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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화해 무드와 지방 건축, 그리고 건축사

Inter-Korean Reconciliation Mood, Local Architecture, and Architect

6월은 아주 중요한 정치 이슈가 있는 달입니다. 우리 운명을 좌우하는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상처가 있는 6월 25일도 있는 달에 평화로 이동하는 운명의 행사가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6월호를 진행하면서, 남북한 평화시대에 건축사의 역할이나 건축의 역할을 기사화 할까 하다가 결과를 모르기에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편집자의 편지에서 한마디 정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본 식민지 영향을 받아 건설이 중심입니다. 오히려 건설이 건축을 리드해서 계획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철학을 가지고 계획하는 건축사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많이 미진합니다. 여전히 설계비는 건설에 연동하는 개념으로 판단하고, 기준은 건설의 기준을 따라 합니다. 엄연히 건축과 건설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어쩌면 건축사는 새로운 법체계와 정부조직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이에 반해서 많은 공산주의 나라에서 건축은 중요한 국가적 정책 행위입니다. 이들 국가들에서 대부분 건축사들은 공무원과 같은 신분입니다. 오히려 건설보다 상위의 개념에 있습니다.
이유는 계획이 잘 되어야 결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바로 계획은 건축사의 몫 인거죠. 중국도 그러했고, 구소련도 그랬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경직된 수평구조는 사회의 복잡함을 담지 못합니다. 아무리 건설이 우위에 있는 우리나라지만, 이들 국가에 비하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 구조를 건축이 담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건축의 가치가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등이 만들어지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2018년 제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면면을 보면 평생을 건축에 노력한 존경받는 학자와 건축사로 구성되어 희망을 가지게 합니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건축에 대한 기준들과 가치들이 부각되는 이야기들이 들립니다.
건축의 시대를 이야기 한지 몇 해가 되었습니다. 건축의 시대 중심에는 건축사가 있습니다. 건축사가 중심인 시대. 이런 시대는 여러 가지 결과들이 나타납니다. 우선 가치에 대한 인정입니다. 가치에 대한 인정은 건축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인정받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동안 건축의 영역에서 비 건축적 노력과 은밀한 거래가 건축을 지배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가치가 인정받는 건축의 시대는 정체성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정체성은 건축이 있어야 하는 장소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고, 이는 시각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관계도 담겨야 합니다.
중앙집권적 체제는 모든 것을 중앙에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만능적 사고입니다. 하지만 가능한 일일까요? 시대가 발달하고 개인화되는 오늘날 모든 문제의 일괄된 해결은 불가능 합니다. 각각의 문제는 상황과 해결법이 다릅니다. 건축에 요구하는 이런 필요조건들은 결코 중앙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피부로 느끼고 해결하려는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 됩니다. 큰 건축이 아니라 작은 건축에서 더더욱 이런 필요가 있고, 생활 건축에 요구되는 것들입니다.
느닷없는 이야기 같지만 남북 평화 시대가 된다면 건축은 적극 개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해결해 준다는 해결법이 북한의 상황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 같은 풍경을 평양이나 개성에 만들어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북한에 건축하는 것은 북한의 지방성을 이해하고 실현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시선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도 적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국이 유사한 형식의 건축과 형태로 비슷한 도시 경관을 만들어내는 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것은 온전히 건축사의 몫입니다.
멋진 지방 건축을 만들고, 멋진 우리 도시를 만드는 것이 결국 미래의 평화시대 건축사의 노력이 되겠지요.

글. 홍성용 •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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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병산서원

Andong Byeongsan Seowon

한국 건축에서도 배치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병산서원은 학생들과 함께 다니는 안동지역 답사에 빠지지 않는 곳이다. 한국의 정신적 토대를 지닌 서원이며 역사적 의미에서 한국 건축의 본질을 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병산서원은 주변 자연 요소와 조화를 이루고, 장소의 특이점을 드러낸다. 지형의 높낮이 따라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을 고려하여 자리잡고 있는 건축공간의 입체적인 배치가 완벽하다고 생각된다. 아름답다. 입교당 마루에서 만대루와 그 너머의 병산을 바라본다. 아마 그 시절의 공부는 글자 빼곡한 서책 뿐 아니라 풍광과 계절의 자연 모두 품었을 것이다.

글. 이관직 Lee, Kwanjick • KIRA
건축사 / (주)비에스디자인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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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1. 한국건축의 현재성

건축담론

편집국장 주
건축담론을 시작합니다. 매달 다양한 건축계 필진들을 모시고, 우리 건축계가 고민하고 있는 여러 주제들을 논하려고 합니다. 우리 환경은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뿐만 아니라 초개인화 되는 개인 경제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세계 유래가 없이 전개되고, 도시재생이라는 이슈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의 국가 정책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건축계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시선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월간 건축사는 국내 유일의 건축사 발행지로 책임감을 가지고, 건축담론 코너를 시작하려 합니다. 지면특성상 매월 각기 다른 주제로 약 1~2편의 글이 실릴 예정입니다.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의미는 강하게나아가겠습니다.

590호 주제는 “한국 건축의 현재성”입니다.
많은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일제 식민시대에 한국 건축은 잘려져 나간 시기입니다. 농업중심의 중앙통제 경제 사회의 조선에서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경제체제의 산업화 과정은 물 흐르듯 이동하지 않았고, 단절되었습니다. 엉뚱하게 일본식 사고방식과 극단적 국가주의가 흐름을 왜곡했습니다. 1945년 이후 우리가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느닷없는 산업사회는 건축을 정신없게 만들었고, 여전히 그 모순과 혼돈 속에 있습니다. 시장과 제도, 정책과 규제 등 수 많은 모순은 여전합니다.
다만 2018년 건축의 희망이 보이고, 우리의 현재를 직시하는 노력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기회에 천천히 현재를 돌이켜 보고 생각의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01 한국건축의 현재성
The Currentness of Korean Architecture

한국 건축의 현재성이란 고상한 담론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가 처한 지금 이 시점의 치열한 상황이며, 어찌 보면 우리가 자초한 슬픈 현실이다. 우리는 그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정확하고 단호하게 환부를 치료해야 한다. 또한 목표를 정당화하기 위한 지식체계로서의 담론이라는 의미로 볼 때,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나라에 맞는 좋은 건축인가, 전문가로서의 권위인가, 아니면 단순히 생계의 도구일까? 물론 그 모든 것이 다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라도 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중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는 우리의 건축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키워내지 못했을까?

현대건축이 들어온 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의 건축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왜 우리는 우리의 건축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키워내지 못했을까.
한때 한국의 설계사무소들이 중국으로 많이 진출하여 활발하게 설계를 하고 대형 개발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설계수준이 중국에 한참 앞선다고 생각했으며, 자심감도 꽤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중국에서는 이미 프리츠커 상 수상자가 나왔으며, 여러 매체를 통해서 본 중국의 건축 수준은 엄청나다. 중국뿐이 아니다. 어느새 베트남 등 동남아의 건축도 우리보다 훨씬 참신하고 실험적이며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가 잘 모르고 방심하는 사이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몇 년 전 현대중공업에서 강릉에 짓고자하는 대형 호텔 설계를 리차드 마이어라는 미국인에게 맡긴 적이 있다. 설계를 시작하는 시점에 현대중공업은 사업의 홍보차 리차드 마이어 초청 특강을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었다.
모처럼 듣게 되는 건축 거장의 강연이기도 했고 주최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터라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그날 나도 그 곳에 갔었다. 도착해보니 행사장 초입부터 사람들이 무척 많이 모여 있었다. 다양한 건축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강당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주최 측이 출입을 엄격하게 체크하며 입장객을 대하는 태도가 딱딱하고 불친절해서, 남의 잔치에 찾아온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건축특강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래도 책으로만 봤던 사람을 직접 보고 그의 작업 과정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로 불편함을 꾹꾹 참으며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이윽고 강연이 시작되었다. 하얀색을 주조로 한 깔끔하고 세련된 설계로 유명한 백발의 노장 리처드 마이어가 단상에 올랐다. 그러나 강연 내용은 우리도 잡지에서 많이 봤던 자신의 작품을 슬라이드로 나열하고 개요를 죽 읽어 나가는 정도였다. 그만의 건축의 철학이나 독특한 관점 등 기대했던 알맹이가 없었다.
대신 강연이 끝나고 주최 측 정몽준 회장이라는 사람이 단상에 올라 행사에 대한 공치사를 시작했다. 그는 리차드 마이어를 굳이 소개하며(그보다 앉아있는 청중이 훨씬 많이 알고 있었을 텐데) 한국 건축설계의 수준이 낮아서 자신이 외국의 유명한 건축사를 비싼 돈 들여 초빙하여 설계를 맡겼으며, 우리나라 건축의 발전에 크게 기여 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자신이 주최한 행사에 일부러 찾아온 손님들 대다수를 이루는 우리나라 건축계의 많은 종사자들을 앞에 두고, 한국 건축을 노골적으로 낮잡아 이야기하는 어이없는 무례를 들으며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모두 넓디넓은 강당에 앉은 채로, 아무런 준비도 반발할 틈도 없이 모욕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 호텔은 잘 지어졌고 지금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 호텔에 대한 기사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때 짓밟힌 자존심이 떠오르고, 그때의 상처가 몇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아물지 않고 욱신거린다.

이를테면 건설업 한 구석의 좁디좁은 분야로 보는 것이다

한국 건축의 현재를 보여주는 슬픈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서 건축에 대한 인식이 대충 그 정도이다. 이를테면 건설업 한 구석의 좁디좁은 분야로 보는 것이다.
또 한 번은 경기도 화성 봉담이라는 곳에 누군가 집을 설계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서 방문한 적이 있다. 먼 길을 찾아가서 의뢰한 사람을 만나고 땅을 봤다. 큰 저수지를 앞에 둔 제법 괜찮은 땅이었다.
나를 부른 사람은 집도 제법 크게 지을 것이며, 어떤 기능을 넣으면 좋겠다는 등 설계에 대한 요구사항을 죽 나열했다. 그리고 말미에 이것은 현상설계이므로 자신에게 설계안을 제출하라고 이야기했다. 이건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그는 자신있게 지금 두 군데에서 설계안을 만들고 있으며 내가 세 번째 방문한 회사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런 현상설계가 어디 있느냐? 이게 대체 무슨 경우냐?”고 되물었다. 그는 자신의 선배가 그렇게 하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그 선배는 “예전에 파주에 어떤 마을을 조성하며 건축설계회사 여럿이 모여 집을 지었는데 돈은 많이 들고 하자가 너무 많았다며, 건축설계 하는 사람들을 믿지 말고 경합을 붙여야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뭐라 할 말이 없어서, 나는 미리 의사를 묻지도 않은 현상설계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처음에 만난 설계사무소와 착실히 진행해보라는 조언을 하고 막히는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들어왔다.
무척 입맛이 썼다. 그러나 그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기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건축계를 생각하는 일반인의 인식이 그 정도인지는 몰랐다. 이런 상황이 모두 무지한 대중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30년 전, 내가 설계사무소에 갓 입사했을 때만해도 비록 신입사원이었지만 현장에서는 대우를 받았고, 내가 하는 이야기에 다들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줬고 공사에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현장에 나가보면 많이 태도가 달라져있다. 설계에 대해 지적하고 심지어 현장에서 맘대로 설계를 고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접을 받아야한다는 말이 아니다. 설계자의 의도를 존중하고 그 의도를 파악하고 협의하면서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설계자는 공사를 잘 모르고 이상하고 낭만적인 소리만 하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00년대에 들어서며 민간발주의 일들이 많이 줄어들고, 건설시장의 물량이 턴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등으로 소화되는 공공발주가 주류를 이루었다. 또한 고층 주상복합과 뉴타운 개발 등이 줄을 이었고 공기업의 지방이전, 공공청사의 신축 등 대단히 큰 물량의 사업들이 진행되었다.
분명 건축계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 건축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그런 기회는 땅 짚고 헤엄치듯이 대형 건설사와 대형 설계사무소가 사이좋게 나누어 가져가며 소진되었다. 거창하게 차려놓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다음 사람 먹지 못할 정도로 뒤섞어버리듯 아수라장을 만든것이다.

들러리만 선 턴키 비즈니스…과연 건축발전에 얼만큼 기여했는지 의문

대형사무소는 몸집을 계속 불리고 매출액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사업은 건설사가 주관사가 되고 설계사는 그 아래로 들어가서 설계비를 건설사에게 받는 형태였다. 물론 건설사가 주관사가 되어서 안 될 것은 전혀 없다. 다만 건설사는 설계에 대하여 디자인이나 건축의 독창성보다는 공사의 용이성과 이윤에 대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므로 우수한 설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다.
건설사의 눈치를 보는 설계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그렇게 십 년이 흘렀으며 그 사이 한국 건축계는 이상한 컴퓨터 그래픽과, 기능에도 어울리지 않고 쓰기도 불편하며 에너지 낭비가 심하며 지나치게 번쩍거리는 공공건축물을 많이 소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건축의 위상은 말할 것도 없고, 건축의 진정성보다는 건축에 대한 지독한 냉소만 남아있다.
물론 건축이 진정성과 열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자부심과 열정이 필요한 직업이다.

꼬여버린 건축교육 개혁

기형적인 설계시장 만큼이나 우리의 건축 교육도 아주 이상하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어느 시점에, 우리 건축교육의 내실화와 국제 설계 기준, 건축설계의 해외진출 운운하며 힘들여 5년제로 학제를 개편했다. 그에 따라 인증위원회도 만들고, 각 학교는 그 기준에 맞추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매달렸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결과 오히려 좋은 학생이 건축설계를 기피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앞선 교육 시스템이 오히려 진입을 막는 좁은 문을 만들어 버린 일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입시생들의 건축과 지원이 줄어든 것 말고도, 그렇게 힘주어 연설하고 수선을 떨어 5년제 건축대학이 만들어졌으나 그 이후 오히려 건축 설계를 하려는 졸업생의 수는 많이 줄었다. 학생들은 졸업하는 해에 일찌감치 취업시험을 보고 여기저기 면접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결국 건축과는 공부만 길게 하고 별로 장래성이 없는 과가 되어버렸다.
이건 또 누구의 책임인가.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은 따지고 보면 그간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왜곡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또한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다 생긴 것들이다.
건축이란 오래 걸리는 일이며 그만큼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일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인고의 세월을 거치며 스스로를 단련시키며 지켜나가야 한다. 많은 건축사들이 묵묵히 그런 과정을 거치며 현실과 부딪히며 어렵게 건축을 한다.
설계를 하고 건물을 짓기까지는 많은 절차를 거쳐야한다. 인허가를 받고 사용승인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 그 과정에서 겪는 공무원들의 갑질 행태 또한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나는 6공화국 때부터 건축인허가를 경험했다. 그 사이 많은 경험을 했다. 아주 관료적이며 지나친 억압이 이루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허가를 한 번 내기 위해서는 산더미처럼 접어서 철한 청사진을 쌓아서 들고 가서, 건축사협회에서 도장을 찍고 검토를 받고 구청에 들고 가서 관련부서에 하나씩 배부하고, 조금이라도 수정이 생기면 청사진을 갈아 끼우는 등 번거로움이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공무원들도 아주 고압적이라 감히 말대꾸할 수도 없었다. 그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이상하게 고정된 관료들의 못된 관행이었는데, 물론 그 사이 민주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공무원들이 그전처럼 고압적으로 군림하는 시절은 많이 지났다.
권위에 의한 규제보다 제도에 의한 규제가 기이하다.
그런데 지금은 과다한 심의 제도와 특별검사원 제도 등을 통한 간접 갑질이 아주 극심하다. 법에도 없는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심의를 거치는 동안 설계안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뚜렷이 공공에 피해가 간다거나 현저하게 법률적 위해요소가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닐 때 어떻게 구제를 받아야하는가.
필요 이상으로 다수의 생각이 반영되다 보면 두루뭉술한 설계안이 나오고, 밋밋하고 특징이 없는 건축 환경이 되기 쉽다. 제대로 된 건축 설계는 이런 식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런 심의란 결국 건축설계에 종사하는 사람끼리 서로 억압하게 하는 아주 이상한 구조의 시스템이고, 사용승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청이나 시청의 건축과는 범죄의 유무를 가리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그들은 행정기관이다. 행정적으로 판단하고 지원해야 하는 우리의 공공기관이, 설계자를 견제해야하고 감시해야하는 예비 범법자로 보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도처에 ‘열린사회의 적들’이 포진하고 있다. 마치 지뢰밭을 걸어가듯 건물을 한 채 짓기 위해서는 많은 고난을 헤쳐야한다. 가끔 우리끼리 “이건 뭐 독립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이야기하며 이런 저런 고충을 이야기하곤 한다.
한국 건설 시장의 규모가 160조 가량 된다는데 설계 시장의 규모는 5조 정도 된다. 건설규모에 비해 설계 시장의 규모가 분명히 작은 편이다. 정상적인 대가를 요구하기만 해도 우리의 시장은 두 배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왜곡된 건축설계시장 정상화 되어야

건축설계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 시장의 확대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주 이상한 일이다. 이것 역시 우리가 스스로 가격을 낮추며, 영역을 좁히며 만들어놓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설계사무소는 대략 9천여 곳 정도 된다. 그중 75% 정도가 종사자가 5인 미만의 작은 사무실이다. 그리고 매출액이 1∼3억 미만의 사무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중 4%에 불과한 대형 사무실이 설계매출 총합의 8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무척 기형적인 구조다. 그리고 여러 곳에 진입장벽이 설치되어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참신한 건축사가 발굴될 수 없는 구조이다.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사회경제적 변환과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우리나라 건축계의 작은 사무실들이 많이 사라졌다. 사람은 동맥과 정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핏줄들이 건강해야 살아간다. 작은 규모의 설계사무소는 우리 건축계의 실핏줄 같은 존재이다.
그런 실핏줄들이 다시 하나씩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아파트에 지친 사람들이 다시 설계사무소를 찾기 시작한 십여 년 전부터이다. 그 무렵부터 십 년 정도 빙하기를 거친 건축계에 약한 햇빛이 들기 시작했다. 폐허에서 작은 꽃들이나 싱싱한 들꽃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어 올리듯, 많은 건축사들이 성실하게 설계하고 열심히 현장에서 조율하였고 사회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렸다. 어찌 보면 진정한 건축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고, 건축계에서 힘을 모아 응원하고 격려해야하는 일이었다.

황폐화된 시장에서 희망이 보이는 작은 건축사사무소들…

소형 사무실들이 활기가 생기자, 대형사무실에서 나온 인력들이나 대학 졸업하고 몇 년의 실무를 거쳐 바로 독립한 사무실들이 비온 다음에 죽순이 일어나듯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적은 공사비로 집을 짓기 위해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건축주와의 신뢰를 쌓기 위해 많은 대화를 이루는 등 그동안 없어졌던 건축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어렵게 찾아온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건축에 대한 애정을 되살리고 초심을 되찾아 서로 격려하고 지원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글. 임형남 Lim, Hyeung-nam ┃ 본지 편집위원 · 건축사사무소 가온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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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2. 돌연변이 건축의 시대

건축담론

02 돌연변이 건축의 시대
The Age of Evolutionary Architecture

들어가며 : 땅집사향

11년 9개월째다. 그림건축과 공동으로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약칭, 땅집사향)라는 이름의 월례 저녁 강의를 운영해온 지도. 초대된 이야기손님은 건축사, 건축가, 건축비평가, 건축학 교수, 건축사진가, 건축·도시기획자, 미술 디자인 전문매체 편집자 및 기자로 구분되는데 그중 ‘건축가 초청 강의’를 통해 대략 100인이 넘는 건축사(및 건축가)가 출연했고, 현재 다섯 번째 시즌1)을 수행하고 있다.
매달 세 번째 주 수요일 저녁이면 으레 땅집사향을 통해 30대 부터 80대에 이르는 건축사(및 건축가)를 만나서 그들의 건축 삶과 작업방식, 철학을 듣고 묻는 과정을 지나왔다. 무료 공개강의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건축전문직 종사자는 물론 건축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일반인들도 꾸준히 참석해오고 있는데 강의 내용이 전문분야로 쏠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화불량에 걸린 표정일랑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야기손님과 객석의 참여자 모두 매순간 흥미로워했고 크든 작든 자극을 주
고받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야기손님들은 90분가량의 주제발표와 45분가량 진행되는 질의응답 또는 대담의 형식 그리고 1시간여 지속되는 뒤풀이 자유대화 자리에서 각자가 현장에서 지켜오고 있는 건축의 경험을 공유하는데 어느 순간에도 일방적인 자기주장의 함정에 빠져서 허우적대기보다 청중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통해 땅집사향이 통상의 ‘교육/강좌’가 아닌 건축으로 소통되는 무대라는 점을 각인시켜준다.
지난 5월까지 총 137개의 이야기주제가 땅집사향에서 발표되었으니 그것만 가지고도 우리 건축동네의 이야기(목록)가 풍성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말을 거는 사회든 말을 뱉는 사회든 이야기로 통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있다. 이야기의 진정성 혹은 깊이 등에 있어서 편차는 늘 발견되는 것이지만 여러 결의 이야기 구조 속에서는 넘치거나 부족하거나 그것들이 발화하는 ‘차이들’마저도 배움과 소통의 기회가 됐다.
혹자는 건축인생 최초의 이야기주제를 발표하는 경우도 있었고, 더러는 이곳저곳서 유사 주제로 발표해온 반복된 이야기주제를 들고 나선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진 않았다. 듣는 사람의 양태 혹은 상태가 다르고 저들 이야기손님이 바통을 이어가며 쌓은 시간의 축적이 주관자의 의지를 뛰어넘어 땅집사향을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건축 콘텐트로 자리매김한 까닭이다.

그 출발은 미약한 것이었다. 2006년 늦가을 어느 그믐날, 서울 신당동에서 개업한 그림 건축사사무소(대표 임근배) 내의 개방 공간 회의용 테이블에 둘러앉아 개업 초기 몇 안 되는 직원들의 소속감을 키우고, 지적 자극을 위해 소박하게 시작한 것이 (지금도 여전히 소박하고, 그것은 땅집사향의 밑바닥에 깔린 정신이기도 하다) 한 달도 안 되어 입소문을 타고 두 번째 모임부터 외부의 건축인 몇몇이 알고 찾아오게 되면서 땅집사향은 점차 건축동네의 공유재가 되어갔다.
건축동네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던 선후배 건축지인들이 하나둘 이야기손님으로 나서주기 시작하여 지난 12년 동안 출연진의 면면은 한 차례의 겹침 없이 이야기손님들의 인생작처럼 이어오고 있으니 땅집사향은 어느덧 건축동네의 인물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마르지 않는) 샘터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저들 중에는 이미 세계건축의 큰 바다에서 한국건축의 자존심으로 불리기도 하고, 많은 이가 건축동네 안팎에서 많은 화제를 뿌리는 리더로 활동하기도 하고, 한편에선 대양(大洋)의 존재를 의식할 겨를 없이 현장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창조와 진화 : 더 타이탄

잠시 한 편의 영화(The TITAN)로 화제를 돌려 보자.
2048년. 지구는 방사능 낙진으로 환경의 파괴가 극에 달한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자원의 고갈이 뒤를 잇고, 지구촌 곳곳은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의 참화로 뒤덮인다. 10년 뒤 지구 절반이 물에 잠기고, 15년 뒤 세계 인구 절반이 굶어죽는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나사(NASA)는 지구 밖의 행성에서 살 길을 찾고 태양계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그곳은 살인적인 추위, 액체 메탄의 바다, 90%의 질소를 함유한 대기 조건으로 말미암아, 움직이기도, 헤엄을 치기도, 숨을 쉴 수도 없다. 한 마디로 정상적인 상태의 인류 생존이 불가한 (생명체 탄생 이전의) 원시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파악되는데-에서 희미한 가능성을 찾는다. 나사는 군(軍)의 협력 하에 현대 유전과학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행성 타이탄의 환경에 맞춰 진화시킨 초인류-창조주가 만들어낸 인류를 능가하는 변종 인류-를 내보내어 탈(脫)지구 플랜을 짠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천신만고 끝에 한 사람의 인위적 돌연변이를 완성하고 그를 타이탄에 안착시키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화면을 타고 흐르는 동안 문득 오늘 우리의 건축을 대입시켜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창조의 신화를 (그것은 늘상 인류의 지배 이데올로기이자 불가능에 도전하는 기제로 등장하는데) 대신하여 진화에 기반한 우리 건축의 현재형에 대하여 고민해 볼 수 있었기에.

땅집사향을 통해 만난 건축의 주제들은 세대 및 건축수학의 배경에 의해 차이를 보였다. 노장 세대의 경우 잘 다듬어진 (동시에 성찰적) 건축철학에 근간을 두고 있다면 중견세대는 물오른 건축의 성과에 적절히 언어를 입히고, 신진세대는 실험적 작업방식으로 설익은 상태의 (언어로나마) 존재감을 발현했다. 이렇게 토막 내어 세대의 특징을 구분하는 것이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저들에게서 연령대가 갖는 공통점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건축을 공부한 학력, 지역, 학풍의 차이 등도 저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의 지향성을 구분짓게 했다. 다소 난해한 추상 언어의 조합으로부터 단순히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근작 소개의 형식에 이르기까지 때론 도그마의 위험을 무릅쓰고 건축의 세계관, 관심을 정의하려드는 태도는 공부 배경에 의해 차이를 만든 증좌라 할만 했고, 각각은 우리 건축의 현재성을 담아내는 소중한 목록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 중 이 글의 중점 대상이 되는 젊은 층의 관심주제는 기존 관행의 정석(定石)을 넘어 고유한 방식으로 해법(解法)의 가지를 확장해가는 것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는데 이러한 지점은 통상 평단의 호응을 얻기보다 비판의 표적이 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진세대는 건축설계시장의 상태를 다양한 층위로 뒤바꿔놓는 데에 긍정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서구에 중심을 둔 건축(Architecture)의 창조론자들은 어떤 경우에서든 한국에서 건축 적응력이 대박의 신상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쪽박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함을 경계한다. 애당초 승산 없는 게임이므로 세계무대에서 건축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헛된 꿈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대단한 선민(先民)의식의 발로다. 그러면서 중간 단계에 대하여는 말을 아낀다. 현실은 대박 아니면 쪽박의 이분법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중간 단계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너무나도 쉽게 폄하해버린다. 생물학적 창조론자들이 맹목적으로 앞쪽의 절벽만 쳐다보고 있듯이 건축의 창조론자들이 그러하다. 돌연변이 혹은 그에 상응하는 중간 단계 존재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거룩한 백성과 아닌 백성이라는 구분된 건축의 교리에 무한 관심을 표명한다.

주변을 돌아보자.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건축(architecture)의 대부분은 비대칭적 권력 관계에서 비롯한 결과다. 일차적으로 건축을 생산하는 두 주체(설계자와 의뢰자)간의 비대칭성은 태생적으로 돌연변이의 건축을 생산할 확률을 높였다. 그 결과가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닐진대 서구 세계의 잣대 앞에서는 속수무책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건축 창조론의 기원이 외부세계에 있음으로 해서 빚어진 하나의 (무시해도 좋을) 정황에 불과한 데 말이다. 이것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교육, 제도 등 인문 환경의 변화를 통해서조차 일그러진 권력 관계의 구도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임과 그것의 결과가 유의미한 건축으로 평가되지 못할 것임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신진세대(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연령대에 걸쳐 당면한 과제)가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생존의 경계에서 어정쩡하게 취하고 있는 중간 단계의 건축행위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건축의 진화론, 그러니까 돌연변이에 대한 이론화 작업이 수반되지 않고 있는 데서 촉발된 한국현대건축의 취약한 구조는 앞서의 건축을 생산하는 비대칭적 권력 관계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건축하는 전문 집단의 자존감을 상실케 하는 악재로 작용해왔다고 볼 수 있다.

멋진 신세계 : 돌연변이의 시대

2000년대에 접어들어 소수의 건축학자가 중간 단계의 건축에 대하여는 입론(立論)을 펼친 바 있었다. 일견 조악하고, 답답한 거리에서 역발상적으로 한국현대건축의 잠재성을 발견하고 서구의 건축 기준과 차별화 된 우리 도시건축의 양상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돋우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그와 같은 건축의 상태가 여러모로 불완전한 건축설계시장의 상태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극복의 대상이 될 뿐 기회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음 단계로의 전이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진화론적 건축의 과정이 한국현대건축의 발전의 축으로 모색될 수 있다면 그로써 우리는 어떤 건축의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결과적으로 건축의 고전으로부터 현대성까지 아우르는 서구 건축의 기준(우리에게 늘상 딜레마로 다가선 창조론적 건축의 가치)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멋진 신세계를 구현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하여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적 행동이란 무엇일까? 아니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방기하고 있는가?

12년의 땅집사향을 통해 나는 세대불문하고 이 땅의 건축 프로페셔널이 무척 작은 서클에 안주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많이 놀라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소수에게서 서클이 보인다는 것은 그나마도 다행한 상태이고, 대체로 자기 자신 외에 다른 움직임, 조짐에 대하여는 관심을 끊고 살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대체로 교육자(혹은 발화자)의 위치에 서는 것에 비하여 피교육자(혹은 수신자)라는 포지셔닝에 대하여는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받는, 타자에 대한 무한한 연대감 또는 관심의 증폭이 의미 있는 돌연변이의 생성을 가능케 할 터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생업(이권 등)이 달려 있는 현장이 아니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서 찾아가지 않는 닫힌계 안의 건축 종족들이라니….

그래도 희망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소수일지언정 진화론적 군상의 건축인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저들이 실현하고 있는 건축의 성과들과 무관하게 건축의 장(場)을 풍요하게 만드는 데에 작은 기여를 하며, 타자와의 관계망을 통해 건축의 가치를 재고하며, 우리 건축의 문제적 과제를 공유하며, 불완전하더라도 건축의 실험을 마다하지 않으며, 생존을 위한 전장에 서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으며, 교조적 건축의 기준에 항시 의문을 품고 앵무새이기를 거부하는 이들로부터 ‘모 아니면 도’ 식의 논리가 아닌, 중간 단계의 흥미로운 한국현대건축의 결정판이 생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나가며 : 진화, 지상 최대의 쇼

우리가 여기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은 거의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가 다소간의 차이를 두고 우리와 닮은 동물들로 구성된 풍성한 생태계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우리와 덜 닮았지만 우리에게 모든 영양소를 공급하는 식물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 우리의 먼 선조를 닮았고 우리가 이 땅에서 주어진 시간을 다하고 돌아갈 때 우리를 부패시킬 박테리아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 역시 너무나 놀라운 사실이다. 다윈은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커다란 문제인지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시대를 앞서 갔을 뿐 아니라, 문제의 해결을 깨닫는 면에서도 시대를 앞서갔다. 다윈은 또한 동식물을 비롯한 모든 생물이 상호 의존한다는 것, 그 정교한 관계망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면에서도 시대를 앞서갔다. 어떻게 해서 우리는 그냥 존재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복잡성, 그런 우아함,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멋진 무한한 형태에 둘러싸여 존재하게 되었을까?
답은 이렇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에 관해 인식할 수 있는 이상, 그리고 그에 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이상, 어차피 다른 식으로는 될 수 없었다.(중략)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직접적인 결과다. (리처드 도킨스, 『지상 최대의 쇼』, pp.563-565)

한국 현대건축의 성과가 세계 건축의 중심에 위치해야한다는 강박은 지우자. 그보다는 이 땅의 여러 조건으로부터 만들어진 건축의 상태를 함께 아끼고, 상호도생의 자세로 응원하자. 건축의 적(敵)이란 없다. 중간 단계의 건축을 폄훼하지 말고 활성화시키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결의 환경이 독특한 이 땅의 건축을 생산하는 동력이 된다. 건축의 창조론에 빠져든 서구 건축의 앵무새도 우리에겐 소중한 건축의 생태계임에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영향관계를 통해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글. 전진삼 Jahn Jinsam ┃ 《와이드A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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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메트릭 디자인ⅩⅩ

Parametric DesignⅩⅩ

지난 회에서는 종이접기 시뮬레이션의 전체적인 Grasshopper definition의 전체적인 분석과 이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Visual Basic의 내용(아래 그림의 초록색 부분)을 살펴 보았습니다(fig.01).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호에는 지난회에서 마치지 못했던 Visual Basic scripting part의 나머지 부분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Figure 1

지난회에서 다루었던 Visual Basic의 내용은 접혀서는 안되는 면 즉, 아래 그림(fig.02)의 패턴 A에 해당하는 면들을 주어진 패턴문자를 통해 인식하고 Kangaroo가 이들을 강제적으로 평평하게 유지하기 위해 해당 패널들의 대각선과 네 꼭지점을 추출하는 것입니다. 이는 추후 Kangaroo의 컴포넌트에 입력돼야 합니다. 부연하자면 Visual Basic을 통해 이뤄지는 작업은 실제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아닌 시뮬레이션을 위해 주어진 지오메 트리를 sorting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Figure 2

이전 회에서 설명했듯이 면이 접히는 것은 Kangaroo의 hinge 컴포넌트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접히는 선을 정의하는 두개의 점과 이에 접하는 두개의 접히는 면위에 놓이는 또 다른 두개의 점을 정의해야 합니다(fig. 03/fig. 04).

Figure 3

Figure 4

그림 2, 3, 4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패널의 내부에서는 항상 면이 위로 접히고(접힌 선분이 아래로 향하고 – 붉은 점선), 패널과 패널사이는 항상 면이 아래로 접히게 됩니다(접힌 선분이 위로 향하고 – 초록 실선).

면이 접히는 방향은 입력된 점의 순서에 따라 오른손 법칙에 의해 정의되므로 점이 hinge 컴포넌트에 입력되는 순서를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그림 3에서 1번과 3번의 점이 접히는 선으로 정의가 되고 resting angle이 2도로 정의되면 오른손 법칙에 의해 2번 점이 0번 점에 다가가는 방향으로 면이 접히게 됩니다.

이제 Visual Basic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접히는 방향에 따라 두개의 별도 hinge component를 사용하기 위한 두개의 point set을 정의합니다(fig. 05).

Figure 5

이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패널과 패널사이의 접힘과 패널 내부에서의 접힘의 그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착안하여 별도로 2가지의 point set을 정의하고 이를 추후 hinge component에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Figure 6

Figure 7

그리고 먼저 패널과 패널사이의 면의 접힘을 위한 point set을 추출하기 위해 현재의 패널의 패턴과 이웃한 다음 패널의 패턴을 분석합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A패턴의 패널이 그림상에서 아래쪽에 위치한 C패턴을 가진 이웃한 패널과 만날때에는 C패널이 내부적으로 접힐 것을 고려하여 0-1-2-3의 점을 추출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fig. 06). 마찬가지로 A패턴의 패널이 그림상에서 좌측에 위치한 B패턴을 가진 이웃한 패널과 만날때에는 B패턴이 내부적으로 접힐 것을 고려하여 0-1-2-3의 점을 추출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fig. 07).

즉, 가로와 세로 방향을 모두 고려한 현재 패널의 패턴과 이웃하고 있는 패턴의 패널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인접의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각 상황별 추출해야 하는 점을 미리 지정해야 합니다. 이는 아래 그림과 같이 for ~ next및 if 문을 통하여 구현됐습니다(fig. 08/fig. 09 ? 지면상 모든 script를 capture하지는 못했습니다).

Figure 8

Figure 9

이와 마찬가지로 패널내의 접힘을 위해 패널내부의 점들을 추출해야 합니다. 즉 패널이 접히는 방향에 따라 점의 순서도 달라지게 됩니다(fig. 10).

이는 Visual Basic에서 for ~ next및 if 문을 사용하여 두가지 패턴에 대하여 그림 11과 같이 정의 됩니다(fig. 11).

Figure 10

Figure 11

다음 회에는 지금껏 추출해온 geometry에 대한 data set을 Kangaroo Physics를 통해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성우제 Sung, Woojae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
www.woojsung.com, www.selective-amplificati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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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알렌테주의 상 로렌수 바호칼 호텔_소토 드 모라

Sao Lourenco Barrocal Hotel Renovation, Alentejo, Portugal
Architect : Souto de Moura

몬테 마을은 200년 이상 같은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상 로렌수 바호칼-Sao Lourenco Barrocal- 지대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지역 재생을 위해 가족 중 8 번째 세대인 Jose Antonio Uva는 포르투갈의 건축사 소토 드 모라-Souto de Moura- 를 초대하여 마을의 재생과 농장 휴양지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그림 1) 상 로렌수 바호칼 호텔 전경

그림 2) 상 로렌수 바호칼 호텔

그림 3) 호텔의 전경, 7개의 건물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몬테-Monte- 의 상 로렌수 바호칼에는 중심 주변에 7개의 건물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북쪽의 오래된 산업 및 사무실 건물은 이전에 창고 건물과 평행하게 놓여있었다. 소토 드 모라는 옛 농촌 알렌테주-Alentejo- 의 몇몇 버려진 건물군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자 화려하지 않고 최소한의 모던함만을 간직한 고급 호텔로 재탄생시켰다. 이 호텔은 현재 레스토랑, 바, 와이너리, 상점, 마구간, 스파 및 스튜디오, 안뜰이 있는 어린이 놀이방, 22개의 객실, 2개의 스위트 룸 및 16개의 코티지로 구성되어 있다.

알렌테주의 역사

그림 4) 발렌테주 전경, 포도주 산업이 발달해 있다.

알렌테주 지역은 온통 덤불로 덮여 있었으며 농업 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땅이었다. 애초에 왕의 사냥터였고, 인구는 부족했으며 대부분 가난했다. 19세기 초 군주제 정책의 변화에 따라 ‘1820년 대지 자유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사용되지 않은 국가 땅에 대하여 땅을 팔고 국가에서 세금을 걷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되었다.
현재 건물주의 선조인 Manuel Mendes Papanca는 1820년 당시 몬사라즈-Monsaraz- 주변으로 9,000 헥타르를 땅을 샀는데, 그는 놀라운 비전을 가진 사람으로 19세기에 매우 보기 드문 정책을 시행했다. 포도나무를 심었던 소규모 농작민들에게 토지의 소유권을 돌려주었는데, 이는 포도주 산업을 중심으로 작은 공동체 마을이 생겨났다. 이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와이너리 산업이 번창했다. 현 건물 상 로렌수 바호칼 주변으로 와인 재배와 관련한 몇몇 건물 및 기계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프로그램

이 지대를 소유한 건축주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했던 작업은 상 로렌수 바호칼 건물에 적절한 기능과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었다. 즉, 어떤 프로그램을 가졌을 때 다음 세대를 아우르며 지속가능한지, 중심부 건물군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적으로 연계되어 마을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를 고민했던 것이다. 이러한 고민으로 여러 투자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호텔건물 뿐 아니라 전체적인 마을의 농장 및 휴양지, 예배당, 투우장을 포함한 이 지역의 많은 건물들을 재사용할 수 있게됐다. 호텔을 찾는 관광객들이 장소나 지역이 가진 역사와 스토리때문에 방문하게 됐을 때, 그 마을 전체가 어떠한 스토리를 가진 집합체로써의 보여지기 원했기 때문이다.

그림 5) 건축적 개입을 최소화 하면서 적절한 기능을 찾는 작업을 진행했다.

둘째로, 건물에 호텔이라는 프로그램이 선택되고 소토 드 모라는 각각의 공간에 적절한 기능을 ‘찾아주는’ 작업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올리브 프레스 기계가 있었던 공간을 거주 공간, 거실을 위한 장소로, 농작물을 처리하던 공간을 주택으로 만들고, 마굿간을 레스토랑으로 만드는 작업 등을 진행했다. 소트 드 모라는 건축사의 건축적 개입을 최소화 하는 것으로 이러한 기능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며 기존의 환경-setting- 을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목적을 수용하는 방안이라고 말이다.

“이 건물군을 처음 보았을 때 단순히 잘 보존된 집을 넘어서서 작은 우주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길, 광장, 별채, 회랑같은 도시적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 우리가 그 어느 도시에서도 잘 찾아보기 힘든 좋은 시공적 품질-construction quality-을 가지고 있었죠.
원래 건물의 원형과 역사를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건물의 어느 부분이 손상을 입었더라도, 그것을 보존만 하여 박물관화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 건물에서 현재의 일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문화적 유산을 의미있게 보존하는 길입니다.”

건물의 용도를 바꾸려는 접근보다는 건축물 자체가 시간과 기능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림 6) 길, 광장, 별채, 회랑같은 도시적 계층 구조는 뛰어난 시공기술을 볼 수 있었다.

리노베이션

그림 7) 상 로렌수 바호칼 건물의 테라코타 기와 지붕

테라코타 기와 지붕이 있는 회백색 석조 건물은 원래의 색조와 질감을 보완하는 정도의 작업이 진행됐다. 헛간으로 쓰였던 곳이 레스토랑이 되면서 올리브 오일이 만들어지던 공장의 둥근-vault- 천장은 최대한 그대로 쓰이면서 석회-plaster- 의 재질감만이 자연광에 의하여 강조됐다.

그림 8) 천장은 그대로 쓰이면서 자연광에 의해 석회의 질감이 강조된다.

주 도로 남측에는 커다란 채소밭과 수영장이 있는데, 수영장의 한 구석에 크게 자리잡은 화강암 노두는 당시 거주자들이 이를 잠시 피난처로 사용했을 때의 거석 시대를 연상케한다. 객실은 모던하고 최소한의 가구만으로 세팅했으나 원 건물의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적 흔적이 호텔의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줌으로써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림 9) 화강암 노두

그림 10) 건물의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적 흔적

그림 11) 내부는 최소한의 가구만으로 모던하게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좀 더 정확히 마을 재생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버려진 건물군에 최소한의 건축적 개입만으로, 그리고 각각의 기능적 연계성을 높여줌으로써 전체 마을에 숨을 불어넣은 프로젝트로써의 의미가 있겠다.

글. 이지현 Lee, Jihyun
jihyun.lee8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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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

Park Guell, Barcelona, Spain

바르셀로나에 가면 누구나 고집스러운 천재 건축사 가우디를 찾는다. 이 건축사 한 명이 도시의 지도를 바꿨다. 가우디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걸쳐 바르셀로나에 남긴 건축물 중 다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그 중 여행자들을 품에 안고, 눈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작품이 구엘 공원이다.
공원 건축은 가우디의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인 구엘(Eusebi Guell)과의 인연 때문에 시작됐다. 본래는 주거용 목적으로 지었지만 공사는 도중에 중단됐고 바르셀로나 주 정부에서 매입하여 일반인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야자수를 닮은 돌기둥과 벤치에 새겨진 모자이크에는 모두 그의 열정이 서려 있으며, 모자이크가 돋보이는 구엘 공원의 도마뱀 상은 이방인들에게는 촬영 포인트로 인기가 높다.

글. 박무귀 Park, Mookwi • KIRA
건축사사무소 동림 대표, 사진작가
http://jjphoto.co.kr(진주성 포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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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Life! 인생 안에 ‘만약’이 있다

if? Life! There is ‘if’ in life

내가 처음 프로포즈를 받은 나이는 만 열 아홉 살이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버린 J의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 날, 같은 독서 서클에 들어있던 우리들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J의 죽음 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허둥댔다. 화장을 한 J의 뼛가루를 친구들이 한 줌씩 나누어 산에 뿌렸다. 장례식에 입고 갈 검정색 옷이 없어 엄마 옷을 입을 정도로 새파란 나이였다. 영안실에서 주는 국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는 미숙한 나이였다.
J를 보낸 허망함에 남은 친구들은 소주를 마셨다. 두꺼비가 그려진 25도짜리 진로였다. 언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은 차마 할 수 없었다. J가 없는 독서 서클을 이어갈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마셔도 취하지 않은 채 집으로 가는데, 함께 걷던 L이 다짜고짜 말했다. ‘나랑 결혼 하자’ 농담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어색함을 감추려고 나는 L의 어깨를 툭 치며 농담으로 대답했다. ‘푹 자고 일어나 내일은 정신 차려!’
그 때 만약 L의 청혼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어나지 않은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 테고, 일어난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오랜 세월이 흘러 상상해 보는 ‘만약’은 애틋하고 달콤하다.
만 스물 아홉에는 남반구의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겼었다. 또 다른 J의 죽음을 겪고 난 후였다.
만 두 살 아들을 남겨 두고 병을 이기지 못한 그녀가 떠났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식을 듣고도 퇴근을 한 뒤에야 영안실로 달려갈 수 있었다. 장례식 날에도 출근을 해야 했던 나는 그녀의 장례 미사에 지각했다. 출근하고 야근하고 월급 날을 기다리는 날들은 그녀가 세상에 없는데도 무심하게 이어졌다. 가슴 설레는 일도 목숨 거는 사랑도 모두 남의 이야기였다. 서울에서 그렇게 계속 살 수 있다면 낯선 도시에 가서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그 때 만약 머나먼 이국의 도시로 떠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다시 돌아오는 일도 없었겠고 막내가 태어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신 무엇을 얻었을까? 여기, 지금이 팍팍해서 떠올리는 ‘만약’은 안쓰럽고 아득하다.
최근에는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부쩍 자주 ‘만약’을 생각한다. 만약 한 달 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지 않았더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서한을 보내자마자 문과 김 두 정상이 다시 회동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거슬러 올라가 만약 2년 전 겨울 광화문의 촛불이 없었더라면, 탄핵이 없었더라면… 상상만으로도 오싹하다.

‘만약’을 생각하는 일이 부질없다 해도 사람들은 자주 ‘만약’을 상상한다. ‘만약’을 주제로 한 광고까지 있는 것을 보면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2017년 전파를 탄 칸포생명의 광고를 보자. 영상의 주인공은 일본의 가수이자 배우인 타카하타 미츠키이다. 미츠키는 버스 안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 날을 회상한다. 그녀는 고등학교 입학 후 등굣길에 우연히 악기판매점을 지나다가 트럼펫을 보고 연주를 시작했다. 또 이른 아침에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하는 라디오 체조에 참가했다가 첫 남자 친구를 만났다. 그 때를 떠올리며 미츠키는 ‘만약’이라는 공상에 빠진다. 만약 그 학교에 입학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 여름에 라디오 체조에 가지 않았더라면…

일본 칸포생명_기업PR_TVCM_2017_스토리보드①

미츠키의 상상은 ‘만약 엄마와 아빠가 만나지 않았더라면’하는 데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생각을 하자 학교의 합주 연습장과 첫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 장소에서 그녀가 아예 사라진다.
물론 미츠키의 공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에 화들짝 놀란 미츠키는 현실로 돌아와 버스에서 뛰어 내린다. 버스 정류장에는 그녀의 엄마와 아빠가 기다리고 있다.

일본 칸포생명_기업PR_TVCM_2017_스토리보드②

만약

만약

만약

만약, 그 때 그 학교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트럼펫을 시작하지 않았을 거야.

만약 그 여름에, 라디오 체조를 하러 가지 않았더라면

첫 남자 친구가 생기는 것은 조금 더 나중이었을까?

아, 만약 옛날에

아빠랑 엄마가 만나지 못했더라면

애초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 건가?

『살아간다』는 것은 기적의 연속.

인생은 꿈투성이.

일본 칸포생명_기업PR_TVCM_2017_카피

인생의 구비구비에서 내가 걸었던 길이 내가 만났던 사람과 내가 했던 결정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든다.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기도 하고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와 뜻밖의 인연을 불러오기도 한다. 만약 그 때 그 일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완전히 다른 내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수 많은 만약(if)들이 모여 인생(Life)이 된다고 역설하는 광고도 있다. 2016년에 온에어 된 르노삼성자동차 QM3 에투알 화이트 출시 광고가 그렇다. 영어 Life의 철자 안에 if가 들어있는 것에 착안한 점이 재치 있다. 영상은 ‘만약’을 상상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보여준다. 경쾌한 배경음악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과장된 표정과 행동이 보는 이들도 가볍게 ‘만약’을 떠올리게 한다.

르노삼성자동차_QM3 출시 편_TVCM_2016_스토리보드

자막)   if

           만일 이대로 나이가 멈춘다면

           어떤 도전을 시작해볼까?

           if

           만일, 모두가 똑같은 얼굴이라면

          패션은 지금보다 훨씬 더 요란할 걸?

           if

          만일, QM3가 아니었다면

           SUV는 크고 각진 차들 뿐이었겠지

여Na) 호기심으로 가득 찬 당신의 인생

           if로 가득해야 Capture Life

르노삼성자동차_QM3 출시 편_TVCM_2016_카피(부분)

물론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광고도 있다. 만약 따위는 생각도 하지 말고 지금 현재에만 집중하라고 강력하게 소리를 높이는 악사의 TVCM이 그렇다. 손해보험 회사인 악사는 배우 조진웅을 모델로 내세워 걱정을 잊고 지금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라고 설득한다. 보험회사다운 메시지다.

AXA손해보험_브랜드 광고_TVCM_2018_스토리보드

조진웅) 당신의 일상에서

             설마를 없애고

             갑자기를 빼고

             만약을 지우고

             오직, 지금에 집중하세요.

             새로운 풍경과 노래가사에,

             가족의 웃음에 집중하세요.

             사소한 걱정은 악사의 몫.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당신의 지금!

             LIVE NOW 악사

AXA손해보험_브랜드 광고_TVCM_2018_카피

당연한 말이다. 어쩔 수 없는 과거를 자꾸 가정해 보거나 닥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지금에 집중해서 사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을 ‘만약’으로 상상해 보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지금, 현재’에 작은 위로와 유쾌함을 선물한다. 어쩌면 지금에 집중하기 위해 ‘만약’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만약으로 시작하는 공상의 날개를 편다. 만약 종전선언이 나오고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기차가 열린다면 어디를 먼저 갈까?
만약 미숙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만약 할머니가 되면 무슨 색깔 지팡이를 짚을까?
만약, 만약, 만약에…

일본 칸포생명_기업PR_『만약 그 때』 편 TVCM_2017_유튜브링크

르노삼성자동차_QM3 출시 편_TVCM_2016_유튜브링크

AXA손해보험_브랜드 광고_TVCM_2018_ 유튜브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 카피라이터 ┃ (주)프랜티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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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장소_지하 벙커의 작은 창

A Small Window in an Underground Bunker

우리를 보호해주기로 한 반군조직의 차량에 갈아탔다. 트렁크에는 온갖 총기류가 그득했고, 운전석의 좌우에는 소총이 놓여있어 언제든 빼어들 수 있었다. 글로브박스에는 수류탄이 들어있는데 차가 움직일 때마다 굴러다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잠시라도 지체하면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계속 다급하게 움직여야 했다.
구호 활동을 위해 시리아에 들어왔던 두 명의 이탈리아 여성들이 바로 어제 납치됐다고 했다. 대규모의 교전이 벌어지고 보호세력은 대부분 사살된 후, 외국인만 납치해 간다고 했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IS에 가담하기 위해 오는 이들이 대다수이고, 그밖의 소수는 사회활동가 아니면 미디어 쪽 사람들이다. 그 어떤 쪽이 됐든 여러모로 활용할 여지가 많고, 따라서 그들 입장에서는 모두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보호를 맡은 반군세력은 우리 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간이 이틀 뿐이라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그 한계 시간이 지나면, IS 혹은 또다른 무장세력들에게 우리의 존재가 드러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들이 어떤 행동을 개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동하는 차량도 수시로 교체되었고, 목적지도 정확하게 지정하지 않고 이동했다. 한 장소에서 머무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여야만 했다. 타겟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첫날밤, 숙소로 정해진 곳은 짓다 만 건물의 지하 공간이었다. 앞으로 그 지역 사람들의 대피소이자 아이들의 임시학교가 될 곳이라 했다. 폭발이나 총격 그리고 납치의 위험으로부터 그나마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촬영팀은 모두 네 명. 연출자인 나, 카메라맨, 그리고 조연출과 시리아인 출연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들 입으로는 괜찮다 말했지만 얼굴에 가득차 있는 불안감은 숨길 수 없었다.

하룻밤을 자고 나면 다시 짐을 싸서 어딘지 모르는 장소로 다시 이동을 해야 했다.
우리의 정체와 위치가 드러나 인질로 잡히게 되면, 그 이후는 오직 끔찍한 일들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중에서 그나마 제일 나은 정도라봤자 인질 협상을 통해 풀려나는 것인데, 외국인 한명의 몸값이 평균 칠팔십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모두 합해 수백억의 비용 지불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마는, 만약에 풀려난다 해도 한국 땅에서 고개 들고 살아가기는 힘들 것이었다. 몸값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방법 말고도, IS 쪽에서 활용할 여지는 많다고 했다. 그들의 선전용 비디오에 등장해 목이 잘려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폭약이 장치된 재킷을 입고 자살폭탄으로 이용될 수도 있었다.
천장에 맞닿은 작은 창문을 보며 언제든 폭발물이나 파편 또는 총탄이 들이닥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경우, 어떤 자리가 가장 안전할지 각자 이런 저런 가정을 해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개개인의 안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과연 무얼 촬영하고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만 했다. 생존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불안감 그리고 프로로서 해야만 할 일에 대한 의무감이 커다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독히 더운 날씨 탓에 자꾸만 뜨거워지는 몸과 수많은 불안들이 뒤엉킨 채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 어둡던 지하 공간이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어떤 불안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두꺼운 철문을 열고 불안과 혼란이 뒤섞인 세상으로 나가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을 것 같다는 위안이 방 안 가득히 자리잡고 있었다. 아마도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미완성 건물의 지하에, 가득 햇빛이 차오르고 있었다.

* 이 글은 2014년에 방송된 KBS 파노라마 ‘시리아, 압둘 와합의 귀향’의 취재를 위해 시리아에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글. 연왕모 Yeon Wangmo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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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설산업의 디지털화

Digitization of Chinese Construction Industry

중국의 건설 산업 업무가 빠르게 디지털화 되고 있다. ‘세계 경제 포럼’ 발표에 따르면, 건설 산업의 디지털화는 “2016에서 2025년까지 산업별로 100조 달러가 넘는 산업적·사회적 가치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은 교통, 유통, 물류, 금융, 그리고 제조업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통방식을 고집했던 중국의 건설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디지털 건축 백서’를 만들어 2017년 11월 11일 ‘건축업의 디
지털 혁신과 발전 아카데미’를 개최하고 그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7 디지털 건축 백서’는 ‘인식 세계(Human), 물리 세계(Physical), 디지털 세계(Cyber)’의 공생관계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 모델링, 센서, 가상 홀로그램(AR, VR), 인공 지능 등의 기술을 접목하여 건설 산업의 경쟁력 강화, 자원 관리 등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건설 기술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화는 중국 건설산업의 정보화 및 창의력 향상을 가져옴으로써, 중국 건설 산업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림 1. 중국의 시공관리 업체 시스템 Gloden 사이트

중국 건설 산업의 시각화 시스템 활용

중국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최근 중국의 건설산업은 시각화된 디지털 정보를 계획단계에서부터 시공단계에 이르기까지 잘 활용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시공 관리 시스템으로 유명한 ‘Gloden’이라는 회사는 건설 공정의 전과정을 컴퓨터로 시각화 시스템을 이용한다.

이 회사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공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며, 시스템은 ①시공관리, ②기술관리, ③공정관리, ④품질안전관리, ⑤원가관리, ⑥모델시연 등 6가지로 구분된다.

시공관리 시스템
시공 계획의 최적화 및 시공상의 자원계획, 스케줄관리, 장비관리, 시공상 발생되는 간섭체크에 대한 사항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다음과 같은 정보를 다룬다.

시공 계획의 최적화 / 자원의 수요 계획

공정스케줄 관리 / 시공 현장에서의 각종 장비의 배치

공정 상황 분석 / 시공 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한 시공 방안 검토(간섭체크)
그림 2. 시공관리 시스템

기술관리 시스템
건축물의 시공 시 발생되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 및 해결방안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건축물의 구조, 설비 및 3D 시뮬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관리에 관한 데이터를 기술관리 시스템으로 활용하여 시공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그렇게 시공상의 오류를 줄이고 비슷한 상황에서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른 프로젝트 진행 시 발생되는 오류를 줄여나간다.

그림 3. 기술관리 시스템

공정관리 시스템
건축물의 진행상황에 대한 일정을 관리하고 디자인 변경 시 발생되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건축물의 전 생명주기를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시공 전후 공정에 대한 데이터를 저장하여 건축물의 이력을 관리한다.

그림 4. 공정관리 시스템

품질 안전관리 시스템
현장 관리 시 발생되는 문제 등 데이터를 핸드폰이나 그 밖의 저장 기기를 활용하여 관리하는 시스템. 문제점 해결 시 데이터의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하여 건축물의 품질을 관리한다.

그림 5. 품질 안전관리 시스템

원가관리 시스템
시공 시 발생되는 설계변경, 자재 및 인력관리, 하도급관리, 외주비 등 지출과 수입을 관리한다. 중국은 건축물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원가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예산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

그림 6. 원가관리 시스템

그림 7. 그래프에 항목별로 자금관리 흐름을 표시

모델시연
시공 시 발생되는 물량 산출에 대한 예산과 비용을 산출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최근 중국의 건설산업내에서 BIM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늘어 나면서 BIM데이터를 활용한 5D 시스템을 활용하는 추세이다. ‘Glodon’ 도 ‘BIM 5D’라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원가 절감을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BIM데이터를 활용한 5D 시스템은 시공 변경, 공기 단축, 원가 절감, 품질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설계, 시공자 간의 데이터 공유를 가능하게 하고 건축물에 대한 예산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림 8. BIM데이터를 활용한 5D 시스템

이러한 5D 시스템은 ‘상하이 타워’의 물량을 산출하여 소요 예산을 알아낼 수 있으며, 사전에 예산을 산출함으로써 원가절감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림 9. 상하이 타워의 커튼월 물량산출 시스템 사례①

그림 10. 상하이 타워의 철골 공사 물량산출 시스템 사례②

BIM을 기반으로한 시공 관리 시스템

이와 유사한 시공 관리 시스템 개발 업체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Lubansoft’, ‘JustoneTech’ 등과 같은 업체는 BIM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시공 관리 시스템 업체이다. ‘Lubansoft’는 Autodesk 소프트 웨어를 기반으로 한 시공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9년부터 중국 건설산업의 3차원 업무를 위한 3D모델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원가 절감, 공정 관리, 기술 및 품질 관리 등의 건설업무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BIM을 기반으로한 건설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비롯해 상하이 센터, 낙청만 고속 도로, 선전 레일 8호, 구룡 고속 도로 건설 사업 등이 있다.

그림 11. ‘Lubansoft’ 의 건설 공정 데이터 활용 시뮬레이션

‘JustoneTech’도 건설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업체 중 하나로 중국 정부부처의 관리 요원 출신들이 만든 회사이다. 주요 업무는 스마트 시티, 건설 정보 서비스, 건설산업 인프라 확충, 건축 지능형 시스템 구축 등으로 건설산업의 디지털화를 추구한다.
이 회사는 1999년 설립되어 교량, 터널, 도로, 교통 공사를 주로하고 있으며, 구조 관리 시스템 설계 및 지능형 시공 시스템, 프로젝트 관리 및 정보화 시스템, 컴퓨터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을 결합하여 건설관리의 디지털화를 구축하고 있다.

그림 12. ‘Lubansoft’ 중국 여러 도시의 프로젝트에 활용된 사례

그림 13. ‘JustoneTech’ 의 교량 건설 공정 데이터 활용 시뮬레이션

중국 건설 산업의 디지털화는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며, 이러한 움직임은 대형화, 초고층화 되어가는 중국 건축적 분위기에 잘 맞아가고 있다. 점점 대형화, 초고층화 되어가는 건축물의 설계, 시공, 유지 관리에 있어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건축물의 하자보수 및 건축물의 유지보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자동으로 건축물의 점검에 관한 알림 등 건축물에도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 14. Ningbo 지하철 (Revit, Navisworks)

현재, 중국 정부는 신기술의 보급 및 확산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선진국의 다양한 기술을 받아들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신생 업체들은 늘어나고 있다. 건설산업 내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기술을 장려하고 있으며, 주로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Infrastructure Project)에서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림 15. Ningbo 지하철 BIM모델 시스템 사례

글. 이주남 Lee, Junam ┃ BIMSea Technology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