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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상 이혼사유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2024.6

월간 건축사지 2024. 6. 30. 09:05
What are the reasons for judicial divorce?

 

 

 

 

Ⅰ. 글의 첫머리에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의사가 있어도 직장을 구하고 집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늦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혼을 하더라도 몇 년 지나지 않아 부부싸움을 하든가 섹스리스 부부로 냉랭하게 살든가 졸혼(卒婚)을 하거나 아예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막상 이혼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다른 계약관계나 거래관계와 달리 이혼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부가 서로 합의하여 이혼하는 이른바 협의상 이혼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가정법원에 가서 확인절차만 밟으면 된다. 위자료나 재산분할, 자녀에 대한 친권 및 양육권, 양육비 및 면접교섭권 등에 관하여는 부부가 합의하여 정하면 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혼합의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하는 수 없이 가정법원에 가서 이혼재판을 하게 된다. 상대가 이혼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고, 다만 자녀 양육문제나 재산분할, 위자료 등에 관하여만 서로 다투는 경우에도 큰 문제는 없다. 

재판상 이혼을 청구한 사람은 이혼을 원하는데 상대방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청구인이 상대방이 이혼을 당할 사유, 즉 유책사유를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 법원에서는 이혼을 허가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이혼사유에 대한 입증이 충분한지를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혼소송에서 이혼을 원하는 원고는 상대방인 피고에게 여러 가지 귀책사유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그에 관한 필요한 증거자료를 제출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혼인관계가 파탄된 것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원고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항변한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원고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는 협의상 이혼과 재판상 이혼의 차이,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혼사유의 구체적인 내용, 재판상 이혼절차,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 재산분할청구권 등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Ⅱ. 부부간의 법률상 의무

혼인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부부의 실체를 이루는 신분상 계약이다. 혼인의 본질은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 부부 사이에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826조 제1항). 부부의 동거·부양 및 협조의무는 부부관계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협동체라는 점에서 나오는 본질적인 의무이다.

혼인생활을 하면서 부부는 애정과 신의 및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부부는 혼인생활 중에 장애가 되는 여러 사태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부부는 일시 부부간의 화합을 저해하는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등 참조).

전혀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남녀가 서로 만나 혼인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하면서 가정을 이루는 토대는 부부 사이의 사랑과 신뢰이다. 이러한 사랑과 신뢰는 부부 사이에 건강한 성생활이 유지됨으로써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부부는 가치관, 정신적·육체적 능력, 욕구와 취향 등 인생의 희로애락과 관련된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러면서도 가정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유지하려면 서로 양보와 배려를 하고 경우에 따라 자기희생도 감수해야 한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보장을 선언하면서(제10조),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과 아울러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함을 천명하고 있다(제36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위 헌법 규정이 정한 개인의 존엄과 가치, 양성의 평등, 행복추구권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혼인한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서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장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부부간 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부양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 부부공동생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 참조).
혼인이 사실상 파탄되어 부부가 별거하면서 서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을 명한 판결의 확정 등으로 법률상 혼인관계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는 부부간 부양의무는 소멸하지 않는다(대법원 2023. 3. 24.자 2022스771 결정).

부부간에 부양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와 같은 정도로 보장하고자 하는 부부간 부양의무는 부부가 동거하면서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보다는 부부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별거하여 배우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이행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부부간의 부양·협조는 부부가 서로 자기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상대방의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양·협조의무를 이행하여 자녀의 양육을 포함하는 공동생활로서의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부간에 생활비용의 분담이 필요하다(대법원 2017. 8. 25.자 2014스26 결정).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간의 부양·협조의무의 근거를, 제833조는 위 부양·협조의무 이행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가사소송법도 제2조 제1항 제2호의 가사비송사건 중 마류 1호로 ‘민법 제826조 및 제833조에 따른 부부의 동거·부양·협조 또는 생활비용의 부담에 관한 처분’을 두어 제826조에 따른 처분과 제833조에 따른 처분을 같은 심판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Ⅲ. 협의상 이혼 방법 및 절차

민법은 부부는 협의에 의하여 이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834조). 이를 협의상 이혼이라고 한다. 통계상 전체 이혼의 80% 정도가 협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협의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이혼신고를 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가정법원의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받아야 한다(제836조 제1항). 재외국민은 재외공관의 장으로부터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받을 수 있다. 

협의이혼을 하고자 하는 부부는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함께 출석하여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서를 제출하어야 한다. 판사의 확인을 받으려면, 당사자는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서 1통,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 각 1통, 주민등록등본 1통, 이혼신고서 3통을 제출하여야 한다. 이혼신고서에는 필요한 사항을 가입하고 부부 쌍방이 각자 서명 또는 무인을 날인하여야 한다.

협의이혼을 하려는 자는 가정법원이 제공하는 이혼에 관한 안내를 받아야 하고, 가정법원은 상담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상담인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할 수 있다. 이러한 안내를 받은 날부터 양육하여야 할 자가 있는 경우에는 3개월,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1개월이 경과하여야 이혼의사 확인을 받을 수 있다.

가정법원의 이혼의사 확인은 원칙적으로 판사가 하여야 하지만, 2018년 7월 1일부터는 미성년 자녀가 없는 당사자 사이의 협의상 이혼은 사법보좌관이 하도록 바뀌었다(사법보좌관규칙 제2조 제1항 제1호). 법원에 의한 협의이혼의사확인절차는 확인당시에 당사자들이 이혼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가를  밝히는 데 그치는 것이다(대법원 1987.1.20. 선고 86므86 판결 참조).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받으면 3개월 내에 그 등본을 첨부하여 이혼의 신고를 하여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가장법원의 이혼의사 확인은 효력을 상실한다. 협의이혼의사확인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재판상 이혼사유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대법원 1983.7.12. 선고 83므11 판결 참조), 그 의사 확인당시에 더이상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었다고 추정될 수도 없는 것이다(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므28 판결).

 



Ⅳ. 재판으로 이혼하는 방법

재판상 이혼이라 함은, 부부 중 한 사람이 법원에 이혼소장을 제출하여 상대방에게 이혼사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혼사유를 증명함으로써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혼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상 이혼청구를 하려면 먼저 이혼조정신청을 하여야 한다. 이를 조정전치주의라고 한다. 조정단계에서 부부 사이에 이혼합의가 성립되면 그것으로 바로 이혼이 성립된다.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할 경우 비로소 재판상 이혼으로 나아가 소송절차가 진행된다. 

부부 사이의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게 되면, 이혼 문제가 생기게 된다. 혼인관계가 파탄난 경우, 당사자 간에 합의하여 이혼을 하면 문제가 없으나, 만일 합의가 되지 아니하여, 재판으로 가게 되면, 혼인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그리고 그러한 귀책사유가 이혼사유까지 될 수 있으냐 하는 것이 이혼재판에 있어서 핵심적인 쟁점사항이 되는 것이다.

이혼제도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로 대별된다. 유책주의(有責主義)는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부양·협조·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사유가 명백한 경우에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파탄주의(破綻主義)는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아니하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민법 제840조는 제1호 내지 제5호에서 재판상 이혼원인이 되는 이혼사유를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와 같이 구체적·개별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한 민법 제840조는 동조가 규정하고 있는 각 호 사유마다 각 별개의 독립된 이혼사유를 구성하는 것이다.

법원이 재판상 이혼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가사소송법 제17조). 따라서 법원은 그 판단의 기초자료인 사실과 증거를 직권으로 탐지할 의무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이미 제출된 자료들에 의하여 부부 중 어느 일방의 유책성에 의심이 갈 만한 사정이 나타나 있다면 이에 관하여 심리·조사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7. 6. 19.자 2017므10730 결정).

국제결혼을 한 경우, 외국인이 혼인신고만 해놓고, 실제로는 결혼생활을 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법원에서 국제결혼에 있어서 혼인무효판결을 한 사례가 있다. 

“원고와 피고는 2015. 9. 18.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한 사실, 원고는 2016. 2. 15. 구청장에게 혼인신고를 한 사실, 피고는 2016. 6. 8. 입국한 이후 원고에게 돈만 요구할 뿐 원고와의 부부관계 및 가사일을 거부하였고, 2016. 6. 17. 가출하였다가 2016. 6. 28. 집에 돌아 왔으나 2016. 8. 3. 다시 가출하여 현재까지 연락두절 상태에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 없이 단지 취업 등 다른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에 입국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혼인신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없어 민법 제815조 제1호에 따라 무효이다(청주지방법원 2016. 12. 7. 선고 2016드단3363 판결).”

 



Ⅴ.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배우자로서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못한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부정한 행위는 혼인 중의 것을 말하고, 혼인 전에 약혼단계에서 다른 남자와 정교하고 임신한 경우에는 이혼사유가 되기 어렵다. 부정한 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객관적으로 혼인의 순결성을 더럽히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 그것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행하여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 대한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는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는 한 그 사유만으로도 위 민법 규정의 재판상 이혼사유가 된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므639 판결). 부정한 행위의 경우에는 다른 일방이 사전에 이에 동의하였거나 사후에 용서를 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841조).

부정한 행위를 이유로 한 이혼청구는 다른 일방이 사전동의나 사후용서를 한 때 또는 이를 안 날부터 6개월, 그 사유 있은 날부터 2년이 경과한 때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첩계약은 본처의 동의 유무를 불문하고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일 뿐만 아니라 위법한 행위이므로, 부첩관계에 있는 부 및 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로 인하여 본처가 입은 정신상의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반드시 부첩관계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를 필요까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67. 4. 25. 선고 67다99 판결).

본처가 장래의 부첩관계에 대하여 동의하는 것은 그 자체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나, 기왕의 부첩관계에 대하여 용서한 때에는 그것이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라고 해석되는 한 그대로의 법적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67. 10. 6. 선고 67다1134 판결).

제3자도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부부공동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등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계속 중에 있다거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Ⅵ. 악의의 유기행위

민법 제840조 제2호 소정의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라 함은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1986. 5. 27. 선고 86므26 판결).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배우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타방 배우자에 대한 동거 부양 협조의무의 이행을 포기하면 악의의 유기로서 이혼사유가 된다.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의무는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일생에 걸친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본질이 요청하는 바이다. 부부 사이에 출생한 자식이 없거나 재혼한 부부간이라 하여 달라질 수 없는 것이고, 재판상 이혼사유에 관한 평가 및 판단의 지도원리로 작용한다.

악의의 유기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는, ① 상대방을 집에 두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경우, ② 상대방을 내쫓거나 나가지 않을 수 없게 한 다음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 등이다. 가출하였더라도 부부공동생활을 폐지할 의사가 없는 경우, 상대방의 폭언이나 폭행 등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경우는 악의의 유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정불화가 심화되어 처 및 자녀들의 냉대가 극심하여지자 가장으로서 이를 피하여 자제케 하고 그 뜻을 꺾기 위하여 일시 집을 나와 별거하고 가정불화가 심히 악화된 기간 이래 생활비를 지급하지 아니한 것뿐이고 달리 부부생활을 폐지하기 위하여 가출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민법 제840조 제2호 소정의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수 없다(대법원 1986. 6. 24. 선고 85므6 판결).

부부의 동거의무에는 배우자와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포함된다. 부부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등 참조).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폭행,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대방의 학대에 못 이겨 집을 나간 것도 그 원인을 상대방이 제공한 것이므로 악의의 유기라고 할 수 없다. 단순히 일시적으로 집을 나온 것만으로 악의의 유기라고 할 수는 없고, 어느 정도의 시간적인 지속을 요한다.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의 배우자에게 부정행위나 악의의 유기 등과 같이 이혼사유가 존재하고, 금치산자의 이혼의사를 객관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금치산자의 후견인은 금치산자를 대리하여 그 배우자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므639 판결).

악의의 유기를 원인으로 하는 재판상 이혼청구권이 법률상 행사기간의 제한이 없는 형성권이다. 10년의 제척기간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피고 B가 피고 C와 부첩관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하는 것이 이혼청구 당시까지 존속되고 있는 경우에는 기간 경과에 의하여 이혼청구권이 소멸할 여지는 없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Ⅶ. 배우자 등에 의한 심히 부당한 대우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는 혼인 당사자의 일방이 배우자로부터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므180 판결).

상호간의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 관계에 있어서 폭력의 행사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폭력이 혼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혼인당사자들의 혼인의 경위 및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들의 성격, 학력과 경력 등에 비추어 다른 것이다.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결혼생활 과정에서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이혼청구를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남편이 아내에게 생활비를 적게 주어 아내로 하여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도록 하고 가부장적 권위로 아내를 대해 오는 한편 고령이 되어 아내를 이유 없이 의심하는 언행을 보인 적은 있으나, 남편 스스로도 절약하는 생활을 하여 상당한 재산을 모은 점, 남편이 아내를 의심하는 언행 등을 한 것은 고령으로 인하여 생긴 정신장애 증상에 기인하며 아내는 위와 같은 정신장애 증상이 있는 남편을 돌보고 부양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점, 현재 아내는 만 75세이고, 남편은 만 83세에 이르는 고령인 점 및 혼인기간, 혼인 당시의 가치기준과 남녀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러한 사실만으로 남편이 아내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였다거나 아내와 남편의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나 헌법 등 법령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므180 판결).

대법원은 “원·피고는 결혼 이후 크고 작은 문제로 자주 다투면서 부부 및 고부 사이의 갈등이 있어 혼인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아니하였는데, 원고와 피고는 모두 대학원까지 졸업한 학력의 소지자로서 이러한 부부 사이의 문제를 상호간의 이해와 인내, 이성적인 대화 등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상호간의 노력이 부족하였음을 알 수 있다”라고 하여 혼인계속을 위한 당사자의 노력이 부족한 것을 이유로 이혼을 허가한 경우도 있다(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므1689 판결).

 



Ⅷ.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파탄의 계기가 된 초기의 일시적인 사정이나 상황에 국한하여 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전체 혼인기간,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된 경위 및 지속 기간,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와 정도, 그 전 과정에 걸쳐 파탄 상태의 극복 및 혼인관계 지속을 위한 진지한 노력 여부, 부부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올바른 자각 하에 온전한 상태로 혼인을 계속할 의사·자세의 존부, 자녀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그 밖에 혼인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야 한다.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실질적으로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가 허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등 참조).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혼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데, 피고는 절대로 이혼을 할 수 없다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의 혼인계속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법원에서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피고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에서는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를 통해 판단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고는 이혼을 강하게 원하면서 피고와는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을 계속 할 수 없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 피고는 혼인계속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혼인관계의 갈등·분쟁의 원인을 원고에게만 돌리고 있을 뿐 부부관계의 회복에 대한 기대와 적극적인 의지·노력,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나 조치 등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밖에 혼인생활의 전 과정, 다른 가족들 및 이 사건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 드러난 당사자의 언행·태도·상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 회복과 유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아니하는 등 진지하고도 진정한 혼인계속의사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932 판결).”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소송 과정에서 그 배우자가 표명하는 주관적 의사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하여 그 배우자가 악화된 혼인관계를 회복하여 원만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일방 배우자의 성격적 결함이나 언행으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악화된 경우에도, 상대방 배우자 또한 원만한 혼인관계로의 복원을 위하여 협조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일방 배우자에게만 혼인관계 악화에 대한 잘못이 있다고 비난하고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가 혼인계속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이를 인정함에 신중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

피고의 혼인계속의사 표현은 혼인의 실체가 상실된 현재 상태를 수긍하면서도 단순히 외형상으로만 법률혼관계를 남겨두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이고, 그것이 원피고의 재산 상황, 각자의 사회적 지위·직업, 자녀들의 나이 등에 비추어 볼 때 자신과 자녀들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판결도 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1므11112 판결).
부부는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여 원만한 혼인생활의 유지에 노력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혼인생활 중 부부가 일시 이혼에 합의하고 위자료 명목의 금전을 주고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하여 부부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부부쌍방이 이혼의 의사로 사실상 부부관계의 실체를 해소한 채 생활하여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러한 이혼합의사실의 존재만으로는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0. 9. 25. 선고 89므112 판결).

부부간의 성관계는 혼인의 본질적 요소이므로 성적 불능 기타 부부 상호간의 성적 요구의 정상적인 충족을 저해하는 사실이 존재하는 경우, 이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성교를 거부하거나 성적 기능의 불완전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치료와 조력을 받으면 정상적인 성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일시적인 성기능의 장애가 있거나 부부간의 성적인 접촉이 단기간 부존재하더라도 그 정도의 성적 결함만으로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혼인 후 약 2년간 성관계를 맺지 않은 사실만으로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므2413 판결).

 



Ⅸ.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

재판상 이혼원인에 관한 민법 제840조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에 관하여도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다.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지만,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지도원리로 하는 것이다.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책임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까지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한다거나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 반한다고 할 수 없어 허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파탄의 주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하여도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혼인과 가족제도의 실질적 형해화 우려 등의 관점에서 앞서 본 여러 사정을 두루 살펴 그 예외적 허용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932 판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소송 과정에서 그 배우자가 표명하는 주관적 의사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하여 그 배우자가 악화된 혼인관계를 회복하여 원만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9므14477 판결).

그러나 이혼청구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은 경우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갑과 을 사이의 11년이 넘는 장기간의 별거, 갑과 병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및 자의 출산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갑과 을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하여, 비록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 하더라도 갑과 을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므2130 판결).

 



Ⅹ. 미성년자녀에 대한 친권양육권

부모가 자녀에 대하여 가지는 양육을 포함한 친권은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자녀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부가 자녀를 갖게 되면 함께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913조).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는 단순히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최선의 복리를 위한 실질적 보호·교양의무를 의미한다. 부부는 협의에 따라 분담된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여야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한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는 양육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현재와 장래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5. 13.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자녀의 양육책임에 대하여 이혼 당사자 간에 양육자의 결정과 양육비용의 부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을 때에는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해당 사항을 정한다(민법 제837조, 제843조).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 당사자의 청구가 없다 하더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를 정하여야 하며, 법원이 이혼 판결을 선고하면서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를 정하지 아니하였다면 재판의 누락이 있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3므2397 판결).

재판상 이혼의 경우 부모 모두를 자녀의 공동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모가 공동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에서 현저한 차이가 없는지, 부모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양육환경이 비슷하여 자녀에게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적고 환경 적응에 문제가 없는지, 자녀가 공동양육의 상황을 받아들일 이성적·정서적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양육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가정법원은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당사자들 사이의 다툼에만 심리를 집중한 나머지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등에 관한 심리와 판단에 있어 소홀해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가정법원은 충실한 심리를 통해 실제의 양육 상태와 양육자의 적격성을 의심케 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므12320, 12337 판결).

별거 이후 재판상 이혼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 부모의 일방이 미성년 자녀, 특히 유아를 평온하게 양육하여 온 경우, 이러한 현재의 양육 상태에 변경을 가하여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양육 상태가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방해가 되고,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현재의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하여야 한다.

재판을 통해 비양육친이 양육자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미성년 자녀가 현실적으로 비양육친에게 인도되지 않는 한 양육자 지정만으로는, 설령 자녀 인도 청구를 하여 인용된다고 할지라도 강제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육자 지정 이후에도 미성년 자녀를 인도받지 못한 채 현재의 양육 상태가 유지된다면 양육친은 상대방에게 양육비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비양육친이 자신을 양육자로 지정하여 달라는 청구를 하는 경우, 법원은 비양육친이 경제적 이익을 누리거나 양육친에게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없는지 등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므12320, 12337 판결).

자의 성과 본의 변경은 모가 양육하고 있던 자를 데리고 재혼하여 자가 계부의 성을 따르고자 하는 경우 등과 같이 가족관계가 변동되고 새로운 가족관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허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러한 경우 법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문제되지 않거나 성이 생물학적 부의 혈통을 상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자의 복리’와 연관된 경우라면 성의 변경을 허용하여야 한다(서울가법 2009. 5. 12.자 2009브34 결정).

 



Ⅺ. 재산분할청구권

재산분할 제도는 혼인관계 해소 시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재산분할사건은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하고[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4)], 가사비송절차에 관하여는 가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비송사건절차법 제1편의 규정을 준용한다(가사소송법 제34조 본문).

비송사건절차에 있어서는 민사소송의 경우와 달리 당사자의 변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고, 법원이 자기의 권능과 책임으로 재판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수집하는, 이른바 직권탐지주의에 의하고 있다(비송사건절차법 제11조).

이혼에 있어서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가지고 있었던 실질상의 공동재산을 청산하여 분배함과 동시에 이혼 후에 상대방의 생활유지에 이바지하는 데 있지만, 분할자의 유책행위에 의하여 이혼함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하여 분할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 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민연금법 제64조에 규정된 이혼배우자의 분할연금 수급권은 이혼한 배우자에게 전 배우자가 혼인 기간 중 취득한 노령연금 수급권에 대해서 연금 형성에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여 청산·분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가사노동 등으로 직업을 갖지 못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에게도 상대방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을 기초로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8두65088 판결).

부부 중 일방이 상속받은 재산이거나 이미 처분한 상속재산을 기초로 형성된 부동산이더라도 이를 취득하고 유지함에 있어 상대방의 가사노동 등이 직·간접으로 기여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3. 6. 11. 선고 92므1054, 1061 판결).

제3자 명의의 재산이더라도 그것이 부부 중 일방에 의하여 명의신탁된 재산 또는 부부의 일방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재산으로서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거나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유형, 무형의 자원에 기한 것이라면 그와 같은 사정도 참작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2년이라는 기간은 제척기간이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17536 판결 참조).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이 정하는 제척기간은 재판 외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족한 기간이 아니라 그 기간 내에 재산분할심판 청구를 하여야 하는 출소기간이다(대법원 2022. 6. 30.자 2020스561 결정).

협의상 이혼한 자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839조의2 제1항),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하는데(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에도 위 민법 제839조의2가 준용된다(민법 제843조).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재산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6두58901 판결).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이다. 법률혼에 대한 민법의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할 수 없다. 부부재산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 규정은 사실혼관계에도 유추적용할 수 있다(대법원 2022. 6. 30.자 2020스561 결정).

동성 간에 사실혼 유사의 동거관계를 유지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를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사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또한 이러한 동거관계는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어서, 동성 간에 사실혼 유사의 동거관계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다.

 



Ⅻ. 글을 맺으며

이혼소송을 할 정도면 대부분의 경우 부부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의이혼이 되지 않으면, 부부는 이혼재판을 할 수밖에 없다.

법은 이혼사유로 여섯 가지를 열거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혼사유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거에 의하여 증명하여야 한다. 문제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현재 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에 입각하면서도, 점차 파탄주의의 입장에서 이혼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별로 잘못도 없는 사람이 이혼을 당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고, 가정이 깨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 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22년 8월까지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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