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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 연대

Solidarity of Architectural Society

2020년, 새해가 됐다. 건축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와 기회의 시기가 동시에 온 듯하다.
이런 긴장감은 최근 등장한 연대(Solidarity)라는 화두의 부상에서 읽을 수가 있다. 연대는 사회적 이해관계가 서로 얽힌 집단의 권익을 위해서 참여 주체들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왜, 이 시점에 이런 화두가 건축계에 떠올랐을까?
19세기 사회학자 다비드 에밀 뒤르켐(David Émile Durkheim, 1858∼1917)은 전통사회가 산업화로 인한 다양성의 사회로 전환되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에 주목했다. 최초의 사회학 개척자이기도 한 그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분업이 발달할수록 사회구성원들의 상호의존도는 커진다고 주장했다.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전통사회 구성원들의 ‘기계적 연대’는 근대사회로 가면서, 분업으로 전문화된 개인들이 결속하는 ‘유기적 연대’로 바뀐다고 봤다.
이런 기계적 연대는 산업사회가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느슨해지거나 해체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비 주도권을 가진 계층은 손해를 볼 수 있는데, 다비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기적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유기적 연대는 유사성이 다소 떨어져도 상호의존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분열이나 충돌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타협하는 것을 말한다. 충돌보다는 타협을 할 때 얻게 되는 이득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건축계에 새롭게 등장한 화두, ‘연대’는 여러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새삼 건축계에 ‘연대’가 중요하게 떠오른 이유는 건축계와 외부와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합목적적인 요구일지라도 대중의 이해가 따르지 않으면 사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게다가 대중은 건축의 가치를 건축사의 자기표현과 우월감에 의한 엘리트 의식의 표출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건축의 가치가 대중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안다. 문제는 대중과 건축과의 간극이다. 이 간극은 매우 커서 건축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주무관들조차 오해하고 있다. 게다가 대중은 건축을 건설로 이해하고 있고, 건설은 이미 건축보다 압도적인 경제적 크기로 건축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건축계가 이런 업역뿐만 아니라 이외의 환경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되고 공통의 가치를 향해 한 목소리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도생의 길에서 ‘설계비의 현실화’와 ‘건축설계에 대한 인정’은 불가능한 목표가 된다. ‘열악한 설계비 현실’은 건축사사무소 업계 전체를 황폐화시키는 근본 원인이다. 유능한 청년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경제적 구조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축계 전체가 연대의 자세를 갖고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현재 건축계는 입장에 따라서 기득권자가 되기도 하고 비 주도권을 가진 자가 되기도 한다. 그 결과 서로가 자신을 비 기득권자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상대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이런 인식으로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해결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건축계는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소속 행정부도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두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건축을 하고, 창조적 설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나라 건축계에 필요한 것. 그것은 바로 건축계의 ‘유기적 연대’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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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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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월간건축사 작품전’ 토론회…건축사가 말하는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건축특강’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 건축사 이야기

Symposium

Forum of ‘Monthly Architectural History Exhibition in 2019’…A light ’Special Lecture on Architecture’ by a Registered Architect
Stories on the Registered Architects of Our Generation living in this Era

대한건축사협회 편집위원회가 주관한 ‘2019 월간 건축사 작품전’ 토론회가 지난 12월 20일에 열렸다. 2019년 월간 건축사지와 함께 한 작품들을 관람한 뒤 건축사가 생각하는 시장과 현장, 인식에 대해 논의하는 공론이었다. 네 명의 건축사들이 모여 무거운 주제를 내려놓고 건축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음직한 가벼운 의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박한 공론이지만 이렇게 키워진 감각은 건축계가 안고 있는 담론에 힘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왼쪽부터 권재희 건축사, 홍성용 건축사, 이유리 기자, 육혜민 기자, 조성욱 건축사, 이중희 건축사

# 대한민국에서 건축사로 살아간다는 것…
“미래의 희망에 대하여”

조성욱(진행) ┃ 오늘은 현재 건축계에서 논의되는 무거운 담론보다 우리네 밝은 이야기,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작금의 건축시장에 대한 문제제기나 진단 같은 주제들은 오늘 토론회가 아니더라도 SNS, 유튜브 등에서 이미 충분히 다뤄지고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어려운 시장 가운데서도 ‘나는 건축사사무소를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라는 라이트 사이드, 즉 ‘희망’을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어려울수록 이런 이야기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로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건축경기가 어렵다고 많이들 이야기 하는데요, 돌이켜보면 경기가 어렵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건축사사무소를 시작하면서 그건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내 길을 가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내 기준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관행들을 볼 때면 반면교사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사무소를 운영할 때 반드시 지키자 마음먹었던 원칙 중 하나가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였습니다. 건축은 나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거든요.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연봉을 주고, 목표를 초과달성하면 인센티브도 챙겨주려고 하고 있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가 기본적인 근무시간이지만 출퇴근시간 또한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건축주들이 우리 사무소를 찾으면 직원들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꼭 합니다. 최근 회사 이전을 준비하는 중인데요. 구글 오피스처럼 소통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 최대한 집처럼 편안한 사무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빡빡한 회의 테이블이 있는 사무공간보다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 훨씬 더 창의적인 대화가 오고가니 말예요.

 

이중희 ┃ 사무소 규모를 더 확장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조성욱 ┃ 내년을 모르는 게 이쪽 일입니다. 이맘때면 큰 회사들은 2020년 마케팅 수주계획을 짜는데요, 흘러가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편이에요. 제가 약간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앞으로 잘 될 거라고 믿는 편입니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을 즐겁게 지내자, 하는. (웃음) 일이 잘 돼서 규모가 확장된다면 외곽지역으로 나가서 ‘테라로사’처럼 큰 창고건물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

 

홍성용 ┃ 개인적으로 2014년도부터 조성욱 건축사를 알았습니다. 그간의 성장스토리가 좋아서 어딘가에 꼭 게재되었으면 해요.(웃음) 불과 4, 5년 전만해도 평범하게 시작한 건축사사무소가 매년 2, 4, 8, 16, 이런 복리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건축설계가 어렵다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그런 점에서 본인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건축이 워낙 배리에이션이 넓습니다. 수학적 능력이 강한 사람, 기술적 능력이 강한 사람, 영업력이 특출난 사람,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이 모두를 다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성욱 건축사는 주변 분위기를 좋게 하면서 동시에 인테리어를 해봤나 싶을 정도로 현장에서 집요함도 보여줍니다. 이런 것들이 시너지가 되고 클라이언트들도 적합하게 세팅이 되어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능력이 같지가 않아요. 공동체 구성원이 점점 늘어날수록 어떻게 하면 건축사들의 보편적인 업무환경을 좋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것이 큰 조직의 역할이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토론회를 보면 항상 열 명, 이십 명의 능력자들을 대상으로 논의하는 경향이 있는데(이 능력이라는 것도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오면 치열하게 논의할 대상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 시각으로만 타인의 상황, 시장을 판단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오늘 토론회를 통해서 학생들과 신진 건축사들에게 우리 직업의 비전을 제시해줬으면 합니다. 이중희 건축사는 최근 영화감독으로도 메가폰을 잡고 영화 ‘The Sorrows of Young Architect’를 만들었습니다. 건축사의 시각으로 건축계의 포장되지 않은 솔직한 단상을 보여줬습니다. 음악까지 섭렵했다고 들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면 에너지가 상당한 것 같아요. 건축에, 음악에, 영화에……, 건축을 하게 된 계기와 사무소 운영방식에 대해 들려주세요.

 

이중희 ┃ 수주는 지인을 통해서 소개를 받는 편입니다. 졸업 때 건축설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던 차에 운 좋게 제가 원하던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주택부터 다양한 프로젝트까지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라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나가서 일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지나니 건축사자격을 취득하면서 자연스레 독립해서 ‘내 일을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 정도는 젊은 건축사가 사무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지켜봤고요. 제 십대시절인 90년대의 음악이나 좋아했던 문화 콘텐츠들을 건축에 응용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시장분석을 잘못했던 게, 사무소 개소 후 이전에 근무했던 건축사사무소 설계비를 참고해서 비용을 불렀더니 건축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자리를 뜨는 거예요. 내 생각과 달리 시장금액이 말도 안 되게 형성돼 있었던 겁니다. 그 갭을 줄일 수 있는 중간지점으로 타협을 하면서 차차 일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내 또래가 대부분 독립을 했는데, 다들 힘들다고 합니다. 막상 시장파이는 줄어드는 게 보이는데 건축시장에 나오는 친구들은 워낙 많아지니까.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한답니다. 개설 4∼5년 된 한 친구는 학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갑자기 생기는지 유학을 준비하기도 하는데, 저도 상황은 비슷해요. 하지만 건축이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해보자 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있는 거예요. 영화는 직접 메이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하다가 건축 프로젝트 사이사이에 짬을 내서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영화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민간일도 하면서 동시에 이제는 관급일도 안 하면 사무소 운영이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설계공모에도 도전하는 중입니다. 사무소 규모를 늘리게 된다면 저를 포함해 4인 규모까지 생각해봤습니다.

 

권재희 ┃ 나는 워낙 오지랖이 넓은 성격이에요.(웃음) 20대 후반엔 건축계가 사회적으로 너무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서 건축학교를 열어 강의도 하고 답사프로그램도 진행했었어요. 마음 여린 친구들의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에 상처도 받고 지치기도 했습니다. 혼자 고립된 섬처럼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던 중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해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지역네트워크 등 외부로 활동범위를 넓히기 시작하면서 시야가 넓어졌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건축에는 여러 분야가 있는데, 나는 내 역할을 묵묵히 하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할까 결정할 땐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일을 선택했습니다. 돈만을 위해서 기계처럼 일하지는 않았어요. 각종 외부활동을 통해서 배운 점도 많고, 도시재생과 관련해서 매달 공부하러 다녔던 게 어느 날 엄청난 자산이 되어 있더라고요. 대가가 적던 많던 간에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했더니 그게 나중에 기회가 됐습니다.
현재 성남시 거주 건축인과 함께 ‘우리동네 건축인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건축사만을 대상으로 했는데 현재는 공무원,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가입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을 위해 고민하고 제안을 하는 일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사회의 인정과는 별개로 쉬지 않고 삼십 년 간 묵묵히 건축이라는 길을 걸어왔는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내게 축적된 에너지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30년은 내 것을 만들 수 있는 무서운 세월입니다. 그 에너지로 지금 다른 분야와 손을 잡는 것이 즐겁고, 우리 사회가 실무에 밝은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것에 감사합니다. 건축사는 내 안에 갇혀 있기보다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협회활동 등을 통해 외부와 교류해야 한다고 봅니다.

 

 

# 건축계 연대, 왜 필요할까?

홍성용 ┃ 설계비를 올려달라는 요구들이 많은데, 실제로 설계비가 올랐을 때 과연 내가 그 설계비를 받을 수 있을까, 계약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권재희 ┃ 그 문제는 단체의 힘을 빌려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같아요. 착공신고만 해도 그래요. 본래 착공신고는 건설사의 몫이지만 차츰 영세한 시공자가 못하게 되면서 차츰차츰 이 일이 건축사에게 넘어오고 있습니다. 지방은 오히려 그 업무를 사무소의 경쟁력이라 생각해서 서비스를 해준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건축사들과 이런 내용을 자주 논의해서 관행을 바꿔나가야 해요. 그러려면 우리의 권익을 대변해주는 건축사협회에 가입해야 합니다. 혼자 아무리 떠들어봐야 들어주지 않을 뿐더러 경쟁력도 없잖아요.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에는 그런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 아닐까요.

 

홍성용 ┃ 착공신고, 준공도면 등 프로세스를 디바이드 해야 한다면 클라이언트에게 선언을 해야 하는데, 이를 개인이 할 거냐, 집단이 할 거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권재희 ┃ 철거감리라든가, 용역의 범위가 모호한 것도 문제입니다. 착공신고는 엄연히 추가업무입니다. 예를 들어서요, 라식수술도 프리미엄으로 할 건지 스탠더드로 할 건지 물어보지 않습니까. 저도 설계비를 98% 정확도의 프리미엄과 기본도면 디자인 등으로 단계를 구분했어요. 옵션을 주고, 업무량을 구분합니다. 설계, 디자인, 이런 용어가 나와서 드는 생각인데, 건축사가 일반인과 대화하는 코드를 연구할 필요성이 있어요. 소수의 건축사에게는 비용이 얼마든 이를 지불하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신진 건축사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반인이 알아듣는 언어로 우리의 말을 어떻게 바꿔 표현해야 할지 연구해야 합니다.

 

조성욱 ┃ 수주의 경우, 건축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어디 가면 재미있는 좋은 분위기가 있구나, 나도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이미지메이킹이 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멋진 사무소에서 나온 작품들을 보면 내 건축물도 ‘원오브뎀’이었으면 하는 게 건축주의 마음입니다. “열심히 설계해 드릴게요”라는 마인드보다는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사무소에 마음이 끌리는 겁니다. ‘롱테일법칙’(80%의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최근 1인 건축사들도 많아졌고, 숫자가 필요하면 조인해서 뭔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결론은 내가 재밌게 건축을 하는 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떻게 영업이 될까 싶은데, 물꼬가 터지면 마음을 사로 잡는 건축사에게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홍성용 ┃ 우리 일이 꼭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호에 의해서 선택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있어빌리티(남에게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가 중요해요.(일동 웃음) 누가 내 기호식품을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맡기겠어요. 그러니 우리의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슬프기는 하지만 이게 생존의 룰이에요. ‘화려해 보이는 척, 있어 보이는 척, 똑똑해 보이는 척, 멋있는 척, 잘난 척’을 하는 게 이 직업의 캐릭터입니다. 그러다보니 상처도 많이 받는 게 사실이지만요.
건축계의 갈등을 한 꺼풀 벗겨보면 다 그만한 사정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때문에 건축계의 여러 상황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본협은 다양한 건축사들의 모임입니다. 최근 시장의 절실함은 이들의 연대를 이끌고 있는데, 엘리트의식이 강한 건축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서로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접점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가 풀려야 할 것 같습니다. 패션은 천 원짜리 옷부터 몇 백만 원짜리 디자이너 옷까지 범위가 넓지 않습니까. 건축도 마찬가지로 피라미드 구조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건축은 패션과 다르게 서로 간에 연결이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내부갈등이 생기면 문제가 심각해져요. 서로가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생기게 마련인데, 지금처럼 서로를 안 보게 되면 사람들이 독한 마음을 먹습니다. 외부인이나 우리에게 오더를 주는 집단에선 우리를 조정하기가 쉬워집니다. 자기네들끼리 싸우니 그만큼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 가기 쉬워지는 거죠. 건축사집단이 외부로부터 이용당하는 걸 알아야 합니다.
과거부터 세상은 도면과 설계프로세스 등 건축이 과학적이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건축분야는 그걸 이해를 못하고, 그냥 해주면 되지란 식으로 유야무야 덮어온 게 사실입니다. 그게 다 시간이고 돈인데 말이에요. 결국은 이것이 우리 전체에 부담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공감대, 이런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경영전문가인 누군가가 저에게 “당신의 비전이 뭐냐, 회사가 가진 미션은 뭐냐, 직원들에게 전달해 줄 가치가 뭐냐”라고 질문한 적이 있는데 하나도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러니 그 분이 그러더라고요.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는 세워야 한다. 조언을 받아들여 부랴부랴 직원 앞에서 1년·5년·10년 뒤 사업목표를 발표했습니다. 훗날 한 직원이 퇴사하면서 그러더라고요. “회사에서 비전을 얘기해줘서 좋았고, 그래서 믿음이 생겼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목표나 비전, 지항점이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권재희 ┃ 나는 우리 내부적으로도 계층, 그레이드를 나누는 표현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평구조의 시대에서는 모두 색깔이 다양한 것뿐이에요. 이제는 시대가 그래요. 색깔을 일부러 만든다고 만들어질까요? 건축사지는 그런 점에서 자기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는 재능을 갖춘 젊은 친구들을 더 많이 소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하면서 만난 성공한 건축사들을 보면 하나 같이 너무 겸손합니다. 일종의 비즈니스 방법인 것 같아요. 이처럼 반드시 디자인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훌륭하게 이어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불법이나 덤핑으로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다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중희 ┃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권재희 건축사님께서 건축계의 현상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는 것이 놀랍습니다. 건축계에선 스스로를 포장하는 위선이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악의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위선은 정말 싫어합니다. 그런데 협회에 가입하고 놀랐어요. 다들 건축사의 권익을 위해 발언하시는 모습이 순수하게 다가왔습니다. 친구들에게 협회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면 굳이 왜 그래야 하냐는 반응입니다. 외부에선 이익만 생각하는 적폐세력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안으로 들어오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홍성용 ┃ 확실히 세대차이를 느낍니다. 젊은 세대들은 위선이나 공정 등 프로세스에 상당히 예민합니다. 고상한 척 바른 척 이야기를 하면서 뒤에서는 심사로비나 덤핑을 하는 일부 건축사의 이면을 보면 누구나 실망하곤 합니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점에 대해 말을 합니다. 누가 유명한가는 신경 쓰지 않아요. 작품은 작품이고 프로세스는 프로세스인 거죠. 내년에 설계비 1억 이상의 설계공모가 확대되는데, 제 생각에는 SNS 생중계 등 심사과정을 오픈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설계공모가 확대됨에 따라 예측되는 부작용에 대비하지 않으면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 신년 월간 건축사 편집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한 발 더 다가가기

권재희 ┃ 건축사지의 판형과 종이재질이 바뀐 지도 1년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작품사진이 전보다 크게 실리고 작품의 질이 높아진 것이 두드러집니다. 확실히 건물은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이 큰 사진으로 보는 것인데, 작품이 전보다 선명하게 잘 보입니다. 건축담론의 주제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면서 좋았습니다. 반면에 이슈화되는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쉬웠습니다. 비슷한 작품들이 많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우수한 작품 외에도 독특한 작업을 시도한 작품이나 스토리가 있는 건축사들을 다루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성욱 ┃ 건축사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들, 가령 건축사가 설계에서부터 감리 등 끝까지 노력한 티가 묻어나오는 작품들에는 배려를 해줘야 합니다.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그런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싣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작품사진으로 도배하는 것보다, 이 시대 건축사들의 진솔한 삶, 건축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건축의 밑거름이 되는 스케치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젊은 건축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개성 있는 건축사를 발굴하는 데에도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홍성용 ┃ 스토리가 있는 건축사들을 인터뷰해 회원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으면서 전문적인 이야기를 더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굳이 다른 잡지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우리가 또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중희 ┃ 건축사의 인테리어 작품, 건축사사무소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 경영이야기 등도 게재하면 좋겠습니다.

 

권재희 ┃ 건축사의 업무영역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겠어요. 건축사지가 건축사협회 회원들을 서로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요즘 꿈담교실 등 학교공간 개선 및 리모델링 작업,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작업에서도 좋은 작품들이 많아요. 학교건축을 소개하고 건축사의 기획의도를 조명하는 콘텐츠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요.

 


‘월간 건축사 2019 작품전’…
2019년 이끈 건축 작품들과의 만남

서울 마포구 소재 ‘이건하우스’ 홍대전시장에 올 한해 ‘월간 건축사’에 게재된 건축 작품들이 12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시됐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하고 편집위원회가 주관, 이건창호와 한국엡손이 협찬한 이번 전시는 건축이 만들어진 근본토대와 과정에 대한 스토리를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월간 건축사’ 창간 이래 최초로 열린 건축전이며, 2019년 ‘월간 건축사’에 게재된 작품들 중 약 50여 점이 전시됐다.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류가영 대한건축사협회 학생기자는 “‘월간 건축사’에 실렸던 작품들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건축사분들이 직접 본인의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셔서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이론으로 배울 수 없는 실무, 재무, 건축주와의 관계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전시참관 소감을 밝혔다.

 

<월간 건축사 2019 작품전 목록>
▶ 이재혁(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달_놀이집』, 『충신 연극공유센터』
▶ 김기석(주.기단 건축사사무소) 『눈빌딩』
▶ 신현보(신현보 건축사사무소) 『어반 스페이스』, 『35520』
▶ 김창균(주.유타 건축사사무소) 『비원(祕苑)』
▶ 정웅식(주.온 건축사사무소) 『이이정(異二庭)』
▶ 이인호(주.건축사사무소 이래건축) 『주한 스위스 대사관』
▶ 조남호(주.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정릉 다가구주택 + 지하서재』
▶ 박명석(이지건축 건축사사무소) 『기린별서』
▶ 유주헌(JHY 건축사사무소) 『로지아』
▶ 김용남(주.삼현도시 종합건축사사무소) 『양산 디온플레이스』
▶ 홍만식(주.리슈 건축사사무소) 『상도동 삼각집』, 『거여동 스트리트 가든 하우스』
▶ 김건철(스마트 건축사사무소) 『어반테라스』, 『유앤아이사옥』
▶ 정효빈(HB 건축사사무소) 『우주(宇宙)』
▶ 이주형(주.에이알에이 건축사사무소) 『421집』
▶ 최재복(오드 건축사사무소) 『심락재』
▶ 오신욱(라움 건축사사무소) 『흥동주택 : 화이트파빌리온』
▶ 권재희(주.목금토 건축사사무소) 『은평 열린 주택』, 『산수간』
▶ 정창호(주.에코 건축사사무소) 『동아쏘시오그룹 웰컴센터』
▶ 김흥기(예담 건축사사무소) 『올림픽공원 옆 가게 _ 경량철골 근생-K1』
▶오승현(주.건축사사무소 서가) 『구기동 삼대(三代)가 사는 집』
▶ 황준(주.황준도시 건축사사무소) 『산청 C 주택』, 『경주 Y 빌딩』
▶ 김시원(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담) 『영등포구청 별관청사 부속건물』
▶ 신창훈(운생동 건축사사무소), 이혜복(건축사사무소 노아) 『수락행복발전소』
▶ 임태형(주.건축사사무소 플랜) 『백운동주택(백소헌)』
▶ 김현숙(주.이엔 건축사사무소) 『3.6.9 성곽마을 사랑방』
▶ 이기철(주.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 『펀펀하우스』
▶ 최동규(주.서인 종합건축사사무소) 『스테이비 호텔』
▶ 조성욱(주.조성욱 건축사사무소) 『논현 1021』
▶ 선은수(주.종합건축사사무소 선건축) 『서귀포 제1청사 별관』
▶ 신문균(삼인 건축사사무소) 『해나 하우스』
▶ 상대정(주.와이케이에이치 건축사사무소)
『와이케이에이치 본사』, 『빅슨커뮤니케이션 사옥』
▶ 이상림(주.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사비나미술관』
▶ 박성현(주.씨드아키텍 건축사사무소) 『개화동주택』
▶ 이중희(투엠투 건축사사무소) 『피시팜 하우스』
▶ 원계연(건축사사무소 스튜디오더원) 『부메랑(負메廊)』
▶ 김현숙(주.이엔 건축사사무소) 『집_에뚜왈, 3.3.6 성곽마을 예술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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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건축문화대상_계획건축물부문

Korean Architecture Awards 2019_Realm of Planned Buil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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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厦門(샤먼)여행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하포에서

‘Travel Log on Xiamen in China’, At Hapo where past and present coexist

상해 공항에서 고속열차로 6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하면 중국 고유의 물색을 만난다. 수많은 자동차가 오가는 가운데 한 무리의 염소 떼가 오토바이에 탄 주인을 따라 일사분란하게 달려가는 시내 번화가의 광경이 신기하다. 중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리라. 마치 60년대 우리나라의 작은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중국 남서단의 복건성 본토 해안에 위치한 샤먼.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지명(地名)이다. 동지나해와 남지나해가 만나는 곳으로 지도 상 바다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대만과 마주한 조그마한 어촌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도처에 널려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향수를 자극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하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샤먼시를 포함한 방대한 지역에 걸쳐있는 해안마을 전체를 통칭하는 듯하다. 작은 선박들이 수로를 왕래하는 모습을 보면 이탈리아 베니스가 연상되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샤먼을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과 현재의 경계에서 살고 있는 듯한 그들의 소박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양가계의 목부
양가계(楊家溪)는 복건성 하포현 아성진에서 태모산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마을 뒤쪽에 천년이 넘는 용수의 군락이 있어 많은 사진가들이 찾는 세계적 명소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 목부의 미소가 한 폭의 그림처럼 인상적이다.

수로가 있는 마을
하포의 마을들은 해안과 접해있는 곳들이 많아서 일상생활이 운하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곳에는 운하를 중심으로 발달한 주거용 건축물들이 즐비한데, 그 안으로는 일상생활은 물론 다양한 생활이 가능한 보조적인 기능이 두루 갖춰져 있어서 주민들은 전혀 불편함을 모르는 듯이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우리를 대한다.

샤포의 어촌일상
대규모 새우양식장이 자리 잡고 있는 샤포마을은 동그란 그물 양식장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풍경을 어부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본디 디자인이라 함은 다분한 의도와 합목적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삶의 한 방편으로 만들어졌던 양식장의 아름다움도 의도해서 만든 것이라고 짐작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다 위에 떠있는 양식장은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양식장 사이사이로 한가로이 노를 저으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 어부의 노랫소리가 여유롭게 내 귓전을 울린다.

서강마을의 일몰(日沒)
서강마을 역시 하포의 대표적인 김 양식장이 있는 곳이다. 양식장의 규모와 조성방식에서 대륙적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전신주 굵기의 대나무들을 엄청나게 사용해서 갯벌 위에 조성한 김 양식장은 면적이나 수량으로 볼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오랫동안 16억 중국인의 해산물 공급처로 자부할 만하다. 서강마을로 이어지는 갯벌의 S자형 수로가 황금빛으로 물들면 황금수로를 통해서 작업 배들이 속속 귀항을 한다.

양식장의 여명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서 바다의 하루도 시작된다. 양식장으로 향하는 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잠자던 바다가 깨어난다. 질서정연하게 열 지어 있는 굵은 대나무들 사이에서 어민들이 김 채취를 하는데 그 광경은 힘든 어로작업의 고달픔보다는 감미롭고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빛과 바다색 때문이리라.

하포 양식장의 일출
필자는 수없이 많은 일출을 촬영했지만 세계 어디서나 아침 해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양식장 위로 떠오른 황금빛 바닷가에서 맞는 하포의 일출은 우리나라에서 보는 일출과는 다른 설렘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맞는 아침 해의 빛깔과 광경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스치는데, 아마 하포가 이국땅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짐작된다.

칠도의 새벽출어
칠도 해변에 있는 어로의 구조가 특이하다. 수많은 모래톱들 덕분에 밀물 때면 모래톱 사이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물고기들이 들어오고 썰물이 되면 물이 빠져나가면서 물고기들이 남는다. 조금은 원시적인 어로를 보면 그들의 일상이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생경한 느낌이 든다. 주어진 삶을 불평 없이 만족해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경의감이 생긴다.
어부 한사람이 다가와 여유롭게 담배연기를 뿜으며 필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산업화로 인한 개발 때문에 칠도의 모래톱이 얼마 안 가 사라지고 그곳에 교량이 설치될 것이란다. 무심한 말투였지만 그의 말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암담함을 읽을 수 있었다.

칠도의 어부
칠도 해변에서 그리 멀지않은 이름 모를 조그만 어촌마을. 호수에서 한가로이 물고기를 잡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부부의 일상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호수의 수초 위에 무리지어 떠 있는 왜가리들은 열심히 고기를 잡아서 배를 채우고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하면서 평화롭게 자연과 일체가 된다. 필자의 눈에는 평화로운 이 광경이, 매일 일상에서 경험하는 저 부부에게는 매일 어떻게 다가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수상마을의 전경
어느 이름 모를 포구를 지나다가 신기한 전경에 이끌려 차를 멈췄다. 부력식 수상주택들이 바다 위에 섬처럼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각 집마다 양식장 한켠에 주거의 흔적이 있다. 내가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무척 눈길이 간다. 수백 호에 달하는 주택들이 닥지닥지 붙어있는 모습에 그들의 생활상이 궁금해진다. 식수처리, 위생처리, 화재안전 등 걱정거리가 뇌리를 스치지만 그들은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듯하다. 먼 곳으로 보이는 육지의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현대화를 부르짖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共存)하는 하포의 진면목은 과연 무엇일까.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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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소박함,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 – 러브 액츄얼리

Plainness of City, and Story of People
– Love Actually

대학 시절에 한 선배가 있었는데, 그분은 언제 어디서나 아주 심각한 이야기를 했다. 진지하고 사회적 관심이 많던 이십 대 초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석에서 그런 심각한 주제를 갖고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것에 난감했었다.
사실 건축계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경험이 잦다.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과 관련된 직업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입장이지만, 건축과 관련된 생각이 항상 진지하고 심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와 건축을 엮으며 생각을 드러내는 입장에서 가끔 내가 너무 진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기실 건축사들의 대화를 보면 한없이 어렵다. 각종 담론이나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가보면 온갖 현학적 용어와 단어들이 난무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일반인들이 보기엔 조금 의아한 모습이기도 하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사는 마을의 어른들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해야 할 것 같은 어려운 수사들을 듣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대화들이 점점 더 불편해진다. 왜냐하면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도시와 건축은 한마디로 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판단이 결코 수준 이하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우리는 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조금씩 만들어간 도시들이 불편하지 않고, 편안한 이유도 이 점에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처음 보았던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그저 그런 킬링타임용 영화였다. 연말 시즌에 적절한, 안 봐도 그만인 영화다. 사실 이 영화는 개인적 취향으로 본 것이 아니라, 상영 당시 대한주택공사 사보에 영화 칼럼을 연재하고 있어서 겸사겸사 보게 됐다. 건축에 대한 글을 쓰려면 뭔가 어려운 영화여야 하는데, 때도 때이고 가족의 평화를 위해 아내 취향에 맞춘 선택이기도 했다. 이 얼마나 다목적인가?
그리고 이 영화에서 억지로 건축의 이야기를 찾아서 발굴(?)하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장면에서 건축적 코드를 찾았다.

Love actually at Heathrow Airport

영화의 시작은 만남과 이별의 장소라고 할 수 있는 공항 장면이다. 클로즈업된 사람들. 휴 그랜트 및 기타 등장인물 주연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노팅힐’, ‘브릿지 존스의 일기’ 등을 통해, 일상적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애써 추측한 내용처럼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충분한 구성과 내용이다. 다만 영화의 주제로 선택한 것이 제목처럼 ‘러브~’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정도를 느낄 수 있었다.

Somerset House(서머셋 하우스)

다시 숙제로 들어가서, 영화에 등장하는 공간 코드를 건축적으로 읽으려 노력해 봤다.
조금 생경한 도시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 고독. 이런 관점은 현대 도시라는 배경과 그 안의 여러 가지 공간적 장치 속에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행위와 필연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었다.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일상의 공간인 공항에서 시작되는 첫 장면은 나름 이 영화의 줄거리를 암시하는 복선이기도 하다. 공항이라는 장소는 이제는 특별한 사람들의 장소가 아니다. 일상화된 이동의 주요 시설로서 누구나 이용하는 공간이다. 더불어 하늘을 통과해 이동한다는 사실은 확연한 물리적 거리를 인식시켜 준다. 일상화된 공간임에도 여전히 이별과 만남의 극적인 공간인 것이다. 영화의 시작에서 만남과 재회의 공간으로 공항이 설정되었고, 그러한 설정은 영화의 말미에도 반복되어 나타난다. 영화 ‘가타카’의 마지막 공항장면이나 우리영화 ‘정사, 이재용 감독 1998년작’의 마지막에서 보여지는 미지로의 여정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것은 이동자의 관점이 아니라, 맞이하는 자의 관점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히드로 공항에서 즐겁게, 때로는 감정의 복받쳐 오름으로 누군가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러브 액츄얼리’가 표현하는 영화의 진행이 큰 슬픔이나 분노를 나타내기보다는 일상의 반가움 표출이 주가 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영화 속에 간간이 드러나는 영국 런던의 풍경은 영화처럼 사랑스럽게 도시를 드러낸다. 대개 유럽 도시들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 전통을 드러내는 도시 풍경에서 그것을 채우는 개별적 장식과 화려함, 섬세한 구성은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감성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이란 것이 장식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거쳐 만들어져 왔고, 그 결과 20세기 초반의 수많은 디자인에서 장식은 마치 인체의 맹장이나 편도선처럼 불필요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던 것이 최근의 의학계처럼 마구잡이로 없애버렸던 맹장이나 편도선을 요즘은 꼭 필요한 경우만 제거하는 것처럼 장식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긍정적 시선도 확보되고 있다. 굳이 장식이라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섬세한 디테일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유럽의 풍경은 괜스레 낭만적이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20세기의 한복판에서 건축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기본적인 감성이 장식에 대한 불필요함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여행을 통해 얻은 실제적 감성은 섬세하고 풍부한 장식과 디테일의 경험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그렇게 살풍경이게 느껴지기보다는 평범한 여성들처럼 ‘예쁘다!’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이런 경험은 모더니즘의 밋밋한 표면으로 가득한 현대 도시 속에서 발견되는 아기자기한 구성으로 이뤄진 우리 옛 건축의 만남에서도 동일하다. 아마도 장식이나 디테일은 실제적 기능보다는 이런 심성적 감각을 자극하는 정서적 기능(?)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런 감성의 느낌은 ‘러브 액츄얼리’에서 만나게 되는 배경 공간에서도 여실하다. 비록 한껏 드러나는 따뜻한 사랑 외에 불륜의 사랑도 담긴 영화지만, 크리스마스라는 낭만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도시의 따뜻한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심개념인 ‘보행’에 대한 주제가 떠오른다. 오늘날 도시와 건축에서 아주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보행이다. 정확히는 보행이 가능한 도시 만들기다. 영어로 ‘Walkable’인데, 보행이 가능한 도시 만들기는 상업적 공간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다.
19세기 산업 혁명 이후 잉여생산물로 인한 경제적 성장과 팽창은 20세기 풍요로운 시대를 열었다. 인종이나 계급 갈등 등 여러 가지 이데올로기의 잔인함도 있었지만, 유사 이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주의 풍요로운 혜택을 누렸다. 이는 대량생산과 표준화라는 경제적 생산성 극대화에 따른 것이었다. 대량생산과 표준화, 생산성은 도시 기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단순 집중화했다. 당연히 이동은 중요한 도구였고, 시간과 물리적 거리는 소비되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대량 생산과 표준화, 생산성은 소품종 다량 생산과 개인화된 개별성, 극도의 효율적 생산구조의 혁신으로 시간을 단축시키고, 물리적 거리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다. 20세기 물리적 공간들은 이제 큰 의미가 없어지고, 소멸의 과정을 겪고 있다. 오프라인의 수많은 상점이 문을 닫기 시작하고, 항구적일 것 같았던 건축의 기능은 수시로 교체되고 소모되기 시작했다.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전환되면서 도시와 건축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시대에 도시와 건축은 더 인간적이고, 개인의 취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하거나, 소수 엘리트에 의해 강요되던 것들이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근본적인 질문을 받기 시작한다.
이런 시대에 오히려 19세기 이전 불특정 다수의 장인이 만들고, 사람들이 별 이견 없이 대대로 전해 내려져 온 아름다움에 대한 시선이 인정받기 시작한다. 유명 건축사의 작품도 아닌 달동네의 허름한 동네 아저씨가 지은 불법 건축을 새삼 아름답다고 평하고, 공장의 거친 구성에 시대를 앞서가는 갤러리와 패션 매장들이 들어선다. 첨단 기업들이 앞다퉈 이런 낡고 버려진 공간을 찾아서 창조의 DNA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이런 시대에 보행의 요소들이 주목받고 각광 받기 시작한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대단하게 작가주의적이거나, 생각을 깊게 하는 철학적 사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은, 이런 인간적 요소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오늘날의 인간적 공간이 가진 역설적인 첨단의 힘 때문이다. 아날로그를 표상한 첨단이라고나 할까?
물론 영화는 고전적 디테일이 풍부한 공간만을 배경으로 하지 않았다. 한때 사람들의 걸음걸이 진동에 의해 흔들려 부실 공사가 아닌가 의심을 받았던 현대적 감각의 ‘밀레이엄 브릿지’나 인테리어의 새로운 자극을 주었던 콘란경이 주도한 ‘서더크 지역’이라던가, 21세기적 현대적 감각의 ‘카나리 와프’도 나타나지만, 그래도 영화의 따뜻한 낭만은 거친 페인트로 도색한 현관과 실내가 보이는 고전적 런던 풍경에서 더 진했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스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ncslab@ncsarchit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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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을 면키 어려운 올림픽 로고 디자인

Design of Olympic Logo
that is difficult to avoid the Public Censure

2024 파리 올림픽 로고

2024년에 개최될 파리 올림픽의 로고가 지난해 10월에 발표되었다. 이번 로고는 중의적 의미를 그래픽에 담았다. 심벌 마크는 여성의 얼굴처럼 보이며, 동시에 올림픽의 성화로도 보인다. 심벌 마크 속 여성은 프랑스 대혁명기에 등장한 가상의 인물인 ‘마리안느(Marianne)’로서 명실공히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인이다. 마리안느의 머리 모양에 따라 속 공간은 불꽃 모양이 된다. 그러니까 이 로고는 올림픽 성화라는 보편성과 마리안느라는 프랑스의 민족적 정체성을 동시에 수용하고 있다. 로고 마크는 곡선적이고 장식적이다. 동그란 모양의 심벌 마크와 곡선적인 로고 마크에는 기하학적인 형태가 들어가 있는데, 이것은 1920-30년대 프랑스에서 크게 유행한 아르 데코 스타일을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각 대회의 로고는 세계적인 브랜드 로고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애플이나 벤츠, 나이키처럼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시기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표되는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글로벌 로고보다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왜냐하면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글로벌 이벤트로서 올림픽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여서 더욱 빠르고 널리 그 디자인의 존재감을 알린다. 그만큼 세계인들의 빠른 비평 대상이 되며, 온갖 지적과 비난을 당하는 처지에 몰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그런 비난이 있어도 널리 퍼지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첫 번째 로고와 벨기에 극장의 로고

2020년 도쿄 올림픽 로고는 발표되자 마자 벨기에의 극장 로고와 똑같다는 표절 시비가 붙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로고가 폐기되고 새로운 로고가 발표되었다. 표절 시비의 대상이 된 로고를 디자인한 사노 켄지로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최종 디자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분명 사노 켄지로가 디자인한 도쿄 올림픽 로고와 벨기에의 극장 로고는 비슷했지만, 일본 디자이너가 그것을 노골적으로 베꼈을 리 없다. 어떤 사람이 자신은 그 어떤 사람도 생각하지 못한 대단히 기발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전세계에 또 다른 누군가는 분명 비슷한 생각을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디지털 미디어로 전 세계가 촘촘히 연결되어 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21세기에 과연 어떤 디자이너가 완벽하게 순수한 창조물을 발표할 수 있을까? 이런 환경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올림픽 관련 디자인을 어렵게 만든다.

새롭게 디자인한
2020 도쿄 올림픽 로고

올림픽 로고 디자인의 어려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4년마다 열리는 대회이며, 월드컵과 함께 가장 큰 글로벌 이벤트인 올림픽은 늘 주최 국가로 하여금 무거운 숙제를 안긴다. 그것은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라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주제를 조화롭게 타협시키는 것이다. 주최국은 올림픽을 국가, 또는 도시를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어쨌든 올림픽은 부자 나라가 개최하는 잔치로서 ‘허세 부리기’라는 기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주최국은 무엇보다 자국의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널리 알리려고 모든 창조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사람들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역대 올림픽 가운데 정치적으로 가장 악용된 대회로 손꼽는 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베를린 올림픽은 명백하게 나치 선전의 장으로 더럽혀진 대회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올림픽은 주최국이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문화적이든 뭔가를 선전하려는 의도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만약 올림픽이 순수한 스포츠 행사로 개최되었다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에 터졌던 보이콧 사태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디자인은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든 은근하게든 드러내게 마련이다. 로고 디자인에서 그것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각 국가는 먼저 소재에서 민족적인 것을 찾는다. 새롭게 디자인된 2020년 도쿄 올림픽 로고의 패턴은 일본 에도 시대의 전통 문양인 ‘이치마쓰모요’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이것으로부터 세계인이 과연 일본적인 정체성을 느낄까 라는 점이다. 눈치를 본 것인지 박력이 떨어져 이 로고는 일본적이기보다 너무 보편적이다. 일반적으로 이치마쓰모요와 비슷한 문양은 어느 지역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로고의 실패가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로 하여금 조심성을 극대화한 했는지, 너무 평범한 디자인이 탄생했다. 가메쿠라 유사쿠가 디자인한 1964년 도쿄 올림픽의 강렬한 로고와 비교하면 확실히 존재감이 떨어진다.

1988 서울 올림픽 로고

대부분의 올림픽 로고 디자인은 민족적 자부심을 드러내는 소재와 스타일을 찾는다. 모더니즘 시대에는 주로 스타일보다 소재에서 찾았다. 모더니즘이라는 양식 자체가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보편주의를 숭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까지 이어졌다. 서울 올림픽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스타일은 전형적인 모더니즘 스타일로서 여기에서 한국적인 특징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삼태극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민족적이다. 1984년 LA 올림픽 로고의 스트라이프로 표현된 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84 LA 올림픽 로고

2004 아테네 올림픽 로고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전면에 대두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는 스타일과 소재 모든 면에서 민족성이 강조된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로고는 처음으로 자와 컴퍼스 같은 도구를 활용하지 않고 자유로운 손의 터치를 살린 첫 번째 디자인이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배격하는 보편성으로부터 벗어나 독특하고 고유한 지역성을 살린 사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로고는 스타일과 소재 모든 면에서 그리스의 전통을 가져온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더욱 노골적으로 한자 문화권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스타일과 소재 모든 면에서 표현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로고

파리 올림픽의 로고도 이와 같은 선장에 있다. 프랑스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 데코 스타일, 거기에 마리안느라는 국가적인 상징을 가져왔다.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일본의 망가 스타일을 흉내 냈다, 어떤 앱의 로고와 비슷하다는 등 무수한 조롱과 질타가 이어진다. 누구라도 이 로고에서 자신이 예전에 보았던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없겠는가? 그러니 디지털 시대에 이런 커다란 이벤트의 디자인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글. 김신 Kim, Shin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디자인 칼럼니스트로 여러 미디어에 디자인 글을 기고하고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쇼핑 소년의 탄생>이 있다.
kshin2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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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쥐의 해를 꽉 잡자!

Catch a Rat, Grip the Year of the Rat!

2020년 경자년이 밝았다. 2020이라는 숫자에서 둥글고 밝은 기운이 느껴진다. 갓 스물 된 처녀 총각 두 명이 동그란 벽에 등을 기대고 나란히 앉아있는 모양 같다, 예쁘다. 경자년은 12간지로 흰색 쥐의 해라고 한다. 쥐띠는 부지런하고, 재물복과 먹을복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쥐는 영리하고 재빨라 쉽게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 같다. 어릴 때 즐겨 보던 만화영화 ‘톰과 제리’ 때문에 생긴 고정관념인지도 모르겠다. 덩치가 훨씬 더 크고 힘도 센데 번번히 골탕 먹기만 하는 고양이 톰이 불쌍할 정도로 제리는 얄밉고 약삭빠르게 굴었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쥐는 아마도 디즈니의 마스코트 미키마우스일 것이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흑백 캐릭터로 태어난 후 1935년에 컬러화 되면서 빨간 옷과 노란 구두를 가지게 되었는데, 매년 세계에서 6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부자 쥐이다.
현실 속에서 쥐는 곡식을 축내고 전염병을 퍼트리는 나쁜 동물이다. 무조건 잡아 없애야 하는 해로운 동물이다. 오죽하면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쥐잡기 운동’이 있었다. 쥐잡기 운동은 1960년대 시나 군단위로 이루어지다가 1970년 1월 26일 6시 ‘전국 쥐잡기 운동’을 실시 하면서부터 전 국민 운동으로 커졌다. 쥐섬멸작전은 이날 오후 6시 사이렌을 신호로 전국에서 동시에 일제히 시행됐다. 당시 농림부는 이 날 행사를 위해 전국 540만 가구에 20g씩의 쥐약(인화아연)을 공짜로 주었다. 여기 들인 예산만 1억 4천만원이었다고 한다. 농림부가 추산한 우리나라의 쥐는 9천만 마리였는데, 인구 1인당 세 마리이고 한 집 평균 18마리 꼴인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쥐가 먹는 식량은 한해 약 240만 섬, 240억원어치로 당시 곡물 총생산량의 8%에 이르렀다. 이것은 당시 전주 시민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사람이 먹을 양곡도 부족한 현실에서 쥐가 박멸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쥐를 많이 잡은 사람에게 포상을 내리기도 했다. 잡은 쥐의 꼬리를 잘라 학교나 관공서로 가져가면 쥐꼬리 하나 당 연필 한 자루씩 바꾸어 주거나 복금 당첨권을 주기도 했다. 쥐약을 뿌린 지 20일 만인 2월 19일 농림부는 모두 41,541,149마리의 쥐를 소탕했다고 밝혔다. 전국의 학교, 관공서 등에서 수집한 쥐꼬리를 세어본 숫자였다.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2차 대회를 같은 해 5월 15일 실시했다. 이번에는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공공건물, 정부창고, 병영 등에까지 확대하였다. 2차 쥐잡기에서는 32,000,000마리가 잡힌 것으로 추계됐다. 4천만 마리가 넘는 쥐를 잡았고, 그 수를 일일이 세어서 포상을 했다니 엽기적으로 들리지만 겨우 50년 전에 진짜 있었던 일이다. ‘파리잡기 경진회’가 있어서 1972년 한 해 부산에서만 39억여 마리를 잡았다는 뉴스를 보면 내가 살고 있던 시절이 아니라 어느 먼 중세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1971년 3월 25일에는 3차 전국 쥐잡기 운동을 실시했다. 3차에는 무상으로 쥐약을 배급했을 뿐만 아니라,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차량과 통행이 많은 곳에는 표어를 붙이기도 하였다.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을 했던지, 일선 구청에 마지막 한 자릿수까지 딱 떨어지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할당하고 성과를 채근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부산시는 중구 25만 6626마리, 서구 71만 3525마리, 부산진구 103만 4364마리, 동래구 69만 9255마리 식으로 목표량을 할당했다. 1972년은 쥐띠 해였는데, 이 해도 쥐잡기 운동은 열기를 더해갔다. 학교는 쥐잡기 포스터 공모대회와 쥐 박멸 웅변대회를 열었고 표어를 공모했다. 그해 12월엔 한국 쥐잡기운동본부가 ‘쥐 없는 명랑한 사회를 건설하자’를 주제로 전국 남녀 웅변대회를 서울 YMCA 강당에서 열기도 하였다. 1972년 쥐잡기 운동에서는 47,286,027마리 쥐를 잡아 목표대비 91.4%의 실적을 올렸으며, 1,198,569석의 양곡 손실을 방지했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경상북도_쥐잡기 운동_옥외광고_1972

경상남도_쥐잡기 운동_신문광고_1974

쥐잡기가 온 나라의 관심사였으니 쥐약은 아마도 그 시절의 히트상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원래 ‘약’이란 아픈 것을 낫게 하는 것에 붙이는 이름인데, 생명을 죽이는 것에 ‘약’을 붙였으니 이 또한 역설적이다. 신문광고에 난 쥐약의 효과를 읽어 보면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웃음이 나온다. 전일약품의 쥐파린은 “쥐가 보기만 하면 먹는다. 죽는 놈은 꼭 밝은 곳을 찾아 나와 죽는다. 먹어서 고통이 없으므로 다른 쥐에게 동요를 주지 않아 계속 먹어 죽는다”를 특징으로 적었다. 중외제약의 후라킬은 쥐의 천적인 고양이를 상표로 내세웠다. 충국제약의 하리돌은 “쥐에게는 천하의 진미과자, 먹으면 즉각 황천, 원료는 미제 깡통쥐약”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직설적인 표현이 괴기스러우면서도 재미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으니 어린 시절,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마당에서 발견하고 기겁을 했던 풍경이 떠오른다. 저 때의 쥐약 광고가 터무니없는 과장만은 아니었나 보다. 요즘은 집집마다 쥐약을 놓는 대신 세스코 같은 해충방제업체를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쥐약광고는 어디서든 보기 힘들게 되었다.

전일약품_쥐파린_신문광고_1962

충국제약 하리돌 신문광고 1959

중외제약_후라킬_신문광고_1969

경자년 새해를 맞아 쥐가 나오는 광고를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영국의 존 놀란(John Nolan)이라는 감독이 만든 놀란체다치즈 광고이다. 광고에는 진짜 쥐가 나온다. 조심스럽게 쥐구멍을 나온 쥐 한마리가 쥐덫에 다가간다. 그리고 쥐덫 위에 놓인 치즈를 발견하고 그것을 먹다가 그만 쥐덫에 깔리고 만다. 쥐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는가 싶다. BGM마저 카펜터즈의 경쾌한 Top of the World에서 비장한 느낌의 The End라는 곡으로 바뀐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덫에 깔려 있던 쥐가 온몸의 힘을 모아 가슴에 얹힌 쥐덫의 쇠를 번쩍 드는 것이다. 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기를 들듯이 운동을 한다. 배경음악이 영화 로키에 삽입되었던 Survivor의 Eye of the Tiger로 다시 변한다. 생존자라는 그룹 이름이 영상 안의 쥐의 처지와 기막히게 어울린다. 그리고 멀쩡한 모습으로 치즈를 먹고 있는 쥐의 모습을 잡은 마지막 장면에 나타나는 한 줄의 자막.

엄청나게 강한 놀란 체다 치즈(Nolan’s cheddar cheese seriously strong)

놀란 체다치즈_홍보영상_2009_스토리보드

새해다. 언제부터인지 새해가 되어도 어떤 일이 새로 일어나길 바라기보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저 ‘지난해처럼만’이 오랫동안 지속된 내 소심한 새해 소망이었다. 그러면서도 끝없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반복해서 소원하다가 하고 싶던 일을 이루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말의 힘을 믿게 되었다.
경자년 흰 쥐띠의 해, 주문을 걸 듯 ‘잡다’라는 단어를 새 다이어리의 첫 장에 적는다. 잡다에는 ‘손으로 움키고 놓지 않는다’는 의미와 ‘짐승을 죽이다’의 뜻이 모두 들어있다. ‘사람을 떠나지 못하게 말리다’라는 애틋한 뜻도 있다. 새해에 나는 무엇을 잡고 싶은지 자문한다. 쥐를 잡듯이 없애버리고 싶은 것도 있고, 덫에 걸린 것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움켜잡고 싶은 것도 있다. 잡고 싶은 순간도 있고, 잡고 싶은 일도 있다. 물론 사람도 있다. 잠시 번잡한 일상을 미뤄 두고 새해에 잡고 싶은 모든 것들의 목록을 만든다. 그 목록에는 이제껏 한 번도 욕심내 본 적 없던 것이 ‘잡고 싶다’고 적힌다. 절대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잡아 없애자’라고 쓰여진다. 내가 내 손을 굳게 잡고 이루어갈 이 목록은 아마 이 해가 다 가도록 길고 길게 이어질 것이다.

 

http://theme.archives.go.kr/next/koreaOfRecord/grapMouse.do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쥐잡기 운동 기록)

(놀란 체다치즈_홍보영상_2009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업계에 입문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주)샴페인,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 계열의 벨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독립대행사인 (주)프랜티브에서 ECD로 일하다 독립하여 다양한 광고물 제작과 글쓰는 일을 하고 있다.
abaca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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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아파트의 위험성과 대응방안

Risk of Apartment by the Local Community Housing
Cooperatives and Countermeasures

Ⅰ. 글의 첫머리에

‘역세권 아파트 평당 천만원. 시세차익 3억원!’ 가끔 길거리에 이런 현수막이 눈에 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렇게 싼 아파트가 있다는 말인가! 혹시 행운을 잡는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전화를 건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해보면 다른 일반 아파트 분양사무실과 똑같다. 모델하우스도 고급스럽게 잘 되어 있고, 아파트 내부 공간도 넓다. 베란다도 확장해준다고 하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고 분양권전매도 가능하다고 한다. 아파트 세대수가 천 세대 넘는데 로얄층은 다 나갔고 지금 남아있는 것은 저층 일부분이다. 처음 내는 돈도 천만 원밖에 안 되고, 중도금은 모두 무이자로 대출해준다.

곧 이어서 2차 아파트, 3차 아파트를 시행할 예정이고 역세권이라 분양권도 프리미엄이 상당액 붙을 것이라고 부추긴다. 분양사무실 직원은 자신도 분양받았다고 하면서 너무나 좋은 아파트를 싸게 분양받는 것이라고 하면서 주변 교통망, 상권, 교육환경 등에 관해 엄청난 홍보를 한다.

고객은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선뜻 계약금을 내고 계약서에 서명날인한다. 계약서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이고, 조합원 전체가 공동으로 아파트건축사업을 시작하여 나중에 성공하면 그때 아파트를 한 채씩 나누어 가진다는 내용이다.

조합이 성공적으로 아파트사업을 마치면 조합원에게 아파트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만일 조합이 아파트 부지를 매입하는데 실패하거나, 아파트건축사업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시공할 회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은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일반 사람들은 지역주택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재건축조합아파트나 재개발조합아파트를 분양받는 것과 똑같은 것으로 잘못 알고 선뜻 계약을 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이미 토지와 건물을 대부분 확보한 상태에서 아파트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조합원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손해는 보지 않는다.

주택조합은 아무 부동산도 없는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아 조합을 구성하고 조합원들로부터 똑같이 조합분담금을 걷어 아파트부지를 매입하여 사업승인을 받아 아파트를 짓고 더 나아가 비조합원들에 대한 일반분양까지 해서 수익을 낸다는 시스템이다. 그런 구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하는 것은 지금까지 몇 십 년 동안 수없이 많은 주택조합사업이 최종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보면 자명하다.

주택조합아파트사업은 매우 위험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집이 없는 경제적 약자를 위해 마련된 이 제도는 아마추어 조합장들에 의해 조합원들이 이용당하고 시행대행사와 건설회사 역시 실패할 위험성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관여하다가 자신들은 챙길 것 다 챙기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주택조합아파트는 어떤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인가. 구체적인 절차와 사업진행은 어떠한가? 주택조합의 법적 성질과 운영방식, 조합원의 자격과 권리의무, 조합과 시공회사의 관계, 조합아파트의 위험성과 그 대응방안에 관하여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Ⅱ. 주택조합제도의 장점과 단점

일반아파트의 경우에는 사업시행자가 토지를 매입하고 공사를 하여 분양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주택조합아파트는 조합원들이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건설회사에 도급을 주어 공사를 하고 조합원들끼리 아파트를 나누어 가지는 개념이기 때문에 제대로만 한다면 사업시행자가 보는 이익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이론상으로는 일반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싸게 된다. 그것은 조합원들이 직접적으로 건축주가 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출발 단계에서부터 신축할 아파트의 동호수를 특정하여 분양받을 수 있다. 조합원의 입주권과 분양권에 대해서는 일반아파트와 달리 전매가 가능하고, 청약통장이 없어도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아파트를 지을 토지부터 매입해야 하는데, 실제 위치가 좋은 곳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토지를 확보하고 매입하는 것은 쉽지 않고, 많은 시간이 걸리고 토지매입비용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대규모아파트 건축사업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지구단위계획 등으로 인해 사업승인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 때문에 조합아파트 추진이 지연되면 조합운영비, 조합원모집대행비용, 홍보비용, 차용금이자, 건설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분담해야 할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조합의 임원들은 대부분 아마추어로서 건축에 관한 문외한으로서 조합업무를 체계적으로 확실하게 집행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모든 업무를 컨설팅회사에 맡기고 컨설팅비용으로 막대한 돈을 지출하게 된다.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개인적인 이권을 챙기려고 조합에 손해가 가는 계약 체결 등의 업무상배임행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합아파트가 성공한다고 해도 일반 분양을 받는 것에 비해 별로 남는 것이 아닌 것이 된다. 만일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끝내 무산되는 경우에는 조합원들은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된다.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말할 나위도 없다. 조합아파트사업은 부동산신탁회사에 모든 권리를 신탁해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신탁회사가 조합원들의 권리를 100% 보장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탁제도는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권리를 대외적으로 신탁회사가 맡아서 가지고 있는 것일 뿐 구체적인 조합자금의 사용 및 운용에 대해서는 신탁회사에게 특별한 권한이 없다. 일단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조합비나 분담금을 낸 이상 법에는 조합원의 탈퇴가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현실적으로는 조합원을 탈퇴하고 이미 낸 돈을 돌려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Ⅲ. 조합아파트는 왜 위험한가?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원을 모을 때 하는 홍보사항은 주로 다음과 같다. ① 3년 이내에 입주가 가능하다. ② 분양가가 절반이다. ③ 아파트 1천5백세대를 짓는다. ④ 조합원모집이 거의 끝났다. ⑤ 토지매입을 80% 이상 완료했다. ⑥ 잔여 세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⑦ 지구단위계획을 곧 받는다. ⑧ 사업계획승인은 곧 떨어진다. ⑨ 부동산신탁회사가 책임지기 때문에 절대 안전하다. ⑩ 대기업에서 시공을 책임진다. ⑪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은 없다. ⑫ 지금은 1차를 모집하지만, 곧 2차 3차를 추가로 분양할 예정이다. ⑬ 분양권전매는 아무 때나 아무런 제한 없이 무조건 가능하다. ⑭ 조합원탈퇴가 가능하다. ⑮ 프리미엄을 받고 넘길 수 있다 등이다.

조합원은 그 말의 의미에 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중에 하나씩 그 말의 의미를 확인해 보면 결과적으로 주택조합사업은 결코 성공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일부 주택조합에서는 처음에 조합원을 모집할 때에는 예정 세대수를 몇 천 세대로 크게 잡고 홍보를 하여 조합원을 모집한다.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규모는 대폭 축소된다. 조합에서는 일차로 적은 세대를 추진하고 그 다음 단계로 이차, 삼차 사업추진을 하겠다고 홍보하면서 사업규모를 축소변경한다. 그런 경우에는 조합원이 처음에 조합에 가입할 때 조합에서 지정해준 동호수를 분양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주택조합제도는 내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청약저축과 관계없이 일정한 지역이나 직장을 단위로 조합을 설립하여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주택조합제도는 그동안 편법분양, 투기조장의 사회적 폐해를 낳고, 시공사 부도 및 사업지연으로 인하여 조합원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다.

주택아파트분양계약은 일반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계약이다. 주택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주택조합은 아직 본격적인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많은 난관이 놓여있으며, 지역주택조합이 제대로 사업추진을 하여 사업승인을 받고 아파트를 건설하여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

지역주택조합아파트사업은 간단히 말하면 500명의 조합원들이 모여서 조합을 만들고, 500명이 똑 같이 돈을 내고 땅을 사서 건설회사를 시켜서 아파트를 지은 다음 한 채씩 나누어 가진다는 것이다.

500명은 똑같은 아파트건설사업의 주체가 된다. 다만, 모든 일을 조합장에게 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면 뒷짐을 지고 있던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원망한다. 하지만 조합장도 똑같은 조합원의 한 사람일 뿐이다. 사업경험도 없고 집 한 채 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일 뿐이다. 앞장서서 조합사업을 하면서 개인의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사람이다.

개인이 혼자 땅을 사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렇게 해서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다른 일을 하면서 평생 집을 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땅을 사서 설계를 맡기고 허가를 받아 공사업자를 선정해서 집을 지어보라. 돈을 아끼기 위해서 직접 땅을 사러 다니고, 건축사를 만나서 허가를 받고, 공사업자와 공사도급계약을 하고, 공사가 끝난 다음 사용승인을 받아 입주를 한다.

그 과정에서 집을 짓는 사람은 마음고생을 엄청나게 한다. 하자투성이고 도중에 공사업자가 공사비를 증액해 달라고 하고, 어떤 공사업자는 아예 자취를 감춰버린다. 재하청업자들이 와서 난리를 친다. 온갖 속을 썩이고 직접 집을 지었을 때 이익을 보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다른 사람들이 지어놓은 집을 사서 들어가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히고 이익이다.

단독주택 한 채를 짓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아파트 500세대를 건축문외한이며 경제적으로 약자인 무주택자 500명이 모여서 조합을 만들어서 땅을 매입하여 아파트를 싼값에 짓겠다는 것인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이 처음부터 위험하며 실패의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의 기간 동안 전국에서 행정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 중 입주까지 마친 조합은 20%를 조금 넘는다고 하는 것도 바로 지역주택조합이 어려운 사업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같은 조합의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지역주택조합아파트와 재건축조합아파트, 재개발조합아파트와 같이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아파트나 재개발아파트는 출발 자체가 기존에 아파트를 지을 토지가 마련되어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부지 상에 토지나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조합을 구성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므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험성은 비교적 적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아파트의 경우에는 출발 시점에 아무런 토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의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다.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사업상의 노하우만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컨설팅회사나 건설회사와 같이 조합원을 모집하고 조합 인가를 받고 사업을 추진한다.

문제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사업부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토지나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가계약서 같은 방식으로 일부 돈을 받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사업추진을 하려고 하면 그때부터는 태도가 180도 달라져서 많은 돈을 받으려고 한다.

사업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사업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아파트건설사업승인을 받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지구단위계획도 수립되어야 하고, 사업승인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처음 홍보한 것과 달리 사업규모를 자꾸 축소하게 된다.

시간이 지연되고 조합원들은 난리 치고,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교체되거나 민형사소송에 휩싸이게 된다. 조합의 운영비뿐 아니라, 컨설팅 비용, 조합원모집비용, 모델하우스운영비용 등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나중에는 채무초과가 된다.

그동안 지역주택조합사업을 하면서 아파트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불법과 비리가 판을 쳐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택조합이 실패한 것은 토지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2개의 업체에서 지역주택사업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미 다른 민간사업자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취득한 부지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갑 회사가 먼저 구청에 조합원모집신고서를 제출하였기 때문에 을 회사는 조합원모집을 하기 곤란하다. 사업 초기단계부터 이렇게 주민들이 양분되면 결과적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어렵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먼저 조합원에 가입하고 조합비를 낸 사람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소지가 있다.

 

Ⅳ. 지역주택조합설립 및 인가

주택조합을 설립하려는 경우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는 자는 해당 주택건설대지의 80퍼센트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의 사용권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지역주택조합설립인가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① 창립총회 회의록, ② 조합장선출동의서, ③ 조합원 전원이 자필로 연명한 조합규약, ④ 조합원 명부, ⑤ 사업계획서, ⑥ 해당 주택건설대지의 80퍼센트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의 사용권원을 확보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류 등이다.

조합규약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① 조합원의 자격에 관한 사항, ② 주택건설대지의 위치 및 면적, ③ 조합원의 제명·탈퇴 및 교체에 관한 사항, ④ 조합임원의 보수, 선임방법, ⑤ 조합원의 비용부담 시기·절차 및 조합의 회계, ⑥ 조합원의 제명·탈퇴에 따른 환급금의 산정방식, ⑦ 사업의 시행시기 및 시행방법, ⑧ 총회의 소집절차·소집시기, ⑨ 총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사항, ⑩ 사업이 종결되었을 때의 청산절차, ⑪ 조합비의 사용 명세와 총회 의결사항의 공개 및 조합원에 대한 통지방법 등이다.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총회의 의결을 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 다만, 창립총회 또는 제3항에 따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의결하는 총회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

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는 날부터 사용검사를 받는 날까지 계속하여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① 주택건설 예정 세대수의 50퍼센트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할 것. 다만, 법 제15조에 따른 사업계획승인 등의 과정에서 세대수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된 세대수를 기준으로 한다. ② 조합원은 20명 이상일 것

시장·군수·구청장은 해당 주택건설대지에 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주택조합의 설립인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① 법에 따른 건축기준 및 건축제한 등을 고려하여 해당 주택건설대지에 주택건설이 가능한지 여부, ②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따라 수립되었거나 해당 주택건설사업 기간에 수립될 예정인 도시·군계획에 부합하는지 여부, ③ 이미 수립되어 있는 토지이용계획, ④ 주택건설대지 중 토지 사용에 관한 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토지가 있는 경우 해당 토지의 위치가 사업계획서상의 사업시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지 여부

주택법 및 동법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설립인가를 신청한 주택조합의 사업내용이 관계 법령의 규정에 위배되거나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음이 명백한 때에는 인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경우에 법규에 명문의 근거가 없더라도 거부처분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주택조합설립인가신청을 행정청이 거부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는 신청인은 설립인가거부처분취소소송을 행정소송으로 제기할 수 있다.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은 상대방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효과를 수반하는 수익적 행정처분으로서, 법령에 행정처분의 요건에 관하여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한다. 재량행위에 있어서는 법령상의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부관을 붙일 수 있다. 그러나 부관의 내용은 적법하고 이행가능하여야 하며 비례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적합하고 행정처분의 본질적 효력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의 것이어야 한다.

공동주택을 건설하려는 사업주체인 지역주택조합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처분을 함에 있어 주택단지의 진입도로 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여 진입도로를 설치하고 인근 주민들의 기존 통행로를 대체하는 통행로를 설치하도록 하는 조건을 붙이는 것은, 필요한 범위를 넘어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부관이라 할 수 없다(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누16698 판결).

 

Ⅴ. 주택조합의 법적 성질

지역주택조합은 동일한 특별시 광역시 시 또는 군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하여 설립하는 조합을 말한다. 주택조합은 비법인사단에 해당한다. 주택조합이 공동주택 건설사업이라는 단체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며 규약 및 단체로서의 조직을 갖추고 집행기관인 대표자가 있고 의결이나 업무집행 방법이 총회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행해지며 구성원의 가입 탈퇴에 따른 변경에 관계없이 단체 그 자체가 존속하는 등 단체로서의 중요사항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비법인사단이 된다(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다18271 판결 참조).

비법인사단인 주택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조합원 총유에 속하는 재산의 처분에 관하여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는 이를 대리하여 결정할 권한이 없다. 주택조합의 대표자가 행한 총유물인 건물의 처분행위에 관하여는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은 준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다57679 판결 참조).

분양계약이 비법인사단인 주택조합의 대표자에 의하여 적법하게 체결된 경우, 그 책임은 독립한 권리의무의 주체인 주택조합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그의 구성원들인 주택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들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조합이 주체가 되어 신축 완공한 건물로서 조합원 외의 일반인에게 분양되는 부분은 조합원 전원의 총유에 속한다. 따라서 이러한 아파트의 분양방법에 관하여는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하여 주택조합의 정관이나 규약에 정한 바가 있으면 이에 따르고 그에 관한 정관이나 규약이 없으면 조합원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며,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행위는 무효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52214 판결).

주택건설사업의 공동사업주체들이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체결 이전에 공동사업주체들 중 1인과 제3자 사이에 이루어진 법률행위를 공동사업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행위로 인정하고 그 법률행위에 기하여 제3자로부터 취득하게 되는 권리를 그 공동사업에 이용하기로 하는 한편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기로 한 채무를 이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이는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제3자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를 민법상 조합에 유사한 단체로서의 공동사업주체들 전원이 병존적으로 인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하여, 그 제3자는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고 공동사업주체들 전원에 대하여 그 법률행위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이 주택을 건축할 대지를 마련하기 위하여 토지를 매입하면서 매매대금에 대한 대물변제조로 토지 매도인과 신축될 주택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 공동사업주체인 시공사에게도 분양계약상의 책임이 있다.

주택조합이 건축한 주택을 일반분양하여 소득이 발생한 경우, 주택조합은 국세기본법상 법인으로 보는 법인격이 없는 단체로서 법인세법상 비영리내국법인에 해당하고, 위 소득은 비영리법인의 사업소득으로 법인세 부과대상이 되므로, 주택조합이 위 소득에 대한 법인세 납세의무자가 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3두2656 판결).

구 조합이 해산된 후 별도의 절차에 따라 설립되어 새로 조합설립인가까지 받고, 구 조합과 신 조합은 그 명칭, 조합규약, 조합원 구성이 상이한 점으로 두 조합은 서로 다른 법인격을 가진 별개의 비법인사단으로 보아야 한다. 신 조합이 구 조합과 갑과 사이에 체결된 조합업무 위임계약 및 조합업무대행 수수료 지급약정을 조합규약에서 정한 총회 의결을 통해 승계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이러한 약정은 신 조합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A조합 해산 후 B조합이 별도의 절차에 따라 새로 설립되었으나 A조합과 조합업무 위임계약 및 조합업무대행 수수료 지급약정을 체결한 갑이 실제로 A조합에 이어 B조합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행해 왔고, B조합도 그 법률적 효과와 경제적 이익을 누려왔다면, B조합과 갑 사이에 사무관리에 의한 법정채권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98669 판결).

비법인사단에 대하여는 사단법인에 관한 민법 규정 가운데서 법인격을 전제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를 유추적용하여야 한다. 비법인사단의 대표자는 정관 또는 총회의 결의로 금지하지 아니한 사항에 한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특정한 행위를 대리하게 할 수 있을 뿐 비법인사단의 제반 업무처리를 포괄적으로 위임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비법인사단 대표자가 행한 타인에 대한 업무의 포괄적 위임과 그에 따른 포괄적 수임인의 대행행위는 비법인사단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Ⅵ. 조합원의 지위와 권리의무

지역주택조합은 20인 이상으로서 총 주택건설 예정세대수의 1/2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된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사람으로 한다. 다만, 조합원의 사망으로 그 지위를 상속받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요건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이 될 수 있다. ① 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주택을 소유하는지에 대하여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 ⓐ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아니한 세대의 세대주일 것, ⓑ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중 1명에 한정하여 주거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세대의 세대주일 것, ②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현재 지역에 6개월 이상 계속하여 거주하여 온 사람일 것, ③ 본인 또는 본인과 같은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배우자가 같은 또는 다른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거나 직장주택조합의 조합원이 아닐 것.

지역주택조합은 설립인가를 받은 후에는 해당 조합원을 교체하거나 신규로 가입하게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① 조합원 추가모집의 승인을 받은 경우, ② 조합원의 사망, ③ 사업계획승인 이후에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가 양도·증여 또는 판결 등으로 변경된 경우. 다만, 법 제64조제1항제1호에 따라 전매가 금지되는 경우는 제외한다.

주택법에서 정한 자격기준을 갖추지 못한 조합원이 당연히 주택조합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고, 주택법 제39조 제1항의 금지규정은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이라고 할 수 없어 당사자들이 이를 위반한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당연히 무효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다5547 판결).

지역주택조합 방식에 의한 아파트개발사업의 시행대행자가 조합원가입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사업부지 일대가 뉴타운사업지구로 지정되어 위 방식에 의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사정은 조합원가입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관건이 되는 중요사항이므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8709 판결).

 

Ⅶ. 주택조합사업의 승인 및 추진

주택조합은 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법 제15조에 따른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여야 한다. 주택조합은 등록사업자가 소유하는 공공택지를 주택건설대지로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경매 또는 공매를 통하여 취득한 공공택지는 예외로 한다.

주택조합이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등록된 등록업자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여야 한다.16) 주택건설사업의 공동사업주체들이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체결 이전에 공동사업주체들 중 1인과 제3자 사이에 이루어진 법률행위를 공동사업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행위로 인정하고, 그 법률행위에 기하여 제3자로부터 취득하게 되는 권리를 그 공동사업에 이용하기로 하는 한편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기로 한 채무를 이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이는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제3자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를 민법상 조합에 유사한 단체로서의 공동사업주체들 전원이 병존적으로 인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제3자는 수익의 의사표시를 하고 공동사업주체들 전원에 대하여 그 법률행위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처분에 대하여 부관을 붙일 수 있고 그 부관이 적법한 것이라면 그와 같은 부관이 붙은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은 사업주체가 사용검사일 전까지 그 부관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승인된 사업계획의 내용에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사용검사를 받을 수 없다 할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시공사와 공동으로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지역주택조합과 시공사가 공동사업주체로서 주택법령에 따라 대외적인 손해배상책임 등을 공동으로 부담하게 될 수 있고, 나아가 동업약정 관계에 의한 민법상 조합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부담하는 고지의무를 시공사도 함께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이 설립인가를 받기 전 단계에서 시공사와 공사도급가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조합원의 모집·홍보·관리, 조합의 설립인가, 사업부지 매입 및 조합원 납부금 관리업무 등은 지역주택조합의 권한과 책임으로 하고, 시공사는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업무를 권한과 책임으로 하되 지역주택조합의 전문성 및 재정적 능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하여 시공사가 지원·협조하기로 한 경우에는, 지역주택조합과 시공사는 주택법상 공동사업주체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법상 조합관계에 의한 공동책임도 지지 아니한다.

 

Ⅷ. 주택조합과 지구단위계획

일정한 규모 이상의 지역주택조합아파트를 건설하려면 지구단위계획의 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지구단위계획결정이 쉽지 않아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끝내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려는 자는 사업계획승인신청서에 주택과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배치도 등과 함께 주택건설사업에 지구단위계획의 결정이 필요한 경우 그 결정의 협의에 필요한 서류, 공공시설의 귀속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서류, 간선시설 설치계획도 등을 첨부하여야 하여야 한다.

사업시행자는 사업부지 내 주민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구청에 공동주택건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수립을 제안하였으나 건물노후도에 대한 자료 미비로 지구단위계획18)은 수립되지 못하였다.

사업시행자는 조합원들을 모집하면서 이미 사업부지 내 건축물이 저층주택지 관례가 규정한 건물노후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뉴타운개발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지역주택조합아파트건설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였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업시행자에게 책임이 따르게 된다.

 

Ⅸ. 주택조합형사사건

지금까지 주택조합과 관련하여 많은 사건에서 조합장이나 사업대행사 임직원 등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것은 이러한 사업추진을 하는 사람들이 허위과장광고를 하여 조합원을 모집하고 조합비를 걷어 유용하거나 사업에 실패함으로써 조합원에게 손해를 주었기 때문이다.

조합장이 지역주택조합을 구성하여 조합원을 모집하고 조합비를 걷어 사업을 추진하다가 실패하면 조합원들은 조합비를 모두 날리게 된다. 조합에서는 조합비로 아파트부지매입비용과 업무대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및 조합운영비로 사용한다.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및 분양대행사 관계자들은 허위 주택정보를 이용해서 조합원을 모집하고, 특히 사업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토지 매입 완료’라고 허위과장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조합비를 횡령하거나 조합에 대한 배임행위를 함으로써 형사처벌된 사례가 많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 전체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조합장이 조합원들로부터 납부받은 자금은 조합의 운영과 조합아파트의 건축관리에 한하여 사용하도록 용도가 정하여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위탁자로부터 특정용도에 사용하도록 위탁받은 금원을 수탁자가 그 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한 경우에는 횡령죄를 구성한다.

조합아파트의 비조합원에 대한 일반분양과정에서도 사업시행자가 허위과장광고를 하여 분양을 하게 되면 나중에 사기죄로 고소를 당하거나 기망을 이유로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상품의 선전·광고에 있어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하겠으나,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다1313 판결 등 참조).

지역주택조합이 설립인가를 받기 전 단계에서 시공사와 공사도급가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조합원의 모집·홍보·관리, 조합의 설립인가, 사업부지 매입 및 조합원 납부금 관리업무 등은 지역주택조합의 권한과 책임으로 하고, 시공사는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업무를 권한과 책임으로 하되 지역주택조합의 전문성 및 재정적 능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하여 시공사가 지원·협조하기로 한 경우에는, 지역주택조합과 시공사는 주택법상 공동사업주체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법상 조합관계에 의한 공동책임도 지지 아니한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8709 판결 참조).

주택건설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어 납부한 분양금 중 일부만을 반환받게 되고 그 반환금액이 1천만 원에 미달하는 경우, 그 분양금반환채권은 공직자윤리법의 규정에 의한 등록대상재산인 채권이 아니라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수47 판결).

 

Ⅹ. 맺는 말

주택조합을 추진하던 조합장이 아파트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런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주택조합아파트사업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고행의 길인지 짐작할 수 있다. 조합장도 비극이지만 수많은 조합원들은 막대한 돈을 날리고 심지어는 빚까지 부담하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

주택조합은 법에 의해 인정된 제도이지만 너무 위험하다.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주택조합 실패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 원인을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제도가 너무 불완전하고 위험성이 높아 서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이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든가, 아니면 대폭적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제도를 만들어놓고, 그토록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수시로 피해사례를 보도하고 난리치고 있는데 행정청에서 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cd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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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소식 1월

인천광역시건축사회관 개관식…
1932년생 근대 목조건물의 변신, 87년 역사 속에 미래를 담다

인천광역시건축사회가 인천 중구 항동 제물량로에서 87년 간 자리를 지킨 고건물을 매입해 일 년여의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작년 12월 11일 첫 단독회관 개관식을 가졌다. 인천광역시건축사회관이 희미해져가는 주변 항구도시의 풍경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도시재생의 훌륭한 모범이 됐다는 평가다. 회관 1층은 사무국과 북카페로, 2층은 회의실과 전시장(아키풋)으로 이용된다. 인천광역시건축사회는 그중 2층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날 개관식에는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및 임원, 시·도건축사회장, 조태종 건축사공제조합 이사장을 비롯해 박남춘 인천광역시 시장, 윤관석 국회의원, 이정미 국회의원,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감, 허종식 인천광역시 균형발저정무부시장, 김종인 인천광역시 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 등의 정치계 인사들과 최병국 인천문화재단 대표, 정명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권혁철 경인방송 대표, 김영환 인천일보 대표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인천광역시건축사회관의 개관을 축하했다.

 

 

한옥설계 전문인력 배출,
“우리 건축을 세계에 알리고, 한옥 저변 확대에 역할 해주길”

한옥설계 전문 인력 양성과정이 종료돼 이를 기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부로부터 교육을 위탁받고 있는 대한건축사협회는 지난 12월 3일 ‘2019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 수료식을 개최했다.
건축사회관 2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이날 수료식에는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권연하 건축사교육원 원장, 윤대길 교육총괄, 김준봉 운영위원, 천국천 운영위원, 장명희 한옥문화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2019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은 지난 6월 11일 입교식을 시작으로 총 170 시간의 교육을 시행했다. 윤대길 한옥운영위원회 위원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이번 과정에서는 총 40명의 교육인원을 선발해 이론과 설계, 치목, 답사 등의 교육이 이뤄졌다”면서 “현재까지 1기 46명, 2기 43명, 3기 45명, 4기까지 총 172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교육 중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시상식도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장관상 수상에는 이장우 건축사(필단 건축사사무소)가, 대한건축사협회장상에는 김미형(건축이야기 건축사사무소), 변기석 건축사(유심재 건축사사무소)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계속해서 교육을 수료한 모든 교육생들을 대표해 김나현 건축사(이안건축사사무소)가 수료증을 수령했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한옥이야 말로 우리 건축을 세계에 알리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수료생 여러분들이 한옥의 외향, 한옥의 건축적 기술뿐만 아니라 한옥이 가지고 있는 선조들의 정신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계승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건축에 전시된 건축,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전(展)…
소박함 속 웅장함, 비움으로 삶을 말하다

12일 서울 장충동 주택 골목의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ZIP’에 승효상 건축사(국가건축정책위원장)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건축학과 대학생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은 건축사가 30년 동안 쌓아온 작품활동의 성과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행사를 주최한 재단이나 건축사 개인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파라다이스ZIP’은 80여년 된 오래된 단독주택을 개조한 재생건축으로 승효상 건축사가 설계했다. ‘건물의 형태가 아니라 공간의 가치가 중요하다’라는 평소 그의 신념답게 노후화된 부분을 수리하는 것 외에 본래 건축물이 가지고 있던 세월의 흔적을 최대한 살렸다. 페인트칠조차 어느 부분에 얼마만큼 칠할지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주변의 아기자기한 주택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개성있는 작품들을 품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대형사진과 설계모형으로 전시된 건축작품들. 3D프린터로 출력한 설계모형으로 건축물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승효상 건축사의 2008년작 작품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 (ⓒ승효상)

재단은 ‘파라다이스ZIP’를 개관한 후 미술 작품에서 가구, 보자기, 음악,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녹여냈다. 건축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성희 파라다이스 ZIP 큐레이터는 “전시장 자체가 ‘승효상 건축사의 작품’이기 때문에 기존의 건축전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단순히 그동안 건축사가 만들어온 건축물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축사가 의도한 공간을 포함해 그 속에 깃든 건축사의 철학,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느낄 수 있도록 승효상 건축사가 직접 배치에서부터 많은 부분들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공간’과 ‘어울림’을 드러내기 위해 3D프린터를 선택했다. 3D프린터로 만든 설계모형으로 건축물 안의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전시장의 하얀 벽면엔 흑백으로 찍은 건축물 사진을 걸었다. 설계도면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덕분에 건축물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간 듯한 실제감을 확보했다. 세월이 축적된 공간 속에서 건축물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건축물을 직접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공감각적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박성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아마 도면 없는 최초의 건축전이 아닐까 싶다. ‘비움’이라는 선생의 철학과 ‘공간’과 ‘삶’을 조명하고자 하는 기획의도, 공간의 분위기가 맞아 떨어졌다”고 말하고 “이번 전시가 다른 건축전에도 적용 가능한 역할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광역시건축사회, 주거환경 개선사업 대상자에 후원물품 전달

대전광역시건축사회는 지난 12월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의 주도아래 백석대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추진한 ‘주거환경 개선사업’ 지원 대상자 3가구에 후원물품을 전달했다. 후원물품은 겨울철에 필요한 용품들과 5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이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직접 만든 김치로 이웃에 불 밝히다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12월 5일 ‘사랑의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를 진행하고, 각 구지역건축사회에서 추천받은 비인가 복지시설에 직접 만든 김치 528박스를 전달했다. 봉사위원회가 주관한 행사는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내 9개 구지역건축사회와 카이스에듀 건축토목학원의 협찬으로 진행됐으며,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임원과 봉사위원회 위원, 자원봉사자 등 34명의 회원들과 동작 장애인어머니회,관악 장애인어머니회에서 온 외부 자원봉사자 20명 등 총 60명이 참여했다.완성된 김치는 모두 10곳의 복지시설에 전달됐다. 그 중 50박스는 관악구가 진행하는 ‘함께하는 마음, 그리고 나눔+사랑의 모금함’으로 보내졌다.

 

 

충청북도건축사회,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 진행

충청북도건축사회는 12월 7일 청주시 사직동 일원에서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30여 명의 회원이 참여했으며, (사)징검다리에 연탄 구입비 300만 원을 지급하고 이웃에 직접 연탄을 배달했다.

 

 

대한건축사협회 당구동호회, 발기인총회 및 출범기념 당구대회 개최

회원들의 화합과 친목을 목표로 결성하는 대한건축사협회 당구동호회가 11월 27일 발기인총회를 개최하고 회칙제정과 임원선출과 함께 초대회장으로 나정욱 건축사(서울,유앤에이건축사사무소)를 선임했다. 나정욱 건축사는 내년 11월 정기총회까지 동호회를 이끌게 된다. 이날 열린 당구대회에서는 1부 리그(250점 이상)에서 하헌주 건축사(충남, 공시건 건축사사무소)가, 2부 리그(200점 이하)에서는 이희철 건축사(서울, 송인건축사사무소)가 우승을 차지했다. 또 이날 행사에서는 준우승상, 3·4위상, 하이런상, 묘기상, 행운상 등도 수여됐다.

 


도서산책

집을 위한 인문학 _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저자 노은주, 임형남 / 인물과사상사 / 2019.11

“집은 생각으로 짓고 시간이 완성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것이다. 집에는 가족이 나누던 온기와 생활의 흔적과 집에서 펼쳐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담긴다. 사람들이 집을 떠나거나 그 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지게 되더라도, 그 집에 쌓인 시간과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생각은 그대로 남게 된다. 집은 생명력을 얻고 영원히 기억된다.” 임형남, 노은주 본지 前 편집위원(건축사사무소 가온건축)이 그동안 만났던, 좋아하는, 함께 지었던 집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족을 품은 집, 사람을 품은 집, 자연을 품은 집, 이야기를 품은 집을 통해 우리의 추억, 인생과 함께 살아가는 집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카피라이터의 마음을 훔친 광고, 다시 봄
저자 정이숙 / 나남 / 2019.11

30년차 카피라이터가 엄선한 카피는 어떤 게 있을까?
오랜 시간 현장에서 카피라이터 외길을 걸어온 저자(정이숙, 본지 편집위원)가 묵직한 울림을 주는, 빛나는 카피만을 엄선해 인생의 경험을 묶어 친근한 필치로 풀어냈다. 기억 속 명품카피와 인생 이야기를 절묘하게 아우르며 이미 알고 있던 광고는 우리네 삶을 담아내는 한 편의 시가 된다.

 

 

밥을 짓듯 건축하다
저자 김경희 / 책과나무 / 2019.10

“밥을 짓고 시를 짓고 농사도 짓는다고 한다. 마음과 땀을 바쳐야 하는 것을 짓는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평생 밥 짓듯 건축을 했다. 내 삶이 건축이었다.” 김경희 건축사(종합건축사사무소 연희엔지니어링)가 건축사로서 일하며 경험하고 부대꼈던 사실과 생각을 담은 책이다. 한국 건축계의 토양과 건축사로서의 자전적 기록을 담고 있다. 현장에서 퍼 올린 이야기 중 상당수는 한국 건축계의 퇴행을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의 건축사들이 공감할 이야기들이다. 거짓 없는 삶의 경험과 기록이 많은 건축사와 건축학도들에게 작은 울림을 선사한다.

 

 

‘대구광역시건축사회 사진작가회’ 건축사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미

대구광역시건축사회 사진작가회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사진활동을 통해 만든 사진으로 전시회를 갖고, 작품집을 발간했다.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건축사들의 시선을 살필 수 있다. 사진작가회는 2020년 1월 전국 전국 시도건축사회, 대학교, 도서관 등에 약 1,000권을 기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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