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건축사의 어떤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2024.5
To what extent can AI replace architects?
배송 물품을 분류하는 과정에 첨단 기계장치들이 더해져 매우 빠른 속도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의 성능 향상으로 반자율 주행을 넘어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되면서 전국 여러 지역에서는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계장치의 발전은 우리 삶에 여러 가지 편리함과 신속함을 가져다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의 과정을 거쳐 결과를 보여주는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로고송 공모전과 사진 공모전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작품이 수상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니, 단순한 정보의 판단 이외에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예술 분야에서도 AI가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AI가 접목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면서, 이것이 건축설계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사용해 보는 분들도 있고,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낼지 생각하고 토론해 보는 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일일이 법령과 조례를 찾아야 했던 것을 국토교통부의 토지이음에서 자동으로 리스트업 해주는 것은, AI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지만 과거에 비해 많은 도움이 된다. 일부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배치 대안을 검토하거나 입면 디자인 대안을 만들어보는 단계에서 AI가 대안을 만들어내도록 하여 기존에 직원들이 직접 했던 업무량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이미 기본적인 단계의 법규 검토와 대안 검토, 도서 작성 단계에서 AI가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것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건축설계의 많은 부분을 AI가 진행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판단하는 분들도 있다.
정말 우려하는 것처럼 건축사 업무를 AI가 대체하게 될까? 속단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최대의 용적률과 세대수를 확보하고 사업성을 높이는 대안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들은 사용되고 있지만, 다양한 용도의 건축에서 최대 용적률만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AI는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도록 도와주고, 다양한 디자인을 검토하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건축주를 만나서 모든 감정을 이해하고, 대지에서 기계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일들은 여전히 건축사의 업무로 남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수많은 직업 중 일부 직업은 기계나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수도 있겠지만 건축사라는 직업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의 업무가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어렵고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호에서는 AI를 건축설계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문가와 건축사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어떤 부분에서 AI를 건축사의 업무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AI의 도움 없이 만들어진, 혹은 AI는 아직 만들어내지 못하는 작품들을 살펴보며 더 나아질 미래와 더 우수한 건축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