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계 소식 6월

대한건축사협회 자문위원 12인 위촉

대한건축사협회는 5월 29일 서울 필경재에서 2017년도 제1회 자문회의를 갖고, 권도엽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비롯한 12인을 협회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자문위원 임기는 1년이다.

 

전국 17개 시·도 순회 ‘건축자재정보센터 이용 설명회’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는 5월 31일 서울 서초동 건축사회관 1층 대강당에서 협회 회원과 회원사 임직원, 건축자재 생산·공급업체 관계자 등 400여명에게 건축자재 도면표기 방법과 건축자재정보센터 이용 방법 등을 소개하는 ‘건축자재정보센터 이용 설명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국토교통부 신임 건축정책과장

남영우 과장이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장에 5월 15일 전보됐다.

남영우 신임 건축정책과장(67년생)은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기술고시(30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국토해양부 건축문화팀장, 국토교통부 물류시설정보과장·철도투자개발과장·철도시설안전과장 등을 역임했고, 2016년 3월부터 철도국 철도안전정책과장으로 일해 왔다.

 

UIA 후원의 밤 행사 개최

세계건축사연맹 UIA 2017 서울대회(이하 UIA 대회) 성공적 개최를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5월 17일 저녁 건축사회관 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FIKA 회장단, FIKA 협력단장, 서울특별시, 서울세계건축대회 이사장·이사·조직위원장, 대한건축사협회 임원 등과 후원업체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해 축하공연과 함께 행사 진행사항 보고, 대회 후원 제안서 설명을 들었다. 행사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만찬을 하며 UIA 대회 성공개최를 다짐했다.

 

국회사회공헌포럼, 전문자격사 연구회(가칭) 구성 간담회 개최

국회사회공헌포럼은 5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건축사, 의사, 변호사 등 주요 13개 국가전문직자격사회를 초청해 (가칭)국가전문직자격사 연구회 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대한건축사협회, 대한의사협회, 한국세무사회, 대한변리사회 등이 참석해 각 전문직 특징과 현황, 자격사 서비스시장과 변화 트렌드, 4차 산업혁명에 부응키 위한 자격사 제도 개편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AURI, ‘불합리한 건축규제 개선방안 발굴 및 합리화를 위한 기획 연구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이하 AURI)는 ‘불합리한 건축규제 개선방안 발굴 및 합리화를 위한 기획 연구’를 위해 5월 29일 건축사회관에서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갖고, 건축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규제들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AURI 이여경 부연구위원, 주소현 연구원, 사협 박금호 이사, 오종열 이사, 김영훈 법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인천광역시건축사회, ‘공사장 안전사고 제로’ 행사 참여

인천광역시건축사회는 5월 10일 인천광역시 부평구가 개최한 ‘공사장 안전사고 제로를 위한 안전실천 결의 행사’에 협조·참석했다고 밝혔다. 74개 건축공사 현장 종사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모든 관계자들은 ‘건축물 안전시공 실천’을 결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추대회원 초청행사 개최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11일 강화도에서 원로회원 예우·위로 차 ‘2017 추대회원 초청행사’를 가졌다. 행사는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석정훈 회장을 비롯한 40여 명이 참석했으며, 강화 교동도 대룡시장, 석모도 보문사를 둘러보며 진행됐다.

,

미얀마의 심장 _ 찬란한 왕국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바간

ⓒPark, Mookwi

ⓒPark, Mookwi

ⓒPark, Mookwi

ⓒPark, Mookwi

ⓒPark, Mookwi

 

미얀마의 심장 _ 찬란한 왕국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바간

The Heart of Myanmar_ Bagan, the City has history of A brilliant kingdom

11~13세기 버마족 바간 왕조의 수도였던 바간은 북쪽의 올드 바간, 남쪽으로는 뉴 바간, 그리고 냥우 지역으로 크게 구분된다. 올드 바간은 바간 왕조의 중요한 불교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고, 뉴 바간은 관광객들을 위한 휴양시설이 즐비하며 냥우에는 국내선이 운행하는 냥우 공항과 전통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사원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유명한 미얀마의 바간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글. 박무귀, 건축사사무소 동림 대표, 사진작가

http://jjphoto.co.kr(진주성 포토갤러리)

,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소송의 이론과 실제

Theory and practice of the lawsuit against the right infringement to sunshine and view

Ⅰ. 글의 첫머리에

건축에 관한 법률 문제를 글로 쓰려면 얼마나 딱딱하고 재미 없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건축공학 자체가 아주 무미건조한 자연과학분야이고, 여기에 법을 더 하니 정말 그럴 것이다. 그래서 건축사지에 싣는 법에 관한 글은 우선 딱딱하지 않고 무미건조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비법률가가 읽어서 쉽게 이해가 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대한건축사협회 자문변호사로서 늘 건축사들로부터 많은 법적인 문제와 애로사항을 듣고 상의하고 있다.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건축사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설계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재개발조합의 임원이 교체되면서 억울하게 설계자가 변경되기도 한다. 오래 전에 감리를 맡았던 건물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피해자가 사망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건축사도 있다.

기승을 부리고 있는 컴퓨터프로그램이나 서체에 관한 저작권침해를 가지고 형사고소를 당해 고통 받는 건축사 사무소도 적지 않다. 건축사가 제대로 사무실 운영이나 관리를 재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건축사 면허대여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건축사도 가끔 변호사가 쓰는 글을 읽고 혹시 자신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는 법률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건축사업계가 어려운 데 불필요한 송사에 휩쓸리면 엄청난 스트레스도 받고 재산상 손해도 크기 때문이다.

A는 신혼살림을 아파트에 차렸다. 12층 아파트 중 3층으로 입주했는데, 남향이라 햇볕이 하루 종일 들어왔고, 전망도 좋았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남쪽으로 재개발사업이 추진되어 20층 아파트가 착공에 들어갔다. 만일 20층 아파트가 완공되면 A의 아파트는 시야가 가리고, 일조시간이 상당히 줄어들고, 새로 지어질 아파트에서 A의 아파트 실내가 다 들여다 보여 사생활이 침해될 전망이다. A는 이런 경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A는 개인이므로 사실 혼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일단 관리사무실을 통해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그에 따라 공동원고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면 된다.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 입장에서는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가 어느 정도 되는지 전문가 의견을 들은 다음, 그 상황이 심각하다면 신축아파트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해야 한다.

그런 다음 골조공사가 완료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일조침해행위가 시작되면, 일조권침해 및 조망권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가압류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이후 법원에서 상당히 복잡한 소송절차가 진행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전문감정인의 감정절차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전문가의 감정결과를 중요시한다.

일조권소송은 매우 어려운 소송에 속한다. 따라서 변호사와 잘 상의하여 승소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소송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소하여 받을 손해배상도 받지 못하고, 변호사 선임비용도 날라가고,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억울한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Ⅱ. 일조권의 개념과 법적 근거

일조권과 조망권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도입된 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분쟁사건으로 문제가 된 것은 30여년 남짓하다. 이제는 햋볕이 가려지는 것과 좋은 전망이 가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그로 인한 피해자들이 법을 따져보고, 구제방법을 찾아보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건축사로서는 당연히 이러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건축법은 1962년에 제정되었다. 1960년대 후반에 공동주택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과 맞물려 일조권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 후 1971년 건축법에 건축물의 높이 제한에 관한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일조권의 개념이 정식으로 성문법에 도입되었다. 지금까지 건축법상의 일조관련 규정은 절대높이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단순히 높이만을 기준으로 하였던 사양규정방식에다가 동지일을 기준으로 일조시간의 양을 따지는 기능방식을 보완하였다.

건축물의 일조권 규정은 전용주거지역이나 일반주거지역에서 건축할 경우에만 적용되며, 건축물의 각 부분을 정북(正北) 방향으로의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일정 범위에서 건축조례로 정하는 거리 이상을 띄어 건축하도록 되어 있다. 공동주택이 아닌 일반건축물의 경우 전용주거지역이나 일반주거지역에서 건축물을 건축할 경우 정북 방향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높이기준에 따라 일정거리 이상을 띄워서 건축해야 한다.

그러나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일정구역 안의 너비 20m 이상의 도로(자동차·보행자·자전거 전용도로를 포함하며, 도로와 대지 사이에 공공공지, 녹지, 광장, 그 밖에 건축미관에 지장이 없는 도시·군 계획시설이 있는 경우 해당 시설을 포함한다)에 접한 대지 상호 간에 건축하는 건축물의 경우에는 일조권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Ⅲ. 일조권침해소송

환경권은 명문의 법률규정이나 관계 법령의 규정 취지 및 조리에 비추어 권리의 주체, 대상, 내용, 행사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립될 수 있어야만 인정된다. 그러므로 사법상의 권리로서의 환경권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데도 환경권에 기하여 직접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

일조이익은 토지나 건물을 소유함으로써 곧바로 취득하는 권리가 아니다. 서 거주하기 시작한 이래 특정 정도의 일조량을 누리면서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여 그로 인한 생활이익이 피해자들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토지의 소유자들을 비롯한 제3자들에 의하여 법적으로 보호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될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소 인정되는 상대적인 이익이다.

일조권을 침해당한 사람은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형사고소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조권침해 자체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는 아니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은 법원에 제기한다. 법원에 소장을 작성하여 제출한다. 소장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소정의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여야 한다.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일단 착수금을 내고 사건에서 승소하여 성공하면 그로 인해 받게 되는 금액의 일정 부분을 성공보수로 지급하게 된다.

일조권침해소송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먼저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한다. 그 다음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된다. 법원에서는 감정인을 지정하여 현장에 대한 감정을 한다. 이때 일조권침해사실과 일조침해율이 나온다. 그에 따라 일조권침해가 수인한도를 초과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경우 불법행위가 되어 그에 따른 손해배상금액을 정하게 된다. 수인한도 범위내라고 하면 법원에서는 청구를 기각하게 된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로 구분된다.

 

Ⅳ. 일조권침해의 가해자와 피해자

일조권침해의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원칙적으로 토지나 건물의 소유권자가 피해자에 해당한다. 아파트의 소유자와 거주자가 다른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은 소유자와 실제 거주자가 같은 경우와 동일한 금액이 된다.

일조방해에 있어서 객관적인 생활이익으로서 일조이익을 향유하는 ‘토지의 소유자 등’이라 함은 토지소유자, 건물소유자, 지상권자, 전세권자 또는 임차인 등의 거주자를 말한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다41499 판결).

일조권 침해에 있어 객관적인 생활이익으로서 일조이익을 향유하는 ‘토지의 소유자 등’은 토지소유자, 건물소유자, 지상권자, 전세권자 또는 임차인 등의 거주자를 말하는 것으로서, 당해 토지·건물을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 사람은 이러한 일조이익을 향유하는 주체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은 이론에 따라 초등학교 학생들은 공공시설인 학교시설을 방학기간이나 휴일을 제외한 개학기간 중, 그것도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지위에 있을 뿐이고, 학교를 점유하면서 지속적으로 거주하고 있다고 할 수 없어서 생활이익으로서의 일조권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다41499 판결 참조). 또한 아파트의 신축에 따라 발생한 일조방해로 인하여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일조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상대방은 ① 가해 건물의 건축주, ② 시공자, ③ 피해 건물의 분양자, ④ 지방자치단체 등이 된다. 건축공사 수급인은 도급계약에 기한 의무이행으로서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일조방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수급인도 책임을 지게 된다. ① 수급인이 스스로 또는 도급인과 서로 의사를 같이 하여 타인이 향수하는 일조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건물을 건축한 경우, ② 당해 건물이 건축법규에 위반되었고 그로 인하여 타인이 향수하는 일조를 방해하게 된다는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과실로 이를 모른 채 건물을 건축한 경우, ③ 도급인과 사실상 공동 사업주체로서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건물을 건축한 경우 등이다(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다38792 판결).

일조권침해가 발생한 경우 건축물을 허가하고 사용승인한 구청장이나, 설계도면을 작성하고 감리를 맡았던 건축사도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건물이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제한에 관한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반하지 않은 경우에는 구청장에게는 책임이 없고, 건축사도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배되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일조방해에 관하여 건축사가 건축주와 공모하였다거나 건축사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으면 손해배상책임을지지 않는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분양회사를 상대로 일조방해를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론은 불가능하다. 분양회사가 신축한 아파트에서 일정한 일조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를 가지고 아파트가 매매목적물로서 거래상 통상 갖추어야 하거나 당사자의 특약에 의하여 보유하여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거나, 또는 분양회사가 수분양자에게 분양하는 아파트의 일조 상황 등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신의칙상 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양회사가 신축한 아파트로 인하여 수분양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분양회사를 상대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대법원 2001. 6. 26. 선고 2000다44928,44935 판결).

 

Ⅴ. 수인한도론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는 일단 법에 의해 허가를 받고 법적 규제를 받아가면서 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것으로 인정된다. 행정기관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건축허가를 내주고 감리제도를 통해 건축과정을 감시하며 최종적으로 허가사항대로 공사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다음 사용승인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건물의 신축으로 인해 그 이웃 토지상의 거주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신축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행위가 범죄행위가 되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으로 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하는 경우나, 그린벨트 내에서 불법적으로 건축을 하는 경우 등일 뿐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건물의 신축행위가 타인에게 손해를 주는 불법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다시 말하면, 건축행위가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에 해당하는가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법원에서는 인접 토지상에 건축되는 건축물로 인해 종전과 달리 일조권이 침해되더라도 어느 범위까지는 그러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이른바 수인한도론의 입장에 서 있다. 때문에 일조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는 경우에만, 비로서 일조방해행위는 사법상 위법상 가해행위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는 ① 피해의 정도, ② 피해이익의 성질 및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③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④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⑤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⑥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⑦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대법원 2004. 9. 13. 선고 2003다64602 판결).

아파트의 경우 동짓날을 기준으로 9시부터 15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거나, 8시부터 16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서 최소한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의 일조방해는 이를 수인하여야 하고, 위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일조방해 만이 수인한도를 넘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일조방해가 수인한도를 넘게 되면, 그러한 행위는 정당한 권리행사로서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권리남용에 이르는 행위로서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며,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민법 제2조와 제750조의 규정에 근거하는 해석이다.

 

Ⅵ. 일조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일조방해로 인하여 인근 공작물 등 토지상에 정착한 물건을 더 이상 본래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면, 공작물 등 소유자로서는 공작물 등 이전이 불가능하거나, 이전으로 인하여 공작물 등을 종래 용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공작물 등 이전비용이 공작물 등의 교환가치를 넘는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전비용 상당액을 통상의 손해로서 청구할 수 있다.

고층 아파트 신축으로 비닐하우스에 일조방해가 발생하여 더 이상 정상적인 난 재배를 하기 어렵게 된 사안에서 피해자는 비닐하우스와 그 안에서 재배되는 난들에 대한 이전비용과 이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해를 통상의 손해로서 청구할 수 있다. 만약 비닐하우스 등을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교환가치 상당액을 통상의 손해로서 청구할 수 있다.

일조·조망 등이 침해되었으나 아직까지 이를 반영한 거래가격이 형성되지 아니한 경우의 재산상 손해는 침해가 발생하기 전의 정상적인 주택의 가격에서 환경성능이 차지하는 비중과 침해된 환경성능상실률에 터 잡아 평가한 환경성능상실액과 추가 난방비 및 조명비의 합계액으로 봄이 상당하다.

일조침해와 조망침해(개방감상실)로 인한 손해배상금액을 정할 때, 법원에서는 주로 감정인의 손해액 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게 된다.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세대의 시가하락분 상당액이 된다. 이와 같은 시가하락액에는 일조 침해로 인한 광열비증가, 쾌적성 악화, 심리적 요인 등 모든 악화요인이 고려되어 산정된다.

일조 등의 침해로 인하여 받은 정신적 고통이 평가된 생활이익에 대한 배상만으로는 전보될 수 없을 정도의 심대한 것이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생활이익에 대한 배상으로서 그 정신적 고통도 전보된다고 보아야 한다.

중심상업지역 내에서의 아파트 신축 공사로 인하여 인접 학교에 일조 감소가 발생하였으나 그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수인한도를 넘었다고 볼 수 없고, 조망권과 통풍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없으며, 공사시공자가 위 학교에 방음시설 등의 공사를 실시하고 공기정화기 등의 설치비용을 부담한 점 등에 비추어 위 학교 사용자들에게 수인한도를 넘는 소음·분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구고법 2010. 1. 14. 선고 2009나5958 판결).

 

Ⅶ. 일조침해소송에서의 항변사유

일조침해가 있다는 이유로 소송이 걸리게 되면, 피고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주장을 하게 될까?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처음에 건축을 시작할 때 전문가인 건축사에게 맡겨 설계를 하고, 이와 같은 설계도면을 기초로 하여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을 한다. 이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든 면에서 법령위반사항은 있을 수 없다. 건축물의 높이제한 규정에 따라 높이도 정해서 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인접한 토지에 있는 건물 소유자들로부터 일조권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해온다. 그러면 먼저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를 하였으므로 불법행위가 아니고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관계 법령에 적합한지 여부가 사법상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자료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공법적 규제에 의하여 확보되는 일조·조망 등은 원래 사법상으로 보호되는 권리를 공법적인 면에서도 가능한 한 보증하려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상 보호되는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 현실적인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커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은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 이 사건 아파트가 관련 법규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건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때에도 수인한도를 초과하여 일조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신축 아파트 건설로 인하여 일조권이 침해 당했어도 신축 아파트가 준공 검사까지 마친지 3년이란 기간이 지났다면 이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봐야 하므로 일조권침해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위법한 건축행위에 의하여 건물 등이 준공되거나 외부골조공사가 완료되면 그 건축행위에 따른 일영의 증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고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그 시점에 이러한 일조방해행위로 인하여 현재 또는 장래에 발생 가능한 재산상 손해나 정신적 손해 등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그 때부터 진행한다. 다만, 위와 같은 일조방해로 인하여 건물 등의 소유자 내지 실질적 처분권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건물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철거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러한 철거의무를 계속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는 새로운 불법행위가 되고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그 각 손해를 안 때로부터 각별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6다35865 전원합의체 판결).

 

Ⅷ. 공사중지가처분

일조방해로 인한 손해는 가해 건물의 골조 완성 시 확정된다. 그런데 인접 토지에서 고층이 건물을 짓게 되면, 골조가 완성되기 전부터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때문에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을 신청하게 된다. 공사중지가처분은 건축주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공사를 하는 것을 법으로 막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법원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사중지가처분결정을 해주지 않는다.

일조침해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 자체의 금지를 구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행사 자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게 되는 점에 비추어 위와 같이 수인한도를 넘는지 여부에 대하여 더욱 엄격히 심사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신축으로 일조피해를 입게 되는 아파트가 동향이어서 이미 일조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인 상황에서 연속일조시간이 30분 미만이고 총일조시간이 1시간 미만인 세대만이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보아 건축공사중지가처분결정을 한 사례가 있다(부산지법 2009. 8. 28. 자 2009카합1295 결정).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아파트의 건축으로 인하여 일조침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단순히 금전배상에 의하여 전보될 수준을 넘어 신축공사 자체를 중지시켜야 할 만큼 현저한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설시하고 있다.

사찰과 불과 6미터의 거리를 둔 채 높이 87미터의 고층으로 빌딩을 신축하게 되면, 사찰의 일조가 침해되는 외에도 위 건물이 사찰의 전체 경관과 조화되지 아니하여 사찰의 경관이 훼손되는 결과로 된다.

사찰 경내의 시계 차단으로 조망이 침해되고, 그 한편으로 위 사찰에서 수행하는 승려나 불공 등을 위하여 출입하는 신도들에게도 그들의 일상생활이나 종교활동 등이 감시되는 듯한 불쾌감과 위압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결국 사찰이 종래 유지하여 온 조용하고 쾌적한 종교적 환경이 크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

그 침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할 정도를 넘어선다고 할 것이므로, 사찰은 위 빌딩에 관하여는 사찰의 사찰로서의 환경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건축공사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1999. 7. 27. 선고 98다47528 판결).

 

Ⅸ. 사용승인 취소 청구

인접한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이 난 경우에 일조권침해를 받은 피해자는 사용승인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결론은 불가능하다. 건물 사용승인처분은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된 건물이 건축허가 사항대로 건축행정 목적에 적합한가 여부를 확인하고 사용승인서를 교부하여 줌으로써 허가받은 자로 하여금 건축한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게 하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건축물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인접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주택에 대하여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손해는 금전적인 배상으로 회복될 수 있고, 일조권의 침해 등 생활환경상 이익침해는 실제로 위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철거됨으로써 회복되거나 보호받을 수 있다.

건물이 이격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고, 건축 과정에서 인접주택 소유자에게 피해를 입혔다 하더라도 인접주택의 소유자로서는 위 건물에 대한 사용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누9768 판결 등 참조).

또한 건축물의 높이제한 등에 위반하여 시공되어 인접주택의 소유자인 원고의 일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로서는 사용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다.

 

Ⅹ. 조망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조망이익은 원칙적으로 특정의 장소가 그 장소로부터 외부를 조망함에 있어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와 같은 조망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와 같이 당해 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된다. 조망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조망이익의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한다.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그 이웃 토지상의 주택이나 아파트 소유자가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일조방해를 받고 있음은 물론 시야차단으로 인한 압박감(개방감의 상실) 등도 그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일조방해, 시야차단으로 인한 압박감 등과 같은 생활이익의 침해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적 손해의 항목 중 토지·가옥의 가격 저하에 의한 손해를 부동산 감정 등의 방법으로 산정함에 있어서는 일조방해 뿐만 아니라 개방감의 상실 등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정상가격의 감소액도 아울러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23850 판결 참조).

법원의 현장검증결과 및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일조가 침해된 세대에서의 조망침해 증감율도 55.39% 내지 91.66% 증가하였으므로, 피고는 가해 아파트를 신축함으로써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초과하여 원고들의 조망이익(개방감상실)을 침해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피해 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있어서 건조물의 전체적 상황 등의 사정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지역성, 가해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가해자의 방지조치와 손해회피의 가능성, 가해자 측이 해의를 가졌는지 유무 및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09다40462 판결).

조망침해율은 피해건물의 거실이나 창문의 안쪽으로 일정 거리 떨어져서 그 거실 등의 창문을 통하여 외부를 보았을 때 창문의 전체 면적 중 가해건물이 외부 조망을 차단하는 면적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를 말한다. 그러나 조망침해율 수치가 피해건물에서 느끼는 가해건물에 의한 시야차단으로 인한 폐쇄감이나 압박감의 정도를 항상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사생활이 침해된다고 하는 것은 상대 건물이 자기 건물과 너무 가까운 곳에 건축되어 인접건물에서 자기 건물의 내부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거나 사람의 동작을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훤히 들여다 보임으로써 사생활의 침해가 우려되는 경우를 말한다.

사생활 침해의 경우에도 그 방해행위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성질 및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가해 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가해 방지 및 피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Ⅺ. 글을 맺으며

일조권(日照權, a right to sunshine, にっしょうけん)의 사전적 의미는 햇빛을 받아 쬘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조권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와 사실심 법원의 판결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상당히 기술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인으로서는 직접 소송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전문가의 감정을 필수로 하기 때문에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조권에 관한 규정은 건축물의 높이제한에 관한 건축법과 건축법시행령,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있는 간단한 조항밖에 없다. 그러나 일조권과 조망권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므로 건축법에 상세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행정청에서도 건축허가를 할 때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가 없도록 사전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

빅데이터 시대의 BIM

BIM in the Age of Big Data

미세먼지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모처럼 맑아 보이는 어느 날 아침, 스마트폰에서 미세먼지 모니터링 앱을 열어본다. 직접 눈으로 보고 예상한 것과는 달리 의외로 붉은 색의 위험수준 아이콘으로 가득 찬 화면에 경악하며 새삼 호흡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조금 전까지 청명했던 하늘은 어느새 오염물질이 잔뜩 내려앉아 희뿌연 하늘로 재인식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처럼 어느새 눈으로 보이는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 지도를 다채롭게 장식하는 수치와 아이콘들은 숨어있는 세상의 실체에 더 접근하게 해주는 부적과 같으며, 어느새 사람들은 육안으로 보는 세상의 이미지보다는 이러한 그래픽 정보로 재구성된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보는 세상을 더 신뢰하게 된다. 길 안내는 기본이고 다양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네비게이터에서부터 아파트 층간소음 측정용 스마트폰 앱 역시 새로운 종류의 디지털 지도의 일종이다. 짜증나는 아파트 층간소음은 소음측정 앱의 데이터 그래프를 통해서만 민원 신청 여부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다. 혹자는 스마트폰이 그저 데스크탑 컴퓨터가 손바닥 안에 들어온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분들은 도스(DOS) 시절을 힘들게 살아왔던 구시대의 엔지니어들일 것이다. 스마트폰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된 것은 소형화가 아니라 데이터의 접근 가능성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 무수히 존재해도 예전에는 일부 과학자나 엔지니어들만 접할 수 있었던 숨어있던 데이터를 생활의 일부로 가져왔기에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조작할 수 있는 창문을 제공해준 것이다. 디지털 지도는 실세계보다도 더욱 현실적이고 유용한 판단의 환경이 된다. 가상성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이러한 세상은 시뮬라시옹의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보드리야르에 의하면 시뮬라시옹은 더 이상 영토 그리고 이미지나 기호가 지시하는 대상 또는 어떤 실체의 시뮬라시옹이 아니다. 오늘날의 시뮬라시옹은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실체, 죽 파생실재를 모델들을 가지고 산출하는 작업이다. 영토는 실재에 선행하여 존재하지 않으며, 지도가 소멸된 이후에는 더 이상 존속하지 않는다. 이제는 지도가 영토에 선행하고 심지어 영토를 만들어낸다. 보드리야르는 여기서 보르헤스를 인용한다.

“제국의 지도학은 너무 완벽해 한 지역의 지방이 도시 하나의 크기였고, 제국의 지도는 한 지방의 크기에 달했다. 하지만 이 터무니없는 지도에도 만족 못한 지도제작 길드는 정확히 제국의 크기만 한 제국전도를 만들었는데, 그 안의 모든 세부는 현실의 지점에 대응했다. 지도학에 별 관심이 없었던 후세대는 이 방대한 지도가 쓸모없음을 깨닫고, 불손하게 그것을 태양과 겨울의 혹독함에 내맡겨버렸다. 서부의 사막에는 지금도 누더기가 된 그 지도가 남아 있어, 동물과 거지들이 그 안에 살고 있다. 온 나라에 지리학 분과의 다른 유물은 남아 있지 않다.”

잠시 시뮬라시옹에 관한 논의를 떠나서 건축계의 현실로 돌아가 보자. 건축설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지는 이미 오래이지만 국내 건축설계 실무에서는 여전히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이 정착되지 않고 있다. BIM 설계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전 CAD가 도입되던 때와 마찬가지의 불안과 오해가 혼재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진취적 자세를 가지고 초기설계 단계에서부터 BIM 설계를 전폭적으로 도입한 설계회사는 규모에 관계없이 이제 그것이 가져다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들을 어느 정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정확한 물량 산출, 시공 단계의 형상 및 공정 관리, 그리고 크고 작은 에피소드 들이다. 좀 더 후발이지만 BIM 설계가 의무화된 일정규모 이상 공공건축물을 주된 사업영역으로 하는 대형 설계사들은 BIM 설계가 정착된 것처럼, 그리고 BIM이 건축설계의 구세주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규모 설계사무소에서 BIM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이다.

연구 분야가 이쪽이다 보니 BIM 설계 및 발주, 확대에 대한 자문회의에 가끔 나가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세 종류의 반응을 자주 접하게 된다. 첫 번째 유형은 BIM이 요구하는 모델링 작업이 까다롭고 정보입력이 과다해서 설계업무를 ‘방해’하고 당장 먹고살기 힘든데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3차원으로 설계하면 ( … 대개 BIM을 3차원 설계와 동일시 한다) 정밀하고 견적도 자동으로 산출되고 ( … 사실이 아니다) 다 좋은데 이 데이터를 일일이 다 집어넣고 정밀하게 설계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현실과는 맞지 않아서 비용이 많이 들고, 배우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의욕적으로 비싼 BIM 소프트웨어도 구입하고 인력을 배정해서 나름 교육시키고 어느 정도 쓸 만큼 키워놓으면 대형 건설사를 위시한 타사에서 그 인력을 스카웃 해서 날름 빼가버리는 허무한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BIM 설계에 대한 설계비가 충분히 보상되는 것도 아닌데 어떤 희망을 가지고 BIM 설계에 투자하겠냐는 것이다, 이 상황을 다시 정리하자면 일단 BIM 설계는 당장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둘째 치고 기존의 설계방식에 비해서 ‘사소한’ 추가 정보의 입력이 훨씬 많이 요구되는데 이게 결국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직결되고 당장 그것을 감내하자니 힘이 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러한 추가 정보가 입력되고 제대로 (건축물 같이) 모델링이 되어야만 소위 BIM 전도사들이 이야기하는 환상적인 활용이 가능할 텐데 정작 발주기관에서는 그런 정보를 활용할 생각도 없고 방법도 모르면서 BIM 설계 납품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설계사에서 마음먹고 초기단계에서부터 제대로 BIM 설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외주 업체에 설계도면을 줘서 오직 납품을 위한 BIM 모델 버전을 만들게 하는 세계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다시 말해서, 지극히 한국적인 업종의 탄생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건축설계 부문의 BIM은 어떻게든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착이 되고 문제들이 해결되겠지만 엔지니어링 업체는 사정은 훨씬 더 문제라고 한다. BIM 전도사들은 BIM 모델이 구축되면 구조나 환경 성능 시뮬레이션이 자동으로 연계되고 그것이 설계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에너지, 구조, 설비 분야의 엔지니어링 회사는 기존의 데이터 형식과 작업방식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어서 다시 별도의 데이터 작성이 필요하고 작업효율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일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조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BIM 설계 프로세스가 비정상적인 양상으로 변질되는 것을 포착한 어떤 전문가는 BIM 무용론을 주장하면서 “BIM은 우리 민족성과 맞지 않다. 예를 들면 원리원칙대로 일을 하는 일본인들의 성격에 적합한 일이다”라는 뜬금없는 민족건축론을 펼치기도 한다.

두 번째 부정적인 반응의 유형은 보다 비관적이다. 즉 BIM 설계가 의무화되면 건축계를 아예 떠나겠다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작년 수도권 소재 설계사무소의 반 이상이 한건의 수주도 못한 것으로 나와 있다. IMF가 무색할 정도로 힘든 불경기 속에서 가뜩이나 어려운데 BIM 설계는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배울 시간도 여력도 없고 보상도 막연한데 BIM 설계까지 하느니 건축설계 말고 다른 길을 알아보겠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은 의외로 많은 건축사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BIM이고 디지털이고 다 좋은데 건축의 본질만은 훼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건축의 본질… 건축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필자의 대웅은 이러하다 “저도 실무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건축에 몸 담은지 30여 년째인데 건축의 본질이 뭔지 무지 궁금하네요. 좀 알려주실 수 있는지?” 이런 분들이 이야기하는 건축의 본질은 연필선의 미학일까? 컴퓨터에 의한 설계 또는 정보 모델링을 건축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아마 그 건축의 본질을 이미지, 또는 스케치에 의한 심상 (mental image)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이들은 회화적 스케치와 추상적 다이어그램이 ‘건축의 신’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한 언어이며 진정한 건축사는 이러한 언어를 통해서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건축사의 실질적 역할은 이러한 예술적 스케치를 통해서 심상을 표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고 여기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해서 건축물로 실현하는 것은 건축사가 아닌 시공자(builder)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2차원 CAD도면이나 BIM 모델로 표현된 것은 심상의 재현의 재현으로서 건축의 본질과는 매우 거리가 먼 피상적 그림자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건축사의 역할이 이러한 2차원적인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면 건축의 전체적인 생산 프로세스와 괴리된 것은 불과 500년이 지나지 않은 짧은 전통이다. 즉, 15세기 투시화법 및 인쇄술의 발명으로 인해 설계에서 시공으로 이르는 생산 프로세스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역할과 관계가 급격하게 바뀌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스터빌더로서 건축사의 전통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다. 브루넬레스키(Filipppo Brunelleschi)는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의 쿠폴라(Cupola)를 만들면서 지금의 3D BIM 마스터모델과 흡사한 3차원 스케일 모델을 만들어서 작업을 진행하였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 모델은 설계자와 재료별 시공을 담당하는 장인, 그리고 견적사 등이 협업하기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그 유명한 쿠폴라의 벽돌조적법이 고안되었고 체계적인 시공관리의 계획이 이루어졌다. 건축사가 2차원 스케치를 하고 생산 프로세스에 대한 통제권을 놓아버리면서 건축사의 역할 또한 축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특히 우리나라 건축설계에 있어서 엔지니어링의 실종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설계와 시공의 단절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스케치에 대한 물신화와 테크노포비아의 극단적인 사례를 본적이 있다. 꽤 오래전 학교 설계실을 들러보다 연필심을 갈아서 종이 뒷면을 먹칠하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하고 이유를 물었다. 그림 원본을 덮고 눌러 그리기를 해서 복사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먹지를 만들고 있다는 대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먹지가 없으면 사서 쓰던지 복사를 해서 사용하지 무슨 쓸 데 없는 시간낭비를 하고 있냐고 나무랐는데 그 학생들의 대답은 이걸 다름 아닌 어떤 교수님이 시켰다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설계 현장 상황에선 먹지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수업시간에 가르친다는 것이었다. 그 분은 드로잉에 나름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자였고 자신이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는 드로잉 작품집을 가끔 보여주기도 했었다. 학생들의 설명을 듣고 당장 그분을 만나서 따질 수도 있었지만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대화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접고 말았다.

BIM은 본질적으로 3차원 건축 설계를 수행하기 위한 프로덕트 모델(product model)이다. 이것은 3차원 형상 정보에 속성 (물성과 절차, 규칙) 정보가 결합된 것이며 이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차산업이나 항공기 산업에서와 같이 모든 사소한 건축물의 구성요소와 전생애주기를 엔지니어링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실제 건축물과 동일한 스펙의 가상 건축물(virtual building)이 구축된다고 할 때 그 모델의 형상을 표현하는 선(line) 하나하나는 더 이상 미학적 대상이거나 소위 건축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신비한 연필선이 아니다. 이는 물성과 절차와 연계된 조작가능한 (operable) 가상의 실체이다. 연필선 혹은 스케치에 의한 도면은 건축사의 심상의 그림자로서 어떤 실제 건축물(real)로 해석되어 구현되길 기다리는 가능태(possible)는 건축설계에 있어서 도면이 지난 수백 년 동안 누려온 특권인 동시에 설계자가 건축의 전체 프로세스를 관할하는 마스터빌더의 역할을 포기한 방법이기도 하다. 반면 가상 건물(virtual building)은 가상태(virtual)이지만 이미 실제(actual) 건물과 동일하다. 이러한 가상성은 결국 과거 브루넬레스키의 마스터모델처럼 BIM이 현대 건축사의 마스터모델의 역할을 하게 하는 본질이며, 건축사가 건축의 프로세스를 통제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비전을 넘어서 건축설계 산업의 측면에서 필자가 바라보는 보다 큰 가능성은 빅데이터로서의 BIM이다. 지난 2월 아마존이 발표한 2016년 연말 결산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인 41억8600만 달러(약 4조6600억원)다. 이중 약 74%인 31억800만 달러(약 3조4600억원)가 AWS의 몫이다. 인터넷 판매사업의 비중은 10억78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로 3분의 1 수준이다. AWS는 대형 서버를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여주고, 각 업체가 원하는 맞춤형 분석 데이터를 공급해 인기를 끌고 있다. 에어비앤비 같은 민간 업체는 물론 미국 CIA와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 기관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일본의 회전초밥 체인인 스시로도 AWS의 시스템을 쓰고 있다. 점포를 방문한 손님이 입구에서 터치패널로 어른과 아이의 수를 입력하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초밥의 식재료를 예측해 공급한다. 손님이 주문하기 전에 미리 초밥을 내놓기 위해서다. 그 결과 손님이 먹지 않아 폐기하는 음식물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보이지 않는 영역은 도서나 상품 판매와 같은 보이는 영역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설계 및 생산 도구도서의 BIM의 역할도 그렇게 발전해갈 것이다.

가상건물로서 BIM 모델은 실제 건축공간의 운영단계에서 발생하는 사용데이터가 빅데이터로서 결합되었을 때 본격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 번창일로에 있는 사무실 임대 공유 사업의 글로벌 기업, 위워크(WeWork)의 행보를 보자. 위워크는 최근 BIM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술의 강자인 CASE사를 인수하였다. 위워크는 이미 단순히 사무공간을 임대하는 영업 이상의 공간마케팅을 수행해왔고 이러한 과정에서 이 회사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다양한 센서를 활용한 공간 스캐닝을 통해 효율적인 유지관리 패턴을 찾아냄은 물론, 최적의 설비 투자와 공간 배분 전략을 찾아내고 있다. 또한 투자대비 최대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적의 용적률과 배치, 공간 프로그램을 찾아내어 사무 공간에서 사람과 공간이 모두 최대한의 능률을 발휘할 수 있는 ‘숨어있는 차원’을 찾아내는 것이다. 결국 빅데이터로서의 BIM은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도 없이 설계단계에서부터 최적의 설계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의 기획, 금융, 건물의 설계, 생산, 유지관리에 이르는 전체 산업 체인을 최적화시켜줄 수 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아마 건축설계를 단순히 건물의 설계도면을 최종성과물로 하던 설계 산업을 보다 종합적인 비즈니스로 발전시키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빅데이터로서의 BIM은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글. 김성아, 성균관대학교 교수

,

도시건축 자원

Resources for Urban and Architecture

 

지속가능 도시와 건축계획

  1. 지속가능성의 이론과 과학
  2. 도시건축 자원
  3. 지속가능성과 건축설계
  4. 지속가능성과 도시설계
  5. 새로운 동향과 설계자의 역할

 

지속가능 도시와 건축에 대한 본 연재는 ‘Rough Guide of Sustainability, A Design primer’의 책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기술함을 밝힌다. 이 책은 2001년에 영국왕립건축가협회에서 초판을 찍고 20144판 개정판을 출판하는 인기있는 녹색건축에 대한 전문서적이다. 이 책은 도시설계와 건축설계자를 위한 디자인가이드로서 성격을 지닌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깊지 않은 넓은 지식을 전달하고자 출판되었다. 저자인 Brian Edwards는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로 있으며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등 녹색건축에 대한 저술과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있다.

 

에너지

에너지의 과제와 대체에너지

건축은 에너지와 관련해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 많은 건축물들은 에너지와 기후에 관계없던 시기에 설계되었다. 도시는 도심의 고밀을 벗어나기 위해 교외 확산으로 나아갔다. 이에 따라 다수의 산업국가에서는 교통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건축물은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계획, 사회경제계획, 토지이용계획, 건축물계획, 라이프스타일계획 간에 새로운 정합성을 찾고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화석연료 고갈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은 세가지로 핵발전, 재생에너지, 탄소포집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핵에너지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환경과 안전문제를 안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대기에 방출되기 전에 포집하여 바다 속 깊은 곳에 압축된 상태로 저장하는 기술인데 증빙되지 않는 기술이고 핵폐기술과 같이 미래세대에 풀기 어려운 문제를 떠넘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잠재력에 기대를 많이 한 국세사회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관계

에너지 가격은 경제에 근본적이고 절대적 부분을 차지한다. 화석연료의 가격이 재생에너지 이용비율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고유가 시 풍력, 태양광기술 발전이 빨라진다. 이것은 관세, 국제탄소배출협약, 건설경기 등 서로 다른 메카니즘이 작동한 결과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화석연료의 고갈은 석유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재생에너지 기술로 전환될 것이다.

건축물과 도시기반시설은 수명이 100년 이상 될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시에 에너지 선택과 영향에 대해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단계에서 기본적인 선택 즉, 건축물의 향, 평면의 깊이, 창과 벽의 비율 등은 에너지 소비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불확실한 미래에 에너지가격, 기후변화 등에 의한 새로운 규제는 건축물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지속가능한 건축으로서 재생에너지로 전환 하는 것이다. 특히 바람, 태양, 지열 등의 혼합으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유연한 전환이 좋은 방법이다.

에너지 문제에 있어 전기는 특수한 측면이 있다. 전기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기생산을 위한 석탄은 가스나 석유보다 약 2.5배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면 탄소효율성이 주요 화석연료보다 두배로 높다. 즉 석탄, 석유로 생산된 전기는 난방에는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선진국의 경우 전기소비는 증가하고 있고 난방에너지 소비는 감소하고 있다. 전기에너지는 건축물에서 실내조명, 기기 등을 위해 필수적이므로 오피스의 경우 태양광발전으로 설계되는게 이상적이다. 단열수준과 공기밀폐 규제가 높아짐에 따라 창문면적이 줄고 상대적으로 조명과 에너지소비의 상호관계가 중요해지고 있어서 전기에너지 사용이 더욱 증가 될 것을 예상된다.

건축물의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지열 등이 주요 자원이고 바람, 연료전지, 바이오연료, 열병합발전 등이 있다. 재생에너지의 적용이 거시규모에서 미시 규모로 전환되면서 건축물 설계에 더 많이 적용되는 추세이다. 에너지소비와 탄소배출의 약 50% 정도 책임이 건축물에 있다. 소비자도 재생에너지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연결 짓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는 인류의 모든 에너지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겨우 5% 정도만 이룬 상태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은 생산보다 생산된 에너지를 배분하고 저장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빠르게 진행중인 에너지 기술발전 속도로 볼 때 10년 후면 경제성과 실용성을 갖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의 종류

(1) 자연광(Passive Solar)

자연광 에너지는 너무 당연히 여겨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남향유리창은 보통집에서 난방에너지의 20%를 제공한다. 온실과 아트리움을 잘 이용하면 난방에너지의 약 40%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건축설계와 상관성이 높다. 남향요소의 활용, 북측과 남측의 창문면적의 차별화, 높은 단열수준, 기능에 따른 시설의 효율적 배치가 중요하다. 단면설계 또한 평면설계만큼 중요한다. 자연광설계는 학교와 오피스에서 특히 유용하며 조명, 환기, 난방 등 전체 에너지의 약 25%까지 절약 할 수 있다. 인공조명은 소비되는 모든 전기의 50%에 해당되며 탄소배출량의 40%에 이른다. 따라서 자연광 조명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하며 평면의 깊이는 7미터를 넘지 않게 설계하면 좋다. 하지만 일조, 난방, 냉방, 햇빛유입, 열손실 등은 상호 복잡한 상호작용이 존재하므로 통합시스템으로 설계해야 한다.

 

(2) 태양광 발전(Photovoltaic, PV)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로서 매년 10% 정도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기술은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으며 효율성이 높아지고 경제성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2002~2012년의 10년 동안 태양광 발전 사용이 50% 넘게 성장하였는데 건축적 적용이 증가된 결과이다. 태양광 발전은 낮은 기온에서 작동할 때 더 효율적이어서 북유럽에서 더욱 활발하다. 태양광 발전은 환경적으로 매우 매력적이다. 처분 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레기가 생기지 않으며 대부분의 재료가 유리, 알미늄, 실리콘과 같은 재사용 가능한 것들이다. 태양광 발전(PV) 기술은 건축물의 경사지붕, 평지붕, 입면, 내부아트리움, 태양차양시설, 지붕타일이나 벽돌에 통합 등의 부분에 적용될 수 있다.

태양광 발전(PV) 기술의 핵심적 이점은 태양광을 직접 전기로 바꾸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조명, 기기 등에 바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부하의 대부분이 실내조명과 장비를 위한 전기에 쓰이는 오피스 건축에 이점이 많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급이 지속적이지 않고 생산된 전기의 저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에너지 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 ESS)가 전기를 저장할 수 있으나 태양광 판넬 설치비용 보다 2배 이상 비싸므로 경제성에서 아직까지는 문제점이 많다. 바로 이점이 에너지전략과 설계가 확실히 연계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태양광 발전판넬의 효율성은 15~20% 정도인데 이는 태양에너지의 15~20%를 전기로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태양온수시스템은 태양광 발전(PV)시스템에 비해 절반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투자비 회수기간은 일반적으로 12년이다. 리모델링의 경우는 지붕시스템이 효율적이지만 신축의 경우에는 건축물 외벽에 설치하는 시스템이 더 저렴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PV)시스템은 빛의 20%정도를 전기로 사용하고 45%는 난방에 활용할 수 있으며 30%는 온수에 쓸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재생에너지임이 틀림없다. 이상적인 해법은 상업시설의 경우에 하이브리드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PV)기술과 자연광(Passive Solar) 기술이 함께 사용되면 이상적인 시스템이 되는데 특히, 목재칩 보일러나 지열에너지와 같은 다른 재생에너지와 통합될 때 더욱 그렇다.

 

(3) 풍력(Wind Power)

풍력은 최근에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기술 중 하나이다. 풍력은 바다연안, 구릉지, 건축물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풍력에 의한 재생에너지 원칙은 태양광 발전(PV)와 비슷하나 생산된 전기는 직접 사용할 수도 있고 국가전력망에 판매하였다가 필요시 다시 매입 할 수 있다. 풍력은 섬과 같은 전기 공급이 간헐적인 경우에 특히 중요하다. 태양광 발전(PV)과 조합하면 단독의 경우보다 자족성을 더 높여준다.

풍력터빈은 5W에서 1.5MW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상업용 터빈의 용량은 4KW 정도이고 소규모(300~500KW)로 여러대 설치될 때 더욱 효과적이다. 영국은 향후 10년 동안 3,500여 개의 풍력터빈을 연안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것은 2025년까지 5.4~7.2GW 의 전력을 생산하며 영국 총 전기수요의 약 8%를 충당할 계획이다. 영국내 모든 가용 부지를 활용한다면 전기사용량의 20% 까지 풍력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4) 열병합 발전(CHP)

열병합 발전(Combined Heat and Power, CHP)은 전력생산에서 나온 폐열을 증기와 온수의 형태로 인근지역의 주택, 학교, 상업건축물에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유럽에서는 전력생산의 18%를 차지하고 특히 덴마크는 50% 이상을 차지하는 재생에너지이다. 열병합 발전(CHP)의 주요 장점은 생활폐기물을 활용한다는 것과 도시지역 가까이 입지하여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점으로 소음, 연료운송과 공기오염에 기인한 환경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에너지 효율성에서 볼때 지역난방의 공급은 8Km까지 가능하다.

 

(5) 연료전지(Fuel Cells)

연료전지는 전기화학 기술로서 산소와 수소가스를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수소연료는 천연가스, 메탄올, 석유로부터 추출하는데 액체산소와 결합하여 전기를 만들고 열과 수증기를 발생시킨다. 연료전지 기술의 전망은 매우 밝으며 향후 20년 후에는 도시와 건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라 할 수 있다.

 

(6) 지열 히트 펌프(Ground Source Heat Pump, GSHP)

이 시스템은 지하에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하여 난방과 냉방에 활용하는 것이다. 두가지 유형, 폐쇄형 수평순환시스템과 개방형 수직순환시스템으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부동액을 순환시켜 열을 회수하는 방식이고 두번째는 깊은 지중의 우물이나 강줄기 물을 히트펌프에 통과시켜 열교환 하는 방식으로 난방과 냉방에 활용된다. 이 시스템은 태양광발전(PV)과 풍력시스템 보다 경제적이고 유지비가 낮아서 신뢰도가 높다. 투자회수기간도 8년 정도로서 태양열 보다 경제성이 높다. 그러나 수평적, 수직적으로 충분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 도심 건축물의 경우와 리모델링의 경우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수직지열히트펌프의 경우 보통 50M~250M 정도 뚫어야 한다.

 

(7) 바이오연료(Bio Fuel)

이 시스템은 다 자란 목재, 농업, 임업의 작물, 다양한 유기 폐기물 등을 발효나 연소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바이오연료는 지역난방과 전력을 공급하는 열병합발전(CHP)에서도 사용된다. 덴마크의 경우 바이오연료로 운영되는 열병합발전과 해안 풍력발전시설로 국내 에너지의 80%를 충당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연료는 지구온난화의 주요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올을 배출하지만 ‘탄소중립’ 연료로 간주되고 있다.

목재연료(Wood Chip)는 석탄의 약 80% 효율을 내며 유럽 재생에너지의 주요자원이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의 국내 난방의 40% 목재연료이며 핀란드는 에너지소비의 20%는 목재가 감당하고 있다. 목재연료는 통나무 , 조각, 펠릿의 형태를 갖는다. 펠릿은 목재가공 후 생기는 톱밥을 압축하여 만든 것이다. 다른 재료와 비교할 때 목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천연가스의 약 5%, 석유의 약 3%, 석탄의 약 2%만 배출하는 친환경적 재생에너지라 할 수 있다.

 

(Water)

물은 잠재적으로 에너지만큼 중요하고 세계적으로 물부족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물은 건강과 식량생산에 관계되고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의 남부지역에서는 가장 압박받는 자원이다. 이런 지역에서 물은 미래의 석유라 할 수 있다. 세계인구의 약 1/8이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여 질병과 열악한 위생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물부족은 교육의 결여와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왜 21세기에 물이 문제인가?

물과 관련된 질병은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트라코마 등이 있다. 원인은 오염된 물이나 씻을 수 없는 물부족 현상 때문이다. 따라서 깨끗한 물 공급과 변기, 세면기, 하수시스템의 기초 위생이 건강한 삶의 답이다.

최근 빈번한 홍수와 가뭄은 수자원의 예측불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화석연료와 지구온난화의 증가에 따른 결과로서 기후변화는 강우패턴을 확실히 변화시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세계적으로는 더 많은 비가 내리지만 문제는 필요 이상의 비를 집중적으로 특정지역에 내리고 또 어떤 지역은 최소한의 비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지역이 물체계에 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1인당 물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는데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건축물은 모든 자원소비의 약 50%를 책임지고 있다. 물보존은 에너지 보존에 비해 어렵지 않다. 대단한 기술이나 막대한 비용이 들지 않지만 건축설계상의 장비, 공간, 구조물이 필요하다.

물을 보존한다는 것은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이므로 보존원칙이 유사하다.

수자원확보, 사용수준 축소, 자원재생사용, 폐기물의 재활용 등의 4단계 물보존 원칙이 있다.

 

물 보존

일반 성인 한사람은 매일 약 150리터의 물을 소비한다. 이 양은 과거 50년 동안 약 2배로 소비량이 증가한 것이다. 물 보존은 물 소비를 감소시킴으로서 달성할 수 있는데 물소비가 줄면 에너지소비가 줄고, 폐기물의 양이 감소한다.

 

물의 재활용(중수도)

식수를 위한 물은 재활용하지 않지만 관개, 여가, 위생 등을 위한 물은 중수도의 형태로 재활용 되어야 한다. 재활용은 물을 갈대밭이나 생물학적 세정공정을 거쳐서 저수조로 흘려보내는 시스템이다. 재활용이 작동하기 위해서 고도의 능동적 친환경시스템이 필요로 한다.

 

지속가능도시배수시스템(SUDS)

지속가능도시배수시스템(Sustainable Urban Drainage System)은 배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지표수를 줄이기 위한 배수시스템이다. 다공성의 특수포장, 구멍이 난 파이프 부드러운 지표 포장, 식재 등을 사용하여 물이 자연의 하층토에 흡수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장마철에 지표수를 흡수하는 스폰지 역할을 하고 지하수 공급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하수처리양이 감소하므로 처리를 위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지표면에 적용되는 기술이지만 옥상정원이나 벽면 녹화 등에서 물을 흡수하고 증발시키는 도시의 미기후를 개선하는데도 활용 할 수 있다.

 

재료와 폐기물

건설에 사용되는 재료의 추출, 가공, 수용, 이용, 폐기 등 자원순환시스템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러한 영향은 기후, 생태계, 사람의 건강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도시와 건축을 위해 쓰는 재료는 모든 자원소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래서 국친환경인증제도(BREEAM)과 미국친환경인증제도(LEED), 독일친환경인증제도(DGNB) 등 주요 인증프로그램은 건축재료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설계자는 재료의 재활용, 재사용, 지역적 출처명기, 환경영향, 폐기물과 재활용의 사슬 등을 이해하여야 한다. 또한, 재료의 선택이 실내공기질과 생태적 웰빙에도 영향을 미치고 천연재료의 사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재료의 선택

건설재료를 선정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은 ‘내재된 에너지(Embodied Energy)’ 개념이다. 어떤재료가 원료로부터 추출, 제작, 수송되어 사용되기까지의 소요된 에너지를 말한다. 이 개념에 의한 세가지 지침이 있다. 첫째, 중량재료는 지역에서 공급하기, 보통 부피가 큰 재료(돌, 콘크리트, 벽돌 등)은 높은 수송에너지 비용이 든다. 둘째, 경량재료는 세계에서 공급받기, 철강, 알미늄의 높은 에너지 가공비용이 든다. 셋째, 재활용의 기회를 고려하는 것이다. 재활용과 재사용의 잠재성을 고려하여 선택하여야 한다.

에너지가 재료선정 시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유용한 기준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공기와 수질오염, 시각적, 생태적, 문화적 경관의 훼손(채석이나 벌목), 미래의 공급부족 등 공급용이성에 기초한 재료선정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은 미래세대에 필요한 자원도 고려한다는 뜻이다.

 

폐기물 감축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설계

건설과정에서 재료의 폐기물 재사용, 재활용, 감축의 기회가 있다. 재사용은 재생산되지 않고 새로운 제품으로 쓰일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예를 들면, 재사용된 철강, 빔) 재활용은 기존재료가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재가공 될 때 쓰이는 개념이다. 구조형 철강은 재사용에서 분명한 이점이 있고 금속재료는 재활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점이 있다. 구조형 콘크리트는 전체적으로나 구조적 골격에 한하여 재사용 될 수 있다. 반면 폐기된 콘크리트의 골재는 재활용 될 수 있을 것이다.

철강과 콘크리트 중 어느것이 더 친환경적일까? 철강은 내제된 에너지가 많고 열용량과 화재 성능이 낮이 불리해 보인다. 그러나 여러 세대를 거쳐 재활용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친환경적인 재료이다. 다만 지속가능한 철강제품은 용접이 아닌 볼트로 접합되어 분해가 쉽고 재사용도 가능하게끔 설계되어야 한다. 건축의 재료선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에너지, 소음, 화재, 홍수, 유지 등 건축물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운영을 통해 나타나는 영향이다. 이런 측면에서 콘크리트는 강도, 열용량, 품질 등에서 친환경 재료가 분명하다. 물소비면에서 보면 철강은 콘크리트 보다 물을 적게 사용한다. 재료의 무게는 환경영향평가의 간단한 기준이 되는데 오염, 먼지, 소음 등이 무게와 관련이 있고 재료와 건축물이 무거울수록 환경에 영양을 크게 미친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순수한 건축물보다 여러 재료가 함께 쓰인 건물이 좋다. 재료의 다양성은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에너지의 복합성을 보다 쉽게 확보 할 수 있다.

 

폐기물

폐기물 처리는 환경문제와 건강이슈 모두 해당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와 관련된 4R이 환경론자들에게서 오랫동안 주장되어 왔다. 즉, 감소(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복원(Recover)인데 복원이 추가된 것은 우리의 환경이 자원의 오염과 남용으로부터 개선되고 회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됨에 따라 건축기능의 우선순위가 변하고 이에 따른 기존 건축물은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재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공간의 재사용이 힘들면 부재나 재료의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재활용은 재사용 다음 고려되어야 할 단계이다. 이것은 재료의 유용한 부분을 추출과 재제조하여 신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철강, 알루미늄, 납, 구리 등과 같이 내재된 에너지가 큰 재료들은 보통 재활용 된다. 복원(Recover)은 오염된 토지와 관계된다. 선진국의 토지의 약 20%는 비어있거나 방치되어 있다. 오염이나 지역경제의 쇠퇴로 기인된 것이지만, 토지의 오염, 대기질 오염을 복원하는 것은 위생적이고 생산적인 도시로 재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 왕정한, (주)건축사사무소 아라그룹

,

“모험이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어”

“With a lack of adventures, you can’t grow into a good adult.”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햇살은 거침없이 환하다. 장미는 벌써 흐드러지게 피었고, 가로수의 여린 새 이파리들의 연두색은 조금씩 짙은 초록으로 변하고 있다. 여름이다. 미세먼지 걱정 없이 싱그러운 날씨가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이라는 얘기도 있고, 대통령이 바뀐 덕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반가운 일이다.

 

날씨가 좋으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더 더워지기 전에, 미세먼지가 또 몰려오기 전에 낯선 고장으로 훌쩍 몸을 옮겨 며칠이라도 지냈으면 좋겠다. 2002년에 집행된 일본철도(JR) 『청춘18티켓』의 인쇄광고 헤드라인이 생각난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철푸덕 태평하게 누운 청년이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그림에 ‘자신의 방에서, 인생 따위를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카피가 얹혀져 있다. 아무렴, 방 안에서는 인생을 생각하기 어렵지. 특히 요즘처럼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물든 6월에는 창 밖으로만 자꾸 시선이 간다. 방 안에서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기에는 꽃이 아깝고 나무가 아깝다. 가벼운 신을 신고 가벼운 가방을 메고 어디로든 나가야 한다.

기왕 떠난다면 기차를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부산이며 광주까지 먼 길도 단숨에 도착하는 KTX 말고, 이름도 신기한 간이역을 돌고 돌며 숲과 바다 풍경을 창에 가득 들여놓아 주는 완행열차를 타면 좋겠다. 정한 곳 없이 가다가 기차가 멈췄을 때 갑자기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를 만나면 뛰어 내리는 거다. 간이역에 내리는 이는 나 혼자뿐이고, 나이 지긋한 역장은 꾸벅꾸벅 졸다가 화들짝 놀라 깨어 이 마을엔 누굴 찾아 왔는지 묻는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장면이다. 『청춘18티켓』은 이런 마음도 한 장의 포스터로 아주 잘 표현해 놓았다.

아래 두 장의 포스터에 보이는 풍경은 일본의 일반 열차로 갈 수 있는 역사의 개찰구들이다.

기간도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떠나는 여행을 뭐라고 부를까? 민들레 여행이면 어떨까? 손에 들고 훅 불면 미련 없이 허공으로 몸을 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바람이 데려가는 대로 어디든지 가다가 살며시 내려 앉은 마을에서, 스스럼 없이 말을 거는 동네 노인들 틈에 끼어 앉아 삶은 옥수수를 얻어 먹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도 이미 『청춘18티켓』의 인쇄물은 표현하고 있다. 민들레처럼 떠난 여행에서는 평소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되어 살아 보는 거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 입지 못했던 짧은 치마도 입어 보고, 머리카락을 보라색으로 물들이는 것도 괜찮겠다. 여행하는 도시와 비밀을 만들고는 시침 뚝 떼고 다른 도시로 떠나는 거다.

『청춘18티켓』의 시작은 1982년 3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표 한 장으로 5일 동안 신칸센과 급행을 제외한 보통 등급의 JR열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대학 새내기들을 주 타깃으로 만든 상품이지만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역사가 오래인 만큼 엄청난 수의 인쇄광고가 만들어졌다. 그 중 어느 하나도 여행을 떠나라, 기차표를 사라고 직접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숨막힐 듯 아름다운 사진과 인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 같은 카피 한 줄을 보면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청춘18티켓』의 광고는 말한다. ‘모험이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고. 그래서 내가 좋은 어른이 못 되었나 보다. 모험을 해야 할 나이에 남들 하는 대로 모범생 흉내만 내서 이 나이 되도록 뭐든 걱정부터 앞서는 소심한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옆길로 새는 것을 해보지 않아서 안전한 것만 찾고 모험을 두려워하는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KTF의 광고 카피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나이 들어보니 그 말은 거짓말이다. 나이는 숫자가 아니다. 그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일본의 『청춘18티켓』이나 우리나라의 『내일로』열차표를 사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내일로』는 만 29세 이하 청년들만 이용할 수 있는 철도 자유여행 패스다. 사실 나이 들어 체력이 떨어진 이들은 그냥 주어도 이용하기 힘든 티켓이다. 지정좌석 없이 일반 열차의 입석과 자유석만 사용할 수 있으니 생각만 해도 다리가 아프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들 얘기하는데 겪어보니 마음도 늙는다. 몸이 더 빨리 늙을 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춘들의 알콩달콩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 주로 여자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했는데, 요즘은 주인공의 엄마 마음이 되어 드라마를 본다. 아니 비현실적인 우연이 계속 일어나는 해피엔딩 로맨스보다 ‘저승바다에 발 담그고’ 살면서 ‘자신들의 영정사진을 재미삼아 찍는’ 늙은이들이 나오는 드라마가 더 재미있다.

학교를 졸업하면 봄은 소리 없이 가버리게 된다.

언젠가는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날이 온다.

다시 청춘18티켓 광고의 헤드라인들을 들여다 본다. 학교를 졸업하고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나의 봄은 이미 해마다 아무 특별함 없이 지나가고 있다. 서둘러야만 하는 날은 벌써 오고 말았다. 어쩌면 서두르기에도 너무 늦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행을 한 시간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하나의 여행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내가 태어날 것이므로…

아무리 스스로를 위로해도 모험으로 떠나는 기차여행은 스무 살 청춘들에게 더 어울린다. 묵직한 배낭을 가뿐하게 메고 한가롭게 아무 역에서나 내리며 여행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곧 여름방학을 맞는 막내에게 기차여행을 권해야겠다. 특히 아래의 『청춘18티켓』 광고를 보여주며 ‘여름방학에는 늦잠이 가장 아깝다’는 얘기도 해줘야겠다.

글. 정이숙 Jeong, Yisuk ┃ 카피라이터 ┃ (주)프랜티브 이사

,

프랑스 뮐루즈, 라 퐁드리에 대학교

La Fonderie University_Mulhouse_France
Architect : Mongiello & Plisson architectes, France

이번에 소개할 건물은 1922년에 지어진 제련소 건물을 대학교로 탈바꿈시킨 프로젝트 ‘라 퐁드리에 대학교 ’이다. 이는 스위스와 독일에 인접한 프랑스의 동부 지역의 작은 도시 Mulhouse시에서 직접 발주처가 되어 도시 전반을 재생시키고자 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 산업 건물을 보존하는 데에는 명확한 명분이 필요했다. 이 건물을 보존한다면 그것은 20세기 초의 산업 시대의 기억을 보존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제련소로써의 건물의 구조나 구성이 보존할 만한 기술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가? 보존한다면 기존 건물의 구조가 현재 사용하려는 프로그램의 특성과 어느 정도 부합할 것인가? 2001년도 프로젝트가 시작될 당시 기존 제련소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 하는 연구가 각 분야에서 약 6년동안 이루어 졌고 4년동안의 분석 과정과 180개 정도의 리포트가 쓰여졌다. 이 제련소에서 생산되었던 여러 산업 부산물들과 지진으로 인한 건물의 불안정성 때문에 이 건물을 대학 컴플렉스 재사용하기까지의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는 20세기 초 산업 시대의 잔재를 입증하는 건물의 훌륭한 규모와 구조, 상태를 고려해 보았을 때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고,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제련소가 위치한 입지 조건이었는데 제련소로 운반되는 철강 산업이 이루어 졌던 곳이므로 강과 가까웠을 뿐만 아니라 옛 도시 조직과 인접해있었기 때문에 접근성이 대단히 좋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Mulhouse시에서는 이 제련소를 대학교 및 공공 장소로써 계획하기 시작했다.

입지 조건을 고려하여 젊은이들의 허브로 만듦과 동시에 지역의 활성화를 돕는 촉매제로써 작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도시적 연결 고리를 형성하기 위해 주변 지역을 조성했다. 북쪽을 주출입구로 만드는 과정에서 큰 광장을 형성하여 도시의 숨통을 내주고, 기존 건물 북쪽 머리부분을 Hanging 구조의 유리 파사드로 덮었다. 이러한 건축적 제스쳐를 통해 건물은 도시의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서쪽으로는 제법 큰 영역을 조경 Plants Box로 조성하여 남쪽의 인구가 자연스럽게 북쪽의 광장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 접근 통로에는 건물 안쪽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두었다.

기존 건물의 보존이 결정된 다음 설계의 첫번째 조건은 기존 건물의 구성학적/구조적 로직을 철저히 이용하여 그 장소를 기억한다는 역사적 일관성을 확보하는가 하면 기능적 합일성을 이뤄내는 것이었다.

1922년 설계 당시에 제련소 건물의 구성은 수평적-수직적 구분이 뚜렷했다.

즉, 수평적으로는 세 부분으로 명확히 나누어져 있고 그 사이는 신축이음으로 구분되어 수평적 움직임에 대응하도록 설계되었다. 수직적으로는 지상 1, 2층의 구조와 그 이상 층이 캐노피를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적 구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논리성을 획득하게 하는 작업은 다음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북쪽에서 들어오는 동선을 받아주는 주출입구가 위치한 지상 1층에는 남북으로 하나의 큰 축을 잡고 천장으로 자연광이 들어온다. 이 축에는 주요 공용 공간들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롭고 지하층으로 가면 상업 시설물이 들어선다. 지상 2층에는 컨퍼런스룸과 각종 교실이 배치되고, 지상 3층으로 올라가면서 각종 문서를 보관한 도큐멘토리 룸, 도서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등이 배치된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건물을 보존하는 것은 원래 있는 건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공비가 신축에 비해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일 수 있다. 기존의 건물의 구조적 손상에 대한 구조적 검토 작업, 만약 손상이 있다면 새로운 구조체로 어떻게 보완하고 기존 구조와 잘 작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Element들을 구축하는 작업 등은 사실 많은 연구와 굉장한 조심성이 필요로 한다.

이 제련소 건물의 경우에도 건물이 무려 120m의 길이에 달했고 각각의 기둥 및 슬래브 등의 총체적인 구조 해석 결과 약 78,000개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되었다. 그래서 내진설계의 일환으로 기존의 신축이음 2개소를 모두 제거하고 이전의 구조체를 받치고 있는 기초와 함께 콘크리트 타설하여 전체 120m의 매트 기초를 형성하였다.

새로운 구조는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를 적절히 끼워 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시공 현장에서도 기존 건물의 구조체에 과한 하중이 타지 않도록 경량 거푸집(0.5m X 2m)을 사용하는 등의 치밀함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기존했던 슬래브에 80%의 신설 구조체가 타는 것으로 설계 되었으며 이러한 역사적 중첩 효과를 디자인적 요소로 활용하기 위하여 기존의 구조는 반짝거리는 메탈릭으로, 새로운 구조는 매트한 마감으로 처리했다.

이러한 건축적 언어는 매우 흥미롭다. 20세기 초의 산업 공장 건물과 21세기 초의 대학 건물이라는 시간의 중첩이 이 하나의 건축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글. 이지현 Lee, Jihyun

jihyun.lee815@gmail.com

,

파라메트릭 디자인ⅩⅣ

Parametric DesignⅩⅣ

지난호에서는 2012년 가을학기 Harvard GSD의 Digital Media and Material Practice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Diffusion Limited Aggregation System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유한 확산 집합체가 무엇인지를 자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눈 결정의 현미경 사진을 통하여 알아 보았고 이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유한 확산 집합체를 디지털 모형으로 생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이를 디지털 모형으로 재구성했던 방법을 Visual Basic 을 통하여 단계별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한 확산 집합체의 첫번째 모듈은 지난회에 살펴 보았던 것처럼 일정한 공간상에서 브라운 운동을 하는 입자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정의를 해야 했던 부분은 ‘일정한 공간상’이라고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실제로 눈 결정을 생성하는 수분의 분자는 끝이 없이 확장되어 있는 공기중이라는 공간상에 임의의 점에 위치하며 이 특정의 분자가 다음 순간에 어느 점으로 이동할 지, 그리고 어떠한 방향으로 얼마만큼 이동할 지에 대한 범위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바람과 기압, 중력과 분자간의 인력의 영향이 그 범위에 영향을 미치겠으나, 패턴을 연구하기 위한 차원의 간략화된 시뮬레이션에서 그러한 영향을 모두 고려하여 상기의 ‘일정한 공간상’의 범위를 정의 하기보다는 조금 더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패턴을 형성하는 주된 알고리듬을 실험 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판단하에 임의의 원안으로 그 범위를 좁히게 됩니다. 분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 함으로써 반응이 일어나는 속도를 높이게 되며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분자를 시뮬레이션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를 함으로써 반응의 효율을 높이게 됩니다. (fig. 1)

원을 반응이 일어날수 있는 공간의 경계로 정의를 하였다는 것은 특정의 분자가 그 원의 한 점에서 출발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반응을 시작하기 위한 분자는 반드시 해당하는 원의 한점에 있어야 합니다. 이는 Visual Basic 에서 다음과 같은 코드로 표현이 될수 있습니다. (fig. 2)

위의 코드에서 104-105행은 랜덤 함수를 이용하여 0에서 10 사이의 임의의 정수를 생성하고 이를 다시 10으로 나눔으로써 0과 1사이의 유리수를 구해내는 과정입니다. 컴퓨터에서 구현되는 랜덤은 물론 우리가 패턴을 인식할 수 없는 거대한 패턴을 사용하여 구현되는 패턴화된 수이지만 본 시뮬레이션에서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어 그대로 사용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기의 과정은 0과 1사이의 수를 10으로 나눔으로써 소수점 한자리수까지의 밀도를 가지게 되나 이는 물론 랜덤함수의 최대값과 이를 나누는 값을 바꿈으로써 유리수의 밀도를 더욱 증가 시킬 수 있습니다. 106행에서는 시뮬레이션의 경계를 나타내는 원, bndry라는 곡선의 길이를 1이라고 가정하였을때 그 곡선상에 위에서 구한 랜덤 값을 통해 점을 위치시키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102행에서부터 109행까지 하나의 모듈로 함수화 되어서 83행에서 코드의 실행을 위한 스위치가 비활성화가 되어 있을시 86행을 통하여 실행됩니다. 즉 본격적인 시뮬레이션이 시작되기 앞서서 시뮬레이션의 첫 점이 될 점을 원상의 한 점으로 랜덤하게 정해 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해진 점은 94행을 통하여 라이노의 뷰포트에 나타나게 됩니다.

위의 과정을 통하여 시뮬레이션의 경계가 되는 영역을 원을 통하여 설정하였으며 시뮬레이션의 첫 단추가 되는 첫번째 분자의 위치를 그 경계가 되는 영역상의 한점으로 정의를 했습니다. 또한 첫번째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의 중심이 되는 곳에 seed가 되는 점을 위시시켜 이 점이 결정의 핵이 되도록 설정해 놓았습니다. 이제 두번째 과정에서는 경계상의 임의의 점이 원의 중심을 향하여 접근하는 브라운 운동을 간략하게 시뮬레이션해 보도록 합니다. (fig. 3)

브라운 운동은 물론 이렇게 간단히 구현되지는 않으나 간략하고 효율적인 패턴의 시뮬레이션을 위해서 고안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점의 현재 위치에서 seed점까지를 잊는 벡터를 정의하고 이 벡터를 좌우 45도 방향으로 랜덤하게 회전시켜서 이 벡터를 이용하여 현재의 점을 다음 순간의 점으로 이동시키도록 합니다. (fig. 4)

위의 코드에서 113행에서부터 124행까지가 간략한 브라운 운동을 시뮬레이션하는 함수의 모듈입니다. 115행 – 116행에서 – 45에서 45까지의 임의의 정수를 랜덤 함수를 통하여 생성하고 117 – 118 행에서 현재의 점에서 seed가 되는 점사이의 벡터를 구합니다. 119 – 120행을 통하여 – 45에서 45도 사이의 임의의 값으로 회전시킨 후 이 회전된 벡터를 이용하여 122행에서 주어진 점을 이동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브라운 운동의 모듈은 88행에서 스위치가 활성화 되었을 때 91행을 통하여 실행되며 이 과정에서 스위치가 비활성화가 되었을시 생성된 원 위의 임의의 점을 이동시키고 이를 92행 및 96행을 통하여 라이노의 화면상에 나타나게 해 줍니다.

다음회에서는 유한 확산 집합체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오늘 이야기한 내용은 다음 주소에서 더욱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Grasshopper VB workshop @ Harvard GSD Fall 2012

글. 성우제 Sung, Woojae

Grimshaw Architects / Associate

www.woojsung.com, www.selective-amplification.net

,

도시는 개인의 역사기록장이어야 한다

A city should reflects individual’s historic record

작년 여름 나는 그리스에 두 번째 여행을 다녀왔고, 관련된 책을 준비 중에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의미를 달리 두겠지만, 작가의 경우 일의 연속 같은 느낌이어서 호기심은 많지 않았다. 기간이 좀 긴 여행과 짧은 여행 정도의 기대감을 갖고 떠나곤 했다. 그리스는 5년 전에 두 달 반을 있었고, 작년에도 두 달을 넘게 있었으니 기간으로만 본다면 5개월 동안이나 한 나라에 있었던 조금은 긴 여행에 속했었다.

아시는 바와 같이 그리스는 고대도시국가의 상징처럼 되어 있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고대의 유물이 도시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풍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유물은 건축물이거나 그에 딸린 장식품 같은 것이어서, 길을 걷다보면 수천 년 전, 해질녘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의 아테네는 수천 년 전 만들어진 도시이고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고대의 길가에서 집에서 살아왔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대로인 것이다.

한 중년 부부의 집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은 원래는 부인의 외가라고 했다. 그러니까 부인 엄마의, 엄마의 집이라는 얘기였는데, 언제부터 그러면 이곳에서 살아왔냐고 물으니 알 수 없다고 말했고, 1층에 여전히 살고 있는 자기의 친정엄마를 데리고 왔다. 똑 같은 질문을 했고, 친정엄마는 자기 외할머니의 엄마도 이곳에서 살았던 것은 분명한데 그 이상은 모른다고 했다. 오랫동안 살아온 수백 년 된 집은 지금은 사용하지는 않지만 잘 보존해놓았고, 가끔 손님들을 위한 방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지금은 오래된 고택 옆에 현대식으로 3층 건물을 지어 1층은 친정엄마가, 2층과 3층은 결혼한 자매의 각 가족이 살고 있었다.

내심 각자 가족을 이루고 살면서도 한 집, 한 공간 안에 모여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의 형태가 조금 부러웠다. 앞마당 작은 정원에 펼쳐진 파라솔엔 언제나 이야기가 피어나고 평생을 사랑으로 가득한 하루처럼 살고 있는 그들의 여유가 좀 많이 생소하기까지 했다. 공간은 시간의 연속성 안에 있다. 역사라는 것은 시간을 한 공간 안에서 지켜온 일이다. 도시 전체가 그렇고 국가 전체가 그런 인식 안에 놓여있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낡았고 오래됐고, 흉흉해 보이는 그 공간이 그들에겐 가늠할 수 없는 지난 시간의 기억들이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앞으로 남지 않게 될 그 어떤 소중함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스의 여행은 볼거리보다도 그 오랜 시간 지켜온 공간 안에 사는 사람들을 느끼는 일이었다. 우리가 서둘러 버리거나 바꾸어 버린 한 공간의 역사와는 비교되는 일이기도 했다.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 오랜 시간을 지키며 역사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 이제는 부의 상징처럼 들어선 높은 빌딩으로 인식되는 것은 이 공간과 도시에 사는 우리에겐 쓸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시간만을 아로 새길 수가 없다. 그 시간을 담은 공간이 남아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역사가 될 수 없고, 한 개인의 흐릿한 기억에 불과할 테니까. 사람들의 개인적 역사는 남은 공간과 건물이 그것을 대신한다. 거기에 기억이 있고 삶이 있다. 한 국가는 그 구성원의 개인적 역사로 역사를 만든다. 도시 공간이 편리함과 화려함과 부의 축적만을 위한 곳이라면 그 공간 안에 깃는 개인의 역사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나는 걸으면서 되뇌곤 했다. 도시는 공간이고 공간은 사람의 역사이자 숨이다. 태초에 고대도시가 신들을 위한 것이었고 인간은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면 지금, 현대 도시의 공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자문해야만 했다. 지금은 자본이라는 유일신이 거대한 도시를 거느리고 있다. 우리가 시골이나 자연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자유로움,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시간은 도시의 유일신 자본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숨 쉬는 도시라는 공간이 어떤 형태가 되어야하는지 우리 스스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자본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신이 도시를 지배하는 바, 우리는 지금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를 지키는 것은 시간이 담긴 공간을 남기는 것뿐이다. 세계의 오래된 도시가 그것을 지금도 증명하고 있다.

글. 백가흠, 소설가

,

한국건축의 미래를 위한 준비

Preparing for the Future of Korean Architecture

지난 5월 초순에는 미세먼지가 아주 심했습니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평방미터당 300 마이크로그램을 넘어 400 마이크로그램까지 육박했습니다. 한동안 견뎌보다 미세먼지에 대비하는 마스크와 적당한 가격의 공기 청정기를 주문했습니다. 그것이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책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며칠 후 드디어 기다리던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집으로 왔는데, 참 묘하게도 거칠게 쳐들어 온 몽고군처럼 우리를 괴롭히던 미세먼지들이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퇴각해버렸습니다. 그 후로 한 달이 다 되도록 가을하늘처럼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공기청정기를 구입한 것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퇴치에 큰 공을 세운 것일까요, 단순히 세차를 하니 비가 오는 것과 같은 이치일 뿐일까요…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은 참 알기 어렵습니다. 늘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지만 예상은 많이도 빗나갑니다. 그래도 우리는 준비하고 대책을 세우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네 삶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방에서 출구를 찾아 더듬더듬 나아가는 것 같죠.

우리는 건축의 미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제도를 개선합니다. 지금 착실히 기반을 다져놓으면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 우리의 후배들은 더욱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겠죠. 우리의 건축 수준이 올라가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기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사들이 가지고 있는 땅을 읽는 눈과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그것을 건축으로 구현하는 능력만큼, 구축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합니다. 물론 우수하고 성실한 시공자가 동반돼야하겠죠. 그리고 설계자와 건축주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며 이루어낸 설계의도를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시공자의 역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감리자의 역할입니다. 감리란 단순히 시공의 품질을 감독하고 안전에 대한 관리의 차원만이 아니라, 설계의도와 방향에 공감하고 물리적인 재료로 지어지는 건물에 혼을 불어넣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여러 번의 우여곡절 끝에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공영감리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설계한 건물도 제가 아닌 다른 건축사가 주기적으로 와서 시공과정을 돌보고 있습니다. 시행 초반이라 서로 어색한 부분도 있겠지만 감리자가 도면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법규상의 허점을 찾아내기에 앞서, 설계한 사람의 고민과 이루고자 하는 구상을 이해하고 내면화하여 공동의 작업으로 승화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공감이 조성될 때 우리가 진통 끝에 만들어 낸 제도는 성공할 것이고 수준 높은 건축문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올해는 세계 각국의 건축사들이 모이는 큰 행사인 ‘세계 건축사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해입니다. 이 행사는 우리의 건축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건축계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우리 건축 수준을 돌아보면 경제적인 수준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건축이 보다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자하 하디드나 렘 콜하스의 ‘명품 건축’이 지어졌다고 해서 한국 건축의 위상이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우리의 건축’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할 것이고, 그런 일이 개인 몇 명의 역량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선 건축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교정되어야하고, 건축물이 지어질 때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수준이 같이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행된 제도의 장단점을 재검토하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을 세워나갈 때, 우리의 건축은 경제 수준에 걸맞는 세계적 위상을 갖는 모습으로 더욱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글. 임형남·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