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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그리고 뉴노멀 시대의 희망 “‘생활 경제 생태계의 주요 축인 생활건축’ 주목해야”

The hope of the era of COVID-19 and the New Normal
“Should focus on the living construction, a fundamental cornerstone of a living economic system'”

2020년은 인류 역사의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로 기록될 듯하다. 산업혁명 이후 정치, 인문, 사회, 과학 등 전 분야가 이전 시대와 완전히 결별하고 새로워졌다. 20세기 초반 혼돈의 시간 속에 전 세계 각지에는 끊임없는 전쟁과 학살이 일어났고, 동시에 인권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도도 증가했다. 환경을 파괴하는 기술과 소비의 발달만큼, 환경운동과 친환경(?) 생산과 소비도 일어났다.
지난 200여 년간 진행된 사회 변화는 산업혁명에 뿌리를 두고 진화된 것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결과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초 네트워크 사회로 구성되면서, 하이퍼 소비와 생산 시대를 열었고 인적 교류의 물리적 범위라는 한계를 없애 버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물리적 통합과 네트워크의 부작용이 2020년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마치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하나의 언어로 통합된 바벨탑이 무너지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과학과 소비가 만들어낸 사회의 네트워크를 타고 인류의 일상을 무너뜨린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조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고 예고되었다. 다만 그것이 어떤 것인 줄 몰랐고, 드디어 2020년에 코로나는 치명적으로 인간의 현대 문명 특징들을 훼손하거나 파괴해 버렸다. 프랑스의 경제 관료였고, 경제학자인 자끄 아탈리는 이미 20년 전에 그의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이런 바이러스로 인한 일상의 파괴를 예언하면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적인 길’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변화와 체제에 대한 전망을 언급했다. 그의 관찰처럼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람들의 직접 교류와 분업화된 사회 업무 체계는 이번 코로나로 엉망이 되었다. 더 황당한 점은 초연결 사회로 병이 확산되면서, 동시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현상 속에 경제적 선점과 독점도 이뤄졌다는 것이다.
2020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이 상황을 가장 잘 극복하는 국가지만, 일상이 파괴된 만큼 다수의 국민들이 악화된 경제적 상황에 빠져 있다. 단지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초 생산성과 경제적 수익성을 구축한 기업이나 국가는 이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에 이런 궤도에서 이탈해 있는 사람들은 열악한 경제적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가 간의 상황뿐만 아니라 한 국가 안의 사회 구조 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특히 20세기 경제적 특징인 극도의 선택과 집중 구조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그 대표적 사회고, 건축시장 역시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 분야가 그렇듯 건축 분야 역시 선택과 집중, 효율과 극도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모든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대형화와 산업화의 극대화로 국내 건축 시장 구조는 단순 유형화되어 있다. 그 결과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건축 시장 역시 몇몇 민간시장과 공공영역 모두 거대 집단이 주도적으로 생산·공급하는 상황이다. 건축시장 생태계의 이런 단순화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내성이 약하다. 한마디로 부침이 심한 구조인 것이다.
건축 설계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건축사도 이런 구조 틀 안에 놓여 있다. 소수의 건축사들은 대형화된 건축을 박리다매로 담당하지만, 다수의 건축사들은 시장에서 남은 것을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외부의 극단적 영향이 발생할 때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건축은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 특히 생활 경제의 중심에 있는 작은 건축 시장들이 그렇다. 더구나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을 창출하는 ‘생활경제 생태계’의 붕괴에 대응할 다른 경제 분야가 없다. 작금의 사회는 4차 산업혁명으로 더 진화하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사회로 인해 오히려 무인경제 생산 유통구조로 광속의 속도로 전환되고 있다. 공포스러운 4차 산업혁명의 무인 경제화에 대한 어떤 경제 분야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생활 경제 생태계의 주요 축인 생활건축’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아날로그적이면서 사업지의 근거리 반경권의 고용과 수입을 자극할 수 있다. 이에 주목한다면, 집중화된 주택 공급 구조에 대한 대대적 재편과 재해석을 통해 개별 건축, 생활 건축 시장이 확장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에 대한 정치권과 행정부의 유일한 대안이다. 반드시 추진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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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알무데나 대성당

Catedral de Santa María la Real de la Almudena de Madrid

알무데나 대성당을 데보드 신전이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다. 아몬레 신과 이시스 여신에게 바쳐진 데보드 신전은 1902년 아스완댐 건설로 발생한 수몰을 피해 이집트에서 기증된 것이라 한다. 알무데나 대성당은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천도하면서 수도를 상징하는 대성당의 건설이 16세기부터 논의 되었지만, 19세기 후반에 네오고딕 양식으로 착공되었다. 스페인 내전으로 중단된 공사가 재개되어 바로 옆의 마드리드 왕궁과 어울리는 바로크양식으로 1993년 완공되었다. 마드리드는 전쟁과 생존이 혼재한 유럽의 역사를 도시 가득 간직하고 있다. 오랜만에 마드리드 스케치를 꺼내 보며 코로나 시대 상황에 이제는 쉽지 않은 여행 생각과 함께 우리가 겪는 또 다른 전쟁을 생각한다. 공허한 아름다움의 껍데기가 아닌, 즐기고 누리는 도시들을 다시 보고 싶다.

 

글. 이관직 Lee, Kwanjick (주)비에스디자인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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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의 사회공헌 활동,건축의 공적 역할 확대·강화에 필수”_한영근 대표

“Necessary for the social responsibility activities of an architect, and an expansion and strengthening of the public role of a construction”

한영근 대표 HAN, Young Keun (주)아키폴리 건축사사무소 & 단팔 코리아 대표 · 프랑스 건축사 ·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최근 서울시가 쪽방촌 주거환경 업그레이드를 위한 표준 평면을 전국 최초로 발표하고, 이를 쪽방 정비사업 공공주택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발표된 표준평면 유형은 ‘주거기본법’에 따른 최저주거기준인 14제곱미터 이상으로, 1인가구를 기본으로 거주자 특성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번 일로 국내 공공복지 건축이 한 발 더 도약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지난 11월 27일 표준 평면을 개발한 한영근 건축사(주.아키폴리건축사사무소 대표_프랑스 국가공인 건축사/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를 만나서, 관련 내용과 더불어 공공복지 건축 및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Q 표준 평면 개발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4년 아시아 최초로 UIA국제건축사연맹으로부터 주거복지상(Sir,Robert Matthew Prize)을 수상한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사업 추진단 단장으로 5년간 활동하며 쪽방 500여 세대를 직접 리모델링했습니다. 일종의 재능기부 차원이었는데, 이것이 자연스레 이어져 올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로부터 ‘쪽방촌 거주자를 위한 맞춤형 평면개발 용역’을 의뢰받게 됐습니다. 용역 기간은 7월부터 10월까지였지만, 실질적으로 지난 5년간 현장에서 얻은 체험이 밑바탕이 됐죠.

 

Q 발표된 표준 평면에 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쪽방 거주자의 건강과 생활방식 등을 고려해 세 가지의 맞춤형 주거형태를 만들었습니다. 1인 가구를 기본으로 하되 거주자 특성에 따라 1인실, 다인실, 특성화실로 구분했어요. 15제곱미터 크기의 1인실은 비교적 젊고 건강한 거주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다인실은 45제곱미터 크기로 신체가 건강하지만 심리적 안정감이 결여돼 다른 거주자들과 함께 지내며 관리나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는 거주자를 위한 공간이고, 33제곱미터 크기의 특성화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거주자를 위한 공간입니다.

 

Q 작업을 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 추진단장으로 5년간 활동하다 보니, 쪽방촌 주민들의 특성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해서 그 특성에 맞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중점으로 뒀습니다. 나이와 아픈 정도가 다 다른 쪽방 거주자들을 위해 공간이 탄력적으로 구성될 수 있게끔 한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입니다.
쪽방 거주자들은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 80% 가량을 차지하고, 대부분 장애를 갖고 있어 사회적 활동이 정상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든 공간구성 자체에 추후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초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을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자그마한 공간에서부터 작은 공간들이 모여서 한 층을 이루고, 층과 층이 모여 한 건물을 이루는데, 그러한 단계별로 사회적인 접촉을 할 수 있도록 한 거죠.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 다양한 공유·공용공간을 집약적으로 배치해 거주민 간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어지게 하고, 다목적실 등의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해 사회적 역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입니다. 거주환경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공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간적 환경이 더욱 중요하니까요. 현재 발표된 표준 평면은 유닛(unit)에 가깝다고 볼 수 있고, 2차적으로 나아가 해당 평면 조합·배치 공간에 관한 세부적인 부분을 준비 중입니다.

한영근 건축사 (주.아키폴리건축사사무소 & 단팔 코리아 대표,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5·6기 위원, 사.한국건축가협회 연구부회장, 은평구 총괄건축가, UNESCO-UIA 세계건축도시선정위원회 위원)

Q 결국 건축 측면에서의 공공복지 일환으로 보입니다. 공공복지 건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건축이 공공성을 가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문화라고 합니다. 그 문화들이 예술성의 가치를 가지면 우리는 소위 ‘건축문화 예술의 완성’이라 얘기하죠.
건축의 기능적인 면과 시각적·미학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공공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접촉이 일어나는 부분의 만족도를 제공해야 하는 거죠. 좋은 공공건축물은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좋은 커뮤니티들이 모여 좋은 동네를 만듭니다. 그게 모여 좋은 도시, 좋은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공공건축물은 매우 중요해요. 전에는 보건소, 우체국, 경찰서, 주민센터 등 해당 기능들만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주민자치센터 등으로 명칭이 바뀌었죠. 동사무소가 행정업무 공간 외에도 주민들의 복지 공간, 커뮤니티 장소 등으로 쓰이는 거예요. 마을의 중심이 되는 장소가 공공복지 건축의 우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공공복지 건축을 끌어올리기 위해 건축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서슴없이 나서서 사회에 봉사하는 자세가 핵심이 아닐까요. 건축사는 가장 공공적이어야 할 직업 중 하나입니다. 사회에 대한 건축인의 봉사나 헌신 등에 관해 언급하자면, 우리나라는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외국에 비해서는 잘 되지 않는 편이죠. 프랑스 파리에서 20년간 건축실무를 하다 2005년 귀국해서 지금까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저는 오랜 해외 경험으로 그런 면에서 조금 깨어 있었던 편입니다. 프랑스에서의 경험을 예로 들자면, 그쪽은 우리와 사회구조 자체가 달라서 누군가의 봉사로 이뤄진다기보다도 모든 사람들한테 그런 것을 서로 요구하고 배려하는 구조입니다. 양국의 경험으로 인해, 더 잘하고 못함이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 사회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됐습니다.
직업군에 대한 존중은 그 사회에 얼마만큼의 역할과 봉사를 하고 책임을 졌느냐로 평가받습니다. 쪽방촌 관련 사업에 참여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건축사에 대한 대접이 부족한 작금 상황에서 건축사들의 타파 액션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만한 대우와 보상을 할 만한 준비가 돼있어요. 기존 용역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있으나,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치를 어디에 두고 일을 해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기존 건축정책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기획 부분이 부족합니다. 소위 말해 프로그래밍 단계인데, 기획부분이 잘 검증되면 실행단계로 넘어가는 겁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기본계획은 존재하지만, 설계에서 가창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기획부분에 대한 예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장 2년여 전까지만 해도 그랬죠.
초기에 기획부분에서 수많은 검토를 하고, 사업취지 등을 정확히 정해놓으면 다음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단적으로 설계공모라 하면 같은 패턴, 같은 얘기의 공모제안서만 있었어요. 앞서 제대로 건립취지에 맞게 세부적으로 공모제안서를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설계를 완벽히 실행하기 전에 시행단계로 넘어가는 등 절차에 의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현장에서 시간과 돈으로 메꿔지는 식이에요. 그러나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저는 선진국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하고 싶은데요. 아무튼, 유럽 등에서는 기획 후 검증이 되지 않으면 다음단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업계획 후 검증 전 설계를 시작합니다. 그런 것들이 누적되며 실제적으로 시행단계에서 오차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거죠. 빨리빨리 정신으로 인해 바쁘지만, 결국은 기획의 차이로 치밀함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파이팅은 넘치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국내와 프랑스에서의 경험을 들자면, 결론적으로 완료되기까지 시간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Q 건축 행정 절차 중 입찰 시스템이 건축의 전문성이나 미학적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은데, 대안이 있을까요?

입찰의 선정 기준이 최저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미학적인 완성도나 전문성을 따지기 이전에 선정 기준이 다른 거죠. 전문성과 미학적 완성도가 뒷받침되면 다 비싸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입찰에 있어서 가격이 선정 기준에 우선되는 것은 배제돼야 합니다. 조달청뿐 아니라 LH 등 입찰 공공건축물에 관해 가격선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배제시키도록 한 것도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의 업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서, 궁극적으로는 입찰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직업군이 갖고 있는 한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건축사는 일의 시작에 있어 수동적인 입장이에요. 누군가의 오더, 요구에 의해 일이 시작되니까. 또 규모검토나 기획설계(기획업무) 요구 등을 받는데, 건축사 입장에서는 기획설계에 모든 아이디어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것을 기획설계란 명칭 하에 당연스레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죠.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모조리 등록해 서로 체킹되게끔 해서 과당경쟁 내지는 수주경쟁을 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합니다. 시장의 가격과 전문성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기회에 대한 보장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 대한건축사협회가 조금 더 나서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앞서 국건위 성과를 언급하셨는데, 드물게 국건위 위원을 연임하신 것으로 압니다.

5기(2018~2020)를 마치고 6기(2020.04~)로 연임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책의 연속선상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봅니다. 소신 있는 건축사로서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는 20여 년간의 재불 건축사로서 해외경험은 많지만 한국사회에 대한 경험은 남들보다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름대로 귀국 후 짧은 시간 안에 했던 건축 일들이 평가를 받았구나 하고 느껴져 뿌듯합니다. 5년간 했던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사회봉사 활동도 참작된 것 같고, 2017 UIA 세계건축대회 개최와 그 이후 성과확산에 대한 노력, 공로에 대한 평가 등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시 한국건축가협회 국제위원장을 맡으면서 유치위원으로 활동했고, 조직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으로 10여 년간 한국건축계를 대표해 해외에 참석하며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보람차고 생경한 경험이었죠. 현재도 UNESCO-UIA 세계건축도시선정위원회 8인 중에 한 명으로 국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교수를 포함한 여러 부류의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고, 실무건축사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름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축 인허가 과정에 36여 가지의 평가, 승인, 허가, 인증과 심의절차 등을 거치게 되는데, 간소화 노력을 진행 중이고 법안 진행 성과도 났습니다.
저는 국건위원 외에도 다양한 위치에서의 경험을 갖고 있는데요. 건축정책위원회 위원부터 교수,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설 프로세스에서 끝 쪽에 있다 할 수 있는 건축자재회사(단팔코리아) 경영자 등…. 스스로 장점을 꼽자면 건축정책을 다룰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낮은 곳까지를 남들보다 포괄적인 시선으로 꿰뚫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건축의 최종 소비자는 국민입니다.
결국 건축의 공공성을 인정받아야 민간대가도 제정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건축사)끼리 대가를 올려달라고 국토부나 기재부에 아무리 얘기한들 무슨 소용입니까. 결국 우리 행위의 가치를 이 사회가 인정해서 저건 올려줘야 한다고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건축의 최종 소비자는 결국 국민이 아닙니까. 최종 소비자들의 건축에 대한 인식과 의식이 높아질 때 건축의 가치평가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들(국민들)이 건축을 사랑하게끔 가치를 일깨우는 일을 우리 스스로 해야 합니다. 사회에 대한 봉사, 의무, 책임 등이죠. 사회공헌이나 사회적 역할이 건축의 공적 역할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돈을 받고 하는 일과, 사회에 봉사 또는 공헌하는 일에 대한 결과치의 평가는 대단히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건축사협회도 좀 더 능동적으로 오픈되어 사회를 더욱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했으면 합니다.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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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일천삼백리를 가다 Ⅲ

Traveling the 1,300-ri(525km) long
Nakdong River Ⅲ

영주 죽계구곡의 만추
영주시 순흥면에 자리한 배점리에서 초암사에 이르는 계곡을 죽계구곡이라 하며, 죽계구곡을 흐르는 명경지수의 하천을 죽계천이라 한다. 옛날 퇴계 이황 선생이 물 흐르는 소리가 노래 소리 같다하여 죽계구곡이라 불렀다. 계곡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 울창한 푸르른 숲, 그 사이로 하얀 바위들이 모여 빚어놓은 죽계구곡은 어느 지점에서든지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무더운 여름 휴가철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인근에 소수서원, 부석사 등 관광명소가 있다.

학문과 집필을 위한 조선시대 정자
조선시대 정자는 보통 관직에서 은퇴한 사류의 노후를 위해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세와 탐욕이 만연한 세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은일하고자 하는 은둔자에 의해 지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초간정은 이들과는 다르게 학문과 집필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됐다. 오롯이 묵향으로 가득 찬 정자가 바로 초간정이다. ‘초간’은 당나라 시인 위응물이 읊은 시 저주서간(滁州西澗)의 ‘홀로 물가에 자라는 우거진 풀 사랑하노니(獨憐幽草澗邊生)’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병산서원의 성하
병산서원의 한여름은 배롱나무의 화원으로 전면의 병산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다. 만대루에 서면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서원의 인공물이 더욱 돋보인다. 서애 류성룡(西厓 柳成龍, 1542~1607)이 특히 배롱나무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류성룡과 함께 그의 셋째 아들 류진의 위패를 모신 곳이 병산서원이다. 배롱나무는 병산과 함께 시류에 휩쓸리지 않았던 결연한 선비의 모습을 보여 주며 오늘도 붉디붉은 자태로 서원을 지키고 있다.

안동 길안의 만휴정
1986년 12월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173호로 지정되고 2011년 8월 국가 문화재 명승 제82조로 지정된 조선시대의 문신 김계행이 귀향하여 만년을 보내기 위해 지은 곳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정면의 누마루는 전후가 개방되어 자연의 경치가 집안으로 도입된다. 양쪽에 배치된 온돌방은 계절에 관계없이 학문에 정진하고 사유를 즐길 수 있는 구성미가 있다.

상주보
상주보는 4대강 사업의 낙동강 7개보 중 최상류에 위치한 보다. 하류에는 낙단보, 구미보, 칠곡보, 강정보,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 등이 있다. 이곳은 낙동강 700리 중 가장 아름다운 비경으로 손꼽히는 경천대를 품고 있는데다 상주보 안의 경천섬(일명 나비섬)을 중심으로 함월교와 구름다리인 낙강교 그리고 강위에 수상탐방로까지 조성했다.

경천섬 범월교
낙동강 1,300여 리 물길 중 강의 이름이 되었을 정도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경천대는 깎아지른 절벽과 노송으로 이루어진 절경이 빼어난 곳으로, 하늘이 스스로 내렸다고 해 자천대(自天臺)라고도 한다. 경천대는 기우제를 지내는 곳으로도 이용되었으며, 조선시대 장군 정기룡이 하늘에서 내려온 용마를 얻었다는 전설도 전한다. 정기룡이 바위를 파서 말먹이통으로 쓰던 유물이 남아 있다. 상주에서는 선비들의 모임 장소로 유명하여 김상헌과 이식, 이만려 등의 문객들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옥주봉에 있는 경천대의 전망대에서는 멀리 주흘산(1,106m)과 학가산, 낙동강과 백화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낙단보
경상북도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에 있는 낙동강 유역의 저수 시설로 총 연장 286미터, 높이 11.5미터, 저수용량 3,430만 톤의 친환경 다기능 보다. 1,500킬로와트시(㎾h)급의 소수력 발전소 2기가 설치되어 연간 1,472만킬로와트시(㎾h)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외에 연장 141.6미터 규모의 공도교, 자연형 수로와 콘크리트 블록 조립형인 아이스 하버식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어도가 설치되어 있다. 외형은 낙동강 3대 정자 중 하나인 관수루의 처마를 모방하여 경상북도 의성군, 경상북도 상주시, 경상북도 구미시 세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가 융합되기를 바라는 이미지를 형상화하였다 한다.

구미보
경북 구미시 선산읍 원리에 위치한 낙동강의 보이다. 중앙 전망대는 구미를 상징하는 거북이 형상이고 양쪽 기계설비는 두마리 용이 하늘을 비상하는 모양을 본 뜬 것이라고 한다. 수력발전시설은 3,000 킬로와트 규모로 설치되어 있으며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아파트 3천 가구가 사용가능한 정도의 발전시설이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주요 용수 공급처이기도 하다.

칠곡보
칠곡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낙동강에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수해 예방을 위한 유기적 홍수 대책 마련을 위하여 건설되었다. 낙동강 구간에서는 함안 창녕보와 강정 고령보에 이어 세 번째로 크며,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여 원유 수입 대체 효과와 온실 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되는 곳이다.

호국의 다리(왜관철교)
경상북도 칠곡군 약목면과 왜관읍을 연결하는 철교로 1905년 개통지역의 사람과 물자를 수송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되었다. 한국전쟁 발발로 폭파된 구간이 있었는데 1993년 폭파된 다리를 복구하고 국토수호의 낙동강 전투를 기리기 위해 호국의 다리라 불렀다. 2008년 10월 칠곡 왜관 철교로 등록 문화재 제406호로 지정되었다.

가실성당
칠곡 가실성당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에 소재하고 지방유형문화재 제348호로 지정되어있다. 이 건물의 성당과 구 사제관은 1923년 프랑스인 프와넬(박도행) 신부가 설계하고 투르뇌(여동선) 신부가 건립하였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건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여 근대 건축사와 교회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한다. 낙산리 일대는 왜관의 낙동강 가에 있는 작은 마을로, 옛날 조선시대에는 가실 나루터와 강창 나루터가 있는 해상 교통이 빈번했던 마을이다. 해마다 여름이 짙어지면 배롱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해 전국의 사진가들의 촬영명소로 급부상한다.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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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건축 11_숭례문(崇禮門)

Immortal architecture 11
Sungnyemun Gate

건축법에서 재축(再築)이란 ‘건축물이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재해(災害)로 멸실된 경우 그 대지에 다시 축조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신축, 재개발, 재건축 등 새로 짓는 것이 건축의 주류인 상황에서 재축된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건축의 의미를 돌아보고자 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2008년 2월 10일 저녁 8시 40분. 어둠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숭례문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불꽃이 일어났다. 5시간 뒤 2층 목조 누각은 전소되고 1층 누각도 50% 소실되었다. 600년 역사의 숭례문은 그렇게 5시간 만에 무너졌다. 화재 후 5년의 공사기간 동안 숭례문 앞을 지날 때면 안타까운 맘이 컸다. 그래서 지금처럼 재축되어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숭례문이 더 자랑스럽다. 특히 지어진지 20∼30년 정도 지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재개발,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문득 ‘조선시대에도 숭례문의 재축이 있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확인해보니, 조선시대에도 두 번의 큰 보수공사가 있었는데, 한 번은 전면 해체 후 지반공사까지 보완한 세종 때의 중수重修(1448)이고, 두 번째는 누각이 기울어 새로 고쳐지은 성종 때의 중수重修(1479)였다. 조선 초기 80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신축(1398) 후 두 번의 재축이 있었던 것이다. 조선 건국 시점부터 지금의 대한민국 시기까지 약 630년간 숭례문 부활의 역사를 짚어 보자.

대한제국 시기 숭례문(1904)
© 904 Korea Through Australian Eyes(photobook) / George Rose (Australian)

성곽이 남아있는 숭례문(1900년경) © 한양대학교 동아시아건축역사 연구실

일제강점기 성곽이 훼철된 숭례문 © 국립중앙박물관

일제강점기 숭례문 일대(1940년대) © 서울역사박물관

대한민국 시기 숭례문 일대(1958) © 국가기록원

한국전쟁으로 파손된 숭례문 © 문화재청

한국전쟁 중 긴급 보수된 숭례문(1953) 작가미상

복원공사를 마친 숭례문(1963) © 문화재청

1960년대 숭례문 주변 작가미상

1980년대 숭례문 주변 © 국가기록원

숭례문은 조선의 수도인 한양의 경계로서 관리와 방어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성의 남문이다. 조선을 세운 태조가 1394년(태조 3)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를 결정하고, 이듬해인 1395년(태조 4)에 종묘와 사직 그리고 새 궁궐을 준공한다. 이 과정은 1년을 넘기지 않았다. 태조는 곧바로 도성조축도감(都城造築都監)을 두고 정도전에게 성 쌓을 자리를 정하게 했다. 1396년(태조 5) 1월부터 도성을 쌓는 일이 시작된다. 이때 숭례문(남문)을 비롯한 흥인문(동문), 돈의문(서문), 숙청문(북문) 같은 4대문과 홍화문, 광희문, 소덕문, 창의문의 4소문도 착공한다. 숭례문은 1398년(태조 6년)에 준공된다. 착공한 지 2년 만이다.

14세기 조선의 사람들에게 한양은 지금으로 치면 신도시나 행정수도인 세종시 같은 느낌이었을까? 천도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하고, 1∼2년 만에 세워진 신도시에 정을 붙이지 못한 사람도 많았던 것 같다. 숭례문이 준공되던 해인 1398년 10월에 즉위한 정종은 1399년 3월에 개성으로 환도를 단행한다. 숭례문을 비롯한 한양의 많은 건축물들이 준공되자마자 쓸모를 잃고만 것이다. 1400년, 정안군 이방원이 왕위에 오른다. 세종(이도)의 아버지 태종(이방원)이다. 태조(이성계)는 아들 태종에게 한양으로 재천도 할 것을 요구하고, 태종은 이를 받아들여 1404년(태종 4) 한양으로 재천도 할 것을 명한다. 재천도 과정에서 이궁인 창덕궁을 건설하고, 청계천을 정비한다, 청계천 주변으로 행랑을 건설하여 시전을 조성하면서 경제적인 생활이 가능한 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양은 확고하게 조선의 새로운 수도가 될 수 있었다. 현대의 많은 행정수도가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630년 전 한양도 10여 년간 천도와 환도 그리고 재천도 과정을 통해 이후 600년을 다졌다.

숭례문 위치는 본래 남산의 줄기가 내려오는 곳으로 광통교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나타나는 언덕이었다. 태조 때 이 언덕을 낮추고 지반을 평평하게 한 뒤에 숭례문을 세웠는데, 이때 지반공사에 부족함이 있었는지, 아니면 적절한 지반고가 확보되지 않았었는지 알 수는 없다. 태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세종은 할아버지 때 만들어진 숭례문의 지반 높이가 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세종실록은 1433년 세종이 황희, 맹사성, 권진 등을 불러 상의한 뒤 숭례문을 전면 해체하여 땅을 돋은 뒤 다시 세우는 것으로 정했다고 전한다. 당시에도 투자심사나 사업성 검토 등의 절차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14년이 지난 1447년이 되어서야 공사가 시작된다. 이것을 개축이나 재축으로 보아야 할지 크게 고치는 중수로 보아야 할지 불확실하지만, 2년 동안 진행된 것으로 보아 1398년 처음 지어졌을 때처럼 새로 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생각된다. 세종은 1448년 두 번째 숭례문을 세우고 1450년 재위를 마친다.

그런데 이 세종 때의 두 번째 숭례문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성종 때인 1478년 숭례문 누각이 크게 기울었다. 재축한 지 30년 만이다. 상부의 누각을 전면적으로 크게 보수하였고, 이때 팔작지붕이었던 것을 지금의 우진각 지붕으로 변경했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튼 크게 고쳤고 역시 2년 만에 중수 공사를 마쳤다. 이후에는 새로 짓거나 크게 고친 기록이 없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숭례문은 성종 때에 크게 고쳐 만든 이 세 번째 숭례문이다. 기록으로 남아있진 않지만, 조선 말기 1868년 경복궁 중건 때에 숭례문도 한차례 보수한 것으로 추정한다. 숭례문의 일부 부재가 고종 때의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인다.

20세기에 들어서며 숭례문의 시련이 시작된다. 1907년 일본 황태자가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숭례문 옆 성곽이 헐렸다. 1909년에는 주변 성곽이 모두 훼철되고, 양쪽으로 길이 개통되었다. 1910년에 숭례문 둘레에 원형으로 석축이 쌓였고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숭례문은 문의 기능을 잃었고 대로의 가운데 홀로 놓여 출입할 수 없는 건축물이 되어버렸다. 숭례문을 지키던 한양도 그 이름을 잃었고, 나라도 잃은 일제강점기에 안타까운 모습으로나마 숭례문은 겨우 살아남았다.

광복을 맞은 숭례문은 한 번 더 큰 위기를 맞는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서울은 전쟁의 한복판이 되었고, 폭격과 시가전 속에서 숭례문은 큰 상처를 입는다. 전쟁 중 파손된 부분은 1953년 7월에 이루어진 휴전협정을 전후해서 임시로 보수가 이루어진다. 시멘트로 깨지거나 떨어져 나간 부분을 매우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전쟁의 위기를 넘긴 숭례문은 1961년부터 1963년까지 1년 10개월, 약 2년간 전면 해체 공사가 이루어진다. 세 번째 재축이다.

문화재청은 1960년대부터 문화재 보수과정에서 실측조사 사업을 진행해왔었다. 중요한 전환점은 1999년이었다. ‘기록화 사업’이라는 별도 사업으로 중요한 문화재부터 보수공사를 하지 않더라도 정밀실측조사를 통한 기록화를 시작한 것이다. 숭례문은 이 ‘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2년간의 정밀실측조사를 통해 2006년 ‘정밀실측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부재 하나하나의 세밀한 크기와 형태까지 기록한 보고서다. 처음 만들어진 태조 때와 이후 세종, 성종 그리고 대한민국 시기의 중수까지 신축과 재축 공사의 기간이 모두 2년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정밀실측조사 기간이 2년 동안 진행된 것은 우연일까? 정밀실측조사는 그래서 디지털 재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화재가 있었던 것은 불행이지만, 소실되기 2년 전에 정밀실측조사가 마무리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이 조사가 없었다면, 우리는 엉뚱한 모습의 숭례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화재가 발생한 숭례문(2008) © wikimedia.org / Kwangmo

진화 후 숭례문(2008) © wikimedia.org / Otebig

복원 공사 중 숭례문(2008)

숭례문 야경

2008년 방화로 소실되어 진행된 마지막 네 번째 재축(복구) 공사는 2013년까지 5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이전의 재축 공사와 비교하면 2.5배의 기간이다. 그만큼 신중함이 크고 확인의 과정이 필요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이제는 방화로 인한 소실의 충격과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문 것 같다. 숭례문은 명실상부 서울 시민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나라가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뀌고, 한양이 서울로 바뀌었다. 한양도성은 성의 기능을 상실했고, 숭례문도 문의 기능을 잃었지만, 숭례문은 다시 부활했다. 국가와 도시의 흥망을 넘어서 용도와 기능을 뛰어넘는 건축물의 가치가 있다. 숭례문은 또 다른 위기와 어려움이 있더라도 부활을 거듭할 것이다. 그동안 이 연재를 통해 소개한 다른 ‘불멸의 건축’과 함께 숭례문이 서울의 ‘불멸의 건축’으로 영원하길 바란다.

 

글. 신민재 Shin, Minjae AnLstudio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Artech과 JINA에서 실무를 했다. 2011년부터 AnLstudio 건축사사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전시기획에서 인테리어·건축·도시계획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하고 있다. 2016년 젊은건축가(문화체육관광부) 수상자이며, ‘얇디얇은집’으로 서울시건축상(2019)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 겸 골목건축가이다.
shin@anl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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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Our country, the country that only belongs to us

남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국토의 남쪽 끄트머리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이었다.
나는 차창 밖에 가을색으로 물들어 있는 먼산을 바라보다가,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기도 하고.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이런 구슬픈 노래를 듣기도 하였는데… 고작 두어 시간 열차 칸에 갇히는 구속이 달콤해, 건너 편 낯 모르는 수인(囚人)의 열차 탈출 시간이 궁금해지기도 하더라.
철철철철 기차 바퀴가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쯧쯧쯧쯧 삶은 국수 찬물에 헹구는 소리를 시로 적은 문태준 시인의 마음을 가늠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오송이라거나 익산이거나 하는 한 번도 디뎌본 적 없지만 익숙한 이름의 역전 가난한 여인숙에 찾아 들어 그 여인숙 지키는 노파와 새벽 이슥하도록 막걸리나 마시는 공상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그네의 마음이 되어 태평염전에 닿았다. 태평염전은 증도를 우리나라 최초의 슬로 시티로 만든 여의도 두 배 크기, 140만 평 규모의 천일염전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바다와 풀과 하늘과 구름이 넉넉하게 풀어져 있었다. 소금 수확을 끝낸 염판이 반듯하게 누워있고, 오래된 소금창고가 세월을 이고 서있었다. 칠면초와 함초가 갯벌에 만들어 놓은 붉은 물결은 봄꽃처럼 환했다. 오래 전에 보았던 대한항공의 영상광고가 떠올랐다. 그 광고의 배경이 바로 내가 서 있는 태평염전이었다.

자막) 바다에 담아, 햇볕에 덮어두고,

         바람으로부터 얻다.

         하늘 빛깔 소금.

         염전〔신안〕

         우리나라 /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Na)   Excellence in Flight, Korean Air

대한항공_기업PR_TVCM_우리에게만 있는 나라_염전 편_2011

대한항공은 2011년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외국 취항지 광고 대신 ‘한국 캠페인’을 시리즈 광고로 만들어 방영했다. 성산일출봉, 대나무 숲 등의 자연과 경복궁, 단청, 탈춤처럼 한국적 미가 듬뿍 배어 있는 명소나 문화유산이 TVCM의 소재였다. 동시에 ‘당신만의 대한민국을 자랑해 주세요’라는 콘셉트로 고객 참여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고객이 직접 고르고 문안을 적은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를 선정해서 CF로 활용한 것이다. 사람들은 논산훈련소, 나의 가족, 돌잡이 등을 우리에게만 있는 자랑으로 뽑아 응모했다.

자막) 육백년 역사.

         육백년 전통.

         육백년 문화.

         세계의 미래.

         서울〔대한민국 수도〕

         우리나라 /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Na)   Excellence in Flight, Korean Air

대한항공_기업PR_TVCM_우리에게만 있는 나라_서울 편_2011

자막)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빨간 공감대.

         떡볶이〔동네방네〕

         우리나라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Na)   Excellence in Flight, Korean Air

대한항공_기업PR_TVCM_우리에게만 있는 나라_ 떡볶이 편_2011

자막) 너의 이름 대신,

         아들아!

         외쳐본다.

         2년 금방 간다!

         논산 훈련소〔채우리님의 자랑〕

         우리나라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Na)   Excellence in Flight, Korean Air

대한항공_기업PR_TVCM_우리에게만 있는 나라_논산 훈련소 편_2011

대한항공의 ‘한국 캠페인’은 3개월간 80편이 넘게 제작되고 방영되었다. 1주에 무려 7편씩 소재를 개발해 온에어시킨 셈이니 캠페인을 진행한 대행사의 기획이나 제작팀이 무척이나 힘들었겠지 싶다.
강진 청자축제, 목동 야구장, 순천 하늘, 함양, 반곡지, 올레길, 다락논, 남사당패, 대공원, 청보리밭… 당시 캠페인의 소재가 되었던 장소를 하나씩 읽어 본다. 못 가본 장소, 경험 못 한 볼거리가 더 많다. 한 달에 한 곳씩 찾아 간다고 해도 10년은 거뜬히 채울 수 있는 목록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해외 여행길은 막혔지만, 그래서 삼천리 방방곡곡이 새롭게 더 눈에 띈다. 든든하다.

태평염전에서 밤이 깊었다. 가로등도 네온사인도 없는 섬, 달빛에 의지해 더듬더듬 산책로를 걸었다. 나무 데크로 조성해 놓은 산책로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하늘을 보았다. 까만 밤하늘에 단추 같은 별이 촘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나 소리내 불러보곤 했던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오리온 자리가 보였다. 별똥별이 떨어졌다. 몇 년 만에 본 별똥별이던가! 소원을 빌 새도 없이 눈깜짝할 순간이었지만 올해 받을 행운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그 어느 해보다 아쉽고 안타깝게 한 해가 간다. 보고 싶어도, 가고 싶어도 참아야 했던 사람과 장소가 셀 수 없이 많다. 팬데믹이 끝나도 그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는 예고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태평염전에서 만난 딴딴한 천일염 알갱이 때문에, 우리에게만 있는 증도의 갯벌 때문에, 우리 하늘 내 머리 위에서 떨어져 준 별똥별 때문에! 힘들었던 2020년을 위로 받은 기분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방역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만 있는 우리 나라’에 살고 있으니, 12월을 조금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얼굴 못 본 옛 친구들에게 성탄 카드라도 써야겠다.
만나지 못 했지만 잊은 건 아니라고…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진다.

태평염전 낙조전망대에서 바라본 염생식물원과 염전의 모습

https://play.tvcf.co.kr/108318

대한항공_기업PR_TVCM_우리에게만 있는 나라_염전 편_2011_tvcf링크

https://play.tvcf.co.kr/106810

대한항공_기업PR_TVCM_우리에게만 있는 나라_서울 편_2011_tvcf링크

https://play.tvcf.co.kr/109800

대한항공_기업PR_TVCM_우리에게만 있는 나라_떡볶이 편_2011_tvcf링크

https://play.tvcf.co.kr/110354

대한항공_기업PR_TVCM_우리에게만 있는 나라_논산 훈련소 편_2011_tvcf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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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채널로 만나고 경험하는 건축들

Constructions, encountered and experienced on a new pathway

21세기에 들어선 지 20년이 되었다. 단순한 달력의 숫자가 아니라 사회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변화가 점차 피부로 와 닿는 20년이다. 정말 이젠 21세기인 듯하다. 영화를 통해 건축을 이야기 한 이유 중 하나는 1999년 ‘영화 속 건축이야기’ 서문에 언급했듯이 모든 건축을 우리가 만나고,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건축을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영화는 다양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진행된다. 우리는 이에 시선을 두고 감정이입하면서 공감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영화 속의 건축은 우리가 직접 손으로 만지지 않지만, 교묘하게 뇌의 기억과 혼합시켜 실제 경험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이에 주목해서 영화를 통한 건축을 대중에게 이야기하고,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유용한 이해 도구로 활용했었다. 실제 99년 이후 약 10년의 대학 강의에서 설계프로세스의 중요한 방식으로 활용했었고,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충분한 효과를 본 기억이 난다. 그만큼 영화라는 도구는 유용했다.

21세기. 1999년에는 없었던 새로운 정보전달 도구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진화를 거듭하고, 발전했다. 겨우 21세기 시작 20년인데, 우리는 이동하면서도 손안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수많은 뉴스와 영상들을 접한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경험하는 과정을 분해하고 분해하면, 눈으로 읽혀진 시·지각과 경험으로 축적된 정보, 지식이 합쳐져서 결론을 내는 것이다. 비록 손으로 만지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수많은 동영상들이, 다양하게 기록된 우리 뇌 안에서 시너지를 일으켜서 공간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런 시간이다.

손안의 동영상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이다. 건축도 예외가 아니다. 벌써 엄청난 채널들이 가상의 공간을 떠돌아다닌다. 특히 유튜브로 읽혀지는 수많은 채널들은 내게 간접 경험의 시간을 주기도 하고, 환상의 몰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당연히 교육 기능의 매력적인 채널도 존재한다. 경우에 따라서 연출된 동영상은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연출되기도 한다. 영화가 별거랴? 이야기를 가지고 이동하는 건축 자체가 매력적인 이야기 대상이다.

그런 수많은 동영상 중에 내게 건축의 학습도구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전개로 진행되는 채널이 ‘30×40 Design Workshop(www.youtube.com/user/30by40/videos)’이다. 이 신나는 채널은 내게 모형 만드는 법부터 다양한 스케치 등 디자인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이런 것도 영상이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무릎을 치게 된다. 왜 나는 몰랐을까? 그중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Problems and Challenges(2018년에 올린 동영상)을 보면 현역 건축사라면 십분 공감하는 내용들이다. 이 채널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은 ‘Show it Better(www.youtube.com/c/ShowItBetternow/featured)’이다. 비슷한 채널로는 ‘How to Architect(www.youtube.com/user/howtoarchitect/featured)’도 있다. 아주 실질적이고 유용한 것도 많은데, 실무자에게 유용해 보이는 채널도 있다. 채널 이름이 조금 치열하긴 하지만 ‘Survivng Architecture(www.youtube.com/c/SurvivingArchitecture/featured)’도 시청해보면 공부가 많이 된다. 설계공모할 때 참조하면 딱 좋다. 그밖에도 여러 채널들이 있는데 상당수 채널들은 테크니컬한 교육적 접근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술적 교육 채널들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영화처럼 수시로 틀어놓고 “와우!”하고 감탄하길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집 구경 채널만큼 흥미진진한 것이 없다. 조금 거시기 한 것은 이런 채널들은 대체로 부동산 채널이다. 그중에서 가장 취향(?)에 맞는 건축적 구경을 하게 만드는 채널이 있긴 하다. ‘인스 일마이저(www.youtube.com/user/enesyilmazer)’라는 부동산 중개인의 채널인데, 돈을 빼고 집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가끔 초호화 현대식 주택들에서 건축적 디테일과 감흥을 찾아내기도 한다. 다만 이렇게 부동산 가격을 밝혀서 불편함이 느껴지는 경우도 왕왕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건축하는 사람이라면 볼 필요도 있는 듯하다. 결국 설계는 상상의 산물이니까. 부동산 접근이 불편하면 호주와 뉴질랜드의 자연이 수시로 나오는 채널도 있다. 가끔 거실 텔레비전으로 틀어 놓고 아무생각 없이 왔다갔다하다가 눈길을 주고 멈춰 서서 보는 경우가 있다. 특히 대자연과 어울리는 매력적인 건축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수도 없이 많은 건축 작품들에 깜짝 놀란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자하하디드나 안도 타다오만 있으랴……. ‘The Local Project(www.youtube.com/c/TheLocalProject/featured)’라는 채널이다.

로컬 프로젝트처럼 건축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채널 중엔 전통적인 건축 잡지에서 운영하는 채널도 상당하다. 우선 ‘dwell(www.youtube.com/c/dwell/featured)’의 경우다. 워낙에 주택을 중심으로 발간하던 잡지답게 현대적 감각이 뛰어난 주택 작품들이 중심이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건축이라는 것이 주택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이런 채널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건축의 영어명 Architecture를 선점한 채널은 부동산 채널이다. 건축사들이 발이 느린 것? 아무튼 이 채널로 들어가 보면 입이 떡 벌어지는 초호화 궁전 같은 고급 주택들이 연달아 나온다. 보다 보면 뉴포트라는 도시에 있던, 미친 것 같이 화려한 고급 주택들이 등장한다. 궁전이라는 수준을 뛰어 넘는 정도의 고급 맨션들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20세기 초반의 미국 부자들의 집들이다. 상상을 초월한 듯한 이런 고급 맨션들을 보여주는 채널 명칭이 ‘건축(Architecture, www.youtube.com/channel/UCLfVKYLIuywtDYkzw8C0Gig)’이라는 것이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 그럼 조금 더 건축적인 채널들은 없을까? 우리나라 EBS에서 제작해서 호평을 받고 있는 집 시리즈가 있고, 해외 방송이나 다큐들이 올라와 있는 경우도 많다. BBC의 매력적인 다큐들도 그렇고……. 국내외 건축사들이나 학도들이 즐겨 찾는 채널 중엔 인터넷 블로그로 시작해서 수많은 독자를 확보한 ‘Dezeen(www.youtube.com/c/dezeen/featured)’이라는 채널이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돈으로 바른 초호화 럭셔리 주택만 이슈로 하는 것이 아닌 보다 포괄적이고 건축하는 이들이 고민하는 수많은 결과물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채널이다. 이 채널에 등장하는 건축이나 다양한 정보들은 발상의 전환만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최근에 올라온 채널을 보면 아서 마모우 마니(Arthur Mamou-Mani)의 3D 프린트로 제작되는 건축에 대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만들어내는 비정형 건축은 고정된 건축을 넘어서서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사람에 대해 반응하는 건축적 요소들을 찾아내고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특정 주제나 건축에 대한 집중적인 관찰과 사용자들의 행위들을 통해서 한마디로 ‘삶’이 있는 건축에 대한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건축이 사람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대상,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런 시각은 가장 건축적인 접근이 아닌가 싶다. 건축사들의 설계 의도가 어떻게 되었건, 실제 그 공간을 활용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해석과 이용은 사람이 사용하기 전까지 고민하는 건축사들의 입장에서 매우 유용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멕시코에 세워진 Boys and Girls Club in Mexico를 보면 아이들이 공간을, 건축을 어떻게 함께 하는지 보여준다.

물론 건축 전문 채널답게 건축사들의 시선과 이야기도 드러내고 있다. 2020년 10월에 업로드된 프랑스 건축사 장 누벨이 설계한 사우디 아라비아 알루라(AlUla) 사막 리조트가 한 예이다. 사막의 자연 지형과 일체화된 모양의 사막 리조트는 마치 지하동굴처럼 만들어진 SF같은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깊은 사암 절벽 내에 있는 이 리조트는 건축이 드러나지 않고, 원래 있던 자연의 일환으로 스며들어 있는 형태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를 지원하는 클라이언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런 내용이 동영상으로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았다면 책으로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왜곡될 수밖에 없는 정보가 된다. 19세기 말엽 유럽에 전시로 알려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기하학적 스케치는 그의 유소니안(Usonian) 스타일과 유기적 건축관은 사라지고, 전혀 엉뚱한 미학적 해석으로 데스틸을 자극하면서 탄생시켰다. 과장된 이해와 해석이지만, 이동하면서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동영상 채널의 존재는 건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채널명 Show it Better
내용 조금 더 구체적이고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언급이 많음
주소 www.youtube.com/c/ShowItBetternow/featured

채널명 Survivng Architecture
내용 설계공모할 때 참조하면 좋음
주소 www.youtube.com/c/SurvivingArchitecture/featured

채널명 Architecture
내용 20세기 초반의 미국 부자들의 집들
주소 www.youtube.com/channel/UCLfVKYLIuywtDYkzw8C0Gig

채널명 Archidaily
내용 우리나라 건축작품, 프리츠커상 중계 등 다양한 카테고리 보유
주소 www.youtube.com/c/ArchDaily/featured

채널명 30×40 Design Workshop
내용 모형 만드는 법, 다양한 스케치 디자인 등을 다룸
주소 www.youtube.com/user/30by40/videos

채널명 How to Architect
내용 실무자에게 유용함
주소 www.youtube.com/user/howtoarchitect/featured

채널명 enesyilmazer
내용 건축적 구경을 할 수 있는 부동산 중개인 채널
주소 www.youtube.com/user/enesyilmazer

채널명 dwell
내용 현대적 감각이 뛰어난 주택 작품들 중심
주소 www.youtube.com/c/dwell/featured

채널명 Dezeen
내용 포괄적이고 건축하는 이들이 고민하는 수많은 결과물과 이야기
주소 www.youtube.com/c/dezeen/featured

채널명 Louisiana Channel
내용 건축을 비롯해 예술,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 보유
주소 www.youtube.com/user/TheLouisianaChannel

이런 매체와 쌍벽을 이루는 매체로는 ‘아키데일리(Archidaily, www.youtube.com/c/ArchDaily/featured)’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 많은 건축사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들을 올리면서 애용되는 온라인 다 채널이기도 하다. 프리츠커 상을 중계하는 채널이기도 한데,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화하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건축사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쉽게 만나고 접하기 어려운 그들의 육성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도 하고, 국제적 건축계 토론과 내용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그런가 하면 국가별 채널도 운영해서 우리의 시각을 다양하게 확장시켜주기도 한다.

굳이 유튜브로 찾아서 건축을 보는 이유가 건축 경험과 감동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크다. 제작된 언어의 차이는 있지만, 동영상으로 만나는 수많은 건축의 장면들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들의 시리즈 중 하나인 아키데일리 경험(ArchDaily Experience) 코너는 여러 건축 작품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공간의 다양성, 깊이감, 빛에 대한 변화, 확장성 등등 수많은 건축디자인의 요소들을 집중해서 보여주는 디테일적 시각이 있다. 건축이 전체와 부분의 조화와 균형, 리드미컬한 배열 등의 여러 요소들의 집합체라고 할 때, 각각의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이런 부분 부분들에 대한 동영상은 공감과 감정이입을 자극하는 훌륭한 방식이다. 건축에 집중되지 않지만, 예술이나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가진 ‘Louisiana Channel(www.youtube.com/user/TheLouisianaChannel)’ 역시 훌륭하다. 당연히 건축사들 이야기가 있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질투 날 정도의 재능을 가진 당대 최고의 스타 건축사 Starchitect Bjarke Ingels 인터뷰도 보게 되고, 노년에도 끝없는 도전과 모험을 하고 있는 노만 포스터(Lord Norman Foster)를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채널의 다양한 구성은 건축하는 과정에선 서로 다른 자극제이기도 하다.

영화라는 주제로 ‘영화 속 건축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으나, 영화의 형식이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오기도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영상화된 건축의 다양한 시선을 볼 필요도 있다. 오히려 그게 더 유용할 수도 있고, 한발 더 나아가 영상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건축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울 수도 있다.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미 이런 시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Happy Hour!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스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ncslab@ncsarchit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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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칠기삼

A little bit of skill and a lot of luck

맬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는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책이다. 어떤 분야든 하루에 3시간, 10년 동안 연습하면 대가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물론 재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재능을 갖춘 사람들의 경쟁에서는 재능보다 연습의 양이 성공을 보장한다. 이 이론은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이 연구한 결과인데, 맬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노력’이야말로 성공의 열쇠임을 강조하고자 할 때 사람들은 흔히 <아웃라이어>와 1만 시간의 법칙을 언급한다. <아웃라이어>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지만, 늘 이렇게 인용되는 걸 보면 이 책을 정말로 읽은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아웃라이어>에서 내가 느낀 건 재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성공의 비결은 ‘운’이라는 점이다. 글래드웰이 이 책의 첫 장에서 드는 사례는 캐나다 하키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아이스하키를 가장 사랑하는 국가이고 남자 아이들의 경우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하키를 배운다. 그런 캐나다의 프로 리그에서 하키 선수들은 1월, 2월, 3월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1, 2, 3월생들에게 하늘이 하키의 재능을 주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그들이 아주 어린 나이부터 하키를 시작한다는 데 있다.

유소년 팀은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로 구성되고, 그 연령기준이 1월이다. 유년기의 1, 2, 3월생은 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신체적으로 유리하다. 사춘기 이후에는 1월생이든 12월생이든 신체 차이가 사라지지만, 유년기에는 그 차이가 정말 확연하다. 그리하여 키가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연초생 아이들은 비슷한 재능을 지닌, 연말에 태어난 아이들을 압도한다. 연초생들은 지속적으로 승리의 성취감을 경험하고, 연말생들은 패배의 좌절감을 몸에 새긴다. 연초생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빨리 실력을 쌓는 반면, 연말생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좌절감만 쌓이고 자신감도 잃게 된다. 그리하여 비슷한 재능을 가진 캐나다 유소년 하키선수들의 경쟁에서 연초생은 이른바 ‘누적의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법칙에 적용되는 건, 재능과 노력이 아닌 운이다. 어쩌면 노력조차도 개인의 의지라기보다 운이 결정한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경기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많은 공을 세우는 아이들은 용기와 자신감으로 충만하여 하키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에 따라 연습도 더 많이 하게 된다. 발동이 걸리면 멈추지 않고 가게 되는 법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재능과 노력이 3할이라면, 운이 7할이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그는 첫 직장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건축 운동이 일어나고 있던 시카고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건축과 디자인 분야는 어떨까?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예로 들어보자. 라이트는 재능은 물론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그는 경쟁심이 엄청나게 많고, 자긍심이 넘쳐 자신이 다른 이와 비교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는 스스로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아니 인류 역사상 최고의 건축가라고 주장할 정도다. 건축적 재능뿐만 아니라 이런 타고난 경쟁심과 자신감은 그를 위대한 건축가로 만드는 데 분명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또 낭비벽이 심하고 허세로 가득 찬 남자로서 젊은 시절 자기 수입에 맞지 않게 늘 좋은 옷을 차려 입고 고가의 미술품을 사는 등 분수에 넘친 사치를 부렸다. 그 결과 늘 빚에 쪼들렸고, 그것을 갚고자 정신 없이 설계를 했다. 설계사무소 일이 끝나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야 자신의 엄청난 소유욕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열심히 일을 따내고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애들러 & 설리번 사무실에 근무하던 시절 디자인한 월터 게일 주택은 퀸앤 양식으로 디자인되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가장 미국적이며 근대적인 프레리 양식을 개발했다. 프레리 양식의 대표적인 집인 로비 하우스.

이렇게 보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재능과 노력으로 성취를 이룬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와 비슷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없을까? 없을 리가 없다. 20세기를 통틀어 라이트 정도의 재능을 가진 이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트가 독점적으로 가진, 또는 그에게 주어진 독특한 환경은 다른 이들 모두가 누리는 건 아니다. 라이트는 1867년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났다.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것이다. 그가 태어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는 시카고다. 그는 시카고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880년대다. 1880-90년대 시카고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건축 실험의 장이었다. 그곳에서 마천루 양식이 탄생했고, 근대 건축이 태동하고 있었다. 그런 시카고에서도 애들러 & 설리반 회사에서 초기 경력을 쌓았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루이스 설리번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더니즘의 유명한 명제를 말한 이다. 설리번은 시카고 학파 중에서도 최고의 건축사 중 한 명이었다. 라이트는 그로부터 모더니즘의 건축 언어를 배웠다. 특히 설리번은 규모가 큰 빌딩 설계에 매진하느라 주택 설계 일을 라이트에게 맡겼다.

루이스 설리번이 디자인한 카슨 피리 스콧 백화점.

라이트는 결국 미국 모던 건축의 개척자가 되었다. 특히 ‘프레리 하우스(Prairie house)’라는 미국식 주택 양식을 창조했다. 라이트에게 주어진 환경은 그의 성공에 대해 많은 걸 이야기해준다. 19세기 말 시카고라는 도시, 루이스 설리번이라는 스승과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물론 19세기 말 시카고에서 일한 건축사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 유독 라이트가 커다란 업적을 남긴 것을 보면, 그의 재능과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 같은 시기 그와 비슷한 재능을 가진 이가 한국에서도 태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라이트가 태어난 시기와 장소는 분명 그에게 운으로 작용했다.

태어난 시기와 지역은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르네상스는 15세기 피렌체가 있는 토스카나 주에서 만개했다. 르네상스의 위대한 천재들인 브루넬레스키, 보티첼리, 도나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이 토스카나 주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미켈란젤로도 토스카나 주 아주 가까운 곳에서 태어났다. 같은 시대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천재들과 비슷한 재능을 가진 이들은 이탈리아 전역 많은 곳에 분포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르네상스 중심지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다시 말해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이다.

운칠기삼은 환경과 운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것을 말하지만, 그렇다고 재능과 노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운칠기삼은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겸손을 가르친다. 내가 성공한 것의 7할은 운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자뻑’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또 실패한 이들에게는 위로를 준다. 내가 실패한 것은 오로지 나의 재능과 노력의 부족만은 아니다. 운이 나빴던 것이다. 1990년대 이후에 한국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은 그 전에 태어난 기성세대보다 훨씬 적은 기회를 갖게 되는 반면, 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운이 나쁘다. 출세하기가 몇 배는 더 어렵다. 그러니 더 많은 기회와 누적의 이익이라는 행운을 부여 받은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실패에 대해 지적할 권리가 없다. 운빨 좋았던 사람이 운빨 없는 이를 탓할 수 없는 것이다.

 

글. 김신 Kim, Shin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디자인 칼럼니스트로 여러 미디어에 디자인 글을 기고하고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쇼핑 소년의 탄생>이 있다.
kshin2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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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vs 개인 사업자 유형의 선택

Choosing a business type, Corporate vs. Private

건축사사무소를 개업 및 운영을 하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세무적으로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로는 법인사업자로 사업을 할지,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할지이다. 법인으로 진행할 경우 다른 고려 사항은 없고, 대표자만 건축사 자격증을 소지하면 문제가 없다.

법인의 경우 법인세율이 10%∼20%인 반면, 개인의 경우 6%∼42%이기 때문에 막연히 세율로만 보아서는 법인이 유리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것을 고려할 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법인의 장점과 단점

법인의 첫 번째 장점으로는 대외적 영업환경에 따라 업무상의 신인도가 높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개인보다는 법인으로 운영할 경우 상대방(의뢰인)에게 주는 대외 신인도가 높아져 업무 진행에 수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개인의 소득세율보다는 법인의 세율이 좀 더 적기 때문에 단기적인 세금을 줄이는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법인사업자는 회사 내에 자금을 유보시킨 후 재투자를 하게 되므로 개인사업자에 비해 세금상 이득을 얻게 된다.

세 번째 장점으로는 법인의 대표자(건축사)도 근로소득자로 등록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재산이 많아 건강보험 등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대표자의 가족 구조상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지출이 많은 대표자(건축사)는 유리할 수 있다. 또한 법인사업자는 자연인이 아닌 별개의 법인을 새롭게 만들고, 설립하게 되면 개인과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법인 재산으로 경영상 발생하는 책임을 지며, 법인의 대표는 예외적인 책임만 부담하므로 사업상 위험으로부터 개인의 재산을 보호할 수도 있다.

네 번째 장점으로는 건축사가 여러 명이서 업무를 같이 진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지분율 구조를 잘 고려하여 법인으로 진행하는 것이 업무적으로 서로 간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법인의 첫 번째 단점으로는 개인사업자도 마찬가지이지만 법인으로 운영하게 되면 사업상 관련된 모든 회계 처리를 정확하게 진행하여야 한다. 법인 통장 상의 입출금 내역을 명확히 하여 회계 처리에 문제없도록 하여야 한다. 참고적으로 법인 대표이사가 법인자금을 출금하는 경우 가지급금(회사에서 개인에게 빌려주는 것)이 되므로 해당 금액 반환과 함께 적정 이자(4.6%)를 법인통장에 입금하여야 하고, 이를 행하지 않을 경우 법인 대표자에게 지급된 상여로 처리 되어 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두 번째 단점으로는 개인보다 법인의 세율이 더 적을 수는 있지만 향후 법인 대표자가 법인의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내고, 법인 대표자가 배당을 받거나 상여로 받을 경우 추가 소득세가 발생하여 법인세도 내고, 소득세도 내는 구조가 된다. 그러므로 법인의 세율이 적다고 해서 유리할 수는 있지만, 법인에서 소득을 인출할 때의 세금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운영 체계가 유리한지는 단언하기 쉽지 않다.

세 번째 단점으로는 법인을 설립할 때는 법인설립 비용이 발생한다. 법인사업자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등기소에 법인설립 신청을 하여 법인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의 경우 공과금 등 법인설립 비용이 발생한다.

네 번째 단점으로는 법인이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이사회 혹은 주주총회의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하여야 한다.

다섯 번째 단점으로는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경우에는 취득세 중과세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법인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부동산을 취득할 때 중과세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므로 향후 부동산 취득 시 세무전문가와 상의하여야 한다.

여섯 번째 단점으로는 부가가치세 일반과세자인 개인사업자가 신용카드 매출전표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했을 때 발행금액의 1.3%를 연간 1,000만 원 한도로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단, 직전연도 매출액 합계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개인사업자는 제외) 그러나 법인사업자는 매출 규모에 상관없이 신용카드 매출전표, 현금영수증 매출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이처럼 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했을 경우 장점, 단점들이 개인으로 운영하게 되면 단점, 장점으로 적용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먼저 개인사업자로 시작한 후에 어느 정도 규모가 탄탄해지고, 사업으로서의 안정화, 매출액 규모로서의 안정화가 이루어진 다음에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사업을 시작함에 앞서서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많지만 법인으로 진행할지 개인으로 진행할지는 향후 발생될 세금이나, 관리적인 면에서 크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도록 세무전문가와 상의하기 바란다.

 

글. 황규철 Hwang, kyuchul 참세무법인 송파지점 대표 세무사

황규철 참세무법인 송파지점 대표 세무사

현재 참세무법인 송파지점의 대표세무사를 역임하고 있으며, 한국세무사회 청년세무사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경력사항으로는 공인중개사 및 부동산투자자 중심으로 양도, 상속, 증여 관련 부동산 세무 관련 강의를 출강하고 있으며, 한국외식업중앙회 외식업 창업 세무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a931903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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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제도의 기능과 한계

A function and limitation of development permit system in the National Land Planning and Utilization Act

Ⅰ. 글의 첫머리에

토지를 개발하는 문제는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난개발되고, 인접 토지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계획법은 개발행위의 범위를 정하고, 개발행위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발행위의 주된 내용은 건축물의 건축행위와 토지형질변경행위이다. 건축행위는 토지 위에 건축을 하는 것이므로, 토지의 법적 성질에 따라 개별적인 건축행위에 대한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특정한 토지 위에 특정한 건축물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행위에 대한 허가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료=국토교통부 ‘개발행위허가제도 길라잡이’

그동안 개발행위에서 주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모텔을 신축하는 경우, 장례식장 허가를 받는 경우 등이었다. 이러한 경우 단순히 건축법에 의한 건축허가를 받는 것과 달라서 국토계획법에 의한 개발행위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건축허가보다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개발행위제도의 의의, 개발행위허가기준, 허가절차, 개발행위를 허가해주는 처분, 허가하지 않는 처분, 불복절차 등에 관하여 순차로 알아보기로 한다. 특히 건축허가와 개발행위허가의 관계에 대하여 자세하게 검토하기로 한다.

 

Ⅱ. 개발행위허가의 법적 성질

전국의 토지는 한정되어 있고, 토지에 대한 수요는 날이 갈수록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토지의 개발 및 이용은 공공의 이익에 배치되면 안 되며, 무분별한 난개발이 허용되어서도 안 된다.

토지의 개발행위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토지의 용도지역제만에 의해서 규율하는 것은 불충분하기 때문에 국토계획법에서 별도로 토지 전체에 대한 개발행위를 규율하는 것이다.

국토의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한 계획의 수립 및 집행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공공복리를 증진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 국토계획법이다. 국토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하여 국토계획법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계획이 수립되어 시행되고 있다.
국토의 이용 및 관리는, ①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에 필요한 토지 및 각종 시설물의 효율적 이용과 원활한 공급, ② 자연환경 및 경관의 보전과 더불어 훼손된 자연환경 그리고 경관의 개선 및 복원, ③ 주거 등 생활환경 개선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국토계획법은 제5장에서 개발행위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개발행위의 허가절차, 허가기준, 개발행위허가의 제한, 개발행위에 따른 기반시설의 설치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국토계획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구역에 대하여 도시·군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하고, 용도지역이나 용도지구의 지정 또는 변경을 도시·군관리계획으로 결정하며,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시·군관리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려면 미리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지정된 용도지역이나 용도지구에서의 건축물의 종류 및 규모 등의 제한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의 이격거리에 관한 기준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시·군계획의 형식으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 사항이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시·군계획을 수립할 때 적용하여야 할 구체적인 기준을 지방의회가 조례의 형식으로 미리 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발행위허가제도는 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 명령적 행위에 속한다. 이는 상대적 금지를 해제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본래의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개발행위허가는 그 금지요건·허가기준 등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기준에 부합하는지의 판단에 관하여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 영역에 속한다. 그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사실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이 그 판단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6두30866 판결 등 참조). 특히 오늘날과 같이 국민의 환경권과 쾌적한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환경상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분야에서 조례의 형성의 여지가 보다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개발행위허가에 관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지는 이러한 광범위한 재량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행위허가에 관한 세부기준을 조례로 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와 관련하여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토지이용실태와 생활환경 등 구체적 지역 상황과 상반되는 이익을 가진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권익 균형 및 환경권의 보호에 관한 각종 규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국토계획법에 의한 개발행위허가는 대물적 허가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이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의 지위를 승계하고, 이러한 지위를 승계한 상속인은 국토계획법 제133조 제1항 제5의2호에서 정한 개발행위허가기간의 만료에 따른 원상회복명령의 수범자가 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도10605 판결).

 

Ⅲ. 개발행위 절차 및 허가기준

토지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토지의 이용에 관하여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 토지를 이용하여 건물을 짓거나 기타 개발행위를 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개발행위를 하려는 사람은 당해 토지에서 개발행위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행정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토지의 개발행위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도시관리계획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서 국가가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행정관청에서는 국토계획법 및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에서 위임한 조례를 만들어서 개발행위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토계획법은 개발행위로 ①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 ② 토지의 형질 변경, ③ 토석의 채취, ④ 토지 분할, ⑤ 물건을 1개월 이상 쌓아놓는 행위 등을 열거하고 있다. 즉, 토지를 이용하여 건물을 짓거나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거나, 토석을 채취하거나, 토지를 분할하는 행위 또는 토지 위에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를 개발행위로 보고, 이러한 개발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행정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만일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행위를 하면 형사처벌대상이 된다.

개발행위를 하려는 자는 그 개발행위에 따른 기반시설의 설치나 그에 필요한 용지의 확보, 위해 방지, 환경오염 방지, 경관, 조경 등에 관한 계획서를 첨부한 신청서를 개발행위허가권자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시장 또는 군수는 개발행위허가의 신청 내용이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맞는 경우에만 개발행위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하여야 한다. ① 용도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여 개발행위의 규모에 적합할 것, ② 도시·군관리계획 및 성장관리방안의 내용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 ③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에 지장이 없을 것, ④ 주변지역의 토지이용실태 또는 토지이용계획, 건축물의 높이, 토지의 경사도, 수목의 상태, 물의 배수, 하천·호소·습지의 배수 등 주변환경이나 경관과 조화를 이룰 것, ⑤ 해당 개발행위에 따른 기반시설의 설치나 그에 필요한 용지의 확보계획이 적절할 것.

시장 또는 군수는 개발행위허가의 신청에 대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허가 또는 불허가의 처분을 하여야 한다. 시장 또는 군수는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자로 하여금 이행보증금을 예치하게 할 수 있다.

입법 목적 등을 달리하는 법률들이 일정한 행위에 관한 요건을 각기 정하고 있는 경우, 어느 법률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배타적으로 적용된다고 풀이되지 아니하는 한 그 행위에 관하여 각 법률의 규정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러한 경우 그 중 하나의 인허가에 관한 관계 법령 등에서 다른 법령상의 인허가에 관한 규정을 원용하고 있는 경우나 그 행위가 다른 법령에 의하여 절대적으로 금지되고 있어 그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그러한 요건을 고려하여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Ⅳ. 개발행위를 허가하는 행정처분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제56조제1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행위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이 법에 따라 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하거나 다른 법률에 따라 인가·허가·승인 또는 협의를 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나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건축이나 토지형질변경 등의 행위에 대한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는 개발행위를 마치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 또는 군수의 준공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건축물의 사용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발행위허가 또는 변경허가를 할 때에 시장 또는 군수가 그 개발행위에 대한 인가 허가 등에 관하여 미리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사항에 대하여는 그 인·허가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

현행 법제도하에서 개별토지의 이용가능성, 개발가능성에 관하여는 공부상에 등록되는 지목에 의한 지적법의 규율을 받는 외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의 규율을 받는데, 위 법률의 관련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대’ 이외의 지목의 변경에도 사전에 토지 형질변경 허가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해석된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두10232 판결).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자로서 그 처분에 의하여 자신의 환경 상 이익이 침해받거나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제3자는, 자신의 환경 상 이익이 그 처분의 근거 법규 또는 관련 법규에 의하여 개별적·직접적·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이익, 즉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임을 증명하여야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다만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 또는 관련 법규에 그 처분으로써 이루어지는 행위 등 사업으로 인하여 환경 상 침해를 받으리라고 예상되는 영향권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영향권 내의 주민들에 대하여는 당해 처분으로 인하여 직접적이고 중대한 환경피해를 입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환경상의 이익은 주민 개개인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보호되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으로서 그들에 대하여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환경 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되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됨으로써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그러나 그 영향권 밖의 주민들은 당해 처분으로 인하여 그 처분 전과 비교하여 수인한도를 넘는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자신의 환경 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음을 증명하여야만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되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개발행위가 시행될 당해지역이나 주변지역의 주민은 물론, 그 밖에 ‘개발행위로 위와 같은 자신의 생활환경상의 개별적 이익이 수인한도를 넘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음을 증명한 자’는 개발행위허가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을 인정받을 수 있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3두6824 판결).

도시관리계획결정·고시와 그 도면에 특정 토지가 도시관리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음이 명백한데도 도시관리계획을 집행하기 위한 후속 계획이나 처분에서 그 토지가 도시관리계획에 포함된 것처럼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도시관리계획결정을 변경하는 것에 해당하여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당연무효이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두47783 판결).

 

Ⅴ. 개발행위를 허가하지 않는 거부처분

공익목적을 위한 토지이용·개발의 제한은, 그로 인해 토지를 종래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거나 더 이상 법적으로 허용된 토지이용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토지소유자가 수인해야 하는 재산권 행사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개발행위허가의 신청 내용이 허가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개발행위허가신청을 불허가하였다면 이에 앞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불허가처분에 취소사유에 이를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발행위허가신청을 하였는데, 이것이 불허가되면 당초 의도했던 개발행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신청인은 행정청을 상대로 개발행위허가신청불허가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원고가 추진하는 형질변경과 건축물의 용도 및 규모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부지에 건축허가신청 내용과 같은 건축물의 건축을 허가한다면 자연환경을 포함한 주변환경 및 경관과의 조화를 이룬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지에 이르는 도로상황과 교통여건에 비추어 건축을 허가하는 경우 교통체증이나 교통사고와 같은 교통문제를 유발할 우려도 크다. 따라서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한 처분에 사실오인이나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두6181 판결).

갑은 도시지역 내 자연녹지지역에 위치한 잡종지위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자동차수리점)을 신축하는 내용의 건축허가를 받은 다음, 위 자동차수리점을 자동차관련시설(정비공장)로 변경하는 내용의 건축허가사항 변경허가신청을 하였다.

자동차관련시설(정비공장)의 건축은 그 자체가 국토계획법이 정한 개발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변경신청은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의 변경이 의제되는 건축허가사항의 변경허가를 구하는 것이므로, 건축허가권자는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제한 사유로서 국토계획법령이 정한 개발행위허가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여 이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변경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

공장설립 등의 승인이 개발행위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행정청은 이를 이유로 공장설립 등의 승인을 거부할 수 있고, 개발행위허가는 허가기준과 금지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 영역에 속한다.

특히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와 관련하여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토지이용실태와 생활환경 등 구체적 지역 상황과 상반되는 이익을 가진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권익 균형과 환경권 보호에 관한 각종 규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고 한다) 제56조에 따른 개발행위허가와 농지법 제34조에 따른 농지전용허가·협의는 금지요건·허가기준 등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기준에 부합하는지의 판단에 관하여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국토계획법이 정한 용도지역 안에서 토지의 형질변경행위·농지전용행위를 수반하는 건축허가는 건축법 제11조 제1항에 의한 건축허가와 위와 같은 개발행위허가 및 농지전용허가의 성질을 아울러 갖게 되므로 이 역시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그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판단 기준은 사실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이 된다. 이러한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하여는 행정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주장·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두48956 판결).

신고대상 가설건축물 규제 완화의 취지를 고려하면,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발행위허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가설건축물 축조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7두75606 판결).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은 상대방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효과를 수반하는 이른바 수익적 행정처분으로서 법령에 행정처분의 요건에 관하여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한다.

이러한 승인을 받으려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이 관계 법령이 정하는 제한에 배치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그러한 제한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공익상 필요가 있으면 처분권자는 그 승인신청에 대하여 불허가 결정을 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말하는 ‘공익상 필요’에는 자연환경보전의 필요도 포함된다.

특히 산림의 훼손은 국토 및 자연의 유지와 수질 등 환경의 보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므로, 법령이 규정하는 산림훼손 금지 또는 제한 지역에 해당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금지 또는 제한 지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허가관청은 산림훼손허가신청 대상토지의 현상과 위치 및 주위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국토 및 자연의 유지와 환경의 보전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허가를 거부할 수 있고, 그 경우 법규에 명문의 근거가 없더라도 거부처분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두13315 판결).

 

Ⅵ. 건축허가와 개발행위허가의 관계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사람은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정한 규모 이하에 대해서는 허가 대신 신고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건축허가는 법에서 특별한 제한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허가신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허가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건축물의 건축행위는 원칙적으로 국토계획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발행위에 해당한다.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경우, 국토계획법에 의한 개발행위허가를 받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건축법에 의한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국토계획법에 의한 개발행위허가는 재량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건축법상의 건축허가와는 법적 성질이 다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및 그 시행령 제51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건축물(‘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물’ 등)의 건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려는 자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건축법에 의한 건축허가를 받으면 위 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건축법 제11조 제1항, 제5항 제3호).

건축물의 건축이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에 해당할 경우 그에 대한 건축허가를 하는 허가권자는 건축허가에 배치·저촉되는 관계 법령상 제한 사유의 하나로 국토계획법령의 개발행위허가기준을 확인하여야 한다. 국토계획법상 건축물의 건축에 관한 개발행위허가가 의제되는 건축허가신청이 국토계획법령이 정한 개발행위허가기준에 부합하지 아니하면 허가권자로서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이는 건축법 제16조 제3항에 의하여 개발행위허가의 변경이 의제되는 건축허가사항의 변경허가에서도 마찬가지다(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두35762 판결).

건축법 제8조 제1항 본문 제1호는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지정된 도시지역 안에서 건축물을 건축하고자 하는 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축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특정한 대지에 특정한 용도, 규모 또는 형태의 건축물을 건축하는 것이 국토계획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내용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가 선행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건축행정청은 건축허가신청이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어떠한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같은 법령에서 정하는 건축허가를 하여야 하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요건을 갖춘 자에 대한 허가를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2. 11. 22. 선고 2010두229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허가권자는 건축허가를 하고자 하는 때에 건축기본법 제25조에 따른 한국건축규정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다만, 위락시설이나 숙박시설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건축을 허가하는 경우 해당 대지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의 용도·규모 또는 형태가 주거환경이나 교육환경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건축법이나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건축법 제8조 제6항 제3호는 건축법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국토계획법 제56조의 규정에 의한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축법에서 인·허가의제 제도를 둔 취지는, 인·허가의제사항과 관련하여 건축허가 또는 건축신고의 관할 행정청으로 그 창구를 단일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며 비용과 시간을 절감함으로써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것이지, 인·허가의제사항 관련 법률에 따른 각각의 인·허가 요건에 관한 일체의 심사를 배제하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인·허가의제 효과를 수반하는 건축신고는 일반적인 건축신고와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청이 그 실체적 요건에 관한 심사를 한 후 수리하여야 하는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보는 것이 옳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10두14954 전원합의체 판결).

국토계획법상의 개발행위허가로 의제되는 건축신고가 법령상 정한 기준을 갖추지 못한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이를 이유로 그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10두14954 전원합의체 판결).

건축허가 대상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건축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허가권자에게 그 건축물의 건축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한 사전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 ① 해당 대지에 건축하는 것이 건축법이나 관계 법령에서 허용되는지 여부, ② 건축법 또는 관계 법령에 따른 건축기준 및 건축제한, 그 완화에 관한 사항 등을 고려하여 해당 대지에 건축 가능한 건축물의 규모, ③ 건축허가를 받기 위하여 신청자가 고려하여야 할 사항

계획관리지역에 대해서는 ‘도시지역으로의 편입이 예상되거나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제한적인 이용·개발을 하려는 지역으로서 계획적·체계적인 개발·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토계획법 자체에서 이미 계획관리지역에서는 광범위한 건축 제한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토지의 사회성·공공성을 고려하면 토지재산권에 대하여는 다른 재산권에 비하여 강한 제한과 의무가 부과될 수 있으므로 토지의 이용·개발과 보전에 관한 사항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부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국토계획법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목표, 그 실행의 원칙적 기준 등을 법률에서 직접 제시하되 구체적인 수단이나 방법의 형성에 관해서는 대통령령의 입법자에게 비교적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부여한 것은 정당하다.

국토계획법 제56조에 따른 개발행위허가 및 농지법 제34조에 따른 농지전용허가·협의는 그 각 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되어 있어 그 각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에 관하여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국토계획법에 따른 토지의 형질변경행위 및 농지법에 따른 농지의 전용행위를 수반하는 건축허가는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1579 판결).

재량행위에 해당하는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기속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와는 달리 행정청의 재량에 기초한 공익 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해당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을 그 판단 대상으로 하며(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두618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하여는 그 행정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진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누861 판결 등 참조).

 

Ⅶ. 건축을 허가하지 않는 처분에 대한 불복방법

국토계획법이 정한 용도지역 안에서의 건축허가는 건축법 제11조 제1항에 의한 건축허가와 국토계획법 제56조 제1항의 개발행위허가의 성질을 아울러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개발행위허가는 허가기준 및 금지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그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사실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이 그 판단 기준이 된다.

특히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와 관련하여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토지이용실태와 생활환경 등 구체적 지역 상황과 상반되는 이익을 가진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권익 균형 및 환경권의 보호에 관한 각종 규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환경정책기본법은 환경권에 관한 헌법이념에 근거하여,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사업자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한편, 국가·지방자치단체·사업자 및 국민은 환경을 이용하는 모든 행위를 할 때에는 환경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건축신고 반려행위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반려행위의 적법성을 다투어 그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건축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위법한 건축물의 양산과 그 철거를 둘러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는 이유를 들어, 건축신고 반려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10두14954 전원합의체 판결).

국토계획법에서 도시기본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는 지역으로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대하여 개발행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때에는 ‘제한지역·제한사유·제한대상 및 제한기간을 미리 고시’하도록 규정한 취지를 고려할 때, 건축허가신청이 시장이 수립하고 있는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바로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두8946 판결).

건축허가가 용도지역별 건축물의 용도 제한에 적합한지는 허가된 건축물의 용도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 건축법 시행령, 도시계획조례 등의 관련 규정에 의하여 허용되는 용도인지 여부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지, 건축주가 나중에 신축한 건축물을 허가받은 용도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의도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좌우되는 것이 아니고, 건축주가 적법한 용도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허가받은 용도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더라도 무단 용도변경이 문제 될 뿐, 건축허가가 소급해서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두16111 판결).

 

Ⅷ. 토지의 형질변경제도

토지의 형질변경이라 함은 절토, 성토, 정지 또는 포장 등으로 토지의 형상을 변경하는 행위와 공유수면의 매립을 뜻한다. 토지의 형질을 외형상으로 사실상 변경시킬 것과 그 변경으로 인하여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있을 것을 요하지만, 형질변경허가에 관한 준공검사를 받거나 토지의 지목까지 변경시킬 필요는 없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두300 판결 등 참조).

경작을 위한 토지의 형질변경이라 함은 이미 조성이 완료된 농지에서의 농작물재배행위나 그 농지의 지력증진을 위한 단순한 객토나 소규모의 정지작업 등 농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농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토지의 형질변경(경작을 위한 토지의 형질변경을 제외한다)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토계획법 소정의 도시지역 안에서 토지의 형질변경행위를 수반하는 건축허가는 건축법 제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건축허가와 국토계획법 제56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의한 토지의 형질변경허가의 성질을 아울러 갖는다.

토지형질변경허가에 있어서의 설계변경허가는 준공검사 전에 원래의 허가사항이나 설계도서대로 시공하지 못할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그로 인한 위법상태를 방지 또는 시정하기 위하여 거치는 절차로서 종전의 토지형질변경허가의 변경에 해당하는 것일 뿐, 원래의 허가가 실효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발부담금 부과대상이 되는 새로운 토지형질변경허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8. 5. 26. 선고 96누17103 판결).

사전 변경허가 등을 받지 아니한 채 설계도서 등과 다른 시공을 하게 되면 이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허가관청으로서는 그 위법 시설물이나 건축물의 철거 등을 명할 수 있다(대법원 1994. 6. 24. 선고 93누23480 판결 참조).

토지의 형질변경허가는 그 허가기준 및 금지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되어 있어 그 금지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행정청에게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국토계획법에 의하여 지정된 도시지역 안에서 토지의 형질변경행위를 수반하는 건축허가는 재량행위에 속한다.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기속행위의 경우 그 법규에 대한 원칙적인 기속성으로 인하여 법원이 사실인정과 관련 법규의 해석·적용을 통하여 일정한 결론을 도출한 후 그 결론에 비추어 행정청이 한 판단의 적법 여부를 독자의 입장에서 판정하는 방식에 의한다.

재량행위의 경우 행정청의 재량에 기한 공익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은 독자의 결론을 도출함이 없이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을 그 판단 대상으로 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두29202 판결).

도시계획법에 의한 토지형질변경허가에 있어서 허가 신청된 당해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이나 도시계획사업에 지장이 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 등의 판단에 관하여는 일단 행정청에게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

도시계획구역 내 특정 토지의 형질변경 등의 행위로 인하여 산림 및 경관을 훼손하거나 주변의 유사토지에 대하여 개발을 유발하는 파급효과가 있다면 그러한 사정도 그 토지에 대하여 ‘공공목적상 원형유지의 필요가 있는 지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한 가지 기준으로서 참작될 수 있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0두8684 판결).

 

Ⅸ. 토지분할제도

녹지지역·관리지역·농림지역 및 자연환경보전지역 안에서 관계 법령에 따른 허가·인가 등을 받지 아니하고 행하는 토지의 분할은 개발행위로서 특별시장·광역시장·시장 또는 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토계획법이 토지분할을 개발행위로서 규제하는 취지는 국토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것을 방지하고 토지이용을 합리적·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공공복리를 증진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데 있다. 개발행위허가권자는 분할허가 신청의 대상인 당해 토지의 합리적 이용 및 공공복리의 증진에 지장이 될 우려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재량으로 그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국토계획법의 입법 목적은 각 용도지역별로 구분된 토지의 구체적 특성 등에 따라 개발행위허가 등 규제를 함으로써 국토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토지 이용의 합리화를 꾀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이러한 입법 목적과 개발행위허가 대상이 되는 행위의 다양성, 각 용도지역별 토지의 특성과 지역의 개발상황,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른 개발행위허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개발행위허가 대상인 토지분할의 범위나 그 구체적 기준 등 내용을 법률에 빠짐없이 규정하는 것보다 일정한 정도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범위의 토지분할을 개발행위로서 규제하는 것은, 국토계획법의 입법 목적에 따라 토지가 소규모로 분할되어 쉽게 거래의 대상이 됨으로써 국토의 난개발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

토지분할이 개발행위로서 허가의 대상이 된다 하여 소유자의 공유지분 처분이나 그 밖의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므로, 재산권에 대한 통상의 사회적 제약의 정도를 넘어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3. 7. 11. 자 2013아12 결정).

토지분할 조건부 건축허가는, 건축허가 신청에 앞서 토지분할절차를 완료하도록 하는 대신, 건축허가 신청인의 편의를 위해 건축허가에 따라 우선 건축공사를 완료한 후 사용승인을 신청할 때까지 토지분할절차를 완료할 것을 허용하는 취지이다. 건축행정청은 신청인의 건축계획상 하나의 대지로 삼으려고 하는 ‘하나 이상의 필지의 일부’가 관계 법령상 토지분할이 가능한 경우인지를 심사하여 토지분할이 관계 법령상 제한에 해당되어 명백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토지분할 조건부 건축허가를 거부하여야 한다.

개발행위허가권자는 신청인이 토지분할 허가신청을 하면서 공유물분할 판결 등의 확정판결을 제출하더라도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개발행위 허가 기준 등을 고려하여 거부처분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처분이 공유물분할 판결의 효력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두1621 판결).

 

Ⅹ. 개발제한구역내 행위 허가

개발제한구역 내에서는 구역지정의 목적상 건축물의 건축 및 공작물의 설치 등 개발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구체적인 경우에 이러한 구역지정의 목적에 위배되지 아니할 경우 예외적으로 허가에 의하여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있다. 예외적인 개발행위의 허가는 상대방에게 수익적인 것이므로 그 법률적 성질은 재량행위 내지 자유재량행위에 속한다(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두11905 판결 참조).

행정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행정처분이 있을 때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 후 법령의 개폐나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두10883 판결 등 참조).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사정판결을 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28조제1항).

피고인들이 그 소유인 개발허가신청 대상 농지 합계 5,573제곱미터에 관하여 피고인들 명의로 제한면적이 1,000제곱미터인 근린생활시설 부지조성을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추가적인 개발행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되자, 개발행위 의사가 없는 공소외인들의 명의를 빌려 근린생활시설의 설치가 가능한 제한면적 이하로 토지를 가분할하여 형식적인 근린생활시설 부지조성을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한 후 허가를 받아 개발행위를 한 것은 결국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여는 개발허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아 개발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4696 판결).

 

Ⅺ. 글을 맺으며

국토계획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발행위허가제도는 그 내용이 매우 복잡할뿐더러, 건축법에 의한 건축허가제도와의 관련성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련 법령을 쉽게 풀이한 ‘알기 쉬운 개발행위허가 길라잡이’ 책자를 제작해서 배포하기도 한다. 그 내용은, ① 개발행위 허가의 필요성, ② 허가대상, ③ 허가절차, ④ 허가기준 등으로 되어 있다.

허가대상에서는 개발행위의 종류 및 종류별 설명, 허가대상과 허가대상에서 제외되는 경미한 행위, 개발행위 변경, 법률 위반자에 대한 처분 등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허가절차에서는 절차를 도표로 보여주면서 이해를 돕고 있고,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안내하고 있으며, 허가기준에서는 국토계획법상 허가기준과 용도별 개발행위 허가의 규모 기준, 세부 허가기준 등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개발행위에 대한 규제는 엄격해지고 있고, 허가 기준으로서 공공의 이익, 환경보전, 난개발억제라는 사회적 이념이 점점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개발행위를 하려는 사람은 종전과 달리 이처럼 엄격해진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여 사업에 착수하여야 할 것이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8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cdla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