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축의 거장, 그들의 발언

Masters of the modern architecture, and their words

대한민국에서 건축의 사회적 위상은 어떨까? 1960년대 협회지를 찾아보면 당시에도 이런 질문이 있었던 듯하다.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중후반에 기성 건축사들이나 대학의 교수님들께도 수도 없이 들었던 자조 섞인 질문이었다.
세월이 흘러 기성세대가 되고, 나도 어느새 윗세대보다 아랫세대가 많은 건축동네에 서 있다. 그리고 편집장으로서 매달 한 번씩 쓰는 글에도 이런 의미와 주제가 여러 번 다뤄졌다.
과거의 여러 자료를 곰곰이 보다가 새삼 느낀 것이 있다. 우리 건축계 인사들이 사회적 발언을 너무 안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몇몇 분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종 언론을 통해 발언해왔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신문이나 다큐 등에서 간간이 발언을 노출해왔다. 하지만 보다 조직적이고 규모 있게 발언한 적이 거의 없다. 협회의 성명도 대체로 우리 생업과 관련된 내용들을 가지고 했지, 사회·정치적 어젠다(agenda)나 미래 비전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건축의 역사를 보면, 서구 사회의 건축계에서 발언한 거시적이고 확장된 내용의 주장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때로는 한쪽으로 치우쳐서 위험한 경우도 있었고, 사회의 균형을 언급한 것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런 시도들로 인해 그 사회에서 건축의 존재가, 의미가, 가치가 공유되고 인식된다는 점이다.
고전건축에서 현대건축으로 사고와 건축의 틀 자체를 바꿔버린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의 건축 거장들만 해도 그렇다. 아직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르 꼬르뷔지에는 유명한 사회주의 이념가로 건축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주장했다. 그의 수많은 건축적 논리와 주장, 결과들은 그런 정치철학적 성과물이다. 그가 이념적 이유로 미국을 방문하지 못했다는 점은 유명한 사실이다. 또 오스카 니마이어는 어떤가? 동의하거나 말거나 그의 정치 철학적 주장과 사회적 발언들은 브라질 독재로부터 망명의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다. 바우하우스의 발터 그로피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히틀러의 파시즘은 그로 하여금 본의 아니게 망명 아닌 망명으로 미국 현대 건축을 성장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이런 흐름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수상작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역주의적 노력을 한 중국 왕슈의 수상부터 조금씩 관점을 이동시켜온 프리츠커상은 최근 사회적 시각에 더 주목하고 있다. 알렉한드로 아라베나의 사회 참여적·발언적 작가주의에 주목하고, 역사와 지역에 침착한 RCR건축이 수상했다. 최근에는 일종의 재생자원에 주목한 지역 건축하는 프랑스의 안 라카통, 장필리프 바살이 공동 수상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건축은 어떤가?
왜 국내 건축상들은 권위를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상이 아닌 건축을 하는 이들, 건축사를 비롯한 건축 교육학자들을 왜 주목하지 않는가? 왜 건축을 주제로 하는 건축 언론인들은 사회의 화자로 주목받지 못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미래를 준비하는, 공감을 얻을 만한 주제와 이슈를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발언하지 않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서 술집에서 한두 명이 넋두리하듯 하지 마라!
좀 더 크게, 좀 더 멀리, 좀 더 확실하게 발언해도 된다. 안 다친다.
발언하자, 건축 인싸(insider)들이여.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

설계 소프트웨어 국산화, 설계산업 경쟁력 강화의 시작! “개발자와 국내 사용자 간 소통으로 지속 발전·혁신 꾀할 것” _ 김기봉 그룹장

Localization of design software, the beginning of strengthening the competitiveness of the designing industry!
“Will continue work for the development and innovation, with the communication between the developer and local users”

김기봉 그룹장 Kim, kibong 마이다스아이티 국내사업그룹 그룹장

외산 캐드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캐드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산 캐드 제품이 있다. 기술독립의 가치와 국내 기술의 세계 표준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마이다스아이티의 MidasCAD(마이다스캐드)는 건축사를 위한 ‘ArchDesign(아키디자인)’ 제품을 출시하고,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제품을 보완하며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울러 9월 중에는 ‘마이다스캐드 2022’ 버전이 출시 예정이다. 지난 8월 24일, 김기봉 마이다스아이티 국내사업그룹장을 직접 만나 마이다스캐드의 개발 방향, 마케팅 전략과 목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홍성용_먼저 마이다스아이티의 소프트웨어와 캐드에 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기봉_마이다스 소프트웨어는 건축구조엔지니어링 설계와 3차원 시뮬레이션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기술로 건축분야에 보급한 프로그램이 eGen과 midas Gen이고, 특히 midas Gen은 현재 국내 건축구조 해석에 99%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토목 구조분야에서는 교량 설계 등에 이용되는 midas Civil이 있고, 지반 분야에서는 해석과 설계 관련 몇 가지 제품이 있습니다. 그중 지반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은 터널 설계에 글로벌하게 사용되는 GTS NX가 있으며, 최근에는 건축현장의 지하 안전영향 평가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는 기계분야 제품인 NFX와 MeshFree라는 제품도 보급 중입니다. 건축과 토목분야에 국내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싱가포르, 유럽, 동남아 등 해외의 설계코드와 해석기술이 포함돼 해외 약 110개 국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현재 내년 또는 내후년 공개를 목표로 각 분야별로 다음 세대의 표준이 될 새 버전의 제품들을 개발 중입니다.
본론으로 들어와서, 마이다스캐드는 일반 범용버전인 마이다스캐드와 건축사를 위한 아키디자인이 있습니다. 아키디자인 버전은 전국 1,500여 개 이상의 건축사사무소 설계자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세움터용 DWG 분리기능 등 국내 건축실무 맞춤 기능으로 만족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마이다스캐드는 범용인 만큼 기계 분야나 전기 분야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손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기봉 마이다스아이티 국내사업그룹 그룹장

# 사용자 의견을 반영한 신제품 출시, 향후 3D 프로그램 호환성 등 확대 계획 우리 기술의 세계 표준화 목표

홍성용_캐드가 점점 발전하면서 여러 편의 기능이 생기고 3D 모델링, BIM이 등장하는 등 캐드의 역할도 변화 중인데, 마이다스캐드의 개발 방향이 궁금합니다.

김기봉_저희는 국내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편의 기능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사용자분들의 의견을 우선 반영하고, 추가적으로 사업적인 영향이나 개발 일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9월 중 마이다스캐드 2022 버전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해 실행 아이콘이나 파일 아이콘, 제품 내 아이콘들을 좀 더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또 ‘One Desk’라고 해서 제품 인증과 라이선스 조회, 관리와 더불어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됐고 외부 API 지원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입단면도 작업을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UCS 회전보기 기능이 탑재되었으며 참조기능 개선, 연속출력이 가능한 프린터의 지원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3D 캐드 작업환경, 모바일 뷰어, 마이다스 CAD/CAE 제품 간 연동 강화 등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함께 반영하여 개발할 계획입니다.

홍성용_다른 캐드제품과 차별화되는 마이다스캐드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김기봉_마이다스캐드 아키디자인은 국내 건축설계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아키디자인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사용하는 라이브러리, 레이어 등을 맞춤형으로 세팅할 수 있는 기본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또한 자주 사용하는 선, 도면을 한 번만 등록해놓으면 바로 꺼내쓸 수 있는 기능과 리습, 써드파티 기능도 추가비용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특히 연속출력 기능과 자동 축척 기능은 기존 대비 5배의 시간 절감 효과가 있어 사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경우 실시간 소통과 기술지원(AS) 측면에서는 세계 캐드 제품들 중에서 부동의 1위라고 생각하고 있고, 고객 만족도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저희 고객사에서는 마치 1:1 과외로 코칭을 받는 느낌이라고 큰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홍성용_우리만의 어엿한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설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기봉_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작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나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일방적인 앱수수료 30% 인상 계획도 기반이 되는 소재의 핵심 기술과 플랫폼을 장악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설계 산업에서는 외산 제품인 오토캐드를 주로 사용하는데, 가격경쟁력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는 리스크가 계속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계 산업에서의 핵심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국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설계 기술을 직접 우리나라 소프트웨어로 담아낼 수 있다면 그만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마이다스아이티에서는 크게 기술독립의 가치, 그리고 우리 기술이 세계의 표준화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 마이다스 캐드, 학생들에게 무상 보급
국내 사용자와의 직접 소통으로 제품 업그레이드

홍성용_저 역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캐드가 없는 줄 알았고, 오토캐드의 변형제품으로 오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국산 캐드의 인지도가 많이 낮은데,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오토캐드는 학생들이 크랙을 사용하게 두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마이다스아이티의 전략이 있을까요?

김기봉_현재 대학뿐 아니라 고등학교에도 마이다스캐드를 무상보급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동국대·세종대·부천대 등 15개 대학교와 부산공업고등학교의 캐드 사용을 전면 지원하고 있는데, 말씀하셨듯이 낮은 인지도로 인해 알려지지 않은 감이 있습니다.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에서도 오토캐드를 사용하다가 저희 제품으로 전면 교체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교육기관, 학생들을 위해 무상지원을 하고 있으나 전체 학교 대비 사용량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학생들도 실무에 많이 사용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에 무상지원이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현실이고,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마이다스캐드 무상보급을 하고 있으니, 많은 학교 관계자분들이 관심을 갖고 연락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홍성용_프로그램 가격이 실제 선택에 큰 이유를 차지합니다. 제품이 높지 않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느끼는 갭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산을 쓰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가격 저항이 장벽이 되기도 하고요. 영구버전으로 판매되는 ZW의 경우 사용자가 늘고 있는데, 마이다스캐드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런 부분을 고려하고 있는지요?

김기봉_말씀하신 중국산 ZW캐드의 경우 영구버전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가성비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토캐드 역시 영구버전으로 보급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즉 영구버전은 빠르게 바뀌는 하드웨어나 OS 버전의 호환성에 따라 새 버전의 구매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영구버전은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흔히 생각하실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비용과 지속사용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사실상 미국산 오토캐드나 중국산 ZW캐드에서는 대한민국이 여러 해외 시장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내 고객의 고충을 반영하지 않은 의사결정은 더 쉽고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저희 마이다스캐드는 국내 사용자만 고려하고 있죠. 즉 국내 사용자가 마이다스캐드의 주인인 겁니다. 다른 외산 캐드는 교육, 기술지원 위주로 대리점과 소통한다면 저희는 직접 코딩하는 개발자와 국내 사용자가 직접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특장점이 있습니다. 외산 캐드는 정해진 것을 알아서 쓰는 방식이잖아요. 국내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며 느끼는 불편사항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진짜 소통이고 국산캐드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영구버전은 구매 시 한두 번의 소통으로 끝나지만, 불편사항을 해결하려면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합니다. 사용자와 보급사 간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는 구조여야 제품을 사용하며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고, 제품도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사용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렴한 사용료 정책이 영구버전보다 고객들에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사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거기에 제품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고객도 차별화나 경쟁력을 갖추기를 요구할 수 있으며 보급사도 그를 듣고 지속적으로 발전·혁신할 수 있는 포텐셜을 가질 수 있는 상생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도입할 때는 영구버전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게 느껴지지만, 장기적인 진짜 상생을 위해서는 저렴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 옳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성용_그렇다면 현재 사용자를 위해 어떤 소통 채널을 이용하고 계신가요?

김기봉_현재 고객사와 다양한 채널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톡 상담과 원격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기능 문의와 오류를 즉각적으로 해결해드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사용자 카페를 통해 캐드와 관련된 교육자료와 영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건축법, 건축 칼럼, 캐드 팁, 캐드 불법단속 대응 콘텐츠를 홈페이지 블로그와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마이다스캐드’를 검색하시면 언제든지 확인 가능합니다.

 

# BIM용 프로그램 플랫폼 이미 갖춰져 있어,
건축시장 환경 구체화 된다면 1년 내 보급 가능

홍성용_현재 BIM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데, 국산 캐드가 BIM으로의 전환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마이다스에서도 BIM용 프로그램 개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기봉_내부적으로 건축 BIM 플랫폼은 이미 갖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축 시장 환경과 사용자의 니즈가 구체화 된다면 1년 내에 충분히 보급이 가능합니다. 국가 정책상 BIM 적용이 필수인 토목 분야에 midasCIM 제품이 이미 출시되어 있습니다. midasCIM은 도로공사와 같은 공공발주처, 대형 시공사와 설계회사에서 실무에 적용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건축보다 토목 쪽을 먼저 출시한 이유는, 토목은 국가 정책상 강력한 추진 원동력이 있고, 도로·철도공사나 시설관리공단 등의 관리주체가 베네핏을 볼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홍성용_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일반 건축사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모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관련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기봉_네. 말씀드렸듯 9월 15일 경 마이다스캐드 2022 버전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출시와 함께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와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프로모션을 통해 당장 캐드로 사업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국내의 독자적인 설계 기술을 담아 기능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에서 마이다스캐드로 설계 소프트웨어의 국산화, 자립화를 이루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매출금액보다 보급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에 국내 프로모션은 우리 기술자들에게 자주, 많이, 그리고 파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홍성용_긴 시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김기봉_추상적이지만 길들여짐에 대한 자각이나 변화에 대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 문제가 발생하고 국내에서 대기업이 기술적 지원, 품질관리로 국산화를 가속화시켜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마찬가지로 이 시점에서 국내 건축사사무소가 국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니즈를 전달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경쟁력 있는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현재 건축시장은 기존 시장을 점유한 오토캐드에 길들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기준으로 국산 제품을 바라보시거든요. 마이다스캐드가 지닌 특장점이나 가능성을 본다면, 무리 없이 사용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국 3,300개의 고객사에서 마이다스캐드로 전면 교체해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10월까지 마이다스캐드 2022 출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을 기회로 길들여짐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되어 많은 분들이 변화의 시작을 함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담 홍성용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

건축비평 _ 빌라 드루 마을의 마을

Architecture Criticism _ Villa de ru
Village within Village

현대빌라는 서리풀공원에서 반포천을 향해 흐르는 완만한 경사에 자리 잡았다. 비록 한 동의 적갈색 건물이었지만 아홉 세대가 함께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주민들끼리는 서로를 잘 알았고, 담장 안 정원을 함께 가꿨으며, 폭우로 누전이 될 때면 릴선을 연결해 도왔다. 삼십 년의 시간. 노후화된 건물이 더 이상 물, 소음, 외기로부터 온전히 삶의 공간을 보호하지 못하게 되면서 주민들은 어렵게 새 집을 짓기로 결단했다. 건축사를 초청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주민들이 각자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아홉 명의 건축주이자 하나의 경제공동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건축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다. 기존 주민 세대 모두가 신축 건물에서 계속해서 거주하기를 희망했고, 이것은 건축주들이 시행사보다 건축사를 먼저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불특정 다수에 분양을 하는 다세대주택과는 다르다는 전제가 주어졌다. 이는 프로젝트에 압박감과 동시에 기회를 부여했다. 건축사는 세대원 모두가 만족하는 안을 내야 하면서도, 그들의 이해와 동의가 있다면 일반적이지 않은 고유한 해법을 실현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건축사의 인식 깊은 곳에서 ‘건축물’이라는 단어를 ‘마을’로, ‘개별 유닛’을 ‘관계’로 치환하려는 생각이 피어오르게 했다.

건축사는 새로운 마을의 모습으로 지면의 경사와 공중의 정북사선이 만드는 사다리꼴의 단면 바운더리 안에 놓인 세 덩어리의 돌을 제시했다. 기존 빌라보다는 두 개, 주변 필지의 흐름보다는 한 개가 많은 수였고, 기존 서측 도로에 면하던 방향에서 90도 회전한 동서로 긴 매스들이었다. 매스들은 대상지 위에 엇갈리게 놓이면서 구성적 관계를 형성하고 동시에 고유의 특성을 부여받게 된다. 이는 매스들 사이의 외부 공간, 특히 그 깊이에 의해 정의된다.

남측 매스보다 서쪽 도로변으로 당겨진 북측 매스는 거실면 남측과 안방면 동측으로 깊은 외부 공간과 골목길에 대한 조망을 확보한다. 북측 매스에 거실향을 내주면서 동쪽으로 밀려난 중앙 매스는 서쪽으로 깊은 외부공간을 가지면서 동쪽의 일부분은 대상지 전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외부공간 한가운데에 노출된다. 상이한 장점을 지닌 세 선택지는 아홉 명 건축주들의 다른 성향을 넓게 아우를 수 있는 제안이었다. 각각의 장점들이 담으로 정의된 경계 속에 놓인 다른 매스와의 관계로부터 도출된다는 점은, 서로 타협하며 어울려 사는 마을의 이미지를 상연하고 있었다.

향(向)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배치의 개념은 비슷한 평형대에 살았던 아홉 명의 건축주들이 실거주할 집을 설계한다는 것에 기인했다. 예컨대, 건축사는 한 세대는 남향을, 다른 세대는 동향을 갖는 식의 불평등한 상황은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배치에 대한 건축주들의 만족과 신뢰는 그에 수반되는 낯선 형식의 평면을 수용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배치 형식에 따라 모든 매스는 자연스럽게 동서로 긴 장방형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주거 평면의 주인공 격인 거실/다이닝과 안방, 두 요소가 분리되어 존재하는 평면 형식을 내재했다. 장방형에서 가장 외기에 많이 면한 양단에 두 공간을 평형추처럼 놓고 그 사이를 잇는 복도를 중심으로 화장실, 방, 현관 등이 배치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낯선 결별은 두 실 모두에 어느 것에도 종속적이지 않은 독립성을 부여했고, 양손에 서로 다른 풍경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을 담게 하면서 각 세대에 다채로움의 균형을 선사했다. 세 매스들은 마을의 질서를 공통적으로 따르면서도, 배치와 코어에 따라 수납이 좋은 집, 화장실이 넓은 집 등과 같이 다른 타입의 평면을 가지며 서로 구별되었다. 건축주들은 각 평면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스스로를 투영해보고, 자신을 위한 혹은 이웃을 위한 것이 될지도 모를 개선 의견들을 건축사에게 전달했다.

<빌라 드루> 전경 © 최진보

세 개의 돌은 부드러운 경사 지형상 각 지점에 묵직하게 안착하며 상이한 층위들의 구성을 만든다. 이에 따라 각 세대의 바닥 레벨은 모든 단면 상에서 수평적으로 엇갈려 시선의 간섭을 피하게 되었다. 평면적으로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각 매스의 창들이 서로 교차하지 않도록 계획되었고, 이는 돌의 물성이 입혀진 입면 상에 유리와 철재로 구성된 수직적 오프닝의 리듬으로 나타났다. 돌과 유리, 두 물성의 수직 요소들은 낮과 밤에 따라 서로 교대하면서 마을의 밖과 안을 드러냈다. 건축사는 간혹 수직선을 약간씩 이동하고, 그 변경선에 수평 요소로 먹줄을 쳐 각 매스를 두세 개의 덩어리로 분할하였다. 수직 요소의 말단부는 얇은 금속 지붕을 채석장의 절단기 삼아 비스듬하게 절단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렇게 구성된 화이트 스톤의 덩어리들은 서쪽 빛을 빗겨 반사하고 빗물을 머금기도 하면서 보는 각도와 시간, 날씨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백색과 황색 사이에서 그 톤을 달리했다. 밝은 군집의 이미지가 빛을 흡수하던 기존 빌라와 다른 새로운 비전을 건축주들에게 제시했다면, 층위를 달리하는 외부 공간과 나지막한 계단들은 앞으로도 유지될 땅과의 익숙한 관계로 받아들여졌다. 세 개의 개인 정원과 한 개의 공동 정원을 구성하는 판들 사이에 심어진 수목들은 적절히 빛과 시선을 차폐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완성했다.

빌라 드루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아홉 명의 건축주들은 단톡방을 만들고 전체 배치부터 가구 마감에 대한 사소한 사항까지 모든 결정을 협의를 통해 진행하고자 했다. 아홉의 숫자가 다수결에 따른 의사 결정을 보장함에도 그들은 설득과 양보, 타협을 통해 결국 모두가 수긍하는 이상적인 방향을 택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해 갔다. 건축사는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이 과정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서로의 입장과 관계를 조율했다. 물론 건축사의 프로젝트에 대한 욕망 또한 협의의 열 번째 목소리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로서 빌라 드루는 결국 ‘구축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다세대주택의 등장 이후 삼십 년이 지난 지금, 마주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물리적 표면보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과정과 고민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요구되는 패러다임이 변화한 현재의 도시에서 노후화된 다세대주택의 중규모 필지들은 새로운 사람 사이의 관계와 공동체 풍경의 가능성들을 다시, 비로소,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글. 강현석 Kang, hyunseok SGHS 공동대표(SIA)

강현석 SGHS 공동대표(SIA)

내러티브와 텍토닉에 중점을 두고 있는 SGHS 대표다. 일민미술관 <그래픽 디자인 2005~2015(서울, 2016)>,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년 특별전 <상상의 항해(서울, 2016)>, <제16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작가로 참여하였고, 2019년 <투발루 프로젝트(WWW.TVPR.TV)>를 출판했다. 현재 스위스건축가협회(SIA, The Swiss Society of Engineers and Architects)의 회원이며,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sacrolago@gmail.com

,

제13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모두를 위한 건축’ 22개 상영작 소개

Introducing the 22 films of the 13th Seoul International Architecture Film Festival
‘Designed For All’

9월 8~18일, ‘씨네큐브 광화문·네이버TV’ 온·오프라인 동시 상영
최초 공개 및 아시아·코리아 첫 상영작 등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아시아 유일 비경쟁 건축영화제인 제13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SIAFF, 이하 건축영화제)가 9월 8일부터 18일까지 다채로운 건축 영화를 상영 중이다.
대한건축사협회와 서울특별시가 주최, 대한건축사협회·서울특별시건축사회가 주관하는 이번 건축영화제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건축(Designed For All)’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작년 처음 개최된 온라인 건축영화제의 장점과 기존 오프라인 행사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행사를 동시 개최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긴밀한 소통과 더 많은 인원의 관람 독려 등 접근성을 높임과 동시에 오프라인 행사의 진행과 흐름, 상영관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 등을 모두 충족한 행사가 치러진다.
단,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기존 노들섬에서 진행이 예정됐던 개막식은 9월 8일 오후 7시 ‘네이버TV’에서 개최됐다. 관객과의 대화·스페셜 토크·호스트 아키텍트 포럼 역시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건축영화제는 9월 9일부터 18일까지 네이버TV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페이지에서 16개 상영작을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건축영화제에는 개막작을 포함, 건축영화제 최초 공개 작품(<프랑스에서>)을 비롯해 아시안에서 최초 상영되는 아시아 프리미어 작품 6편,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코리안 프리미어 작품 7편이 상영 중이다. 상영일정 등 자세한 사항은 건축영화제 홈페이지(www.siaff.or.kr)를 참고하면 된다.

,

사라지는 마을 色이 있는 마을 – 신화(新和)마을

Disappearing village
Town with color(色)-Shinhwa(新和) town

1960년대에 미포국가산업단지의 형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단 이주민촌인 울산의 대표적 산동네, 신화마을은 울산시 남구 일대(여천로 66번길 7) 여천오거리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160채의 가옥에 55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거주자의 60%는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구성되어 있다. 주택지의 40% 이상이 무허가로서 국유지와 개발 제한지역에 놓여있어 증·개축이 불가능하고, 공단과의 인접성 등으로 인해 재개발의 한계를 갖고 시간이 멈춘 도시의 섬처럼 놓여 있었다. 그러나 2010년 문화관광부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지역 작가 벽화마을로 조성되는 등 다양한 재생사업을 시행하며 울산의 대표적 재생사업 마을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다시 고립과 쇠퇴의 길을 걷고 있으며, 야음동 일원이 공원지역 일몰과 함께 ‘야음동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 촉진 지구’로 지정되고 이와 더불어 주변 아파트 개발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그동안 마을 재생사업으로 운명을 이어오던 신화마을도 또 다른 개발의 물결 앞에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신화마을은 ‘2010년 마을미술 프로젝트’ 사업 대상지로 선정, 고래특구와 연계된 공공 미술 문화공간으로서 벽화마을로 조성되었으며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2011)>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타지의 벽화마을과 달리 울산의 신화마을은 모두 역량 있는 화가와 조각가, 시인, 기획자들이 작업을 하여 완성도 높은 벽화를 가지고 있다. 17개 골목마다 각각의 다양한 주제로 벽화가 조성되어 있다.

마을 이름인 신화(新和)는 새로 정착한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살자는 의미이다.
힘들지만 잘 살아보기 위해 일했던 주민들의 삶의 신화(神話)가 알록달록 아름답고 곱게 칠해져 있다.

이전에 이들이 살았던 곳은
울산의 석유화학단지가 되었다.

하늘을 비행하는 고래들.

벽화만 남는 마을 재생사업, 이제는 멈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재생은 쇠퇴하는 마을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마을 상황에 맞게 개발, 보존 등의 수단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단순히 쇠퇴를 잠시 멈추게 하는 단순한 보존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마을의 특성에 맞게 개발하는 사업성 재생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고래가 가파르게 날숨을 뿜는다
신화로부터 멀리 와 버린
여기,
어디쯤 인가
관절마다 뙤약볕이 욱신거린다
화첩처럼 펼쳐진 골목 고래들 벽면을 오른다
등대처럼 서 있는 해바라기 벽화
바람이 불어도 미둥이 없다
어제 오늘의 경계가 없는 지금
흑등고래가 헤엄을 치느라고
신화마을이 파도처럼 일어난다
등뼈 굵은 황소고래가 지나가고
창문아래 나팔꽃도 핏빛으로 피어나고
늙은 아버지, 고래를 기다리다 뱃고동 소리로 돌아 올 때,
마을은 또 하나의 신화가 된다
맑은 눈빛이 내려다보는
창문에 턱을 괸 누렁이가 졸고 있는 사이
벽화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들숨을 뿜은 나도 벽화 속으로 들어간다
평화구판장엔 막걸리 사발 오가고
관절 식힐 비구름이 신화의 언덕을 오를 때
고래를 타고 산마을을 내려간다

– 한영채 시인의 신화마을

,

용어@건축 09 도구

Term@Architecture 09
Tool

architectural terms 건축용어
우리나라 건축용어 중에는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어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 연재에서는 필자가 이해하기 어려웠거나 호기심이 크게 생겼던 표현들을 소개하고, 그 어원과 출처를 추적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보다 적절한 표현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계기를 갖고자 합니다.

김홍도 필 풍속도 화첩 중 [기와이기] ⓒ 국가문화유산포털

김홍도의 ‘기와이기(집 짓기)’ 그림을 보다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 버려진 나무로 팽이, 총, 활과 화살, 아이스하키 채, 모형 배 등을 만들면서 아버지의 창고에서 여러 도구들을 몰래 꺼내 사용했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건설 현장에서 다양한 도구와 장비를 어깨너머로 보아 왔다. 최근까지도 일련의 파빌리온을 손수 만들면서 필요한 도구와 장비를 갖추고 직접 사용해온 터라 도구와 장비에 대해서는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홍도의 그림 속 대패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것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생김새뿐만이 아니라 목수의 자세와 대패의 방향도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달랐다. 18세기 조선 풍속도 속의 이 대패는 무엇이고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대패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대패를 밖으로 밀며 대패질을 하는 종류와 안으로 당기며 대패질을 하는 종류로 구분되었다. 밖으로 미는 대패는 서양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사용했다. 안으로 당기는 대패는 주로 일본의 목수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무엇이 좋다 나쁘다는 평가보다는 각각의 특징이 있으니 그 목적에 맞춰서 사용하면 될 일이다. 도구가 다르니 다듬어진 목재의 표면도 달랐을 것이다. 질감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차이도 있었다. 19세기까지 우리 건축에서는 모두 밖으로 미는 대패를 사용했는데, 전통건축을 계승했다는 목수들은 모두 일본식 대패를 사용하며 당기고 있다. 문제는 전통 목수 체험 행사나 국립민속박물관의 한옥 체험 프로그램에도 당기는 방법의 일본식 대패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목수가 필요한 상황에 맞춰 도구를 선택하는 것은 괜찮지만, 전통 체험에서 당기는 대패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건축 도구에 대한 우리의 무지가 드러나는 부끄러운 순간이다. 이순신 관련 드라마와 영화에서 거북선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기자들은 어김없이 당기는 일본식 대패를 들고 있다. 전문가의 무지가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준 것 같아 더 속상하다.

20세기에 들어 건축 도구와 장비는 이전의 것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건축 도구를 상실하고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도구와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는 점이다. 이 혼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와 기술의 변화로 옛 도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최소한 이 도구가 어떤 도구이고 어떤 기능으로 어떤 가공을 할 수 있는지는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서양식 도구의 영어식 이름을 일본식 발음으로 사용하면서 국적불명의 용어가 생겼다. 대표적인 사례로 ‘빠루’를 들 수 있다. 철거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빠루’는 지렛대의 원리가 적용되어 작은 힘으로 못을 뽑거나 단단하게 고정된 재료를 뜯어내는데 요긴하게 사용된다. ‘빠루’는 왜 ‘빠루’일까? 이 도구의 영문 이름은 ‘crow-bar’이다. 못 머리를 걸어 넘길 수 있도록 갈라진 끝부분의 모양이 까마귀 발처럼 생겼고, 지렛대처럼 긴 bar 형태이니 ‘crow-bar’라고 부르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본의 어느 회사가 이 ‘crow-bar’를 판매하면서 bar의 일본식 발음인 ‘빠루(バール)’를 제품명에 붙였다고 한다. ‘crow-bar’가 ‘빠루’가 된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crow-bar’를 지칭하는 ‘배척’이라는 용어가 있다. 너무 어려운 한자어다. 최근에는 노루발 모양과 닮았다고 하여 ‘노루발못뽑이’라고 부르고 있다.

영어 단어를 일본식으로 발음하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빠루’ 외에도 ‘하이바’, ‘도란스’, ‘바께쓰’, ‘빼빠’ 등이 있다. ‘하이바’는 영어단어인 fiber(섬유질)를 일본식 발음으로 부른 것이다. 금속재 안전모에서 fiber(섬유질)을 사용한 플라스틱 안전모를 사용하면서 생긴 말이다. fiber(섬유질)는 안전모 이외에도 사용되므로 ‘하이바’라는 용어보다는 ‘안전모’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빼빠’는 연마에 사용하는 도구로 재료의 거친 면을 곱게 만들 때 사용한다. 금강사나 유리가루, 규석 등을 종이나 면포에 입혀서 만드는데, 영어 표현으로는 ‘sand paper’다. ‘sand paper’에서 ‘paper’를 일본식 발음으로 사용한 것이 ‘빼빠’로 굳어졌다. 영어를 일본식 발음으로 사용하던 이런 용어들은 많이 순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crow-bar’, ‘빠루’, ‘배척’ 그리고 ‘노루발못뽑이’. 앞으로 어떤 용어가 널리 사용될지 알려면 수십 년은 더 지켜봐야겠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노루발못뽑이 / crow-bar

대패의 종류

다양한 노루발

‘포클레인’은 건축공사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장비다. 우리말로는 ‘굴삭기’다. 간단한 토목공사에서부터 철거공사에도 사용되고 상황에 따라 재료의 운반도 가능하며 심지어 콘크리트 타설에 사용하기도 한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도 ‘포클레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친숙하고 널리 사용되는 대중적인 용어다. 하지만, ‘포클레인(poclain)’은 장비 이름이 아니고 1927년 설립된 프랑스의 건설장비 제조업체 이름이다. 두산(doosan)이나 볼보(volvo)에서 생산한 굴삭기에 제작사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처럼 poclain 사에서 생산한 굴삭기에도 커다랗게 poclain이라고 적혀있다.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 이 장비를 ‘포클레인’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던 것이다. 굴삭기를 지칭하는 영어단어는 back hoe와 excavator가 있다. 땅을 파고 흙을 옮기는 기능은 같지만, 기능과 장비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포클레인’이라고 부르는 장비를 영어로 back hoe(백호우)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back hoe는 기능은 비슷하지만, 모습은 전혀 다르다. 굴삭기를 영어로 부르고 싶다면 back hoe가 아니라 excavator라고 해야 한다.

공장에서 콘크리트를 반죽하는 Ready-Mixed-Concrete(RMC)는 1903년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특허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1913년 볼티모어에 처음으로 센트럴 믹스(central mix) 방식의 플랜트가 만들어졌다. 초창기 RMC는 플랜트에서 반죽된 콘크리트를 덤프트럭으로 운반해서 품질이 불량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운반 중에도 콘크리트를 계속 섞어주는 트럭믹서가 1926년에 발명되면서 품질이 좋아지고, 공장들이 늘어나면서 확산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1949년부터 사용되었고, 우리나라는 1965년 쌍용양회공업의 서빙고 공장이 최초다. 운반 과정에서 계속 반죽을 해주는 트럭을 우리는 레미콘 트럭이라고 부르는데, 레미콘(re-mi-con)은 일본의 한 업체가 Ready-Mixed-Concrete(RMC)를 줄여서 사용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레미콘 트럭은 truck mixer 또는 agitating truck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porclain 사의 굴삭기 ⓒ High Contrast (commons.wikimedia.org)

volvo 사의 굴삭기(excavator)

doosan 사의 굴삭기(excavator)

back hoe (백호우)

1930년대 콘크리트 교반 트럭 ⓒ 호주 콘크리트 연구소

도구 이름 중 특이한 것이 있다. ‘타카’는 목공 작업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도구다. 못이나 쇄기처럼 재료를 고정하기 위한 작은 금속의 고정용 핀을 ‘스테이플(staple)’이라고 하는데, staple을 채우고 필요한 곳에 고정시키는 도구를 ‘스테이플러(stapler)’라고 한다. 사무용품으로 종이를 묶는 ‘스테이플러(stapler)’와 이름이 같다. 스테이플의 크기와 용처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결국 같은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적절한 용어로 ‘호치키스(ホチキス,hochikisu)’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호치키스는 초창기 스테이플러 제품인 hotchkiss를 보고, 일본에서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라고 부르던 것이 우리말에도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묶거나 고정하려는 대상에 따라 스테이플(staple)의 종류가 달라지고, 스테이플(staple)의 규격에 따라 스테이플러(stapler)가 달라진다. 건축 현장에서는 압축기(컴프레서 compressor)를 스테이플러(stapler)에 연결하여 강한 압력으로 큰 스테이플(staple)을 단단한 재료에 고정하는 스테이플러(stapler)를 사용한다. 이 스테이플러(stapler)를 우리는 ‘타카’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압축공기를 불어넣는다고 해서 pneumatic stapler 또는 air stapler gun이라고 한다. 그런데, 타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필자가 추측한 어원은 이렇다. 현장에 있으면 이 스테이플러(stapler)를 사용할 때 나는 소리가 마치 ‘타카∼ 타카∼’처럼 들린다. 작동될 때 나는 소리 즉 의성어를 도구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래 명칭인 ‘뉴메틱 스테이플러’나 ‘에어 스테이플러 건’이라고 하는 것보다 직관적이고 분명한 이름이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타카’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름이다.

건축 도구와 장비는 재료와 구법에 따라 참으로 다양하다.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재료만큼이나 다양한 도구와 장비가 사용되고 있다. 도구와 장비는 건물이 완성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들이지만, 건축 관련 전문가라면 일반 사용자와 달리 도구와 장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빠루’나 ‘포클레인’처럼 잘못 사용되어 널리 퍼진 용어를 바로잡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거나 도입할 때 적절한 용어와 이름을 사용하는 인식이 필요하겠다.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서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가 될까 싶어 오늘도 조심스럽다.

hotchkiss no.1 등록 도면

호치키스(hotchkiss)사의 초기 스테이플러
ⓒ www.kcsattic.com

stapler(문구용 찍개)

stapler gun

pneumatic stapler

 

글. 신민재 Shin, Minjae AnLstudio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Artech과 JINA에서 실무를 했다. 2011년부터 AnLstudio 건축사사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전시기획에서 인테리어·건축·도시계획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하고 있다.
젊은건축가상(2016,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건축문화상 특별상(2017, POP하우스), 충남건축상 최우수상(2017, 서산동문849),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2018, 양평시옷(ㅅ)집), 서울시건축상(2019, 얇디얇은집),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 특선(2020, 제이슨함갤러리)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다.
shin@anlstudio.com

,

북한건축 워치 07 북한의 건재산업

North Korean Architecture Watch 07
Building material industry of North Korea

1. 2021년 북한의 평양 살림집 5만 세대 건설과 건자재 생산 독려

2021년 3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하여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지 1년 만에 한 국영기업 대표가 중국을 방문하여 건축자재공장을 둘러본 것으로 보도되었다.(北, 국경 봉쇄 1년 만에 中 견학 “건축 자재 보러왔습니다”/ YTN, 2021.03.05) 북한국영기업 대표의 중국방문은 평양 살림집 1만 세대 건설을 위한 건축자재확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21년 1월에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를 개최(2021.01.05.~12)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당대회 후 북한은 건설과 관련하여 ▲평양주택 5만 호, 검덕광산도시 2만 5,000호 건설 ▲순천 시멘트연합기업소를 비롯한 현존 시멘트공장들의 현대적 개건 등 시멘트 증산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후속으로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2021.02)에서 5만 세대 건설을 5년간 매년 1만 세대씩 건설하는 것으로 구체화하였다. 3월 23일에는 김정은 비서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평양살림집 1만 세대 건설착공식이 열렸다.
이후 북한은 평양 살림집 1만 호 건설과 관련하여 건설자재(시멘트, 철근, 벽돌-블록크- 등)의 국산화와 증산을 독려하는 보도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와는 달리 북한은 건설자재의 국산화에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 1만 세대 건설 독려 포스터. 과거의 포스터는 주로 정치적인 구호 위주였으나 최근 1만 세대 건설과 관련된 선전 선동 포스터는 시공의 질 보장, 사고 방지, 노동자의 생활 보장, 건설자재의 생산, 자재·장비의 운송효율화 등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은 해방 후부터 건설자재의 국산화를 추진하였으며 1950년대부터 건설의 과학화, 표준화, 조립식화를 추진하여 대규모 주택공급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난으로 건설사업도 급격히 위축되었으며 생산설비의 낙후화, 에너지 부족으로 건설자재는 제대로 생산되지 못하였다. 고난의 행군(1994~1998) 이후인 2000년대에도 건설자재 생산은 정상화되지 못하여, 건설자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여야 했다. 김정은 집권 후에 건설자재 국산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부분적인 성과만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북건설협력사업 시 골재(모래, 자갈) 외에 북한의 건축자재 사용이 불가능하여 공사비가 상승하고, 공기가 길어지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향후 북한개발과 건설협력사업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건설자재 산업 발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북한 건설자재 현황 파악을 통한 협력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2. 북한의 건설자재산업
북한은 1945년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건설을 정권의 중요한 치적으로 삼고 있다. 1946년 착수한 보통강개수공사, 1950년대 전후 평양 복구, 1960년대 살림집 건설, 1980년대 기념비적 건축물 건설사업 등을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에도 평양의 살림집 건설, 위락시설 건설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북한은 건설을 위한 건자재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건설자재 생산은 중요한 국가정책 중 하나이다. 북한 내각에는 건설자재 생산을 담당하는 건설건재공업성이 있으며, 매년 열리는 5.21건축축전에서도 건설자재 전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각종 보도에서 자주 새로 개발한 건설자재와 공장 등을 소개하면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13차 건축축전(2013.05) 당시 평양도시계획설계연구소원. 건축축전에서는 건축설계만이 아니라 건설자재, 장비 및 설계소프트웨어 등도 전시된다(북한방송 캡처).

그러나 북한은 1990년대부터 경제사정의 악화로 건설자재 생산뿐만 아니라 건설 자체가 위축되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 건설자재 생산시설 현대화를 추진하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으며,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에도 건설사업을 위하여 건설자재의 종류와 생산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으나 한계가 있었으며, 중국산 자재를 대규모로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지역은 일제강점기에 시멘트, 제강(철근), 목재공장 등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북한의 건자재산업은 이러한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건자재 공장을 기초로 하여 발전하였다.
북한지역에는 한반도 석회석의 70%가 매장되어 있어 일제강점기부터 시멘트 산업이 발전하였다. 한반도의 첫 시멘트공장은 일본 최대의 시멘트 회사였던 오노다(小野田) 시멘트 회사가 1919년 12월에 평안남도 동부군 승호리의 경의선 철로변에 세운 것으로, 연간 6만 톤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공장은 제1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만주 및 중국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노다 시멘트에서 한반도에 세운 시멘트공장은 승호리 외에 천내리(1928), 고무산(1936) 시멘트공장 등이 있었으며 한국전쟁 시 상당수가 파괴되었으나, 전후에 복구하여 이들 공장은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
1980년대까지 북한의 시멘트는 중국 시멘트보다 품질이 좋아 많은 양이 중국으로 수출되었다. 그러나 시멘트공장은 제철산업과 유사하게 용융로(킬른)를 가동하기 위하여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므로, 1990년대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에너지난과 설비 낙후화로 품질이 저하되고 생산이 급격히 위축되었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북한의 시멘트 샘플을 분석한 바에 의하면 강도가 기준에 비하여 낮게 나오거나 균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품질 외에도 철도 및 도로 사정으로 적기에 공급이 어려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2005년경 평양에서 가까운 상원시멘트공장의 사업권을 북한에서 이동통신사업을 하는 오라스콤(이집트의 이동통신회사)이 확보하였다. 오라스콤은 세계 최대의 시멘트 회사인 라파즈그룹의 투자를 유치하여 시설을 현대화하였다. 상원시멘트공장은 2010년 이후 평양의 대규모 건설사업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2019년 북한의 시멘트 생산량은 560만 톤으로 1988년의 978만 톤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최근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시멘트 생산능력 확장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건축자재 중 시멘트만큼 중요한 재료는 철근이다. 철근을 생산하는 북한의 제철소도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제철소를 기초로 하여 발전하였다. 북한의 제철소 중 가장 오래된 제철소는 황해제철소로, 미쓰비씨(三菱) 중공업에서 1918년 설립한 것이다. 북한 최대 규모의 제철소인 김책제철 연합기업소도 미쓰비씨 중공업과 일본제철이 1936~1942년 공동으로 설립한 청진제철소가 모체이다(북한의 산업, 기업은행, 2015). 북한은 철광석이 풍부하여 제철공업이 발전하였으나, 1980년대 이후 경제난과 에너지난으로 제철산업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북한은 2000년대부터 철강산업 재건을 위하여 외화 부족으로 수입이 어려운 코크스(제철의 원료) 대신 무연탄을 이용해 철을 만들어내는 주체철기술 개발을 추진하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철강생산 능력은 2010년대 120만 톤 정도였으나, 2019년에는 68만 톤(통계청)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988년의 504만 톤의 13.5%에 불과한 것이다.
목재는 건설에서 중요한 자재이다. 목재는 가설재, 구조재, 마감재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북한에서는 가설재 재료가 대부분 목재이며, 주택의 지붕트러스, 천정틀, 창틀 등에도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임야면적이 국토에 80%에 달하지만 경제난, 에너지난, 뙈기밭 개발, 산림정책의 실패 등으로 산림이 황폐한 상태이다. 그러나 북한의 수출품목에는 여전히 목재가 포함되어 있다. 김정은 집권 후 산림복구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산림복원은 건설자재 측면이 아닌 북한의 환경, 생태적 복원차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며, 남북 협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남북 건설협력 시 모래와 자갈은 대부분 북한 자재를 사용하였으나, 품질은 좋지 못하였다. 북한은 강모래와 강자갈을 사용하고 있으나 규격이 일정하지 못하고, 이물질도 많아서 국내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래의 채취, 선별과 세척을 위한 설비가 없고 자갈도 규격에 따라 선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도 품질을 좋지 못하여 기준 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PC부재를 생산하는 평천부재공장의 모습(북한방송 캡처).

북한은 1950년대부터 전문가들의 상당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건설과 건설기간 단축을 위하여 건설의 공업화, 표준화를 표방하며 조립식 건축공법을 도입하였다. 조립식 건축은 ①규격화된 블록을 접합하여 연결하는 블록접합방식 ②대형패널 조립방식 ③통방부재조립방식(거실, 침실, 화장실이나 부엌 같은 단위 실을 PC로 만들어 현장에서 쌓거나 결합하는 방식) 등이 있다. 조립식 주택 비중은 1957년 32.4%에서 1962년에는 72.6%로 급증하기도 하였다(조선중앙연감, 1963, p.343). 그러나 통방부재방식은 기중기의 능력, 온돌 설치 문제, 누수 문제 등이 있어 주로 패널 방식이 사용되었다. 북한의 조립식 건축부재 중에는 국내의 스판크리트(프리스트레스를 가한 강선을 이용하여 인장력을 강화한 콘크리트 PC 스라브판으로 중공층이 있는 Hollow Core Slab의 일종)와 유사한 것도 있다. 1980년대까지 조립식 건축물이 상당히 건설되었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건축의 예술성, 다양성을 주장한 이후에는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영화 <시련을 뚫고(1983)>는 1950년대 말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재하 건설상이 건설의 조립식화와 기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최재하 건설상은 평창올림픽에 방문했던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의 아버지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북한의 실리카트(실리케이트) 벽돌이 국내에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실리카트 벽돌은 모래와 석회를 주원료로 하고, 알루미늄 등 발포제를 첨가하여 만든 일종의 발포경량벽돌로 단열성과 내화성이 우수하고, 무게가 가벼운 특성이 있다. 1987년 안주에 최초로 실리카트 벽돌공장이 세워졌다고 한다. 실리카트벽돌은 특별한 재료가 아니고, 국내의 ALC블록(Autoclaved Lightweight Concrete 블록, 경량기포콘크리트 블록)과 유사한 것으로 흡수율이 높아 외장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실리카트 벽돌공장 현대화와 확장이 추진되었으나, 현재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해방 후 남포유리공장을 세웠으나 6.25전쟁으로 파괴되어 다시 건설하였으며, 1954년부터 판유리를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1960~1970년대 대규모 살림집 건설로 판유리 수요가 늘어나 남포유리공장의 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였으나, 1990년대 이후 시설개수를 하지 못하였으며 2000년대에 설비가 낙후하여 폐쇄를 하였다. 2000년 초반 중국의 지원을 받아 2005년 10월 대안친선유리공장을 준공하였으며, 이는 현재 북한에서 가장 큰 유리공장이다. 대안친선유리공장의 판유리는 2007년경에는 국내에 수입이 되기도 하였다(北유리공장, 절반 南등 해외 수출/ 데일리NK, 2007.07.10.). 대안친선유리공장에서는 페어글라스(복층유리), 강화유리 등도 생산하고 있으나 복층유리는 일부 건물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건설기계공장은 승강기(엘리베이터), 기중기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다(북한방송 캡처).

2012년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북한은 건설자재 국산화, 다양화, 품질 향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시멘트 첨가제, 창호재, 도기, 타일, 도료(페인트), 도로포장재(보도블럭 등), 벽지, 콘크리트 배관재(흄관), PVC 파이프, 전선, 기와, 벽돌, 방수재, 가구 등의 생산성과에 대하여 많은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승강기 생산공장(평양건설기계공장)에 대한 보도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건설수요를 충족할 정도의 생산량과 품질이 미치지 못하여 중국의 자재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한 원산갈마지구와 평양종합병원의 준공이 지연되는 것도 자재확보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착공 후에는 북한의 다른 모든 건설 사업을 보류하고 건설자재 생산역량을 살림집 건설자재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남북건설협력과 북한의 건설자재산업
1990년 이후 ▲경수로지원사업(KEDO),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개발사업 ▲평양류경정주영체육관, 금강산이산가족면회소, 개성종합지원센터, 평양과기대 등 대규모 건설사업 ▲종교시설(봉수교회, 신계사), 의료시설(어린이어깨동무어린이병원, 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 락랑섬김인민병원 등) 등 많은 남북건설협력사업이 이루어졌다. 이들의 건설을 위한 시멘트, 철근, 마감자재 등 대부분의 건설자재는 남한산(일부는 중국산)이 사용되었으며, 심지어 골재(모래)도 일부는 남한산을 사용하였다. 이에 따라 남한에서 공사하는 것에 비하여 공사비가 높아지고, 공기가 늘어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2010년 이후 남북관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2018년 평창올림픽,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남북건설협력사업이 재개되는 경우 북한의 인프라 개선, 경제특구개발 등 지금까지의 건설협력사업보다 훨씬 큰 규모의 건설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건설협력사업을 경제적,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산 건설자재사용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건설용 모래, 석재 등 환경문제로 국내에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재를 북한에서 반입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미 2004~2007년에 북한 해주 앞바다의 모래가 국내로 반입되었으며, 한때 북한산 모래의 반입량이 수도권 건설용 모래 수요의 50%에 달하기도 하였다. 또한 수도권에서 가까운 장풍에서 생산된 석재는 중국에 비하여 운송비용이 절감되는 이점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건설자재 생산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구축하는 것은 여러 어려움이 있다. 시멘트, 철근 등을 북한에서 생산하면 원자재가 풍부하고 인건비가 저렴하며 각종 규제 및 민원이 적은 장점이 있지만, 전력 및 도로 등 인프라가 부족하고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므로 조기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초기에는 소규모 투자로 생산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인력소요가 많으며, 북한 내 수요만이 아니라 국내 수요도 있어 안정적 생산이 가능한 분야부터 시작하여 점차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벽돌, 블록, 점토벽돌, 기와, 위생도기, 타일 및 가구 등은 인력이 많이 소요되고, 비교적 적은 투자로 시작이 가능한 사업들이다.

 

글. 변상욱 Byun, Sangwook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도라산출입사무소장·건축사·시공기술사

변상욱 건축사·건축시공기술사

1999년부터 현대아산에서 근무하면서 금강산관광지역 건축물과 평양체육관 등 건설사업관리업무를 수행했으며,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하면서 개성공업지구 종합지원센터, 기술교육센터 등 건설사업관리와 공장건축 인허가업무를 담당하였다.
gut11@hanmail.net

,

1999 매트릭스 vs 2021 메타버스

1999 Matrix vs. 2021 Metaverse

<매트릭스>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2021년. 정치인의 구호에서, 언론의 사회현상에서, 경제계의 화두에서, 메타버스(Metaverse)가 화제가 되고 있다. 가상화폐 논란도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건축사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화두가 어리둥절하다. 메타버스가 뭘까?

메타버스는 확장된 가상 세계라는 개념으로 우리 생활에 점차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지만, 이미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다. 내 집 컴퓨터에서 언제든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로드뷰도 일종의 메타버스 세계고, 마우스를 클릭해가면서 모델하우스를 이리저리 구경하는 것도 메타버스의 세계다. 증강현실은 좀 더 구체화된 메타버스의 세계로 몇 해 전 스마트폰으로 포켓몬을 잡으러 찾아다니던 것을 기억하면 된다.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경험’한다는 개념은 뇌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알고리즘의 연결망에서 비롯된 결과다. 만약에 뇌를 속인다면 인간의 생물학적 신체에서 느껴지는 오감으로 기억하는 경험을 가공의 자극과 정보 전달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영화 <토탈 리콜(2012)>이나 <AI(2001)>에서는 장갑이나 의류를 통한 전기 자극과 디지털 헬멧으로 실제 감각 이상의 느낌을 주어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래전 읽은 경제학자의 글에서 이런 가상의 성적 경험으로 사람들의 신체 접촉 빈도수가 줄어들게 되어 성병이나 임신, 출산의 과정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는 것을 보았다.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생물학적 자극과 본능의 방향을 바꿔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상력은 인공지능의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전제까지 하게 되고, 소설가나 만화가가 아닌 과학자들이 이런 위험을 경고하기도 한다. 문득 이 경고의 끝은 어디인가 상상해 보니, 20년 전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영화 <매트릭스(1999)>가 결코 불가능한 상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든다.

<토탈 리콜> 스틸컷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당시 여러 잡지에 영화 관련 글들을 게재했는데, 막연하게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영화를 감상했던 당시 글을 보면 영화 자체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녹색의 글씨로 낙수(落水)하는 초반의 장면은 <공각기동대>를 본 사람이라면 쉽게 오버랩 된다. 더구나 고층건물에서 다이빙하듯 뛰어내리는 장면에 이르면 이미지 카피로 인한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가 하면 장자의 호접몽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전개되어, 현실의 모호함을 배경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토탈 리콜>이나 <12 몽키즈> 속 현실과 비현실의 애매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과 유사한 설정이기도 하다. 다만 이 영화들이 좀 더 심리적이고 정신 분열적인 상황으로 연출하고 있다면, 매트릭스는 의식만으로 존재하는 세계와 현실에서 기계에 의해 조정되는 이분법으로 나뉜다. 이런 생각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초시간적이고, 초 공간적인 관계가 가능한 현재의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이기도 하다. 의식만의 세계에서 엮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 큰 줄기는 메시아적 주인공이 악(영화에서는 굳이 이것을 악이라 칭하지 않았지만, 제거해야할 기계의 존재가 그다지 매력적인 천사의 모습으로 표현되지 않는다.)의 세계를 구원한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다만 주인공의 메시아적 이름-네오-에서부터 다양하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작명은 관객들로 하여금 지적인 토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주인공 네오(neo)는 새로움, 신기원을 이룬다는 그리스어(neos)로 해석된다. 모피어스(morphe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이며, 그리스어로 ‘morphnos’가 의미하는 어둠처럼 주인공들의 복장이 검정인 것을 해석하고 있다. 또한 네오와 상대역인 트리니티(trinity)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뜻하며, 동시에 삼위일체는 기독교에서 하나님에 대한 의미임과 동시에 네오는 메시아로서 그리스도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등장한다. 더구나, 리로리드에서 등장하는 지하 인간세계인 시온(zion)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땅’으로서 예루살렘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이는 이집트로부터 출애굽을 행한 이스라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리로리드에 나온 시온의 장면이 중동적인 시각적 장치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마치 찰톤 헤스톤 주연의 <십계>의 한 장면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고딕의 어두움, 구원에 대한 이미지들과 기계에 대한 인간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르네상스적 관점을 드러내기까지 이 영화는 수많은 생각과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지적 욕구와 스스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학습의 한계를 답답하게 느낀 <베를린 천사의 시> 이후로 두 번째가 아닌가 싶은 영화다. 더구나 작가주의적 심도 깊은 영화와 상업영화 사이의 교묘한 줄타기는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보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으로 이해되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나 다시 영화를 생각하면서 당시의 글을 펼쳐보았다.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가상성’은 이제 현실화되어 경제적 활동 영역의 한 가운데 있다. 이런 가상 사회에서 구분되고 정의되는 시간의 개념은 그 의미가 약해진다. 장소에 대한 변별성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실내 골프장인 ‘골프존’을 가보자. 그곳에서는 세계 유수의 골프장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실제의 장소처럼 느끼게 하기 위한 보조적인 물리적 장치들이 수반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이내 몰입하게 되고 현장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느낌을 받는다. 온라인 쇼핑몰은 모니터에 나열된 상품을 구매하던 패턴에서 가상세계화된 나의 아바타를 위한 각종 쇼핑을 유도하고 있다. 모니터 안의 이미지에 인격체를 부여해서 현실의 돈을 지불하면서 생활감을 경험하고 있다.

모니터 안에서 펼쳐지는 활동 폭과 범위가 넓어질수록, 모든 분야가 통합되고 공유된 하나의 집합 공간이 필요해진다. 물론 이런 교집합도 0과 1로 만들어진 인식의 바탕일 뿐이다. 뇌로 인식되는 하나의 영역, 하나의 세계가 바로 메타버스의 세계, 즉 각종 인터넷 정보 세계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쇼핑하고, 게임을 하고, 대화를 한다. 인식의 몰입은 중독성이 동반되는데, 전 세계인이 동시에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아마도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가상의 세계에 몰입될 것이다. 물리적 과학과 상업화의 성과는 가상 세계의 몰입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몰입을 위한 도구로 개발되고 개선될 것일 텐데, 이런 과정에서 건축은 어떻게 진행될까?

영화 <매트릭스>에서 말하고자 한 이야기의 결말이 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일종의 미래에 대한 상상에 기반한 중계방송 같은 전개를 보면 현재 진행 중인 과학 발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런 두려움은 현실의 것과 차원이 다르다. 물론 매트릭스의 가상세계에서는 현실과 동일한, 부동산 투기며 도박, 사기, 매춘 등 각종 범죄가 가능하다. 그러나 간단히 말해서 이런 범죄는 플러그를 빼버리면 그만이다. 매트릭스에서도 이런 위험 상황에서 플러그를 빼버리는 것으로 벗어나려 한다. 물론 인간의 신체는 뇌로부터 통제를 받기 때문에 극도의 상황이 되면 몸 자체가 영향을 받아 위험하게 되기도 한다. 매트릭스의 두려움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철학자들이 말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제하는 어떤 거대한 권력. 그것이 자본의 권력이든, 정치적 권력이든…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목표가 없는 맹목적이면서 강력한 권력일지도 모른다.

이런 시각에서 2021년에 바라보는 영화 매트릭스는 사뭇 위협적이고 소름 돋는 디스토피아 영화의 정점 같은 느낌이다. 참고로 매트릭스를 설명해 주는 만화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영화의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다. 반면에 후속편 몇 개는 아쉽다. <매트릭스3 : 레볼루션>은 그냥 상업영화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아무튼, 각종 첨단 정보화 도구 개발과 생활화된 지금 <매트릭스>를 다시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이런 메타버스의 시대에 건축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단순하게는 상업적 활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가상체험형 모델 하우스가 있다. 가상체험형 모델 하우스는 평면에서 벗어나 이제 마우스를 따라 이동하는 입체적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하다. 한발 더 나아가 주택 모델하우스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를 입체로 구현한 도시공간 시뮬레이션도 현실화되어 있다.

여기에 연구되는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이동량도 포함시켜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이동량의 추측을 통해 특정 도시 공간에서의 건축이용량도 파악할 수 있고, 빅데이터를 가공하면 상업적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기획접근의 유용성이 현실화 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건축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사비를 절감하고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이미 현실화된 BIM 여러 경우의 수 중 하나다. 건축 설계 역시 증감현실과 각종 3D도구 개발로 점차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건축의 좌표, 더 나아가 건축적 창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 당시 등장했던 두려움의 반작용인 러다이트 운동이 21세기 메타버스의 시대에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일자리를 뺏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18세기 노동자들의 반발은 충분히 이유가 있었고, 시대 변화로 이들이 학습된 제조업의 노동자로 재편성되면서 러다이트 운동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 있는 메타버스의 시대에서 경제적 약자들은 대응할 힘이 없다. 왜냐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이들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식과 판단의 기능이 점차 가능해지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각종 노동의 힘과 가치는 위축되고 있다. 육체적 노동은 점차 개발되는 인간화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각종 생산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기획하고 창조한다는 지극히 인간적 사고 분야까지도 모순과 실수를 학습하는 인공지능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하는 세상이다.

메타버스의 시대. 건축사들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10년 뒤 세상이 또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면서도 약간 두렵다.

<토탈 리콜>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홍성용은 건축사(KIRA), 건축공학 박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건축의 크로스오버를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와 건축을 해석하는 <영화속 건축이야기, 1999> 을 시작으로 여행기, 마케팅을 연구했다. 건축사로 최초의 경영서적인 <스페이스 마케팅 2007>을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출간하였고, 도시경쟁력 연구인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 2009>, 그리고 2016년 <하트마크>를 출판했다. 신사동 임하룡씨 주택, 근생 멜론 등 다수의 건축작품과 인테리어 작품들이 있다.
ncslab@ncsarchitect.com

,

UIA 2021 리우세계건축대회 참관기

UIA 2021 RIO World Architects Congress

지난 7월 18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 제27회 UIA 리우 세계건축대회는 COVID-19로 인해 전면 온라인 회의로 개최되었으며, 행사의 주제는 ‘All the Worlds. Just One World. Architecture21’이다. 3년마다 개최되는 행사로 작년에 개최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1년이 연기되었고 회의 방법도 100% 온라인으로 변경되었다.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해 건축 삼단체에서 73명의 회원이 참가하였다. 지난 3월부터 5개월 동안 진행된 사전 온라인 행사를 비롯한 리우 세계건축대회의 내용은 대회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으로 재시청이 가능하다(단, 대회등록자에 한함).

<사진1> 제27회 UIA 리우세계건축대회 홈페이지 (http://www.uia2021rio.archi/en/)

1. 주제 : All the Worlds. Just One World. Architecture21
이번 대회의 주제는 ‘모든 세계, 하나의 세계, 21세기의 건축 (All the Worlds. Just One World. Architecture21)’이다. 개최자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중 보건의 위기로 인해 세계의 경제, 정치, 사회, 환경 그리고 도시의 상호의존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 상호의존성은 이번 UIA 리우 세계건축대회의 주제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같은 시대에 살고 있으며, 같은 지구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새로운 21세기의 도시가 창출될 것인데, 이 도시는 환경과 기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좋은 공간을 모색하며, 기존 도시 내의 불평등을 감소시키며 사용자인 시민들에게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주제를 해설하고 있다.

 

2. 사전 온라인 행사
7월의 본 건축대회를 위해 3월부터 매월 사전 온라인 행사가 개최되었는데, 그 일정과 주제는 아래와 같다.
▲ 3월 22일 – 25일 ‘약점과 불평등(Weaknesses and Inequalities)’
▲ 4월 19일 – 22일 ‘다양성과 혼합(Diversity and Mixture)’
▲ 5월 17일 – 20일 ‘변화와 위기(Changes and Emergencies)’
▲ 6월 21일 – 24일 ‘일시성과 흐름(Transience and Flows)’

 

3. 본회의

3-1. 구성
본대회는 7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스테이지는 <사진2>와 같이 ▲UIA ▲건축토론(ArchiTalk) ▲사회와의 대화(Dialogues with Society) ▲World ▲엑스포 전시(Expo Fair) ▲공중 보건(Public Health) ▲브라질 건축사협회(IAB, Intituto de Arquitetos do Brasil) 리오 지부 (Rio Charter) 등이다.

<사진2> 건축사대회의 7개 스테이지

 

3-2. 본대회 (World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20개의 기조연설, 12개의 주요 토론, 30개의 라운드테이블, 그리고 60개 이상의 건축토론이 진행됐다.
기조연설에는 프랑스의 엘리자베스 드 포잠팍(Elizabeth de Portzamparc), 멕시코의 타티아나 빌바오(Tatiana Bilbao), 중국의 장 리(Zhang Li) 등 유명 건축사(가)들이 참여했는데, 하루에 3개 이상의 기조연설이 개최됐고 많은 날에는 6개의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사진3> 프란시스 케레(Francis Kéré)의 학교 프로젝트

첫 번째 기조연설자인 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의 프란시스 케레(Francis Kéré)는 오지의 학교 건축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전력이나 건축자재, 중장비 그리고 노동력의 수급이 어려운 지역에서 지역 환경에 적합하게 설계한 학교 건물들과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업무용 건물, 그리고 미술관 프로젝트 등을 설명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친환경적이고 건설하기 쉬운 건물을 고안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사진3>

둘째 날의 기조연설자인 중국의 장 리는 스케일을 FAR(2km), Medium-FAR(600m-2km), Medium(200-600m), Medium-Near(200m이하), Near(Personal Reach)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스케일에 적합한 설계에 대해 설명했다. 내년에 북경에서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의 바이애슬론 센터와 스키점프 경기장에 대해 사용자의 스케일 관점에서 기념비적인 거대함과 일상적인 도시생활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들에 대한 노력을 설명하였다.<사진 4>

<사진4> 중국의 장 리(Zhang Li, 오른쪽) 기조연설 후 Q&A 장면

조직위원회는 첫날 본회의 중간에 브라질이 처해 있는 주거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였다.<사진 5> 브라질 상파울루와 리오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브라질 건축사협회가 진행했던 저소득층 주거개선을 위한 프로젝트였는데,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주거개선을 위한 브라질 건축사들의 노력 등을 사용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하여 전달했다.

<사진5> 브라질 주거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4. 대회의 성과와 시사점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번 대회는 역설적으로 많은 인원들의 참여가 가능했다. 과거 세계건축대회에는 약 15,000명이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190여 개 국가에서 85,000명이 참석하여 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대회가 되었다.

사전녹화분과 라이브 강연 등을 혼합하여 진행하였는데, 4개국어(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영어, 중국어)로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었으나 화면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해당 언어의 내용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등 기술적인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아울러 이번 대회를 통해 높아진 중국 건축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회는 중국어로 동시통역 혹은 사전 번역이 제공되었고, 이번 대회에 중국건축사협회(Chinese Society of Architects)가 협력기관 (Institutional Partners)으로 참가하였으며(<사진6> 중앙 참조), 중국-브라질 포럼이 개최되었고, 4명의 중국 건축가들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하였다. 또한 건축토론에도 중국 건축사(가)들의 많은 참여를 볼 수 있었다.

<사진 6> 제27회 UIA 리우세계건축대회 협력 기관

마지막으로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건축가 연합(CIALP, Conselho Internacional dos Architectos del Lingua Poruguesa의 약자로 영어로 International Council of Architects with Portugal Language 로 번역된다. 이 기구는 1991년에 발족되어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포르투갈과 브라질, 카보베르데, 앙골라, 모잠비크 등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카오 등이 속해 있으며, 15만 명의 건축사(가)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의 상당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주요 포럼과 토크에 CIALP 소속의 건축사(가)들이 대거 참여하였고, 개최일에 CIALP 30주년을 맞아 토크가 개최되었다. 영어나 스페인어에 비해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었던 포르투갈어 사용 국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 연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글. 심형섭 Sim, Hyungsup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위원

심형섭 미국 건축사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그리고 Pratt Institute에서 수학했다. 미국 뉴욕의 HHPA와 SOM에서 근무했으며, 국내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한 뒤 현재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건축 실무와 해외건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hsim84128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