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사를 둘러싼 환경은 괜찮은 것일까?

Is the environment surrounding the architectural history okay?

지상파 방송에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잦아지고 있다. 다양한 건축 관련 프로그램과 이야기가 대중에게 지금처럼 왕성히 전달된 때가 있었나 싶다. 사실 나는 건축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으로 1997년 ‘리빙TV’라는 매체에 반년간 출연하면서 영화와 건축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노력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건축은 건설로 인식되고, 지금도 그렇듯 부동산이나 부실시공 같은 이미지가 우선되었다. 방송 작가나 진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설계를 하는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들이 상대방에게는 놀라움의 대상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반응이 오히려 신기했고, ‘세상이 건축을 정말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서점에는 수많은 건축사들과 건축대학 교수들이 펴내는, 비전문적으로 건축을 다루는 서적들이 넘쳐나고 있다.
유현준 교수를 비롯한 몇몇 건축계 인사들은 이미 연예인 수준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교육전문 방송 채널인 EBS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다양한 모양새의 ‘집’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른 상업방송에서는 빈집 찾기를 한다든가, 색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건축물을 구경하기도 한다. 아마 여기서 더 나아가면 도시와 건축을 다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소득 3만 불 시대 사람들의 태도가 아닌가 싶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의·식·주’의 순서대로 대중들의 관심이 이동한 것 같기도 하다. 한동안 옷을 멋있게 입는 법을 알려주는 다양한 채널과 방송들이 넘쳐났었다. 어떻게 옷을 입으면 주목받는지, 촌스럽지 않은지 등등…. 그러다 몇 해 전부터는 온통 ‘먹방’과 음식 이야기로 가득했다. 주방장들이 방송 스타가 되고, 온갖 프로에 초대받아 등장한다.
이제 드디어 의식주의 순서대로 주, 즉 건축의 시대가 온 것일까?
여기저기 온통 건축 이야기로 가득하다. 건축의 시대가 온 만큼 우리 건축사들은 행복할까? 왠지 이런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19세기 건축사들과 21세기 건축사들은 역량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다. 다만, 19세기 건축사들이 못하는 것 없이 온갖 꿈과 상상을 펼치며 존재했다면, 21세기 건축사들은 왠지 모르게 좁아진 자리에서 몸 둘 바를 모르는 것 같다.
르 코르뷔지에나 루이스 칸은 건축을 다루며 도시를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에는 어느 건축사가 이런 이야기를 할까? 건축사들은 가뭄에 콩 나듯이 도시와 건축 이야기를 드물게 한다. 도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관찰하는 시선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아쉽게도 이런 기회와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 과연 스스로 역할을 축소한 것일까, 아니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일까?
도시와 관련한 이야기에서 빠지니 정책에서도 빠질 수밖에 없다. 도시가 너무 크다면 마을이나 동네로 가보자. 마을이나 동네에도 건축사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건축 문외한들이 도시를 휘젓고 다닌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1970년대 이후 모두 판박이다. 사회구조와 산업구조가 수도 없이 변화했는데, 이와 달리 똑같이 만들어진 도시들은 형편없다.
건축 과정에서도 시공자들이 느닷없이 건축사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공자의 지식과 경험으로 해석하고 협의해야 할 내용조차 건축사에게 밀어 넣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사회에서까지 건축사에게 황당한 문제의 책임을 물으려 한다. 공사 현장에서 쓰레기를 태워도 건축사에게 연락이 오고, 공사 현장에서 사람이 넘어져도 건축사에게 따진다. 그러더니 이제는 건축의 질을 이야기하는 제도를 가지고 ‘건축사를 위하는 법’이라고 따지는 정치인도 생겼다.
우리의 상식이 그들에겐 상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외부 환경 탓을 할 텐가? 이젠 좀 더 적극적으로 우리 스스로 소리치고, 외치고, 알려야 할 것 같다. 이젠 능동적인 건축사가 되어야겠다. 그동안 우린 너무 수동적이었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 군산

군산 구시가를 걸으면 기분이 좋다.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가로는 블록의 크기가 50mx65m 정도이고 도로는 6-10m정도. 오래되었지만 깨끗한 건물의 대부분은 2층 내지 3층으로 아기자기하다. 군산에는 수십년 이어온 산업의 흔적들이 많다. 경암동에 건설된 고려제지철도의 흔적도 그것 중에 하나다. 2008년 이후 지금은 폐선이 된 철도는 철도마을로 관광지가 되었다. 군산은 기억과 재생의 문제를 도시 전체가 담고 있다. 우리는 남아 있는 것의 가치를 알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은 어떤 때는 기억이고, 이제는 상품이다. 그렇지만 기억의 상품화 만으로는 금세 다시 낡아 버릴 것이다. 개발의 속도는 늦추면서 여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새로운 것이 미래에 가치 있는 역사 자산이 될 것이다. 군산의 해망동 판자촌은 한국전쟁이후 피난민이 정착하면서 생겼다. 바다 건너 장항항이 보인다. 한때 소외지역 생활개선을 위한 벽화마을 사업으로 사람들이 찾기도 했지만, 철거되고 재해위험지구로 관리되다가 이제는 해망자연마당이라는 생태 휴식의 공원이 되었다.

,

01 블루오션 창출 계기를 만들고 창의성을 자극하여 찾아보는 숨은 역량과 잠재적 가치

편집자 註

논란이 많지만 일단 건축사가 수적으로 늘었다. 이미 발급한 자격증을 회수할 수도 없다. 반세기 넘게 확보한 건축사 수의 10%가 단숨에 늘어나 버렸다. 국가 자격시험의 기준과 원칙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아무튼 이런 현실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혹자는 건축사 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열변을 토하지만, 자격을 취득한 이의 70% 정도가 개업을 하는 상황이다. 영업이니 비즈니스니 하는 단어에 대한 심사숙고도 없다. 사업자등록증이라는 국세청 발급 사업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세금에 대한 상식도 모자라다. 냉정히 말하면, 시장자본주의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책임은 본인 부담이다. 그런데 사업자등록증을 받는 순간 협회나 조직, 국가나 기관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듣기에 따라서 합리적 불만인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어린애 투정 같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어쩌랴, 수만의 사람들 모두 문제를 심사숙고하며 깊게 고민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은 것을…….
이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험한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자격증을 꿈꾸는 이들의 목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전문직 타이틀을 내걸고 자기 책임 하에 사업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생존의 터에 나온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쟁’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직의 전문분야를 훼손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공급 과잉의 경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문직의 과잉 경쟁은 전문분야의 본질보다 부수적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해 비롯된 경우가 태반이다. 그 첫 번째가 ‘가격’이다. 덤핑은 공급 과잉의 어떤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생존 방식이다. 두 번째는 ‘품질’이다. 문제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며, 이는 초보 시장 참여자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건축사 산업 분야의 업무에는 경험이 풍부한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의 조건들인 ‘명성’ 혹은 ‘브랜딩’이나 ‘작품성’은 극소수 1% 시장의 조건이기 때문에 다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경쟁 궤도를 완화시키고, ‘생존’을 꾀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와 규모,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지는 건축사들이 머리를 맞대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그것은 ‘소규모 건축 시장의 건축사 위탁관리(ACM)’가 될 수도 있고, ‘기획설계 의무화’ 등이 될 수도 있다. 설계비 인정이나 건축사 인건비 기준에 제반 비용을 투입해서 1일 참여 업무의 단가를 백만 원대로 현실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 청취와 시장 규모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01 Project Creating Method waiting you in the face, such as Blue Ocean Strategy

라라랜드 © 판씨네마(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 건축사

신종 바이러스로 외출과 만남이 제한되면서 휴일에 집에 머물며 보게 된 영화,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사랑과 희망, 열정이 있는 주인공이 우연찮게 구사한 블루오션 전략으로 스타가 되는 줄거리다. 다양한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다. 주인공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 찾아서 희망과 열정으로 그 일을 해내는 점이 흥미를 더해준다.
주인공 미아는 배우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중심지 LA에 온 배우지망생으로, 대형기획사 스튜디오의 카페에서 일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디션을 본다. 하지만 늘 캐스팅되지 못한다. 오디션에서 캐스팅되는 배역은 한정적이고, 지망생은 늘 넘쳐나기 때문이다. 열정과 희망으로 일하는 건축사와 비교된다. 프로젝트는 많지 않은데다 선정되는 설계자는 한정되고 참여자는 늘 넘쳐나는 현실이 닮았다.

식당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일하는 미아의 남자친구 세바스찬은 미아를 알게 되고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래서 자기가 추구하는 정통재즈가 아닌 음악을 하는 동료의 밴드팀 합류 제안을 수락한다. 애들이나 젊은 사람들은 외면하고 아무도 안 듣는 재즈를 어떻게 지키냐는 못마땅한 얘길 들으면서도 사인한다. 새로 합류한 밴드팀은 잘나간다. 안정적 수입과 타협이라는 현실적인 대목도 주시할 점이다. 잘나가게 된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오디션 대신 잘 맞는 역할을 직접 하기를 조언한다. 미아는 오디션 참가 대신 스스로 각본을 짜고 주연과 연출을 맡아 희망과 열정으로 수개월 준비한 1인극을 무대에 올렸지만, 관객이 거의 없어 절망감에 빠져들고 끝내 꿈의 도시였던 LA를 떠난다. 시간이 흐르고, 1인극을 본 어느 캐스팅 담당자가 미아에게 경쟁 오디션이 아닌 캐스팅을 제안한다. 여배우 중심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진행형 프로젝트다. 촬영지는 파리, 대본은 없으며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한다. 준비도 하지 않았던 오디션에서 캐스팅된 것이다. 물론 경쟁자는 없었다. 그리하여 미아는 대스타로 발돋움한다.

경제학에서 비슷한 업무와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끼리 경쟁하는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면, 그 속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나 서비스로 창출한 시장은 퍼플오션이라 하고, 아예 경쟁자가 없거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을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한다. 미아는 희망과 열정으로 1인극을 무대에 올려 실패한 듯했지만, 그로 인해 우연찮게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하게 된 것이다.

 

블루오션 시장의 필요성

4차 산업시대에 등장한 비대면이 일상화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쟁자가 많고, 대가가 낮은 현실에 프로젝트 수가 격감하여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건축사는 예술적 자부심이나 기술적 자신감만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 어려워진 시대에, 치솟는 임대료나 인건비에 비해 건축사업무대가는 수십 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건축사업 구성원들의 지속성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늘 추구되고 시도된 건축사 업역의 확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위기의식이 한계에 달했다. 블루오션 시장, 알려져 있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분야, 건축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블루오션 분야를 찾고 창출해야 하는 이유다.

 

수면 아래 잠자고 있는 건축사의 종합조정 및 총괄관리 개념 깨우기

환경이 바뀌고 상황이 변할 때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일하는 환경 또는 사는 환경과 공간을 편안하고 안전하며 아름답게 짓기 위하여 디자인과 기술로 사업기획·설계·공사·건축물생애관리 등의 업무를 종합조정하여 총괄적으로 관리하며, 그 밖의 건축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건축사에 대한 기본적 설명이다. 여기서 종합조정과 총괄적 관리는 설계라는 정보적 실체를 실물적 실체로 구축하는 과정에서의 관리행위를 말한다. 건축주의 목적과 시공자의 이익이 서로 부딪힐 때 설계자인 건축사의 총괄적 관리역량이 매우 중요해진다. 바로 그 관리행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업의 경제성과 효율이 우선되기에 그 업무의 비중이 높을뿐더러, 그 효과 또한 대단해진다. 그러나, 대개 이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무시되어 분쟁이 발생하거나 건축에 대한 불만감이 높아진다. 건축사 업역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역량임에도 발휘되지 않거나, 대다수가 아예 모르고 있다.

건축행위에는 관련 분야를 복합하고 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종합조정과 총괄관리다. 전문화되고 분업화되는 시대에 더욱 필요한, 융복합 개념의 4차 산업시대에 들어맞는 꼭 필요한 방식이다. 이는 건축주와 시공자 간에 흐트러진 견제와 균형을 바로잡고,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명확하게 하여 파트너의 목적을 충족시키고 정당한 권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명문으로만 존재하는 총괄자로서의 건축사의 역할을 살아나게 할 것이다. 수면 아래 잠자고 있는 종합조정, 총괄관리 개념을 깨우고, 이를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는 건축사의 새로운 업역으로 자리할 것이다.

 

숨겨진 것과 비뚤어진 것 바로 세우기

건축사의 업무범위는 설계, 공사감리, 건설사업관리(CM), 그리고 이들 업무와 관련된 부수업무로 규정되고 있다. 공사감리는 감리업무가 전문화·세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용어다. 설계감리, 공사감리 등으로 전문화되면서 감리 본래의 의미가 약화되고 감독의 개념이 스며든 채로 이해되어 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감독의 의미가 감리에 스며들자, 감독이라는 행위는 슬며시 숨겨져 버렸다. 감독과 감리는 그 권한과 책임에서 엄연히 구분된다. 현재는 감리가 감독의 책임까지 떠안게 되어 처벌받는 현실이다. 감독의 권한을 위임하는 책임감리가 아님에도 말이다. 비뚤어진 것임이 틀림없다. 이참에 감리와 감독의 권한과 책임을 구별하고 정확히 다루어야 한다. 건축주의 요구와 의도가 반영, 충족되는 목적물을 가지기 위해서는 감독행위가 필수다. 감리에게 감독의 권한과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 숨겨진 감독행위를 찾아내고, 비뚤어진 감리 개념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감리를 선임하듯 감독을 선임하는 인식체제가 필요하다. 감독업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감독으로서의 건축사 참여를 유발할 것이다. 새로운 업역 창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블루오션 창출 계기를 만들고 창의성을 자극하자

K팝에 이어 한식과 뷰티, 영화 <기생충>, BTS 열풍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창의성으로 극복한 축적된 의식이, 한국인의 예술적 끼를 자극하게 되어 집단화해 임계질량에 도달함으로써 창의성을 폭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 팝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K팝이기에 블루오션 시장이 창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술 집단과 개인이 함께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건축사 집단도 함께 블루오션 업역을 창출할 수 있다.
건축사에겐 자신의 꿈을 좇아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이를 표현하고 창조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자존감이 있다. 이는 위기에 작동하는 창의성을 자극하는 요소이며, 블루오션 창출에 필요한 확실한 도구이다. 이를 위한 계기를 만들고 창의성을 자극하여 폭발시키는 집단의 역할이 필요하다. 또 블루오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이나 분야를 찾아 지속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건축사업 구성원들이 가능성과 지속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떠나간 이들이 다시 돌아와 창의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말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주니까.”
같이 작은 것부터 함께하기를 기대하여 본다. 작은 일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나비효과를 기대하면서.

 

글. 배홍열 Bae, Hongyeol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서준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배홍열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서준·건축사

고려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대우, 서울건축, 경남기업에서 설계·시공·기술개발·주택 및 개발사업 등 국내·해외 PROJECT를 수행했다. 2001년부터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서준을 운영하고 있다.
worldwider@hanmail.net

,

02 건축사의 업역 한계 극복

건축담론

편집자 註

논란이 많지만 일단 건축사가 수적으로 늘었다. 이미 발급한 자격증을 회수할 수도 없다. 반세기 넘게 확보한 건축사 수의 10%가 단숨에 늘어나 버렸다. 국가 자격시험의 기준과 원칙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아무튼 이런 현실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혹자는 건축사 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열변을 토하지만, 자격을 취득한 이의 70% 정도가 개업을 하는 상황이다. 영업이니 비즈니스니 하는 단어에 대한 심사숙고도 없다. 사업자등록증이라는 국세청 발급 사업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세금에 대한 상식도 모자라다. 냉정히 말하면, 시장자본주의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책임은 본인 부담이다. 그런데 사업자등록증을 받는 순간 협회나 조직, 국가나 기관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듣기에 따라서 합리적 불만인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어린애 투정 같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어쩌랴, 수만의 사람들 모두 문제를 심사숙고하며 깊게 고민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은 것을…….
이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험한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자격증을 꿈꾸는 이들의 목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전문직 타이틀을 내걸고 자기 책임 하에 사업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생존의 터에 나온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쟁’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직의 전문분야를 훼손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공급 과잉의 경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문직의 과잉 경쟁은 전문분야의 본질보다 부수적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해 비롯된 경우가 태반이다. 그 첫 번째가 ‘가격’이다. 덤핑은 공급 과잉의 어떤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생존 방식이다. 두 번째는 ‘품질’이다. 문제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며, 이는 초보 시장 참여자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건축사 산업 분야의 업무에는 경험이 풍부한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의 조건들인 ‘명성’ 혹은 ‘브랜딩’이나 ‘작품성’은 극소수 1% 시장의 조건이기 때문에 다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경쟁 궤도를 완화시키고, ‘생존’을 꾀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와 규모,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지는 건축사들이 머리를 맞대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그것은 ‘소규모 건축 시장의 건축사 위탁관리(ACM)’가 될 수도 있고, ‘기획설계 의무화’ 등이 될 수도 있다. 설계비 인정이나 건축사 인건비 기준에 제반 비용을 투입해서 1일 참여 업무의 단가를 백만 원대로 현실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 청취와 시장 규모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02 Overcoming the limitations of the architect’s business area 

세상이 진화할수록 건축사의 업무환경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이 변화를 감지하고 업무환경을 바꾸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건축사법에 따르면, 건축사는 건축사사무소를 개설·신고하여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의 건축사 업을 수행하는 건축전문자격자다. 이렇게 규정된 영역을 보호받고 있는데도 다른 영역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건축사업무도 시장에서 평가받고 가치를 인정받아 경영 전반에 선순환구조를 띠는 최적의 BM(Business Model)을 필요로 한다. 온실에서 보호받는 화초가 자연생태계로 나온다는 말이나, 건축사의 업역 한계를 극복한다는 말과도 같다. 이는 혁신의 본질이다. 건축사의 업역은 건축기획업무에서 중간설계, 실시설계 및 인허가와 시공에 따른 감리업무, 향후 건축물유지관리 및 증·개축, 리모델링·멸실 단계에까지 걸쳐 있는 유기적인 네트워크(Organic Network)에 따른 전형적인 BM이다.

지금은 빠르게 변화하는 혼돈의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기로, 우리는 과거 100년의 변화가 10년 안에 이루어지고, 각각 분리되어 발전해온 과학기술, 경제사회, 인문(人文)이 초융합 발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건축사라는 직업군은 서로에게는 둘도 없는 동료이지만, 선의의 경쟁자로서 상생(相生)을 위한 이기심에 기초를 둔 집단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장기적 관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상생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빵집 주인의 이기심으로 빵이 공급된다는 말과 같이, 건축사도 유기적인 업무(Organic Business)에 익숙해져야 한다. 업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기반으로 한 부분이 전체를 반영한다는 홀론(Holon) 구조와 같이 자기 조직화하여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가장 필요한 것은 조직 없는 조직화(Organizing Without Organization) 작업이며, 이에 의미와 재미가 합쳐지면 목표설정의 120%까지 달성된다고 한다.

급격한 진화에 적응하지 못한 종들은 공룡과 같은 괴멸적인 도태를 당할 것이며, 미래의 환경은 더욱 가속화되고 더 다양화될 것이다. 업역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은 사실 혁신한다는 뜻이고, 이는 불확실한 결과를 얻거나 실패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혁신은 현재와 미래 사이의 갈등 속에서 꽃핀다. 건축사 업역 한계 극복을 위한 진정한 BM이 있을까? 정답은 ‘없다’. 건축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미래기술·지식융합·인문학·지식재산권·기업가 정신에 바탕을 둔 모순되는 문제를 풀기 위한 생각의 도구인 TRIZ적 사고 &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에서 문제를 발견·해결하고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미래예측에도 차이가 많다. IBM의 설립자인 토머스 왓슨은 “세상에 컴퓨터는 5대면 충분할 것이다(1977)”라고 했다. 물론 빗나간 예측이었지만. 레이 커즈와일은 “1990년대 중반에 World Wide Web이 나와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될 것이다(1980)”라 했으며, 2045년에는 AI와의 결합으로 인류의 육체적, 지적 능력이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점에 특이점이 온다고 한다.

따라서 설계와 감리시장에서도 PSS(Product Service System)를 구축해야 한다. 사업을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스토리텔링, 긍정적 피드백, 경쟁, 관계 유지가 중요하며 바이럴·소셜 마케팅, 고객융합 등을 공진화해야 하고 광고보다 홍보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나 중·소규모의 사무소에서 업무를 하는 건축사의 경우 다양한 롱테일(Long Tail)시장에 BM의 목표점을 두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설적으로 된다고 보고 찾으려 노력하면 세상에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건축사의 업역 한계 극복 사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부터는 조심스럽게 필자의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학창 시절부터 건물의 구조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던 터였고, 석사과정(1985~1987) 때 타과 친구들과 구조프로그램을 짜서 여러 건축사사무소에 납품해 돈을 좀 만져본 추억도 있다. 20대 초중반시절이었다. 사실 필자의 경우 친구인 동료건축사들에 비해 설계·감리를 많이 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항상 불안한 것이 건축사로서 나의 삶이었다.

AR3 SYSTEM 이용 사례1_사용 중 건축물에 약 4,000㎡ 지하 증축(부산, 벤츠정비공장)

AR3 SYSTEM 이용 사례2_사용 중 지하 1층~지상 5층 건축물을 지하 2층~지상 14층으로 약8,000㎡ 증축(부산, 좋은문화병원)

행운인지 아닌지 아직은 모르겠으나, 12~13년 전 즈음에 고객에게서 사용 중 건축물에 대한 지하·지상 증축 설계를 의뢰받고 고민 끝에 숙제를 해결하면서 얻은 것이 사용 중 증축·리모델링 브랜드로 탄생한 AR3 SYSTEM이다. 사용 중 건물의 지하·지상 증축 및 리모델링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이는 필자에게는 새로운 업역을 확장한 사례이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이와 관련한 발표 사례가 별로 없다. 중·소 건물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례도 아니었고, 어찌 보면 불모지와 같은 시장이었다. 물론 현재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설계에서부터 일어나는 많은 문제점과 시공상 발생하는 문제점, 실패 원인이 모여 지금의 업역 한계를 극복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짐작하겠지만, 대개가 회피하는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 작은 틈새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남들이 아직 진입하지 않았기에 First Mover가 되었다는 말이다. 시스템에는 사용 중 건물의 지하·지상 증축, 건축물의 부동침하 시 복원, 소음·진동·분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임플란트 기초(Implant Foundation/강관 파일 압입 기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른 지식재산권인 특허도 2020년에만 5건을 획득하였다. 물론 2021년에도 5건의 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시스템은 도심의 중소건물이나 소음·진동·분진을 극히 꺼리는 파일 공사를 하거나 향후 지하 증축과 지상 증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초가 필요한 경우에 딱 알맞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건축사로서 지금까지 몇백 건의 설계·감리를 해왔던 경험에서 발견한 시장이라 생각하고 있다. 또한, 설계·감리·유지관리·시공에 있어 유기적인 업역(Organic Business)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유형의 건축물이 얼마가 있는지는 잘 모르나, 틈새시장을 찾았다는 점과 더불어 지금은 업역 전반에 선순환구조가 필요한 때라 생각하고 있다.

조셉 슘페터는 기업가정신(起業家精神/Entrepreneurship)은 불확실한 미래에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과 열정, 그리고 신념을 가지고 무에서 유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 했다. 건축사 개인이나 조직도 활성화되어야 하지만, 개인 이전에 상대를 인정하는 행동과 나아가 우리를 인정하고 위하는 삶이 기본이 될 때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배 한 척을 만들려거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나무를 해오게 하거나 이런저런 일을 시키려 하지 말고 끝없는 망망한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 주어라”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이 있다. 지금은 현실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며, 자신의 틈새 영역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이 생존전략의 바로 1순위이다.
올해는 다들 건축사의 업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글. 조정래 Cho, Jungrae 종합건축사사무소 삼원 · (주)에이스파트너스 <부산광역시건축사회>

조정래 종합건축사사무소 삼원 · (주)에이스파트너스 건축사·공학박사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자유건축사사무소 및 ㈜태평양엔지니어링에서 실무를 쌓고, 1993년부터 종합건축사사무소 삼원을 운영해오고 있다. 2012년에는 ㈜에이스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일반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300여 건의 설계·감리를 수행했으며, 사용 중 건물의 증축과 리모델링에 특화된 AR3 SYSTEM을 개발하여 브랜드화 시켰다. 또한 신축과 지하·지상증축 시 사용할 수 있는 소음·진동·분진에 특화된 Implant Foundation을 개발해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samwonae2@naver.com · www.ar3system.com

,

03 버리고 변해야 산다

건축담론

편집자 註

논란이 많지만 일단 건축사가 수적으로 늘었다. 이미 발급한 자격증을 회수할 수도 없다. 반세기 넘게 확보한 건축사 수의 10%가 단숨에 늘어나 버렸다. 국가 자격시험의 기준과 원칙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아무튼 이런 현실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혹자는 건축사 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열변을 토하지만, 자격을 취득한 이의 70% 정도가 개업을 하는 상황이다. 영업이니 비즈니스니 하는 단어에 대한 심사숙고도 없다. 사업자등록증이라는 국세청 발급 사업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세금에 대한 상식도 모자라다. 냉정히 말하면, 시장자본주의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책임은 본인 부담이다. 그런데 사업자등록증을 받는 순간 협회나 조직, 국가나 기관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듣기에 따라서 합리적 불만인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어린애 투정 같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어쩌랴, 수만의 사람들 모두 문제를 심사숙고하며 깊게 고민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은 것을…….
이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험한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자격증을 꿈꾸는 이들의 목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전문직 타이틀을 내걸고 자기 책임 하에 사업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생존의 터에 나온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쟁’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직의 전문분야를 훼손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공급 과잉의 경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문직의 과잉 경쟁은 전문분야의 본질보다 부수적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해 비롯된 경우가 태반이다. 그 첫 번째가 ‘가격’이다. 덤핑은 공급 과잉의 어떤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생존 방식이다. 두 번째는 ‘품질’이다. 문제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며, 이는 초보 시장 참여자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건축사 산업 분야의 업무에는 경험이 풍부한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의 조건들인 ‘명성’ 혹은 ‘브랜딩’이나 ‘작품성’은 극소수 1% 시장의 조건이기 때문에 다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경쟁 궤도를 완화시키고, ‘생존’을 꾀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와 규모,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지는 건축사들이 머리를 맞대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그것은 ‘소규모 건축 시장의 건축사 위탁관리(ACM)’가 될 수도 있고, ‘기획설계 의무화’ 등이 될 수도 있다. 설계비 인정이나 건축사 인건비 기준에 제반 비용을 투입해서 1일 참여 업무의 단가를 백만 원대로 현실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 청취와 시장 규모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03 Have to abandon and change to survive 

“설계 때려치우고 싶은데, 할 줄 아는 것이 이것밖에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어 계속한다”, “공무원들한테 갑질 당하는 게 자존심 상한다”, “설계비 깎고 우릴 업자 취급하는 건축주의 말투에 짜증이 난다” 그리고 “내 자식은 절대 건축을 안 시키겠다”,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일찌감치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충고했다”
건축사들과의 대화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전문직의 위기

그럼 당신은 행복하냐고 질문받는다면, 나도 당연히 어렵고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2021년도를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저출산율, 높은 실업률과 폐업률로 중산층은 붕괴되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성실한 경제활동보다는 부동산, 비트코인, 주식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전문직 중 최고라고 하는 변호사는 행복할까? 2020년에 1,768명의 변호사가 시험에 합격하며 변호사 수 3만 명을 돌파하였는데, 급격한 인원 수 증가로 인한 수임료 덤핑과 무리한 수임 활동은 물론 등기와 부동산중개업무 등으로 타 전문직과 마찰을 빚고 있다. 연 매출 2,400만 원 이하 변호사는 증가하는 반면에, 2019년 변호사 총 인원의 11.6%가 소속된 6대 대형로펌의 매출은 국내 법률시장의 37.3%(2조3,720억 원)를 차지하고 그중 김앤장의 매출이 17.2%(1조960억 원)이다. 이에 7급 공무원 공채와 국선변호사, 기업소속 변호사 채용에 많은 변호사가 몰리고, 법무사·행정사·공인회계사·세무사·변리사·공인노무사·공인중개사 등의 타 전문 업역에도 진출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행복해질까 생각해보지만,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 <블레이드 러너>, <미래소년 코난> 등 공상과학 영화 속의 불행한 미래사회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불행한 미래사회가 도래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맥켄지 컨설팅은 2030년에 일자리의 80%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과학·기술과 경제가 발전할수록 개인의 행복은 점점 축소되고 전쟁과 분쟁은 더욱 증가하며 질병과 굶주림의 공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리처드 서스킨드와 대니얼 서스킨드는 그들의 저서 『4차 산업혁명시대, 전문직의 미래』에서 4가지 이유를 들어 변호사·건축사·회계사·의사 등 전문직의 소멸을 예고했다. 첫째로 단순 업무의 비중이 높고, 두 번째로 폐쇄적인 업무영역이 개방적으로 열렸으며, 세 번째는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AI의 등장, 마지막으로 저렴한 전문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의 등장을 근거로 전문직의 소멸을 경고한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건축설계시장이 2010년 19조 원에서 2020년 41조5,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지만, 이제 건축설계시장의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4차 산업혁명의 정보화와 서비스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는 건축설계시장의 양적 감소를 가져올 것이고, 타 분야에서의 진입과 AI 등 사회구조의 변화는 건축설계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건축주가 건축 플랫폼을 통해서 가상현실로 만들어진 수많은 공간을 체험하며 최적의 공법과 공사비를 제안받고, 최종안을 결정하면 단 몇 초 만에 설계와 구조계산, 각종 인허가가 완료되는, 건축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생존을 위한 혁신

2012년 필름산업의 대표주자인 코닥이 파산했다.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한 코닥은 ‘디지털화’란 급격한 환경변화에 뒤쳐서 파산했지만, 후지필름은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사업재편과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하여 의약품, 재생의료, 바이오회사로 변신, 2000년 1조4,403억 엔이었던 매출이 2018년 2조4,400억 엔으로 급성장했다. 맥켄지 컨설팅은, 기업의 평균수명이 1935년 90년, 1975년 30년, 1995년 22년에서 2015년에는 15년으로 떨어졌고, 글로벌 장수기업들은 ‘시기적절한 변화’로서 미래 경쟁력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체질 개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의 본질까지 바꾼다고 하였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서, 초일류 글로벌 기업들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변신하고 있다.

타 전문직 분야도 고유 업역 안에서 안주하지 않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변호사 분야에서는 사업자전용 B2B 법률 플랫폼은 물론 B2C 부동산중개서비스 플랫폼까지 운영되고 있고, 대형 로펌은 송무 등 고유업역에서 비송무업역(금융·자본시장, 조세, 공정거래, 중재·국제분쟁, 인사·노무, 특허·상표·지식재산권)의 매출 비중을 확대하고, 스타트업조직을 구성해 판교와 해외 ICT 중심지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있다. 의사는 바이오메디컬산업분야에 진출하고 연구의사(의사과학자)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구글·페이스북·네이버 등에서는 의사를 채용하고 있다. 공인회계사의 경우, 2025년부터 변경되는 시험제도에 사전학점 이수 총 24학점에 정보기술 3학점 신설을 도입하고, 실무연수에 IT 관련 교육 확대 등을 통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도 혁신하여야 한다

건축사법에 의하면, ‘건축사’란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행하는 건축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 등 소정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되어있다. 즉 건축사의 업역은 건축물의 설계, 감리 그리고 기타 관계 업무로 되어있다. 과거의 고유 업역에 안주하고 독점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칠수록, 어려운 설계시장의 현실극복과 건설사와 감리전문회사 등 다른 분야에서의 업역 침입을 막아낼 수 없다. 눈앞에 닥친 AI 시대의 인간의 삶과 사회구조의 급속한 변화에 건축사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 없을 것이다. 구한말 개항의 파도에 수동적으로 무기력하게 대처하여 나라를 잃은 아픔을 당한 것처럼, 혁신의 파도 앞에 수동적, 내부지향적으로 응급조치만으로 대응하여서는 우리의 생존권을 잃어버릴 것이다. 스스로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건축설계 시장과 건축사를 창조하여야 한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 기지를 건설하여 인류이주계획을 추진하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2D 설계에 머물러 있지 않는가.

건축사 업역 한계 극복을 위한 혁신의 방법으로 건축사의 전문화를 제안한다. 사회구조의 변화, 경제규모의 확대, 각종 법률·제도의 변경, 건축주의 요구조건 상향과 변화로 건축설계 업무는 더욱 복잡해지고 책임과 의무가 증가하였다. 건축사 혼자 수주/경영, 디자인/설계, 감리와 기타 업무 등을 완벽히 할 수 없다. 건축학교육 인증프로그램에 구조와 시공 과목이 빠져있고, 3년 실무수련과정 후 배출되는 건축사는 증가하고 있으며, 건축사의 재교육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라떼’를 말씀하시는 건축사들과 철근배근을 검측 못하는 건축사들, 계약서류를 작성 못하는 건축사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해체감리와 건축물관리점검 등 새로운 업역에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완벽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건축사가 몇 명이나 될까? 올해부터 비상주감리도 고차원의 업무능력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전문의처럼 전문건축사 제도는 없지만,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전문적인 건축사 업역에 집중하여야 한다. 건축사 업역을 디자인 건축사와 엔지니어 건축사, 슈퍼바이져 건축사로 구분하고 각 분야별로 최적의 조직과 업무영역을 구성하여야 한다. 디자인 건축사는 기획, 계획설계를 기본으로 부동산개발과 영상미디어 등의 영역으로 확대하고, 엔지니어 건축사는 실시설계와 신공법, 디테일, 신자재를 개발하고, 구조·전기·기계설비 등을 포괄한 엔지니어 분야는 물론 해양플랜트, 우주기지건설까지 업역을 확대하여야 한다. 슈퍼바이저 건축사는 시공감리, 해체감리, 석면감리 등 감리와 에너지 및 BF 인증, 건축물관리점검, 시설물(부동산) 관리 등의 업무는 물론 건축인허가 민간대행업무까지 수행하여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혁신으로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다. 위기의 시대에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혁신이다. 과거의 ‘건축설계’와 ‘건축사’의 패러다임을 모두 버려야만 생존할 수 있다. 타의에 의한 혁신이 아니라 스스로의 파괴적 혁신만이 건축사의 살길이다.

 

글. 정형봉 Jung, Hyungbong 건축사사무소 이인건축 <대구광역시건축사회>

정형봉 건축사사무소 이인건축·건축사

경북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공학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경북대학교 겸임교수이자 건축사사무소 이인건축의 대표로, 대구광역시건축사회 및 대구경북건축가회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설계공모 당선작으로는 경북기계공고 다목적공연장, 안동다목적체육관, 문경보훈회관, 창녕공설납골당, 거창대학교 국민체육관 등이 있으며, 주요작품은 성주선남성당, 앞산행복플랫폼, 불로파출소, 대구남구장애인재활센터 등이 있다.
ein0403@naver.com

,

04 대한건축사협회의 인공지능 전략과 실행이 필요할 때이다

건축담론

편집자 註

논란이 많지만 일단 건축사가 수적으로 늘었다. 이미 발급한 자격증을 회수할 수도 없다. 반세기 넘게 확보한 건축사 수의 10%가 단숨에 늘어나 버렸다. 국가 자격시험의 기준과 원칙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아무튼 이런 현실적 상황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혹자는 건축사 수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열변을 토하지만, 자격을 취득한 이의 70% 정도가 개업을 하는 상황이다. 영업이니 비즈니스니 하는 단어에 대한 심사숙고도 없다. 사업자등록증이라는 국세청 발급 사업 권한을 부여받으면서 세금에 대한 상식도 모자라다. 냉정히 말하면, 시장자본주의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책임은 본인 부담이다. 그런데 사업자등록증을 받는 순간 협회나 조직, 국가나 기관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듣기에 따라서 합리적 불만인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어린애 투정 같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어쩌랴, 수만의 사람들 모두 문제를 심사숙고하며 깊게 고민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은 것을…….
이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험한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자격증을 꿈꾸는 이들의 목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전문직 타이틀을 내걸고 자기 책임 하에 사업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생존의 터에 나온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쟁’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직의 전문분야를 훼손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공급 과잉의 경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문직의 과잉 경쟁은 전문분야의 본질보다 부수적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해 비롯된 경우가 태반이다. 그 첫 번째가 ‘가격’이다. 덤핑은 공급 과잉의 어떤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생존 방식이다. 두 번째는 ‘품질’이다. 문제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며, 이는 초보 시장 참여자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건축사 산업 분야의 업무에는 경험이 풍부한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의 조건들인 ‘명성’ 혹은 ‘브랜딩’이나 ‘작품성’은 극소수 1% 시장의 조건이기 때문에 다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경쟁 궤도를 완화시키고, ‘생존’을 꾀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와 규모,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지는 건축사들이 머리를 맞대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그것은 ‘소규모 건축 시장의 건축사 위탁관리(ACM)’가 될 수도 있고, ‘기획설계 의무화’ 등이 될 수도 있다. 설계비 인정이나 건축사 인건비 기준에 제반 비용을 투입해서 1일 참여 업무의 단가를 백만 원대로 현실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 청취와 시장 규모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04 It is time for the Korea Institute of Registered Architects (KIRA) to plan and implement artificial intelligence strategies.

전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웹진 자료를 보면 2016년 3월 알파고의 바둑 경기 우승을 시작으로 2026년에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Machine Interface)가 가능하다고 한다. 사람의 뇌에 작은 칩을 넣어 사람의 판단을 도와주는 것이다. 2030년 이후는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차세대 AI 기술로의 발전을 계획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기업의 70%가 인공지능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며 인공지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AI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은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 선제적 투자를 통해 민간의 자생적 경쟁력을 높이고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를 우선순위로 하려는 것이다. 중국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정을 만듦으로써 정부 주도로 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의 대규모 투자, 인력양성을 추진하고 특정 기업을 지정해 특화 플랫폼을 육성하고 있다. 영국은 AI 섹터 딜(AI Sector Deal)을 만들어 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글로벌 기업 유치, AI 환경 구축, 인력양성 등 5개 분야별 정책을 수립하였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전략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력 세계 1위를 목표로 핵심기술 확보와 신개념 반도체 개발에 전략적인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릴 때부터 쉽고 재미있게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배워 모든 연령, 직군에 걸친 전 국민의 기초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체계 구축이다. 세 번째는 최첨단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세계적 수준의 전자정부를 넘어서 인공지능 기반 차세대 지능형 정부로 탈바꿈하여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이 혜택을 모든 국민이 고루 누릴 수 있도록 인공지능 윤리 정립, 일자리 안전망 확충 등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시대를 만드는 정책 노력이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잘 발전시키고 산업화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규제보다는 혁신을 더 장려하는 문화가 된다면 전 세계인이 아마존, 구글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을 바라보고 존경하는 날도 곧 올 것이다. (출처: 인공지능 국가전략)

 

매력적인 도시 디자인과 건축 정책의 방향

건축산업은 그 국가와 도시의 격을 높인다.
건축은 기간산업으로서 사회적, 경제적, 정책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건축계에서는 큰 불평과 한탄이 흘러나온다. 2019년 기준 전체 건설산업 매출 227조 원 중에서 건축은 163조 원을 차지했다. 토목과 산업 설비, 조경을 모두 더해도 64조 원이며 이중 순 토목은 43조 원에 불과하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건설업 수주액-기성액 연도별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건축은 아파트 건설 항목을 제외하고도 토목, 설비, 조경에 비해 단연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큰 중추인 자동차, 정유 산업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규모이다. 건축산업은 토목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국가의 문화적 기틀을 시각적으로 현실화시키면서 마스터플랜을 통해 미래의 가시적 청사진을 제안한다. 현 사회 속에서는 국민의 삶의 질과 생활의 만족도가 건축산업과 연계된 주거, 교육, 복지, 공공시설 및 환경을 통하여 결정된다. 또한 경제 성장과 함께 커온 건축산업에 의하여 확보된 국가 기술경쟁력은 건축산업에서 주목받는 초고층, 유명 건축물, 유네스코 유적 등을 통하여 세계에 한국건축문화를 인식시키고 있다. 이렇게 건축산업은 그 국가와 도시의 질적 변화를 꾀하는 데 핵심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각종 심의·인허가 제도의 문제점

“건축물 인허가 제도는 우리나라만이 가진 특수한 규제이다. 다양한 규모의 재산권이 걸린 건축물 인허가를 두고 많게는 40여 건에 가까운 심의를 거치니 여러 부조리한 사건과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당장 가능한 것부터 건축 인허가권을 폐지하여 반드시 부조리와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이다.” – 승효상 前국가건축정책위원장
이는 전문가가 참여한 지역건축안전센터에 허가권을 부여하자는 제안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부동산대책 통합심의 활성화를 시·도에 시달(2020.11.13.)’한 바 있다. 사업 계획 승인을 받으려는 자가 통합심의를 신청하는 경우 공동위원회를 구성, 도시계획·건축·교통·경관 등 사업승인과 관련 심의를 통합하여 사업 계획 개별 심의로 인한 사업 기간 장기화 등 민원인의 애로 해소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건축 인허가, 심의, 사업승인의 AI 시대

지금 대한민국은 알고리즘에 의해 조합되는 사회다. 알고리즘은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절차의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오늘날 알고리즘에 가장 열광하는 사람들은 정보통신업계에 몰려 있다. 이른바 ‘엔지니어링의, 엔지니어링에 의한, 엔지니어링을 위한 문화’를 갖고 있는 구글의 알파고, 아마존 알렉사, GE 프레딕스, IBM의 왓슨이 선두 그룹에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신이 아니다. 알고리즘은 인간의 영역에서 평가를 받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알파고 AI의 학습 효과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사용해 바둑을 익힌다. 딥러닝은 머신러닝의 하나로 자율학습을 통해 컴퓨터가 스스로 패턴을 찾고 학습해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별도의 기준을 정해주지 않는 대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하며 학습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알파고 2.0의 경우 10만여 개의 바둑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했던 기존 알파고 1.0과 달리 기보 없이 스스로 바둑을 학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AI 기술을 건축물의 인허가, 사업승인, 에너지 절감, 신약 개발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 스마트시티 시대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에 따른 자원 및 인프라 부족, 교통 혼잡, 에너지 부족 등 각종 도시문제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시 인프라 확충 대신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저비용으로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문제의 효율적 해결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스마트시티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선진국·신흥국 모두 도시혁신의 새로운 모델로 스마트시티를 추진, 산·학·민·관의 협업을 기반으로 데이터 중심 플랫폼을 구축하여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건축 인허가, 인증, 심의, 승인 과정의 알고리즘 개발

각종 심의 과정의 알고리즘은 건축, 경관, 도시, 교통, 지구단위, 개발행위, 문화재, 소방, 구조 등이 있다. 이에 따른 알고리즘은 ①에너지절약설계기준 ②에너지소비총량제 ③에너지절약형친환경주택건설기준 ④공동주택소음방지대책 ⑤건강친화형주택건설기준 ⑥결로방지설계기준 ⑦범죄예방건축기준 ⑧장수명주택인증 ⑨공동주택성능등급인증 ⑩녹색건축인증 ⑪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 ⑫제로에너지빌딩인증 ⑬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 ⑭지능형건축물인증 ⑮일조환경분석 ⑯교육환경평가 ⑰저영향개발사전협의제 ⑱수질오염총량관리제 ⑲빛공해방지심의 ⑳지하안전영향평가 ㉑소방성능위주설계심의 ㉒구조안전심의 등 22개의 가짓수가 있다. 이 절차 기간은 425~480일이 소요된다(FKI전국경제인연합회). 알파고 AI의 알고리즘 가짓수 361!은 인간의 단위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2.6×10⁸⁴⁵승의 무량대수이다. 이에 비해 건축법 시행령 「별표1」 29개의 대분류 용도별 각종 심의, 자문, 인증, 협의 등에 따른 체크리스트를 만들면 다 합한 가짓수의 알고리즘은 총 1만 개도 안 될 것이다.

 

인허가, 각종 심의 AI 도입 시대

대한건축사협회에 제안한다. 의사가 간호사에게 심의를 받고 수술하지 않으며, 판사가 입회서기의 심의를 받고 판결하지 않는다. 건축사는 언제까지 무자격자에게 심의 받고 인허가와 사업승인을 받아야 하는가? 지금이 바로, 인간이 별도의 기준을 정해주지 않는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해 주는 알고리즘 AI에 의한 인허가, 심의, 사업승인을 득해야 할 때이다. 4차 산업혁명, 스마트시티 시대의 경쟁력 있는 정책을 대한건축사협회가 견인하는 변곡점으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건축법」 제11조(건축허가) 제4항에 의하면 허가권자가 건축허가를 하고자 하는 때에 ‘「건축기본법」 제25조 한국건축규정에 따라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이미 입법이 되어 있다.

인공지능 드론 택시는 5년 뒤 실행을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인공지능 산업이 점점 발달하고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대한건축사협회도 그에 맞추어 자기계발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글. 이창율 Lee, Changyul (주)지에이 건축사사무소 <광주광역시건축사회>

이창율 (주)지에이 건축사사무소·건축사

(주)GA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장 및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국건축정책학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감사로 활동 중이다.
25년간 건축을 강의해오면서 다수의 설계공모를 통한 작품, 공동주택 설계를 수행했다. 각종 심의위원 활동과 더불어 그와 반대로 심의를 수차례 직접 받으면서 몸소 뼈저리게 느꼈던 불합리한 점과 절차들을 정리하여 이번 담론을 통해 제언을 하게 됐다.
globaleng@empas.com

,

“건축의 울타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건축계 새로운 이정표 만드는데 최선_석정훈 회장

“For everyone in the fence of architecture to coexist…”
Setting a new milestone in the architectural world

석정훈 회장 SEOK, Junghoon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제33대 회장 당선인

지난 1월 15일, 석정훈 건축사(주.태건축설계 건축사사무소)가 60.0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한건축사협회 제3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협회 직선제 도입 3회 만에 탄생한 첫 연임 회장이다. 1월 19일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을 직접 만나 연임의 의미와 더불어 추진 정책, 협회 운영방안에 관해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먼저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직선제 최초의 연임 회장이 되셨는데,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회원의 뜻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협회의 숙원인 의무가입도 딱 중간 단계에 와있고, 회원들의 최대 관심사인 건축사 자격시험과 관련한 여러 문제, 그다음 우리가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은 내부의 잘못된 관행들을 이번에 깔끔히 마무리하라는 회원들의 요구였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난 3년의 임기보다 훨씬 큰 부담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지난 선거와 이번 선거 모두 60%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Q 그간 총력을 기울여 추진해온 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법 개정안’ 법안심사가 곧 시작됩니다.

의무가입은 마무리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의무가입을 통해 어떤 목표를 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추진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의무가입이 마치 우리 협회에 국한된 일인 양 비치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유관 단체와의 협의, 설득 과정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건축계 문제가 지난 몇 년간이 아니라 오랜 기간 뿌리 깊게 누적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무가입을 달성되고 난 후에 우리 협회가 제도를 어떻게 정착시키느냐입니다. 그에 따라 건축계가 하나로 화합하는 대통합의 계기를 만들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의무가입제를 안착시켜 협회뿐만 아니라 현업에 있는 건축사, 건축사보,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건축의 울타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협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협회와 유관 단체들은 모두 각기 건축계에 기여하는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서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돼야 건축계 전체가 발전합니다.
어떤 공동체나 집단이든 위계나 역할이 있는데, 건축계는 서로의 역할이 불분명해 각각 이 일, 저 일을 하다 보니 서로 간 갈등을 유발하는 구조입니다. 시너지가 나기보다 도리어 마찰 혹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불러오는 문제가 생깁니다. 의무가입을 통해 다른 단체를 지원하고, 각 단체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더 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협회가 할 일입니다.
건축사 대통합 시대를 여는 것, 이를 실현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를 3년 임기 안에 해결하는 것이 연임 회장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Q 의무가입 추진 의의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관심 있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나 동료의 상황을 헤아리기 쉽지 않습니다. 건축사라는 직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지속적으로 업무량은 감소하고 이에 반비례해 일을 해낼 사람들은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건축사 중에서 사회인으로서의 어떤 역할이나 기능과 관련해 최소한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회원들이 상당수 있는데도, 그런 점이 크게 와닿지 않는 거죠. 일부 소위 말하는 엘리트 집단, 능력 있고 일 제대로 하고 대접받는 건축사 입장에서는 다른 측면을 바라보기가 힘든 겁니다.
우리가 다 같이 건축사 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돼야 그 위에서 우리가 사회적 역할도 하고, 문화적 측면에서 기여도 하고, 사회적 인식과 역사관도 갖고 노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의무가입은 우리가 건축사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보다 충실히 수행하고, 그에 합당한 평가와 전문가로서 신뢰·가치를 인정받는 것에 목적을 둡니다.

 

Q 의무가입 실현 후 추진해야 할 보완책으로는 무엇이 있는지요?

건축사 고유업무 또는 우리가 가진 전문적 지식의 가치를 헐값으로 떨어뜨리는 일. 이를 우리 스스로가 관행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대가 없이 기획업무 또는 설계 상담을 해주는 것, 우리가 이를 제도적으로 바로잡지 않으면 막 건축사가 돼서 부푼 꿈을 안고 건축사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크나큰 좌절을 안겨주게 됩니다. 올바르게 살아가고 싶어도 따라주지 않는 현실에 고립되고, 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시류를 따라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2011년 무렵 지역건축사회장을 맡으면서 이 문제를 바로잡고자 ‘기획설계등록제’를 시도했습니다. 궁극적으로 회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도리어 협회 회원이 아닌 건축사에 일감을 넘겨주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하나 되지 않고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 스스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의무가입이 반드시 되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건축사로서의 최소의 기본은 갖추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 1월 14~1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석정훈 회장이 제33대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Q 건축사의 업무 대가와 관련하여 공공부문은 어느 정도 정상화됐으나 민간 대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현실적인 대가에 관한 협회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민간대가 제정에 앞서 먼저 건축사의 업무에 대한 정의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게 우선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삶과 직결된 일이기에 공공의 영역에 해당하는데, 안타깝게 우리 스스로도 공인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고 사회에서도 우리를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가로 보지 않고 있죠.
가령 의사의 경우 누군가가 수술을 받기 위해 여러 의사에게 견적을 받아 비교하여 진료 또는 수술을 받고 있나요? 공적인 일을 담당한다면 그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과 대가가 수반돼야 하는데,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설계 대가는 30년 전과 비슷하지만, 실제 업무량은 그때보다 족히 2~3배, 그 이상 늘어났기에 이대로 가다간 부실 설계, 부실 공사가 불 보듯 뻔하고, 그러다 보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건축사의 업무에 대한 공적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와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우리가 제시하고 그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겠죠.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해서 제대로 된 통계나 사례를 만들어 협의하고 설득해나간다면 민간대가 제정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수많은 건축 관련 법들이 제·개정되고 있는데, 현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을 만들 때 전문가들이 개입되지 않고, 개입되더라도 소수에 그치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현업에 있는 전문가 단체의 의견 청취 과정이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부에서는 사건·사고가 생길 때마다 서둘러 대책을 만들다 보니 계속 새로운 법을 만들게 되고, 당장의 해결에만 몰두해 법도 누더기가 돼버립니다. 지금처럼 소수 개인의 의견을 수렴해 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협회 조직을 완전히 개편해 법안 제·개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하고, 국토부와는 정례적으로 우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계획입니다. 협회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서 본 협회를 법제도 개선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Q 건축사시험 횟수가 연 2회로 변경되고, 작년 서울의 건축허가 수보다 건축사 수가 많아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험과 관련해 지역에 있는 회원들은 심각한 사무소 인력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는 예비건축사들이 꿈꾸는 건축사에 대한 비전과도 연결됩니다. 지금 많은 건축사들이 자괴감을 갖는 것은 건축사로서 가져야 할 자부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대해 협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뼈아프게 생각합니다.
5년제 대학을 나와 3년의 실무수련을 거쳐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을 때, 과연 그 정도의 경력으로 전문성을 갖춰 건축사로서의 업무가 가능할까 하는 부분에서 의문이 있습니다. 5년제 건축학과 학생 취업률이 20% 미만에 불과한데, 5년제 대학 도입 취지가 무색한 셈입니다. 그리고 4년제 건축학과에 입학하는 학생 중 졸업 후 자격시험 응시조건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건축사시험 응시 기회는 확대돼야 하며,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서 사무소를 꼭 개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 다양한 곳에서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동시에 건축사가 사무소를 개업하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와 기준을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의 과목별 합격제가 건축사시험의 수준을 낮추는 원인 중 하나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물론 수험생 입장에서는 협회 정책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건축사가 가져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 측면에서 보면 시험제도는 마땅히 개편돼야 합니다. 협회는 학계 등과 논의해 제도 개선을 추진해 시험제도를 개편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회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의무가입만이 우리가 사회로부터 공적인 역할을 하는 공인으로서의 대접을 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의무가입을 처음 추진할 때 외부에서 반대 의견이 컸었고, 여러 염려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제도를 잘 정착시켜 건축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며,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순 없지만 새로운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건축사의 대통합·화합의 장을 열고,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협회의 사명에 최선을 다하여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토록 하겠습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

수려한 금수강산을 만들어 낸 한강Ⅰ

Han River,
creating beautiful scenery Ⅰ

태백산맥에서 발원하여 강원도·충청북도·경기도·서울특별시를 동서로 흘러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강. 본류의 길이는 514킬로미터로 우리나라에서 압록강·두만강·낙동강 다음의 네 번째이고, 유역 면적은 2만6,219제곱킬로미터로 압록강·두만강 다음이다.
한강은 본류가 둘로 나뉘어지는데, 북한강 수계와 남한강 수계로 구분한다. 강원도 금강산 부근에서 발원한 북한강은 남류하면서 금강천(金剛川)·수입천(水入川)·화천천(華川川)과 합류하고, 춘천에서 소양강(昭陽江)과 합류한다. 그리고 다시 남서로 흘러 가평천(加平川)·홍천강(洪川江)·조종천(朝宗川)과 합친 다음,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대덕산(大德山)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남류하면서 평창강(平昌江)·주천강(酒川江)을 합하고 단양을 지나면서 북서로 흘러 달천(達川)·섬강(蟾江)·청미천(淸渼川)·흑천(黑川)과 합친 뒤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을 합류한 한강은 계속 북서 방향으로 흐르면서 왕숙천(王宿川)·중랑천(中浪川)·안양천(安養川) 등의 소지류를 합류하여 김포평야를 지난 뒤 서해로 들어간다.
무려 일천 삼백여 리를 흘러가며 대한민국의 북부지역의 역사, 경제, 국민의 젖줄이 되어 우리의 역사를 이루며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일구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강이기도 하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한강의 발원지로 금대봉골에 자리 잡고 있다. 금대봉 기슭의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멍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 검룡소에서 다시 솟아나와 514킬로미터의 한강발원지가 되는 곳으로,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가 하루 2~3천 톤(ton)가량 용출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흐른 물줄기로 암반이 깎인 탓에 물이 흐르는 형상이 흡사 용이 용트림을 하는 것 같다 하여 검룡소라 명명되었다 한다.

동강은 영월읍 동쪽을 흐르는 하천이라는 뜻으로, 정식 명칭은 조양강이다. 또한 영월의 서쪽으로 흐르는 서강의 정식 명칭은 평창강이다. 동강과 서강이 영월에서 만나 비로소 남한강을 이루는데, 이들 강은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 한반도지형 등의 수려한 풍광을 연출하며 한강의 지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 동강(조양강) · ▼ 서강(평창강)

도담삼봉
단양 시내에서 제천 방향으로 3킬로미터 정도 남한강을 따라가면 맑은 물이 굽이치는 강 한가운데에 세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는데, 바로 도담삼봉이다. 푸른 강물 위에 기암괴석이 모두 남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데, 가운데 봉우리(중봉)가 가장 높고 각각 남과 북에 낮은 봉우리가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중봉은 주봉으로서 장군같이 늠름한 형상을 하고 있고, 남봉은 교태 어린 여인에 비유되어 첩봉 또는 딸봉이라 하며, 북봉은 이를 외면하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 처봉 혹은 아들봉이라고 한다.중봉에는 현재 삼도정(三嶋亭)이라는 육각정자가 서 있다. 삼도정은 세 봉우리와 어울려 한층 더 경관미를 돋보이게 한다. 1766년(영조 42년) 단양군수로 부임했던 조정세(趙靖世)가 처음으로 이곳에 정자를 짓고 능영정(凌瀛亭)이라 이름 지었다.

괴산호 횡단교량
괴산호는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에 위치한 호수이다. 괴산군 중심가로부터 남동쪽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671제곱킬로미터, 저수량은 1천5만 톤(ton)이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이 남한강에 이르는 과정에 괴산군 칠성면에서 담수호수를 이루는데, 빼어난 풍광을 여러 골골에 숨기고 있는 호수이다. 산막이 옛길과 충청도 양반길을 연결하는 등산로 곳곳에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며 볼거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연하협 구름다리
연하협 구름다리(출렁다리)는 괴산호를 가로지르며 산막이 길과 충청도 양반길을 연결하는데, 건너면서 출렁이는 다리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스릴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멋스런 교량이라 할 수 있겠다.

팔당댐
팔당댐은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 그리고 경기도민의 식수원지인 곳으로 댐에 설치된 폭 20미터, 높이 16.75미터의 15개 수문은 대한민국에서 처음 채택된 저낙차 밸브형 발전을 가능하게 하며, 텐더식 수문으로는 동양 최대 규모이다. 1973년에 준공, 연간 발전은 3억3,800만 킬로와트시(kWh)의 다목적 담수호로 주변에 두물머리, 다산문화관 등의 관광지가 있어서 경기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도 하고 있다.

여주보
여주보는 세종대왕의 능이 있는 여주시 능서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종대왕의 업적 중 하나인 자격루를 재해석하여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보의 말단에 위치한 세종광장에는 해시계 앙부일구의 형태로 광장을 조성해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념하고 있다.

▲ 이포보 · ▼ 이포보전망대 이포보는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에 있으며, 항해하는 듯한 전망대 형상이 매우 독특한 경관을 갖고 있다. 또한 보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물의 상부는 백로의 날개 위에 알을 올린 형상으로,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

용어@건축 02 돌(石)

Term@Architecture 02
Stone

architectural terms 건축용어
우리나라 건축용어 중에는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어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 연재에서는 필자가 이해하기 어려웠거나 호기심이 크게 생겼던 표현들을 소개하고, 그 어원과 출처를 추적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보다 적절한 표현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계기를 갖고자 합니다.

 

슬레이트

‘슬레이트’라는 말을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낡고 여기저기 깨진 흔적이 있고, 아무도 살지 않을 것만 같은 집이 떠오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슬레이트’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은 1972년 농촌 새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초가지붕을 개량하라’는 지침이 만들어지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6년 만에 목표였던 250만 동을 넘어 270만 동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교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은 이미지였지만, 곧 상황이 반전된다. 슬레이트에 첨가된 석면이 심각한 발암물질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은 1980년대부터 건축자재에 석면 사용을 금지했고, 1990년대에는 국가가 주도하여 석면이 들어있는 부분을 모두 철거했다. 국내에서도 2009년 석면에 대한 수입과 제조가 법으로 전면 금지되었고, 2011년부터는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는 지원 사업이 시작됐다. 이렇게 ‘슬레이트’는 매우 부정적인 재료가 되었고, ‘슬레이트 지붕’은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정작 ‘슬레이트’라는 단어는 ‘슬레이트 지붕’이나 ‘석면’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검색창에 ‘슬레이트 지붕’과 ‘slate roof’를 각각 검색하고 이미지들을 비교해보자. ‘슬레이트 지붕’으로 검색된 이미지는 우리가 처음 떠 올렸던 것과 비슷한 낡은 지붕들이다. 반면, ‘slate roof’로 검색된 이미지는 단정하고, 고풍스러운 모습의 지붕 이미지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슬레이트 지붕’은 ‘slate roof’가 아니다. 누명도 이런 누명이 없다.

 

Corrugated Asbestos-Cement Sheet 석면 시멘트 골판

우리가 알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이 ‘slate roof’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답을 찾고 싶다면, 이 재료의 성분과 제작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슬레이트 지붕은 포틀랜드 시멘트에 석면(asbestos)을 10~20% 정도 혼합하고, 골 형태의 형틀에 고온 고압으로 찍어낸다. 인장력을 석면으로 보강한 시멘트 판이다. 저렴하고 강도도 적당하며, 불연재인 시멘트 골판은 뛰어난 성능과 경제성으로 196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런데 함유된 석면이 발암물질인 것이 확인되면서 생산과 사용이 중단된 것이다. 이후 식물성 섬유인 셀룰로스(cellulose)를 보강재로 사용한 CRC(cellulose reinforced cement) 제품이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패널이나 보드 형태로 제작된 CRC 제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성분과 특성을 이해하면 우리가 ‘슬레이트 지붕’이라고 알고 있는 재료는, ‘석면 보강 시멘트 골판’ 정도의 이름이 적합하다고 공감될 것이다. 이 재료에 ‘슬레이트’라고 이름을 붙인 우리의 용어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지붕개량 전(1973년) © 새마을운동중앙회

지붕개량 후(1973년) © 새마을운동중앙회

‘슬레이트 지붕‘ 검색 결과 © google

‘Slate roof‘ 검색 결과 © google

옛 슬레이트 지붕

못으로 고정하는 슬레이트 지붕

클립으로 고정하는 슬레이트 지붕

돌너와 – 신광사 대웅전 © 전라도닷컴

돌너와 – 영모정 © 이종근의 한국문화 스토리_Daum 블로그

돌너와 – 어은공소 © 가톨릭인터넷 굿뉴스(catholic.or.kr)

slate roof : 점판암(粘板岩) 지붕

슬레이트(slate)는 점판암(粘板岩)의 영문명이다. 점판암(粘板岩)은 점토(粘土)가 굳은 암석인데 넓적한 판(板) 형태로 쉽게 떨어져서 예부터 지붕재료로 사용했다. 그래서 영문으로 slate roof를 검색하면 다양한 돌지붕 이미지가 검색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60~70년대 단독주택 지붕에 이 슬레이트(점판암)가 종종 사용되었다. 경사진 콘크리트 지붕 슬라브 위에 방수층과 모르타르로 보호층을 만들고, 가공된 슬레이트(점판암)를 못으로 고정했다. 이런 습식 구법의 슬레이트(점판암) 지붕은 거의 사라졌는데, 최근에는 클립으로 고정하는 건식 구법이 도입되면서 슬레이트(점판암) 지붕이 다시 사용되고 있다. 1972년 새마을 가꾸기로 농촌의 초가지붕을 석면 시멘트 골판으로 교체하면서, 슬레이트(점판암) 지붕의 이미지로 포장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멀리서 눈을 지그시 감으면 색깔은 얼핏 비슷해 보이기는 한다.

 

돌 너와 : 지붕을 일 때 사용하는 널 모양의 돌조각이나 나무 조각

국내에서도 점판암(slate)이 생산된다. 지붕재료로 사용되는 돌조각이나 나뭇조각을 전통건축에서는 너와라고 하는데, 돌 너와가 바로 슬레이트(점판암) 지붕이다.

신광사 대웅전(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13호)
영모정(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5호)
전주교구 진안 본당 어은동 공소(등록문화재 제28호)

성수산 주변 돌너와 위치(■ 영모정, ◆ 어은공소, ● 신광사 대웅전, ▲ 성수산)

돌 너와를 사용한 문화재 3개를 지도에 표시해보니 행정구역은 서로 다르지만, 세 건축물 모두 전라북도 성수산(1059m) 기슭에 있었다. 무게가 무거운 돌 너와는 먼 거리를 운반하기 어려웠을 테니, 널리 사용하지 못하고 채석이 가능한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서양과 동양은 물론 우리나라의 옛 건축에서도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 사용되었던 슬레이트(점판암) 지붕이 지금처럼 부정적 이미지의 건축재료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도끼다시

적절히 평가받지 못하고 싸구려 취급을 받고 있는 억울한 재료가 하나 더 있다. 80~90년대 지어진 학교의 복도에 널리 사용된 ‘도끼다시’다. 이 ‘도끼다시’는 무슨 뜻일까? 도끼다시는 ‘갈아서 광이나 윤을 내다’라는 뜻의 일본어 ‘토기 다시(とぎだし [研ぎ出し])’의 우리식 발음이다. 재료를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물갈기 또는 광내기 (polishing) 가공방법을 지칭하는 용어다. 적당한 크기의 골재를 모르타르에 섞어 바닥이나 벽에 바르고 굳으면, 골재가 드러날 정도로 표면을 갈아내는 과정으로 시공하니 ‘토기 다시’라고 불렸고, 이 용어가 ‘도끼다시’로 고착되었다. 도끼다시는 ‘화강석 물갈기’처럼 물갈기한 대상을 붙여 ‘OOO 물갈기’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일본식 용어여서 부적절하다는 것이 아니고, 가공방법을 지칭하기 때문에 재료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옛 도면에서도 이것을 ‘테라조 물갈기’라고 표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끼다시’는 ‘테라조 물갈기’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테라조(TERRAZZO)

그렇다면 ‘테라조 물갈기’의 ‘테라조’는 무엇인가? 테라조(TERRAZZO)는 다양한 색깔의 종석을 모르타르와 섞어 바른 후 표면을 연마하여 가공한 인조석을 지칭하는 용어다. 대리석을 생선전에 비유한다면, 테라조는 어묵과 비슷하다. 어묵에 야채나 문어를 넣어 풍미를 더하는 것처럼, 테라조는 종석(chips)으로 대리석이나 색깔 있는 돌조각 또는 유리 같은 반짝이는 재료를 섞기도 한다.

테라조의 구성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있었던 모자이크 장식이 변형되어 18세기 베니스에서 완성된 이 복합 재료는 종석(chips)으로 형형색색 알갱이를 사용해서 아름답기도 하고, 표면을 가공하는 숙련공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가의 건축재료였다. 베니스 최고 권력자의 공간이었던 두칼레 궁을 방문한다면, 발아래로 시선을 돌려보자. 궁전 곳곳의 바닥이 테라조로 꾸며진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에 전기로 작동하는 물갈기 기계가 도입되면서 단가가 낮아졌고, 저렴한 화강석을 종석으로 사용하여 더욱 저렴해져 국내의 학교 복도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리석 종석을 사용한 것과 학교 복도를 비교하면 화려함이 덜 한 것이 사실이지만, 가장 못난 테라조만 보고, 테라조라는 재료가 싸구려라고 폄하하면서 스스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베니스 두칼레궁의 테라조 바닥

서울 중림동 태림빌딩 바닥(1970년)

아름다운 테라조의 부활

두칼레 궁의 테라조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아름다운 테라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축물의 바닥에 테라조가 많이 적용되었는데, 모르타르의 색에 변화를 주며 다양한 패턴으로 꾸미거나 색깔 있는 돌, 유리, 금속을 종석(chips)으로 넣어 장식하기도 했다. 공장에서 일정한 크기로 제작한 테라조 판을 외벽과 바닥에 붙여 장식하기도 했다. 황동 줄눈을 현장에서 가공해 층수를 표시하며 솜씨를 뽐낸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과감한 색의 종석을 사용한 이색적인 테라조도 판매되고 있으며,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종석을 지정하고 주문 생산도 할 수 있어서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테라조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의 테라조 사용

슬레이트 지붕과 도끼다시(테라조)처럼 잘못 사용되어 널리 퍼진 용어를 바로잡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거나 도입할 때 적절한 용어와 이름을 사용하는 인식이 필요하겠다.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서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가 될까 싶어 오늘도 조심스럽다.

 

글. 신민재 Shin, Minjae AnLstudio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Artech과 JINA에서 실무를 했다. 2011년부터 AnLstudio 건축사사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전시기획에서 인테리어·건축·도시계획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하고 있다.
젊은건축가상(2016,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건축문화상 특별상(2017, POP하우스), 충남건축상 최우수상(2017, 서산동문849),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2018, 양평시옷(ㅅ)집), 서울시건축상(2019, 얇디얇은집),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특선(2020, 제이슨함갤러리)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다.
shin@anlstudio.com

,

다양한 집 이야기

Many house stories

누군가에게 집은 달콤한 로맨스가 펼쳐지는 매력적인 장소이기도 하고, 어쩌면 두렵고 무서운 곳이기도 하다. 같은 집에서 서로 다른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기도 하고, 일평생을 살아온 집은 그 자체로 그 사람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영화 <업> 포스터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집’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오래전부터 애증의 관계가 형성된 삶터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부동산. 이 단어로 전환되는 순간 사람들의 애증과 희로애락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한숨과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는 통에 부동산은 1960년대 정치적 사회 문제의 주제가 되었고, 1970년대와 1980년대도, 1990년대를 지나 2020년대에도 여전히 핫이슈다. 부동산과 집이라는 단어는 분명 서로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동일한 건축 형식을 띈다. 그러나 사용되는 단어에 따라 이 동일한 건축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는 판이하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서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들어선 지금도 부동산 이슈는 여전하고, 오히려 정치적 주제로까지 확산되었다. 심지어는 없어도 될 심리적 계급 갈등의 출발지가 되기도 한다. 집은 과연 무엇일까? 집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비판적 시각으로 본 재테크 수단으로써의 부동산인 집과, 동시에 아련한 정서적 대상으로서의 집이다. 이 두 가지는 동일한 건축을 달리 바라보는 시각이다. 감정과 이성으로 봐야 할지, 물욕과 서정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집이 이렇게 우리 삶을 휘두르는 것은, 어쩌면 집이 그만큼 중요한 대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만 건축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삶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설명하곤 했다. 이는 서구나 우리나 매일반인 듯하다.

집은 인간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축인 동시에 잉여 자산으로써의 재테크 수단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상이기 때문에 항상 수요가 있는 것이고, 수요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과 기대를 채워가는 상품으로써 수요를 자극해서 구매 희망자를 늘리고 이를 통해서 집값이 다시 오르는 원리가 작동되고 있다. 그런 대상이 바로 집이다. 때문에 마냥 집을 서정적이고 아련하게만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하게 생각하거나, 불온시할 이유는 없다. 왜냐면 그런 현상 자체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삶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속 한편에는 뭔가 집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그것은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시간 때문인 것 같다.

영화 <업>의 한 장면. 아무리 낡고 오래된 집이라도, 주인공에게는 일평생 희로애락을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깃든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으면 사회적 관심 소재가 건축으로 나타난다는 말처럼, 최근 유독 방송에서 건축을 소개하는 코너가 늘어났다. 건축의 수많은 유형 중에 집이 중심이 된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집은 우리에게 공기처럼 익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 매체에서는 집을 주제로 한 여러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EBS의 ‘건축탐구-집’이라는 프로그램은 그동안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정서적인 집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삶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에 수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반응하기 시작했고, 상당한 시청률이 나오면서 장수프로그램화 되고 있다.

우연히, 즐겨보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원도 고성의 화재가 발생한 동네에 직접 설계한 집을 소개하게 되었다. 내가 고스란히 설계한 집 외에도 불탄 이후 재건된 고성의 여러 집과 함께 하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여러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문득 2009년의 만화 영화 <업>이 떠올랐다. 재개발한 복판에 고집스럽게 버티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영화로,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진지한 질문을 주제로 담고 있다.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주인공의 집은 사별한 아내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단지 목재와 기와, 페인트로 마무리된 건물이 아니라 매 순간의 다양한 기억을 함께 한 동반자인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만나고, 아이를 갖지 못하는 시련을 겪고, 웃고 떠들다 세월이 지나 홀로된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그곳은 하룻밤 머물며 자는 호텔이 아닌,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곳이다. 그곳은 기억이며 존재 자체다. 그러니 개발 업자들이 아무리 팔라고 해도 팔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을 팔라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업>의 이런 스토리는 이성적으로 충분히 이해되지만, 평균 정주기간이 4.5년인 우리나라 동시대 사람으로서 뼛속까지 전달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고성에서 만난 몇 분의 집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말 집은 동반자이고 자식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태어나 결혼하고, 자녀를 장성시키고, 손자를 보는 70대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온 집. 그 집이 불타 사라질 때 느꼈던 심정적 아픔이 이야기를 듣는 내내 절절했다. 외아들을 잃고 떠나온 새로운 동네에 정착한 노부부, 타지로 떠나 자수성가해서 본인의 고향 근처로 온 노부부, 모두의 이야기는 <업>과 다를 바 없었다. 아무리 멋지고 깔끔한 새집이 주어진다 해도 아련한 시간과 기억이 있는 낡고 오래된 집과 같은 감정이입은 쉽지 않았다.
아! 집은 이런 것이었다. 정체성 그 자체인 셈이다.

<시월애>의 한 장면. 주인공들은 같은 장소, 다른 시공간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호숫가에 거대하게 지어진 화려하고 세련된 집은 허무한 곳이다.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작은 아씨들>에서의 집은 네 자매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놀면서 웃고 떠들고, 때로 싸우기도 하는 등 성장기를 거치며 서로 같은 경험, 또는 다른 기억을 쌓아올린 장소다. ©소니픽처스코리아

하지만 누군가에게 집은 허무하고 허전한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 삶과도 같다. 이룰 수 없는 시간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 영화 <시월애>처럼 멋진 곳이지만 만날 수 없는 운명의 그 또는 그녀가 존재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숫가에 거대하게 지어진 화려하고 세련된 집은 허무한 곳이다.
똑같은 호숫가 또는 바닷가인지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누군가의 집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달콤한 곳이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집은 달콤한 로맨스가 펼쳐지는 곳이다. 사랑과 기대의 로맨스가 넘치는 곳일 경우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이 집이다. <작은 아씨들>의 이야기 배경 역시 집이 중심이다. 따뜻한 벽난로에 옹기종기 모여서 왁자지껄 떠드는 곳이다. 사람의 감정은 다양하고, 삶이 다양한 것만큼 집 역시 다양하다. 백인백색(各人各色)의 이야기와 표정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집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집이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섣부르다.

집이 항상 아름답고 로맨틱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의 삶이 고통스럽고 힘든 것만큼 그들의 집 역시 마찬가지다. 때로는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 <양들의 침묵>에서 나오는 집은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하고 멋진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잔혹하고 끔찍한 곳이다. 집이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이유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잘 노출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가정에서의 끔찍한 아동 학대 사건들이 뉴스에 나오고 있다. 이런 대부분의 학대 중 70%가 친부모 가정에서 벌어진다고 한다. 가장 안전하고 쉴 곳이라 생각했던 집이 가장 두려운 공간이 되는 순간이다.

집은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기도 한다. 재작년 전 세계적인 화제 속에 흥행에 성공한 우리 영화 <기생충> 역시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하녀>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영화에서, 집은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면서 사회의 계급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계급 공간이다.
<남아있는 나날>이라는 영화에서 거대한 저택은 철저한 계급으로 구성된 공간을 보여준다. 지하에 있는 하녀들과 집사들의 공간은 그들만의 분리된 세계로 지상과는 철저히 다른 작업 동선이 구성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지상층에 있는 위 계급이 부르면 달려갈 수 있도록. 사실 계급적 시각에서 이런 공간 구성을 보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이지, 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서비스를 하는 사람의 동선으로 본다면 당연한 구성인지도 모른다. 미술관이나 백화점이 작업 동선과 관람객과 소비자의 동선을 겹치지 않게 구성하는 것과 동일하다. 미술관이나 백화점의 서비스 동선은 벽으로 구성되어 관람객이나 소비자들이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형식은 디즈니랜드의 배치에서도 나타난다. 디즈니랜드의 작업 동선은 철저하게 관람객과 마주치지 않도록,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등장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기생충>의 지하와 반지하는 당연한 곳일 수 있다. 그것은 위생 배관처럼 필요하지만 드러날 필요 없는 서비스 공간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일하는 또는 보여주는 주방은 화려하고 세련되었다. 주인이 세련된 주방에서 얼마나 일을 할까? <기생충>에서 불을 다루는 사람은 가정부이고, <남아 있는 나날>의 주방 역시 하녀들이 일하는 곳이다.
이렇게 공간의 이면들을 생각하다 보면 양반집의 구조도 생각하게 된다. 고위직 양반의 가옥에서 부엌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다. 온갖 노동의 일선에는 하인들이 있었을 테니까. 그렇게 본다면 뒷간처럼 냄새나고 복잡한 곳은 한편으로 외진 곳에 있거나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다. 우아한 정경부인이 매번 팔을 걷어붙이고 아침 저녁상을 만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이런 시선으로 한옥을 보니 새삼 다르게 보인다. 우리가 그토록 멋지고 우아하게 보던 매력적인 한옥은 노동이 배제된 지적 유희의 공간이었던 셈이다. 물론 다수의 사람은 그 안에서 노동을 했을 터이지만…….

<양들의 침묵>에 나온 집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를 떠나서, 누군가에게는 집이 두려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 오라이언 픽처스

이번 고성 화재를 겪은 한 집은 1944년 지어진 한옥이었다. 솜씨 좋은 할아버지가 직접 목수들과 만든 집으로 집주인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할아버지가 지은 집에서 태어난 어르신은 자신의 대에서 불타버린 집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이야기 도중에 눈물을 보였다. 반면에 평생을 노동하고 소여물을 주며 고생했던 아주머니는 그런 그리움보다는 새로 지은 주택의 편리함과 따뜻함에 감사하고 있었다. 대조적인 이 두 사람의 모습은 인터뷰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멋진 새집에 있으면서, 불타 사라진 집의 스케치를 드리자 눈물을 보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집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까?
어쩌면 정의를 내리는 것이 무모한 일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영화 속 배경으로 나오는 집들의 다양함과 다양한 역할처럼, 집도 수백만 가지의 모습과 정의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집은 집이다. 그게 맞는 말 같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스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ncslab@ncsarchite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