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건축사지 2023. 4. 20. 16:53
What is the value of an architect?

 

 

건축설계 산업 종사자들은 의외로 자신에 대한 경제적 환산가치를 잘 모른다. 언급하는 것도 불편해한다. 조선 시대 사농공상의 DNA가 남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문 ‘Architect’를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논쟁이 되었고, 건축가와 건축사라는 단어의 마지막 자음으로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또한, 건축사의 마지막 한자 역시 한자의 선비 ‘사(士)’와 스승 ‘사(師)’로 설왕설래한다. 이런 논쟁과 혼란은 산업사회와 성문법, 그리고 법 책임주의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현대사회는 경제적 보상을 통해 책임과 권한이 측정되고 일임 받는다. 행위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당연한 것으로, 가치에 대한 인정이다. 모든 행위는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 건축사는 전문가로서의 판단과 행위를 통해 국가와 사회로부터 통제를 받고, 책임을 진다. 건축사의 역할에 대한 보상은 대부분 정량화가 가능하나, 직업 고유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은 개인별 차이가 있어서 사회적 또는 암묵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다만 우리 사회가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있어서, 과잉경쟁 상황에서는 질 저하와 책임회피의 위험이 있는 덤핑 경쟁도 일어나는 필연성을 가진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경쟁이 바로 이런 본연의 책임을 지지 못할 정도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개별적 양심에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미 이런 결과를 수많은 건설 현장의 사고로 목격할 수 있다. 사후 약방문으로 희생에 대한 책임자 찾기에 온 사회가 골몰하지만, 정작 근본적 원인은 회피하고 있다. 민간건축 감리 역시 안전과 품질보다 가격경쟁이 우선시 되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먼저 당장 수많은 건설 현장의 사고 책임자 중 하나인 감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민간 시장에서는 가격경쟁으로 몰고 가서 덤핑 가격으로 계약되고 있다. 안전을 언급하면서 가격경쟁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국가 토론에도 나왔듯, 안전이 기준이 되는 만큼 감리비용은 정액화하고 실력을 경쟁해야 하며, 종속될 수밖에 없는 지급 과정 또한 제도화해야 한다. 끝없는 건축감리 부실의 책임 부분은 가격 덤핑의 결과다.


또 사용승인 업무 대행 같은 행위도 마찬가지다. 최종 사용승인 전 확인을 하는 건축사는 그 건물의 경제적 가치를 추인하는 역할을 한다. 수억에서 수천억 가치의 자산을 확인하는 중차대한 역할임에도 지자체 공약에 따라 무료 또는 단돈 삼십몇 만 원에 업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준공 검안 검수는 공공이 해야 하는 것인데, 현실은 국가가 저가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자산 거래 가치에 따라 부동산 공인 중개 수수료가 자산 대비 비율로 부과되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그 자산 가치가 확정되는 역할에 대한 비용은 왜 정하지 않는가? 건물의 자산 가치 비율로 사용승인 업무대행 검사자인 건축사 비용이 지불되어야 마땅하다.


국가적으로 건축사의 행위를 전문가로서 인정해 주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건축사의 경제적 보상이 적은 이유는 사회와 국가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건축사 당사자들이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건축사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강력하게 발언하고,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에 대해서는 응당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말하지 않는 것을 자동으로 알아주는 건 불가능하다. 요구하라!

 

 

 

 

 

글. 홍성용 Hong, Sungyong 전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