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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가 아마추어 취급받는 대한민국 설계공모전

Korea design competition
where architects are treated as amateurs

나는 건축사다. 그리고 박사학위가 있고, 정부 추천도서를 3권이나 저술했다. 여러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설계공모에 당선되어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또 30년 넘게 현업에서 실무 중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묻는다. 나는 프로인가, 아마추어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 이유는, 대한민국 여러 공공기관에서는 건축사를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조달청을 비롯한 많은 관들의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 건축 수준이 왜 인정받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 저변에는 현장에서 수십 년째 일하는 경험이 풍부한 건축사들을 업자 취급하는 사회 인식이 있고, 그런 인식으로 공공건축을 진두지휘하는 기관들이 많다. 논란의 여지가 많았지만, 실력이 검증되고 입증된 공공건축, 특히 최근 서울에서 몇 년간 진행된 공공프로젝트는 이전과 확연한 차이와 성과를 보여주었다. 프로젝트 서울이 한 예이다.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위원들의 인적 구성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현업에서 다수의 설계를 진행한 대학교수들과 다양한 연령층의 현업 건축사들이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 당선작을 뽑고 있다.
하도 말 많은 설계공모인지라 영상을 생중계도 하고, 심사 참관 신청을 받기도 한다. 물론 심사위원과 생각과 관점이 달라 공모에서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고, 그 이면의 또 다른 부조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업 건축사가 완전히 배제된 조달청이나 기타 기관의 설계공모전에 대한 소문이 깨끗하지 않고, 실제 각종 부정부패로 종종 수사도 받고 법적 징벌도 받는 경우가 많다. LH의 설계공모나 각종 공기관의 설계공모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분노하는 것은 현업에서 프로로 일하는 수많은 건축사들의 경력과 경험에서 비롯된 피드백이 보다 나은 공공건축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현업 건축사들은 충분한 안목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업 건축사들의 설계공모 심사위원 배제에 대한 발주처들의 거부 이유는 황당을 넘어 참담하다. 이해당사자의 심사는 부정할 수 있다는 핑계다.
프랭크 게리, 안도 다다오, 알렉한드로 아라베나, 이토 도요… 이들은 여전히 일선에서 활동하는 현역들이다. 세계적인 스타아키텍트(STARCHITECT)인 이들은 이해당사자라는 이유로 심사위원에 배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건축설계공모 심사에 현업 건축사들이 반드시 참여한다. 물론 실적과 경험으로 검증된 자들이다.
왜 조달청과 LH 등은 현업 건축사들을 배제하는가? 가끔 수준 낮은… 등의 자존심 상하는 표현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당선된 경험이 있거나, 각종 상을 수상한 건축사이거나, 하다못해 법에 표현된 ‘역량 있는 건축사’들을 심사에 청빙하면 되는 것 아닐까?
물론 심사위원으로 추천하는 건축사 단체의 역할도 제대로 해야 한다. 지인 추천 등의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는 그동안의 비난과 폄하를 극복하기 어렵다. 더욱 까다롭고 엄격하게 해야 한다. 이런 자아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설계공모에 현업 건축사들이 단 한 명도 없는 공모에 분노가 느껴진다.
심사위원에 단 한 명의 건축사도 포함되지 않은 설계공모는 모든 현업 건축사들이 보이콧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