. 관공서에서는 대개 확실한 송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등기우편으로 보낸다. 그리고 송달 여부를 우체국 직원이 확인해서 우편물을 보낸 관공서에 통고한다.

이혼소송을 1년씩 하면서 같은 아파트에서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 같은 아파트로 소장이나 답변서를 보내고 받는 경우도 있다. 이혼재판이 끝날 때까지 한 집에서 살면서 서로 다른 방을 쓰고, 만나도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형편상 누구 한 사람이 먼저 밖으로 짐을 싸들고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재산분할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나 증거자료를 같은 집에서 송달받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이진다.

성매매를 한 사건 때문에 경찰에서 조사를 한다고 먼저 전화 연락을 받는다. 이럴 때 경찰에서 임의출석을 요구했는데, 불응하면 경찰관은 등기우편으로 피내사자의 집에 소환장을 보낸다. 겉봉투에는 어느 경찰서로 표시되어 있고, 속에는 소환장에 죄명이 성매매특별법위반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 유부남의 경우 기겁을 하게 되고, 부부싸움이 시작된다. 미혼의 대학생의 경우에도 착하고 모범적인 아들로 알았는데, 부모가 이런 성매매 소환장을 먼저 뜯어보게 되면 극심한 충격에 빠진다. 도는 것이 예전에는 별로 없었던 현대 사회의 진풍경이다.

Ⅱ. A건축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A건축사가 받은 우편물도 비슷하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등기우편을 보냈기 때문에 받는 즉시 놀라고 가슴이 철렁거린다. 법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은 원래 골치 아픈 것이다. 분쟁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다툼이 없으면 법은 소용없는 존재다. 일단 문제가 생겨 법으로 들어가면 일반인은 매우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변호사는 나쁜 이웃’이라는 속담이 생겨났는지 모른다.

변호사로부터 저작권침해사실을 통고받은 A건축사는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을 모르는 입장에서 어떤 조치를 해야 하고, 자신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이 사건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첫 번째로 대한건축사협회 회원고충상담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축사는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런 경우 어떤 법적인 문제가 밠생한 것인지 잘 모른다. 특히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에 대해 민사상, 형사상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2016년 11월 15일 회원고충 상담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S/W 저작권 관련 등으로 건축사 회원의 고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대한건축사협회는 회원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회원고충상담센터를 개설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주요 상담내용은, ① AutoCAD, 한컴오피스, 한양글꼴 등의 건축사사무소에서 활용하는 S/W에 대한 불법사용 단속이 발생한 경우, ② 건축관계자, 인허가권자, 공사현장인근 민원인, 협력사, 기타 관계건축사 간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 및 고충, ③ 기타 회원 고충상담 등이다.

그동안 회원고충 상담센터를 운영해 본 결과 대체로 건축사 사무실을 상대로 저작권침해를 문제 삼는 사례는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 대신 건축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설계감리계약 이행과정에서 분쟁이 생긴 사안이 주된 상담 내용이었다.

Ⅲ. A건축사는 왜 저작권법을 찾아보아야 할까?

우리나라 법률 체계는 가장 상위법이며 근본규범인 헌법이 있고, 그 아래로 법률이 있다. 그 밑에 대통령령인 시행령이 있고, 그 아래 단계로 각 부처의 부령에 해당하는 시행규칙이 있다. 날이 갈수록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세부적인 법령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법률전문가인 필자도 어떤 법이 새로 나왔는지, 종전의 법령이 어떻게 수시로 변경되는지 잘 모른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때그때 인터넷으로 현행 법령을 찾아서 연구해야 한다. 더군다나 비법률가인 일반인들은 그 수많은 법령과 내용, 변경사항을 일일이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법의 무지, 위법성의 인식의 결여는 법에 있어서 변명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무조건 위법행위로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법이다.

예를 들면 산골에서 어떤 할머니가 광화문에 와서 도로를 점용하면서 포장마차를 한다고 하자. 그 할머니가 식품위생법이나 도로법을 알 리가 없다. 하지만 그 할머니에게 법률의 무지, 위법성의 인식의 결여, 법률의 착오 등을 이유로 법에서 형사 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면제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행정법규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법령을 몰랐다는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교통법규나 도로교통법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음주운전이 위법인 것을 몰랐다거나, 각종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급한 사정이 있으면 허용되는 줄 알았다든가, 그곳의 제한속도가 60킬로미터인 줄 몰랐다든가 하는 변명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건축사의 경우에도 설계나 감리업무를 담당하면서 수많은 건축관련법령이나 행정지침, 조례, 유권해석자료 등에 따르지 않으면 위법한 업무수행이 된다. 그렇게 되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거나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건축사가 법령이 바뀐 사정을 미처 몰랐다고 하는 주장은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법집행의 현장 상황이다.

지금 A건축사에게 닥친 법적 문제는 건축관련법령이 아니라 건축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저작권법이라는 특별법이다. 저작권법이 문제가 된 A건축사로서는 헌법이나 형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저작권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법령을 찾아보고 연구를 해야 한다.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리고 자신이 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Ⅳ. 저작권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저작권법은 무엇인가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 범위에서만 알기 쉽게 설명할 것이다. 필자는 늘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비법률가인 일반인들을 상대로 법을 설명할 때 너무 어렵게 설명한다.

법률전문용어만 사용하면 일반인들은 절대로 그 내용을 충분히 알아듣지 못한다. 그것은 건축사가 건축전문용어만을 사용하거나, 의사가 영어로 된 의학용어만을 사용하면 일반인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저작물이라 함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사상 또는 감정이란 저작자의 정신활동으로 볼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밖으로 표현한 경우만을 법이 보호된다. 따라서 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그 저작물이 언어, 문자, 음, 색채 등의 형식을 이용하여 외부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또한 저작물은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도 이와 같은 저작물의 요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해서는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된다.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지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대법원 1995. 11. 14. 선고 94도2238 판결 참조).

저작권법 제4조는 동법에서 보호하는 저작물의 대상으로서 다음과 같은 저작물을 예시하고 있다. ①  소설·시·논문·강연·연설·각본 그 밖의 어문저작물, ② 음악저작물, ③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 ④ 회화·서예·조각·판화·공예·응용미술저작물 그 밖의 미술저작물, ⑤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⑥ 사진저작물, ⑦ 영상저작물, ⑧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 ⑨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등이다.

Ⅴ.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란 무엇인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권법의 적용대상은 모든 컴퓨터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원시코드는 물론, 목적코드, 응용프로그램, 운영체제프로그램도 포함되면, 이들이 ROM 침 속에 내장되어 있어도 무방하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다툼이 있었던 서체파일의 소스코드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 서체파일의 소스코드는, 그것이 비록 다른 응용프로그램의 도움 없이는 바로 실행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컴퓨터 내에서 특정한 모양의 서체의 윤곽선을 크기, 장평, 굵기, 기울기 등을 조절하여 반복적이고 편리하게 출력하도록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인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제작된 표현물이다.

서체파일 제작 프로그램에서 마우스의 조작으로 서체의 모양을 가감하거나 수정하여 좌표값을 지정하고 이를 이동하거나 연결하여 저장함으로써, 제작자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스스로의 알고리즘(algorithm)에 따라 프로그래밍 언어로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보통의 프로그램 제작과정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서체파일 소스코드는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작성되어 사람에게 이해될 수 있고 그 내용도 좌표값과 좌표값을 연결하는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의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23246 판결).

Ⅵ.폰트파일 저작권 문제에 관하여

저작권법은 글자의 모양(글자체)에 해당하는 폰트의 저작권 보호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법원은 폰트의 저작물성을 부정하여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폰트와 폰트 파일에 대한 보호는 구분되며, 법원은 폰트 자체의 보호는 부정하는 반면에 폰트 파일에 대한 보호는 인정하고 있다. 즉, PC에 “OOO.ttf” 등의 파일명으로 저장되는 개별적인 폰트 파일이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이다.

합법적으로 구매한 A프로그램 설치시 자동적으로 복제되어 저장된 폰트 파일을 B프로그램에서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복제권 등의 침해행위로 볼 수 없다.

권리자 표시 또는 이용을 금지하는 표시가 없는 프로그램임이라 하더라도 다운로드하여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A가 B에게 의뢰하여 도면을 제작하였다. B는 저작권자에게 허락받지 않은 폰트 파일을 이용하여 도면을 제작하였다. 이에 권리자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합의금을 요구하는데, B의 폰트 파일 무단사용을 몰랐던 A에게도 책임이 인정되는가? 건축사사무소 B가 특정 글자체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하여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폰트 파일을 이용하였다면, 그에 따른 저작권 침해 책임은 B에게 있다. 의뢰자인 A는 폰트 파일을 이용한 결과물인 도면만을 이용하고, 폰트 파일은 직접 이용한 사실이 없으므로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외주제작 업체가 CAD로 작업해온 설계도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내 컴퓨터에 해당 글자체가 없어서 글자가 깨져 보인다. 해당 글자체를 작업에 활용하지 않고 업무상 단순 확인만을 위해 폰트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이용하였는데 이러한 경우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가? 폰트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되며, 외주제작 업체가 작업한 설계도를 단순 확인하기 위한 목적일지라도 권리자의 허락없이 폰트 파일을 다운로드하였다면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폰트 파일을 권리자의 허락 없이 복제하여 이용하는 것이 저작권법상 위반행위인지 모르고 이용한 경우도 저작권 침해를 구성한다.

Ⅶ. 변호사는 무엇 때문에 내용증명을 보낸 것일까?

컴퓨터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사안에 대한 저작권자의 단속활동은 주로 공개된 장소에서의 사용을 대상으로 하였다. 예를 들면 PC방 같은 곳에서 불법적으로 게임프로그램을 무단복제하여 사용하는 것을 중점 단속하였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컴퓨터프로그램 불법 사용은 단속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가 사무실에서의 저작권침해는 사실 확인이 어렵고, 임의로 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동안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저작권 회사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여 적극적인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무작위로 광범위한 사무실을 상대로 등기우편물을 보내고 있다.

먼저 저작권 회사는 변호사를 통해 특정 건축사 사무실에서 어떤 특정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라이선스 보유 이력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품 사용 및 침해에 관련된 의견을 소정의 양식에 따라 작성한 후 통지문 수신일 기준 3일 이내에 회신하여 주기 바란다는 취지로 통지를 한다.

만일 통지서를 수령한 다음, COEM(MPL) 형태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포맷 및 삭제하는 행위는 불법사용 증빙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기간 내에 회신이 없는 경우에는 고의적인 의사를 가지고 저작권사의 제품을 불법으로 사용하며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로 인지하고 수사기관을 통하여 직접 이 침해 사실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알린다.

그리고 이러한 확인절차를 통하여 불법사용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A건축사의 경우 저작권을 가진 회사로부터 위임을 받은 변호사가 자신의 명의로 건축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 변호사는 A건축사와 합의를 위한 절차,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민사소송제기, 형사고소 등을 저작권자를 대리하여 할 수 있는 것이다.

Ⅷ. A건축사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가?

저작자는 저작권을 불법으로 침해하는 사람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 저작권침해행위는 저작권법위반으로 범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권자는 침해행위자를 상대로 형사고소할 수 있다. 형사고소는 법원에 하는 것이 아니고,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한다. 이른바 재판기관이 아닌 수사기관에 하는 것이 고소다.

저작물의 위법한 이용행위는 저작재산권, 저작인격권, 배타적발행권, 출판권, 저작인접권,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에 대한 침해행위를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구체적인 어떤 사건에서 문제가 된 저작권침해에 관한 범죄사실을 그대로 옮겨 본다. 이 범죄 사실은 법원의 판사가 발부한 약식명령에 기재되어 있는 범죄사실이다.

피고인 A는 언제 어떤 건축사  사무실에서 고소인 회사인 오토데스크 아이엔씨의 AutoCad 프로그램을 고소인의 사용허락을 받거나 구매한 사실이 없이 불상의 방법으로 복사하여 사용함으로써 위 고소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였다.

피고인 (주)B(대표이사 A)은 위 1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대표이사인 A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였다. 죄명은 저작권법위반이다.

피고인 A를 벌금 100만원에, 피고인 B(법인)을 벌금 100만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A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압수된 증제1호 내지 증제5호를 피고인 개인으로부터 몰수한다. 피고인 두 사람에 대해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적용 법률은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48조 제1항, 제70조, 제69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1항, 저작권법 제141조이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조 제1항 제1호는 지적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를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140조는 동법 제11장의 죄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비친고죄로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제136조제1항 제1호, 제136조 제2항 제3호, 및 제4호(제124조 제1항 제3호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처벌하지 못한다)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Ⅸ. 내용증명의 의미와 효력은 무엇인가?

계약의 해제와 같은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는 그 통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긴다( 민법 제111조 제1항). 여기서 도달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상대방이 통지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상대방이 통지를 현실적으로 수령하거나 통지의 내용을 알 것까지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정당한 사유 없이 통지의 수령을 거절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통지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여 있는 때에 의사표시의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다71795 판결 참조).

많은 법적 분쟁이 시작되면 당사자들은 내용증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상대방에게 어떤 의사표시를 하거나 통지 또는 최고를 하는 경우에 이를 전화나 구두로 하지 않고 서면으로 하면서 내용증명방식의 우편물로 보내는 것을 관행상 그냥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한다.

내용증명의 제목은 통지서 또는 최고장 등으로 기재하면 된다. 수신인과 발신인을 기재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적는 것이 필요하다.

내용증명서 3통을 작성하여 우체국에 제출하면, 우체국에서 내용증명우편의 확인 직인을 찍은 다음, 1통은 발송인에게 교부하고, 1통은 우체국이 보관하고, 다른 1통은 상대방에게 보내어진다.

우체국에서 보관한 1통은 이를 우체국에서 2년간 보관하며, 2년 이내에 발송인이 내용증명을 분실하였을 경우 우체국에 가서 그 등본을 교부 청구하여 이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변호사가 건축사 사무실에 통지서를 보내면서 일반 우편물이나 팩스 또는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방식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변호사는 왜 일반우편물로 통지서를 보내지 않고 내용증명 방식으로 보낸 것일까?

그 이유는 내용증명 방식으로 우편물을 보내면 우체국에서 통지서의 한 부를 보관하고 있어, 나중에 상대방이 그러한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통지서를 보낸 사실이 쉽게 증명되기 때문이다.

Ⅹ. A건축사는 상대 변호사에게 답변을 해야 하는가?

내용증명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일단 내용증명을 보낸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아야 한다.

만일 상대방이 컴퓨터프로그램사용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인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불법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불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였다면 이를 문제 삼아야 한다.

상대방이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합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합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상대방이 형사고소장을 경찰서에 제출하면 피의자로 소환조사를 받게 되고, 벌금을 낼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면 벌금전과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의과정도 협회 자문변호사와 상의를 하는 것이 좋다.

Ⅺ. 맺는 말

앞으로 저작권침해에 대해서는 저작권자가 더욱 강력한 단속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 예상된다. 건축사로서는 이러한 저작권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하지 말고 현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있는 컴퓨터프르그램이 정품인지, 불법적으로 무단복사하여 사용하는 것인지 확인하여야 한다.

정품이 아니어서 저작권침해의 문제가 있으면 정품을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문제는 협회와 상의하여 단체로 구매함으로써 구입조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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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꿈

Life & Dream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한 노인이 죽은 아내의 젊은 시절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손에는 젊은 시절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있다. 다른 노인은 의사가 보여주는 자신의 방사선 사진을 본다. 심각해 보이는 사진, 의사는 아마 암이라는 설명을 하는 것 같다. 그는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린 앞머리를 쥐어 뜯으며 오열한다. 세 번째 노인은 수 십 알의 약을 손에 들고 ‘이걸 다 어떻게 먹나’하는 표정으로 망연자실 하고 있다. 네 번째 노인은 친구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털썩 주저 앉는다. 그리고 함께 찍은 사진 속 죽은 친구의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죽었다는 표시를 한다.

2011년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대만의 한 은행광고의 내용이다.

죽은 사람을 포함해서 여섯 명의 노인들은 젊은 시절부터 친구였다. 젊고 힘이 넘쳤던 그들은 20대에 모두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바닷가를 여행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덧 여든을 넘긴 할아버지가 되었다. 평균 나이 81세, 누구는 암, 누구는 심장질환 그리고 대부분 관절염을 앓고 있다. 바다에 함께 간 여자 친구였던 아내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한 친구가 먼저 하늘 나라로 갔다. 그 친구의 장례식에 남은 다섯 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메고서…

상가에서 밥을 먹는 것은 우리나라나 대만이나 마찬가지인지, 장례식장의 원형 식탁에 다섯 명의 노인이 앉아 힘없이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마치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손을 떨며 침묵 속에 음식을 집는다. 죽은 친구는 액자 속 사진으로 남아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한 노인이 젊은 시절 죽은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본다. 스무 살 시절 바다 여행 때 일곱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노인이 정적을 깨며 ‘오토바이를 타러 간다!’라고 소리친다. 청춘의 그 때처럼 다시 여행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들의 오토바이는 벌써 수 십 년 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었다. 그 오토바이를 다시 꺼내 먼지를 털고 정비를 했다. 그리고 몸을 의지하던 지팡이를 팽개치고, 팔뚝에 꽂힌 링거를 뽑아 버리고, 알약을 내던졌다. 대신 6개월 동안 러닝머신에서 뛰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팔과 다리의 근력을 기르는 운동을 하며 체력을 키웠다.

마침내 오토바이를 타고 과거 사진 속의 장소를 향해 떠난다. 한 오토바이 뒤에는 죽은 친구의 사진을 실었고, 다른 오토바이 앞에는 죽은 아내의 사진을 붙여 놓았다. 다섯 명의 노인들은 13일 동안 대만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1,139km를 달렸다. 당연히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길에서 먹어야 할 때도 있었고, 바퀴가 펑크 나기도 했고, 밤길을 달려야 할 때도 있었다. 한 사람이 지쳐서 헐떡이면 멈추어서 부축했다. 서로 어깨를 주물러 주고 팔뚝에 붕대를 감으면서도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 옛날의 바닷가에 닿았다. 광고는 젊은 청년들이 해변에서 뛰노는 모습과 노인들이 같은 바닷가에서 장난치는 모습을 교차로 보여준다. 몸은 늙었지만 그들의 우정과 웃음은 변함없이 힘차고 아름답다. 거의 60년 전 일곱 명의 청춘이 찾았던 바다에 다섯 명의 할아버지와 두 명의 사진이 함께 섰다. 그들은 그 옛날 그랬던 것처럼 수평선 위로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백발이 된 그들은 묻는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리고 대답한다. 바로 ‘꿈’이라고.

광고의 카피를 음미해 보자.

NA)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먼저 떠난 이를 위해?

              계속 살기 위해?

              더 오래 살기 위해?

              떠나기 위해서?

노인1)   오토바이를 타러 간다!

노인2)   에?

NA)       한 명은 청각장애가 있고

              한 명은 암에 걸렸고

              세 명은 심장 질환이 있고

              모두가 관절염에 시달리지만

              6개월 간의 준비 끝에

              대만을 13일간 여행하다.

              1,139km를 달려

              북에서 남으로

              밤낮을 달려

              오직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마침내 바닷가에 닿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본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자막)     꿈

              특별한 꿈을 꾸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대만 대중은행 2011년 TV-CM 카피)

3분이나 되는 긴 시간이라 영상도 카피도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다 하고 있다. ‘특별한 꿈을 꾸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라는 은행의 슬로건이 마음에 와 닿는다. ‘대중’은행이라는 이름과 아주 잘 어울리는 슬로건이다. 우리는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특별한 꿈을 한가지씩 마음에 품고 있지 않은가.

다른 나라의 광고 한 편이 여러 가지 상념에 들게 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옳은지, 나의 꿈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늙어갈 것인지…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

친구와 꿈을 소재로 한 광고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2004년 전파를 탔던 교보생명 광고다. 광고는 경기불황으로 고개를 떨군 한국 남자의 모습과 그래도 꿈을 잃지 말고 헤쳐 나가자고 위로하는 친구의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어둑한 뒷골목을 뚜벅뚜벅 구두 발자국 소리를 내며 두 남자가 걷고 있다. 한 사람은 축 처진 어깨로 땅만 바라보며 걷는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회사에서 구조조정 명단에 들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어렵게 꾸려오던 사업을 접게 되었을 수도 있다. 결재할 것들이 태산인데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 당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말없이 걷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깊은 절망과 안타까운 심정이 느껴진다.

옆에서 걷는 친구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고 팔을 들었다가 허공에서 그냥 거두고 만다. 그리고 잠깐 서서 남자의 뒷모습을 져다 본다. 그러다가 급히 걸음을 옮겨 고개 숙인 남자 앞에 선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부른다.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 그들이 젊었을 때 자주 들었을 가수 김수철의 ‘젊은 그대’의 한 소절이다. 친구의 노래에 고개 숙였던 남자는 웃고, 친구도 눈물기가 배인 너털웃음을 웃는다. 그리고 서로 어깨동무를 한다.

카피도 영상 만큼 아주 단순하다.

최민식 노래)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

SONG)               젊은 그대 잠 깨어 오라 아아♬~

NA)                    마음에 힘이 되는 친구의 노래처럼, 교보생명

자막)                  소중한 꿈이 이어지는

                          KYOBO 교보생명

(교보생명 2004년 TV-CM 최민식편 카피)

배우 최민식이 모델인데 그의 눈빛과 표정, 손짓과 서글픈 웃음소리가 백 마디의 대사를 대신하고 있다. 괜찮지? 괜찮을 거야. 다 지나갈 거야, 내가 네 옆에 있을게…

광고 속 최민식 같은 친구가 있다면, 친구의 공감과 사랑, 위로가 있다면 어떤 인생의 쓴맛이 닥쳐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시련이 닥쳐도 소중한 꿈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 사람을 살게 하는가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한 달에 두어 번 트레킹을 한다. 대만 광고 속 노인들처럼 80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심장이 약한 친구도 있고, 암수술을 한 친구도 있고, 관절염을 얻은 친구도 있어서 험한 산은 가지 않고 주로 시내나 근교의 둘레길을 걷는다.

아무리 낮은 산엘 가도 걷다 보면 마루가 편안한 정자가 있다. 높고 낮은 산과 길에 다정하게 기다리고 있는 정자만 보면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걷다가 정자를 만나면 우리는 주섬주섬 배낭에 넣어 온 먹을 거리를 꺼내서 상을 차린다. 오이와 사과, 오렌지, 딸기, 방울토마토 같은 과일과 야채는 기본이고 대보름이 있는 주에는 오곡밥에 나물이 나오고, 과메기 철에는 과메기가 파, 김과 함께 등장한다. 아침부터 직접 부친 부침개와 도토리묵을 꺼내는 친구도 있고, 주먹밥이나 김밥, 유부초밥을 돌리는 친구도 있다. 말갛게 껍질까지 까서 담아 온 삶은 계란을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 배곯는 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뭐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서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던 것이다.

불을 피워도 되는 곳에서는 먹거리가 더욱 다양해진다. 겨울에는 매생이 굴국이나 오뎅탕, 시래기 된장국이 끓는다. 불고기는 지글지글 익고, 반을 갈라 하트 모양을 낸 쏘시지는 러브러브 구워진다. 배부르게 먹은 뒤에도 꼭 라면을 끓인다. 그러면 배불러 죽겠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다들 젓가락을 들고 라면 냄비 앞으로 몰려든다.

시답지 않은 말 한마디에 다들 크게 소리 내서 웃는다. 집이나 사회에서는 주로 심각한 표정이나 무표정으로 지내는데, 친구들과 먹을 것을 앞에 두고는 사춘기 아이들처럼 까르르 웃어댄다. 웃으면서 먹은 것을 정리하고 쓰레기 담은 봉투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시 길을 걷는다. 둘레길이라고는 해도 오르락 내리락 숨찬 구간도 있다. 힘들다고 투덜대는 친구가 생긴다.

“아이고 힘들어. 내려올 걸 뭐 하러 올라가냐, 그냥 택시 불러 타고 돌아가자.”

“이 정도 가지고 힘들어? 니가 아직 인생의 쓴맛을 안 봤구나?”

“그럴 리가 있어? 쓴맛이라면 어디 가도 빠지지 않지.”

“너희들이 인생의 쓴맛을 안다고? 우리 언제 날 잡아서 인생 쓴맛 배틀할까?”

맞는 말이다. 오십 몇 해씩 사는 동안 힘든 일 겪지 않은 친구가 어디 있을까. 평범한 우리들이지만 저마다 특별한 쓴맛을 몇 개씩은 견뎠고 겪고 있고 앞으로도 만나게 될 것이다.우리는 험하지 않은 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그보다 더하거나 덜한 나의 어려움들을 얘기한다.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소리가 아닌데 저절로 위로를 받는다. 인생의 별의 별 고비에서 주저 앉지 않고 일어나 친구들을 만나서 먹고 웃고 걸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인 인생이지 싶다.

농담처럼 친구들과 이야기 한다.

“우리 나중엔 전부 한 동네 모여 살자.”

“요양원 들어가지 말고 방 하나씩 가지고 부엌이랑 거실 공유하는 공동 주택 만들자.”

“그거 좋다. 르 꼬르뷔지에도 말년엔 겨우 4평짜리 오두막에서 지냈대. 각자 방 4평이면 충분해.”

“난 거기서 사감 할래.”

“요리사는 충분하니 난 먹기만 한다.”

중년의 우리들을 웃게 하는 실현 가능한 꿈이다.

대만 대중은행 광고는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고 묻고 꿈을 위해 산다고 답했다. 교보생명의 광고는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지키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꿈은 혼자서 지키고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의 사랑과 우정, 함께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친구들과 트레킹을 하며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떠올린다. ‘무엇이 사람을 살게 하는가’, ‘무엇이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가’라는 질문.

무엇이 사람을 살게 하는가?

무엇이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가?

내가 찾은 답은 사랑이다.

글. 정이숙 Jeong, Yisuk ┃ 카피라이터 ┃ (주)프랜티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