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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 소식 7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2017서울국제건축영화제’ 명예대회장 위촉

대한건축사협회가 6월 5일 ‘2017서울국제건축영화제(이하 건축영화제, SIAFF)’의 성공적 행사개최를 위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건축영화제 명예대회장으로 위촉했다. 박원순 시장은 “건축사협회와 손을 잡고 건축영화제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영화제가 되도록 돕겠다”며 “영화제로 한국의 건축·문화를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2017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9월 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총 4차례의 상영회를 가진다. ▲ 1차 상영회는 9월 5∼10일 서울역사박물관 ▲ 2차 상영회는 9월 11∼17일 아트하우스 모모 ▲ 서울시 상영회는 9월 22∼24일 마포문화비축공원 ▲ 3차 상영회는 11월 16∼17일 한국건축산업대전 기간 중 코엑스에서 열린다.

 

정동영 국토교통위원-건축사협회 간담회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가 6월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동영 의원(국민의당)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정동영 의원이 발의한 공공발주 건축설계·감리 ‘적정 대가지급’ 의무화 내용의 ‘건축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자리를 가졌다. 조충기 사협 회장은 “건축물 품질과 국민안전권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사협은 불공정계약 개선, 건축서비스산업 육성 토대를 마련키 위한 R&D지원, 국내 건축사사무소와 외국 건축사사무소 차별문제 등 업계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정동영 의원은 “앞으로도 건축사업계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며 문제해결을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들과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17 대한건축사협회 임직원 문화체육행사

협회 임직원 간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6월 9일 경기도 과천시 청계산 일원에서 ‘2017년도 임직원 문화체육행사’를 개최했다. 피구대회 등 체육행사와 단합행사 등으로 임직원 상호 의사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건축사 업무범위와 대가기준 개선안 마련 간담회’ 개최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는 6월 13일 건축사회관 2층 회의실에서 ‘건축사 업무범위와 대가기준 개선안 마련 간담회’를 가졌다. 건축설계와 감리, 프로젝트 관리, 계약 등 건축사사무소 업무에 필요한 법규와 업무 절차 등을 조사·분석한 건축실무 매뉴얼 마련을 위한 것으로 실무에서 적용하기 쉽고 회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매뉴얼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설계 시 적용해야 할 여러 인증 요소를 적절하게 선택해 합리적으로 배치하고 총괄해야 하는 건축사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건축물의 다양한 인증제도에 따른 업무 및 대가 기준이 장기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과 계획설계와 가설계를 무료로 제공하는 업계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충기 본협 회장, 전문직자격제도 연구회·국회사회공헌포럼 주관 세미나
‘국가경쟁력과 건축의 역할’ 주제발표

조충기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6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9회의실에서 개최된 ‘전문직자격사제도 발전 방안’ 세미나에서 건축서비스산업의 해외진출 방안과 건축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윤영석 국회의원과 이철희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전문직자격제도 연구회와 국회 사회공헌포럼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업과 업무 방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건축사를 비롯한 전문직 자격사의 해외 진출과 일자리 창출 방안이 논의됐다.

 

2017 한국건축산업대전 전시설명회

대한건축사협회는 6월 27일 건축사회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2017 한국건축산업대전(이하 산업대전) 전시설명회’를 개최했다. 올해 산업대전은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8,010제곱미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건축지도자대회, 녹색건축한마당, 건축사실무교육 등 여러 동시행사가 마련돼 건축자재·즐길거리가 보다 풍성해질 전망이다. 특히 ‘건축사 Zone’이 중앙홀에 신설돼 음료와 다과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건축사 회원들은 산업대전, 건축자재 등에 대해 대화도 나누고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이날 전시설명회에는 자재업체 및 관계자 등이 참여해 산업대전 참가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다.

 

건축사와 함께하는 소통의 장 ‘집 365’ 개최

집과 건축에 대해 건축사와 생각을 나누고 집짓기를 배우는 ‘집 365’가 6월 28일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 인재육성위원회와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청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강좌는 집과 건축에 대해 직접체험(말하기, 그리기, 만들기, 나누기)하고 함께 토론하는 참여형 교육으로 진행됐다. ‘집 365’의 첫 날인 6월 28일 강주형 건축사(생각나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의 ‘건축 말하기’ 강의에서는 어린이, 대학생, 교사 등 집과 건축에 관심을 가진 참가자들이 모여 건축사와 건강한 집짓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국 17개 시·도 순회 ‘건축자재정보센터 이용 설명회’ 성황리 개최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가 전국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건축자재 도면표기 방법과 건축자재정보센터 이용 방법 등을 소개하는 ‘건축자재정보센터 설명회’가 매 회 성황을 이뤘다. 5월 31일 서울지역을 시작으로 6월 30일 경상남도까지 협회 회원과 회원사 임직원, 건축자재 생산, 공급업체 관계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서울에서는 신청자 수가 폭주해 7월 5일과 7일까지 설명회 일정을 늘렸다.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제주도에서는 소규모건축물 공사감리와 체크리스트 작성 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건축문화대상·신진건축사대상 심사 시작

한국건축문화대상과 대한민국신진건축사대상의 작품접수가 마감돼 최고의 건축물을 찾기 위한 심사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사회공공부문, 민간부문, 공동주거부문, 일반주거부문으로 3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접수된 준공건축물이 총 100건이다. 계획건축물부문에는 175개 작품이 접수됐다. 대한민국신진건축사대상은 만 45세 이하(’71.5.31생 이후) 건축사를 대상으로, 최종 49명이 접수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과 대한민국신진건축사대상 시상식은 11월 7일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며, 11월 10일까지 건축사회관 로비 및 대강당에 전시될 예정이다. 9월 3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되는 UIA 2017 서울세계건축사대회에서 특별전시로도 진행될 계획이다.

 

대구광역시건축사회, 찾아가는 건축교실 방과 후 프로그램

대구광역시건축사회가 6월 3일 ‘찾아가는 건축교실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방과 후 프로그램은 2014년 대구광역시교육청과 상호협력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건축에 대한 이해증진을 돕기 위한 것으로 올해는 6월 3일(1차), 7월 8일(2차), 8월 12일(3차)에 진행된다.

 

강원도건축사회, 강원도건축사대회 개최

강원도건축사회는 6월 10일 속초에 위치한 종합경기장에서 ‘강원도건축사대회’를 개최했다. 강원도건축사대회는 소속 건축사와 개최지역의 건축직 공무원이 함께 참가하는 행사로 총 7개팀(춘천, 원주, 강릉, 속초, 삼척, 영평정태, 홍천)으로 구성돼 축구, 족구, 계주 등의 경기를 진행했다.

경상남도건축사회, 2017 경남건축사대회 개최

경상남도건축사회는 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경상북도 경주 The K 호텔에서 1박 2일의 일정으로 ‘2017 경남건축사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는 건축자재정보센터 소개 및 시스템 사용방법, 소규모 건축물 공사감리 수행방법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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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Claus 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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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대행건축사의 공정성과 청렴성

Fairness and Integrity of the Examination Architect

Ⅰ. 글의 첫머리에

서울특별시에서는 1999년부터 업무대행건축사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2017년 6월 12일 서울특별시 제11기 업무대행건축사 발대식이 대한건축사협회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1)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석정훈 회장님의 인사말씀과 서울시 박경서 건축기획과장님의 격려사가 있었다. 행사는 청렴이행서약 선서, 업무대행건축사 매뉴얼 설명, 업무대행건축사 청렴교육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제11기에는 모두 343명의 업무대행건축사가 선정되었다. 박경서 과장님은 1999년 서울시에서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할 때 실무자로서 기획에 참여했다. 말하자면 특별검사원제도의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업무대행건축사의 윤리와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특별강의를 했다. 대한건축사협회 자문변호사로 오래 활동했기 때문이다.

건축사가 업무대행건축사로 지정되면 그에 관한 교육을 받고, 곧 바로 임무수행에 들어간다. 건축사는 감리업무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사용승인을 위한 검사업무도 감리하는 것처럼 쉽게 생각할 소지가 있다.2) 때문에 업무대행이 공무원의 직무를 대행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책임도 따르고 징계처분 대상도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건축사들이 특별검사원으로 지정되어 일을 하면서 문제가 되어 징계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 심지어는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주된 사유는 허위로 검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거나, 건축주나 설계 및 감리를 담당했던 건축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허위로 조서작성을 했기 때문이다. 업무처리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경우도 있다.

특별검사원 업무는 검사조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후에 허가권자 또는 상급감독관청, 경찰이나 검찰 등의 수사기관으로부터 감사 또는 수사를 받을 소지가 있다. 업무대행건축사는 자신이 담당하게 될 업무의 성격과 구체적인 임무의 내용, 그리고 만일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을 때 어떠한 법적 책임이 따르는지 상세하게 알아야 한다.

여기에서는 업무대행건축사가 지녀야 할 청렴성에 대해 알아 본다. 특별검사원으로 지정되어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어떠한 직업적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률상 주의의무가 있고, 만일 법령에 위반하면 어떠한 징계처분과 형사책임을 지는지  순차로 살펴보기로 한다.

Ⅱ. 업무대행건축사 제도란 무엇인가?

업무대행건축사제도는 사용승인을 위한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를 그 건축물의 설계자 및 감리자가 아닌 제3의 건축사가 사용검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업무대행제도는 공무원이 직접 처리해야 할 사용검사업무를 건축전문가인 건축사로 하여금 대행하게 함으로써 사용검사업무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함에 있다.3)

건축법 제27조는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의 대행’이라는 제목으로 업무대행건축사제도에 관한 근거를 두고 있다.4) ① 허가권자는 건축법에 따른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사법 제23조에 따라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한 자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업무를 대행하는 자는 현장조사·검사 또는 확인결과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권자에게 서면으로 보고하여야 한다. ③ 허가권자는 제1항에 따른 자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한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업무대행건축사제도는 허가권자의 재량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그 후 전국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업무대행건축사제도 운영에 관한 조례 규정을 개별적으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 법체계는 헌법 – 법률 – 시행령 – 시행규칙 – 조례 순으로 되어 있다. 건축관련 법령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하는 조례가 매우 중요한 실무적 의미를 가진다. 대부분의 건축인허가행정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이 위임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법과 제도의 시행 및 집행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별검사원제도의 시행도 이러한 조례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허가권자는 건축물에 관한 공사완료보고서와 함께 사용승인신청을 받게 되면, 특별검사원이라고 하는 업무대행건축사를 지정받아 허가사항대로 시공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현장에 직접 나가 조사하게 한다.

특별검사원으로부터 사용승인 조사 및 검사조서를 제출받은 다음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적합한지 여부를 검토한다. 허가권자는 사용승인, 신청 반려, 보완요청, 시정조치 들의 필요한 처분을 하게 된다.5)

Ⅲ. 특별검사원의 사용승인 검사업무

특별검사원을 통한 사용승인 검사 및 처리절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건축주는 감리건축사의 공사감리완료보고서를 첨부하여 사용승인신청서를 허가권자에게 제출한다. 허가권자는 신청서 접수 시 사용검사 예정일을 통지한다.

② 자치구는 즉시 인터넷으로 협회에 업무대행건축사 지정요청을 한다. 일괄처리변경이 없는 경우에는 1일 이내, 일괄처리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2일 이내에 한다. 재검사인 경우에는 구청이 업무대행건축사에게 통보한다.

③ 협회에서는 구청으로부터 업무대행건축사 지정요청을 받게 되면 지체 없이 업무대행건축사를 지정하고 해당 업무대행건축사와 자치구에 통보하여야 한다.

④ 업무대행건축사로 지정되면 지정대장에 날인 한 다음 자치구로부터 허가도서를 인수한다. 업무대행건축사는 현장 확인 및 검사를 한 다음 검사조서를 작성하여 자치구에 제출한다. 이때 인수받았던 허가도서를 반환하여야 한다. 허가도서는 공용서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고의로 손상하면 책임을 진다.

⑤ 자치구6)는 건축주에게 검사조서에 의거하여 지체 없이 사용승인서를 교부한다. 위법사항이 적출되었을 경우에는 신청서를 반려한다. 건축주로부터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협회 내에 설치되어 있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다음 자치구 건축과에서 현장조사하여 판정한다. 자치구는 건축주에게 이의제기 시 협회내의 분쟁조정위원회 심의 후 자치구 건축과에서 현장 조사하여 판정한다.

업무대행건축사는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습득한 각종 정보나 자료에 대해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7) 최초 지정된 업무대행건축사는 그 건축물에 대한 사용이 승인될 때까지 자신이 담당한 검사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업무대행건축사가 지적한 사항을 시정한 후에 다시 재검사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허가권자가 직접 해당 업무대행건축사에게 재검사요청서를 보내게 된다.

Ⅳ. 업무대행건축사 지정 해제

업무대행건축사가 검사업무나 재검사업무를 지연하는 등의 불성실한 업무수행을 하는 경우, 건축법 등 관계법령을 자의로 해석하거나 업무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하거나 불필요하게 건축관계자와 분쟁을 야기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임기 중이라도 업무대행건축사 분쟁조정위원회 심의에 의해 지정 해제될 수 있다.

지정해제사유 중 중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 업무대행건축사 본인이 직접 현장조사하지 않고 타인으로 하여금 업무 대행하도록 하는 경우, ② 사용검사 업무지정을 정당한 사유 없이 회피 또는 연기하는 경우, ③ 36시간 이내에 조사검사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④ 최초 조사 시의 지적사항을 완료한 후 재검사 시에 다른 내용을 지적하는 경우, ⑤ 최초 조사 후 제출한 조사 검사서에 지적사항이 있는 경우 재검사 시 당초와 달리 지적내용이 없는 것처럼 기재하는 경우, ⑥ 본인 업무 및 업무대행행위로 건축사법에 의한 행정처분 등을 받은 경우, ⑦ 현장조사 후 사용승인 신청을 취하하도록 유도하는 경우, ⑧ 2회 이상 검사업무를 연기하거나 결과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 ⑨ 업무대행건축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감리자가 자신의 사용승인 업무 중 타 검사원으로 부터 위법내용을 지적 받는 경우, ⑩ 업무대행건축사 업무로 인하여 관계자로부터 부적절한 행위자라고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 등이다.

Ⅴ. 현장조사 및 확인 시 유의사항

업무대행건축사 본인은 반드시 현장에 직접 나가서 건축물에 대한 조사 및 검사, 확인을 하여야 하며, 본인 명의로 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건축사 사무실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조사 및 검사, 확인업무를 대신 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자신의 면허수첩을 직원에게 빌려주고 직원이 건축사인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에는 공문서부정행사죄등에 해당한다. 고령이나 건강상의 이유에서 건축사명의를 대여하고 보수를 받고, 사실상 건축사 업무를 자격 없는 비건축사가 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명의대여책임을 진다.8)

건축물의 현장조사 및 검사를 위하여 현장을 출입하는 경우에는 건축관계자 등에게 건축사 면허수첩 등을 제시함으로써 신분을 명확하게 확인시켜야 한다. 업무대행건축사는 공무원의 직무를 대신 수행하는 것이므로 엄격하게 공무집행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히 이해관계인의 승낙을 받지 않고 건축물에 들어가는 경우 건조물침입죄등의 형사책임을 지게 된다.

업무대행건축사는 건축법 및 관계법령에 근거하여 성실하게 검사함으로써 건축주 및 이해관계인과의 견해 차이 및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여야 한다.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용검사조서의 종합의견란에 의견을 기재하는 경우에는 현장 시공 상황에 대한 사실 여부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보고서는 사실에 입각하여 정확하고 간단명료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위반사항 및 설계도서와 상이한 시공 상황은 상세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설계도서에 표현되지 않거나 불명확하여 위법이 우려되는 사항은 세부적인 시공 상황까지 확인하여 이를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무대행건축사는 처음에 실시하는 건축물 사용검사 때 상세하게 현장을 조사 확인하여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나중에 재검사를 하는 경우 최초 검사 때 누락된 부분이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업무대행건축사는 건축물의 사용검사 과정에서 허가도서와 일치되는 여부만을 판단한다.9) 업무대행건축사가 현장 조사하여 발견된 위반사항은 그 내용만을 기재하여 허가권자에게 제출하고, 위반사항에 대한 보완요구로 시간을 지체한다든지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업무대행자가 마치 허가권자인 것처럼 착각을 하면 안 된다. 최종적인 사용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오직 허가권자만이 가지고 있을 뿐이다. 대행자는 현장에 나가 건축물이 허가된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었는지, 기타 위법사항이 없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 사실조사만 하고 그에 대한 보고를 하는 권한만 가질 뿐이다.

특별검사원은 사용승인신청에 대한 사용승인 가부 등에 관한 의견을 기재하여서는 아니 된다.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허가권자가 현장조사 등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판정하기 때문이다.

Ⅵ. 청렴성과 공정성

업무대행건축사로 지정이 되면 허가권자에게 청렴이행 서약서10)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본인은 업무대행건축사의 업무에 임함에 있어 아래 사항을 준수하고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건축사의 명예를 지키며 공무원 신분으로 청렴 이행하는 것임을 명심하여 건축부조리 척결과 위법 건축물의 방지에 최선을 다 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① 사용검사 업무대행을 수행함에 있어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업무에 임한다. ② 사용검사 업무대행은 지정 받은 즉시 처리하는 등 타 업무에 우선하여 수행함으로써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한다. ③ 업무대행건축사는 공무원신분임을 명심하여 절대로 대리인이 대신 수행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④ 사용검사 대행업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사적인 대가를 받거나 약속을 전제로 업무처리하지 않는다.11) ⑤ 사용검사 대행업무와 관련하여 부당한 업무처리나 물의를 발생시켰을 경우는 즉시 업무대행건축사 자격 취소는 물론 어떠한 처벌도 감수한다.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건축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직업적 윤리가 있다. 건축사윤리의 내용을 규정해 놓은 것이 건축사윤리규약이다. 건축사윤리규약에 규정되어 있는 10가지 사항 중에서 업무대행건축사로 지정된 경우에 적용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건축사는 위촉자의 신임 받는 대리인이며 자기에게 맡겨진 책임과 임무를 양심과 성의로서 수행한다. ② 건축사는 위촉자에게 관하여 업무상의 비밀을 엄수한다. ③ 건축사는 위촉에 관한 보수 이외에 어떠한 금품도 받지 않는다. ④ 건축사는 전문가로서 위촉자와 도급업자 및 납입업자간의 모든 문제를 공평하게 실제적으로 판정한다.

Ⅶ. 징계사유와 징계절차

국토교통부장관은 건축사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건축사징계위원회 의결에 따라 징계를 할 수 있다. 건축사의 징계사유에는 9가지 사항이 있다. 그 중 업무대행건축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다. ① 건축사 윤리선언을 위반한 경우, ② 건축사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 ③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④ 건축사업무를 수행할 때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등이다.

건축사 징계의 종류에는 ① 자격등록취소, ② 2년 이하의 업무정지, ③ 견책 등이 있다. 다만, ①항이나 ②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징계를 할 때 반드시 자격등록 취소를 하여야 한다. 자격등록이 취소되거나 업무가 정지된 사람은 그 취소 또는 정지된 날부터 15일 내에 등록증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반납하여야 한다.

건축사에 대한 징계의결은 국토교통부 징계위원회에서 한다. 위반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의결의 요구를 할 수 없다. 징계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 건축사협회는 건축사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그 증거서류를 첨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해당 건축사의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건축사법 제38조의11 제3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다라 제30조의3에 따른 건축사 징계에 관한 업무를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축사법 시행령 제35조제1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은 법 제38조의11제1항 및 제3항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위임사항에는 법 제30조의3에 따른 건축사 징계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시도건축사징계위원회를 두고 있다.12)

건축사에 대한 징계는 건축사회에서도 할 수 있다. 건축사회에서 하는 징계는 내부징계로서 시도건축사회에서 한다.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은 협회의 정관을 준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정관 이외에 협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만드는 제반 규정을 지켜야 한다. 협회나 건축계의 품위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 건축사는 건축사윤리규약과 윤리선언문을 준수하여야 할 법적 책임을 가진다. 이를 위반하면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 업무대행건축사가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인 경우에는 윤리규약 위반을 이유로 소속 건축사회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정관 제54조는 회원에 대한 징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회원이 협회의 정관 및 제 규정을 위반하였거나 협회 또는 건축계의 품위를 현저하게 손상시킨 경우에는 윤리위원회규정에 의한 절차에 따라 ① 주의, ② 경고, ③ 권리정지, ④ 제명 등의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제54조 제1항).

제명을 받은 자는 5년이 경과한 후에 협회에 입회할 수 있다(제54조 제2항). 제명의 징계를 한 경우에는 협회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만, 이사회의 의결에 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54조 제3항).

징계처분을 받은 자가 그 처분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징계결정서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1회에 한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중앙윤리위원회는 재심청구를 기각하거나, 원처분보다 중하지 아니한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윤리위원회의 회원에 대한 징계는 회원징계결정기준에 정한 바에 따른다.

A건축사회는 B건축사와 C건축사가 업무대행을 하면서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 등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 특별감사를 하였다. 감사결과 업무대행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거나 제공하는 행위는 윤리규정위반이며 건축사의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징계를 요구하였다.

이들의 행위는 대한건축사협회 정관 제54조 및 A건축사회 회칙 제50조 제1항에 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A건축사회 현장조사 검사 및 확인업무의 대행에 관한 규정 제11조 제3항 제9호에 의하여 업무대행자 지정해제 여부도 요청하였다.

A건축사회는 이들 건축사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였다. 그 후 A건축사회는 위 건축사들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 회원제명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제명처분을 받은 B건축사는 결정에 승복하였으나, C건축사는 이에 불복하여 대한건축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Ⅷ. 형사책임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을 위한 현장조사 및 검사 확인업무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을 해주지 않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절차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불법이나 위법 여부를 따져서 허가권자에게 보고함으로써 부실한 사용승인이라는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업무대행건축사는 자신의 검사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건축물의 안전이 보장되고, 무질서한 개발이나 건축을 막을 수 있다.13)

업무대행건축사는 다른 건축사가 설계하고 감리한 건축물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공사가 완료된 다음 건축공무원의 위임을 받아 사용승인을 위한 현장확인 및 조사를 하고 그에 대한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임시 업무를 대행한 것에 대해 나중에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를 받고 형사처벌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업무대행건축사는 비록 신분은 민간인이지만 사용승인에 대한 현장조사 및 확인 검사업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조사 및 확인업무는 기본적으로 건축공무원의 직무범위에 속하는 공적 업무, 즉 공무에 해당한다. 공무원으로부터 공적 업무 및 권한을 위임받아 업무를 대행하는 위치에 있다.

업무를 대행하는 자는 현장조사·검사 또는 확인결과를 허가권자에게 서면으로 보고하여야 한다. 업무대행건축사가 현장조사 검사 또는 확인결과에 대한 보고를 거짓으로 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4)

허가권자는 업무대행건축사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한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만일 이러한 정당한 수수료 이외에 부정한 금품을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받게 되면 뇌물수수죄로 처벌하게 된다. 건축사가 공무원도 아닌데 뇌물죄로 처벌받는 법적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건축법 제105조는 벌칙 적용 시 공무원 의제 규정을 두고 있다. 건축법 제27조에 따라 현장조사 검사 및 확인업무를 대행하는 사람은 비록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2조와 제3조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

업무대행건축사 이외에도 ① 건축위원회 위원, ② 안전영향평가자, ③ 건축자재점검자, ④ 건축지도원, ⑤ 지역건축안전센터 전문인력 등은 역시 뇌물죄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된다. 또한 주택법에 의한 ① 감리업무수행자, ②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위원 등도 이에 해당한다.15)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5년 7월 13일, 서울 시내 19개 구청 공무원 35명을 뇌물수수, 허위공문서작성,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16) A구청의 건축과 팀장인 6급 공무원 B는 구속되었고, 건축사 21명은 뇌물공여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 경찰은 또한 특별검사원 100명을 비리혐의로 조사하였다. 이들은 건축 공사과정에서 발생한 법규위반 사항을 묵인해준 혐의를 받았다.

Ⅸ. 김영란법 적용 여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종래 형법만으로는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직무관련성을 검사가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의하면 공직자가 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금품을 수수하지 않더라도 부정청탁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게 하였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공직자에 그치지 않고,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공무수행사인도 해당된다. 공무수행사인이라 함은 각종 법령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의 공직자등이 아닌 위원, 권한을 위임 위탁받은 법인 단체 개인 등을 말한다.

현장조사 검사 및 확인업무를 대행하는 건축사, 허가권자가 지정하여 공사감리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 건축지도원으로 활동하는 건축사는 법령상 공공기관인 건축허가권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므로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한다. 업무대행건축사는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의 권한을 위임받은 개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법 제5조는,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ㆍ판정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평가 또는 판정하게 하거나 결과를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에 관하여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업무대행건축사가 부정한 청탁을 받았을 때에는 부정청탁을 한 자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여야 한다. 업무대행건축사가 동일한 부정청탁을 다시 받은 경우에는 이를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 업무대행건축사의 경우 소속기관장은 허가권자를 의미한다. 서울의 경우 구청장이다.

제8조는 ‘누구든지 공직자등에게 또는 그 공직자등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등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 표시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대행건축사는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ㆍ후원ㆍ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또한 업무대행건축사는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위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업무대행건축사의 배우자는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공직자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Ⅹ. 글을 맺으며

업무대행건축사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공정성과 청렴성이다. 공무원이 해야 할 현장조사, 검사 및 확인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법령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수수료 이외에 어떠한 명목이든지 건축주 또는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된다.

업무대행건축사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18년이 된다. 그동안 업무대행건축사제도는 사용승인절차에 있어서 건축사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신속하게 사용승인을 해줌으로써 사회적으로 기여한 바가 많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부 건축사들이 윤리규약을 어기고 심지어는 금품을 수수하고 불법을 눈감아주는 등의 그릇된 행태를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불신도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업무대행건축사가 그야말로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검사업무를 대행하고 정확하게 보고서를 작성하며 건축주 기타 이해관계인들의 부정한 청탁을 받지 않고 의연한 자세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1) 서울특별시 제1기 업무대행건축사 발대식은 1999년 9월 10일 거행되었다. 이때 선발 인원은 145명이었다.

2) 설계자보다는 감리자를 상대로 건축주가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공사업자가 제대로 시공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추궁하면서 감리자가 원칙대로 감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공상의 잘못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감리자는 상주감리가 아니고, 감리비도 얼마 받지 못했다고 억울해 하지만, 완벽하게 감리를 했다고 증명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3) 이 제도는 건축법 제27조, 서울특별시 건축조례 제19조 등의 규정에 근거하여 시행되고 있다.

4) 사용승인신청이 있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허가권자는 현장에 대한 조사, 검사 및 확인업무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공무원의 업무를 건축사에게 대행시키는 제도가 바로 특별검사원제도이다.

5)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은 허가권자가 하는 행정처분이다. 이러한 사용승인 또는 사용승인거부처분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인이 행정심판절차를 거쳐서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그러나 특별검사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이의신청을 하거나 소송을 할 수는 없다. 다만, 특별검사원의 업무집행과정에서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거나 부당한 사항이 있으면 허가권자 또는 건축사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6) 구가 있는 경우에는 자치구에서 특별검사원 지정요청을 한다. 그러나 자치구가 없는 경우에는 시나 군에서 직접 지정요청을 하게 된다.

7) 건축사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에는 징계사유가 된다. 날이 갈수록 전문가에 의한 직무상 비밀누설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다.

8) 건축사 명의대여 문제는 예전부터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비건축사인 사람이 건축사 명의를 빌려 사무실을 차리고 실제 모는 설계 및 인허가업무를 다 처리하고 건축사는 출근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문제가 되면 건축사는 벌금과 같은 형사처벌을 받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징계를 받아 자격등록이 취소된다. 물론 명의를 빌려 건축사업무를 했던 사람도 벌금을 받는다. 이런 경우 비건축사는 자격등록이 취소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모든 법적 문제를 명의를 빌려준 건축사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방관자의 입장을 취한다. 그리고 사업상의 모든 세금문제도 명의자인 건축사가 책임져야 한다.

9) 특별검사원은 현장에 나가 있는 그대로 확인하고 검사한 다음 검사조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된다. 보완요구를 하거나 사용승인 여부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여서는 안 된다.

10) 청렴이행 서약서 자체의 법적 효력은 크지 않다. 다만 이러한 서약서를 통해서 업무대행건축사가 지켜야 할 법적 윤리적 의무를 환기시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일반 감리업무를 담당하는 경우와 달리 특별검사원으로 지정되면, ① 공무원신분으로서의 청렴성, ② 건축사로서의 직업적 공정성, ③ 건축물안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

11) 건축사는 공무원이 아니고 민간인이기 때문에 평소에 의뢰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설계와 감리를 할 때에는 청렴성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처리하는 사적 업무에 대한 적정한 보수만 받고, 그에 대해 계약상의 의무만 다 하면 된다. 그리고 세금만 제대로 내면 특별한 문제가 없게 된다. 그 때문에 건축사가 건축주로부터 향응을 받거나 선물을 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물론 순수하게 대접을 받는 것은 좋지만 다른 명목으로 돈을 받으면 안 된다. 예를 들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다고 건축주로부터 돈을 받으면 그 자체로 변호사법위반범죄가 된다. 업무대행건축사로 지정되면 해당 업무는 공무원의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므로 공정성과 청렴성이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12)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건축사 징계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은 시도지사는 특별시 광역시 도 또는 특별자치도에 두는 건축사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건축사를 징계한다(건축사법 시행령 제35조의2 제1항 참조).

13)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사람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게 되는 경우, 건축에 관련된 사람들은 대부분 형사입건되어 조사를 받게 된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특별검사원, 허가청의 공무원 등이 수사대상이 된다. 고의 또는 과실로 안전사고에 원인이 되는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14) 업무대행건축사는 부정한 금품을 받게 되면 뇌물수수죄로 처벌된다. 그 이유는 임시로 공무원의 신분을 가지는 것으로 법에 의해 의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무대행건축사가 작성하여 허가권자에게 제출하는 보고서는 그 자체가 공문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서류는 사문서에 해당한다. 사문서의 경우에는 명의를 도용하면 사문서위조죄로 형사처벌한다. 그 내용이 거짓이나 허위인 경우에는 비록 고의로 작성하였다고 해도 허위사문서작성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문서의 경우에는 그 내용이 허위이면 그 자체로 허위공문서작성죄가 되는 것과 다르다. 따라서 법은 업무대행건축사가 현장조사 검사 또는 확인결과에 대한 보고를 거짓으로 하는 경우에는 별도로 그러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범죄구성요건을 두고 있는 것이다.

15) 법에 의해서 특별히 뇌물죄에 관해서 공무원신분으로 의제되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로 공사의 임직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16) 일반적인 사건 수사는 주로 일선 경찰서에서 한다. 지방경찰청에서 하는 수사는 광역수사로서 주로 기획수사를 한다. 서울에 있는 구청이 모두 25개나 되므로 전체적으로 업무대행과 관련한 구조적인 비리를 동시에 수사하기 위해 서울경찰청에서 수사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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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메트릭 디자인에 관하여

Parametric Design and Its Implication in Design Practice

로버트 카파(Robert Capa)는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기 시작한 해인 1936년에 공화파 알코이 민병대원 페데리코 가르시아(Federico Borrell García)의 전사 장면을 촬영하여 사진작가로서 큰 명성을 얻었다. 이 사진은 포토저널리즘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라는 그의 말처럼 이 사진은 병사의 죽음의 순간을 생생히 전달한다. 그는 《라이프》지의 요청을 받고 1954년 베트남으로 건너가, ‘쓰디쓴 쌀’이라는 제목으로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취재기를 쓰려했으나, 5월 25일 오후 2시 55분, 프랑스 군의 행군을 취재하다 지뢰를 밟아 사망하였고, 그의 사망을 확인한 프랑스 군 베트남인 장교는 “사진기자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죽는 순간에도 카메라를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

“사진찍기는 숨을 참는 것이다. 그 순간 모든 기능을 집중해 언제 사라질지 모를 리얼리티를 포착한다. 정확하게 그때가 이미지 하나를 완성함으로써 몸과 마음에 엄청난 희열을 주는 순간이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y Cartier Bresson)

브레송의 위 명언처럼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하여 작가는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결정적 순간에 셔터를 눌러야 한다.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된 현재에도 사진 찍기에 대한 브레송의 정의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극히 일부 전문가는 아직도 사용하지만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의 시대는 지나간 것이 사실이다. 훌륭한 예술 작품은 그것이 사진이든 건축이든 영감과 노력, 그리고 결정적 시기를 필요로 한다. 슬라이드 필름의 가격이 만만찮던 학생 시절, 건축 사진 촬영은 나름 신중한 결정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특히 자료 수집을 위한 촬영의 경우 한정된 필름을 가지고 꼭 필요한 촬영만을 해야 했다. 따라서 즉흥적인 영감에 따라 촬영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대개의 경우 건물 전체의 모습을 정돈된 프레임에 넣어서 ‘경제적인’ 사진을 찍었다. 필름이라는 자원의 유한성은 결국 창발성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필름 카메라의 경우 필름의 현상과 사진 인화에 촬영자가 관여할 수 없었다. 대개 현상을 맡기면서 촬영자가 할 수 있는 관여는 “잘 뽑아 주세요”와 같은 사회적인 멘트이고 경우에 따라서 노출을 좀 더 세게 해달라는 준기술적인 그러나 추상적인 주문이었다. 보다 정량적인 관여는 사람의 숫자에 따라서 사진을 뽑아달라는 주문이었다. 물론 사람의 숫자에 맞추는 것은 수작업에 의한 것으로 그것이 정확히 수행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상소 주인의 능력에 달려있었다고 할 것이다. 필름카메라를 이용하여 사진촬영을 할 경우 대개 뷰파인더를 통해 본 피사체와 풍경은 촬영자의 심상에 이상적인 사진의 이미지로 자리잡고 그는 그 이미지가 그대로 인화되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결과물은 항상 기대와는 다르게 나온다. 인화되어 나온 사진은 촬영 기술의 부족으로 초점이 맞지 않거나 노출이나 콘트라스트가 적절하지 않는 것은 다반사이다. 대개의 경우 구도나, 심지어 수평도 맞지 않아서 촬영자가 상상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다음 사진은 잘 찍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물론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상상하는 이미지와 인화된 사진 속 이미지와의 간극은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재능과 노력에 의해 큰 차이가 날 것이며 그러한 간극을 0로 수렴할 수 있는 사람을 훌륭한 작가나 예술가라고 할 것이다. 필름 카메라 시대의 사진 촬영과 인화의 상황에서 촬영자를 건축사로 현상소 주인을 시공자로 치환해보면 디지털 시대 이전의 건축설계 및 생산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건축사가 설계과정에서 상상하는 이상적인 건축물과 설계의 결과물 간의 차이, 그리고 그것이 시공과정에서 변형되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생산 프로세스에 건축사가 제대로 관여할 수 없는 예전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관여의 방식은 정량적이거나 객관적이기보다는 관례적이고 추상적이며 주관적인 경우가 허다했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러한 사진 촬영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저렴한 그리고 편리한 디지털 매체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신중을 기하는 방식에서 촬영자를 해방시킨다. 따라서 촬영자는 융단폭격식의 사진촬영을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셔터를 누르기 전에 구도와 이미지의 디테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셔터를 눌러서 나오는 이미지 중에서 (의외로) 잘 나온 이미지를 고르면 되는 것이다. 디지털카메라 자체가 훌륭한 사진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매체의 유연성은 융단폭격식의 사진 촬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자원의 유한성에서 해방되면 촬영자는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치 못하던, 평소의 자신의 사진 촬영 실력으로는 기대하지 못하던 작품성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뷰파인더를 통해 보면서 촬영자가 상상하는 이미지가 그대로 디지털 이미지로 나오진 않는다. 초점, 구도, 노출, 시간 등의 파라미터를 조절하지 않는 한 무한히 찍어봐야 좋은 사진이 나올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무한히 생성된 이미지 중에서 의외의 샷을 건지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것은 소위 센서의 크기나 카메라의 물리적 성능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본질적인 속성이다. 디지털 도구 자체가 훌륭한 작품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이다. 초기 디지털 건축도 이러한 매체의 유연성 혹은 비물질성에 매료되었으며 매체의 역동성과 무한생성 가능성을 통해 새로운 건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대개 이러한 시도는 실험적이거나 단순히 탐미적이었으며 실제 건축과의 괴리가 컸다. 또한 애니메이션이나 알고리즘적 치환 변형에 의한 형태 생성이 일견 형태 언어의 지평을 여는 것처럼 보여도 어느덧 그것은 결국 뻔한 결과물로 수렴되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었다.

흔히 포토샵으로 통칭되는 디지털 이미징 기술의 대중화는 후보정이라고 하는 요소를 이러한 프로세스에 등장시켰고 노출이나 색상과 같은 핵심적인 파라미터를 보정하여 이미 촬영한 사진의 품질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픽셀 수준의 보정과 필터 효과들을 적용하여 사진의 유용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감쪽같이 원본 사진을 수정하여 사진에 담긴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 최신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에 장착된 일렉트로닉 뷰파인더(Electronic View Finder: EVF)는 이러한 프로세스에 또다시 변혁을 가져온다. 일렉트로닉 뷰파인더는 ‘보이는 것이 얻게 될 이미지(What you see is what you get)’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광학적 뷰파인더와 이미지센서가 분리된 기존 DSLR과는 달리 미러리스 카메라의 일렉트로닉 뷰파인더를 통해 촬영자가 보는 이미지는 이미 센서에 의해서 감지되고 이미지 프로세서에 의해 가공된 이미지이다. 촬영자가 조절하는 이미지 파라미터에 의한 변화는 즉시 프로세서에 가공되어 뷰파인더에 나타나므로 촬영자는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미 어떠한 이미지를 얻을 것인지를 정확히 예측, 즉 미리보기를 할 수 있다. 촬영자는 비로소 착상과 슈팅을 넘어서 사진 제작 프로세스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

건축설계 분야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시대이다. 작년에 작고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는 곡선의 여왕, 혹은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여제로 불렸다. 외계인에게서나 건축을 배운 듯한 경이롭고 감각적인 형상은 새로운 국제주의 양식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여성들의 명품 가방처럼 세계의 주요 대도시는 자하 하디드의 건물 하나쯤은 가져야 면목이 선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어느새 비정형 설계와 동일한 용어로 취급 받지만 갑자기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쉽게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성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재 두 번째 기고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다루게 된 것은 모처에서의 강연 후 받은 이런 의외의 질문에 기인한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핵심은 원형(type)과 개체(instance)이라는 객체지향적(object-oriented)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특정한 디테일의 차이가 사라지면 공통된 특성만 남게 되는데 이를 원형이라고 한다. 집안의 친척들이 서로 닮은 것은 서로가 공유하는 공통된 특성(feature)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나이가 들면 형제 사촌은 물론 세대 간에도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닮은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노화와 함께 디테일이 무디어지면서 공통 특성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고령의 노인들은 친척이 아니라도 그분이 그분 같아진다. 심지어는 남녀구분도 의미없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는 인종 또는 인류 공통의 특성만 남고 나머지의 디테일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친척을 특징짓는 특성은 눈.코.입이 얼굴의 어디에 어떤 각도로 어떤 간격으로 서로 관계를 맺는 지를 정의한 범위 내에서 개별적 파라미터의 조정에 의해 개인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정 타입은 특별한 설계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오랜 반복에 의해 정의된 유형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를 어떤 경우에는 설계유형, 혹은 디자인 프로토타입이라고도 한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설계의 원형과 변종이라는 틀에서 어떤 설계 문제에 대응하는 부재나 공간의 형상을 구성하는 원리와 관계 조건을 정의하는 것이다. 즉, 어떤 형상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형상의 원리를 입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계를 한다는 것은 어떤 부재나 공간의 치수나 크기, 수량이 하나의 결과적 형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대지나 환경, 다른 부재나 공간과 어떠한 원리로 구성되는지에 대한 관계식을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하나의 요소에 변경이 발생하드라도 전체를 다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가 전체 시스템에 자동으로 파급확산(propagation)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 퍼포먼스 예술가인 시다 미요코(Miyoko Shida)의 행위예술을 유튜브 채널에서라도 한번 감상하길 권한다. 그의 밸런스(Sanddornbalance)라는 제목의 공연은 약 7분간 진행되는데 나뭇가지와 새 깃털 등을 활용해 조형물을 만들어 낸다. 그는 일종의 모빌처럼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하나하나 가지들을 놓아가면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그저 균형을 잡아가면서 미지의 완성품을 향해가는 조형물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상호작용하는 부재들로 구성된다. 퍼포먼스의 마지막에 시다는 가지 하나를 허공으로 쓱 뽑아버리고 구조물은 순식간에 허공에서 무너져내린다. 관객들은 비로소 가지 하나하나가 필수불가결의 요소로서 서로 연계되어있고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전체 구조(system)를 결정 짓는 관계(relation)와 제약 조건(constraints)이 속성으로 내재되어 있고, 파라미터를 조절하여 그 구조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무한한 이종변형(variation)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원리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꼭 디지털 도구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가우디(Gaudi)는 구엘 교회의 볼트(vault)를 설계하기 위하여 무수한 모래주머니를 매단 현수선들을 이용하였다. 그가 원하는 자연의 신에 접근하기 위하여 작은 모래주머니들을 옮겨 달아보면서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최적의 현수곡선의 역상을 설계에 응용하였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현대 컴퓨팅 기술의 발전에 의해선 본격적인 힘을 발하게 된다.

이러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비정형 설계,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일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설계의 전 과정에 얼마나 무수한 변경이 필요한지를 고려해보시라. 그리고 그러한 변경에 대응하여 자동으로 대응하는 설계물이 제공하는 생산성을 가늠해보시라. 파라메트릭 디자인 시스템은 어떤 설계 문제에 대한 형상적 해법이 설계지식으로서 인코딩(encoding)되어있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에 대해서도 파라미터의 변경에 의해 쉽게 재사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양산된 변종들은 동종유사의 성격을 가지고 공통된 원형을 가지는 개체들이 된다. NURBS와 고성능 솔리드 엔진의 지원을 받지 않는 과거의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변종들 간의 유사성을 식별하기가 쉬었지만 최근 파라메트릭 디자인 기술의 발전은 파라메트릭 변종의 유사성 인지가 어려울정도로 디테일 수준에서의 변종 양산이 가능하다. 3D 프린팅과 CNC 가공으로 구성되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생산단계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설계에 의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작게는 단위 부품, 커튼월 부재에서부터 건물의 구조, 그리고 구체적인 건물 시스템 전체로 지식화될 수 있다. 작은 단위에서는 이러한 설계지식을 자동화에 연동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건축사의 건축설계 수법이 지식기반 파라메트릭 시스템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건축사가 관여하지 않아도 다른 대지, 다른 조건의 프로젝트에서도 설계 자동화가 가능할 것이다.

현대건축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대부분 비정형 설계와 결부되어 설명되지만 결국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가능성은 데이터에 의해 진행되는 성능지향적 설계에 있다. 성능지향적 설계라는 어휘는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건축설계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건축사의 주관이나 취향, 혹은 추측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한 설계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현재 빅데이터 분석능력과 파라메트릭 디자인에 힘입은 바 크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형태의 문제에서 시작하지만 성능의 문제로 진화한다. 즉 파라미터의 범위는 단순히 형태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성능과 결부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전통적인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즉 파라메트릭 디자인 시스템으로서의 설계안은 처음에는 그 형상이 어떠한 물리적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하여 시뮬레이션 도구에 형상데이터를 전송하여 성능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후 그 결과에 따라 형상을 변경할 수 있다. 이 때 설계자는 그 결과에 따라 형상을 변경하며 파라메트릭 시스템은 그 변경이 전체적인 구조이든 부분적인 디테일이든 효율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설계안이 현재의 타입의 변형에 의해서는 더 이상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새로운 파라메트릭 시스템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설계프로세스 모델은 성능과 형상이 파라메트릭 시스템으로 연결되었을 경우 강력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즉 설계자가 매뉴얼하게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설계 시스템이 성능을 시뮬레이션하고 그에 따라 형상이 연동되어 반응하는 자기진화적 시스템이다. 이러한 성능 시뮬레이션과 형상변동의 연동이 조직화면 최적의 형상을 찾아가는 자기진화적인 시스템은 경우에 따라 유전자 알고리즘과 결합한 진화시스템이 될 수도 있고 기계학습과 같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차용된 설계환경은 ‘형태의 설계-성능 시뮬레이션-형태의 재설계’라는 사이클이 아니라 설계자가 원하는 성능에 따라 최적의 형태가 생성되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파라메트릭 디자인 설계안이 있다고 할 때 일조 시뮬레이션을 거쳐서 충분한 일조량이 나오지 않을 경우를 보자. 첫 단계는 설계안을 다시 수정하여 일조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사이클이었다. 기계학습이나 진화알고리즘이 결합된 시스템은 파라메트릭 시스템 타입에서 변형 가능한 설계안의 개체를 무한히 생성하면서 목표한 일조량에 적합한 최적안이 나올 때까지 파라메트릭 시스템의 조작이 자동으로 가해지는 단계이다. 이 시스템이 발전되면 그러한 과정은 설계도구의 백그라운드에서 일어나고 설계자는 그저 원하는 성능을 전자레인지 다루듯이 슬라이드바를 조작하면 최적형상이 그에 대응하여 생성되게 될 것이다. 공상과학만화 같은 이야기라고? 지금의 BIM 설계도구나 파라메트릭 설계도구의 기능들은 전혀 새로운 것들이 아니라 20년 전에도 이미 대학 실험실에서 제안되고 구현되었던 것들이었다. 다만 컴퓨터의 성능과 산업계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상용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이러한 시스템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성능과 결부된 파라메트릭 디자인 시스템이 설계자에게만 강력한 도구가 아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용자에게도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설계단계에서의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가상현실 기술과 결합된 설계 프리뷰 환경에 참여한 사용자는 단지내 산책로의 경관과 바람의 세기를 시각적으로 혹은 다차원적인 감각으로 경험하면서 설계안에 대한 의견을 바로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 휘트니스 시설의 거리 혹은 어린이집의 위치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은 직접적인 의견 개진이 아니더라고 다수의 참여자의 동선이나 간접적인 체감도를 측정함으로써 시설의 설계 조정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건축물 성능의 오류에 대해서 사용자가 적응하는 구조, 그리고 건축물의 성능의 평가는 거주후평가(POE)라는 방식을 취해왔던 특성을 바꾸게 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건축설계는 과거에도 파라메트릭한 작업이었다. 다만 건축사들이 사용한 파라미터는 화학적인 파라미터였다고 할 수 있다. 좋은 건축물이 되기 위해서는 ‘영감, 노력, 장인정신, 철야작업, 장소의 령 … 과 같은 요소들을 투입하면 좋은 건축물이 나온다’라는 식의 비의적인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다. 훌륭한 건축사가 되기 위해선 건축학도 시절에 여행, 독서, 음주, 밤샘 작업, 좋은 스승, 쓰디쓴 경험 따위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의 화학적 파라메트릭 설계 교육 시스템이다. 이는 사랑의 묘약에 대한 레서피 만큼이나 비의적이다.

디지털 파라메트릭디자인은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건축설계 자동화라는 멋진, 그러나 건축사들에게 꼭 반갑지만은 않은 미래를 제시한다. 이미 주택설계자동화 시스템을 서비스하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수한 품질의 프리패브 시스템과 유통망이 결합되면 이는 적어도 주거건축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징후는 불행히도 건축계가 아닌 가구회사나 문구유통업체에서 선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은 그저 그런 실력으로 소위 집장사 주택을 양산하던 일부 허가방 건축사들의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의 도래가 대다수의 창의적인 건축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하고 고품질의 주택 상품 시대에 건축사가 지식산업화된 건축시장에서 보다 다채롭게 활약하는 시대를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글. 김성아  Kim, Sung-Ah ┃ 성균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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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응한 설계

Design for a changing climate

지속가능 도시와 건축계획

  1. 지속가능성의 이론과 과학
  2. 도시건축 자원
  3. 지속가능성과 건축설계
  4. 지속가능성과 도시설계
  5. 새로운 동향과 설계자의 역할

지속가능 도시와 건축에 대한 본 연재는 ‘Rough Guide of Sustainability, A Design primer’의 책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기술함을 밝힌다. 이 책은 2001년에 영국왕립건축가협회에서 초판을 찍고 2014년 4판 개정판을 출판하는 인기있는 녹색건축에 대한 전문서적이다. 이 책은 도시설계와 건축설계자를 위한 디자인가이드로서 성격을 지닌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깊지 않은 넓은 지식을 전달하고자 출판되었다. 저자인 Brian Edwards는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로 있으며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등 녹색건축에 대한 저술과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있다.

 

건축설계와 자연

건축설계는 환경을 시각화, 형태화 하는 행위이다. 또한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쁨을 준다. 자연은 복합적이고 다양성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자연생태계는 오래전부터 건축설계의 모델로 사용되어 왔다. 최근들어 황폐한 도시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생태건축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자연은 자연에서 배움, 자연을 모방한 설계 방법론, 자연이 주는 효과 현상, 생태적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연의 이용 등 네가지 방식으로 건축설계에 유용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순환계인 자연을 모델로 삼은 건축은 재사용, 재활용, 재활성화돼야 한다. 자연은 최소의 자원과 최대의 재활용으로 최대의 풍부함과 복합성을 만든다. 생태건축의 열쇠는 설계이다. 설계자는 처음부터 분리 또는 해체를 고려하여 미래에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흔히 도시는 오염되고 분열적이다. 반면 생태계는 풍부함과 다양성을 만들고 건강과 생물학적으로 자연자산을 증가시킨다. 생태적 구조는 최악의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자연에서 사용된 형태, 구성, 배열, 재료 등은 지속가능한 것들이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는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생태건축의 방법론이 되고 있다. 자연은 건축물에서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것과 같은 실용적인 효과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정신적 효과를 제공한다. 아트리움은 건축물에 자연을 가져오는 전통적인 방법으로서 건축에 자연의 생명을 불어넣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적 설계와 생태적 설계사이에 상호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 에너지 효율을 위한 유리섬유는 자연과 인간에게는 좋지않다. 중요한 점은 에너지, 생태와 같은 주제들이 하나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더 깊게 환경적으로 대응하는 것이고 에너지 문제를 넘어서는 윤리적 건축을 위한 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설계

2050년에 세계 평균기온은 1900년도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패턴이 변화되어 도시와 건축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설계에 적용해야 하는 세가지 원칙이 있다. 즉, 이산화탄소배출은 유지관리, 에너지효율성을 통해 감소시키고 처음부터 설계기준(단열성능 등)을 높게 하며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건축물이 살아남을 것이다. 건축물도 적응(Adaptation)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완화(Mitigation)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건축에서의 적응성은 구조, 재료, 설비와 관련되어 있고 용도와 시간과 기후변화에 따라 요구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녹색건축-21세기 건축패러다임

경제적 성장과 도시의 발전은 환경과의 균형을 깨고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후퇴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적게 소비하고 적게 쓰레기 배출을 하는 ‘생태경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1992년 리우지구정상회담 이후 정치인과 지식인 사이에서 기술의 혁신과 사회적 평등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다. 즉, 도시의 생태, 세계환경, 자원부족 등이 폭넓게 다루게 되었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안건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초기의 녹색건축은 에너지 차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저에너지설계가 반드시 훌륭한 건축은 아니다. 예술성과 생태적설계원리가 충분히 복합적으로 통합된 건축이 아름다운 것이다. 예술성과 환경과의 갈등은 빌딩의 타입, 기후, 국가의 지역적 건축양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여러 가지 환경문제는 지금까지 기술적 해결책에 의존해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미래의 건축물 판단기준에는 사회적, 기술적, 문화적 지속성과 함께 생태적 지속성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다. 오늘날 세계화에 의한 같은기술, 같은재료로 획일적 경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비록 환경적인 설계기준과 기술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생태설계기초가 된다하더라도 지역별로 문화적, 사회적, 생태적 설계는 에너지절약 설계의 표준화와 완전히 다른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새로운 설계 프로세스

지속가능한 설계를 위한 네가지 프로세스가 있다.

․ 문제의 정의 : 녹색건축이 갖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 문제의 공유 : 지속가능한 설계는 공동작업이 필수적이다. 설계과정에 건축주와 엔지니어, 사용자들의 참여를 통해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 혁신 : 문제를 풀 수 있을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은 기존의 기술을 대체하는 방법과 기존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방법이 있는데 설계자는 대부분 첫 번째 혁신을 할 것이다.

․ 관리 : 건축주와 사용자는 건축물의 생애주기비용(LCC)에 책임이 있다. 즉 좋은 건축이 가진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건축물로 관리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술은 녹색건축의 미래에 열쇠를 가지고 있다. 녹색건축은 태양광전지, 인공지능 파사드, 숨쉬는 벽체, 열용량, 재활용 건축재료 등에 빠르게 적응해 왔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새로운 사고, 새로운 기술, 대안적 기술, 오래된 기술의 부활 등을 가져온다. 새로운 관점이 하나 있는데 건강한 건축물이 더 생산적이라는 인식이다. 설계자가 만든 물리적 환경은 인간에게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녹색건축은 단순히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활발식을 촉진하고 사회적 통합을 지향한다. 최근의 녹색건축은 세가지 E(Energy, Environment, Ecology)가 지속가능성을 이끄는 원칙에 의존하고 있다. 녹색건축은 에너지문제를 넘어 생태시스템을 도입하여 보다 풍부하고 아름다운 건축을 만들 수 있다. 즉 생태설계는 에너지효율성에 문화적 풍부함을 더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녹색건축은 지속가능한 교통과 도시기반시설부터 건축재료의 표면처리 기술까지 모두 포괄한다. 도시와 건축의 모든 요소와 재료는 녹색건축의 규범을 지켜야 한다. 여기서 경계할 것은 녹색건축이 생태설계원리에 충실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생태요소기술만을 적용한 일반건축물이 되는 경우이다.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첨단기술과 오래된 기술의 균형과 자연재료와 인공재료의 통합에 있다. 이러한 기술의 혼합은 기후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설계는 공간계획, 단면, 기술과 재료의 선택, 여러 요소들의 구성에 대한 설계이다. 하지만 쉬운일이 아니며 기술적으로 실패 할 가능성, 공사비 증가 가능성 등 설계자로서 위험이 있다. 프로그램, 형태, 기술 사이의 상호작용은 설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설계자는 건축의 수명을 결정하는 환경적 영향의 80%는 설계단계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기술은 과학과 독창성, 디자인의 혼합이고 설계자는 여기에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녹색건축의 진정한 목표는 더 생태적으로 접근하여 기능과 기술의 단순한 결합을 넘어 건축물 내부에 생태계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21세기 도시와 건축은 생태 이상향이 될 것이다.

에너지 기술

설계자에게 에너지 기술은 두가지 타입 즉, 새로운 에너지생산과 기존에너지 효율향상으로 나누어진다. 전자는 재생에너지, 후자는 기존의 에너지를 효율향상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에너지 효율성 증대에 열중한 반면 오늘날은 점차 태양광, 지열, 풍력 등의 에너지 발전에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국가 에너지 공급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에너지 소비와 지구온난화 문제는 다섯가지 주요 방법으로 해결 가능하다.

①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

② 기존 에너지 기술과 자원의 효율향상

③ 인간의 인식, 태도, 행동의 변화

④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는 가격 메카니즘과 국제협약

⑤ 도시 및 건축의 생태적 설계

지역의 풍토건축은 녹색건축에 많은 교훈을 준다. 풍토건축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지역자원으로부터 얻는다. 지역의 기후에 맞는 설계의 방향과 목표, 건축의 향, 형태, 재료, 창문위치 등은 에너지를 고려하여 결정된다. 풍토건축물은 지역적인 자원을 건축재료로 사용한다. 재료의 형태, 크기, 무게, 운송방법과 조달의 용이성이 고려되었고 이 과정에서 자원의 재활용은 너무도 합리적이고 당연한 선택이었다. 지역건축이 갖는 독특한 양식과 패턴은 지역의 풍토와 기후환경에 대응하여 발전했다. 건축디테일, 장식적 요소 등은 지역적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유용한다. 지역적 다양성을 잇는 풍토건축은 건축의 세계화에 반대되는 건축의 지역화를 추구하는 녹색건축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건축물 성능지표와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은 건축이 지향해야 하는 여러 특징 중 하나이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품질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버트루비우스 삼각형에 나타는 견고성, 유용성, 아름다움의 3원칙은 설계성능지표와 지속가능성에 사용된 현대식 삼각형과 유사하다. 오늘날 선택된 재료나 에너지시스템이 미래에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므로 영국 친환경 건물인증제도(BREEAM)이나 미국 친환경건물 인증제도(LEED)와 같은 평가수단을 통해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생애주기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의 환경평가를 위해 설계 시작단계부터 이해 당사자들을 참여시키는게 중요하다. 만약 환경적 목표가 설계 처음부터 포함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즉 녹색건축설계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 이해 당사자인 설계자, 건축주, 이용자, 인허가 당국, 시공자, 엔지니어 등이 처음부터 참여해서 협력해야 한다.

녹색건축을 위한 기본원칙

지금 지어지는 건축물의 수명은 약 100년 가까이 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건축물은 미래의 기후변화와 자원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녹색건축의 기본원칙을 살펴보자.

■ 착수부터 녹색원칙을 적용하라.

■ 기능적 특수함을 피하라 : 사회적 요구는 구조적 수명보다 짧다.

■ 채광과 자연적 환기를 최대화 하라 : 너무 높거나 깊은 평면, 불규칙을 지양하라. 평면은 15M 이내로 하고 층수도 적당한 규모가 좋다. 깊은 건축물은 아트리움을 이용해 채광과 굴뚝효과의 자연환기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 유지관리가 쉬운 설계를 하라 : 지나치게 복잡한 건물은 설비시스템과 내부환경을 이용자가 조절하기 어려워 바람직하지 않다. 성능개선이 용이하고 관리자와 이용자가 건축물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장수명 설계를 하라 : 낮은 수준의 건축물은 다음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수명이 긴 건축물은 초기에 비용이 다소 더 투자되지만 장수명 동안 유지관리비용이 절감되고 장기적으로 수선, 리모델링 등의 비용이 절감되어 합리적 투자일 가능성이 높다.

■ 재생에너지 사용을 최대화 하라

■ 리모델링이 용이한 설계를 하라 : 건축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부분이든 전체든 구성요소나 시스템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융통성있고 분리가 쉬운 시공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건식, 조립식, 판넬식 공법이 유용하다. 설계단계에서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구조 시스템, 재료, 공간, 설비, 공법 등은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설계요소

초기의 설계 방향은 지속가능성, 사용되는 기술, 비용 등을 결정한다. 초기의 올바른 방향은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건축물의 형태는 모양, 크기, 규모 등의 문제이다. 건축물의 기본구성은 구조, 공간, 재료 등과 관계가 있다. 건축물의 향은 평면과 단면에서 각도와 관계가 있다. 즉 녹색건축의 시작은 형태, 기본구성, 향 이 세가지가 시작점이다.

입면은 가장 중요 요소 중 하나로서 창의 크기, 단열수준, 차양의 위치, 창의 구조 등은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위한 중요한 사항이다.  보통 파사드와 건물 외피는 태양열의 획득과 손실, 열전도, 내부환경, 통풍과 기밀성, 내부 사용자의 정서적 작용까지 영향을 미친다. 파사드의 환경적 특성이 매우 중대하다는 이유로 설계디자인 문제와 별도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파사드는 환경적 영향뿐만 아니라 미적 영향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사드 설계에 있어 에너지 문제는 좋은 건축물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따라서 파사드 문제는 설계자가 엔지니어와 함께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녹색건축의 추세는 에너지 문제와 편안함, 소음, 예술성을 고려해 최고의 융합을 목표로 하며 기존의 표준화된 파사드와는 거리가 멀다. 이 융합의 좋은 설계가 램블 본사이다. 파사드 엔지니어링의 문제점은 파사드를 기술적인 접근으로 결정하고자 하는 경향이다. 건축의 지속가능성은 에너지 문제를 넘어 쾌적함과 아름다움이 통합되어야 한다.

지붕은 지난 수십년 동안 생태적이고, 능동적이며, 에너지를 위한 중요 요소로 발전되어 왔다. 지붕은 에너지 발전, 빗물 집수, 야생동물 서식지 제공 등에 점점 더 활용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에너지 수요의 약 20%를 감당할 수 있으며 지붕의 빗물집수는 생활용수의 50%를 감당할 수 있다. 즉 지붕의 설계와 엔지니어링은 매우 중요하다. 평지붕과 경사지붕은 향과 노출에 따라 이용도가 달라진다. 지붕과 함께 지열에너지를 통해 냉난방 에너지를 얻는것은 용이하며 필수적이다. 따라서 건축물의 표면(지붕, 파사드, 지표면)이 재생에너지 공급원이 되는 것이다. 단위건축물에서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인 방법으로 생산하는 것은 최근 녹색건축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글. 왕정한  Wang, JeongHan ┃ (주)건축사사무소 아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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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도 잠을 자야 풍년이 들지!”

“Even rice should sleep for the sake of a good harvest!”

KTX 호남선을 타고 남도로 가는 길이었다. 기차의 창 밖으로 초록 빛깔의 논이 끊어졌다가 이어지길 반복했다. 누구의 손길이 저 벼를 심었을까? 가지런히 줄 맞추어 서있는 벼들이 나란히 줄 서서 소풍 가는 유치원생들처럼 보였다.

“모내기들을 벌써 다 했네.”

“그럼 해야지, 망종 지난 게 언젠데…”

앞 좌석에 앉은 노부부가 창 밖의 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신다.

움푹 패인 볼에 검정 뿔 테 안경을 쓰신 할아버지는 양복을 멋지게 차려 입으셨다. 큼직한 에메랄드 반지와 진주목걸이를 하신 할머니는 반짝이가 붙은 고운 보라색 니트 차림이다. 서울 결혼식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기차가 출발 할 때 보니 플랫폼에 서있던 아들에게 어여 들어가라고 연신 손을 흔드셨다.

“오늘 아침 일곱 시 기차 타고 왔다가 지금 가는 길이야. 서울은 너무 정신이 없어. 정말 복잡해!”

“아들은 자고 가라고 붙잡는데 가서 할 일이 많아. 매실도 따야 하고…”

묻지도 않은 얘기를 술술 풀어 놓으신다.

“요즘 논에 거머리 있어요?”

논에 눈길을 주던 친구가 물었다.

“거머리? 요새는 없어. 우덜 젊었을 때는 많았지. 한 번 붙으면 안 떨어져서 펄쩍펄쩍 뛰었어. 논 흙을 대고 박박 문질러야 겨우 떨어지고 그랬어.”

“저 벼들 언제 수확해요? 추석인가?”

무지함을 탄로 내며 내가 여쭈었다.

“벼들은 심고 100일이 지나야 거둘 수 있어.”

논에 심어진 후 100일 동안 벼들은 날마다 조금씩 자라겠지? 농부의 손길이 88번이나 닿아야 쌀 한 톨이 나온다니, 벼를 벨 때까지 농부들의 수고는 끝이 없을 것이다.

애지중지 벼를 키우는 농부의 마음을 잘 표현한 광고 한 편이 있다. 2002년에 전파를 탄 풀무원의 기업광고이다. 카메라는 처음에 벼가 빼곡하게 들어찬 논과 그 한가운데 있는 농부의 집을 보여준다. 집 마당에 환하게 켜진 방범등이 논을 비추고 있다. 곧 방 안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얘야 마당에 불 꺼라. 벼도 잠을 자야 풍년이 들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누군가 불을 끄고 논은 어둠에 잠긴다. 카메라가 더 가까이 벼를 클로즈업하면 벼 위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풍덩 논으로 뛰어든다.

아버지O.V) 얘야 마당에 불 꺼라. 벼도 잠을 자야 풍년이 들지.

S.E) (개구리 울음)

NA) 자연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입니다. 생명을 하늘처럼, 풀무원

(풀무원_TVCM_2002_벼편_카피)

그래도 된다면 농부들은 기꺼이 벼에게 이불을 덮어줄 것이다. 자식 키우듯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 보고 쓰다듬고 잘 자라길 기원할 것이다. 농부는 사람의 생명이 자연의 생명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자연과 사람의 생명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다. 그래서 ‘생명을 하늘처럼’ 귀하게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음 해 이어진 TVCM들 역시 ‘생명을 하늘처럼’이라는 큰 주제를 감이나 콩과 같은 작은 소재로 친근하게 풀어내고 있다. 콩밭에서 아이와 콩을 심는 엄마는 조근조근 얘기한다. 한 알은 새가 먹고 한 알은 벌레가 먹고 한 알은 사람이 나눠 먹어야 하니 심을 때 세 개씩 넣으라고. 감나무 아래서 나무를 흔들며 감을 따는 아이들에게, 지나가던 농부는 새들이 먹게 까치밥 댓 개는 남겨두라고 이른다. 15년이나 된 광고가 하는 말인데 지금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엄마) 콩 심을 땐 세 개씩 넣는 거야.

아이) 왜요?

엄마) 하나는 새가 먹고, 하나는 벌레가 먹고, 하나는 사람이 먹지. 나눠 먹는 거야.

NA) 자연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입니다. 생명을 하늘처럼, 풀무원

풀무원_TVCM_2003_콩편_카피

남) 얘들아, 댓 개 좀 남겨둬라. 새들도 먹어야지.

NA) 자연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입니다. 생명을 하늘처럼 풀무원

풀무원_TVCM_2003_감나무편_카피

풀무원은 이 캠페인을 만들기 전 소비자 조사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 신선, 안전이라는 세 단어로 정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명존중, 이웃사랑 철학을 고객들과 함께 공유하려는 의도에서 ‘생명을 하늘처럼’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풀무원 광고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순간을 맞았다. 제품의 특장점을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도 자사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를 담게 된 것이다. 전파광고와 연동하여 제작된 인쇄광고는 판화가 이철수 화백의 글씨와 그림을 사용하여 캠페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누렁이도 제 집 들어가고

사람도 자리를 폈습니다.

“얘야, 마당에 불 꺼라.

벼도 잠을 자야 풍년이 들지”

들판에 벼가 잠을 잡니다.

이 땅 위에 생명이 익어갑니다.

풀무원_인쇄광고_2002_베개편

감씨 하나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그 안에 나무 한 그루 있습니다.

이 작은 씨앗 하나에

그 큰 생명이 들어 앉았습니다.

땅으로 곱게 돌려 보냅니다.

내년에 더 큰 생명으로 다시 오겠답니다.

풀무원_인쇄광고_2002_감씨편

어느 잎이 건강하오 물었더니

벌레 먹은 잎 불쑥 내밉니다.

그 잎 먹은 벌레 건자랐으니강

그게 바로 증거 아니오

그 말 한번 옳습니다.

나눠 먹어도 될까요?

풀무원_인쇄광고_2003_벌레편

천천히 읽어 보면 쉬운 말로 생명의 이치를 잘 표현하고 있다. 나무와 풀을 자세히 쳐다본 이가 쓴 카피다. 땅과 벌레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광고다. 벌레 먹어 상한 잎이 오히려 건강한 잎이라고 말할 줄 아는 낙천적인 카피라이터가 쓴 문안이다.

기차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초록 논이 더 많이 나타났다. 사이사이 무엇을 심었는지 비닐하우스도 팽팽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땡볕에 논에 들어가 허리를 굽히고 있는 농부가 보인다. 앞으로 백 날 동안 저이들은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는 들판에서 벼를 키울 것이다. 고추며 오이, 가지, 참깨, 들깨에게 땀과 정성을 쏟을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폭염이 시작되었다. 6월에 이렇게 더우니 7, 8월을 어떻게 지낼지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어떻게든 꿋꿋하게 이 여름을 지내야 가을이 오고 열매가 열릴 것이다. 한겨울의 찬 바람을 견디고 꽃 피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듯, 무더위와 가뭄 이기고 열매 맺는 일 또한 하늘과 땅과 사람이 모두 힘을 합쳐야 가능한 기적 같은 일이다. 논과 밭이 바쁘게 생명을 키우는 7월, 나는 무엇을 키워 가을의 수확을 거둘까? 매일 기적을 일으키는 들판을 보며 분주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해온 일은 과연 언제까지 내게 열매를 가져다 줄까?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얼까? 여름이 무성할수록 상념도 따라 무성해졌다.

찬바람 맞으며 꽃 피우는 일,

쉬운 일이던가요

꽃 진 자리에 열매 맺는 일,

어디 편한 일이던가요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생명력,

바로 당신입니다

풀무원_인쇄광고_2003_꽃샘추위편

(풀무원_TVCM_2002_벼편_유튜브링크)

(풀무원_TVCM_2003_콩편_유튜브링크)

(풀무원_TVCM_2003_감나무편_유튜브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 카피라이터 ┃ (주)프랜티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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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심장

The Heart of Myanmar _ Bagan, the City has history of A brilliant kingdom Ⅱ

미얀마의 심장_ 찬란한 왕국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바간 Ⅱ

 

쉐지곤 파고다 (Shwezigon Pagoda)

쉐지곤 파고다는 아노라타 왕이 타돈 왕궁을 정복한 기념으로 지은 건축물이다. 구운 흙벽돌을 사용해 버마 식으로 건축하기 시작해서, 손자인 잔시타 왕 때 완성된 바간 왕조 최초의 불교 건축물인 황금대탑이다.

‘황금모래 언덕의 탑’이라는 의미로 부처님 치 사리(이빨)와 결골사리(무릎)가 모셔져 있다고 전해진다.

2016년 8월의 대지진으로 탑상부가 훼손되어 현재는 보호막 속에서 보수작업 중이라 상부 금탑을 볼 수가 없다.

글. 박무귀 Park, Mookwi • KIRA

건축사사무소 동림 대표, 사진작가

http://jjphoto.co.kr(진주성 포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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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의 지역재생을 위한 새로운 시도와 「학(學)」의 역할

New Attempt for Regional Regeneration and Academic Role in Local City _ Youth Creative Container Ube(YCCU), Yamaguchi Pref

_ 우베(宇部)시 와카모노(若者) 크리에이티브 컨테이너

최근 인구감소와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자가용이용의 보편화에 따라 지방중심시가지의 쇠퇴와 교외로의 스프롤화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또한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일본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경영을 위한 「컴팩트 시티・플러스・네트워크」라는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도시기능의 집약화를 위한 다양한 법률적 검토와 계획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서 2014년에는 도시재생특별장치법의 개정에 따라 「입지적정화계획(立地適正化計画)」1)제도가 도입되어, 2017년 6월 현재, 348개의 지자체가 계획책정을 완료했고, 전국적으로도 계획을 책정하는 시정촌구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입지적정화계획」을 통해 「도심기능유도구역」과 「거주유도구역」을 설정하여 교외로 퍼져있는 인구를 중장기적으로 해당구역 내로 유도해 나가게 된다. 이때, 주요 「도심기능유도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각 시정촌의 중심시가지를 어떻게 매력적인 도시공간으로 탈바꿈해나갈 것인가 또한 중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필자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인국 17만의 작은 지방도시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의 중심시가지재생과 와카모노(若者) 크리에이티브 컨테이너(Youth Creative Container Ube, 이하 YCCU) 활동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우베시 츄오쵸(中央町)지구는 한때 공업도시의 배후지로서 번화했던 곳이었으나, 산업구조의 변화와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에 따라 상점가의 쇠퇴와 공동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최초의 샷타가이(シャッター街)2)라고 불리는 이 곳 츄오쵸 지구에 2016년 9월, 마을만들기와 교류활동의 거점시설로서 390제곱미터 정도의 자그마한 잔디광장과 4개의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다세대 교류스페이스가 오픈했다. 4개의 컨테이너는 2개씩 나누어 배치하여 카페와 필자가 관리/운영하고 있는 YCCU로 구성되어 있다.

■ YCCU의 설립배경

우베시에서는 「우베시 활기있는 에코마을계획(宇部市にぎわいエコまち計画, 2015)」, 「우베시 지역 활력재생계획(宇部市まちなか活力再生計画, 2015)」을 책정해 츄오쵸 지구를 중심으로 젊은 사람들과 육아세대의 거주촉진과 생활 지원기능 및 창업기능을 도입한 마을만들기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베시 지역 활력재생계획」 내의 주요 사업 중의 하나로서 차세대를 담당해 나갈 젊은이들의 제안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활동거점시설이 제안되었다. 이 시설을 통해 「공(公)」・「민(民)」・「학(民)」의 연계를 실험적으로 실시하되, 중심시가지의 활력있는 마을의 재생을 위한 조사연구 및 제안, 코디네이터 활동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이러한 계획과 사업내용을 바탕으로 필자를 비롯한 야마구치대학 도시계획 및 건축설계연구실이 주축이 되어 2015년 11월부터 약 2년간 10회에 걸친 「지역재생미팅(워크숍)」을 실시하여 지역 대학생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이를 바탕으로 야마구치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젊은이와 다세대・이업종의 교류와 연계를 위한 거점시설로서 YCCU가 개설됐다.

■ YCCU의 목적과 지역재생을 위한 활동

우베시의 「공」・「민」・「학」의 연계체제를 구축해나갈 실험적 준비단계로서 츄오쵸를 기점으로 한다. YCCU는 시민과 행정, 기업 그리고 대학이 마을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 나갈 하나의 ‘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YCCU의 가장 큰 목적이며, 이를 위한 각종 사회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먼저, 지역 마을재생활동에 관련되는 다양한 주체들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고 지역의 빈집과 빈점포 등의 부동산 관리 및 리노베이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6년 4월에 설립된 니기와이 우베 주식회사(にぎわい宇部株式会社)와 우베시와의 역할분담 및 협력방안을 계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주변의 민간개발 유도와 효율적인 공공사업의 투자를 위해 새롭게 조성될 가로공간을 야마구치대학의 학생들의 창의적인 디자인계획(안)을 바탕으로 검토회를 실시했다. 지역의 젊은이 그리고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디자인을 실현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계의 장으로서 YCCU공간이 활용되고 있다. (그림 2)

잔디광장이라는 매력적인 공간을 우베시의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YCCU와 함께 컨테이너를 운영하고 있는 포레포레 카페와 연계했다. 잔디광장을 활용한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우베 시민들이 중심시가지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으며, 정보발신을 위해 홈페이지 및 팜플렛 등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 (그림 2)

2017년 4월부터 공식적으로 오픈한 YCCU는 2개의 컨테이너를 합친 형태로 약 30제곱미터 남짓의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누구든지 이용 가능한 프리 스페이스(free space)로서 야마구치대학의 건축설계 및 도시계획 연구실 학생들이 상주하면서 관리 및 운영을 책임지며 우베시로부터의 연구위탁을 통한 시설관리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림 1)

이러한 지역 마을만들기 활동을 위한 지역거점시설은 크게 다음의 3가지 기능을 갖추어 나갈 필요가 있으며, 현재를 이를 위한 준비단계로서 다양한 실험적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① 새로운 마을만들기와 관련되는 「연구・제안」을 위한 “싱크탱크(Think tank) 기능”

② 이를 기반으로 다주체가 연계해 「시책화・사업화」를 기획/조정하고, 「지속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플랫폼(Platform)기능”

③ 이를 시민과 사회로 「발신」하고, 「참여」와 「교류」를 촉진하는 “프로모션(Promotion) 기능”

지역재생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지역의 해결과제는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라 해결책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시민참여・지역주도형 마을만들기는 불가결하며, 지역고유의 특성에 맞는 문제해결이 필요하다. 「공」・「민」・「학」의 각각의 입장에서 다양한 개인과 조직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함께 협동해 나갈 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앞으로 요구되는 도시재생, 도시디자인의 수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학」은 새로운 도시계획 및 디자인 기술과 수법을 적극적으로 마을에 적용하여 피드백을 실시하되, 이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행정과 지역주민 및 민간 기업의 중간자적 입장에서 상호간에 유연하게 연계해나갈 방향을 모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글. 송준환  Song, Jun-hwan
야마구치 국립대학 공학부 조교수

 

<참고문헌>

  1. 와카모노크리에이티브 컨테이너(YCCU)홈페이지 : www.yccu.place
  2. 지역재생을 위한 워크숍 활동레포트 및 관련자료 웹사이트 :
    http://www.city.ube.yamaguchi.jp/machizukuri/toshikeikaku/chuushinshigaichi/machinaka_saisei_meet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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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Virtual Reality)와 드림하우스 Part 1.

설계 첫 수업날,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작은 집을 짓는 것이 과제임을 선배들을 통해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떤 주제로 첫 설계를 시작할지 설레였다. 그 주제는 바로 ‘드림하우스’, 교수님께서 일정 공간안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자유롭게 그려보라고 하셨다. 한 시간여의 설명을 듣고 작업실로 내려오면서 문득 들었던 것이 ‘어떻게 하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도록 표현을 할까?’였다. 각자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를텐데, ‘내가 생각하는 드림하우스를 스케치와 스티로폼 모델로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고민이었다.

본래 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돌아와, 2015년 독일의 한 자동차 기업은 VR(Virtual Reality)기술을 이용한 자동차 전시를 한 세계 박람회에서 소개하였다. 3D 기술을 응용한 표현은 고객에게 더욱 효과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많은 고객들은 새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에 본인이 관심있는 회사의 홈페이지를 먼저 방문한다. 자동차 딜러에게 직접 가기 전에, 본인이 원하고자 하는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준비한다. 다양한 옵션을 추가하고 다시 덜어내고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원하는 차종과 맞는 가격을 찾는다. 이 구매심리를 분석하여 이 기업은 VR기술을 개발했다.

실제로 이 기업은, VR기술을 소개하기 전에 독일 남부의 대표 7개의 도시를 대상으로 사전 점검을 하였다. 현재 판매중인 차량부터 앞으로 시판 예정인 차량까지 모든 차량의 정보를 입력하고 차종간의 옵션을 확인했다. 고객들에게 현재 기업 주력 차종을 소개하는 동시에, 예정된 차량을 미리 경험하게 함으로서 다가오는 시장의 가능성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다.

또한, 시험주행도 가능하다. 직접 페달을 밟아보고, 핸들을 돌릴 수 있으며, 차량의 승차감 또한 테스트가 가능하다. 고객이 시험주행을 하는 동안, 옵션을 바꾸고자 하면 바로 변경이 가능하고, VR 스크린 위에 옵션이 변경된 후 가격이 바로 책정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옆에서 태블릿 PC를 들고 기다리는 자동차 딜러에게 정보로 전달되며, 딜러는 이 정보를 모아 상담창구로 고객의 이름과 함께 보낸다. 모든 과정이 지난 후, 딜러는 고객과 함께 전문적인 견해와 상담으로 고객의 소비욕구를 자극한다. 자동차 내부 공간의 가죽시트가 가지는 섬세함까지 VR 스크린에서 전달이 되고, 고객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자동차를 알프스나 대서양 바다를 배경으로 감상한다.

프로젝트 담당자 마르쿠스 퀴네(Markus Kühne)는 기업의 VR 기술은 ‘고객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업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을 나열하고, 50개의 차종 이상의 수만가지 조합을 제공한다.

“가치있는 생산품, 차종의 기술정보는 3D공간의 제품 표현의 기본입니다.”

이 부분에서 실제로 구축하는 과정의 작은 디테일은 살아있는 VR 기술을 지탱하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의 힘인 것이다. 기업에서는 2013년 중반 이 VR 기술을 시작하였다. 2017년 현재, 독일 전역 매장에서 상용화 되는데 걸린 시간은 4년이다. 고객에게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 주고, VR 스크린을 통해 동심의 흥미와 감성을 자극한다.

어렸을 적에, 모래 사장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 넓은 모래 밭에서 내 손안에 있는 작은 자동차는 이곳 저곳을 누비느라 정신이 없다. 모래로 도시를 만들고, 자동차 도로를 내어 내 손안의 하나의 도시를 만든다.

이 모티브를 전제로 ‘Sandbox’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노르웨이에 있는 한 에이전시를 통해 진행된 이 광고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실제로 당신이 어렸을 적 만든 이 모래사장의 도로 위에서 직접 달려보면 굉장하지 않을까요?”

오슬로의 매장에 정방형의 모래 사장을 직접 설정하여, 방문객으로 하여금 도로를 정비하게 한다. 자신이 원하는 지정 차량의 옵션을 설정하는 동안, 3D 카메라가 고객이 정비한 도로를 다입각으로 스캔한다. 하나의 가상현실이 설정되는 순간이다. 모든 웅덩이와 커브가 스캔을 통해 현실감있게 VR 스크린 위에 나타난다. 고객은 실제 운전자가 되어 VR 스크린으로 가상 현실을 보고, VR Chair와 헤드셋을 통해 모든 상황을 감각으로 전달받는다. 이 경험은 고객이 설정한 차량에 반영되어 정보를 모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즉,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달리고자 하는 욕구를 가상현실을 통해 제공되는 기술과 연결시켜, 기업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함이 큰 목적이다.

VR 기술의 가장 큰 힘은 공간의 구축이다. 공간 안에 서있는 자동차 스스로 3D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VR 스크린에서 접근하는 것에는 제한이 없다. 이 기업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는 안드레아스 케른(Andreas Kern)은 가상 기술 터미널(Virtual Engineering Terminal)을 개발중에 있다. 이 터미널은 스크린에서 제공되는 3D 요소의 가능성과 개발 잠재력을 체크한다. 즉, 고객의 선호도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기술 수요를 시뮬레이션으로 시각화 하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사고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대도시 안에서 교차로는 사각지대가 많아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장소다. 안드레아스는 직접 모형 자동차를 터치 스크린 위에서 움직이고, 교차로 상의 충돌 가능성을 점검한다. 65인치의 모니터는 운전자의 시각을 정확하게 화면안에 맞춰 놓는다. 마치 컴퓨터 상의 공간이 실제 공간인 마냥, 그는 직접 운전하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그때 운전자의 시각을 정보화한다.

이 모든 과정은 게임 전문 개발자 랄프 스톡(Ralph Stock)과 함께 진행한다. 게임 시뮬레이터로서 30년 가까이 일해온 그는, 안드레아스가 설정하는 모든 공간과 자동차의 기술력을 VR 스크린, 즉 가상공간안에 제공한다. 다양한 가정과 실험을 통해, 안드레아스는 수치와 정보를 그리고 랄프는 스스로 공간을 구성하는 경험을 한다.

다시 글을 시작에서 이야기 되었던 드림하우스로 돌아와 보자. 디자인이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은 공간을 보여주는 3D 모델링과 BIM을 통해 요즘 다각화 되고 있다. 만약 VR기술을 응용한다면 나의 드림하우스는 어떻게 구성될 수 있을까? 어떠한 단계를 거쳐 건축주에게 만족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다음호에서 계속됩니다.

글. 김성환  Kim, Sungwhan

KSP Jürgen Engel Architekten GmbH (Mü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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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風磬)

물이 무색무취(無色無臭)하다면, 바람은 무형무질(無形無質)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곧잘 바람을 천변만화(千變萬化)의 표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모두 다 지형지물을 적절히 활용해내는 바람의 속성 탓이다. 바람은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 기압차에 의해 이 세상에 홀연히 나타나서는, 시시각각 온갖 물상에 닿는 감촉(風壓)으로 제 존재의미를 부여해놓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제 삶의 속도(風速)를 가감하기도 하고, 또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어 사라지기도 하는, 참으로 변화무쌍한 녀석이다.

그 바람이, 오늘 아침에는 우리 집 처마 밑으로 찾아왔었나보다. 자지러지는 풍경소리에 재빨리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가보았지만, 어느새 바람은 허공으로 여음(餘音)을 흩뿌린 채 사라져버린 뒤였고, 추녀 끝에 내달린 애꿎은 풍경(風磬)만이 제 몸을 마저 뒤척이고 있었다. 지금이야 풍경을 하나의 장식품으로 추녀 밑에 걸어두기도 하고, 때로는 자주 여닫는 문울거미 위쪽에 달아두었다가 그 방울소리로 인기척을 가늠하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나는 가끔 바람이 던져놓고 달아난 저 메시지에서 어릴 적 무심코 듣던 워낭소리를 연상해내곤 한다.

해질녘이 되면, 소막(牛舍) 구시 앞에서 질척질척한 타액을 질질 흘리며 되새김질을 하고 있던 어미 소(牛) 한마리가 쇠파리 떼의 등살에 꼬리만 이리저리 휘휘 내젖다가, 어느 순간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제 고개를 한 번 더 크게 휘저을 때마다, 마당을 곧장 가로질러 건넛방까지 쩔렁거리며 들려오던 그때 그 워낭소리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못 애잔한 영상 하나가 절로 반추된다. 어느 장날 이른 아침, 낯선 고삐에 묶여 급작스레 우시장(牛市場)으로 끌려 나간 제 새끼생각에 몸살이 나는지, “움메~, 움메~” 내지르는 울음소리에 뒤섞여 밤새 들려오던 워낭소리는, 사실 단장(斷腸)의 변주곡이었다.

물론 음(音)이야, 그렇게 듣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처마 밑에서 울려 퍼지던 풍경소리 자체는 그게 모두 “바람 뜻” 그대로였다. 그래서 그랬던지 일반 여염집에서는 함부로 처마에 풍경을 내다 걸지 않았다.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그 지조 없음도 경계했으려니와, 갑자기 요란스레 울려 퍼지는 금속성 소리가, 조용한 주거공간에서 때로는 귀청을 때리는 불청객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풍경이 추녀 밑에 내달리게 된 데는, 남다른 이유가 따로 있었다. 이른바 인적(人迹)의 전초부대였다고나 할까? 처마 끝에서 동심원처럼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를 통하여 산짐승들이 발길을 돌리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불필요한 긴장과 살상이 미리 저지되었으니, 분명 풍경(風磬)은 인간과 맹수 사이에 암묵적으로 설정된 일종의 ‘평화경계선’을 지키는 불침번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냈다고 할 수 있겠다. 어찌 되었건, 허기진 배를 채우려 산 아래로 어슬렁거리며 내려오던 산짐승들에게 귀청을 파고드는 풍경소리는 금속성 소음(騷音)이었을 테고, 또 길 잃은 나그네에게는 구원의 청음(淸音)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풍경소리에 그렇게 귀 기울일 맹수도 사라졌고, 이제는 찾아오는 바람마저도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기근(饑饉)에 허덕이다 어쩔 수 없이, 민가를 찾아 내려오는 산짐승들마저도, 지금은 그저 엽사(獵師)들을 풀어 총으로 갈겨대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세상이 되었다. 추녀 밑 풍경소리로 설정해놓은 ‘평화경계선’이 이미 허물어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짚어가다 보니, 우리건축에서 서로 조심하고 존중하자는 ‘사랑의 메시지’ 하나가 영영 사라지고 만 것 같아 아쉬운 마음 감출 길 없다.

저렇게 문이 여닫힐 때마다 삽살개처럼 마구 몸을 흔들며 짖어대는 저 풍경(風磬)이, 한 때 제 찬란했던 전설을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다.

글. 최상철 Choi, Sangcheol • KIRA┃ 건축사사무소 연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