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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가을에 다시 본질을 생각한다

Architect! Think again about the essence at autumn

동서양은 건축의 과정과 결과가 매우 다르다. 대륙의 양 끝에 있는 문화와 민족만큼 건축이라는 큰 틀이 있지만 내용은 차이가 크다. 문명의 시작과 동시에 진행된 양단의 건축은 신의 영역에서 창조자로서 역할을 한 것이 서구였다면, 조화와 집단지성처럼 구축되고 시스템으로 구현된 동아시아의 건축이었다. 하지만 두 문명의 건축이 가지는 공통점은 창조자가 드러나든 아니든 표현되어지는 결과물이 가지는 미학적 가치와 문화적 속성이다.
새삼 이 지면을 통해서 이런 건축의 원점을 보는 이유는 끝없이 흔드는 건축의 부차적 요인들로부터 굳건히 건축의 가치가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건축은 수많은 부차적 요인들이 중심처럼 부각되었다. 부동산 대상으로 거칠게 다뤄지는 건축은 즉각적인 수익성 이야기뿐이다. 환경의 문제가 부각되자, 온통 친환경으로 건축을 이야기 한다. 지진이 나고 일부 건축의 부실함이 드러나자, 건축은 안전이 지고지순의 최고 가치인 듯 이야기한다. 어느 것이 틀리고 맞다는 것으로 논쟁을 시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모든 것들은 오늘날 건축에 담겨야 하고, 모든 것이 맞다. 부동산도 중요하고, 친환경도 중요하고, 안전도 중요하다. 대학에서 첫 수업 시간에 건축의 3가지 핵심 요소로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 기능, 미, 구조 아니던가? 그런데 이 요소들이 전부 제각각 잘났다고 혼자만 튀어나오면, 그건 좋은건축인가? 기능으로만 이야기 하면 창고 만한 것이 어디 있으며, 구조만 이야기 하면 송전탑 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건축은 이런 모든 요소들을 아울러서 하나로 형성되는 집합체다. 개별 요소가 아니다.
건축은 코끼리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한다는 말이있다. 건축은 수많은 요소들로 구성된 전체다. 그런 전체의 부분은 균형을 갖춰야 한다. 균형에 대한 판단은 미학에서 출발하고, 미학은 시대마다 다른 기준과 가치관으로 판단된다. 건축은 이런 가치관속에서 완성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구조가 다루어지고, 환경이 다루어지고, 부동산이 다루어진다. 그리고 각각의 요소는 1000%가 아니라 ‘적정함’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그 적정함은 ‘현재 가능한’이라는 바탕에서 시작한다. 가능하지 않은 모험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현실성’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해서 한 시대의 건축이 완성되고 그렇게 완성된 건축은 후손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고, 유산으로 남겨진다. 우리를 포함해서 수많은 역사를 가진 문명들이 역사를 가지고 위대한 유산으로 물려받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시장 경쟁 체제는 건축사들의 위상조차 위협받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힘겨운 전문가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 몸의 각 지체들이 서로 자기만 살겠다고 솟아오르면 어떻게 몸이 온전한 기능을 하겠는가? 인간이 걸리는 수많은 병들은 이런 각 지체들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과할 때 탈이나지 않는가? 건축은 전체의 결과물로 각각의 요인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성과가 난다.이런 사막의 힘겨움이 가속화 되는 시절, 건축사들이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보면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해주고 싶다.
지난 호에서도 그렇지만, 2018년 9월호의 작품들은 특히 이런 시절을 이겨내듯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건축사들의 결과들이다. 건축사의 본질은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온 역량을 이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내는데 쏟아야 한다. 우리가 깨진 균형 때문에 부분들을 추스리면서도 건축의 본질을 잊지 말고 가야 하는 이유를 이번 호에서 찾을 수 있다.건축사여 힘을 내시라!

 

글. 홍성용 •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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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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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1. 건축과 어린이, 그리고 여성·젠더

건축담론

편집장 주

5월호부터 시작한 건축 담론은 너무 무겁지 않게,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건축계가 고민하고 있는, 또는 고민할 만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합니다. 이미 설계도 거대 기업형태의 외주관리와 용역 등으로 분화되고, 생산성과 수익성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쉽게도 국내 건축사사무소의 상당수는 생존에 떠밀려, 대규모 기업은 수주에 떠밀려 건축 철학에서 한발 물러나 있습니다. 문제는 본질에서 출발하지 않는 숫자와 수익성 중심이라, 건축 디자인의 주도권을 해외에 넘겨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점에 주목해서 저희 건축사지는 짧게라도 생각할 여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요청하시는 담론주제가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직접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의 연락도 좋습니다. 저희 지면의 한계 상 더 많은 토론을 하지 못하지만 여러분들께서 이 기회를 통해 확산시키고, 깊이를 다듬어 가시길 바랍니다.

593 주제는 ‘건축과 어린이, 그리고 여성·젠더’입니다.
건축이 어린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린이 대상 건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학교, 어린이 대상 각종 시설, 각종 부속 공간들이 있습니다. 뻔한 원색과 단순 기하형태가 우리나라 어린이 대상 건축에는 빠지지 않는데, 이는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어린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건축한 사례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어린이에게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여성 또는 젠더와 건축을 다루려 합니다. 당연한 것 같지만, 건축의 많은 프로그램들은 남성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당장 공연장의 경우 화장실을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길게 줄선 여성들과 대비되는 남자화장실. 집에 있던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시작하면서 여기 저기 마찰이 늘어납니다. 당연한 일이죠. 더구나 최근에는 제3의 성이 등장해서, 서구 유럽은 중성 화장실도 등장합니다. 기능뿐만 아니라 도시 공간의 게토도 형성됩니다. 이런 흐름에 이번호에는 어린이와 여성·젠더에 대한 건축적 시각을 찾아보았습니다.

 

01 건축과 어린이, 그리고 여성·젠더
Architecture for all, for children, and for women

불통에서 대~통으로

바닥에서 들어 올려진 기단, 육중하고 무게감 있게 솟아오르는 기둥, 그 위에 하늘과 맞닿은 유려하게 감싸 안은 지붕과 마루. 건축의 아름다움에서는 솟아오른 힘과 내리누르는 절제와의 팽팽한 균형감이 전달된다. 건축이 가지는 소용이나, 구조나, 아름다움은 이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힘이 전달되는 수직의 지극히 권위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표출이다. 이것은 단순하고 우직하며 자잘한 변명을 하지 않는 기둥과 그늘처럼 깊숙하고 침묵하는 형태와 공간을 빚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과 형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위계와 권력, 억압과 복종, 나아가 차이와 차별을 드러내곤 한다. 그리고 이제 뼈대에서 힘의 전달이 드러나던 형태의 파사드는 구조에서 벗어나 스킨이라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감성을 가지고 이미지를 드러낸다. 건축이 가지는 본질이 어느 정도 해체되어 가고 있으며 스킨에서 시작하여 가로와의 관계에서 도시로 나아가 개방되고 열려지고 관계를 맺는 대~통하는 건축으로 나아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시행된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을 위한 법률을 통해 접근권을 충족하는 시설들이 설치되고 있다. 턱을 낮추고 경사로를 설치하여 약자를 보호하고 접근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를 확보하고 있다. 올라서 넘어 갈 수 없는 높이를 누구나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건축은 이제 권위와 위계가 아닌 희망과 상생의 공간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고 있다.

 

강자에서 약자 편으로

건축을 대하는 나의 마음은 늘 불편하고 쓸쓸하여 아쉬움을 느끼다가 이내 생각을 이어가지 못하고 놓아버리곤 한다. 도시를 군림하려는 상업지역의 하늘로 치솟은 사무소 건축물에서부터 주거지역의 큰 성벽을 둘러친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간의 삶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리는 개발사업과 정비사업 등을 목도하면서 건축은 어디에 서 있는가를 되물어 보곤 한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강자라고 하듯 살아남은 강자는 합리적이고 우월하며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인식된다. 악화(惡化)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듯이 가볍고 싸고 무미건조한 싸늘함이 자리를 차지하고 이전의 질량감 있고 소중하고 정감 있고 마음 따듯한 풍경은 점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가고있다. 그런데 이제야 재개발의 광풍이 지나가고 재생사업을 통해 그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몸에 맞지 않은 세련된 고급의 특대형 사이즈 옷을 입고 어쩔 줄 몰라 해왔던 우리들이 비로소 조금 해지고 찢어진 곳을 고쳐 맞춤형 사이즈 옷을 입고 온화한 미소를 짓게 된 것이다. 우리가이제껏 많은 것을 갖춘 강자의 편에서 건축을 풀어 왔다면, 이제는 가진 것은 적고 소박한 약자의 편에서 건축을 풀어나가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약자의 건축은 대부분 공공건축에서 담당하며 취약성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국가에서 제공하고 사회적 편익을 우선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수적으로나 품질에 있어서 비중이 낮고 열악하다. 주거의 권리는 누구나 누려야할 보편적가치임에도 사익을 추구하는 주택시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에 공공건축이라는 취약한프레임을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이는 대상의 확대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삶의 질에 있어 필수적인 주거 등에 대한 양질의 공공건축 서비스를 확대하고 민간과 협력체계를 통해 단계적으로 모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지자체별로 공공건축가를 통해 도시재생을 모색하고 있으며, 내 주변에서도 건축사들이 참여하여 도시환경의 향상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또 안정적으로 질 높은 공공건축이 이루어지기위해서는 지역 건축사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그 지역에서의 문제를 풀어 나가되 지역구성원의 동의와 참여를 전제로 하는 자발적이고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공공건축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실질적인 어린이친화 건축으로

어린이는 생애 초기 5년 이내에 많은 것이 결정된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나라마다 보육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또한 어린이를 국가경쟁력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 관련 시설의 면적 기준을 보면 대략 성인의 2/3를 표준으로 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보육실 면적은 어린이 1인당 최소면적 2.64제곱미터, 적정면적 3.9제곱미터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보육실 공간에서는 표준보육과정의 기본생활, 신체운동, 사회관계, 의사소통, 자연탐구, 예술경험 등 6개 보육영역 관련 활동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보육실 공간을 일상생활영역과 놀이활동영역으로 구성하고 영아의 경우 일상생활영역에서는 수납, 휴식, 수유, 식사, 기저귀갈이 및 배변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놀이활동영역에서는 신체, 언어, 감각탐색, 역할 및 쌓기, 미술, 음률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유아의 경우에는 놀이활동영역이 쌓기놀이, 언어, 역할놀이, 수조작, 과학, 음률, 미술 등으로 구성되므로, 보육실 내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교구 및 교재를 위한 공간을 배치하고 나면 어린이들은 공간 한쪽에 머무르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보육실 면적 기준에서는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펼칠 빈 공간이나 집단놀이 공간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린이집에서 오전에 이루어지는 자유놀이시간이나 자유선택활동에서는 어린이 스스로 기다리고 탐색하고 여유를 부릴 여백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신체활동은 주로 운동을 통해 이루어지며 발육시기에 맞추어 소근육활동과 대근육활동 등으로 나누어 이루어진다. 운동은 단순히 신체활동뿐만 아니라 또래와의 사회관계, 또래와의 의사소통, 실외에서의 자연탐구 등 다양한 영역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신체활동을 위해서는 실외놀이터의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요즘 같은 미세먼지 환경에서 실내놀이터가 더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잔디바닥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뒹굴고 나무와 그늘집 아래에서 개미와 나뭇잎을 찾아보고 텃밭에서 키운 오이와 토마토를 따서 만지고 냄새맡고 식자재로 사용하여 먹고 감사하는 활동들은 어린이 시기에 경험해야 할 활동들이다. 그러나영유아보육법에서 정원 50인 이상에서 실외놀이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49인 이하의 정원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이 많이 있다. 규정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겠지만 실외놀이터 없는 어린이집에서 보육이 이루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 시설환경을 살펴보면 직장어린이집의 여건이 그나마 양호하여 그 수를 늘려나가는 것이필요하고 바람직하다. 직장어린이집은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작업장에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치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면서 설치하는 작업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용주입장에서는 시설설치비와 함께 운영에 따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 녹록치만은 않은 것이사실이다. 그럼에도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고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가진 고용주들이 많아지고 있어 다행이다.

 

어린이에게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어린이들이 커나가면서 찾게 되는 소아청소년과나 어린이병원의 경우 소아환자의 몸집이 작다고 해서 병실의 면적기준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환자가 어리기 때문에 부모와 조부모를 포함한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검사하고 진료하고 치료하는데 들이는 인력과 시간도 성인 이상으로 필요할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 측면에서 권역별 국립대학병원 내에 어린이병원을 설치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만성 적자 상황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기부금과 다른 진료과의 수익으로 메워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어린이 관련시설을 안정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착한 적자를 메울 자원의 조달과 배분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근 어린이에 대한 기준을 성인과 달리하여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신체치수를 고려한 내용뿐만 아니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내용을 고려하여 현실적인 기준과 지침을 제공하고 어린이에게 친화적인, 나아가 놀이 친화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건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여자와 남자의 다름에 대해

공대로 진학하는 여자가 희소했던 시절엔 ‘나, 공대 나온 여자야!’라고 말하면서 다른 여자와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러한 말의 이면에는 공대는 도구이고 여자로서 남자처럼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여성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즉 여자는 도구를 다룰 줄 모른다는 통념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외침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육천만년의 시간을 통해 남자들은 봄이 되면 사냥을 하러 먼 길을 떠나 사냥감과 마주쳐 목숨을 걸고 싸워 이겨 사냥감을 챙겨 가을에 돌아오고 겨울에는 도구를 만들며 봄이 되면 다시 길을 떠나는 DNA형질을 갖추게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공간지각, 날씨, 지리 등에 우월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능력이 우세해졌다고 말해지고 있다. 반면 여자들은 봄이 되면 남자들을 사냥터로 떠나보낸 후 한 곳에 모여 아이들을 키우고 농사지으며 생활을 꾸려 나가는 DNA형질이 형성되어 멀티태스킹이 잘되고 교육이나 인간관계형성에 우월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들은 이야기를 덧붙이면,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남학생들을 불러 얘기할 때는 간단하고 명료하게 “잘못했지. 내일까지 반성문 써와”라고 말하고 남학생이 큰소리로 “네”하면 끝나지만, 여학생들과 얘기할 때는 전후를 다 포함해서 자세하고 소상하게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네”라는 대답을 듣기 쉽지 않다고 한다. 또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누어 세세하게 챙겨주지 않으면 여학생들은 여러 번 다시 물으러 온다고 한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는 형질 자체가 다르고, 지도하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나듯 남자와 여자는 외양만 다른 것이 아니라 관심사도 접근방법도 다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성별구분에서 여성친화 건축으로

여성에 대한 독립된 시선은 지난 2001년부터 여성부와 여성가족부 등을 통해 선언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2012년 성별영향분석평가에서 정책의 수립 및 시행 시 남녀의 특성과 요구·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양성평등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평가한 이후부터는 성인지예산을 반영하고 있다. 시설개선에서의 예를 들면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해 유아를 동반한 부부가 자녀와의 야외 활동을 용이하게 하고, 여자들의 화장실 사용시간이 남자보다 긴 것을 고려하여 여자 화장실 면적을 남자보다 더 확보하여 여성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또 다양한 전문분야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여러 유형의 위원회를 구성할 때 양성이 평등해지도록 여성 위원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여성전문가들의 참여와 기회가 높아지도록 하고 있다. 현재 전체 여성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50%에 가깝고 정부에서도 이를 70%까지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학의 건축관련 학과의 경우 여학생의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이 가진 시선이나 능력은 사회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묻히고 만다. 건축설계를 위한 사무환경부터 남성위주이며, 건물도 여전히 현장에서 시공하는 건설업자의 남성적인 시선으로 만들어진다. 그 결과, 대개의 경우, 기능과 경제성만을 고려하여 획일적이고 무미건조한 형태와 공간으로 구분하고 단순함과 엄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가 여성친화시설 인증기준 및 지표를 만드는 한편, 여성친화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안전과 편의, 돌봄과 나눔, 자율과 감성 등이 고려된 공간조성을 통해 여성의 요구가 반영된 지역공동체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노력들은 단순히 남녀 성별을 구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과 남성이 다름을 인식하고 여성의 특성과 편의를 고려하여 만족감을 주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의미를 지니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물론 인간존중까지 의미를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성별, 연령별, 계층별, 신체특성별 다양성을 존중하는 여성친화 건축으로의 첫걸음에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유연한 디자인까지 덧붙여져 감성적이고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약자기반 건축이 습관이 되어 선진화로 나아가길

인간이 환경을 만들지만 그 환경이 다시 인간을 만든다는 유명한 말은 도시환경을 만드는 건축사, 도시계획기술사, 조경건축가들에게 그들의 책무에 대하는 자세를 일깨우는 말이다. 건축현장에서는 장애인·임산부·노인을 위한 편의시설, 공공임대주택, 어린이친화 건축, 여성친화 건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약자기반 건축이 시작되어 진행 중에 있다. 아직은 양도 적고 품질도 만족스럽지 못한 채 취약성 및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약자기반 건축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자리를 잡아가면서 우리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환경에서 약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의 약자에 대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고 자율과 참여, 배분과 지원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선진화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사의 참여는 필수라고 하겠으며, 건축환경을 업그레이드하여 약자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요하고도 큰 역할 또는 책무가 여러분 앞에 놓여 있다.

글. 김영애 Kim, Youngae ┃ 건양대학교 의료공간디자인학과 교수·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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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2. 엔지니어관점의 건축물 전기안전과 젠더혁신

건축담론

02 엔지니어관점의 건축물 전기안전과 젠더혁신
Architecture electrical safety and gender innov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an engineer

국내에서 젠더라는 이슈를 갖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2015년 아태 젠더써밋 국제행사를 국내에서 갖게 되었는데, 전 세계 과학기술계의 여성들이 모여 각자의 전공분야별 젠더혁신에 대한 연구사례를 발표하였다. 그때 필자도 ‘젠더관점에서의 전기안전’이란 주제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 행사는 젠더라는 용어조차 생소할 때 여성과학자들에게 젠더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본인의 전공분야에서 비로소 젠더관점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건축계에도 두 분의 여성 교수님들이 건축분야의 젠더혁신에 대한 연구사례를 발표하면서 건축계획에 있어 공간계획이 남성의 인체비율로 규격화되었다는 사실에 큰 공감과 충격을 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성(性)과 젠더(Gender)는 구별되는 용어다. 성(性)은 생물학적 특징을 말하며 젠더는 사회문화적 특징을 뜻한다. 그러므로 젠더는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인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행동, 습관으로 이루어진 태도와 행동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젠더는 연구 분야뿐 아니라 디자인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건축의 공간설계와 엔지니어링의 시스템계획은 젠더관점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과 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1997년부터 2000년 사이 미국에서 의약품 10종이 치명적인 부작용 때문에 회수된 사례가 있었는데 회수된 의약품 10종 중 8종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U.S. GAO, 2001).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젠더에 대한 편견을 발견하게 되고 이 편견이 과학기술 분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 기초과학분야, 보건의료분야, 공학분야, 도시환경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젠더혁신은 처음 대학의 연구실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산업전반에 걸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연구실에서 끝나지 않고 일상에서 접하는  생활 속의 젠더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학분야인 건축분야는 사람을 담는 공간연출 작업이란 면에서 더욱 시급하게 젠더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건축물은 건축설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기설비와 기계설비의 엔지니어링분야로 건물을 완성한다. 필자는 건축을 전공하였지만 전기엔지니어로 지낸 시간이 훨씬 길다.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젠더혁신을 생각한다. 전기는 ‘+’와 ‘-’로 이루어진 그 자체가 젠더라고 할 수 있다. 플러그와 아울렛(콘센트)의 결합으로 전기기기를 사용하는 전기분야의 젠더혁신이란 “매일 일상에서 접하는 전기콘센트는 남녀노소, 건강한 사람, 장애우에게 모두 안전한가?” 의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표준이라는 개념 때문에 모두를 충족시킬 안전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없었다. 그간의 개념을 넘어 젠더의 관점으로 한걸음 다가가 보자.

매년 한국전기안전연구원에서는 전기사고에 관련한 통계자료를 발표한다. 감전에 의한 사망과 부상자에 대한 통계이다. 몇 년 전 까지는 통계 안에 젠더비율이 적용되지 않았으나 최근자료에는 남성과 여성의 사상자의 비율을 통계하기 시작하였다. 감전사고는 사고형태, 전압의 종류, 장소, 설비, 젠더별로 다양하게 발생한다. 발표된 사고 자료를 통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며 몇 개의 통계자료를 나열해 보겠다.

감전의 유형은 충전부 직접접촉, 누전, 정전유도, 플래쉬오버, 아크, 낙뢰 등 다양한 유형으로 일어난다. 표 1. 은 감전사고 발생형태에 따른 통계인데 충전부 직접접촉에 의한 사고가 전체의 59.3%로 가장 많은 비율로 나타났다. 즉, 감전사고 발생형태 중 작업자나 사용자의 직접적인 신체나 손의 터치에 의한 감전사고율이 높다는 것이다.

표 1. 감전사고 발생형태 [참고: 한국전기안전연구원. 2016]
Table 1. Accident pattern of electric shock [Ref. 2016 KESCO]

표 2.는 전압별 감전사고의 통계인데 사망과 부상자의 수는 220V에서 총 사상자 225명중 남성이 168명, 여성이 57명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표준전압 중 수용가에서 기술자가 아닌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전압은 교류(AC)220V이다. 사고는 사용자의 접근이 빈번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발생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표 2. 전압별 감전사고 통계[참고: 한국전기안전연구원. 2016]
Table 2. Electric shock, by voitage [Ref. A Statistical Analysis on the Electrical Accident. 2016 KESCO]

그렇다면 감전사고는 어떤 장소에서 많이 일어날까? 표 3.은 장소별 감전사고의 통계인데 공장이나 작업장과 같이 실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가장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그 다음 사고가 많은 장소는 가전기기가 많은 주거시설로 나타났다. 주거시설에서의 감전사고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각 63%, 37%로 여성의 사고율이 공장에 비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통계만으로도 주거시설의 전기안전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표 3. 장소별 감전사고 통계[참고: 한국전기안전연구원.2016]
Table 3. Electric shock, by location[Ref. 2016 KESCO]

표 4.는 전기설비별 감전사고의 통계이다. 사람이 직접 닿을 수 있는 장소 저압설비의 전로와 콘센트부분에서 감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센트의 사고는 젖은 손으로 코드를 만지거나 젖은 몸 상태로 접촉이 있을 때, 특히 6세 이하 유아의 행동패턴은 전기 코드를 씹는 행위, 금속 물체를 콘센트에 찔러 넣거나 입에 넣는 행위로 사고가 일어난다. 또 벽면콘센트 사고율 15%에 비해 멀티탭과 같은 연결용 콘센트에서 사고율은 63%로 확률이 높다고 발표 된 적이 있다. 주택의 콘센트 디자인과 설치기준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표 4. 전기설비별 감전사고 현황[참고: 한국전기안전연구원.2016]
Table 4. Electric shock, by electrical equipment[Ref. 2016 KESCO]

표 5. 젠더별 감전사고 통계[참고:한국전기안전연구원.2016]
Table 5. Electric shock, by gender[Ref. 2016 KESCO]

표 5.에서 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가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그러나 이 통계자료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실제로 위험에 노출된 작업을 남성이 많이 하기 때문에 사고율은 남성이 높다. 남성에 비해 적지만 여성의 사고율을 관과 할 수는 없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더 많은 대상이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젠더혁신이다. 그렇다면 위의 통계자료를 통해 여성이 가장 감전되기 쉬운 장소는 어디일까? 충전부에 직접접촉이 쉬우면서 220V를 사용하는 주거공간인 것을 알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의 감전전류에 대하여 살펴보자. 표 6.에서 통전에 의한 인체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사람마다 신체조건이나 건강생태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이 표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감전에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각국의 전기 시스템의 안전전류 기준이 되고 있다. 표는 어느 정도의 전류가 인체에 흐르면 감전될 것인가를 정리한 것으로 호흡이 곤란한 정도의 고통이 격렬한 쇼크전류는 남성은 23mA, 여성은 15mA이다. 고통이 있는 이탈한계전류는 남성은 16mA, 여성은 10.5mA이다. 즉,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전류에 감전된다는 것이다. 국내의 주택용 누전차단기 감도전류는 일반장소는 30mA, 젖은장소는 15mA로 정해져있다. 일반장소는 30mA이상, 습기가 많은 장소는 15mA이상 누전이 될 때 누전차단기가 동작하여 전류를 차단한다. 필자는 이 수치를 젠더관점에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어딘가에서 누전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차단기가 동작하지 않는 누설전류에 접촉 시 여성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표 6. 통전에 대한 인체반응[참고: IEC 60479-1-2005, IEEE-80-2000]
Table 6. Effects of electric current entering the human body for men and women

조도기준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산업규격(KSA 3011)에 조도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G등급의 300-400-600[lx]기준을 대부분 최소-평균-최고조도로 알고 설계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 안에는 젠더개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동일한 침실공간이라도 연령에 따라 노인이 많이 상주하는 공간과 어린이가 머무는 공간의 조도기준은 다르다. 노인 공간은 일반 공간 보다 조도를 높여야하고 어린이 공간은 낮춰도 된다. 조도 뿐 아니라 휘도의 개념도 나이들 수록 눈부심이 심해지기 때문에 휘도계수를 조정하여 반영할 필요가 있다. 눈부심을 민감하게 느끼는 연령대는 조명방식을 직접조명보단 간접조명방식을 적용하여 골고루 밝기가 유지되도록 균제도를 높이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과 건축에서는 외장재의 선택에도 반사율이 낮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조명을 설계함에 있어서도 데이터의 공유뿐 아니라 건축사와 엔지니어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말해준다.

얼마 전 취약주거 환경개선을 위해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분은 무릎이 아파 앉고 일어나는 일이 매우 힘든 노인이셨는데 잠자리에 들기 전 조명을 소등하기 위해서 힘들게 일어나 끄고 자리에 눕는다고 하였다. 이 문제를 젠더관점으로 살펴보자. 전 세계노령인구는 2050년까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간을 설계할 때 이 노인에게 필요한 요구조건은 무엇일까?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의 행동반경과 동선, 행동패턴과 생활습관에 맞는 공간을 구성하여야 한다. 이 분께는 일반적인 표준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재실자의 행동패턴과 생활습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실내보행에 지장 없도록 문턱을 없애는 것, 누워서도 소등할 수 있는 리모콘 조명기구를 설치하는 것, 앉아서도 손이 닿을 수 있는 위치로 스위치 설치높이를 낮추는 것, 눈부심이 없도록 조명방식을 간접조명으로 변경하는 것, 조도를 일반기준 보다 높이는 것, 이것이 이 환경에서의 젠더혁신이다.

생활안전을 위해 남녀 모두에게 안전한 감도전류를 적용한 누전차단기와 안전한 콘센트 디자인에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누전차단기 감도전류는 젠더혁신의 차원에서 다양한 전기설비 환경을 고려하여 국내에 적합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벽부형 콘센트는 별도의 스위치를 부착하여 코드를 수시로 뽑는 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디자인된 제품이 실제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가건설기준의 설계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을 위한 콘센트디자인을 그림과 같이 제안한다.

그림 1. 안전콘센트 디자인 예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시대에 건축분야 젠더혁신은 과연 무엇을 반영하여야 하는가? 향후 공학분야의 모든 데이터는 남성과 여성 뿐 아니라 어린이와 노인, 건강한 사람과 장애우에 관한 조금 더 상세한 젠더분석이 필요하다. 분석된 데이터는 젠더혁신에 맞게 반드시 적제적소에 적용되어야 한다. 안전수칙을 지켜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안전하게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계획단계부터 젠더를 고려하고 분야 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결국 건축물과 건물 안에 있는 대상을 쾌적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일, 이것이 전문가들인 우리가 젠더혁신의 길로 한걸음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글. 기유경 Ki, Yookyung ┃ (주)진전기엔지니어링 부사장 / CM본부장 · 건축전기설비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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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짓다, 첫번째 이야기

The German Architects, Sauerbruch Hutton _ Part 1

색은 빛이 가지는 파장에 따라 사람의 눈이 다르게 읽어내는 언어다. 물리학적으로 빛을 구분하는 기준은 파장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같은 파장의 빛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더라도, 사람들이 읽어내는 색의 표현과 묘사는 제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 머리 속에서 인지하는 빛의 색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뇌를 통해 읽어내는 색이 다르기에 같은 파장의 빛이 개개인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다른 것이다. 색을 물리학적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 정보가 전달되는 기준인 파장을 통한 색의 정의 또한 흥미롭다. 실험군의 속한 무리에게 같은 파장의 빛을 보여주고 그들이 표현하는 색 중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색을 대표색으로 지정한 것이다. 즉 한 색상 안에서 사람이 인지하고 표현하는 색의 범위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프로그램에서 숫자나 코딩으로 지정하여 만들어내는 색과 사뭇 다른 방식이다.

이처럼 색은 참 어렵다. 사람마다 가지는 인지 능력이 다르고, 제각각 바뀌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공감대를 색을 통해 이끌어 내는 것도 사실 쉽지 않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에게 색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러한 이유로 더욱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여기 그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고 꾸준히 탐구하는 건축사 부부가 있다. Sauerbruch Hutton, 자우어브루흐 후톤. 독일어 발음은 매번 한국말로 받아쓰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1989년 런던에서 첫 시작을 한 그들은 마티아스 자우어브루흐(Matthias Sauerbruch)와 루이사 후톤(Louisa Hutton)부부다. 89년 런던에서 시작한 뒤 이후 베를린으로 넘어와 다양한 디자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그들은, 90명의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그룹이 되었다. 그들의 작업은 꾸준히 개인의 삶과 지속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미학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그에 따른 기능적인 부분 또한 중요하게 고민한다.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고 디자인 분야에 적용될 때마다, 공간과 재료를 가지고 새롭게 표현해 내는 방식을 만들어 낸다.

그들의 꾸준히 관심 갖고 진행하는 색에 대한 탐구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이 가져다 준 선물 중에 하나다. 마티아스는 그의 아버지가 화가였고, 아버지의 아뜰리에가 집 안에 있었다. 루이사 또한 14살 때부터 이미 공방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수련했던 공방은 모두 16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양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전통방식 그대로 작업하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부부였다. 이후 이들이 함께 진행한 방식에서는, 색이 그 중심에 있었다. 89년도에 그들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고 많은 공모전에 참여했을 무렵, 대부분 리노베이션이나 건물의 외관 디자인이 주를 이루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런던 시가지의 건물은 서로 굉장히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도시조직은 그들에게 주어진 해결과제였고,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였다. 이 밀도 있는 구성이 더 적극적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디자인 의도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숙련된 기술, 즉 색의 디자인과 맞물려 공간이 합리적으로 기능에 맞게 구성되어야 했다.

독일 뮌헨의 브란도호스트 미술관

36,000개의 세라믹 막대가 박물관의 파사드를 꾸미고 있다.

부부에게 색의 디자인은 그들이 공간을 구성해 나가는 방식에 기본이 되었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공간을 구성하는데 있어 빛과 형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그들은 색을 적극적으로 탐구했다. 디자인 초기부터 색을 무리 짓고 분석한다. 보통 NCS-System을 따라 약 2000여 가지의 색을 기본으로 바탕을 꾸린다. 여기서 잠시 NCS-System에 대해서 알아보자.
보통 디자이너들이 가지는 문제 중에 하나가 색의 표현이다. 각자 모니터에서 보는 색, 표현 시 제반 사항 등 다양한 이유로 본인 스스로 표현하고자 한 색이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과 달리 인식될 경우가 많다. NCS-System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구축됐다. 다른 색을 구성하는 시스템들과 달리 NCS-System은 사람이 인식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시작한다. 사람이 시각에 따라 색을 선택하는 방식이 가장 큰 차이다. 색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혼합이 되었는지, 혹은 측정 단위에 따라 표현되는 정보는 생산자들에게 오로지 필요한 것이다. NCS-System은 여기에 단순히 사람이 색을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색만을 전달하며, 빛의 반사, 요소 혹은 인지신호등은 철저히 반영하지 않는다.

가로 4cm 세로 4cm 그리고 높이 110cm의 세라믹 막대들은 총 23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다.

결국, 디자이너가 원하
는 모든 재료 위에 색을 직접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 사람이 색을 순수하게 읽는 방식에 따라 4가지의 색을 기본으로 시작한다.

수평 수직구조의 교차가 건물 전체의 리듬감을 살려준다.

노랑(Y), 빨강(R), 파랑(B) 그리고 초록(G)이 기본색으로 명기가 되며, 이 구성은 단순히 사람이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구성에 따라 나열된다. 여기에 명도에 따라 색을 공간화한다. 이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색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눈으로 구분해 낼 수 있는 색이다.
마티아스와 루이사 부부에게 있어 가장 큰 도전은 여기서 선택된 색들은 재료 위에 정확히 입히는 것이다. 그들은 이 작업을 보다 더욱 정확히 하기 위해, 색상환, 제품샘플, 사례들을 많이 모아본다. 물론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보다 더욱 이 기본에 기초하여 그들의 구성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회사를 찾고자 한다. 이 회사들은 부부가 자주 사용하는 재료인 유리, 세라믹 재료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재료적인 물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색이 가지는 물리적 특성과 재료가 가지는 특성을 잘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NCS-System에 따라 재료 위에 보여지는 색이 일률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36,000개의 세라믹 막대가 파사드를 꾸미고 있는 독일 뮌헨의 브란도호스트 미술관이 좋은 예이다. 가로 4cm 세로 4cm 그리고 높이 110cm의 세라믹 막대들은 총 23가지의 색을 가지고 있다. 이 23가지의 색이 어울려 다양하면서도 한결같은 톤을 유지하고 있다. 가까이서 볼 경우 세라믹막대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색을 알 수 있고, 파사드에서 멀어질 수록 전체가 가지는 한 색을 인지하게 된다. 즉 색들이 가지는 구성들이 근거리에서 다르고 원거리에서 또 다른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수평 수직구조의 교차가 건물 전체의 리듬감을 살려준다.

NCS 색상환

NCS 색상환 – 색상환은 색상공간을 수평으로 나누어 노랑,빨강,파랑 그리고 초록을 같은 간격으로 정렬한다. 각각의 1/4부분은 백분율로 나누어 색을 읽게 된다. 예를 들면, R90B는 빨간색이 약하게 가미된 파랑색으로 90%의 파랑과 10%의 빨강이 가미된 색이다.

NCS 색상공간

NCS 색의 삼각원

NCS 색의 삼각원 – 색상공간을 수직으로 나눈 구조다. 여기서 명도에 따라 흰색(W), 검정색(S) 그리고 채도(C)에 따라 구성을 나눈다. 채도는 색의 진하기에 따라 달라지며, 같은 색상의 톤이라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이 흰색 정도, 검정색정도 그리고 채도 정도 또한 백분율에 따라 색상환처럼 구분이 가능하다.

글. 김성환 Kim, Sungwhan
현대자동차 크리에이티브 디자인팀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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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스페인 광장

Sevilla Plaza de España

스페인 관장

마리아 루이사 공주가 1893년 산 텔모 궁전 정원의 반을 시에 기증하면서 그녀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 루이사 공원이 만들어졌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 안에는 1929년 라틴 아메리카 박람회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된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손꼽히는 세비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인 스페인 광장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본부 건물로 지어진 건물은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건물 양쪽의 탑은 세비야 대성당에 있는 히랄다 탑을 본 따 만들었다. 건물 아래층 반원을 따라 타일로 장식된 곳은 스페인 모든 도시의 문장과 지도, 역사적인 사건들을 보여 준다. 탤런트 김태희의 TV광고 배경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스페인 광장 전체 파노라마

스페인 광장에서의 관광객 인생사진 찍는 모습 – CF 사진 따라하기

스페인 광장의 수변공간으로 보트놀이를 하는 곳

글. 박무귀 Park, Mookwi • KIRA • 건축사사무소 동림 대표, 사진작가(http://jjphoto.co.kr _ 진주성 포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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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카피 안으로 들어온 시(詩)

Autumn, a poem that has come into copy

나는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삼국 시대만큼이나 아득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생일이 늦어 또래보다 발육이 더디고 많이 어리숙했는데 장래희망만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조숙하게 시인이었다. 2학년 때 담임 선생님 때문이다. 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200자 원고지 50장을 사서 묶어 개인 문집을 만들게 했다. 원고지 묶음 앞 뒤에 두꺼운 종이 흑표지를 댄 후 송곳으로 구멍을 뚫은 후 철끈으로 묶어 만드는 그 문집에 우리들은 삐뚤 빼뚤 서툰 글씨로 글짓기를 했다. 산문도 쓰고 동시도 지어 적었다. 가을 운동회 즈음에는 운동장에 모여 앉아 백일장을 하기도 했다. 그 백일장에 내가 적어 낸 동시가 구청장상을 받았다. 시장 상도 아니고 겨우 구청장 상이었는데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게 내가 학교에 들어가 받은 첫 번째 상이 아니었나 싶다. 반 아이들이 박수로 축하해주는 가운데 교탁 앞에 불려 나가 상을 받고, 얼굴이 발갛게 되어 자리로 돌아와 앉으면서 시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길지 않으니 쓰기 어렵지도 않은데 칭찬과 박수도 받으니 요즘 말로 ‘가성비’가 좋은 일이라 여겼던 것도 같다. 시는 짧으니 쓰기 쉽겠다는 생각은 얼마나 무식한 착각이었던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시인을 가슴에 품었지만 그리 간절했던 소망은 아니어서 습작을 열심히 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집의 마루를 쓸다가 햇살에 먼지가 떠다니는 것을 보거나, 계절이 바뀌어 바람의 냄새가 달라질 때 가끔 울컥, 뭉클한 마음을 끄적거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시인이 있고 내 재주는 턱없이 부족함을 깨달아 시인 되기를 포기한 때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세월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삼국 시대에서 별로 멀리 오지 못한 때라 광고 문안을 만든다는 카피라이터가 뭔지도 모르고 광고 회사에 입사했다. 알고 보니 광고 카피는 시와 닮은 점이 꽤 있었다. 우선 카피는 시처럼 짧다. 대부분 TVCM의 길이는 15초, 길어도 30초를 넘지 않는다. 15초 안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하니 짧아도 압축적이어야 하고 간결하게 핵심을 전해야 한다.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인쇄 광고의 카피도 짧다. 단편 소설도 들어갈 수 있는 신문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전면광고라도 카피를 길게 쓰지 않는다. 인쇄 광고의 카피를 쓸 때는 헤드라인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려고 노력한다. 이어지는 바디 카피를 읽지 않아도 팔고 싶은 내용을 압축해서 전하는 헤드라인이 좋은 헤드라인이다. 가끔 헤드라인과 기가 막히게 잘 맞아 떨어지는 바디 카피를 쓰고는 혼자 감동할 때는 아무도 읽지 않을 시를 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카피를 쓰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은 광고할 제품이나 브랜드의 장단점과 시장상황, 지향점, 목표 고객들의 프로필을 공부하는 일이다. 그 다음에 광고 캠페인의 콘셉트를 뽑아내고 영상 광고나 스틸 광고를 어떻게 만들지 아이디어를 낸다. 그 아이디어에 들어갈 카피를 짧고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쓰고 다듬는 일은 광고 한 편을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계속된다.
생각이 꽉 막혀서 아무런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또는 아주 강력한 슬로건이나 헤드라인을 써야할 때 나는 자주 시집을 뒤적거린다. 시간이 많지 않으면 시집을 열고 목차에 있는 시의 제목만 훑어 보기도 한다. 짧은 문장 속에 흘러 넘치는 감성과 촌철살인의 지혜를 가두어놓은 시는 내게 가장 큰 참고서이다.
나는 시인이 되지 못한 대신 카피라이터가 되어, 우리말을 환상적으로 빚어 놓은 시를 컨닝하기도 하며 시처럼 짧은 카피를 쓰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의 장래희망에서 아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과히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를 참고서로 훔쳐보는데 그치고 있지만 시를 직접 광고에 사용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보고 있는 교보생명 사옥에 붙어 있는 광화문글판이 시를 기업이미지 홍보에 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다음의 이미지는 올여름 내내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 걸려 있던 글판이다. 채호기 시인의 ‘해질녘’이라는 시에서 한 구절을 빌려 ‘노을을 바라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꽃잎으로 둘러싸인 아름답고 포근한 세상임을’ 느끼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교보생명_광화문글판_2018년 여름편

절대 끝날 것 같이 않던 여름의 기세가 한 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광화문글판의 가을 메시지가 궁금해진다. 9월이 되자 어김없이 광화문에 가을편이 걸렸다. 가을편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오장환 시인의 ‘종이비행기’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교보생명_광화문글판_2018년 가을편

내친김에 지난 가을에 내걸렸던 글판의 시들을 검색해서 다시 읽어 봤다. 작년에는 신경림 시인, 2016년 가을엔 김사인 시인, 2015년에는 퓰리처 상을 수상한 미국 시인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시가 광화문글판을 장식했다.

교보생명_광화문글판_2017년 가을편

교보생명_광화문글판_2016년 가을편

교보생명_광화문글판_2015년 가을편

MG새마을금고는 아예 시를 활용한 영상을 만들어 2016년 여름부터 온에어 시키고 있다. 계절 별로 ‘영화관에 찾아온 시’라는 극장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상업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상 광고와는 별개로 제작되어 친근한 브랜드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화려함보다 차분함을 앞세운 이 광고들은 어두운 영화관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계절의 감성을 한껏 자극한다. 작년 가을편을 찾아보니 이성선 시인의 ‘사랑하는 별 하나’의 일부가 유명 연예인의 목소리로 낭송되었다.

MG새마을금고_극장광고_2017년 가을편_스토리보드

자막)  영화관에 찾아온 시

Na)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자막)  이성선 – 사랑하는 별 하나 中

           어두운 밤도 비춰주는 사랑을 위하여

(MG새마을금고_극장광고_2017년 가을편_카피)

바람의 냄새가 달라졌다, 풀벌레 소리가 달라졌다, 노을 빛깔이 달라졌다, 가을이다. 발걸음이 저절로 문 밖으로 향한다. 에어컨이 없는 밖으로 나가면 뜨겁고 거대한 찜통으로 들어가는 것 같던 여름이 언제였나 싶게 거짓말처럼, 계절이 바뀌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이 얼마나 짧을까,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든다. 더위가 가시니 비로소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이고,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려와 그냥 있는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여름 내 무력하게 늘어져 있던 몸에도 슬며시 생기가 돌아오고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중 하나인 ‘사랑하는 힘’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전속력으로 소멸을 향해 달려갈, 짧을 것이 분명한 이 가을… 새마을금고 극장 광고 속의 시처럼 어두운 밤도 비춰줄 별 같은 사람 하나, 아니 여럿 만나 닥쳐올 길고 추운 겨울에 대비하고 싶다. 휴대 전화기 속에 저장된 그립고 다정한 이름들을 한 명씩 가만히 불러 본다.

(MG새마을금고_극장광고_2017년 가을편_유튜브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 카피라이터 ┃ (주)프랜티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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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

A Cozy Place

0.
나는 뒤척인다. 베개와 함께. 그것으로 되었다.

1.
책 따위를 만드는 일로 입에 풀칠하며 근 20년이다. 책을 만들수록 책과 멀어지는 것은 대형 횟집의 직원 식사가 주로 김치찌개나 매운 라면인 것과 비슷한 이치이지 싶다. 그런 중에도 내가 가끔 몰래 꺼내 보는 책이 하나 있다. 「건축가 없는 건축」. 아무 곳이나 펴도 상관없고, 거꾸로 읽어도 상관없으며, 사진 한 장만 오래 쳐다보다 책을 닫아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 이 책에 실린, 아프리카 기니의 장정 넷이 머리에 한 모서리씩 지붕을 이고 있는 사진의 제목은 <기니의 이삿날>이다.

2.
군 제대와 동시에 지금까지 나는 월세 세입자이지만, 그 한참 전인 열 살부터 열세 살까지 나는 건물주였다. 뻔한 스토리이다. 서울 변두리 산골에서 자란 나는 뒷산 중턱 커다란 소나무 위에 집을 지었다. 시행은 내가, 설계와 시공도 내가, 감리는 충직한 검둥이와 누렁이가 했다. 비탈에 매달린 아름드리 앉은뱅이 소나무는 키를 키우는 대신 몸집을 불린 상태였다. 나는 굵은 가지 위에 2인치 각목과 4인치 각목 몇 개를 얽고 사방에서 자라던 노간주나무를 잘라다 바닥을 만들었다. 내가 눕고 개 두 마리가 누워도 자리가 조금 남았다.
가로를 지탱하는 것은 세로이다. 간단한 이치다. 세로 없는 가로에는 머리를 뉘일 수 없다. 만취한 자이거나 깨지 않을 잠에 든 자를 제외하고는. 심지어 바람도 가끔은 벽 뒤에 숨는다.

3.
청승맞게도, 새소리에 낮잠을 깨고, 눈동자 위로 눈송이가 떨어지며, 바람 불면 창이고 바람 멎으면 벽이었던 공중 저택을 가졌던 나는,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평균 4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정학적으로 일별하자면 북한산 북쪽 자락에서 시작해 서쪽 능
선을 끼고 돌아 남쪽을 거쳐 이제는 약간 남동쪽으로 이동해 있다. 숙명이고 순차적이라면 아마 다음은 정릉쯤이 될 것이지만, 최근엔 경남 양
산에서 한 2년 살기도 했으니, 지정학 운운은 과하지 싶다. 다행히 좋은 집주인들을 만난 덕에 월세살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늘 눈물이 났다.
이사 하는 날이면 나는 짐을 내보내고 내가 살았던 곳을 구석구석 쓸고 닦고 화장실 청소에 창틀 청소까지 마친 뒤, 문 앞에 선다. 그냥 습관 같
은 것이다. 텅 빈 곳, 짐을 빼서 낯설지만 전혀 낯설 수는 없는 공간을 향해 마지막으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눈물이 난다. 몇 년간 점유하며 뒹굴고 비비적거리며 시연한 온갖 추태를 이곳은 기억한다. 그뿐이랴. 저 가로와 세로로 이뤄진 구석구석이야
말로 내 낮과 밤의 진정한 버팀목이었음을. 이별은 늘 아프다.

4.
건물주는 소유하고 세입자는 점유한다. 그럴까. 공간은 소유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점유했던 자의 기억으로만 창조되는 무정형의 그림자와
같다. 공간의 진정한 주인은 세입자다. 아니다. 공간의 진정한 주인은 공간 자신이며, 낮과 별과 해와 바람과 비가 저 창에서 이 창으로 움직
일 때 그 안을 빙글빙글 돌았던 삶의 단면들의 총합이다. 그러나 그 단면들은 너무나 빠르게 사라지기에 사람들은 관청의 서류 한 장에 그토
록 목을 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간 소유의 끝판왕이었던 파라오는 불멸을 간절히 소망하며 황금을 뒤집어쓰고 드러누웠다. 다른 한 편으로
예수는 파묘(破墓)했다. 무덤 하나를 깨서 수십만 개의 기념관을 가졌으니, 남는 장사였다. 유한한 인간에게 공간이 부동산이 되는 것은 죽음
이후이다. 살아 움직이는 동안 모든 부동산은 동산이다. 창밖에서 울어대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곳에 머무는 동안 그곳은 전적으로 나를
향한 공간이며, 바로 그곳은 나의 뒤척임을 전제로 늘 재창조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빛바래가는 벽지와 더불어.

글. 최하연 Choi, Hayun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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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행정에 건축사 전문성 더 많이 요구돼… 건축의 공공성 토대로 도시현안 해결해나갈 것”_진희선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

“Architects and administrators are demanding more …
We will solve urban issues based on the public nature of architecture”

“건축이 가진 본질적인 의무가 인간의 삶을 담는 공간, 더불어 공동체 속에서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때, 건축의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공동체간 소통하며,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진희선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에서도 손꼽히는 건축·도시전문가다. 기술고시 23회 출신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서울시 도시관리과장, 주거재생정책관, 주택건축국장 등을 지내고 지난 2015년 1월부터 도시재생본부장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지역별 주거생활권 특성을 살린 정비사업 패러다임을 재정립했다.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통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을 총괄해 서울의 건축·도시 기본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 8월에는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 임명돼 서울시 도시·건축행정 사령탑을 맡게 됐다. 건축전문가로 서울시 최고위직에 오른 거의 최초의 인물이라 서울시의 질적 성장에 기대가 크다.
작년 ‘UIA 2017 세계건축사대회’ 개최는 우리 건축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서울이 이전보다 더 주변과 어울려 하나의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구조가 되도록 하고, 시민의견을 반영해 여러 도시문제를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담 편집국장, 글·사진 장영호>

 

진희선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기술고시 23회) /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주택건축국장, 주거재생정책관 등 역임

Q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건축사이기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건축사라는 자격 또는 공부가 도시 행정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도시계획으로 석·박사를 했습니다. 이 점이 서울시라는 대도시 행정을 섬세하게 접근하면서 또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 관리를 위해선 굉장히 디테일하고 섬세한 접근방식, 그리고 공간감이 필요합니다.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건축적인 시선은 좀 더 인문적 사유를 많이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건축적 백그라운드를 갖고 행정을 하다 보면 굉장히 구체적이고 실행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나오게 되는데, 실제 그것들이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전만해도 건축하면 구청의 건축 인·허가로만 제한해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서울시 내부에서도 그렇고 밖에서도 그렇고 건축을 예전처럼 단편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건축에 대한 인식이 그동안 많이 개선됐고, 건축문화 저변이 많이 확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건축적 소양이 도시행정 전반을 다루는 하나의 베이스먼트가 될 수 있었다 생각을 해봅니다.
현대 대도시의 문제는 결국 도시·건축과 관련됩니다. 도시·건축 행정에 건축사의 전문적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공공건축가제도 등 건축사가 도시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많습니다. 건축사는 도시·건축경관, 도시의 구조적 틀을 만드는 전문가이며, 도시행정은 보편적 가치를 담아 미래 유산을 구상하는 의미있는 직업입니다. 시민의견을 중심에 두고 건축적 사고를 토대로 수많은 도시문제를 조율해나가고자 합니다.

 

 

Q 통상 건축사들은 개인 건축주들을 위해서 일을 하지만, 개별 건축이어도 이웃이나 도시 관계를 고민할 기회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건축이라는 단위와 건축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구성이 모두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공간 양극화가 점차 더 심해지는데, 이를 극복할 정책적 방향이나 아이디어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도시 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인식은 세계 어느 도시나 공감하고 있고, 해법 찾기에 집중하는 주제입니다. 서울시는 과거 대규모 개발 위주보다는 지역여건과 사회경제적 삶의 질 개선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지역 특성별 특화발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별로 특화된 수요와 잠재력에 바탕을 둔 자족기능 강화와 기초 생활서비스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합니다.
서울시는 도시공간 측면에서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2014년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중심지 체계를 개편해 ▲ 3도심(강남, 영등포·여의도, 한양도성)은 서울시 대도시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 7광역중심(용산, 창동·상계, 청량리·왕십리, 상암·수색, 마곡, 가산·대림, 잠실)은 지능적으로 특화된 중심지 육성을 통한 권역별 균형발전을 ▲ 12지역중심(동대문, 망우, 미아, 성수, 신촌, 마포·공덕, 연신내·불광, 목동, 봉천, 사당·이수, 수서·문정, 천호·길동)은 생활권별 고용기반 마련과 자족성 강화를 도모합니다.
또 작년 ‘서울시 지역균형발전 조례’를 마련해 지역간 격차해소와 지역의 특성있는 발전을 위해서 ‘서울시 지역균형발전계획’ 수립을 올해 시작해 내년도 끝낼 예정입니다.

 

 

Q 저는 고향이 서울인데, 제가 어릴 때는 단독주택이 많아서 그런지 소셜믹스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표준화된 평면과 규모가 계층 분화를 가속화 시켰고 계층 단절을 가져왔습니다. 최근 우려되는 것은 블록화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적 공간 블록으로 변화입니다. 아파트의 익명성은 어떤 이유로도 모이지 않지만, 이익문제가 되면 대동단결합니다. 자꾸 바람직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릅니다. 때문에 단지 아파트에 대해서 오랫동안 서구에서 문제로 인식하고 새로운 대안으로 지하는 통합하되 지상은 개별화된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맨하탄의 배터리 파크 시티가 대표적입니다. 서울의 공간 재편을 주도하실 텐데 이런 측면에서 어떤 생각이 있으신지요?

주거유형중 아파트가 우리 도시경관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거 중 현재 60%에 이르죠. 갈수록 아파트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아파트가 대단위 규모로 단지화된 도시는 서울이 세계 유일합니다. 강남을 중심으로 이런 욕구는 계속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서, 서울이라는 생활권 공동체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통이나 공간 단절 등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주변과 같이 어울려서 하나의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이 다시 사람의 심성·문화·행동양식을 만들어내지 않나요. 때문에 아파트단지를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우리 라이프사이클이나 도시경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재건축된 경우도 담을 없애라 했더니 서로 울타리, 조경, 돌을 쌓아서 단절되는 등 각각 블록화돼 있습니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나 국내 전문가들도 주변과 단절된 ‘도시속의 섬’으로 개선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단절된 공간들을 어떻게 서로 공유하고 소통케 할 것인가’ 이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이 지점에서 건축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건축이 가진 본질적인 의무가 인간의 삶을 담는 공간, 더불어 공동체속에서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건축의 공공성을 첫째로 두고 사적영역에서 공적영역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Q 제인제이콥스가 주장한 도시의 생활이나 얀겔이 유럽과 호주에서 실천한 보행 도시 지향은 건축사들에게도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선제적으로 보행도시 구성이 진행되지 않고, 항상 지역이 자연스럽게 상업화 된 이후에 보행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난관을 겪습니다. 제 회사가 있는 성수동 지역도, 지금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쯤 가로에 대한 적극적 디자인과 구성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보행도시를 위한 정책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업화 이후 공공의 디자인 개입은 신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유럽이 도시 중심부 골목길이 잘 정비돼 있는 것처럼, 역사적 문화유산 골격을 유지하고 현대성을 간직한 도보 관광 명소를 만들고자 합니다.
‘걷는 도시, 서울’ 주요정책은 도로공간 재편과 보행환경 개선사업 등을 핵심으로 합니다. 올해 5월 ‘퇴계로’ 차로를 줄여 보행친화거리로 만들었으며, 회현역부터 퇴계로 2가 총 1.1km ‘도로 다이어트(보행자 중심 도로공간재편사업)’을 완료했습니다. 또 1∼2개 차로를 줄이고 보도폭을 최대 18.1미터로 확장했고, 남대문시장 상인의견을 반영해 조업차량과 이륜차 정차공간을 조성, 관광버스 승하차 전용공간도 마련했습니다.

 

 

Q 많은 회사들이 실질 임금을 올려주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하지만, 교통비나 거주 생활비가 근본적으로 많이 필요해서, 급여에 따라 이직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당장 성수동만 하더라도 청년 직장인들의 이동시간이 생활 비용을 앗아갑니다. 용산역이나 왕십리처럼 교통이 밀집되고 용이한 이런 지역이야 말로 청년 주택이나 신혼부부 주거지를 제공해야 합니다. 시가 주도적으로 직접 이런 사회적 주택사업을 진행할 용의가 있는지요? 사실 인접 주민들은 자신들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까봐 저항이 큽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중 하나는 건축적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케이스도 있구요. 이를 위한 서울시의 선택과 전략이 있는지요?

50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아쉬운 것 중의 하나가 역세권 개발을 상당히 소홀히 했다는 점입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역사를 포함한 임대주택을 개발해 용적률 1,000%가 적용된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건물에서 내려와 역사 티켓팅 장소까지 막힘없이 한 번에 도달할 수 있는 무주차 빌딩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는 보통 역세권 200∼300미터 내에 개발을 하다 보니 땅값이 비싸고, 필지를 크게 해 개발하면서 건물이 도시 경관적으로 보기 좋지 않습니다. 일본은 역사와 붙어서 딱 한 동만 올라가죠. 용적률 1,000% 올라가도 경관·밀도면에서도 부담이 적습니다. 사실 예전 지하철 4호선까지는 시대적으로 간과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와 연계된 개발사업을 계획성있게 추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요즘은 사유지 매입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패밀리하우스로서는 부족하지만, 신혼부부·청년주택은 굉장히 좋은 공간입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공적임대주택 24만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중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청년주택 5만6천실, 신혼부부 2만4천실 총 8만실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기존 공급계획을 발전시켜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 중심의 노후청사, 유수지 등 유휴공간을 활용한 복합화 방안(임대주택+주민편의시설 등)도 준비중에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저는 블록화 되는 대단지 주거지를 볼 때마다 도시적 맥락을 끊는 행위라 안타깝습니다. 이를 극복할 모델이 저는 맨하탄 배터리 파크 시티 같은 열린 단지라고 봅니다. 서울시가 종상향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기브앤테이크 개념으로 개입해서 사업 속도를 높일 수는 없는지요?

예전에는 종상향 조건으로 공원, 도로, 문화시설을 서울시가 받았지만, 지금은 제도를 개선해 대신 공공임대나 주거공간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건축인센티브에 대한 조건으로 일자리 공간, 창업공간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한 게 있습니다. 청년들의 임대주택 공간이 많아져야 소셜믹스가 자연스럽게 된다고 봅니다.
도시적 맥락을 저해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당연히 열린 단지로 재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맨하탄 배터리파크시티가 바람직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아파트 단지는 대규모 블록 대신 ‘가로로 분절된 소규모 블록으로 조성’돼야 하며, 기존 도시가로를 최대한 보전해 도시적 맥락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주차는 통합하되 지상은 개별화된 배터리파크 방식은 저역시 대 찬성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합니다.

우리 건축사제도는 압축성장과정에서 같이 성장해왔습니다. 작년 UIA 2017 세계건축사대회를 통해 건축계가 글로벌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우리 건축사가 글로벌 현장에서 활동하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 등을 가졌는지 다시 한번 성찰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건축이 공공성을 갖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이웃과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지 건축사가 고민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공의 정책에 참여하며 건축의 사회적 특성을 어떻게 하면 강조할 수 있을지, 또 건축사들이 제대로 된 대가를 받으면서 사회적 대우를 적절히 받고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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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조합원의 권리와 의무

Rights and obligations of reconstruction association members

Ⅰ. 글의 첫머리에

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의 권리가 얼마나 제대로 보호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워낙 많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재건축을 하다 보니, 법에서는 모든 것이 조합 위주로 관리가 되고 있고, 개별적인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이것은 주식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소수의 임원이 회사를 경영하고, 수익배분을 받는 소액주주는 거의 경영에 참여할 기회도 없고 권한도 없다. 모든 것을 대표이사에게 맡겨놓고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무기력한 신세다.

재건축사업 시행을 담당하고 있는 조합의 설립부터 사업시행과정,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시행, 아파트 동호수 추첨 등의 분양절차, 조합의 해산에 이르기까지 조합의 업무추진과정에 대해서 주로 논의가 되고 있을 뿐, 개별적인 조합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법에서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재건축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아파트 단지 내의 토지등소유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하는 것이므로 개별적인 조합원의 권리와 이익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물론 법에서는 다수의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합 측에서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조합의 사업집행과정에서의 하자를 가급적 문제 삼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당하는 소수의 조합원들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전체 조합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하여 가급적 엄격하게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고, 법원에서도 조합원의 이익보호의 관점에서 재건축사건을 다루어야 한다.

조합원 스스로 자신의 권리가 무엇이고, 의무사항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자신이 하나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합이 임원들을 통해서 어떠한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는 재건축조합에 있어서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해 관련 법령과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Ⅱ. 조합원의 지위와 권리

도시정비법 제38조 제1항은 ‘조합은 법인으로 한다’라고 하고, 제49조는 ‘조합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 중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은 사단법인의 구성원인 사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하여 제56조에서 ‘사단법인의 사원의 지위는 양도 또는 상속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사항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사단법인의 정관에 의하여 규율된다.

재건축조합과 그 조합원의 법률관계는 근거법령과 정관의 규정, 조합원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에 따라 규율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두19486 판결).

재건축조합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그가 출자한 재산에 관한 청산절차를 이행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조합 정관에 따라 해석하여야 한다.

재건축조합이 조합설립인가 전의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다는 주장에 대비하여 당초 결의를 보완하는 취지의 새로운 재건축결의를 하는 과정에서 당초 조합설립에 동의하였던 토지등소유자들이 새로운 재건축결의에 동의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토지등소유자들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게 된다거나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57824 판결).

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및 이에 따른 분양처분의 고시 내지 이전고시 등의 절차를 밟지 않고 조합원들로부터 토지 및 건물 등을 신탁받아 재건축사업을 진행하여 신축한 건물과 그 대지권을 조합원인 명의수탁자와의 분양계약을 통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분양한 경우 명의수탁자의 그 신축 건물 등에 대한 소유권 취득은 유효하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다1132 판결).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라 할 것이므로, 공공기관에 대하여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였다가 공개거부처분을 받은 청구인은 행정소송을 통하여 그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2003. 3. 11. 선고 2001두6425 판결 참조).

조합이 그 조합원들로부터 대지 등을 출자받아 아파트와 상가를 건축한 다음 조합원들에게 우선분양하고 남은 아파트와 상가를 일반분양함으로써 얻게 되는 수입금은 건축비에 충당되어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이 그 조합에 대하여 위 일반분양으로 인한 수입금의 분배를 요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6다21453 판결).

Ⅲ. 조합원의 의무와 책임

재건축조합이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 토지등소유자에게 청산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공평의 원칙상 토지등소유자는 권리제한등기가 없는 상태로 토지 등의 소유권을 재건축조합에 이전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권리제한등기 없는 소유권 이전의무와 재건축조합의 청산금 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토지등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 등에 관하여 이미 재건축조합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는 청산금을 받기 위하여 별도로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37780 판결).

분양자인 재건축조합이 국민주택규모를 초과하는 아파트 분양사업의 주체로서 부담하는 부가가치세(재건축조합이 아파트를 공급받는 수분양자로부터 징수하여 납부함) 즉, 재화인 아파트의 공급 자체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말하는 것과 공사업자가 재건축조합과의 사이에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국민주택규모를 초과하는 조합주택을 신축하는 건설용역을 공급함으로 인하여 부담하는 건설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공사업자가 용역을 공급받는 재건축조합으로부터 징수하여 납부함)인 부가가치세와는 전혀 별개의 부가가치세이다(서울고등법원 2009. 9. 16. 선고 2008나104323 판결).

공사업자가 재건축조합과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국민주택 규모를 초과하는 조합주택을 신축하는 건설용역을 공급한 경우, 그 공사업자는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하므로 그 용역을 공급받는 자인 재건축조합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징수할 수 있다(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4다7408 판결).

조합장이 아닌 사람이 재건축조합 조합장의 직함을 사용하여 재건축사업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면, 계약의 상대방이 자격모용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그 계약서에 조합장의 직인이 아닌 다른 인장을 날인하였더라도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작성죄의 범의와 행사의 목적이 인정된다(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6도2330 판결).

Ⅳ. 조합원의 권리보호방법

자신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은 조합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무효확인소송, 재건축결의무효확인소송, 정관부존재확인소송, 관리계획취소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도시정비법에 따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도시정비법상의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공법인으로서, 그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는다.

행정주체인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의 효력 등을 다투는 소송은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의 존부나 효력 유무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소송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는 행정소송법상의 당사자소송에 해당하고(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사업시행계획안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의 효력 등을 다투는 소송 또한 행정소송법상의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조합의 자금으로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였다면 이는 횡령에 해당하고, 위 형사사건의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함에 있어 이사 및 대의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여도 조합의 업무집행과 무관한 조합장 개인의 형사사건을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는 것이 위법한 이상 위 승인은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주택 재건축조합 정관의 필요적 기재사항이자 엄격한 정관변경절차를 거쳐야 하는 ‘조합의 비용부담’이나 ‘시공자·설계자의 선정13) 및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에 관한 사항이 당초 재건축결의 당시와 비교하여 볼 때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정관변경에 대한 절차가 아니라 하더라도 특별다수의 동의요건을 규정하여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두13463 판결).

국민주택규모 아파트의 분양가격에 국민주택규모 초과 아파트의 건설용역에 관한 부가가치세 중 일부라도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을 결의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조합원들 간의 형평을 보장하기 위하여 재건축 결의시의 특별다수의 정족수를 준용하여 조합원의 4/5 이상의 다수에 의한 결의가 필요하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84653 판결).

재건축사업으로 철거가 예정되어 있었고 그 입주자들이 모두 이사하여 아무도 거주하지 않은 채 비어 있는 아파트라 하더라도, 그 아파트 자체의 객관적 성상이 본래 사용목적인 주거용으로 사용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고, 더욱이 그 소유자들이 재건축조합으로의 신탁등기 및 인도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계속 그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아파트가 재물로서의 이용가치나 효용이 없는 물건으로 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아파트는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8473 판결).

Ⅴ. 정비구역 지정과 재건축사업의 추진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등이 일정한 지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하여야 한다. 시장, 군수 등은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 정비구역의 지정은 정비구역내의 토지등소유자의 권리 의무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성질상 행정처분으로 본다(대판 1993.10. 18. 93누10569). 정비구역의 지정 변경에 대한 항고소송은 구역을 지정 변경한 행정청을 상대로 하여 고시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법원에 제기하여야 한다.

정비사업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먼저 제4조의 규정에 의하여 정비구역이 지정 고시되어야 하고, 토지등소유자 역시 정비구역이 지정고시됨으로써 비로소 확정될 수 있다. 정비구역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정비구역에 의하여 정비사업의 사업범위가 정해지고 토지등소유자가 확정된다는 것이다.

정비구역은 시장 군수가 입안하여 시도지사가 결정 고시하는 도시계획의 일종으로서 정비계획과 동시에 그 계획의 일부로서 결정고시된다. 정비사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정비구역이 지정되어 있어야 한다. 정비사업은 선계획 후실행의 원칙에 입각해 있다.

시장 군수는 정비계획의 수립 또는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안전진단을 실시하여야 한다.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 또는 군수(광역시의 군수는 제외한다)는 기본계획에 적합한 범위에서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구역에 대하여 정비계획을 결정하여 정비구역을 지정(변경지정을 포함한다)할 수 있다(도시정비법 제8조 제1항).

자치구의 구청장 또는 광역시의 군수 정비계획을 입안하여 특별시장·광역시장에게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하여야 한다. 이 경우 지방의회의 의견을 첨부하여야 한다. 원래 정비구역지정신청은 시장군수구청장의 법정 의무사항이지만, 도시정비법의 위임이 없이 행정편의상 도시정비조례에 의해 정비구역 지정제안을 주민이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비구역의 지정은 도시관리계획의 일종이다.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되면 정비구역 안에서 건축물 및 건축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토지분할 등 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는 시장 군수의 허가를 받는 등 행위제한을 받게 된다.

Ⅵ. 토지등소유자의 재건축결의

노후되고 낡은 아파트단지에서는 건설회사 또는 컨설팅회사가 재건축을 권유한다. 이에 따라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재건축결의를 하게 된다. 이때 대다수의 토지등소유자는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재건축결의에 동의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재건축결의에 참여할 때 좀 더 시간을 내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동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건축조합은 총회를 개최하여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따라서 재건축조합에서 이루어진 총회결의에 대해 무효를 다투는 소송이 가끔 일어난다. 그런데 수많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만일 총회결의에 대해 법원에서 무효확인판결이 선고된다면, 재건축사업은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조합의 재건축결의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조합의 결성 및 그 규약의 효력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다7002 판결).

관리단집회에서 재건축결의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일단 무효가 된 후 서면에 의한 동의로 재건축결의의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게 된 경우, 이는 무효인 재건축결의의 하자의 치유나 보완이 아니라 관리단집회에서의 결의와는 별도의 서면에 의한 새로운 결의이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83533,83540 판결).

재건축결의에 동의한 사람이 그러한 동의를 철회할 수 있을까? 서면결의의 방법에 의한 재건축결의에 있어서 재건축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하기 전까지는 재건축결의에 대한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

도시정비법이 시행된 후에는 조합설립결의, 조합설립변경 결의, 사업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 등에 의하지 아니한 ‘재건축결의’가 있다고 하여 곧바로 조합원에게 권리변동의 효력을 미칠 수 없다. 따라서 재건축결의는 사업시행계획 결의 등과 별도의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다93001 판결 참조). 이러한 이유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건축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적 이익은 없다고 할 수 있다.

Ⅶ. 재건축조합 설립에 대한 동의

도시정비법 제16조 제3항은 주택재건축사업의 조합설립 동의 요건으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이 아니라,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를 기준으로 그 5분의 4 이상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토지나 건축물만을 소유한 자는 도시정비법에 의한 조합원이 될 수 없다.

도시정비법은 ‘구분 소유자’,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율 외에 전체 토지 면적을 기준으로 한 일정 비율 이상의 구분소유자 또는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별도로 요구함으로써 재건축조합 설립의 동의 요건에 관하여 인적 측면과 더불어 재산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자 수를 산정할 때에 1인이 다수 필지의 토지나 다수의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필지나 건축물의 수에 관계없이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를 1인으로 산정한다.

동의서의 법정사항은 대체로 정비사업에 참여하여 그 비용을 분담하고 그 사업의 성과를 분배받는 조합원이 될 자격이 있는 ‘토지등소유자’의 이해관계에 관한 것이다.

주택 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21)인 재건축조합의 설립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더라도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거나 당연무효가 아닌 한 재건축조합은 여전히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가진다.

조합이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 또는 취소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등으로 그 효력 유무 또는 위법 여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로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은 경우, 그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되는 경우에는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수립·인가된 관리처분계획은 소급하여 효력을 잃는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두27094 판결 등 참조).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은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에서 이미 인가받은 사항의 일부를 수정 또는 취소·철회하거나 새로운 사항을 추가하는 것으로서 유효한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에 근거하여 설권적 효력의 내용이나 범위를 변경하는 성질을 가지므로, 당초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쟁송에 의하여 취소되었거나 무효인 경우에는 이에 기하여 이루어진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도 원칙적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거나 무효가 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두13764 판결).

Ⅷ. 조합원의 현물출자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방법에 관하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표준정관은, 조합원은 소유한 토지 및 건축물을 조합에 현물로 출자하고, 조합은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공동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하여 공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건축사업의 시행에 착수하여 준공인가를 받아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대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을 분양 받을 자에게 이전할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즉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구성, 조합의 설립, 기본계획의 수립, 정비구역의 지정,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분양처분), 정비사업의 준공인가, 이전고시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와 같이 정비조합의 불완전한 법적 상태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복잡한 법률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정비구역내의 조합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담보의 제공, 각종 세금의 체납으로 인한 압류, 채권자들로부터의 가압류, 가처분, 경매신청 등 복잡한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정비사업이 장기간 지연되어 복잡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정비사업구역내의 조합원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조합명의로 신탁등기를 함으로써 강제집행이나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국세체납처분 등의 법적 분쟁 없는 정비사업의 시행이 필요하다.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이 받은 당초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이고 새로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를 거친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이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의 요건을 갖춤에 따라 새로운 조합설립의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두5142 판결 참조).

Ⅸ. 매도청구권과 현금청산

사업시행자는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면서 조합설립의 동의를 하지 아니한자(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자를 포함한다)의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하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 이 규정을 준용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 재건축사업에서 조합 임의가입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도시정비법은 주택재건축사업자에게만 매도청구권이라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강제취득수단을 인정하고 있다.

집합건물법상의 매도청구권은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집합건물법이 재건축불참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재산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특별히 규정한 것으로서, 그 실질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공수용에 해당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2453 판결).

재개발사업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으로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설립에 반대한 토지등소유자로 강제로 조합원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제19조 제1항). 따라서 어느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추진에 실질적으로 반대하는 경우에도 양자는 조합과 조합원25)의 관계에 있으므로 조합이 정관 등에 근거하여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재건축사업의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하여도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자(토지 또는 건축물 중 하나만 소유함으로써 동의와 관계없이 조합원의 지위를 가질 수 없는 자를 포함한다)는 조합원의 지위를 가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재건축조합이 정비계획과 정관에 의하여 정해지는 사업구역에 관하여 사업인가신청을 하고자 하는 경우 위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나, 토지 또는 건축물 하나만 소유하여 조합원의 지위를 가질 수 없는 자를 당해 사업구역에서 배제할 수단이 필요하다.

조합은 재건축에 불참하는 구분소유권자에 대하여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한다. 이러한 매도청구권에 의해 상대방은 강제로 자신의 기존 아파트를 빼앗기게 된다. 강제매도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재건축결의가 있은 후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이 행사되면, 매도청구권 행사의 의사표시가 도달함과 동시에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은 자의 구분소유권 및 대지사용권에 관하여 시가에 의한 매매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철회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조합원이 재건축조합에서 제명되거나 탈퇴하는 등 후발적인 사정으로 그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에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재건축조합이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철회한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그가 출자한 토지 등에 대하여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이 조합 정관에 따라 현물출자의무를 이행한 후 조합원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청산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 그가 출자한 현물의 반환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조합원이 그 소유의 토지 등에 관하여 재건축조합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신탁관계가 그 목적 달성 불능을 이유로 종료된 경우에도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재건축조합은 위 토지 등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하여 새로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

조합이 분양계약을 체결하라고 통지하면서 일부 조합원들에게는 이러한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이와 같은 조합원들은 분양계약체결 통지를 받지 못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이상 분양계약 미체결에 따른 현금청산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두51309 판결).

Ⅹ. 조합원의 관리처분에 대한 이해관계

관리처분계획은 재건축조합이 조합원의 분양신청 현황을 기초로 관리처분계획안을 마련하여 그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와 토지 등 소유자의 공람절차를 거친 후 관할 행정청의 인가·고시를 통해 비로소 그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조합의 규약상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으로 정한 주택 등의 분양청구권을 가지며,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의 변동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결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재건축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정비사업의 시행 결과 조성되는 대지 또는 건축물의 권리귀속에 관한 사항과 조합원의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조합원의 재산상 권리·의무 등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합이 조합원들의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미이행을 이유로 분양신청권을 제한하려면 분양신청이 이루어지기 전에 미리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고, 분양신청이 종료된 후에 그 권리를 소급하여 제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6다77272 판결).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는 관리처분계획이라는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 중 하나로, 그것이 위법하여 효력이 없다면 관리처분계획은 하자가 있는 것으로 된다.

따라서 행정주체인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의 효력 등을 다투는 소송은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의 존부나 효력 유무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소송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이는 행정소송법상의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인가·고시까지 있게 되면 관리처분계획은 행정처분으로서 효력이 발생하게 되므로, 총회결의의 하자30)를 이유로 하여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관리처분계획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여야 한다.

그와 별도로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총회결의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당초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와는 달리 당초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은 경우에는 당초 관리처분계획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상실한다(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1두640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변경된 관리처분계획이 당초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 당초 관리처분계획32) 중 변경되는 부분은 장래를 향하여 실효된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다16500 판결).

재건축조합이 신축아파트의 배정을 위해 실시하는 동·호수 추첨 및 배정은 조합원들 전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단체법적인 법률행위이다. 그러한 동·호수 추첨 및 배정을 기초로 하여 수많은 법률관계가 계속하여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일단 동·호수 추첨 및 배정이 이루어지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동·호수 추첨 및 배정이 무효로 확인되기 전에는 새로운 동·호수 추첨 및 배정을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재건축조합이 도시정비법상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및 이에 따른 이전고시 등의 절차를 거쳐 신 주택이나 대지를 조합원에게 분양한 경우에는 구 주택이나 대지에 관한 권리가 권리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신 주택이나 대지에 관한 권리로 강제적으로 교환·변경되어 공용환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다1132 판결).

Ⅺ. 글을 맺으며

서울의 아파트값 폭등은 주로 재건축사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재건축과 관련된 부동산대책을 끊임없이 내놓았다.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제도, 주택거래신고제, 투기지역 내 총 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 원가공개, 분양주택전매제한 기간 확대, 실수요자에 유리한 방향으로의 청약제도 개편, 층수제한, 조합원지위양도금지, 안전진단강화, 후분양제도입, 소형평수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건립, 용적률 규제, 재건축부담금부과 등의 부동산대책은 대부분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과 관련하여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건축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건축이익환수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재건축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실정이다.

재건축은 겉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장시간 추진하는데 고생을 하고, 종국적으로 조합원 개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별로 크지 않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조합원33) 개인의 권리와 이익이 충분히 보호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