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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를 둘러싼 기형적 제도와 환경

Deformed System and Environment Surrounding Architects

건축사 관련 제도들의 모순과 기형적 환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을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간접 선거에 의해 협회를 운영하다 보니 협회장의 임기가 짧고,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지난 90년대에 회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의무가입은 ‘개선’이 아닌 ‘해제’가 됐다. 이렇게 한번 바뀐 제도를 회복하는 데에는 거의 20년 이상이 걸리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협회 운영을 직선제로 개혁한 지 두 번째 만에 건축사를 위한 제도 개선이 어렵게 시도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어렵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더 설득하고, 명분과 논리로 이해시켜야 한다. 가령 지난 5월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국회 국토교통소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위한 건축사법 개정안 심사 시 국토교통위원인 김철민 국회의원은 법안 처리에 신중한 정부를 상대로 비유를 들며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에 대해 왜 당사자가 아닌 학회에 의견을 물어야 하는지 의아해 한다. 비단 이런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축사와 관련된 수많은 제도와 환경은 말 그대로 기형이다. 그러다 보니 건축사들의 본업인 설계 대가는 형편없고, 미래의 건축사가 될 학생들이 건축업계에서 이탈하는 환경으로 이어진다.
건축사 자격시험 또한 마찬가지다. 건축사 자격시험 조건이 바뀐다고 예고했던 때가 2003년이다. 느닷없이 연 2회 자격시험을 보는 조치도 당혹스럽기 그지없는데, 자격시험 내용은 여전히 부실하다. 건축사 숫자에 대한 연구 또한 단순히 인구를 비교하는 수준인데, 다른 나라와 달리 초대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건축하는 한국 시장구조는 언급에서 빠져 있다. 인구 구조가 비슷한 영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건축사 수는 절대 적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OECD 대부분 국가들이 시행하는 개별 건축이 아니라 대단지 공급 주택 형식을 주로 시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건축사 수는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과대학 정원에 협의하고, 변호사들은 로스쿨 입학생 및 합격자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를 거친다. 그에 반해서 건축사의 수나 자격시험에 대해 건축사의 역할은 협의한다기보다 통보받는 것에 가까운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들도 인정하다시피 건축사들을 전문가로 대우하는 상황이 열악하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건축사들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안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불법 면허·자격 대여 등의 행위 또한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감리를 할 때 현장에 나가지 않는 비도덕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조직에나 이런 불법적 행위가 백퍼센트 없다고 할 수 없다. 아주 극소수의 불법 행위자들은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며, 이들이 대의적 명분을 훼손하고 있음도 주지하고 있다. 이런 불법 행위자 때문에 전체 건축사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아닌 상황에서 건축사협회의 징계 권한은 제한적으로 행해질 수밖에 없고, 통제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불법 행위자들 때문에 아무런 권한도 갖고 있지 못한 건축사들이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이런 기형적 제도와 환경을 방치할 수 없다. 그 첫 단추가 의무가입이다. 이어 자격시험의 내용을 상향시키고, 직업윤리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건축사라는 직업을 더 좋게 만들고 나아가 좋은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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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희망을 담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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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한국 건축사 실무수련과 시험제도의 미래

건축담론

반세기 이상 유지되어 온 현행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는 자격증 소지자조차 자괴감을 느낄 만큼 긍정적인 면이 없습니다. 때문에 새 건축사 자격시험은 큰 틀에서 한국 건축사가 지녀야 할 직능 중심으로, 건축실무에 보다 유익하도록 재편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시험제도를 과연 건축실무를 해본 사람이 만들었나?”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선진사례를 맹목적으로 참조하기 전 현업의 국내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직원들의 의견과 제안이 중점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번 담론 글들은 각자 다른 위치에서 쓰였지만 공통된 방향을 가리키며 가장 눈여겨볼 화두는 건축사의 직능은 ‘스킬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겁니다. 어떤 시험이든 시험방식이 있고 이에 익숙할수록 고득점이 가능합니다. 현행 건축사 자격시험이 대표적인 예로 실무능력을 검증하려는 취지이나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학원에서만 ‘시험을 위한 시험스킬’ 수련이 가능합니다. 최근 진행된 대부분의 연구들은 미국 제도를 참조 중인데 한국 것에 비해 검증항목이나 시험방식에 큰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이를 대입한다 해도 바뀐 제도를 잘 분석한 시험 전문 학원들은 사무소에서 바쁘게 실무 중인 응시생보다 고득점할 수 있는 스킬을 개발해 낼 겁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전에 비해 정도만 다를 뿐 건축실무와 자격시험 간의 괴리감은 시간에 비례해 다시 늘어날 겁니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새 자격시험 제도는 수험스킬이 아닌 실무경험이 바탕이 된 직업적 판단력과 전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판정하는 일련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즉, 통상적인 시험방식이 아닌 한국적 실무상황에 맞춘 독창적인 검증방식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흔히 제도적 변화를 모색할 때 시작도 하기 전 변화폭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가리키며 현실성을 운운하기도 합니다. 현행 제도가 초래하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의 낭비와 비교도 하지 않고 말입니다.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는 건축교육, 실무수련, 자격시험으로 구성되는 일련의 과정 중 가장 핵심임에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래, 늦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개편에 실무계는 관심을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직업적 판단력과 전문적 문제 해결 능력은 일반인들이 전문직을 찾는 이유이고 전문자격증의 사회적 의미이기도 합니다.

글. 김주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한국 건축사·영국 건축사

 

01 The Future of Architectural Experience Program and Architect Registration Examination in Korea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와 의견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많은 연구와 제안이 동시에 나오고 있으며,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통일된 하나의 합리적 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처럼 외국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여러 방식을 절충해서 새로운 대안을 찾자는 경우, 구관이 명관이라 하여 오히려 전통적 방식으로 회기하자는 주장도 있다. 건축계에서 건축사 자격시험을 새로운 방식과 내용으로 보완개선하자는 의견은 단순히 오래된 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그 의미를 이해하려면 짧지 않은 시간을 되짚어 보아야 하겠다.
2002년에 전국 39개 대학이 5년제 건축전문 프로그램으로 학제를 개편한 것은 한국 건축계에서 중요한 변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현재 전국에 71개 5년제 프로그램-비인증 포함-이 운영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의미 있는 시점은 2006년 명지대, 서울대, 서울시립대의 최초 건축학인증 프로그램의 출현이다. 이것은 건축사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요소(전문교육, 실무수련, 자격시험)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공식적인 제도로서 시행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학제 속에서 건축교육을 받은 학생들과 과거 체계 속에서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이 공존하는 시기가 10년 이상 이어져 왔으며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다. 학제 개편 10년 후인 2012년에 도입된 실무수련제도는 건축사 자격제도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전에 건축사예비시험 합격과 일정기간의 실무경력을 통해 주어지던 건축사시험 응시자격 요건이 ‘실무수련을 등록하고 일정 기간을 마친 자’로 변경되었다. 이 제도의 변화 역시 건축전문학위과정의 졸업생이 건축사가 되기 위한 일관된 세 가지 과정 즉, 전문교육, 실무수련, 시험제도의 연속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건축전문학위를 받고 실무수련을 이수한 예비건축사들이 자격시험을 응시하고 있는 현재, 혹은 더 많은 전문학위 졸업자들이 응시하게 될 미래 시점을 대비하는 시험제도의 변화는 필연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주요한 변화들은 건축계에서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그 시점과 내용을 언급하는 이유는 자의건 타의건 약 20년 전 시작된 건축계의 변화는 한국 건축사의 전문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자격으로 재정립하자는 의도로 시작되었다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하고자 함이며,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변화는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과도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함이다.
필자는 실무수련과 자격시험을 미국에서 마친 미국등록건축사이기에 한국과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건축사제도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건축사의 전문성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건축사등록원(NCARB)는 해마다 건축사등록에 관련된 매우 광범위한 통계자료를 조사하고 이를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한다. 모든 통계 내용은 그래픽으로 시각화돼 있어 그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사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이다.
2019년의 조사결과를 보면 시민의 82%가 건축사에 대하여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76%가 건축사가 전문자격증(Professional licensing)이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함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재미있는 조사가 뒤따르는데 건축사자격 취득과정을 설명한 후 실시한 설문응답에서는 91%가 이전보다 건축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94%는 건축사가 전문자격증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 공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동일한 조사가 행해진다면 어떠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아마 미국에서의 경우보다 건축사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은 더 낮은 결과를 보여줄 것 같다. 만약 20년 전 건축공학, 건축학 학제 간 구분이 모호했던 시절로 시간이 멈춰 있었다면 한국사회에서 건축사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 수준은 더 낮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이러한 시민 인식의 변화를 통계로 추적하여 시민의 안전, 건강, 복지 등 사회 근간이 되는 분야를 다루는 전문가로서 건축사의 역할을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의료전문의, 법조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일반 상식처럼 대략의 과정을 알고 있듯이 건축사가 되기 위해 전문교육, 실무수련, 자격시험이라는 통일되고 일관된 길을 거쳐야 한다는 정보가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 잡을 때 한국사회에서 전문가로서 건축사의 역할이 그만큼 확장되리라고 본다.

NCARB by Numbers 2019 (건축사등록원 연간 통계자료집) p13

미국건축사협회(AIA) 공식홈페이지에 “우리(건축사)는 어디에 있나?”라는 서문에서 건축사가 단순한 건축 직능을 넘어 사회와 인류전체의 문제인 “기후변화, 평등, 다양성의 포용, 기반시설, 이민 및 비자 제한, 등록업무, 교육시설 설계 및 학생안정, 성감수성, 지속가능성(Climate action, Equity, diversity and inclusion, Infrastructure, Immigration and visa restrictions, Licensure,, School design and student safety, Sexual harassment. Sustainability)”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전문가 집단임을 밝히고 있음은 한국 건축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실무수련과 자격시험의 일치는 필연적인 수순

실무수련과 자격시험에 관해 우리나라와 제도적으로 가장 흡사한 것은 미국건축사제도라고 할 수 있다. 건축학교육의 학제 개편부터 롤 모델이 된 것은 미국의 시스템이었고 이미 20년 전 도입 당시 상당한 참고, 검토를 거쳐 한국화된 것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이 처음 벤치마킹했던 2000년대 이후 미국 역시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건축사시험제도의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지금 다시 한 번 20년 전 당시 미국의 상황과 이후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실무수련 산정방식이 우리나라는 일수(days), 연수(years)로 산정하는 반면 미국은 시간(hours)으로 산정한다. 대략 3년으로 알려진 수련과정은 5,600시간을 의미하며 미국에서 이를 마치는 데 통계적으로 평균 4.2년이 소요된다고 한다(NCARB By The Numbers 2019).
약 5년 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는데 2015년 수련시간이 3,740시간(1/3 축소)으로 변경되었으며 2016년에는 인턴개발과정(IDP-Intern Development Program)이라 불리던 수련과정의 명칭을 건축수련프로그램(AXP-Architectural Experience Program)으로 변경하였다. 일반명사처럼 쓰이던 인턴과정의 명칭을 건축수련으로 명확하게 정의한 것이고 그 내용에서도 변화가 발생한다. 또한 ARE로 불리는 미국건축사자격시험이 ARE4.0에서 ARE5.0으로 바뀌면서 실무수련 내용과 시험과목의 항목이 일치하게 된다. 실무수련을 통해 획득한 경험이 바로 시험에 응용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철저한 실무수련의 과정을 다시 한 번 검증하는 것이 건축사 자격시험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무수련이란 건축전문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실무를 통해 적용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며 자격시험이란 최소한의 문제해결 능력을 최종적으로 검증함으로써 건축전문인으로서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미국 실무수련 항목과 시험과목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데 과거엔 건물을 구축하는 계획적 측면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의 이해를 측정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면 변화된 내용에는 프로젝트 관리항목이 보완되면서, 단순한 건물설계의 직능적인 측면에서 프로젝트 베이스의 기획에서 최종완성까지의 유기적 관계를 측정하는 것으로 건축사업무가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건축사 시험 방식에 대한 논의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 자체의 과목, 형식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 중이며 훌륭한 제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여기에 새로운 건축시험의 주제, 유형, 방식에 대한 또 다른 제안을 하기 보다는 수없이 언급되어 왔던 논란에 대해서 간단히 논하고자 한다. 예비시험에 해당됐던 필기시험의 폐지로 현재 실기시험만이 건축사시험의 유일한 형태로 남아 있다. 이 시험에 대한 보완의 목소리는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건축사사무소의 납품 방식은 컴퓨터 출력물로 바뀐 지 오래고, 대부분의 실무수련생이 손으로 도면을 그린 경험이 전무하기에 업무를 그만두고 학원을 다니며 건축사시험을 준비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시험의 형식을 필기와 실기로 구분하는 것조차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다시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미국에서 시행되고 되고 있는 CBT(Computer Based Test)가 대안의 하나로 제시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여기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컴퓨터로 실기시험을 대체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우리나라 실정에 운영이 가능한가의 문제다. 여기에는 한국 건축계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 컴퓨터기반 시험제도가 도입된 것은 캐드(CAD)사용이 일반화되면서 과거 손으로 작성하던 시험 유형이 컴퓨터로 바뀐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건축사시험은 컴퓨터로 시험을 보기 이전에도 이미 작도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아닌 문제해결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컴퓨터의 도입은 단지 시험 채점과 운영 방식 효율성을 위한 것이며 CAD의 출현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 장의 드로잉을 수 시간 동안 작성하고 이를 통해 당락을 결정하는 한국 건축사 자격시험은 필수적인 드로잉능력이 없다면 답안을 작성조차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를 바꾸려면 오히려 시험문항을 대폭 늘려서 조건을 제시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다항목 시험문제로 바꾸고 문항당 10∼30분 안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미국식 문제 유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건축사 자격시험은 결국 실무수련의 경험치를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해야 하며 이 능력을 적절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앞서 설명한 실무수련과 건축사 자격시험의 일치가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답안을 컴퓨터로 작성하느냐 손으로 제출하느냐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컴퓨터냐 아니냐의 논란을 비로소 끝낼 수 있는 것이다.

 

글. 김남훈 Kim, Namhoon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 미국 건축사(AIA)

김남훈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미국 건축사(AIA)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하버드건축대학원(Harvard GSD)에서 Master of Architecture 학위 취득 후 Cannon Design, CBT Architects 에서 다수의 마스터플랜, 병원, 고등교육시설 및 복합용도건물 설계를 담당했다. 미국 등록건축사이며 2007년 이후 명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건축설계방법론과 건축설계 강의를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건축설계공모전에 참여하여 입상했으며 대표 당선작으로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삼육대 청소년 비전센터, 임대주택100만호 기념단지 등이 있다.
knamhoo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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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건축사의 위상과 자격시험 제도 개선

건축담론

반세기 이상 유지되어 온 현행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는 자격증 소지자조차 자괴감을 느낄 만큼 긍정적인 면이 없습니다. 때문에 새 건축사 자격시험은 큰 틀에서 한국 건축사가 지녀야 할 직능 중심으로, 건축실무에 보다 유익하도록 재편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시험제도를 과연 건축실무를 해본 사람이 만들었나?”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선진사례를 맹목적으로 참조하기 전 현업의 국내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직원들의 의견과 제안이 중점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번 담론 글들은 각자 다른 위치에서 쓰였지만 공통된 방향을 가리키며 가장 눈여겨볼 화두는 건축사의 직능은 ‘스킬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겁니다. 어떤 시험이든 시험방식이 있고 이에 익숙할수록 고득점이 가능합니다. 현행 건축사 자격시험이 대표적인 예로 실무능력을 검증하려는 취지이나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학원에서만 ‘시험을 위한 시험스킬’ 수련이 가능합니다. 최근 진행된 대부분의 연구들은 미국 제도를 참조 중인데 한국 것에 비해 검증항목이나 시험방식에 큰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이를 대입한다 해도 바뀐 제도를 잘 분석한 시험 전문 학원들은 사무소에서 바쁘게 실무 중인 응시생보다 고득점할 수 있는 스킬을 개발해 낼 겁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전에 비해 정도만 다를 뿐 건축실무와 자격시험 간의 괴리감은 시간에 비례해 다시 늘어날 겁니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새 자격시험 제도는 수험스킬이 아닌 실무경험이 바탕이 된 직업적 판단력과 전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판정하는 일련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즉, 통상적인 시험방식이 아닌 한국적 실무상황에 맞춘 독창적인 검증방식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흔히 제도적 변화를 모색할 때 시작도 하기 전 변화폭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가리키며 현실성을 운운하기도 합니다. 현행 제도가 초래하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의 낭비와 비교도 하지 않고 말입니다.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는 건축교육, 실무수련, 자격시험으로 구성되는 일련의 과정 중 가장 핵심임에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래, 늦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개편에 실무계는 관심을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직업적 판단력과 전문적 문제 해결 능력은 일반인들이 전문직을 찾는 이유이고 전문자격증의 사회적 의미이기도 합니다.

글. 김주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한국 건축사·영국 건축사

 

02 Improving the Status of Architects and the Architect Registration Exam System

2020년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화두 안에서 급격한 사회적, 기술적, 환경적, 제도적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역사책에서나 있을 법한 전염병이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매일 우리를 압박하는 와중에 건축설계 분야에서도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의 비중이 커졌다. 또한 휴대폰이라는 기술을 넘어 날아다니는 택시는 물론이고 자율 운행 자동차도 이미 출시돼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거기에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연 2회 건축사 시험도 시행 첫 해를 맞아 지난 6월 20일 상반기 시험을 막 치룬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1년에 2회 치르게 되는 우리나라의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와 이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을까?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이 수행한 ‘건축사자격제도 운영에 대한 개선방안 연구(2019년 2월)에 따르면 연 2회 시험 도입에 이어 미국에서 아주 오래전에 시행한 컴퓨터 프로그램(AUTO CAD 등)을 이용한 시험방식이 개선 방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손으로 그리는 것을 컴퓨터로 대체한 것을 제외하고는 건축사 시험의 내용면에서 크게 변경된 부분은 없어 보인다.

건축사 자격시험을 둘러싼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 보인다. 그 가운데 건축사와 시험의 위상과 실효성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이다. 의사, 판사, 변호사, 세무사와 같은 다른 전문직의 경우 학원을 다니건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건 시험 공부를 위해 습득한 내용을 자격증 취득 이후 실무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그런데 건축사의 경우 시험과 현실 실무에서의 괴리가 너무 크다. 시험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수험생은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건축사의 여러 가지 자질과 능력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작도하는 스킬만을 준비하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1학년 때만 제도판에서 작도를 할 뿐 이후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진행하다가 시험을 준비하면서 선긋기 연습부터 시작하며 시간을 보내고, 합격한 후에는 다시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 이후 컴퓨터로 작도가 바뀌어도 시험을 위해 준비한 내용을 자격증 취득 이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 시험만을 위한 시험이고 거의 제도 기능사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상과 실효성에 대한 이슈는 출제되는 문제 방식과 그 평가에서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 대개 학원을 다녀야만 합격이 가능한데, 이는 시험이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기획력, 계획적인 요소, 법제도 이해력, 설계자 고유의 창작적인 면을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험과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작 이 부분에서 오히려 모순이 생긴다. 기획과 창의력 대신 짧은 시간에 기계적으로 출제자의 의도만 파악하고 예상되는 모듈에 맞춰 실수 없이 그리기만 하면 된다. 자격증 취득 후 본인이 일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니 건축사라는 자격증 자체의 위상은 공무원과 공기업 시험에서의 가점, 일부 급여 인상에 대한 기대, 그리고 사무소 개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찾기 어렵다.

이 부분은 대학 졸업 후 실무수련 시에도 연속적인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는 5년제 대학 졸업 후 3년의 실무수련을 하면 건축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주변에 실무만 3년차인 건축사사무소 소장(건축사)이 다수 존재한다. 뭐 국가에서 공인한 건축사이니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얼마 전 시행한 서울시 모 소방서 공모전에선 참여작 모두 미관지구 3미터 후퇴를 적용하지 않아 당선작 없음으로 허무하게 심사가 마무리됐다. 아무리 참여 건축사가 젊다고 해도 이러한 사례는 예비 건축사의 실무수련 관점에서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리고 도시의 대부분인 일반주거지역 중소형 건축물에서 가장 중요한 정북방향 일조사선 적용의 경우 실제로 학원에서 처음으로 이 부분을 접하고 문제 풀이 자체로 접근하는 예비 건축사 혹은 실무수련자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마저도 부족해서 일부 학원에서는 1교시 배치 문제의 경우 답안 작성 시 스케일을 조금 작게 그리면 훨씬 여유 있어 보여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얘기를 하고 수험생들은 이를 더 귀담아 듣는다. 이쯤 되면 건축사와 시험의 위상은커녕 합격을 위한 실무수련 자체도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물론 졸업 후 다양한 사무소에서 실무수련을 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3년이라는 짧은 실무수련 기간에 건축사가 알아야 할 모든 내용을 습득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사무실의 규모와 수행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적용해야 하는 법규와 기술적인 부분이 너무 다양해서 무엇이 실무수련에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런 다양함을 담지 못하는 시험과 이를 준비하는 실무수련자의 입장이 더해져 매년 시험 준비를 위해 반복되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 사무소에서의 경력직 직원 부족 현상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건축사자격제도 연계성 강화_건축사 자격시험 제도 개선 시 중요한 점은 ‘실제 실무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설계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시험·제도’로 변경되는 것이다.

기획부터 준공까지 건물 하나를 완성하는 동안 건축주, 시공사, 허가권자와 끊임없이 협의하고 문제없이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건축사의 역량’은 물론이고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까지 건축사 시험과 실무 수련 제도에 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양한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이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내용도 준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실무를 열심히 수련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설계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시험·제도로 변경되는 것이다. 출제 의도에 맞는 작도 방법을 배우기 위해 굳이 학원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응시자가 교육받고 수련한 것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린 후 자격증을 주고 이를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선순환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건축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시험제도가 정착될 것이고, 많은 실무 수련자들 또한 학원이 아닌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글. 김창균 Kim, Changgyun (주)유타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김창균 (주)유타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건축설계뿐 아니라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실무경험을 쌓았고 2009년 UTAA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현재 (주)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이자 당진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상’, 2013년 목조건축대상, 2018년 스틸하우스 건축대전 최우수상, 2019년 경남건축대전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주요 작업으로 포천 피노키오 예술체험공간,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삼청가압장, 보성주택, 이천 상가주택(Sugarlump), 용인 단독주택(규우주), 파주 시네마하우스, 양산 언덕위의 집, 제주 H-HOUSE, 청담동 비원, 도시다반사, 여수 모이핀 카페, 은혜의 교회 채플 등이 있다.
prism08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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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 개선에 대한 고찰

건축담론

반세기 이상 유지되어 온 현행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는 자격증 소지자조차 자괴감을 느낄 만큼 긍정적인 면이 없습니다. 때문에 새 건축사 자격시험은 큰 틀에서 한국 건축사가 지녀야 할 직능 중심으로, 건축실무에 보다 유익하도록 재편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시험제도를 과연 건축실무를 해본 사람이 만들었나?”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선진사례를 맹목적으로 참조하기 전 현업의 국내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직원들의 의견과 제안이 중점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번 담론 글들은 각자 다른 위치에서 쓰였지만 공통된 방향을 가리키며 가장 눈여겨볼 화두는 건축사의 직능은 ‘스킬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겁니다. 어떤 시험이든 시험방식이 있고 이에 익숙할수록 고득점이 가능합니다. 현행 건축사 자격시험이 대표적인 예로 실무능력을 검증하려는 취지이나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학원에서만 ‘시험을 위한 시험스킬’ 수련이 가능합니다. 최근 진행된 대부분의 연구들은 미국 제도를 참조 중인데 한국 것에 비해 검증항목이나 시험방식에 큰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이를 대입한다 해도 바뀐 제도를 잘 분석한 시험 전문 학원들은 사무소에서 바쁘게 실무 중인 응시생보다 고득점할 수 있는 스킬을 개발해 낼 겁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전에 비해 정도만 다를 뿐 건축실무와 자격시험 간의 괴리감은 시간에 비례해 다시 늘어날 겁니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새 자격시험 제도는 수험스킬이 아닌 실무경험이 바탕이 된 직업적 판단력과 전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판정하는 일련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즉, 통상적인 시험방식이 아닌 한국적 실무상황에 맞춘 독창적인 검증방식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흔히 제도적 변화를 모색할 때 시작도 하기 전 변화폭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가리키며 현실성을 운운하기도 합니다. 현행 제도가 초래하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의 낭비와 비교도 하지 않고 말입니다.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는 건축교육, 실무수련, 자격시험으로 구성되는 일련의 과정 중 가장 핵심임에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래, 늦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개편에 실무계는 관심을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직업적 판단력과 전문적 문제 해결 능력은 일반인들이 전문직을 찾는 이유이고 전문자격증의 사회적 의미이기도 합니다.

글. 김주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한국 건축사·영국 건축사

 

03 Consideration on the improvement of the architect qualification exam system

“미국, 영국 모두 건축사협회 또는 건축사등록원 주도로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 기준을 가장 먼저 수립,
이를 중심으로 건축학교육, 실무수련, 실무교육제도 설계해”

 

현황 및 개요
2027년부터 시행 예정인 새 건축사시험제도를 두고 여러 방안들을 모색 중인 현재, 최근 진행된 대부분의 연구는 학계나 교육계 주관이었다. 제도 분석 및 개선은 연구 영역이니 학계가 하는 것, 서로 다른 역할일 뿐 큰 틀에서 학계, 실무계 모두 건축계 내 공생관계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관련 제도의 주요 참조 대상이었던 미국, 영국 모두 건축사협회 또는 건축사등록원 주도로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 기준을 가장 먼저 수립하였고 이를 중심으로 건축학교육, 실무수련, 실무교육제도를 맞추어 왔다. 이는 2006년 건축교육제도, 2012년에 실무수련, 실무교육제도, 2027년에야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가 개편 예정인 우리와는 완전히 반대 순이다.

이러한 국내 상황을 들여다볼수록 단순한 순서 문제 이상으로 건축사 자격증. 건축사의 업역과 역할에 대한 우리 건축계 내부의 인식이 비춰지며 이는 우리 건축계가 처한 사회적 현실과도 연결된다. 이 글은 가장 중요했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진 단추가 제대로 끼워져 한국 건축사의 대내외적 인식과 입지를 크게 개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련 제도별 현황과 건축사시험제도와의 연계성을 되짚어 본다.

 

건축교육 과정의 재편

2006년부터 시행된 국내 건축학 교육인증 과정은 WTO 시대에 대비해 국가 간 전문자격증의 통용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 건축사제도 개편의 일환이었다. 이는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기존 건축사란 전문직을 바라보던 개념을 서구 기준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였다. 서구의 중세까지는 종별 길드의 장인들이 모여 설계와 시공을 하며 건축물들을 지었지만, 르네상스 시기 건축물의 예술적 가치가 중시되며 화가, 조각가 출신의 건축가들이 그린 설계도에 따라 시공업자가 건물을 짓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후 건축가들은 건축주의 다양한 인문학적 요구 조건들을 수렴, 건축적으로 재해석(설계)하고 이를 시공하기 위한 전문언어(설계도서)로 변환하는 전문서비스 업역을 형성하였다.

국내에 건축학교육인증이 시행되기 전 건축교육은 학교에 따라 건축설계가 필수과목이 아닌 경우도 있었으며 건축전공자의 학부 지식수준을 검증하던 예비시험 역시 건축설계 외 과목들만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건축설계를 중심으로 한 서구적인 건축학교 과정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반면 현 건축학 교육인증 교과정은 건축설계능력을 중심으로 서구 건축가의 광범위한 지식체계를 모형화한 체계이며 건축학교육인증원은 수업환경, 교과정, 수업결과물을 세부 항목별로 검증, 인증함으로써 기존 예비시험의 기능을 대체한다. 더불어 대부분의 국내 건축학 교육인증 교과정들이 전공과목들로 5년을 빼곡히 채우는 비대한 체계라는 점에서 이전 4년제와는 다른 수준을 요구함이 비교적 명백하다.
하지만 이러한 건축학부 과정은 어디까지나 실무 전 소양을 다지는 단계이며 학습범위가 넓은 만큼 졸업 후 설계 외 분야로의 진출이 빈번하다.

 

실무 중심 시험제도로의 재편

① 실무수련제도
영미권 건축사시험제도는 건축실무 경험의 질과 양을 검증하려는 취지이기에 실무수련 제도와 연동되며 우리나라는 2012년 건축사등록원을 통해 실무수련제도를 시작하였다. 이는 단순히 재직 기간만을 산정하던 건축사보 실무경력제도와 달리 건축사 업무를 항목화하여 시간단위로 일정 기준 이상을 경험하도록 요구한다. 이를 위해선 모범적인 실무모형을 바탕으로 건축사업무를 항목화해야 한다. 나아가 현실 속 실무 양상이 사무소, 프로젝트별로 매우 다르기에 실무수련자 스스로 균형 잡힌 경험을 얻으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측을 대변하는 감독건축사, 직원인 실무수련자 양측 모두에게 실무수련서상 요구사항을 사실과 다르더라도 최대한 빨리 달성함이 유리하기에 작성 내용이 진실되지 않을 수 있고 현 제도상 그 진위여부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대부분 국내 실무자들은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가 실무경험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건축사사무소에서 현 실무수련제도가 제대로 이행되거나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매우 낮게 나타난다. 이는 아직까지 새 건축실무제도와 연계되지 않는 이전 시대의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새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실무수련 기록의 진실성을 검증하고 높이는 방안은 여전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보완책으로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의 연구는 면접을 통한 검증을 제안한다. 이는 영국 건축사시험제도를 참조한 것으로 보이며 영국 건축사시험제도는 건축사협회의 시험감독관(현업 건축사)이 건축사자격시험 응시생의 실무수련기록(PEDR), 프로젝트 분석보고서(case study) 등의 제출물4)을 분석한 후 진위가 의심되거나 취약한 부분에 대해 묻고 응시생의 답변을 통해 진실성을 검증하는 면접이 최종 관문이다.

일단 실무수련자들이 균형 잡힌 건축실무를 추구하기 시작하면 소형 건축사사무소 비중이 압도적인 국내 현실에 비추어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프로젝트 단계별 경험 외 프로젝트 관리, 사무소 관리 등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기엔 소규모 사무소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며 실제로 영국 건축사보들은 대체적으로 건축사자격시험 응시 전 작은 사무소에서의 실무를 선호한다.

반면 일부 고르지 못한 경험이 있는 실무수련자들에겐 간접경험을 통한 전반적 이해를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영국 실무수련제도는 큰 프로젝트의 팀원인 경우 주요 회의에 참석한 담당자에게 프로젝트 상황을 물어 이해를 하는 간접경험(shadowing)5)을 허용하며 이를 통해 실무수련자 스스로 프로젝트 진행의 전반적 상황과 나아가 사무소 경영 이치를 이해하는 데 노력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실무수련자인 직원에게 매우 큰 동기부여가 되며 노사 양측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추가적으로 실무수련 기록서는 프로젝트 및 자신의 업무에 대한 분석을 상세히 서술하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항목별 시간만을 기록하는 현 양식으론 내용의 진위성을 파악하기도, 경험의 깊이를 검증하기도 어렵다.

②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
새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를 모색함에 있어 미국과 영국 등을 주로 참조하겠지만 국가별 실무환경과 업역의 차이를 감안할 때 한국 상황에서 요구되는 실질적인 업무능력들을 항목화하여 독자적인 모범 실무모형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사감리에 대한 책임범위가 나날이 가중되는 현 상황에 비추어 관련 항목을 보다 세부화할 수 있겠다. 단, 국내 건축사의 업무항목을 언급할 때 주로 참조되는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과 같이 도서명 위주로 항목화할 경우 주요 업무임에도 도서화되지 않거나 중요성에 비해 항목 수가 적을 수 있기에 영미권처럼 업무 내용과 성격 중심으로 항목화하여 직업적 판단력과 전문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검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어떠한 시험제도라도 수험자 입장에선 시험 형식을 습득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현행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는 실무 현실과는 거리가 멀고 학원에서만 요령 습득이 가능한 형식이기에 문제가 크다. 컴퓨터를 이용하도록 기술적 보완을 하고 보다 다양한 답안작성 방법을 통해 실무경험치를 검증하도록 개선할 순 있겠지만 이 역시 시험 형식을 습득하는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면 사무소에서의 실 경험보다 학원에서의 요령연습이 합격에 유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건축사 자격시험은 응시생이 일상적 실무를 지속하는 가운데 실무경험의 질과 양을 쉽게 검증받을 수 있고 나아가 모범적인 실무모형을 습득하려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실무경험 중심으로 직능을 평가하는 시험제도인 만큼 비인증 건축교육과정 출신 실무수련자에게도 응시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한국건축학교육인증제도의 주 참조대상인 미국, 영국도 비인증과정 이수자에게 보다 긴 실무수련기간을 조건화함으로써 건축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데, 우리는 2024년 이후부터 비인증과정 졸업자에겐 자격을 부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건축사에 대한 건축계 내부의 인식

우리 건축계 내 건축설계직을 대표하는 단체가 대한건축사협회 외에도 여럿 있는 상황은 건축사·건축가의 업무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대한건축사협회 외 단체들은 건축설계의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건축설계능력을 중심으로 교과정을 재편한 건축학교육인증제도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예를 들어 건축학교육인증과정의 필수과목인 건축설계수업은 과거와 달리 스튜디오 단위로 편성되어 실무건축가들에게 디자인 중심 교육과 평가를 받고 건축이론 및 역사 과목들은 건축설계의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다룬다. 이러한 인증교과정이 건축사 자격제도와 맞물린 현재 한국건축사의 상은 이미 과거와 달라지기 시작한 셈이며 실무수련제도 및 새 자격시험제도의 이행으로 그 변환이 완성될 것이다. 따라서 새 건축사 자격시험 제도는 모든 건축설계직 단체가 존중할 만한 직업능력과 가치를 기준으로 내세움으로써 장차 건축계 내부의 통합을 도모하고 건축 관련 제도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

 

글. 김주원 Kim, Juwon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한국 건축사 · 영국 건축사

김주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한국 건축사 · 영국 건축사

김주원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런던 에이에이스쿨 디플로마 과정을 졸업했고 영국, 한국에서 건축실무 후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설계전임교수 및 건축사사무소 알에이더블유 대표이다. 한국 건축사, 영국 건축사를 소지했으며 연구와 건축설계를 병행 중이다.
juwon.ra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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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면 표준화·모듈러 건축…“BIM의 시대? 이미 왔다”_권순욱 교수

Standardization of Design Drawings•Modular Building…
“The era of BIM? Already has come.”

권순욱 교수 Kwon, Soonwook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미래도시융합공학과

도입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됐던 건설정보모델링(BIM :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이하 BIM)이 어느새 성큼 다양한 분야에 진입했다. 영국, 싱가포르,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공공사업 시 BI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18년 국토교통부에서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을 마련한 후 공공사업에 BIM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왔다. 대부분의 발주기관들은 오는 2025년까지 공공사업에 BIM을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및 미래도시융합공학과 교수이자 국제건설자동화학회의 종신 상임이사인 권순욱 교수는 ‘스마트 건설 관리’ 연구자이자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CM, BIM의 권위자다. 관련 분야의 책 8권과 100편 이상의 논문을 집필하고 30여 개의 특허·소프트웨어 등록을 보유하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 토목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물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일반 기업과 국가기관에서 실무와 이론을 두루 경험하며 경력을 쌓았다. 건설연구 개발사업, 첨단 융복합 건설기술 등 다수의 국가 건설 R&D에 참여해 초고층 자재, 안전 모니터링, BIM 프로세스 표준개발 등의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해외 연구자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세계 석학들과 ‘노령 공학’ 관련 영문교과서를 공동 집필(스마트주택 챕터 담당)했고, 2016년과 2019년엔 국제건설자동화학회와 국제프로젝트관리학회의 연사 자격으로 강단에 섰다.

“영국, 싱가포르 등에선 공공사업을 100% BIM으로 발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일정 규모의 발주 물량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공공기관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국가가 전체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 아닐까요?” 6월 10일 그의 연구실에서 권순욱 교수를 만나 BIM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Q 발주기관들이 BIM 전면 도입을 목표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BIM과 관련해 기업 컨설팅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BIM을 도입한 기업들이 얼마나 되는 편인가요?

디스플레이, 반도체를 만드는 전자기업들의 경우 몇몇 곳들에서 기획-설계-시공-유지 전 단계를 풀(Full) BIM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BIM 데이터로 시공도 하고 샵 드로잉도 합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BIM을 팹(Fabrication: 산업 플랜트 생산시설)에 단계적으로 도입해왔습니다. 이때 건축사사무소-발주처-건설사-협력사들이 BIM의 룰을 어떻게 정할 것이며 생산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4~5년 정도 PI(Process Inovation) 컨설팅을 해줬습니다. 전자기업의 팹은 모듈화하기 쉬울 뿐 아니라 패스트 트랙(Fast Track), 즉 설계도면이 완성되기 전에 시공이 먼저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자기업 측에선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바꾸길 원합니다. 그래픽, 논 그래픽 정보를 축적해놓으면 유지·보수할 때에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라인 전체나 부분을 바꿀 일이 많은 팹에선 3차원 정보를 갖고 있으면 변형이나 응용이 쉽거든요. 팹은 안전과도 관련이 큰데요, BIM은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공헌합니다. 전자기업은 속도가 중요한 분야라 그들 자체가 선진화된 메모리를 신속·정확하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BIM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Q BIM은 최첨단 기술인만큼 연구적인 측면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건설 쪽 상황은 어떤가요.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사례들이 꽤 있습니다. 모 대형 건설사에선 아예 BIM으로 전환 설계를 한 뒤 공공주택을 짓기도 했습니다. 기업 내에 BIM 전담팀을 꾸리고 이들을 현장에 투입해서 물량을 뽑고 자재 발주를 진행했습니다. 정확한 물량 산출이 가능하니 과오더하지 않고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또 BIM 모델을 VR이나 AR로 바꾼 뒤 시공해야 할 부분을 현장에서 3D로 확인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BIM이 아직 연구단계가 아니냐고 했던 대형 건설사 혹은 공공 발주기관 종사자들이 지금은 학교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마트 건설 관리’ 연구자 권순욱 교수가 6월 10일 성균관대학교 연구실에서 월간 건축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 정보화 연구 등 그 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대한건축학회 교육상’을 수상했다.

Q 건축계에선 BIM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요.

조선 산업에선 주요 부분을 시공할 때 대부분 역설계(레이저 스캐닝 등 3차원을 통해 얻은 현장 이미지로 3D 모델을 얻어내는 기술)를 시행합니다. 건축계에선 최근 리모델링 등에 사용되고 있어요. 기존 도면이 현재 시공된 건물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이 기술을 활용해서 부재를 바꾼다고 하면 기존 도면보다 정확한 시공위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화재로 전소됐던 숭례문을 복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역설계로 형상화된 BIM 데이터 덕분이었습니다. 과거엔 문화재를 중심으로 3D와 BIM 등이 사용됐다면 앞으로는 산업 플랜트와 일반 건축물에도 효율적으로 활용될 것이라 봅니다. 특히 비정형 건축물의 경우 패널들이 워낙 복잡하게 엮어있어 준공(As-built) 모델과 제작한 패널이 안 맞는 경우가 많은데요, 골조를 맞춘 뒤 스캔을 해서 준공 모델을 잡은 다음 그에 맞게 패널을 제작하거나 수정하게 되면 현장에서 재시공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지금 건설업계에선 부재를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자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이를 OSC(Off-Site Construction)라고 부르는데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업무 환경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런 오프사이트 중심의 업무환경에 대한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건축계에도 영향을 끼칠 겁니다.

 

Q 현재 건축 관련 법제가 건축사에게 책임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개정되는 추세입니다. BIM을 적용하면 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물량을 자동으로 산출해서 뽑아주니 공사비를 보다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고 오류도 잘 잡아낼 수 있습니다. 효율 또한 좋아질 겁니다. 가령 한 달 간 열 명이서 하던 업무를 BIM을 활용할 시엔 다섯 명이 보름 안에 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BIM 기반의 설계가 가능해진다면 그 다음은 정형적인 건물의 도면이 표준화되는 단계에 진입하게 될 겁니다. 제가 박사과정을 할 때 교수님께 들었던 인상적인 말이 있습니다. “이젠 설계도면을 많이 그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요 도면을 몇 개만 그리면 건물을 결정하는 요소에서 파생되는 라이브러리들로 디테일한 설계도면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표준화 아닌가요? 앞으로는 충분히 가능해질 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모듈러 건축, PC공법(Precast Concrete), 스마트건설도 함께 발전할 겁니다.

Q 그럼 모듈러, OSC, Prefabrication, PC(Precast Concrete) 등이 가능하려면 BIM은 필수인가요?

그런 셈이죠. 3차원 객체 기반 설계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그것들이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출발점은 디지털 건축이 돼야 하겠지만요, 그 기반은 BIM입니다. BIM 기반의 설계가 가능해야 하고, 이를 통해 완성된 패널들을 세미 오토메이션화해 사람이 손쉽게 또는 건설장비가 자동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돼야 해요. 이는 한국에선 ‘스마트건설’로 정의하는 내용입니다.

 

Q BIM이 현장에 적용되는 속도가 뉴스로 접하는 것보다 빠른 것 같습니다.

지금은 클라우드와 컴퓨테이션 기술이 상당히 발달했습니다. 버추얼 데스크탑 기술을 활용하면 컴퓨터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핸드폰으로 불러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느리거나 끊기는 것 없이 다 됩니다. 경량화 등 몇 가지 문제들이 해결되면 BIM을 기술적으로 적용하는 덴 현재 무리가 없습니다. 경제성, 생산성 측면에서의 효율성 때문에라도 결국 업계 대부분이 첨단화될 겁니다. 건설사 쪽은 특히 그렇습니다. 인건비는 올라가고 노동자들은 고령화돼 상품 품질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중소 건축사사무소들 중에서도 설계 프로세스를 BIM 기반으로 바꾸려고 준비하는 곳들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Q BIM을 적용한 건축사사무소에 대해 더 말씀해 주세요.

1세대엔 건축사사무소에서 2D로 설계를 하고 BIM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식이었습니다. 이 경우 건축사사무소 측에선 BIM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죠. 하지만 현재는 건축사사무소 직원들 스스로가 BIM을 배워서 전문 BIM업체에 물어보기도 하고 그럽니다. 바람직한 형태예요. 업체와 협업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건축사사무소 직원들은 BIM 역량을 쌓고, 사무소는 사무소대로 설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중요해요. 그렇게 돼야 BIM이 갖고 있는 엔지니어링 정보로서의 가치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결국 BIM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설계, 발주, 시공 등 관련 업계들이 모두 BIM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단 말로 이해됩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동시에 우려스러운 부분이에요. 대형 기업들이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관련 협력사들이 BIM을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의문입니다. 발주처, 건축사사무소, 협력사 등의 역량이 전체적으로 올라가야 그것들이 맞물리면서 진정한 BIM이 구현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BIM이 언제쯤 건축계에서 활발하게 사용될지를 묻는다면 저는 그런 시기는 “이미 왔다”고 대답하고 싶어요.

 

Q 대형 업체야 BIM을 위한 투자나 시도들이 가능하겠지만 큰 자본이 안 들어가는 프로젝트엔 BIM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PC공법을 연구할 적에 연구원, 건축사사무소, PC사, 건설사가 다 함께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이 우리나라 기술이 뒤쳐져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편견 때문에 진전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엔 역량을 갖춘 건축사사무소들도 있고, BIM 팀을 꾸린 기업들도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주목할 국가로 일본, 싱가폴, 홍콩, 중국을 보는데요. 이들은 우리와 환경이 비슷하고, PC공법 프로세스(설계도면을 PC사로 넘기면 그곳에서 폼을 만들어 PC를 제작한다) 적용에도 적극적입니다. 일본은 PC공법으로 30층짜리 공동주택을 짓기도 했습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향후 3~5년 사이에 비용 크로스가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PC가 더 저렴해지는 단계가 오는 것이죠.

 

Q BIM 확산·정착을 위해선 어떤 정책적 도움이 필요할까요?

정부가 관여하긴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계별로 디테일하게 납품하거나 시공 단계 중 어떤 부분에서 강제로 적용하는 규정을 만들면 업계에서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우선 발주처에 BIM 전문가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단계별로 촘촘하게 나눠서 관리를 해줘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없이 결과물을 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중간 과정은 형식적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어요. 풀 BIM으로 시공된 런던 히드로 제5청사 이야기를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발주처 측은 히드로 제5청사를 BIM 기반으로 설계·시공하기 전에 먼저 공항 주변에 부지를 마련하고 관련 팀 직원들에게 BIM 설계로 목업용 사무실을 짓게 했어요. 직원들은 BIM 기반 업무의 문제점을 리포팅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은 뒤 ‘적용된 BIM 프로세스’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서 BIM 스터디를 하게 됐죠. 쉽게 말해서 본 시합에 나가기 전에 직원들에게 연습 경기를 뛰게끔 한 셈이죠. 발주처 입장에서 보면 투자를 한 거예요. 이처럼 발주처가 전문성을 갖고 업계에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계에서 알아서 해라 또는 강제적으로 이렇게 해라 하는 식이 아니라 발주처에서 BIM 인력을 확보하고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뒤 업계에 가이드를 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 없이 형식적으로 일이 진행됩니다. 건축사사무소에서 자체적으로 BIM 설계를 하도록 유도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엔지니어링 플랜트(Plants Engineering) 쪽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BIM을 활용한 시공성 향상에 관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습니다. 건축계에서도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본인들의 필요에 의해서 BIM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쉽진 않을 테니, 교육 분야가 먼저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코로나19 사태는 건축계를 비롯해 산업 전반의 경제를 무너뜨린 비극이지만 한편으로는 디지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힘겨운 상황에서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요즘, 건축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국, 싱가포르 등에선 공공사업을 100% BIM으로 발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일정 규모의 발주 물량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공공기관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국가가 전체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 아닐까요? 이를 실현할 네트워크 기술력은 충분히 갖춰져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업무방식이 빠르게 정착되는 중입니다. 현재 젊은이들은 게임 세대예요. 3차원, 4차원에 감각적으로 익숙하죠. 이들에게 2D 도면을 이해하고 그려서 설계하라고 한다면?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다가오는 스마트 시대와 창의적인 인재를 맞이할 준비를 할 시점입니다. 변해야 합니다. 건축계에서도 이들을 위한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BIM이 테마에 불과했던 몇 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발주처 중심 첨단 제조업계에서 BIM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기업 내에 전문 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교육계 또한 BIM 툴을 다루는 스마트 관련 강의를 늘린다거나 관련 기업에서 투자를 받는 등 변화를 꾀하는 중입니다. 스마트 인재들이 조만간 현장에 투입될 텐데, 이때 업계에서도 이들에게 투자해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들은 창의적인 젊은 아이디어로 보답할 겁니다.

 

대담 김주원 편집위원 · 글 이유리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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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M,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도 잘 맞는다!”_이재환 대표

“BIM, Fits well with small and medium-sized architect offices!”

이재환 대표 Lee, Jaehwan WBIM(주.더블유빔) 대표이사 · 부천대학교 겸임교수

코로나19 이후 건축사업계 비대면 작업 등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스마트건설 플랫폼 기술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설정보모델링) 활성화에 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공공분야 BIM 기술의 성숙도를 4단계(레벨1∼4)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평가치는 ‘레벨1’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을 냈다. 이미 ‘레벨3’ 수준에 진입한 영국 등 선진국보다 뒤처져 있다는 분석인데, 이는 2D 환경을 기반으로 설계 또는 시공업무에 대해 제한적으로 BIM을 적용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설계BIM만 의무화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BIM 트렌드가 ‘기술개발’에서 ‘활용’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 가운데 건축분야에서의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월간 ‘건축사’가 ‘WBIM(주.더블유빔)’社의 이재환 대표를 만나 BIM의 현장 활용성, 그리고 적용 측면에서의 현실문제 등에 대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각종 개발사업과 설계파트를 지원하며 BIM전문가로 활동해 온 이재환 대표는 “기획단계부터 BIM을 활용하면 사업 진행 전 과정에서 실시간 검증이 가능하고 동시에 각종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서도 “활용성을 확보하려면 업계뿐 아니라 발주처, 감독 등도 BIM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Q 어떻게 BIM을 시작하시게 됐는지요?
BIM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부터 3D 설계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고, 도구를 활용하는 부분에도 적극적이었어요.
BIM을 접하다 보니 건설 전반 시공이나 유지관리 등 건설 전반적인 부분에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겠다 판단하게 됐습니다.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대개 BIM을 단순히 설계 툴로만 생각하고 도면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을 넓게 가지면 건축사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의외로 넓어질 수 있습니다.

 

Q BIM을 시작하시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또 당시 시장의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BIM이 등장하면서 2011년 비교적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당시 일부 시장은 전환설계, 즉 건축사사무소에서 그려온 캐드 도면을 그대로 모델링하는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주로 활동하던 업체들은 설계를 하는 곳이 아니고 컴퓨터 CG 회사나 프로그램 회사 등 건축을 모르면서 BIM, 모델링을 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Q BIM을 직접 하시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BIM을 수용하게 되면 설계에서 잘못된 부분이 직관적으로 쉽게 드러납니다. 그러면 이를 보고서 또는 구두 형식으로 전달하게 되는데, 아직 국내 시장은 예전 프로세스대로 캐드 도면으로 인쇄돼 나가기 때문에 BIM과는 완전히 별개로 작업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점을 전달해도 그 부분이 반영되지 않고 잘못된 도면 상태로 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사전 검토해 결과물을 내놓는 BIM의 적용 의미가 없어집니다. 전환설계라도 충분히 BIM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 단절되고 공사 중 설계 변경, 공사비 증액 등이 발생하는 거죠. 아직 기존 프로세스에 많이 얽매여 진행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Q 기계나 구조 등 협력업체 쪽도 BIM을 써야만 서로 호환되면서 같이 설계가 되지 않나요?
아직까지 그렇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많지 않습니다. 사실 기계·전기 등 협력파트가 따라와 줘야 BIM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예전 기성세대 분들은 2D로 설계를 하면서도 기계·전기나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했는데 어느 순간 국내에서 건축, 구조, 기계를 다 따로 하다보니 하나로 통합되는 컨트롤 기능이 굉장히 약화돼 있습니다. 건축도면을 아무리 잘 그려도 구조나 기계와 맞지 않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거죠. 건축을 하며 구조나 기계를 보면서 전문적인 것을 잘 볼 필요는 없지만, 문제되는 부분은 봐야 하는데 현재는 보지 않고 판단하려는 경향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컨트롤하는 것이 변함없는 상황이라면, BIM이 중간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서 활용된다면 굉장히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축전공자도 BIM을 활용하게 되면 기계·전기를 이용하는 능력이 굉장히 좋아지게 됩니다.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내용을 습득하게 되는 거죠.

지난 6월 18일 오후, WBIM(주.더블유빔)의 이재환 대표(부천대 겸임교수)를 만나 BIM의 현장 활용성, 그리고 적용 측면에서의 현실문제 등에 관한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재환 대표는 올바른 BIM문화 정착과 BIM의 실무적용을 위해 건축사사무소·발주처·시공사에 다양한 컨설팅 및 지원을 하고 있다. 또 부천대학교에서 BIM을 활용해 예비 건축사들을 지도하고 있다.

Q 기계나 구조 등 협력사에서 BIM 툴을 사용하는 비중은 많이 늘었는지요? 초기와 비교해 BIM이 얼마나 많이 퍼졌는지, 주변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초기보다 개개인 인원수나 회사 차원 등 숫자적으로는 늘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회사와 인원이 유기적으로 뭉쳐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부분까지 갔는지는 의문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 건축설계만 하는 것이 아니고 구조 등 모든 것을 해야 하잖아요.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약하다는 것이고 그럴 때 BIM 툴이 유용히 작용합니다. 관련 분야를 하나로 뭉쳐 컨트롤 하고 프로세스를 이끄는 것이 진정한 BIM을 구현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는데요, 그 역할이 아직은 크게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Q 공공 발주에서도 BIM을 요구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전환설계의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 달라진 게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부분이 보완되면 좋을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조달청이나 국토부, LH공사 등 발주처에서는 BIM을 하니 이러이러한 것이 좋다더라, 하는 것들을 갖고 의무 조항을 달아 발주를 시작합니다. 건축사사무소에서도 프로세스가 변형돼야 하긴 하지만, 아쉬운 건 주로 관 위주 의무조항으로 나온다는 것이죠. 발주하시는 분들도 BIM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좀 있어야 건축사사무소도 그에 맞게 준비해 가면서 서로 더 업그레이드 하고 이후에도 비중을 늘리는 식의 진행이 될 수 있을 텐데, 건축사사무소도 발주처도 아직은 예전 프로세스에 익숙한 상황입니다. 프로젝트 담당 책임자, 발주처나 감독 등이 BIM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어 활용을 잘 하며 이끈다면 건축사사무소, 협력업체, 시공사 등도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BIM이 불편하다거나, 대규모 건축물에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관념이 많습니다.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BIM은 몸에 맞지 않는 옷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입으면 멋있어 보이긴 하는데 매우 불편한 옷이요. 늘상 입던 옷이 아니니까요. 저는 몸도 좀 바꾸고, 옷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저희가 해왔던 설계 프로세스는 어떻게 보면 아날로그 방식입니다. 하지만 BIM은 모든 수치 면에서 정확한 디지털 정보를 요합니다. 지금까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설계 프로세스를 진행해 왔는데, BIM으로 한다고 하니까 처음부터 디지털 정보를 입력해야만 수행 가능하다는 점이 거북한 거죠.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이 어느 정도 서로 융화되는 접점이 필요합니다. 그 접점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대부분 오해하시는 게 대규모 건물 위주로 BIM을 한다 생각하세요. 큰 건물, 작은 건물 할 것 없이 타 분야와 관련성이 중요합니다. 설계를 하면서, 건축주도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어야 하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BIM을 커뮤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면 훨씬 유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고,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BIM이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어 초기에 불편하긴 하지만요. 아주 초기단계의 디자인 등의 부분에서 BIM의 개념이 아주 조금이라도 활용된다면 말이죠.
개인적인 경험으로, BIM으로 쭉 작업했을 때 모델링 자체를 돌려가며 모든 부분을 설명하게 되니 보고를 위한 작업량도 현격히 줄었습니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 모두 효율적 인원으로 수행 가능했고요. 기존 프로세스와 달라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기존 프로세스의 방식 하의 초기단계 프리젠테이션과 BIM 프리젠테이션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신다면?
아날로그 방식은 캐드로 하거나, 좀 더 하면 스케치업으로 모델링 해서 폼보드에 붙여 하거나, 아니면 ppt에 이미지를 붙이는 방식이죠. 아니면 매스모델을 만들어 협의한다거나……. 반면 BIM에는 애초에 모델링 정보에 모든 부분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됩니다. 경험상 스케치업을 해서 이미지로 출력해 가져가느냐, 입체적인 모델링으로 설명하느냐의 효과 차이라 보실 수 있습니다.
핵심은 업무 수주면에서 BIM이 편하다는 겁니다. 발주처에서 아날로그 툴로 만들 수 있는 포맷을 원할지라도, BIM은 그것을 커버할 수 있고, 프리젠테이션 등의 의사소통에 효율적입니다.

 

Q 협력업무 진행에 있어서는 어떤 효과가 있나요?
만약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건축, 구조, 기계, 전기, 토목, 조경 등 여러 분야가 모였다고 하면 일전에는 도면을 펼쳐놓고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짚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그걸 조율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BIM은 그 자리에서 모니터링하며 이야기 하니 서로가 문제점을 바로 정확히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예전의 방식은 여러 차례 오가며 이해나 공유에 시간이 들었잖아요. 그런데 BIM으로 하니 앉은 자리에서 다 거의 비슷한 사안을 인식하게 되니, 문제 해결이 수월해집니다.

 

Q BIM을 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
사실 저희 사무실에서도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BIM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게 사실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 사무실의 경우 사람을 채용하는 기준이 BIM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적으로 설계 베이스가 탄탄하면서 BIM에 관심이 있는, 노력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기능을 배우는 것은 개개인의 능력과 역량입니다. 회사에서 모든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아도 개인 역량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고, 욕심있는 친구는 더 배우듯이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Q 학교에도 BIM 강의가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강의를 하시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교 단위의 교육이 중요한지, 또 학교에서 교육한다면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 교육하는 게 중요한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국내 건축학과 교수님들도 BIM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관한 고민이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학과든 실내건축과든 건축 관련과 학생들이 사실상 학교에서 실무분야를 습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만약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가르치고 보여줄 수 있다면 굉장히 큰 도움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현재 BIM 수업이 있고 2학기에는 일반구조 수업이 있는데, 이 두 수업을 연계합니다. BIM을 하면서 건축물의 시스템을 습득할 수 있게끔 보여주는 거죠. 구조는 이렇고, 학생들이 잘 알지 못하는 냉난방 시스템 등이 이러이러한 시스템으로 얽혀 건축물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는 것을요. 일반구조 강의는 책만 갖고 하려니 강의하는 입장에서도 피곤합니다. 따라서 일반구조의 입장에서도 BIM 툴을 가르치는 겁니다. 건축벽을 세우는 부분은 눈으로, 또 실제로 가서 보지 않는 이상 학생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을 일반구조 시간에 스케치업이나 래빗 등의 프로그램을 가져와 모델링을 시키는 거죠. 래빗을 갖고 공사하는 과정 그대로 똑같이 모델링하게 시간을 주면, 벽체가 어떻게 생기는 지 스스로 모델링 하면서 배울 수 있게 되잖아요. 프로그램(래빗)도 배우고 구조도 배우고……. 그러니 BIM 만으로 수업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이고, 실무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이해도가 훨씬 높아지는 거죠.

 

Q BIM을 잘 활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프로그램을 통해 모델링을 한 이후에는 ‘그래서’가 중요합니다. 모델링이 건축·건설과정에 무슨 도움을 줬냐는 거죠. ‘그래서’에 대한 아이템을 뽑아내는 것이 BIM을 하는 사람들의 핵심입니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BIM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거죠. 이 데이터를 확인하고, 어떻게 변화해야겠다던가 하는 방향 설정을 하는 것이 BIM을 잘하는 방법입니다. 모델링은 할 줄 아는데, 이걸 어떻게 쓰는 지의 연결고리가 없다면 문제겠죠.
래빗을 배우는 것이 BIM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BIM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모든 업체와 관련 분야들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PM)라고 할 수 있겠죠. PM이 BIM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나머지 부분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런 역량에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는 당장 교육을 받더라도 당장 내일 도면이 급하면 기존 방식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에서는 설계를 위해 BIM을 도입하고, 프로세스를 어떻게 이끌지에 관한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리드한다면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신다면?
BIM으로 작업하면 엄청난 디지털 데이터가 계속 축적됩니다. 그런 축적 데이터가 IT 구조와 맞물릴 수 있는 사업이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건축사의 영역이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지 않을까. 시장이 줄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좀 더 새로운 것들을 접해 재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이미 포화상태인 기존 시스템에 들어가려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기존 시스템과 또 다른 힘을 만들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해보면 좀 더 재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건축사사무소의 효율만 놓고 보더라도 BIM을 하는 쪽이 무조건 좋습니다.

 

대담 김주원 편집위원 ·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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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_건축의 정체성, 장소의 정체성

Architecture Criticism
Architecture Identity, Place Identity

‘건축’은 창작물이다. 그런 이유로 창작가의 미학적 관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반면 ‘건물’은 소유자의 것이다.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하면 진행이 어렵다. 건물엔 소유자의 생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건축은 건물과 충돌한다. 협상이 필요하다.
건축의 창작가인 ‘건축사’와 건물의 ‘소유자’는 수많은 논의 끝에 합의를 이끌어 성과를 만들어낸다. 결과가 나쁜(?) 경우를 보면 대체로 건축사와 소유자 간에 갈등이 첨예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결과가 매력적일 때는 건축사와 소유자 간에 합의가 잘 이뤄졌을 경우인데, 대체로 전문가인 건축사 의견을 따를 때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
물론 귀를 닫은 건축사에게도 책임이 없진 않다. 합리적인 요구는 사용자의 편의와 기능에서부터 시작되며, 건축사라면 이를 적절히 반영할 책임이 있다. 어려운가? 그렇지 않다.
건축은 건축사의 생각과 소통을 드러내는데, 명확하고 간결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의 능력이다. 명확하고 간결하다고 쉽게 디자인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압축된 시어처럼 간결하게 정리하는 능력과 노력이야말로 치밀한 생각의 결과다.
매력적인 건축은 장소를 빛내고, 장소의 정체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가끔 그런 좌표가 되는 랜드마크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웃과의 조화를 고민해야 하기에 한번쯤 주변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오래된 동네지만 새것으로 탈탈 털어 만들어진 장소에 건축물 하나가 만들어졌다. 과거 어느 시절에 만들어진 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네에 말이다. 오래된 동네인지를 어떻게 아느냐고? 바로 옆에 고목이 1968년에 보호수로 지정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건축물은 그렇게 크지도 않고 눈에 띄는 현란함도 없지만 압축된 시어처럼 단정하게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한 듯하다. 재야의 숨은 고수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사실 재야라고 보기도 어려운데, 이를 설계한 건축사는 이미 수많은 건축상을 수상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 정말 생각이 많다. 청소를 게을리 해서 건물이 지저분해지면 어떻게 하지? 골목길의 오래된 흔적을 어떻게 평면으로 표현하지? 쌓아 올릴 수밖에 없는 회사의 전시 공간을 어떻게 편리하게 만들까? 회사 이미지를 어떻게 건축으로 표현하지? 직원들이 하루 반나절 이상 근무하는 공간을 어떻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만들지? 잠시 동안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 만들까? 패션 회사이니 트렌디한 구성을 어떻게 보여주지? 등등. 건축물에 미주알고주알 생각에 생각이 담겨 있다. 게다가 그는 공사 단가를 고민하고, 청소를 고민하고, 관리를 고민했다. 동시에 건축물이 간결하게 보이길 원했다. 당연히 머리가 아플 텐데, 디테일을 고민하고 어느 하나 편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공사하는 이들이 무척 힘들었을 것 같은 건축물이다.
심지어 그는 이 건축물을 위해 벽돌을 개발해서 이중 가벽을 세웠다. 자세히 보면 유행하는 콘크리트 블록이 아니라 점토 벽돌로 만든 ㅁ자형 디자인 블록이다. 아! 조각 같은 건축이다.
도시 구조를 디자인으로 해석한 부분 역시 탁월하다. 우리나라 도시 건축의 상당수는 법규와 기능을 고려해 디자인한 것들이 많다. 모더니즘의 경제적 미학을 너무나 잘 이해한 덕분에 대부분의 건물은 구조와 기능에 필요한 것들과 법에서 정하고 있는 0.1% 규정까지 에누리 없이 맞추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간 경우는 준공 후 투명한(?) 유리와 샤시로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천재들이다.
이곳의 재미있는 또 다른 점은 각각의 대지 조건에 맞춰 정교한 퍼즐처럼 지은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직선의 조화로움이다. 민법에 따라 50센티미터 이상 떨어진 최소한의 간격으로 지은 탓에 하늘에서 보면 대지 형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도저히 계획 도시로 볼 수 없는 높낮이의 다이내믹함도 마찬가지다. 땅이 크면 높아지고, 땅이 작아지면 낮아진다. 그렇게 동네가 만들어지고 도시가 만들어진다. 어떤 이들은 혼란 그 자체라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다양성이 아닐까 싶다.

카멜레-존 바로 옆 고목이 1968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가림막 공사현장은 장차 20층 청년주택이 들어선다. 놀라운 법의 다양성!

어반 패브릭
어반 패브릭(Urban Fabric)은 직물처럼 다양한 유형으로 디자인된 도시 구조를 말한다. 강남 같은 계획도시는 정형적(定型的) 어반 패브릭을 구성하지만 마포나 종로 같은 오래된 지역들은 개인 거래 등을 통해 형성돼 다소 불규칙한 특성을 드러낸다. 이런 불규칙성은 흥미롭게도 의외의 공간들을 만들어내면서 각 대지 간의 관계에 긴장감을 형성한다. 지형의 높낮이와 대지 간의 공간은 입체적인 동선을 만들어내는데, 공간의 리듬감을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어쩌면 계획도시 아닌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의 입체적 경험일 수도 있겠다.

 

장소의 공간감을 건축에 끌어들이다
건축사마다 대지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지만 카멜레-존의 경우 장소의 공간감을 철저히 학습하고 반영했다. 소위 재개발로 과거의 흔적을 새롭게 재탄생시킨 셈이다. 좁은 골목길을 그대로 구성한 1층 출입 동선, 지하 2층에서 내부로 연결된 스킵 플로어(Skip Floor) 형식의 전시공간은 장소의 공간적 역동성을 그대로 복원한 예다. 이런 구성은 각 층별 발코니의 구성에서도 볼 수 있다. 각 층별 발코니는 일조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동시에 개발 시기 경사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우리 주거 동네의 모습이기도 하다.

 

평면의 역동성을 입면에 드리우다
통상 작은 업무공간들을 설계할 때 기능에 맞추면 공간적 역동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하지만 이 경우엔 지형의 단점을 오히려 역동적 평면으로 해석하고, 입체적 구성을 단면으로 드러냈다. 평면과 단면의 입체적 구성은 경험의 과정이다. 경험은 인간의 오감으로 기억되는 것이지만 시각적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카멜레-존을 설계한 최홍종 건축사는 입체적 평면과 단면의 경험을 시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입면 구성을 택했다. 일종의 작은 요소인 ㅁ자형 점토 벽돌은 하나의 단위로 전체를 구성하면서 규칙적 구성을 보여주고, 동시에 가벽으로 작용해 의외성과 이중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단순한 입면이 아니다.

 

장소의 정체성을 건축 전체에 표현하다
건물이 들어선 지형과 자연발생적으로 구성된 역동적 공간 특성이 입체적으로 스며들었다. ‘평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경험’과 ‘이동하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시각적 변위’를 고려한, 즉 건물이 들어선 장소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장소의 정체성을 건축의 모든 요소에 적용하고자 한, 치밀하고 치열하게 관찰한 건축사의 노력의 결과다. 뜨거운 정오의 햇살이 가득한 카멜레-존 체험은 장소의 정체성을 어떻게 건축으로 표현했는지 알 수 있는 교과서 같은 경험이었다.

최홍종 건축사는 이 건축물을 위해 ㅁ자형 점토벽돌을 개발했다.

카멜레-존의 경우 장소의 공간감을 철저히 학습하고 반영했다. 좁은 골목길을 그대로 구성한 1층 출입 동선.

건축의 정체성은 건물의 정체성, 브랜드로 드러나다
이 건물은 상업 건물이면서 전시장과 사무실을 포함한다. 무엇보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소매 기업의 사옥이다. 중저가 패브릭 소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기반의 쇼핑 회사로, 오프라인에선 매출이 높진 않지만 온라인을 통해 몇 년 만에 급성장했다.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알리길 원하는 기업의 요구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인식되도록 할 것이냐가 건축 설계의 관건이었다. 통상 브랜드 기업들은 오랜 시간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나 브랜드 정체성을 확보해 이를 오프라인 전면에 적용한다. 우리가 아는 벤츠나 애플, 국내 기업의 경우 파리바게트나 오뚜기가 그러하다.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할 땐 오랜 기간 소비자들과 호흡하면서 만들어진 긍정적 이미지들을 적극 활용한다. 물론 최근엔 상품 런칭에서부터 전략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정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당 기간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카멜레-존은 브랜드 정체성이나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전에 온라인에서의 판매량이 급증해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이다. 당연히 이들이 드러낼 브랜드 요소가 많지 않다. 이런 과정에서 시공된 카멜레-존은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이 주 수입원이지만, 사옥과 전시장은 수시로 온라인에 노출될 수 있어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자연스레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다. 제대로 건축된 카멜레-존이 브랜드 정체성을 가시화한 셈이다. 때에 따라서는 이렇듯 건축이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 수도 있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한 건축 언어로 말하진 않지만 카멜레-존은 간결하게 정리된 시어처럼 강렬한 발언을 하는 매력적인 건축물이다. 한마디로 아름답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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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 공간디자인 혁신사업 ‘학교, 고운 꿈을 담다’

Seoul Education Spatial Design Innovation Project
‘School, Having a Beautifu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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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신비의 섬, 울릉도

A Beautiful Mysterious Island, Ulleungdo

국토 동쪽 끝에 외로이 우뚝 서 있는 동해의 수호자 울릉도로 발길을 향한다. 큰 기대감 없이 가던 도중 우연히 만난 일몰의 붉고 붉은 오메가가 나의 심장을 한없이 뛰게 만들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동항
포항에서 북동쪽 188km 해상에 위치한 울릉도 문호항 2종항으로 만남의 설렘과 이별의 아쉬움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곳이다. 도동항의 항내 수역은 20,000㎡다. 항만 시설엔 선적 시설인 안벽(80m)과 물량장(133m)이, 외곽시설엔 방파제(184.6m)와 방사제(79m)가 있다. 안벽은 정부의 울릉도 관광 개발 계획에 따라 1973년 착공해서 1977년에 완공됐다. 왼쪽으로는 개척민들의 망향가를 대신 불러주는 망향봉이, 오른쪽엔 2500년 간 울릉도 지킴이 향나무가 있는 행남 등대가 관광객과 주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천부항의 아름다운 일몰
천부는 조선시대에 왜선들이 이곳에서 배를 만들고 고기를 잡고 많은 진수 귀목을 도벌해 운반해 간 탓에 왜선창이라고도 부른다. 또 ‘옛날부터 있었던 선창’이란 뜻에서 ‘옛 선창’이라고도 불렸다. 천부항 인근 차가 다니는 길가엔 풍혈이 있는데, 이 풍혈은 땅 밑으로 흐르는 지하수의 찬 공기가 바위 틈으로 용출돼 항상 섭씨 4℃를 유지한다. 때문에 봉래폭포 풍혈과 마찬가지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풍혈은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아름다운 석양의 일몰 풍경 덕에 관광객과 주민들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나리분지
나리분지는 신생대 제3기 말 발생한 화산에 의해 점성이 강한 조면암과 안산암, 응회암이 분출되면서 칼데라 화구의 함몰로 형성된 화구원이다.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넓은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다. 나리분지의 규모는 동서 폭 1.5㎞, 남북 길이 2㎞, 면적 1.5∼2.0㎢다. 해발고도 500m 전후의 외륜산에 의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남쪽에 위치한 성인봉(984m)이 가장 높다.
분지에는 원추형의 중앙 화구구인 알봉(611m)이 있다. 알봉의 남쪽 산록엔 지름 100∼200m, 깊이 10m 전후로 작은 분화구가 산재해 있다. 이곳을 통해 흘러나온 용암(조면암)은 100m 두께로 쌓여 북동쪽의 나리마을과 남서쪽의 알봉마을로 화구원을 분리시켰다. 나리분지 화구원 바닥엔 흰색 또는 담회색의 부석과 화산재, 화산사, 화산력 등이 깔려 있다.

삼선암
일선암, 이선암, 삼선암으로 이뤄진 삼선암은 아름다운 해양 절경을 자랑한다. 주상절리가 파도의 작용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기둥을 이루고 있고, 표면엔 풍화에 의해 벌집 같은 구멍이 생긴 타포니가 있다.
이곳 전설로는 울릉도의 빼어난 경치에 반한 세 선녀가 하늘로 돌아갈 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가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세 선녀 중에서 가장 늑장을 부린 막내선녀의 바위인 일선암엔 풀이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봉래폭포
봉래폭포는 암석의 차별침식에 의해 생긴 3단 폭포로 총 낙차 약 30m, 일일 3,000ton 이상의 유량을 갖춘 울릉도 남부 일대 중요한 상수원이다. 2단, 3단엔 화산 폭발 시 분출된 각력들이 모여 집괴암을 형성했다. 1단은 화산재가 굳어지면서 생긴 응회암과 분출암의 일종인 조면암으로 돼 있다. 조면암은 강도가 커서 하부 암석에 비해 침식이 덜 되는 편이지만 집괴암과 응회암은 깎여 나가면서 생긴 균열 때문에 무게를 못 견디고 떨어져 나갔다는 보고가 있다. 하부 응회암과 집괴암의 침식이 더 심해지면 상부 조면암이 무너지면서 폭포가 뒤로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봉래폭포 관리소부터 봉래폭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엔 ‘천연 에어컨’이라 불리는 풍혈(바람구멍)이 흘러나온다. 이외에도 산사태를 막기 위해 설치한 사방댐, 아토피성 피부염에 좋다는 산림욕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