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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핵심은 설계, 좋은 건축이 본질!

The core of architecture is a design, That is the essence of architecture

분명 건축과 건설은 다르다. 완전히 다른 장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건설과 건축을 같은 카테고리에 넣는다. 아예 건축을 하위 코드로 삼는다. 당장 건축사에 대한 대가기준을 봐도 그렇고, 건축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 기준도 없다. 그래서 엔지니어링 노임단가라는 기준을 차용한다. 말이 되는가?
엔지니어링과 건축의 차이가 무엇인가? 그것은 발상과 창의적 해법, 통합적 사고 결과로 성과를 만들어 내는 목표의 차이이다. 엔지니어링은 말 그대로 기술적 사항을 다룬다. 하지만 건축은 기술적 사항은 한 부분이지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적 사항이 반영된 미학적 완성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단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용에 유용(有用)한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건축이다.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유용이지 편함이 아니다. 왜냐면 건축은 불편해도 건축의 완성도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언제까지 서구유입의 한계를 이야기 해야 할까? 서구 문화가 들어오고 산업시스템이 들어온 지 길게 보면 백년이고, 짧게 보면 해방 이후이다. 서구 또한 산업화와 시스템 국가가 된 것이 백년에서 백오십년 남짓이다. 그리 보면 우리도 그리 늦은 사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건축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사회가, 사람이, 인식이 건축을 건설의 일부로 보는 것이 문제다.
왜 건축은 건설과 달라야 할까? 그것은 누구의 발상과 생각에서 시작하는 것이 건축이라면, 그 발상에 따라 만드는 것이 건설이기 때문이다. 도공의 머리와 손이 다른 것처럼, 소설가의 머리와 손이 다른 것과 같다. 그리고 달라야 하는 이유는, 반대로 다르게 인식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설계한 건축사도 모르게 진행되는 시공 현장의 임의 디자인 변경, 시공자가 멋대로 바꾸고 건축사에게 “장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뺐다”는 황당한 개인적 경험. 이런 일들 모두를 보면 결국 건축사를 인정하지 않는 월권 행위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디 그들만 그럴까? 국민 세금으로 짓는 것이라면서 자기 개인의 생각을 남발하는 공공 발주처의 담당자들, 심의한다고 하고 자기 디자인을 넣으려는 심의자들, 자기 멋대로 디자인을 훼손하는 극히 일부 감리자들… 물론 건축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월권자들의 나섬이 우리 건축을 흔들고, 독립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건축을 위협하는 환경들이다.
건축의 독립성으로 완성된 수많은 사례들이 이를 설명하고, 증명한다. 얼마 전 네이버에 필리핀에 지어진 스타디움 시공자들 이야기가 나왔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인터뷰에서 필리핀 스타디움을 공사하면서, 현장에서 생기는 수많은 변수들에 대해 항상 건축사의 확인과 의사를 우선적으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경제규모나 영향력이 훨씬 작은 필리핀도 이렇게 해서 건축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건축이 본질인 설계에서 주도권과 자기 영역성을 지키지 못하니, 자꾸 다른 길로 샌다. 유지관리니, 사업 분석이니, 안전 진단이니… 중요하지만,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아니다. 공공건축만 하더라도 싸게 짓는 건설을 선택해서, 설계를 난도질 하고 저급 설계를 적용하는 것이 세금 아끼는 목적이 되선 안 된다. 오히려 세금으로 짓기 때문에 돈이 더 들어가더라도, 의미 있고 완성도 높은 건축이 지어져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세금 절약이 되는 길이다.
건축이 본질인 설계에 집중한 환경이 될 때, 그리고 좋은 건축이 많아질 때 우리나라의 품격과 위상도 높아진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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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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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1 건축사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건축담론

편집국장 註

개인적으로 찬성하지 않지만, 국가가 건축사를 폭발적인 숫자로 늘리려 한다. 양의 확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적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절름발이 시선이 폭주하는 것이 우려스럽다. 더구나 이런 공급의 확대는 필연적인 시장 교란을 통한 질적 저하와 불법과 탈법의 건축사 시장을 만들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왜냐면 생존의 위기가 태풍처럼 몰려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는 듯하다. 오로지 양의 증가만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이런 위기의 중심 한 가운데에 있는 이들이 바로 30대 건축사들이다. 그들은 약 6천여 명의 비등록 건축사들과 파도처럼 밀려올 새로운 건축사들 사이에서 생존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축설계 시장의 왜곡은 이미 상당해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초대형 아파트단지로 인한 개인 설계 시장의 급격한 축소 환경에 놓여 있다. 기회의 확대일 수도 있지만, 과잉 경쟁으로 설계공모에서 살아남지 못할 이들도 상당하다. 상당히 많은 경우, 정말 온전히 실력으로 설계공모에 당선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건축환경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일부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 우리 건축계는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성사회가 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법정 건축사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도 노력해야 하고, 전국의 각 시·도건축사회와 지역건축사회도 노력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타 건축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젊은 건축사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모아서 공명을 이끌어내야 한다. 세대가 아우러지고, 목소리가 단합될 때 건축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의논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이런 마음에 이번 호는 젊은 30대 건축사들에게 이야기 할 마당을 열었다. 한번 귀 기울여서 들어보시길…

 

01 Society that does not recognize an architect’s authority

이번 호의 주제는 ‘건축의 혁신’이라고 하고, 30대 젊은 건축사의 생각을 피력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작년에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287호)’에 기고했던 “왜 소규모 공공건축의 시공사 선정방법은 변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글이 얼마 뒤 국회에서 열린 ‘2018 대국민 건축 토론회’의 참고자료로 쓰였다고 한다. 필자의 작은 발언이 미약하나마 건축계의 변화에 보탬이 된 것 같다. 또다시 이런 발언의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하며, 또다시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한국 건축에 필요한 혁신이란?

‘건축의 혁신’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의 건축설계, 3D 프린팅 건축기술, 홈IoT 등의 신기술을 건축에 적용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 ‘혁신’은 현재 한국 건축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을 건축에 적용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적용한다 한들 건축적으로 좋은 공간이 생기거나 한국 건축의 가치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국토교통부에서 그렇게 원하는 ‘프리츠커상’ 수상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필자가 짧게나마 경험한 건축사회는 아직 상당히 부족하다. 건축사는 권위를 잃었고, 사회는 좋은 건축을 인정하지 않으며,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많은 것들이 건축을 방해하고 있다. 이런 악조건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국토교통부가 아무리 청년을 지원하고 돈을 쓸지라도, 신기술을 건축에 적용할지라도, 한국에서는 ‘프리츠커상’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 한다. 건축계의 관습과 조직, 방법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혁신이라면, 이것이야말로 한국 건축에 필요한 혁신이 아닐까.

 

밥그릇 싸움, 승리했는가?

어딜 가나 밥그릇 싸움이 한창이다. 밥그릇 싸움의 승패가 그 분야의 존폐를 좌우할 수도 있으니, 각 분야의 협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안일 것이다. 건축 관련법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을 보면, 대한건축사협회에서도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설계-감리 분리’ 및 ‘허가권자가 지정하는 감리(소규모 건축물 감리)제도’ 등은 해당 지역의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사의 밥그릇 싸움에서 승리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작년에 처음으로 소규모 감리를 수행해보았으나, 올해는 감리자 명부에 올리지 않았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설계와 감리를 분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설계-감리의 분리’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이것과 반드시 병행되고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 ‘설계의도구현 업무’라는 것이다. 감리제도를 정비하는 데 급급하여, ‘설계의도구현 업무’에 대한 정립은 다소 늦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는 동안, 일부 일반인과 건축 관계자들이 ‘설계자가 공사에 관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최근 필자가 겪은 몇 가지 일들을 다른 건축사들도 겪었다면, 이 싸움은 절대로 이긴 싸움이 아니다.

 

건축사의 권한을 빼앗기고 있다

이제 필자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젊은 건축사로서 이 험난한 건축계에서 살아남을 길은 하나라도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쌓는 일이다. 다작을 할 수 없는 여건이라 작은 프로젝트 하나가 소중하고,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경기도 H시에서 발주한 어린이집이 2017년에 당선이 되었고 올해 준공됐다. 규모가 작아서 상주감리 대상은 아니었으나, 발주처에서 상주감리를 두었는데, ‘고급기술자’의 건축사보가 감리단장 역할을 맡았다. 여기서부터 당황스러운 상황에 마주하게 됐다.

해당 프로젝트(시립향남어린이집)

첫 번째 당황스러움은 감리자의 태도에 있었다. 각 공정별로 색상 및 재질, 디테일에 대한 협의와 조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수시로 현장을 오갔다. 그런데 설계용역이 종료됐는데 왜 나타나서 공사를 방해하냐는 말투다. (내 새끼 내가 보러 왔거늘, 불청객 취급을 받는다. 설계자의 지위가 이 정도이다.) 다행히 호의적인 시공사에게 설계자 의견을 따로 전달하여 억지로 진행했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게다가 자꾸만 설계가 잘못되었으니 수정해야 한다며, 건물 전면부에 영롱쌓기로 디자인되고 잘 시공된 벽을 철거하라고 시공사에 지시내리고, 이게 안 되니 폴리카보네이트로 영롱쌓기 벽면을 덮으려고도 했다. 노출콘크리트로 설계된 원형기둥을 스톤코트로 바꾸려고 했다.(결국 도장으로 처리됐다.) 이 감리자는 설계와 감리는 엄격히 분리되어 있다며, 설계자가 공사에 관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시공사, 사용자와 감독관에게 떠벌리고 다녔다.
두 번째는 감독관(공무원)의 태도이다. 설계공모를 통한 결과물인데다가, 설계자가 이렇게 적극적인데, 모든 결정 권한을 사용자에게 넘기는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공건축은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것으로 설계공모를 통해 검증된 설계자나, 실력이 검증된 공공건축가들에게 맡겨야 하거늘, 건축과는 무관한 사용자에게 그 결정 권한을 맡긴다니,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내·외부 색상을 정하는데, 며칠 동안 고심해서 색상넘버를 가지고 현장에 간 날이었다. 설계의도와 색상을 브리핑 했는데, 담당 감독관은 “설계자 의견은 그렇고, 원장님이 원하는 색은 무엇이냐며 현장에서 고르라”는 것이다. 결국에는 설계의도의 80%는 수용되었으나, 20%는 원장님의 취향에 의해 변경됐다. (외부의 주황색 포인트색상도 우리에게는 두 번째 대안이었다.)

 

왜 이런 분위기가 생겨나는가?

설계자를 하지 않은 감리자, 그리고 감독관의 의무는 ‘하자가 없고, 튼튼한 건물을 만드는 것’에 있다. 따라서 그들의 가치판단 기준은 하자 가능성, 위험 가능성, 말 나올 가능성 등이 적은 것에 있다. 그래서 외부에 적용되는 금속은 모조리 스테인리스 스틸로 변경하고, 추락이나 파손의 위험이 있으면 아예 그 공간을 없애려고 시도한다. 책임소지를 없애는 것이 제일이지, 건축공간의 질과 분위기가 인간(특히 아이들)에게 미치는 심미적인 안정감 등은 이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공무원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민원’인데, 사용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 근본적으로 ‘사용자의 민원’을 차단하는 것이니 얼마나 편한가.
생활 SOC사업을 강조하고 있는 요즘, 모두의 공공건축을 건축사가 아니라 이들에게 맡겨서 되겠는가? 그래서 좋은 건축공간의 실현이 가능하겠는가? 모든 구성원이 도와줘도 쉽지 않은데, 이런 사회에서 프리츠커상이 웬 말인가.

말도 안 되는 태도와 분위기에 큰 실망을 하고, 강경하게 대응해보았다. 법적인 사항을 살펴보고, 공문을 몇 차례 보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소규모 공공건축물의 설계의도구현 업무는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처음인지, 담당 감독관은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경기도 H시가 소규모 현장에 법적 대상도 아닌 상주감리를 둔 이유를 고민해보면, 그동안 설계도서는 참고로 하고, 상주감리를 두고 감독관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재료를 바꾸고 조정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된 원인은 그동안 입찰을 통한 설계로 제대로 된 설계도서를 못 받았거나, 제대로 된 설계자였어도 발주 당시 공사비를 적게 책정하여 설계비를 후려치고, 추후 공사비만 증액하는 등의 관행이나 부조리함 등으로 설계자가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우리가 진행한 프로젝트도 설계비가 9천만원이었는데, 위에 언급한 수법으로 설계비 약 3천만 원 정도를 정산받아야 했으나, 받지를 못해 결국 적자였다. 그에 반하면 상주감리비가 1억 5천만 원이었다. 설계비를 절약해서 공간의 분위기 따위 안중에 없는 감리자에게 주는 꼴인데, 좋은 포트폴리오를 남기고자 하는 설계자에게는 최악이고, 감리 업무 확대를 목표로 삼는 이들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법적으로 소규모 건축물은 설계의도구현 업무를 할 필요가 없다

법규를 들여다보면, 아래와 같다.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제22조(설계의도 구현)
     ① 공공기관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등의 공사를 발주하는 경우 설계자의 설계의도가 구현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건축물등의 설계자를 건축과정에 참여시켜야한다.
     ② 건축물등의 설계자는 설계의도가 구현될 수 있도록 건축주·시공자·감리자 등에게 설계의 취지 및 건축물의 유지·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제안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라 건축과정에 설계자의 적정한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공자 및 감리자는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설계자의 참여에 관한 내용 및 책임범위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설계의도 구현 업무가 잘 나열되어 있지만, 밑줄 그은 대통령령을 찾아보면,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시행령 제19조(건축과정에서의 설계자 참여 기준 등)
     ① 법 제22조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등의 공사를 발주하는 경우’란 제17조제1항 각 호에 따른 건축물등의 공사를 발주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 17조는 설계공모방식의 우선 적용대상을 말하며, 설계비 2억 원 이상(2020년부터는 1억 원 이상)의 설계를 말한다. 이를 면적으로 환산하면 현재는 약 1500제곱미터 정도의 규모, 2020년부터는 약 700제곱미터의 규모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들만이 설계의도구현 업무 의무 대상이 된다. 생활 SOC와 밀접한 건축물(경로당, 마을활력소, 어린이집, 마을도서관 등)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작으니, 아무리 생활 SOC사업을 강조한들 좋은 결과물이 나오겠는가? 어떻게 규모가 작다고 해서 그 가치가 적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 혁신은 현재진행형

최근 공공건축계의 큰 변화는 공공건축가 제도의 확립과 서울시 교육청의 공간혁신 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건축가 제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며칠 전 SNS를 통해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경기도교육청을 찾아 학교공간 혁신에 대해 논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 경쟁과 객관적 평가를 기반으로 변질되지만 않는다면 공공건축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음 순서는 조달청의 설계공모와 심사방식에 대한 개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존경하는 J선배건축사께서도 서울시를 상대로 공사비 증액에 따른 설계비 증액을 힘든 과정을 거쳐 받아내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의 성향을 생각할 때, 설계비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후배 건축사들을 위해 선례를 남기고자 하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서울시 발주 설계는 설계비의 정산이 보다 수월해진 것이다.
우리가 누려야 할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 대우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우리 건축사회의 현실이다. ‘혁신’이라는 것에 대한 접근을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는 그동안 ‘잘못해온 것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건축사 모두가 제대로 된 작품을 통해 건축 전반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를 해야 한다. 더불어, 남에게 미룰 것이 아니라 나부터가 침묵을 깨고 불합리한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고, 욕심내고, 싸워야 한다.

 

글. 김상언 Kim, Sangeun 에스엔 건축사사무소<서울특별시건축사회>

김상언 에스엔 건축사사무소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해안건축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설계공모를 통해 부암어린이집, 향남어린이집을 설계했고, 최근에 용인시직장어린이집 설계공모에 당선됐다. 용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sn_architec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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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2 건축의 미래, AI가 대신 할 수 없는 것

건축담론

02 Future of Architecture, the Things that the AI Cannot Alternate

 

건축설계와 알파고

건축설계를 AI가 할 수 있을까? 컴퓨터 기술과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건축사의 업무 영역도 일부 AI가 대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용적률과 건폐율을 최대로 만들어내고 수익률 분석까지 해주는 알고리즘이 완벽하진 않지만 시장에 나와 있고, 건축사의 규모검토를 도와(?)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건축사의 역량이 이제는 건축사시험 잘 풀어서 얻는 자격증만 가지고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AI가 건축사시험을 본다면 만점을 받는 건 자명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건축사가 건축제도나 법적인 건축사의 업무영역 내에서만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건축사 본인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어떻게 AI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먹거리를 만들어 낼 것인가라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건축을 통한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보면서 ‘미래 건축시장에서 AI가 할 수 없는 영역 중 리모델링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리모델링은 기존의 건축물에서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없앨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고 이 선택은 AI가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몇 차례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리모델링 시행착오로 알게 된 것들

처음 건축사사무소를 오픈하고 첫 프로젝트는 내가 사용할 집과 사무실이었다. 비용의 한계로 인해 오래된 주택을 구입한 후 증축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6개월 정도 땅을 찾아다녔다. 목동쪽에 40년 된 노후주택을 사서 증축 리모델링을 했다. 그 당시 연와조인 2층집을 두 개층 증축 한다고 덤벼들었을 때는 이런 일이 발생 할 줄 몰랐었다. 3층 이상으로 증축하는 순간 건물전체의 내진설계를 받아야 했고, 연와조 구조체인 집은 내진성능이 전혀 없었기에 벽돌 껍데기만 남긴 채 철골로 지하 기초부터 옥상까지 전체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또한 현행법의 단열기준을 기존에 있던 부분에서부터 증축 부위까지 건물전체에 적용시켜야 했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약 1억 원의 공사비가 더 들었고, 구청에서 요구한 법규정에도 없는 구조기술사에 의한 업무까지 외주비도 계획 이상으로 지불하게 됐다. 결국 공사가 모두 끝나고 따져보니 신축하는 비용만큼 공사비가 들었다. 물론 신축을 했으면 1층을 주차장으로 내주어 사무실로 사용할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면적상으로는 증축 리모델링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여러 방면으로 증축 리모델링 상담이 많이 들어왔지만, 결국 건축주가 부담해야 할 신축비용에 버금가는 공사비의 문제로 포기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열에 하나 정도 신축으로 방향을 돌려 진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2017년 2월부터는 2층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것으로 법규정이 개정되면서 증축 리모델링을 하려는 건축주들의 가능성을 더 희박하게 만들어 버렸다. 정부의 도시 건축정책 기조는 도시재생이라고는 하지만 현행법은 규제 강화 일변도로 치우쳐 증축 리모델링을 실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구조안전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해결 방법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증축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용적률이나 건폐율, 주차완화 등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면 어떨까? 건축은 결국 부동산 베이스의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 수익성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다. 수익성에 밀려 고유한 거리의 흔적들이 사라지지 않게 지금과는 좀 더 진보한 정책과 규정이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3년 전 어렵사리 증축 리모델링을 한 상가주택은 1층은 생활건축 사무실로 쓰고 나머지 위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다.

 

리모델링, 미래먹거리가 될 수 있나?

이 공간을 꾸준히 찾는 사용자들의 후기 중 “서울 도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특색있고 재미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특이한 공간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재료와 오래된 재료의 만남, 오래된 거리와 새로운 프로그램의 만남 등, 건축이라는 그릇 안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뒤섞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결국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일 것이다.
이런 판단은 AI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축법만 잘 알고 있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건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소들에 손을 뻗고 협업해야 한다. 건축사로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군다나 인공지능과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시점에서 직능인으로서의 건축사의 관점보다는 더 다양한 관점으로 건축을 바라봐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건축사의 역량과 능력치는 더 많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그 대가는 그만큼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인데, 이 또한 이 시대의 건축사가 풀어야 할 숙제이며 도전일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이나 단독주택 등의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건축의 공공성 측면의 좋은 건축물이란 건축물의 집합체인 도시환경을 말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런 특색있는 도시는 사람들이 걸어다니며 경험할 수 있는 거리에서부터 시작되고, 그 거리는 시간이 만들어낸 많은 흔적들로 구성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울의 거리는 대부분 필로티 주차장과 마주하고 있다. AI에게 건축설계를 맡긴다면 기능적으로나 수치상으로는 하자가 없는 완벽한 집(?)들로 도시를 채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특색있는 도시의 요소는 연남동이나 경리단길, 익선동처럼 오히려 오래된 건물들이 서로 마주하며 만들어낸 거리이며 기존의 공간에 새로운 프로그램과 재료들이 결합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되어 죽어가는 공간을 살리고 그 공간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풍성하게 만들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 AI가 할 수 없는 좋은 건축 중의 하나이고 건축사의 특권이 될 수도 있겠다.

 

글. 정인섭 Jung, Inseop 생활건축 건축사사무소<서울특별시건축사회>

 

정인섭 생활건축 건축사사무소

충북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원양건축을 거쳐 생활건축건축사사무소를 개설했다.
기획부터 설계, 시공까지 건축 전 과정을 직접 다루면서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파트너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polly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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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3 30대 건축사,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건축담론

03 30s Architect, What Way Are You Walking?

올해로 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한 지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직장에 소속되어 열심히 뛰던 그 시간과는 또 다르게 초년 건축사로서의 시간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던 것 같다.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원하던 건축사 자격을 받고서도 얼마간의 시간은 두려움과 설렘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그렇게 개업을 망설이다 호기롭게 시작한 첫 사무소. 나는 이내 생계부터 걱정해야 했으며, 혹여나 업무에 실수라도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걱정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3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나는 아직 건축사로서나, 작고 소소한 나름의 사업체를 꾸려가야 하는 사업주로서 여전히 미숙하고,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이미 터 잡은 선배 건축사들의 능숙함과 노련미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직원이 여러 명 또는 수십 명씩 있고, 실적으로 내놓는 수많은 작품을 갖추고 있는 중견 건축사사무소들과 나의 사무소는 과연 경쟁이 될까?”하는 염려도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30대 건축사가 할 수 있는 일, 극히 제한적

처음에는 계획안 의뢰조차도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계획안이 남보다 더 좋아도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나의 계획안을 가지고 다른 건축사사무소와 설계계약하는 것을 보는 씁쓸함도 느껴야 했다.
30대, 나이가 많다고도 적다고도 할 수 없는 이 애매한 젊은 건축사에게 대개의 나이 지긋한 건축주들은 아마도 선뜻 일을 맡기기가 못 미더웠을 듯하다.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시련의 시간은 아마도 젊은 초년 건축사에겐 몸에 좋은 쓴 약과도 같을 것이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의 건축설계는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특히 젊은 30대 건축사들은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설계공모의 벽도 높은 편이다. 모든 설계공모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설계공모를 둘러싼 각종 로비와 부정부패 의혹이 있기도 하고, 1인 건축사사무소의 입장에서 민간 설계 및 감리일을 하면서 단기간의 성과물을 내야 하는 설계공모는 일정에 쫓기고 외주비가 부담 되는 등의 여러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신진건축사 배려하고 보듬어주는 정책 늘어나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아직 건축사협회에 들지 못한 젊은 건축사들도 많다. 지역에 따라 본협회비와 별도로 수천만 원의 지역 입회비를 내는 곳도 있다 하니, 초년 건축사로서는 시작부터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또 어떤 건축사는 어느 지역에서 사무소를 내고 자리를 잡아야 할지 고민이 되어 지역도 선정하지 못한 채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건축사협회라는 조직에 들어오게 되면, 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여러 건축사와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유대관계만을 위한다면 비단 협회가 아닌 곳에서도 가능할 것이다.
초년의 신진건축사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싶은 협회, 협회를 통해서 건축사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받고 나아가 성숙한 건축사 집단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건축사협회가 신진건축사들을 좀 더 배려하고, 함께 보듬어 주는 정책이 늘어나길 소망해 본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근로자의 근로복지환경이 중요시 되어 최저임금제와 근로시간 단축 등, 일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소상공인과 건축사사무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업무 특성상 야근과 주말 업무가 많은 건축사사무소는 민간 설계·감리 용역비는 십수 년째 오르지 않는 반면, 직원들의 임금은 늘고 야근과 주말근무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근로복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물론 그동안의 건축사사무소의 그러한 관행이 꼭 옳은 것은 아니지만, 직원 1∼2인의 소규모 사무실에서는 정해진 일정을 감당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건축사인 대표가 혼자 야근과 주말 근무, 휴가까지 반납해서 일정을 맞춰야 하는 웃지 못할 경우가 늘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 등으로 오히려 직원을 쓰지 못하고 힘들어도 나 홀로 1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사가 많아지는 것이 안타까운 지금의 현실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1년에 2번씩 치르게 되는 건축사 자격시험으로 인해 예년보다 훨씬 많은 신진건축사들이 배출될 것이고, 안 그래도 어려운 건축 불경기와 건축 환경에 맞물려 결국은 이렇다 할 아무런 대비 없이 더 많은 1인 건축사사무소가 생겨날 것이다. 아직 자리 잡지 못한 30대 신진건축사들이 내년부터 더 많은 신진건축사들과 경쟁하며, 그들만의 경쟁으로 내몰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된다.

 

건축사 책임은 커져가는데
사회적 인식은 제자리 현실 아쉬워

많은 제도의 변화로 건축사의 위치가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대중들의 인식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TV 매체에서 건축물에 대한 소개는 많이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건축사에 대한 인식은 크게 늘지 않고, 건축가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무면허인 그들이 건축가(작가)란 타이틀로 작업을 하며 작품이라 소개하고, 일부지만 건축사는 인허가를 대행해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사는 건축에 관한 마스터플래너로서, 건물만이 아닌 도시를 설계하고, 시대와 문화를 설계하는 종합적인 건축 마에스트로이다. 여러 부실공사와 안전에 대한 사건 사고가 만연한 현실에서, 건축사의 책임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데 건축사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제자리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변화의 시대에서, 현재 나는 어떤 건축사의 길을 가고 있는가?
5년, 10년 후의 나는 또 어떤 건축사의 길을 걷고 있을까?
건축사로서 나는 과연 사회에 역할과 책무를 다하는 건축사인가?
파란 하늘이 청명한 초가을, 스스로를 돌아보며 건축사 자격증을 처음 받아들던 그때의 열정과 초심을 잊지 말자고 다시금 옷깃을 여미어 본다.

 

글. 정아 Jeong, Ah 가인공간 건축사사무소<인천광역시건축사회>

정아 가인공간 건축사사무소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2016년 가인공간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4년째 운영 중이다.
대한건축사협회 인천광역시건축사회 여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숙박시설 위주의 설계를 주로 진행해 왔으며, 현재는 단독주택, 상업시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jeongah1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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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4 모두가 알지만 해결되지 않은…

건축담론

04 The Problems that Everybody Knows but Has Not Been Solved

필자는 건축사자격을 취득하고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지 이제 갓 5년 반이 된 상태이다. 선배 건축사님들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하고, 기존의 관행과 선례에 의문점을 가지기도 했다. 건축사님들과 모임자리, 그리고 수개월 전 건축사협회에서 개최되었던 젊은 건축사 간담회 등에서 생각해 본 내용들을 정리해볼 기회를 주셔서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
젊은 건축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현실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음을 느낀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한 가지 이슈가 단독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다른 문제들이 함께 해결되어야 하는 이슈들임을 알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많은 분들이 이 문제들에 대해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 문제들을 가지고 모바일기기로 청취할 수 있는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부터, 최근에는 유튜브 방송에서 이 문제들을 다뤄보자는 생각까지 이어질 정도로 본격적으로 논의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조심스럽고 민감한 부분이어서 많은 선배 건축사님들께서 읽으실 글을 작성하는데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협회가입 의무화와 지역건축사회 가입비,
그리고 자격대여

필자는 사업적인 계산을 떠나 나라에서 건축사 자격을 부여받았으니, 건축사협회에 가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사무소를 개소하는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가입비를 납부하고 가입했지만, 건축사님들과의 교류가 즐겁고 업무적으로도 도움을 받는 장점을 가지게 됐다. 서울에 사무실을 둔 건축사님들께 지역건축사회의 가입비가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작은 충격일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률이 상당히 높음은 커다란 충격이 되기도 한다.
협회에서는 가입률의 저조함을 개탄하고 있지만 ‘협회가 나한테 해준게 뭔데’라는 생각을 ‘내가 협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가입해야 하는 것‘이라고 바뀌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가입했을 때 생기는 장점이 크게 보여지도록 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일례로 필자는 젊은 건축사 간담회에서 사무소를 개소할 때 필요한 업무문서 양식, 캐드 레이어 세팅, 기본적인 업무진행에 대한 가이드북 등 모두가 겪는 동일한 과정에 대해 협회가 정리해서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었다.
지역에서 협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건축사사무소 중 큰 비중은 자격을 대여하여 운영되는 사무실인 경우가 많다. 실제의 대표자가 따로 있는데 대여한 자격의 건축사를 굳이 비용을 들여 가입시킬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다음의 이슈들과도 그러하다.

 

지자체마다, 허가권자마다 다른 허가절차와 조건

실무를 수련하는 기간과 사무소 개소 이후에 설계업무를 수차례 경험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조례와 규칙, 심의, 그리고 지자체장이 임의로 적용하는 허가절차와 조건의 차이로 인해 새로운 지역의 건축주를 만나게 되면 전문가답게 암기하고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확인해보겠다는 답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 또한 허가담당 주무관의 인사이동이 있으면 새로운 기준준수와 서류제출을 요구받는 경우도 있는데, 왜 하나의 큰 기준이 있지 않고 같은 법에 대한 해석이 다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역의 특성상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쉽게 이해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지역의 기준에 익숙하지 않으면 업무진행이 어렵게 느껴지도록 하려는 의도가 혹시라도 담겨있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볼 때가 있다. 필자도 양쪽의 생각을 모두 하지만, 지역의 건축사를 위해 지역마다 허가절차와 조건에 특수성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인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해석하고 진행하는 것이 맞을지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다.

 

4개 단체 통합과 건축사의 목소리 합치기

이 이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몇 차례 합일점을 찾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만 원하던 결론에 다다르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라며 넘길만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언젠가는 이루어졌으면 하는 문제이다.
국토교통부, 혹은 국가기관에 건축사들의 권익을 위한 사항을 요청할 때 여러 개의 단체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모든 건축 관련 단체가 동의할 때 국가기관 차원에서도 검토하고 추진하겠다는 답을 받는다고 한다. 필자가 구체적인 방법을 알기는 어렵지만, 각 단체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다 보면 모두가 고대하던 결과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건축학 전공과 건축사 자격시험 합격률 그리고 워라벨

건축학과에 5년제 커리큘럼이 자리 잡았다고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건축설계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으나, 직원을 채용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열심히 실무수련을 해도 건축사를 취득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건축설계에 비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10%내외의 건축사 자격시험 합격률은 의사, 변호사 시험에 비유되며 너무 낮다고 인식되고 있다. 많은 건축사가 배출되어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이 좋을지, 기존 건축사들도 업역이 줄어들고 업무가 줄어드는 상황인데 더욱 적은 건축사가 배출되어야 할지는 여전히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단독적으로 조절될 문제는 아니며 업무대가가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는 등의 전제하에 합격률 향상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과 개인의 삶에 균형을 갖자’는 워라벨이라는 단어는 건축사들도 피할 수 없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건축은 정답이 있는 과정이 아닌 고민할수록 더 좋은 것이 만들어지는 예술적인 측면을 가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야근은 하지 않되 건축에 대한 애정과 고민은 마음속에 담아두기를 부탁한다.

 

내가 참여한 설계공모는 과연 공정할까

이러한 소설을 머릿속으로 써봤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사에서 심사위원 암행어사 제도를 만들었다. 심사위원 풀에 있는 분들께 연락을 드려 설계공모 작품을 설명하고 싶어 찾아뵙겠다고 할 때 승낙하는 분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설계공모 발주처들에 공유하고 추후 심사위원 선정 시 이분들을 배제하는 시나리오이다. 이 소설을 생각하고 나니, 만약 내가 심사위원이 된다면 절대 사전접촉을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건축사들이 참여했던 설계공모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한두 달 동안 애정을 쏟은 작품이 지어지지 못한 주관적인 아쉬움도 있겠지만, 분명히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듯 한데 수상작에 포함되어 있는 객관적인 경우도 있다.
최근 심사과정을 공개하고 명쾌한 심사평과 만장일치로 당선작을 선정하는 경우가 있어서 매우 고무적이고 다른 설계공모 심사도 이처럼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여전히 의문이 생기고 아쉬운 경우도 있지만, 점점 공정하고 정의로운 생각을 가진 분들에 의해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아 즐겁기도 하다.

 

건축사 업무대가와 제대로 설계하기

위의 모든 문제와 깊은 연관을 가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제대로 된 업무대가를 받고 있는가. 계약할 때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충분한 정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모든 프로젝트마다 갖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 모든 변수가 다 포함된 엑셀파일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도 한다.
사무실을 개소하고 수없이 들었던 “평당 설계비가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에 “용도마다, 규모마다, 도면의 상세한 정도에 따라 용역비를 다르게 산정하여 제시합니다”라는 설명을 드리지만, 몇몇은 “그래서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의사의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깎고 싶은 마음보다, 돈을 더 드려도 되니 병을 잘 고쳐달라는 마음이 크지 않을까. 공인중개사도 기준이 되는 수수료 요율이 있다. 미용실에서 머리 깎는 비용을 흥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건축사들은 그러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주택에 설계하는 싱크대 가격보다 저렴한 설계비를 받고 있지 않은가. 우리 젊은 건축사들은 “설계비는 충분히 지불할테니 저희 집 설계에 더 많이 노력을 기울여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건축주들에게 혼신의 힘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

 

글. 박정연 Bahk, Joungyeon Grid-A건축사사무소<경기도건축사회>

박정연 Grid-A건축사사무소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석사 졸업 후,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주)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고, 현재 Grid-A건축사사무소 대표, 아주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현재 용인시 공공건축가, 경기도 교육청 학교공간혁신촉진자로 활동하고 있다. 건축스케치와 건축답사기를 공유하고 있는 블로그 ‘집을 그리는 사람의 건축답사기’는 네이버 파워블로그에 선정되기도 했다.
laqui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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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 _ 주한 스위스 대사관

Architecture Criticism
New Swiss Embassy in Seoul

작년 겨울 스티븐 홀(Steven Holl) 국내 전시회 일정으로 한국에 방문했을 때, 외국 건축사가 설계를 맡은 두 건물을 방문할 좋은 기회가 있었다. 하나는 영국의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설계하고 2017년 오픈한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또 다른 건물은 바로 올해 봄 개관한 스위스 로잔의 버크하르트+파트너(Burckhardt+Partner)와 국내 이래건축이 함께 진행한 주한 스위스 대사관 공사 현장이었다. 당시 대사관 현장은 공사가 마무리되고 가구배치가 이루어지는 시점이라 순수하게 공간 자체를 감상하기에 알맞은 시기였다. 건축사의 열정과 노력이 깃든 건물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겐 커다란 기쁨이기에, 찾아 나서는 설렘과 그리고 매 순간순간에 느낀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고 소중한 기억이다.

두 건물은 전혀 다른 주변환경과 도시스케일을 고려해 지어졌지만, ‘비움’의 미학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따라서 두 건물의 보이드(Void)를 비교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이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찾아가는 여정에서 처음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모던한 큐브(Cube)속의 입체적인 메가스케일의 보이드는 ‘저 공간이 담고 있는 분위기, 또 그 공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은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대를 누구나 할 수 있게끔 건물 매싱(Massing)에서부터 뚜렷이 표현되어 있다. 이에 반면, 스위스 대사관의 중정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ㄷ’자 매싱은 아쉽게도 높은 담벼락으로 가려진 다소 차가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담 너머로 보이는 지붕의 형태가 주변지형과 멀리 보이는 인왕산의 모습에 순응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담 디테일에서부터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까지의 마감수준에서 건축사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이날 반갑게 스위스 대사관 현장을 소개해준 이래건축 이인호 건축사의 디테일은 그가 미국 스티븐 홀 건축사무소와 협업으로 설계한 성북동 대양갤러리를 통해 이미 접해보았었기에 디테일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차가웠던 첫인상은 사라지고 ‘ㄷ’자 매싱과 중정을 둘러싼 목재 전창, 그 위로 보이는 지붕처마, 그리고 소나무로 가꾸어진 정원이 우리나라 전통한옥을 연상시키면서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스위스 대사관의 중정은 앞서 말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입체적인 보이드와 비교했을 때 다소 평면적이고 강렬함은 부족할 수 있으나, 우리의 옛 건축양식의 현대적인 재해석이라는 부분에서 소소한 감동이 전해지는 것 같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보이드는 건물을 둘러싼 서울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공간이라면, 스위스 대사관의 보이드는 대사관 내의 삶을 담아내는 좀 더 친밀한 공간이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스위스 건축과 한국 전통건축인 한옥이 재해석되어 조화를 이룬, 큰 경험을 만들어주는 작은 건물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건물내부는 나선형의 동선을 따라 배치된 크고 작은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느껴지는 스케일 변화와, 천장에 노출된 목재 대들보가 형성하는 리듬감, 그리고 중정을 향하는 전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는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동선을 다양한 경험과 감동의 여정으로 만들어 준다. 이와 같은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대사관 내 삶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건축사의 세심한 배려 또한 엿볼 수 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친환경 건축에 앞장서는 스위스 정부의 건물이니만큼 친환경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설명에 앞서, 스위스 정부의 미너지 스탠더드(Minergie Standard)에 맞추어 설계된 건물을 처음 접한 기억이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위스 대사관저로 기억한다. 이 건물은 스티븐 홀이 설계한 건물로, 지역건축자재, 자연채광, 그리고 남측 태양열을 디자인요소로 삼아 발전시킨 건물이다. 다른 국가에 위치한 스위스대사관들 또한 그 지역성을 반영함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친환경건축물들임을 확인 할 수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로 2015년 준공된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스위스 대사관과 2018년 개관한 케냐 나이로비 스위스 대사관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사진 이인호

주한 스위스 대사관도 위와 같은 스위스 정부의 친환경 철학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지속가능한 건축물로 지어졌다. 지열과 태양열을 사용하며 스위스 대사관 경험의 시작점이자 끝점인 중정은 이를 둘러싼 모든 실내 공간에 알맞은 자연채광과 아름다운 전망을 제공한다. 다른 친환경건축물들과 큰 차이점이 없는 기능적인 부분이라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건물을 둘러보고 다시 중정으로 나왔을 때, 바닥에 구불구불하게 음각으로 새겨진 수로가 눈길을 끌었다. 스위스 출신 예술가 레나 마리아 튀링(Lena Maria Thüring)의 설치미술작품인 ‘워터커넥션(Water Connections)’이었다. 갈래로 나눠진 수로의 끝자락엔 지붕 물받이와 쇠사슬로 이어진 커다란 세 개의 돌이 놓여 있어 단번에 빗물과 관련된 예술작품임을 알 수 있다. 다소 투박할 수 있는 빗물집수시설이 건축과와 설치미술가와의 협업으로 예술적으로 표현되어 대사관 앞마당에 재미와 감동을 더해준다. 친환경적인 요소가 건축의 일부로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 보기 드문 훌륭한 예이다. 이와 같은 협업을 적극적으로 보조하여 실현가능하게 해준 스위스 정부, 그리고 건축을 예술로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과 태도는 건물의 완성도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친환경적인 건축적 요소가 건물의 숨은 기능이 아닌, 누군가에게 시각적으로 혹은 색다른 경험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 방향이 결국 친환경건축, 지속가능한 건축이 추구해야 할 설계방향이 아닌가 하는 도전적인 생각도 들게 한다.

건물을 나서는 아쉬움 때문에 길 맞은편 서울시 교육청으로 발걸음을 옮겨 주한 스위스 대사관을 내려다보았다. 주변의 수직적 고층주거단지와는 상반된 수평적으로 대지에 순응하는 이 작은 건물 한 채가, 이 지역 건축문화 발전의 긍정적인 시발점이 될 것이라 기대감이 부풀은 순간이었다. 재개발사업과 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감성과 불과 몇 년 전까지 보존되어 온 전통가옥지구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어 한국을 방문하는 나에겐 매번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러한 아쉬움은 뒤로하고 외국 건축사와 한국 건축사가 협업을 통해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물을 소개하였다는 것은 건축적으로 할 수 있는 외교의 가장 바람직한 예가 아닐까 싶다. 현재와 과거, 동양과 서양, 기능과 예술의 조화가 건축으로 표현되어 전통가옥의 역사가 사라져가는 이 지역에 세워졌다. 다양한 경험과 공간을 담은 건물이 세워졌듯이, 돈의문 마을 일대가 옛 모습을 상기시켜주는 다양한 삶과 건물들을 담은 지역사회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이석 Lee, Suk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 · 미국 건축사

이석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 · 미국 건축사

미국 뉴욕 건축사이며 2019년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로 부임했다. 워싱턴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건축학과 학사를 마치고, MIT 대학원 건축학 석사를 마쳤다. 조류(Algae)를 이용한 공기정화 시스템으로 LafargeHolcim Awards (3rd Prize, 2014)를 수상했으며, 2017년 워싱턴 주립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최근 10년 최우수 졸업생으로 선정되어 GOLD(The Graduate of the Last Decade) Award를 수상했다. 2019년까지 뉴욕 Steven Holl Architects에서 Project Architect로 실무경험을 쌓았으며, 2019년 9월 개관예정인 뉴욕에 위치한 Hunters Point Community Library 감리를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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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제11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_ 공간에 담긴 시간과 기억, 그리고 건축이야기

SIAFF 2019
Time and Memory that Space Holds and the Story of Architecture

9월 25∼29일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건축공간은 살아있는 역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퇴적층’이다. 공간 속에 스토리가 있으며, 녹아든 문화와 삶의 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다. 올해 열한 번째를 맞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공간, 이야기를 품다’를 주제로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신촌 아트하우스 모모를 중심으로 열린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넘쳐나는 수많은 영화제 가운데서도 알찬 상영 프로그램과 부대행사로 매진되는 등 영화애호가 사이 알토란 같은 영화제로 입소문이 나 있다.
개막작은 스페인의 사비 캄프레시오, 펩 마르틴 감독이 연출한 ‘Mies On Scene. Barcelona In Two Acts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미스의 숨결을 따라서’이다. 개막작을 포함해 다큐멘터리 등 영화 총 20편이 상영된다. 이밖에도 건축사와 영화감독들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GT)’, 호스트 아키텍트 포럼(HAF) 시간을 갖는다.

 

Opening Film 개막작

Mies On Scene. Barcelona In Two Acts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미스의 숨결을 따라서

Xavi Campreciós, Pep Martín 사비 캄프레시오, 펩 마르틴
Spain│2018│57│Documentary

건축의 역사를 바꾼 건축물 이야기. 파빌리온의 건설과 재건이라는 바르셀로나의 중요한 순간을 통해 예술과 공간을 인식하고 이 걸작품의 컨셉에 저절로 빠져든다.

 

Master&Masterpiecies 마스터 & 마스터피스

Doshi 도시, 인도를 짓다

Premjit Ramachandran 프렘짓 라마찬드란
India│2009│74│Documentary

프렘짓 라마찬드란 감독은 건축사이자 빈민을 위한 공동주택의 선구자 발크리슈나 도시를 통해 다양한 통찰을 제시한다. 주인공을 향한 감독의 사랑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르코르뷔지에 사무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도시는 르코르뷔지에가 추구한 모더니즘의 이상을 재해석하고 인도 현지의 대지, 기후, 기술 등의 제약 속에서 현대 인도건축의 발전을 이끌었다.

 

Roger D’astous 로저 다스투스: 캐나다의 모더니스트

Etienne Desrosiers 에티엔느 데로지에
Canada, USA│2016│103│Documentary

로저 다스투스는 20세기 캐나다 건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축사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사무소에서 일한 경력을 가진 그는 북부 건축을 완성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로저 다스투스의 특별한 건축세계가 스크린에 처음으로 펼쳐진다. 현대건축의 거장과 함께 하는 장대한 여정.

 

The Power of the Archive_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렌조 피아노 건축 워크숍

Francesca Molteni 프란체스카 몰테니
Italy│2018│34│Documentary

연출 프란체스카 몰테니 감독, 큐레이션 풀비오 이라체, 렌조피아노재단, 렌조피아노빌딩워크숍. 제작 뮤즈. 몰테니 그룹의 사무용가구 브랜드 ‘유니포’는 몰테니뮤지엄과 협력하여 현대건축에 대한 논의를 촉진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동시에 본 영화를 홍보한다.

 

Urbanscape 어반스케이프

Leaning Out 월드 트레이드 센터, 그 후

Basia Myszynski, Leonard Myszynski
바시아 마이진스키, 레오나르드 미신스키
USA│2018│57│Documentary

월드트레이드센터의 역사와 건설을 조명하면서 구조엔지니어 레슬리 로버트슨과 그의 인류애를 탐구한다. 성취, 연약함, 투지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Building To The Sky Episode Six: The Future Is Now 2012 – 2020
초고층 빌딩: 하늘을 향한 경쟁

Chris Bamford 크리스 뱀포드
Australia│2019│60│Documentary

Beautiful Cloud / FOG amongst tall high rises, skyscrapers, buildings in the City. Take 22nd January 2013.

높이 818미터의 부르즈 할리파(버즈칼리파)가 공개된 이후에도 마천루 전쟁과 창의성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2014년 200미터 더 높은 100층 이상 건물이 등장하여 세계의 스카이라인을 바꿨다. 디자인 차원에서도 불가능은 없다. 두바이 카얀타워는 구조물 전체를 90도로 꼬아놓은 형태이다. 런던에는 치즈그레이터(치즈분쇄기)로 불리는 레든홀 빌딩과 더샤드 빌딩이 있다. 또한 최초로 높이 1킬로미터에 도달한 건축물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City Dreamers 도시를 꿈꾸다

Joseph Hillel 조셉 힐렐
Canada│2018│81│Documentary

도시환경의 변화와 여성건축사 4명에 대한 영화. 60년 경력의 이 선구자들은 오늘과 내일의 도시의 형태를 결정지을 변화를 경험하고 사고하고 관찰하고 작업해왔다.

 

Pleace for the people 모두를 위한 궁전

Georgi Bogdanov, Boris Missirkov 보리스 미시르코프
Bulgaria, Germany, Romania│2018│90│Documentary

영화는 사회주의 시대를 상징하는 다섯 건축물의 이야기를 전한다. 불가리아 소피아의 국립문화궁전, 모스크바국립대학교,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의 국회의사당,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세르비아궁전, 베를린의 공화국궁전은 최고권력과 눈부신 미래를 제시하기 위한 엄청난 용기와 약간의 광기로 지어진 독특한 건축물이다. 영화는 각 건축물의 현재, 건축사, 과거와 현재의 디렉터,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보여준다.

 

The Experimental City 실험적 도시

Chad Freidrichs 채드 프라이드릭스
USA│2017│96│Documentary

미네소타 실험도시프로젝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미네소타 북부의 외딴 숲에 하나의 완전한 도시를 처음부터 새로 건설하는 미래지향적인 시도가 펼쳐진다.

 

Beyound 비욘드

The Story of a Panty, and of Those Who Make It 팬티 이야기

Stéfanne Prijot 스테판 프리조
Belgium│2019│60│Documentary

영화는 오늘의 패션업계와 사회에 만연한 미의 기준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플러스사이즈 모델들의 세계를 탐구한다. 전세계 패션의 중심지에서 활동하는 패션업계 리더들과 개척자들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사이즈에 기반한 차별의 책임을 묻는다.

 

A Perfect 14 플러스 사이즈, 새로운 아름다움

Giovanna Morales Vargas 조반나 모랄레스 바르가스
Canada│2018│105│Documentary

보이지 않는 섬유산업의 그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파헤치는 영화. 생산단계에 따라 각 국가별로 다섯 여성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그들은 글로벌 생산망을 연결하는 하나하나의 점이다. 영화는 우리가 의류에 부여하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Close up 클래식 영화 속 건축

Rear window 이창

Alfred Hitchcock 알프레드 히치콕
USA│1954│112│Fiction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지내는 사진작가 제프는 창문으로 주변 이웃들을 훔쳐보기 시작하고 그들 중 한명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을 품게 된다.

 

Mon Oncle 나의 아저씨

Jacques Tati 자크 타티
France, Italy│1958│116│Fiction

첨단기술로 가득한 여동생과 매부, 조카의 집을 방문하는 윌로 씨는 낯선 환경에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다.

 

Connect A 건축, 개인과 사회를 잇다

Under construction 공사의 희로애락

JANG Yunmi 장윤미
South Korea│2018│89│Documentary

평생 건물 만드는 일을 해온 노동자가 있다. 그는 일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믿었다. 그의 한 세월의 노동, 그리고 한 시절의 마음.

 

Bonne Maman et Le Corbusier 할머니와 르 코르뷔지에

Marjolaine Normier 마욜렌 노르미에
France│2018│58│Documentary

감독의 할머니가 사셨던 아파트가 화재로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이 건물을 원래와 동일하게 복원한다. 이후 가이드투어와 전시가 펼쳐진다. 건물의 복원 작업과 그곳에서 60년을 살았던 할머니의 일상 사이에서 영화는 마르세유의 ‘빛나는 도시’가 본래 목적인 거주를 버리고 박물관으로 변모한 것을 위트있게 설명한다.

 

Do More with Less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건축: 라틴 아메리카의 실험

Katerina Kliwadenko and Mario Novas
카테리나 클라이와덴코, 마리오 노바스
Ecuador, Germany│2017│84│Documentary

영화는 건축사라는 직업이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제시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젊은 건축사들을 조명한다. 학생들과 진행한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교육의 변화와 건축의 지속성을 추구한다. 영화는 전 세계적인 건축계의 위기 앞에서 건축과 학생들과 젊은 건축사들에게 해답을 제시한다.

 

Design Canada 디자인 캐나다

Greg Durrell 그렉 듀렐
Canada│2017│76│Documentary

영화는 식민주의의 전초기지에서 활력 넘치는 다문화 사회로 탈바꿈한 캐나다의 변모과정을 그래픽디자인의 렌즈로 살펴보면서 이런 질문을 제기한다. 무엇이 우리를 캐나다인이 되게 하는가? 무엇이 국가적 정체성을 정의하는가? 국가인가? 국기인가? 로고 또는 상징물인가? 이런 요소들은 어떻게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가? 1960∼70년대에 디자인을 통해 국가의 통합을 시도했던 캐나다의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에게서 해답을 탐구한다.

 

Silo 468 사일로 468

Antti Seppänen 안티 세페넨
Finland│2013│37│Documentary

영화는 과거의 산업시설이 혁신적인 빛의 예술로 변화하는 과정을 기술한다. 사일로 468은 헬싱키에 위치한 낡은 유류저장탱크를 빛을 이용한 설치작품으로 만든 라이팅디자인컬렉티브의 작품이다.

 

Inside A 건축, 체험이 되다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동주

Lee Joon-ik 이준익
South Korea│2016│111│Fiction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 시대.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더욱 독립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암흑의 시대,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윤동주와 송몽규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Landing 착륙, 아모레퍼시픽 빌딩

Shirin Sabahi 시린 사바히
Germany, South Korea│2018│21│Documentary

폭발이나 영물에 관심이 많은 한 건축사진작가가 작업을 의뢰받은 건물을 돌아본다. 그는 완공을 앞두고 있는 건물을 떠나기 전에 상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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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 삼아 걷는 길, 숨겨진 비경 간직한 ‘경상북도’

A path to walk with nature, ‘Gyeongsangbuk-do’ with hidden beautiful scenery

회룡포의 가을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에 위치하는 회룡포. 회룡대에서 내려다보면 지형이 커다란 태극문양을 그리며, 그 주위를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과 서천이 휘돌아 고요하게 흐르고 있다. 태극문양 안에는 회룡포 여울마을이 마치 엄마 품에 포근히 안겨있는 아기같이 보인다. 또한 여울마을 옆 황금빛 들판은 작지만 우리의 옛날 어릴 적 뛰어놀던 놀이터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안압지의 봄밤
경주 동궁과 월지는 신라 왕궁의 별궁 터이다. 다른 부속건물들과 함께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되면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월지는 신라 원지(苑池)를 대표하는 유적으로서 연못 가장자리에 굴곡을 주어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좁은 연못을 넓은 바다처럼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한 것으로 신라인들의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이며 특히 봄날의 밤에 연출되는 야간 조명에 의해 물에 비치는 임해전과 파란하늘의 별들이 앙상블을 이룬다.

 

반곡지의 새벽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에 위치한 반곡지는 복사꽃이 필 무렵이면 300여 년의 수령을 가진 왕버들나무의 신록과 더불어 아름다운 반영을 만들어내는 조그만 저수지이다. 봄날 새벽에 연출되는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복사꽃이 피는 계절에는 조그마하고 조용하던 시골마을의 도로가 주차장이 되다시피 해서 주민들의 원성을 살 정도이다.
“수면에 비치는 나무 반영은 한 폭의 수채화 이상이다”

 

달빛공원 별들의 향연
경북 의성군 사곡면 양지리에 위치한 달빛공원은 대구의 인근에서 맑은 밤하늘의 별빛을 관찰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5월에서 8월 사이에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천문인들과 별궤적 촬영 사진가들의 메카로 불리울 만큼 유명세를 타며 전국의 천문가와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특히 한여름 밤의 은하수는 공원안의 초생달 모양의 탑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운곡서원의 만추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 78에 위치하고 있는 조선 후기의 교육기관인 서원으로 1784년(정조 8)에 지방유림의 공의로 권행(權幸)의 공적을 추모하기 위하여 이 지역에 추원사(追遠祠)를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다. 그 뒤 권산해(權山海)와 권덕린(權德麟)을 추가 배향하였으며, 운곡서원으로 개편하여 선현배향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했다. 해마다 10월 말경에는 수령 350년이 넘은 은행나무의 도도한 자태와 바람에 흩날리는 은행잎의 아름다움에 취하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병산서원과 배롱나무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위치하고 있는 병산서원. 병산서원은 고려 말 풍산현에 있던 풍악서당(豊岳書堂)으로 풍산유씨(豊山柳氏)의 교육기관이었는데, 서애 유성룡이 이를 1572년(선조 5)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서원 주변의 배롱나무의 풍광에 반해 일부러 한여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노거수로서 2008년 4월 7일 경상북도에서 보호수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수령은 390년에 달한다.
병산서원 앞을 흐르는 낙동강 건너편산에서 바라보는 한여름의 풍광은 서원 지붕의 규칙적인 기와골과 배롱나무의 붉은 색조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우리의 건축문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의성 사곡 산수유 마을의 봄
봄의 전령사 산수유. 매화나 벚꽃이 봄을 가장 빨리 알리는 꽃으로 알고 있지만, 올해도 봄을 가장 빨리 알리는 꽃 산수유가 폈다.
산수유의 노란 꽃잎과 마늘대의 초록색이 아름다운 대조를 이루며, 서로 간의 존재를 더욱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의성군 사곡 마을의 들녘에 아낙들의 콧노래와 엄마를 따라나선 아이들이 조잘대는 정겨운 얘기 소리가 마늘밭 골골이 스며들고 있다.

 

성주 성밖 숲의 盛夏
성밖 숲의 계절이 왔다.
매년 8월 말경이면 성주 인근의 대구, 구미, 김천 등 대처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인한다.
조선 중기에 조성된 인공 숲으로서 수령이 300년에서 500년이 된 왕버들나무 약 60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가운데 매년 8월 중순이면 맥문동의 보랏빛 꽃이 만개하면서 신비한 앙상블을 연출한다.
성주는 사드기지로 정치적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과 멀지 않은 곳임을 독자들은 잘 알고 계시리라. 하지만 인간들의 정치적 사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밖 숲의 맥문동과 왕버들 나무는 자연의 신비함을 유감없이 뽐내며 시민들의 고달픈 삶과 지친 심신을 보랏빛으로 치유하고 있다.

 

흥덕왕릉의 새벽안개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에 소재하고 있는 신라 제42대 흥덕왕의 능이다. 당나라와 교류 때 장보고를 청해진 대사로 파견하여 한반도의 서남 해안의 세력을 굳건히 하였던 흥덕왕의 치세에 걸맞게 신라 역대 왕릉 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늦가을 이른 새벽에 운이 좋으면 안개가 밀려들면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수많은 노송과 안개가 어우러져 신비감과 몽환적 풍경을 연출한다. 신라 천년의 찬란함을 안개 너머로 그려 볼 수 있게 된다.

 

첨성대의 가을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서 경북 경주시 첨성대 옆 군락지 일대에 핀 황하코스모스 물결이 시선을 잡아끈다.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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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SIA 실무위원회(ACPP) 워크숍 참가보고서 ‘건축유산의 재사용’에 대한 논의 등 ‘교류의 장’ 열어

ARCASIA Committee on Professional Practice (ACPP) Workshop Report
Opening a ‘forum for exchange’ including discussion on ‘Reuse of Architectural Heritage’

City Palace in Jaipur, India

참가개요

아시아 건축사협의회(ARCASIA)가 주최하고 인도건축사협회가 주관한 실무위원회(ACPP) 워크숍과 제11차 친환경위원회(ACGSA) 원탁회의가 2019년 7월 26일부터 7월28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인도 자이푸르에서 열렸다. 워크숍 및 회의는 자이푸르시의 클락 아머(Clarks Amer) 호텔 회의장 및 자이 마할(Jai Mahal Palace) 호텔 회의장에서 진행됐다. 워크숍의 주제는 ‘관광을 위한 유산의 적절한 재사용’이었고 자이푸르시의 유적지 현장 방문, 친교행사 등도 워크숍의 전후로 이뤄졌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실무위원회(ACPP) 워크숍에 국제위원 김인범 건축사를 참석토록 했으며, 동일 위원을 친환경위원회(ACGSA)에도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참석토록 했다. 금번 실무위원회 워크숍은 2019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개최되는 제20차 아시아 건축사협의회 포럼을 앞두고 열린 비정기 회의로, ARCASIA 교육위원회(ACAE)주최, 젊은건축사위원회(ACYA)가 협력, 인도건축사협회가 주관한 자이푸르 유산 워크숍 투어-ACAE Teachers Training Initiative 직후에 개최됐다. 즉, 금번 아카시아 각 위원회의 주 관심사는 ‘건축유산의 재사용’이었다.

실무위원회(ACPP) 워크숍은 첫날 씨티 팰리스(City Palace)를 현장방문(Field Visit)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왕족의 궁전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부 거처를 제외한, 관광객에게 개방된 게스트하우스와 파빌리온을 관람했다. 당일 저녁에 클락 아머 호텔에서 열린 ‘지식 공유 연속 프로그램(Knowledge Sharing Series Program)’은 리타 소 아카시아 회장의 기조연설과 ‘건축유산의 교훈, 미래를 위한 길’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ARCASIA 위원간의 패널 토의로 구성됐다. 토의 후 위원회별 의견을 모아 자이푸르 헌장을 작성했다.

2019 실무위원회(ACPP) 자이푸르 선언

둘째 날 워크숍은 자이 마할 궁 호텔에서 열렸다. 오전 세션에서는 인도건축사의 인도 내 건축유산 재사용 프로젝트들의 소개와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조인숙 자문위원의 국제사례(한국) 소개 후 위원회 참가국별 유산의 획득, 보전, 문서화에 대해 논의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아카시아 각 존별 유산의 재사용 사례를 소개하고 자이푸르 실무위원회(ACPP) 선언을 작성했다. 저녁시간에 나라얀 니와 호텔(숙소) 후원에서 친환경 건축물 평가기준 도입에 관한 토의가 이어졌다. 워크숍 셋째 날은 버스를 이용, 유네스코 자이푸르 유산을 둘러보며 유산 재사용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며 마무리 지었다.

 

세부행사1 – 지식 공유 연속 프로그램
‘Knowledge Sharing Series Program’

■ 일시 _ 7.26(금) 19:30∼21:00

■ 장소 _ 클락 아머(Clarks Amer) 호텔 연회장

■ 내용

1. 스폰서 제품 소개 ; Daikin 공조설비, RK Marble(석재, 시멘트재료)
2. 아카시아 회장 기조연설
아카시아 연혁을 간략히 소개한 후, 아카시아회장 선언서(매니페스토)를 씨앗 뿌리기(sowing SEEDS)라는 5개의 개념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가. Social awareness & responsibility(사회적 인식과 책임감)
나. Education & life-long learning(교육과 평생학습)
다. Environmental sustainability(환경적인 지속가능성)
라. Design excellence & expertise(디자인 우수 및 전문성)
마. Stewardship in use of all resources(자원사용의 책무)

리타 소 회장은 5가지의 항목이 확산되기를 기원하면서 다음 2년 동안 특히 3가지 핵심사항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3가지 핵심사항은 다음과 같다.
▶국가를 초월한 지속가능한 실무에 초점을 맞추고 ▶아시아의 자연적, 건축적 유산의 재사용과 보존 및 보전 행보가 가속되도록 하고 ▶환경의 이해관계자 역할로서의 모든 건축사들의 IT, IoT,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증대이다. ‘건축유산으로의 교훈, 미래를 위한 길’이라는 문구로 프리젠테이션을 마감한 후 이어서 리타 소 회장이 소속한 회사에서 진행한 싱가포르의 Saints Peter&Paul 교회 복원프로젝트를 건축유산 재사용 사례로 소개했다.

3. 패널 토의
‘건축유산의 교훈, 미래를 위한 길’이라는 주제로 리타 소 회장, ACPP를 비롯한 각 위원회별 2인 및 펠로십의 콰지 엠 아리프 건축사 등이 참여해 돌아가며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이어서 논의의 결과로 위원회별 자이푸르 헌장을 도출해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가. 교육위원회(ACAE): 회원국내 역사적 유산의 보전과 연구를 이해하는 것을 강조함과 더불어 학생 및 교육자들 간의 교류와 경계 없는 교육을 증진시킨다. 자연 및 건축유산의 중요성을 고려하고 실험적인 학습을 위해 워크숍, 답사를 유도한다.
나. 녹색건축위원회(ACGSA): 건축유산에 깃들인 지역의 지혜를 결합하고 더 나아가 유산을 장기적 관점에서 다룬다. 탈경계적 협동의 한 요소로서 녹색건축 평가도구를 표준화한다.
다. 실무위원회(ACPP): 건축사는 지역의 건축유산에 대해 심도있게 인식하고 전통 시공 방식을 잘 지키고 있는 장인들을 고용하며 독려한다. 건축사는 가치있는 건축유산의 철거를 막는데 힘쓰고 정부나 민간 건축주들로 하여금 유산을 보전하고 재활용하도록 권고한다.
라. 젊은건축사위원회(ACYA): 건축유산을 소셜미디어와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및 인공지능(AI)같은 기술을 활용해 홍보한다. 건축유산의 적절한 재사용은 혁신적인 해결책을 통해 청년들에게 문화의 산물을 보전키 위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도록 청년들과 관계 맺어야 한다. 건축유산은 대중의 열람과 참여를 고려하고 관심과 실무의 지속성을 장려하도록 문서화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건축유산의 관광 코스를 만드는 것을 아카시아 회원국사이에 공유한다.
마. 사회책임위원회(ACSR): 사회책임위원회는 자이푸르 헌장의 참여자들에게 기초적이며,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보호하는 것에 헌신할 것을 보증하며 어떠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회책임위원회는 위원회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구분체계를 공식화 하고 명확히 하기위해 유산의 지역적 특징과 사회문화적 가치를 탐험하고 발굴할 것을 약속한다.

 

세부행사2 – 실무위원회(ACPP) 워크숍

■ 일시 _ 7.27(토) 09:40∼17:30

■ 장소 _ 자이 마할 궁(Jai Mahal Palace)호텔 회의장

■ 내용
1. 회장 및 위원장 환영사; 리타 소(Rita Soh, 아카시아 회장), 딜립 차터지(Dilip CHATTERJEE, ACPP 의장), 사이푸딘 아마드(Saifuddin AHMAD, zone B 부회장)이 개회인사를 하고 무굴 고얄(인도건축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2. 오전세션

가. 라비 굽타(인도 건축사, 바라나시)는 인도 바라나시의 브릿 라마 궁, 약 200여 년 된 옛 궁을 호텔로 개조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나. 카비타 제인(인도 건축사, 자이푸르시)은 자이푸르시의 물의 궁전으로 유명한 잘 마할(Jal Mahal) 리모델링 및 파나 미얀 쿤트(Panna Miyan KUND, 계단식 우물)주변 예술 및 공예센터 리모델링 계획안을 소개했다.
다. 조인숙(국제위원회 자문위원, 자이푸르 헤리티지 워크숍 연사)건축사는 대량 관광시대, 유산을 보호·관리하는 방향에 대한 고려사항을 UIA차원에서 기준 수립하려는 시점이니 아시아건축사협회 내에서도 준비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에서 건축유산에 대한 교육과 대중인식 제고에 대한 내용 및 민간, NGO, 비 정부기구 등에서 유산 가꾸기에 대한 참여·실행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라. 프리젠테이션 후 나라별 건축유산에 대해 1. 유산의 획득, 2. 유산의 물리적 구조, 3. 자료화 측면에 대해 소개를 요구했다. 푸남 샤 네팔 건축사는 장인들이 여전히 있어 유산을 보존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나 목재구조로 된 유산의 보전은 쉽지 않은 점이 있음을 설명했으며 유산에 대한 자료는 대부분 접근 가능하다고 밝혔다. 쟈오 징시안 중국 건축사는 포비든 시티(자금성 내부 리노베이션) 사례에서 중국과 외국 장인들과의 협력, 옛 기술과 현대과학의 활용, 장인에 대한 대중의 재인식이 이루어진 점 등에 대해 설명했다. 부탄의 경우 건축유산 중 70% 이상이 국가나 지자체에서 소유하고 있고 건축유산은 여전히 사용 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부탄 정부 소속의 카르마 텐진 부탄건축사가 언급했다. 부탄의 건축사 숫자는 대략 200명으로 대부분 신축을 담당하므로 정부에서는 건축사들이 좀 더 건축 유산의 보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모든 국가 프로젝트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기관의 웹사이트에 업로드 하고 있으며, 건축유산에 대한 규정을 법정화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음을 얘기했다.

3. 스폰서 업체 제품소개; KONE 승강기업체
4. 오후 세션은 세미나 세션으로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각 존(지역)별 대표 발표자가 건축유산의 재사용 사례 및 제반사항에 대한 소개와 토의를 진행했다.

가. 파키스탄 대표는 인도와 정치적 갈등으로 비자발급 이슈로 참석을 못하였으나, 회의장 내 원격회의 시스템으로 파키스탄의 건축 유산 활용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 푸남 샤 네팔 건축사는 관광목적의 유산활용 사례로 궁전, 핵심 도시주거, 주거지 재생 등 다양한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다. 모모 륀 미얀마 건축사는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의 식민지 전후 건축유산 활용 정책과 사례를 설명했다.
라. 사이먼 찬 홍콩 건축사는 홍콩의 건축 문화 유산에 대해 기원, 정책, 재사용 측면을 프리젠테이션했다.
마. 국가별 사례소개 후 토의 및 실무위원회 자이푸르 선언서를 작성했다. “건축 유산이 건축적, 사회적, 기술적 측면에서 지식의 보고임을 인지하고 건축사로서 유산을 보호할 책임을 강조한다. 장인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존중하고 증진시키고, 직원 및 학생들에게 건축 유산 및 전통구법에 대한 인식 재고와 가르침을 유도한다. 건축주로 하여금 소유하고 있는 건축유산에 대한 보존·보전을 유도한다, 가치 있는 건물의 철거를 막고 재사용 하도록 정부, 건축주를 유도한다. 오래된 유산의 보호하기 위한 혁신적인 구조적 체계를 도입하며 아카시아 지역 내 좋은 시공사례의 전파를 위해 협력하고 전통지식을 공유하고 출판할 것을 장려한다. 미사용 중인 다양한 유산에 대해 해당기관에게 리모델링의 방법 등을 제안할 것을 독려한다.” 이와 같은 내용이 이번 워크숍의 결론이자 자이푸르 선언서의 내용이었다.
바. ACPP 워크숍 참가증 수여식 및 사진 촬영
리타 소(아카시아 회장), 사이푸딘 아마드(zone B 부회장), 무굴고얄(ACPP 주최자)은 각국 참가자에게 워크숍 참가증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세부행사3 – 제 11차 친환경위원회(ACGSA) 원탁회의

■ 일시 _ 7.27(토) 09:00∼18:00 (참석 시간 17:00∼18:00)
■ 장소 _ 자이 마할 궁(Jai Mahal Palace)호텔 회의장
■ 내용
실무위원회의 워크숍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친환경위원회 원탁회의에 옵서버로 참가했다. 건축 및 자연 문화유산의 지속가능한 측면이라는 개념 하에 각국별 액션·솔루션 발표와 토의가 막바지로 이어졌으며, ‘토속적 지혜’책(Vernacular Wisdom Book)을 금년 말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리는 아카시아 포럼시기에 맞춰 출판하기 위한 원고제출을 독려했다. 원고 안내사항 후 원탁 회의 참가증을 참가국 대표단에 수여하고 기념 촬영하는 것으로 행사가 종료됐다.

 

자이마할(Jai Mahal)

세부행사4 – 헤리티지 산책

■ 일시 _ 7.28(일) 06:30∼09:30

■ 장소 _ 자이푸르시 일대

■ 내용 _ 세계문화유산 지역투어
워크숍 마지막 일정으로 오전 이른 시간을 활용하여 UNESCO 세계문화유산도시인 자이푸르시의 주요 유적을 방문했다. 바람의 궁전으로 알려진 하와마할(Hawa Mahal), 카낙 브린다반 사원(Kanak Vrindavan), 물의 궁전, 자이마할(Jai Mahal), 알버트 뮤지엄 등을 인도건축사 니찰, 카비타 제인 부부의 안내로 버스를 이용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상 깊었던 설명 중의 하나는 자이푸르 창건 당시의 관개시스템으로 18세기의 계획도시인 자이푸르엔 도시곳곳에 주민들이 상시 이용 가능한 우물이 있었고, 그 물을 끌어오기 위한 수로가 저수지로부터 계획되어 있었으며, 수로는 목재기어를 이용 심지어는 산 정상까지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설치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관리되지 않고 위생적으로 처리되지 못하는 자이푸르의 상하수도 시스템에 비교하면 ‘오래된 미래’라고 할 수 있겠다. 민간소유인 물의 궁전은 주 정부와의 개발허가 협의가 순탄치 않아 민간에 개방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운 지점이고, 이런 사항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유적지 개발 및 건축유산 보호 보존 활용에 있어서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으로 보였다.

 

글. 김인범 Kim, Inbum 에스알씨 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