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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코로나19,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혼돈의 시간

After COVID 19, Chaotic times to set new standards

이렇게 빨리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 단 몇 개월 만에 전 세계에 확산된 슈퍼 전염병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반합의 갈등을 겪으며 진화해온 모든 환경을 흔들고 있다. 잔인한 전쟁을 겪고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구축된 세계 연맹 체제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세계 보건 안전의 공동 조직인 WHO의 권위는 몇몇 거대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전에도 세계 조직들은 몇몇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놓여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처럼 조직을 흔들 만큼 충돌한 적은 없었다. 한편 국경은 폐쇄됐다. 또 극심한 자국 이기주의 탓에 운반 중이던 마스크를 날치기 당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생존 앞에서 그렇게 인간의 집단 이기주의가 드러나고, 영화나 교과서에서 나올법한 희생 장면들이 속출하는 중이다.
21세기 산업으로 여겨지던 일상에서의 ‘국경 넘기’는 이제 문턱이 높아졌다. 과거처럼 무방비로 국경을 넘는 것은 한동안 쉽지 않을 것 같다. 국경만 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국 내 이동도 제한된 경우가 상당수다. 전시 체제도 아니건만 이동 제한령이 아무렇지 않게 시행되고, 경제 활동이 마비된 경우도 있다.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한 이러한 상황들은 경제적 취약 계층들에겐 치명적인 두 번째 전염병이다. 열악한 의료 환경에 놓인 경제적 저소득층은 생계, 의료, 환경 모든 것에서 소외됐다.
21세기 산업의 총아로 여겨지던 공유의 개념은 순식간에 피해야 할 개념이 되었고, 온라인 경제 체제는 순식간에 일상 안으로 들어왔다. 재택근무 역시 지난하게 확대되지 못하던 상황에서 이번 전염병 사태로 급속하게 익숙한 경제 활동으로 안착되는 중이다. 이런 변화는 아날로그 일자리를 소멸시키고 경제적 계층 간 극단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산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현금 지급’은 우파 정치의 대표적 인물인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선언 이후 세계적으로 확대된 정책이 됐다. 이미 수많은 나라가 이를 실행했다. 이쯤 되면 전 세계가 완전한 비상체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해결책이 등장해도 새로운 전염병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서 향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장 건축과 도시에 대해서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전망이 나온다. 그중 우리의 시선을 가장 끄는 것은 공동 주거의 변화와 단독 주택 선호, 개별 단위 주거 공간의 규모 확대 등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을 구성하는 슈퍼 아파트 단지의 변화에서부터 가족 간 전염 예방을 위해 공간 분리가 용이한 규모가 큰 집을 선호한다는 예측까지……. 과연 그럴 것인가? 무상으로 주어지지 않는 이상 개별 단위 주거 규모의 확대는 결국 소득에 따라 다른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단지형 아파트는 작은 도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는 일종의 주상복합형으로, 도로로 분리된 개념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백가쟁명식 논의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될 듯하다. 그렇다면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고 직업으로 삼고 있는 건축사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할까? 이제부터 우리의 숙제다. 시대 환경의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와 건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 아닐까?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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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6월

대한건축사협회 ‘김순하홀’ 명명식 개최…
건축계 발전 위한 소통·교류 공간으로 조성

대한건축사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5월 20일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을 비롯한 임원, 시·도건축사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건축사회관 2층에서 ‘김순하홀 명명식’ 기념행사를 가졌다. 협회는 작년 10월 건축사회관 2층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다목적홀로 조성하며, 당시 홀 명칭을 협회와 건축계 발전에 기여한 분의 이름으로 정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명명식은 김순하 협회 초대회장을 기리는 동시에 한국 근대 건축계의 선구적 역할을 한 그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김순하홀 규모는 면적 165제곱미터(60석 규모)이며, 교육·세미나·전시 외에 각종 건축문화행사를 열 수 있다. 협회는 앞으로 회원들과 건축계를 위한 소통·교류의 공간으로 활용해 건축문화 저변을 넓히고 건축사와 건축사협회, 건축홍보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5월 20일 열린 ‘김순하홀 명명식’

 

Remembering 월간 건축사는 ‘김순하홀’ 조성을 기념해 김순하 대한건축사협회 초대회장의 건축활동과 공로를 조명합니다.

연암(然庵) 김순하 대한건축사협회 초대회장(1901~1966)

김순하 대한건축사협회(이하 협회) 초대회장은 1901년 강원도 삼척군에서 태어나 1918년 고향에서 삼척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유학하여, 1922년 경기제일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유일한 건축 전문고등교육기관이었던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학과(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에 입학해 1925년에 졸업했다.
전남도청 토목과에서 근무하면서 건축계에 첫발을 내딛었고, 광주의 근대적인 여러 건축물을 설계했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로는 전남도청 본관(1930년 설계), 전라남도 도청 평의원 회의실(1932년), 춘목암(1935년 준공), 정석호댁(1930년대 초) 등이 있다. 김순하의 건축양식은 벽돌과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는 서양식 건축양식이었다. 김순하의 건축설계 작품은 섬세하고 우아한 것이 특징이었으며, 기능주의적이고 국제주의적인 건축양식의 경향을 표현했다. 해방 후 그는 조선주택영단에서 1946년 6월 말까지 근무하다 사직하고, 1950년 3월에 태평로에 삼육건설주식회사와 삼육건축설계사무소를 설립하여 대표로 취임했다. 6·25가 발발하며 그 해 12월 부산으로 피난, 건설업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해방 후 건축과 관련된 여러 단체나 모임에서도 활동했다. 조선건축회를 이어 받아 1945년 9월 1일 결단한 조선건축기술단에서 활동하며, ‘건축표준용어제정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조선건축기술단은 1954년 대한건축학회로 다시 발족하게 된다. 1945년 12월 설립된 조선건축사회에도 참여하며 주택문제에 관한 강연 활동을 하기도 했다. 1955년 대한건축사협회(구협)가 발족된 후, 1964년 4월 하순 구협의 김순하 회장은 ‘건축사법’에 따라 건축사협회 발기인회 구성을 위한 모임에 착수하고, 7월 6일 발기인회를 결성했다. 대표에는 김순하 구협 회장이 추대되었고, 11명의 위원들은 총무, 운영, 재정의 3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창립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발기인은 김순하, 김재철, 장기인, 차경순, 강봉진, 송민구, 한창진, 박춘명, 안인모, 김종식, 배기영이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법’ 제6장 제31조 제1항의 “건축사사무소 개설자는 품위의 보전, 업무의 개선과 건축물의 개량,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건축사협회를 설립하여야 한다”라는 근거에 의하여 1965년 10월 23일 건설회관에서 128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정관과 윤리규약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총회는 김순하 구협회장을 초대회장으로 선출했다.
협회 20년사에 따르면 ‘온유와 덕망으로 이끌어 친목융합으로 단합시켰다’고 기록하고 있다. 정인국은 현대건축론(1970년)에서 그의 창립 공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고 김순하 씨는 다년간 건축실무에 종사하면서 건축사의 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를 어려운 시절에 창설하여 육성에 노력하면서 건축의 실무를 충실히 다루는 문제와 현실사이의 심연(深淵)으로 고민한 인물이라 하겠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1966년 7월 10일 ‘신건축사’를 창간한 일이다. 이때 건축사 상징마크도 만들어졌다. 연암 김순하 초대회장은 1966년 12월 27일 오후 2시, 그가 설계한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위암으로 별세했다.
협회 창립 발기인이었던 송민구(대한건축사협회, 1967년 <건축계> 10-15쪽 ‘고 연암 김순하 회장의 서거를 애도함’ 중)는 그를 평하면서 “그는 한국건축근대사의 시점 바로 그것”이라며, “한국근대건축계의 선구적인 기술인이자 유일한 건축관계법률의 전문가”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김순하의 사후 10주기와 20주기 때 그를 기리는 행사를 한 바 있다. 10주기 되던 해에는 추모비를 세웠고, 20주기 때는 공로패를 추서했다.

참고=대한건축사협회 20년사, 김순하와 그의 건축활동에 대한 소고(김정동 목원대학교 건축학부 교수)_한국건축역사학회 2007 춘계학술발표대회

전라남도 도청 회의실 / 사진 광주광역시

도청 회의실 도면 _ 문화재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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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금서루 그리고 루치아의 뜰

Geumseoru in Gongju & Lucia’s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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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코로나19, 그 이후의 건축!

건축담론

편집국장 註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시선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가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이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 사이의 접촉은 이제 문제로 지적됩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접촉이 공포로 이어지면서 ‘비대면 접촉’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급속도로 생활에 정착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우리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 단추 하나도 쉽게 누르지 못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고밀도 집적 도시 구조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듭니다. 문제는 언택트 시대에도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이는 자연스레 공급 물자의 가격 변동으로 연결됩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생활이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돈을 벌어야 생활할 수 있는데, 비대면 활동 시 소득 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건축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건축 형식과 도시 구조가 바뀔 것입니다. 과연 그것이 어떤 것일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앞으로 이 같은 주제를 건축담론에서 몇 차례 다루고자 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이나 의견이 있다면 건축사 회원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원고를 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01 COVID 19, The architecture thereafter!

언택트 경제의 시작, 우리 삶의 변화
2020년 1월 우한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전 세계가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후유증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특성 상 강한 전파성 때문에 마스크 착용은 이제 보편적인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외출 금지와 접촉 회피가 사회적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물리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발적 격리’ 캠페인에 의해 자의든 타의든 우리 모두가 언택트 경제(untact Economy)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un’과 ‘contact’의 합성어인 ‘untact’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접촉하지 않음을 뜻하는 신조어다. 언택트 경제는 서비스나 재화의 제공 과정에서 직접적인 대면 없이 무인기술이나 인공지능, 로봇배송과 같은 첨단 기술과 기기를 이용하는 사회적 트렌드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4차 산업이나 디지털 기술 없이 언택트 경제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진 몇 년간 디지털 기술이 혁명적으로 발전한 것에 비해 우리의 일상생활은 크게 변화하지 못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의 전면적 수용으로 일어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번거로움 등으로 기존의 익숙한 생활방식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어쩌면 자발적으로, 멀고도 요원하게 여겨졌던 ‘대체 불가능할 것이라 여긴 분야들’이 의외로 빠르고 원활하게 디지털로 대체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를 권고하고, ‘화상회의’와 ‘자가격리’가 일상화됐으며, 또 홈쇼핑이나 종교활동, 금융 등 사회 전반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 동력은 더 빠르고 강하게 지속될 것이다. 나아가 5G기술로 인해 대량 데이터의 신속한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각종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첨단 산업분야에서 더욱 빠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코로나19는 건축에도 커다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오래 전 인류 문명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건설업은 어느 산업 분야보다 긴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가 흐르는 동안에도 노동에 의존하는 공정 방식은 크게 변함이 없었고, 그에 따른 생산성 향상 속도 또한 별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습관처럼 답습해오던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건축방식과 사물인터넷의 활용이 점차 증가되는 추세이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방식의 변화는 건축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파장은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 건축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첨단 건축물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대형 상업건물이나 금융빌딩은 데이터 센터 같은 IT서비스분야의 건축물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동안 단순한 건축물이라 여겨왔던 창고, 공장 등은 이제 IT로 무장한 AV 물류센터와 스마트 팩토리 등으로 탈바꿈하여 언택트 경제에 앞장서고 있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의 디지털 전환 노력과 시민들의 요청이 맞물리면서 이 분야는 눈부시게 성장할 것이다.

 

모듈러 건축(Modular-A)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올해 2월, 후베이성 우한의 병원 두 곳이 공사 시작 약 2주 만에 완공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병상 수가 약 2,600개나 되는 대형 응급병원 2개를 불과 2주 만에 뚝딱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모듈러 공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듈러 건축은 현장 여건 상 시공이 이뤄지기 어렵거나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또는 아주 정밀하거나 구조적인 목적으로 건축물 일부를 공장에서 제작해 이동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설방식으로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기존 공업화 건설(IC)이나 사전 조립(Prefabrication)에서 발전해 지금은 ‘공장 제작 및 조립 방식(OSMC)’ 등의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모듈러 건축을 장려하는 싱가포르에서는 계획단계부터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DfMA(Design for Manufacturing and Assembly)라 칭하고 있다.

사실 모듈러 건축은 그 장점에 비해 발전 속도 측면에서 늦은 감이 있다. 장점이라면 공기를 단축하여 비용을 절감하며,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품질이 일정하게 보장되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환경이나 사회문제 등 여러 면에서도 모듈러 건축은 인류가 지향하는 건축의 미래로 손꼽힐 만하다. 공장에서 생산한 건축물을 건축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교통 혼잡이나 공사 소음을 줄일 수 있고, 골칫덩어리인 건축 폐기물도 생기지 않는다. 또 앞으로의 건축 상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기상조건이나 공사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기 지연과 만일의 안전사고까지 대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상황·필요에 따라 공사계획을 변경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등 유연성도 뛰어나 상황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장점으로 꼽힌다.

사실 중국 우한 병원 같은 수준의 임시 조립식 건물은 과거에도 있었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시방편적인 조립식 건물뿐 아니라 일반 영구적인 건물에도 이 같은 공법이 보편적으로 확산돼 활용되는 추세다. 그 한 예로, 올해 가을 뉴욕 맨해튼에 완공 예정인 26층 규모의 ‘AC 호텔 뉴욕 노마드’가 있다. 첨단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세계 최고층 호텔로 손꼽히는 이 건축물은 대니포스터앤아키텍처(DF&A)가 설계한 것으로, 약 168실 규모의 호텔 객실이 폴란드 공장에서 만들어져, 뉴욕으로 옮겨온 다음, 크레인을 사용하여 층층이 쌓아 조립했다. 물론 로비, 레스토랑 등 각종 부대시설은 전통적 공법을 사용해야 했지만 세계적인 고급 호텔 체인이 모듈러 방식을 채택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방식이 보편적으로 확산되는 신호탄이 될 여지가 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기자단 숙소로 사용한 ‘평창 미디어 레지던스 호텔’도 모듈러 공법으로 완공돼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100% 재활용이 가능한 철강 구조물로 완전하게 해체한 후엔 재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큰 특징으로 바라봤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2월엔 이 시설을 대구로 옮겨 임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는데, 300실 규모의 이 호텔을 2주 만에 대구로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전통적인 건설방식인 현장 시공(On-site Construction)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모듈러 건축은 우리 건축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이다.

 

스마트시티
코로나19는 도시에 대한 기존 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그동안 신도시에서 제일 중요한 요건이었던 입지(위치)는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등은 더 이상 일부 IT기업에서 또는 영화의 주인공이 누릴 수 있는 꿈의 직장의 상징이 아니며, 일반회사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여건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우려와는 달리, 회사가 아닌 집에서도 충분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확산되었고 의외로 성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무조건적이었던 출퇴근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지니, 물리적 거리의 중요성은 점차 퇴색하고 정보통신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주거지를 선택할 때 최우선 고려 대상이었던 교통은 이미 우선순위가 아니게 됐다.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든 도심 내 직주 근접 지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인터넷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ICT(첨단 정보통신기술) 인프라에 대한 요구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언택트 경제 실현을 위해서도 커넥티드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직접적인 대면 없는 경제활동을 원만히 수행하려면 그 전제 조건인 무인기술이나 인공지능, 로봇배송과 같은 첨단 기술과 기기가 필요하고 그 근간이 되는 데이터의 원활한 전송을 위한 5G망구축이 필요한데, 이런 시스템을 갖춘 커넥티드 시티는 스마트 시티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택지에 신설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기보다는 기존 인프라를 갖춘 도시에 ICT 인프라를 설치하는 업그레이드 방식의 스마트화가 유리할 것이며, 그 범위는 일산, 분당 같은 대형 신도시에서부터 한 아파트 단지까지 다양하고 체계적일 것이다.

AC호텔 뉴욕 노마드 / 사진 DF&A

로봇 박물관 / 사진 서울특별시

 

스마트 건설과 드론

코로나19 사태는 건설 현장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인력 투입 최소화를 위해 많은 인력이 움직여야 가능한 현장 건설 방식은 사전·공장 제작 중심의 비현장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사실 디지털은 건축물 자체보다 건설 현장 시스템에 먼저 도입되어야 할 분야이다.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융합한 디지털 건설 관리 시스템은 현장 관리자 개개인의 스마트폰에 탑재돼 드론을 비롯한 현장 폐쇄회로와 각종 센서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여 상황 변화와 비상 시를 대비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듈러, 빌딩 정보 모델링(BIM), 드론, AI로봇 등 스마트 기술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한편, 택배 드론을 고려한 건축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2019년 6월 런던에서 완공된 76세대의 주거단지 라이온스 플레이스(Lyons Place)엔 드론 배송을 위한 착륙 시설도 함께 들어섰다. 이 시설 운영은 드론 인프라 업체가 따로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드론 배송이 상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드론 포트를 통한 드론 배송이 보편화될 것이며 이에 대한 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또한 뉴욕시는 건물 점검 중 사망한 건축사 사건을 계기로 건물 외벽 점검에 드론 사용 합법화를 추진 중이다.

 

에너지 자립마을

런던 드론 / 사진 www.dezeen.com

주거시설의 변화
코로나19로 2주 간 격리당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아파트와 단독주택 중 어디를 주로 선택할까? 아마 답답하고 빽빽한 아파트보다는, 그래도 햇빛이 들어오는 단독주택을 대다수가 선호하지 않을까. 비록 격리 중이라도 마음만은 편안하게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작은 발코니가 있고, 산책이라도 할 수 있는 작은 마당이 있다면 얼마나 안도할까. 그러나 단순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독주택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섣불리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교육문제에서부터 병원, 각종 문화시설까지 여러 가지 요소 때문에 단독주택보다는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는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하다. 승강기는 비교적 좁은 공간이고, 게다가 승강기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단지, 한 건물에 거주하다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도 생각보다 곤란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을 못하니 한층 답답하고 층간소음 갈등도 더 빈번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앞으로 아파트 건축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어떤 것을 더 고려해야 할까? 재택 근무자를 위한 단위 세대 평면 계획이 개발되고, 단지 내 주민편의시설로 비즈니스센터 즉, 화상회의 또는 팩스설비 등을 갖춘 시설을 예상할 수도 있다. 클린 에어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각 세대마다 공기청정시설은 기본이고, 각 동의 입구마다 에어샤워 시설이 있는 아파트가 출현할 것이다. 언택트 경제를 보다 편리하고 원활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가정 내 택배 설비나 배달 시스템도 개발될 수 있다. 특히, 다른 분야보다 적응력이 빠른 우리나라 건설시장에선 아파트의 언택트 경제가 실현될 것이다.

건축물은 필요에 따라 사회 적응력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다. 주택의 1차적 기능은 안전이다. 애초에 혹독한 자연환경과 맹수에 대응하기 위해 쉘터에서 출발한 주택은 발전을 거듭했다. 지금은 가족의 주거공간으로서 편안한 쉼터이자, 여유로운 보금자리로 그 기능이 추가됐다. 나아가 이제는 바이러스와 감염으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변하고 주택의 새로운 목적이 더하여졌다면 주거의 형태도 그에 따라 바뀌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마크노는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거주공간인 집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7가지 예측을 내놓았다. 내용은 이렇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으로, 개방형 구조보다는 벙커, 전력 및 수도의 자급자족, 정화 및 중화, 새로운 사무공간이 된 집, 도심 텃밭의 세계적 확산, 대량산업의 거부.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참고해 볼 만하다.

글. 남상득 Nam, Sangdeuk (주)씨엔 건축사사무소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정보센터장

남상득 건축사 · (주)씨엔 건축사사무소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주)정림건축에서 실무를 쌓은 후 1992년 원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2007년 (주)씨엔 건축사사무소로 회사명을 바꾸고 현재 대표 건축사로 활동 중이다. 중곡종합건강센터, 울주 민속박물관 등 다수의 설계공모에 당선됐으며, 여수EXPO 베트남관, 서울의숲 아이파크, 봉화군 자연휴양림 마스터플랜 등을 수행했다.
cn@cna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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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 건축과 도시를 위한 질문들

건축담론

편집국장 註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시선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가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이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 사이의 접촉은 이제 문제로 지적됩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접촉이 공포로 이어지면서 ‘비대면 접촉’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급속도로 생활에 정착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우리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 단추 하나도 쉽게 누르지 못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고밀도 집적 도시 구조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듭니다. 문제는 언택트 시대에도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이는 자연스레 공급 물자의 가격 변동으로 연결됩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생활이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돈을 벌어야 생활할 수 있는데, 비대면 활동 시 소득 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건축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건축 형식과 도시 구조가 바뀔 것입니다. 과연 그것이 어떤 것일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앞으로 이 같은 주제를 건축담론에서 몇 차례 다루고자 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이나 의견이 있다면 건축사 회원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원고를 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02 In the New Normal Era after COVID 19, Questions for architecture and cities

미래가 순간이동해 왔다. 우리는 늘 미래를 가늠해보며 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미래는 너무나도 빠르고, 강력하다. 보건과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 분야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의 삶이 이전의 질서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는 ‘새로운 세계’라는 관점이 대세다.
생태계의 파괴와 기후변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새로운 바이러스의 공격주기가 짧아지고 그로 인해 백신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전염병과 함께 살기’를 주문하고 있다. 과거와 다르다고 한다면 전염병의 특성에 대해 알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선제적인 검진과 조기 치료 등으로 재난관리의 역량이 커졌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국제질서와 사회체제를 변화시켜 왔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당시 서유럽에서는 신을 향한 기도보다 위생 검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신권에서 왕권으로의 권력이동 계기가 됐다. 인본주의 르네상스의 토양이 되었다. 전염병으로 인구의 반이 사망하자 농노체제가 붕괴되고, 자본주의가 등장하는 역사발전의 계기가 됐다. 한편 동유럽에서는 오히려 농노제가 강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재난에 대한 위기의 극복과정에서 우리의 선제적인 선택과 실천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지만, 반대로 역사의 후퇴가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준다. 코로나19 이후는 다가올 미래라기보다는 준비하고 실천해 나갈 미래다.
르네상스 이후로 방대하게 축적된 지식체계가 전공단위로 체계화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날 코로나19 사태는 한 영역에서 해결할 수 없는 환경·기후·도시·질병·빈곤 등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융합적 접근을 요구한다. 건축분야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칸트는 “시간과 함께 공간은 인간인식의 선험적 형식이다”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건축과 도시를 위한 질문들’로 건축담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최선의 질문은 무엇인가.”

l 가깝게는 우리 주변, 멀게는 전 세계에서 낯설고, 새로운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다. 주로 고통스러운 일들이지만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드라이브쓰루 선별진료소를 ‘보건+서비스’의 한국적 산물로 보는 한 심리학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도시건축 분야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은 관찰되고 기록되고 있는가.

l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에서 재난은 취약계층 같은 사회의 약한 고리를 끊고,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재난이 항상 우울함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자각하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재난의 역사는 기존의 제도와 사회적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공동체적 연대가 발휘됨을 증명해 왔다. 우리 사회에서 상호부조의 연대는 일어나고 있는가.

l 점차 빨라지는 전염병 주기를 늦출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전염병 바이러스의 시작점을 박쥐로부터 라는 견해인데 생태계 깊숙한 곳까지 인간이 침범하면서 생겨난 문제이다. 기후온난화의 본격화 이후 감염병이 4배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지금이 다가올 미래를 위해 집단행동을 결단할 때다.

l 가속화될 디지털 전환의 미래는 어떠한가.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 수용성이다. 디지털 수용 격차의 문제 Digital Divide 감시사회 Big Brother를 경계하기 위한 개인 정보의 보호와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탈리아의 팔마노바는 중세에 흑사병을 겪은 유럽이 건설한 일종의 계획도시다. ‘이상도시’라고 불리는 도시로, 외침을 막기 위한 요새도시지만, 도시 전문가들은 이 도시가 감염병으로부터의 수호할 목적으로도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l 오늘날 도시는 뉴어바니즘이 지향하는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교통체계를 중심으로 재편해 왔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중교통체계가 극대화된 뉴욕은 사람들 간의 접촉 밀도로 인해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되었고, 반대편에 있는 LA는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는 상황에서 도시공간구조와 교통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l 도시 공공공간의 밀도와 질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가. 날씨가 풀리자 좁은 실내를 벗어나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야외활동이 늘어났다. 서울의 자치구별 1인당 공원면적은 강남구가 8.2제곱미터인데 반해 금천구는 0.3제곱미터에 불과하다. 생활영역이 분리되어 있을 경우 빈부의 차이에 의한 사회적 갈등은 잘 표면화되지 않는다. 전염병은 밀집된 상황에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공평한 공공공간의 질은 공동의 안전에 기여한다.

l 코로나19 관련 한 토론회에서 유럽의 한 도시에서 아이스링크의 수와 규모를 조사한 사례가 소개 되었는데, 사망자가 폭증하는 비극적 상황에서 임시사체보관 장소를 예비하는 내용이었다. 재난의 종류와 단계에 따른 다양한 구호시설이 필요하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재난단계별 도시방재 인프라의 구축은 어떠해야 하는가.

l 긴급 구호시설의 확보 등 새로운 질서 속에서 물리적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건축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건축 그리고 의료, 방재, 도시관리 등 관련 분야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건축사는 문제해결을 넘어 건축 디자인과 혁신을 이루는 긍정적인 힘을 가진 존재다.

l 경제성장에 따른 양적 팽창에 대한 대안적 방법이 재생과 공유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 재택근무의 일상화로 가족 또는 개인 공간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공유와 안전 사이에 지혜로운 공존 방법은 무엇인가.

l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에 한국건축계를 위한 발칙한 상상은 가능한가.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위상에 비해 세계건축계에서 한국은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최근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한국의 대처는 국제적인 표준으로 인정되고 있다. 한국건축이 이러한 맥락 위에 설 수 있다면 단번에 세계건축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역사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를 위한 새로운 표준을 열었던 독일공작연맹과 이후의 바우하우스처럼 한국건축계가 세계를 향해 코로나19 이후 미래를 위한 새로운 건축을 선언하고, 준비하는 일은 불가능한가.

글. 조남호 Cho, Namho (주)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조남호 (주)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건축사 조남호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정림건축에서 실무를 쌓았다. 1995년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고, 2000년 <교원그룹 게스트하우스>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와 서울대학교 건축학부 강사를 역임했으며,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품으로는 교원그룹 게스트하우스, 교원그룹 비전센터, 알즈너콤플렉스, 서울시립대 강촌수련원, 블루웍스 사옥, 방배동집, 다산동 문화공유주택 등이 있고, 최근에는 중계본동 백사마을 공동주택, 속초 공무원수련원 등을 설계하고 있다.
mate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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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축과 도시 조립식 건축, 온라인 회의…키워드는 ‘비대면’

건축담론

편집국장 註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시선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가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이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 사이의 접촉은 이제 문제로 지적됩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접촉이 공포로 이어지면서 ‘비대면 접촉’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급속도로 생활에 정착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우리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 단추 하나도 쉽게 누르지 못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고밀도 집적 도시 구조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듭니다. 문제는 언택트 시대에도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이는 자연스레 공급 물자의 가격 변동으로 연결됩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생활이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돈을 벌어야 생활할 수 있는데, 비대면 활동 시 소득 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건축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건축 형식과 도시 구조가 바뀔 것입니다. 과연 그것이 어떤 것일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앞으로 이 같은 주제를 건축담론에서 몇 차례 다루고자 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이나 의견이 있다면 건축사 회원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원고를 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03 Post-Corona Architecture and City
Prefabricated Building, Online Conference…The Keyword is ‘Untact’

한풀 꺾인 듯했던 코로나19 펜데믹이 최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여파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서 세계는 지금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데 한창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습관으로 굳어짐에 따라 건축과 도시 분야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건축물 승강기 버튼에 바이러스 향균 필름을 부착하고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공공장소의 위생을 강화했고, 일부 대형건물들은 일층 로비에 대형 소독박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모임 자체를 최소화하고 온라인 회의 등 비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건축 관계자들 사이에선 건축물의 공기 질 관리 및 환기 기준이 강화되고, 급속도로 적용된 IT기술로 인해 건축 설계가 보다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생명윤리학자 엘리자베스 유코는 지난 4월 ‘시티랩’ 기고글에서 “주택 구매자들은 방마다 화장실이 있는 집을 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빠르게 짓고 재활용도 가능…‘모듈러 건축’ 주목
감염 우려에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 이용 多

◆ 모듈러 건축
현재 국내 건축·건설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모듈러(조립식) 건축’이다. 최근 여러 건설사들이 모듈러 건축 기술로 지은 음압병실을 선보였다. 코오롱글로벌은 25억 원을 들여 경상북도 문경 서울대병원 인재원에 24병상, 12개 병실을 갖춘 800제곱미터 규모의 단층 모듈러 음압병실을 지어 병원에 기부했다. 포스코는 전문 의료진과 함께 ‘이동형 모듈러 음압병실’에 대한 8개월짜리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모듈러 건축 전문기업 스타우스는 재난 시에는 음압병실로 활용하고 이후에는 호텔이나 기숙사로 활용할 수 있는 2.5톤급 박스형 모듈 제품을 제작해, 싱가포르 정부와 500세트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공정이 빠르고 이동성이 높은 데다 재활용까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업계에서는 모듈러 건축이 재난 대비에 경쟁력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 온라인 회의
정부, 기업 가릴 것 없이 다양한 현장에서 비대면 접촉이 가능한 재택근무, 온라인 회의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최대 100명까지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자사 서비스 이용자 수가 4월 기준 약 2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용자보다 30%가 증가한 수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비대면 접촉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대전광역시는 공공건축 사업에 대한 논의를 온라인 메신저를 이용해 진행했다. 대전광역시 측은 앞으로 중대한 사항에 한해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하되 점차 그 횟수를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업체 간에 메신저로 소통하는 일은 자주 있었으나 발주처인 지방자치단체가 온라인 메신저로 직접 소통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축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고품질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참여 업체들 간에 원활한 소통이 중요한데, 공공건축 사업 시 건축사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이 과정이다. 건축사들은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면 오프라인보다 즉각적이고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타 소 아시아건축사협의회장은 최근 5월 8일 ‘코로나19 협업 프로그램’ 화상회의에서 코로나19로 발주 등의 회의를 비롯한 건축 설계 분야에 IT기술이 급속도로 적용될 것이라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공원. 코로나19 때문에 입장이 금지됐다.

◆ 친환경 교통
도시가 봉쇄되고 외출 자제가 권고되면서 자전거, 도보 등 친환경 교통 이용률이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는 47마일의 임시 자전거 도로를 개설했고, 프랑스 파리는 5월 11일 파리 광역 지역에 650킬로미터의 자전거 도로를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전체 도로 10% 차량 이동을 금지한 상태이며, 뉴욕시 의회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도로를 개방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벨기에 브뤼셀 역시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 차량의 최대 속도를 시속 20킬로미터로 제한했다.

 

최근 코오롱글로벌이 지은 800제곱미터 규모 모듈러 음압병실 / 사진 코오롱글로벌

◆ 사회적 거리를 둔 공원
집단 감염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공원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뉴욕 브루클린 도미노 공원에서는 2미터 거리마다 둥근 원을 새겨 ‘인간 주차장’을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공원 관리소 측에서 직접 그린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시청 앞에 50여 명의 노숙자를 수용할 수 있는 캠핑장을 마련했는데, 이곳 또한 각 캠핑장마다 거리를 뒀다. 밀라노에선 특수 아크릴수지로 가림막을 설치한 벤치를 설치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공원을 폐쇄했다. 칸막이 구실을 하는 90cm 수목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각각 입구로 한 사람씩 들어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아직 실행되진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도 안전하게 공원을 즐기기 위해 방법을 고심 중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최근 ‘슬기로운 공원생활’이란 공모전을 개최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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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벽돌 건축물 기대…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_조백일 대표

“Look forward to creative brick buildings… So please come watch”

조백일 대표 Cho, Baik-il 공간세라믹 대표이사 회장

(주)공간세라믹이 주최하는 공모전 ‘제1회 공간세라믹(점토벽돌) 건축상’이 지난 4월 1일 시작됐다. 총 상금 1억 원이 걸린 이 공모전에는 건축법 22조에 따라 올해 4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 사이에 준공된 점토건축 활용 건축물이라면 공간세라믹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가 가능하다. 민간기업에서 개최하는 건축상 공모전이 드문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벽돌 건축물을 다룬다고 한다. 수천 년 간 이어져온 오래된 친환경 건축 재료지만 과거에 비해 수요가 많이 줄어든 벽돌. 공모전을 개최된 계기가 무엇일까. 5월 13일 공간세라믹 본사에서 공모전 주최자 조백일 공간세라믹 대표를 만났다.

 

조백일 대표가 공간세라믹에서 개발한 ‘음악으로 빚은 벽돌’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좋은 벽돌 건축물 육성…선도적 역할 필요”

“벽돌은 건축의 기본 소재이자 뿌리 산업입니다. 잠깐 사용량이 늘 때도 있었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공장도 100여 개에서 30개까지 줄어든 상황입니다. 한국에선 몽블랑 점토벽돌을 저희 회사가 최초로 만들었고 과거에는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벽돌로 지은 좋은 건축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건축사분들께서 벽돌을 이용해 건축적 역량을 쏟아주신다면 좋은 벽돌 건축물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공모전이 그 해답이었습니다.”

공모전을 기획하고 마무리를 짓기까지 공모전 운영에는 에너지와 재정 등 소모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민간기업에서 선뜻 나서 공모전을 개최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공간세라믹의 이번 공모전은 개최 소식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조백일 대표는 민간기업일지라도 벽돌 업계, 나아가 지역사회와 건축계 등 여러 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저소득층의 주택 문제 해소, 역량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건축사 발굴 등에도 관심이 많아 이번 건축상의 30% 이상을 그에 관한 작품에 할당했다.

공모전 개최를 결정한 후에는 많은 건축사들이 참여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매체에 기사를 싣는 등 홍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조 대표는 이번 공모전이 우수한 벽돌 건축물과 신진 건축사를 양성하는 효과와 더불어 다양한 건축상들의 부흥을 유도하는 선구적인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돈이 든다’고 하면 협조를 잘 안 해주는 분위기입니다. 뭔가 하려고 하면 설득하는 데에만 시간이 걸립니다. 예전에 ‘벽돌집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에 저희 회사를 포함해 여러 업체에서 제작비를 협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이 배웠습니다. 누가 먼저 선구자적 역할을 해야 하고, 이후에도 성과가 좋아야 사람들이 따라온다, 그것이 사회적 구조 같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좋은 벽돌 작품들이 많이 건축되고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좋은 건축사분들 또한 많이 홍보될 겁니다. 공모전의 위상이나 참여율 또한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공모전의 권위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심사의 ‘공정성’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그 작품이 받을 만 했어’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해야 정석이다.

“다른 공모전의 심사위원분들은 어느 단체라는 소속에 얽매인 분들이 많지만 우리는 오직 작품성을 위주로 평가할 수 있는 분들로 심사위를 꾸리고자 합니다. 이미 대한건축사협회에 그런 부분으로 잘 심사해줄 분들에 대해 추천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심사는 공정하고 확실하게 할 겁니다. 민간기업의 건축상일지라도 프리츠커상과 같은 공모전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추후 상금을 늘린다거나 세계 건축사들까지로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13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조백일 공간세라믹 대표

건축사와의 협업, 디자인 벽돌 개발……,
국산 벽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벽돌 재료를 알리고 좋은 벽돌 건축물과 신진 건축사를 양성하는 것, 나아가 권위 있는 건축상이 되는 것, 이것이 조 대표가 기대하는 미래다. 좋은 취지지만, 그에 앞서 벽돌 산업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되짚어야 공모전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터. 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이 사용했던 벽돌이 왜 사양 산업에 접어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일부 건축사들에겐 외면을 받고 있을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흙으로 만든 친환경 재료, 조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재료라는 벽돌의 장점이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사라진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최근 지어진 벽돌 건축물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에 소개되는 건축물 중에는 벽돌을 디자인 측면에서 활용한 것들이 제법 된다. 건축사들 중에는 본인이 원하는 벽돌 디자인을 따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경쟁력입니다. 국내에서는 폐자재를 손질하거나 슬라이스 형태로 들어오는 중국산 벽돌과 같은 저가에 비용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산 벽돌과의 가격 경쟁도 그렇고, 앞으로 기존 벽돌 제품들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보강 연결 철물로 구조체를 연동하는 등 여러 시도를 통해 다양한 질감과 사이즈의 벽돌을 개발해왔습니다. 사실 대량 생산에 맞춰진 공장에서는 특화된 벽돌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20년 전 이미 다품종 소량 방식으로 일본에 다양한 벽돌을 수출한 경험도 있고, 무엇보다 반자동화 시스템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건축사분들의 디자인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뜻이 있는 건축사분들과 협업해서 함께 벽돌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수량이 적을 경우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0~30만 장만 돼도 적당할 텐데, 이보다 적을 땐 높아진 비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함께 고민할 일입니다.”

이어 조 대표는 “점토벽돌 수요층이 5층 미만 개인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이 건축물의 70~80%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층 건축물엔 헤비하지 않은 보강 철물을 써도 최소 전도 탈락은 없을 테니, 이 또한 가격 경쟁력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경기 광주시 ‘이스트밸리 클럽하우스’ / 벽돌 제품=오페라 몽블랑

경상북도 영양성당 / 벽돌 제품=클래식

강원도 동해 주택단지 / 벽돌 제품=앙코르

단독 주택 / 벽돌 제품=콘서트

벽돌이 즐거워야 사람들이 즐겁다?

인터뷰 내내 조 대표는 벽돌 산업과 건축 업계에 기대하는 건전한 미래를 온화하게 풀어나갔다. 이 모든 것들의 기본인 ‘벽돌’을 대하는 그의 태도 또한 그러했다. 조 대표는 물이나 식물에 좋은 말을 할 때와 나쁜 말을 할 때 그 구조가 달라진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조 대표의 공장에서는 벽돌 원료를 보관하는 창고에서부터 각 공정이 이뤄지는 실마다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즐거운 벽돌’로 공간을 짓는다면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에게까지 그 즐거움이 전달될 것이라고 조 대표는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처음 그런 제안을 했을 때 모두 의아해했습니다. 물을 두 잔 떠놓고 좋은 말 나쁜 말을 들려줬을 때 각각 비교한 사례를 들면서 직원들을 설득했습니다. 두 개의 물을 확대해서 보면 구조가 달라져 있어요. 이렇듯 무엇을 처음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척박한 상황일수록 함께 모여서 뜻을 펼치면 좋은 벽돌 건축물도 나오고, 미래를 위한 원동력도 만들어질 거라 믿습니다. 벽돌은 풍화에 강하고 기능과 형태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자연 재료입니다.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들을 보세요. 이런 건축 재료도 드뭅니다. 건축사분들께서 벽돌을 디자인 요소에서 잘 풀어주시고, 또 ‘월간 건축사’에서 여러 과정을 거친 좋은 작품들을 많이 홍보해주신다면 세상의 즐거움 또한 더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담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 글 이유리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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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_사람과 기계의 즐거운 분포

Architecture Criticism
The Pleasant Distribution of People and Machines

건축은 시대를 반영한다.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시대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건축가들에게는 그러한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것을 건축으로 담아내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다. 건축가가 그러한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의 건축 작업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느냐를 떠나서 그것은 즐거움 그 자체이다.
임재용, OCA Book 3: The Evolving Gas Station (2015), 366쪽.

 

“건축은 사회를 반영한다.” 임재용은 위와 같이 자신의 글을 시작하곤 한다. 옳은 말이지만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건축의 핵심 문제는 사회를 반영하느냐 못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 이 문구에서 보듯이, 그의 사무실 이름 OCA, Office of Contemporary Architecture가 말해주듯이, 임재용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는 변화를 “건축으로 담아내고” 싶다고 한다. 근대 이전에는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회의 변화는 모더니티의 가장 중요한 인식의 틀이며 현대 건축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진행되는 사회, 기술,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에 건축이 대응할 수 있을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최근에 열렸다. 구겐하임 미술관과 램 콜하스, AMO가 기획을 주도한 Countryside, The Future가 2020년 2월 21일 뉴욕 구겐하임에서 오프닝 했다. 평생 메트로폴리스에 매료되어 자기 사무실 이름을 OMA, Office of Metropolitan Architecture로 작명했던 콜하스가 이제 지구 면적의 98%에 해당하는 도시의 배후지에 관심을 돌린 것이다. 도시에만 집중했던 그 의 이력, “어느 만큼은 죄의식에 대한 고백”이라고 토로했다. 그런데 콜하스에 의하면 Countryside는 “건축과 전혀 관계 없는” 전시 (https:// wwd.com/eye/people/rem-koolhaas-guggenheim-countryside-1203310035/)라는 것이다. 6개월간 이어질 계획이었던 Countryside 전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3월 12일 뉴욕 구겐하임의 임시 폐관으로 중단되었으며 언제 재개관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콜하스도, 임재용도 잘 알고 있듯이 우리는 물리적인 공간과 사물을 근본적으로 재고찰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원고에서 주목하는 클리오라는 화장품 기업과 직접 관련된 이슈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인터넷 상거래가 성장하여 도시 매장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기가 그 “종말”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자동화에 따른 재택 근무의 확장과 고용의 축소,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과 리쇼링으로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점차 쇠퇴하고 있다. 대형 생산 시설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하여 산업 영역마다 제조, 유통, 판매의 글로벌 밸류 체인에 대한 재고가 진행되고 있다. 1993년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한국의 중견 화장품 기업 클리오에게 직접적인 파장이 있는 변화들이다. 모든 산업 영역에서 마찬가지이지만 화장품의 매장, 흔히 로드샵이라 부르는 공간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감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쇼크로 이미 중국에서 클럽 클리오 매장들을 철수한 상황이었다. 이런 로드샵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권 젊은 소비자층을 확보하며 가파른 성장을 한 클리오는 2020년대 중반 매출액 1조원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한국에서 후발 화장품 기업으로 기업 내에 생산 시설을 직영하기 보다는 일찍이 OEM 생산 방식과 인터넷을 통해 가볍지만 강한 기업을 추구해 왔다. 이렇게 물리적인 공간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며 성장했던 클리오가 성수동에 본사 사옥을 신축하면서 건축을 통한 기업 브랜딩의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사진작가 남궁선

사진작가 남궁선

클리오 사옥 디자인의 핵심은 사용자, 건축주, 시민, 그리고 건축사 누가 보더라도 자동차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OCA의 해법은 대지 1,000㎡ 이하의 오피스에 전형적인 편코어식 평면에 카 리프트로 지상 4~6층에 걸쳐 주차 공간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규모의 대지와 건축면적에서는 진출입 램프를 둘 수 없고 대개는 주차를 기계식으로 해결을 한다. 지상의 주차 공간이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장차 주변에 올라갈 고층 타워들 속에서 본사 사옥의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었고 저층부에서 도시와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수 있었다. 임재용은 오픈 플랜과 하이브리드 구조를 도입한 자유로운 단면의 적절한 조합으로 클리오 사옥이 필요한 여러 조건을 충족시켰다. 기업 내부의 현상설계로 사옥 디자인을 선정했던 건축주의 입장에서 OCA 안이 당연한 선택이었을 걸로 생각한다.
OCA가 자동차의 해법을 중심으로 평면과 단면, 건물의 안과 밖 (임재용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용자의 시점과 관찰자의 시점)을 통합하는 설계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것은 물론 우연이 아니다. 서울석유, 한유 그룹 사옥, 양재 복합시설 등 “진화하는 주유소” 프로젝트, 수소자동차 충전소, 아모레퍼시픽 상해 뷰티 캠퍼스와 HK 도약관 등, 기계, 자동차, 사람을 어떻게 연결하고 분리하는가를 탐구해왔던 임재용이다. 지금 가장 즐겁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인천 공항 주변에 위치한 애견 호텔이라고 한다. 파주출판도시 2단계의 여러 구역 중에서 인쇄소가 집중되어 있는 블록을 맡게 된 것도 임재용에게는 자연스러운, 그의 표현처럼 아주 즐거운 일이다. 오픈 플랜과 자유로운 단면은 사용자, 주인, 프로그램이 바뀌더라도 공간의 수평 수직 구조를 다양하게 연결하고 닫을 수 있는 장치다.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는데 현대 건축이 개발한 보편적인 장치다. 임재용의 작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장치들이 자동차, 기계, 책, 동물, 석유, 화장품, 그리고 사람, 다종다양한 사물들의 공존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는 클리오 사옥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 6층 주차장이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사람과 차의 관계가 변할 것이라는 전제로 설계된 공간이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오피스의 수요가 늘어날 때, 회사 조직이 바뀔 때, 도시 공간에서 기업 브랜딩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능성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차, 전기나 수소차처럼 소음과 매연이 없는 차가 보편화된 이후의 상황까지 상상하게 된다. 멀지 않은 미래, 클리오 사옥이 대내외적인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이 6층에서 모이게 된다. 비평가로서 이 장면을 보는 즐거움은 이러한 작업을 하는 임재용의 “즐거움 그 자체”와 무관하지 않다. 사람, 동물, 기계, (바이러스를 포함한) 사물들의 분포가 변하고 있다. 콜하스가 건축과 전혀 관계없다고 말한 도시 배후지의 문제를 포함한 변화다.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될 때,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아도 될 때, 인간의 노동을 기계가 대신할 때, 자유로운 평면과 단면과 같은 현대적인 건축 장치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지는 멀지 않아 보게 될 것이다. 곧 클리오 사옥에서도 보게 될 것이다. 건축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 변하고 새로운 장치를 제시할지도 모른다. 사물의 분포가 변할 때 공간의 변화만큼 중요한 것은 임재용이 말한 “욕망”과 “즐거움”이다. 서두에서 임재용은 자신의 욕망과 즐거움에 국한해서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건축주,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욕망과 즐거움을 이야기한 것이다. 나와 같은 관찰자의 즐거움, 설계자가 갖는 작업의 즐거움, 사용자의 즐거움, 이것과 다른 새로운 주체와 인자들의 즐거움이 있을 수 있는가? 지금의 변화하는 세상에서 즐거움의 존재 여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글. 배형민 Pai, Hyungmin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배형민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생각과 글, 이미지, 공간, 설치 등을 엮어 관중과 소통하고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는 전시기획’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배형민은 건축역사가이자 비평가이며 큐레이터이다. 2008년,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큐레이터로 참여해 2014년에는 최고 영예의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수석 큐레이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협력 감독, 삼성미술관 플라토 초대 큐레이터 등 전시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환경대학원에서 학·석사,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다. MIT 프레스에서 출간한 《THE PORTFOLIO AND THE DIAGRAM》은 세계 유수 대학의 필독서이다. 《한국건축개념사전》을 공동 저술·편집했으며, 승효상의 건축을 다룬 《감각의 단면》, 기업과 건축의 관계를 다룬 《아모레퍼시픽의 건축》 등을 저술했다.
pa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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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다운 수향마을 ‘우전’에서

In ‘Wuzhe’, a Water Village with a beautiful night view

수향마을이란 ‘물가에 마을이 조성된 물의 도시’라는 뜻으로, 수로를 따라 마을과 상업지대가 형성돼 있다. 물의 도시를 둘러보면 강남(양쯔강 이남 지역) 수향마을의 운치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상하이 주변엔 퉁리, 저우좡, 주자자오, 시탕, 루즈, 난쉰 그리고 우전이라는 강남 6대 수향마을들이 있다. 그 중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우전마을을 소개한다.

우전의 다채로운 밤 풍경

다채로운 야경을 품은 ‘물고기와 비단의 도시’
1,30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우전은 지형이 평탄하고 기후가 따뜻하며 강우량이 많은 곳이다. 어물도 풍부해 예로부터 ‘물고기와 비단의 도시’로 불렸다. 이곳을 방문하면 다른 수향마을처럼 강물이 주는 여유로움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반면 십자형을 이루는 물길이 동서남북 4개 구역으로 흐르고 있어 각 구역마다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이색적이다.

우전의 아침 풍경

6대 강남 수향마을들
나머지 수향마을들은 글로 소개만 하려니 못내 아쉽지만 자세한 소개는 다음을 기약하고 간단히 특징만 소개하겠다.
퉁리는 강남 수향에서 옛 모습이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아름다운 운하와 정원을 자랑한다. 동쪽으로는 옛 운하가 있고 여덟 개의 호수에 둘러싸여 있다. 영화 ‘와호장룡’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저우좡은 ‘강남 풍경은 천하에서 제일이고, 저우좡 풍경은 강남에서 제일’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에서 대표적인 수향 마을로 꼽힌다. 작은 도시임에도 운하가 보여 주는 아름다운 운치와 전통 건물들의 조화가 뛰어나다.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주자자오는 약 1,700년 전부터 촌락이 형성된 강남 수향마을이다. 장쑤 성, 저장 성, 상하이와 연결된 덕에 과거엔 물류의 중심지였다. 강이 가로세로로 얽혀 있고 그 강을 따라 9개의 운하가 뻗어 있어 다른 수향마을에 비해 각기 다른 물줄기를 볼 수 있다.
시탕은 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지만 상업화의 손길이 덜 미쳐 강남 수향마을 본연의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미션 임파서블 3’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로 유명하다.
강남 수향마을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루즈는 쑤저우 동쪽 우중구에 있는 2,500년 된 마을로 ‘선저우 수향 제일진’이라는 별칭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장성 후저우시의 난쉰구에 위치한 수향마을인 난쉰은 명청시기에 잠사로 유명한 곳이었다. 여타 수향마을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고 원형에 가까운 도시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삼백주 양조장

염색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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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건축 05 독일연방의회 의사당(라이히스탁스게보이데)

Immortal architecture 05
Reichstagsgebäude

건축법에서 재축(再築)이란 “건축물이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재해(災害)로 멸실된 경우 그 대지에 다시 축조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신축, 재개발, 재건축 등 새로 짓는 것이 건축의 주류인 상황에서 재축된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건축의 의미를 돌아보고자 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우선 기술과 경제분야를 살펴보면, 과학기술 세계 1위, 수출과 수입규모 세계 2위, 명목 국내총생산 세계 4위, 구매력 평가기준 세계 5위로 뛰어난 모습이 보인다. 다른 쪽으로 독일의 철학자를 꼽아보면 괴테, 니체, 마르크스, 베버, 쇼펜하우어, 칸트, 하이데거, 헤겔, 후설, 훔볼트 같은 이름을 교과서에서 한 번쯤 접했을 것이다. 기술, 경제, 철학 모두 딱딱하고 잘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러면 좀 더 부드럽고 친근한 음악은 어떨까? 바흐,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 슈만, 슈트라우스, 바그너, 헨델, 호프만 같은 이름을 몰라도 이 음악가들의 음악을 한 번쯤 들어보고 흥얼거렸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이라 생소하다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는 어떨까? 유럽 4대 축구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의 나라이고, 월드컵에서 4회 우승을 하여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월드컵 우승을 많이 한 나라다. 마테우스, 클린스만, 마이어, 클로제, 뮐러, 발터, 베켄바우어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있다. 스포츠도 관심이 없다면 자동차는 어떤가? 차종까지는 모르더라도 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같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건축 전공자라면 싱켈, 슈페어, 브루노 타우트, 발터 그로피우스, 미스 반 데어 로에, 프라이 오토, 페터 베렌스, 귄터 베니쉬, 헬무트 얀, 웅거스 같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의 독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과 국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1920년, 독일제국의회(1894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Reichstag

독일제국의회를 설계한(1892년) 파울 발롯(Paul Wallot)

지금은 세계인들이 모범국가로 손꼽는 독일이지만, 현대국가로 자리 잡은 것은 불과 100여 년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짧은 역사에 놀랐다. 역사적으로 프로이센 왕국을 계승하긴 했지만, 현대적인 독일의 모태는 독일 지역을 처음으로 통일한 독일제국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제국이 독일의 정체성을 담아 상징적 건축물로 만든 독일연방의회(당시 제국의회) 의사당은 독일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독일 역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이 건물에 얽힌 사건들과 재축의 과정을 살펴보면, 독일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871년 처음으로 독일 지역을 통일하여 하나의 국가로 만든 독일제국은 건국과 함께 국가를 상징하는 국회의사당을 마련하고자 1872년 설계공모를 열었다. 첫 설계공모는 무산되었지만, 1882년 다시 열린 설계공모에서 파울 발롯(Paul Wallot)의 계획안이 채택되어 1894년 독일 국회의사당이 완공된다. 통일국가로서 독일을 상징하는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독일 건축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두고 논란이 컸지만, 19세기 유럽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 유행한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황제를 둔 제국의 상징으로 중앙에 돔을 두고 좌우대칭인 권위적인 모습이었다. 이 모습으로 오랜 영광을 꿈꾸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제국은 반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1918년 11월 9일 사회민주당 의원 필립 샤이데만이 이 건물의 창문에서 공화제를 선포했다. 제국을 상징하는 이 건축물에서 바이마르 공화국(독일국:Deutsches Reich 도이체스 라이히)이 시작을 선포하면서, 독일 역사에서 의미있는 공간이자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전후의 복잡한 외교와 극심한 인플레이션, 극좌와 극우의 대립 같은 정치적 상황까지 모든 상황에서 어려운 독일을 힘들게 꾸려갔다. 그런데 1933년 공산당원의 방화로 본회의장이 불타고 이로 인해 제국의 상징과도 같았던 돔이 철거되는 사건이 생긴다. 그동안 힘을 키우던 히틀러의 나치는 이 방화사건을 빌미로 독일 공산당을 탄압하고, 공화국을 나치 독일로 이끈다. 이 건물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이 나치가 힘을 얻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이후 나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서 베를린과 이 건축물은 연합군의 폭격을 피할 수 없었다. 이렇게 독일연방의회 의회당은 폭격으로 돌이키기 힘든 심한 피해로 폐허가 된다.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양분되고 냉전의 시대를 맞는다.

1933년, 방화로 불타는 Reichstag / 사진 wikimedia.org

1945년, 폭격을 받은 Reichstag 1 / 사진 ww2online.org

1945년, 폭격을 받은 Reichstag 2

독일이 동-서로 분단되면서 이 건축물은 서베를린 지역에 속하게 된다. 서독은 수도를 베를린이 아닌 빈(Wien)으로 정하면서, 서베를린에 있던 의회당 건물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폐허인 채로 남는다. 재건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다가 1966년이 되어서야 파울 바움가르텐(Paul Baumgaten)의 계획으로 재축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1972년에 공사를 마치고 서독의 의회 위원회 회의장소로서 역할은 할 수 있게 되었다. 건축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축이 이루어졌지만, 분단 독일에서는 이전처럼 국가를 상징하지 못하는 절반의 부활이었다.

1990년이 되어서 드디어 동서로 분단되었던 독일이 재통일을 이루었다. 통일 독일의 역사적인 첫 연방의회가 상징적인 의미에서 이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리기도 했지만 예전 같지는 못했다. 의사당 기능은 가능했지만, 재통일의 의미를 담고 새로운 독일의 지향점을 다지기 위해, 통일독일은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의 재축을 추진한다.

재축을 착공하기 전인 1995년 6월 24일. 환경설치 예술가인 크리스토퍼와 진-클로드가 연합군의 폭격으로 심하게 파손된 의사당 건물 전체를 흰색 폴리프로필렌 직물로 감싸는 Wrapping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전시를 전환점으로 삼아 4년간의 재축 공사를 시작한다. 새로운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은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계획안으로 진행되었다. 전쟁 상대국인 영국의 건축가가 계획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노먼 포스터가 제안한 새로운 의회당의 계획안에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황제에 의한 제국과 나치 독일 그리고 분단된 독일을 거치면서 어렵게 재통일된 독일이 앞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의미와 개방성을 상징하는 계획안이기 때문이다.

1999년, 유리 돔으로 새단장을 한 Reichstag

유리 돔

유리 돔 내부 모습

의회당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유리 돔 내부

통일 독일의 연방의회 의사당 모습

황제의 권위와 제국의 힘을 상징하는 철의 돔은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를 상징하는 유리 돔으로 치완 되었다. 기존 건물의 역사적인 외관을 유지하면서 독일의 전통과 위상은 그대로 남겼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유리의 돔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친환경적 기술을 도입하여 미래세대를 고려한 계획이다. 재통일된 현대독일이 지향할 방향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의회의 유리 돔에 오를 수 있고, 그들을 대표하여 돔에 오른 시민들은 그들을 대표하여 정치적 활동을 하는 의회 의원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권력이 시민의 권리 아래 위치하고, 시민의 견제를 받는 상징적인 공간 구성이다.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은 독일제국의 권위와 힘의 상징으로 시작하여, 공화국 선포의 현장이었으며, 나치 독일의 시작이 계기가 된 방화사건이 벌어진 현장이었다. 여기에 전쟁의 참담함과 분단되었던 냉전시대의 아픔도 보여준다. 이제는 재통일된 독일의 새로운 상징과 지향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은 통일독일의 역사와 함께 국가가 지향하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건물이 되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 힘겹게 재축된 만큼 독일이라는 나라가 지속되는 한 이 독일연방의회 의사당은 국가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건축물로서 불멸하길 바란다.

 

글. 신민재 Shin, Minjae AnLstudio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Artech과 JINA에서 실무를 했다. 2011년부터 AnLstudio 건축사사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전시기획에서 인테리어·건축·도시계획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하고 있다. 2016년 젊은건축가(문화체육관광부) 수상자이며, ‘얇디얇은집‘으로 서울시건축상(2019)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 겸 골목건축가이다.
shin@anlst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