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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도, 한 잔 해보면 좋은 사람일지도…”

“He might be a good person if we had a drink”

2015년 우리나라 성인의 술 소비량은 연간 맥주 117병, 소주 86병, 탁주 13병이라고 한다. 같은 해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연간 1인당 술 12.3ℓ를 소비해서 세계 평균 6.2ℓ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양을 마셨다. 내가 가장 애정하는 와인으로 계산해 보면 1년에 열 여섯 병이 조금 넘는 양이다. 굳이 계산기를 들지 않아도 나의 음주량은 평균보다 월등히 많아서 살짝 켕기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더위가 한풀 꺾이고 빗소리가 종일 창문을 두드리는 오늘 같은 날, 술 한 잔의 유혹을 매정하게 뿌리칠 수는 없는 일이다. 달력까지 어느새 9월을 턱 밑에 두고 있지 않은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특이한 현상은 가정에서 주류를 구입하는 금액을 의미하는 ‘1인당 월평균 주류 소비지출’이 2013년 10,800원에서 2016년 12,300원으로 계속 늘어났고, 술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주점업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2010년 100에서 2016년 78.8로 줄어든 것이다. 밖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줄고 술을 사다가 집에서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나 또한 세일을 많이 하는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마트에서 구입해 집에서 마시는 경우가 잦다. 트렌드에 맞추어 평균적인 대한민국 소비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아 보람찬(^^) 마음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술 권하는 일들이야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그 중에 압권은 일본 산토리 위스키의 광고들이다. 장삿속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보는데도 광고가 꼬드기는 술 한 잔을 거부하기 어렵게 만든다. ‘맞아!’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며 술맛을 돋구는 광고들이 수두룩하다. 산토리 위스키 제품 중 하나인 히비키의 신문광고를 살펴 보자. 우주에 떠있는 토성의 예쁜 고리를 술집 카운터로 삼아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일행처럼 보인다. 그 위에 쓰여 있는 카피가 술꾼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별의 수만큼 사람이 있어.

오늘은 당신과 마시고 있다.

(산토리 위스키_히비키_2006년_신문광고_카피)

산토리 위스키_히비키_2006년_신문광고_이미지

 

대학 새내기 시절 머뭇머뭇 소주 잔을 혀끝에 대고 할짝거리던 때로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사람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다. 처음 만난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술잔을 나누었고, 더 친해지기 위해 술집으로 향하기도 했다. 기쁜 일을 축하하기 위해 슬픈 일을 위로하기 위해 때로는 취중진담을 하기 위해 술을 마셨다. 요사이는 대부분 기막히게 맛있는 음식을 그냥 먹을 수 없다는 핑계로 반주를 곁들인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한다. 심지어 싫었던 사람의 다른 면을 발견하고 그를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모두 술 한 잔이 부리는 마술이다. 산토리 위스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광고로 만들었다. 같이 술 마시기에 부담스러워 보이는 모델의 얼굴 위에 쓰인 카피는 별로라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도 편견을 버리고 ‘술 한 잔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산토리 위스키_창립 100주년 기념_1999년_신문광고_이미지

저 사람도, 한 잔 해보면

좋은 사람일지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놀라지 않아.

‘좀… 그래’라고 생각하고 마셨는데, 

좋은 사람이라면 기쁘지.

세상엔 그런 일이 꽤 있는 것 같아.

「누군가가 누군가와 위스키」 선물

(산토리 위스키_창립 100주년 기념_1999년_신문광고_카피)

술의 작용을 모르는 사람은 쓸 수 없는 카피, 술의 긍정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아는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써 내려 간 카피다. 검색해 보니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카피라이터 코지마 레이코(児島令子)가 쓴 카피이다. 1956년생, 환갑의 나이인데 아직도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니 50세가 되기 전에 벌써 퇴물 취급을 받는 우리 광고계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100년을 훌쩍 넘긴 역사를 가진 산토리에는 원시시대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7~80년대에 만들어진 광고들도 많다. 풋내기 카피라이터 시절에는 산토리 위스키의 카피를 보며 나도 이렇게 멋진 광고를 만들겠다는 설레는 꿈을 키우기도 했다. 1988년 일본ACC(전일본광고협의회) 라디오광고 부분 대상 수상작인 산토리 각병(角甁)의 150초짜리 라디오 CM의 카피를 봤을 때도 그랬다. 라디오 광고는 절대로 20초보다 길게도 또 짧게도 만들 수 없었던 우리에 비해 1분 30초라는 길이가 우선 신기하고 부러웠고, 어쩌면 터부일지도 모르는 패전의 경험을 소재로 삼은 점이 놀라웠다.

NA)       뉴욕의 52번가 21번지에는 오래된 허름한 클럽이 하나 있다.

              이 클럽의 바, 헨리 폰다의 스페셜 위스키 병 옆에는

              50년 가까이 지난 라벨이 붙어 있는 산토리 각병이 놓여져 있다.

              반쯤 남은

              무슨 이유에선지 붉은 양초로 봉인되어 있는 산토리 각병.

              이 위스키는 벌써 몇 십 년 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바텐더)  (영어로 속삭이듯)It was before the war…

              그 큰 전쟁 전에 있었던 일이죠.

              일본의 외교관이나 특파원이 모두 귀환하기 시작한 불온한 밤,

              두 명의 일본인이 미국인 친구와 이 위스키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맡아둔 것은…

              우리가 맡아둔 것은 마시다 남긴 위스키가 아니라 하나의 확실한 약속입니다.

              이 전쟁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악수를 하자.

              다시 한 번 같이 마시자.

              신사와 신사의 약속을 우리는 맡아둔 것입니다.

NA)        뉴욕의 52번가에는

              각병 하나가 벌써 몇 십 년 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S.E)        얼음 넣는 소리

NA)        산토리 각병

(산토리 위스키_각병_1988년_라디오CM_카피)

카피를 읽으면 아득하게 잊고 지내던 많은 것들이 울컥 그리워진다. 지키지 못한 약속,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친구, 한 때 전부였던 얼굴들이 어딘가 남겨둔 술병 속에 들어있을 것만 같다. 먼 그 때의 술자리에서 나는 때로 심각했고 때로 기쁨에 넘쳤고 때로 감동했다. 별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와 마주 앉아 술을 마신 기막힌 인연을 가졌던 이들은 지금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소주가 달기도 하다는 것을 처음 느꼈던 ‘연희식당’, 카카오라는 아기자기한 이름의 칵테일을 마셨던 ‘부엉이’, 아르바이트 하는 친구 보러 가끔 가던 ‘레드제플린’… 나의 청춘과 함께 했던 술집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30년은커녕 1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술집도 별로 없으니 맡겨둔 추억을 찾을 길도 영영 없다.

술에는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고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가 있다. 1974년에 전파를 탄 산토리 올드 광고에 나오는 말이다. 광고 영상은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만 클로즈업 하여 보여주는데 영상 속 남녀노소들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노래 부르는 얼굴도 있고 말 없이 술잔만 입에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이 광고를 보면 술 안에 사람이 있고 추억이 있고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 인생이 들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산토리 위스키_올드_1974년_TVCM_스토리보드

NA) 산토리가 있다.

        얼굴이 있다.

        남자가 있다.

        여자가 있다.

        젊은이가 있다.

        노인이 있다.

        산토리가 있다.

        기쁨이 있다.

        슬픔이 있다.

        사랑이 있다.

        증오가 있다.

        산토리가 있다.

        노래하고 있다.

        외치고 있다.

        이야기 하고 있다.

        침묵하고 있다.

        얼굴이 있다.

        내일이 있다.

        산토리가 있다.

(산토리 위스키_올드_1974년_TVCM_카피)

산토리 위스키의 광고들을 읽다 보면 집 앞에 단골 바가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퇴근길에 혼자 들러서 칵테일을 한 두 잔 청해 마셔도 좋고, 위스키나 코냑을 한 병 맡겨 두고 바텐더를 말상대 삼아 두어 잔 마셔도 좋겠다. 10년, 20년 내가 나이 드는 만큼 함께 늙어가는 바텐더와 추웠거나 무더웠던 지난 계절을 화제 삼아 살짝 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 9월이다, 선선해진 바람을 핑계 삼아 그리웠던 친구들이나 ‘좋은 사람일지도’ 모를 사람을 불러내어 한 잔 나누기 딱 좋은, 내 생에 단 한 번 뿐일 가을이다.

산토리 위스키_올드_1974년_TVCM_유튜브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 카피라이터 ┃ (주)프랜티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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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상상 속의 도시

The city of Persepolis in my imagination

페르세폴리스의 상징으로 자리한 만국의 문

여기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10월 말인데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사막에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겨우 흥정해서 탄 택시에는 알제리 친구 한 명과 슬로베니아 친구 두 명이 나와 동승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이란 파르스(Fars)에 위치한 페르세폴리스(Persepolis). 하루 전 호스텔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는 택시비를 아껴보려고, 이방인으로서의 두려움을 조금 가라앉히려고 한 대의 택시에 몸을 실었다. 이란에 가면 꼭 페르세폴리스는 가보라는 말은 나는 몇 번이나 들었다. 페르시아 제국의 거대 도시였던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라는 이름이 유래한 파르스에 있었고, 파르스로 가기 위해선 그곳을 잘 아는 택시가 필요했다. 한 시간 남짓 사막과 사막 위에 자리한 도시를 지나는 동안 이곳에 2,500년 전의 유적이 있다는 사실이 나는 믿기지 않았다.

우리는 택시에 내리자마자 우뚝 솟은 높은 기둥들을 마주했다. 그것들은 사라진 지붕 대신 이제는 새파란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다. 기둥의 규모만으로 페르세폴리스가 얼마나 큰 도시였는지, 도시를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 투입됐는지 짐작이 갔다. 아주 오래 전엔 이곳에 수로가 흐르고 정원에 나무들도 무성했겠지. 지금은 황량한 사막 속에 있지만 페르세폴리스는 한때 세계의 중심지였음을 상징해주는 건축물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이들이 페스세폴리스에 모여 있었다.

꼼꼼하게 둘러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페르세폴리스는 여전히 위용을 뽐냈다. 전통복장을 입고 방문한 이란인들은 자신들의 유산을 아주 자랑스럽게 우리에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온갖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기둥과 벽. 몇 천 년 동안 무수한 발자국을 견디면서 더욱 단단해진 바닥. 페르세폴리스는 조금씩 과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르세폴리스는 여전히 복원이 진행 중이었다. 곳곳에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한 기둥과 주춧돌이 많았고, 작은 흔적까지 함부로 다루지 않기 위해 출입금지 구역을 설정해놓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계속 모이면 언젠가 페르세폴리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우리는 페르세폴리스의 ‘만국의 문’으로 들어갔다. 국가의 공식행사가 열릴 때 외국 방문객이 드나들던 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문 속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오가며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벽이 사라지고 입구만 남은 만국의 문은 여전히 페르시아 역사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알제리에서 온 친구도, 슬로베니아에서 온 친구도, 한국에서 온 나도 천천히 만국의 문을 지나면서 페르세폴리스의 손님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지금도 쉽게 올 수 없는 곳을 2,500년 전 사람들이 왔다는 사실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앞뒤가 훤히 드러났으나 어쩌면 만국의 문은 자신만 알고 자신만 견뎌온 시간으로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역사의 입구를 숨기고 있는지 모른다.

페르세폴리스를 오랫동안 감상하고 택시로 돌아가면서 우리는 이야기했다. 이런 곳에 거대한 건축물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어떻게 기둥에 섬세한 무늬를 새겨 넣었으며, 어떻게 벽을 쌓아 올렸는지 짐작할 수 없다고. 하지만 많은 역사들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에 갇힌 채 멀리 보지 못하고 있을 뿐. 그 사실을 페르세폴리스가 증명하는 건 아닐까? 멀리 보이는 파르스의 땅이 한없이 넓게 느껴졌다.

 

 

페르세폴리스의 전경. 여전히 복원이 진행중이다.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의 기억하는 아름다운 기둥들

글. 정영효 Jung Younghyo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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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희망건축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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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A 2017 서울 세계건축사대회

UIA 2017 Seoul World Architects Congress

UIA 서울대회가 9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조충기 대한건축사협회장이 대회 환영사를 하고 있다.

124개국, 1만여명의 건축인이 함께하는 ‘UIA 2017 세계건축사대회’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9월 4일부터 10일까지 7일간 서울 코엑스와 DDP일대에서 ‘UIA 2017 세계건축사대회(이하 UIA 대회)’가 열렸다. 이번 서울에서 개최된 UIA 서울대회는 세계건축사연맹(UIA)와 한국건축단체연합(FIKA), 서울특별시가 공동 주최로 총 10,677명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9월 5일 UIA 서울대회 환영 만찬

UIA 대회는 9월 4일 코엑스에서 열린 개막식을 통해 시작을 알렸다. 개회식에는 강성익 UIA 조직위원회 이사장, 한종률·석정훈 공동 조직위원장, 에사 모하메드 UIA 회장, 배병길 한국건축단체연합(FIKA) 대표회장, 조충기 한국건축단체연합(FIKA) 회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원순 서울특별시 시장 등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개회식은 주요 인사들의 환영사·축사 이외에 대회주제영상과 대회 기념 홀로그램 상영으로 진행됐다.

개막식 이후 ‘도시의 혼(Soul of City)’이라는 주제 아래 학술대회와 전시, 대중강연, 공개토론회, 건축문화투어 등 총 55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준비된 포럼, 강연에는 프랑스의 도미니크 페로, 펜실베니아 대학교수 데이빗 레더배로우, 켄고 쿠마, 승효상, 위니마스 등 세계적인 건축인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또한, 코엑스 C홀에서는 ‘UIA 플라자’, ‘학생 및 젊은 건축인 플랫폼’, ‘건축산업전’ 등 건축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됐다. 9월 6일 저녁에는 UIA 시상식이 있었다. UIA 시상식의 최고 영예인 ‘골드메달’에는 일본의 이토 토요가 수상의 명예를 안았다.

7일 오전 폐막식을 끝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장소를 옮겨 10일까지 차차기(2023년) 대회 개최지 선정 등의 내용으로 ‘UIA 총회’가 개최됐다. 총회 결과 2023년 UIA 대회의 개최지는 덴마크 코펜하겐이 선정됐으며, 차기 신임회장은 Thomas Vonier(미국)으로 결정됐다.

한편, 올해로 26회를 맞이한 UIA 대회는 건축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국제행사로 ‘건축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린다. 행사는 3년에 한번씩 개최되며 다음 UIA 대회는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열린다.

UIA서울대회 환영연 _ UIA회장 에사 모하메드

폐막식에서 UIA서울대회 결과 보고가 진행됐다.

뉴월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공연 (지휘 : 금난새)

UIA서울대회 참석자들이 다도 시연 행사에서 전통차와 떡을 시식하고 있다.

데이비드 래더배로우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UIA 서울대회 환영연 축하공연

9월 3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UIA 서울대회 환영연

UIA 서울대회 환영연 _ 석정훈, 한종률 공동조직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9월 2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최된 WA-Cup 참가자 모습

UIA시상식에서 행사 성공적 개최에 대한 감사인사

차기 대회 개최 도시인 브라질 리우가 소개됐다.

UIA서울대회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역사와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코엑스 C홀에서 진행된 UIA대회 건축전시회 모습

어린이 건축한마당에 참가한 50여명의 어린이들이 건축물 모형을 만들고 있다.

UIA시상식

(왼쪽부터) 석정훈 UIA서울대회 조직위원장과 조충기 대한건축사협회장, 배병길 한국건축가협회장, 강성익 UIA서울대회 조직위 이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9월 7일부터 10일까지 DDP에서 UIA총회가 열렸다.

UIA대회 Gold Medalist인 토요 이토가 강연하고 있다.

UIA서울대회 코엑스 D홀 로비 전경

UIA서울대회 내외빈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을 통해 UIA서울대회 참석자들에게 환영 인사를 전하고 있다.

개막식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좌)과 제해성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참석했다.

UIA서울대회 개막식에서 선보인 한국 무용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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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연결하는 철도역 자유통로의 장소만들기 _ 야마구치(山口)시 신야마구치역(新山口駅)

Placemaking of the Unrestricted Passage of a station connecting districts _ Shinyamaguchi Station, Yamaguchi City.

1950년대 이후, 일본은 철도를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철민영화와 함께 철도의 이용을 높이기 위해 철도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골격이 형성되고, 역 주변에는 상점가 등 각종 생활시설이 밀집됐다. 하지만, 지방도시에서는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에 따른 철도이용자가 줄어들고 있고, 이에 노선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있다. 또한 이용자 감소의 문제만이 아니라, 철도역사와 지상선로에 의해 도시가 단절·분단되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9년의 ‘도시에 있어서 도로와 철도와의 연속입체교차화에 관한 협정(都市における道路と鉄道の連続立体交差化に関する協定)’이 체결되어, 연속입체교차화사업에 의한 철도역사와 선로의 고가화 및 지하화 사업이 실시되어 왔다. 그러나, 연속입체교차화 사업은 주로 대도시 도심부에서 주로 실시되고, 지방도시에서는 선로분단의 문제를 주로 역사의 교상화1)와 자유통로의 정비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2). 일본에서 말하는 자유통로(自由通路)란, 철도역사 내를 횡단하는 통로 중에 철도이용자만 아니라, 보행자 또는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통로로서 선로에 따라 분단된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통로를 가리킨다. 자유통로의 정비는 철도를 이용하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왕래가 가능하도록 하고 분단된 시가지가 역을 중심으로 일체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야마구치현(山口県)의 현청소재지인 야마구치시(山口市)에 위치하는 신야마구치역(新山口駅) 또한 일명 ‘터미널 파크 정비사업(ターミナルパーク整備事業)’을 통해 북쪽출구 역앞 광장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선로에 의한 남북분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통로를 정비했고, 2016년10월에 완성됐다.

 

■ 벽면녹화를 통한 단순 통로에서 장소만들기로

신야마구치역은 역의 남북을 연결하여 24시간 통행이 가능한 보행자 전용통로가 폭원10m의 개방적인 반외부공간으로 계획되어 있다. 자유통로에서는 아래로 선로상의 디젤, 전차 그리고 신칸센(新幹線) 등을 바라 볼 수 있다. 이전까지 내부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사람들은 야마구치시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인식할 수 없었으나, 개방형 공간으로 만들어진 자유통로 내에서는 외부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단순한 통로로서의 공간만이 아니라,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통로’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이와 함께 특징적인 것이 약 400㎡에 이르는 벽면녹화이다. 이 벽면녹화는 식물학자인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씨에 의해서 진행됐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수직정원 전문가로 유명하며, 특히 파리 아부키르 거리(Aboukir street)와 일본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金沢21世紀美術館) 등에서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야마구치시가 풍부한 식물의 다양성을 지닌 장소라는 점을 바탕으로 신칸센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환경으로 수직정원을 통해서 야마구치의 식생의 풍부함을 재현하고자 했다. 4년간에 걸쳐 일본 내의 원예팀(parkERs)과 함께 협동작업을 실시하여, 야마구치현 내의 수림에서 채집한 140여 종의 야생식물을 식재했다. 실제로 채집한 식재를 식물 재배장에서 2년간 배양한 후 수직정원에 심게 되는데, 패트릭 블랑 씨의 이미지 스케치를 바탕으로 식물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여 식재를 실시했다(그림 참조). 또한 이 프로젝트의 효과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구리금속과 자연석 포장과 막 천장등의 마감을 통해 친근감 있고 부드러운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일반적인 자유통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식물의 향까지 체감할 수 있는 비일상적 공간을 분단된 지역의 연결고리에 투영함으로써 새로운 활성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역광장의 완성을 통한 지역 거점으로

2016년에 자유통로가 완성됐으나, 북쪽 출구의 역앞 광장은 아직 공사 중에 있다. 주 컨셉은 ‘0번선(0番線)’으로서, 역을 기점으로 마을과 지역으로 이어져 나가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완성된 파출소와 향후 계획 중인 버스센터, FM스튜디오, 관광안내시설 등 제반 기능을 자유통로에서 역앞 광장에 도달하는 각 장소에 분산 배치함으로서 다양한 기능이 광장을 중심으로 둘러싸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즉, 역에 면하여 모든 시설을 완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저층의 시설들을 광장전체에 배치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역을 이용하는 사람과 관광 및 비즈니스로 역을 이용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용자들이 자유통로와 이어진 상층부의 데크와 저층시설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가지로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 목적이다.

이렇듯, 야마구치시의 터미널 파크 정비사업은 자유통로와 역앞광장의 완성을 통해 지역의 활성화 거점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특색있는 계획을 바탕으로 한 공공투자를 계기로 지방도시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개발포텐셜의 부재를 해결하여 주변지역의 재건축·재개발 등의 민간활력을 유도하고, 더 나아가 관민협동에 의한 일체화된 마을만들기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글. 송준환  Song, Junhwan

야마구치 국립대학 공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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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을 알려주는 와인, 그리고 건축 첫번째 이야기

Wine telling fruit, and first story of architecture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의 무더위도 지나가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다가온다. 여름내내 강한 햇빛에 푸르른 기운을 내던 자연은 하나둘씩 올해의 결실을 맺으려 준비한다. 농부들은 올 한해 정성스럽게 수확한 작물을 들고 나와, 올해의 결실을 알리는 축제를 시작한다. 먹거리가 가득하고 도시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수확의 즐거움을 나눈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와인이다. 모든 고기요리부터 시작하여 생선, 샐러드 어디하나 빠지지 않고 어울리는 것이 와인이다. 기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과 후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은 어느 덧 다음 날을 향하고 있다. 프랑스, 칠레등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독일 서남부에 위치한 슈투트가르트에서 와인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8월 중반이 지나가면 슈투트가르트 시내는 시청 앞 광장에 많은 자재들이 들어온다. 자재는 모두 작은 오두막집을 위한 것으로, 지방의 전통 목조 가옥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구조물들이 대부분이다. 슈투트가르트 와인 축제를 알리는 연두색 깃발이 시청앞 광장을 메꾸고, 독일 남부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모여 앉는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새로운 품종을 알리고, 전통을 알리고자 여기저기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전통적으로 뷔르템베르크 지역(Weinbaugebiet Württemberg)에서 나는 와인이 주를 이루는데, 이 지역을 관통하는 넥카강(am Neckar)을 따라 멀리 보덴제(Boden See)에서 시작해, 튀빙엔(Tuebingen), 슈투트가르트(Stuttgart) 그리고 하일브론(Heilbronn)까지 연결된다. 온후한 기후와 석회질이 풍부한 토양, 뜨거운 여름과 햇살이 가득한 가을, 겨울의 대륙성 기후가 이 지역의 와인의 품질을 한층 올려준다.

보덴제 지역은 와인을 대표하는 지역중에 하나로서, 오랜기간 동안 포도를 재배하고 이를 숙성시키고 저장하는 와인과 관련된 기술이 많이 발달하였다. 독일과 스위스 국경지역에 위치한 샤프하우젠(Schaffhausen)은, 지난 1584년 도시 인근 마을 오스터핑엔(Osterfingen)에 마을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를 준공했다. 이후 약 400여년 동안, 그리고 오늘 까지 인근 지역에 와인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2007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근 지역에 경제적인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와이너리를 단장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이고, 마을사람들이 쉽게 만나는 만남의 장소이며, 와인의 품질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건물을 짓고자 공모전을 실시한다. 2010년 스위스 건축사 그룹 SPPA는 수년간 경험으로 이 프로그램을 만족시켜주는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2015년 실시 설계에 들어간다.

SPPA는 이미 마을을 벗어나 인근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와이너리를 크게 헤치지 않고, 인근 지형을 활용하여 기존 건물을 확장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이미 4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건물을 건드리는 것은 보존 가치에 의해 제한됐다. 이에, 새로운 건물은 기존건물과 확연히 차이는 재료를 사용하여 새로운 건물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고, 대신 미니멀한 양식을 제안하여 화려함은 최대한 절제하려 했다. 그 대조적인 모습으로 기존 400년된 와이너리 건물과 새로 들어서는 콘크리트 양식의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자 함을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이미 400년의 시간을 지닌 건물이 새롭게 들어서는 콘크리트 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연결고리에서 나오게 되는 수많은 디테일은 건축사에게 많은 경험과 숙련도를 요구하였고, 신구의 조화를 위해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필요로 하였다. 기존 건물이 가지는 와이너리로서의 역할을 잃지 않게 하고, 새로 들어서는 공간에는 많은 이벤트와 전시역할을 기대하고자 하였다. 이에 채광을 이용하여 빛을 다각도로 사용하여 공간이 가지는 특색에 차이를 두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기술적인 부분은 지역의 기후와 특색을 이해하는 와이너리 숙련자가 함께하여, 건물의 기능적인 부분과 예술적인 부분을 동시에 지키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노출콘크리트가 가지는 거친 표면감은 옛날 치수석이 가지는 시간과 재질감과 어우러질수 있었다.

다음호에서 계속됩니다.

글. 김성환  Kim, Sungwhan

KSP Jürgen Engel Architekten GmbH (Mü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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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The season of reading

유난히 길고 힘들었던 2017년의 여름이 가고 이제 가을입니다. 하늘은 높고 공기는 서늘하여 정말 살기 좋은 계절입니다. 이 쾌적한 가을은 또한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죠. 누군가는 “가을에만 책을 읽느냐”고 타박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계절이라도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을이 되면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독서의 계절’이라 써서 걸었었고,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하며 그에 걸맞게 많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또는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동네 서점에 가서 평소에 안 읽던 책을 꺼내보기도 했죠. 요즘도 그런 행사가 열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가을에 책을 읽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좋은 계절에 들로 산으로 놀러갈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겠다고 마음먹기는 상당히 어렵죠. 어찌 보면 가장 책을 안 읽을 것 같은 가을이라 굳이 독서의 계절로 정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가끔 해봅니다.

책을 읽읍시다!

꼭 독서의 계절이라서가 아니라, 요즘 우리네 삶이 너무 팍팍해서입니다. 여유도 없고 성찰도 없고 배려도 없습니다. 단지 목적지를 정해놓고 한 방향으로 달려가기만 합니다. 이럴 때 잠시 주위를 돌아보며 속도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책 속에는 길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사람은 성찰하게 되고 반성하게 되고 인간에 대해, 주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며, 그런 바탕 위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고리타분한 이야기인가요?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독서라는 단어는 벽에 걸어놓은 액자 속 그림처럼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그 말은 요즘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나 해당하는 단어 같습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은 무척 낮은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07년 12.1권이었던 연간 성인 독서량이 2008년 11.9권, 2009년 10.9권으로 내려가더니 작년의 통계는 8.7권까지 내려갔더군요. 일 년 평균이 아홉 권 정도면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책을 읽으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하며 바가지를 긁던 소설 속 허생 부인의 충고가 먹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사이 우리에게는 만화경과 같이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휴대폰의 보급이라는 사회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만 보더라도 하루 종일 틈만 나면 숨겨놓은 애인처럼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얼굴을 마주대고 시시덕거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간혹 장거리 출장을 가기위해 기차라도 탈 때 심심파적으로, 혹은 특별한 목적이 있어 정보를 얻어야 할 때만 책을 꺼내 듭니다. 지금이 책을 읽기 무척 힘든 시대라는 것은 맞습니다. 휴대폰에 밀리고 다양한 매스미디어에 밀리고 책을 손에 잡기에는 우리 마음이 너무 바쁩니다.

그런데 건축은 구조물을 다루는 공학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인문학이기도 합니다. 방편과 법규로만 이루어진 건축은 무척 견고해 보이지만 무척 공허합니다. 건축이 힘들고 사회가 무척 복잡한 지금이야말로 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말랑한 소설도 좋고 담론이 유장하게 펼쳐지는 철학서도 좋습니다. 혹은 나오는 주인공 이름을 다 외우기 힘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이라든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채 책장을 덮는 쇼펜하우어라도 좋습니다.

심지어 다 읽지 않더라도 잠시 ‘지적 허영’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책의 내용에서 멀리 떨어져서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도 좋습니다. 지식이나 정보 또는 효용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찰을 하기 위해 책을 읽읍시다. 사람의 길에 대해, 사람을 담을 건축에 대해 생각하는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글. 임형남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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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시설계 가이드

Urban Dsign Guide to Sustainability

지속가능 도시와 건축계획

  1. 지속가능성의 이론과 과학
  2. 도시건축 자원
  3. 지속가능성과 건축설계
  4. 지속가능성을 위한 건축설계 가이드
  5.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시설계 가이드

지속가능 도시와 건축에 대한 본 연재는 ‘Rough Guide of Sustainability, A Design primer’ 의 책 내용을 참조하여 기술함을 밝힌다. 이 책은 2001년에 영국왕립건축가협회에서 초판을 찍고 2014년 4판 개정판을 출판하는 인기 있는 녹색건축에 대한 전문서적이다. 이 책은 도시설계와 건축설계자를 위한 디자인가이드로서 성격을 지닌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깊지 않은 넓은 지식을 전달하고자 출판되었다. 저자인 Brian Edwards는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로 있으며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등 녹색건축에 대한 저술과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개별건축물의 지속가능성은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주거환경은 삶의 질과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 영향을 준다. 주택이란 경제적 자산이며, 동시에 문화적 표현방식이다. 그러므로 경제적 주택설계는 사회대응적이며 저에너지 근린주구를 지향해야 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근린주구 또는 거주지 설계는 특히 교통부분에서의 에너지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 미시적 관점에서는 기후대응형 도시설계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에너지 효율성은 도시 용도지역의 계획과 도시평창, 밀도, 입지 등의 문제와 깊은 관계가 있다.

 

지속가능한 교통

도시의 대중교통정책은 주거밀도와 복합토지이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트램(전기로 가는 도시열차)은 1만 제곱미터당 250명 이상의 밀도와 10분이내의 보행권(600M 내외)의 주거와 상업지역에만 가능하다. 이보다큰 1만 제곱미터당 300~500명 이상의 밀도와 10~15분 보행권(900M 내외)의 경우에는 철도공급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대중교통정책은 차량진입제한, 연료가격정책, 사회적다양성, 고용의 다양성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밀도뿐만 아니라 근린주구의 설계가 대중교통의 성공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복합용도지구의 밀도와 효과

1만제곱미터당 150~200명 이상 또는 60~80 가구의 인구밀도 이상인 경에만 대중교통이 운영될 수 있다. 밀도의 상승은 승용차 이용 감소 효과, 지역상권유지, 도시기반시설의 공급, 삶의 질 등의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대중교통 공급에 효율적인 밀도는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있는 인구밀도와 거의 유사하다. 따라서 인구밀도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형성 하는게 핵심적인 요소이다. 반면 고밀개발은 오픈스페이스, 경관, 도시설계 등에 관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복합이용은 개인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지역의 고용을 촉진하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고밀복합 근린주거는 장소성을 고취시키는데 효과가 크다. 한편 도시의 개발자들은 도시의 외곽이나 그린벨트 해제하는 대신 재개발부지(Brownfield)를 재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용지들은 도로나 산업에 의해 환경이 손상되었지만 전기, 상하수도, 대중교통 등 다양한 도시기반시설을 이용하여 업무, 주거, 여가, 교육 등 새로운 근린주구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즉 도시주거 재개발 사업은 단지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재건하는 것이다.

 

미기후 설계

밀도, 토지이용의 복합성 등이 증가함에 따라 도시, 경관, 교통, 건축물설계 등의 경계를 넘어 통합적 판단이 요구된다. 기후설계 원칙에 맞는 도시형태를 구성하지 않으면 고밀개발의 편익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도시설계는 다음 5개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 사회적 공간의 제공

■ 도시 미기후의 개선

■ 도시설계에 자연 포함

■ 장소성 부여

■ 바람과 햇빛의 제공

도시설계는 도로, 골목길, 보행통로 등의 다양한 공간형태의 연결로 사회적공간을 형성해야한다. 여기서 식재, 벤치, 쾌적한 도로 등은 사람들의 교류를 촉진하는데 중요하다. 미기후의 쾌적성은 향과 건축물의 배치와 보호식재가 상호작용하여 생긴다. 주택지 주변에 하는 식재는 바람의 속도를 낮추고 여름철의 그늘을 제공하여 기온을 낮춘다. 즉 식재와 건축물의 배치가 미기후의 향상에 중요하다. 장소성은 입지에 의해 형성되기도 하고 용도나 시설적 특성에 의해서도 형성된다. 공간은 측정이 가능한 반면 장소성은 사회적 지각(Perception)에 의해 형성된다. 도시설계는 지역의 중심지에 도시기반시설과 학교, 병원, 공공기관, 집회시설 등 여러 시설을 설치하여 장소성이 형성되도록 계획 되어야 한다. 또한 장소성은 양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 조경, 시설, 활동이 함께 어우러져야 형성된다.

 

21세기 도시형태

도시의 개발밀도가 증가하면 여러 장점이 잇다.

■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

■ 쾌적한 근린주거 형성에 기여

■ 도시 미기후의 개선

■ 건축물과 도시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

 

물리적 근접성은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보행, 자전거 및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높여준다. 미래의 도시개발형태는 농촌모델, 교외지역모델, 유럽형도시모델, 태평양도시모델 등 네가지 도시모델로 정리할 수 있다. 이들은 각기 다양한 물리적 형태와 문화적 차별성을 지니고 서로 다른 기후와 도시기능에 따라 발전해왔고 미래에 대응함에 있어도 각각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① 농촌모델(Rural Model)

이 모델은 산업혁명 이전까지의 수렵과 농촌생활의 전통을 계승한 모델이다. 미국과 선진국 등의 상류계층이 선호하는 패턴이지만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의 빈민층에서도 대부분 이 형태를 가지고 있다. 농촌모델은 지역자원의 활용과 농업/수렵 등 식량의 근거리 섭취라는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첫째는 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 적어 거주인구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공간적인 분산으로 인해 학교와 같은 기반시설 등의 비용이 증가하고 비효율적 에너지소비, 사회적 교류의 부족, 문화생활 축소 등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와 재활용이 최대화 되고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이 풍부하고 자급자족성이 높은 경우에는 지속가능성이 아주 우수할 수 있다.

 

② 교외지역 모델(Suburban Model)

20세기에 들어 선진국의 대도시 교외지역에 나타난 이 모델은 친환경적 이라는 장점이 있다. 자연과 접촉하여 식량은 농장에서 생산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 생산도 용이하다. 그러나 대표적 단점으로 기반시설의 공급과 대중교통이 취약하다. 이상적인 교외지역의 모델이 될려면 교통동선을 따라 좌우로 건축물을 집중배치 함으로서 단일용도의 저밀도 토지이용에서 중밀도의 복합용도로 전환해야 한다.

 

③유럽형 도시모델 (European Urban Model)

이 모델은 철도와 버스의 대중교통 수단을 공급할 수 있는 중밀도의 인구밀도를 가지고 보행과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도시이다. 오늘날의 유럽의 대부분의 도시형태는 이 모델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단점은 도시환경 오염, 재생에너지 생산부족, 자연과의 단절 등이다. 하지만 이 모델은 가로망에 따라 저층부에는 상점과 업무시설, 상층부에 주거기능이 있는 4~6층 높이의 건축물이 배치된 블록형 도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블록형태 자체가 대도시권내의 소규모 도시형태이며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도시모델이다. 에너지 효율면에서도 교외지역에 비해 2배 이상의 효율을 가질 수 있다.

 

④ 태평양 도시모델(Pacific Urban Model)

이 모델은 고층의 복합용도 단지를 형성하고 주로 블록형 타워형태이며 아시아 주요도시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의 대부분 도시개발에 적용되었다. 저층부는 상업기능을 배치하고 고층부는 업무시설이나 아파트가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타워 형태로 계획된다. 다양한 기능의 시설은 불필요한 동선을 최소화 하고 표면적이 넓어 재생에너지 활용가능성이 높다. 옥상과 입면은 태양광발전판넬, 위성안테나, 에너지 실외기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타워형태는 대중교통과 공원배치의 효율성을 높이는 고밀도시의 기본적 요소이다. 다만 차량에 의한 환경오염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형타워 형태는 분산형 도시구조에 비해 40%이상의 에너지 소비절약이 가능하며 재생에너지의 활용과 대중교통체계의 통합으로 점차 세계적인 도시모델로 확산되고 있다. 이 타워들은 사회적 교류, 에너지 및 수자원 순환체계등이 연결될 경우 효율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

 

수직적 도시설계

대도시의 성장과 급격한 인구증가로 건축물은 점차 고밀화, 고층화 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면 도시공간의 수직성은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상에서 이루어졌던 일들이 이제는 공중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일용도 타워를 자생적 지속가능한 도시기능을 갖춘 복합용도로 연결하는 것이다. 수직성은 친환경도시의 핵심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층건축물은 3가지의 결점이 있다. 첫째는 서로 다른 건축물의 일조권과 채광을 침해한다. 둘째는 집합건축물이 갖는 에너지 효율성이 고가의 유지비용과 열악한 미기후로 상쇄될 수 있다. 셋째는 건축물의 설비공간의 과다해지고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아지더라도 태양, 기후, 바람에 대응하는 설계는 고층화 될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수직적 도시는 어느 정도의 높이가 가장 합리적일까. 다양한 연구에 의하면 적절한 밀도, 에너지 효율, 태양에너지 활용, 가로 안전성 확보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20~40충 보다는 8~10층이 보다 적정하다고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유럽형 주택블럭은 환경적, 사회적으로 타워형 주택보다 도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적절한 주거유형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타워형 주거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기후와 문화적 전통성을 감안하면 주택블럭이나 건축물 불록형이 가장 적합한 형태이다.

 

생태도시 (Eco-cities)

생태도시는 세계2차대전 이후 뉴타운 운동과 함께 시작되었다. 뉴타운은 사회적 여건개선에 중점을 둔 반면 생태 도시는 환경적 목적이 핵심이었다. 생태도시는 경제적 시스템보다 친환경적 시스템으로 계획된 도시로 정의 할 수 있다.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자생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대부분의 생태도시는 재료, 폐기물, 에너지, 물 등의 여러 자원이 순환하는 생태시스템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생태도시는 여러 건설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계획만으로 그친 사례도 많다. 생태도시는 에너지와 상하수도 체계, 친환경 대중교통, 재생에너지 등 광범위한 환경문제를 다룬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폐기물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 지역 전력생산의 원료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물자원은 친환경도시의 차세대 강력한 요소로서 홍수관리, 친환경습지, 도시배수시스템 등 미래의 기후변화에 의한 대응적 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생태도시의 주요특성을 살펴보자

■ 에너지 : 태양광, 풍력, 지역 등의 소규모 발전, 폐기물이나 바이오연료를 이용한 열병합 발전

■ 생태계 : 해변이나 강변에 따라 형성된 야생습지와 녹지공간, 생태적 완충지역 제공

■ 폐기물 : 매립을 금지하고 순환적 생태시스템에 따라 자원으로 재사용, 건설재료로서 재활용, 열병합 발전소 연료로 사용

■ 상하수도 체계 : 수자원 확보, 지속가능한배수시스템, 폭풍우 피해 완화용 생태수변공원 조성

■ 교  통 : 대중교통, 근접성을 높이는 자전거, 보행자 전용도로

■ 식  량 : 지역생산, 근거리 식량제공을 위한 양질의 농지보전

 

생태도시는 지속가능성의 차원을 건축물에서 도시로 확장시켰다. 도시차원에서는 보다 다양한 환경자원들의 통합과 각 전문분야간의 협조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대규모 생태도시는 최근 중국에서 개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개발은 환경적인 실패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정치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정치지도부는 생태도시 개발에 적극적이다.

메이시레이크 생태도시(Meixi Lake eco-city, west changsha)는 고층 건축물을 핵심으로 한 계획된 중국의 생태도시 중 가장 대표적 도시이다. 계획인구 180,000를 목표로 수로와 대중교통 시스템이 운하를 기반으로 구성되었고 호수는 약 40헥타르 정도이다. 도시의 레이아웃을 보면 강 유역 범람원에 도시농업과 늪지대를 조성, 물을 정화시키고 유용한 야생서식지를 제공한다. 중앙의 호수 주변에는 자전거도로, 보행, 조깅코스로 계획되었고 고층 상업건축물, 고밀복합용도의 근린지구를 형성하였다.

 

지속가능한 어바니즘(Sustainable Urbanism)

유럽에서는 고밀복합용도의 도시형태가 아시아지역의 새로운 도시건설은 생태도시가 지속가능성이 높은 도시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아랍에밀리트 아부라비의 마스다르 생태도시는 가장 대표적 도시라 할 수 있다. 이 도시는 미래의 탄소중립과 폐기물 제로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이상적도시는 마스다르 생태도시처럼 집약적이고 정형화되며 중층형의 건축물로 형성된 도시이다. 고층건축물은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밀도가 증가하면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활용도가 현저히 감소하고 대기오염, 환경오염, 쾌적성 감소, 에너지 효율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고밀개발의 많은 장점이 많지만 이익은 제한적이고 기후, 토지이용, 공동체 강화 등에서 가변적이다. 또한 고층건축물은 에너지소비증가, 유지비용증가, 도시경관에 그늘형성, 저층부 미기후 악영향, 열섬현상 등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많은 도시설계자들은 복합용도의 8~10층 높이의 고밀중층형도시가 최적의 도시형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다양성과 기능의 다양성은 녹색도시의 핵심 요소이다. 이 다양성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문화적인 커뮤니티를 풍부하게 한다. 이상적인 도시형태는 자연과 도시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과 공원은 근린주구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도시조직을 회복시킨다. 이러한 도시는 유럽 전역에서 볼 수 있으며 거대한 주차장과 건축물, 저층부에 패스트푸드가 있는 일반적인 도시형태와는 반대되는 이상적인 도시형태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운동은 도시의 외연적 확산을 반대한다. 미래의 지속가능한 도시는 대중교통을 전제로한 거주밀도와 도시생활의 복합성에 맞는 도시개발이 될 것이다. 또한 미래의 도시는 보행이 차량보다 우선시 될 것이다.

그러므로 21세기 도시형태는 몇 개의 도시결절점으로 구성될 것이다. 단핵의 중심부와 다수의 부도심이 존재하고 도시재생사업으로 생겨난 신도심은 도시의 다양성을 향상시키는 부도심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발전에는 도시재개발부지(Brownfield)의 활용과 낡은 기존 건축물의 재활용도 포함된다. 역사적 건축물, 대규모 산업단지, 도시의 거대구조물 등은 근린지구의 정체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상업, 주거, 문화, 역사가 어우러지는 지역으로 재개발될 수 있다.

서구의 많은 도시는 현재 재생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환경적부분과 함께 사회적, 경제적부분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므로 지속가능한 발전개념과 부합된다. 지속가능한 개념에서 이상적인 개발밀도는 100~150%이며 역세권이나 도심은 2배에서 3배까지 가능하다. 자족적인 도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중심부는 8~10층 높이로 건설되어야 한다. 하지만 밀도와 높이에 대해서는 지역에 따라 깊이 있는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설계자는 학교, 주택, 병원, 사무실 등의 친환경적 보수나 리모델링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신축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윤리적가치도 있다. 만약 기존 건축물에 대해 에너지효율 개선정책을 간과한다면 뉴어바니즘은 실패할 것이다. 일반적 의미에서 에너지효율성이 좋은 설계와 기후에 좋은 설계는 동일해야한다.

 

새로운 동향

지속가능성의 경제학

지속가능성의 발전은 단지 화석연료와 탄소의 저감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경제, 광범위한 환경적 목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지속가능성의 경제는 생태경제학으로서 효율성을 지향하는 주류 경제학과는 구분된다. 또한 건축물의 총환경 발자국(에너지, 생태, 물 등)이 사회적, 경제적 이익보다 같거나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환경비용이 총이익보다 크면 지속가능한 도시건축으로 불 수 없다. 모든 비용과 영향, 이익을 평가하여 정량화 되어 비교 평가 될 때에 생태건축물과 생태도시의 상대적 우위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설계의 새로운 동향

건축재료의 가치기준은 지금까지 경제성과 성능이었다. 미래의 가치기준은 자원부족, 재활용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성능과 생태적인 생애주기의 영향간의 균형에서 찾아야 한다. 폐기물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향후 십년 안에 모든 폐기물은 재활용 또는 재사용 되는 골조로서 구조재와 벽돌 등의 건축재료로 사용될 것이다. 폐기물은 다음 세대로 넘어가며 점차 영향력을 늘려가는 잠재적 자원임을 인식해야 한다.

도시화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도시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도시는 고층빌딩의 블록형태가 도시의 지속가능성의 해답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고층개발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에너지, 밀도, 재생에너지로의 접근 도로로부터 이격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용도와 소유방식 등 현대의 고층빌딩 자체가 소규모 지속가능성 도시가 될 수 있다. 볼륨에 비해 표면적이 적은 원, 사각형 같은 기하형태가 지금까지 에너지 효율성 때문에 선호된 건축형태였다. 하지만 오늘날 에너지에 대한 주요 이슈가 난방보다는 냉방과 전기소비로 옮겨졌다. 전기는 전력단위당 다른 에너지 보다 두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이용을 최대화해야 하며 건축형태는 깊이가 얕게 피사드가 길게 하는 건축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미래에는 경량성, 시공성, 친환경성, 에너지효율성 등을 갖춘 조립식건축이 활성화 될 것이다. 이 방식은 자원의 효율적 이용, 비용과 품질에서 합리성과 경제성을 가지고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대량생산은 다양성 훼손의 위험을 수반한다. 하지만 반복요소를 이용한 조립건축도 마치 레고블럭처럼 창조적변이의 유전자를 가지고 다양하며 흥미로운 건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새로운 건축재료와 나노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중이다. 크리스탈 방사섬유, 전자방사섬유, 상변화기술, 탄소 나노튜브, 그래핀(Graphene)등에 기초한 새로운 재료들은 전통적인 재료들보다 더 큰 성능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즉 더 향상된 경제성, 증진된 내구력, 강화된 가소성, 우수한 열특성, 초경량 재료, 섬유형태의 콘크리트 등 혁신적인 재료와 기술은 미래의 건축을 지속가능성의 건축으로 이끌것이다.

 

도시설계의 새로운 동향

지속가능성은 생태건축에서 생태도시로 지향해야 한다. 교통은 이미 자동차에서 대중교통, 철도, 자전거, 보행 쪽으로 새로운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학교, 병원, 도서관 등의 공공건축물과 기반시설들 에너지효율성의 모범사례가 되어야 한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기반시설 공급을 위한 건축물, 교통, 에너지를 통합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태양광 경제시대가 도래했다. 앞으로 10~20년 후에는 화석 연료에 기반한 세계경제는 태양광 경제시대로 전환될 것이다. 세일가스, 천연가스 등이 일시적 여유를 주겠지만 주요한 에너지 자원은 태양광이 될 것이다.

건축물은 점차적으로 태양광에너지를 생산하는 작은 발전소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십년안에 건축물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 물을 수집하여 재활용, 리사이클링 재료 사용, 폐기물을 재활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경제로 이동함에 따라 설계자와 엔지니어는 새로운 기술, 비젼, BIM등과 같은 새로운 직업능력 등이 요구된다.

 

설계자의 역할과 윤리

건축주, 설계자, 공공 등 이해관계자들의 환경에 대한 윤리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윤리적이라는 의미는 관습적이나 법적 기준보다 높은 기준을 요구함을 의미한다. 환경윤리는 지속가능성 개념의 성장동력 중 하나이며 특히 녹색정신은 오늘날 많은 대기업의 사회적 기여의 일부분이 되어 있다. 이미 많은 다국적 기업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생태학적 개발에 투자하고 지속가능한 건축 및 도시설계를 진행하고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속가능성은 이상적이지만 환경적 윤리에 기반하고 있는 개념이다. 녹색설계의 기법과 기술은 이제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의 운영과 이념은 건설산업에서는 아직 부족한 설정이다. 지속가능성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축주와 이용자의 윤리의식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글. 왕정한  Wang, JeongHan ┃ (주)건축사사무소 아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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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에 있어서 수학의 복권, 그리고 디자인 컴퓨팅의 교육

Mathematics rises : what matters in the education of the design computing

기업 컨설팅 전문 그룹인 IFTF (Institute for the Future)는 미래 일꾼이 갖춰야 할 10가지 기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1. Sense making – 어떤 표현물의 깊은 의미나 중요성을 분별하는 능력.
  2. Social intelligence – 타인과 깊고 직접적으로 유대하며, 상대방의 반응을 감지하고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진작시킬 수 있는 능력.
  3. Novel and adaptive thinking – 사유를 통해 기존 규칙을 넘어서 진부하지 않은 해결책이나 대응방법을 찾아내는 능력.
  4. Cross-cultural competency – 다양한 문화적 상황에서 작업할 수 있는 능력.
  5. Computational thinking – 다량의 데이터를 추상적인 개념으로 변환할 수 있고, 데이터 기반 추론을 이해하는 능력.
  6. New-media literacy – 새로운 미디어 형식을 사용하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개발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이러한 미디어를 활용하여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능력.
  7. Transdisciplinary – 이종 다학제 분야에 걸친 개념들에 무불통달
  8. Design mindset –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한 태스크와 작업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
  9. Cognitive load management – 중요한 정보를 식별하고 거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다양한 도구와 기법을 활용하여 인지적 기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능력.
  10. Virtual collaboration – 전통적인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가상 팀의 구성원으로서 생산성을 보이고 작업 참여를 주도하며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1)

우리는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건축사사무소들을 알고 있고 그 조직과 구성원들이 위에서 열거한 요구사항들과 얼마나 부합되고 있는지를 안다. 이러한 능력들은 천재 건축사의 특성이 아니라 범재들이 건강한 건축사로서 새로운 게임의 법칙 속에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능력들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건축사사무소나 건축설계교육이 도제식 수업을 빙자하여 설계사무소의 일상을 이식하는 수업을 반복하면서 낭만적 이상과 척박한 현실의 간극을 증폭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건축의 불행은 인문학적 요소의 결핍에서 비롯되지만 건축의 비극은 그것이 인문학이라는 착각에서 잉태된다. 한 나라 수도의 철도 본역(main station) 건물이 건축적 영감과 장엄함을 주기는 커녕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난잡함과 잡철 땜질로 뒤범벅이 된 사례를 우리나라 밖에선 참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이러한 척박함이 결코 동시대 건축설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유럽의 주요 도시를 방문해보면 이름 모를 철도 역사에도 암팡지게 숨어있는 철과 유리의 디테일은 우리가 결여한 역사의 단층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의 첨단 비정형 건축이 이러한 전통을 계승한 건전한 엔지니어링을 담보한 것이지 결코 형태의 유희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런 전통이 우리의 DNA에는 없다는 식의 퇴행적 태도를 후학들에게 감염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제조업이 망가지고 표층적 소비오락산업이 범람하는 것처럼, 디테일과 엔지니어링이 실종된 채 공허한 염불을 되풀이하며 유사건축들이 혼자라도 살겠다고 도처에 솟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스케일을 키우기보다는 디테일과 더 세부적인 작동원리에 환경과 사회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는 그리고 풍경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새로운 건축유형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실험적인 설계교육을 기대한다. 빅데이터 시대를 주된 키워드로 하는 이 연재의 네 번째 글은 설계 교육, 특히 디자인 컴퓨팅 교육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 것인지를 논하고자 한다.

본(Bourne) 시리즈로 잘 알려진 맷 데이먼(Matt Damon)은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이다. 그는 밴 애플렉(Ben Affleck)과 유사하게 (그들은 실제로 비슷한 나이에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다)  전형적인 셀럽(celebrities)으로서의 헐리우드 스타가 아니라 마치 일반인이 출퇴근하듯 연기라는 직업을 착실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주연한 비교적 최근의 영화 ‘마션’ (The Martian)은 기발하면서 먼 우주 탐험에 대한 현실감이 강한 미국 같은 나라가 생각할 수 있는 소재의 영화였다.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서 줄거리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화성탐사 계획의 일환으로 화성에서 작업 중이던 ARES III호 대원들은 돌연한 상황으로 예정보다 일찍 임무를 중단하고 귀환 길에 오른다. 대원중의 한 사람인 마크 와트니(Mark Watney)는 화성 모래폭풍에 날린 안테나 파편에 맞아 일행으로부터 떨어져 실종된다. 생체신호도 수신되지 않고 전체 대원의 안전을 고려하여 와트니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 탐사대장은 수색을 포기하고 화성에서 비상 탈출한다. 동료들이 사라진 화성에서 홀로 깨어난 와트니는 황당하지만 이제 화성에서 홀로 생존해야한다.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쇼생크 탈출이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대단한 감동을 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들로 가득 차있다. 미국 과학기술의 최고 결정체라 할 수 있는 NASA의 인재들이 이 황당한 상황, 즉 화성에 홀로 남겨진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하여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영화의 말미에서 와트니는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고, NASA의 승무원 생존 프로그램의 교관이 되어 훈련생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You do the math. You solve one problem. Then you solve the next one. And then the next. And if you solve enough problems, you get to come home. ”

차근차근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면 결국 필요한 문제를 다 해결하게 되고, 그러면 귀환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에서 문제해결 도구로서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생물학자이자 엔지니어인 와트니는 화성에 홀로 남아 모든 것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아남아 궁극적으로는 구조받기 위해서 문제해결에 차근차근 돌입한다. 추수감사절 특식용으로 남겨져있던 포장 감자를 이용하여 그는 물과 공기가 없는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할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사용하는 다양하면서 기본적인 수학이다. 즉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칼로리와 감자수확 요구량, 감자를 재배하는데 필요한 토양과 이에 요구되는 수분, 우주선 연료로부터 물을 만들기 위해서 화학 지식과 산출량 계산, 등을 위해서 그가 배운 과학지식을 이용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흑백 화보로 채워진 과학 교과서로 초중고를 보내면서 빛의 스펙트럼 색상을 주입식으로 배웠던 우리의 암울한 과학 교육을 떠올리게 했다. 아보가드로 상수를 이용하여 화학 문제는 잘 풀었지만 실제 생활에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막연했고 어려운 미적분을 배웠지만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수학 정석의 어려운 문제들을 하염없이 풀었던 우리 세대의 보통 ‘수포자’들에겐 의미심장한 장면들이었다. 과연 지금도 강남의 학원들을 전전하며 고생을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와트니와 같은 전대미문의 상황에 처하면 저런 ‘기본’ 수학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나갈 수 있을까? 여전히 학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화성에서 살아남기 방학 특강 같은 …

미국에서 유학생활 몇 년을 보내면서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 중에 ‘ballpark estimate’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어림셈’ 정도가 될 것이다. 즉 정확한 값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대략 합리적인 범위에서 실용적인 계산을 하는 방법들을 일컫는다. 어원은 아마 말 그대로 야구장에서 하는 실용적인 계산이라는 뜻이리라. 미혼으로 숙소와 연구실만 오가면 유학을 마친 까닭에 접할 수가 없었는데 연구년 중에 미국에서 가족들과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의 수학 숙제를 봐주면서 이 어휘를 접했다. 여기서 미국의 초등학교 수학교육에서 이러한 ‘ballpark estimate’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셈을 하는 방법이 꼭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답에 이르기 위해선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 미국 수학 교육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이 실생활의 문제와 직결되어 학생들이 문제해결 능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게 한다. 한국에서 공부하던 자녀들을 데리고 간 부모들은 공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인데 아이들이 일단 학교에 들어가면 수학 천재라는 찬사를 듣는다는 것이다. 영화 마션을 보면서 미적분을 포함한 어려운 수학문제를 밤낮으로 푸는 우리 ‘수학 천재’ 아이들이 과연 화성에 저런 상황에서 홀로 남게 되면 저런 계산을 해서 ‘문제해결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불가능하리라.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수학은 정말 즐겁지 않는 것이었다. 고백하자면 미분을 왜 배우는지 수학 문제를 푸는 외에 어디에 쓰는지 그 어느 선생님으로부터도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냥 꾸역꾸역 문제를 풀었을 뿐이다. 건축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데에는 나의 수학 혐오증이 한몫 했다고 장담한다. 그런데 건축학과 입학은 바람대로 수학과의 결별이었을까?

“여러분도 중고등학교에서 이걸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고 연산하는 방법만 익혔겠지만 이제 이것이 여러분의 디자인 능력에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누군가 미리 알려줄 수만 있었더라면 …” 요사이 필자가 담당하는 디지털모델링이나 디지털디자인 수업에서 벡터(vector)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면서 꺼내는 말이다. 이때 학생들의 얼굴에서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뭐야, 이거 … 또?’ …. 이런 표정이다. 벡터 연산뿐만 아니다. 2차, 3차 곡선 방정식, 그리고 심지어는 확률과 통계 이 모든 개념들을 다시 배워야한다. 그것이 파라메트릭 디자인과 빅데이터 시대의 건축이 건축학도들에게 재무장을 요구하는 수학의 능력이다.

수학 혐오증을 치료하지 않은 채 (영원히 치료되지 않을 것 같다) 소위 CAAD (Computer-Aided Architectural Design)이라는 라는 것을 배우겠다고 유학을 떠난 때가 1992년이다. ‘응답하라 19XX’식으로 회상해보자면 1980년대 후반은 일부 건축사사무소에 AutoCAD나 ARRIS가 도입되어 도면을 플로터로 뽑았고 대학에서도 거액을 들여 386 컴퓨터를 구입하여 모셔놓고 고문서를 해석해나가듯 명령어를 입력하면서 탄성과 방황을 반복하던 시절이었다. 대학 3학년 무렵부터 기호학과 해체주의에 빠져 건축전공 서적보다는 프레드릭 제임슨이니, 데리다, 라캉, 료타르를 탐닉하던 시절이었다. 사실 그 당시 제대로 된 번역서도 없었고 다들 장님 코끼리 더듬는 식의 해체 이론을 풀어놓던 시절이었는데 그러한 텍스트를 체계 없이 공부했던 우리는 어떠했겠는가? 대학원에서도 피터 아이젠만의 설계 프로세스를 이해해보겠다는 욕심으로 논문을 쓰고 Oppositions와 같은 복사에 복사를 거듭한 비평서를 어렵게 구해서 번역해가며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유학을 먼저 떠난 한 선배의 고생담을 전해 듣고 그길로 공부의 방향을 바꿨다.

“AutoCAD는 도구일 뿐이다. … 미국 대학에선 아이젠만과 같은 건축사들의 설계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할 수 있는 CAD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면서 밤새워 공부한다.”

그 낯설고 환상적인 이야기에 혹해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전공을 CAAD로 바꿔서 무작정 유학을 떠났다.

프로그래밍을 엄청나게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유학을 시작한 GSD의 CAAD교육은 철저히 디자인 중심이었다. 특별한 연구 팀이나 그룹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전 프로그램에 걸쳐 디자인에 있어서 컴퓨터 혹은 디지털 미디아의 이용이 자연스럽게 강조되어 있었다. 컴퓨터의 이용은 소수의 CAAD 전공 그룹이 중심이었고 수업도 이들을 중심으로 한 워크샵의 형식을 위주로 하였다. CAAD 전공 그룹이 실험적으로 수행한 프로젝트나 방법론이 각색되어 타 프로그램의 교과에도 반영되는 식이었는데 거의 전공의 구분 없이 대규모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장비면에서도 과거의 웍스테이션 중심에서 스튜디오 전역에 비치된 개인용 컴퓨터 위주로 바뀌고 있으며 학교 측도 고가의 장비 구입보다는 네트워크나 공용 소프트웨어지원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 즉, ‘설계 스튜디오 환경에 있어서 컴퓨터의 자연스런 스며듬’은 CAD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지금도 믿지만 CAAD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았다. 우선 컴퓨터나 주변기기의 사용에 있어서도 CAAD 전공학생이 가지는 우선권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과목의 개설이 점차 줄어들어가는 까닭에 지식과 기술의 차별화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또한 팀 단위의 연구프로젝트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고 철저히 개인위주였다. 실제, 박사과정으로 진학하여 CAAD 연구를 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지극히 불만스러운 환경이어서 프로그래밍이나 고급 컴퓨터 그래픽스, 혹은 인공지능 같은 과목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담을 안고 인근의 MIT 등에서 과목을 찾아야 한다. 박사과정 연구를 하던 필자조차도 간신히 낡은 웍스테이션을 연구실에 끌어와 만족하는 정도였다.

혈혈단신의 말도 시원찮은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하게 된 첫 일 년의 두 번째 석사과정에서 새롭게 흥미를 가지고 동료들보다 두각을 나타낸 된 수업이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란 수업이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라는 수업은 당시 부상하고 있던 래피드 프로토타이핑(rapid prototyping) 기술의 맥락에서 디자인 컴퓨팅과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이 가진 잠재력을 검토하고자하는 시도였다. 당시에는 AutoCAD 환경에서 LISP을 이용하여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개념들을 과제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었다. 이미 현장 실무 경력 등을 가지고 있던 석사과정 동료들도 프로그래밍 개념이 필요한 이 수업에서는 매우 힘들어했는데 나는 뒤에서 설명하는 경험 덕분에 나름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기말 프로젝트로서 전통건축의 공포와 지붕을 자동으로 변형 생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 시절 때는 요리저리 피해 다녔고 전통민가를 연구하는 연구실에서 석사과정을 하면서도 전통건축에 대해서는 건축 비전공자 수준의 아마추어였던 내가 한국의 전통건축을 이렇게 써먹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것은 지도교수나 다른 교수들의 주목을 받게 된 히트작이었다. 정말 재미가 붙었다. 그런데 결국 빌 밋첼(Bill Mitchell) 교수가 주도하여 만든 탑다운(Top Down) 파라메트릭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수업에서도 최고 학점을 받았지만 그 본질적인 철학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파라메트릭 디자인 수업의 경우에도 건축의 새로운 생산체계와 관련된 파라메트릭 디자인에 관련된 핵심적인 요소들은 제대로 해부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당시 프로그램의 코드는 LISP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프로그래밍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탓에 제대로 구조화되어 있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수학적인 알고리즘이라는 게, 아니 제대로 표현하자면, 알고리즘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수학적 요소라는 게 거의 없었다. 학부시절 취미로 하던 BASIC 프로그래밍에서 자습한 반복순환문과 매트릭스 연산 정도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러나 알고리즘이라는 것,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의 논리가 복잡하고 방대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예상하지 못하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눈을 떴던 것 같다. 덕분에 프랙털이나 생성코드를 이용한 알고리듬 기반의 디자인에 나름 방향성을 가지고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것이 박사 연구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은 학부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당시 학년 지도교수님이 겨울 방학 동안 당신 연구실에서 컴퓨터를 익히면서 연구생으로 지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고 그것이 내가 컴퓨터란 것을 직접 다루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컴퓨터는 8비트 애플II 호환 기종으로 메인 메모리는 ‘자그마치’ 48킬로바이트(KB), 확장 메모리 포함해서 64킬로바이트인 컴퓨터였다. 나는 방학 내내 매일 연구실로 출근하여 석유난로가 이글거리는 연구실 바닥을 청소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BASIC 을 이용한 구조계산 프로그래밍이라는 책에 수록된 코드를 독수리 타법으로 입력했다. 하나의 프로그램은 코드는 대략 1000라인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에러가 나면 한 줄 한 줄 다시 읽어가면서 디버깅을 했다. 그걸 한 달 쯤 하니 BASIC 언어가 절로 이해되고 구조계산에 필요한 매트릭스 연산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일과를 마치고 에러가 없는 프로그램을 좍좍 굉음을 내는 도트매트릭스 프린터를 이용하여 출력할 때의 쾌감은 굉장한 것이었다. 개학이 되기 전 나는 전액장학금을 받는 대신 등록금과 맞먹는 돈을 들여서 8비트 컴퓨터를 구입하는 불효를 저질렀다.

프로그래밍에 전기를 마련한 것은 세 번 째 석사과정을 하게 된 ETH에서였다. ETH의 CAAD교육은 철저히 연구 및 프로젝트 위주였다. 우선 장비 면에서 세계최고의 수준이고 랩에서는 20명 안팎의 박사과정 및 박사후과정의 조교들이 개인 및 공동연구, 그리고 커리큘럼 개발을 하였다. 이들은 대학 교수 급의 봉급을 받으며 자금이나 장비의 사용에 있어서도 대단히 풍족한 편이다. 연구의 내용에 있어서도 당시 CAAD 연구에 있어서 가장 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가상현실, 실시간 시뮬레이션, 포토그라메트리(Photogrametry), 에이전트 기반의 디자인, 통합 건물정보 데이터베이스, 협업설계 (Collaborative Design), 사례 기반 설계(Case-Based Design) 등에 대한 연구 및 시스템 개발 등이 주종을 이뤘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교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보조하기 보다는 실험적 성격이 강하여 자연히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기 마련이다. 다만 연구를 하는 이에게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 실제 이곳에서 필자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으며, 이것이 박사과정 연구의 핵심적인 모태가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박사급 연구원에 해당되는 이야기였고 삭사과정은 오히려 실험대상에 가까웠다. 여기에 포진한 박사과정이나 포스닥 연구원들 중에는 프로그래밍을 재대로 배운 특히 LISP을 이용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나 쉐이프 그래머(shape grammar)의 전문가들이 꽤 있었다. CAD 오브젝트의 파트나 속성을 리커시브(recursive)하게 탐색해 들어가야 하는 문제에서 고민하던 차에 재귀 알고리즘의 해결책을 알려준 것도 그들이었고 그들의 코드를 분해해보면서 오브젝트를 그저 3차원 레고처럼 만들고 쌓아가던 나에게 벡터 변환이나 컴퓨터그래픽스의 변환 매트릭스 적용법을 확인하게 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이 때 터득한 여러 가지 프로그래밍 기법과 결부된 수학적 요소들은 내가 박사과정 연구에서도 확고한 자산이 되었다. 귀국후 지금까지 특히 대학원생들에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런 프로그래밍 기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유학시절 기대와는 달리 프로그래밍을 더 이상 심각하게 가르치지 않던 상황을 곧 이해하게 된다.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성과가 미미했고 이내 지치게 되는 것이었다.

최근까지 프로그래밍은 수업이나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주제였다. LISP를 시작으로 C++, C#, Visual Basic, Java, Python, Processing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쳤고 이를 이용하여 연구를 수행했다. 결과는 사실 빈약했다. 일단 건축학과 학부생들은 설계 스튜디오에 매몰되어 다른 과목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수업시간 중에 기본적인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기 위해 “A = A + 1;” 과 같은 문장을 설명하는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Array는 ….”이라는 설명에 반응하는 학생들의 눈동자를 보면 연구실 조직이 탄탄한 ETH에 비해서 GSD가 결국 디자인 중심으로 방향을 튼 것이 이해가 되었고 어느새 그러한 모델로 스타일을 바꾸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귀국후 열정과 체력이라는 개인기로 버텼지만 이내 내가 원하는 수준의 교육과 성과는 결국 GSD나 ETH와 같은 인적 물적 자원을 갖춘 교육기관이라는 시스템을 담보로 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방황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학부 과정에서의 디자인컴퓨팅 교육이 어느 정도 틀을 갖춘 것 같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노력도 당연 한몫 했겠지만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설계 패러다임의 전환이 자연스레 길을 인도했다고 본다. 건축사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급변하는 환경은 보다 데이터에 의해 구동되는 (data-driven) 증거 기반(evidence-based)의 건축설계 방식을 요구하게 되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그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기술이자 사유의 방법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수학이나 코딩에 문외한인 건축사들도 좀 더 그 세계에 친밀해질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등장하였다. 즉 비주얼 스크립팅 (visual scripting) 도구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 시대에 있어서 비주얼 스크립팅 언어는 건축설계자들에게 강력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그래스호퍼(Grasshopper)와 같은 도구는 스크립팅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였다. 시각 언어는 건축학과 학생들이나 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편리한 도구이다. 담당하는 수업에서 키네틱(kinetic) 파트의 동작 제어를 순서도로 표현하는 작업들을 보면 건축학과 학생들의 매우 창의적이며 시각적인 순서도를 발견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매우 흥미롭다. 물론 이러한 비주얼 스크립팅 언어조차도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도구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본질은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해결과 사유의 문제인기 때문이다.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 홀로 남아 그냥 죽을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해서 결국 지구로 귀환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이를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는 과정은 사유를 기반으로 한 문제해결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고등학교 수학교과서의 이름을 빌리자면 기하학과 벡터, 확률과 통계라는 수학 지식이 건축학과를 입학하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지식이 아니라 현시대의 필수적인 교양이자 강력한 설계의 도구로 복원하였음을 인지하여야한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교육할 것인가이다. 설계를 잘 하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고 영화 많이 보고 여행 많이 하고 술 잘 마시라는 전근대적인 비법을 전수할 수는 없지 않는가? 고등학교 교육은 어찌 손을 댈 수 없으니 대학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에 접근해서 이 시대를 살아남는 건강한 건축사를 양성할 수 있을까? 디지털모델링이라는 수업은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디지털 디자인은 이러한 문제에 더하여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다음 편의 마지막 글에서는 이들 수업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글. 김성아  Kim, Sung-Ah ┃ 성균관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