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책임을 국가가 진다? 때로는 분담하는 것도 지혜

Does the state take all responsibility?
But sometimes sharing is wisdom

대한민국의 건축사 산업, 특히 설계 산업의 구조가 건강한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크고 작은 수많은 건축 관련 발주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오래전부터 회자되던 내용이지만, 공공 직영의 경영적 성과는 운영의 비효율성은 물론이고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공공이 운영하는 순간, 다양성과 공정성 그리고 우열이 아닌 분배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공공이 운영하면서 민간처럼 속도와 효율을 강조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산간 오지의 국민도 국민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더라도 전기도 보내고, 각종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것과 같다.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성별을 흡수하고 균형 있게 운영해야 하는 것이 공공의 의무이며 사명이다.
공공의 운영이나 직발주는 민간에 비하면 업무 효율성이나 융통성이 없다. 문제는 공공 건축을 운영·발주하는 공기관이나 지자체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는 점이다. 세금이나 각종 부담금, 운영자금을 전적으로 공공이 운영하는 현재의 상황을 보면 세금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런 고민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있었고, 정부 재원이나 지자체 재원 등 세금으로 진행되는 건축의 질적 향상을 위한 설계공모 대상 확대도 이런 고민에서 비롯된 하나의 성과다. 이전의 발주 공무원의 영향력으로 진행된 공공건축 설계와 달리 공개적인 설계공모로 선정된 공공건축의 질적 향상은 지난 몇 년간의 성과로 입증되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공개적인 설계공모를 통한 설계선정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는다. 물론 심사에 대한 시각은 다르지만.
그런데 이 정도면 만족할 상황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계단 올라섰다면, 이제는 좀 더 세밀하고 깊이 있는 결과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 방식도 대상도 확대하고, 보다 근본적인 출발점부터 재고해야 한다.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세금을 무한정 사용하기보다는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의 장점과 공공성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반드시 공공이 발주하고 운영해야 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운영 심사를 통한 재정지원으로 운영해야 하는 프로그램도 상당하다. 보건이나 치안 관련 시설의 경우는 공공의 운영이 필요한 반면 노인복지시설이나 도서관 등은 꼭 그럴 필요가 없다. 완전히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은 부작용이 있으므로 준 공적 조직이 될 수 있는 협동조합이나 복지재단 같은 조직에 위임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물론 지속적인 운영감시와 감독을 통해 지원금 반환이나 회수, 또는 엄격한 징벌 등의 책임감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공공직발주가 아니기 때문에, 행정 절차뿐만 아니라 운영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당연히 공정한 제3자의 건축 설계 심사를 통한 건축사 선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축설계에 대한 행정 단축과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고, 심사 선정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질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은 각종 공공적 성격을 가진 시설뿐 아니라 임대 주택을 포함한 공공 주거시설까지 확대해야 한다.
전문성과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공공직발주의 압박감으로부터 공무원들을 자유롭게 해줄 필요가 있다. 왜냐면 그들은 일선에서 뛰는 실무자가 아니라, 행정 지원과 기획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