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리 2022.4
We will never go back
단절이 너무 길다,
거리가 너무 멀다…
코와 입을 가리고, 만지지 못 하고, 목소리를 죽이고, 활짝 웃지 않는 날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가게 문을 닫고 결혼식을 미루고 문상을 삼가고 축제를 취소하고 졸업식과 입학식을 온라인으로 치르고 갓난 아기들까지 마스크를 쓰고… 그렇게 숨죽이며 2년을 살았다. 뼈를 깎는 고통에도 불평 한마디 안 하고 2년을 견뎠다. 이제 그만 작별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때가 오지 않았나? 62만 명을 기록한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3월 21일, 원고를 쓰며 조심스러운 희망을 품는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국경을 닫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급격히 줄어들어 모든 것이 단절됐다고 느껴지던 2020년 여름, 코카콜라는 사람들에게 연결, 협력 그리고 낙관주의의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은 영국의 시인이자 래퍼인 조지 더 포앳(George the Poet)이 자신의 시를 랩으로 부르고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호응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의 시는 코로나 이전의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일, 가족, 신체, 인종,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팬데믹을 겪기 전에 우리가 무심코 하던 불평과 하찮게 여기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환기시킨다. 그리고 이 폭풍을 이겨낸 후에는 전과는 다른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자막) OPEN
조지 더 포앳
랩) 이제 그만.
잠깐만.
정상(Normal)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누가 그래?
무엇으로 돌아가는 거야?
만약 뉴노멀(New Normal)이 우리가 알고 있던 노멀이 아니라면?
그리고 우리가 이전에 하던 일을 그냥 할 수 없게 되면?
가장 크게 바뀐 것이 바로 너와 나라면?
우리가 만약 개방적인 마음을 갖기로 하고 이런 말을 한다면?
수퍼직원) 두 번 다시 내 직업을 하찮게 여기지 않을 거예요.
엄마) 선생님들 휴가가 너무 길다고 절대 말하지 않을 거예요.
랩) 또 학교가 너무 재미없어서 전학 가고 싶다고도 말하지 않을 거야.
내 귀는 이어폰이 아니에요.
(사람의 말을 듣는 시간보다 이어폰 끼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소녀) 내가 만약 듣는다면?
랩) 만약 네 눈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내가 놓치고 있다면 어떡하지?
내가 만약 그저 조금 웃는다면?
여행을 덜 하고 여행의 모든 순간을 사랑한다면?
만약 내 음악과 내 요리가 뭔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난 춤을 즐기던 사람은 아니지만, 널 위해서라면 리듬에 빠져들 수도 있어.
만약 내가 내 거실에서 이방인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면?
나쁜 기억으로부터 배울 거야.
나쁜 에너지와는 사회적 거리를 둘 거야.
재미있는 게 섹시한 것보다 낫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어쨌거나 난 여전히 귀여워.
다시는 내 꿈을 뒷전으로 밀어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네게 친구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내가 곁에 있다면?
내가 매일, 심지어 월요일까지도 나의 피부색과, 내 몸과 머리카락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내가 말한 모든 말들을 지킬 거야.
투표를 하고 내 목소리를 낼 거야.
그거 알아?
택시 기사) 나는 다시는 이 도시에 관광객이 너무 많다고 말하지 않을래요.
랩) 여자답게 내가 이끌게
수십 명의 가족을 가지고 싶어.
내 조카들에게 사촌을 만들어줄 거야
바로 네 옆에 있을게.
네, 네, 네라고 말할게.
우리가 함께하면 얼마나 더 강한지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영원히 가슴에 간직할 거야.
우리는 이 폭풍을 이겨낼 거야.
그래서 나는…
전과 다른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거야.
자막) #Open Like Never Before
캠페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학생들이 다시 학교를 싫어하고 학부모는 다시 불평하고 택시 기사는 관광객을 지겨워하고 알바생은 자기 일을 하찮게 여겼던 코로나 이전의 ‘노멀’로 돌아가는 것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떠안긴 ‘뉴노멀’을 이긴 후, 우리는 우리 손으로 또 다른 뉴노멀인 ‘오픈노멀(Open Normal)’을 만들어야 한다. 꿈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족과 친구들을 더 사랑하고, 열린 마음으로 주어진 하루를 귀하게 살아내는 것! 이것이 기나긴 전염병의 대유행을 겪고 난 우리가 만들어야 할 오픈노멀이고 지켜야 할 새로운 가치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동안 번잡했던 모임과 만남이 대폭 줄어들었다. 만남을 자제하는 동안 꼭 보고 싶은 몇 사람만 마음에 살아남았다. 그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의 기쁨과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오래된 벗이고, 때로는 갖다 버리고 싶기도 했던 가족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과 사이좋게 지내는 요령이 늘었고,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노력을 시작했다. 안 쓰던 접시를 꺼내 반찬을 예쁘게 담아 먹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준 깨달음이고 선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마스크를 벗게 된다고 해도 코로나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니 그건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kwNeHMMhQ
코카콜라_기업PR: Open Like Never Before_2020_유튜브 링크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 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 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 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 >(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