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싶은 집 2022.2
The house where I want to live
바닷가로 난 커다란 창으로 종일 파도의 노랫소리가 들어온다. 조금만 걸으면 낮은 산이 있어 공짜로 도토리와 밤을 주울 수 있다. 텃밭에는 상추와 깻잎, 고추가 알뜰하게 자라고, 라일락과 목련, 장미가 철 따라 꽃을 피운다. 새소리에 잠이 깨고 별빛이 술잔에 담긴다. 부엌의 조리 공간은 식탁을 향해 있고 커다란 팬트리에는 두어 달 먹을 식재료가 넉넉하다. 거실의 벽난로는 겨울을 기다리고, 욕실엔 아주 작은 욕조가 뜨거운 물을 채우고 있다. 안방에는 침대뿐, 단잠을 방해할 아무런 가구도 없다. 세 벽에 책꽂이를 짜서 넣은 서재 한가운데에는 넓은 떡갈나무 책상이 늠름하게 앉아있다.
한눈에 다 보이는 네모난 1층 집, 그곳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흐르고 사람의 소음보다 자연의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이다.
서울 그리고 아파트를 쉽게 벗어나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 꿈꾸는 주거공간은 언제나 지방에 있는 작고 소박한 전원주택이다. 생각은 뱅뱅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선뜻 떠날 용기도 여유도 없는 나는 방송이 보여주는 잘 생긴 집들을 시샘하며 바라본다.
최근에 집에 대한 생각을 부쩍 많이 한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서이기도 하고, 지금 사는 곳에서 이사해야 하는 날이 가까워서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아주 작은 집을 담은 영상을 보았다. KCC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스위첸의 광고이다.
광고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늦게 불이 꺼지고 가장 먼저 불이 켜지는 아파트 경비실이 나온다. 경비실은 깜깜한 밤에 주차장을 돌며 주민의 차를 살피고, 새벽부터 입주민들의 출근길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가 하루에 12시간 생활하는 집이다. 대개는 에어컨도 없고, 편안한 책상도 없다. 화장실은 낡았고 세면대는 민망할 정도로 지저분해 보인다.
KCC건설은 작년에 ‘등대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파트 노후 경비실의 환경 개선을 통해 경비원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KCC건설의 나눔경영 프로그램이다. 금강 이매촌 아파트를 시작으로 용인, 수원 지역 등 KCC건설이 지은 전국의 아파트 안에 있는 40여 개 노후 경비실의 환경을 무료로 개선해 주고 있다. 내•외부를 보수하고 책상이나 의자 같은 집기류를 교체하고 소형 에어컨과 냉장고를 설치하니 경비실이 환하게 다시 태어난다.
자막) 모두의 불이 꺼지는 시간,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는 집이 있습니다.
가장 늦은 하루가 무사히 끝날 때까지
가장 이른 하루가 또 무사히 시작될 때까지.
자막/NA) 이 작은 집이 우리 모두의 집을 지켜갑니다.
자막) 등대프로젝트
KCC건설 스위첸은 노후된 경비실을 리모델링하여
더 건강한 환경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NA) KCC건설 스위첸
랜턴을 들고 묵묵히 순찰을 하는 경비원과 불 켜진 경비실, 칠흑 같은 어두운 길과 이를 비추는 손전등의 빛이 화면 가득 보인다. 모두가 잠든 아파트 단지에 홀로 꺼지지 않은 경비실의 불빛은 마치 어두운 바다를 비추는 등대처럼 보인다. 클로즈업으로 잡힌 경비원의 표정은 내가 매주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며 만나는 우리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와도 비슷하다.
유튜브에 공개된 스페셜 영상은 등대프로젝트의 실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상에서 우리는 부산, 용인, 서울, 군포에 있는 KCC 금강아파트 경비실의 환경개선 현장을 실감나게 만날 수 있다.
자막) 730채를 지켜온 집
496채를 지켜온 집
276채를 지켜온 집
수십 년 동안 모두의 집을 지켜온 작은 집들을 위해
작은 보답을 계속합니다
KCC 스위첸 등대 프로젝트
부산 학장 KCC 금강아파트 경비실
부산 구서 KCC 금강아파트 경비실
용인 역북 KCC 금강아파트 경비실
서울 시흥 KCC 금강아파트 경비실
서울 동작 KCC 금강아파트 경비실
군포 당동 2차 KCC 금강아파트 경비실
NA) 이 프로젝트를 응원해 주신 모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더 든든해진 이 작은 집이
우리 모두의 집을 더 든든하게 지켜갑니다.
KCC건설 스위첸
스위첸의 이 TVCF는 2021년 대한민국광고대상 TV영상 대상과 디지털영상 은상을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광고에 주어진 상이라기보다는 이런 광고가 가능하게 한 기업의 철학과 실천이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라는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커다란 집을 지키는 가장 작은 집! 바로 경비실이 주인공인 광고를 보고 어릴 때 살았던 집을 떠올린다. 그 집엔 상을 펴면 다이닝룸이었다가 방석을 깔면 거실이었다가 이부자리를 펴면 게스트룸이 되는 마루가 있었다. 4남매가 한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지만 좁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엄마는 세월이 흘러 낡고 작아진 그 집에서 45년을 사셨다. 내 나이 다섯 살 때부터 살다가 어른이 되어 분가한 후에도 아주 오랫동안 그 집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내가 흘린 추억도 그곳에 남아 나를 반겨주었다.
다시 생각하니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나와 함께 자라고 나이 드는 집이다. 아이들의 유년이 오롯이 담겨있는 오래된 집이다.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난 아이들이 찾아오면 어릴 적 그대로인 모양을 보고 아련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집이다. 이제는 너무 늦어버린, 가질 수 없는 집이다.
나는 과연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 아니 어디에 살아야 할까? 지난 세월을 아쉬워하는 대신 앞으로의 내 삶을 아로새길 수 있는 집은 어디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 나와 함께 도란도란 늙어갈 다정하고 순한 집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풀기 어려운 숙제다. 일관성 없는 부동산 대책과 널뛰는 집값, 충분치 않은 주머니 사정에 돌봄이 필요해진 노모까지 고려하면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에 버금가게…,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다.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GQyYgEDKV5U
KCC건설_스위첸_등대프로젝트_TVCF_2021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mv45wmXthKQ
KCC건설_스위첸_등대프로젝트_[Never Ending Story]_바이럴영상_2021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 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 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 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 >(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