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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프로젝트와 스마트시티. 세계사를 바꾼 대형 건설 프로젝트 속에서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2024.6

월간 건축사지 2024. 6. 30. 09:30
Mega Project and Smart City In search of what was lost in a large-scale construction project that changed world history

 

 

 

 

1. 잃어버린 도시 이야기


인간의 발명품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은 무엇일까. 고대 바벨론 제국Babylon, BC 4000~539은 인류에게 ‘최초의 도시 국가로 기록되어 있다. 바벨론 이라는 이름이 있기 전 이미 ‘우르Ur’라는 도시 국가가 세워졌다. 도시라는 거대한 발명품 속에는 질서秩序(ordre, discipline)와 더불어 법이 분명히 존재했으며, 과학과 건축기술은 최고의 도시 국가로 번성하는 동력이었다. “‘우르’는 단순히 사람만 모여있는 곳이 아니었다. 오늘날로 본다면 모든 자료를 처리하는 행정도시였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발굴은 점토에 기호로 새기는 방법을 고안한 일종의 회계장부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이다. ‘우르’의 ‘회계사’들은 많은 ‘양量’의 자료들을 기억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발명한 산물”이었을 것이며, 이러한 표기와 수數는 도시라는 가마솥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우르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가 매우 조직적이었으며 구체적인 질서 속에서 삶의 동맥들이 순환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겠다. 
당시 도시 안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응하는 본능이 뜨겁고 치열한 삶으로 녹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도시의 발명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그 안에서 인간의 탐욕貪慾과 욕망慾望이 우선시 되고, 존엄尊嚴과 죽고 사는 문제로 불평등과 원망도 있었을 것이다. 두 강이 흐르는(Tigris R. Euphrates R) 풍요의 땅에서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근본적인 악이 공존했을 것이고, 오늘이나 그때나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음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고고학과 성경은 마치 친족 같아서, 바벨론에 대한 단편적 기록에는 히브리인Hebrew(믿음의 조상)을 대표하는 아브라함Abraham이 연결되어 있다. 그는 삶의 터전으로 여기던 우르에 정착해 살게 되면서 최초 도시 국가의 놀라운 문화들을 몸소 알게 되었고, 말년의 모험으로 이집트 신왕국(17왕조) 시대 고센Goshen지역에서 여정의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그는 강을 건너온 늙은 노인에 불과했지만, 그가 우르에서 체험한 천문과 건축기술, 그리고 ‘수數’를 전하는 문명의 전수자로, 세계사의 흐름을 잇는 가교역할자가 되었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매우 크다 하겠다. 당시 이집트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종이가 있어서 참으로 유용하게 논리를 기록하고 습득했을 것이다. 시대별 피라미드 건축 과정을 조사해 보아도, 고왕국 시대와 신왕국 시대의 공법과 규모에서 기술의 발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노예의 주거지 계획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론한다. 더욱이 이 주거지는 훗날 고센 지역에서 400년간 자신의 후손들이 통제와 감시 속에서 고난을 겪고 박해를 당하게 되는 노예 주거지가 되었을 것이다.
서양 건축사를 회상하면 기억 속에 강하게 울림을 주는 부분이 다수 있다. 먼저 세계사의 대변환을 이끈 사건을 언급하자면, 인류학적으로도 유서 깊은 ‘그라나다Granada’의 이슬람 건축 알함브라 궁전1238년~1358년 건축. Alhambra의 주인임을 포기하는 사건일 것이며, 이에 따른 비잔틴 제국(비잔티움 건축)의 멸망AD 395~1453은 세계 질서의 대 지각변동이었을 것이다. 이후 건축의 세계사는 중세 800년의 혹독한 암흑기를 벗어난 후, 근대건축을 맞이하면서 지성들이 모인 ‘독일공작연맹1856~1934’과 ‘미래파1909’, 그리고 ‘바우하우스1919~1932의 탄탄한 기초 하에, ‘현대건축Modern’을 향해 도전하는 그림이 형성됐다. ‘초기 유토피아 건축(1956~1964)’이라 부르는, 내로라하는 천재 아키텍트들의 등장과 더불어 100년 후 미래 세계사를 바라본 작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그들 ‘Team X’, ‘G.E.A.M’, ‘Archigram’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또는 ‘움직이는 낭만적인 상상’을 표출한 3개 그룹이었다.

 

※ 현대건축 ‘초기 유토피아 건축’을 향한 그룹(Group)
1. Team X : C.I.A.M 해체 후 건축사상과 정보교환의 목적으로 구성된 모임.
2. G.E.A.M(Group d’ Architecture Mobile) : ‘Yona Friedman’ [파리 공중도시 계획안]·[튀니스 공중도시 계획안]·[지구 대륙의 재정비안: 4개 대륙을 공중도시연결]·[도버해협 교상도시 계획안]
3. Archigram : ‘Peter Cook’, ‘Ron Herron’, [공상과학의 영감과 하이테크 건축에 영향]·[Plug-in City]·[Instant City]·[Walking City]·[Compuer City]·[Aquaman]

 

미래를 엿본 그들의 사고思考를 생각해 보면, 오늘날 탈-현대 건축사들보다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간 놀라운 선진先進들이 분명하다. 시대를 넘나드는 영감으로 도시와 건축을 예언가답게 주장한 작품들을 보며 아직도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때로는 몽상가夢想家처럼 꿈을 꾸며 상상을 이론화하기 위한 작업 과정 때문이고, 때로는 장편 소설같이 낭만적이고 멋진 드로잉 작업으로 연출한 그들의 오랜 싸움을 회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그들의 작품은 나의 이상과 알량한 정체성을 지켜주는 소중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작금에 현대건축 초기의 건축학적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질 때면, 거창하다면 혁명적이고, 비판적이라면 재앙과 같은 양면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아쉽게도 운동적이고 기계적이었다. 건축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인간 내면에 대한 본질을 무시하거나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Yona Friedman- Group d’Etude d’Architecture Mobile © 1980년 비등록교재
Peter cook-The Plug-In City (Archigram) © 1980년 비등록교재

지난 근대건축의 도시 중심에는 ‘광장문화’, 즉 도시가 품고 있는 공터를 아우르는 채우는 건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현대에서도 이러한 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도시 안에서 건축이 다양성을 띄며 변화하는 과정에 인종과 도시환경에서 ‘베르나쿨라(Vernacular)’ 문화와 결합해 고고孤高하면서도 때로는 빛을 좋아하지 않는 건축과 더불어 권력과 욕망, 그리고 탐욕을 일삼는 변질된 건축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밀라노-두오모-광장-이탈리아 © pixabay.com


고대에도 유명한 도시계획가가 있었지만, 근대에서 도시계획가의 역할은 영국과 프랑스의 박람회 이후 산업혁명 속에서 구체적인 개념을 발표하고 제안하는 정리 단계였으며, 도시가 확장되는 속도를 수용하기에는 이론적으로 부족했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현대 도시계획가 역시 지난 세기의 이론을 정론으로 쓰기 때문에 기존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도시공학의 한계이며, 획기적인 이론이 없는 한 도시계획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단적으로 100년 전 뉴욕은 번화가조차 온통 말똥 냄새와 파리 등쌀에 시달리던 도시였다. 자본이라는 논리가 지배하는 이 도시들은 포드 자동차의 대량생산과 컴퓨터의 등장으로 도시를 천지개벽과도 같은 속도의 단위로 전환시키고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건축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와 같은 석학을 배출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환경만 다를 뿐이지 현대 도시와 그때는 일반이 아니겠는가.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량의 자원과 화석연료의 공급을 요구한다. 이는 끊임없는 환경파괴와 자본에 따른 이기주의적 지역성을 조장하고, 전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나아가 더 파괴적이고 강력한 무기 제조에까지 이바지하게 되었다. ‘도시로의 인구 밀집’은 최초의 고대 도시나 현대 도시나 같은 패턴이지만, 집약된 영역 안에 각종 인프라를 빨아들이고 도시 안에 모든 밀도를 경신하며 인접한 지역의 자연과 생태계의 순환을 비롯해 나아가 지구환경 전체를 위협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 야수로 돌변해 버린 자연을 알고 있다. 특히 우리 한국 같은 반도 국가는 몇 년 후 기후와 생태계가 직접 도시로 향하는 충격파를 더 크게 느낄 것이다.

 

프랑스, ‘에펠탑과 광장 프랑스 © pixabay.com

세계의 여러 스타 도시는 오랜 역사를 갖춰 인정받는다. 최근 아프리카 같은 빈국의 경우에는 새로운 신생도시의 출현과 더불어 ‘스타 도시가 되고 싶어 하는 국가’도 있다. 그러나 도시의 라이프 사이클(life-cycle)을 생각해보면, 어떤 도시든 간에 사람들은 도시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도시 주체(정치·사회·문화)에 이끌리며 살게 된다. 그렇기에 대부분 삶의 질에 변형을 일으키고, 섬세하고 정교한 인간의 생리적 리듬에 반할 만큼 힘든 삶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아직 스타 도시의 대부분은 그럭저럭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그렇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민감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변화의 전조증상을 찾아내 감시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흉터로 남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시는 사람이 목격하거나 혹은 실제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충격적인 문제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1895년 6월, 뉴욕도로의 말똥 청소 전, 후 © collectorsweekly.com


과거로 돌아가 고대 도시의 흥망성쇠를 간단히 들여다보자. 우선 최초의 메가시티 로마를 들 수 있다. 로마의 붕괴에는 다양한 조건이 복합돼 있었지만, 당시 상황을 축약하면 로마는 “…아우구스투스Augustus가 논문을 쓰며 권자에서 호령하던 AD 5세기 무렵 로마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도시는 공동화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로마 도시에는 신축되는 건축물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낡은 블록의 집들 예컨대 고급저택인 ‘도무스Domus’와 ‘바실리카(공공건축)’를 제외하고는 임대업에 도움을 주던 ‘인슐라insula’와 같은 다가구형 평민 주거와 상업용 건축물들은 무너졌다. 이 무렵 서고트족Goths은 제국의 수도 로마를 약탈했다. 그 후 AD 476년 게르만족의 왕 오토아케르에게 끝내 함락되었다. 그 위대한 도시와 제국이 사라지면서, …서유럽의 도시 생활도 서서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날 부러운 나라가 하나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의 도시들은 모두 고만고만하다. 그리고 ‘도시의 인구밀도를 꾸준히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정부의 지혜로운 정책’을 펴고 있기에, 급격한 정치·경제·사회적 변화의 대응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인류 ‘최초의 국제도시’이며, 고대 ‘도시설계’로 이루어낸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는 다국적 인종과 문화가 혼합된 ‘헬레니즘’ 최고의 인종 도가니였다. 이 화려한 도시는 오늘날 신도시와 같은 개념으로 설계되어 고도화된 문화로 성공적인 도시였지만,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리스Hellenism 통치자들, 그리고 다국적 이주자들과 권력을 공유하지 못한 문제와 더불어 유대인들에게 이교도 숭배정책을 시행하려다 반란까지 맞이하면서, 결국 그리스인과 유대인 이집트인 토박이 사이에 갈등의 악화 속에서, 부패와 궁중 음모는 정치의 뿌리를 훼손하고 결국 통치자의 권위를 악화시켰다. 알렉산드로 정복 후 2세기도 채 되기 전에 메소포타미아 ‘속주屬州’들과 ‘파르티아인’의 손아귀에 넘겨졌다” 이 같은 두 역사를 보면 오늘 신냉전 시대에도 도시에 어떠한 여건이 스며들게 된다면 멸망한다는 단적인 예일 수 있겠다. 고대 도시의 멸망을 간단히 언급했는데, 두 도시의 멸망 원인은 결이 다를지라도 생각해 볼 사례임에 틀림없다. 역사에는 편차가 있을지라도, 멸망에는 위험한 조건들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강조하자면, 이러한 멸망의 문제들은 모두 사람에 정신에서부터 싹이 튼다는 것이다.

돌아와서, 앞서 언급한 ‘유토피아 아키텍트들의 계획안’은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간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아키텍트들은 그들의 작품을 너무 익숙한 계획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식의 왕래는 사람의 판단보다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한 ‘유토피아 건축’ 사조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3개 그룹은, 당대에는 비단 이단아로 치부됐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꼭 맞는 역사적 선견지명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현대 메가 프로젝트들을 좀 늦게 맞이하거나, 그 궤도가 수정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비유하자면, 검劍을 사용자에 따라 수호하는데 쓸 수도 있고, 해치는데 쓸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서두에 언급한 ‘질서秩序(ordre, discipline)’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적용되며, 때로는 선과 악을 가리는 볼 수 없는 것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도시와 건축에서 질서라는 정체성이 무너지면 인간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질서가 사람들을 오판하게도 한다. 사실 사람이 오판하는 것이지, 질서가 사람을 농락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탐욕과 욕망과 권위가 사람을 지배하고 오판하기 때문에 질서가 상실되는 것뿐이다. 지금 인류와 함께 공존하며 그 대표주자라고 말할 수 있는 ‘4개의 메가 프로젝트 건설배경’을 보면 앞서간 ‘유토피아 건축 계획안’을 구상한 천재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다가올 지구환경 앞에 이것들은 건축과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가설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거대한 메가 프로젝트를 다음과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애리조나, 네바다, 후버 댐 © pixabay.com


2. 아직 살아있는 도시


(1) 후버 댐(Hoover Dam)과 라스베이거스(Las Vegas)
네바다주에 속해있는 후버 댐은 아치를 눕혀놓은 형태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다. 인류역사상 최대의 토목사업이었으며, 댐의 길이는 221미터로 우리나라 63빌딩보다 조금 짧다. 총 콘크리트 투입량은 약 6600만 톤, 최대저수량은 대략 320억 톤에 달한다. 연간 약 40억 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콜로라도강의 가뭄과 홍수를 커버하고 있다. 댐 상류에는 인공호수인 미드호수(Lake Mead)를 개발해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들어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극적인 효과는 농업용수를 확보해 캘리포니아 지역의 농업을 풍요롭게 만든 것이다. 댐 공사가 끝나는 1936년 무렵, 보잘것없던 관광 사업으로 먹고 살던 라스베이거스는 생명의 젖줄을 수혈 받아 도시의 평면적 확장을 거듭한다. 

 

후버댐 상류 기후변화 © pixabay.com
라스베이거스, 에펠탑 건물 © pixabay.com

라스베이거스는 스페인어 ‘Meadows’로 초원지대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당시 이 지역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거주지로, 서부의 황량한 사막이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초원이 지배적인 지역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치 오래 전의 미국연속극인 ‘초원의 집’을 연상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는 1911년 시市로 승격했다. 서서히 인구가 늘어나며 새로운 가로 등의 팽창을 거듭해나간다. 1940년 시 인구가 8,000명이 넘게 되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공군기지와 군수공장이 들어서고 도시는 활력 있는 지역이 되었다. 1960년에는 네바다주 인구 중 22%가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했고, 당시 클락 카운티 지역의 인구는 무려 127,000명을 수용했다. 지난 반세기를 넘기면서 카지노와 유흥업소가 가득한 환락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도시 내의 인구는 약 226만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거대도시에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 오래전 인재(人災)인 L.A 폭동, 인종 갈등에서 비롯된 충돌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재앙이 어떤 방법으로 엄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자연에 반한 도시는 결코 순탄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돈이 모이는 곳에 관심을 갖게 되고,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돈에서 비롯된 욕망을 해결할 수 있다….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는 이 후버 댐과 라스베이거스를 바라보며 새로운 것을 만들게 된다. 바다와 사막을 지도에서 개조하는 거대 프로젝트, 바로 ‘UAE-아부다비 메가 프로젝트’와 ‘Dubai-메가 프로젝트’이다. 



(2) 아부다비(Abu Dhabi)와 두바이(Dubai)
두 지역은 고대 미노아문명 BC 3000년 전부터 역사가 시작되는 장구한 도시다. 아부다비Abu Dhabi는 문화 교류의 사료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 도시이며, 오늘날 에미리트에 해당하는 리와Liwa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주거지가 형성됐다. 예로부터 이 걸프(gulf) 지역은 진주가 특산품인 어촌마을에 불과했지만, 원유의 발견과 영국으로의 독립(1971년)은 아부다비를 건설하게 했다. 언젠가 있을 원유의 고갈에 대비해 관광산업으로 방향을 돌리게 된 것이다. 작은 영토에서 바다로의 개발은 필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두바이 사막, 사막 © pixabay.com
두바이, 에미레이트, 도시야경 © pixabay.com

두바이Dubai는 BC 2500년 전부터 대추야자를 재배하던 시골 마을이었다. 아부다비와 마찬가지로 진주조개잡이와 금, 향신료, 목선제조업에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일찍이 오만과 이라크를 잇는 카라반Caravane의 중간역으로 전해지지만, 두바이를 처음 알리게 되는 기록된 문언은 아랍 지리학자 ‘알 바크리’가 쓴 지리서(1095년)에 등장한다. 두바이는 지정학적으로 중동지역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류지역으로, 아부다비와 마찬가지로 ‘메가 프로젝트’로 미래를 결정했고, 목표대로 완성단계에 다가와 있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이 지역은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하고 있다. 지정학적 여건과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가 대립하고 있지만, 도시 국가로의 살림은 아직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중동지역에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지독한 환경문제에 휩싸일 것이 농후하다. 특히 영토가 작은 국가일수록 그 충격은 더 클 것이다.

 

두바이, 일몰, 지평선 © pixabay.com

황금알을 낳는 두 도시는 얼마간 전 세계 내로라하는 아키텍트들의 디자인과 구조공학의 전시장으로 쓰였다. 이들 마천루들은 바벨탑의 꿈같은 도전과 경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세기 ‘정통도시계획이론’과 지나치게 다른,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건설한 도시계획이론은 한마디로 ‘뉴 베르나쿨라(New Vernacular)형 도시 생태계’라는 용어로 정의해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프로젝트들의 계획 과정이 정리되어 새로운 이론이 세간에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신밧드의 모험’ 애니메이션 속 어린 신밧드의 고향이 예멘(오만)이란다. 정직하고 모험심 많은 어린이, 인류 최초의 도시 바그다드(Ur)를 동경하는 어린 뱃사람이었다. 그가 살아온 고향은 지금 후티 반군과 연합군이 전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페르시아만과 홍해가 단순히 지각변동으로 형성된 좁은 만灣에 불과하다며 경제적인 이해만 생각하지만, 이곳의 환경변화가 중동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어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공상과학에 이미 등장했던 마천루들이 지구상에 셀 수 없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영토가 작은 나라들은 필연적으로 다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것이다. 모래 위에 건설된 이 도시의 마천루들은 훗날 아쉽게도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3. 기가 프로젝트-네옴시티(Giga Project-NEOM City)
지난해 전문가들은 한동안 이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공사는 시작했다. 제2의 중동 붐을 생각하는 국내 건설사들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매우 높고, 증권가에서는 ‘네옴’ 관련 주식까지 관심이 있는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간 상상만 하던 규모의 프로젝트다. 인류역사상 가장 길다는 만리장성 축성은 보았어도, 건설 규모를 짐작조차 하기 힘든 네옴 안의 ‘더 라인(The Line)’은, 약 900만 명을 수용할 계획을 갖춘 단일건축물의 거대도시다. 규모로는 높이 400미터, 폭 200미터, 길이 170킬로미터가 되는 유리 벽 마감의 ‘스마트 도시 국가의 건축물 계획’이다.

 

네옴시티 사업의 3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더 라인’ 조감도 © Shutterstock.com

앞서 유토피아 아키텍트로 언급한 요나 프리드만(Yona Friedman)은 결국 지하에서 자신이 승리했음을 알고 있을까? 더 라인(The Line)은 인간의 능력을 확인하는 프로젝트임이 틀림없다. G.E.A.M(Group d’ Architecture Mobile)그룹의 계획안이 세기를 지나 이렇게 완성된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학문으로는 유토피아 건축을 다시 구현하고 추진하는 현대 아키텍트들의 통찰력을, 누군가는 찬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이 재앙을 책임진다 해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아키텍트들이 지배적이지 않을까 싶다. 더 라인의 규모를 비유하자면, 서울의 상징인 인왕산보다 무려 60미터가 높은 거대한 높이의 유리벽이 170킬로미터 길이로, 즉 서울에서 강릉까지의 직선거리로 도달하는 길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식견으로는, 더 라인을 지을 수 있다는 가설은 이론으로는 펼칠 수 있지만 절대로 지어서는 안 되는 구조물이라는 마음이 확고하다. 무언가가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집단에 의해 구속되거나 그 영향으로 전체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모든 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건축의 역사로 비추어보면 근대건축과 현대건축을 넘나드는 시대적 배경에 사람도 건축도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었을뿐더러, 인간을 닮고 있는 건축과 건축을 품고 있는 도시는 마수와 같아서 인간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속성을 보면, 인간은 끝까지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집단 또는 국가는 욕망과 야망을 찾아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환경에서 지역별 기후변화는 이미 균열을 보여준 지 오래되었다. 현재 남극과 북극의 얼음은 대륙 전체를 녹이고 있으며, 지구 평균 온도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동토의 땅 툰드라에는 메탄가스가 다량으로 기화氣化하고 있으며, 코로나 19 이후 우려되는 새로 출현 가능한 질병이 이곳 툰드라에서 강력한 바이러스로 엄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지구 살리기 국제협약인 ‘RE 100’과 ‘CF 100’은 단지 협약에 불과한 상황이다. 처처에서 전쟁과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금, 170킬로미터의 탄소 덩어리를 해발 600미터 고지에 세운다는 것은, 인류가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선포와 같다고 판단된다.

더 라인이 건축되는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Red Sea를 마주하는 북서부 타부크Tabuk 주이다. 이 지역의 정확한 위도와 경도는 파악할 수 없지만,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는 해발고도가 높은 지리적 조건에서, 지구가 태양에서 조금 멀어질 때는 춥고 메마르며 흙먼지 눈雪이 내리는 곳이다. 이 버려진 황무지 위로 이집트 방향(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은 홍해의 수증기와 함께 타부크 계곡들을 관통해 요르단과 이스라엘, 그리고 멀리 시리아 쪽으로 공급하는 주요한 기후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타부크는 구약 성경에 따라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하겠다.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 하여 아카바 만Gulf of Aqaba에서 홍해의 기적crossing of the Red Sea을 체험한 후, 고난의 관문인 미디안 광야(Midian désert) 생활의 여정을 시작하는 지역이다. 모세이집트 신왕국:19왕조 시대 총리가 십계명의 두 돌판을 하나님께 받은 시내산Mount Sinai이 있는 타부크는 인류사에 의미가 매우 깊다 하겠다. 그러므로 네옴 프로젝트에 의해 ‘시내산이 훼손’된다는 것은 심각한 사건이 될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듯 최초의 도시 국가에 살던 아브라함이 우르Ur의 문화와 기술을 이집트에 전해주며 정착한 그의 후손들이 430년의 긴 세월 동안 더부살이를 마치고, 민족의 정체성이 분리되어 민족의 역사가 새롭게 기록되는 숨 가쁜 역사Bible(성경)의 흐름이 한 사람에 의해 묻히는 사건이 된다면, 이는 인류의 불행이자 피할 수 없는 과정일 것이다. 출애굽 당시 모세는 80세 황혼기 노인이었다. 그에 민족들은 40년 광야 생활의 긴 여정의 일부분을 전갈이 사는 타부크에서 시작했다. 다시 강조하면, 메마르고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척박한 광야에서, 나그네의 삶이 예언되어 있는 그들 앞에 타부크가 있었다. ‘더 라인(The Line)’이 완성되면 그들의 치열했던 삶의 여정도 마음속 기록으로 남을지, 아니면 기억조차 지워버리게 될지 누가 알랴!

 



4. 도시, 피할 수 없는 운명


(1) 메가 프로젝트와 스마트 도시
현대건축의 과도기에 천재 아키텍트들이 지구 여러 곳에 계획안을 만들어낸 거대한 업적들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네옴’ 프로젝트까지 요약해 살펴보게 되었지만, ‘메가 프로젝트들’의 업적들은 고사하고 네옴 더 라인에 의해 거대한 유토피아 건축에 대한 인간의 환상과 야망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탐험과 도전에 대한 인간의 본능이 그릇된 것은 아니다. 단지 마음속 본능을 바르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지구는 거대한 행성이자 생태계다. 지구 안의 종種들은 서로의 질서 속에서 균형 있게 존재해 왔다. 이에 반해 인간은 파괴하는 피의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위대한 창조물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세계는 지금도 끊임없이 확장에 공功을 들이고 있으며, 한국도 그 뜻에 동참하고 있다. 더욱이 자연을 파괴하고 공존의 질서를 무시하면서, 도시 속의 새로운 생태계와 자립 갱생을 주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동·식물들의 도시 생존을 정당화하는 상황까지 주장하고 위대한 듯 방송까지 하고 있다. 
지구환경의 질서에는 우산종umbrella species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식물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있으며, 심지어 눈으로 보지 못하지만 살아있는 균菌에도 있다. 지구 생태계는 프렉탈fractal 구조로 조직화 되어 있어서,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건축은 물론 도시 구조와 모든 디자인에 사용되고 있을뿐더러, 패턴이라는 응용 디자인까지 만들어지는 놀라운 법칙이다. 다시 말해 생명을 담당하는 원천의 열쇠이기도 하다. 프렉탈 구조가 변형됐다는 것은 분자나 원자의 핵의 균형이 분리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원소의 분열Element of fission’과 같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지만, 정리하자면 ‘종과 물질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붕괴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 단순히 우리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산술적인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권하는 이유는, 사람의 역사History of humanity는 내가 사는 환경만 다를 뿐이지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마치 프렉탈 구조처럼 말이다. 그래서 세상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지구 생태계는 복원 또는 본질을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인간만이 본질을 역행하려 한다. 

그렇다면 다가올 미래는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일찍이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자신이 평생 연구한 미국 도시를 평가하면서 도시의 질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도시의 기능이 수반되는 ‘질서’에는 집약성과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도시가 감당해야 할 문제 중 “금세기 많은 혁명적 변화 가운데 가장 심대한 것은, 아마 우리가 세계를 탐구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 정신적 방법에서 일어난 변화일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변화는, 새로운 사고와 분석을 위해 질서의 재발견discovery이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메가 프로젝트의 개발과 도전은 간단히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집단 또는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참고해야 할 사안을 제시하면,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도시는 불평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과 전자의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의 관계가 무엇이냐고 반문한다면, 거기나 여기나, 힘 있는 자나 돈 많은 자나,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은 일반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각지의 스타 도시들은 공통점이 있다. “도시는 승자독식에 빠져 있다”, “가장 혁신적이고, 부가가치 높은 산업에 기초한 금융·첨단산업 등 경제를 위시하고 있다”, “승자독식에 의한 산업의 극적인 세계화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계의 도시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아니, 확장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도시화의 한 야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평등한 도시는 공정한 도시일 것이다.”, “도시는 모든 시민이 공유하는 프로젝트 인지라… 공정해질 수록 모든 시민의 삶이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도시의 모든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어야 공정한 도시일 것이다.”, “공정한 도시를 건설하려는 노력은… 잘 사는 도심 지역에도 인프라의 가격대가 합리적이어야 한다” 도시의 불평등 때문에 논지에서 약간 벗어났지만, 다시 메가 프로젝트로 돌아가면, 이제 ‘AI 로봇’이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능력으로 위용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2) AI를 차용한 스마트시티
‘네옴’이 완성될 즘에는 대규모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문명의 충돌, 재앙(기후·기계·사람)과의 충돌, 그리고 질서와의 충돌이다. 더 강력한 것은 종교의 충돌이다. 오래전 <타워링>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지능형 컴퓨터가 빌딩 관리를 하는데, 건축물 내부에 화재가 발생하자 제어시스템의 오류로 화재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요구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단독으로 지어진 빌딩 안에서의 시나리오지만, 미래의 메가 프로젝트 안에서는 빅데이터를 탑재하고 양자컴퓨터로 운영하는, 놀랍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히 판단하는 AI가 도시 전체를 속속들이 통제·감시·운영할 것이다. 아직은 초보 단계지만, 카메라의 안면인식 등 사람에 대한 통제는 물론 금융에 대한 감시가 급격히 발전 중인 중국을 사례로 들 수 있겠다. 훗날 개인의 비밀까지 통제하는 연구를 지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미래의 도시는 기후변화에 가장 먼저 직면할 것이며, 생존을 건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모두 사람이 하는 싸움이 아니다. 그동안 도시는 ‘역사에서 드러났듯이 스스로 생존을 보장하는 데 무척 능숙했다.’ 그 이유는 자연에게 손을 빌려 복원력을 얻었기 때문이지만, 그렇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메가 프로젝트를 향한 “21세기형 도시를 건설하는 주역들인, Google, CISCO, Microsoft, IBM, SIEMENS, NVIDA, Huawei 등 이들이 컴퓨터를 중심으로 재탄생시켜 운영할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메가시티’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지속 가능한 체계를 완전히 구축”할 것이다. 이들이 가칭 ‘스마트 도시’의 ‘촉진자’들이다. “미래도시에는 모든 곳에 센서가 장착되고, 스마트폰이 중앙 컴퓨터로 다량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미래도시는 중앙 컴퓨터를 통해 교통상황, 에너지 상황, 오염도, 범죄와 사고 등을 탐지”할 것이다. 지금 “최초의 스마트 도시인 스페인의 산탄데르Santander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활동을 24시간 감시하는 2만 개의 센서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모델은 ‘사물인터넷 도시’, ‘유비쿼터스 도시’, ‘지각 도시’, ‘스마트 도시’ 등으로 그중 가장 일반적인 것인 명사로, ‘스마트 도시’가 가장 흔한 표현이라 하겠다.” 결국 스마트 도시에는 인공지능이 다양한 정보 수집과 모델링을 담당하고, “메타분석으로 사람의 이동을 분석”하고, 모든 시민에 대한 “디지털 방식의 강제적 감시를 통해 도시에서 일어나는 확산 상황을 추적하고, 효율성과 위기관리라는 명분으로, 메가시티 내부의 인간 활동을 속속들이 감시하는, 21세기형 도시 생활의 한 단면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사진 13> 1935년, 브로드에이커 시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자동차를 위한 미래도시. © 천서진
<사진 14> 2022년, ‘송도’ 스마트시티 일부분 - 마천루 전경, 장소-오라카이호델 © 천해빈

스마트시티 설계는 부가가치를 꿈꾸는 ‘메가 프로젝트’로 한국에서도 완성단계에 있다. 바로 ‘송도 스마트시티’다. 이 도시는 산탄데르보다 더욱 고성능의 업그레이드(Upgrade) 작업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꿈꾸고 있다. 송도는 60만 명(The Line-900만 명)이 거주할 예정이다. “수백만 개의 센서와 감시 카메라는 단일 플랫폼의 도시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되며,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미래를, 전 세계에 판매하기 위해 먼저 보여 주는 도시 진열장이자 실험실이라는 사실이다.”, “송도는 어느 곳에서나 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장점이라 하겠다. 세계 도시설계자들은 최신 도시 장치를 견학하고자 송도로 향하고 있다. 송도 전체의 운영체계는 약 100억 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이 도시는 고속으로 연결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이다. 이런 광대역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 송도 건설현장이다. 일찍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1932년에 상상한 브로드에이커 시티Broadacre City가 자동차의 능력을 중심으로 완전히 교외화된 미국을 그렸듯이, 송도는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의 잠재력”을 중심으로 완성해나가고 있다. 한편 송도에 CISCO와 IBM이 한국정부의 조달 업체로 관여하면서, 그동안 종이 기반의 관료주의官僚主義를 디지털 시대로 바뀌도록 했다.

 


(3) 새로운 담론
세상에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담론들이 분분하지만,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입질을 당했다. 지금은 ‘개방형 정보데이터’, ‘오픈소스 하드웨어’, ‘무료 네트워크’를 통해 스마트 미래도시에 익숙해지도록 적응하는 과정이며,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인간은 개인적으로는 나약하지만 집단이 되면 강한 존재가 되기 때문에, “스마트시티의 새로운 기술 중 진정한 ‘킬러 앱killer app’은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이다. 다가올 미래 도시는… 인류의 마지막 시도일 것이다.” 지구 전역의 시장(스마트시티)은 전자에 언급한 거대 기업들이 지배할 것이며, “스마트시티는 ‘정신적 상해(기계에 종속되는 뇌의 판단능력)’를 입힐 것이고, 시민을 바보로 만들 것이다. 조정적 스마트시티는 복잡한 인간적 또는 이성적 차이 속에 사람들을 참여시켜 ‘정신적 자극’을 가할 것이다.” 이런 일들은 모두 AI가 담당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명령하는 그런 상황이 지나고 기계가 스스로 한다는 뜻이다.

 

<사진 15> AI 로봇. 미래, 기술 © pixabay.com

지금 AI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넘어 스스로 ‘딥 러닝Deep Learning’으로 전환했다. AI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해, 과학자들은 스마트 도시가 완성된 이후에 우려되는 의견을 말한다. 우선 지배 계급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통제 수단을 들 수 있다. 즉 집단 또는 국가를 믿지 않는 개인을 감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세계적 글로벌 그룹들의 초 경쟁 시대에 들어가면서 국가의 정치적 힘보다 기업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양상으로, 기업이 정도를 지키지 않고 도덕성 인권 윤리와 법들이 무시되어 자연히 국가의 정체성과 경계가 붕괴해 흐려질 것이다. “지금은 기계가 사람과 대항해 경쟁하지만, 올바른 여건이 조성되면 기계가 사람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인간이 과연 올바른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까?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예언했다. “통제 불가능한 AI 시스템의 개발과 출시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아니다. AI 연구소가 그저 순수한 연구일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5. 닫는 글
각자 관심의 정도에 따라 짤막한 고대사 속 역사가 전하는 사실들을 다르게 느끼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역사가 지금도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현대건축의 천재 아키텍트들도 오늘 우리와 같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불행인지 축복인지, 작금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한 번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앞으로는 더 편안하지 않을 것을 나는 장담한다. 이 상황에서 몇 가지 메가 프로젝트는 모두가 알고 있고 아직 그럭저럭 잘 사용하고 있지만, 내면을 보게 되면 사실 인류가 잃은 것이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발견해야 할 것이다. ‘네옴’의 더 라인(The Line)은 돌아올 수 없는 우주선이라고 비유하면 꼭 맞지 않을까 싶다.
세간에서 AI에 대한 뉴스는 여러 우려 속에 최고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AI가 없으면 운영체계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며, 현재 삼성, TSMC, 일본은 ‘맞춤형 메모리’ 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보다 ‘완벽하고’, ‘우수한 성능개량’을 위해 더 ‘편리하고 안전한 운영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이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마트시티(메가 프로젝트)는 이러한 체계를 차용할 것이며, 사람에 대한 어떠한 문제들도 다 해결할 수 있는 결과물을 완벽하게 보여 줄 것이다. 그리고 “‘신神’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AI는 지금도 전 세계의 모든 데이터를 빨아들이고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4차 산업혁명의 질서는, ‘빅 데이터(Big Data Statistical Analysis)’·‘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로봇공학(Robotics)’·‘사물 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의 네 가지가 중심이다. 이것들이 사람 앞에 시대의 ‘질서’를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사람을 대신할 것이다. 그리고 메가 프로젝트를 담당해 설계하고 건설하여 스마트시티(도시)에 존재감을 정확히 이식移植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거대 네트워크끼리 자기들(AI)의 존재를 소통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 운영 중인 GPS가 조만간 KPS3로 교체되면서, 시간·공간·정보·통제에 대해 독자적으로 소리 없이 지배하는 속도가 대단히 빨라질 것이다. 서두에 먼저 ‘질서(ordre, discipline)’에 대한 언급을 강조한 바 있다. 인간에 대한 질서! 내가 찾을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바쁜 일상 때문에 잊고 있던 본질을 찾기를 권한다. 우리는 지금도 지구환경으로부터 질서에 대한 경고를, 도시 문명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일찍이 우리는 질서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오늘도 질서 안에서 살고 있다. 인간은 지혜롭지만 나약한 존재인지라 방어벽이 절실할 것이다. 그 해법은 바로 질서 안에 있다. 인간 내면에 잠자고 있는 본질과 정체성Identity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동력을 일깨우는 ‘질서’는 비록 도시에 가려져 있지만, 아직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고대 잃어버린 도시! 살아온 도시! 다가올 스마트시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디론가 빨리 달려가고 있다.” 누가 이렇게 말했던가. 인류가 만들어낸 발명품 중에 가장 비극적인 실수는 ‘로봇Robot’이다. 이 로봇이 스마트시티를 지배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건축계의 미래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건축사들은 오늘날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다니엘아 마지막 때까지 이 말을 간수하고 이 글을 봉함하라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
- 다니엘:11:12 -

 

 

 

 

 

글. 천서진 Cheon, Seojin 종합건축사사무소 아키리움

 

 

천서진  건축사 · 종합건축사사무소 아키리움

 

대한민국 건축사(KIRA)로 서울시립대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건축가협회·US-가치공학협회 정회원이며 현대건설(주), 김중업건축(주), 맥 종합건축(주) 등에서 근무한 바 있고 경기미술대전, 한국건축전 등에서 수상했다. 「교회건축의 노인프로그램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 연구」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고 「지역사회 노인을 위한 종교시설의 활용 가능성 연구」 논문 등을 발표했다.

a7w7arc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