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사 승효상

Architect Seung H-Sang

한국의 현대 건축을 어느 시점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이는 학계나 건축계에서 모두 명확히 정리된 바가 없다. 일본 식민지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조금 무리인 듯하다. 왜냐하면 주체적으로 산업화 시대의 건축을 고민하고 계획한 것이 아니라, 식민 제국의 필요에 따라 대응하는 체제였기 때문이다. 조선 말기에 일부 수입된 서양 발명품을 담은 덕수궁 근정전이나 전신전화국인 우정국 등의 건축이 있었지만 이들 모두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의 건축이 아니었다. 더구나 건축을 다루는 건축사라는 직업은 일본 식민 시대에 조선인에게 허용되지 않은 직업이었다.
이런 이유로 해방 이후에 들어서서 본격적인 현대 건축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이 대략 1870년대 본격적인 서구 문화를 흡수하면서 전환기의 건축을 받아들였다고 하면 우리는 80여 년 정도 뒤처진 상태였다. 서구 역시 고전건축에서 현대건축으로 전환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일본이나 서구나 유사한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 1930년대 이미 르코르뷔지에 스튜디오의 수석으로 사카쿠라 준조 같은 인물이 있었고, 자생적 모더니스트인 무라노 도고도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건축에 대한 이론적, 체계적 깊이가 부족한 상태로 해방 이후 급격한 근대화와 현대화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런 속도는 건축에 대한 깊이와 논쟁의 바탕보다는 건축을 산업과 생산으로 바라보게 했고, 건설과 건축을 구분하지 않고 성장하게 했다.
김중업과 김수근을 비롯한 김희춘, 이희태, 나상진 등이 있었지만 건설 중심의 속도 속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물론 이런 시간 속에서도 다양한 문화적 접점을 통해 건축을 중심으로 이끌어가려던 공간의 김수근이나 실험적 건축을 시도했던 김중업이 있었으나,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위상은 극히 미미했다.
건축계, 즉 건축사의 위상은 건축 자체의 위상과도 연결되었고, 우리 사회에서 건축은 곧 건설이었다. 덕분에 콘크리트와 강철은 존재했지만, 미학이나 철학을 말하면 당혹해했다. 그러니, 정부정책에서 건축은 건설과 토목의 영역에서 그냥 보기 좋게 하는 포장술 정도로 다루어졌다. 건축사는 정부 정책이 펼쳐지면 그 정책에 따르기만 급급했고, 발언권도 주어진 적이 별로 없었다. 건축이 도시에서 어떻게 구축되고 다루어져야 하는지 이유를 알 필요도 없고, 가치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몇몇 선구적으로 도전하는 건축계 인사들이 있었지만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항상 비주류로 존재했다.
김수근이 정치인의 지지를 받기도 했고, 다른 건축계 인사들이 경제계의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개인이나 본인의 범위에서 머물렀다. 보다 큰 건축적 시장 환경이나 산업 환경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이런 변화를 건축사들이 이끌어 내기는 사실 쉽지 않고, 해외에서도 찾기 어렵다.
어쩌면 이런 시대적 배경과 건축 산업적 상황에서 누군가 이단적 존재, 또는 도전자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아직 미완의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승효상이라는 건축사는 이런 우리 상황에서 탄생한 들소 같은 인물이다. 혹자는 그의 건축적 철학에 대해 비판하고, 혹자는 그의 영향력에 대한 정치적 비판도 한다. 젊은 후배들은 그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면서 비판도 한다. 일면 타당함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대 건축에 종사하는 현업 건축사로서 지난 시간 동안 그렇게 변화의 전면에 나서서 주도한 인물이 누가 있었을까? 말하긴 쉽다. 건축사의 작품에 대한 끝없는 변신은 실험정신과 도전의 일환이다. 지금도 그의 작품은 바뀌고 또 바뀐다. 필립 존슨의 도전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정책 일선에서 현업 건축사로서 느꼈던 구조적 부당함과 부조리를 끊임없이 지적하고, 고치려 노력한다.

아마도 그의 내면에는 수도 없는 상처가 얼기설기 얽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축 학계나 건축 실무 어느 분야에서 어느 인물도 그처럼 도전을 거듭한 인물이 없다. 아무것도 안 하면 비판도 없고, 상처도 없고, 비난도 없다. 그걸 모를까? 그럼에도 건축이라는 대상에 대한 애정과 사랑, 연민이 그를 그렇게 세상이라는 들판에 건축이라는 옷을 입고 나서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실 이런 인물의 뉴버전이 앞으로 더 탄생해야 한다. 적어도 50대에서, 40대에서, 30대에서… 그리고 20대에서 나와야 한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

비행기 사고

,

경계 밖으로 스스로를 추방하는 자

One who banishes himself out of boundaries

중국 당나라 시대의 문장가인 유종원(773-819)이 쓴 글 중 재인전(梓人傳)은 대목장인 양잠(楊潜)의 직무에 대한 태도를 그린 내용인데, 재인은 오늘날의 건축설계하는 이와 같다. 이 글에 따르면, 그가 사는 집은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일을 시작할 때면 도면을 현장의 벽에 붙여놓고 여러 직공들을 불러모아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하고 조정하며 질책을 한다. 그는 모든 재료와 공법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으며 일이 끝나고 집이 완성되면 대들보에 자기의 이름만을 새겨 남긴다. 혹시 일하는 도중에 건축주가 틀린 지시를 하면 그 부당함을 말하고 해소 되지 않으면 즉시 그 일에서 손을 떼고 유유히 떠난다. 공공적 프로젝트를 할 때는 임금을 덜 받고 봉사하는 그를 들어 유종원은 일국의 재상의 태도가 이와 같아야 한다고 했다.
아, 1천2백 년 전의 건축사도 이랬는데 나는 어떻게 건축사로서 삶을 살고 있을까. 아래는 내가 쓴 책 ‘보이지 않은 건축, 움직이는 도시(돌베개 간)’에서 기술한 내용 중 일부를 편집한 내용이다.

 

경계 밖으로 스스로를 추방하는 자

“지식인은 경계 밖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추방해야 하는 자이다… 그는 애국적 민족주의와 집단적 사고, 그리고 계급, 인종, 성적인 특권 의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며… 관습적인 논리에 반응하지 않고, 모험적 용기의 대담성에, 변화를 재현하는 것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에 반응하는 자이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통하여 서양이 오랜 세월 동안 가지고 있던 제국주의적 편견을 날카롭게 비판한 지식인이었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인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 그가 1993년 BBC 방송의 리스강좌에서 강의한 내용들을 모아서 ‘Representations of Intellectuals’이란 제목으로 출간한 책(한국어 번역본 ‘권력과 지성인’ 1996)의 이 문장들을 읽는 순간, 나는 그때 김수근 건축이라는 견고한 영역에서 이탈하여 내 건축의 정체성을 찾아 검은 밤바다의 선원처럼 분투하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어서 기댈 곳을 찾아 이 집단 저 부류의 세계들을 연신 기웃거리고 있었으므로, 그런데 내 초라한 행색을 준열하게 꾸짖는 듯한 이 글로 나는 궤멸 당하는 듯 전율했다. 경계 밖으로 스스로를 추방하는 자라니…

건축사는 자기 집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집을 지어주는 일을 고유직능으로 가진다. 그 직능은 다른 이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사색과 성찰을 수반함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타자화시키고 객관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건축사가 설계작업에서 거의 첫 번째 그리는 도면인 평면도는 집을 중간 높이에서 수평면으로 잘라서 보는 그림인데, 이 그림의 실체를 보기 위해서는 시점을 무한대의 높이로 올려야 한다. 무려 신적 위치에 도달해야 하는 일이니, 이는 남이 사는 모습을 객관적 위치에서 보며 그 사는 방법을 조직하는 일이 평면도를 그리는 일이라는 뜻이어서, 이 도면을 그리게 되는 건축사는 스스로를 세상의 경계 밖으로 내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축사의 직능이란 게 항상 새로운 상황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일이다. 새로운 건축주와 만나고, 새롭게 삶을 시작하게 되는 사용자와 만나며, 새 땅과 만난다. 그런데, 여기에 그냥 자기가 가지고 있는 타성과 관습의 도구를 꺼내어 종래의 삶을 재현시킨다? 이건 건축이 아니다. 그냥 관성적 제품이며, 그래서 새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의 소망을 배반하는 일이 되며, 어쩌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 땅을 범하는 일이 되고 만다. 그러니 건축사는 늘 새로움에 반응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밖에 없으니, 경계 안에 머문다는 것은 그 소임을 파기하는 일과 같다.

자발적 추방자의 삶, 물론 건축사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좀 더 밝게 진보시킨 모든 이들의 일관된 삶의 태도였다. 예컨대 예수가 대표적이다. 스스로를 광야로 추방하여 유대교의 관습을 비판하고 로마총독의 권위를 따르지 아니했으며 소외된 자들과 약한 자들을 껴안고 사랑과 평화를 전하다가 모든 이들이 메시아로 추앙할 때, 다시 스스로를 십자가에 못박아 불멸의 고독으로 추방하고 말았다.
석가모니도 마찬가지였다. 왕궁 밖의 자발적 추방자가 되어 제도적 욕망에 묶여 있는 이들을 향해 스스로 번뇌를 끊으라고 했다. 해탈이란 그렇게 추방되어 얻게 되는 자유일 게다. 수 없이 많다. 우리를 진보시키고 우리의 삶을 속박에서 자유하게 한 이들 모두가 그런 우직한 삶의 태도를 갈망한 까닭이었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그런 이들은 늘 확신에 차 있었을까?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1961년 파리의 오데옹 극장에서 초연되었을 때의 무대 풍경은 지금에도 이 연극이 공연될 때마다 모방되는 디자인이다. 앙상한 나무 한 그루, 초라한 의자가 전부인 이 가난한 풍경은 조각가 자코메티의 작업이었다. 베케트와 자코메티, 이 위대한 두 작가가 가진 창작의 근원을 비교하며 쓴 책 ‘dialogue in the void(공허 속에서의 대화; 1992 마티 메지드)’에서는,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강박관념을 적시하고 이들 작업의 바탕은 ‘불안’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다른 어느 누구도 마지막 결정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이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늘 번민하고 주저한 끝에 결국은 자포자기하여 만들어진 게 그들의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코메티의 조각은 늘 비어있고 시시때때로 거리로 나와 그 비워진 부분을 거리의 풍경이 채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조성된 팽팽한 긴장이 강력한 힘을 분출시킨다.
그렇다. 나에게 설계를 맡기면 좋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듯 설명하는 나지만, 사실 자코메티와 베케트의 불안이 나의 내면에도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하여 선을 잘 못 그어서 그 속에 거주하게 되는 이들이 나쁜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그래서 내가 건축을 아니함만 못하게 되는 것 아닐까, 늘 초조하고 불안한 것이다. 그 까닭일까? 대개 건축하는 이들은 늘 소심하고 주저한다. 마감시간에 쫓기며 밤새우는 일을 밥 먹듯 하는 게 그 증좌다. 그래서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댈 집단과 제도를 기웃거리고 한 패가 되는 일에서 멀어지지 않으려 한다면, 그렇게 되면 그 건축사는 고유의 직능을 포기하는 일과 다름이 아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나는 못한다.

건축은 우리의 삶을 이루게 하는 직접적이고 적극적 수단이니 건축설계는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건축설계를 하는 이는 인간의 생명과 그 존엄에 대해 스스로 진실하고 엄정해야 하므로 심령이 가난해야 하고 애통해야 하며 의에 주려야 한다. 특히 다른 이들의 삶에 관한 일이니 온유해야 하고 긍휼해야 하며 청결해야 하고 화평케 해야 한다. 바른 건축을 하기 위해 권력이나 자본이 펴놓은 넓은 문이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스스로를 깨끗게 하여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않아야 하며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는 일을 거부해야 한다. 모든 사물에 정통하고 박학하기 위해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해야 한다. 결단코 불의와 화평하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그런 행동 때문에 집이나 고향에서도 비난 받을 각오가 되어야 한다. 사람 사는 일을 알기 위해 더불어 먹고 마셔야 하지만 결코 그 둘레에 갇혀서는 안 된다. 스스로를 수시로 밖으로 추방하여, 광야에 홀로 서서 세상을 직시하는 성찰적 삶을 지켜야 한다. 오로지 진리를 따르며 그 안에서 자유하는 자, 그가 바른 건축사가 된다. 그러니 바른 건축사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이다. 당연히 내게는 언감생심의 길이며 그 흉내조차 내지 못하면서도 건축사라고 칭하며 사는 일이, 나는 늘 두렵고 아프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 혁신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 그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행한 연설의 한 문장은 그가 일군 업적만큼 강렬했다. ‘우직하라, 그리고 갈망하라(stay foolish, stay hungry).’ 그는 그렇게 살았다. 그의 말을 이렇게 바꿔도 될까? ‘stay out, stay alone.’ 바깥에서 머무르며 홀로 됨을 즐기는 삶, 이게 진정한 지식인의 태도며 적어도 바른 건축사가 사는 방법일 게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그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의 운명에 대해 다시 이렇게 설명했다. “지식인은… 단도직입적이다. 그러한 말들로 인해 높은 지위의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공적인 영예를 얻지도 못하는 부득이한 현실로부터 전혀 탈출할 수도 없다. 그것은 고독한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깊은 겨울밤 사나운 눈보라가 오두막 주위에 휘몰아치고 모든 것을 뒤덮는 때”일지도 모른다. 그때야말로 “철학을 할 시간”이라고 하이데커가 말했던가…

 

글. 승효상 Seung H-Sang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

산너울, 구름바다, 세월 품은 거리 곳곳이 모두 풍경화…전라북도

Heaving Mountains, sea of clouds,
everywhere of old fashioned street is landscape painting… Jeollabuk-do

고창 선운사 꽃무릇
여름에는 잎이 지고 난 뒤 꽃이 피어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나지 못해(화엽 불상견 상사화; 花葉 不相見 相思草) 서로를 그리는 사무친 한이 서려있다고 상사화라고 불리게 됐다. 상사화의 꽃말 또한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꽃무릇은 그늘에 숨어 무리 지어 핀다 하여 이름지어진 것이다. ‘돌틈에서 나오는 마늘모양의 뿌리’라는 뜻에서 석산화(石蒜花)이라고도 부른다. 상사화는 불갑사, 용천사, 선운사 등 사찰인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스님들이 상사화의 뿌리를 탱화의 방부제로 사용하기 위해 주변에서 재배했기 때문이다. 초가을의 상사화는 사찰 주변의 짙푸른 숲과 붉은 잎이 대조를 이루어 더욱 아름답다.

 

마이산
진안고원에 있는 2개의 암봉. 산의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 하여 마이산이라 부른다. 동봉을 수 마이봉(667미터), 서봉을 암 마이봉(687.4미터)이라고도 한다. 기반암은 수성암이며, 산 전체가 거대한 암석으로 이루어졌으나 정상에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마이산 일대와 은수사·금당사 등의 사찰을 중심으로 197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촬영한 이날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평소와 달리 마이봉이 운무에 싸여 신비감이 한층 두드러져 보인다.

 

동림지 가창오리의 비행
한겨울 동림저수지의 하늘이 석양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호수 한가운데 마치 섬처럼 조용히 떠 있던 가창 오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낮에는 호수에서 쉬다가 밤에 먹이 활동을 시작하는 가창 오리가 먹이터로 날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처음엔 작은 무리들이 하늘을 돌기 시작하다가 결국엔 수십만 마리 전 개체가 비행에 참여한다. 호수 한가운데서 노을을 배경으로 다양한 모양을 연출하며 상승과 하강, 집합과 분산을 반복하며 비행하는 가창 오리의 군무는 맹렬하게 불어 일어나는 바람의 소용돌이 용오름과도 같다. 수 만 마리 가창 오리가 수면에서 저녁 하늘 위로 올라 장관을 이룬다.

 

전주한옥마을
1911년 말 성곽 전주성의 동반부가 남문을 제외하고 모두 철거됨으로써 전주부성의 자취는 사라졌다. 이는 일본인들에게 성안으로 들어오면서 서문 근처에서 행상을 하던 일본인들이 다가동과 중앙동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이후 1930년대까지 3차에 걸친 시구개정(市區改正)에 의하여 전주의 시가지가 격자화되고 상권이 확장되면서, 일본 상인들이 전주 최대의 상권을 차지하게 됐다.
1930년대 중반, 뜻있는 선비들과 주민들이 조상의 얼이 스민 오목대와 이목대, 한벽당이 굽어보고 있는 풍남문 동쪽에 집단으로 한옥을 건립하고 마을을 건축했다. 이렇듯 고고한 선비정신이 깃든 한옥마을은 해방 이후인 1960∼70년대 전주의 명문학교들이 모여 있는 교육의 거점 역할을 했다. 전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중앙초, 성심여중고, 전주여고, 북중학교, 전주고등학교, 전주공업전문학교 등 학교기관들이 대거 위치하면서, 한옥마을은 오늘날 까지 면면히 이어 올 수 있었으리라 짐작 된다. 우리의 근대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지금까지 버티어온 한옥마을의 이면에 켜켜이 쌓인 질곡의 역사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오늘도 황혼녘에 우아한 지붕의 기와골에 저녁햇살이 내려 앉고 있다.

 

전주한옥마을

 

옥정호의 붕어섬
섬진강 상류, 옥정호
오래 전, 이곳을 지나던 어떤 스님이 이곳은 다음에 맑은 호수(玉井)가 될 자리라고 예언했다하여 동네 이름이 옥정리(玉井里)다. 세월이 지나 그곳에 댐이 들어서고 물이 가둬져서 큰 호수가 되었는데, 이 호수 이름도 옥정호로 불리게 됐다.
호수 가운데는 붕어를 닮은 섬이 있는데 붕어가 헤엄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붕어섬이라 한다. 일년 내내 아름다운 경치가 계절에 따라 연출되고 있지만 특히 한겨울철 이른 새벽에 흰 눈 쌓인 붕어섬과 운무가 어우러지면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을 이뤄 신비로운 仙境이 펼쳐진다.

 

채석강 해변
1976년 4월 2일 전라북도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됐고, 2004년 11월 17일 명승 제13호로 지정됐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맨 서쪽, 격포항 오른쪽 닭이봉 밑에 있다. 옛 수군(水軍)의 근거지이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全羅右水營) 관하의 격포진(格浦鎭)이 있던 곳이다.
지형은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 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한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이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주변의 백사장, 맑은 물과 어우러져 풍치가 더할 나위 없다. 중국 당의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채석강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정읍의 구절초 축제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순이면 전북 정읍에서 구절초 축제가 열린다. 전북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 571 구절초테마공원에서 구절초가 만개하면 전국에서 관광객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인근 옥정호의 아름다움도 함께 즐겨볼 수 있다.
“구절초 꽃동산, 솔숲 가을 향기 가득”,
22만제곱미터 규모를 자랑하는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에서 9만제곱미터에 달하는 솔숲에 구절초가 피어 있다.

 

선유도 일몰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리에 속한 섬. 무녀도·신시도·갑리도·방축도·말도 등과 함께 고군산군도를 이루며, 군도의 중심섬이다. 본래는 3개로 분리된 섬이었으나 중앙에 긴 사주가 발달되면서 하나로 연결됐다. 고려 때 최무선(崔茂宣)이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진포 해전기지였고, 임진왜란 때 함선의 정박기지이며 해상요지였다. 중앙에 발달한 선유도해수욕장은 고군산 8경 중 하나로 피서객이 많다. 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는 약 2㎞로 경사가 완만하며, 물이 맑고 모래의 질이 좋을 뿐 아니라,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모습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붉은 노을길 명사십리 절경 연출”, 선유 낙조는 선유팔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선유도 일몰

 

세계최장을 자랑하는 새만금방조제의 일몰
새만금 방조제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결과물로서 놀라운 인간의 능력을 실감케 하는 인공구축물이다. 총 4개의 구간으로 구성된 방조제는 총연장 28km에 달하는 엄청난 길이의 세계최장의 방조제로, 전북 부안에서 가력도, 신시도, 군산시를 잇는 환형 방조제를 따라 가다 보면 가력도항구, 너울쉼터, 아리울 예술창고(공연장), 배수갑문, 고군산 군도(무녀도.신시도.갑리도방축도.말도), 다기능부지(오토캠핑장) 등 여러 가지 시설물들이 조성되어 있어 방조제 그 자체가 커다란 벨트형 관광지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서해안에서 낙조의 아름다움이 빼어난 곳이다.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

,

이창(Rear Window)… 건축의 심리학을 이용한 알프레드 히치콕

Rear Window…
Alfred Hitchcock Using Architectural Psychology

알프레드 히치콕은 5,60년대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개척했다. 당시에는 조금 색다른 장르영화로 취급되었지만, 그가 보여준 영화적 표현 방법은 매우 독특했다. 대부분 그의 영화들은 공포 영화 같지만, 좀 더 묘한 이미지와 심리를 이용해서 몰입하게 했다. 이야기 중심의 영화가 큰 흐름을 차지하던 5,60년대 이런 표현을 구사한 영화감독은 매우 드물었다.
아마도 공포라는 개념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몰입하기에 쉬운 것인 듯하다. 그렇다고 아주 심각하게 적나라한 공포의 현장을 보여주거나 잔인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진 않는다. 미행당하고, 의심의 대상이 되고, 쫓기고 다투는 방식으로 영화를 이끌고 나간다. 그 방식 역시 매우 건축적이고, 동선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덕분에 그의 영화는 이미지의 상징성과 관객의 몰입, 그리고 감정이입을 통해 극대화된 감정을 만들어 낸다.
1998년 영화책을 쓸 때 자연스럽게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주목하게 되었다. 그의 영화는 귀신이나 악령 같은 샤머니즘적 공포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 감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두려움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런 공포감이나 두려움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도심 한복판의 이웃집에 대한 시선, 누구나 갈 수 있는 여행지의 모텔, 도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동불들… 너무나 일상적인 환경에서 겪게 되는 이런 평범한 공포감은 귀신같은 샤머니즘적 공포 영화와 다르다.
그중에도 <이창 Rear Window>은 너무나 일상적인 생활에서 만들어내는 심리적 공포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웃집 관찰을 통해서 겪게 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으로 위축되게 만든다.
밀집된 도시 생활에서 만들어내는 이런 두려움, 공포는 인간의 기본적 속성이라는 점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섬세한 관찰과 해석에 감탄하게 된다.

사진 ksamaarchvis.wordpress.com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서로 간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회를 구축하고 이끌어 나간다. 우리만 하더라도 전통적 농촌사회는 씨족을 근간으로 마을을 형성했다. 대개 이웃 친척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마을에 새로 들어오는 이들은 결혼을 통하거나, 경제적 이유로 구성되었다.
규모가 커질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에서 정치 행정상의 지역 중심과 경제적 이유가 배경이 된다. 친족 관계가 조금 희석되면서 확장되기 시작한다. 이런 과정에서 아무런 관계가 없이 형성될 것 같은 건축도 영향을 받으면서 변형된다.
친족으로 형성된 마을의 건축 – 즉, 집들은 개방적이고 공유된 공간 개념으로 구성된다. 개별적인 완성도가 높은 독립된 형태보다는 서로 연계되는 특징을 가진다. 당장 ‘대문을 열어놓고 사는 마을’을 가보면 대체로 친족이나 이웃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친밀도가 높은 지역이 많다.
이런 친밀도는 상호 간의 인정 범위 안에서 개입을 허용할 때 나타난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Privacy)은 이런 사회에서는 지켜지기도 어렵지만, 사람들도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에 보이지 않는 불문율로 서로간의 규범과 틀을 깨지 않으려 조심하게 된다.
왜냐면 작은 사회적 불문율에 어긋나는 행위는 바로 드러나서, 지적되고 심지어는 응징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주홍글씨> 같은 소설은 종교를 매개로 연대된 사회에서 집단이 개인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잘 묘사되었다. 이 소설에서 배경이 되는 연대된 사회는 바로 사생활이 거의 보장 받지 못하는 친밀한 사회적 관계로 형성된 경우다. 이런 사회에서 문을 닫고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공간의 폐쇄성은 문제가 된다.
하지만 산업화라는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도시로 모여들게 했다. 불특정한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야 하는 사회는 미처 서로 간의 친밀도를 형성하기 어렵다. 농촌사회나 친족사회처럼 상호 간의 개방성은 오히려 문제가 되었다. 낮선 이들의 생활 공간 침범은 곧장 범죄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방어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생활은 중요한 사회의 주제가 되었고, 건축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엉성했던 경계는 치밀해지고, 높아지기 시작했다. 외부에 대해서 닫히기 시작했고,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 구조로 변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계없이 살아가기 어려운 인간의 특성은 선택적 관계 맺기를 통해 해결한다. 종교적, 경제 계급적, 정치적, 지역 연고적 등등의 다양한 자신과의 특성과 연대 맺기를 만들게 된다.

문제는 이런 연대는 상호 간의 연결성이 희박한 낯선 이들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발생한다.
도시는 어떤 구조보다 조밀한 밀도 안에서 사람들을 살게 만든다. 그런 만큼 친밀해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심지어 문 앞을 마주 보고 사는 공동주택 거주자 역시 몇십 년을 살아도 마주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을 수 있다. 조금의 공통분모가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도시인의 특성은 바로 건축 형식에 반영된다. 문을 닫으면 절대 그 집의 구조와 내부를 상호 간에 볼 수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자, 바로 이 점에서 의도치 않은 상황이 나타난다. 문을 닫으면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집 구조? 사생활이 절대적으로 보호받는 구조? 과연 그럴까?
복병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바로 마주 보고 있는 건물에서 관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주 보고 관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인간의 욕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많은 영화는 이런 인간의 욕망을 도시에서 삶과 연결해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 영화 <이창>은 바로 이점에 주목해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그의 많은 영화가 도시와 건축의 공간에 반응하는 심리적 흐름을 가공하고 있는 것처럼 <이창> 역시 관찰, 호기심, 관음증을 매개로 연결했다.
재미있는 점은 인간의 잠재된 욕망에는 노출증도 동시에 존재한다. 훔쳐보기와 노출증. 이를 성적으로 비윤리적인 이상 취향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엄연히 인간의 기본 욕망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이런 노출증과 관음증의 공간이 존재한다. 독일 베를린의 <비키니 호텔>이나 뉴욕 맨해튼 하이라인 한복판에 있는 호텔은 이런 인간의 이상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화장실, 욕실이 통유리를 가리지 않은 채 배치되어 있고, 투숙객이나 구경꾼들이 이를 적나라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윤리적 논란이 될 만한 이런 공간이 버젓이 도시에 존재하는 것도 황당하긴 하지만, 건축의 기준에서 바라 볼 때 정답이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새삼 우리 도시에서 밀집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말하는 ‘사생활 Privacy’의 강조가 얼마나 가능한지 의심하게 된다. 고층으로 밀집된 아파트 단지를 가보면 아무 의미 없는 사생활을 강조하는 광고 문안을 보게 된다. 대부분 고층 아파트 단지를 가보면 착시 현상으로 마주 보는 아파트 세대가 유난히 잘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일 년 내내 아파트 발코니에는 블라인드가 쳐져 있다.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그러면서 사람들은 고층을 선호하고, 밀집된 아파트 단지를 선호한다. 결국 적당한 노출과 이웃집 구경은 현대 도시 생활에서 필연적인 셈이다.

이런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처럼 아름다운 낭만의 코미디가 되어 영화로 만들어지고,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군상들이 겪는 삶의 이야기를 담는 <구름 저편에> 같은 영화가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새삼 주목한 일상 공간의 공포는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인용되고, 모티베이션이 되어서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밀집된 도시의 삶이 낭만이 될 수도, 공포가 될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는 것이 도시의 삶이라고 한다면 보다 낭만적이고, 사람과의 소통과 관계를 이끌어내는 도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건축하는 사람의 책임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중요하고,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스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ncslab@ncsarchitect.com

,

디자인된 사물을 전시한다는 것

Exhibiting Designed Objects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9월 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렸다. 나는 디자인 전시회만큼 기획하기 어려운 게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작품은 원래가 전시용으로 만들어지지만, 디자인된 사물은 일상의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현실화되는 것이므로 전시와 무관하게 만들어진다. 처음부터 갤러리에 전시될 것을 고려하는 예술작품은 당연히 거기에 걸맞은 내용과 형식을 갖추게 된다. 다시 말해 전시장에서 빛이 날 수 있다. 반면에 대부분 거실이나 방과 같은 은밀한 사적 공간을 위해, 각종 생활의 편리를 위해 디자인되는 사물은 과연 전시 공간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빛을 발하는 것은 고사하고 전시장에 어울리기나 하는 걸까?

나의 의문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상상하면 된다. 백화점의 가전이나 가구 매장을 떠올려보라. 그곳에서 늘 보아오던 그런 상품들을 전시장에 갖다 놓은 들 무슨 감동이 있고 특별한 게 있겠는가? 2001년에 예술의전당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디자인 미술관이 개관했다. 그 첫 전시회가 열렸을 때 한 디자인 관계자가 개관식에 참석한 귀빈들을 이끌며 전시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 관을 돌다가 특정 주제의 전시장에 이르자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는 좀 더 ‘디자인다운’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좀 더 디자인다운 작품은 무엇일까? 그곳에서는 한 가전 회사의 선행 디자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었다. 선행 디자인이란 대량생산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종의 콘셉트 모델이다.

1) 정인(닷밀)의 ‘휴머니티 2’. 혼합 미디어 맵핑 전시로서 사람 인체의 놀라움을 보여준다.

콘셉트 모델은 양산할 필요가 없으므로 좀 더 과감하고 대담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자기 마음대로 개성을 발휘할 수 있고, 독특하고 화려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제품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전혀 볼 수 없으므로 차라리 전시회를 위한 조각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물이 디자인다운 것인가? 그것은 차라리 ‘예술답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관람객이 그런 조각 같은 제품들을 디자인 전시회에서 보고 자신의 생활과 사물과 견주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생활의 디자인은 그런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반드시 대량생산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만족시켜야 하므로 결국 평범한 사물이 되기 쉽다. 그러니까 그런 평범한 사물을 갖고 디자인 전시회를 기획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만약 그런 평범한 사물을 무시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전시회가 되기 쉽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제품들을 갖고 전시회를 하면 뭔가 흥미가 떨어질 것이다.

2) 모던 건축의 성지와도 같은 뎃사우 바우하우스의 건물을 축소한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국내 최대의 디자인 전시회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기획자들은 늘 이 문제에 봉착하고 그것을 고민했을 것이다. 평범한 디자인을 넘어선 그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시장이라는 곳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의 특별함을 요구받는다. 특히 전시장에 들어와 첫인상에서 관람객을 깜짝 놀라게 해줄 필요가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첫 번째 주제관인 ‘사람을 노래하다’가 그런 곳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극적인 시각 효과를 보여준다. 또 관객 참여형 전시가 선보인다. 이런 전시 형식은 좋게 말해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에 있다고 표현할 만하다. 디자인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종류의 오감을 자극하는 볼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3) 애플의 초기 모델. 바우하우스의 유명한 의자들만큼이나 20세기의 중요한 아이콘이 되었다. 특히 이제는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희소성의 가치가 높아졌다.

두 번째로 디자인 전시회에 적합한 것은 ‘명예의 전당’ 류의 역사적인 유산을 보여주는 것이다. 20세기의 디자인 아이콘, 전설이 된 디자인, 그런 것 말이다. 두 번째 주제관 ‘다음 세대에게 주는 선물’ 속 바우하우스 전시가 거기에 딱 부합한다. 특히 올해는 바우하우스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니 이보다 더 좋은 전시 아이템은 없을 것이다. 바우하우스의 의자들, 그리고 그 유명한 데사우 바우하우스 빌딩의 미니어처 조형물은 언제 보아도 아우라를 내뿜는다. 이번 전시에 보인 또 다른 전설은 바로 애플의 컴퓨터들이다. 스티브 잡스를 조명하는 주제관에 최초의 애플인 매킨토시부터 최신 아이맥까지 애플 데스크톱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바우하우스의 의자들이 지금도 생산되고 생활 속에 놓이는 것과 달리 컴퓨터는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유물이 된다. 더이상 쓰지 못하게 된 구식 컴퓨터는 오히려 오브제로서의 가치를 발하는 것 같다.

4) 울프스 앤 정(엠마뉴엘 울프스 & 정보영)의 ‘엘리먼츠Elements’, 2017.

세 번째는 디자인을 소재로 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바우하우스의 조형적 특성을 소재로 한 여러 실험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예를 들면, 순수 형태에 대한 실험, 순수 색채에 대한 실험 같은 것이다. 생활 속 디자인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중이 물건을 살 때는 모험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전시회 출품작을 통해서만 실험을 할 수 있다. 표현 욕구가 강한 디자이너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기회다.

5) 코지마 신야 & 코지마 아야카 & 카토리 신고의 ‘안주An Ju’는 모듈화된 천으로 조립하여 빠르게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이다.

네 번째는 의미가 깊은 디자인이다. 예를 들면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환경의 제안 같은 시의적절한 의제를 꺼내고 사회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디자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주 An Ju’라는, 일본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개발한 천을 이용해 만든 임시 주거 공간이다. 쉽게 만들고 철거할 수 있으며, 임시방편의 구조물치고는 아름답고 견고하다. 이런 제안은 당장 실현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잠재적인 가능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디자인 전시회가 지향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와이즈건축이 제안한 ‘최소한의 집’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재미있는 출품작이었다.

이 밖에도 당장 거실에 놓거나 생활에서 쓸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디자인도 많이 출품되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디자인 전시회는 예술작품의 전시회보다 기획하기가 더 어렵다. 이런 어려운 전시회를 광주시가 2년마다 16년 동안 8회째 개최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통해 광주 시민은 물론 한국의 대중들이 디자인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면, 비엔날레는 아주 가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글. 김신 Kim, Shin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디자인 칼럼니스트로 여러 미디어에 디자인 글을 기고하고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쇼핑 소년의 탄생>이 있다.
kshin2011@gmail.com

,

다시 여자, 다시 남자

A Woman Again, A Man Again

“나는 몇 년 전부터 와이프가 무서워….”
거의 30년 만에 만난 선배가 말했다. 선배는 몇 달 전에 23년 동안 운영하던 사업을 접고 은퇴한 상태였다.
“왜요?”
“자꾸 지적질하고, 큰소리로 야단치고 그래서.”
“하하 설마 무섭기까지야 할까?”
“정말이야, 그래서 몇 달 전에는 진지하게 얘기했어. ‘난 네가 무섭다’고.”
“그랬더니 뭐래요?”
“깜짝 놀라더라고. 내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이야기 하고 나서는 야단 안 맞아요?”
“며칠은 좀 덜하더니 다시 마찬가지야.
그래서 내가 이제부터 자유롭게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하면서 살겠다고 선언했어.”
“자유롭게 사는 게 어떻게 하는 건데요?”
“술 마시고 집에 안 들어갔어, 미리 말 안 하고.”
“호호 사춘기 애도 아니고 뭔 반항을…. 또?”
“친구들이랑 2박 3일 골프 여행 갔어. 그건 말 하고.”
“큭큭 그랬더니 좋아요?”
“그런데도 자꾸 눈치가 보여.”
다른 선배의 부친상을 조문하는 자리였다.
“하고 싶은 게 뭔데?”
듣고 있던 어떤 선배가 물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자여자’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헉, 그런 여자 만나면 무서운 부인한테는 뭐라고 할 건데?”
“글쎄… 항명을 해야지!”
그런 여자는 없다는 둥, 항명은 불가능하다는 둥 좌중에 야유와 실소가 이어지다가, 한 사람과 너무 오래 사는 건 고문이다, 25년만 살고 강제로 그만 살게 하는 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장난스러운 희망사항으로 얘기가 끝났다.
그날의 망자는 아흔 두 살이었다. 몇 달 전, 60년 넘게 해로한 부인을 먼저 보내고 뒤를 따르듯 서둘러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한다. 남남끼리 만나 60여 년을 함께 살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겨우 몇 달 간격으로 생을 마감한 부부의 인연 앞에서, 겨우 30년을 살고 나서 부인이 무섭다는 선배의 불평이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부부 사이에 뜨겁던 애정은 서서히 식고, 신뢰와 배려, 정(情)과 같은 감정이 둘 사이를 채우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모양이다.

연애감정이 사라진 부부 사이를 코믹하게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 최근에 두 편이 시리즈로 제작되어 전파를 탄 참다한 홍삼 광고이다. ‘우정호’, ‘도원결의’라는 광고의 제목부터 벌써 의미심장하다. ‘우정호’ 편에는 비바람 몰아치는 항구에 정박한 작은 배에서 비설거지를 하는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남편과 아내는 생명줄과도 같은 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들의 모습은 손발이 착착 맞는 노련한 뱃사람을 연상시킨다.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내고 뱃머리에 걸터앉은 두 사람의 하반신 아래로 카메라가 이동하면 ‘우정호’라는 배의 이름이 클로즈업되어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피.

Na.)        남자와 여자는 결혼을 하면서

              한 배를 타게 된다.

              프렌드십(Friendship)!

              우정이라는 배!

고현정)  우정으로 살아가는 모든 부부에게 바칩니다.

              다시, 남자.

              다시, 여자.

              참다한 홍삼.

지씨바이오_참다한 홍삼_’우정호’ 편_2019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며칠 전 문상 가서 나눈 얘기들이 비단 그 자리에 있던 몇 사람만의 현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동시에 방영된 ‘도원결의’ 편에도 애정 대신 우정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사랑을 속삭이기에 딱 좋아 보이는 분홍 복숭아꽃잎 날리는 아름다운 숲에서 두 사람은 삼국지의 관우, 장비, 유비처럼 우정을 다짐한다.

Na.)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아내와 남편은 굳게 맹세했다.

              브라더스(Brothers)!

              형제가 되기로!

고현정)  의리로 살아가는 모든 부부에게 바칩니다. .

              다시, 여자.

              다시, 남자.

              참다한 홍삼.

지씨바이오_참다한 홍삼_’도원결의’ 편_2019

참다한 홍삼은 활력을 잃은 남성과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다. 광고 제작을 맡은 대행사는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다 주요 소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력이나 갱년기라는 화두를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기 위해서 중년 부부를 등장시켰다. 부부로 오래 살다 보면 상대방이 성적 매력을 가진 여자나 남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느껴지기 쉬운데, 서로를 다시 이성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로 한 것이다. 메인 모델인 고현정이 B급 광고가 될 것을 우려해서 출연 여부를 고민했다는 후문도 있다.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국내 최대 광고포털인 TV CF가 선정한 ‘TV CF HOT 100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공개한지 보름 만에 조회수 160만을 찍으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홍삼을 먹는다고 친구처럼 느껴지는 남편이나 아내에게 다시 뜨거운 연애감정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부쩍 기운 없어하는 남편이나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아내를 위해서 홍삼이라도 사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에는 충분한 광고가 아닐까 한다.
시선을 돌려 현대자동차의 ‘베뉴’ 광고를 보자. 베뉴는 혼라이프 SUV를 슬로건으로 싱글족을 겨냥한 8편의 짧은 영상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의 주인공은 참다한 홍삼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들이다. 결혼해서 몇 십 년 살기는커녕, 결혼할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청춘남녀다. 영상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것 같은 절제된 서너 컷으로 구성되어 있고, 카피는 타깃의 속마음을 짧은 자막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토스터 편)           하루쯤은 / 빵 한조각을 먹어도 / 브런치카페처럼
(혼낚 편)               어떤 물고기를 낚을까 / 옆엔 어떤 사람이 앉을까 / 이 맛에 혼낚
(고양이 편)           집사가 나갔다 / 이제 내 혼라이프를 즐겨볼까
(빗소리 편)           침묵을 즐기는 것도 / 혼자만의 특권이지
(마트 가는 길 편)  술 약속 대신 / 혼자만을 위한 파티 / 금요일 밤 마트 가는 길
(퀄리티 편)           1+1보다 / 퀄리티 좋은 하나
(옷장 편)               드디어 독립 / 언니와의 옷 전쟁 끝
(혼밥 편)               나 요즘 눈치 안 보고 / 침대에서 밥 먹어 / 부럽지?

현대자동차_베뉴_광고모음_2019

참다한 홍삼 광고를 보며 공감하며 웃었다면, 베뉴의 CM을 볼 때는 한 번쯤 저렇게 살고 싶다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오래 같이 산 부부가 헤쳐나가야 하는 골치 아픈 현실 따위와는 아득히 멀리 있는, 젊은이들의 혼자만의 일상 즉, 혼라이프가 부러웠다. 아침 저녁의 시간이 오롯이 혼자만의 것이고, 마음을 온전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부러웠다. 이제 다시는 가질 수 없는, 아득한 옛날에 지나가버린 내게도 있었던 그 어느 한 때가…, 그리웠다.

(현대자동차_베뉴_광고모음_2019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snCZwm4yeYw

(지씨바이오_참다한 홍삼_2편 합본_2019_ 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업계에 입문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주)샴페인,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 계열의 벨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독립대행사인 (주)프랜티브에서 ECD로 일하다 독립하여 다양한 광고물 제작과 글쓰는 일을 하고 있다.
abacaba@naver.com

,

알기 쉬운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

Easy Explanation for Housing Lease Protection Act

Ⅰ. 글의 첫머리에

경기가 불황이라 그런지 서울 시내를 다녀보면 ‘임대(賃貸)’라는 간판이 눈에 많이 띈다. 건물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상가건물은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공실로 비워두는 경우에는 종전에 영업하던 세입자는 아무런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나가게 된다.

대출을 받아 장사를 하다가 손해를 보고 나가면 세입자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건물주는 공실 상태가 되어 월세도 못 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인데도 건물에 대한 재산세는 매년 올라가고 있고,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도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상가는 주택과 달라서 장사하는데 사용하는 건물이므로 분양받을 때 아주 조심하여야 한다. 사업시행자는 비싼 땅에 상가를 지어 분양하고, 분양가를 비싸게 받아야 하므로, 높은 분양수수료를 주고 분양전문업자에게 맡긴다. 분양회사에서는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단시일 내에 분양을 하려고 한다.

장사를 해본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은 오직 분양회사의 선전과 광고만 믿고 분양을 받는다. ‘상가건물의 입지 조건과 주변 환경, 교통편, 유동인구’에 관해 대대적인 선전을 하면 그대로 믿는다. ‘상가 완공 입주 후에는 전세 얼마, 월세 얼마’라는 식으로 꿈에 부풀게 만든다. 이 때문에 ‘그 상가에서 왜 장사가 잘될 것인가?’에 관한 소박한 의문조차 품지 않은 채, 오직 분양업자의 화려한 말솜씨에 속아서. ‘얼마 대출받아 분양받으면, 매달 나오는 월세로 이자를 갚을 수 있다’는 탁상공론을 하고 분양사무실 방문 당일 몇억 원이나 하는 상가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한다.

분양받은 사람은 이때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공사 진행도 지지부진하고 분양실적도 나쁘다. 사용승인을 받아도 입주자는 없다. 공실로 시간만 가고, 관리비와 재산세만 내야 한다. 대출받은 원리금 상환독촉에 쫓긴다. 도중에 분양계약을 취소하거나 해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민형사상의 분쟁을 시작하지만, 법은 무조건 수분양자 편이 아니다. 많은 경우 분양사기도 아니고, 취소할 수 있는 계약도 아니라는 판결이 나온다. 상가를 매도하기도 어렵고, 오래 가지고 있어야 월세는 생각보다 훨씬 적게 받는다. 상가에 대한 프리미엄은 기대할 수도 없다.

전세 또는 월세로 들어가 장사를 하는 사람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싼 권리금을 주고 세를 얻어, 인테리어업자에게 바가지를 쓰고, 직원을 구하고 시설을 갖추어 영업을 시작하면 파리가 날리기 시작한다.

세를 얻을 때는 한 달 매출이 얼마고, 이익이 얼마라고 했는데, 그건 모두 전설이다. 가공의 거짓말이다.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지만, 견디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부동산에 다시 내놓으면 권리금은 아예 포기하고, 기약 없이 기다리라고 한다.
건물주인은 도중에 해약을 해주지 않고, 계약기간 끝날 때까지 월세 관리비를 내라고 한다. 내지 않으면 나중에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는 태도다. 세입자는 나올 때 원상회복비용도 다 물어내야 한다. 세입자가 장사를 잘하게 되면, 건물주는 월세를 올린다. 월세가 연체되면 즉시 해제해버린다. 장사가 잘되어 기반을 잡으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건물주가 인수하려고 한다.

날이 갈수록 상가건물을 둘러싼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계속해서 상가건물을 새로 지어 분양하고, 이를 임대받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를 짓는 사람, 분양하는 사람, 분양을 받는 사람, 세입자로 들어가는 사람 모두 상가의 법적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연구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상가임대차와 관련하여 주로 문제 되는 것은 상가임차권의 대항력, 우선변제권, 임대차기간의 보장, 권리금의 회수보장 등이다. 이에 관해서는 수많은 판결이 있다. 임대인이나 임차인은 이러한 상가건물임대차에 관한 판결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또한 상가건물의 분양 및 전매,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문제, 임대사업자 등록 등에 관해서도 알아야 한다.

 

Ⅱ.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2002년 11월 1일 시행됐다. 벌써 시행된 지 17년이 되었다. 상가건물에 대한 임대차에 관하여 종전에 임대인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임차인들이 경제활동이 많은 제약을 받았기 때문에, 상가임대차법은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상가임대차법은 상가건물의 임대차에 대하여 적용한다. 상가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건물의 현황·용도 등에 비추어 영업용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상품의 보관·제조·가공 등 사실행위만이 이루어지는 공장·창고 등은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러한 사실행위와 더불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상가건물에 해당한다.

상가임대차법은 ①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지 않는 비영업용 건물, ② 종중이나 동창회 사무실, 교회 사찰 자선단체 향우회 등 친목단체가 임차한 사무실, ③ 상품의 보관 제조 가공 등만 이루어지는 공장, 창고 등, ④ 세차장이나 옥외주차장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제2조 제1항). 그러나 제2조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3조, 제10조 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8까지의 규정 및 제19조는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상가임대차의 보증금액 한도를 정할 때에는 해당 지역의 경제 여건 및 임대차 목적물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지역별로 구분하여 규정하되, 보증금 외에 차임이 있는 경우에는 그 차임액에 은행법에 따른 은행의 대출금리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곱하여 환산한 금액을 포함해야 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이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의한 금액을 말한다. ① 서울특별시 : 9억원, ② 과밀억제권역 및 부산광역시 : 6억9천만원, ③ 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파주시, 화성시, 안산시, 용인시, 김포시 및 광주시: 5억4천만원, ④ 그 밖의 지역 : 3억7천만원

임차인이 수 개의 구분점포를 동일한 임대인으로부터 임차하여 하나의 사업장으로 사용하면서 단일한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비록 구분점포 각각에 대하여 별개의 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어 있더라도 구분점포 전부에 관하여 환산한 보증금액의 합산액을 기준으로 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의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

 

Ⅲ. 임대차보증금의 법적 문제

상가임대차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보증금을 얼마로 하고, 월세와 관리비를 얼마로 약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상가를 빌려서 장사를 하려면, 일단 보증금을 마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권리금도 줘야 하고, 인테리어비용, 중개수수료 등을 주어야 한다. 장사를 하기 위한 기계나 기구, 영업설비를 구입해야 한다.

또한 직원을 뽑아야 하고 사업자등록을 하여야 한다. 때문에 오픈해서 어느 정도 매출이 있을 것인지를 예상하여 보증금을 맞추고 월세와 관리비를 맞추는 것이다. 잘못하면 보증금을 모두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들어와서 영업을 잘못하면 월세와 관리비도 못 내고 나가지도 않고 있으면 답답하게 된다. 이를 위해 보증금을 받아 놓는 것이다.

차임지급채무는 그 지급에 확정된 기일이 있는 경우에는 그 지급기일 다음 날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하고 보증금에서 공제되었을 때 비로소 그 채무 및 그에 따른 지체책임이 소멸된다. 연체차임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발생종기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계약의 해지 시가 아니라 목적물이 반환되는 때이다.

임대차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와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임대인이 자신의 보증금반환의무의 이행제공을 하지 아니하는 한 임차인은 불법점유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의무가 없으며, 또한 임차인이 그 점유로 인하여 얻은 이익이 없다면 부당이득반환의무도 성립하지 아니한다.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증감에 관한 규정은 임대차계약의 존속 중 당사자 일방이 약정한 차임 등의 증감을 청구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고,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후 재계약을 하거나 임대차계약 종료 전이라도 당사자의 합의로 차임 등을 증액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부동산 임대차에 있어서 수수된 보증금은 임료채무,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등 임대차관계에 따른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에서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나머지만을 임차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는 연체차임이 공제 등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차보증금에서 피담보채무 등을 공제하려면 임대인으로서는 피담보채무인 연체차임, 연체관리비 등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야 한다.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될 차임채권, 관리비채권 등의 발생원인에 관하여 주장·입증을 하여야 한다.

건물의 공유자가 공동으로 건물을 임대한 경우 그 임대는 각자 공유지분을 임대한 것이 아니라 임대목적물을 다수의 당사자로서 공동으로 임대한 것이고 그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성질상 불가분채무에 해당한다. 임차인이 공유자 전원으로부터 상가건물을 임차하고 대항요건을 갖추어 임차보증금에 관하여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경우에, 상가건물의 공유자 중 1인인 채무자가 처분한 지분 중에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우선변제권이 있는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전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이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다205073 판결).

상가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차기간 중에 당사자의 일방이 차임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에 의하여 차임의 증감을 청구하여야 한다. 상가 건물의 경우, 임차인이 3기 이상의 차임을 연체하면, 임대인은 차임 연체를 사유로 해서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고하면 된다. 이와 같은 임대인의 임대차계약해지통고에 따라 통지서가 임차인에게 송달된 날 임대차계약을 적법하게 해지된다.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갱신 전부터 차임을 연체하기 시작하여 갱신 후에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이른 경우에도 임대차계약의 해지사유인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3기 이상의 차임연체를 이유로 갱신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Ⅳ. 상가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상가건물에 대한 임차인은 상가임대법의 보장을 받는 범위에서는 제3자에 대하여 대항력을 가지며, 경매절차에서 소액보증금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가진다.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취득한 다음 임차건물의 양도 등으로 소유자가 변동된 경우에는 양수인 등 새로운 소유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한다.

상가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후 임대차상가의 소유권이 이전되어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상가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고 이에 따라 임대인인 양도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한다. 양수인은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반환의무를 부담하고 임차인은 양수인에게 차임지급의무를 부담한다.

상가건물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하여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을 가지려면 상가건물의 인도 및 부가가치세법 등에 의한 사업자등록을 구비하고, 관할세무서장으로부터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사업자등록은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의 존속요건이므로 배당요구종기까지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

사업자등록이 어떤 임대차를 공시하는 효력이 있는지는 일반 사회통념상 그 사업자등록을 통해 해당 건물에 관한 임대차의 존재와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상가건물을 임차하고 사업자등록을 마친 사업자가 임차 건물의 전대차 등으로 당해 사업을 개시하지 않거나 사실상 폐업한 경우에는 그 사업자등록은 상가임대차의 공시방법으로 요구하는 적법한 사업자등록이라고 볼 수 없다. 임차인이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직접 점유하면서 사업을 운영하는 전차인이 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증서에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경매를 할 때에 후순위권리자 등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가진 임대차계약이 갱신된 경우에도 종전 보증금의 범위 내에서는 최초 임대차계약에 의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은 다음 금액 이하인 임차인으로 한다. ① 서울특별시 : 6천500만원, ② 과밀억제권역 : 5천500만원, ③ 광역시, 안산시, 용인시, 김포시 및 광주시 : 3천8백만원, ④ 그 밖의 지역 : 3천만원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중 일정액의 범위는 다음 금액 이하로 한다. ① 서울특별시 : 2천200만원, ② 과밀억제권역 : 1천900만원, ③ 광역시, 안산시, 용인시, 김포시 및 광주시 : 1천300만원, ④ 그 밖의 지역 : 1천만원

사업장을 임차한 사업자가 사업자등록을 할 경우에는 세무서장에게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첨부한 사업자등록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보증금, 차임 또는 임대차기간의 변경이 있는 때에는 사업자등록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상가건물의 임대차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관할 세무서장에게 사업자등록 신청일 당시의 임대차보증금, 차임, 임대차기간 및 임대차계약이 변경·갱신된 날짜와 그에 따라 변경된 임대차보증금, 차임, 임대차기간의 열람 또는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사업자등록신청서·사업자등록정정신고서 및 그 첨부서류와 확정일자를 기재한 장부 중 해당 사항을 열람하거나 등록사항 등의 현황서의 등본을 교부받을 수 있다.

 

Ⅴ.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 및 의무

상가건물에 대한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과 임차인은 각각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만일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623조). 통상의 임대차관계에서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은 약정의 내용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약정은 다른 계약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계약서의 한 조항 등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임대차계약의 목적, 목적물 이용의 구체적 내용, 임대차계약관계의 존속기간,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의 이용상황, 당사자 사이의 인적 관계, 목적물의 구조 등에 비추어 묵시적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다251727 판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상가건물의 임대차에도 민법 제640조가 적용된다. 따라서 상가건물 임대인도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이르는 때에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민법 제640조와 동일한 내용을 정한 약정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규정에 위반되고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이 같은 항 단서 소정의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갱신된 임대차계약은 내용 및 성질에 있어서 갱신 전의 임대차계약과 동일성이 있다. 따라서 갱신 전 차임 연체 등 임차인의 채무불이행 행위는 갱신 후에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제소 전 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당사자 사이의 사법상 화해계약이 그 내용을 이루는 것이면 화해는 창설적 효력을 가져 화해가 이루어지면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한다. 그러나 제소 전 화해의 창설적 효력은 당사자 간에 다투어졌던 권리관계에만 미치는 것이지 당사자가 다툰 사실이 없었던 사항은 물론 화해의 전제로서 서로 양해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는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제소 전 화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화해의 대상이 되지 않은 종전의 다른 법률관계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Ⅵ. 임대차계약 갱신요구권과 갱신거절권

상가임대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대차계약의 체결이다. 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법률적으로 직접 구속하는 효력을 가진다. 계약이 체결되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민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임대차계약에 따른 법률적,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상가건물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서명날인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에는 원칙적으로 계약기간이 명시되어 있다. 계약이 끝날 무렵에는 계약을 그대로 종료시킬 것인지, 아니면 계약을 연장하기 위하여 갱신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면, 계약은 묵시적 갱신이 되어 일정한 법률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이 그 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영업기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임차인의 주도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의 규정의 취지는 상가건물의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여 권리금이나 시설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임차권의 존속을 보장하되, 임차인이 종전 임대차의 존속 중에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기초로 하는 임대차계약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러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계약관계가 연장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대차계약이 갱신된 경우 종전 임차보증금의 범위 내에서는 최초 임대차계약에 의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부칙 제2조(계약갱신요구 기간의 적용례)는, ‘제10조제2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칙 제2조의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는 위 개정 상가임대차법이 시행되는 2018년 10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체결된 임대차 또는 2018년 10월 1일 이전에 체결되었지만 2018년 10월 16일 이후 갱신되는 임대차를 가리킨다. 따라서 개정 법률 시행 후에 임대차가 갱신되지 않고 기간만료 등으로 종료된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2항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이나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제1호),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제2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제3호) 등 임대인으로 하여금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그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여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여 두고 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단서 각호에서 정한 갱신거절사유는, 임차인의 차임 연체(제1호), 부정한 방법에 의한 임차(제2호), 무단 전대(제4호), 고의·중과실에 의한 임차목적물 파손(제5호), 현저한 의무 위반(제8호) 등 전형적인 임차인의 채무불이행 또는 신뢰파괴 사유에 관한 것이거나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여(제3호)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가 없는 경우이다.

임대인은 신규임차인에게 시세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이 아니라면 새로운 조건을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수 있고, 신규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 이상 차임을 연체하는 등 같은 법 제10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Ⅶ. 임차인의 상가권리금 회수 권리

권리금이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를 말한다.

권리금 계약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제2항). 임차권양도계약에 수반되어 체결되는 권리금계약은 임차권양도계약과는 별개의 계약이다.

상가임대차법이 2015년 5월 13일 신설한 권리금에 관한 규정은 임차인이 상가건물에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한 지명도나 신용 등 경제적 이익이 임대인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임차인이 그러한 경제적 이익을 자신이 주선한 신규임차인 예정자로부터 권리금 형태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방해하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면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대차계약의 특약사항에 “점포의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경우, 이러한 특약은 강행규정인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규정에 반하여 임차인에게는 그 효력이 없다.

법 제10조의4 제1항 본문은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 단서는 “다만 제10조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제10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계약갱신거절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제4호는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 방해금지의무를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 경우 그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 이 경우 손해는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금지의무 위반이라는 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반 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액에 의해 산정되어야 한다.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종료될 무렵 현저히 높은 금액으로 임차보증금이나 차임을 요구하거나 더 이상 상가건물을 임대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 자체를 거절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찾아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임대인의 행위는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임차인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 사이에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중개업자가 상가건물에 대한 임차권 양도계약을 중개할 때에는 의뢰인에게 중개대상물인 임차권의 존재와 내용에 관하여 확인·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상가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것에 준해서 임차권의 목적이 된 부동산의 등기부상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의뢰인이 상가임대차법에서 정한 대항력, 우선변제권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임대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상가건물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확인·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만일 중개업자가 고의나 과실로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의뢰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Ⅷ. 글을 맺으며

이상에서 상가건물에 대한 분양 및 임대에 관한 여러 가지 법적 문제를 검토해 보았다. 상가는 주택과 달라서 장사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매우 복잡하게 된다. 비싼 가격으로 상가를 분양받은 경우, 소유권은 이전해놓고, 임대가 되지 않으면 공실로 남겨놓고 재산세와 관리비만을 계속해서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상가건물을 분양받는 경우에는 분양하는 직원들의 말만 무조건 믿고 분양받을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분양가격의 적정성 및 임대가능성 및 수익률 등을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상가를 임차하는 사람은 임대차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고, 자신의 보증금을 확실하게 반환받을 수 있는 장치를 해놓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종전의 5년에서 10년으로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을 알아두고, 나중에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법규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cdlaw@hanmail.net

,

건축계소식 11월

건축사, 변화의 중심에 서다!
‘2019 대한민국건축사대회’ 한 달 앞으로 성큼

건축사와 국민이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국내 최대 건축 축제가 한 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오는 11월 27일(수)부터 30일(토)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2019 대한민국건축사대회’가 펼쳐진다. 1989년 시작된 대한민국건축사대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건축사 축제로,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이번 행사는 ‘건축사, 변화의 중심에 서다’를 주제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건축과 진화하는 도시 속에서 건축의 중요성과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발맞춰 건축사의 사회 공공적 역할을 되새기는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회 일정표가 모두 확정된 가운데 △개회식 등의 기념식과 축하공연 및 각종 행사 △다양한 특별강연과 전시회 △건축인들이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 △건축 토론회 및 해외 단체장 포럼 △연계행사 등 풍성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곧 다가올 2019 대한민국건축사대회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11월 27일 10시에는 코엑스 B1홀에서 ‘한국건축산업대전’ 개막식이 열린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한국건축산업대전은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지는 국내 유일 건축전문전시회로, 건축전문가는 물론 각종 공공기관, 우수건축자재업체, 일반 시민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 마련된다. 전시회는 폐막일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11월 27일 17~18시(B2홀), 28일 12~13시(컨퍼런스룸 402호)에 만나볼 수 있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아시아 유일 비경쟁 건축영화제로, 건축과 영화의 만남을 통해 건축을 창조하는 ‘건축사’가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삶의 의미와 건축의 사회·미학적 가치, 문화적 성취를 조명한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은 28일 13시 30분에 B2홀에서 예정돼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건축저변 확대, 건축인의 창작의욕 고취 및 건축문화 창달에 이바지하기 위해 열리는 대한민국 최대 건축대전이다. 준공건축물, 계획건축물, 신진건축사 각 부문의 우수작품을 선정·시상하고 행사기간 동안 수상작 전시를 진행한다.
29~30일 양일간은 B2홀에서 ‘미래인재양성프로그램’이 알찬 구성으로 찾아온다. 건축에 관심 있는 일반 국민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건축전공자, 건축사사무소 종사자 간 정보교류 외에도 미래 건축사가 될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각종 토론과 전시가 계획되어 있다.
그밖에도 27일 ‘해외 단체장 포럼(16:00~17:00, 컨퍼런스룸 403호), 28일 ‘대국민 건축 토론회(15:30~17:30, B2홀)’ 등이 진행되고, 대회 기간동안 건축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코엑스 B2홀과 컨퍼런스룸 307·308호에서 윤리·전문교육 등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7~28일은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데이비드 치퍼필드(영국 건축사) ▲히로시 삼부이치(일본 건축사)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5명의 연자가 초청강연에 나서며, 강좌별 1시간의 교육시간이 인정된다. 초청강연의 경우 참가비는 없다. 덧붙여, 27일 진행되는 교육은 각 4,000명, 29일 진행되는 교육의 경우 2,000명 수강이 가능하다.
28~29일에는 총 10개의 전문교육 프로그램이 각 2시간씩 구성돼 있으며, 2시간의 교육시간이 인정된다. 강좌별 정원은 300명이고, 교육비는 3만 원이다.
동시간대에 진행되는 교육의 경우 한 과목만 인정되므로, 교육 시간대가 겹치지 않도록 주의해서 신청해야 한다. 수강신청은 11월 18일까지 온라인(www.kiraeb.or.kr)을 통해 가능하며, 신청은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대한민국건축사대회 연계 건축사실무교육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대한건축사협회 홈페이지(www.kira.or.kr) 알림광장▷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승효상 건축사,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1급 십자훈장’ 수훈

승효상 건축사(국가건축정책위원장)가 지난 9월 28일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에 위치한 사유원 수목원에서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학술예술 1급 십자훈장(Cross of Honour for Science and Art, First Class)’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1급 십자훈장은 과학·경제·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1955년부터 수여를 한 후 아시아인이 받기는 승효상 건축사가 최초다.
이날 오스트리아 정부를 대표해 자리를 함께 한 미하엘 슈바르칭어(Michael Schwarzinger)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훈장을 수여하며, “모더니즘 건축의 첫 장을 연 아돌프 로스처럼 건축으로 혁명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수여식에는 여러 건축계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함께 전했으며, 오랜 시간 함께 한 인생과 건축의 도반(道伴) 민현식 선생이 축사를 건냈다. 이와 더불어 신동익 前 주오스트리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미하엘 슈바르칭어(Michael Schwarzinger)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는 “공간의 채움보다 비움을 추구하는 건축철학에 따라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korea kulturhaus)’ 등 다양한 건축작품을 설계했다. 이러한 건축성과가 여러 국제 전시회를 통해 알려지고,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건축에 영향을 준 점에서 이번 훈장을 수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승효상 건축사(국가건축정책위원장)는 “1980년 여름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나 빈에서 건축의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이 점에서 오스트리아는 뜻 깊고 귀한 곳이다”며 “훈장을 받는 조건이 수상자가 희망하는 장소나 방법으로 주는 것이었다. 먼 곳까지 걸음을 해달라는 청에 응해준 모두에게 감사하다. 그간 쉬운 길만 걸었다고 할 순 없는데, 지금까지 건축을 해온 것에 대해 나쁘지 않았다고 하는 증좌(證左)가 오늘 훈장을 받는 일이다. 이 자리가 있기까지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민현식 선생의 축사>

 

 

2019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 발표,
준공부문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 등 대상 영예, 신진건축사부문 대상에는 ‘연천국공립어린이집’

사회공공부문 大賞 _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

민간부문 大賞 _ 연희화학공장

공동주거부문 大賞 _ 수원광교 경기행복주택

일반주거부문 大賞 _ 모여가

신진건축사부문 大賞 _ 연천국공립어린이집

국토교통부, 대한건축사협회,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하고 대한건축사협회가 주관하는 ‘2019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이 10월 10일 발표됐다.
준공건축물부문 대상에는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황선영 건축사), 연희화학공장(박훈·김석천 건축사), 수원광교 경기행복주택(곽상준 건축사), 모여가(오신욱 건축사)가 수상했으며, 본상에 서소문역사공원 및 역사박물관(윤승현 건축사)·코스모스 울릉도 리조트(이충렬 건축사)·힐스테이트 광교 주상복합(정영균 건축사, 김환성 건축사)·열달나흘(조정구 건축사) 4점과 우수상 15점도 발표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2013년 국토교통부가 제정해 시행해 오던 ‘신진건축사대상’이 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으로 편입됐다. 대상에는 연천국공립어린이집(김태영, 이민선 건축사), 최우수상에 원석(原石)(김성우 건축사), 청라 레이크하우스(김현정 건축사)를 비롯해 우수상 5점이 선정됐다.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출품작은 준공건축물부문 159점, 계획건축물부문 268점, 신진건축사대상부문 49 등 총 476점이 응모됐다. 시상식은 11월 28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B2홀에서 개최되며, 수상작은 11월 30일까지 코엑스 B2홀에 전시된다. 2019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 특집은 본지 11월 1일자에 게재된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우수한 건축물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한국 건축의 맥을 이어나갈 역작을 발굴해 건축문화 창달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92년부터 국토교통부, 대한건축사협회, 서울경제신문이 개최해오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다목적홀’ 개관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건축사회관 2층에 건축작품 전시 및 건축문화행사·교육 등을 위한 ‘다목적홀’이 10월 16일 개관됐다.
대한건축사협회는 10월 16일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 2층에서 ‘대한건축사협회 다목적홀’ 개관식을 열었다.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새롭게 개관한 ‘다목적홀’은 건축사회관 2층에 위치해 있으며, 165제곱미터 공간의 전시홀과 60석 규모의 전시장, 세미나실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건축사협회는 다목적홀을 통해 회원들과 건축계를 위한 건축작품 전시, 건축문화행사와 건축 관련 교육·세미나 개최 용도로 활용해 건축문화 저변을 넓히고 건축사와 건축사협회, 건축홍보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개관식에서 경과보고를 한 윤상기 건축사협회 자산관리위원장은 “다목적홀은 연간계획 하에 회원과 건축계 인사가 언제든지 방문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향후 전담 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다목적홀 명칭을 협회와 건축계 발전에 기여한 건축사 이름 또는 아호로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정훈 건축사협회장은 기념사에서 “평소 회원을 위한 공간이 건축사회관 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또 대외활동을 하다보면 협회가 건축문화발전을 위해 뭔가 역할을 해야 된다는 요구가 많았다”며 “다목적홀을 만든 것은 건축사협회의 모습이 건축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취지가 있으며, 11월 말 건축사회관 1층 로비에 UIA 2017 Seoul World Architects Congress 기념월도 건립될 예정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건축사협회가 내적·외적으로 달라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재안전 건축자재’정보는 건축자재정보센터에 등록해야

앞으로 화재안전 건축자재 관련 정보와 시험성적서 위변조 여부 등은 대한건축사협회가 운영하는 ‘건축자재정보센터(http://kiramat.kira.or.kr)’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사용할 의무를 위반한 경우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내용을 골자로 한 건축법을 개정한 바 있다. 화재피해를 키우는 불법 건축자재 사용을 막기 위함인데, 그간 건축자재 시험성적서를 받는 곳에는 제대로 된 자재를 제출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저가 자재를 시공하는 식의 편법이 횡행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이번 건축법령 개정·시행은 제대로 된 불연, 준불연, 난연 성능을 갖춘 자재 시공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지난 7월 29일 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해 건축자재 품질관리서 작성대상 자재(복합자재, 단열재 등) 및 절차도 구체화했다. 올해 초부터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자재정보 DB 재구축을 비롯해 건축자재 생산 또는 유통업체가 건축자재정보를 신속하게 등록할 수 있게 프로그램 개편을 준비해 왔다. 오는 10월 24일부터 개정·시행되는 건축관계법령에 따르면 자재시험기관은 시험성적서 발급 후 7일 이내에 대한건축사협회에 발급 현황을 알려야 하며, 자재업체는 시험성적서 발급 후 1개월 이내에 대한건축사협회에 자재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한건축사협회는 해당 정보를 일반인이 알 수 있도록 ‘건축자재정보센터’를 통해 자재정보를 게시하게 된다.
개정 건축법에 따라 건축사의 관련 업무도 변경된다. 설계업무 시 내화구조 성능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건축물의 부위가 현행 ‘벽·기둥·보·바닥 또는 지붕틀’에서 ‘지붕’까지 확대되며, 착공신고 시 제출도서 또한 추가된다. 공사감리자는 공사시공자가 제출한 시공된 건축자재 품질관리서 전체와 품질관리서 대장을 확인 후 서명하고 공사감리완료보고서에 첨부해 건축주에게 제출해야 한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법제국은 “공사감리현장에서 품질관리서에 첨부된 시험성적서 사본의 위·변조 여부를 건축자재정보센터를 통해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하는 자재정보 분류코드 선택 시 해당 분류코드로 등록되어 있는 자재정보목록을 리스트해 정보를 제공하고, 법규명을 선택하면 해당하는 법규도 법제처 사이트를 통해 살펴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광역시건축사회, 교육청에 불합리한 설계비 건의

부산광역시건축사회는 10월 7일 부산광역시교육청 시설과를 찾아 교육연구시설에 대한 설계비 준수 등을 건의했다. 간담회에는 부산광역시건축사회 김경만회장과 최진태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부산시교육청 시설과 박익용 과장, 심영진 주무관 등 7명이 참석했다. 김경만 부산광역시건축사회장은 “최근 교육청 발주사업 중 2종(중급)에 해당하는 교육연구시설이 2종(기본)으로 산정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공공발주사업은 2017년 개정된 건축사법 제19조의 3에 따른 설계 및 감리대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이전에는 제2종(중급) 용역비가 제대로 지급된 바 있으며, 부산시교육청 측은 “내년 예산부터 이의가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행복 더하기’ 2019 체육대회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지난 10월 9일 잠실유수지공원에서 ‘2019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행복+더하기’를 주제로 열린 체육대회는 회원과 글로벌건축최고위과정 총동문회, 협력업체, 서울시 공무원 등 총 6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됐다. 이날 족구, 축구, 계주, 명랑운동회 등의 행사가 진행됐으며, 회원들간 서로 친목을 다지고 정보를 교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단합·사랑·우정·열정 총 4개팀 중에서는 서초, 관악, 구로, 동작, 글로벌건축최고위과정 동문회가 속한 사랑팀이 최종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경상북도건축사회, 2019 경상북도건축대전

경상북도건축사회는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재생, 연결의 기술’ 이라는 주제로 2019 경상북도 건축대전을 개최했다. ▲대학생 공모전은 금오공과대학교 학생의 ‘人:터:CHANGE’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며 최우수상 2점, 우수상 5점, 특선 및 입선 52점, ▲경상북도 건축문화상 대상으로는 ‘경주 빌라 그레이스’ 및 최우수상 2점, 우수상 3점이 선정됐다. 부대행사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과자집짓기’ 체험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홀로그램 체험, 건축관련 영화 상영, 건축투어 등이 마련됐다.

 

 

충청남도건축사회, ‘충남 건축·공공디자인 문화제’ 개최

충청남도건축사회는 지난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충청남도, 충청남도공공디자인협회와 함께 ‘2019 충남 건축·공공디자인 문화제’를 개최했다. 아산청소년교육문화센터에서 ‘온(溫)’을 주제로 개최된 문화제는 건축·공공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담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첫째날은 디자인 조립부터 종이오브제 만들기, 건축자재 전시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온양온천 너더리길 공공디자인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도시디자인 탐사단 세미나’가 진행됐으며, 둘째날은 공공디자인 포럼과 국제 건축포럼을 비롯해 디자인 조립·성벽쌓기·원목건축물 만들기 체험 등의 행사가 열렸다. 마지막 날은 △내 집 만들기 PROCESS △조아저씨 건축창의 체험 △파스텔 화병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도서산책

나무의 시간
저자 김민식 / b.read(브레드) / 2019. 04

‘나무의 시간’은 내촌목공소 김민식 고문의 첫 자전 에세이다. 40여 년 목재 딜러, 목재 컨설턴트로 일한 저자가 별별 나무 상식을 알려준다. 나무의 밭으로 꼽히는 캐나다, 북미를 비롯해 전 유럽과 이집트, 이스라엘, 파푸아뉴기니, 뉴질랜드 남섬까지, 그의 나무 여정은 400만km에 이른다. 독일 목재 회사 Jacob&Sho¨ns Gmbh의 파트너로 일할 때는 세계 최초로 ‘엔지니어드 자작마루판’을 설계했고, 세계 공연장의 건축 음향을 연구한 이력이 길다. 2006년부터 강원도 홍천 내촌목공소에서 목재 컨설팅 및 강연을 해왔다. 저자는 나무와 함께한 오랜 경험, 인문학적 지식으로 나무와 사람, 과학과 역사, 예술이 어우러진 깊고 넓은 나무 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의 시대 _ 시대를 빛낸 집합주택
저자 손세관 / 집 / 2019. 08

동서양의 도시와 주거문화에 관해 꾸준히 탐구해온 손세관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집의 시대’에서 20세기 건축의 최대 과제는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살던 노동자들의 주거 수준을 향상시키고, 향상된 주거환경을 널리 퍼트려 보편적인 환경으로 만드는 것, 바로 인간의 주거문제 해결이었다고 보며, 집합주택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20세기의 주거문화를 이야기한다. 20세기에 지어진 두드러진 집합주택 30 사례를 선정해 그것을 시대를 빛낸 집합주택으로 명명하고 그 각각을 조명한다. 저자인 손세관 중앙대 명예교수는 제2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