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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리고 있다

There is a new perspective on creation

다시 봄이다. 3월이다.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은 작년과도 같다. 아마 내년에도 같을 것이다. 계절은 반복적으로 다시 돌아오고 지나간다. 그사이 바뀌는 것은 무엇이고,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로병사의 생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것들은 바뀔 것이지만, 물성적인 것들은 여전할 것이다. 경주 석굴암의 천년 넘은 석재 기단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고, 로마시대의 흔적인 콜로세움도 여전하다.
건축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한데, 건축을 만들고 이용하는 사람들은 태어나고 자라고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건축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익숙한 것에서 새것에 열광하면서 끝없는 파괴와 해체를 통해 새로 세운다. 그리고 다시 새것들로 채워지자 오랜 것에 대한 호기심과 낯설음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더구나 소비 중심의 21세기 생태구조는 낡은 건축에 대한 새로운 경험의 의외성으로 다시 주목 받게 되었다. 뭐랄까? 낡은 것에 대한 재해석? 새로운 가치 발견? 어쩌면 이런 낡은 것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의 과거에 대한 열등감이 해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무조건 새것에 열광하는 우리는 새것을 만들고자 지나간 흔적들을 말끔히 치워 버리고 나니,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이 궁금해 졌는지 모른다. 속초에 있는 이북 출신 창업자가 만든 낡은 조선소는 아들이 아닌 손자 대에 와서 허물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서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두고 카페와 미술관 같은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서울 영등포의 한 방직공장은 그 넓은 터를 유지하고,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성격과 기능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런던은 도심 한복판 화력 발전소를 거대한 현대 미술관으로 만들어 버렸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화력 발전소는 신흥 부자들이 사는 주상복합아파트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가 하면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는 각종 기업들의 본사로 재활용되면서, 배를 고치던 공장구조를 그대로 두었다. 3월에 바라보는 낡은 것들의 새로운 부활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런 현상은 부활인가? 박물관의 유물 보존인가?
사실 이런 현상은 과거의 유지와 보존으로 보는 것보다 새로운 해석과 창작으로 보아야 한다. 런던 템즈강변의 거대한 화력 발전소는 과거 존재한 건축물일 뿐, 내용도 성격도 확 바꿔버린 새로운 공간이며 건축이다. 강화도의 방직공장 역시 과거라는 시간의 존재로서 건축과 기기들은 현재를 장식하는 장식물이며 공간과 장소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장치일 뿐이지 과거와 다른 새 공간이며, 새 건축인 것이다. 새로운 건축은 단지 벽돌이나 기둥이 새것이 아니라, 과거의 존재를 어떻게 새로운 시각과 용법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의되는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낡은 것이 낡은 것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거듭난 것이다.
신생 근대 국가이며 청년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지난 수십 년은 창조와 성장으로 달려온 시대였고, 건축이었다면 이젠 성년이 되어 더 이상 새로운 근육이 붙지 않아 성숙함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뼈속부터 새것이 아닌, 새로운 정의와 해석으로 가공을 통한 재해석과 부활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뭘까?
봄은 탄생과 에너지의 축적이 자라는 시간이다.
과거의 것들을 재해석하고 활용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게 새로운 것이고, 새로운 성능과 기능인 것이다. 이른바 재탄생 건축과 도시 공간인 것이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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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지만 빛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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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1 더럽고 오래된 것은 아름답습니다

건축담론

편집국장 註

2019년 초부터 정국을 강타한 정치적 이슈가 있었다. 건축사지에서 이를 주목한 이유는? 정치적 논쟁 한가운데, 건축이 서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새로 지은 건축이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건축이었기 때문이다. 쇠퇴한 근대 도시의 거리가 새롭게 이슈가 되면서 과연 이런 공간을 어떻게 바라봐야 되고, 전문적인 시각이 무엇인지 새삼 조명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된 골동품의 건축만큼 중요한 근현대의 지나간 흔적을 도시의 유산으로, 국가의 유산으로 연구하고 다양한 제도로 유지하는 것은 이미 구미의 산업국가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된 정책이다. 그들 역시 개선하고 새롭게 제안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에서 개인의 뜻있는 의지에 무게를 두는 추세이다. 국가적인 유산 보호 운동인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개인의 역할이 강조되고, 이를 경제 사이클의 한 축으로 두고 활성화 하는 것을 지원하기도 한다.
건축사는 전문가로 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건축사의 시각으로 도시 재생의 대상으로 오래된 건축, 오래된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가? 그리고 낡은 건축은 어떻게 재생되고, 재해석 할 수 있는지 내셔널 트러스트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어서 한분의 건축사와 한분의 도시유산운동 전문가에게 지면을 부탁했다.

 

01 더럽고 오래된 것은 아름답습니다
Something dirty and old is beautiful

하이델베르그 성. 잔해들만 하늘을 향해 비죽비죽 솟아 있는 폐허는 아주 쾌청한 날에는. 즉 시선이 폐허의 창문들이나 아치의 첨탑 저 위로 흘러가는 구름과 만날 때는 평상시보다 두 배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파괴는 그것이 드넓은 하늘에 펼치는 무상한 연극을 통해 이러한 폐허의 영원성을 다시 강화시켜준다.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중에서

지난 1월 모 언론사에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의혹보도 이후 약 한 달간 목포시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다양한 논의(의혹, 추측들을 포함한)들이 시민, 언론, 학계,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진영과 관점에 따라 정당함과 부당함이 난무하다가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기만 하다. 이 글은 이 문제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고 이와 유사한 문제가 비단 목포뿐만 아니라 내가 활동하고 있는 강원도 폐광지역(영월, 정선, 태백, 삼척) 역시 자유롭지 않으며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맞물려 이러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부동산 구매자의 이해충돌의 문제이기 전에 우리(주민, 공공기관, 전문가)가 근대문화유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근대문화유산과 지역(도시)재생의 사회적 통합체계, 문화(culture)와 문화산업(cultural industry)의 관계 등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선결과제가 놓여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내 경험을 토대로 특히 강원도 폐광지역의 산업유산(産業遺産/industrial heritage)과 관련하여 이 문제를 짚어보고 유럽의 문화 및 산업유산 활용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1992년 강원도 탄광지역의 광산취락을 연구하는 선배를 따라 현지답사를 동행한 적이 있다. 그곳은 60∼70년대 (주)대한중석으로 유명했던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이었다. 상동은 포항제철이 있기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수출품인 텅스텐을 생산하던 곳으로 제2의 명동으로 불리던 상동읍 시가지와 대한중석에 근무하면 셋째 첩으로라도 딸을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호황기를 누리던 그런 동네였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중국의 값싼 텅스텐 원료가 들어오면서 이곳은 채굴과 제련을 멈추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불과 몇 년 사이에 불야성을 이루었던 상동읍은 황량하기 그지없고 사람들은 이미 동네를 빠져 나갔으며 단일기업에 의한 단일도시(single city by single enterprise)의 종말이 그러하듯 유령도시(ghost city)를 방불케 했다. 그곳에서 거대한 굴진, 채탄, 운탄, 선광, 연구소 등 제련시설과 종업원 숙소, 간부숙소, 식당, 외부방문객을 위한 영빈관 등 부속시설이 폐광이후 어지럽게 방치되어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강원도의 경우 이러한 곳이 비단 상동 뿐만 아니라 영월의 마차리, 모운동, 정선의 신동읍, 사북읍, 고한읍, 태백의 장성, 철암, 삼척의 도계, 충남 보령, 경북 문경 등이 이와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우리가 이른바 지키고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근대문화유산 그 중에서도 산업유산이라 일컫는 것들은 일제 강점기 적산가옥(敵産家屋)부터 60∼70년대 산업시설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에서부터 종류까지 실로 다종다양하다. 이러한 것들이 체계적으로 관리(철거, 보존, 활용)되는 것은 고사하고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고 철거대상인지 심지어 쓰레기인지 지역자산인지에 대한 구분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강동진 교수(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는 우선 산업유산이 지역자산이라는 개념에 대한 의식부재와 산업유산 재활용에 대한 실천적인 체험과정의 부재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현상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첫째는 ‘지역민 스스로의 관심과 의지’와 ‘연고기업의 애착과 노력’ 등이 반영되지 못한 채 공공 위주의 하향식 관점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기능이 중단된 후 폐산업시설에 대한 새로운 대처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일정의 시간’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활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 셋째는 일제 강점기와 광복을 전후하여 조성된 산업시설들의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해당자원들의 방치와 해체과정이 급속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60∼70년대의 경제기반구축기에 건설된 각종 산업시설들의 노후화가 가속되고 있음에도 산업유산으로서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과거 산업시설이 산업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첫째 산업고고학(industrial archaeology)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역사성을 보유한 산업시설이어야 하며 둘째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서 지역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산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규모가 비교적 크거나 공간, 경관적 특수성을 보유하여야 하며 넷째 지역민과 공공의 관심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타용도로 쉽게 대체하거나 해체하면 안 된다라는 지역차원에서의 암묵적 동의와 그 속에서 형성되는 심상적 가치도 산업유산의 기본 조건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말 석탄산업합리화사업 이후 강원도 내 가행탄광은 178개에서 현재 3개로 줄었다. 이 조차도 2020년 이후에는 모두 폐광이 될 전망이다. 한 때 산업화의 원동력이자 국민연료 생산기지였던 강원남부(영월, 정선, 태백, 삼척) 탄광시설 중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것은 태백 철암 역두선탄 시설(등록문화재 제21호, 2002년 등록)과 삼척 도계의 급수탑(등록문화재 제46호, 2003년 등록) 두 곳이다. 비록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폐광지역에는 여전히 보존해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다. 정선 사북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본관동과 수갱시설, 사북양조장, 태백 철암의 외국인 숙소, 장성광업소 수갱시설, 철암광업소의 기계공작실, 통리의 한보광업소 저탄장, 삼척 도계의 장미사택, 유신사택, 양지사택 등이 대표적이다.

1988년 독일 SIEMAG에서 디자인하고 AEG-TELEFUNKEN에서 설치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수직갱

사북양조장 철거

나는 이러한 대표적인 산업유산에 대해 20년 전부터 철거 대신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요청했으나 산업부 산하 광해관리공단은 주민과 해당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철거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문화재청은 역사성, 대표성, 주민과 공공의 관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철거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뜻있는 개인이 사재를 출연, 매입하거나 공익재단을 설립하여 보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규모가 크거나 막대한 매입비용이 든다면 선뜻 매입할 수도 없다. 손혜원 의원 논란을 보면서 좋든 싫든 이해충돌이든 아니든, 투자든 투기든, 제2, 제3의 손혜원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것은 현장에서 주민에게조차 관심을 못 받고 있는 문화유산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뜻있는 사람들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칫 오해를 받거나 공무원들의 섣부른 문화유산보존 정책으로 인해 소유자가 갑작스럽게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철거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앞서 산업혁명을 경험했고 폐광을 경험한 서구유럽의 나라들은 산업유산들을 어떻게 보존, 활용을 하고 있을까? 지금부터 유럽의 몇몇 나라들의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과거유산을 미래의 자산으로 만드는 유럽

스웨덴. 스칸센 오픈 에어 뮤지엄

영국 더럼의 빔미쉬 오픈 에어 뮤지엄 입구

먼저 스웨덴. 1863년 스웨덴의 중학교 영어 교사이자 민속학자였던 아서 하셀리우스(Arthur Hazelius)는 스웨덴을 여행하던 중에 농촌의 전통가옥과 각 지방별 독특한 건축물들이 급속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는 사재를 털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아 각 지역에 있는 전통가옥과 건축물들을 있는 그 자체로 통째로 구입,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어 1891년 스톡홀름 인근 유르고덴 섬에 약 31만제곱미터 규모의 ‘스칸센(Skansen)’이라는 세계 최초의 오픈 에어 뮤지엄(open air museum)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에코뮤지엄(Ecomuseum), 지붕없는 박물관, 열린공간 박물관의 시초가 된 것이다. 하셀리우스는 또한 우리가 ‘마네킹’이라 알고 있는 밀랍인형(Wax)을 세계 최초로 제작, 이를 활용한 전시를 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많은 관람객들은 환호했고 스칸센은 에코박물관의 역사를 선도하게 됐다. 하셀리우스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또 다시 한층 업그레이드된 박물관을 구상하게 되는데 바로 마네킹을 철수시키고 직접 사람들과 동물들을 박물관 안에 입주케 하여 마침내 살아있는 박물관(Living Museum)을 완성하게 된다. 기존의 박제화된 박물관이 아닌 사람들이 당시의 복장을 그대로 입고 당시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여기에 가축들과 스웨덴 각지의 동물들까지 이곳에서 함께 보여주다 보니 관람객들은 스웨덴 지역별 생활상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칸센(Skansen)은 본래 ‘언덕위의 요새’라는 뜻으로 이곳에 오르면 스톡홀름 시가지와 발틱해를 오가는 대형유람선을 관람할 수도 있다. 연간 140만 명이 찾는 이곳은 스웨덴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곳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박물관으로 소개되고 있다.

 

어제까지의 모든 것을 수집한다
(To collect everything up to yesterday)

둘째, 영국. 1958년 영국의 한 박물관 학예사였던 프랭크 아킨슨(Frank Atkinson)은 북유럽을 여행하는 도중 스웨덴의 스칸센 박물관을 둘러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의 충격을 그는 “사울이 다메섹으로 가는 도중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회심”을 한 성경의 사건에 비유할 만큼 대단한 사건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왜 영국에는 그와 같은 박물관이 없을까 하고 고민한 끝에 우선 닥치는 대로 과거의 유산, 유물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광부의 편지에서부터 식탁, 장난감, 성냥, 의자, 침대, 벽장, 말의 안장, 심지어 1차대전 당시 사용됐던 대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유산, 유물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유물이란 과거로부터 어제까지 있어왔던 모든 것”이라고. 이렇게 해서 1971년 영국 북동부 더럼(Durham)지역에 비미쉬 오픈 에어 뮤지엄(Beamish Open Air Museum)이 만들어졌고 이 박물관은 특히 산업유산(industrial heritage)의 보고(寶庫)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의 수장고에는 18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광산에서 사용되었던 모든 것들이 망라되어 있다. 영국 북동부 지역은 오랜 기간 광산이 활발했던 곳으로 1950∼70년대부터 서서히 폐광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때 사용됐던 각종 광산의 장비들을 그대로 수집, 보관하고 있고 심지어는 18세기에 사용했던 스티븐슨의 증기기관차와 뉴캐슬에서 운행하던 전차, 영국에서 한 대밖에 남지 않은 기중기까지 보관하고 있을 정도다. 이름도 “산업유산을 활용한 비미쉬 오픈 에어 뮤지엄(Industrial Heritage Beamish Open Air Museum)”으로 되어 있다. 관람객들은 비미쉬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약 1세기 전 영국 북동부 지방의 삶의 양식과 광산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입장료 수입만으로 박물관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탄탄한 재정구조와 각종 기부금과 서포터스를 활용, 박물관 운영의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으며 연간 40여 만명이 방문하고 있고 수집한 유물 수만도 약 80여 만점에 이른다. 지역주민들은 비미쉬 박물관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있어서는 선배들의 노고를 잊지 않는 역사적 경험의 장이 되고 있다.

 

탄을 캐는 곳에서 사람을 캐는 곳으로

독일 루르박물관과 졸페라인

셋째, 독일. 1986년 독일 에센(Essen)의 거대한 광산이었던 졸페라인, 코케라이, 샤프트1/2/8 등이 연이어 문을 닫게 되었다. 19세기서부터 이어온 거대한 광산과 선광장, 코우크스 공장, 수직갱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포항제철이 문을 닫은 것과 같은 충격이라 할 수 있다. 지역주민과 광산노동자들은 향후 이 광산이 문을 닫게 되면 이 시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고, 격렬한 찬반 논쟁 끝에 철거가 아닌 시설을 리모델링하여 박물관과 공원으로 탈바꿈 시키게 된다. 한때 검은 연기와 하얀 수증기를 내뿜던 이 거대한 산업시설이 이제는 주민들을 위한 공공장소와 관광객들의 새로운 볼거리(attraction point)로 바뀌게 되었고 2017년 에센은 유럽의 녹색수도로 선정되었다. 탄을 캐서 돈을 벌던 곳에서 이제는 사람을 캐서 돈을 버는 곳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선광장으로 사용하던 곳은 과거 모습 그대로 보존, 석탄이 어떤 과정을 거쳐 폐석과 석탄으로 분류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였고 일부는 영상실로 꾸며 폐광의 아픔을 딛고 에센지역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코케라이의 경우 석탄을 고열로 가열하여 어떻게 코우크스로 추출되는 지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으며 한 켠의 사무실을 개조하여 카페테리아로 활용하고 있고 냉각수는 겨울에 얼려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의 거대한 장치산업이 이제는 훌륭한 전시실, 산업예술로 승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레드 닷 디자인(Red Dot Design)이라는 디자인 전문대학을 만들어 단순히 박물관만 있는 것이 아닌 박물관을 지속가능케 하는 교육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이들은 노르드 베스트팔렌 주(州)의 주요 광산시설이 있던 곳들을 산업유산의 장소로 지정, 이러한 장소들을 서로 연결하는 이른바 산업유산 루트(Route of Industrial Heritage)를 만들어냈고 주요 지점에는 거점센터(Anchor Point)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유용한 정보 및 숙박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과거를 잊지 않고 그것을 지키고 보전하는 이유가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문화상품을 만들기 위함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문화상품이전에 한 시대의 문화를 보존하고 상기시키는 일이야 말로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과 노동의 결과물이 오늘의 우리가 자존감과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동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 졸페라인을 설계했던 건축사 프리츠 슈프(Fritz Schupp)가 했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우리는 거대한 시설물들로 이루어진 산업이 더 이상 도시의 풍경이나 경관을 해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것은 노동의 상징이며, 도시의 기념물이며 모든 시민들은 그들의 공공시설물을 적어도 자부심을 갖고 외부인들에게 알려야만 할 것이다…
(프리츠 슈프, 1929)

글. 이용규 Lee, Yong Gyu 정선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이용규 정선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글쓴이는 영국 더럼(Durham)대학 대학원 지리학과에서 공부를 했고 한국에 돌아와 희망제작소에서 마을만들기 팀장,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0년 강원도 정선 사북에 ‘산업문화유산연구소’를 설립하고 《사북열린공간박물관 자료집》, 《사북읍지》, 《폐광지역 구술사 채록집》, 강원도 폐광지역 백서 《20년 전 그 약속》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정선군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강원랜드 ‘탄광문화관광촌’ TF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영국 비미쉬 오픈에어뮤지엄을 만든 프랭크 앳킨슨의 자서전 <열린공간박물관의 탄생, 우리교육>을 번역, 출간했다.
ger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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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2 동시대 건축공간을 이해하기

건축담론

02 동시대 건축공간을 이해하기
To understand the architectural space in the same period

동시대를 살아가는 건축을 바라보면서…

세계적인 산업의 흐름은 서비스 중심을 넘어 디지털 정보 활용과 다양한 기술 발전으로 연속적인 대변환기인 4차 산업의 시대다. 기존의 산업과 새로운 기술인 IT가 활용돼 산업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앞으로 이 시대의 변화 양상은 더 명확하고 더 급격해질 것이다.
특히 건축분야에서의 적용범위는 건축공간정보에 대한 주변의 역사적인 맥락과 구체적인 공간분석 및 해석, 그리고 건축공간정보의 실시간 형성, 재료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디자인 요소의 제공 등이 향후 건축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인식되고 소비자에게 제시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건축은 다양한 시기의 역사적 흔적이 있고, 그 도시적 건축공간의 흔적들은 우리의 삶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리고 일상화 된 흔적은 어느 때는 무심할 수 있고 어느 때는 거부감을 느끼는 건축 양상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그 건축공간이 꽤 오랜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일상적인 생활의 공간이 아니라고 해서 그 기억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현대의 삶을 영유하고 이 시대에 건축공간을 설계하는 자로서 현재의 건축은 4차 산업으로의 진입과 함께 새로운 가치 및 다양한 기술들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한 건축이 지역적·장소적인 특성을 인식하고, 도시 경관의 맥락을 반영한 건축공간정보 해석 및 계획은 시대적인 요구라 할 수 있다.

 

도시재생과 건축자산

도시재생을 하는데 있어서 핵심사항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존중하고 기존 골목과 건축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도시재생이 급격한 공간 변화를 주는 현 도시재생의 시대에서 단계별로 기존 공간과 길이 공존하는 도시 재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연속성을 추구함으로써 도시가 가지는 흔적과 특성을 담아낼 수 있다. 이러한 취지를 잘 반영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2014년에 제정된 ‘한옥 등 건축자산 진행에 관한 법률’은 단계별 재생을 잘 반영한 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건축자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은 이 지역의 한옥을 포함한 ‘다양한 건축자산’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각 지역에 있는 한옥, 근·현대건축물, 공간환경, 기반시설 등의 요소는 그 지역의 역사적인 가치와 장소적인 특성으로 형성되어 왔다. 따라서 각 지역별 건축자산에 대한 역사적, 예술적, 경관적, 지역적인 가치가 있는 건축자산에 대한 사전조사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그 지역의 건축적인 특성은 그 지역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요인들에 따라 다양한 양상의 요소들로 표출되고 있다. 건축물의 양상을 보면 조선시대 건축의 모습이 있는 한옥마을과 변화된 도심형 한옥, 일제 감정기의 문화주택 양식의 건축, 한국전쟁 이후 도심 주변으로 급하게 지어진 토막집, 경제 개발을 통해 급격하게 대량화 된 건축, 인구의 급증으로 토지의 분할에 따른 과밀한 주택, 그리고 70년 근대화된 아파트 등이 있다. 이러한 건축물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각 지역적 특성의 가치가 있는 건축물에 대해 기록을 함으로써 그 지역을 재생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조사·기록은 각 지역의 공간구조요소와 도시 맥락 속에 있는 건축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그 지역의 특성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문화재 포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지역과 건축의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문화재와 문화유산을 존중하고 새로운 대지에 들어서야 할 건축에 대한 요구를 파악 할 수 있다.
골목과 옛길, 물길, 건축물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특히 그 지역이 가지는 건축입면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구조, 재료 요소 등도 중요한 건축설계 요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존 건축물은 급격한 사회 변화를 통해 지어진 건축이라 현재의 단열, 방수 등의 기준에는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향후 건축설계 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 지역의 건축공간을 보존 및 활용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건축경관의 맥락을 살릴 수 있는 건축 설계 자료 조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건축자산 자체가 콘텐츠(contents)가 되는 공간

이렇게 50년 이상 된 건축자산을 보호함으로써 각 건축자산의 유형별 보호·활용·지원계획에 따라 구체적인 관리계획 수립과 각각의 건축자산에 대한 맞춤 관리는 그 지역이 특성화된 지역이 되게 할 것이다. 이러한 건축자산에 대한 흐름은 시대적인 사회 변화에 맞추어서 향후 그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인구 구조 변화, 개인에게 적합한 특화된 교육을 받은 세대가 살아가는 사회가 오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각 지역별 개성 있고 특화된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지역이 가지는 공간적 의미와 가치를 활용한 방법의 건축 재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건축물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구도심과 신도시에 맞추어진 도시에서 건축공간에 대한 가치 부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구도심에 대한 건축물에 대해서 그 지역이 가지는 특성을 살리는 재생을 함으로써 건축물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재생은 도시경관에 대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생기며 그 건축공간이 도시와 연계되는 역사의 흔적이 있는 공간으로 남게 되는 역할을 함으로써 건축공간의 역사와 흔적이 그 도시의 콘텐츠로 재탄생하여 새로운 공간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건축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건축자산’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건축자산인 옛길, 물길, 건축물, 공간환경에 대한 역사적, 경관적, 예술적인 가치를 조사한 후 요소별 공간정보를 데이터화 함으로써 설계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공간정보의 데이터는 GIS, 드론 등의 대지정보와 3D스캔, BIM 데이터 등의 건축공간정보로 구분하여 디지털 정보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는 기존의 현실공간과 계획적인 가상공간이 만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형성되고 새로운 건축공간정보 산업이 창출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간정보는 건축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제공해야 향후 건축물의 생애 주기를 고려한 건축물 도시 재생과도 연계 할 수 있다.

건축공간의 디지털화된 BIM 공간정보는 건축물에 대한 VR, AR, 증강현실, 3D 프린트 등과 연계하여 건축산업분야에서 새로운 분야로 재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분야는 건축물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건축전문가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건축자산을 통해 본 북한건축

세계적인 흐름은 이념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이 변화하면서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이고 생활권으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최근에 전개되는 남북교류는 건축사가 새로운 시장 확대를 모색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역사가 70여 년이 되어 각각의 이념적, 사회적 가치 추구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체계에서 각각 건축행위를 하면서 살아온 사회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즉 건축을 하는데 필요한 지리, 주변 환경, 건축의 실태 등에 관한 교육 및 연구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고, 이는 앞으로 남한에 있는 건축계에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축의 가치는 우리와는 다를 것이다. 서로 다른 체제와 구조에서 살아본 사회가 단일한 경제권의 사회로 진행하기에는 그 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체제와 구조를 이해하고 건축사가 북한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각자의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고민해 보는 것이 될 것이다. 북한의 체제와 구조를 이해하고 북한에 있는 전문가들의 역할을 이해하면서 북한의 건축적 가치를 이해하는데 남한의 역할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속적인 건축 문화유산 관리 경험, 최신의 현대적인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인력. 다양한 건축분야의 경험, 최신기술과 숙련된 기술자 등의 여건은 또 다른 건축시장에 진입하는데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교류시대에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 북한의 평양, 개성, 원산 등 도시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도시, 지역에 있는 건축자산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북한에 있는 건축의 가치가 무엇이 있는지를 조사한 후 향후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재료, 건축기법 그리고 디지털 공간정보화

현재의 건축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건축 재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높아지는 건축기준과 성능 요구 조건을 만족하고 소비자의 건축적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시공재료뿐만 아니라 단위공간별 모듈화가 급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건축자재정보는 건축설계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요소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문화재를 포함한 문화유산과 근·현대건축물을 포함하는 건축자산에서 조차 기존에 사용되었던 건축재료 및 기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 조사가 미비한 실정이고 이는 향후 건축공간정보가 디지털화 되면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자재정보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재료 및 기법에 대한 정보 및 건축 시공 숙련공의 부족은 우리의 건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게 한다. 그나마 한옥은 일부 지역에서 한옥이 대중화 되면서 한옥건축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다행스러운 실정이지만 근대건축물을 포함하고 있는 건축자산에 대한 건축시장 및 기능자는 건축산업의 일부분으로 확장하기에는 어려우며 근대건축물에 대한 시공기법과 설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앞으로 도시 재생을 할 경우 현대적인 재료와 기능공이 요구되는 곳에 현재의 방식으로 공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겠지만 그 이전의 건축양식을 보이고 있는 근대건축물의 건축기법인 목구조, 조적조, 외엮기 벽체 등을 시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구체적인 정보도 함께 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IT업체가 개발하고 솔루션 판매 업체가 제공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Tool을 이용한 건축자재 정보가 입력된 3차원 모델링으로 건축설계 환경이 조성되어 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건축설계가 재료 및 공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도화 된 건축설계물을 만들어야하는 환경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대는 재료 정보에 대한 3차원 모델링과 재료 성분, 성능 재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건축설계의 변화는 건축자재 생산과정의 변화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건축 환경은?

건축에서 도시공간의 역사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그 곳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대지의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주변의 건축적인 요소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건축자산’을 통해 그 지역의 특성을 조사하고 주요 건축물에 대해 기록함으로써 건축자체에 대한 콘텐츠가 개발되고 그 지역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건축자원이 될 수 있다.
또한 앞으로의 건축은 다양한 4차 산업의 요구를 잘 담아 줄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재료에 대한 정보 및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건축설계 분야에 적용됨으로써, 개성과 다양성이 추구되고 있는 시대적인 흐름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건축공간에 적합한 재료정보를 바탕으로 한 BIM 건축설계를 통해 소비자와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러한 건축시장의 변화로 가상공간 컨설팅, 유지관리시스템 구축, 3D프린트 등으로 건축산업시장의 확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최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기의 수준 높은 건축자재정보를 활용한 BIM 건축설계를 통해 향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건축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건축공간정보의 디지털화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특성과 가치를 조사하고 ‘건축자산’을 고려한 설계를 통해 우리가 걸어온 건축의 정체성을 다시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남북교류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글. 황진하 Hwang, Jinha (주)볕터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황진하 (주)볕터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 건축사

(주)볕터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이자 서울시립대에서 건축역사를 전공하고 문화재 실측·설계 분야에서 20년간 근무하고 있다. 문화재수리기술자(실측·설계)이며, 우리나라에 있는 문화재(선사유적, 전통가옥, 한옥, 근현대건축물 등)에 대한 실측·설계를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mass05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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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시도로 건축의 시대 열겠다”

“I will open the era of architecture with creative efforts”

편집국장 註

‘월간 건축사’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인터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후부터 ‘사람’ 중심의 시정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특히 ‘건축’을 앞세워왔다. 2011년 ‘공공건축가 제도’ 운영, 2013년 ‘서울건축선언’과 서울시 최상위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에 있어서도 ‘지우고 새로 쓰는 전면 철거형 재개발 중심 도시’에서 ‘고쳐 쓰고 다시 쓰는 지속가능한 재생의 도시’로 개발 패러다임을 전환해왔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사실 재생은 또다른 창조로 봐야 한다. 서울형 도시 재생 뿐만 아니라 조직적 구성으로 ‘공공건축가’ ‘마을 건축가’등의 제도를 만들고 있다. 서울시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정책들이 다른 지자체에 좋은 로드맵이 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 또한 전국화 될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은 이러한 ‘건축의 시대’를 열기 위한 창조적 시도들이 “서울시가 ‘지속가능도시’로 나아가게 한다”며, 서울시가 추구하는 건축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공공주택 혁신에도 시동을 걸었다. 도로나 철도, 주차장 등 유휴지 위에 기존 용도를 유지하면서 새 건물을 지어 올리는 복합 주거단지조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파리시가 추진 중인 도시공간 혁신사업 ‘리인벤터 파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시민 삶을 바꾸고 미래 가치를 만드는 서울형 도시재생으로 시민의 ‘소확행’을 챙기면서,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정책과 비전을 들어본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사람특별시’ 시정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추진해 온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재생을 위해 주거라는 삶의 질의 권리를 지키고,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회복시켜, 역사·문화·미래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Q 서울 시장은 주요 정책을 입안·집행하고 실행에 옮기는 실질적 관계자라는 측면에서는 누구보다 중요한 관계자이며 가장 강력한 공적 클라이언트입니다. 윈스턴 처칠이 말한 것처럼 “사람은 환경을 만들고, 환경은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시민들에게 여러 가지 영향을 주는데요. 이를 일선에서 실현하는 최고 책임자로서 그동안 서울의 변화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윈스터 처칠의 말에 공감한다. 지난 7년 서울시정을 지탱해온 ‘사람특별시’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시장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도 개발과 성장의 시대, 가장자리로 밀려났던 사람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특히, 도시를 단순히 토목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건설의 시대’를 지나 시민의 삶을 바꾸고 미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건축의 시대’를 열기 위한 창조적 시도를 계속해 왔다.
2013년 서울의 건축 철학인 <서울 건축선언>을 선포해 “서울의 모든 건축은 시민들 모두가 누리는 공공자산”임을 명문화했고, “성장과 개발의 프레임에 갇힌 건축의 패러다임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다양한 정책을 통해 실천해 가고 있다.
도시건축의 제도적 기반이자 서울시 도시계획의 ‘헌법’에 해당하는 ‘2030 서울플랜’은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라는 원칙을 기초로 완성했다.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시민의 삶과 미래 서울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담아낸 것이다.
‘지우고 새로 쓰는 기존의 재개발’ 대신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재생’을 통해 주거라는 삶의 권리를 지키고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회복시켜 가고 있다. 역사, 문화, 미래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서울시는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해 시민 삶의 공간인 도시 공간 곳곳에 공공성을 불어넣은 바 있다. 올해부터는 시민 삶의 터인 마을을 대상으로 ‘마을건축가 제도’를 도입·운영한다. 전문적인 자문은 물론 주민과 행정의 소통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Q 시장님께서는 서울의 변화를 누구보다 주도하는 분이십니다. 시정의 여러 가지 방향이 있지만, 분명 건축은 커다란 축입니다. 눈에 보이는 공공 공간 개선이나 거주 환경 창조, 서울을 상징하는 새로운 공간 등의 시설도 중요한 정책의 하나입니다. 도시 재생은 시장님께서 강조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현재까지 여러 가지 도시 재생의 성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규모와 속도, 효율이 기준이었던 ‘철거형 건설시대’에서 사람과 역사의 흔적을 지키면서 미래 가치를 접목하는 ‘재생형 건축시대’로의 전환은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는 필수 과정이자 세계적 추세다. 도시의 보행, 관광, 경제 지도를 새로 쓸 수 있는 고효율 전략이기도 하다.
서울은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솔루션을 도시 곳곳에 적용해 낡은 주거환경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개선하면서도 시민 삶이 묻어 있는 골목길 하나하나부터 각 지역이 품고 있는 고유한 역사문화자산까지 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성수동, 익선동, 연남동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이 명소화 되면서 사람이 몰리고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쓸모를 다한 과거유산도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미래 자산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철거 직전의 고가 차도를 새로운 시민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서울로 7017’, 석유대신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담아낸 ‘문화비축기지’, 오래된 도시의 삶과 기억을 보존·재생한 국내최초 마을단위 도시재생 사례인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그 대표적이다.
이러한 노력과 결실이 밑바탕이 되어 서울시는 지난해 도시행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도 수상했다. 이 상의 전제가 된 게 ‘시민참여’였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시가 혁신적 시도를 계속하고, 여기에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위대한 성과가 탄생한 것이다.
앞으로도 사람, 마을, 재생이란 키워드는 서울시정의 한가운데에 있을 것이다. 특히, 도시재생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지역에 유보되도록 유도해 지역 환경 개선을 넘어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가는 데 방점을 두겠다.

 

Q 건축사로 작품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지속가능한 도시 성장에 대해 오랜 세월 고민하고 연구한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개인적 배경 때문에 역대 시장님들의 건축 정책에 관심이 많은데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시장님의 도시 건축 정책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합니다.

앞서 언급한 <서울 건축선언>, <도시재생>, <공공건축가 제도>, <마을건축가 제도> 등 취임 이후 서울시가 기존 틀을 파괴하고 시도해온 정책 모두가 지속가능도시로 가기 위한 혁신정책들이다.
특히 도시재생은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단절시켰던 전면철거형 재개발을 대체, 도시와 역사, 시민의 삶의 흔적을 과거와 현재, 미래 세대까지 연결하는 동시에 낙후된 도시환경을 정비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도시, 서울이 지향하는 건축의 방향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시민 삶의 질을 고려하고 도시의 미래를 바라본 다양한 도시 공간 재창조를 시도해 혁신적인 도시 인프라를 만들고 도시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 건축은 필수 요소로 공공건축가가 참여하기도 한다.
예컨대 이제 서울에선 공원을 하나 만들더라도 공원정책에 건축이 접목, 경의선 숲길이나 문화비축기지 같은 입체적 공간을 탄생시킨다.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공공임대주택에도 주목할 만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도로 상부, 교통섬과 같은 공간에 네덜란드의 ‘큐브하우스’나 싱가포르의 ‘인터레이스’와 같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공간을 조성, 부족한 주택공급을 늘리면서 시민의 생활공간까지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런 성과가 가시화되면 ‘기피의 대상’이었던 임대주택이 ‘살고 싶은 주택’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도시 건축에 대한 환경적 접근도 계속된다. 신재생에너지는 늘리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건강한 미래를 물려주겠다. 서울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도시 정원화 조성사업을 지속하고 돈의문박물관 마을에서 시범 추진 중인데, 건물의 외피를 이용한 건물숲 조성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Q 서울시의 공공건축가 제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모험적이고 혁신적이라고 보여 집니다. 저 역시 평소 생각이 있어서 공공건축가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기획이나 프로그램 부분이 여전히 더 보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전문가들의 소통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시정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합니다.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 9년차를 맞는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역량 있는 건축사분들께서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공공건축물 발주방식 개선, 공공건축 기획단계 강화 등 큰 성과를 만들었다.
특히, 가격경쟁 위주의 발주방식에서 탈피, 소규모 공공건축물에까지 디자인경쟁 중심으로 공공건축 발주방식을 혁신해 획일화된 공공건축물 속에 새로운 도시의 표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대표적 예가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공공건축가의 재능 기부가 더해져 완성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간개선’ 사업이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25개구 430개 동주민센터가 주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되면서 동주민센터가 주민 일상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행정의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
그 외에도 어린이집부터 공공도서관, 소방서, 보건소까지 평범한 동네 어귀의 일상생활 속 건물들에 공공건축가의 창의적 발상과 시민들의 관심이 더해져 지역과 삶의 풍경을 담는 장소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또, 과거 공공건축은 발주와 공사, 개관에 급급해 촉박한 일정에 쫓겨 제대로 된 사전기획 없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울시가 사전기획 단계에서 공공건축가의 단계별 자문을 의무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공공건축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공공건축가와 지역밀착형 민간전문가가 결합한 ‘마을건축가’ 제도로 우리 동네, 우리 마을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마을건축가는 주민과 함께 우리 동네를 개선할 밑그림을 기획, 제안하는 생활밀착형 공공건축가, 공공건축가 2.0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유휴부지 활용이나 건축적 아이디어는 흥미롭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이나 파리의 리브고슈처럼 철도 부지위의 아파트 등은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또한 노후 단독 주택가들의 개선 방향도 도시재생의 사례로 언급할 만합니다. 다만 이런 지역들은 현행법상 충돌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도시 노후 주거지 뉴타운 전략은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노후 주거지의 개선은 중요합니다. 다만 현행법상 일조권 사선제한과 주차장 문제가 발목을 잡는데요.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안이 무엇인지요?

주택 공급과 노후주거지 개선은 ‘시민 주거권’을 주택정책의 최우선에 둔 서울시의 핵심과제다. 철도부지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한 공공주택 공급 방안 역시 시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주거를 보장하기 위해 돌아보기, 둘러보기, 내다보기를 통한 정확한 검증과 예측을 거쳐 내놓은 대안이다. 현행법인 ‘공공주택 특별법’에 근거해 법적 충돌 없이 충분히 건설 가능하다.
노후단독주택가의 주거환경 개선방안으로 제시한 장기간 방치된 빈집에 대한 매입·활용 정책 역시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지역의 낙후된 생활환경과 도시미관을 개선, 범죄 위협을 줄이고 청년층 유입으로 지역 활력까지 도모할 수 있는 일석 삼조의 정책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400호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1,000호의 빈집을 매입,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등 4000호를 공급하는 동시에 청년중심 창업 공간, 생활SOC를 확충해 지역 활력을 회복할 것이다.
더불어 집수리사업, 가꿈주택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주거환경 개선을 넘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유도해 갈 것이다. 다만 지적하신 대로 일조권 사선제한 완화는 삶의 질에 끼치는 영향이 크므로 사업 착수 전부터 신중히 접근하겠다.
주거지 현안인 주차장 문제 역시 빈집, 국공유지 등 유휴부지 활용, 학교·공원 등 공공시설 복합화 방식을 활용해 주차장을 양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나눔카 등 공유 전략을 통해 주차장 문제를 근본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Q 각종 기관이나 시설들의 강남 편중은 여러 분야에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서울시 산하 기관이나 문화 시설들의 강북 등 소외 지역에 의도적 배분을 하는 것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공공기관 이전 추진단(TF)’을 구성, 도시계획 분야 등 전문가들과 함께 시유지, 구유지, 자치구 추천 부지 등을 대상으로 이전 가능한 부지를 종합적으로 조사·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본청, 산하기관 총 53개소 중에 동북권에 위치한 기관이 ▲ 북서울미술관(노원구) ▲ 서울시립과학관(노원구) ▲ 삼각산시민청(도봉구) 3개뿐이다. 과거 70년대에 이뤄진 강남집중 개발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작년 삼양동 옥탑방 한 달 생활을 통해 뭔가 획기적이고 종합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다시 한 번 절실히 체감, 강북 우선 투자라는 해법을 도출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서울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새로운 균형발전정책 패러다임에 해당한다.
그 중 하나가 공공기관 이전이다. 강북 지역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고, 그 효과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관을 선정해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전 부지는 기관의 규모, 특성, 이전효과와 지역사업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발표할 예정이다.

 

Q 시장님의 미세먼지 대책을 보면 건축 공간 개선사업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견에서는 공덕 사거리의 백범로 같은 도로의 지하하와 지상 공원화가 대안으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강북 강변도로의 공원화라든지, 동부고속화 도로의 공원화 등 이런 전향적 정책을 추진하실 의향은 있으신지요? 사실 시애틀의 빌게이츠 재단이 건축한 올림픽 조각 공원 같은 사례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공간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도심 속 오아시스다. 특히 서울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선 잘만 활용하면 시민 삶에 보탬이 되는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도심 속 녹색 공간 등 친환경공간에 대한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 기존 도로는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친환경공간을 조성하는 도로의 입체화는 서울시 뿐 아니라 세계 도시가 시도하는 도시 건축 혁신 중 하나다.
뉴욕의 로우라인 랩(Low Line Lab),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 (Underground City), 캐나다 토론토의 패스(Path) 등도 세계 유수의 도시들은 지하공간을 활용해 글로벌 도시로서 골격을 유지하면서 도시의 다양한 수요를 채워가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국회대로 지하화 및 상부 공원화사업’,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및 상부 공원환 사업’,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및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민선7기 서울시정 4개년계획에 담았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에도 시민 보행권을 확대하고 침체됐던 지하보도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지하 공간 혁신방안이 포함돼 있다. 광화문∼시청∼을지로∼동대문에 이르는 4km를 단절 없는 지하 보행 네트워크로 완성하는 내용이다.

 

Q 마지막으로 도시 경관을 바라보는 건축사의 입장에서, 유니폼을 입은 획일화된 단지형 아파트의 모습에서 후손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더욱이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부여해서 수조원의 가치를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에 공공역할이 더욱 가미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공 지분이 존재하는 것이라, 이런 경우는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설계 및 진행을 주도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시장님의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도시의 다양성과 공공성은 선진도시의 바로미터로 얘기될 정도로 도시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취임 이후 줄곧 시가 가진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활용해 성냥갑 아파트처럼 똑같은 모양, 높이의 아파트 일색 도시를 다양성과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도시로 변모시켜 왔다. 도시의 골격을 살리는 도시재생, 도시의 표정을 다양하게 설계하는 ‘공공건축가’ 제도 등을 도입해 아파트로 획일화된 시민 삶의 풍경을 바꿔왔다.
주거권이라는 ‘시민,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공주택 혁신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 혁신엔 단순히 주택의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주택의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시민 삶과 직결된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해 주거의 질, 삶의 질을 높이는 질적 혁신이 포함돼 있다. 어린이집, 창업시설 등 지역주민편의나 미래혁신시설 등을 필수적으로 구축하고, 도로 위 주택과 같이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적 건축과 실험적 시도를 통해 하나를 짓더라도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개발의 공공성을 담보해 나갈 것이다.
이미 제 임기 중 13만호라는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했고, 현재 24만호를 추가 공급 중이다. 거기에 더해 8만호 공공주택을 이러한 혁신적 방식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양적 질적 변화가 다양한 도시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대담 편집국장, 글·사진 장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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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_ 해나 하우스 압축된 시간을 넘어서는 풍경의 구축

Architectural criticism _ HANNAH HAUS Building scenery beyond compressed time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이 열주처럼 주황색 지붕을 뚫고 내려가 있다. 날카롭게 대비되는 광경이 눈에 스쳐 지나가고 계속 보다보면 마치 그 집안에서 자라난 기둥들인 듯 자연스럽기 까지 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해나 하우스의 첫 인상은 이렇게 매우 강렬하고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리모델링 설계는 매우 어렵다. 더군다나 리모델링 설계와 증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는 더욱 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해나 하우스는 이런 어려움들을 어떤 건축적 해법으로 풀어 나갔을까? 궁금증이 커지면서 다시금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 건물이다.
본 건물을 설계한 신문균 건축사는 설계 노트에서 37년의 시간적 간극을 이야기 한다. 그 것은 이 프로젝트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키포인트이다. 결국은 오랫동안 축적된 시간의 켜가 형성시켜 놓은 건축의 옛 조직과 새롭게 만드는 조직의 관계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것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여 진다.
또한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효용과 가치에 있어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리모델링과 증축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목표인데 이는 건폐율과 용적률을 비롯한 여러 지표들로 증명해야 하고 경제성으로 입증해야 한다. 상업적으로도 이용되는 부분에 있어서 최대한 편의가 고려되어야 하고 이는 앞서 얘기한 37년의 시간적 간극과 더불어 설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조건이자 모티브였을 것이다.
주황색 지붕을 머리에 인 단아한 건물은 지난 10년간 건축주의 일상을 담아오던 그릇이었다. 이 안에는 많은 기억과 추억들이 있고 계속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감정들의 물리적 배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건물은 낡고 기능적으로 저하되기 시작하고 새롭게 요구되는 지점들이 생겨나고 결국은 이 건물을 부수고 새로 신축해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의 끝에서 오래된 건물은 살아남아 새롭게 만들어진 건물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보통 근린생활시설 건물을 도심지에 짓다 보면 대부분 뻔한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프로그램적 한계와 예산의 제한 등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너무나 많다. 해나 하우스는 이런 상황속에서도 연와조로 된 옛 건물을 그대로 살리면서 37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을 새롭게 도입한 건축적 풍경 속에서 압축적으로 해결해 낸다. 단순히 옛 것과 새것의 조화로움을 넘어서서 압도적인 힘을 분출시키고 도시의 새로운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근생건물에서 벗어나 다른 유형의 미학적 가치를 제시한다고 보여진다.
동선적으로는 코너에서 들어가는 계단공간이 흥미롭다. 옛 건물의 반대편에 노출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중정형태의 계단은 방문자와 거주자 모두에게 멋들어진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햇빛과 바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골목길에서도 개방감을 가질 수 있기에 공공적인 측면도 강화된다고 보여진다. 임대공간까지는 분리된 동선으로 진입이 가능하고 옛 건물에도 임대 공간이 있어서 다양한 공간적 층위가 확보되어 선택의 폭이 넓다. 4층 위에는 야외 테라스가 위치해 있어서 탁 트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이는 위의 2개층으로 된 매스와 분리시켜주는 역할도 하는데 상부의 형태는 골드문트사의 아폴로지 스피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지하2층에 지상6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면서 동선적인 단조로움 없이 조직되어지고 저층부의 옛 건물 및 주황색 지붕과 상층부의 새로운 콘크리트 박스의 만남을 중간 보이드 공간을 통해 중화시키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아마도 이 부분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게 구조적 해법이다. 연와조의 옛 건물은 여러모로 구조적 취약성을 띠고 있었을 것이고, 이는 내부의 보강이나 보수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주황색 기와지붕을 뚫고 올라가는 콘크리트 열주의 모습을 보면 쉽지 않았을 시공과정이 상상이 된다. 노출콘크리트로 정갈하게 만들어진 사각의 기둥들은 정연한 질서를 띠면서 입면에 그리드를 만든다. 이런 구조적인 명확성은 안정감과 더불어 아름답게 다듬어진 기둥 사이 공간의 보이드를 주변 길들에 선사해 주게 된다. 감추지 않고 구축하는 방법론을 명쾌하게 드러냄으로 인해 건축사가 의도한 37년의 시간적 간극을 좁히는 가장 압축적인 해법이 가능하게 되었다.
25미터의 거대한 건물 매스는 이렇게 구옥의 형태와 의미를 감싸 안으면서 구옥 자체를 구조적 기단으로 보고 그 곳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기둥들의 절제된 질서를 일정한 체계의 분절로 리듬감을 주고 나누면서 구옥과의 조화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 조직과의 어울림 또한 고려했다.
해나 하우스의 주재료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원래 옛 건물인 구옥의 벽돌과 주황색 기와 지붕이고, 둘째는 증축하는 새로운 부분에 쓰인 노출 콘크리트이다.
약간 붉은 빛이 도는 벽돌과 주황색 기와 지붕이 만들어내는 주된 분위기는 새롭게 형성되는 부분의 재료 선택에 있어서 많은 고민거리가 되었을 거라고 보여진다. 더군다나 구옥을 감싸고 구조적으로 하나의 개체로 풀어나가는 방법론에 있어서 이를 어떻게 대비시키고 조화시켜야 하는지는 선택하고 결론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출콘크리트를 적용하는 재료적 해법은 좋은 대안이었다고 보여진다. 노출콘크리트가 가지는 중성적 재질감과 날 것 그대로의 즉물성은 거칠면서도 구옥의 벽돌과 주황색 지붕과 어우러지면서 의외로 따뜻한 대비를 이루게 한다. 처음에 약간은 충격적으로 보이던 두 건물의 대립은 순간 다음 단계인 37년의 시간적 간극이 압축된 정연한 질서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그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오래된 동네인 서래마을에는 기존 도시 조직이 가지는 의미들이 많다. 이를 옛 것이라 치부하며 무시하지 않고 다시금 보듬어 안고 재해석하는 해나 하우스의 미덕은 지금 근생건물이라는 유형적 한계에 갇혀 있는 많은 건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더불어 37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서 더 오랜 시간 해나 가족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며 그들의 일상을 담아갈 것이라 기대해 마지 않는다.

글. 신호섭 SHIN, Hosoub (주)건축사사무소 신 · 건축사

신호섭 (주)건축사사무소 신 · 건축사

신호섭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나와 프랑스 마른 라 발레 건축학교에서 프랑스국가공인 건축사(DPLG)를 받고 한국에서 건축사(KIRA)를 취득하였다. 프랑스 파리와 한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실무를 쌓았고 2010년 건축사사무소신 SHIN architects를 설립하여 흥미로운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근작으로 창2동 청소년누리터 위드, 네오플 제주도 신사옥 네오마루, 도토리소풍 제주원 어린이집 등이 있다.
hosoub@shinarchitec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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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부지를 공공적 광장으로, 브랜트 커뮤니케이션의 장 _ 긴자 소니 파크

Public-Placemaking based on Private-Sector Land, as a Place for Brand Communication _ Ginza Sony Park

도쿄 긴자에 있던 예전 소니 빌딩의 자리에 「공원」이 오픈하였다. 1966년부터 반세기에 걸쳐서 긴자의 주요 랜드마크 중의 하나였던 소니(Sony) 빌딩을 2017년 3월 폐관하고, 상부를 해체하여 2018년 8월에 새로운 「공원」으로 변화하였다. 벤치와 의자를 설치하고 있으며, 테이크아웃식의 음식점이 다수 개점하여 휴게와 만남의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소니는 새로운 스타일의 쇼룸으로서, 브랜드 가치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소니빌딩은 8층 건물의 쇼룸이 있었으나, 이번에 새롭게 오픈한 「Ginza Sony Park」는 지상부의 공원과 함께 지하4층으로 지하로 열린 공공적 공간이다. 기존의 빌딩골조와 벽타일은 가능한 한 활용하되, 새로운 기능과 접목하여 오픈된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긴자주변은 펜실빌딩(Pencil Building)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높은 지가와 함께 세장형 빌딩이 많고, 공원이 부족한 지역적 과제를 지니고 있었고, 소니사는 지상만이 아니라 지하를 포함한 입체공원이라는 컨셉으로 리뉴얼을 실시하여, 지역에 열린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남의 장소로서, 그리고 쇼핑 도중에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활용되도록 재생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에 존재하였던 수보다 많은 화장실을 설치하여, 휴게를 위한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 곳은 긴자의 스키야바시(数寄屋橋)교차점에 면해, JR유락쵸(有楽町)역에 가깝고, 지하로는 도쿄 지하철 매트로의 긴자(銀座)역과 서쪽지구 긴자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되어 있는 주요 교통요충지 중에 하나로서,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 지상부를 오픈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이고 집객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 구입 가능한 식재를 통한 풍경이 변화하는 지상공원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비어 스탠드(beer stand), 카페, 편의점 등이 지상 공원에 위치하고 있고, 이들의 점포에서 판매하는 드링크와 요리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설 내 벤치와 의자에서 자유롭게 시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지상부의 광장에는 일본의 유명한 식물채집가(Plant Hunter)인 니시하타 세이준(西畠清順)씨가 세계각지에서 모은 다양한 식물을 배치하고 있어,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들 식재들은 누구나 구입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이를 통해 식재 종류가 변화됨으로써 공원의 표정을 계속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또한 긴자파크의 특징이다(사진 1).

 

■ 무료체험 이벤트공간을 통한 브랜드이미지 메이킹

오픈된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하는 한편, 기존의 소니 빌딩에서 해왔던 상품을 선전하는 역할을 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종래형 쇼룸과는 달리, 브랜드의 이미지를 선전하는 형태로 상품을 전시하고 있다(사진 2). 예를 들면, 서쪽 긴자 지하주차장과 연결되는 지하 3층에는 드라이브 시뮬레이션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Gran Turismo Sport)」 이외에, 소니사의 휴대용 프로젝터 「Xperia Touch」를 이용하여 테이블에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 등 옛 시절 자주하던 게임을 투영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이벤트들의 대부분이 소니 상품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으며,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사진 3).
2022년 가을에 새로운 신 소니빌딩을 오픈할 예정이지만,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이 공간을 이러한 공원 및 이벤트광장 공간으로 잠정적으로 활용해 나갈 방침이다. 이 빌딩자리는 2016년의 공시지가로 1㎡당 3,470만엔으로 야마노(山野)약품긴자본점의 4,010엔에 이어 일본에서 2번째로 고가의 토지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약 245억원(부지면적 707㎡)의 토지를 도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약 2년간 오픈된 광장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기획 면에서는 상당히 획기적이라 볼 수 있다. 2020년에 개최될 예정인 도쿄올림픽에서는 도쿄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될 것이고 약 2,000만명의 해외방문객이 예상되고 있으며 올림픽 회장에서 제일 가까운 번화가인 긴자의 중심지에 입지하고 있는 소니 또한 자사의 제품을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주요 찬스라고 보고 있으며, 이러한 민간부지의 공공적 광장으로 활용함으로써, 브랜드의 이미지를 변화/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진 1> 긴자소니파크 지상공원 전경 / 사진 송준환

사진 2> 진입부 및 지하 1층 전경 / 사진 송준환

사진 3> 지하 주차장 연결부에 위치한 Gran Turismo Sports 및 휴대용 프로젝터 게임장 전경 / 사진 송준환

■ 브랜드 커뮤니티케이션의 장으로서 공원화

긴자 소니 파크는 브랜드의 발신 거점으로써, 상품을 전시하는 일반적인 쇼룸과는 달리, 체험을 통해 즐기면서 소니라는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 발신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예전부터 존재하던 소비 빌딩의 오래된 벽체와 계단 및 타일 등은 남겨두고 리노베이션 함으로써, 과거와 오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모두의 놀이의 장으로서 재생을 실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8년 9월 24일까지 기간한정으로 설치한 롤라 스케이트장은 예전의 소니의 대표적 상품인 「워크맨(Walkman)」을 들으면서 젊은이들이 즐겨 타던 롤러스케이트 장을 재현한 것으로, 액티비티를 통해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 4).

사진 4> 지하상가와의 연결부 및 기간한정 롤러스케이트장 전경 / 사진 송준환

이렇듯, 소니가 공원의 형태를 도입하고, 기존의 소니빌딩을 리뉴얼한 배경에는 가전메이커의 쇼룸에 대한 생각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상품의 구체적인 정보는 인터넷을 검색을 하면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가전 상가에 가면 다수의 메이커 상품을 비교하면서 상품구매를 판단할 수도 있다. 1개의 상품만을 전시하고 있는 쇼룸에 소비자가 매력을 느끼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러한 소니 긴자 파크에서는 상품전시를 위한 쇼룸에서 브랜드 발신거점으로서의 역할변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 있어서는 도쿄에서 제일 비싸다고 할 수 있는 이곳 (구)소니빌딩 자리에서의 소비자의 편의성을 중시한 공원 접목형 메이커의 쇼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글. 송준환 Song, Junhwan 야마구치 국립대학 공학부 조교수

송준환 야마구치 국립대학 공학부 조교수

2013년 일본도쿄대학대학원 박사과정수료. 환경학박사.
도쿄대대학원연구원(JSPS)을 거쳐, 2015년부터 주식회사 니기와이우베(마치즈쿠리 회사) 이사와 YCCU 대표를 맡고 있다. 도시재생과 에리어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연구 및 실천활동에 종사 중이다.
song@yamaguchi-u.a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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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古의 신비와 개발의 상처가 공존하는 그 곳, 濟州

Jeju, where ancient mysteries and development scars coexist

그 동안 우리의 관념 속에는 전 국토를 국민 삶의 터전화하여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개발지상주의가 지향했던 부의 축적이 상당히 이루어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부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현재도 상대적 빈곤감을 떨쳐내기 위해 그것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그 부의 축적 수단이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우리의 수려한 환경을 인질로 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낱낱이 파헤쳐진 산하를 바라보면서 어쩌면 개발이라는 명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우리 건축사일 수도 있음을 생각 할 때 과연 ‘우리는, 나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개발이 이뤄지는 현장에는 필연적으로 우리 건축사의 활약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리라.
오늘도 우리는 개발을 위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더디게 가는 美學을 자각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였음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타의에 의한 무모한 개발의 일방적인 주문을 과감히 떨쳐내지 못하고, 창작 의도와 자연·환경을 적절히 조절하는 의견이 무시되는 현실과 불가피하게 타협하게 되는 우리 건축사의 현실에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나라의 남쪽 끝 제주도의 풍광 몇 군데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주 역시 수많은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음을 볼 때, 이 개발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태고의 신비와 아름다운 풍광이 존재하는 제주도가 개발에 의한 몸살에서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바란다.

 

1100고지의 雪景
인근의 람사르 숲지 안에서 바라본 1100고지 휴게소의 전경이다. 영하의 눈발이 빗발치는 날씨에 마치 어머니의 품속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심리적 대피소 역할과 눈 덮인 아름다운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는 亭子역할을 하고 있다.

 

섭지코지에서 바라 본 성산 日出峰
섭지코지는 드나드는 땅 끝의 조그마한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제주의 동쪽 끝에 위치하는 작은 반도처럼 연결된 곳이다. 멀리 보이는 성산 일출봉 역시 제주의 땅 끝인데 넓디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보이는 전경이 유채꽃과 어우러져 있다. 다만 끝자락에 보이는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구조물 하나가 시야를 가려 성산일출봉의 아름다운 자태의 진면목을 퇴색시켜 ‘굳이 그 자리에 독보적인 인공물을 구축해야 했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우러짐의 美學
눈 온 뒤 농가마당의 한적함에서 마치 추사선생의 세한도를 보는듯한 유유자적을 느낄 수 있고 제주사람들의 서정적 삶이 배어있어서 정겹게 느껴진다. 또한 눈 쌓인 골목길에 접어들어 대문을 열면 어머니의 맛있는 된장찌개 냄새가 느껴질 듯 골목에 정감이 가득하다. 옹기종기 붙어 있는 초가지붕에서 이웃 간 서로 소통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듯한 정겨운 풍광을 담고 있는 성읍민속마을은 방문할 때마다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돌하르방의 群像
제주 돌 문화공원 안의 돌하르방의 무리가 함박눈 속에 꿋꿋하게 무리를 이루는 가운데 마치 수묵화의 한 장면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주변의 오백장군 군상과 함께 제주의 돌 문화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제주의 명물로 급부상하고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광치기해변의 청태의 수려함
광치기해변은 물때가 간조 時에 드러나는 해변의 바위에 붙어있던 청태가 드러나면서 멀리보이는 아름다운 현수곡선의 해변과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녹색조류의 조화가 신비감을 연출하는 곳이다. 그리 멀지 않은 최근에 사진가들이 즐겨 찾고 있어 제주의 명소로 급부상했으며, 섭지코지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을 가리고 있는 콘크리트 인공구조물이 없어 자연의 순수한 풍광이 더욱 돋보이는 곳이다,

 

오설록 녹차밭
서귀포 안덕면에 위치한 약 495,000제곱미터 규모의 대규모 녹차 밭으로 전국 녹차 생산량의 약 24%를 점하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차밭의 고랑이 반복되어 텍스쳐의 미와 태양의 입사각도에 따라 반짝이는 찻잎의 아름답고도 다양한 향연을 연출하는 제주의 미를 잘 간직하고 있으며, 녹차밭을 전경으로 배후에 한라산을 닮은 외관의 항공우주 박물관이 녹차 밭과 잘 어울린다. 개발과 환경의 조절이 적절히 이루어진 제주의 명소로 꼽히고 있다.

 

제주도립 미술관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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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의 공존, 중림동 중리단길

Coexistence with the past, Jungnim-dong, Jungnidan-gil

아직 추위가 곁에 있지만, 멀리서 봄기운이 다가옴을 느끼는 시기. 찬바람에 여몄던 옷깃을 풀고 살랑살랑 봄 기운을 느껴보세요. 길을 벗 삼아 거니는 즐거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대한건축사협회 학생기자단이 서울의 ‘중리단길’을 찾아갔습니다.

중림동
서울시 중구 만리동2가 일대(면적 : 0.48㎢, 인구 : 1만 2832명(2008))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조세희)』의 배경이 되었던 성 요셉아파트

중림동은 서울역과 충청로역 사이의 작은 동네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설 ‘난쟁이를 쏘아올린 공’ 행복동의 배경이 된 곳이다. 지금의 중림동은 소설의 배경이 됐던 시대보다 개발이 된 모습이며, 서울로 7017의 끝자락으로 이어진 동네 중 하나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다. 요새 핫한 동네의 길에 ‘∼리단길’을 붙이는 추세에 따라, 중림동에도 중리단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중림동에는 여전히 세월의 흔적은 많이 남아있어 옛날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중림동의 매력을 물신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장소를 보려고 한다.

 

도시를 연결하는 사람길 ‘서울로 7017’ _ 서울 중구 청파로 432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로 (사진 _ 서울로7017 홈페이지)

서울로7017프로젝트는 서울역 고가도로를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생하고, 단절된 서울역 일대를 통합 재생하여 지역 활성화와 도심 활력 확산에 기여하는 사람중심 도시재생프로젝트다. 공모전을 통해 당선이 되어 서울수목원라는 컨셉을 가지고 설계가 됐다. 서울로는 단순히 기념물로서가 아니라 동네에서 다른 동네로 돌아서가는 과정으로서 공간을 강조하고자 했다. 단순히 광장이나 공원이 아닌 그 사이에 광장이면서 공원인 공간을 조성하고 이 공간에는 서울에 존재하는 다양한 식재들이 화분형식으로 교량 위에 심어지게 했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서울로는 퇴계로, 남대문시장, 화현동, 숭례문, 한양도성, 대우재단, 호텔마누, 세종대로, 지하철, 버스환승센터, 서울역광장, 공항터미널, 청파동, 만리동, 손기정공원, 중림동, 서소문공원 총 17개의 동네로 걸어다닐 수 있다. 그리하여 각 지역의 특성들을 고려하여 역사문화자원들을 되살리는 지역활성화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서울로라는 공간에는 정원관리 도서관, 장미카페, 장미무대, 인형극장, 호기심화분, 전망카페, 벤치화분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즐비해 통행로 자체를 걷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림동 일대, 서울로와 연계되는 역사문화거점과 탐방로

서울로와 연계되는 주요 장소들

 

순교의 아픔을 간직한 곳, 약현성당 _ 서울 중구 청파로 447-1

약현성당에서 바라본 서소문 자리

아직은 이 마을의 개발보다는, 사이사이 숨어 있는 몇 개의 공간들이 더 와닿는다. 그 중 약현성당은 약초가 많아 붙여진 이름인 약현(藥峴)에 세워진 성당이다. 조선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라고 하지만, 최초란 타이틀은 후에 붙여진 것일 뿐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선적으로 봐야할 것은 서소문 순교성지다. 천주교가 박해당할 당시, 천주교 신자들은 탄압에 의해 처참히 죽어나갔고 이 순교 성지가 잘 보이는 곳에 작은 성당이 지어졌다.
이후 한국 성당 건축에 큰 영향을 준 이 성당의 규모는 다른 성당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한 바퀴를 돌아도 금새 입구가 다시 나타난다. 대부분의 성당에서는 부지의 입구를 따라 올라가면 정문이 있는것에 비해 이 성당은 뒤돌아가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이 길은 후에 성당 주위 환경이 뒤바뀜에 따라 다시 조성된것 이지만, 성당의 앞에 마당이 있는 것이 아닌, 급경사를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아하다.

약현성당 내부 의자와 스테인드글라스

약현성당의 정면은 서소문 순교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 말은 이 성당이 추후 산 자들을 위해 지어졌다기보다는, 탄압에 의해 죽음을 맞았던 죽은자들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들린다.
내부로 들어가 보자. 내부는 생각보다도 더 작고 아늑하다. 서양의 성당처럼 화려하거나 경외롭지는 않지만, 긴 회랑을 가지고 있으며 스탠딩글라스와 성경을 조각해 좋은 조각들도 긴 벽을 장식한 것이 성스럽다. 성당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작고 낮아서 많은 채광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때문에 매우 엄숙하고 경건하다. 가끔씩 기도를 하러 오는 신자들을 제외하고는 조용했다.
이 곳 약현성당 기념성당에서는 그 규모와 보존가치 때문인지 이제는 기념미사 위주로만 진행된다. 결혼과 장례 등 특별한 미사를 제외하면 바로 옆에 있는 본당에서 진행하게 된다.
건축에서 종교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 건물에서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는 바로 옆에 있는 기념관에서 관람 할 수 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가볼 만 하다.
종교와 역사 그리고 정치적 관계 하에서 파생하게 된 건축에 대해서, 그것도 조선땅에 서구식 건물을 지을 생각이라니.
서울역과 중림동을 지난다면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언덕 너머 보이는 조선의 역사, ‘서소문역사공원’ _ 서울 중구 칠패로 5 서소문공원

약현성당에서 길을 내려오다 보면 새로이 단장을 마쳐 시민에게 개방을 앞둔 ‘서소문역사문화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소문역사문화공원은 서소문 밖 네거리라고도 불린다.
서소문은 현재 소실되었으며 조선 역사에서 서민들이 주로 드나드는 문이었고, 주로 사형터로 이용됐다. 당시의 민란 등을 일으킨 자들, 또는 병인박해, 신유박해 등의 천주교 박해 사건 당시에 많은 천주교인들이 이곳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희생된 순교자들을 본받아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984년 서소문역사공원 안에 현양탑을 세웠으며, 1997년에 공원을 새로 단장하면서 기존의 탑을 헐고 새로운 현양탑을 세웠다. 천주교 측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소문역사공원을 순교자들의 성지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자 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서소문역사공원 조성사업은 조선후기의 역사성을 기록하자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그에 따라 특정 종교가 국유지를 점유하여 ‘성지화’ 한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존재해 왔다. 마찬가지로, 조선시대 초부터 종교적 사건 뿐 아니라, 국가적 사건에 대한 처형이 이뤄진 역사적 사건이 중첩된다는 특성 또한 고려해야하기에 특정 종교의 의미만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아왔다. 이러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서소문역사공원에는 지상에는 역사공원, 지하에는 순교자 추모관 등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종교적 독점화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서소문역사공원은 서울시에서 소개하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의 일부로 선정됐다. 중구청에 따르면,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서울 곳곳에 남아 있는 순교성지와 천주교 관련 사적지를 연결한 도보 코스이다. 서소문뿐 아니라 절두산, 광희문, 명동성당과 약현성당, 가회동 성당 등을 잇는 구간으로 말씀의 길·생명의 길·일치의 길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로써 서울로 7017, 중리단길 등과 연계되어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아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구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종교 단체의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지만, 서소문역사공원의 역사는 천주교가 자리 잡기 훨씬 전부터 켜켜이 쌓여 왔다. 올해까지 이어지는 서소문역사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종교 뿐 아니라 역사·문화적 측면에서도 지역의 중심 명소로서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인식될 수 있길 바래본다.

현재 공사 진행중인 서소문 역사공원의 모습

서소문역사공원의 대표적 기념비인 현영탑이 보이는 모습

 

중림동의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염천교 수제화거리’ _ 서울 중구 의주로2가 일대

서울역 주변의 높은 현대 고층건물들 사이의 염천교 건너편으로 시간여행을 한 듯 옛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가 있다. 이 거리는 엄천교 수제화 거리로, 우리나라 최초의 수제화 거리다
1925년 경성역 건립과 함께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역사는 시작되었고, 그 후 지금까지 수제화 장인들과 함께 처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성역의 건립으로 유동인구와 상경 인구가 늘고, 주변상권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광복 후엔 미군들의 군화를 이용해 국군 군화 및 다양한 구두로 재탄생 시켰으며, 그를 통해 사업을 화장시키기 시작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구두는 꼭 하나는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었기에 수제화 거리는 전성기 시절을 맞이하여 유행과 패션을 선도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대형 제화업체와 값싼 중국제품의 등장, 수제화에 대한 인식 감소로 인해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구두를 찾는 사람도, 수제화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주는 상황일 뿐더러 옛 건물인 만큼 건물 안정등급조차 매우 낮아 장인들의 작업환경이 열악한 실정이다. 하지만 재개발 문제가 제기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따로 건물보수나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도 불구하고 염천교 수제화거리의 역사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지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는 서울로 7017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염천교 수제화 거리를 활성화하고 홍보하는 활동이 있다. 또한 중구보건소와 함께 국민대학교에서는 이 지역 구두장인들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장인들은 이를 통해 ‘협업’, ‘소통’의 자세를 배우고 있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 직접 가보면 낡고 오래된 상점들이 줄줄이 있고, 1층엔 상점들이, 윗층엔 신발 공장들이 있었다. 상점들 밖에는 구두 경력 30∼40년이 넘는 상인들과 숙련된 장인들이 정성들여 만든 여러 종류의 수제화들이 놓여있었다. 단정하고 묵직한 느낌의 남성구두화, 곱게 수놓은 여성단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브릿지 댄스화, 골프화 등산화 등 아주 다양하고 예쁜 신발들을 볼 수 있었다. 상점 안에는 구두와 세월을 함께한 장인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제화 거리의 간판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염천교의 오래된 간판은 아크릴류와 비닐계통의 시트지를 주로 사용한 아날로그 방식과, 수제방식으로 제작된 간판들로 수제화의 감성과 딱 어울린다. ‘굳이어 제화’ , ’무도화’, ‘가르방’, ‘싸롱화’ 등의 옛날간판이 복고풍 서체로 적혀있었다.
수제화거리를 걷다보면 줄선 상점들 한 가운데 카페가 있다. 카페 문의 간판과 외관은 이 수제화 거리에 녹아들어 자연스러웠다. 옛날 다방 느낌을 풍기는 이 카페에선 맛있는 프랑스 디저트를 맛 볼 수 있다. 카페 내부는 복층구조로 되어있고 통로가 좁다. 벽지색, 가구, 찻잔 등 곳곳에서 빈티지함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역의 고층건물들로 둘러싼 복잡하고 시끄러운 거리에서 벗어나 고요함과 옛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가까운 염천교 수제화거리를 들려보는 건 어떨까.
또 기회가 된다면 나만의 특별한 구두 한 켤레 제작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염천교 수제화거리

 

우리가 생각하는 중림동은요?

현재 중림동은 한창 개발 중으로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바다. 하지만 중림동의 도시재생이 진행되는 만큼 그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벌써부터 월세 인상은 물론, 새로운 임대인을 찾는 현수막이 보인다. 그 동네만의 맛집도 이러한 문제로 인해 프렌차이즈로 바뀐다. 길이 뜨면 동네가 유명해지는 만큼 기존 상인들은 터를 뺏긴다. 중림동을 오래 지켜왔던 상인들에겐 중리단길이라고 칭하는 게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해 지역색이 흐려지게 된다면 중림동 재생사업의 의미는 어디에 둬야 하는 걸까. 한창 핫했던 경리단길은 이러한 ‘∼리단길’에 따라오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현재는 길에서 한산함이 느껴진다. 중림동의 중리단길마저 이러한 길로 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옛날과 현재가 공존하는 중림동의 특색을 잃지 않고 발전되길 기대한다.

글. 김세빈(Kim, Sebin _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박수진(Park, Sujin _ 인천대학교 도시건축학부),
박가연(Park, Gayeon _전남대학교 건축학과), 박우승(Park, Wooseung, 한국교통대학교 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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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르츠 _ 진솔하고 소박한 인생의 아름다움, 그리고 건축이야기

Life Fruit _ The beauty of honest and simple life, and the story of architecture

이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 떠오른 것은 최근 드라마로 화제를 일으킨 스카이캐슬이었다. 스카이캐슬이 성공과 돈이라는 욕망의 결정체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사람들을 풍자한 드라마라면, 인생 후르츠는 잔잔하게 삶과 인생에 대한 진지함으로 풀어나간 다큐였다. 다큐와 드라마라는 대조적 구성처럼 느끼는 감정 또한 이질적이다. 건축이라는 직업은 매우 감정 기복이 심한 업종이다. 일반인들은 건축이라고 하면 건설을 생각하지만, 건축의 본업에서 생계를 이끌어 내는 사람들은 건축은 건축 설계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건축 설계는 단순히 아름다운 시각적 요소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그냥 그림이 아니라 그 안에 많은 생각과 철학이 담겨야 한다. 인생 후르츠의 주인공 할아버지는 90세의 고령이지만, 건축 설계를 하던 사람이다. 우리로 치면 LH쯤 되는 주택영단에서 평생을 일하고 은퇴한 연금 생활자다.
일본은 오래전에 국영조직인 주택 영단이 해체되어 없지만, 전후 복구를 위한 주택 건축 조직으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의 LH, 이전엔 주택공사의 경우 바로 일본의 주택 영단을 벤치 마킹한 조직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의 주택 영단은 직접 건축 계획과 설계를 주도해서 진행했다는 점이다. 전문가 집단이다. 물론 우리도 주택공사 시절 적극적으로 새로운 도시를 위한 건축 계획과 설계를 했었다. 그래서 시설이나 공사마감이 거칠지만 새로운 도시에 대한 연구가 많았고, 실제 많은 건축으로 지어졌다. 과천과 광명에 타운하우스 타입의 연립주택이 지어졌었고, 상계동엔 공중 정원이 있는 아파트단지를 만들기도 했다. 부산엔 요즘 말하는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 단지도 연구했다.
사실 이런 노력들이 지속되어야 하는데, 주택공사에서 LH로 규모가 커지면서 과거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업으로 주택을 바라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마치 민간 시행사 같은 사업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아쉽다. 이런 문제는 이 다큐에서도 나타난다. 5천명이 죽은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고지대의 뉴타운. 시즈쿠의 청년 시절 건축을 대하는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다큐에서 다루고 있는 시즈쿠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에피소드는 그냥 에피소드가 아니었고, 그의 인생 철학이었다. 건축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고 희망하는 것이라고 할까?
그의 지인이 말한 에피소드는 갑자기 출근하지 않고, 몇 날 며칠을 연락 두절인 상태에서 죽어라고 마스터 플랜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작업은 그에게 있어서 일생일대의 기회였고, 도전이었던 것 같다.
자연의 지형을 유지하고, 그 안에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 자연과 호흡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을 보면서 여행 중 만났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개발을 거부한 카멜바이더시 Carmel By The Sea 라는 도시가 떠올랐다. 유명한 배우겸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개발을 반대하는 공약으로 시장에 당선된 이색적 도시다. 도시 주민들은 나무들이 우거지고, 단독주택들이 즐비한 도시를 개발하고자 하는 시 정책에 맞서며, 시골마을처럼 유지하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공약을 밀어주면서 시장에 당선시켰다. 초고층 아파트를 주장하고, 일조권이나 바람 길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부동산 가격 폭등만 기다리는 요즘의 우리 세태와 너무나 비교되는 일들이다.
놀라운 것은 30년이 지난 지금 카멜 바이더 시는 부자들이 많은 샌프란시스코 주변에서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무튼… 시즈쿠 할아버지의 계획처럼 이 도시가 만들어졌다면, 아마도 지금은 일본에서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최고의 도시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마찬가지다. 가끔 지방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해를 못한다.
다시 다큐로 돌아가서 세상은 시즈쿠 할아버지의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제성과 사업성을 앞세워서 소위 말하는 성냥갑 아파트들이 열을 지어 세워졌다. 공사비가 더 드는 언덕이나 구릉은 모두 밀어버리고, 도로는 간단하게 만들었다. 이 부분에서 어쩌면 우리나라도 이리도 똑같은지… 내용보다는 그냥 일을 했다는 것에만 집중하는 전형적 관료적 탁상행정의 업무 방식 아닌가? 잘 만들고, 후세를 위한 생각은, 속된 말로 1도 없다.
결국 좌절한 시즈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시도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것은 990제곱미터의 대지를 구입해서 자신의 마을을 시작한 것이다. 집은 최소화로 필요한 기능을 도시락처럼 엮었다. 주택은 시즈쿠의 생각을 드러내듯이 목조로 지어진 층고 높은 공간이었고, 햇볕이 실내를 밝혀주는 밝은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집은 사라진 마을 숲과 언덕을 증거하듯 집을 한가운데 두지 않고, 최대한 도로에서 뒤로 배치했다. 그렇게 해서 넓은 마당이 만들어 졌고, 작은 묘목들이 심어졌다. 각종 묘목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름드리 울창한 모습으로 동네를 숲처럼 보이게 했다. 그의 집 곳곳에 있는 문구와 다큐에 나오는 명언들처럼 시즈쿠 할아버지가 오래 살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결과들이다. 그의 나이만큼 훌쩍 자란 나무들은 잎을 내리고, 퇴비가 되어 미래의 땅을 비옥하게 하는 자원으로 되었다.
무엇보다 시즈쿠 할아버지와 조용히 남편의 생각과 삶을 지원하는 히데코 할머니는 부부란 무엇인가도 생각하게 한다. 집, 가족, 마을… 서로 다른 단어 같지만 두 노부부의 삶을 중계하는 다큐는 서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대상에 대한 존중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이다. 자연을 대하는, 건축을 대하는, 세상을 대하는… 매사의 노부부 말투는 말 그대로 품위 있고, 진지하고, 순박하다. 어쩌면 이런 솔직함이 이들 노부부의 건강함 때문인지 모른다. 영화 리뷰를 보면 아내의 내조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보는 이 다큐에서 부부는 상호간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의 대상에게 존중과 배려를 잃지 않는다.
날아다니는 새들에게 옹달샘을 주고, 싹을 틔우는 식물들에겐 양분을 준다. 쓰레기 치우는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40년째 식자재를 파는 가게엔 감사의 글과 그림을 보낸다.
누가 누구를 위한다는 우선순위보다 서로가 얼마나 아름답게 세상을 보는지, 인간의 근본적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다큐였다. 물론 건축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스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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