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태국건축사협회 엑스포 참관기 2024.6
Report on Association of Siamese Architects(ASA) 2024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5일간 방콕에서 진행된 ‘ASA EXPO 24’와 태국건축사협회(Association of Siamese Architects, 이하 ASA)가 주관하는 아시아 협회 간 행사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남아 지역 국가의 건축적 역량과 건축 단체의 활동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지 못한 터라 큰 기대 없이 참관했기에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보다 생생하고 정확하게 현장을 전달할 필요를 느끼며 글을 써 내려간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수완나폼 국제공항을 나오자마자 엄청난 열기가 온몸을 감싼다. 4월 말의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곳, 태국 방콕이다. 대한건축사협회(KIRA) 회장단과 국제위원회의 표정에서도 이 더위가 읽힌다. 도대체 여름은 얼마나 더 더운지 묻자 태국건축사협회에서 마중 나온 놈(Noom)은 건기가 끝나는 4~5월이 가장 덥다고 답했다.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밴에 몸을 싣고 수쿰빗(Sukhumvit)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했다. 창밖으로 월도프아스토리아(Waldorf Astoria), 파크하얏트(Park Hyatt), JW 메리어트(JW Marriortt), 로즈우드(Rosewood) 등의 럭셔리 호텔체인들이 줄줄이 보였다. 아시아 최고의 데스티네이션답게 수많은 관광객과 그들을 위한 잘 디자인된 건축, 그리고 인테리어 공간들이 펼쳐진 수쿰빗은 방콕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건축사의 스팟인 듯하다.
프레지덴셜 포럼(Presidential Forum)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김재록 회장, 이정용 국제위원과 함께 협회 간 행사의 첫 세션인 프레지덴셜 포럼에 참여했다. 오쿠라 프레스티지 방콕 호텔(Okura Prestiage Bangkok Hotel) 소라룸(Sora Room)에서 ASA를 비롯해 라오스(ALACE), 중국(ASC), 홍콩(HKIA), 인도네시아(IAI), 파키스탄(IAP), 인도(IIA), 일본(JIA), 한국(KIRA), 말레이시아(PAM), 브루나이(PUJA), 싱가폴(SIA), 스리랑카(SLIA), 필리핀(UAP), 베트남(VAA), 아카시아 회장단(아시아건축사협의회, ARCASIA Office Bearers), 아카시아 위원장단(ARCASIA Committee Chairs)이 참여해 ① 각국의 젊은 건축사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무엇인가? ② 각 협회는 어떻게 젊은 건축사들을 지원하고 있는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각국별로 발표하고 질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는 KIRA를 대표해 한국의 젊은 건축사들이 처한 척박한 환경과 협회가 시행하고 있는 신진건축사 워크숍, 건축사라운지 디자인 공모전, 신진 건축사를 소개하는 인터뷰인 ‘I AM KIRA 시리즈’를 소개했다. 각국의 발표에서, 건축시장의 축소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설계비의 이슈는 국가의 경제력 대비 체감 차이가 있을지언정 공통적인 우려의 대상이었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40세 이하 신진건축사의 비율이 50%를 넘어 개발도상국으로서 젊은 건축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이들의 주도적인 활동이 협회와 건축계의 중요한 원동력임을 인지하고 다양한 지원방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ARCASIA의 지역별 섹션인 Zone A(인도 주변국), Zone B(인도차이나반도 주변국)의 경우 Zone 내 국가 간의 젊은 건축사 포럼, 전시회, 렉처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젊은 건축사들의 국제적 활동에도 지원과 활동이 활발함을 인지할 수 있었다. Zone C(한·중·일을 비롯한 몽골, 홍콩)도 이런 젊은 건축사 간의 공동 플랫폼을 조속히 만들고 지원해 국제무대에서 주축이 될 수 있는 경험의 축적이 절실하다. ARCASIA의 젊은 건축사 위원회인 ACYA는 각 회원국 내의 100개의 젊은 건축사 이벤트를 지원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우리도 이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날 저녁에 이어진 환영 만찬에선 KIRA 신임 김재록 회장이 각국의 회장단 및 새롭게 구성된 아카시아 회장단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ACA 21에 대한 홍보 역시 회장단과 국제위원회가 이번 행사를 참여하는 목적 중에 하나였기에, 맛깔나는 태국 요리를 눈앞에 두고 인천 ACA 21의 준비사항과 주변 인프라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다들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새롭게 지어진 센트럴 엠버시(Central Embassy) 건물의 유려한 곡선의 금속 마감 위로 반사되는 방콕의 야경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ASA 포럼의 첫날이 저물었다.
협회 간 간담회(Inter-Institute Meeting)
둘째 날 6시, 로비에 집결해 러시아워를 피해 30분 거리의 엑스포 메인 전시장인 임팩트 컨벤션 센터(Impact Convetion Center)까지 이동했다. 아침으로 간단한 빵에 커피를 곁들여 마시면서 ASA 회장단과 간담회를 시작했다. KIRA는 ASA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상호 협력하고 있으며, 매년 방문을 통해 그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있다. 양국 신임 회장의 인사와 함께 김재록 회장 취임 후 법제도 개선 노력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임수현 국제위원의 ‘ACA21 인천’ 소개 프레젠테이션 및 협조 요청, 양국 간의 학생 인턴십 프로그램 논의가 이뤄졌다.
ASA EXPO 24
간담회 후 엑스포 장소를 둘러봤다. ‘ARCHITECT'24 EXPO’는 태국건축사협회가 주관하는 아세안(ASEAN)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건축자재, 건설기술과 관련된 기업을 소개한다. 올해의 주제는 ‘Collective Language’로 건축을 커뮤니케이션 언어 중 하나로 보고 시대와 문화를 소통하는 건축언어의 집합적 형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중앙 메인 세션에선 주제에 따른 기획으로 해외건축사들의 작업, 태국건축상 수상작, 태국 설계회사들의 작업, 학생들의 작업들이 각각 섹터로 전시됐다. 콘텐츠의 질뿐 아니라 전시된 건축 디자인의 수준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태국 건축계의 성장을 보여주는 듯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전시의 모든 부분들도 소홀함 없이 잘 준비되어 있어 새삼 ASA라는 협회의 역량에 대한 놀라움 또한 더해졌다. 매년 열리는 엑스포를 함께 준비하며 전시기획, 마케팅, 운영을 각각 담당하는 회사들이 전문성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 건축사의 전시에는 매스스터디, 신아키텍츠, 시스템랩, SAC International 등의 한국 작업들도 발견할 수 있어 반가웠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건축전시와 행사가 세계적으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해외 행사에 대한 이해와 차별성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함을 느꼈다. 내년에 열리는 ACA 21 인천 대회 준비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오후에는 ASA를 후원하는 태국 ‘마하 시린톤’ 공주가 주최하는 엑스포 개막식이 열렸다. 각국 협회 회장단과 ASA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배석하고 엄중한 경비와 공주를 수행하는 많은 인력들이 배치된 격식 있는 의식으로, 서구 열강의 침략을 버텨낸 태국 왕실의 위상과 국민들의 존경심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공주는 행사를 준비한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선물을 전달해 태국 왕실에서 태국건축사협회의 지위를 높게 인정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렸다.
건축투어
마지막 날 역시 이른 새벽부터 이동해 설계공모를 통해 완공된 국회의사당 건축투어를 시작했다. 당선된 설계사인 Architects 49 Limited (A49) 의 건축사들이 그간의 작업과정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소개했다. 이상적인 국회의사당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한 디자인은 상당히 위엄 있고 권위적이며 불교적 색채를 띠고 있었다. 서구의 개방적이고 낮은 자세의 최근 국회의사당 건축과의 접근이 다르다는 질문에, 건축사는 왕권과 불교가 지배하는 태국 사회에서 이상적인 정치적 상태는 평화라는 말로 답했다. 강력한 왕권, 그리고 불교에 귀의한 왕실과 성인 남자는 최소한 한 번 수도 생활을 해야 하는 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사회적 이해 없이는 건축의 작은 제스추어 하나도 바르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임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으나, 성장하는 태국건축과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태국건축사협회의 결과물을 눈으로 보고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국제 건축계에서 아시아 변방의 건축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 회원들도 국제적인 건축행사를 탐방하며 국제적 감각과 더불어 미래를 준비하는 건축의 비전을 키우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사진. 이기철 Lee, Kichul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
이기철 건축사 · (주)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
유씨버클리(U.C.Berkeley) 환경디자인대학원 건축학석사로, 미국 뉴욕의 프레데릭 슈왈츠아키텍츠(Frederic Schwartz Architects)와 한국의 공간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2년 아키텍 케이 건축사무소(Architect-K)를 개소해 운영 중이다. 아카시아 건축상 골드메달, 아키텍처 마스터프라이즈 베스트오브베스트, 시카고 아테나움 국제건축상, 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본상, 아천건축상, 신진건축사 대상 최우수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kichul@architect-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