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교동살롱, 그 복합성에 대하여 2024.5
Architecture Criticism On Complexity of Gyodong Salon
교동살롱 프로젝트를 접하게 된 것은 2023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심사를 진행하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동살롱은 ‘포레스트 에지(주.중원건축사사무소 김선형 건축사 설계)’와 더불어 두 개의 대상 중 하나를 받았다. 심사 과정이 교동살롱의 건축적 가치를 평가하는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밝히는 것이 좋겠다. 일단 제출물을 중심으로 후보작들을 선정했는데, 수도권에 있는 후보작들은 직접 현장을 답사하고 다른 지역의 후보작들은 사진과 도면으로 심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 보니 사진과 상이한 경우들이 있었다. 사진을 너무 잘 찍어서(?) 문제가 된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협의 끝에 심사위원 전원을 지역별로 배정해 거리를 불문하고 모든 프로젝트를 현장 답사하기로 했다.
나는 교동살롱 심사를 자원했다. 건물에 관심이 가기도 했고, 한 번도 제대로 방문한 적이 없었던 춘천이라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추석 연휴를 얼마쯤 앞두고 기차로 춘천을 방문해 현장에서 원계연 건축사로부터 직접 안내를 받았다. 건물의 첫인상은 제출한 사진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이전 심사의 당혹스러운 경험도 있어서 일단 이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과장이나 왜곡 없는 사진으로 건축의 실체를 전달하겠다는 것은 결국 건축을 대하는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건물 안팎을 죽 훑어보았는데 외부와 내부의 완성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공공 프로젝트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교동살롱의 건축적 주제로 우선 목구조를 다룬 방식을 들 수 있다. 건축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설계공모에 당선되어 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특이하게도 사전에 진행된 설문 조사에 주민들은 3층 이하의 목조 내지는 벽돌 건물을 선호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었다. 건축사도 마을을 위한 공공시설에 적합하다고 보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설계공모 당시부터 구조 기술사와 협업했다. 건물은 크게 2개 층으로 된 커뮤니티 센터와 단층 보육시설의 두 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조는 철근콘크리트, 경량목구조 및 경량 철골조의 혼합이며 외장 역시 스터코와 벽돌의 투톤으로 처리해 주민들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셈이 되었다.
목조건축대전 심사 당시 이 건물의 복합 구조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일단 주최 측이나 심사위원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순수한 목구조가 아닌 혼합 구조에 목조건축의 미래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도 이는 좋은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재료와 구조는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이를 상황에 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은 건축사의 중요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교동살롱의 경우 커뮤니티 센터의 1층이 철근 콘크리트로 된 것은 일부가 지하화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선택이었으며, 2층의 기본 벽체와 지붕은 경량 목구조이되 일부 기둥과 장스팬의 트러스를 강구조로 한 것은 노출 부재의 시각적 비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역시 효과적으로 보인다. 특히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1, 2층을 관통하는 ‘트리 컬럼(tree column)’이었는데, 전체 건물에서 공간적으로나 구조적으로 가장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이 요소가 정작 목조가 아닌 것이 목조건축대전의 입장에서는 다소 당혹스러울 수도 있었으나 ‘총체적 건축적 가치가 우선이고 목조건축으로서 가치가 그다음’이라는 나름의 심사 기준이 있어서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철골과 목조가 결합하는 부위의 철골 브래킷이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번잡하게 보이는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교동살롱이 자리 잡은 봉의산 비탈마을은 호반도시 춘천 구도심의 북부에 해당하는데, 전체적으로는 남쪽을 향해 경사져 있고 골목길이 많은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그 이름이 시사하듯 인근에는 춘천 항교가 있으며, 춘천의 명물로 알려진 봄내극장이 바로 지척이고 구 춘천문화원, 춘천 시청 또한 걸어서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교동살롱은 스케일, 동선, 텍토닉 등에서 이러한 맥락을 충실히 반영하고 이를 건축적 자산으로 삼으면서도 인근의 자생적 건축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태도를 보여준다. 마을을 위한 시설이지만 전반적으로 북쪽의 마을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주요 시설 방향으로 조금 더 개방적인 배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쪽이 워낙 남쪽이어서 일견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마을을 위한 시설이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춘천 구도심의 일부가 되려는 의도가 공존하는 듯하다.
교동살롱의 이러한 복합적 성격은 현장 답사를 다녀온 불과 일주일 후 다른 맥락에서 또다시 경험할 수 있었다. 지인과 추석 연휴를 맞아 자전거로 춘천을 다녀왔는데, 마지막 날 도시 답사를 하는 과정에서 다시 교동살롱을 찾은 것이다. 일주일 전의 현장 답사 때와 비교해 춘천에 대한 공간적 경험이 조금 더 축적된 상태였고, 무엇보다 심사가 완료된 시점에서 조금 더 여유 있게 이 건물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축 비전공자인 지인 역시 트리 컬럼과 그 주변의 공간적 전개, 특히 경사진 지형에 대한 대응 방식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건물 내·외부의 여러 동선이 집중되는 이 지점에 드라마틱하게 열려있는 공간을 연출한 것은 공공건축의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마을은 교동살롱을 통해 조금 더 춘천시의 구도심에 한 발짝 다가가는 듯한 심리적 효과를 얻고 있었다. 텍토닉과 배치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복합성은 여느 커뮤니티 센터와는 구별되는 다중적인 매력을 제공한다. 지방 중소도시 공공건축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사례가 하나 등장한 셈이다.
글. 황두진 Hwang, Doojin (주)황두진 건축사사무소
황두진 건축사·(주)황두진 건축사사무소
서울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김종성과 김태수의 사무실에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2000년에 황두진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서울 구도심의 복합적인 상황을 다루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전국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한옥과 현대건축 모두를 다루는 소수의 건축사 중 하나이며 건축 실무와 병행해 다양한 학술논문과 신문 기고, 『무지개떡 건축』 등의 단행본을 저술했다.
hwangdj@djhar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