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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권이 있어야 대한민국 건축사가 산다

Korean architects can lead our society with the right of self-determination

푸념처럼 수도 없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에서 건축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낮다는 말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은 왜 건축에 대한 사회적 수준이 이리 낮은가!”라고 한탄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시장에서 만나보면 많은 사람들이 건축이라는 단어와 동시에 자재 빼먹는 시공업자를 연상한다. 부실시공과 자재 빼먹는… 사실 대부분 건축사들과 상관없는 전혀 다른 건설, 시공 분야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건축과 건설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건축을 하려면 설계를 해야 한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여전히 부지기수며, 처음 집을 지으려는 이들도 설계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여전하다. 이런 환경이니 설계를 주 업으로 하는 건축사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건축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그 이유뿐일까?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이를테면 건축사 단독의 자기결정권 같은 문제 말이다.
국가가 전문자격을 준 전문가 중 대표적인 분야가 의사, 변호사와 더불어 건축사다. 그런데 유일하게 건축사는 비전공 아마추어인 공무원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뿐인가? 심의나 사용승인 과정에서 무수한 비자격 비전공자들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다른 건축사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나의 건축이 완성된다. 즉,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진행할 수 없는 유아적 권리를 가진 국가 자격인 셈이다. 한마디로 당사자가 책임지고 완성할 수 없다. 자기결정권이 없다.
스스로 결정해서 추진하고 책임질 수 없는 구조의 대한민국 건축사 제도는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당신 말이 맞아?”라고 되묻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의심하니 불안하고, 불안하니 계속 이중 삼중의 법과 제도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부수적인 절차와 과정이 늘어나 점점 본말이 전도된, 한마디로 불필요한 것들이 늘어나 비용과 인적 자원의 소모를 늘려가는 상황이다. 이러니 건축사가 제대로 인정받고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다.
건축사들의 자기 결정권은 건축 인허가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주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권리를 더 강화하는 만큼 책임을 강력하게 지면 된다. 이미 안전사고 등으로 고의성 여부에 따라 사망사고가 나면 건축사는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법적으로 책임의 한도는 살벌하게 강화되어 있는데, 권리는 여전히 제한받고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규모의 크기에 따라 복잡성을 핑계로 건축사의 자기 결정권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면, 백번 양보해서 범위를 축소하면 된다. 대체로 2,000∼3,000제곱미터 정도는 건축사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인허가 대체, 신고로 해도 된다. 이미 해체부터 시작해서, 착공 및 공사 과정 내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들이 있으니 더 이상 옥상옥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건축사가 책임지고 자기결정권으로 인허가를 주도한다면, 자연스럽게 건축사의 위상이 올라간다. 이런 환경에서는 시장구조로 인해 설계비도 자동으로 현실화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시간 단축 등으로 신뢰경제의 경제적 생산성을 온 국민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