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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시기이다

It is an important time for the future of Korean architecture.

한국 건축은 여전히 인큐베이터 안에서 정상으로 성장하기 위한 치열한 면역력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건축 자체의 독자성을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해서 여기저기 부대끼고 있기 때문이다. 첫 단추가 외세에 의해 잘못 끼워진 탓에 혼란 속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수많은 건축계 사람들로 인해서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건축사가 있다. 있어야 한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건축사 직업의 입장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올바른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건축사들의 이런 명분 있는 소리에 사회가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건축사라는 법적 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사회가 가장 건축에 관심 있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반면에 건축사라는 법적 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가장 건축사들이 힘들게 살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인터넷 사회 공유망 밴드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한 개업 1년차 건축사의 부고가 있었다.
다른 이면의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건축사 개업 1년의 시간이 그에겐 고통과 좌절의 기간이었을 것이다. 내가 그 사람과 그 환경이 아니라고 외면할 일이 아니다.
건축계 누구도 그런 악화된 환경에 없으리라 장담 못한다. 생각해보면 건축사라는 자격을 만들어내기까지 국가와 개인은 상당한 노력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앞으로는 이런 과정 비용이 결코 더 들면 들었지 덜 들진 않을 것이다. 5년제 대학으로 변화된 교육환경은 건축사에게 강요된 시간의 제약 조건이며, 경제적 조건이다. 그리고 실무까지… 적어도 8년에서 9년 이상을 소비해야 취득할 수 있는 것이 건축사라는 자격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 또는 경제적 생존은 어느 정도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건축사의 생존이 위협 받는 상태에서 건강한 건축이 나올 수가 없다. 건강한 건축환경 구축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시장 환경에 대한 시선은 외면한 채로 개인의 능력으로 치부한다면 건강한 건축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 된다. “건축사가 무조건 늘어나면 된다?”라는 이해 안 되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건축 5년제와 실무경력 3년이라는 건축사 되기 위한 조건을 왜 만드는가? 그것은 그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 놓은 건축사라는 자격. 막상 자격을 취득하면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사회가 여긴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생존에 내몰린 수많은 건축사들에게 도덕과 룰을 강조한다 한들, 얼마나 지켜질 것이며 유지될 것인가? 시스템과 환경을 제대로 구축한 다음에 건강한 건축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건축 자체가 건강해야 좋은 건축이 나온다. 건강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면역력을 키우고 운동을 하고, 근육을 키우면서 건강해진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건축계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바로 이런 건강함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건강할 수 없는 환경으로 가느냐 하는 변곡점에 있다. 그것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건축사나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건축을 단지 건설로 보고, 부동산으로 본 지난 수십년. 그 부작용은 부실 건축과 때만 되면 철거해버리는 시간의 단절. 그리고 지나친 폭락을 경험하는 부동산 가격 등이다.
건축사의 건강함은 건축의 건강함과 발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 건축의 특징으로 나타날 것이다. 건축사의 기초 생계가 중요한 이유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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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초량동에서

In Choryang-dong, Busan

부산 초량동에서 바다를 본다. 친구들과 봄 여행으로 부산에 왔다. 부산 중학교 뒤 이바구길 부근 까꼬막이라는 곳에 숙소를 정했다. 숙소의 커다란 창으로 밖을 내려다 본다. 구봉산 중턱에서 부산역 너머 멀리 영도까지 집과 빌딩이 활기로 가득하다. 구비구비 휘어진 도로가 동네를 누비고 세로 경사방향은 계단들로 엮여 있다. 숙소에는 맛집과 168계단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우리나라 일제강점기에서 해방후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근대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지붕의 모양도 가지가지, 건물의 재료도 형태도 가지가지다. 오랜 시간 축적된 군집과 아름답게 가꾸는 노력이 어우러져 살아있는 마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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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1 건축은 왜 중요한가

건축담론

편집국장 註

프리츠커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건축계에 몸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건축상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요즘은 간간이 이야기들 합니다. 의식주 순서로 사람들의 관심이 이동한다고 하는데, 방송에서도 얼마 전부터 건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졌습니다. 세간에서 말하는 일인당 국민소득 삼만 달러가 넘어가면 건축이 이슈가 될 것이라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노벨상처럼 인정받는 건축의 프리츠커상이 주목받으면서 한국 건축계의 디자인에 대한 시선도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선의 방식이 등수 정하는 입시 관점으로 황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건축은 창작 활동의 결과입니다. 종합예술의 집결판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만큼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의 정체성이고, 정체성은 독자성을 말합니다. 작게는 마을의 특징을 해석하고 드러내는 건축부터 크게는 국가의 특징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건축이 되는 거죠. 건축 또한 창의적 결과물이라 개인에서 시작합니다. 프리츠커상이 개인 건축사에게 수여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건축적 정체성, 즉 건축사의 건축적 독창성은 어떨까요?
왕성한 작품 활동하는 두 명의 건축사에게 그들의 생각을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자신들의 생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 결국 그 두 사람의 정체성이고, 그 정체성이 인정받으면 한국의 건축적 특징이 되기 때문입니다.

 

01 Why architecture matters

올해로 사무소를 개업한 지 10년이 되었다. 예상보다 빨리 지나간 기간이다. 대학 졸업 후 다른 건축사사무소에 오래 근무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건축을 영위하는 것의 어려움을 계속 지켜보고 겪어봤기 때문일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독립하여 나의 이름 석 자를 건 건축사사무소를 열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건축사라는 사회적으로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데, 사회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고 나 홀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같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싱가폴과 노르웨이에서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국내에서 대학에 진학할 때 그들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건축학과에 입학하여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건축의 역사, 철학 등 수업을 듣고 다양한 종류의 설계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건축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생애를 접하고 그들의 작품을 찾아가 보기도 하였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루이스 칸, 요른 웃존, 안도 다다오, 김수근. 이름만 들어도 설레지는 건축가들의 이름이다. 그들의 건축을 보고 만지는 것, 그리고 그 건물 안을 걷거나 그들이 속해있는 동네를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일었다. 그런데 학창시절의 그런 열정과 감정이 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사그라들고 무엇이 이 사회에서 좋은 건축을 만들어가야 할 건축사들을 실의에 빠지게 하는가.
좋은 건축을 하기 위해 외국의 유명 대학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귀국 후 건축사사무소에서 선수로 뛰기보다는 대학으로 가서 코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유학 갈 때의 목표가 원래 그게 아니었을 경우에도 말이다. 선진국에서 학업과 실무를 모두 경험했던 그들이 귀국 후 실무에 임하면서 우리나라 건축의 현실에 부딪히고 실망하여 결국 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지도자의 길을 택한 것이다. 물론 우리 건축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건축사도 학자도 모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관점은 왜 그들이 선진국에서 배운 것을 우리나라 현실에 도입해 더 발전시키지 못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값지게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우리나라에서 선수로 뛰면서 더 한국적이고 그래서 나아가 세계적인 건축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것은 우리가 아직 건축사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만큼 높지 못한 탓일 것이고, 건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은 왜 중요한가? 건축 비평가인 폴 골드버거는 그의 저서 ‘건축은 왜 중요한가’에서 판잣집으로 이루어진 농장주택도 건축이고, 치밀하고 정교하게 디자인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주택도 건축이라고 역설했다. 모든 건축물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우리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매일 먹고 자는 나의 집은 직접적으로 나와 우리 가족에게 영향을 주고, 앞집과 뒷집은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매일 보고 다니는 것으로 나에게 간접 영향을 준다.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위대한 건축물은 도시 하나를 살릴 수 있고, 짓다가 만 폐건물은 마을 전체에 나쁜 기운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건축물 내·외부와 그 주변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축은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수행하는 건축사는 그만큼 인간과 도시에 영향을 주고 큰 책임을 짊어지는 사람이다. 건축은 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한 단순한 피신처 제공의 기능을 넘어 도시경관, 나아가서는 그 나라의 관광 산업에까지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기능인 것이다. 건축사는 수준 높고 깊은 안목을 지녀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리드하고 설계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건축사는 국가의 이미지인 건축물을 조형하고 그것들이 모여 도시를 만드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공간예술가이다.

스위스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도시디자인을 결정할 때 기획의 최전선에 건축사가 있다고 한다. 건축과 도시 전문가인 건축사가 공간적, 기능적, 미학적으로 도시디자인을 지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2007년 도시디자인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신설하고 초대 본부장으로 미술 전문가를 임명했다. 서울을 선진국 도시들처럼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으로 채우겠다고 공표했다. 이런 건축정책의 선두에 건축사가 아닌 미술 전문가를 내세운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건축과 건축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국가건축정책위원회나 공공건축가와 같은 국가 차원의 건축 컨설팅 제도들이 마련되어 건축사들이 정책에 직접적으로 참여토록 하고 있는 것은 만시지탄이 있으나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하지만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주, 시공자, 공무원 등 관계자 모두가 건축의 중요성을 알고 건축의 중심에 건축사가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건축사들 자신이 스스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이 도시와 국민들을 위해서 얼마나 긴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알고 굳건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아름다운 국가를 만드는 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나라를 빠르게 재건하기 위해 급격한 양적 팽창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건축이 아니라 건설이 견인하는 사회가 되었다. 거주 공간 자체가 수적으로 부족해 선거 때마다 주택을 어디에 얼마만큼 공급할 것이냐가 정치인들의 주요 공약이었다. 모자란 주거를 건설사의 자본으로 빨리 공급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 법규와 정책이 거기에 따라야 했다. 건설이라는 분야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정치적으로 가장 힘이 센 공룡이 되었다. 거기에 건축은 없었다. 건축이라는 단어는 건설과 동일시되었고, 건축사라는 직종은 건설인이라는 테두리 안에 파묻혀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그런 문화와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건축사사무소들이 건축사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건축 시장을 리드하기는커녕 건설사나 시행사가 요구하는, 경제논리에 따른 계획안만을 찍어내도록 내몰리고 있다. 아름다운 건물을 설계할 때 고민해야할 내·외부의 공간, 주변과의 조화, 인간, 환경에 대한 고려 등 감각적인 요소들은 무시되고 공사하기에 편하고 건축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설계안이 만들어진다. 결국 설계의 품질은 좋을 수가 없고, 새롭지 않은 것을 그려내는 건축사사무소들은 설계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십 년 전보다 설계비가 나아진 게 없다고들 한다. 우리 건축사들은 이처럼 건축문화가 부재한 환경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나.

최근 모 대형건설사의 공동주택 담당 임원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공동주택 설계비가 너무 적기에 건축사사무소의 노력을 감안하여 더 올리려고 했는데,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절반의 금액으로 덤핑해 들어오는 바람에 경쟁구도에 있는 타 건설사들의 눈치가 보여 높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형 설계사무소들은 많은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노느니 굴려야 된다’는 식이라는 것이다. 결국 최저 인원으로 최단 시간 안에 설계를 마쳐야 하고, 협력사들과도 최저 금액으로 일을 해야 하니 창의성은 차치하고 고민이라도 많이 하는 양질의 설계를 할 수가 없게 된다.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들이 도시경관을 망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프로세스에서부터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건축사들이 스스로 제값을 깎는 이런 판국에 설계비가 적다고 외쳐댄들 이것은 누워서 침 뱉기가 아닌가.

국민소득 3만 불 시대가 되면서 방송이나 언론에 건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건축에 관련된 내용을 많이 방영하고 있고 이젠 일상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되었다. 서점에서도 건축 관련 서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마도 양적으로 우리의 열 배는 훨씬 넘을 것이다. 기업들은 젊은 건축사들을 발굴하고 키우기 위해 매년 전시회와 작품집들을 출간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길거리에서는 건축전시회 등 건축 관련 포스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건축사들과 합심하여 새로운 주거 상품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국민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 국민들도 그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며 실생활에 필요한 건축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한다. 그들에게는 삶에서 건축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건축사가 중요한 존재다.
국가나 개인이 건축사를 찾을 때에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건축사들은 그러한 바탕 위에서 충분히 연구를 한다. 단독주택 프로젝트 한 두 건만 진행해도 일 년 간 사무소 유지비용이 나온다. 진정 사회와 환경에 적합하고 인간을 위해 필요한 건축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사람들은 존중한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건축은 가벼이 짓거나 쉽게 허물지 못한다. 시공사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림이 현실이 되도록 협력한다. 법규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공무원은 설계를 인정하고 건축 허가를 내어준다. 서로가 신뢰하며 소통하고 건축의 중심인 건축사의 장인 정신을 존중한다.

우리도 요즘 전시회나 박람회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건축 자재들과 아파트를 홍보하고 분양하는 모델하우스들이고 건축사들의 작업이나 철학에 대한 소개는 많지 않다. 건축사의 전시나 포럼이 있다 하더라도 건축자재 박람회들처럼 국민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소수의 건축 전문가나 건축 전공 학생들만 참여하는 수준이다. 아직도 건설은 있는데 건축이 없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젊은 건축사들의 주도하에 단독주택이나 소규모 건축물을 짓는 일이 늘고 있다. 30, 40대 심지어는 20대의 젊은 건축사사무소들이 서로 앞다투어 각양각색의 좋은 건축을 즐겁게 내놓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오랫동안 건축주와 상의하여 만들어낸 계획안을 가지고 시공사와 협의하며 현실화하도록 현장에서 땀을 흘린다. 시공사, 관계 공무원과 잘 협의하고, 건축주를 잘 인도한다. 그렇게 공들인 건물을 만들기 위해 설계·감리비도 적정하게 받는다. 차츰 인정받고 때때로 건축상도 수상하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한다. 사무소 개업을 하고 나서 새로운 건축문화를 조성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건축사는 돈은 못 벌고 일은 많이 한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직원들에게 급여도 많이 주고, 습관적인 야근도 지양한다.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대가없이 제공하는 가설계도 안 한다. 이전에 일하던 설계사무소에서 불평하면서도 할 수 없이 해야 했던 악습들을 답습하지 않고 버리려고 노력한다. 주위의 다른 건축사들과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개개인의 노력들이 모아지면 아름다운 도시, 아름다운 나라는 머지않아 만들어질 것이다. 협회나 국가 차원에서 장려를 해준다면 그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

건축인의 테두리 안에서 건축사와 건축가라는 호칭을 구분 안하면 좀 어떠하리. 다른 나라보다 프리츠커상을 늦게 받은들 어떠하리. 건축사들 스스로 위와 같은 작은 움직임들이 모이면 건축주들이 움직이고, 관계 공무원들의 생각이 바뀌고, 건설사들이 따를 것이다. 또한 건축사는 많은 것들을 판단하고 기획해야 하는 존재이기에 그에 상응하는 많은 노력들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건축사라는 전문인이 제대로 인정받고, 건축이라는 분야가 제대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려운 경기를 탓할 필요도 없다. 불친절한 공무원을 탓할 필요도 없다. 비협조적인 시공사를 탓할 필요도 없다. 돈 잘 안주려는 건축주를 탓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건축사인 나 스스로가 기준을 정하고 거기에 따라 움직이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건축을 배우고 싶다고 우리 회사에 지원했던 외국 건축과 졸업생이 있었다. 그 학생 덕분에 한국의 건축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는데, 한국어를 모르면 그것은 한국 건축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재의 한국 건축이란, 건축사가 한국 사람들과 만드는 건축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땅에서 한국 법규에 따라 한국 건축주를 인도하고 한국 공무원과 협의하여 한국 시공사와 공사를 이끄는 것이다. 그러려면 건축사는 한국인인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기획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을 지휘해야 한다. 이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의 중심에는 한국어가 있다. 그래서 그 학생은 한국어를 알아야 한국건축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외국에서 한국의 음악을 더 알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10년 전 개업을 했을 때 혼자 덩그러니 사회에 던져졌다. 건축을 오래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엄습해 오기도 했다. 꼭 건축이 아니라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행복하게 살면 된다는 마음을 정하기도 했다. 그러기 위해 다짐했던 게 한 가지 있다. ‘통상 그래’라고 하는 것들은 배제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가지고 그것을 지키면서 살자는 것이었다. 그 기준이 혹시 틀리지는 않았는지, 못 지키지는 않았는지 주위와도 꾸준히 소통을 해야 한다. 주변에 손을 벌릴 필요도 없다. 사회를 탓할 필요도 없다. 내 의지대로 가면 된다. 사회는 나름으로 가고 있다. 흐르는 물은 막을 수 없고 잘 흘러가도록 인도하면 된다. 건축사로서 독립된 사무소 운영을 시작했던 10년 전의 각오와 다짐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주변에 피해를 주지는 않았는지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글. 조성욱
Joh, Sungwook
(주)조성욱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조성욱 (주)조성욱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노르웨이, 싱가폴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후 도시 삶의 질, 특히 서울의 주거환경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홍익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2009년 조성욱건축사사무소를 설립 후 판교주택 ‘무이동(無異同)’을 설계하였는데, 이후 ‘고래바위집’, ‘Float’, ‘사이집’, ‘Eridu’ 등 다양한 주택들을 선보이며 국토교통부 주관 신진건축사대상 최우수상, 경기도건축문화대상 특선 등 다수의 수상을 하였다.
홍익대, 한양대, 명지대 등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김포의 ‘라피아노’ 등 신개념의 타운하우스와 단독주택, 상업시설 등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johs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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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2 우리에게 건축의 장르는 존재하는가?

건축담론

02 Do we have a genre of architecture?

최근 우리의 건축은 과거 그 어떤 시기보다 황금의 르네상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90년대부터 시작한 건축 유학의 열풍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국내외에서 실무를 수련한 30∼40대의 젊은 건축사들이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외연을 폭넓게 넓히고 있다. 이러한 인적 바탕에 관공서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들도 규모와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건축가 제도를 통한 기획과 설계, 특히 공모전의 기회가 대폭 늘어나면서 많은 건축사들이 다양하고 의미있는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활발해진 활동을 소개하는 매체 또한 다양해지고 여기저기서 비교적 손쉽게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일부 건축 전문지만 건축물과 그 소식을 주로 다루었다면 요즘은 모든 매체에서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서점을 가더라도 다양한 건축 관련 책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중교통인 KTX 열차나 비행기 내 매거진에서도 건축이 자주 소개되고 있어 매번 반갑게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각적 정보를 보여주는 TV와 YouTube, 영화 등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건축물과 그 배경 이야기는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일을 만드는 의뢰인의 입장인 예비 건축주들의 안목도 꾸준하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구 구조상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휴대폰 보급과 함께 SNS 등이 확장되면서 정보가 넘쳐나고 모든 분야에 걸쳐 각자의 개성 표현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최근 포털사이트의 리빙이나 디자인 코너에 소개되는 주택을 비롯한 크고 작은 건축물을 보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건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대부분 본인의 공간에 타인의 공간과는 다른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러한 분위기에 건축사들도 다양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고 결과적으로 과거에 비해 양질의 프로젝트도 폭넓게 소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건축계 내부는 물론이고 대중이 바라보는 건축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앞으로 이어질 세계적 수준의 작업들을 예측해보는 것은 결코 개인적 욕심이 아닐 것이다.

건축사는 없고 설계는 건설의 하위 카테고리인가?
이와 같은 주변 인식과 상황의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네 건축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부터 건축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그저 기술자로 취급받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하고, 건축설계를 독자적인 장르 혹은 문화 영역으로 인정받는 다른 나라를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아직도 건축학과에 입학했다고 하면 어르신들은 당연히 졸업 후 대기업 건설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고 계신다. 건축기사는 알아도 건축사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고, 건축사사무소는 그저 고생만 하는 하위의 직업군으로 인식이 되어있다. 얼마 전 예비 건축주와 상담을 하는데 그분은 내가 제시한 설계비를 모 대학교 건축과 교수와 비교하면서 “교수도 아닌데 설계비를 왜 이렇게 많이 받느냐?”고 하신다. 심지어 그 교수는 건축사도 없지만 그런 건 안중에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말씀하신다. 전국 여기저기서 열리는 건축박람회를 가보면 건축사 없이 설계를 그저 건설의 하위 카테고리로 보는 현상은 더 분명해진다. 각 시공사 부스마다 규모검토와 설계비는 당연히 무료라고 광고하고 자신들과 계약을 하면 어떤 설계라도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한다. 이렇게 건축사 없이 지어지는 주택이 년간 수백 채라고 하니 그 안에서 의사, 변호사, 세무사와 같은 전문직으로 건축사를 인정해 달라고 외치고 설계비를 정상화 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일지 모른다.

이처럼 건축사 혹은 건축설계가 독자적인 장르 혹은 직업군이 아닌 건설의 일부로 인식되는 현상은 사회적 혹은 대중의 인식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건축계 내부의 인식이 더 문제다. 이는 과거 턴키를 통해 건축사사무소가 시공사의 파트너로 참여하며 설계사무소의 규모를 키울 때부터 고착화되어 이후 더욱 심해지고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일례로 일반인은 물론이고 건축계에서도 이제 착공신고는 당연히 건축사사무소에서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웬만한 시공사가 아니고는 아예 세움터 혹은 착공신고를 할지도 모르고 그건 설계사무소에서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 어느 순간부터 설계사무소의 업무는 시공사를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것이 당연해지고 그 양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분명 건축설계가 하는 일과 건설에서의 업무가 다른데도 말이다.

장르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서
글의 서두에서 말한 사회적 변화 혹은 다양성을 담고 건축이 사회 문화적으로 독자적 영역을 인정 받으려면 위와 같은 건설과 건축의 문제 이외에도 우리 스스로 자각하고 개선해야할 부분은 산적해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아직도 건축계 대부분의 뉴스는 건축을 만드는 우리네 삶에 초점을 두지 않고 일부 뛰어난 건축사(해외 건축사 포함) 개인의 역량과 눈에 보여지는 디자인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철저히 엘리트적인 그들만의 리그에 가깝고 상업주의적인 면모만 보인다. 가까운 일본에서 건축 전시장을 가면 70∼80대 노인층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이 관심을 가지는데 반해 우리는 기껏해야 건축사사무소 종사자나 건축과 학생들뿐이다.
다음으로 산업 혹은 기술과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통한 건축의 내실있는 발전이 절실하다. 사실 건축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산업과 기술의 발전은 아직도 90년대에 머물러 있고 대부분 해외 기술에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창문의 경우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설계 단계에서 독일식 창호를 찾기에 한국식 창호는 존재 자체도 알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기술로 건축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기술과 자재를 그대로 수입해서 파는 게 남는 장사다. 이는 창문만의 문제가 아닌 건축 전반의 심각한 문제이다. 현대의 건축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을 염두한다면 근본적인 생각부터 변화시켜야 하고, 우리 스스로 기술의 한계로 인해 기본 사고와 건축 설계의 한계를 가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이 부분은 대학 등 건축 교육 단계에서부터 변화되어야 하며 우리 건축 틀을 과감히 벗어나려는 보다 다양한 시도와 함께 다른 학문, 산업과의 다양한 융합과 협업이 필요하다. 건축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실제 완성되는 다양한 건축에서 이것이 느껴질 때 대중은 자연스럽게 건축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독자적 존재로 인식할 것이다.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인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을 받았다. 사실 건축에서 4.3그룹이 활동하던 시기만 해도 영화는 건축보다 한참 수준이 낮은 장르라고(어쩌면 우리끼리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영화는 벌써 베니스 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 쾌거이고 건축은 매번 이웃 나라 수상 소식에 배만 아픈 게 사실이다. 건축에서 한 사람이 상을 받는다고 해도 영화나 음악처럼 전체 건축계가 대중에게 어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희망적 변화와 토대 위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래에서부터 기본기를 다지며 언제나 대중에게 가까운 존재로서 건축을 염두해 두어야 장르 그 이상의 가치와 힘을 가진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왜곡된 설계비의 정상화는 영원히 불가능하고 건축사의 미래는 공인중개사 혹은 마술사 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글. 김창균
Kim, Changgyun
(주)유타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김창균 (주)유타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1971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해병대사령부 건축설계실, 에이텍건축 등에서 손 도면으로 시작하여 건축설계뿐 아니라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실무경험을 쌓았고, 2006년 (주)리슈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를 거쳐 2009년 UTAA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한국건축사). 현재 (주)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 상’을 2011년 수상한 바 있다. 주요 작업으로 포천 피노키오 예술체험공간,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삼청가압장, 수원 상가주택 (The Square), 울산 간절곶 카페0732, 운중동 단독주택(도시채), 세종 단독주택(하품집) 등이 있다.
prism08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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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에서 기업으로… 사원을 대표로 성장시키는 건축사사무소

From an atelier to an enterprise… the architectural firm that leads growth
of an employee selected from an open recruitment to be a CEO

“기업이 오래 꾸준히 성장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경영 체계 설정, 건축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서비스 창출, 고객 관계 기반 서비스와 전문성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52년 역사의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정림)의 임진우 대표이사, 방명세 CM부문총괄·사장, 정용교 운영총괄·사장은 5월 17일 가진 인터뷰에서 건축사사무소가 지속성장하기 위한 비결로 이같이 말했다.
정림은 창립 52주년을 기해 태평로로 본사를 이전한다. 1963년 건축사법이 제정된 이래 국내서 50년 역사를 가진 건축사사무소는 흔치 않다. 보통 50년, 100년 간 지속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명확한 핵심 존재이유를 꼽는데, 이러한 기업의 존재이유는 흔히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이자 가치로 드러난다. 최근 기업의 비즈니스 프레임은 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고려한 ‘총사회적 영향’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수익에만 매달리면 단명하고, 사회에 이로운 비즈니스를 찾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월간 건축사는 조직의 전략, 성과, 전망 등 외부환경 속에서 건축사사무소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쌓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지 정림건축 임원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하는 대담 일문일답.

왼쪽부터 정용교, 방명세, 임진우, 홍성용, 장영호

임진우┃정림이 연건동에 터를 잡은 지 45년이다. 설계사무소가 50년이 넘게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데, 새로운 출발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차에 최초 정림이 태동한 곳 태평로로 다시 본사 이전을 하게 됐다. 과거의 산실이 있는 근처로 이전해 사람중심의 행복한 일터를 구현코자 한다. 이전하게 되면 역사성, 접근성면에서 이점이 많고, 새 본사에서 소통·융합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정림으로서는 중요한 터닝포인트이며, 놀라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홍성용┃일반 기업도 50주년을 넘기가 쉽지 않다. 설계사무소가 디자인 기반 업종이라 길어야 15년~30년이다. 50주년은 3대 사이클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전문경영인 체제가 돼야 한다. 정림은 언제부터 전문경영인 체제가 시작됐나?

임진우┃아시다시피 정림은 최초 오너 아키텍트 체제로 시작됐다. 故 김정철, 김정식 두 분 건축사가 실질적 대표에서 물러난 후, 정림도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도전해 왔다. 대개 기업들이 시간이 흘러 리더십 전환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정림도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잘 극복해오고 있다고 본다.

홍성용┃산업의 판이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즈니스의 변화가 심하다. 전환시점의 기업입장에선 이노베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림 이노베이션의 핵심 키워드는?

임진우┃변화에 적응을 잘 하는 회사는 파도에 올라타 계속 전진을 할 수 있는 거고, 둔감한 회사는 생존이 안 되는 거다. 결국 핵심은 변화, 혁신, 도전이다.

방명세┃CM총괄을 맡은 지 1년이 되었다. 종전 정림의 생존키워드는 창립 때부터 계승된 변화, 도전이다. 정림은 따로 모기업이 있는 회사가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설계분야가 변화, 혁신, 도전에 초점을 둔다면, CM은 그동안 감리에 치중된 것을 혁신, 도전의 키워드에 부합해 탈바꿈해나가고 있다. CM서비스 고도화, 경쟁력있는 조직 구축에 힘쓰고 있다.

정용교┃정림이 50년 넘게 성장하는 회사로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 대한 열린 자세다. 시장 대응이 결국 50년 동안 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정림은 극적으로 변하는 시장에 끊임없이 대응을 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 동안 정림의 건축주도 극적으로 변했다. 10년 전만 해도 대형 건설사가 건축주 상단에 있었지만, 지금은 주로 유통산업을 기반한 신세계, 롯데, 하이닉스 등이 클라이언트 상단에 있다. 예전에는 정림하면 오피스빌딩, 은행 설계로 정평이 났다. 이젠 그전에 없던 산업군인 데이터센터, 물류창고, 반도체산업 관련된 시설들이 주력분야가 됐다. 이런 대응이 사실 보통의 회사들에게는 쉽지가 않다. 결국 시장에 생존하냐 못하냐는 시장대응력에 달려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 부분은 계속 정림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다.

홍성용┃지금 언급한 것이 스타플레이어와 연동이 된다. 개인 중심의 디자인회사는 오너 생명이 노쇠해지면 같이 몰락하는 구조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살아남는 기업들 중에 사실 큰 나무 하나 만드는 것 보다 작은 나무 여러 개 만드는 전략을 쓴다.
그게 스타플레이어 양성 개념과도 연결된다. 정림은 조직이 됐든, 개인이 됐든 그런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시스템 또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회사 내 있는지.

임진우┃정림의 인재육성 방향은 MDT(ManagementㆍDesignㆍTechnical)기반의 분야별 평가, 육성방식이다. 디자인파트너그룹, PM그룹, 테크니컬 엑스퍼트 그룹을 비롯한 메디컬 플래너, 리모델링 각 분야별로 작가주의보다는 건강한 MDT기반하에서 함께 성장해가는, 다수의 스타플레이어를 양성하는 플랜을 갖고 있다.

정용교┃정림의 스타 건축사라면 당연히 창업자인 두 회장님이다. 그 이후는 누가 스타플레이어라서 영입된 게 아니라 정림 플랫폼에서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다고 하는 게 맞다. 외국사무소가 디자인퀄리티와 브랜드파워를 끌어올리기 위해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거고, 정림은 자체적인 플랫폼 기반 하에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지금도 보면 외국 스튜디오 못지 않은 작품력으로 실제 상당한 성과를 꾸준히 내는 집단이 있다. 그 친구들이 어찌 보면 스타플레이어이긴 하다. 예전 방식으로 홍보 또는 알려지지 않아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임진우┃일본 건축그룹 부동의 1위 니켄 세케이(Nikken Sekkei)는 역사가 100년이 넘었다. 실제 작품을 보면 건강성, 작품의 완성도면에서 정말 남다른 데가 있다. 니켄 세케이가 작품에 대한 충성 고객 집단을 확보함으로 기업의 이익을 지속시키는 브랜드 로열티가 크게 발현된다고 보는데, 정림 또한 브랜드 로열티가 중요하다고 본다.
정림이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젊은 건축사들이 들어와서 열심히 기량을 익히고 수련을 쌓은 다음 시장에 나가 정림 DNA를 갖고 건축계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례가 많다. 인재를 키워 내보내는 게 기업입장에서는 손실이지만, 정림은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있다. ‘곧은 나무와 나무가 만나 울창한 숲을 이룬다’라는 사명에도 이러한 철학이 들어있다.

홍성용┃국내 사무소가 고민하는 것들을 보면 90년대 미국 설계사무소가 고민했던 내용들이다. 90년대 미국 겐슬러(Gensler)가 회사체제를 바꿔 살아남았던 것 같고, 최근 미국 에이컴(Aecom)도 공격적 인수합병(M&A)를 통해 2002년 매출액 17억달러에서 2016년 174억달러까지 성장한 회사로 발돋움했다. 사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테크놀로지를 기반한 게 아니라 비전을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컴은 용역개념이 아닌 우리가 주체적으로 일을 만들겠다는 개념이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정림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금하다.

방명세┃최근 정림CM은 기존 감리베이스에서 CM베이스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CM고도화서비스, 사업초기부터 마무리까지 PM업무 요구에 대응하는 조직구축 등 복잡화, 다양화, 대형화되는 시장변화에 유기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조직구축 및 기술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임진우┃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쉐어하우스는 정림문화재단에서 실험한 프로젝트다. 사회 니즈를 충족시키고 건축을 통해 사람들 삶을 증진하는 전문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들이다. 해외사업은 보수적인 입장이었지만, 해외지사는 현재 심양과 베트남 두 개 지사가 있다. 심양은 복합상업시설 프로젝트 기반의 지사로서 프로젝트는 창립 후 가장 큰 규모(45만평)다.
베트남은 현지직원 40명 정도가 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도 거론되며, 지사 태동을 준비 중이다. 로컬 아키텍트와 MOU도 체결했다.

정용교┃일을 만들어낸다는 입장에서 보면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정림이 경방과 7∼8년을 연구한 프로젝트다. 변화하는 유통산업시장을 고려해 연면적 37만제곱미터의 대형몰을 기획, 완공까지 10년이 걸린 사업이다.
타임스퀘어의 성공을 보고 이후 신세계에서 복합쇼핑몰 건립을 위한 워크숍을 함께 해보자는 요청이 왔다. 그때 2박 3일 워크숍을 갖고 내린 결론이 ‘하남 스타필드’다. 미국 에이컴처럼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었다기보다는 클라이언트 요구에 대해 파트너십을 갖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낸 케이스다. 이처럼 클라이언트의 고민을 같이 하면서 Credit(신용) 경영방침아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사례를 지금도 해나가고 있다.

임진우┃정림의 운영은 설계, CM, 운영, 마케팅 각 분야별 총괄이 있고, 의사결정도 각 헤드들이 갖는다. 수평적 위계구조 내에서 ‘생각은 유연하게, 일은 민첩하게’라는 방식 하에 그렇게 운영하니 많은 자율성들이 위임되어 있다. 이른바 ‘언보스’라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다. 정림이 추구하는 ‘사명’을 상기하며 그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정림에는 한 부서를 이끄는 본부장이 직원 40명을 거느린다. 그 본부장들은 외부활동도 활발해 굉장히 파워풀한 대외역량을 쌓고 있다. 앞으로 정림의 미래는 수평적인 팀의 구성을 활용하고, 의사결정 분권화에 따른 조직원들의 원활한 소통, 그리고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홍성용┃90년대 대형사무소가 많이 했던 부서별 독립채산제를 기반한 포도송이 조직(탄력적인 조직)과 비슷해 보인다.

임진우┃독립채산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같이 간다는 가치를 중심으로 더 잘하는 사람, 또는 못하는 사람을 극단적으로 구분하진 않는다. 일정선을 넘은 성과에 대해선 건강한 성과 보상도 이뤄진다.

정용교┃대형사라해서 정림이 모든 걸 다 책임지고 가지는 않는다. 사업의 성격이 다른 것은 분사방식을 통해 위임, 해결한다. 설계와 CM의 집중력은 계속 이 체제를 유지하지만, 그 외 신사업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구상도 있다. 일례로 변화하는 시장환경 대응을 위해 정림파트너스라는 법인을 따로 두었다.

홍성용┃성과주의 관련해 BSC(Balanced Score Card), ‘성과관리 시스템’이 개발돼 정림이 운영하고 있는지.

임진우┃신(新)인사시스템에 탑재해서 정림만의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스터디를 많이 하고 있다. MDT(ManagementㆍDesignㆍTechnical)로 방향을 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속도가 늦는 것 같다. 시행착오가 생기면 리뷰해서 조정하고, 속도는 조절하면서 갈 것 같다.

홍성용┃성과관리 시스템은 50인 이하 사무소는 의미가 없다. 정림 정도 되는 규모의 사무소는 사실 필요한 시스템이다. 국내 설계사무소가 이 시스템이 거의 안 되어 있다. 대체로 건축분야가 일반기업들보다 15년 정도 늦는 경향이 있다. 설계분야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는 큰 과제인 것 같다. 사실 측정을 하고 싶어도 영업이 안 되면 못하지 않나. 영업 측면에서 이쪽 비즈니스는 인적네트워킹에 의한 비즈니스가 크다. 정림은 이런 인적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

정용교┃사실 마케팅은 정림이라는 브랜드 네임기반의 로열티 마케팅이 되도록 노력한다. 실제로 신세계, 롯데 오너들과 직접 연결되어 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전문성과 인력에 상대측 니즈가 매칭이 되어 마케팅이 이뤄진다.

홍성용┃마케팅은 그런 작은 경험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그럼으로써 이 회사 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구나 라는 게 증명이 된다. 그런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가고, 그런 시스템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용교┃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부서별로 클라이언트 릴레이언십(CR)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CR관계가 어떻게 구축돼 있고, 거기에 어떤 구멍이 있는지, 아니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는지를 마케팅부서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하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한 별도의 릴레이션십을 구축한다.

홍성용┃사후설계관리처럼 ‘POE’같은 거주 후 평가 시스템, 고객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파악하고 있는지.

방명세┃예를 들어 작년 대구은행 본점 리모델링을 설계부터 CM까지 용역수행 하고 준공을 했다. 이 일의 성과가 입소문을 타며 경남은행 리모델링, 삼일빌딩과 서린빌딩을 재구축하는 일과 연결됐다. 대구은행 사례는 1985년도에 설계를 했었던 건물인데 30여 년이 지나 정림을 아는 사람들조차 없었지만 도면에 적힌 정림건축 사명을 보고 거꾸로 연락이 왔다. 대구은행은 제2본점도 설계를 하고 본점 리모델링도 수임했다.
요즘 일의 재수주는 결코 한 두 사람을 안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 실무자들 사이 입소문이 나서 재수주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몇 사람을 알고 스팟형태로 접촉했던 수주시스템이 아닌 한 회사가 갖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 이런 부분이 종합적으로 수주나 연속수주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한다. 설계 단계에서의 만족도가 실제로 현장에서 기술력·품질로 준공되는지 일종의 건축주 만족도 조사를 한다. 모든 현장은 설계 및 시공 과정 중 건축주 만족도 조사 후 리뷰하고, 다시 이것을 설계파트와 공유하는 시스템이 일체화돼 있다.

홍성용┃사실 실제 일과 사후 만족도 조사를 병행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설계업이 지속되는 것 같다.

정용교┃만족도 조사는 CM의 경우 현장이 끝나면 건축주에게 피드백을 받지만, 설계는 실효성을 감안해 클라이언트 담당임원을 만나본다던가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홍성용┃건축주는 설계 초기 과정에서 비전을 공유하거나 내 사업이 어떻게 될 건지를 더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사람을 컨택한다. 실제로 일이 진행돼 실무자들 사이 불평,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턴 “여기와 일 못하겠어”가 된다.(웃음) 이 두 가지가 다 중요하다. 설계쪽이 수익성이 낮은 비즈니스라서 이 두 가지를 다하기에는 코스트가 너무 많이 지출된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되는데, 특히 대형사는 이게 제일 어려울 거라고 본다.
작은 지방이나 서울의 10~20명 안팎의 건축사사무소도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장이 목표다. 이들 사무소에 도움을 준다 했을 때 공유하고 싶은 경험, 팁 또는 위기 극복방법이 있을지.

임진우┃정림이 작년 말 핵심가치 추진실을 만들었다. 내부소통과 미래기획이 주임무다. 이 철학을 기반으로 조직문화를 자꾸 개선해나가고, 핵심가치가 현실에 내재돼 작동케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에 대한 철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창립정신이 잘 계승되면서, 시대에 맞게 또 트랜스퍼가 돼야 한다. 작은 사무소도 마찬가지로 대표건축사의 가치관이 직원들과 잘 공유·소통돼야 그 회사가 조금 더 멀리갈 수 있다고 본다. 가치경영에 체계를 설정해 직원과 회사의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 프로그램이 지속 전개되는 게 좋을 것 같다.

방명세┃건축사사무소는 결국 용역베이스다. 클라이언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잘 풀어주기를 바라는 니즈가 점점 더 포괄적, 구체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림이 설계와 CM이 주력 베이스지만, 정림파트너스나 신사업을 구상하는 쪽에서는 PM 관련 니즈라든지 초기 CM에 관련된 니즈를 시장 안에서 경쟁력 있게 하나의 틀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틀리에 사무소에서도 건축주가 원하는 업무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 역할을 하는 것, 즉 PM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설계만으로는 사무소를 운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건축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서비스·니즈를 창출하려는 연구내지는 과감한 노력들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형사도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정용교┃답은 한결같이 고객, 시장에 있다 생각한다. 큰 사무소든, 작은 사무소든 결국은 서비스업 기반이기 때문에 시장 니즈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
최근 SK그룹과 공유오피스 개념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유오피스가 단순히 사무공간을 임대하는 차원을 넘어 입주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는 ‘인큐베이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지 않나. SK그룹 요청을 받아 연구만 6~8개월을 했었는데, 그러면서 공유오피스 개념이 적용되는 프로젝트인 서린빌딩, 삼일빌딩의 프로젝트와 연결되고 있다.
오랜 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고, 그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해 같이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일감이 확보된다. 결국 이것이 정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 패턴이라고 본다.
이 방식은 니켄 세케이 기업에서 벤치마킹을 했다.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니켄 세케이가 일본의 대불황기를 견뎌내 업계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해나가는지 살펴본 결과 고객관계 기반 서비스와 다른 회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전문성에 답이 있었다.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사무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케 해준다 생각한다.

임진우┃정림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미션이 있다. 때문에 정림건축문화재단을 통해 다양한 사회기여활동을 해나간다. 작은 아틀리에와의 공생에 대한 이슈에 대해서도 늘 논의하고 있다. 아틀리에 건축사를 초대해 세미나도 하고, 시대의 상황과 문제의식을 같이 공유한다. 이전하는 본사에서도 회사의 많은 부분을 공유화해서 외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려고 한다.

홍성용┃일본은 카르텔 비즈니스로 특징화돼 있어서 국내하고는 안 맞는 것 같다. 우리는 IMF때 카르텔이 깨졌기 때문에 뉴카르텔이 계속 생기는 시장변화여서 오히려 미국에 더 가깝다고들 다들 얘기한다. 사실 동의를 하는 것이 지금 가치에 대한 얘기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기업경영에서 비즈니스의 가치를 제일 먼저 세우라고 한다. 이랜드가 대표적인 회사다. 정림이 그런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면 업계모델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또 하나는 정림출신으로 교수, 독립한 사람도 많은데 이 사람들과의 인적네트워크 구축도 정림의 중요한 자원이다. 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런 구상이 있는지.

임진우┃정림을 졸업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OB 중 몇 명과 협업관계로 일하기도 했지만, 네트워크 자원 활용을 위한 길을 찾긴 쉽지 않았다. 네트워크도 OB들과의 추억에 머무를 뿐 한 스텝 나아가 대한민국 건축계의 발전을 위한 에너지로 쓰여지기에는 아직 미진한 것 같다. 오늘 인터뷰를 함께 한 학생기자들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같이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남두진 학생기자┃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가벼운 질문이 될 것 같아 망설여진다.(웃음) 현상설계서 당선된 건물이 실제로 건축됐을 때, 개념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괴리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임진우┃설계안이 과장이 심해 현실로 트랜스퍼될 때 바뀌는 부분이 많다면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현실적이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도 필요하다. 대학에 강의를 나가면서 드는 생각이 학생들을 교육할 때 현실적 현황만을 가르쳐서도 안 되고, 현황과 동떨어진 건축의 꿈과 비전 같은 환상만을 가르쳐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중간쯤 적정선이 있을 거다. 현상설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방명세┃덧붙이자면, 현상안대로 짓고자 하는 니즈와 예산 사이 괴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당선작을 그대로 짓기 위해 예산의 2, 3배가 든다면 곤란하지 않나. 외국건축사들도 사업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현상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스타건축사의 경우 공사비까지 맞춰 짓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문 경우다. 사용자들의 세밀한 니즈를 맞춰가는 과정에 당선안이 조정되는 건 좋은 프로세스다. 국가나 공공에서 발주하는 경우 현상설계안을 디벨로프 하는 과정에서 건축사의 의도대로 잘 조율되는 경우도 있고,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박수진 학생기자┃현재 건축교육에 대한 생각과 미래 예비 건축사들, 즉 학생들이 건축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에 관한 팁을 주신다면.

임진우┃지금의 학생들은 새로운 이미지, 추상적이고 비정형적인 건축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과거의 박스 디자인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앞서 기초를 탄탄히 하고, 기초 위에서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은 본인이 갖고 있는 틀과 경험, 관심과 철학을 믹싱한 프로에게조차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미지만 갖고는 모델을 만들 수 없다. 너무 이미지나 환상만 쫓지 말고 건축을 배우는 입장에서 구조적인 기초개념도 탄탄하게 쌓았으면 좋겠다.

방명세┃정림의 인재들을 보면 디자인 혹은 운영·관리를 했거나, 실제 설계를 잘 했던 사람 등이다. 설계디자인을 했던 사람이 매니징도 하고, 실설계도면도 그리고, 현장도 경험하며 크로스오버 관련 경험을 통해 핵심 인재로 양성되는 것이다. 멀리 보고, 건축을 베이스로 한 여러 정보를 갖고 내가 갈 길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건축사들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필드에 나와서 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오늘 학생기자들이 대담에 참석한 것은 좋은 공부가 될 수 있겠다.(웃음)

정용교┃건축설계를 하면 배고프거나, 또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좋은 회사, 선배, 멘토 등을 만나면 잠재력과 재능이 발현되니 위축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꿈을 중요시해야 한다.

좌담 후 기념촬영(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성용, 남두진, 박수진, 박우승, 장영호, 방명세, 임진우, 정용교)

박우승 학생기자┃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면 단순히 교통수단이 아니라 공간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건축사가 설계할 수도 있고, 만약 그렇게 되면 집이 꼭 건물이 아니라 이동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건축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건물이 아닌 건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평소에 생각하고 준비하는지, 또 20년 혹은 30년 뒤 필드에 나올 때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지 묻고 싶다.

임진우┃과거 10년을 투영해볼 때 앞으로의 10년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될지 조금은 예측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 등 점차 산업이 바뀌면서 건축시장도 바뀌고, 사람들이 하던 대부분의 일을 기계가 하거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 거라고 보여진다. 점점 더 지능화·디지털화 되고, 말한 것처럼 이동하는 모바일 주택 등도 생기면서 과거의 개념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 세대에서 관련된 무언가가 준비되고 있다고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없다. 단 기계나 환경은 달라지겠지만, 건축의 중심이 인간이듯 변화된 환경의 중심도 인간일 것이다. 그러니 세대 감성을 고루 담아내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용교┃변화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실제 건축이 필요한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회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땅에 집을 짓는 것만이 건축설계다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많은 공간환경, 아니면 리얼하지 않은 온라인 상의 공간환경도 우리의 공간환경으로 인식한다면 시장은 몇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그러니 너무 고정된 선배들의 모습이나 시장만 보고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변화를 항상 다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변화의 파도에 탈 것인가, 묻힐 것인가.’ 파도에 묻히면 생명이 위협받지만, 타면 내 힘을 들이지 않고 엄청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나. 젊을수록 유연한 사고를 가지면 훨씬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임진우 대표이사, 방명세 CM부문총괄·사장, 정용교 운영총괄·사장
Lim, Jinwoo · Pang, Myungse · Jeong, Yongkyo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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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건축! 건축으로 희망을’

Housing project for the forest fire victims in Gangwon Province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원도 화재의 피해가 막심하다. 그동안 수많은 재해가 발생했고, 우리는 재해에 대해 필요한 거처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다양한 피난처가 지어졌었고, 이런 거처들은 임시방편으로 잠시 머무는 공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는 건축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기 보다는 임시구조물을 설계하는 개념이었다.
다시 제대로 된 집이 지어질 때까지 유지되는 경제성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 모두 두 번의 건축행위가 벌어지는 것이다. 대체로 콘크리트 아파트로 다시 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용이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이번 강원도 화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구제 활동에 나섰다. 건축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다른 대안을 줄 수도 있다. 강원도는 관광이 주산업인 지역이다. 최근의 관광 트렌드는 과거의 유적지에서 평소와 다른 생활 풍경을 경험하는 곳으로 떠난다는 것이다. 예전엔 아무도 가지 않았던 달동네를 가고, 멀리 해외에 가서도 평범한 생활공간을 여행한다. 이런 여행 트렌드는 평소의 일상과 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생활 욕구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강원도에 지어질 이재민 주택들은 거주의 목적뿐만 아니라 관광 자원화하는 것도 동시에 전개할 필요가 있다. 관광 자원화는 우리가 쉽게 만나지 못하는 새로운 마을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미 미국 뉴올리언스 홍수 이재민들에게 경제적인 집을 지어주는 영화배우 브래드피트가 주도하는 <Make it right>재단이 공급하는 주택들이 그렇다. 친환경과 낮은 유지비용 등의 조건을 충족한 경제성 있는 주택들은 세계적인 건축사들의 참여로 이재민 주택 단지에서 세계적 건축작품들의 마을로 재탄생했다. 프랭크 게리를 비롯한 수많은 건축사들의 참여가 있었다. 물론 저렴한 주택은 여러 가지 문제점도 있었고, 현재는 중단되었다. 문제는 뉴올리언스의 기후와 흰개미 등에 대한 대응 미비로 지어진 목조주택들 상당수가 파손되었고, 이로 인해 이어진 소송 등이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점의 성과는 결코 무시되어선 안 된다. 기술적 단점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찰스 황태자의 영지에 지어진 토지임대부 주택단지는 거주지이면서 산업생산지이고, 관광지로서 효과를 만들었다. ‘파운드베리’라는 마을이다.
바로 이런 장점을 엮어서 아이디어를 모아보기로 했다.
그런 측면에서 <월간 건축사>에서 몇몇 건축사를 초대했다.
강원도 이재민을 위한 다양한 주택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단지 마을이 아니라 경험해보지 못한 마을 풍경을 가진, 관광자원화까지 되는 곳을 제안한다.

본지 편집국장

 

해외에선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악몽’
뉴올리언스에 건축으로 희망의 치유, ‘Make It Right’

뉴올리언스는 동쪽에는 멀리 멕시코만 바다, 북쪽에는 폰차트레인 호수, 남쪽에는 미시시피 강과 연결되는 물길 삼거리에 위치한다. 뉴올리언스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뉴올리언스의 85% 이상이 물에 잠겼으며, 2005년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역사상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18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카트리나 악몽 이후 시간이 흘러 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이곳을 방문해 큰 충격에 빠진다. 왜냐하면 무너졌던 운하의 둑 등 기반시설을 보수하는 공사는 한창인데 반해, 사람들이 돌아와 살아야 할 마을은 6개월이 지난 후에도 폐허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그가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 : The Vampire Chronicles, 1994년)’를 뉴올리언스에 와서 찍을 당시 그 중 한 곳이 로어 나인스 워드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로어 나인스 워드의 주민들에게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놀라운 추진력으로 ‘Make It Right(메이킷라잇)’ 재단을 설립해 집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지역 커뮤니티, 건축사들과의 미팅 등 준비과정을 마치고 재단이 출범해 추진한 사업의 시작은 ‘핑크 프로젝트(Pink Project)’였다. 쓰레기더미가 치워진 폐허에 앞으로 세워질 집들을 상징하는 핫핑크의 구조물들이 설치됐다.
메이킷라잇이 더욱 주목받았던 것은 이 프로젝트에 유명 Architect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 반 시게루(Shigeru Ban), 톰 메인(Thom Mayne)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반 시게루의 경우 전 세계 재해지역을 찾아 다니며 이재민을 위한 공간을 만든 ‘재난 건축사’로도 유명하다. 이 과정에서 메이킷라잇은 무엇보다 살게 될 커뮤니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애썼다. 또한 여러 디자인 가운데 어떤 집에 살 것인가를 주민들이 결정하게 했다. 이 프로젝트로 로어 나인스 워드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스타 건축사들의 집을 보러 몰려들었었다.
메이킷라잇은 친환경 소재, 태양전지 사용 등 150채의 주택을 지으며 입주민들의 삶의 질이 보장되도록 신경을 썼다. 하지만 뉴올리언스의 특유의 기후문제 등으로 목조주택이 파손되며, 소송 등이 이어졌고 지금은 활동이 중단됐다. 기술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현재·미래를 고민한 ‘메이킷라잇’의 진정성과 실천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사진 _ Infrogmation of New Orleans / 브래드 피트의 ‘Make It Right’재단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미팅, 건축사들과의 미팅으로 준비과정을 마치고 ‘핑크 프로젝트(Pink Project)’를 추진했다. 폐허에 앞으로 세워질 집들을 상징하는 핫핑크의 구조물들이 설치됐다.

메이킷 라잇 프로젝트 건축현장 사진 _ Flickr : make it right, Ed Schipul

동일본 대지진 때 반 시게루가 지은 종이 칸막이 보호소(2011) 사진 _ VAN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대도시 문제에 대한 해법이자 이상향으로서 향토적 생활양식에 대한 향수와 소도시적 친밀성을 추구하는 ‘파운드베리(1993년부터 건축)’라는 ‘도시마을(어번 빌리지)’을 만들었다. 영국 남서부 도싯(Dorset) 지역의 파운드베리는 오래된 영국 시골 마을 모습을 재현하며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 _ Richard Dorrell(geograph.or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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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재난 극복을 위한 임시주택 제안

Temporary housing proposal for overcoming disasters and catastrophes

머리말 _ prologue

재해와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실의(失意), 상심(傷心), 낙망(落望)의 벼랑 끝에서도 인내(忍耐), 감사(感謝), 희망(希望)으로 재기(再起)를 함께 할 수 있는 나라를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다음 글은 건축 전문가로서 총합적 지식은 부족하지만 큰 개울에 징검다리 하나 놓고 길 떠나는 나그네 심정으로 담담히 기술하고자 한다.

1. 재해 재난 임시주택의 문제인식과 필요성
까만 재가 날아오더니 검푸른 연기가 사무소 창밖을 삽시간에 삼켜버릴 기세다. 불과 2년 전 17년 봄 강풍 속 산불로 강릉시청 뒷산까지 번져 캐드작업 중 외장 메모리만 가지고 허겁지겁 피난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금년 4월 4일 또 동해안 산불(고성, 속초, 강릉, 동해)로 사망 2명의 인명피해와 500여 동의 건물이 하룻밤 사이 잿더미가 된 참사를 목도하게 됨에 19년 봄도 잔인한 4월이 되었다.

천재, 인재, 원인규명 논란 속에서 삶의 터전을 상실한 대재앙의 이재민에게 인내와 용기를 지원해 줄 수 있을까?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으로 재해주택의 필요성과 신속 지원을 언론매체와 국민 모두 누누이 강조하였는데 아직도 흥해 실내체육관에는 이재민 텐트에서 생존과 투쟁하시는 국민이 있고 고성군 토성면 천진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도 텐트에서 1달 넘게 생활하시는 30여 명의 이재민께 송구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연수원, 리조트, 임대아파트 등이 산불 후 지원되었어도 화재를 당한 주택이나 일터에서 멀어 불편하다. 1995년 자연재해대책법 제정 공포 후 수많은 특별법이 제정 되었으나 아직 OECD 선진국에 비해 재해재난 대응과 후속 처리 등 보완할 부분이 산재해 있다. 이번 강원 산불로 대한건축사협회와 강원도청간 ‘산불피해 복구지원’ 업무협약을 맺고 재난안전지원단도 출범 지원 활동이 기대된다. 지진과 해일로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까지 겪은 자연재해 다빈국 일본의 상황을 알고 있는 우리는 한국 실정에 적합한 임시주택이 모색되어야 한다. 봄철 편서 강풍 속 산불, 여진공포 속 지진, 폭우 속 수해, 강풍, 폭설, 가스·화학물 폭발, 붕괴사고, 산사태, 해일, 육해공 재난사고, 개인 화재 등으로 국민 누구나 <잠자리 주거의 상실·멸실>이 발생될 수 있는 ‘범재해사회’가 되었으므로 국가는 국민 삶의 절대위기로 보고 <보금자리>라도 신속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엮어내는 시스템이 긴요한 바, 즉 집이 없어 잠자리가 마땅치 않은 국민에게 ‘재해 재난 대응 주택지원 매뉴얼 개발’ 및 ‘임시재해주택 모형 개발’이 그것이다.

2. 재해 재난 대응 주택지원 매뉴얼 개발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에 따르면 사회재난을 화재, 산불 등 23개 종류로 구분하고, 자연재난을 태풍, 지진 등 18개로 구분해 총 41개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 중 원인 모를 산불로 인한 자신의 주택·가재도구·추억의 전소는 그 상실감이란 당해보지 않은 사람에겐 가늠키 어려운 고난일 것이다. 산불(대형 화재 포함) 완진(完鎭)과 함께 피해조사 및 원인조사 과정에서 삶의 터전이었던 소실 주택 옆 지근거리에 임시재해주택이 지원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조사 때 피해자가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잿더미 속에서 한 개라도 더 건지고, 추억의 가족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찾고픈 인간 본연의 심정을 배려한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나는 산불의 경우 완진 후 가능한 2-3일 내 이동주택이 보급되고 전기, 급수처럼 기반시설은 순차적으로 지역 기술진이 할당되도록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실내체육관이나 공공시설의 대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재해재난 소식과 동일 처지에 있는 이웃들 간 정보공유 및 동병상련 상부상조 자원봉사 지원 등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48시간 내 재해주택 지원 뉴스는 자원봉사자와 국민에게 나의 세금과 성금이 제대로 사용되어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정이 2002년 월드컵 전율과 같은 모멘트가 될 수 있겠다. 농산어촌 마을의 산불 피해 주민은 고령에 거동이 불편하여 고층 엘리베이터의 연수원, 리조트, 임대아파트의 편의시설 완비에도 거주 만족도는 낮아 임시주거 지원과 영구 대체주택 신축 비용의 지원을 더 신속히 바라고 있다. 다수의 가구는 자가운전 상황이 못 되므로 모단체에서 오토바이를 수십 대 제공하기도 했다. 이제 시도별로 재해주택의 빈도를 예상하여 미리 제작 보관해 두고 시도간 임대 상환방식이 필요하다. 추진 프로세스를 5대 영역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년 봄 강원 산불은 하루 만에 전국적 소방인력과 자원이 강원도행 고속도로에서 한 편의 영화처럼 감동적 소방대열 장면으로 국민적 공감을 주었으나, 산불발생 원인규명 및 임시주택 지원, 복구 업무에서는 아직도 개선할 부분 적지 않다. 지진 재해주택의 보급은 여진공포로 인한 대피소 공동생활 가구와 안전한 공터에 노약자와 장애인, 영유아 세대 등 긴급지원 가구를 구분하여 배리어프리 내진 강화 주택으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재해재난 대피소 운영, 재해재난 임시주택, 영구주택을 지원하되 임시주택은 재활용(recycle, upcycle)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는 바, 임시주택 2년 사용 기간을 극복하고 3-4개 모듈을 증가시켜 방 2개로 리모델링 확장, 10년 이상까지 저렴한 임대료를 산정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며, 창고형 작업모듈이나 원룸형 캠핑모듈로 개조하는 등 재활용방안을 제고해야 한다.

3. 재해 재난 임시주택 모형 개발
재해 재난 종류에 따라 다양한 세분류가 가능하나 본고에서는 다음과 같이 4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3.1 기본형_생존형
국내 도로, 고가도, 교량, 터널, 마을진입로 등 모든 여건을 고려하여 8.1m X 3.3m(26.73㎡), 3M 모듈을 적용하여 L+D+K+T+Ba 원룸형으로 인간이 생존 가능한 최소한의 유형이다. 방이 없으므로 프라이버시 확보가 곤란하고, 생수, 휴지, 각종 박스 등 지원물품의 창고처럼 될 가능성이 크므로 가능한 1인 가구에 한정하되 창고를 별도로 지원하여야 한다.

3.2 다목적 테라스형
기본형에 테라스 또는 마루를 구성하여 반옥외 전이공간을 구성하는 유형이다. 이곳에서 재해관련 조사, 응급복구·철거 참관, 자원봉사자와 이웃 간 만남, 농산어촌 생활작업공간이 되는 다용도를 고려한 지붕이 있는 데크형이다.

3.3 다락형
지진과 같은 도시형 재난에서 중장년 가구에게 협소주택처럼 좁지만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는 다락을 두어 잠자리 및 수납 공간으로 지원될 수 있다. 다락은 1층과 별도로 추가모듈로 공장제작 후 이동되어 현장에서 결합 시공하는 방안이다.

 

3.4 생활기능형_1R+LDKT, 2R+LDKT
재해 재난을 당한 가족의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가족수에 따라 1-2개의 침실이 제공되며, 거실과 주방(식사공간 포함)을 포함 세탁, 샤워와 같은 인간 본연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임시주택이다. 생활기능형은 신축 비용이 부족한 사례를 고려하여 임시주택과 영구주택의 중간 레벨 또는 임시주택 반환기에 영구주택으로 리모델링이 수월하도록 설계되어 추가적으로 외단열과 지붕 덧시공 등으로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반영구주택 모듈과 디테일이 착안되어야 한다. 기본형을 확장한 유형으로 2-3개 모듈을 조합할 수도 있다. 재원마련은 신축비용의 지원금과 건축협동조합, 사랑의 집짓기, 지역내 사회봉사활동그룹 등 지역 네트워크를 엮어서 추진동력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마을에 대형재난 발생 시 연립주택 형태의 로우 하우스(Low house)로 마당과 창고, 생활 기반시설을 공유하는 한시적 저렴주택에 대한 집중 연구가 실증조사와 개발로 지속될 필요가 있다. 컨테이너형 연립이나 쉐어하우스 형식의 시도가 설문조사와 거주후평가에 의한 시범사업 적용 후 확산 보급될 수 있을 것이다.

생활기능형_A : 방 1개+LDK_임시주택+영구주택 가능

생활기능형_B : 방 2개+LDK_임시주택+영구주택 가능

기초 구조계획(공장제작 리브형 기초 적용, 현장 콘크리트 타설 및 시멘트몰탈 지양)

운반 치수계획(2.5m폭, 4m 높이 이상의 경우 근거리 제작 이동으로 운행허가신청 가능)

운반 치수계획(2.5m폭, 4m 높이 이상의 경우 근거리 제작 이동으로 운행허가신청 가능)

맺음말_epilogue

재해와 재난은 국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2019사회가 되었다. 따라서 하룻밤 사이 잠자리를 상실한 국민에게 임시주택의 신속 지원은 그 어느 때 보다 긴요하다. 거의 매년 발생되는 산불과 수해는 주거건물의 상실과 별도로 소상공인 건축물을 지을 때에도 주목·반영돼야 할 요소다. 대부분 생계형 건축으로 제조 시설과 집기류까지 화마와 수마로 손상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 국민에게도 슬픔의 땅에 임시건물이 제공되어 온 국민의 <사랑의 선물>로 인하여 재기할 수 있도록 국가와 전문가그룹이 보듬을 필요가 있다. 화재민, 수재민, 지진재민 등 <같이의 가치>를 재난 극복시스템으로 구축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할 때이다. 이 글의 요약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대피소와 이재민 텐트의 생활은 일반인은 물론 노약자, 장애인, 영유아 가구에겐 식생활과 화장실 등 여러 환경때문에 지내는 기간이 시간으로 짧을수록 좋다. 신속 지원을 위해 재해극복용 임시주택을 미리 제작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시도별로 비축 공시해놓고 48시간 내 재해현장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둘째, 가족구성원에 따라 방이 없는 기본형에서 다목적 테라스형, 다락형, 방이 있는 생활기능형으로 재해 사례별 임시주택 유형을 보급하고, 임시주택과 영구주택의 중간 레벨 건물의 설계와 시공 디테일을 개발 보급 할 수 있도록 검토한다.

셋째, 임시주택은 1년 단위 연장가능한 가설건축물로서 건설폐기물이 될 콘크리트나 시멘트계 모르타르, 습식 타일 사용을 자제하고 건식 시공법, 건식 화장실로 공간 구획하며, 반납 시 리사이클과 업사이클 가능성과 수월성을 확보한다.

넷째, 재해와 재난, 각종 사고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줄이고 지속적 경각심과 자원봉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임시재해주택의 ‘상징적 색채계획 작업’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도로에서 재해주택 이동차량을 만나게 되면 양보하면서 자연스레 돕게 되고, 지방 국도변 시골길을 가다가 재해주택을 만나게 되면 사랑의 온정을 물심양면으로 나눌 수 있는 모멘트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색채와 형태의 유형화는 부정적 측면 보다 긍정적 효과가 더 많은 시도라고 사료된다.

바라건대,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2020년대를 일궈내는데 이 글이 밀알 같은 보탬이 되길 기도하면서, 칼릴 지브란의 <사랑은> 이란 시를 책꽂이에서 꺼내어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봄의 끄트머리 신록(新綠)에서 다시 읽는다.

사랑은 그대들이 유연해질 때까지 반죽하여
신의 향연에 쓰일 거룩한 빵이 되도록
성스러운 자기의 불꽃 위에 올려놓는 것이라.

 

글. 김흥기
Kim, Heunggee
예담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김흥기 예담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 공학박사 · 시인

건축사 김흥기는 7차 교육과정 학교시설 연구(교육부/녹색교육환경연구원) 및 고등학교 건축환경계획(건국대)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릉의 시골건축사로 농어촌 독거노인을 위한 공동주거 모형연구(교육과학기술부), 해안환경 친화적 경관시설 연구(지식경제부) 등을 수행하면서 가톨릭관동대 겸임교수와 강원대 외래교수 및 강원도/강릉시/농어촌공사 자문위원으로 20여 년, 강원건축문화상(2018최우수상, 2017우수상) 수상과 시집 출간, 저술 작업으로 슬로우 라이프(Slow Life) 속 <행복한 집짓기 길안내> 역할에 고민하면서 우리 사회 친환경 경제적 참건축의 체계적 시스템 적용에 노력하고 있다.
yedam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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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으로 쏘아올린 작은 공

A small ball shot to the roof

Roofing Community
화마가 덮친 후 살 곳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에게는 안락한 보금자리 뿐만 아니라 허무함을 위로할 수 있는 ‘생기’가 필요하다. 마을에 있어 ‘생기’란 거주자들 혹은 방문객들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오고 고이기를 반복하는 공간에서 생겨난다. 아침의 약수터, 대낮에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아주머니들의 사랑방인 미용실, 사람들이 귀가하며 들르는 동네 어귀의 슈퍼마켓 앞 등의 공간이 마을을 힘있고 생기있게 만든다. 생기있는 공간의 커뮤니티가 잘 작동할수록 거주자는 심리적,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 공간은 거주자들의 자율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자율적 관리를 유도하려면 그들의 생활패턴과 커뮤니티가 아주 밀접하게 엮여 있어야 한다. 커뮤니티 공간을 점(點)처럼 배치하지 않고 거주공간과 중첩시켜 거주자의 생활 패턴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생기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곧 이재민들에게 안락한 지붕이 되어 주고, 한 채, 두 채 모이면 모일수록 더욱 풍성한 마을이 되어 이재민들에게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계획범위

소실된 주택은 고성 335채, 강릉 71채, 속초 60채, 동해 12채로 총 478채이다.
이재민은 현재 총 829명이나 계획에서는 가장 피해가 큰 고성 651명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계획에 참고했다.(피해범위는 4월8일 행정안전부 보도자료에서 참고함)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재개발 사업으로 가정하고, 마을단위로 고려하여 계획하기로 한다.(지자체가 피해주민으로부터 토지매입→피해지역 개발(은행/시공사협약겸행)→피해주민 선분양→일반분양)

계획단위
고성기준 피해주택 335채, 이재민 651명임을 고려하였을 때 피해세대 대부분이 3인 이하의 세대일 것으로 추정, 방 2~3개의 30평 미만 주택으로 한정하고, 1세대 주택과 2세대주택 2가지 타입으로 기준 평면도를 만들어 다양한 조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2주택 이상의 주택은 근린생활시설을 2층에 배치하여 분양받은 주민이 근린생활시설에서 자체적인 경제활동으로 인한 소득 또는 임대소득을 얻거나 지역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주민 생활지원 시설로 사용할 수 있다.

주택공간계획
주 피해 지역인 고성군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4.1%임을 고려하여 거주공간은 단층으로 계획한다.(UN에서 정한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7%이면 고령화사회, 14%는 고령사회, 20%는 초고령사회. 전국기준 13.9%, 서울기준 13.4%.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2017년 자료) 3인 이하의 세대로 추정하였으므로, 1인가구, 노부부, 부부와 자녀 1명 등을 타겟으로 할 때 방 2개가 적정할것으로 판단하고, 방 2개와 10자 이상의 수납이 가능한 드레스룸을 배치했다. 각각의 주택은 개인 마당과 1대의 주차공간을 가진다.

외부공간계획
커뮤니티레벨(2층)은 각 동마다 근린생활시설과 외부데크가 있으며 외부데크는 놀이터, 주민운동시설, 야외쉼터, 노천카페, 지역적특성을 고려하여 공동 농업 작업장 등 외부활동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3동 이상의 건물을 커뮤니티 레벨에서 연결하고 어디에서든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활동이 연계되어 일어날 수 있게 유도하고 소수의 엘리베이터로도 다수의 커뮤니티 접근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 피해지역은 대지의 고저차가 많은 지역이므로, 대지를 잘 활용한다면 커뮤니티 레벨에서 자연환경으로의 동선을 배치할 수 있다. 2층 커뮤니티 지붕층은 자연과 함께 풍경으로 읽히도록 한다.

설계개요
용도 단독주택 또는 공동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세대당면적 76.84㎡(전세대동일) 건축면적 1세대주택 : 113.10㎡ (Type A, B 동일), 2세대주택 : 235.80㎡ (Type C) 연면적 1세대주택 : 113.10㎡ (Type A, B 동일), 2세대주택 : 294.11㎡ (Type C) 규모 1세대주택 : 지상1층 (Type A, B 동일), 2세대주택 : 지상2층 (Type C)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글. 강재원
Kang, Jaewon
곧 건축사사무소(주) · 건축사

 

강재원 곧 건축사사무소(주) · 건축사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7년 실무경험 뒤 ‘곧 건축사사무소(주)’를 개소했다. 기획과 설계, 시공뿐만 아니라 건축물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까지가 건축의 전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과정이 즐겁게”를 표어로 삼고있다.
01@beforel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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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가족을 위한 66㎡ 단독주택

A detached house of 66㎡ for a family of 3

강원도 고성 산불 피해의 주 지역이 단독주택지인 것을 감안해 단독주택을 계획했다. 66제곱미터 내외의 단독주택은 가족구성원이 소규모인 것으로 가정하여 계획안을 작성했다.
외부공간은 전면 주차마당, 진입마당을 만들었다. 거실 외부데크, 1층방 데크, 주방 배면 다목적 마당을 조성해 독립적이고 다양한 마당을 구성했다.
평면 구성은 방의 개수를 줄이고 그 면적을 거실과 주방에 할애했다.
시각적인 개방감을 줄 수 있는 공간 구성을 위해 거실과 주방이 열려있는 구조가 되게 했다. 공간의 성격을 구분하기 위해 바닥레벨의 차이를 두었고, 자연스럽게 층고의 차이가 생기도록 했다.
1층 방에는 붙박이장이 충분한 길이로 설치될 수 있도록 방의 크기를 결정하였고, 부족한 방개수의 보완을 위하여 방 상부에 별도진입계단이 있는 다락방을 제공했다.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지붕층 평면도

단면도

 

글. 이승철
Lee, Seungchul
건축사사무소 품은 · 건축사

 

이승철 건축사사무소 품은 · 건축사

건축사 이승철은 1979년 강원도 춘천 출생이다. 2007년 강원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하고 유덕건축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6년 건축사사무소 ‘품은‘을 설립했다. 주요작품으로는 해오름마을 주택, 큰지붕 닭갈비, 추곡약수터 관광휴양시설, 양구 인문학박물관 제2문학관, 주문진 단독주택, 박수근 미술체험마을 퍼블릭 전시관, 포천 예리코 클리닉 등이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주거를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건축물로서의 리노베이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pumeun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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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가 긴 집

A house with a long corridor

‘복도가 긴 집’은 재해로 임시거처가 필요한 가족을 위한 1개의 방과 1개의 다락이 있는 주택이다.

복구기간동안 몇 개월 사용하고, 다 쓰고 나면 다른 용도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치가 빠르고 조립 및 해체가 가능하며 보관하는 데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가구식 목조주택을 제안한다.

‘복도가 긴 집’은 현관과 복도, 욕실 1개, 방 1개, 거실 겸 주방, 식당 공간과 1개의 다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은 거실 쪽으로 개방하여 넓게 사용 할 수 있으며, 천창이 있는 다락은 방으로 사용 할 수도 있고, 서재나 다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화장실과 분리되어 있는 욕실은 벽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정원을 바라보고 있어 어려운 가운데도 심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복도가 긴 집’의 가장 특별한 공간은 다목적 복도 공간으로 별도의 가구를 갖출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여 긴 복도에 신발장, 수납공간, 옷장, 책상, 주방가구를 ‘빌트인’으로 배치했다.

제안된 평면은 경사지에 설치가 가능하도록 약 1.5미터 높이의 단차가 있는 계획안으로 거실에서 높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1층 평면도

다락층 평면도

단면도 및 다목적 복도 전개도

위에서 바라본 모습

현관과 복도

거실

거실과 복도

다락

글. 이재혁
Yi, Jaehyuk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이재혁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건축사 이재혁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공간종합건축과 케이씨건축을 거친 뒤 2003년부터 (주)에이디모베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는 (사)새건축사협의회로 부터 ‘신인건축가상’을, 2008년에는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이자 한국목조건축협회의 5-star 품질인증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서울시 명륜동에 자신의 집인 ‘달_놀이집’을 지어 살고 있으며 그곳에서 직주일체(職住一體)를 실천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 동국대학교 도서관 증축, 우계기념관, 고창 상하농원, 우장산근린공원 힐링숲체험센타, 가회동청사 리모델링, 충신연극공유센터 등이 있다.
yjh44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