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기준 및 사용자의 의무와 책임 2024.3
Criteria for determining workplace bullying and employer duties and responsibilities
2019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되고,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 의무 및 과태료 규정 등이 법제화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고자 하는 사회적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며 상호 존중의 직장문화 형성과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이번 인사노무상식 시리즈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 및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건전한 직장 문화 형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자가 지니는 의무와 책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 및 판단 기준
1. 개념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②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③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참고).
2. 판단 기준
(1) 행위자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사용자로서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 모두를 의미하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4조 제1항에 따라 ‘파견 중인 근로자의 사용사업주’ 도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로 인정될 수 있다.
행위자가 ‘근로자’인 경우 파견 관계에서 벌어지는 행위가 문제 될 수 있는데,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와 파견근로자 간 괴롭힘 발생 시 사용사업주에게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조치 등 부담 의무가 발생되므로 유의하여야 하나, 괴롭힘 행위자가 파견근로자인 경우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징계 등의 인사권이 없으므로 파견사업주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 외 원·하청 근로자 간 괴롭힘이 발생된 경우, 원청근로자는 하청근로자와 같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다만, 사내 도급이 빈번한 원청사업주는 소속 근로자가 하청근로자에게 괴롭힘 행위를 하는 경우에 대한 조치 사항을 사내 규범에 반영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2) 행위 장소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외근·출장지 등 업무수행 과정 등의 장소, 회식이나 기업 행사 등의 장소에서 발생한 경우, 사내 메신저·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도 인정 가능하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판례나 인권위 결정례를 참고하면, 근무시간 외 직장 밖에서 만난 경우나 퇴근길에서 일어난 경우도 업무의 연장 또는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경우로 보고 있으므로 근무시간 외 또는 직장 밖에서 일어났다고 하여 섣불리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서는 안 된다.
(3) 행위 요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했을 것, ②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을 것, ③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했을 것
‘우위성’이란 피해자가 괴롭힘 행위에 대해 저항 또는 거절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관계를 의미한다. (ⅰ) ‘지위의 우위’란 괴롭힘 행위자가 지휘명령 관계에서 상위에 있거나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가 아니어도 직위, 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음을 이용한다면 인정된다. (ⅱ) ‘관계의 우위’란 조직 내 영향력이 피해자보다 크다고 판단될 수 있는 모든 요소로, 개인 대 집단, 정규직 여부, 업무 관련 직장 내 영향력(감사, 인사부서 등), 업무 역량(근속연수, 전문지식 등), 인적 속성(연령, 학벌, 성별, 출신지역, 인종 등) 등 조직 내 관계에서의 우위를 이용한다면 인정된다. 단, 직장에서 단순히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을 것
사용자가 모든 직장 내 인간관계의 갈등상황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문제된 행위가 업무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ⅰ) 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ⅱ)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업무상 지시, 주의·명령에 불만을 느끼는 경우라도 그 행위가 사회 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있고 업무상 적정범위로 인정되는 경우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기는 곤란하므로, 전문가의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인정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③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행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문제된 행위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의 결과 발생 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수 있다. 특히, 문제된 행위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는 당사자와의 관계, 행위 장소 및 상황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의무 및 처벌
1.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직장 내 괴롭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특히, 사용자(사용자의 친족)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인 경우를 포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에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116조 제1항).
2.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의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에 따라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3. 조사 과정에서의 비밀 누설금지 의무
직장 내 괴롭힘 조사자,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참고인 등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용자에게 보고하거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
만일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한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4.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에 따라 회사는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를 고려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아니 된다.
또한 동법 제4항에 따라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5. 행위자에 대한 조치 의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에 따라 회사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6. 신고인 및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의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에 따라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7. 취업규칙상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사항 기재 의무
근로기준법 제93조 제11호에 의거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은 취업규칙의 필수 기재사항이기 때문에, 취업규칙 작성 및 신고의무가 있는 10인 이상 사업주는 취업규칙 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업주의 의무를 명확히 기재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사용자가 조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누구든지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해당 사항을 신고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주 및 인사담당자는 전술한 바와 같이 사용자에게 부여된 각종 의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글. 신항철 Shin, Hangcheoul 삼정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신항철 삼정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삼정노무법인의 대표 공인노무사이며, (주)에스제이파워 등 삼정HRM그룹의 총괄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건설 철근 콘크리트 협회 자문위원, 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 및 중앙진폐재활협회 노동법률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20여 년간 공인노무사 업무를 해오면서 임금채권보장업무를 국내 최초로 수행하였고, 임금, 근로시간, 노사관계 및 산업안전 등 기업 현장에 필요한 수많은 컨설팅을 통해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shin@psj.kr / http://www.psj.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