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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 건축과 부동산 · 파괴된 도시의 공공성 · 우울한 미래전망

Dunchon Jugong · Architecture & Real Estate · Destroyed Urban Publicness · Gloomy Future Prospects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이 멈췄다.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컨소시엄의 마찰로 수 조원 단위의 사업 현장이 멈춘 것이다. 작은 건설 현장은 종종 대금 지급 문제로 멈추고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이런 조 단위의 사업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현상이 이제야 벌어졌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오래전 재개발, 재건축의 황당한 계약을 목격한 적 있다. 상세 내역도 없고, 도면도 없이 턴키 방식으로 건설사와 290여 가구의 아파트가 계약된 것이다. 사회적 통념의 범위 안에서 조합원들이 이해하고 승인하고 집행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황당한 계약은 엉뚱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상호 간 묵시적 합의로 진행된다. 21세기 경제 기반인 신뢰 경제(Trust Economy)의 선진 사례(?) 실천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허술한 계약 진행은 수많은 소송과 고발, 수사와 구속이 난무하는 범죄현장의 온상이자 부정부패와 떼쓰기 민원의 극단 현장이기도 하다. 모두가 쉬쉬하면서 여전히 사건 사고가 나도 원래 그렇다는 인식으로 둔촌 주공 아파트 현장 멈춤이 벌어진 것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벌어질 일이고, 아마도 우리나라 부동산 경제가 멈추지 않는 이상 계속 벌어질 것이다.
이런 암울한 전망에 전문가로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가? 왜 멈추지 못하는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아파트라는 표준화된 우리나라 특유의 부동산 화폐 기능이 작동해 상상을 초월하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파친코처럼 잘만 돌리면 평생 벌 돈이 쏟아져 나오는 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횡재하는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과연 누가 이를 비난할 수 있을까? 더구나 재건축·재개발을 부채질하는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학자들이나 경제시사 평론가들은 심지어 관계로 나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하다못해 유튜버들조차 전문가 대접받으며 여기저기서 초빙되고 있다. 정상이니 비정상이니, 전문가니 비전문가니 같은 말은 하지 말자. 냉정하게 현실이 그렇다.
하지만 이들이 선호하는 대단지 아파트로 도시가 영역화 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지면에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언급이라도 한 줄 프린트되어야 그나마 전문가적 양심에 변명할 수 있다. 위성지도를 보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등의 전국 도시들이 거대한 암덩이들이 차지한 것처럼 영역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의 공공적 기능의 첫 번째인 도로가 폐쇄되고, 거대한 공간들이 사유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 공동주택이라는,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한 고층 주거 건축이 자리한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토지, 도시 공간의 공공성을 언급하면서 제안한 고층 주거가 오히려 도시 공간의 사유화를 극단화시키는 도구가 되다니! 공공 공급적 의미의 표준화된 건축 형식이 현금에 버금가는 유가증권 기능을 갖는 아이러니가 작금의 대한민국 공동주택 건축 현황이다.
그 사이에서 건축의 가치와 의미는 훼손되고 있다. 그리고 더 큰 손실은 경제적 활력의 지속적 고용과 시장 확장성이 소멸된다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이 부분에 대한 발언도 하겠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 재생산 중인 현재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면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뉴스를 보게 된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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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내를 그린다

Draw downtown London

런던 시내. 켄징턴 가든스 공원 부근에 숙소에서 옥스퍼드스트리트를 따라 소호 지역을 지나 동쪽으로 걸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혼재된 런던의 거리. 도시 여행자는 호기심을 품고 낯선 길을 걷는다. 불룸스베리 웨이(Blooms Bury Way)에 접어들었다. 옛날에는 고급 주택가였다는 동네 다. 편안한 길거리 카페에 자리를 잡고 스케치북을 펼친다. 돌과 벽돌로 둘러진 세월을 간직한 건물이 유리와 반짝이는 금속으로 현대를 입고 있다. 성 조지 성공회 교회 뒤에 붉은 벽돌과 화강석을 섞어서 모양을 낸 오래된 ‘티슬 홀본 호텔’이 보인다. 동판으로 마감한 종모양 모자를 씌운 둥근 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모서리를 둥글게 굴린 빨간색의 런던버스가 지나간다.

 

글. 이관직 Lee, Kwanjick (주)비에스디자인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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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미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 건축계의 변화

건축담론

편집자 註

AI와 메타버스 시대, 건축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계문명이 아닌 인류 생활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처럼,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타더니 이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의 키워드 중 하나가 AI이며, 메타버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일찍이 비전 아키텍트(Visionary Architect)였던 레베우스 우즈(Lebbeus Woods)는 사고하는 AI의 건축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지만,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다소 현학적인 존재론적 상상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반자동화 단계에 이른 건축설계 산업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이를 대비한 새로운 준비가 무엇인지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아직도 캐드프로그램이 뭔지 모르는 건축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BIM 초기 단계를 지나 메타버스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버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다가올 일이며 마냥 손 놓고 아날로그 시장과 경제환경을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한번 뭔지 구경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첨단의 고민을 하시는 두 분의 현역 건축사를 모셔 장대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의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한번은 알아야 할 듯해서 마련한 기획으로,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1 The future that is already upon us Changes in the architectural world

1.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손안에서 펼쳐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곁에 있어야만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 녹음, 카메라 기능은 물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며 만능 요술램프 노릇도 하는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소프트웨어가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의 원자력 항공모함과 잠수함은 완전한 소프트웨어의 총화다. 원자력 연료봉의 수명은 30~50년간 작동한다. 좌표만 찍으면 완전히 컴퓨터로 순항한다. 5년 쯤 후에는 인간 대 인간의 전투는 없어질 것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미국의 빅 텍크(big technology)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들을 꽃피우고 있다. 애플의 팀 쿡(Tim Cook),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 구글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메타(페이스 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엔비디아의 젠슨 황(Zensen Huang),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의 리더들이다. 이 빅 텍크 기업들의 일단을 조망하면서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의 실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들 중 가장 돋보이는 혁명가는 단연 일론 머스크(Elon Musk)다. 그는 물리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다. 2002년 5월 6일 우주 탐사기업 Space-X를 설립한다. 우주 발사체, 로켓 엔진, 우주 화물선, 위성 인터넷, 행성 간 우주선 등을 설계·제조하며 우주 탐사와 화성의 식민지화를 넘어 인류의 우주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이스 X는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발사,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의 수직 이착륙과 궤도 발사체 재활용, 세계 최초 민간 우주 비행사의 국제 우주 정거장(ISS) 도킹 등 기록적인 업적을 달성함으로써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2015년 12월 1일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궤도 로켓의 1단 부스터를 수직 이착륙 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는  NASA, 러시아, 중국  등 각국 정부기관에서조차도 아직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궤도 로켓을 100번 이상 재사용 하는 데에 성공함으로써 우주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2020년대 중반까지 12,000여 개의 저궤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는 2022년 현재까지 인류가 발사한 모든 인공위성 숫자보다 3배가 많다.

미국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우주선. 지구 궤도를 왕복하는 최대 7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우주 인터넷 사업에서도 가장 앞선 곳이다. 현재 약 2000기의 위성을 쏘아 올려 25만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지상 통신망이 파괴된 가운데,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가 대안으로 떠올라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머스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 통신망을 제공했다.

2010년 이후의 주요 행적을 요약해 보면,
2012. 5. 22. Falcon 로켓을 NASA 비용의 1/6로 ISS(국제 우주 정거장)에 도킹→ 2015. 12. 1. 1단 로켓을 해상 바지선에 소프트 랜딩→ 2016. 7. 18. 1단 로켓을 육상 발사지점 근처에 안착→ 2020. 5. 31. 유인 우주선 ‘crew dragon’까지 목표 해상에 안착→ 2021. 5. 19. 민간인 4명을 태운 ‘crew dragon’을 지상 420킬로미터에 떠 있는 ISS보다 더 높은 575킬로미터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고, 90분에 한 번씩 사흘간 선회한 후 목표 고도에서 낙하산으로 해상에 안착시킴으로써 2002년 스페이스 X 창업 이후 19년 만에 우주여행의 비용을 20분의 1로 줄이는 비행을 성공시킨다. 본격적인 우주 관광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예고한 쾌거다.
우주여행에 앞서 5년 이내에는 텍사스의 보카 치카(Boca Chica) 발사기지가 아닌 뉴욕의 JF 케네디 공항에서 여객기 수준의 승객을 싣고 2시간 이내에 인천 공항에 착륙하는 스페이스 X의 우주선(Starship)을 볼 것이다. 길고 넓은 활주로가 필요 없다. 축구장만한 넓이면 충분하다. 공항의 개념이 바뀔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목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류의 미래는 두 가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중행성 종(多重行星 種)이 되거나 하나의 행성(지구)에 국한된 채로 남아 결국 멸종되는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다중행성 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그의 나이 70이 되는 2041년 이전에 화성으로 이주하여 성간(星間) 여행을 하면서 다중행성 종으로 살다 죽는 최초의 인류임을 역사에 남기려 한다.

그는 1998년 피터 틸(Peter Thiel)과 공동 창업한 페이팔(Paypal)을 매각하여 얻은 수익 1억 8천만 달러 중 테슬라(Tesla)에 7천만 달러, Sola City에 1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2002년 5월 나머지 1억 달러를 투입하여 스페이스 X(Space-X)를 창업하였다. 그때부터 그는 스페이스 X 부지 한편에 조그만 조립주택을 지어 거주하면서 우주 개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를 보면 그가 열정을 쏟는 대표 기업은 테슬라가 아니라 스페이스 X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론 머스크가 일구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① 우주 로켓 기업인 Space-X, ② 전기 자동차 Tesla, ③ 통신기업 Star Link(지구 저궤도 상에 12,000여 개의 소형 인공위성을 배치해 지구상 모든 지역에 통신 서비스. 2024년부터 서비스 시작, 그 이후 기지국 시스템의 통신회사는 지구상에서 없어질 것임.), ④ 인공지능 Open AI, ⑤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Neural Link, ⑥ 태양 에너지 Sola City, ⑦ Hyper loop Project와 초고속 진공열차 The Boring company.
이들 7개 기업들이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소통하고 협업한다. 7개의 기업을 한마디로 일별해 보면, ‘자동차 산업을 혁신하고, 화성을 식민지로 삼으며, 진공터널을 지어 기차가 달리도록 하면서, 인간의 뇌를 AI와 결합하고 태양열과 에너지 산업을 뒤엎으려는’ 일론 머스크의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끔찍한 수준의 일 중독자다. 그는 하루 12~14시간, 주당 80~100시간 일한다. 두 명이 40시간씩 일하는 것보다 한 명이 80시간을 일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 한 바도 있다. 또 이 시대 최고의 인재들을 스톡옵션으로 끌어 모은다. 회사의 입사 난이도 및 업무강도는 매우 혹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힘든 업무를 감당할 수 있으면 환영하고, 그렇지 않으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공시한다.
스티브 잡스 이후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 일론 머스크의 생활철학 6가지를 들어보자.

①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② 열정을 쫓아라.
③ 목표를 크게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④ 모험을 준비하라.
⑤ 비판을 무시하라.
⑥ 즐겨라.

 

이번엔 그가 만들고 있는 테슬라의 (전기+자율)자동차에 대하여 이야기해 본다.
전기차 부속은 17개이고, 기존의 휘발유차는 부품이 1만 개도 넘는다. 휘발유차는 1만여 개의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여 만들지만, 테슬라는 17개의 부품을 조합하여 공장(Giga Factory)에서 찍어 낸다. 테슬라는 35%의 마진을 남기지만 현대차는 7%의 마진을 본다. 현대차가 연간 500만 대를 생산한다면, 테슬라는 100만 대만 찍어 내면 된다. 앞으로 내연기관차의 1·2·3차 밴드 공장은 집에 가야 한다. 환경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제 전기차는 대세다.

테슬라는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와 중국의 상하이 기가 팩토리에서 135만 대를 생산 공급했다. 금년 상반기에는 신설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 독일 베를린의 기가 팩토리에서 100만 대 이상을 더 찍어낼 것이다. 공장 신증설은 계속 진행 중이고, 공급은 더 늘어갈 것이다. 그러면서 Model-Y의 가격을 2만 5천 불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세계의 자동차 산업을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지구상에는 1년에 2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에너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에 짓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만 해도 300여 개가 1년 이내에 완공된다고 한다. 반도체, 배터리, ESS, AI, Data, Compute도 그 수요가 폭발할 것이다.

올해 4월 7일 일론 모스크(오른쪽) 테슬라 CEO와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 테슬라 CDO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기가텍사스 개장식 ‘사이버 로데오’에서 사이버트럭을 공개하고 있다. 머스크는 기가텍사스에서 내년부터 사이버트럭도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테슬라 유튜브 캡처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상상을 초월한 기술 세계로 안내한다. 앞으로 1년 후면 FSD(Full self driving)의 레벨 5단계가 완성된다. 통신기업 Star Link, 인공지능 Open AI가 자율주행을 완성시키고 있다. 테슬라, 애플, 구글이 왜 자율 주행에 목숨을 걸까?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순간 20억 명의 인간들을 그들의 앵벌이로 만들기 위해서다. 전기차보다 자율주행차가 더 무서운 기술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교통수단을 넘어 힐링하면서 생활하는 공간, 이동하는 모바일 주택으로 발전한다. 말에서 마차로, 마차에서 자동차로, 자동차에서 자율차로, 인간을 21세기 신 유목민으로 살아가게 만들 것이다.

인터넷 다음 단계는 메타버스(Metaverse)라고들 한다. ‘Metaverse’는 초월·가상을 의미하는 ‘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서 현실과 연동하는 생태계를 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VR(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와 함께 3차원 가상세계 속에서 개인과 기업이 현실과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을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빅 텍크 기업들은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려고 플랫폼과 디바이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모든 기업이 물리적 현실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세계에서 8시간이 걸리는 우주선 조립 공정을 가상화면 홀로렌즈를 이용하여 3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Face Book)은 메타버스에 사활을 걸고 메타(Meta)로 사명까지 바꾸며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30억 명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거대한 소통과 연결 공간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심에는 메타버스 소셜 플랫폼인 ‘호라이즌(Horizon)’이 있다. 이는 가상 주거공간인 ‘호라이즌 홈(Horizon Home)’과 협업공간인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 게임을 즐기거나 파티를 열 수 있는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안경처럼 생긴 호라이즌 진입용 안경을 쓰면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가상세계가 펼쳐지고, 아바타로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메타는 호라이즌 활성화를 위해 메타버스의 관문 역할을 하는 VR, AR(가상현실, 증강 현실) 장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만 10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최근에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고급 VR기기 ‘프로젝트 캄브리아(Project Cambria)’를 공개했다. 새로운 센서가 이용자의 시선과 표정을 추적하여 실시간으로 아바타에 구현해 현실 위에 가상세계를 겹쳐 보여주는 ‘MR’ 기능을 추가하였다.
메타는 대중화의 열쇠로 꼽히는 게임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 일부회사가 메타버스의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고, 로보록스나 에픽게임즈 등은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하는 반면, 메타는 포괄적인 플랫폼 개념으로 접근한다. 사용자가 메타버스 속에서 가능한 모든 디지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메타와 달리 엔비디아(Nvidia)는 메타버스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그래픽과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인프라를 장악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지난해 11월 “엔비디아의 메타버스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술 인프라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2020년 말에 공개한 ‘옴니버스(Omniverse)’는 3D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기업들은 옴니버스를 이용해 공장, 창고, 건설현장 등 실제 공간을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환경 등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으로 만들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BMW는 옴니버스로 자동차 공장 전체를 가상으로 만들고, 새 모델의 출시에 맞추어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다. 지능형 로봇 배치나 훈련도 디지털 트윈에서 이루어진다.
스웨덴 통신회사 에릭슨은 옴니버스로 실제 도시 규모의 디지털트윈 환경을 구축해 5G 무선 네트워크 신호 전파와 성능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이 시뮬레이션에 따라 생산라인을 바꾸고 공장을 더 스마트한 공장으로 리모델링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기업용 옴니버스 구독료를 연간 9,000달러(약 1060만 원)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전문 분석가들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는 제조, 디자인,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적용하는 핵심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메타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옴니버스 아바타’ 기술을 새롭게 공개했다. ‘토이 미(Toy me)’라는 이름의 옴니버스 아바타는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대화하고, 대화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대화형 아바타’라는 특징이 있다.

엔비디아에서 발표한 젠슨 황 CEO의 옴니버스 아바타 ‘토이 젠슨’ © 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옴니버스 아바타는 대부분의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AI 비서를 제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젠슨 황 CEO는 “지능형 가상 비서의 시대가 다가왔다”며 옴니버스 아바타는 엔비디아의 기본 그래픽과 시뮬레이션, AI 기술을 결합해 지금까지 만들어 진 것 중 가장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천명했다. 여러 언어의 음성을 인식하는 AI-‘리바(Riva)’, 5,300억 개의 변수를 학습한 세계 최대 언어의 신경망 AI-‘메카트론(Mecatron)530B’, 추천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AI-‘멀린(Merlin)’ 등 엔비디아의 모든 기술이 집대성되어 있다.

메타버스의 대표주자인 메타가 메타버스의 플랫폼 구축에 목표를 삼고 있다면, 엔비디아는 메타버스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메타버스는 현실 물리세계를 디지털 가상세계로 대체한다. 현실과 가상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착각하도록 만든다. 메타버스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플랫폼이다. 여기에서 실제 우리 인간과 똑같은 가상 아바타 인간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공간과 시간이 자유로운 메타버스 세계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산업이 탄생한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로 시작하여 유통, 업무, 생산, 금융 등을 넘어서 정치와 군사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이렇게 메타버스도 인터넷처럼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으며 창업과 산업 혁신의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와 가상화폐가 현실경제에서 가상경제 순환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됨에 따라 메타버스 시장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이상 일론 머스크의 Space-X, Tesla와 마크 저커버그의 Meta, 젠슨 황의 Nvidia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의 행적을 개관해 보았다. 세계 4대 혁신기업 ‘MAGA’라 불리우는 MS, Apple, Google, Amazon이 펼치고 있는 첨단기술과 행적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2. 자율주행차와 메타버스가 건축계에 던지는 메시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것에 비해 우리의 일상생활은 크게 변화하지 못했다.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는 데 따른 두려움, 거북함, 번거로움과 이해부족으로 기존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어쩌면 자발적으로 빠르고 원활하게 디지털 기술을 습득하고 경험하는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화상 회의, 전 방위적인 배달문화와 종교 활동, 금융 서비스 등 비대면 접촉으로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가속화되고 있다. 나아가 5G 기술로 인해 데이터의 이동이 가속화됨으로써 자율주행, 메타버스, 드론, 로봇, IOT, AI 등 첨단기술, 그리고 건축 디자인 및 건축산업 전반에 필요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3D Printing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미래의 건축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또 배달과 택배 문화가 상시화 되면서 자율주행 차, 로봇, 드론이 배송과 물류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24년쯤 되면 택배트럭이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24시간 이동하는 세상이 온다. 무인 로봇과 드론은 시공간을 넘어 배송방식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 빌딩에 ICT 기반의 ‘화물 수취 설비’를 갖춘 집적 공간이 요구되고, 소화물은 캡슐에 담긴 채로 현관 앞에 자동적으로 놓인다. 지하 주차장으로 자동차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현관에서 자율차가 대기하고 있을 것으로 보아 향후 공동주택의 지상 층 공지와 라운지를 보다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요구도 나타날 것이다. 지붕 층은 녹지와 힐링공간 이외 한편에는 드론의 착지와 화물 수취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가 건축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보다 충격적이다. 언젠가 사옥 없는 카카오뱅크가 생기더니, 카카오라 그럴 수 있겠다 했는데 드디어 오피스빌딩이 사라지는 날이 오고 있다.
관련해 조선일보 박순찬 기자의 “난 재택, 아바타는 출근…전국 인재 몰리더라” 기사(2022. 2. 4.)를 참고하기 바란다.

 

3.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 건축 – 그 이슈와 몇 가지 과제

3-1. 주택에 대한 요구 성향의 변화

◆ All in Home
코로나 팬데믹은 디지털기술과 더불어 건축과 주거 공간에도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택에 대한 대표적인 변화의 요구 성향이 ‘All in Home’이다. 재택근무, 자가 격리가 일상화된 언택트(untact) 시대다. 주거+업무+여가 생활을 모두 주택 한곳에서 해결하려 한다. 단순한 휴식, 수면을 위한 종래의 거주 기능을 넘어 집에서 근무하는 홈 오피스, 건강과 여가생활을 위한 홈 트레이닝과 홈 카페 행위까지 필요해짐에 따라 주택의 용도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성향의 변화들을 제한된 공간에서 수용하기 위하여 가전기기, 가구, 집기의 배치와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Omni-layered design’이 뜨고 있다.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자연 속의 그린(green)을 집 안으로 끌어드리기 위해 발코니와 테라스의 효용성이 커지고 있다. 또 발코니를 확장하여 거실을 넓히는 것보다 마당과 정원을 대신한 단독 주택의 맛을 즐기고 싶어 한다.

◆ 도시로부터의 탈출 – 단독 주택
또 하나의 변화는 단독주택의 선호 현상이다. 아파트에서 오래 살다 보면 느끼는 답답함과 자연과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도시를 떠나 대지 값이 저렴한 시 변두리에 단독 주택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이 늘고 있다. 다가오는 자율 자동차 시대와 맞물려 젊은 연령의 건축주들이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 우리는 늘 미래를 예측하면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며 살아간다. 그간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의 환경 문제만 걱정하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삶과 경제활동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또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소득이 줄어들며 출산율이 한 명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이러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건축계가 예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도시외곽에 ‘1, 2인 소형주택’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율 자동차, 메타버스, 3D 프린팅 기술은 고가 밀집의 도시로부터 탈출을 한층 더 자극할 것이며, 다양한 디자인의 소형주택들이 늘어날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이을 정보기술(IT)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텍사스 오스틴의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사현장

 

3-2. 업무시설, 공장, 창고의 재탄생

혁명적인 디지털 기술과 코로나19에 의한 언택트 시대에는 주택보다 경제활동의 주체 노릇을 하는 업무시설, 생산시설과 저장 및 보관시설에 보다 더 기능적이고 효과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5G 기술과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갈수록 똑똑해지는 자율주행 기술,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세계 속에서 개인과 기업이 현실과 같은 공간에서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을 하는 메타버스 기술이 건축 관련 인프라를 바꾸려고 한다. 배달과 택배 문화가 일상화됨에 따라 자율주행 트럭, 로봇, 드론이 배송 분야에 물류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공장, 오피스빌딩, 창고 건물은 일정 공간의 화물 수취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도록 한다.

 

◆ 업무시설, 종래의 오피스 빌딩 기능 하나만으로는 복합적인 경제사회에서 언제 도태할지 모른다
주업종이 변화하고, 연관 업종이 보태지고, 새로운 업종이 추가되면서 기업은 진화한다. 그러면서 계속 성장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쇠락하는 경우도 생긴다. 스포츠 센터, 상가와 문화 시설은 이미 건축법규에 저촉범위를 벗어나 부대시설로서 이미 오피스 빌딩에 입주도 가능하다. 오피스텔은 다양한 형태의 도시 주택으로 자리매김하는 하나의 길목에 서 있다. 건축물이 수용해야 하는 용도와 기능의 변화는 디지털기술과 언택트 경제사회에서 더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변화 속도를 더할 것이다.
복합과 공생의 개념을 넘어 업종과 업태 간 융합하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제한된 건물규모의 빌딩 하나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공간 이용의 가변화와 융복합화”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건물 내부 공간을 벽으로 나누지 않고 기둥식 오픈 구조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업무용 빌딩은 벽식 칸막이 구조가 없어질 것이고, 현재의 빌딩들도 구조적인 리모델링을 따라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직방’은 아바타가 출근하는 가상 사옥 ‘메타폴리스’에서 관계사를 포함, 600여 명 직원의 아바타가 옹기종기 모여 일하고 있다. 직원들은 100% 재택근무,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아예 별도의 사무실이 없다. 충격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오피스빌딩들은 용도변경을 하거나 재건축하여 새로운 용도를 찾게 될 것이다.

◆ 생산시설은 벌써부터 스마트공장으로 자동화·지능화되고 있다
스마트공장이란 설계·개발, 제조 등 생산 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여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 공장을 말한다. 기업들은 ICT 기술을 이용해 공장, 창고, 건설현장 등 실제 공간을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환경 등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으로 만들어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Giga-factory)는 메타버스 기술로 자동차 공장 전체를 가상으로 만들고, 새 모델의 출시에 맞추어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다. 지능형 로봇 배치나 훈련도 디지털 트윈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토대로 공장을 설계하고 시공을 한다.
스웨덴 통신회사 에릭슨은 실제 도시규모의 디지털트윈 환경을 구축해 5G 무선 네트워크 신호 전파와 성능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통신 품질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한다.
테슬라나 에릭슨 같은 빅 테크 공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장을 짓는 기업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5G, AI, IOT, VR, 로봇 등 디지털 정보통신기술로 지능형 공장을 짓는다. 건축의 영역이던 공장건축의 레이아웃을 소프트웨어가 다 해버린다. 가상 시뮬레이션을 거치면서 설계디자인도 하는 세상이다. 모든 공장은 스마트 공장으로 재탄생 한다.
창고시설도 스마트 창고로 진화한다. 도시 외곽에서 덩그러니 홀대받던 창고가 귀중한 물류센터로 기능과 시설이 지능화 되고 있다. 2, 3년 이내 자율주행트럭이 24시간 운행하고, 나아가 로봇과 인간이 운전을 나누어서 하고 배송까지 확장하게 됨으로써 창고가 물류의 출발점에서 배송의 종착지까지 ‘스마트 물류센터’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상하이 기가 팩토리 생산라인 레이아웃 © 테슬라

3-3. 모듈화 공법, 3D-printing 등 공업화 공법의 진화

◆ 미래 건축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점은 바로 설계와 시공법의 발전
건축물의 모든 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 도구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등장은 현대 건축 분야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다. 비정형 디자인은 물론, 설계 최적화를 통해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시공에 앞서 물리적 디자인 오류까지 해결해 줌으로써 그에 소요될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더욱이 건물이 지어지기 전 메타버스 기술로 가상의 건물을 짓고 입주하여 관리해 봄으로써 효율적이고 보다 똑똑한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BIM 설계를 바탕으로 건축의 현장 환경을 바꿀 시공법의 변화 방향은 건축물을 공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인 ‘모듈화 공법(Modular construction method)’이다. 건축물의 복합 요소들을 각각 모듈화해 생산 공장에서 제작하는 기술이다. 현장에서는 건축물의 골격만 세우고 그 외의 작업은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진 모듈을 현장으로 옮겨와 위치에 맞게 배치하고 조립하면 되는 것이다. 기계, 전기, 통신 설비까지 가장 복잡하게 얽힌 천정틀까지 모듈화 시켜 공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최근에 지어지는 아파트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4차 산업 관련 첨단기술들이 건축물과 일체화되고 있음에 공업화 공법은 더 한층 발전 속도를 올릴 것이다.

◆ 한국 건설기술연구원 내 ‘건설 3D프린팅 연구단(2016년 설치)’은 관련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시작해 제법 큰 건축물까지 쌓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소형 건축물 기준으로 골조 공사기간을 60%나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하고, 공사비용도 40%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2022년에는 실험 주택을 건축할 계획이다.
3D프린팅 건축 기술이 세계 건축 업계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여러 방법으로 3D프린팅 건축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 건축 기술이 달이나 화성에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위성 등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꿈으로써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우주를 건설하는 이 계획에서도 3D프린팅 건축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인화와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3D프린팅 기술의 특징이 그 배경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우주개발업체 Space-X를 설립하면서 인류를 화성에 이주하여 정착시키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이 꿈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연구와 탐사 목적으로 달이나 화성에 건축물을 지으려는 시도는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런 시도의 중심에 3D프린팅 건축 기술이 있다고 본다.

아피스코르(Apis Cor)사가 건축한, 두바이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3D프린팅 건축물

 

4. 건축 관련 제도와 교육의 혁신

4-1. 디지털 기술과 사회적 요구를 담을 수 있도록 건축 관련 법규 혁신적인 정비

땅 위에 집을 짓는 것이 건축일진대, 건축 관련 최상위 법은 땅에 대해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다. 그다음 짓기 위한 계획과 짓는 행위를 조장하고 규제하는 법은 계획단계에 건축법, 건축사법이, 짓는 단계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 진흥법이 있다. 이 법 밑에는 각각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두어 목적 달성을 위하여 자율적인 행위까지를 구속한다. 땅 위에 집을 짓는데 이 법들만 있으면 좋으련만 ○○기본법, ○○개발법, ○○관리법, ○○특별법 기타 등등 수십 가지 법이 존재한다. 이것도 부족하여 행정부처는 ‘○○요령’이란 것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만들어 사소한 행위까지 간섭한다. 이러다 보니 때로는 법끼리 충돌하고 시행기관끼리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면 이 시대는 우리 생활 곳곳에 혁명적인 디지털기술이 계속해서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생활을 더 편리하고 유익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를 선진화시킨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가 있어, 촉진시키고 조장한다고는 하는데, 여기저기 규제가 똬리를 틀고 있어 선의의 행위까지 구속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 이후 AC(After Corona)시대는 BC(Before Corona)의 과거와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들 한다. 사회는 변화되고 첨단기술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는 건축 관련 제반법규와 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규제보다는 장려해야 디지털기술을 건축에 활용하고 건축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디지털 기술로 가득한 언택트 경제 사회에서는 하나의 건축물이 수용하는 기능과 용도가 변할 수밖에 없다. 업무시설과 생산시설을 업무방식과 생산방식에 따라 하나의 용도에 맞추어 건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디지털 기술과 사회적 요구를 건축물에 편리하게 담을 수 있도록 시급한 건축 관련 법규의 정비가 요구된다.

건축 관련 최상위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장 제6조는 우리나라의 국토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과 자연환경보전지역의 4가지 용도로 구분하고, 제4장 제2절 제36조에서 4가지 각 지역마다 용도지구와 용도구역으로 구분하여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지역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의 4가지 용도지역으로 구분함으로써 복합적인 용도의 건축을 제한한다. 이러한 용도지역제 하에서는 복합적인 공간 구성이 제약됨으로써 건축주의 자율성까지 해치게 된다. 주택, 업무시설, 생산시설 등 모든 건축물은 디지털 기술과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코로나 19이후 언택트 시대를 맞아 변화의 모양과 속도는 융·복합적으로 빠르게 진화한다.

다행히 이 글을 쓰는 동안 3월 3일 서울시는 향후 20년간 추진할 각종 계획의 지침이 되는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8년간 묶여 있던 서울시 아파트 35층 제한 규제를 풀고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다채롭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땅의 용도와 건물의 높이,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제도인 ‘용도지역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내 용도지역은 크게 주거·상업·공업·녹지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이 제도가 복합적인 공간 구성에 제약이 된다고 보고 자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토계획법 개정 등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4-2 교육의 혁신 – 건축 기술인의 자기계발 교육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를 합친 용어 디지로그(Digilog). 지난 2월 26일 타계한 이어령 교수가 언급한 디지로그는 생명자본주의와 맞닿아 있다. 디지털이 차가운 컴퓨터 정보공학의 세계라면 아날로그는 인간애와 생명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세계다. 디지로그는 컴퓨터가 낳은 디지털기술과 컴퓨터 이전의 아날로그적 지식을 합친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컴퓨터가 나오기 전 우리는 책과 사전을 통해 교육을 받아 왔고,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책과 사전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대부분 컴퓨터로부터 흡수하고 있다. 아날로그적 지식은 디지털적 지식으로 치환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책과 사전은 지식을 얻는 도구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지식의 기본적인 콘텐츠는 컴퓨터를 통해 배양하기보다 책과 사전으로부터 배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은 생각하면서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제 것으로 다져지고 이를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힘이 생긴다. 클릭으로 얻어지는 지식은 논리적인 힘을 만들기에 부족하다. 인문적인 지식이 아날로그라면, 기술적인 지식은 디지털에 가깝다. 인문지식이 기본적, 공통적인 지식이라면 전문기술 지식은 전문적, 선택적인 지식이다. 우리 건축 기술인들이 간과한, 그래서 부족한 것이 인문적인 지식이다. 아무리 전문적인 기술지식이 있다 하더라도 전달하고 설득하지 못하면 쓰지를 못하는 죽은 지식이 되고 만다.

앞으로의 세계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제공자와 소비자로 나뉠 것이다. 그 비율은 각 5%, 95%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시대에 우리는 이미 20%가 80%의 소득을 차지하는 2080을 경험했기에 정보화 시대를 넘어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로 가면 0595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런 앞날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논리력과 창의력이다. 그리고 이를 기르는 첩경이 독서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와 말하기다.
그러니 하버드대학은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혹독하게 시킨다. 아마존(Amazon) 사는 6쪽 짜리 보고서를 써오게 하고 보고서를 바탕으로 말하기를 테스트한다고 한다. 논리적인 사고력, 독창성, 창의력은 글쓰기와 말하기로 만들어진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우리 건축사, 건설기술인이 5%의 정보제공자로 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자기 계발을 위하여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다음은 BIM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컴퓨터의 활용능력 나아가 코딩(Coding)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조선일보 박건형 차장의 “[만물상] 코딩의 시대(2022. 2. 4.)”라는 기사를 보면서 우리 건축사, 건축기술인들의 실상과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살펴보면, 누구나 혁신적인 변화가 시급함을 다 함께 공감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시대에서는 코딩(Coding)이 컴퓨터 창의력(Computational Creavity)이다. 영국 정부는 올 가을 학기부터 초중고에서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도록 했다. 국민교육은 그 나라의 경쟁력이다. 건설기술인 특히 건축설계자의 경쟁력은 BIM의 운용능력에서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디지털기술은 이미 우리 앞에 와있는데 우리의 인식세계는 과거세대에 머물러 있다. 건축 구조 등 전공과목 몇 가지의 필기시험과 T자와 삼각자로 설계능력을 평가하는 건축사 자격시험을 아직까지 굳세게 치루고 있다. 기술사 자격시험도 T자와 삼각자만 없을 뿐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검증조차 하지 않는다.

건축사와 기술사의 자격 면허시험제도부터 하루 빨리 바꾸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우리나라도 초중고에서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도록 교육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우리 건축사, 기술인들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적응해야 할 것이다.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산업 전 분야의 관련 정부, 자치단체와 산하 공공기관 및 관련 단체에서도 건축사, 건설기술인들을 위한 각종 보수교육 프로그램에 디지털 첨단기술과 컴퓨터 활용력을 제고시키는 조치를 하루 빨리 하여야 할 것을 제언하는 바이다.

 

디지로그 시대에 아날로그적 경쟁력을 키우는 요체는 ‘생각근육 키우기’다.
생각 근육은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 꾸준한 글쓰기로 다듬어진다.
디지털적 경쟁력은 컴퓨터의 활용능력, 첨단기술의 이해와 이용능력을 키우면서 확장된다.
우리 건축사, 건설기술인은 지식과 정보의 제공자로 살아가야 한다.
짧은 시간에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말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하면 된다. 시도는 해 봐야 한다. 늦은 것이 아니다. NOW & HERE.

 

글. 양영호 Yang, Youngho (주)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건축사

양영호 건축사 · (주)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동 대학원 건설공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건축사, 1977년에는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을 취득했다. 상공부 공업단지국 건축기좌(제9기 기술고시 임관), 중소기업진흥공단 건설본부장 및 삼환기업 현장소장 등의 풍부한 실무 경력을 갖췄으며 현재 ㈜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Technical Proposal to Planning & Presentation(2007)’, ‘기술제안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2011/ 2007년 증보판)’, ‘내가 살아 온 70년의 흔적들(2022)’ 등이 있다.
yh25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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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메타버스 시대, 건축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건축담론

편집자 註

AI와 메타버스 시대, 건축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계문명이 아닌 인류 생활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처럼,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타더니 이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의 키워드 중 하나가 AI이며, 메타버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일찍이 비전 아키텍트(Visionary Architect)였던 레베우스 우즈(Lebbeus Woods)는 사고하는 AI의 건축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지만,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입니다.
다소 현학적인 존재론적 상상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반자동화 단계에 이른 건축설계 산업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이를 대비한 새로운 준비가 무엇인지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아직도 캐드프로그램이 뭔지 모르는 건축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BIM 초기 단계를 지나 메타버스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버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다가올 일이며 마냥 손 놓고 아날로그 시장과 경제환경을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한번 뭔지 구경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첨단의 고민을 하시는 두 분의 현역 건축사를 모셔 장대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의 대한민국 건축사들이 한번은 알아야 할 듯해서 마련한 기획으로,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2 In the Metaverse era, what should architects prepare?

팬데믹으로 인해 앞당겨진 온택트 시대

세상 사람들은 생전 처음 겪게 된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심각해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온택트(On-tact)라는 새로운 흐름의 변화된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일하고, 만나고, 보고, 먹고, 즐기고 하는 모든 것들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며 의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비대면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물리적인 만남보다 온라인으로 대면하는 방식으로서의 온택트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근래에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중에 하나는 단연 메타버스일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로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첫 등장한 개념이다. 영어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가상현실과는 차별되게 아바타에 자신을 투영하고 온라인 여러 매체를 통해 가상세계에 접근하고 있으며, 가상세계에서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하며 인간세계의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경제적 활동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이동통신 5G 기술의 상용화로 더욱 발전되고 펜데믹으로 인해 학습과 경험된 언택트 문화를 통해 급속히 가속화하는 중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메타버스가 단연 주목받고 있다. 또 건축, 예술, 게임, 쇼핑, 관광, 금융, 음악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유니티(Unity)에서 제공하는 WRLD SDK는 네이티브 VR 통합기술을 사용하여 도시의 사이트(Site, 현장) 분석을 가상체험할 수 있다. 앞으로 더욱 여러 회사의 기술발전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의 실감 난 현장답사가 이뤄지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신사옥 ‘엔비디아 캠퍼스’ 설계에는 최첨단 엔비디아 아이레이 VR기술이 적극 활용되었다. 각각의 사물별로 빛의 반사정도를 매우 정교한 계산을 통해 현실과 가까운 모습을 구현하여 사전에 공간 활용성 및 시공 상의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수정해 나감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고 한다. 또한 VR기술과 함께 AR기술의 확장이 매우 빠르게 발전되고 있는 듯하다.

© Clayco

해외에서는 이미 시공단계에서 AR홀로그램을 활용한 시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작업환경을 사전에 예측하고 설계에 대한 시공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증강현실기술을 통해 현장에서 일어날 재해 상황을 체험하고, 교육하는데도 활용하고 있다.
국내 현대건설은 건설현장 특성·여건에 따라 건축정보모델링(BIM)기반의 증강현실 품질관리 플랫폼을 개발하여 객체정보 확인 및 정보측정, 3D모델 조작기능 등을 통해 시공 품질을 높이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대지 조사부터 건축설계, 시공, 안전 단계에 이르기까지 활용이 발전되며 건축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해외는 이미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 대한 전문교육기관이 생겨나고 프로그램이 상용화되고 있으며, 적용 사례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하고 있다. 비즈니스 및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 정림건축에서는 건축설계유산 메타버스 아카이빙을 위해 티랩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물과 공간 디자인을 티랩스 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공간 안에 구축할 예정이며, (주)삼우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는 메타버스 스페이셜(Spatial) 플랫폼으로 기존 건축사사무소 설계 프로세스를 벗어나 3차원 공간에서 의사소통을 갖춘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려 한다.

 

건축사가 바라본 메타버스

인간이 만들어가는 3차원의 유토피아 공간이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전의 싸이월드나 지금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로 자아와 끊임없는 소통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아바타지만 마치 실존하는 자아의 실체로 점차 발전해가고 있다. 제페토나 로블록스는 어린아이들의 새로운 세계로 자리 잡았으며 새로운 기업들의 또 다른 디지털 세상이 현실에 나오고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에서 BGF 리테일 CU가 오픈한 메타버스 편의점 © CU

제페토의 구찌빌라 © gucci

이 밖에도 샌드박스, 테라월드, 뉴월드 등등 무수히 많다. 동일한 시스템을 가진 프로젝트들은 가상의 부동산을 개인이나 기업에 팔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현재 그들이 만들어가는 메타버스 세계의 가치는 이용자의 수, 디지털기술, 서비스의 차별화 등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특히 이용자 수가 많은 메타버스 프로젝트들은 점차 확장되고 기술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실 환경과 다른 이상적 환경을 제공하며 경제활동까지 가능케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 개인들이 메타버스 내에 땅을 사고 있으며 기업은 연수원, 브랜드홍보관, 상품전시장 등을, 공공기관은 문화재, 박물관, 공공장소 등을, 개인은 다양한 상상의 공간 및 이벤트공간과 게임공간 등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 건축은 가상공간을 활용하므로, 현실과 달리 공간을 원하는 만큼 사용하고 하늘에 건물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재 SNS에서는 메타버스 건축사(Architect)라는 용어가 생겨났으며, 메타버스 건축사(Architect)가 되기 위해서는 3차원 공간조작 능력, 즉 3D그래픽을 이용해 공간에 구축하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제페토와 로블록스 모두 해당 플랫폼에 3D에셋과 3D공간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여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게임 업계에서 주로 활용하던 3D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이 더욱 보편적인 수요를 이루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빌디잇이라는 메타버스 건축 프로그램은 조작법이 매우 간단해서 처음 3D프로그램을 접하는 사용자도 쉽게 건물과 맵을 만들 수 있다. 건축사가 가진 전문적인 기술과 현실세계에서의 법규·제약들이 사라진 지금의 메타버스 공간은 창의성·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세계인 것이다.
지금의 메타버스 공간은 과거 게임을 하며 짜인 맵에서 소통하던 방식과 달리, 사용자에 의해 환경이 변화·구축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활동하는 세상인 것이다.

건축사가 지금의 메타버스 세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메타버스 공간에 대해, 건축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공간디자인 컨설팅과 브랜딩 작업, 건물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며 실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자신의 세계관을, 여러 가상의 건축디자인을 구현해 자산소유권을 정의할 수 있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크)화 하여 다양한 고객에게 판매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작품은 메타버스 세계에서 구축될 것이다.

오스트리아 건축사 레이먼드 아브라함은 “건축사는 드로잉 실체 외 건물 실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은 지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건축의 의미와 정의는 결국 생각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건물을 완성해 내 생각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시기 런던에서는 피터 쿡을 필두로 한 아키그램 운동이 시작됐고, 두 사람의 인연은 평생의 조력자이자 동반자로 이어진다. 훗날 ‘페이퍼 아키텍처’라는 개념을 정립·표현하며 새로운 건축적 영역을 넓혀 갔다. 메타버스 세상을 맞이한 우리 건축사는 건축이 갖는 본질을 다시 되새기고 되돌아봐야 할 때라 생각한다.

vimeo 캡처

2020년 한국계 미국인 디지털 아티스트 크리스타 킴에 의해 세계 최초의 NFT 디지털 건축물 마스 하우스(mars house, 실제 거주할 수 없는 집)가 세상에 나오고, 50만 달러에 거래가 되었다. 실제 본인이 일본에서 경험한 zen철학을 모티브로 제작한 디지털 집은 3D프로그램 언리얼 엔진을 통해 제작된 가상 주택인 것이다. 현재 이 주택은 실제 명상을 할 수 있는 메디테이션 휴양지가 될 것이라 한다.

지금의 우리 설계 프로세스는 건축주를 만나 건축주가 원하는 집을 설계하는 방식이나, 마스 하우스가 보여준 행태는 불특정 건축주가 가상의 작품을 보고 그것을 건축화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 건축프로세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메타버스를 향한 인간의 욕구와 갈망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이에 따라 기술 또한 발전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2022년 인간 뇌에 마이크로 칩을 이식할 실험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곧 가상세계에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가상세계에서 음식을 먹으며 맛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며 모든 행위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다면 가상세계가 현실세계가 되는 완벽한 디지털 트윈시대가 오는 것이다. 미래에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디지털 트윈시대가 온다면 아마도 건축사는 지금과 같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건축적 지식을 바탕으로, 더욱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설계업무를 수행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글. 박현우 Park, Hyunwoo 비움디자인빌드 건축사사무소·건축사

박현우 건축사 · 비움디자인빌드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창조건축, 건축사사무소 다인에서 실무를 쌓았다. 서울시립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시 관악구 도시재생 자문위원, 대학건축학회 주택설계분야 참여전문가, 용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 작품으로는 LIG NEX1연구소, 렉쎌연구소, 선감역사박물관, 포항야생화카페, 이천도예촌상가주택이 있고, 현재 바이오연구소, 시흥동 정비사업 등을 설계하고 있다.
1biu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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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_서초 S주택; 말레비치의 창문

Architecture Criticism
Seocho S house; Malevich’s window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러시아 절대주의의 창시자인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Severinovich Malevich, 1878~1935)는 회화에서 모든 일상의 재현을 거부하고 제거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한 후 1915년의 ‘검은 사각형’과 ‘검은 원’, 1918년의 ‘흰색 위의 흰색’의 세 작품을 통해 추상회화를 가장 극단으로 끌고 간 미술가, 순수추상화가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흰색 캔버스의 정중앙에 검은색 사각형을 놓다가 흰색 캔버스의 한 쪽 모서리 쪽에 검은색 원을 위치시키고 마지막에는 흰색 캔버스(사각형)의 한 쪽 모서리에 흰색 사각형을 기울여 위치시키는 일련의 그의 작업은 현대 회화가 일상에서 추상으로, 감상이 아닌 사유의 대상으로 바뀌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회화에서의 순수추상적 경향은 일반인들의 일상 경험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좀 더 인간적인 요소를 매개로 한 다양한 현대 회화의 출현을 가져오게 된다.

건축사 황준의 ‘서초 S 주택’의 첫인상은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회화를 그대로 3차원 건축물로 바꾸어 놓은 모습이었다. 긴 직사각형의 흰색 담장 위에 얹힌 흰색과 검은색의 사각형이 그 외관 요소의 전부였다. 그의 이전 작품들도 대부분 미니멀적인 형태와 공간을 연출하긴 하였지만, 점이나 선적인 요소들을 극소화 시키고 몇 개의 흑백 면으로만 파사드를 구성한 것은 주택의 외관으로선 상당히 실험적이었다. 특히 반투명의 인공적인 담장 위에 균질한 흰색 페인트의 저층부 매스, 그리고 그 위에 컨테이너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금속 재질의 외피라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재료들을 조합하여 조화로운 외관을 만드는 독특한 건축사의 미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모호한 경계
처음 서초 S 주택을 방문한 방문객은 아마 기묘한 위화감을 느낄 것이다. 기존에 경험하던 주택들과는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집에 들어가려고 하면 우리가 기대하던 대문도 담장도 차고문도 없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담장과 차고문, 대문이 서로 구별되지 않는 동일한 크기의 반투명 판만이 외부 가로영역과 주택 영역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차의 이동, 사람의 이동, 가로영역과 주택영역의 구별이라는 서로 다른 기능들을 형태는 기능에 따른다는 오래된 습관에 따라 다르게 디자인하지 않고 동일한 건축언어로 균질화하여 방문객에게 내부의 공간이 궁금해지는 서프라이즈 박스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동시에 가로영역과 주택영역을 동일 높이의 담장으로 확실히 분리하면서도 솔리드하지 않은 가변형 경계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대문을 지나 집에 들어가려고 하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현관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세 개의 주택과 두 개의 작업 공간이 별도의 출입구를 가지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공용계단의 입구에서 흔히 보던 금속 재질의 프레임과 반투명 유리로 이루어진 큰 현관문, 그리고 박공형 캐노피를 예상했던 방문객은 물탱크실에 올라갈 때 사용함직한 작은 흰색 캐노피가 있는 흰색 문을 앞에 두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순간 망설이게 된다. 완충공간을 과감히 삭제한 공간적 미니멀이며 경계의 파괴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벽, 바닥, 천장이 모두 동일한 흰색을 주조로 하여 구성되어 있다. 가구도 난간도 커튼박스나 걸레받이도 모두 ‘흰색 위의 흰색’처럼 빛의 반사와 흡수가 차이 나는 마감을 통해 구별되면서도 구별되지 않는 경계를 형성한다. 복도 창문을 보면 굵은 프레임에 커튼박스를 갖추어 경계를 강하게 상징하는 일반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프레임을 구조체 속으로 숨기고 커튼박스 대신 150밀리미터 정도의 틈으로 천장과 벽을 나누어 원래 열린 공간을 살짝 유리로 막은 느낌, 즉 느슨한 경계의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거실과 작업실, 주방과 식당 모두 프레임을 거의 노출시키지 않도록 연출된 개구부와 영역을 나누어 주는 낮고 가벼운 재료의 가구와 칸막이를 통해 동일하고 느슨한 경계를 보여준다.

 

<서초S주택> 정면 전경(밤) © 박영채

공간과 영역
서초 S 주택은 평면이라는 도구에 익숙한 건축사들이 각 층의 테두리를 정해놓고 기능과 영역에 따라 분할하여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영역마다 고유한 하나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서로 느슨한 경계를 통해 이웃하도록 배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평면상으로는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이 각 영역별로 켜켜로 분절되어 쌓여있는 듯하지만 실제 경험 시엔 서로를 자연스럽게 시각적으로 연결시켜 준다.

주택에서 수직이동을 담당하는 2개의 영역은 동일한 계단이라는 장치를 통해 기능하지만 각 영역의 성격에 따라 서로 대비되도록 디자인되고 있다. 1층과 2층 사이의 수직이동만을 담당하는 전면부의 계단영역은 전체를 휜색으로 통일하고 상부에 1개소의 측창만을 두어 빛을 제한적으로 유입시킨 후, 계단 중앙에 높은 불투명 판을 두어 재료의 물성이 강조된 폐쇄된 수직박스형 무채색 공간을 연출한다. 이에 반해 이 영역과 바로 이웃한 2층 복도 공간에서 옥상정원으로 나가는 계단영역은 후면의 주인집으로의 통과영역을 겸하기에 계단은 밝은 목재 재질로 챌판이 없이 디딜판만 캔틸레버로 두고 계단 벽을 투명한 유리벽으로 경계만 형성한 후, 계단 상부와 복도 측면에서 충분한 빛을 유입하고 계단과 동일한 밝은 목재 바닥으로 마감하여 마치 계단이 통로 왼쪽의 붙박이장처럼 하나의 가구가 되는 개방적인 유채색 공간을 연출한다. 이렇게 하나의 영역은 그 영역의 성격과 특성에 맞도록 하나의 공간으로 디자인되고, 이웃한 공간과 때로는 조화롭게 때로는 대비되게 이어져 있다.

건물 내부공간이 벽과 천장, 벽과 바닥 사이에 형성된 크고 작은 틈에 의해 각 영역의 다양성과 표정이 연출된다면 건물 외부공간은 각 영역을 수직으로 적층시키며 중정 쪽으로 시선을 끌어들이도록 연출되고 있다. 주차영역을 포함한 대지 전체를 푸른빛 타일 바닥과 나무껍질 모양의 벽으로 감싸고 그 위에 300밀리미터 정도를 들어 올려 나무바닥과 나무벽을 얹고, 다시 그 위에 세 켜의 흰색 페인트 마감 매스와 검은색 금속 입방체를 끼워 놓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 주택의 진입과 소통을 이루는 중정 영역으로 공간이 중첩되고 압축되는 느낌을 형성한다.

 

<서초S주택> 계단실 © 박영채

디테일의 힘
주택의 내부 디자인은 잘 제작된 페이퍼 아트를 보는듯한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크기의 틈과 얇은 판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공간을 구성하고 있었고, 인터폰마저도 벽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벽에 긴 오목공간을 만들고 그 속의 한 쪽에 인터폰과 조명 스위치를 위치시키고 있었다. 오목공간의 높이는 인터폰의 높이와 일치하여 설계자가 미리 거실의 디자인에 맞는 인터폰을 선정하고 그 크기에 맞게 오목 공간을 계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내부 벽과 바닥이 만나는 지점엔 익숙한 걸레받이 대신에 작은 홈만을 두어 시각적으로 각각의 요소를 부각시키고 마감에서의 신축균열을 통제하고 있었다. 특히 계단과 벽이 만나는 부분의 경우 복잡한 계단의 형상 때문에 시공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여전히 작은 홈의 디테일을 고집한 것과 벽을 파고 정교하게 집어넣은 계단의 손스침, 그리고 내부에서 보면 벽 속에 프레임을 매입한 것처럼 보이도록 오픈 위치가 정교하게 조절된 복도 개구부 디테일에서, 사유를 통해 풀어내는 절대주의 회화와 같은 건축을 하면서도 손맛이 살아있는 디테일을 고집하는 건축사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말레비치의 창문
말레비치가 추구했을 순수추상의 절대적 회화가 흰색 사각 캔버스에 흰색 사각형을 끝으로 멈추어버린 세계라면, 서초 S주택에서의 흰색 입면과 공간들은 결코 멈추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살아 있고 호흡하고 있었다. 모호한 경계를 가진 흰색의 공간들은 비어 보이지만 빈 것이 아니었으며, 태양의 이동을 고려한 다양한 크기의 열린 부분으로 들어온 빛에 의해 벽에 반사되고 그림자를 만들며 시간과 변화를 연출한다. 복도 끝에 위치한 프레임 없는 창문을 통해 건너 보이는 풍경은 건물 내부로 들어와 거주하는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계절과 기후와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흰색 위의 흰색’ 이후 작품 구상의 어려움을 느끼던 말레비치는 그 창문 앞에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만족한 웃음을 웃고 있었다.

 

글. 홍성민 Hong, Sungmin 부경대학교 교수

홍성민 교수·건축사

국립부경대학교 조형학부 건축학전공 정교수로 재직 중이며, 부산교육청 기술자문위원 및 한수원 설계심사위원이다. 무영건축, 삼우설계에서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건축사를 획득하고 대학에서 건축실무와 설계를 교육하고 있다. 주 연구분야는 디자인 프로세스와 건축물의 상징성에 대한 다양한 건축참여자의 인식특성에 관한 것이며 지역마스터플랜, 도심재개발, 도시야간경관 관련 프로젝트 연구를 수행하였다. 주요저서로는 주택계획이론과 설계, 건축일반구조학, 건축시공학 등이 있다.
gaudimin@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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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키움센터_누리봄다함께키움센터, 자곡다함께키움센터

누리봄다함께키움센터, 자곡다함께키움센터

우리동네키움센터는 방과 후나 방학 등의 돌봄 공백 발생기간에 돌봄이 필요한 만 6~12세 아동을 돌봐주는 서울시의 초등 돌봄시설입니다. 2018년 6월 성북구(장위1동)에 1호가 시범 개소된 후 초등돌봄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키움센터는 서울시와 관할구(지자체)가 협력해 운영·실시하며 접근성을 중시하는 일반형(80제곱미터 이상 소규모), 지역아동센터와 협업해 마을권역별 돌봄거점으로 운영하며 긴급·주말 돌봄기능을 강화한 융합형(210제곱미터 이상 중규모),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지역대표 특화 돌봄시설이자 문화·예술·체육과 부모교육 등을 강화한 거점형(1,000제곱미터 이상 대규모) 시설 세 가지로 나뉩니다.

올 3월 2일 서울시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총 200개소가 운영 중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키움센터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 학부모의 96%가 센터 이용에 만족하고 88.6%가 경제활동 참여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연말까지 초등돌봄 수요를 고려해 지역별 우리동네키움센터를 균형있게 설치해 총 275개소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돌봄시설의 중요성이 차츰 높아지는 가운데, 월간 <건축사>가 건축사 작업으로 서울시에 개소 완료된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지면에 장기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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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마을 한양도성 밖 성곽마을, 북정마을

Disappearing village
Bukjeong Village, a citywall village outside the Fortress Wall of Seoul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132-3 일대, 숙정문과 혜화문 사이의 한양도성 백악 구간 초입에 있는 마을은 서울의 대표적인 성곽 마을이다.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듯한 성벽과 하나가 되어 형성된 성곽 마을은 지형적으로 형성된 경관적 가치와 오랜 시간의 역사적 가치, 더불어 주민들이 가꿔온 삶터 속의 시대적 가치를 모두 지니고 있어 매우 의미 있는 마을이다. 조선시대 궁궐용 메주를 만드는 곳으로 메주 철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마을이 북적거렸다 해서 ‘북적거린다’에서 유래한 북정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이곳은 만해 한용운의 유택인 심우장과 1969년 김광석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의 배경 마을로도 유명하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쳐 6·25전쟁 피난민, 1960~1970년대의 산업화 시대의 도시 노동자 그리고 도시개발에 따른 도시의 유랑민들, 시인이 비둘기로 비유한 이들이 삶의 터전을 찾아 정착한 서울 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이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 오래전 우리가 살아왔던 기억 속의 흔적들을 간직하며 세상을 향한 여유의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도심 속의 또 다른 마을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시작한 도시재생사업으로 마을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고령화와 더불어 2004년 주택 재개발 정비 예정 구역으로 지정된 이래 외지인들의 매입 등으로 공가는 계속 늘어나서 폐허가 됐다. 2018년부터 추진되어온 성북2구역 재개발 사업이 2022년 예정된 테라스하우스와 단독주택 단지로의 공공재개발사업이 시작되면 이곳도 도심 속에 묻히고 사라질 것이다.

성곽(城郭)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다. 이주민들에게 성벽은 자신들을 집과 마을을 지켜주고 기댈 수 있는 절망과 희망의 든든한 언덕과도 같은 존재였다.

심우장(尋牛莊) 서울 성북구 성북로29길 24. 사적 제550호 만해 한용운 선생의 유택인 이곳은 1933년에 벽산 스님, 조선일보 사장 방응모 등에 의해 세워졌다. 집은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의 단출한 한옥으로 독특하게 남향이 아닌 북향(北向)으로 배치되어 있다. 북향인 이유는, 남향으로 하면 조선총독부가 보인다는 이유로 한용운 선생이 이곳 산비탈에 있는 북향 터를 사저로 짓게 되었다고 한다. 북향이라 햇볕이 들지도 않아 늘 어두웠고 여름에는 습하고 더웠으며 겨울에는 매우 추워서 정말로 살기에 힘들었지만,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집에서 거주하다 1944년 6월 해방을 1년 앞두고 이곳에서 입적하였고 선생이 사망한 뒤에는 딸인 한영숙 씨가 살다가 만해 사상연구회에 기증했다. 심우장은 ‘찾을 심(尋)’, ‘소 우(牛)’, ‘전장 장(莊)’으로 ‘소 찾는 집’이란 뜻이다. 불교에서 소가 마음을 상징해서, 대승불교 승려인 선생이 선종(禪宗)에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수행 단계 중 하나인 ‘자신의 본성을 찾는다’라는 심우(尋牛)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 한다.

성북동 비둘기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둥지를 잃은 비둘기와 같이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둘기에 빗대어 표현한 김광섭 시인의 대표적인 시이다. 2012년 이곳에 시인의 시와 조형물 등을 갖춘 비둘기 공원을 조성하여 마을의 쉼터로 제공되고 있다. 이제 이곳에서는 더 이상 비둘기를 볼 수 없다. 이들의 모습은 벽화와 조형물로만 남겨져 있다.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라는 시인의 시처럼 이곳 마을도 이젠 볼 수 없게 된 비둘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골목 시간을 밟으며 거닐다. 유난히 좁고 가파르고 복잡한 꼬부랑길과 계단을 따라 다 쓰러져 가는 슬레이트 지붕과 다양한 쪽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지막에 거대한 성벽과 마주친다. 마을의 끝 지점,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절망의 마지막이다.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언젠가는 내려가서 살아야 할 내 집이 보인다. 그렇게 희망을 품고 살았을 지난 시간의 다양한 흔적들과 추억의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순례길을 걸어온 듯한 마음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골목의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틈새 텃밭과 집 앞의 화분들은 어머님들이 심어놓은 꽃과 채소들을 통하여 무미건조한 골목에 다양한 색을 입히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것 같다. 유채꽃과 벚꽃, 개나리 등의 봄꽃들이 곳곳에서 북정마을의 봄날을 포근하고 따스하게 물들이고 있다.

북정, 흐르다 – 최성수 천천히 흐르고 싶은 그대여 북정으로 오라 낮은 지붕과 좁은 골목이 그대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 삶의 속도에 등 떠밀려 상처 나고 아픈 마음이 거기에서 느릿느릿 아물게 될지니, 넙죽이 식당 앞 길가에 앉아 인스턴트커피나 대낮 막걸리 한 잔에도 그대, 더없이 느긋하고 때 없이 평안하리니 그저 멍하니 성 아래 사람들의 집과 북한산 자락이 제 몸 누이는 풍경을 보면 살아가는 일이 그리 팍팍한 것만도 아님을 때론 천천히 흐르는 것이 더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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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와 건축 _ 영화로 읽는 소설 속 도시와 건축 ② <젊은 느티나무> 1968년 이성구 감독 (원작: 1960년 강신재/ 각색: 나한봉/ 음악: 김동진)

Architecture and the Urban in Film and Literature ②
A Young Zelkova – Jeolmeun Neutinamu
Film 1968 directed by Lee Seong-gu(1928~2005) /
a 1960 Novel, Young Zelkova Tree by Kang Shin-jae(1924~2001)

<젊은 느티나무> 포스터 © Yang Haenam Collection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 라고는 할 수 없다.”
이는 1960년대의 많은 여학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소설의 첫 문장으로 당대 문학소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내용이다. 많은 곳에 이미 언급되었지만 특히 이 첫 문장은 이상(1910~1937)의 단편소설 「날개 (1936)」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와 최인훈(1936~2018)의 중편소설 「광장(1960)」의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와 함께 삼대 유명한 소설의 첫 문장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느티나무」는 1960년 1월 사상계에 발표한 강신재(1924~2001)의 단편소설이다. 소설 속 여고생 숙희는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에서 어머니가 사는 서울로 이주한다. 숙희는 개가한 어머니의 새 남편인 경제과 대학교수 ‘무슈 리’의 아들인 물리학 전공의 대학생 오빠 현규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혼란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사랑임을 알게 되면서 겪는 갈등을 표현한 1인칭 소설이다. 소설에 “재작년에 서울에 도착했고…”, “나는 E여고로 전학을 하였다…”, “지난 해 4월에는 〈미스 E여고〉에 당선되었다” 등으로 묘사된 것으로 보아 여고생이 대학생이 된 후 변화하는 사랑의 감정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는 스물네 살의 남성과 스무 살의 계집아이, 즉 숙희가 스무 살의 여대 1학년 전학생으로, 오빠 현규는 스물네 살의 수재 대학생으로 묘사된다.
영화는 1968년 3월 개봉했고 약 42,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1968년 영화의 주연은 신성일(1937~2018)과 문희(1947~) 윤양하(1940~2021) 등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문희가 스무 살로 제 나이의 역을 연기했고 상대역인 신성일은 실제 나이 보다 어린 스물 네 살의 청년 연기를 했다. 안성기(1952~ )가 지수(윤양하 분)의 동생인 고교생으로 출연하며 마지막 아역을 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에 묘사된 마을이나 건축물 또는 실내 관련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는 성큼성큼 내 방으로 걸어 들어와 아무렇게나 안락의자에 주저앉든가, 창가에 팔꿈치를 짚고 서면서 나에게 빙긋이 웃어 보인다.”
“뽀얗게 얼음을 내뿜은 코카콜라와 크래커, 치즈 따위를 쟁반에 집어 얹으면서 내 가슴은 ….”
“오늘도 그는 그렇게 내 방에서 쉬고 나더니, 「정구칠까?」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옆집이라고 하는 것은 구왕가에 속한다는 토지의 일부분인 기실 집이라고는 까마득히 떨어져서 기와집이 두어 채 늘어서 있고 이족은 휘엉 하니 비어 있는 공터였다. 그 낡은 기와집에 사는 사람들은 이 공터를 무슨 뜻에선지 매일 쓸고 닦고 하여서 장판처럼 깨끗이 거두어 오고 있었다.”
“시무룩해 가지고 테라스 앞에 오면…(중략)… 그 안 넓은 방에 깔린 자색 양탄자, 여기저기 놓인 육중한 가구, 그 안에 깃들인 신기한 정적, 이런 것들을 넘겨다보면…(중략)… 그리고 주위에 만발한 작약, 라일락의 향기, 짙어진 풀내가 한데 엉켜 풋풋한 이 속에 와서 서면—”
“서울의 중심에서 떨어진 S촌 숲 속 환경도 내 마음에 들고, 무슈 리가 오래전부터 혼자 살아왔다는, 담쟁이덩굴로 온통 뒤덮인 낡은 벽돌집도 기분에 맞는다.”
“지수는 K장관의 아들이다. 언덕 아래 만리장성 같은 우스꽝스런 담을 둘러친 저택에 살고 있다. 현규랑 함께 정구를 치는 동무이고 어느 의과대학의 학생인데…(중략)… 지프차에다 유치원으로부터 고등학교까지의 동생들을 그득 싣고 자기가 운전을 하여 학교에 가곤 한다.”
“할머니한테 갔다 온다고 우겨 대어 서울을 떠났다.”
“날이면 날마다 나는 뒷산에 올라간다.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여승들의 절이 있다. 나는 절이란 곳이 싫었으나 거기를 좀 더 지나가면 맘에 드는 장소가 나타났다. 들장미의 덤불과 젊은 나무들의 초록이 바람을 바로 맞는 등성이였다.
바람을 받으면서 앉아 있곤 하였다. 젊은 느티나무의 그루 사이로 들장미의 엷은 훈향이 흩어지곤 하였다.”

여승이라고 표현된 비구니들의 조직은 1968년 이후 생긴다. “전국비구니회의 전신인 우담바라회가 1968년 1월 결성된 이래 마땅히 갈 공간 한 평 없어 조계사 구석 3~4평짜리 가건물에서 곁방살이하던 시절…” (출처: 불교신문-“비구니 스님의 어제와 오늘-현황” 2003.03.08)
영화에는 당시 서구의 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기차 장면이 시작부에, 그리고 거의 뒷부분에 사용된다. 느티나무가 있는 외가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가는 부분의 화면이 좀 더 자세하면 어느 마을에서 촬영했는지 알 것도 같은데 글자를 알아볼 수가 없어서 좀 아쉽다. 후반부에는 기차를 타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광경도 있다. 당시 서울까지의 기차 삯 321원은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다.
신형 새마을호 객차는 1968년 이후 스테인리스로 제작되었다. 그 이듬해인 1969년 중앙일보 “기차 삯과 담배 값”에 “정부는 스스로 경제의 안정기조를 흐리게 하는 공공요금 인상을 교묘한 수단으로 합리화함으로써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급열차의 3등을 폐지하고 1·2등차만 운행키로 하였다는데 이는 사실상의 철도운임 인상을 꾀한 것으로서 첫날부터 승객들을 크게 당황케 하였다.”라는 기사(중앙일보, 1969.02.11)도 있다. 이 시기는 집중적으로 객차의 국산화가 이루어지던 때다. (출처: 한국철도 차량 100년사)

1964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 한국영상자료원

기차 외에 영화에 등장하는 자동차, 버스, 자전거 등의 탈것들을 살펴보자. 소설에서 동생들을 그득 싣고 다니는 지프차로 묘사된 지수의 차는 영화에서는 중형급의 클래식 컨버터블이다. 영화 <결혼 교실(Marriage classroom, 1970)>에 등장했던 자동차와 유사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포드 머스탱 1964년/1967년 모델인 듯하다. 1960년대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다음이 흥미롭다. “1966년 1월 신진공업이 토요타와 기술 제휴를 맺고, 신진자동차공업(주)로 사명을 바꿨다. 그리고 차관을 바탕으로 근대화된 조립공장을 건설해 토요타의 1,500㏄급 코로나를 CKD(complete knock down, 완전 분해해서 수입)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1967년에는 중형급의 크라운을 생산….” (출처: 자동차의 역사 – 1960년대 한국의 자동차 http://www.motorian.kr/?p=5391)
대학생들이 단체로 대관령으로 스키를 타러 가는 버스는 경남관광버스인데 화면에 전화번호를 여러 번 확대해서 보여준다. 요즈음 말로 하면 제품의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라 할 수 있겠다.

<젊은 느티나무> 캡처 © 한국영상자료원

영화에서 서울 거리는 “처음 보는 서울 거리, 그 큼직큼직한 건물들과 복잡한 거리…”라고 묘사된다. 뒤에 지수가 자동차에 숙희를 태우고 가는 서울 거리는 양 옆에 줄지어 보이는 간판들이 아주 흥미롭다. ‘건축자재, 부동산 공사, 목재상사, 건축자재사, 명성 공업사, 건설건재, 삼성 후형 스레트’ 등 그 사이에 ‘범아건축설계사무소’라는 간판이 있다.
같은 해 대한건축사협회 소식에는 회원 동정에 ‘사무소 이전, 결혼, 회원가입, 사무실 명칭변경, 위원위촉, 면허 취소 및 분소 설치’ 등의 기사가 있는데 여기에 범아 건축, 삼미 건축설계사무소, 조자룡 건축사무소 등이 회원가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출처 : 1968년 5월 <건축사> 협회소식)
전쟁 복구와 개발의 필수적인 산업들-건축자재와 부동산 간판이 줄지어 있는 거리 풍경…. 이들은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의 거리 풍경이다.
밤거리에 보이는 삼각형의 OB맥주 간판, 그리고 다방 풍경….. 다방에서 지수와 숙희가 마신 진 피즈(Gin Fizz). – 2020년 IBA (International Bartender Association)의 공식 칵테일인 진 피즈는 피즈 스타일의 칵테일 중 하나이자 가장 유명한 칵테일이라고 한다. ‘피즈’란 미국의 유명 바텐더 제리 토마스(Jerry Thomas)가 정립한 스타일로, 스피리츠에 탄산과 레몬주스, 설탕을 더해서 만든 것을 말한다.

등장하는 건축물 중 괄목할 만한 집은 소설 속 “서울의 중심에서 떨어진 S촌 숲 속”의 “담쟁이덩굴로 온통 뒤덮인 낡은 벽돌집”이다. 낡은 벽돌집은 영화에서는 삼각형 뾰족 지붕을 한 석재로 마감을 한 멋진 집으로 그 삼각형 지붕 아래엔 숙희의 방과 현규의 방이 있다. 사실 영화 속 이 댁은 당시 설계를 해서 지은 집으로 판단되나, 어느 건축사의 설계인지 가늠이 안된다(혹시 알고 있는 분들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설 속 안락의자로 묘사된 흔들의자(Rocking chair)가 방에 있고, 여닫이 방문에 끼워 넣은 반투명 유리창 디자인은 눈 목(目)자 파자(破字)를 하나 아니면 둘이나 셋을 결합하여 고창인 란마(欄間らんま) 디자인에 쓰이던 달 월(月)의 파자(破字)를 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실엔 육중한 고급 서양식 가구들이 중앙에 자리하고, 한편으론 전통적인 사방 탁자 등도 그대로 있다.

현대화된 가구와 일부 전통 가구를 함께 배치했듯이 등장인물들의 의상도 숙희의 어머니(주증녀 분)는 한 복에 비단 배자를 곱게 입고 젊은이들은 1960년대 문화를 대변하는 경쾌한 차림이다. 지식인의 외모를 한 무슈 리(박암 분)는 파이프를 들고 있다. 식탁에서도 현대화된 식사차림이기는 하나 밥주발과 국사발 크기는 여전했고, 그릇들은 전통적인 사기로 보인다. 소설이 발표된 것이 1960년인데 집에 냉장고가 있고 코카콜라, 치즈, 크래커를 꺼내 먹는 것으로 보아 경제적으로 상당히 넉넉한 집으로 묘사된다. 모차르트를 듣는 문리과대학 물리학 전공의 현규, 그리고 테니스를 잘 치며 연애편지도 멋지게 쓰는 현규 친구이자 졸업 후 도미 계획을 하고 있는 의과대학생 지수. 지수는 소설에서는 K장관의 아들로 묘사되고, 영화에서는 재벌가의 아들로서 티를 내지 않는 상당히 괜찮은 젊은이로 묘사된다. 지수의 집은 우스꽝스러운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대저택이라고 소설에 묘사되어 있으나 영화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테니스를 치는데(소설에서는 정구를 친다고 되어 있다), 네트를 울러 메고 와서 설치를 하고 복식으로 테니스를 친다. 여중생 때 같은 반에 아버지는 공직에 계시고 오빠가 셋인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와 오빠들 넷이 복식 테니스를 한다고 여러 번 말해서 언니 오빠가 없는 나는 그게 너무 부러웠다.

영화 속 여주인공이 다니는 석조 아치로 된 청운여대의 교문을 보면 아마도 지금의 ㄱㅎ 대학이 아닌가 한다. 당시 ㅇㅅ 대학, ㅎㅇ대학 등은 학생들이 자동차를 가지고 다닌 경우가 종종 있었고, 많지는 않았지만 부모와 함께 골프를 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여고생 시절 남학교와 함께 하던 봉사단체인 클럽 회원 중 중학생 때부터 골프를 하던 남학생 선배 하나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그 대학총장 골프 코치를 하던 것이 기억난다.

영화 속 현규를 비롯한 대학생들은 단체로 경남관광 버스로 대관령에 스키를 타러 간다. 리프트가 없던 시절이라 옆으로 걸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활강으로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강원도 대관령 스키장은 1953년 건설되었다. 등 뒤의 번호판을 보면 1967년 2월 평창군 대관령면 지르메 제1 슬로프에서 열린 제48회 전국체육대회 동계스키대회 광경과 오버랩된다. (참조: 대한뉴스 610호 대관령 스키대회)
이들은 캠프파이어를 하며 당시 풍미하던 트위스트 음악과 춤으로 즐겁게 논다. 트위스트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트위스트 열풍을 일으킨 락앤롤 가수 처비 체커(Chubby Checker, 1941~)의 곡 트위스트(The Twist)에 맞춰 춘 춤의 일종으로 196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발목 부분으로 균형을 잡고 가슴, 허리, 팔을 좌우로 움직이는 형태의 춤이다.

영화 <반도의 봄(1941)>, <시집가는 날(1957)>, <자유결혼(1958)> 등의 감독 이병일 (1910~1987,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화를 공부)의 동생인 이성구 감독(1928~2005)은 지난 호에 소개한 그의 대표작 <장군의 수염(1968)>으로 이듬해인 1969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분 작품상 및 감독상을 받았다. 그의 아내는 김기영 감독(1919~1998)의 <하녀(1960)>에서 하녀 역을 연기한 이은심(서옥선 1935~, 1960년 제1회 한국최우수영화상 신인상 수상)이다. 그들은 1982년 브라질로 이민을 갔으며 이성구 감독은 그곳에서 타계했다. 원작을 각색한 나한봉(1933~2015)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시나리오 작가 가운데 한사람으로, 대표작인 <초우(1966)>, <메밀꽃 필 무렵(1967)>, <아리랑(1968)> 등 약 70여 편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되었다. 영화 음악은 ‘행군의 아침’, ‘가고파’, ‘뱃노래’, ‘수선화’, ‘진달래꽃’ 등 수 많은 가곡을 작곡한 김동진(金東振, 1913~2009)의 곡이다. 그는 백치 아다다 등 영화음악도 많이 남겼다. 1968년, 여중생일 때 작문을 가르치시던 은사님인 시인 김영삼(1922~1994)으로 부터 군가 1번 ‘행군의 아침’을 6.25전쟁 피난길에 기차 안에서 작사하고 거기에 곡을 붙인 분이 김동진 선생님이라고 누누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출처: 한국영상자료원)

다음 호는 일본 문필가 모리 오가이 (1924~2001)의 장편소설 「기러기 (1911~1913)」를 토요타 시로 감독의 1953년 필름으로 다룬다.
* The Wild Geese-雁, がん, GAN – (film 1953 directed by Toyoda Shirō 豊田四郎 /a 1915 [1911-1913] Novel by Mori Ōgai 森鷗外 [1862~1922]) 상영시간: 104 minutes

 

글. 조인숙 Cho, In-Souk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조인숙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1986~ 현재)

·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졸업(공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석사/박사
· 건축학 박사(역사·이론–논문: 한국 불교 삼보사찰의 지속가능한 보전에 관한 연구)
choinso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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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나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Architect. My past, present and future…

여름… 건축주를 만나 가을… 허가를 받고 겨울. 실시설계 작업이 끝나면, 봄…. 현장으로 나갈 설계도서들을 마무리하며 한시름 놓는다. 매해 이런 업무 패턴을 반복해 오며 올해로 개업 20년 차를 맞게 되었고, 맡은 바 업무에 대한 소신과 사명감으로 일해 왔다고 자부한다. 이에 건축사 업무를 해오며 경험하고 깨닫고 생각하게 된 나의 어제, 오늘, 내일에 대하여 편하게 써 내려가 본다.

 

Past… 준비되지 않은 건축주와 준비된 건축주를 통한 깨달음
짧은 실무 경험에도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던 서른 살, 건축사시험 합격과 동시에 겁 없이 사무소를 개업하게 되었다. 이후 얼마 안 돼서 알음알음으로 사무소를 찾은 한 중년 신사로부터 공장설계를 의뢰받았고, 직접 찾아준 의뢰인에 대한 감사와 첫 수주에 대한 섣부른 기대로, 의심 없이 설계를 착수하는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협력업체와도 협업하여 어느 정도 설계도서가 준비되어 가던 어느 날, 의뢰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우리 사무소를 소개해 줬다는 사람들을 역추적하다 그가 건축주가 아닌 브로커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건축주들로부터 설계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후 자취를 감췄고, 이 일을 수습해야 하는 건축주들은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고, 아무런 준비조차 되지 않았었다. 몇 달 동안 진행한 우리의 설계비는 고사하고, 협력 업체에게 결제할 대금마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제대로 된 결과 없이 손실은 고스란히 건축주와 건축사에게로 돌아왔다.

큰 수업료를 치르며 배우게 된 것은 계약의 중요성이었다. 계약을 제대로 했었더라면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계약서 내용들을 정비하고 보니 잘 챙겨놓지 못해 놓친 조항에 더 안타까웠다. 소개로 들어오는 의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건축주에 대한 경계심이 발동하였고, 제대로 된 건축주에 대한 갈망은 커져갔다. 막막한 시간들이 한참 흘렀다. 일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각만 많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던 중, 인천에 젊은 건축주 부부의 상가주택 지명설계 공모 소식에 ‘내가 지금 지역 가릴 때인가!’하고 참여 신청을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건축을 준비해 온 건축주 부부는 공모를 통해 설계자를 찾는 방식을 택했고, 나는 젊은 감각과 열정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 설계자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실패를 만회하고자 기를 썼던 탓이었을까? 건축주의 형편을 살펴보지 못한 과한 디자인은 과도한 공사비를 초래하게 되었다.

예상치를 한참 넘긴 견적들을 마주하게 된 건축주 부부는 처음엔 난색을 표했지만, 오랜 협의 과정을 통해 얻은 설계 결과물에 대하여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하며 신뢰를 보내주었다. 나는 어렵게 추가 예산을 확보해 준 건축주 부부에 대한 감사의 보답으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겠다 다짐하였다.

그 당시를 떠올리면, 건축사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굉장히 좁았었던 것 같다. 허가를 득한 후, 몇 가지 상세도만 추가하면 설계업무가 끝일 거라 생각했고, 건축사의 업무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별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나의 이런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과정을 바르게 인식하고 있었던 건축주 부부 덕분에, 오히려 방황하던 기로에서 나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 나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확장된 고민을 해보게 되었고, 공사에도 깊이 관여하다 보니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건축의 전 과정 안에서, 건축사는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적극적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Present… 소신을 가지고 하는 일에 관한 단상
지난밤 출출하던 차, TV에서 돌솥비빔밥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내일 점심은 돌솥비빔밥을 꼭 먹어야지!’생각한다. 다음날 점심시간, 메뉴판 볼 것 없이 돌솥비빔밥을 주문했는데 열무비빔밥이 나온다. 주문서는 분명 제대로 되었는데 식당 사장님 왈 “날씨도 덥고 돌솥도 뜨겁고 해서… 내 딴에 열무비빔밥으로 한 거니 일단 드셔봐요! 열무 가격이 올라서 돌솥보다 비싼데 돌솥 값만 내쇼~”한다면 어떨까? 열여섯 살 딸이 질문에 경악한다. “Oh my god! 사장님이 뭘 잘못 드셨나?”
물론 이건 내가 설정한 가상이고 세상에 이렇게 무례한 식당 사장님은 없을 것이다. 3대 거짓말에도 있듯이 밑지고 하는 장사가 어디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같은 상황을 겪게 된다면 상당히 불쾌할 것이고, 원하는 메뉴로 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하물며 수억에서 십수 억 하는 소규모 건축의 공사를 들여다보면 어떠한가? 여기에서 두 가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

첫 번째, 부실한 설계도면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현장의 경우이다. 특히 소규모 지정감리의 업무를 하다보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들이 있다. 중요한 디자인이나 자재, 시공방법들이 현장에서 시공자의 편의에 의해 너무나도 쉽게 바뀐다. 이런 변경에 의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해당하는 품목들이 임의로 변경되고, 시공방법도 달라지고, 기성은 현장과 무관하게 20%, 30% 청구된다. 더욱 신기한 일은 기성검사도 없이 건축주들이 순순히 기성을 지급하는 것이다. 보다 보면, 이건 ‘세상에 이런 일이!’프로그램에나 나오는 기이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감리자로서 많은 건축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이를 꼼꼼하게 따져볼 만한 주문서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허가를 위해 작성한 도면들이 그대로 공사도면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준공상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 감리 기본업무만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축주의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시작되는 부실한 설계는 전문가로서 건축사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며, 이로 인한 불투명한 결과물을 받는 것은 건축주에게는 당혹스럽고 불쾌한 열무비빔밥을 받는 것과 같다.

두 번째, 첫 번째 경우와 달리 잘 꾸려진 설계도서로 공사를 진행하는 현장의 경우이다. 설계도서에는 공사계약 내역서와 수량산출서, 자재사양서, 시방서, 공사용 도면에, 요즘은 시공자의 이해를 돕는 3D모델까지 포함되기도 한다. 건축주는 어떤 재료로 얼마만큼의 양을 들여 어떤 방법으로 집을 지을 것인가를 도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문가로서의 건축사의 권위는 당연 높아지게 된다. 또한 내역과 수량산출서가 잘 갖춰져 있다면 기성검사는 물론 시공사와 깔끔한 정산도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앞의 두 가지 경우를 비교해 볼 때 같은 규모, 같은 공사비라면 어떤 쪽이 건축주에게 더 유리할까? 같은 비용으로 디자인과 품질을 어떻게 만들어낼지는 설계자의 역량에 따라 다르고, 이는 설계비와 연관된다. 주목할 점은 설계비와 공사비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설계비가 싸다고 해서 공사비가 싼 것은 아니며, 설계비가 몇 배로 비싸다고 해서 공사비까지 비싼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위해 제대로 된 주문서를 만들어줄 설계자를 찾고, 이 주문서대로 지어진 건물을 인도받는 것이 당연함과 이를 위한 건축의 과정을 건축주에게 바르게 인식시키는 것은 건축사가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건축주의 몫이다.

 

Future… 순항을 위하여!
건축주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건축의 과정은 마치 항해와 같다. 목표하는 종착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건축주는 설계자와 긴 여정의 맵을 잘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시공자는 항로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작성된 맵에 따라 안전하게 운행해야 할 것이며 감리자는 어둡고 험한 바다에 등대와 같이,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빛을 밝혀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같은 목표를 향하는 건축의 긴 여정 동안 건축주, 시공자, 건축사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할 것이다.

올봄 어김없이 청색 레자크지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돌아온 공사도면을 대하게 되니 다시 시작되는 항해가 순탄하길 바라는 마음 가득이다.

 

글. 이상이 Lee Sange (주)하우디자인 건축사사무소

이상이 (주)하우디자인 건축사사무소·건축사

충남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3년부터 현재까지 (주)하우디자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공공건축과 우리 주변의 친근한 중소규모 건축물 작업을 주로 하고 있으며, 설계·감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건축의 과정이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즐거운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에 깊은 고민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 청연재, 위풍당당, 더테라스, 제너럴 하우스, 상주공간, 성남 다목적체육관, 대전보호관찰소 등이 있다.
how5232@empas.com / www.howarch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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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을 위한 글쓰기: 건축사의 의무

Writing for Publication:
The Architect’s Obligation

건축사나 기술사를 포함한 전문인은 국민으로서 기본의무에 더하여 추가의 의무가 있다. 여기에는 윤리준수 의무, 맡은바 직무를 양심적으로 수행할 의무와 함께 지속적으로 직무능력을 배양하고 기술의 향상과 발전에 노력하는 의무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전문인에게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항상 이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습득하고 대응하도록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계속교육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전문분야에 대한 글쓰기는 계속교육의 중요항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도 전문서적 저술, 전문서적 개정판 및 편저 전문자료(해설)집 저술, 건축 관련 기고를 건축사 실무교육 자기계발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학문(學文)적 지식(學識)과 실무(實務)경험을 갖추어 진정으로 문무(文務)를 겸비한 선비(士)나 스승(師)은 말보다는 실천을, 머뭇거리며 침묵하기 보다는 글이 앞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전문인들은 그동안 글을 쓸 기회가 많지 않았고 글쓰기를 등한시하여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다. 이에 전문인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 생각되어 오래 전에 간직해 두었던 글을 소개한다. 이 글은 뉴욕소재 로체스터 대학교 계속교육대학의 프레드스테인(H. G. Friedstein) 교수가 미국의 정기간행물인 엔지니어링저널(1986, 1st Q’ter)에 기고한 것을 옮긴 것이다. 우리 건축사에게도 필요한 내용이라는 존경하는 선배건축사님의 적극추천으로 이 글의 부제(副題)를 변경하여 다시 정리하였다. 저자는 전문가에게 학술지나 정기간행물에 기술기사(技術記事)의 투고와 같은 글쓰기의 필요성과 그 절차를 잘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왜 글을 써야 하는지와 글쓰기의 처음 시작부터 원고의 준비와 보관 및 글쓰기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물론 최종 원고를 발송하기까지의 전 과정들에 대하여 설명한다. 프레드스테인 교수가 이 글을 쓴 시기와 현 실정을 감안하고 저자의 의도에 부합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약간의 주를 덧붙였다. 글의 끝부분에 있는 권장도서 목록은 도서의 발행 시기와 접근의 용이성을 고려하여 옮긴이가 간추려 대체하였다.

 

1. 건축사와 글쓰기 (Architects & Writing)
건축사는 최신 주제에 대한 글을 학술회의나 학술지와 잡지 등에 투고하여 그의 전문분야와 소통할 의무가 있다. 이 글은 출판을 위한 글쓰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하여 기술한다. 핵심은 전문가에게 글쓰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초보자에게 약간의 기본적인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떻게 떠오른 생각들을 문장으로 전개할 것인가; 처음부터 최종 초안까지 글을 쓰는 실제 과정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초안을 세련된 문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약간의 제안들을 제공한다.
현대와 같은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수많은 정기간행물들과 급증하는 잡지들을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보다 유능한 작가들을 필요로 한다. 비소설(논픽션)의 글들은 오늘날 출판물의 가장 많은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글들을 쓰는 모든 사람들을 전문적인 작가라고 간주해야 하는가? 몇몇은 그렇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기술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글쓰기가 언론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능력을 개발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스턴트 식품, 즉석사진 등이 판치며 빠른 것이 미덕으로까지 간주되는 우리 사회에서도 글쓰기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글쓰기 능력이 저절로, 또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이를 간단명료하게 “우리의 선천적 재능이 무엇이든지 간에, 글쓰기 기술이 한 번에 얻어지지는 않는다”라고 요약했다. 이 얼마나 옳은 말인가?
게다가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글쓰기는 단순한 관심보다도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전달되는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올바르기 위해서는 정확성과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에 따라 전문과학자와 엔지니어는 교실에서나 실험실에서나 또는 산업현장에서 제기되는 아이디어들을 전문분야에 전달하고 소통하기 위하여 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모든 기술 관련 학회나 협회에서는 회의 소식을 포함하여 최근의 발전과 전문분야에서의 발견, 새롭고 평범하지 않은 아이디어들에 대한 정보와 기존의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 및 특종 등이 포함된 간행물을 가지고 있다.
오래된 개념들에 대한 새로운 의미; 그리고 표준화된 이론들에 대한 새로운 증명 등 오래된 문제들에 대하여는 많은 해법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소통할 길이 없으면 지식은 고립되고 고여 있는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전문가 수준의 것이든 비전문가인 일반인을 위한 것이든, 대부분의 기술적인 내용의 글쓰기는 소수의 전문과학자와 엔지니어에 의해 수행되어 왔다. 명백하게 이래서는 아니 된다. 이론과 방안들을 새롭게 활용하는 연구뿐 아니라, 이러한 발전을 전파하는 것 역시 자연과학과 그 전문가들의 의무이다. 이 글은 글쓰기의 장점과 단점, 어떻게 시작하는가, 어떻게 아이디어들을 발생시키는가, 글쓰기의 실제 단계들과 원고의 준비에 대하여 설명한다.

 

2. 왜 쓰는가? (Why Write?)
만일 독자들이 기술 잡지와 간행물들을 읽는 것을 즐긴다면, 작가는 어떻게 느낄까? 다시 말하면, 왜 작가들은 글을 쓰는가?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첫째,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기를 원하며, 글쓰기는 소통의 한 방법이다. 둘째, 출판할 수 있는 원고 만들기는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다. 작가가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인쇄물에서 볼 때, 거기에서 커다란 자긍심을 느낀다. 동료들이 출판물을 읽었다고 말할 때 작가는 더 큰 기쁨을 경험할 것이다. 셋째, 글쓰기는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작가의 일생동안 함께 할 수 있으며, 주제에서 주제로, 관심에서 관심으로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넷째, 글쓰기는 전문적인 성취로 인정받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며, 전문가로의 인정은 승진이나 승급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다섯째, 작가들은 자신의 글쓰기 능력이 가라앉는 것에 대하여 두려움을 갖게 되면서, 그들의 재능이 다시 떠오를 다른 배출구를 찾게 된다. 새로운 기회들은 예를 들면; 광고문안의 작성비; 원고 검토비; 편집자로서의 가능성; 그리고 책을 집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만일 작가가 다작을 하게 되고, 작가로서 잘 알려지게 된다면 강사로의 섭외가 뒤따르게 될 수 있다. 강연에 대한 보답으로는 통상 사례금과 여행경비가 수반된다.
다른 한편으로, 글쓰기는 매우 좌절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글쓰기는 쉽지 않은 일이며, 또한 글 하나를 쓰는 데에는 많은 재작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글쓰기는 집중을 위하여 격리되고 정숙한 장소가 필요할 지도 모르는 외로운 취미다. 마지막으로, 쓰여진 모든 글들이 인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완성되지 못하거나, 거부된 원고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의심과 분노 또는 패배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회사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글쓰기를 권유받거나, 동료들과 공유하기를 원하는 아이디어가 있거나, 또는 개인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글을 쓸 필요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이다.

 

3. 시작하기(Getting Started)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편집자에게 글쓰기’이다. 이것은 짧고, 간결하며, 하나의 주제에 한정된다. 만일 당신이 이전까지 글을 써 본 적이 없었다면 이것이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출판된 많은 글들은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반응들은 편지와 같은 글로서 표현되어져야 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다른 하나의 방법으로는 책의 논평(리뷰)을 쓰는 것에 있을 수 있다. 좋은 논평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논평들은 일반적으로 짧고, 간결하며, 한 가지 주제 즉, 책의 내용에 국한되어 있다. 만약 당신이 간행물의 편집자와 접촉하고, 어떻게 책의 논평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문의한다면, 당신은 리뷰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에 대하여 놀랄 것이다. 간행물이나 잡지의 편집자는 보통 논평 방법과 그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지침을 당신에게 보낼 것이다. 출판물마다 정해진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당신의 전문지식이 특정 분야에 있다면 당신의 재능은 다른 작가들의 원고를 리뷰하는 데에 쓰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글쓰기를 시작하는 방법은 편집자에게 글을 써서 당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당신의 이름이 출판물에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원고들을 리뷰하는 과정은 당신이 다른 사람들은 글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를 지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그들 자신의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에 자신감을 줄 것이다.
당신이 일단 이 과정들을 통과한다면 완전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저절로 올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작가는 먼저 글을 읽게 되는 독자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작가는 출판에 가장 적합한 주제들에 친숙해져야 한다. 만약 당신이 현재 출판물의 구독자라면 당신은 이미 한발 앞서 있는 것이고, 그 잡지에 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그 간행물이 당신의 전문지식이나 취향에 적합하지 않다면, 도서관이 당신의 다음단계가 될 것이다. 즉,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당신에게 적합한 간행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각 간행물에서 빈번하게 게재되는 ‘작가들을 위한 지침’에 따라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판물에서 그들의 지침을 찾을 수 없다면, 편집자에게 지침을 요청하라. 상업적인 출판물과 잡지들은 특히 신참작가에게 그들의 요구사항이 까다롭다. 각 출판물에는 고유한 스타일이 있고, 많은 편집자들이 적합하지 않은 원고를 리뷰하는 것을 거절하기 때문에 지침을 가까이에 두는 것은 무엇보다 더욱 중요하다. 평판이 좋은 출판물들은 자기들이 청탁한 원고만을 게재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관심을 가진 출판물이 부탁받지 않은 원고를 승낙하는지를 확인하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보답도 없이 당신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되어 당신이 원고를 보낸다 하더라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 있다.

 

4. 아이디어는 모든 곳 그리고 어느 곳에나 있다.
(Ideas are Everywhere & Anywhere)
작가를 지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발한 콘셉트를 만들 능력이 있는 지에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주변의 사물들에 대하여 그들만의 견해와 반응이 있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아이디어들은 모든 곳, 그리고 어느 곳으로부터도 올 수가 있다. 때로 이미지들은 가장 불편한 장소나 시간에 떠오를 수 있다. 때로는 작가가 조간신문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심어 넣는 전자보청기”를 읽는 순간 발상이 떠오를 수 있고, 혹은 “신호의 전송은 발전될 수 있을까?”와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또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혹은 스키를 타고 활강하는 동안 “새로운 장비로 스키의 제어불능을 어떻게 막아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냉동과정을 개선시켜 아이스크림 결정을 더 작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동안에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결국 아이디어들은 어느 곳에나 있다. 시각과 청각의 자극들은 끝이 없다. 이러한 자극들을 받아 그것들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 내는 것은 마음이다. 아이디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들을 이용하여 개인의 창의성을 고양하는 한 아이디어의 발생은 끝이 없다.

 

5. 아이디어 철 (A File of Ideas)
이러한 가치 있는 생각들, 아이디어와 인상이나 착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 작은 노트를 휴대하여 아이디어와 단상들을 적어 놓는다면 장래의 개발을 위해 매우 유용하다. 만일 한 아이디어를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영원히 잃어버린 것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은 석간신문의 흥미 있는 기사 하나를 스크랩할 수도 있다. 또는 장래에 참고하기 위하여 잡지기사의 복사를 원할지도 모른다.
메모장들을 간수하고, 혹은 이러한 기사들을 복사해 놓음으로서 당신은 글을 쓸 시간이 올 때를 대비하여 아이디어와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떠오른 발상이나 관심이 있는 주제들을 항목별로 수집해 놓은 시스템에는 기사들을 모아놓거나, 당신이 손질하지 않은 메모들을 보관할 수 있다. 만일 당신에게 마닐라 질의 폴더들이 불편하다면 관심사별로 분류된 낱장으로 철할 수 있는 바인더의 사용을 원할지도 모른다. 당신의 생각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용이 가능한 시간이 올 때에 당신의 글쓰기를 돕기 위한 참고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6. 백지 증후군 (The Blank Paper Syndrome)
일단 아이디어가 굳어지고 당신이 어떤 출판물이 적당한지를 정했다면 써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종이가 타자기 안에 있을 때 당신은 글자들이 빠르게 흘러가길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은 오랜 시간동안 빈 종이만을 응시한다. 그들은 시작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초심자나 아마추어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전문작가들도 침체기를 겪는다. 때때로 원고에 첫 단어를 쓰는 것도 너무 어려울 때가 있다. 사실상 처음부터 응집성있는 원고를 만드는 것보다는 글을 편집하는 편이 훨씬 쉽다. 전문작가들은 한적한 곳을 찾고, 방해받지 않는 환경이 매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작가들은 시간이 정해져야만 한다. 다른 작가들은 도서관을, 몇몇은 자기 집을 최고로 여기며, 한편으로 어떤 이들은 사무실을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찾는다. 어느 장소가 당신에게 글쓰기를 불러일으키더라도 그 장소를 당신의 ‘글쓰기 장소’로 사용하라.

 

7. 쓰고, 쓰고, 쓰기 (Write, Write, Write)
어떤 작가들은 습관적이든 아니든 원고를 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준비로 먼저 글의 윤곽을 잡는다. 윤곽을 만들고 사용하는 데에는 많은 책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윤곽은 당신이 목표에 집중하도록 돕겠지만, 윤곽을 잡는 어떠한 공식적인 방법들에도 강요받지 말아라. 자유스러운 방법으로 하라. 그러나 합리적인 체계에 따라서 전개되고 배열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첫째 단락에서는 주제를 소개해야 한다. 본론은 당신의 생각을 논리적 순서에 따라 기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끝 단락은 제시된 중요한 요점들을 요약해야 한다.
일단 글이 흘러가서 당신 앞에 나타난다면,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철자법이나 문법 혹은 인용의 오류들은 나중에 고칠 수 있다. 그러나 글쓰기가 중단된다면 아이디어들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가능한 한 중단이 거의 없는 체로 자유롭게 써라. 만약 적당한 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빈칸으로 남겨두거나 그곳에 데시(-)를 남겨 놓아라. 만일 철자법이 틀린 것 같다면 작은 글씨로 ‘sp’를 표시해 놓거나, 나중에 확인하기 위하여 그 단어 옆에 물음표‘?’를 해 놓는다. 만일 문장의 수정이나 바로잡기가 필요하다면 수정과정에서 하라.
만약 당신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거나 적당해 보이지 않는 단락을 찾았다 하더라도 글쓰기를 멈추지 마라. 생각들이 신선할 동안에 글을 계속해서 쓰는 편이 더 낫다. 사소한 수정은 검토 과정에서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버린 종이들은 절대로 찢지 마라. 아이디어의 전개과정이나 데이터들을 입증하는 때에 필요할 지도 모른다.

 

8. 첫 번째 초고, 두 번째 초고 등등 (First Draft, Second Draft, Etc.)
쉬운 부분을 먼저 오게 하고 원고를 수정 편집하라. 출판용의 글쓰기는 몇 가지 과정으로 행해진다. 첫 번째 과정은 종이에 개념들을 집어넣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글이 잘 읽히도록 단락들과 문장들을 편집하는 것이다. 세 번째 과정은 문법적인 것과 철자들을 모두 올바르게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참고문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행해져야 한다.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모든 각주번호와 참고문헌의 번호들이 일치해야 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모든 참고문헌의 작가 이름과 제목들이 올바른지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도표와 그림들이 정확하고 읽기 쉬운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당신이 타자에 어려움을 겪거나, 다시 타자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면 컴퓨터 편집 프로그램들이 편한 것 이상의 필수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글을 수정 편집하는 고역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다. 글이 디스크에 저장되어 있을 때 문장을 추가하거나, 지우고, 혹은 전체 문단들을 옮기는 것들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사전 프로그램은 철자 오류들을 바로잡는데 유용하다. 경험이 적은 작가들에게 잘라 붙이기하는 스크랩 방법은 몇 번의 재 타자보다 시간이 덜 드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일단 글을 받아들이기 쉽게 만든 개정판에 당신이 만족한다면, 정확성과 명확성 및 표현을 비평받기 위하여 당신의 동료 몇 명에게 복사본을 줄 시간이 온 것이다. 믿음직한 동료들은 귀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다른 초안에 그들의 제안을 고려한 후에는 잠시 동안 원고와 떨어져 있어라. 그러면 당신이 원고를 다시 읽을 때, 당신은 변경하기를 원하는 부분의 수에 놀랄 것이다. 결국 당신의 글이 깔끔하고, 정확하며, 읽기 쉬운 점에 만족할 때 최종 초안이 재 타자될 준비가 된 것이다.

 

9. 원고 준비 (Preparing the Manuscript)
출판물의 편집자에 의해 마련된 ‘원고작성 지침’을 명확하게 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원고는 편집자의 검토표시(Editors Marks)를 위한 넓은 여백이 있는 두 행이 띄어진 A4사이즈 종이의 한쪽 면에만 타자되어 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고는 타자가 끝난 뒤에 잘못 인쇄된 것이나, 철자와 눈에 띄는 오류들을 고치기 위한 교정을 보아야 한다. 친구나 배우자에게 그것을 읽어 달라고 부탁하여라. 그들은 이전에 그 글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오류들을 찾아내기가 더 쉬울 것이다. 대다수 출판물의 편집자들은 너저분하고 읽기 어려우며 많은 철자 오류들이 있는 원고를 읽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만약 주제가 매우 독특한 것이 아닌 한 그러한 원고는 거절을 보장할 수 있다.
모든 실수들이 바로 잡아지고 최종본의 원고가 작성되면 필요한 수만큼의 복사본을 편집자에게 보낸다. 편집자의 요구사항들은 대부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원고작성 지침’의 요구사항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원고는 우편으로 보내지도록 준비한다. 끝으로 한마디; 적절한 우편요금과 튼튼한 봉투를 사용하라. 일단 원고가 발송되고 나면, 마음을 편히 가져라. 그리고 행운을 빈다!

 

10. 권장도서 (Recommended Reading, 옮긴이)
1) 움베르토 에코(김운찬 옮김), 논문작성법 강의, 열린 책들, 1997, 서울.
2) 해더리치, 로버트 그래이엄(윤재원 옮김),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 베이직북스, 2009, 서울.
3) 김형동, 이강현 편저, 문장작법, 학지사, 1997, 서울.
4) 정민, 다산어록청상, 푸루메, 2010, 서울.
5) William Zinsser, On Writing Well25th Ed., Quill HarperResource Book, 2001, New York, N.Y.
6) Marcia Lerner, WRITING SMART, Your Guide to Grate Writing, Rabdom House, Inc. 1999 New York, N.Y.
7) Dave Kemper, Patrick Sebranek, Verne Meyer, Chris Krenzke Write Source: A Book for Writing, Thinking, and LearningGreat Source Education Group, Inc 2005.

 

글. 최선규 Choi, Sun-Kyu 선영구조기술사건축사사무소 대표

최선규 건축사 · 건축구조기술사

충남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공학석사, 충남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하였다. 한국중공업(주)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1992년 건축사사무소를 설립, 플랜트분야를 전문으로 설계하고 있다. 서울시 사전재난영향성검토위원,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평가위원, (사)대한건축학회 건축구조기준(강구조)집필위원, (사)한국강구조학회; 설계기준위원, 시방서위원장, 강구조접합부매뉴얼 집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강구조접합부연구 등 다수의 논문 및 저술이 있다.
cskco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