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경험이 교훈이 되도록 2024.3
Let each other's experiences be lessons
여러 건축 전문 잡지는 작품성이 우수한 건축물을 소개한다. 월간 <건축사>지(이하 본지) 역시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작품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건축사들의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자 한다. 실제로 ‘아이 엠 키라(I am KIRA)’라는 코너를 통해 새로 가입한 건축사들을 소개하며, 다양한 주제를 정해 담론을 나누고 있기도 하다. 매월 한 작품에 대해서는 비평 글도 더해서 보다 깊이 있는 시각으로 작품을 살펴보기도 한다. 게재할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다양한 건축 작품을 살펴보면 많은 건축사들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들이 살펴져서 흐뭇해지기도 한다. 하나의 건축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생각들이 필요한지를 본지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상품은 반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지만, 건축은 거의 대부분 특정한 대지에 특정한 형태로 만들어지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대량생산이 아닌 나만을 위한 제품(customized product)을 만들려면 매우 높은 비용이 필요한데, 원래부터 단 하나를 만드는 건축설계의 현실은 왜 지금과 같을까. 게다가 건축사에 대한 존중과 대우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며, 책임과 의무는 매우 크다. 건축설계가 고도의 지식과 경험이 집약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하찮은 업자 취급을 당하거나 설계도면이 프린트에서 뽑아내듯 쉽게 완성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 설계를 마친 후의 시공과정과 사용승인 과정에도 당연한 듯이 과도한 업무협조를 요구받지만, 설계자로서 보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마음 때문에 적절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면서도 지속적인 업무를 자청해 떠맡는 경우도 있다.
군부대에서 사고 사례를 전파하는 이유는, 단순한 뉴스 차원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알고 이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의사들도 꾸준히 논문과 실험 자료를 찾아보며 다양한 상황과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본지가 아름답게 완성된 건축 작품의 마지막 결과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설계 과정에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와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함께 논의하며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단계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었으면 한다. 그것이 다른 건축 전문 잡지와의 차별점이 되어야 한다. 건축사의 업무환경을 되짚어보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다른 건축사는 동일한 문제를 다시 경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 문제점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내가 겪은 다양한 경험과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며 다른 건축사들의 발판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꺼내놓고 이야기하자. 본지와 대한건축사신문은 전화, 이메일과 다양한 SNS를 통해 열려있다. 정기적으로 주제를 정해 담론을 나누고, 좌담회를 개최할 수 있다. 이야기하고 외쳐야 우리의 현 상황을 알릴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해야 우리의 업무환경이 더 나아진다. 건축사들 스스로 토대를 탄탄히 해야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성취할 수 있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