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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줄 말이 없을 테니까

It will be nothing to say

나는 오랫동안 공간에 대해 생각했다. 패션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면서 전 세계의 좋은 공간을 많이 보러 다녔다. 허름한 공장이 멋진 미술관으로 바뀐 마법을 꽤 여러 번 보았는데, 그때마다 ‘공간’을 구체적 장소라기보다는 어떤 개념으로 인식하게 됐다. 공간에 대해 갖게 된 인식을 시로 써보기도 했는데, 읽는 사람마다 난해하다고 해서 요즘은 안 쓴다. 예를 들어 나는 ‘우성’이라는 내 이름을 어떤 공간으로 두고, ‘우성’이 안에서 ‘우성’이가 증식하는 모습을 썼다. 나는 ‘우성’이들이 모두 다른 ‘우성’이가 되기를 바랐는데, 그걸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저 동일한 ‘우성’이가 여럿 있다, 정도의 표현만이 가능했다. 아무튼 다들 어렵다고 하니까… 더 쓸 필요를 못 느꼈다.

이런저런 이유로 언젠가 내가 생각하는 ‘공간’을 만들어보자, 라고 마음먹었다. 꿈 중에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런데 만날 꿈만 꾸고 사는 게 싫고, 운 좋게 돈이 생겨서 공간을 만들게 됐다. 논현동 가로수길 근처의 반지하다. 부동산 사장님과 그곳을 보러 갔을 때 대뜸 계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가 잘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빛은 공간을 완성시키는 무엇이라고 믿는다.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무엇’일 것 같다. 그곳은 원래 신발 매장이었는데 망해서 나가버렸고, 인테리어는 약간 조잡했지만 중앙의 바닥 타일은 예뻤다. 입구 쪽은 바닥이 나무로 돼 있어서 이 두 바닥을 잘 살리면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테리어 하는 친구와 상의해서 바닥만 남겨 두고 다 뜯었다. 우리는 빛이 가득 차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30평이 채 안돼서 가구를 많이 들여놓을 수는 없었다. 있는 그 자체로, 가능한 넓고 고요한 상태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하면 될 것 같은데, ‘넓고 고요한 상태’로 두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갔다. 기존에 있던 못생긴 창을 교체하면서, 창가에 무엇인가 올려둘 수 있게 약간의 공간을 마련했다. 요즘은 그곳에 꽃을 올려둔다. 따로 책꽂이나 서랍을 들여 놓지 않는 대신 나무 벽을 안으로 파서 공간을 만든 후 책꽂이와 선반을 제작했다. 그곳에 색이 다양한 책들과 크기가 다른 액자들을 두었다. 이런 식으로, 채우지 않으면서 채우는 방식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결과는…? 사람들이 와서 보고, 심심하다고 한다. “얼마 들었어?”라고 묻기에 알려줬더니 그 돈을 어디에 썼냐고 한다. 그래서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뭐, 나는 마음에 든다.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냐면, 내부 벽을 노란색이 약간 섞인 흰색으로 칠한 점이다.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 해가 쌓이는 느낌이 든다. 고요하다. 색이 다른 책들, 크기가 다른 액자들이 약간의 소음을 만든다. 물론 그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다. 저녁에 불을 켜고 앉아 있으면 낮에 들어온 해가 조명과 섞여 서로 안부를 묻는다. 물론 그 소리도 들리지는 않는다. 아마 없는 것들이겠지. 없는 것들을 감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 그게 내가 공간에 거는 기대고, 시에 거는 기대다. 시로는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공간이 지금 존재하는 형태가 이 공간이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상태라고 믿는다.

이곳은 랜탈 스튜디오로 사용되고 있다. 영업을 시작한지는 두 달 정도 됐고, 촬영 문의는 잘 안 온다. 홍보가 부족한 것도 이유겠지만, 음, 좁고, 낮다! 낮은 게 가장 큰 문제다. 사진가가 조명을 설치하기 어렵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천장이 거슬린다. “랜탈 스튜디오를 할 거면 조금 더 높은 데를 찾았어야지. 조금 더 넓고.”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나는 랜탈 스튜디오를 할 마음은 있었지만 랜탈 스튜디오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만든 공간이 아니라, 그저 처음 들어왔을 때 쌓여 있는 빛들을 보고 반드시 이곳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라는 가장 정확한 대답 역시 나는 하지 않았다. 뭔 소리야, 라는 표정을 하고 쳐다보면 그땐 정말 해줄 말이 없기 때문이다.

글. 이우성  Lee, Woosung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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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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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 사토와 넨도

Oki Sato and Nendo

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받는 질문이 있다. 철학적으로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과정에서 깊이 고찰할 때 하는 질문이다.

“디자인을 함에 있어서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고객에게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것인가.”

디자인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개성을 드러내는데 있어서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스스로가 확립돼야 하고, 외부요인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또한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만큼, 디자인이 필요한 목적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모두가 한번쯤 고민했을 이야기라 생각한다.

오늘부터 이야기할 디자이너는 바로 오키 사토(Oki Sato)이다. 캐나다 출신의 일본 디자이너인 그는 공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건축과정을 수석으로 마쳤다. 2002년 졸업 이후 세상을 배우고자 배낭을 짊어지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여행 중 밀라노에 도착한 그는,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에서 하나의 동기부여를 얻는다. 박람회를 돌아보며 건축을 졸업한 이들 중에 가구와 제품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 들며 영역을 넓혀가는 많은 디자이너들을 만난 것이다. 건축이 가지는 논리적 사고와 기능적 탐구가 이 영역 안에서 새로운 형태로 창조되는 모습은 그에게 큰 매력이었다. 그는 이후 자신 스스로의 목적을 설정한다.

“건축사가 가구나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경계를 넘어선 창작활동에 충격을 받았죠. 또한 일반인을 끌어들여 거리 전체가 디자인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모습을 통해 디자인의 미래를 봤습니다. 저도 언젠간 이 곳에서 제 작품을 들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당시에 했죠.”

여행하는 동안 쌓아 올린 열정은 일본으로 돌아온 후 큰 밑거름이 됐다. 사실 시작은 간단하지 않았다. 영역이 확장된 그의 포트폴리오는 실무를 같이 할 분야에서는 애매했다. 즉, 영역이 넓혀진 만큼 그 깊이는 아직 부족했던 것이다. 2003년 그는 빨리 용단을 내린다. 회사를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졸업 후 사회를 일찍 경험하고 세상을 읽는 현실적인 그의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후 5년간 사회에서 디자이너 오키 사토가 알려질 때까지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건축과 달리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그의 에너지를 더욱 북돋았다. 2008년 이세이 미야케와 협업한 양배추 의자(Cabbage Chair)로 인지도를 얻기까지 그는 계속 불경기 속에서 회사를 키워갔다. 좋은 시절이 없었다.

“내일이 항상 오늘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겸손한 표현이 아니라 실제 그가 매일 회사를 운영하며 마음을 다짐하는 자세였다.

회사 이름은 넨도(Nendo). 일본말로 점토라는 뜻이다. 형태와 색을 무한정 바꿀 수 있는 점토처럼, 밀라노에서 느꼈던 자유로운 발상과 창작활동을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넨도는 직원 평균연령이 27세인 젊은 회사이다.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끊임없이 해결책을 제시하며 수많은 제약 속에서 끊임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디자인의 무게를 줄이려 부지런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중시했다. 아이디어 워크 전반을 담당하는 오키 사토 이외에, 공간 디자인을 총괄하는 오니키 고이치로,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는 이토 아키히로, 이 3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설립 당시 4명의 디자이너와 2명의 매니지먼트로 시작한 것이 현재 밀라노 지사 직원을 포함해 25명의 디자이너 조직으로 성장했다. 장기적인 일본 경기 침체와 대기업이 스타 디자이너 기용을 자제하는 추세에도 만들어낸 성장이다.

디자이너 사관 학교로 불리는 넨도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일본의 주요 기업으로 스카우트되는 일이 매우 잦다. 그만큼 고된 업무 강도와 집요한 시스템에서 습득한 역량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넨도의 업무 사이클의 한 예를 들자면 이렇다. 오키 사토는 각 프로젝트마다 한 명의 책임 디자이너를 배정하고 자신이 직접 그 책임 디자이너와 2인조 팀으로 일한다. 클라이언트와의 첫 미팅 직후 오키 사토가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클라이언트의 특징과 요구를 파악해 프로젝트 담당 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무실에서 목업을 바로 만든다.

넨도와 협업했던 시저스톤(Ceaserstone)의 홍보 담당 제이컵 피어스(Jacob Peres)는 넨도의 성실함을 말한다.

“넨도는 한마디로 늘 준비되어 있습니다. 첫 오리엔테이션 미팅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했을 뿐인데, 바로 다음 미팅에서 10개가 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놀랐습니다.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죠.”

실제 현재 넨도는 연간 25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떠안고 있을 만큼 큰 회사로 성장했다. 경기 침체로 외부 디자이너를 기용한 제품 개발이 감소하고 있는 요즘 이례적인 수치이다. 2013년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에서는 개인전을 포함해 20개의 부스에서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넨도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해외기업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 속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넨도의 디자인을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 김성환  Kim, Sungwhan
KSP Jürgen Engel Architekten GmbH (Mün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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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車道)의 ‘광장화’

Transforming Road Space into ‘Pedestrian Plaza’
_ Kita-sanjo Hiroba ‘AKAPLA’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었던 도로 공간을 사람에게 다시 되돌려 주고자 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로공간을 활용한 오픈카페 또는 보행자천국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도로 공간을 지자체의 자주적 광장조례를 바탕으로 차량이동을 막고, 광장화하여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에 하나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 키타3죠(北3条)광장(이하, 광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도시개발사업과 연계한 광장 만들기

아카프라1)라고도 불리는 이 광장은 한때 도시계획도로 「키타3죠도로(北3条通)」로 차량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됐으나, 삿포로시의 도심부 공공 공간 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차도의 광장화라는 사회적 실험을 실시해 만들어졌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광장과 마주보고 있는 미츠이(三井)부동산과 일본 우체국, 2개 부지의 공동화를 통한 차량출입구의 이동이 불가피했다. 2007년에 두 회사는 이미 「삿포로 미츠이 JP빌딩」의 건설을 계기로 공공 공헌의 일환으로 광장의 정비를 시에 제안했었고, 이를 시가 받아들이면서 가능해졌다. 광장의 한쪽 면은 겨울이 긴 삿포로의 기후적 영향으로 발달하게 된 지하보도 공간과 교차하게 되는데, 「입체도로제도」를 활용하여 건축물 내 계단을 통해 연결할 수 있었다. 실내 공개공지(아트리움 테라스)와도 연계되어, ‘광장-실내공개공지-지하보도 공간’으로 이어지는 공공 공간은 삿포로시의 새로운 교차 거점이 됐다.

2014년 7월에 아카프라 광장이 오픈됐다. 시에서는 그 전부터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키타3죠도로의 광장화를 염두해 두고, 2004년부터 약 3회에 걸쳐 실증실험을 실시했었다. 2012년부터는 지상부활성화를 목적으로 역앞연도(沿道)사업자와 지역관계자, 시 등으로 구성된 「삿포로역앞토오리 지구활성화 위원회(札幌駅前通り地区活性化委員会)」를 조직하여, 광장의 구체적인 활용수법을 검토해왔다.

 

■ 역사적 지역자원의 보전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아카프라 광장에는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실제로 1925년에 32그루가 식재되어 지금까지 29그루가 있다. 또한, 목재토막 12만4천개로 1924년에 구성된 목피포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도로설계를 지금까지 전달하는 현존 최고(最古) 목피포장과 과거 식재된 은행나무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삿포로를 대표하는 도로경관 「삿포로향토와 문화100선(さっぽろ・ふるさと文化百選)(1988년)」으로 선정됐다. 2011년에는 공익사단법인 토목학회에 의해 토목유산으로 지정됐다. 남아있는 도로경관들을 보전하고 그 위에 새로운 빨간벽돌(일본어:아카렌가)을 부설하는 형태로 광장을 정비했다.

광장 전면부에 위치하는 구)홋카이도청사에 쓰인 빨간벽돌은 광장의 주재료로 주변 풍경과 어우러졌고, 건축물의 실내 통로 및 주요 벽면에도 활용됐다. 빨간벽돌은 관민 부지에 관계없이 계획돼 경계를 허물고 디자인적 통일감을 느끼게 해준다. 기존의 은행나무 뿌리를 육성·보전하기 위해 식재 틀이 필요했고, 이 부분을 활용해 광장의 벤치를 만들었다. 또 단차와 벤치간 사이공간을 활용해 일시적인 점포 운영과 이벤트 활동을 위한 스테이지 운영 등에 필요한 급배수 및 전원코드 등의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그림 1).

 

■ 지속가능한 광장 매니지먼트의 실현

광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벤트, 오픈카페 등 유연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위해 2013년에 삿포로시 키타3죠광장 조례가 제정됐다. 일반적으로 도로통행의 목적 외의 경우에는 도로점용 및 사용 허가 등 개개인의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허가받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광장 조례를 통해 관리함으로써 사용자는 광장의 관리자(지정관리자)에게 신청 및 허가를 받아 광장 이용이 가능해졌고 이용에 관한 수속절차가 간편화되어 다양한 이용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시설 운영 및 유지관리에 대해서는 민간 노하우의 활용을 통한 서비스 향상 및 경비절감을 도모하고자 지정관리자제도(2003년)를 도입했다. 인접한 지하보도공간의 지정관리자이기도 한 삿포로역 앞 ‘토오리 마치즈쿠리 주식회사(札幌駅前通りまちづくり株式会社)(이하 마치즈쿠리 회사)’가 광장의 지정관리자로 선정돼 운영 및 관리를 맡고 있다. 에리어매니지먼트 단체이기도 한 마치즈쿠리 회사는 사용자의 광장 활용 면적에 근거하여 이용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이 수익금을 바탕으로 광장 유지관리 및 지역 활성화 관련 활동에 충당하고 있다(표 1).

이외에도 미츠이 JP빌딩 내부에 위치하는 아트리움 테라스는 4층 높이의 보이드 공간의 실내공개공지로서, 식재가 놓여있어 겨울이 긴 삿포로에 편안한 내부 휴식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이는 지하보도공간의 작은 화단식 나무에서 시작해 지상 광장의 은행나무, 2층의 나무 공간(겨울가든)까지 이어지는 입체적인 녹지공간으로 연출되고 있다. 재료 또한 홋카이도 자연의 이미지에 근거한 목재와 자연목을 이용하여 따뜻한 실내공간을 표현하고 있다(그림 2).

빌딩 건설을 계기로 지정 도시재생특구 개발사업자의 공공 공헌에서 광장 정비가 실시됐다는 점에서 ‘민간재원을 활용한 공공 공간 정비수법’을, 다양한 지역관계자와 학자들 연계를 통해 지역에 어울리는 광장 디자인과 조례 및 활용방침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광장 매니지먼트 수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판단된다. 앞으로 지방도시 도심부의 매력과 활력을 창출하는 새로운 재생수법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 송준환  Song, Junhwan
야마구치 국립대학 공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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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太白山)

Taebaeksan Mountain

태백산을 중심으로 한 70.1㎢ 규모의 국립공원이 2016년 한국의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태백산은 높이 1,567m의 태백산맥의 주봉이며, 한국의 12대 명산의 하나로 꼽힌다. 흰모래와 자갈이 쌓여 마치 눈이 덮인 것 같다 하여 태백산이라 불렀다고 하며, ‘크고 밝은 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신라 5악 중 북악이었으며, 한국의 12대 명산의 하나로 꼽힌다. 또한 우리나라 삼신산의 하나로 예로부터 영산(靈山)으로 추앙받아왔다. 이 산을 중심으로 함백산(1,573m)·청옥산(1,277m)·구룡산(1,346m) 등과 함께 주위 20㎞ 내외에 1,000m 이상의 봉우리들이 100여 개나 연봉을 이루고 있어 하나의 거대한 산지를 이루고 있다. 태백산 천제단 주변에는 가지가 붉은 나무인 주목(朱木) 군락지가 있다. 겨울철에는 주목에 피어나는 눈꽃 절경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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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소망

New Year’s Wish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7년 10월 4일, 조지 워싱턴 장군의 군대는 저먼타운 전투(The Battle of Germantown)에서 윌리엄 하우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 본대를 공격했지만 실패하고 후퇴했다. 광고는 패전한 워싱턴 장군의 야전 막사 풍경을 비추는 것에서 시작한다. 찬바람은 불고 군데군데 피워놓은 화톳불만으로는 한기를 쫓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침울한 목소리로 사상자의 숫자를 체크하고 있는 조지 워싱턴의 막사에 병사 둘이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들어온다.

“워싱턴 장군님, 캠푸에서 이 개를 발견했습니다. 개의 목걸이를 보세요.

이 개는 하우 장군의 것입니다.”

병사가 이렇게 말하자 워싱턴 장군 주변의 보좌관들은 냉소 어린 반응을 보낸다.

“어떤 바보가 자기 개를 전쟁터에서 잃어버리지?”

“이 개를 진격하는 병사들의 제일 앞에 마스코트로 내세웁시다.”

“이 똥개를 쏘아버리죠.”

부하들은 이렇게 말하는데 워싱턴은 한마디로 딱 자른다.

“돌려 보내.”

“뭐라고요?”

“휴전 깃발을 달아서 이 개를 주인한테 돌려 보내.”

적군인 하우 장군은 한 번도 자비로운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부하 장교는 반발하지만, 워싱턴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한 술 더 떠서 우연히 손에 들어온 하우 장군의 개를 돌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는 편지까지 동봉하게 하여 개를 돌려 보낸다. 1777년 10월 6일의 일이다. 개를 되찾은 하우 장군은 자신의 개를 귀환시킨 행동은 훌륭한 신사의 명예로운 행위라고 칭송했다. 당시 조지 워싱턴이 하우 장군에게 보낸 편지는 미국 의회 도서관에 현재까지 보관되어 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마치 영화의 엔딩 같은 설명이 이어지고 다음과 같은 자막이 흐른다.

개는 우리 안에 있는 선함을 끌어낸다.

(Dog bring out the good in us.)

미국의 개 사료 회사 페디그리(Pedigree)가 2017년 4월 방송한 TVCM 내용이다. 페디그리는   ‘좋은 것을 먹이자’(Feed the good)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개가 어떻게 사람 안에 있는 선한 마음을 이끌어 내는지 보여 주기 위해 역사적인 에피소드를 발굴하여 광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강아지가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강아지 트레이너를 병사로 분장시켜 영상에 등장시켰다는 후일담을 광고대행사인 BBDO뉴욕은 전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주인 잃은 개 한 마리는, 적이 되어 서로 총을 겨누던 두 장군의 관계를 잠시 개를 잃은 사람과 그 개를 주운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공격에 실패하고 많은 부하를 잃은 패전 장군 워싱턴. 적장의 개를 품에 안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쟁터로 떠날 때 동구 밖까지 애처롭게 짖으며 따라오던, 자신의 개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며칠씩 온 동네를 찾아 헤매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그 순간 조지 워싱턴에게 윌리엄 하우는 적장이 아니라 그저 키우던 개를 잃고 상심한 개주인일뿐이었다. 주인 잃은 개 한 마리가 전쟁이 억눌러 놓았던 배려 그리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잠시나마 되살려 주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2018년 무술(戊戌)년이 밝았다. 무술년을 천간과 지지로 풀면 황금 개의 해이다. 2018년에 태어난 아기들은 황금 개띠가 되는 것이다. 굳이 황금 개일 필요도 없이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까지 등록된 우리나라의 반려견은 약 107만 1,000마리 정도이다. 하지만 국내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는 약 1,000만 명에 달하고 실제 반려견 숫자는 400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애견 전문가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

개는 내가 아무리 밤늦게 현관 문을 열어도 기다렸다는 듯이 제일 먼저 달려 나와 반겨준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설 때는 아쉬워하며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진다.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처럼 나에게 올인한다. 내가 키우는 개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경험을 선물한다. 이러한 반려견의 조건 없는 충성과 애정을 잘 보여주는 광고 한 편이 있다. 2017년 8월에 방영된 옥션의 TVCM이 바로 그것이다. 겨우 문 앞에 택배를 가지러 갔다 온 주인이, 마치 십 년은 헤어졌던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달려와 안긴다.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의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이기도 하다.

남)    잠깐 택배 가지러 나갔다 왔을 뿐인데

         세상 오랜만에 만난 연인처럼

         늘 격렬하게 나를 반겨주는 우리 헐크.

         너 때문에 산다!

Na)  어서옥션

(옥션_TVCM_2017_카피)

개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반려견이 되는 것이 꼭 행복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것을 먹지도, 마음대로 짖지도 못하고 내키는 상대와 짝짓기도 못한다. 부모형제와 생이별하여 인간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 사람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극한직업이다. 호주의 맹인안내견 서비스 기관인 Guide Dogs NSW/ACT의 광고는 맹인안내견에게 요구되는 무한한 헌신의 자질을 채용인터뷰 형식으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어느 입사 면접장, 대기실에 지원자들이 대기하고 있고 안에서는 면접관의 다소 무리한 질문과 요구가 이어진다.

면접관)       이 직업은 누군가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지원자1)     네

면접관)       1주일에 7일 24시간 근무하고 휴가는 없습니다.

지원자1)     오… 음…

면접관)       생사가 걸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어떠시겠어요?

지원자2)     저는 아주 잘 할 수 있습니다.

면접관)       트레이닝을 10년 받아야 합니다.

지원자3)     (머뭇거리며)아 네…

면접관)       누구와도 교류하면 안되고 직선으로만 걸어야 합니다.

지원자2)     직선으로요?

지원자4)     무슨 뜻이죠?

면접관)       혹시 잘 놀라시나요?

지원자6)     아니오. 공포영화 볼 때만 빼고는요.

면접관)       (갑자기 책상을 탁 친다)

지원자3)     (움찔하며 놀란다)

면접관)       비스킷 드세요.

지원자7,8)  (비스킷을 먹는다)

면접관)       먹으면 안됩니다. 이 직업은 유혹을 거부해야 합니다.

지원자6)     보수는 어떻게 되죠?

면접관)       사랑입니다. 오직 사랑뿐이에요.

지원자6)     차… 혹시 차는요?

면접관)       당신은 사랑을 얻을 거에요.

지원자6)     선물은요?

면접관)       없어요.

여기까지 면접이 진행되자 지원자 모두가 떠나 버리고 대기실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남은 것은 오직 작은 강아지 한 마리뿐이었다. 어린 강아지는 가혹한 조건들만 골라 이야기한 무자비한 면접관 뒤를 쫄랑거리며 기꺼이 따라간다. 그리고 한 줄 자막이 이어진다.

우리는 완벽한 후보를 찾았습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근무에 휴가는 하루도 없고 보상은 오직 사랑뿐인 직업이라면 ‘엄마’의 임무와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교류도 못하고 남이 주는 모든 음식을 뿌리쳐야 한다니 신사임당이라도 감당 못 할 노릇이겠다.

연말을 지독한 독감을 앓으며 보내는 통에 변변한 계획 하나 세우지 못하고 새해를 맞았다. 굳이 독감이 아니더라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저 지금처럼만’을 소심한 신년계획으로 삼은 지 여러 해가 되었다. 그런데 칼럼을 쓰다 보니 새로운 새해 소망 하나가 살며시 고개를 든다. 좁은 아파트 안에서 반려견을 키울 자신은 없지만 내 안의 좋은 것, 선한 것을 이끌어내 줄 그 무엇을 만나는 것이다. 그 무엇이 사람이라도 좋고 책이나 음악, 그림, 꽃이나 나무도 좋다. 좋은 것을 가까이 두고 깊이 사귀다 보면 세파에 시달려 희미해진 내 안의 선함을 다시 만나는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다른 누군가의 ‘선함’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안의 선함을 이끌어낼 좋은 것들을 만나고 싶은 새해 새 소망! 맨날 이런 추상적인 소원이나 빌고 있으니 노후대책은 언제 세우고 새 책은 언제 쓰지? 새해에도 부자의 꿈은 접어야 할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L3QiBLndU-k

(페디그리_TVCM_2017_유튜브링크)

 

(옥션_TVCM_2017_유튜브링크)

 

(Guide Dogs NSW/ACT_ TVCM_2010_유튜브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 카피라이터 ┃ (주)프랜티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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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참여 건축설계 연재 04 건축사와 함께 하는 공동체 참여 건축디자인

Community Participation Architectural design with Architects


“우리는 스스로 찾으려는 세계만 발견한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 공동체 참여 설계 과정 속 참여 범위와 진행 단계

 

공동체 참여 설계과정은 건축사를 포함한 모든 공동체가 일정한 역할과 범위로 건축 설계 또는 사업 과정에 참여 하는 것이다. 모든 사업과정에서 공동체 구성원의 건축에 대한 비전문적 관점도 적절한 방법으로 반영돼야 하며 건축설계 과정뿐만 아니라 건물의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참여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주민의 주도를 전제로 한 서울시의 ‘주거환경관리사업’의 경우처럼 주민들의 조직과 공동체의 활동을 중시하는 경우는 자연스럽게 ‘공동체 참여설계’과정이 적용돼 사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그 밖의 공공시설과 관련된 사업에서는 공동체(사용자)의 참여 과정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그 역할과 범위를 분명하게 한정짓지 않은 채 건축사의 책임 하에 워크숍과 같은 ‘참여설계과정’ 진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업 규모나 기간 등에 따라 구성원의 의견을 통한 ‘참여’에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다.1)

그림1) 공공건축을 위한 커뮤니티 참여 수준 체제 및 지표 출전: 박남용(2016)

이와 관련해 다양한 참여설계와 사례를 분석한 연구들 중 ‘박남용(2016)’2)은 공동체의 참여 범위를 4단계의 10가지 내용으로 정리·제시했다. 그의 연구에서 참여의 가장 낮은 단계는 교육과 인식을 내용으로 하는 ‘참여수용’으로 설정됐다. 이후 평가, 협업, 결정하는 ‘결정권한’ 단계까지 정해 일정한 단계별 공동체의 참여 수준을 제시하고 진행 단계와 범위를 구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참여설계로 진행되는 사업에서 건축사가 진행할 일의 범위를 사전 협의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사업의 규모가 크고, 다양하며 대상 지역 공동체의 범위가 큰 경우에는 참여 단계에 관계없이 한 건축사가 설계와 함께 공동체참여과정 전부를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이 경우 총괄계획가(M.P)나 총괄건축사(M.A)를 두고 사업의 조정과 진행을 담당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제도는 사업 진행과 일관성 유지에는 유리하지만 지역 공동체의 참여 수준이 총괄을 담당한 소수에 의해 결정되므로 오히려 제약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번 글에는 필자가 담당했던 사례를 통해 큰 규모의 사업에서 공동체참여과정 방법과 이를 이끌어 나가는 과정을 담당하는 ‘건축 퍼실리테이터’의 역할 속에서 건축사의 참여과정을 제한적으로나마 설명한다.

 

  1. 공공시설의 공동체 참여 설계 과정과 건축사의 참여 : ‘원주-강릉선 올림픽 철도역사’ 참여설계사업 사례

 

그림2) 원주-강릉선 노선 및 철도 역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새로이 영서와 영동을 연결하는 노선 건설이 추진되고 철도역사(驛舍) 신설을 위한 설계도 진행됐다. 이 중 평창, 진부, 강릉역은 특히 동계올림픽 기간 주요 행사가 이루어지는 구간으로 지역의 상징적인 철도역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지역 발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많았다.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보다 만족도 높고 품격 있는 역사 건설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그 실행 방법으로 우리나라 철도역사설계상 처음으로 ‘철도역사 디자인 품질지표 개발과 이용자참여설계 방법’을 적용하여 ‘강릉, 진부, 평창’ 3개 철도역사 기본설계에 적용했다.

 

1) 배경 : ‘디자인 과정에 이용자 참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철도역사 설계’

 

우리나라 철도역사는 철도건설과 함께 일정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건물로 전문성을 중시하는 시설로 인식됐다. 또 철도역사 디자인은 한정된 예산과 공급자(발주처와 설계자, 운영자) 위주의 획일적인 건설로 인해 주민들의 요구나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로서 다른 공공건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이에 한국철도기술공단에서는 사용자의 참여 방법과 더불어 향후 우리나라 철도관련시설의 디자인평가 기준이 될 수 있는 지표를 동시에 개발·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또한 원주~강릉 간 신설 철도역사 중 올림픽 구간인 평창, 진부, 강릉역사 기본 설계 단계에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수렴 및 반영하기 위해 『이용자 참여 설계(User participation design)』3)방법을 적용하여 진행됐다. 이 사업의 경우 대상으로 하는 역사가 3개소로 각 지역의 주민들과 일반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각기 다른 참여설계과정을 진행해야 했다. 또한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가늠하는 도구이자 나중에 철도역사 디자인 후 평가에 적용 가능한 ‘한국철도역사 디자인 품질지표(KoRSDI)’4)를 동시에 개발했다. 이는 전문가들 및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 의견을 받아 건축사가 설계에 반영하도록 함께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의견 수렴과 더불어 ‘평가’까지 이르는 과정으로 그림1)에서 설명한 참여설계 단계에서 ‘결정권한’ 단계까지 포함된 사업의 사례이다.

그림3) 이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철도역사 건설의 목표

 

2) 진행 : 지역 주민의 기대상 발견과 건축사의 참여와 설계 적용

 

이 사업의 경우 3개의 건축사가 참여하여 각기 한 역씩을 담당하여 설계를 진행했다.5) 또    ‘이용자(공동체)참여 설계’ 과정을 적용한 새로운 절차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동시에 전문가자문회의의 심의와 자문을 거쳐야 하는 기존의 과정이 같이 진행되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에 진행하던 공청회 수준의 의견수렴 방법보다 강화된 ‘공동체참여설계’의 참여 과정 등을 같이 수행해야 하는 건축사들의 어려움과 걱정은 매우 컸다. 필자는 퍼실리테이팅 진행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러한 형편을 감안하여 전체적인 진행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진행하되, 동시에 설계를 진행해야 하는 건축사의 참여과정과 일정 상 설계안의 동시진행을 고려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략을 적용했다.

그림4) 철도건축물(역사) 이용자 참여설계프로세스
(자료: <철도건축물(역사) 이용자참여설계를 위한 운영 메뉴얼> 한국철도시설공단, 2016)

이러한 생각과 진행 틀로 약 6개월에 걸쳐 주민 대상 워크숍 4회(지역초등학생 대상 워크숍 총 4회), 전문가 자문회의 및 평가워크숍 3회를 진행했다.7) 동시에 각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사들은 각 역의 기본 설계안들을 단계별로 발전시키고 ‘한국철도건축물설계평가지표(KoRSDI)’를 활용해 설계안에 대한 평가 및 의견을 수렴하며 최종안들을 도출해 나갔다.

진행과정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은 간략한 다음 표로 대신한다. 대신 ‘공동체 참여과정’에서 건축사의 설계진행에 초점을 두고 건축사가 직접 ‘공동체 참여 설계과정’을 이끌어 갈 수 없는 경우 주의할 점을 살펴본다. 공동체 참여자와 발주처의 의도에 따라 워크숍을 위탁한 경우에 워크숍 진행자는 건축사와 함께 진행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는 ‘건축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야 한다. 공동체 참여자들은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자신의 전문성으로 정의하는 것이지 문제를 건축적으로 해결하는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므로 ‘건축 퍼실리테이터’는 건축사가 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필자의 경험상 워크숍의 진행과정에서 건축사가 공동체에게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퍼실리테이팅 분석 보고서’와 ‘참여 건축사 진행회의’를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건축사는 다양한 의견을 지닌 참여자들의 활동 결과들을 문제에 대한 다른 시각에서의 정의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아울러 퍼실리테이터는 보고서를 통해 양적 해석과 더불어 질적인 해석을 하여 건축사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참여자들의 발언 속에 내재된 정서적 의견이나 감정을 분석하여 전달하고 이를 통계 결과들과 결부해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건축퍼실리테이터’는 여러 가지 비전문적 용어들을 건축사들에게 필요한 건축적 어휘로 번역하여 전달해 주고, ‘참여건축사 진행회의’에 참여해 건축사들과 협의하면서 참여자들의 의도가 설계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표1) 철도역사 이용자 참여설계 워크숍 진행

사실 참여자들은 어떤 의미에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다기보다 또 다른 특수한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를 객관화하고 전체와 함께 논의하는 장에 얹어 놓으면 의외로 여러 가지 갈등이 참여자들의 견제와 논의를 통해 조정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헨리 사노프(2000)의 “참여디자인의 과정에서 참여자의 만족도는 그들의 요구가 얼마나 채워졌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판단에 따른다.” 라는 말에서 참여디자인 과정의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림5) 참여건축사 진행회의와 퍼실리테이팅 분석보고서

대개 참여자들은 물론 자문전문가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됐는지 여부에 따라 호불호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사들은 자신의 설계안에 참여자들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설명하고 만일 적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제시된 결과물 속에서 같이 설정한 목표와 기준의 제약 조건에서 건축사가 전문가로서 판단한 과정과 노력을 설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사실 이것이 건축사의 전문성이 발휘되는 것이고 일상적인 업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내가 다 알아서 정리했으므로…” 또는 “여러분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하는 식으로 자신의 안을 강요하는 하는 식의 발언으로 오히려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참여자의 의견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더 이상 교류가 중지되는 상황 또한 공동체 참여 설계과정에서 건축사가 조심해야 할 점이다. 공동체 안에서 참여자들을 설계과정의 파트너로 볼 필요가 있다. 건축 퍼실리테이터는 이 둘 사이에서 서로의 의사가 원활하게 전달되도록 노력하며 동시에 바람직한 사업에 대한 판단을 가치화해서 공유시킬 수 있어야 한다.

 

3) 적용 : 반영과 결과

앞서 썼듯이 이 사례는 참여설계과정으로 진행되면서 각 담당 참여건축사들은 역사의 기본설계를 진행해야만 했다. 워크숍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여 철도역사를 위해 만들어진 DQI8)로 평가 받아 실시설계로 이어져야 하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워크숍이 진행되면서 각 지역참가자들의 상징과 중요한 고려 사항들이 초기 건축사들의 전제와 달라 일부 개념이 수정됐다. 이에 따른 기본설계안도 지역 참가자들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나온 의견들을 건축사들이 수용하면서 오히려 전문가들의 일부 자문이나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설계안에 대한 보호막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표2) 역사별 기본 설계 방향설정

물론 철도시설물의 특수한 조건과 동계올림픽 행사를 위한 공간적 요구 등이 전체적인 안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오히려 올림픽 이후의 활용과 이용이라는 면에서 지역 공동체 참여자들의 의견이 중요한 참조점이 되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는 주민들이 설정한 목표에 대한 구체화와 검토 끝에 조정되며, 여러 가지 목표들도 타당한 근거 속에서 조절됐다. 건축사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보다 든든한 디자인의 지원그룹을 얻게 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에게는 참여설계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비용이 사업의 결과물과 더불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들어간다고도 볼 수 있겠다.

 

  1. 아이들의 바람처럼 만들 수 있을까?

 

‘원주-강릉선 올림픽 철도역사’를 위한 공동체참여설계 과정을 시작하면서 각 지역의 4개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지역 초등학생들과 ‘우리 마을 철도역사 만들기’를 진행했다. 공작 시간처럼 기차를 만들어 색칠하고 기차가 사는 집을 만들었다.9) 아이들이 생각하는 철도역사는 지역의 어른들이 이 사업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달랐다. 이 지역은 이전까지 기차가 다니지 않던 곳이었다. 아이들은 기차역이 예쁘고 재미있는 기차가 다니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철도역 워크숍에 앞서 참여자들과 ‘철도와 연관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나누면서 들은 내용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가족과 처음 여행한 기차의 기억’, ‘몰래 탄 기차’ 그리고 ‘통학과 친구’, ‘기차 속 먹거리’와 ‘창밖의 풍경’ 등에서 참여자들의 감성적이거나 소박한 기억이 호출되었고 사실 이것이 우리가 철도역 건축에 바라는 가장 근본적인 기능과 기대인지도 모른다.

그림6) 지역 초등학교 워크숍 활동과 의견들의 예

지금까지 규모가 크고 넓은 공공시설에 대한 ‘공동체참여설계’의 과정을 얼마 전 개통된  ‘원주-강릉선 올림픽 철도역사 신축사업’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사업의 사례처럼 건축사가 직접 참여설계과정을 주도 할 수 없었던 경우, 공동체와 함께 건축사의 설계가 이루어지는 과정과 방식을 살펴보았다. ‘건축 퍼실리테이터’로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돼야 할 설계 과정이 많은 공동체와의 만남과 의견을 듣다보니 더디고 답답하게 진행된다’는 불만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면 귀 기울이지 않았을, 어린이와 주민들의 과거와 지역에 대한 생각과 그들이 직접 이용하는, 그래서 사랑하게 될 철도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건축사들이 듣고 담아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그동안 건설 후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철도역사를 우리나라 처음으로 ‘공동체 참여설계 방법’을 통해 진행한 이유일 것이다.

 

글. 고인룡  Koh, Inlyong ┃ 공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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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디어와 건축 디자인 실험 연재 01 인공지능과 가상의 인간

Artificial Intelligence and Virtual Humans

 

본 연재는 총 3회에 걸쳐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최신 컴퓨팅 및 뉴 미디어 기술과 건축 디자인 실험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특히, 이러한 기술이 새로운 형태와 공간을 정량적, 정성적으로 분석하는 체계적인 방법으로써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그 예를 소개하고, 그 가치와 추후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회로 본 기고문에서는 인공지능과 가상의 인간, 설계응용범위를 다루고자 한다.

 

  1. 건축 디자인 실험과 인간행동 분석의 한계

 

197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초기 인공지능발전에 기여한 허버트 사이먼(Hebert A. Simon)은 ‘디자인은 A라는 상태로 B라는 또 다른 상태로 바꾸는 행동’으로 정의하고, A와 B의 상황의 득과 실을 비교(trade-off) 한 후, 득과 기대가치가 보다 큰 대안을 결정하는 행위로 간주했다(Simon, 1996). 이와 마찬가지로 건축설계 역시 기존환경을 바꾸기 이전과 이후, 즉 설계 전, 후를 비교하고 분석평가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다만, 건축설계에서는 사용자의 심리적 만족과 행동, 아름다움의 인지, 사회문화적 영향력, 설계자의 철학 등의 정성적 가치와 경제적 이득, 공학적 성능간의 득과 실의 분석과 판단이 단순하지 않다. 많은 경우에서 건축설계물의 창의성과 같은 정성적인 가치가 예측하지 못했던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기도 한다.

건축설계에서는 설계 전, 후의 득실관계 분석과 함께 새로운 형태과 공간, 이에 따른 성능과 깨닫지 못했던 사회문화적 독자성을 발견하기 위한 탐구의 과정과 체계가 형성됐다. 이러한 탐구에서 설계안의 특징에 관여하는 변수와 그 변수로 구성된 대안(design configurations), 각 대안에서 나타나는 정성적·정량적 성능과 가치(performances), 상황과 조건(contexts) 간의 관계가 고려되며 이 관계의 탐구과정에서 창의적인 설계안의 발견과 제안이 이루어지기도 한다(Rittel, 1971). 이 과정은 건축전공학생이 형태의 곡률을 수치간격으로 변형할 경우, 이 변형마다 아름다움의 인지, 보행, 빛의 유입, 사회적 상호작용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 구성방법과 가치를 발견하는 예와 같다. 이러한 건축설계에서의 탐구과정은 변수간의 구성, 구성 결과물간의 가치와 성능비교 등의 체계적인 분석과 우연한 미지의 결과물의 발견 등의 특징을 가진다. 때문에 타분야의 과학적, 공학적 실험, 철학, 수학과 같은 사고실험과 마찬가지로 ‘실험’으로 간주할 수 있다.

건축 디자인 실험에서 실험목적과 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이 창안되거나, 우연히 창의적인 설계결과물이 발견될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창안하거나 발견한 설계결과물의 가치와 성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분석과 평가 없이는 설계결과물이 실험목적에 어느 정도 접근했는가 혹은 발견한 결과물이 어느 정도 새로운가를 판단하기 어렵고 디자인 실험에 필요한 추가적인 단서 역시 얻기 어렵다.

이러한 분석과 평가의 영역 중 인간의 심리 및 행동기제는 건축 디자인 실험에서 주로 또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항목이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와 행동분석은 구조, 설비와 같이 수치적인 성능분석이 명확한 영역에 속하지도 않으며, 설계결과물의 가치를 이론적 틀을 통해 해석하는 영역에 속해 있지도 않다. 특히, 고도의 디자인 실험일 경우는 예를 들어 결과물이 전례없이 새로운 형태를 가지거나 창의적일 경우, 인간행동기제의 분석과 사용에 관한 예측이나 이에 따른 실험결과물의 평가는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현재 실규모의 목업(full-scale mockup), 모델 하우스와 실물(full-scale actual)이 인간행동과 심리기제 측정에 사용되고는 있지만 시공규모와 비용면에서 한계가 있으며 거주 후 평가(post-occupancy evaluation)이 실증적 분석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유사한 건축선례가 드문 디자인 실험의 경우에는 기존 사례와 경험으로만 새로운 설계결과물의 성능을 추론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와 인간행동의 분석과 예측의 많은 부분은 체계적인 분석과 평가보다는 막연한 추론과 기대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분석 및 평가방법의 부재로 인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인간 사용자는 표현단계에서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장식처럼 취급되거나 산술적인 신체치수로만 고려되는 등 인간의 개성과 다양성, 사회적 상호작용이 의사결정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경향을 야기하기도 한다(Imrie, 2003).

위와 같은 분석의 한계를 해결하고 건축 디자인 실험에서 인간행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90년대 초부터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에서 인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설계안을 분석하고자 하는 급진적인 시도가 제안됐다. 이 기술이 바로 다음 장에서 다룰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이다.

 

  1. 인공지능과 가상의 인간

 

가상의 인간과 이를 응용한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은 2000년 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한 ‘뉴 미디어(new media)’의 특성 중 기존의 미디어와 가장 차별화되는 ‘상호작용(interactivity)’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간행동 시뮬레이션(human behavior simulation)의 핵심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간의 외형, 개성, 사회적 속성을 가지고 설계안에 변수에 관해 특정한 행동반응을 보이는 가상의 인간(virtual humans, virtual users)의 존재다(Kalay, 2004; Hong et al., 2016). 가상의 인간은 현실의 인간과 유사하게 독립적인 판단력을 가지며, 건축물에 대한 반응 외에도 가상의 인간사이에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복도의 폭이 좁을 경우, 가상의 인간에게 부여된 성격에 따라 다른 가상의 사람을 기다리며 순서를 양보하기도 하며 친분이 있는 다른 가상의 인간을 만났을 경우에는 길을 가던 목적을 바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개별적인 가상의 인간의 상호적인 행동기제(individual, independent bottom-up interactions)에 따라 실험결과물의 성능이 분석되며, 이러한 가상의 인간의 속성과 행동반응 규칙을 실험목적에 맞춰 추출하고 설정하는 과정이 분석과 평가의 신뢰도를 결정한다.

그림1) 가상의 인간(Virtual humans, virtual users)은 건축물의 물리적, 기능적 속성을 인지하며, 신체적, 사회적 속성을 복합 연산하여 특정행동을 재현한다(홍승완, 인하대학교, 2017)

가상의 인간은 신체적인 속성(예를 들어 키, 몸무게, 외형, 장애요소, 행동을 표현하기 위한 뼈대 등)을 가지며, 이 신체적인 속성은 3D 스캐닝, 모션캡쳐, 3차원 모델링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해 제작된다. 가상의 사용자의 개성과 사회적인 속성(선호도, 친밀도, 사회적인 지위 등)은 프로그래밍에 의해 설정된다(그림1). 가상의 인간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행동기제와 규칙을 설정하는 부분으로 행동규칙의 추출은 직접관찰을 통해 수행하거나 사회 심리학이나 환경 심리학에서 찿아낸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기도 한다.

 

인간 사용자의 행동규칙을 토대로 가상의 인간의 행동기제를 프로그래핑하게 되는데, 최근 개발된 게임 플랫폼의 사용으로 기초적인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초기에는 지능이 단순히 물리적인 길 찾기를 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건축물과 다른 가상의 인간의 속성을 인지할 수 있는 센서를 설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상의 인간이 특정한 상황을 인지했을 경우, 성격과 사회적 속성, 프로그래밍된 행동규칙을 복합적으로 연산해 발생 가능한 행동들이 보다 역동적으로 재현할 수 있게 됐다(그림 2). 최근 가상 사용자의 다양한 행동결정과 더욱 복잡한 상황을 예측하기 위한 심화학습(deep-learning)과 같은 최신 인공지능 모델이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그림2) 가상의 인간이 원래 목표를 바꾸어 노인을 안내하고 있다. 가상의 인간은 예절 등의 인간사회의 문화적 규칙에 따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홍승완,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2014)

시뮬레이션은 원인이 되는 변수와 결과 사이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실험방법 중 하나다.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은 물리적인 실험환경의 구축 없이도 대량의 사용자를 분포하고 건축환경과 사용자간의 복잡한 관계를 연산하여 분석과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건축 디자인 실험에서 물리적인 형태, 공간의 영역, 사용자의 특성 등이 주요 원인과 변수가 될 경우는 심리적인 만족감, 안전도, 사회적인 상호작용 등이 실측·관찰될 수 있다. 건축설계분야에서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은 2000년도 후반까지는 대부분 이론적인 가능성과 기술적인 구현에만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시뮬레이션 플랫폼의 보편화로 응용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다음 장에서는 가상의 인간과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의 응용범위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의 응용범위

 

본 기고문에서 다루는 인간행동 응용범위는 저자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예후다 칼레이 교수(Yehuda E. Kalay)의 연구진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와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에서 개설된 과목의 수업 결과물을 토대로 기술됐으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인하대학교 건축학과의 ‘디지털 디자인 응용’, ‘인간행동 시뮬레이션’ 과목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근거로 했다.

그림3)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을 응용한 가족공원 내 선호 시설물 사용률, 대기시간, 동선분석(Weizman et al.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2013, in Human behavior simulation in architectural design projects: An observational study in an academic course, Hong et al., 2016, Computers, Environment and Urban Systems, 60, p.9)

첫째,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은 사용자의 심리적, 사회적 만족도를 탐구하는 건축 디자인 실험에 응용됐다. 이러한 실험에서 가상의 사용자는 정량적인 보행거리와 시간, 동선, 병목현상(bottleneck), 분포밀도의 변화를 재현하고, 설계자는 이러한 행동을 직접 관찰하거나 분석결과를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안전성, 사회적 상호작용, 심리적 만족도와 같은 정성적인 성능을 해석하고 평가 후 설계안을 수정했다. 예를 들어, 가족공원 프로젝트에서 어린이들에게 놀이시설에 관한 기호도를 설정하고 대기시간, 동선, 공원 이용률 등을 분석했다. 이후 공원 시설물 배치에 관한 만족도를 평가해서 지형, 수변시설의 형태, 놀이시설의 위치 등을 수정했다(그림 3). 이외에도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은 상업시설에서 공원배치, 오피스에서의 사회적인 교류장소 배치 등을 실험하는데 사용됐다.

 

특히, 가상의 인간의 설정에서는 기호도, 친밀도, 사회문화적 규칙과 상황 등이 프로그래밍되므로 사회문화적 적합성까지 분석, 평가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두인(Bedouin) 커뮤니티 센터 설계 프로젝트에서 베두인 여성은 다른 남성과의 동선이 마주쳐서는 안 되는 문화적 규범이 있고, 현실적으로 육아와 농사를 전담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따라서, 설계자는 이를 사전에 가상의 인간에게 프로그래밍하고 남녀의 성별, 농지, 놀이터, 진입로 등을 감별하는 센서를 설치하고 보행거리, 시간, 동선 등을 측정해 베두인 여성의 문화적 규범을 만족함과 동시에 노동량을 최소화하는 설계안을 발견했다(그림 4). 또 다른 예로, 광장설계 프로젝트에서는 자동차의 가로주차와 주말마다 발생하는 집회상황이 보행자의 안전과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그림4) 베두인 여성의 문화적 규범과 현실생활에서 요구되는 가사 일정을 가상의 인간에게 프로그래밍해 문화적 규범과 노동량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탐구했다(Silva et al.,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2014)

둘째,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은 실험적인 형태의 잠재적 사용성을 가늠하고, 이를 근거로 형태를 변형하는 과정에 사용됐다. 최근 패턴, 패널, 형태를 수치제어를 통해 생성하는 이른바 ‘패러메트릭 디자인’을 비롯해 직관적인 ‘디지털 조소(digital sculpting)’까지 다양한 형태실험의 방법과 도구들이 건축교육 및 실무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형태실험 결과물의 대부분은 유사한 전례가 없어 사용성 자체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고 보다 사용가능한 형태를 찾기 위해 설계자들은 가상의 인간을 조형물에 분포하고 영역을 설정(zoning)한 후 발생 가능한 길 찾기, 동선, 보행거리 등을 관찰 및 분석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형태의 변수와 사용성 간의 관계를 직접 실험했다. 예를 들어, 기차역 프로젝트에서 설계자는 패러메트릭 디자인 기법을 통해 형태를 자유롭게 생성한 후 승강장, 공연장 등의 영역을 설정했다. 이후 공연의 기호도를 가진 승객들을 프로그래밍하고 기차 도착 시 발생하는 문제나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형태를 수정했다(그림 5).

그림5) 형태를 자유롭게 탐구하는 과정에서 가상의 인간을 분포하여 사용성을 가늠하고, 이를 근거로 형태를 변형한 프로젝트의 예(오진영 외, 인하대학교, 2015)

셋째,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은 고도의 기능성과 안전성이 요구되는 건축 디자인 실험에 응용이 가능하다. 보편적으로 이 시뮬레이션 기법이 설계안의 기능성과 안전성 분석에 가장 많이 응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예를 들어, 병원설계 프로젝트에서 간호사의 대기실과 병실사이의 위치와 거리, 가시거리에 따른 병원관리, 대기실과 간병자 공용공간의 배치 등이 분석됐다. 또한, 기존 병원 프로그램과 함께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예를 들어, 대형 카페 및 데이 룸 등)가 융합되어 분석이 난해할 경우에도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회진동선과 거리, 시간, 감염 위험성 등의 분석이 이뤄졌다(그림 6). 또한 수해, 화재 등 피난 시뮬레이션에서는 가상의 사용자에게 시각적 인지기능과 사회적 판단력을 적용하여, 기존의 물리적인 입자처럼 대피하는 시뮬레이션과 보다 신뢰도 높은 안전성 분석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림6) 병원의 데이 룸 설치에 따른 기능성과 안전성이 분석됐다(예후다 칼레이, 홍승완,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2014)

본 기고문에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가상의 인간과 인간행동 시뮬레이션을 소개했고 이 기술이 건축 디자인 실험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이 기술에 관한 보다 심도있는 고찰은 본 연재의 3회인 ‘다양성과 감정, 사회성의 연산, 그리고 디자인 프로세스의 진화’에서 다룰 예정이며 다음 회에서는 ‘가상현실과 장소’를 다룰 예정이다.

 

감사의 글

 

본 기고문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건축학과의 명예교수이자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건축대학의 학장이신 Yehuda E. Kalay 교수님과 함께 수행한 프로젝트들과, 2013~2014년 인간행동 시뮬레이션 과목에 참여한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건축학과 학생들의 작품들, 인하대학교 건축학과에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개설된 ‘디지털 디자인 응용’과 ‘인간행동 시뮬레이션’과목에 참여한 학생들의 프로젝트에 근거하고 있다. Kalay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참여학생들과 과목조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이 기고문은  2016년도 정부(미래창조과학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기초연구사업(No. 2016R1C1B2011274)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글. 홍승완  Hong, Seungwan ┃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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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의 윤리와 책임 _ (2)

An Architect’s Ethics and Responsibility _ (2)

Ⅷ. 건축사의 윤리규약은 무엇인가?

건축사윤리는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여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건축사윤리의 범위는 누가 정하는 것인가? 대한건축사협회 정관 제5조는 협회의 사업으로서 회원의 ‘품위보전 및 윤리확립’이라는 사업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정관 제16조에는 협회 총회의 의결사항 중 하나로, ‘윤리규약, 윤리위원회규정의 제정, 개정 및 폐지’를 규정하고 있다. 협회는 이러한 사업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총회는 1965년 10월 23일 윤리규약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같은 날 윤리위원회규정을 제정하였다.

건축사가 준수하여야 할 윤리규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회원은 본인에게 위탁된 업무를 정직하고 성실하게 수행한다. ② 회원은 업무수행 중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에 관하여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아니한다. ③ 회원은 의뢰의 대상이 되는 건축물이 공익에 비추어 회원의 권익과 명예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업무의 위임을 거부한다. ④ 회원은 건축사의 지식과 능력으로 정당한 보수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부정한 금품을 받지 않는다. ⑤ 회원은 설계 감리 등 의뢰인의 업무의뢰에 따라 표준계약서 등 일반적 조건 등을 통지하여야 한다. ⑥ 회원은 건축사 면허를 타인에게 대여하여서는 아니된다. ⑦ 회원은 다른 회원과 의뢰인 사이에 계약이 진행중인 것을 인지한 후 부당한 방법으로 그 업무를 수탁받도록 의뢰인에게 강요 또는 유인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⑧ 회원은 자기에게 의뢰된 업무의 책임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고용된 건축사 또는 건축사보 등의 건축적 지식과 기술향상을 위해 편의를 제공한다. ⑨ 회원은 건축재료 등 건축사업의 광고에 있어서 건축사의 명예를 손상시킬 증명서를 발부하지 아니한다. ⑩ 회원은 사이버공간이나 언론매체 등을 통해 인신공격, 욕설, 비방적인 글을 게재하는 등 협회의 위상 및 다른 회원의 명예를 손상시켜서는 아니된다. ⑪ 회원은 협회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여 협회의 명예훼손 또는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⑫ 본 윤리규약을 준수하기 위하여 윤리위원회를 조직한다. ⑬ 회원은 윤리위원회규정에 의한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하며, 정관 제10조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건축사는 윤리선언문에 서명날인하여야 하며, 이를 준수하여야 한다. 건축사 윤리선언서는 다음과 같은 8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건축사는 지구환경을 보존하고, 사회공동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한다. ② 건축사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건축문화 창달과 건축교육 발전에 기여한다. ③ 건축사는 공공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법규를 준수한다. ④ 건축사는 자신의 전문지식과 능력을 발휘하여 정당한 방법으로 수탁하고 문서로 계약한 업무에 대하여 책임과 의무를 이행한다. ⑤ 건축사는 명예를 존중하고 의뢰인과의 신뢰를 유지하며 의뢰 내용을 존중한다. ⑥ 건축사는 정직하게 업무를 수행하며 동료 건축사의 수임업무와 지식재산35)을 존중한다. ⑦ 건축사는 인종ㆍ종교ㆍ장애 등 사회의 여러 여건에 대해서 공정한 입장에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⑧ 건축사는 정당하게 사무소를 운영하며, 적정한 실무수련 여건을 마련하고 유지한다.

 

Ⅸ. 건축사윤리의 구체적 내용

  1. 건축사는 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일반적인 법은 그 대상이 일반 국민이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법을 지켜야 할 의무를 지닌다. 건축사도 일반법을 모두 지켜야 한다. 그런데 특정한 법은 건축사만을 상대로 규정되어 있고, 건축사만이 법 위반사실에 대한 책임을 진다.

건축사는 자신에게 적용되는 법의 내용을 철저하게 숙지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건축사가 알아야 할 전문법령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건축법, 건축사법, 주택법, 건설산업기본법 뿐 아니라, 건축은 토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토지규제에 관한 법을 모두 알아야 한다.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을 받고 때로는 징계절차도 진행되기 때문에 행정소송법도 알아야 한다.

전문직업인으로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수많은 법령을 챙겨야하는 직업은 변호사 다음으로 건축사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건축관련법령은 수시로 바뀐다. 때로는 법률 명칭 자체가 변경되면서 전체적으로 새로운 제정 수준으로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국토교통부 고시와 지방자치단체 조례도 수시로 개정되거나 새로 발표된다.

어떤 경우이든 건축사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하고 적용되는 법령을 철저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36) 건축사가 법을 몰랐다고 하는 변명은 허용되지 않는다.

법을 위반하는 경우37)에는 그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진다. 징계처분을 받게 되고,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형사처벌대상이 되는 금지규정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되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1. 건축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와우아파트 붕괴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건,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세월호사건 등 사회에 충격을 주고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사건을 경험했다. 이런 대형안전사고는 언제나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와 감리를 맡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추궁되었다.

날이 갈수록 건축물은 규모가 커지고 고층화되며, 대형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잠재해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은 건축사의 경우, 의사나 변호사와 달리 부실시공을 하는 시공업자나 건축주의 고의 또는 과실이 경합되어 공동정범의 책임을 지거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책임도 있지만, 특별법에 의해 피해자의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한다는 심각성도 있다.

 

  1. 신의와 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건축사법 제20조는 건축사의 업무상 성실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① 건축사는 건축사법, 건축법 또는 그 밖의 관계 법령의 규정을 지키고, 건축물의 안전·기능 및 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② 건축사가 업무를 수행할 때 고의 또는 과실로 건축주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회원은 본인(자신)에게 위탁된 업무를 정직하고 성실하게 수행한다(윤리규약 제1조). 회원은 건축사의 지식과 능력으로 정당한 보수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부정한 금품을 받지 않는다(윤리규약 제4조). ③ 건축사는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여야 한다.

④ 건축사보는 건축사의 업무를 보조할 때 건축사법 또는 건축법에 맞도록 그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⑤ 건축사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38). 회원은 업무수행 중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에 관하여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아니한다(윤리규약 제2조).

⑥ 건축사는 건축사업무를 수행할 때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39)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회원은 의뢰의 대상이 되는 건축물이 공익에 비추어 회원의 권익과 명예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업무의 위임을 거부하여야 한다(윤리규약 제3조).

 

  1. 도시 미관 및 환경을 보호하여야 한다

건축사가 단순히 집을 짓는 기술자에 그치는가, 건축문화와 예술까지 담당하는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건축은 단순한 기술이나 기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

건축사가 설계를 하는 것은 인간의 삶에 대한 영향이 크고, 도시 전체에 대한 환경과 미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건축사는 보다 아름답고, 보다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도시 전체를 보고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을 하여야 한다.

건축사는 단지 개별적인 건축에 대한 문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역적 환경과 상황, 도시 전체의 환경과 미관을 고려하여 환경을 보호하고 도시 전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설계와 디자인을 하여야 한다.

 

  1. 창의성과 예술성

필자는 예전에 시카고를 방문한 적이 있다. 시카고의 도심지 건물은 매우 예술적이다. 그곳 사람에게 들었는데, 시카고는 특히 유럽의 유명건축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설계와 디자인을 해서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도 이와 같이 건축물의 설계를 할 때 단순히 기능적이고 상업적인 측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면을 보다 더 세심하게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건축저작권에 있어서도 모든 건축물과 설계도면 및 모형 모두가 저작권의 대상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물의 주거성, 실용성, 기술성 등 기능적 측면이나 개개의 구성요소를 떠난 전체적인 외관 등에서 창작성이 인정되어야 한다.40)

 

  1. 건축사로서의 품위유지 의무

대한건축사협회 정관 제10조 제1항 제2호는, 회원은 협회의 명예보전과 회원으로서의 품위41)를 보전하고 회원간 단결하고 친목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축사의 품위유지의무에서의 품위라 함은, 건축사가 공공성을 지닌 건축전문직으로서 직무를 수행해 나가는데 필요한 인품을 의미한다. 어떤 행위가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하는가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두16613 판결 참조).

회원은 건축재료 등 건축사업의 광고에 있어서 건축사의 명예를 손상시킬 증명서를 발부하지 아니한다(윤리규약 제10조). 회원은 사이버 공간이나 언론매체 등을 통해 인신공격, 욕설, 비방적인 글을 게재하는 등 협회의 위상 및 다른 회원의 명예를 손상시켜서는 아니 된다(윤리규약 제11조).

회원은 협회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여 협회의 명예훼손 또는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윤리규약 제12조). 회원은 윤리위원회규정에 의한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하며, 정관 제10조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윤리규약 제14조).

회원징계결정기준표에 의하면 건축사의 품위42)나 다른 회원의 권익을 극히 손상시켰을 때에는 권리정지 3월 이상으로 징계한다. 회원이 다른 회원에게 폭행을 하거나 상해를 가한 사건의 경우에는 회원징계결정기준표 제5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윤리규약 제14조를 위반하였을 때에 해당하여 권리정지 12개월 이상 또는 제명을 할 수 있다. 윤리규약 제14조는 회원은 정관 제10조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관 제10조는 회원은 ‘협회의 명예보전과 회원으로서의 품위43)를 보전하고 회원 간 단결하고 친목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 부당경쟁행위 금지의무

현실적으로 건축사 숫자가 많아지고, 소규모 사무실을 운영하는 경우 수임건수가 적어 고생하는 건축사가 많다. 통계에 따르면, 건축사 19.7%, 변호사 18.4%, 감정평가사 13.8%, 법무사 11.8%, 변리사 11.3%, 관세사 10.3%, 회계사 8.5%, 세무사 8.1%가 월소득 200만 원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44)

이런 상황에서 건축사는 다른 건축사와의 부당경쟁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회원은 다른 회원과 의뢰인 사이에 계약이 진행 중인 것을 인지한 후 부당한 방법으로 그 업무를 수탁 받도록 의뢰인에게 강요 또는 유인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윤리규약 제7조).

 

  1. 건축사회원으로서의 의무

회원은 다음 각 호의 의무를 진다. ① 정관 및 제 규정을 준수할 의무, ② 협회의 명예보전과 회원으로서 품위를 보전하고 회원 간 단결하고 친목할 의무, ③ 회비를 납부할 의무, ④ 협회의 행사와 활동에 참여할 의무, ⑤ 협회가 시행하는 교육을 이수할 의무, ⑥ 회원 인증 절차를 이행할 의무, ⑦ 회원으로서의 활동현황을 협회에 보고할 의무 등이다.

 

  1. 공익활동

건축사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는 불법건축물근절에도 앞장서야 한다. 건축문화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원도심 활성화작업 및 도심재생사업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소외된 지역과 이웃에 대한 재능기부활동도 하고 있다.

회원은 자기에게 의뢰된 업무의 책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고용된 건축사 또는 건축사보 등의 건축적 지식과 기술향상을 위해 편의를 제공한다(윤리규약 제9조).

 

Ⅹ. 윤리와 책임 위반에 대한 제재

  1. 징계처분

가. 개요

건축사제도45)는 법에 의한 것이다. 건축사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에서 자격시험부터 모든 감독을 하고 있다. 건축사법이 특별법으로 제정되어 있고, 건축 관련 법령에 건축사가 지켜야 할 많은 규범이 있다. 또한 건축사가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면 건축사회에서 내부적으로 정한 많은 의무조항을 이행하여야 한다.

건축사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면 징계처분대상이 된다.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징계처분이 있고, 건축사회에서 하는 내부징계처분이 있다.

 

나. 행정청에 의한 징계처분

징계사유는 건축사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①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등록 또는 갱신등록을 한 경우다. 건축사는 자격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자격을 등록하고 갱신해야 한다. 거짓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하는 경우에는 징계를 받게 된다.

②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건축사업무를 수행하려면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한다. 이때 등록을 신청한 사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사 윤리선언을 하여야 한다. 건축사는 윤리선언문에 서명 날인하여야 하며, 이를 준수하여야 한다. 건축사 윤리선언서는 8개항으로 되어 있다.

ⓐ 건축사는 지구환경을 보존하고, 사회공동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한다. ⓑ 건축사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건축문화 창달과 건축교육 발전에 기여한다.

ⓒ 건축사는 공공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법규를 준수한다. ⓓ 건축사는 자신의 전문지식과 능력을 발휘하여 정당한 방법으로 수탁하고 문서로 계약한 업무에 대하여 책임과 의무를 이행한다.

ⓔ 건축사는 명예를 존중하고46) 의뢰인과의 신뢰를 유지하며 의뢰 내용을 존중한다. ⓕ 건축사는 정직하게 업무를 수행하며 동료 건축사의 수임업무와 지식재산을 존중한다. ⓖ 건축사는 인종ㆍ종교ㆍ장애 등 사회의 여러 여건에 대해서 공정한 입장에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 건축사는 정당하게 사무소를 운영하며, 적정한 실무수련 여건을 마련하고 유지한다. 건축사는 윤리선언을 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법령에 의해 윤리선언을 준수하여야 한다. 그런데 만일 건축사가 이러한 윤리선언을 위반한 경우에는 징계대상이 된다.

③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건축사는 그 이외에도 건축물의 조사 또는 감정에 관한 사항, 건축물에 대한 현장조사, 검사 및 확인에 관한 사항, 건축물의 유지·관리 및 건설사업관리에 관한 사항, 특별건축구역의 건축물에 대한 모니터링 및 보고서 작성 등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④ 건축사는 건축주 등이 설계·공사감리 실적을 확인·평가할 수 있도록 본인이 수행한 업무 실적 등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제출할 수 있다.

⑤ 건축사는 건축사법, 건축법 또는 그 밖의 관계 법령의 규정을 지키고, 건축물의 안전·기능 및 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⑥ 건축사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에는 징계대상이 된다. ⑦ 건축사가 건축사업무를 수행할 때 품위47)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징계대상이 된다.

⑧ 건축사사무소개설자는 1개의 사무소만 설치할 수 있고, 건축사, 건축사보 및 실무수련자는 1개의 건축사사무소에만 소속될 수 있다. 둘 이상의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둘 이상의 건축사사무소에 소속된 경우에는 징계대상이 된다. ⑨ 건축사가 징계를 받아 업무가 정지된 후에도 계속하여 그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징계대상이 된다.

국토교통부장관은 건축사에 대하여 건축사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징계를 할 수 있다.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 건축사협회는 건축사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증거서류를 첨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해당 건축사의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건축사징계위원회는 국토교통부에 둔다. 징계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징계의결은 국토교통부장관의 요구에 따라 한다.48) 다만, 위반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의결의 요구를 할 수 없다. 건축사에 대한 징계의 종류에는 자격등록취소, 2년 이하의 업무정지, 견책이 있다.

 

다. 건축사회 내부 징계처분

건축사는 대한건축사협회 및 시·도건축사회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경우, 조직 내에서의 내부 징계대상이 된다. 대한건축사협회 정관 제54조는 회원에 대한 징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회원이 협회의 정관 및 제 규정을 위반하였거나 협회 또는 건축계의 품위를 현저하게 손상시킨 경우에는 윤리위원회규정에 의한 절차에 따라 ① 주의, ② 경고, ③ 권리정지, ④ 제명 등의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제54조 제1항).

제명을 받은 자는 5년이 경과한 후에 협회에 입회할 수 있다(제54조 제2항). 제명의 징계를 한 경우에는 협회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만, 이사회의 의결에 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54조 제3항).

징계처분49)을 받은 자가 그 처분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징계결정서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1회에 한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중앙윤리위원회는 재심청구를 기각하거나, 원처분보다 중하지 아니한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윤리위원회의 회원에 대한 징계는 회원징계결정기준에 정하는 바에 따른다.

A건축사회는 B건축사와 C건축사가 업무대행을 하면서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 등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 특별감사를 했다. 감사결과 업무대행과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거나 제공하는 행위는 윤리규정위반이며 건축사의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징계를 요구했다.

이들의 행위는 대한건축사협회 정관 제54조 및 A건축사회 회칙 제50조 제1항에 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A건축사회 현장조사 검사 및 확인업무의 대행에 관한 규정 제11조 제3항 제9호에 의하여 업무대행자 지정해제 여부도 요청했다.

A건축사회는 이들 건축사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그후 A건축사회는 위 건축사들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 회원제명의 징계처분을 했다. 제명처분을 받은 B는 결정에 승복하였으나, C건축사는 이에 불복하여 대한건축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1. 민사책임

건축사와 의뢰인과의 관계는 의뢰인이 건축사에게 설계와 감리사무의처리를 위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립을 전제로 하여 건축사윤리에 의한 전문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당사자 간의 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성립된다.

건축사의 인결, 지식과 경험, 기술과 능력 등에 관한 특별한 신뢰를 기초로 성립한다. 건축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가지고 설계감리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민법 제681조).

특히 여기서 선관주의의무에 있어서 요구되는 주의의 기준인은 일반 사회평균인이 아닌 설계감리전문가로서의 평균적인 건축사가 되는 것이므로 건축사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는 전문가로서 그에게는 일반 사회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보다 더 중한 고도의 주의의무를 이행할 것이 요구된다.

실제로 건축사와 의뢰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민법규정뿐만 아니라 건축사법이나 건축사윤리규약 등에 명시된 건축사윤리에 의해 규율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법상 위임계약과는 달리 건축사의 의무에 관하여는 당사자 이외의 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가 관심을 가지고 그 준수를 요구하고 강제하고 있고, 건축사의 의무위반이 있는 경우 민법상 손해배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건축사에 대한 징계책임까지도 문제가 된다.

건축사는 단순히 의뢰인이 위임한 설계감리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수임인으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의뢰인이 건축사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사건50)이 증가하고 있다. 건축사 역시 의뢰인을 상대로 설계감리비를 청구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

위임계약을 체결한 건축사는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민법 제681조). 위임의 본지란 의뢰인이 건축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게 된 목적과 취지를 말한다. 위임계약의 체결로 건축사는 의뢰인과의 내부관계에서 건축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사무를 처리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건축사는 의뢰인에 대하여 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또한 제3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기도 한다.

 

  1. 형사책임

2015년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서울특별시 산하 구청의 건축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기획수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업무대행건축사의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상당 수 적발되어 많은 건축사들이 형사입건되었다. 형사입건이라 함은 징계사건이나 민사사건과 달라서 피의자 신분이 되며, 처벌받은 후 전과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많은 건축공무원과 업무대행건축사가 뇌물수수, 뇌물공여, 허위공문서작성, 직무유기, 공용서류손상 등의 죄목으로 형사처벌51)을 받았다. 물론 이들에게 적용된 법은 형법이 주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징계절차가 따를 수 있다. 형사절차와 징계절차는 원칙적으로 다른 것이며,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징계처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해도 형사처벌가능성은 여전히 남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건축공무원과 건축사는 법과 윤리규범을 지키지 않고 불법 부정한 행위를 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받는 것이다. 전문직업인의 범죄나 불법행위는 대체로 직업과 관련하여 부당한 수익을 도모하기 때문에 저질러진다. 근본적인 원인은 직업윤리를 결여하고, 오로지 돈이나 명예만 쫓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건축사법 제7장은 건축사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건축사뿐만 아니라 건축사보 또는 실무수련자에게도 적용된다. 건축사가 ① 부당하게 금품을 주고받거나 요구하는 행위, ② 제3자에게 부당한 금품을 제공하게 하거나 제공을 요구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9조).

제39조의2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①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제18조에 따른 자격등록 또는 갱신등록을 한 사람, ② 제4조를 위반하여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를 한 사람,

③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건축사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자격증 또는 등록증을 빌려준 사람 및 그 상대방52), ④ 자격등록 또는 갱신등록이 거부되거나 자격등록이 취소된 사람으로서 건축사업무를 수행한 사람,

⑤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람, ⑥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한 사람, ⑦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건축사업을 한 사람, ⑧ 징계를 받아 업무가 정지된 후에도 계속하여 그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다.

건축사사무소개설자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건축사사무소개설자의 업무에 관하여 제39조 또는 제39조의2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건축사사무소개설자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건축사사무소개설자가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40조).

건축사는 일정한 범위에서 벌칙 적용 시 공무원으로 의제되기도 한다. 건축사법 제38조의12는 ① 제38조의11제2항에 따라 위탁받은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② 징계위원회의 위원은 형법 제127조 및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종합건축사사무소 회장과 대표를 구속했다. 회사 대표는 업무상 횡령, 뇌물공여, 배임증재, 증거위조교사 등의 혐의다. 회장은 회사 자금 7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다.

 

Ⅺ. 건축사윤리를 강화하는 방안

최근에 건축사의 윤리와 책임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세월호참사 등의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축물에 대한 설계감리를 잘못해서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건축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입장이다. 그에 따라 관계 법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건축사 업계가 불황이다 보니, 다른 건축사의 일감을 비윤리적으로 빼앗는 것을 서슴치 않고, 영업을 위하여 이중으로 사무실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건축사의 명의를 불법으로 대여하기도 하고, 다른 건축사가 다 해놓은 설계를 그대로 이용하여 마무리를 한 건축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건축물대장에 설계자로 등록을 하기도 한다.

한편 전문가 분야에서도 그에 고유한 직업적 윤리53)가 있다. 구체적인 윤리의 내용54)은 각 직업마다 다르다. 또한 대부분 전문가 집단은 단체를 구성하고, 조직화된다. 그러한 조직 내에서의 고유하며 특별한 윤리와 책임이 설정된다.

건축사는 단순히 설계와 감리만을 하는 전문직업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있어서 건축문화를 발전시키고, 건축물에 대한 안전을 담보하는 보루이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건축전문인이어야 한다.55)

건축사가 사회 내에서 건축전문가로서의 기능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고,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고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며 시대적 사명감을 성취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그 집단의 구성원 개개인의 전문가로서의 직업의식과 윤리의식56), 책임감이 높은 수준에 이르러야 비로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57)

그러나 날이 갈수록 법집행기관에서는 단속을 강화하고, 협회에서도 자체적인 윤리규범의 확립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원리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어느 날 한 순간에 수십년 공든 탑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58)

 

글. 김주덕  Kim, Choodeok ┃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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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 소식 1월

대한건축사협회, ‘제1회 남북건축교류협력 대토론회’ 개최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가 주최하고 사협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주관으로 2017년 12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통일시대의 건축분야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제1회 남북건축교류협력 토론회’가 열렸다. 남북교류시대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교류에 앞서 북한 주민 등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북한 건축에 필요한 기술교육, 인적교류, 개발사업 등에서 건축사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북한에서 평양건제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2014년 입국한 김현성 학생이 북한건축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북한 건축은 사상성, 예술성, 조형성이 강조되고 민족전통양식을 추구하면서 현대적 형식을 결합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면서 “내진성능이 낮고, 지방의 경우는 4~5층 이상 규모의 건물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승률 동북아 공동체 연구재단 이사장은 “북한의 중국, 러시아와의 우호관계가 지속되고, 이들 국가와의 접경지역 개발, 남북교류 확대 등이 가져올 한반도 통일시대를 대비해 남한과 북한, 중국과 러시아의 인프라 연결과 접경지 개발에 대비해야 하며, 건축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변상욱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은 개성공업지구 건설 당시의 경험을 밝히며 “북한 주민들은 물 공급, 즉 일반 상수도시설에 대한 요구가 컸다”면서 “국가가 원하는 것과 북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으므로 2-track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 건축사는 개발업자와는 다른 기준과 시각으로 남북교류시대를 접근해야 한다 ▲ 안전에 대한 건축기준을 건축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 남북교류협력 프로젝트를 정부와 민관이 협조해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으며, 토론회장 앞에 ‘북한건축 사진전’도 마련됐다.

 

건축사협회 “건축관련 법안 조속한 국회 의결을”

건축사협회가 2017년 12월 11일 윤관석 국회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을 만나 건축의 공공성과 안전,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개정발의된 건축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조속히 의결될 수 있도록 거듭 촉구했다. 조충기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윤희경 인천광역시건축사회 회장을 비롯한 건축사협회는 12월 11일 오후 3시 국회 국회의원 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윤관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과 ‘건축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포항지진 이후 제도개선과 건축물 안전을 높이고 공공성을 획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조충기 건축사협회 회장은 윤관석 의원이 공동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건축물 안전확보를 위한 공사감리 제도개선 관련 건축법 개정안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망 강화 목적의 법안으로서 국회에서 조속히 의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7대 전북건축사회 회장에 이길환 건축사 당선

제27대 전라북도건축사회 회장에 이길환 건축사(주.길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엔지)가 당선됐다. 2017년 12월 19일 전주 오펠리스 컨벤션에서 개최된 전라북도건축사회 임시총회에서 회원 2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길환 건축사가 단독 출마해 차기 전북건축사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018년 3월 정기총회 이후부터 3년이다. 이날 소태호 건축사(건축사사무소 태호건축)가 감사로 선출됐으며, 이사 및 대의원 선출은 신임 회장에게 위임토록 했다.

이길환 신임 전북건축사회 회장은 ▲전주시건축사회 회장 ▲전라북도건축사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제27대 경기도건축사회 회장에 왕한성 건축사 당선

제27대 경기도건축사회 회장에 왕한성 건축사(주.건축그룹 건축사사무소)가 당선됐다.

2017년 12월 26일 경기도교통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경기도건축사회 임시총회에서 660여명이 투표한 가운데 왕한성 건축사가 396표를 얻어 제27대 회장에 당선됐다.

지난 11월 임시총회에서 가진 경기도건축사회 제27대 회장선거의 당선자가 당선무효됨에 따라 선거가 다시 실시됐다. 임기는 2018년 1월 1일부터 3년이다.

왕한성 신임 경기도건축사회 회장은 ▲경기도건축사회 이사 ▲고양지역건축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7 건축사자격시험 합격 607명, 합격률 10%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가 작년 9월 16일 실시한 ‘2017년 건축사자격시험’의 최종합격자를 2017년 12월 27일 대한건축사협회 홈페이지(www.kira.or.kr)와 국토교통부 홈페이지(www.molit.go.kr)에 발표했다. 올해 시험은 총 6,049명이 응시했으며, 그 중 10%인 607명이 합격했다. 이는 지난해 8.5% 합격률보다 1.5% 상승한 수치다.

합격자 중 최연소자는 만27세, 최고령자는 만 62세로 평균연령은 만39세이다. 성별 비율은 남성이 72.5%이고 여성은 27.5%이다. 또한 대학교 이상 학력을 지닌 사람들은 전체의 79.4%로 나타났다.

이번 합격자의 건축사자격증은 2018년 1월 9일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 1층 대강당에서 일괄 수여되며, 조충기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의 특별강연과 정부 건축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도 진행될 예정이다. 자격증 수여식은 14시부터 시작되며 수여자는 행사시작 30분전까지 도착하여 등록하면 된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연구원 홈페이지 오픈

앞으로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연구원의 연구성과를 PC와 모바일로 열람할 수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는 ‘건축연구원(Architecture Research Institute)’ 홈페이지(http://ari.kira.or.kr)를 1월 3일 베타오픈하고 2월 1일 정식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홈페이지에서는 2007년도부터 발표된 건축연구원의 연구보고서와 올해 연구로드맵 등을 열람하고 내려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 정식 오픈 후에는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또는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건축연구원’ 앱 검색 및 설치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건축연구원은 국민의 안전하고 쾌적한 건축 환경을 위해 건축 관련 법제도 개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충청북도건축사회 연탄 나눔 봉사활동

충청북도건축사회는 2017년 12월 2일 건축사회 회원을 비롯하여 청주시청 건축디자인과, 청원구청 건축과 직원 등 50여 명이 함께 참석해 연탄 2,500장을 구입하여 청원구 2가구, 서원구 3가구 등 저소득층 5가구 등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이웃사랑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2017년 12월 8일 서울 회원 및 건축사회 직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축사회관 1층에서 ‘2017 이웃사랑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를 진행했다. 김장행사는 취약계층, 독거노인,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에 전달됐다.

 

대전광역시건축사회, 포항지진피해 성금 전달

대전광역시건축사회는 2017년 12월 11일 포항시청을 방문하여 포항지진 피해 이재민을 위해 써달라며 대전건축사회 회원 65명이 모은 성금 및 협회 성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성금은 지진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포항 지역민들을 위해 쓰이게 된다.

 

충청남도건축사회, 건축사 한마음대회 개최

충청남도건축사회가 연말을 맞아 친목과 화합을 다지는 행사를 마련했다. 2017년 12월 13일 회원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덕산 리솜스파캐슬에서 한마음 대회가 개최됐다. 행사는 건축사회 발전에 힘쓴 건축사와 충남건축사협회 직원에게 공로패를 시상했다.

 

전라북도·전주지역건축사회 연탄배달 봉사활동

전라북도건축사회와 전주지역건축사회 건축사 및 가족 30여 명이 2017년 12월 21일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봉사활동은 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 일원에서 진행됐으며, 소외된 이웃들과 어르신들이 따뜻한 연말을 보내도록 연탄을 배달해주고 전주연탄은행을 방문해 연탄 7,000장을 전달했다.

 

대구광역시건축사회 불우이웃돕기 성금 전달

대구광역시건축사회는 연말연시를 맞아 2017년 12월 21일 ‘대구안식원’을 시작으로 ‘대구 미혼모 가족협회’, ‘(사)대구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 ‘(사)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 ‘(사)중부노인복지센터’ 등 총 여섯개 단체를 방문하여 이웃사랑을 실천코자 성금을 전달하였다.

 

강원도건축사회 200만원 기부금 전달

강원도건축사회가 2017년 12월 27일 강원도교육청을 방문해 강원도교육희망재단에 기부금 200만원을 기탁했다. 강원도교육희망재단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기탁금을 2018년도 작은학교를 활성화 하는 각종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상북도건축사회 이웃사랑 성금전달

2017년 12월 27일 포항 필로스호텔에서 대한건축사회 경상북도건축사회가 1,000만원, 대한건설협회 경상북도회 1,600만원,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상북도회 1,000만원 총 3,600만원을 모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모아진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됐다.

 

칠곡지역건축사회 2018 나눔캠페인 성금 기탁

칠곡지역건축사회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칠곡군에 온정의 손길을 전달했다. 칠곡건축사회는 2017년 12월 1일 칠곡군을 방문해 칠곡에서 진행중인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 ‘희망 2018 나눔캠페인’ 성금으로 회원들의 뜻을 모은 300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화성오산지역건축사회 소외계층에게 300만원 전달

화성오산지역건축사회는 2017년 12월 1일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성금 300만원을 화성시자원봉사센터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협회는 매년 연탄나눔봉사, 집수리봉사, 시설 후원 등의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