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 2023.8

Will a good work be made in a recession?

 

 

 

온라인상에서 월간 건축사지에 게재할 건축 작품이나 이슈를 찾아보는 것에 하루의 일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건축사 업무 중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살피며 함께 이야기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이슈를 찾는 편인데, 많은 분들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기에 점점 건축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 희망을 가진다. 여러 건축사사무소의 누리집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건축사분들의 작품을 살피는데, 스스로에게도 설계업무에 깊이를 더하는 자극과 배움이 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작품들을 알리고 건축사사무소를 홍보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보며 “불경기에 좋은 작품이 많이 만들어진다”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통계적으로도 예년에 비해 30% 수준으로 허가건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많은 건축사들이 업무량이 줄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온라인을 통해서는 점점 더 좋은 작품들을 접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이유는 기존의 프로젝트 자료를 정리해 SNS에 올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설계과정과 현장의 사진, 도면을 적절한 형식으로 만들어 업로드하는 것도 적잖은 업무일 수 있는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데 여유시간을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참여한 설계공모 참여작들과 준공 작품들이 하드디스크에서 벗어나 온라인에 소개되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프로젝트마다 더욱 진지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한 건축상 수상자가 했던 말은 “다른 일이 없어서, 이 프로젝트에 전념해 도면을 그리고 현장을 살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해외 건축사들에 비해 국내 건축사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개수가 많은 편이다. 그 말은 업무의 대가가 훨씬 적다는 것이기도 한데, 업무대가가 정상화되어 적은 수의 프로젝트를 더욱 깊이 있게 수행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세 번째로는 ‘젊은’ 건축사들의 등장을 의미한다. 젊다는 것은 신체적 나이일 수도 있고, 사회를 접하는 태도가 젊다는 것일 수도 있겠다. 선배 건축사분들께는 이러한 추세가 특별한 변화일 수 있으나, 새로운 세대에게는 원래부터 그것이 문화이자 소통의 방식이었다. 커다란 간판보다 온라인을 통해 건축사사무소의 위치를 인지하는 건축주가 많아졌고, 다양한 SNS와 출판물, 그리고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건축사에 대한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건축주들의 변화에 발맞추어 발 빠르게 변화하는 건축사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고, 광고와 홍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점점 많은 작품들이 알려지고 있는 현재 모습이 불경기 때문이라면 아쉽고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고 즐겁다. 그만큼 건축을 이해하고 아끼는 건축주들이 많아지고, 이것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기반이 구축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잠시 주춤하는 동안 많은 건축사님들이 스스로의 발돋움판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훨씬 더 좋은 작품들이 등장할 것이라 기대하며, 월간 건축사지가 그런 소중한 작품들로 채워지길 바란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