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건축 콤플렉스

Good Architectural Complex

개인적으로 여러 번을 들어도 이해되지 않는 말이 ‘좋은 건축’이라는 표현이다. 최근 건축계 여기저기서 이런 표현이 사용되는 것을 보니 어리둥절하다. 그래서 ‘좋다’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무엇의 모습, 성질 또는 내용이 뛰어나 마음에 들다”라고 되어 있었다.
이 표현은 객관적 상태를 말하기보다 주관적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일상에서 ‘좋다’라는 가치 기준이 첨예한 해석의 대립을 가져올 정도로 심각한 단어나 표현은 아니다. 보편적 시각에서 ‘좋은 사람, 좋은 제품, 좋은…’ 등으로 다양하게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표현을 어떤 구호나 목표, 또는 기준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지는 의문이 든다.
좋은 건축(?)이라는 표현은 과연 누구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일까? 대충 평가가 좋은 대상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어떤 평가의 기준으로 ‘좋은~’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을 인정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보면, 한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살고 있는 시골의 오래된 초가집은, 누추하지만 이들에겐 남의 집 헛간보다는 좋은 집이다. 그들에게 좋은 건축이다. 좋은 건축은 이렇듯 다분히 주관적인 표현이다. 이를 자칫 잘못 사용하면, 20세기 중반 선진 산업 국가들이 맹목적으로 강요하고 추종했던 유리 사각형 건축이 될 수 있다. 사계절 내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중동에 지어진 뜨거운 유리 건물들은 지역적 감성과 역사, 문화에 대한 무지가 낳은 결과물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좋은 건축’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다. 내가 좋다고 해서 남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평가와 가치의 기준에 따라서 ‘우수한’ 혹은 ‘최적의’ 건축이라는 표현은 설득력이 있다. 건축은 ‘기능적 기준’에서 우수한 것일 수도 있고, ‘예술적 기준’에서 우수한 것을 말할 수도 있다. 또 기능에 치중해서 예술적 표현이 무시된 건축이나, 반대로 예술성에 치중해서 기능이 무시된 건축도 있다. 그런 건축은 실제로 건축사(建築史)에 등장해 비평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여러 건축상을 받은 경우도 많다. 이런 건축들은 어떤 시각에서 ‘좋은 건축’일 수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값비싸게 낭비된 ‘나쁜 건축’일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좋은 건축’이라는 지극히 개인적 시각에서 설명하고 강조하기보다, 시대나 상황에 ‘적합한’ 건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미학적으로 우수하고, 역사적 유산이 될 만한 비평의 가치대상으로서의 건축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건축을 ‘좋다/나쁘다’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구분 짓지 말자. 이 또한 콤플렉스 아닌가 싶다. 좀 더 자유롭게 건축을 다루면 좋겠다.
어느 한 시각으로 재단하기엔… 그렇게만 보기엔… 건축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크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

경주 양동마을 향단

Hyangdan in Yangdong Village, Gyeongju

경주의 양동마을은 조선 촌락미의 백미이다. 마을을 찾을 때마다 아름다움에 감동하며 아직까지 잘 보존해온 마을 씨족과 공공의 노력에 감사하게 된다. 한옥은 건축물로서 형태와 공간의 구성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 내는 구법의 조화가 아름답다.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또 다른 군집의 아름다움이 있다. 섬세하게 도상으로 계획한 듯도 하고, 있는 그대로 지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어 나간 듯하기도 하다. 건물과 공간들이, 담장과 나무들이 물리고 겹치고, 열리고 닫힌다. 조망과 향과 공간의 기능적 배치, 그리고 사용자의 사회적 위계가 어우러져 집이 구성되고 마을이 이루어진다. 담장을 따라 이 언덕, 저 골짜기를 더듬으며 관가정을 시작으로 왼편을 돌고 나서, 다시 오른편 심수정에 이른다. 그래도 내게는 마을 어귀에서 향단을 올려 바라보는 풍경이 으뜸이다.

글. 이관직 Lee, Kwanjick (주)비에스디자인 건축사사무소

 

,

건축비평 _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거점센터 / 우연한 건축현상의 지속가능성

Architecture Criticism
Sustainability of Accidental Architectural Phenomen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Faralda NDSM 크레인 호텔’이라는 독특한 호텔이 있다. 1894년에 만들어져 1979년까지 암스테르담 조선소에서 사용된 오래된 크레인을 개조하고 컨테이너를 객실로 활용하는 호텔이다. 해발 5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 도시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으며, 90미터 높이의 크레인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인기 있는 호텔이다. 이 독특한 호텔 건립의 발상은 폐기될 고철을 재활용하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크레인 호텔은 크레인이라는 기계장치와 다량의 상품을 담는 컨테이너가 성공리에 건축적으로 활용된 대표적인 경우다. 경제용어인 컨테이너는 ‘화물을 능률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자형 용기’로 정의된다. 화물 수송선에 싣기도 하고 트럭에 싣기도 하기 때문에 2.4미터의 폭이 반드시 유지되면서 일정한 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철제로 만들어진다. 이런 컨테이너를 건축의 일환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크레인 호텔에서 본 것처럼 ‘산업폐기물의 재활용’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제 컨테이너 건축은 새로운 조합 형식들이 고안되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재활용의 의미를 넘어 별도의 가치를 획득한 것처럼 보인다.

201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로 건축되기 시작한 컨테이너 건축들은 경제적이고 공간을 절약할 수 있으면서 형태적으로도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곳으로 인식되어 건축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재활용’이라는 당초의 의지와는 달리 하나의 새로운 건축형식으로 정착하는 듯하다. 규격의 변화와 개구부 형식, 설비형식의 변화가 수반된다. 3.6미터의 모듈 크기가 개발되고, 벽과 지붕의 변화를 통해 확장된 공간감을 연출한다. 빈티지한 외부 이미지와 깔끔하고 다양한 색감의 내부공간은 사람들에게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외부 벽을 들어 올려 매장을 확장하면서 공간의 융통성을 부여하며, 태양광 패널을 부착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이제 컨테이너는 주거도 되고, 상가도 되고, 사무소도 될 수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의 산물인 컨테이너는 산업화의 의미를 충분히 나타내면서, 산업화 시대의 향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인정되면서 공간적 가용성과 색감에 도움을 받아 자체의 형태적인 정체성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평가된다.
어차피 어떤 재료이든 형태나 공간적인 변화의 한계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컨테이너 건축 역시 공간과 형태상 변화의 한계를 지적할 수도 있으나, 특성을 고려한 형태와 공간을 유지하면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수용할 만한 일이다.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목적에 맞추어 활용되는 방안만 나온다면 공간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태생적인 산업화의 산물이라는 이미지도 오히려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세종대학교 지역거점센터는 대학에서 주도하는 창업보육센터이자, 대학의 또 다른 사명 중 하나인 지역 활성화의 일환으로 제시된 작품이다. 장소의 의미와 공간의 용도, 프로그램상의 특별함을 포함하여 작품은 태생적으로 컨테이너 건축에 당위성을 부여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예산의 투입, 상황에 따라 언제든 철거될 가능성이 있는 형식에 대한 수요, 예산 투입과 더불어 요구된 지역 활성화, 젊은이들의 창업공간으로서 기능적 요구 등은 건축 구상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컨테이너에 관심을 돌리도록 유도하였다. 이미 타 대학에서 시도하여 나름대로 성공적이라는 평가까지 더해지면서 형식이 확정되었다. 이후 설계는 장소의 특성을 파악하고 주어진 예산에 맞추어 공간적 변화와 조형적 가치를 높이는 구성과 색감을 정하고 설비적 성능 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거점센터> 전경 © 김창묵

항공사진으로 파악되는 모습은 작품이 지역적 특성과 프로그램에 비추어 더없이 적절한 형식으로 땅에 녹아들었음을 보여준다. 고만한 주거건축들이 규칙적으로 나열된 오래된 주거지역과 상대적으로 크고 비 규칙적인 대학 캠퍼스 사이에서 부지는 사다리꼴의 쐐기처럼 두 영역을 매개하고 있다. 부지 형상의 특징과 법적인 규제를 준수하면서, 컨테이너들은 합리적이면서도 매개공간의 특징을 흥미롭게 연출한다. 실제로 활용되는 컨테이너를 그대로 활용하여 공간의 기본 모듈은 2.4미터이다. 하지만 좁아 보이는 모듈은 일종의 샌드박스인 연구실로는 합리적인 치수로 인정된 듯하다. 사용자들로부터 특별한 불평이 없고 경쟁적으로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지역주민과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1층은 정해진 모듈을 수평적으로 연결하면서 의외의 큰 공간을 형성하기도 하고, 수직적으로 연계되면서 시원한 높이의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상호 교차되면서 2층으로 포갠 컨테이너들 사이의 외부공간은 내부와 연계되면서 의외로 넓고 다양하다.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만남과 다양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효용 가치가 높은 공간이 되었다. 건물은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이고 땅도 훨씬 넓게 만들었다.

개별 작품에 대한 세인들의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일반적 컨테이너 건축의 한계를 여전히 간직한다. 기대되었던 경제성이 확보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무엇보다 내구성의 관점에서 가설의 한계는 그대로 남아있다.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는 그 형식이 무엇이든 공사비와 공기절약의 효용성을 우선 생각한다. 하지만 요구되는 단열성능과 구조적 보완, 설비가격을 생각한다면 결코 경제적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잘 된 도색을 전제로 10년 정도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건물은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 새로운 형식에 대한 흥미를 토대로 제안된 형식을 거부하기 어려운 건축사들이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주어진 제안은 디자인을 위한 모티브이자 한계로 작용하는 것이다.

컨테이너 건축은 산업혁명 이후 공업화 건축의 흐름 속에서 단위와 집합의 논리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1960년대 유기적 생물학적 성장을 융합한 일본의 메타볼리즘(metabolism)이나 시간에 의해 의미가 획득된 단위 요소의 조합으로 전체가 구성되는 유럽의 유형학과는 궤를 달리한다. 생물학적인 증식이 가능하지만 거대 구조를 목표로 하지 않으며, 공업화의 산물이지만 공업화의 폐단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시작되었다. 공업화에 대한 기억은 갖지만 도시와 건축에 대한 기억은 없다. 무엇보다 지속성에 대한 담보가 없다. 그래서 컨테이너 건축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많다. 컨테이너의 건축적 효용성은 재활용의 가치나 단순한 미학적인 흥미를 벗어날 때 만들어질 수 있다. 다양한 조건에 대한 유연한 적응, 공업화를 통한 경제성의 확보, 친환경성, 재료적 한계를 극복한 내구성을 지닐 때 건축의 한 현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최종철 Choi, Jongchul 여주대학교 건축과 교수

최종철 여주대학교 건축과 교수

“건축사(가)는 작품을 향한 열정만큼이나 보편건축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개별건축의 도시적 기여에 고민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근현대 건축이론에 심취하였으며, 이후 한국 전통건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 석사 이후 공간사 편집부를 거쳐 설계를 하다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강의하고 있다. 여주시립도서관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있다.
jongchul@yit.ac.kr

,

사라지는 마을 _ 경주희망농원

Disappearing village
Hope Farm in Gyeongju

62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
두 차례에 걸친 강제 이주정책을 통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던 마을.
그리고…… 한센인 이주 마을. 1959년과 1961년에 걸쳐 성락원과 애생원의 총 260여 명 한센인을 ‘희망촌’이란 마을 이름을 지어 보문단지 내 경주CC 자리로 강제 통합 이주시키고, 1978년 보문관광단지 개발로 현재 천북면 신당3리로 또 다시 강압적으로 강제 이주시켜 만든 마을이다.
당시 정부는 이들의 생계를 돕겠다며 6만여 평의 부지에 450동의 집단계사와 115동의 주택과 창고를 지어줬다. 하지만 약속과는 달리 등기를 해주지 않고 아무런 지원 없이 방치되어 오늘날까지 마을 전체가 무허가 불법 건축물로 되어 있다. 그로 인한 건물의 노후화와 부식으로 1급 발암물질(석면) 노출 위험에 놓여 있으며, 재래식 정화조 및 하수관로의 노후화로 인해 악취·해충 발생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1988년부터 추진되어 온 환경개선사업이 2020년에 국책사업으로 결정되었지만, 아직도 법적 문제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으며 마을은 이미 많은 이들의 사망과 이주에 따라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2020년도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모든 계사는 폐허가 되었고, 더 이상의 재개 움직임조차도 상실한 채 그렇게 차별과 고통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전체 마을의 배치 형태는 계사부분과 주거부분을 위치적으로 구분 배치하고, 계사부분을 중앙에 배치하고 주거부분을 양옆으로 배치하여 마치 계사가 주택에 둘러싸여 있는듯한 형태를 띠고 있다.

주택은 마당을 중심으로 자체 계사와 마주하고, 출입구와 마주 보는 곳에 창고를 지어 마당을 둘러싸는 배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또한 스스로의 고립성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다.

이들의 삶과 공간은 한마디로 차별과 고립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닭을 키우고 달걀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외부와 40여 년간 단절돼 있었다.

집집마다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차별과 외로움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서 그들의 마음을 꽃으로 피워낸 것 같다.

지나간 것도 아름답다
이제 문둥이 삶도 아름답다
또 오려는 문드러짐도 아름답다
모두가
꽃같이 아름답고
……꽃같이 서러워라
한세상
한세월
살고 살면서
난 보람
아라리
꿈이라 하오리
– 한센병 시인 한하운의 영가(靈歌)

 

글·사진. 정원규 Jeong, Wonkyu 창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

,

용어@건축 08 타일

Term@Architecture 08 Tile

architectural terms 건축용어
우리나라 건축용어 중에는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어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 연재에서는 필자가 이해하기 어려웠거나 호기심이 크게 생겼던 표현들을 소개하고, 그 어원과 출처를 추적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보다 적절한 표현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계기를 갖고자 합니다.

 

건축 마감재로 널리 사용되는 것 중에 한 가지가 타일이다. 너무 익숙한 용어여서 그럴까? 타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쉬울 것 같지만 정작 답하기가 어렵다.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영어 단어인 Tile이 국어 속에 들어와서 사용되는 외래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에서 타일(Tile)은 우리가 타일이라고 칭하는 바닥이나 벽 마감재를 포함하면서도 지붕재로 사용하는 기와 같은 것들까지 모두 타일(Tile)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개념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영어 Tile의 어원은 라틴어 테굴라(Tegula)에서 찾는데, 그 의미가 ‘덮개’ 또는 ‘덮는다’이다. 돌이나 나무, 금속처럼 물질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덮개 또는 덮는다는 기능과 역할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지붕을 덮는 마감재가 기와이니 기와도 Tile이고, 바닥이나 벽의 마감재로서 바탕구조를 덮는 마감재를 총칭하는 용어라 하겠다. 개념이 다르지만, 적합한 우리말이 없으니 결국 타일(Tile)을 그대로 사용하며 외래어로 굳었다.

건축 재료로서 타일의 역사는 5,000년이 넘는다고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타일은 이집트의 피라미드 내부에서 발굴되었는데, 기원전 3,000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유약 처리된 청색의 벽면 타일이다. 타일은 이집트에서 서아시아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까지 널리 사용되며 발전한다. 이런 타일들은 흙으로 만들어 굽는데, 유약을 바르면 반들반들하고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흙으로 빚어 가마에서 구워내는 도자기 제작 과정과 같다. 무엇인가 담아내는 모양으로 만들면 도자기가 되는 것이고, 무엇인가 덮어서 가리기 위해 얇고 넓은 판 형태로 만들면 건축에서 사용하는 타일이 된다.

이집트 sappara 피라미드의 고대 타일

우리 전통건축에서는 타일과 같은 건축재료를 전(塼)이라고 한다. brick과 같은 벽돌과 tile과 같은 얇고 넓적한 붙이는 형태를 총칭한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바닥과 벽면 장식에 널리 사용되었다. 1937년 발굴된 부여 외리 문양전은 우리의 전통 타일, 즉 전(塼)이다. 우리는 고려시대까지는 입식 생활이 주류를 이루었으니 실내에서도 신을 신고 활동 했다. 아마도 이런 바닥타일이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많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조선시대까지도 전돌이 궁이나 관청 건물의 바닥 마감으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경복궁 근정전의 내부 바닥에서 전(塼)을 확인 할 수 있고, 1930년대 근대한옥인 최순우 옛집에서 사용한 것을 보면 전통타일인 전(塼)이 근래까지 폭넓게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이 전(塼)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타일이라는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백제의 전(塼)

경복궁 근정전 바닥 타일, 전(塼)

최순우 옛집의 전(塼)

타일은 도자기와 뿌리가 같다.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를 합쳐서 부르는 용어다. 진흙으로 만들어 1,000℃ 안팎의 온도에서 제작하는 도기와 고령토(高嶺土, Kaoline)로 만들어 1,300℃ 안팎의 온도에서 제작하는 자기는 재료와 제작방법에서 차이가 크고 성능도 차이가 있다. 타일에서도 도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도기질 타일과 자기질 타일을 구분한다. 도기질 타일은 저렴하고 가볍지만 깨지기 쉽고 흡수율이 높아 실내에서도 벽면에만 사용된다. 바닥이나 외부에 사용하면 십중팔구 깨지거나 부분부분 떨어진다. 건축 도면에서 바닥이나 외부에 도기질 타일이 지정된다면 낭패인 이유다.

근래에는 자기질 타일의 사용이 늘고 있는데, 고가의 자기질 타일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혼선이 생겼다. 포세린(porcelain) 타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고가의 타일 제품들이 생긴 것이다. 포세린(porcelain)은 자기질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자기질 타일이 포세린 타일이고, 포세린 타일이 자기질 타일인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타일 업계에서 고가의 수입 자기질 타일을 따로 구분해서 포세린 타일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자기질 타일 중에서도 밀도와 강도가 뛰어나 성능이 좋은 타일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 제품들을 구분하는 명칭으로 자기질의 영어 단어인 포세린(porcelain)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적절치 않다.

폴리싱(polishing) 타일도 적절하지 못한 표현 중 하나이다. 타일에는 광택이 있고 맨질한 표면을 가진 제품도 있고, 무광택이면서 거칠거칠한 표면을 가진 타일도 있다. 전자는 오염이 덜하고 관리가 편해 주방 벽면이나 장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후자는 욕실 바닥 등 미끄럼을 방지해야 하는 곳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폴리싱 타일은 광택이 있는 타일을 칭할 때 사용하는데, 타일 제작과 유지관리 방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붙인 부적절한 용어다. 폴리싱 polishing은 거친 면을 가공하여 광을 내는 연마(硏磨), 연마공(硏磨工), 광내기를 뜻하는 영어 표현이다. 돌, 금속, 유리나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다룰 때 거친 표면을 갈아서 광을 내는 작업 또는 그 결과를 폴리싱이라고 한다. 그런데 광택이 있는 타일은 갈아내는 연마(硏磨) 가공을 해서 광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굽기 전에 유약을 발라 광을 낸다. 폴리싱 polishing을 하는 것이 아니다. 유약을 발라 광택을 낸 것을 뜻하는 영어 표현은 glazy이다. 광이 난다는 표현으로 glossy나 sheeny 같은 표현도 나쁘지 않다. 결과적으로 광이 나지만, polishing을 연마(硏磨) 하여 광을 내는 것이므로 광이 있는 타일에 polish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타일의 종류

자기질(포세린;porcelain) 타일

시야를 넓혀보면, 타일처럼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되는 건축 재료도 드물다. 건축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재료가 타일로 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흙으로 만든 세라믹 계열의 타일이 가장 일반적이어서 타일이라고 하면 세라믹계 타일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라믹 계열이 아닌 다른 재료로 만든 타일도 많고,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제작 업체에서는 각각 제품 이름을 붙이겠지만, 건축계에서 그 재료의 이름을 적절하게 붙이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석재는 본래 쌓아서 구축하는 재료였고, 현대에는 30mm 두께의 판재로 가공하여 매다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때 석재를 가공하고 남은 작은 덩어리를 버리지 않고 더 작고 더 얇은 형태로 가공한다. 타일처럼 붙일 수 있게 가공하는데, 이것은 석재타일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벽돌도 타일로 제작되거나 가공된다. 벽돌로 제작된 것을 얇게 잘라 타일형태로 가공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공장에서 처음부터 타일형태로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들은 모두 벽돌 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목재를 타일 형태로 가공한 것이 있다. 특히 나무껍질을 붙여서 만든 코르크의 경우 스스로 형태를 유지하는 강도를 갖추지 못하므로 얇은 타일 형태로 제작되어 내부나 외부 마감재로 붙인다. 이런 것도 재료와 형태를 복합하여 목재타일 또는 코르크 타일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유리도 타일 형태로 제작되는 재료 중 하나이다. 동전 정도의 작은 크기로 제작된 수십 개의 타일을 섬유질 망에 일정한 간격으로 고정하여 마감 면에 붙이기 편하게 만들어진다. 이것도 타일 앞에 재료 이름을 붙여 유리 타일이라고 하면 쉽고 정확하다.

바닥재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과 카펫도 타일 형태로 제작된 제품이 많다. 고급 카펫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가격도 비싸고 특정 장소에 맞춤형으로 주문 생산된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숙박시설처럼 다수의 사람이 사용하고 부분부분 오염이나 마모되었을 때 보수가 수월해야 하는 곳이라면 카펫 타일을 사용한다. 일정한 크기의 타일로 제작된 카펫을 바닥에 붙여 사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타일도 마찬가지다. 이음새가 없이 바닥 전체를 마감하는 플라스틱 계열의 마감재가 있는데 미관상 보기 좋을 수 있지만, 시공 난이도가 높고 버려지는 재료가 생기므로 비용이 높다. 카펫과 마찬가지로 작은 크기로 제작된 플라스틱 타일은 시공 난이도가 낮아지고, 버려지는 재료도 적다.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오염되거나 파손된 부분만 교체하면 되므로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플라스틱계 타일은 P 타일이나 데코타일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특정업체의 제품명으로 등록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건축재료를 칭하는 용어로는 플라스틱 타일 또는 플라스틱계 복합 타일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코르크 타일

유리 타일

카펫 타일

플라스틱 타일

타일은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 흙으로 만들어졌고, 아직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흙으로 만들어진 타일을 구태여 세라믹 계열 타일이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도기질과 자기질을 구분하는 기준과 광택과 무광택 타일을 제작하는 방법을 기준으로 적절한 이름과 용어를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또한 특정 재료로 만들어진 타일의 경우 제작자나 판매자, 그리고 소비자 모두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용어를 사용하길 바란다.

처음 포세린 타일과 폴리싱 타일이라는 용어를 접하고 매우 난감했었고, 돌이나 벽돌, 카펫, 유리 등으로 만든 타일을 타일이라고 불렀을 때 상대방이 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에게 타일은 일정한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였고, 그에게는 세라믹계 타일만 타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포세린 타일과 폴리싱 타일처럼 잘못 사용되어 널리 퍼진 용어를 바로잡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거나 도입할 때 적절한 용어와 이름을 사용하는 인식이 필요하겠다.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서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가 될까 싶어 오늘도 조심스럽다.

 

글. 신민재 Shin, Minjae AnLstudio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Artech과 JINA에서 실무를 했다. 2011년부터 AnLstudio 건축사사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전시기획에서 인테리어·건축·도시계획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하고 있다.
젊은건축가상(2016,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건축문화상 특별상(2017, POP하우스), 충남건축상 최우수상(2017, 서산동문849),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2018, 양평시옷(ㅅ)집), 서울시건축상(2019, 얇디얇은집),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특선(2020, 제이슨함갤러리)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다.
shin@anlstudio.com

,

북한건축 워치 06 북한의 건축시공

North Korean Architecture Watch 06
North Korea’s Building Construction

1. 들어가는 말

북한의 건설공사는 뉴스 등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남북한의 경제체제의 차이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일반적인 건설공사는 지역별 건설사업소에 소속된 건설노동자에 의하여 수행된다. 대규모 공사는 각 기관과 기업 등에서 지원자를 모집하여 수행하며, 건설공사에 지원한 노동자의 급여 및 각종 부대비용을 원 소속기관이나 기업에서 부담한다. 그리고 대규모 공사 시에는 노동자를 격려하기 위하여 선전선동대의 공연이 진행되고, 어린이들이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건설현장의 선전선동대(만수대 예술단). 유튜브, 북한방송 캡처

이러한 북한의 건설시스템은 건축주와 민간건설사가 공사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국내 건설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이므로, 남북건설협력이 본격화되어 북한에서 건설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북한건설노동자를 고용하거나 북한건설기업과 도급계약 등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건설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 북한의 건설관련 조직

북한의 건설조직은 ①중앙행정부처에 소속된 건설조직 ②군의 건설조직 ③사회안전성(경찰)의 건설조직 ④각 지역별 건설조직(지역별 건설총국, 건재총국 및 건설사업소) ⑤직장, 단체, 지역의 건설돌격대 ⑥청년건설 돌격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북한의 보도에서 인민봉사총국 건설연대, 문화성 건설연대, 철도성 건설연대(北, 평양 건설사업…‘군인·경찰·수도건설단 등 총동원’, 노컷뉴스, 2011.10.17) 등의 이름이 보인다. 이러한 보도는 대부분의 북한 중앙행정부처는 건설관련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군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대식 용어인 연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군에는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건설사단)이 있으며, 군의 공사만이 아닌 국가 중요시설의 건설에도 동원되고 있다. 탈북자의 증언에 의하면 건설사단은 인민무력성 군사건설국 산하에 있던 건설부대로 한국의 공병대와 유사하고 하며, 여러 개의 사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연합뉴스 TV 보도를 보면 평양의 건설을 위하여 북한군에 제521 건설사단을 신규로 창설하여 파견하였다는 보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필요에 따라 확대나 축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건설광’ 김정은, 이번엔 전용기 타고 건설현장 부감, 연합뉴스TV, 2015.02.15.).

건설사단 소속 군인들이 측량을 하는 모습. 유튜브, 북한방송 캡처

그리고 남한에 많이 알려진 건설조직인 7총국, 8총국은 2017년까지 사회안전성(구 인민보안성) 소속이었다. 사회안전성은 국내의 경찰에 해당하는 업무를 담당에는 기관이나, 내부에 토목관련 건설업무를 전담하는 7총국(공병총국), 8총국(도로총국)이 있다. 7총국과 8총국은 인민보안성에 속해 있지만 유사시에는 전투에 참여하고, 평상시에는 건설에 참여하는 군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고 한다(북한 정보기구의 변천과 현황,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국가정보연구 제11권 1호 154p~, 2018.6). 이에 따라 7총국, 8총국은 군 소속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였다. 2017년, 사회안정성 소속의 7총국과 8총국을 인민무력부 산하로 옮겨 공병군단(7총국)과 도로건설군단(8총국)으로 개편 창설한 것으로 알려졌다(北병력 8만 늘어 128만…국방백서에 ‘핵탄두’ ‘ICBM’ 첫 언급, 연합뉴스, 2017.01.11.).

일반적인 건설사업은 각 지역, 단체 및 기업별 건설조직이 담당한다.

평양에는 수도건설총국이 있으며, 수도건설총국은 수도건설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다. 북한에서 총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기관은 산하의 여러 사업소와 기업소를 지도, 감독하는 기관이다. 건설총국 외에 봉사총국, 관광총국 등이 있다.

그리고 수도건설총국과 별도로 평양건재총국이 있으며, 건재총국은 평양에 소재하는 건설자재 생산기업을 지도·감독하는 기관이다. 건재총국 산하에는 건설자재 생산 기업소가 소속되어 있으며, 공장대학에 해당하는 평양건재대학과 산하 설계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조선중앙TV 보도).

각 지방에는 도인민위원회 산하에 도건설위원회가 있으며, 위원회 산하에 도 도시설계연구소, 건설총국 및 건재총국이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비교적 규모가 큰 시에는 인민위원회 산하에 건설사업소, 건재 총국 등이 있는 경우가 있다.

도 건설위원회는 도내의 건설을 총괄하는 부서로 구체적 업무는 건설설계의 승인, 건설계획의 승인 등이다. 건설총국 및 건재총국은 산하의 건설과 건재생산 기업소(사업소)를 지도, 감독한다.
실제 건설은 지역별 건설사업소, 기업 내 건설사업소, 도시경영부 산하의 사업소에서 담당한다. 건설사업소에는 건축, 전기, 기계 등의 기술자와 기능공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기능공이 소규모이므로 대규모 공사 시에는 지역 및 기업소에서 돌격대를 만들어, 주민과 직원을 동원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표지.

돌격대는 북한의 건설시공시스템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요소이다. 돌격대는 건설뿐만이 아니라 광산개발사업 등 국가의 대규모 사업을 위해서도 조직된다. 돌격대원은 자원(북한식 용어로는 탄원)하는 사람들을 선발하여 구성한다. 중앙부처 건설조직의 건설근로자도 돌격대원으로 구성되므로 일종의 돌격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돌격대원의 급여, 식사 및 가설숙소 등은 대원의 원소속기관이나 기업소에서 부담한다. 돌격대가 살림집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돌격대를 구성한 지역, 기관, 기업소에 기여정도에 따라 살림집이 배정되기도 하지만, 도로, 발전소 건설 등에 동원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혜택은 없다. 직장 및 협동농장 돌격대는 북한의 영화나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직장 돌격대에 대해서는 북한소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리희찬, 문학예술출판사, 2016)』에 잘 나타나 있다.

청년돌격대는 직장돌격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국가적 대규모 건설사업(댐, 도로, 물길공사 등)을 위하여 돌격대로 지원한 청년으로 구성된다. 돌격대원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지원한 학생들로 구성된다. 청년돌격대도 영화,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청춘의 제복(1995)>, <그 처녀의 이름(2010)> 등이 있다. 청년돌격대에 의하여 건설된 건설물들은 시설물 명 앞에 청년영웅이라는 호칭이 붙는다. 청년영웅도로(평양-남포),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금강산청년역, 혜산청년선 등이 그 사례이다.

돌격대는 국가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형태이므로 현장에서 작업을 격려하기 위한 선전선동대의 공연이 열리고, 어린 학생들이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청년돌격대를 소재로 한 북한영화 <그 처녀의 이름(2010)>의 한 장면.

북한은 군대가 지원제이며, 군대 제대 시 많은 혜택(대학입학, 당 가입 등)이 있어, 경쟁이 높다고 한다. 출신성분이 나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군대에 지원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돌격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돌격대에서 공을 세우면 군대를 제대한 것과 같은 대학 입학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군대 복무기간이 10년인 것에 비하여 돌격대는 기간이 짧아 돌격대에 자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하여 현대아산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한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공사에 북한에서 청년돌격대를 투입한 사례가 있다.

 

3. 시공기술과 건설장비

북한의 건축물과 시설물은 주로 철근콘크리트조이며, 저층의 건물과 살림집은 조적조가 많다. 저층 건물의 경사지붕은 목재 트러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공장에 철골조가 일부 적용되고 있으나, 사례는 많지 않다. 동바리와 비계는 최근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통나무 동비리와 비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는 파이프비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평양이나 원산 등의 철근콘크리트조 건물 공사 영상을 보면 옹벽형틀을 60㎝~1m로 설치하고, 크레인과 콘크리트 홉퍼를 사용하여 타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푸집을 60㎝~1m로 설치하는 것은 가설재를 적게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여관 개보수 시 옹벽이 60㎝정도 높이에서 끊어서 타설된 것을 볼 수 있었으며, 또 건설 중인 건물사진을 보면 옹벽을 60㎝ 높이로 끊이 타설하여 발생한 콘스트럭션 조인트를 볼 수 있다.

콘크리트는 현장비빔으로 타설하는 경우가 많지만, 평양 등에서는 레미콘 공장에서 생산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뉴스동영상, 드라마, 영화를 보면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손비빔하거나 소규모 회전드럼을 이용하여 비비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콘크리트는 굵은 골재의 사이즈가 균일하지 않고, 잔골재의 품질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굵은 골재를 국내에서는 깬 자갈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북한은 강자갈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북한 건설시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천리마 운동, 평양속도 등 속도전을 위주로 하여 적정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고, 노동자의 안전사고도 빈발하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품질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단기간 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쉽게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의 사용은 제한적이며, 건설관련 공구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터파기는 인력을 이용한 터파기가 많고, 운반도 단까(担架[담가], 들것의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크레인은 타워크레인도 사용하고 있으나, 북한에서 자체 생산하는 수평팔탑식 크레인과 윈치를 이용한 수동기중기를 많이 사용한다.

청년돌격대를 소재로 한 북한영화 <청춘의 제복(1995)>의 한 장면.

북한에서는 터파기를 위한 굴삭기를 까또(일본 굴착기 메이커 kato)라고 부른다. 굴삭기, 펌프카, 아지테이터 트럭(레미콘 트럭)등 건설장비는 수량이 적어 중요한 대규모 공사에만 사용된다.

평양의 건물사진을 보면 평지붕에 철판으로 경사지붕을 설치한 건물이 많은데, 방수에 문제가 있어 설치한 것이다. 방수에 문제가 많은 이유는 콘크리트와 방수자재의 품질이 낮고, 유지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북한은 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경제적 여건으로 적정 성능의 자재, 장비 및 공구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전문화된 기능공도 적어 품질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며, 건물의 내구성도 좋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 남북건설협력을 위한 건설산업구조 개선의 필요성

독일은 1990년 통일 후 동독지역에 인프라, 주택건설 및 도시재생을 위하여 대규모 건설사업을 시행하였으며, 통일초기 건설분야가 제조업보다 시장규모가 컸고, 고용인원도 가장 많았다고 한다. 남북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지역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규모는 독일통일 초기보다 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무상으로 노동자를 동원하는 북한의 시스템으로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북한에서 건설공사 시 국내의 건축시공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된다.
국내 건설공사는 불법적인 재하도급, 건설근로자의 일용, 비정규직 위주 채용(2019년 건설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 52.3%)으로 인하여 청년층의 건설분야 유입이 되지 않고 기능저하, 품질저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1984년 제정), 건설근로자 고용개선을 위한 법률(1996년 제정, 1998년 시행)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지지 못하고 있다. 독일(서독)도 1960년대에 건설노동이 ‘인생의 막장’이라고 인식되고 있었으나, 산업 및 고용구조개선을 통하여 현재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산업 발전만이 아니라 남북교류활성화 시 초기에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북한경제성장을 견인할 분야라는 측면에서도 건설산업구조의 개선은 중요하며,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건설업의 정규직 비중이 80%를 넘는 독일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글. 변상욱 Byun, Sangwook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도라산출입사무소장·건축사·시공기술사

변상욱 건축사·건축시공기술사

1999년부터 현대아산에서 근무하면서 금강산관광지역 건축물과 평양체육관 등 건설사업관리업무를 수행했으며,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하면서 개성공업지구 종합지원센터, 기술교육센터 등 건설사업관리와 공장건축 인허가업무를 담당하였다.
gut11@hanmail.net

,

미장센의 건축 코드

Mise-en-Scène Architectural Code

미장센(Mise-en-Scène)은 영화나 연극 등에서 사용하는 배경에 대한 총체적 표현을 말한다. 원래 무대장치 일체를 말하는 것이었으나, 점차 확대되어 배우의 배치, 의상, 무대장치, 조명, 분위기 일체를 연출하고 계획하는 총체적 구성을 말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영어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Putting on Stage(무대에 배치한다.).”

미장센을 잘 다루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의 몰입도를 강화하고 긴장감을 증폭시키는데 천재적 연출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학적 측면이 다분히 강한 미장센은 배우들의 연기에 추가 설명하는 역할이나 복선이나 암시 같은 보조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제3의 배우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을 보는 내내 알프레드 히치콕이 떠오른 건 이런 미장센의 역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미장센을 적극 활용하는 감독이나 영화들은 무수히 많다. 영화사의 시초에 나오는 프리츠 랑의 영화들뿐만 아니라,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에서도 활용되었다. 영화의 발전과 더불어 미장센은 점차 확장성을 가지게 되는데, 화려한 라스베이거스 쇼의 무대장치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물론 이야기 구조의 한 축을 형성하기도 하고, 음악과 같이 화려한 1950~1960년대 뮤지컬 영화의 배경처럼 다뤄지기도 한다. 배우이자 무용가인 프레드 아스테어의 현란한 탭댄스도, 혼연일체로 구현된 배경 장면이 있었기에 몰입도가 컸던 것 같다. 상징과 기호의 대가인 피터 그리너웨이가 그런 미장센을 영화 전체에 활용한 감독이 아닐까 한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는 화려한 영상미와 더불어 은유와 상징으로 영화의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간다. 그가 감독한 작품으로, 고전화되어버린 오래전 영화 <건축가의 배(The Belly Of An Architect, Il Ventre dell’architetto, 1987)>,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The Draughtsman’s Contract, 1982)>,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The Cook The Thief His Wife & Her Lover, 1989)>, <필로우북(The Pillow Book, 1996)> 등이 있다. 그의 영화는 충분히 토론할 가치가 있고, 인문적 비평 대상이 될만한 자극을 준다.

나는 그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런 상징과 은유를 건축교육에서도 매우 유용한 도구로 사용했다. 그의 영화구조에서 보이고 함축적으로 다뤄지는 이면의 이야기는, 설계수업에서 상업적 공간을 풀어나가는 것과 어느 정도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상업공간들은 브랜드라는 개념이 있어서, 브랜드의 상징성을 디자인으로 전환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런 개념을 훈련하는 간접 도구로 영화의 미장센 분석은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다.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하나의 장치에 숨겨진 의도와 상징을 활용해서 연출한다. 심지어 조명과 리드미컬한 화면 구성까지 영화 관객의 심리적 흐름을 이끌며 주도하고 있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가 교과서적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에는 이런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 <깊고 푸른 밤> 포스터 ©동아수출공사

영화 <황진이>의 한 장면. 우리나라 영화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미장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우리나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미장센이 강조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1960년대 황금기 시절에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 열악한 제작환경에서도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긴 한다. 다분히 리얼리즘 경향이 없지 않지만, 틈틈이 표현이 강조된 영화들도 있긴 하다. 최근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초연작이 대표적이다.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에 등장하는 배경은 다분히 미장센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우리나라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연출된 미장센을 분석할 만큼은 아니었다.

사실 이야기 중심의 영화, 특히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에서는 미장센보다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의 사실적 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장센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이탈리아 리얼리즘 영화의 대가인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작품들을 보면 지극히 사실적인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일본 영화의 대가인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도 유사하다. 물론 미장센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징과 은유로 큰 역할을 하는 미학 중심의 영화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하다. 오즈 야스지로처럼 잔잔하게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흘려보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우리나라 이창동의 영화들은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되어 상대적으로 미장센은 약하다. 아! 이런 유의 영화감독으로 홍상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 영화의 이런 흐름은 1980년대 들어 조금씩 새로운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미장센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1984)>이나 <황진이(1986)>를 언급할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적 미장센을 전면에 등장시킨 영화들이 계속 나오는데, 차갑고 미니멀한 배경으로 이야기의 끈적함을 다소 제거한 이재용 감독의 <정사(1998)>, 우리나라 도시 공간을 풍자와 유머로 다룬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2000)> 등이다. 더불어 박찬욱 감독이 영화에서 다루는 미장센은 이미 세계 영화사에 남을 만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미술감독이다. 미술감독들은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보강하고 강화시키는 미장센을 창조하고 이끌어내는 주역들로, 올드보이의 류성희 감독이 대표적이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역시 이런 미장센 연출에 합류했다.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건축이 제대로 묘사되거나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는 건축작품이 등장하는 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장소 섭외의 어려움이나 건축을 보는 안목의 모자람도 한몫했을 것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속 주택의 모습. 스카이캐슬은 성공에 대한 욕구를 이미테이션화된 이탈리아 풍의 주택과 중첩시키는 등 이야기 구조와 공존하는 건축적 배경을 잘 보여준다. ©JTBC

이런 관점에서 최근 방송된 드라마는 깜짝 놀랄 만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드라마에서도 미장센이 전혀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단한 화제가 되었던 <스카이캐슬 (Sky-castle)>은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와 공존하는 건축적 배경을 보여주었다. 허영과 속물적 성공에 대한 욕구를 이미테이션화된 이탈리아 풍의 주택들과 중첩시킨 점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놀이동산의 테마 건축 같은 이탈리아 모사품 주택들은 공예적 정교함이나 가치는 제거된 채, 상업적 판매 상품으로 주택이 만들어진 전형적 사례다. 이런 사례를 은유적으로 등장시킨 <스카이캐슬>은 드라마에 숨겨진 성공 욕망을 드러내는 보조장치였다. 물론 그것까지 연출에서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석하고 비평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무릎을 칠 만한 것이었다.
골목길을 잘 다룬 <경이로운 소문(2020)>이나 개발의 뒤안길을 우울하게 다룬 여러 드라마에서는 작은 공간에서 확장되어 도시로 이어지는 관찰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한발 나아간 드라마로 <마인(2021)>을 흥미롭게 보았다.

드라마 <마인> 효원 家 포스터. © tvN

<마인>은 건축적 접근이 매우 강렬하고 명확했다. 더구나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게 건축의 구성과 장치를 이야기 도구로 활용한 점에서 매우 탁월했다. 무엇보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인 뮤지엄 산이 주인공의 집으로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미메시스에서도 촬영되었다. 국내외 건축적 가치가 있는 배경이 이토록 많이 나온 국내 영화나 드라마는 기억나질 않는다. 섭외도 탁월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 나온 건축의 완성도를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선보인 점이 내심 반가웠다.

특이한 것은 안도 타다오나 알바로 시자의 간결한 건축적 표현들이 가상의 최상위 재벌들의 공간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전 같으면 클래식 장식이 뒤엉킨 유럽의 고전 건축 장식들이 난데없이 흩뿌려진 배경이었을 텐데, 이 드라마에서는 장식이 배제된 간결한 공간으로도 충분히 적합하게 최상류층을 설명했다.

건축과 영화의 접점을 언급하고 비평하는 입장에서 드라마 <마인>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전체 시리즈가 진행되는 내내 어색한 배경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뮤지엄 산이나 미메시스뿐만 아니라 블루 더 카페 같은 상업공간 등 여러 배경 장소의 공통점은 간결함이었다. 중간톤의 인테리어나 건축의 구성은 폭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형식보다 뭔가 조용하고 잔잔한 느낌으로 제격이었다.

이런 색감과 구성은 드라마가 절정으로 이르는 단계에서 시청자의 감정을 억제할 수 있었다. 드라마 전개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중심 코드가 작용한 듯 보였다. 마치 드레스 코드처럼 이야기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공간을 선택하고, 디자인의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질적이거나 어색함이 없었던 이유다. 때로는 전체 흐름에서 튕겨져 나갈 수 있는 건축도 정밀하게 조율되었음을 알 수 있다. 꿈보다 해몽일지 모르지만, 이야기의 기승전결 곳곳에 수많은 복선과 이미지 암시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감상의 대상에서 영화는 일종의 테스트 북 같은 역할로도 활용될 수 있다. 미장센의 구성과 심리적 관계를 분석해 보면 현실 세계에도 적용할 요소들이 충분하다. 특히 상업적 목적으로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한다면, 또 그런 건축을 기획하고 디자인한다면 지금부터 영화를 진지하고 섬세하게 관람하길 바란다.
Good Luck!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스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ncslab@ncsarchitect.com

,

2021년도 미국건축사협회(AIA) 콘퍼런스 ‘지속 가능한 건축 실무기술’ 참관기

AIA Conference on Architecture 2021
Report on ‘Sustainable Practice’

사진=AIA 콘퍼런스 홈페이지, 행사 자료 캡처(이하 동일)

2021년 미국 건축사협회(AIA) 콘퍼런스는 여러모로 독특한 행사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에서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인 2020년에 AIA 콘퍼런스가 열리지 못한 것을 극복하고, 올해만큼은 온라인에서라도 반드시 대회를 연다는 의지를 보여준 행사였다.

온라인 위주 행사로 기획된 이번 A’21 콘퍼런스 행사는 6월 중순에 시작해 8월까지 석 달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의 대다수 건축사들이 매년 일정한 건축사 평생교육 학점 Continuing Education을 이수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해서, 한 달에 하루씩 집중 세션 편성을 통해 당일치기로 CE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이런 편성을 한 듯하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지속적인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미국의 국내선 여행이 풀려가기 시작한 7월 8일(우리 시간 7월 9일)에 열린 지속 가능한 건축 실무기술(Sustainable Practice)은 27개의 세션이 진행되었다. 5개의 제품 시연(Live Product Demo), 시카고 Harris 학교의 커뮤니티, 미시시피의 해양교육센터의 대지 회복, 카리프 시니어 아파트의 밀도에 관한 3개의 케이스 스터디가 진행되었다. 그 외 주요 내용은 BIM, 패시브 하우스를 만드는 기준, 고효율 디자인 케이스의 구축, 조명, 지붕디자인 등의 세션이 진행되었다.

아래는 AIA Conference에 직접 가볼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제분과의 일원으로 ‘Sustainable Practice(지속 가능한 건축 실무기술)’ 편을 참관한 후 주요 세션에 대한 소감이다.

매년 AIA에서는 동업계에서 가장 업적이 돋보이는 1명을 골드 메달리스트(Gold Medalist)로 선정해서 시상해왔다. 1907년부터 시상을 하고 있으니,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상자의 면면을 눈여겨보면 그 시대의 건축이 지향하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대부분 디자인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보인 건축사를 선정해 왔으나 올해는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온”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에드워드 마즈리아
(Edward Mazria, FAIA)

첫 번째 세션에서 2021 올해의 골드 메달리스트로 선정된 것은 에드워드 마즈리아(Edward Mazria)로 그는 1960년대부터 지구의 유한성을 깨닫고 자신의 사무소를 통해 친환경, 저탄소 건축을 끈질기게 설파해온 사람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접고 ‘Architecture 2030’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2030년까지는 카본 넷제로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빌딩건설 및 유지에 소요되는 탄소배출이 전 세계 탄소배출의 40%를 점한다는 현실을 감안해서 건축사들이 빌딩산업의 리더로서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을 20년이 넘도록 펼쳤고, AIA는 그를 올해의 골드 메달리스트로 선정해 평생에 걸쳐 일관된 주장을 펴온 그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그가 주도한 Architecture 2030과 AIA의 주도로 미국 설계사의 40%가 2030년까지 자신들이 설계하는 건축물에서 ‘제로 카본’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사회에서 건축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한 의지의 표명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여 실제로 목표 달성치를 체크할 수 있는 쉬운 도구를 제공하고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는 의무가입을 도입하고 새로운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협회에서 반드시 주목할 만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 소개할 세션은 케이스 스터디 중 한 세션으로, 시카고대학의 Harris Public Policy Keller Center 리모델링 프로젝트이다. 기존 빌딩의 자연채광이 되지 않는 곳에 리모델링을 통해 모든 재실공간에 자연채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디자인 목표이다. 주요 리모델링 사항은 중앙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Harris Family Forum이라는 아트리움을 계획하고, 공간을 따라 다양한 천창을 디자인하여 디자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연채광 가능한 공간을 디자인하였다. 또한 기존 건물에 사용되던 조명과 일부 재료를 재사용하였다. 화장실은 남녀 통합형으로 남녀 각자 위생기구를 파티션으로 분리하였다. 이는 일리노이주와 시카고시에서 2개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것인데, 일리노이 건축과에서 거부당하고 항소도 거부당하였으나 IDPH의 재검토를 요청으로 남녀 위생기기의 파티션 분리로 승인되었다. 2018년 LEED 플래티넘 등급을 받고 Living Building Challenge는 Petal 등급을 받았다.

세 번째 소개할 세션인 The Seeds of Sustainability는 목재의 건축디자인 적용에 있어 다양한 장점을 설명한다. 목재는 천연재료로 생태 시스템을 보호하고 빌딩의 효율을 높인다. 또한 목재가 디자인 의도를 잘 구현하며 건축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한 것을 설명한다. 페르시아 철학에 ‘천연자원인 흙, 공기, 불, 물은 인류가 살아가는 필요적인 요소이고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목재는 재생 가능한 천연재료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 주는 재료이다. 이 세션의 세 번째 파트는 목재 디자인의 이점과 더 건강한 건물을 시공하는 것을 설명한다. 그중 목재의 이점에는 세 가지 용어가 설명되는데 Shinrin-Yoku(일본에서 유래된 용어로 산림욕으로 정의됨), Biophilia(생명사랑), Biomimicry(생체의 구조나 기능으로부터 유추)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의 목재가 건축 디자인의 구조, 마감, 그리고 식물의 실내 도입 등으로 적용될 때의 장점을 설명한다. 목재를 활용한 건축 디자인은 실제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며, 건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에너지 효율뿐 아니라 사람의 심리적 물리적 환경까지 고려할 때 그 효과는 상당하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느리지만 말 그대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건축 실무기술(Sustainable Practice)에도 재소개 되었을 뿐 아니라 전체 대회의 Keynote panel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진 건축사들의 토론시간인 ‘디자인 비즈니스의 변모(Transforming business of Design)’는 친환경적인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건축사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어떤 변화와 전략이 필요한 지를 다룬 매우 인상적인 토론이었다. 사회자 로만 마스의 진행으로 4명의 건축사사무소 대표자들이 출연했으며, 사무소의 규모는 상이하지만 각자의 사무소가 처한 여건과 고민을 통해 앞으로 어떤 변혁을 이루어내야 건축사업의 전망이 지속 가능하고 새로운 인재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킬 수 있을지에 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 결과,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건축사라는 직업에 다양한 배경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포진해야 이 직업이 지속가능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에 주로 의견이 모였고, 호기심에 찾아보니 미국 AIA의 회원 구성원에서 여성 비율이 2017년 17%에서 2019년에는 24.4%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아직도 건축사 시험을 통과하는 79%는 백인남성이다. 우리 협회 구성원의 남녀 비율이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진다.

 

** 7월 8일 진행된 Sustainable Practice 세션 목록은 아래와 같다

Keynote Panel
•Selling Sustainability to your Clients

Keynote Event
•Dr. Robert Bullard Keynote Event : Injustice & Environmentalism

Live Produce Demo
•Good to Great Specifications
•Parapet Perplexities-Water, Air, Termal, & Vapor Control
•Design-centric BIM Modeling With Vectorworks Architect
•Aluminum’s Role in Positively Contributing to Our Surroundings
•Glass Technologies & Resources to Optimize Glazing Unit Performance

세미나
•Where did the ‘I’ in BIM go?
•Touchless Solutions for Hand Hygiene
•Making Passive House Standard
•Sustainability, Health, Safety & Welfare of Modular Masonry Fireplaces
•Solving for Carbon, Dividing by Roofing
•Coating Innovations & the Healthy Building Movement
•Making Glass Come to Life : The Principles of Glass Selection
•Balancing Health & Performance Benefits Through Natural Lighting
•Architect of the Ozarks : Marlon Blackwell’s Universal Localism
•What They Want : Understanding Clients’ Sustainability Imperatives
•Architecture, Climate Change & Society
•Manufacturing, Better
•The Seeds of Sustainability
•From Practice to Policy : Ed Mazria, an Effective Climate Champion
•Building a Case for High-Performance Design
•Becoming the Business You Want to Be : Tips for Building an Exceptional Sustainable Practice

Case Study
•Site & Resilience Case Study : Marine Education Center at the Gulf Coast Research Laboratory, Ocean Springs, Mississippi
•Community Case Study : Keller Center, Harris School of Public Policy-University of Chicago
•Measurement & Accountability Case Study : City of Seattle North Transfer Station, Seattle
•Density Case Study : Lakeside Senior Apartments, Oakland, Calif

부대행사
•Wellness Lounge
•AIA Community Night

Membership demographics report 2019, AIA

 

글. 이건섭 · 임수현 Rhie, Gibson · Yim, Suhyun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위원 · 자문위원

이건섭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건축사

연세대학교 건축과와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삼성미술관,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0년대 중반 교환교수로 미국 Virginia Tech에서 건축역사 및 이론을 가르쳤다. 현재 삼우설계에 근무 중이며, 글로벌 프로젝트 다수를 담당해왔다. 저서로 포털사이트 Naver에서 오늘의 책으로 선정된 <20세기 건축의 모험>이 있다.
gibson.rhie@samoo.com

 

 

 

임수현 와이건축사사무소·건축사·영국왕립건축사

건국대학교와 영국 런던대학의 건축대학 바틀렛에서 건축을 공부하였다. 영국 HOK London과 한국 종합건축사사무소건원에서 건축 실무를 하고, 2018년 와이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다. 한양대와 건국대에서 건축을 가르치고 있고, 공공건축과 친환경 건축분야를 중심으로 건축을 하고 있다.
yarchitects2018@gmail.com

,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2021
“CROSSROADS, Building the resilient city”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포스터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기간 / 2021년 9월 16일 ~ 10월 31일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대
총감독 / 도미니크 페로
주제 /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주최 / 서울특별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작가와 작품, 전시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도시와 교류하고 서울을 알리는 화합의 장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미래를 모색하는 주제와 제안의 현장이다. 행사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리고, 매회 새롭게 제안하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담은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주제전과 세계 각 도시들의 선도적인 공공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도시전을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된다.
올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주제전과 도시전 외 게스트시티전, 서울전, 글로벌 스튜디오, 현장 프로젝트가 구성될 예정이며, 전시 외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 및 프로그램들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여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영상공모전, 토크 프로그램과 포럼 등도 진행될 예정이다.

 

총감독 도미니크 페로
General Director Dominique Perrault

총감독 도미니크 페로
(Dominique Perrault)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프랑스 건축사 도미니크 페로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주제전과 도시전의 큐레이터를 겸한다. 페로는 프랑스 건축가이자 동시대를 이끄는 건축계의 선도적 인물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필두로 베를린 올림픽 자전거 경기장과 수영장, 룩셈부르크 유럽 사법재판소 증축, 마드리드 올림픽 테니스경기장, 비엔나 DC1 타워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7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미스 반 데어 로에 상을 수상했고, 이화여대의 캠퍼스 센터로 2008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0년에는 프랑스 건축 아카데미에서 금메달을 수상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19년 10월부터 리우데자네이루 세계 건축수도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UNESCO-UIA 공동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임되었다. 페로는 이번 비엔날레 주제를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CROSSROADS, Building the resilient city)’로 설정했다.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CROSSROADS, Building the resilient city
도미니크 페로 감독은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통해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보다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를 묻고자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을 수용하는 건축물이 어떻게 회복력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CROSSROADS, Building the resilient city)’라는 주제 아래,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제안들을 제시하여 도시를 구성하는 관계의 복잡성과 현재 인류가 직면한 주요한 시대적 질문의 해답을 모색해 볼 것이다. 또한 사람과 건축물, 기반시설, 도시환경 속 이동과 도시정책 간의 복잡하고 기존에 구축된 상호작용이 중첩되는 공간으로서의 도시와 메트로폴리스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그리하여 총감독이 제안한 주제 ‘크로스로드’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추구하기 위한 5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 개의 소주제
Five CROSSROADS
지상/지하(ABOVE/BELOW)
지상과 지하, 서로 다른 이 두 공간을 연결 또는 교차하여 기능을 함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주제에서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과 도시발전을 위해 농지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지양하며, 한정된 도시 내에서 밀도 있고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도시 곳곳과 주거지에서 편리함을 제공하도록 고민한다.

유산/현대(HERITAGE/MODERN)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유산들은 보존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유산이 현대의 연결지점과 융합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보완하고 다시 활용해야 한다.

공예/디지털(CRAFT/DIGITAL)
‘집’이라는 개개인의 공간이 생기면서 집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달라졌고, 이는 그 관계성에 주목한 주제다. 생산 과정에서의 개개인의 개입으로 인한 영속성과 도시의 산업화와 세계화에 대한 재해석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자연/인공(NATURAL/ARTIFICIAL)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유한하다. 더 이상 야생 공간은 존재하지 않기에, 모든 자연은 점차 인공적인 풍경으로 변모하고 있다. 때문에 인류는 자연을 가꾸고 보존할 책임이 있다.

안전/위험(SAFE/RISK)
현재 도시는 여러 위험에 적응 및 변화하고 대응하기 위해 건축과 도시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도시발전과 예상치 못한 것들의 교차 시점을 말하는 주제이다. 앞으로 지어질 미래도시는 현시대의 위험을 토대로 만들어지겠지만, 공동의 창조물로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또 다른 발전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9월 16일 개막 …
서울의 중심을 이으며 개최되는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주제전, 도시전, 게스트시티전, 서울전, 글로벌 스튜디오, 현장 프로젝트 등 총 6개의 전시로 구성되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Seoul HOUR), 세운상가 일대에서 이루어진다.

전시장소 DDP ⓒ Kyungsub Shin Studio

전시장소 서울도시건축전시관 ⓒ Lee Hyun Jun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 주제전, 도시전, 그리고 글로벌 스튜디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비엔날레 주제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이 담긴 작품을 전시하는 주제전, 세계 도시들의 현안과 공공 프로젝트를 전시하는 도시전, 비엔날레 주제에 대한 국내·외 대학 및 스튜디오의 연구와 결과물을 전시하는 글로벌 스튜디오를 볼 수 있다. 주제전과 도시전은 도미니크 페로가 직접 큐레이팅을 맡았으며, 글로벌 스튜디오는 건축가 그룹 ‘건축공방’의 박수정, 심희준이 큐레이터로 선정되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Seoul HOUR)
– 게스트시티전 · 서울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초청 도시의 주요 현안 및 정책을 소개하는 게스트시티전과 서울의 도시건축 정책 및 혁신적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서울전이 열릴 예정이다. 게스트시티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최춘웅 교수가, 서울전은 건축 스튜디오 ‘바래’의 전진홍, 최윤희가 큐레이터를 맡았다. @@사진 7, @@사진 8

 

세운상가
– 현장 프로젝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두 개의 주 전시장을 잇는 세운상가는 5명의 문학 작가와 5명의 건축가가 새로운 이야기와 구조물을 만들고 그래픽 디자이너와 영상작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매체로 각색하여 건축사사무소 ‘푸하하하 프렌즈’의 한승재, 윤한진, 한양규 큐레이터의 기획 아래 구성될 예정이다.

전시장소 세운상가

오는 9월 16일부터 46일간 개최되는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현대 기술 중심 문명에 도전하는 코로나 상황 속에 열리는 최초의 도시·건축행사 중 하나이다. 팬데믹 시대, 도미니크 페로 총감독과 190여 명의 작가들은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또 어떤 답을 제시할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확인해보자.

 

글·자료. 서울특별시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

복도, 그 아련한 시작과 끝

A hallway, its dim beginning and end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시청하던 중, 평소 선도부장에게 불만이 있던 학생이 위층 복도에 있다가, 마침 아래 지상에 모여 있던 선도부와 선도부장에게 마시던 우유갑을 내던져 그 우유갑이 선도부장 몸에 명중하면서 흰 우유가 검정 교복에 쏟아지는 장면을 보았다.
선도부와 부장은 잔뜩 화가 난 채 위층 교실로 함께 몰려와 우유갑 던진 학생을 찾다가, 그 행위를 말리는 햄벅(햄버거) 학우를 대신 냅다 팬다. 주연배우는 같은 반 학우들이 선도부장에게 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 걸 보고, 그걸 빌미로 선도부장에게 옥상에서 한 판 맞짱을 뜨자고 큰소리로 욕하며 소리친다. 그 장면에서 나의 중학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청소시간에 물을 1층 배수구에 버려야 되는데, 귀찮아서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2층 복도에서 창밖으로 물을 버렸다. 그런데 1층 복도를 순찰하던 학생주임 선생님이 창밖으로 물이 떨어지는 걸 목격하고 곧바로 우리 반으로 찾아 올라와서 수소문하여, 그만 내가 걸려버렸다. 그 당시는 학폭이 만연, 일상이던 때라 학생주임에게 몇 대 얻어맞고 교무실 앞 복도에서 하염없이 꿇어앉아 반성해야만 했던 나의 시절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그다지 연관이 없었지만, 문제의 발단이 복도에서 벌어진 일이고 검정 교복 세대를 다룬 영화여서 그런지 그 시절이 오버랩 되었다.

그때 복도에서 반성해야만 했던 그 시간은 교실에 있던 친구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단조롭고 길고 길었던 그 복도에서 좌우를 바라보며 학생주임이 나타나 반성 해제를 해주기를 기다려야만 했던 그곳에서, 공간의 막연함과 더디게만 흐르는 시간은 정말 괴로웠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아이로 거듭났지만….

그리고 또 한 편의 영화  <여고괴담>에서 한밤의 순찰 중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는 공포스런 복도…
그런 기억들이 있는가?
쓰던 물건을 교실에 놔두고 와서 물건을 찾으러 밤중에 캄캄할 때 오가던 복도, 중앙 현관에서 우리 반 출입문까지의 거리는 또 얼마나 길던가. 뒤에 누군가 따라오는 느낌, 스스로의 발자국 소리에 소스라쳐 놀란 내 모습이 비친 유리창, 그리고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던 헛 청취…….

복도가 거리로서의 길이만 연상되지 않고, 시간적인 길이도 함께 연상되는 것은 정해진 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게 조성된 복도의 공간적 형태 특성 때문이리라.
그리고 또 한 편의 검정 교복 세대 영화 <친구>에서는, 학생 동수가 사고를 쳐 학교에서 퇴학당하자 학교에서 나오는 길에 복도 유리창을 몽둥이로 두들겨 깨버리는 행동을 보이면서 복도를 지나간다. 그렇게라도 해야 직성이 풀렸겠지….
여하튼 복도는 이렇게 그냥 지나치는 통과 도로 형태지만, 이곳에도 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건축 설계에 복도는 학교 외 어디에 있는가?
먼저 갓복도형 아파트에 그 복도가 있다. 그리고 호텔과 오피스텔의 중간 복도, 주상복합 아파트의 복도, 상가의 복도, 또한 단독주택의 거실에서 침실로 오가는 복도 등….
여기에서 복도에 관한 건축적 공간 설계를 무심코 하다 보면, 밋밋한 공간을 구획하게 되어 늘 보아왔고 느껴왔던,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단조롭고 길고 긴 복도가 조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공간도 다음과 같이 생각을 바꾸어서 부여하면, 이야기가 다양해지고 추억 또한 보다 아름다워질 수 있다.

대학교 복도에 천창을 설치한 사례 스케치 / 조정만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의 복도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 이동 후 하차하여 배당받은 호실에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복도를 설계할 때, 외부 경치를 느낄 수 있는 건축적 공간 조성과 중간중간 포켓형 공간 조성, 또 일자형 복도를 지그재그 형태의 복도로 조성해 주어, 사람들이 복도를 지나다니다가 행여 각 실의 열린 문틈으로 내부를 자세히 볼 수 없도록 하는 것 등이 중요한 복도 설계의 특징이 될 수 있다. 오피스텔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최상층 복도 천정에는 자연채광이 들어오게 하는 건축적 장치와 천창 배치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나는 현재 미단시티에 ○○오피스텔을 설계 중에 있는데, 위에 열거한 생각들을 복도에 조성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그리고 실행하려고 한다. 또한 각 실 테라스 배치, 복층형 오피스텔로도 함께 구상 중이다.
그리고 단독주택이나 사무실에도 마찬가지로 복도의 공간에 위 구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복도에도 단독주택 단지의 골목길처럼 다양한 이야기와 사연이 담긴 추억 나무를 심어주어, 향후 아름답고 맛깔스런 추억의 감동 열매가 열리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다.

 

글. 조정만 Cho, Jeongman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조정만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건축사·작가

건축사이자 문학작가인 조정만은 남원 성원고,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건설경영과정 금호MCA를 이수하였다. 천일건축, 금호그룹 종합설계실, 아키플랜에서 설계, 감리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강원청암재, 동교주상헌, 고양농경문화박물관을 설계하였고, 미단시티 ○○오피스텔, 옥천 Y주택, 대청호 수연재 등을 설계하고 있다. 2016년 한국수필에 ‘방패연 사랑’과 ‘아버지와 자전거’로 등단하였고, 현재 무영씨엠건축 대표이사이자, 활발한 에세이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imatect@mooyoungc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