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건축의 가치가 액세서리가 된 대한민국 주거정책 2022.3
Korea's housing policy in which the value of architecture for life has become accessories
부동산 가격은 최근 몇 년간 폭풍을 겪었다. 도시화와 인구증가, 그리고 경제성장이 맞물리면서 약 10~15년 주기로 폭등이 진행되었다. 특히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을 통해 시작된 1960년대 중반, 1970년대 후반, 88올림픽 이후 현금 유동화와 급격한 경제성장. IMF이후 해제된 부동산 가격 자율화… 그리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부동산 가격의 주기적 폭등은 경제 뉴스에서의 소식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이 엄청나다. 부동산의 영향력과 상승하는 절대가격은 폭등 주기가 반복될수록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커졌다.
최근 유튜브와 SNS의 발달은 정책에 요구하는 시장의 압력을 가시화하고, 또 자극하고 있다. 이는 다시 여론으로 작용하고, 선출직 정치가들은 이에 영향을 받아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겉으론 아니라고 하지만 정책과 정치 모두 암묵적 영향을 받고 있다.
건축은 이런 세상의 흐름에 발언하거나 훈수를 둔 적 없고, 정책이 실행되면 묵묵히 수주나 하고 설계에 임했지 선제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그 사이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와 의미는 시간이 흐를수록 훼손되거나 무시되면서 가격 상승과 반비례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변동의 중심이 되는 건축 유형은 당연히 주택인데, 주택이 가져야 하는 삶의 가치와 공동체 공간이 확보해야 하는 본질적 고민은 액세서리로 다뤄지고 있다. 도시 주거가 가져야 하는 도시에서의 의미와 미래지향성도 철저한 상품화 부가장치로 다뤄지는 형편이다.
방송이나 언론에서 다루는 주거의 경제적 매매 상황에 대한 이야기, 즉 부동산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나올 때 건축의 구성과 도시주거의 핵심 본질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주무부처 장관과 고위 관료, 학자들… 그리고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유튜버들. 우리 사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떠드는 어느 누구도 우리 후손의 미래 환경이 될 도시 주거 공동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가격뿐이다. 정치권부터 시민들까지 모두 주택과 도시주거를 오로지 가격을 보장해 주는 수익상품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대상의 접근조차도 일시적 고용과 경제 효과만 생각한다. 지속가능하고 경제적 유발 효과를 고려한 플랫폼 산업으로 보지 않고 단선적 관점으로 대하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지속적으로 대안을 고민하고 개선해 보자고 십수 년 동안 발언하고 있지만, 그조차 의미 없이 소비되고 있지 않나 싶다.
보다 근본적으로 어떻게 국가를 계획하고 전략화해야 할지에 대한 장기적 접근이 보이지 않는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지금 당장 갈라보려는 욕심만 보인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물질 중심 사고관이 모두에게 뿌리내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 가관인 것은 바르셀로나의 도시 공동체에 대한 고민으로 나온 슈퍼블록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선 상품 가치를 극대화하는 상품전략화 요소일 뿐이다. 橘化爲枳(귤화위지)!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되는 꼴이다.
일만 세대 아파트 단지가 칭송받는 대한민국 주거정책과, 대중의 요구를 뒤쫓아가는 철학 없는 우리 사회가 씁쓸하다. 그리고 이런 물질 만능의 부조리가 수시로 드러나고 있다. 관계의 비인간화 같은 사회학적 현상도 있지만, 각종 사고도 그 시그널 같다. 최근 광주의 아파트 붕괴사고도 그런 사이드 이펙트가 아닐까?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