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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장 설비와 견학 프로그램의 조화. 기능적으로, 또 프로그램적으로 재생·순환의 가치 담아내” 김이홍 건축사 2024.6

월간 건축사지 2024. 6. 30. 10:40
Harmony of plant equipment and tour programs Capturing the value of regeneration and circulation functionally and programmatically

 

 

 

지난 5월 10일, ‘수퍼빈 아이엠팩토리’를 설계한 김이홍 건축사(주.건축사사무소 김이홍아키텍츠)를 만났다.

수퍼빈 아이엠팩토리는 화성시에 위치한 자원순환시설로, 버려지는 폐 플라스틱을 고품질 플레이크로 제조하는 순환 시설이다. 일반적인 공장이 아니라 미술관과 유사한 외관을 가지고 있으며, 공장의 기능과 함께 재활용 과정을 전시 및 관람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돼 견학 동선을 포함하고 있다. 창의적인 U자 형태의 배치는 순환 시설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며, 차량의 이동 경로도 하나로 통합한다. 조경과 설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외부 공간부터 건축물의 의도를 드러내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담은 건축물을 설계한 김이홍 건축사(주. 건축사사무소 김이홍아키텍츠)를 직접 만나봤다.

 

 

# 최대한 다양한 업무 시도 중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

박정연_ 월간 <건축사>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이홍_ 현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축사사무소 ‘김이홍아키텍츠’의 대표로 설계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증 상의 정확한 개설일은 있지만, 실제로 사무소를 시작한 지는 7년차 정도입니다. 젊은 사무소로써,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가능한 다양한 업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건축물은 단열 등 다양한 법규를 준수해야 하지만, 실 내의 경계가 없는 비엔날레 행사의 구조물 등은 그런 면에서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간 자체의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건축물 뿐만 아니라 파빌리온과 같은 구조물, 임시 구조물에도 최대한 많이 참여하려 합니다. 건축은 사람 간의 소통과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에 클라이언트와 시공자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돼야 만족스러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 플라스틱 자원 재생 프로그램 담은 ‘수퍼빈 아이엠팩토리’
  공장이라는 시설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 되길 

박정연_ 폐기물 재활용시설인 ‘수퍼빈 아이엠팩토리’는 플라스틱 자원 재생이라는 굉장히 특별한 프로그램을 가진 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장 가능성이 있는 이슈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설계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이홍_ 말씀하신 대로 도전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많이 이야기하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가진 회사의 공장이었기에 더 의미가 깊었습니다. 수퍼빈 클라이언트는 이 공장을 직접 운영하고자 하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건축 설계뿐만 아니라 브랜딩과 공간 기획을 총괄한 프로젝트 기획팀이 있었습니다. 저는 건축 설계 부분에서 협업하다가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협업할 수 있는 구조였기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건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조경도 매우 중요한 요소였기에 나중에는 조경팀과도 협업하며 작업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장이라는 시설물에 대해 다른 인식을 얻고, 이와 같은 자원 순환 시설을 또 다른 기회로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순환경제 사이클 강조한 클라이언트
   입·출고 지점이 동일한 U자형 설계, 순환경제 드러내는 심벌

박정연_ 트럭이 한 공간에 있으면 U자 공정을 돌아 같은 장소에 결과물이 나오는, 땅의 형태부터 입고부터 출고까지의 동선 등이 매우 잘 짜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동선이나 작업 과정을 설계할 때 고려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김이홍_ 공장이기 때문에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하게 충족돼야 합니다. 건축주는 단순한 공장 시설에 더해 일반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교육적이고 문화적인 프로그램을 고려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공장시설은 인근의 인식으로 인해 도심에 건축할 수 없고, 인허가 조건도 엄격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플레이크로 만드는 설비 라인에 대해 새로운 장비를 만든 클라이언트 수퍼빈과 설비 업체의 자문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설비 라인은 150미터 길이의 공간이 필요하고, 공장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일렬로 배치돼야 했습니다. 그러나 일렬 배치는 대지에 맞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양한 폐플라스틱의 중간 과정을 고려해 다양한 동선을 고려한 결과 U자 형태의 계획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대지의 제한을 기회로 삼아 탄생한 형태로, U자 형태의 각 끝부분은 입·출고를 담당하는 하역장입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소비된 폐기물이 새로운 제품으로 재활용되는 순환경제의 사이클을 강조하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반영한 건축적 제스처로도 보입니다. 두 하역장이 원형으로 만나지는 않지만, 같은 지점에 존재하는 모습은 명료한 심벌로서 지도상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수퍼빈 아이엠팩토리> © 홍기웅

# 시작과 끝을 한 번에 경험하는 진입 동선
   친환경 재활용 공장을 통해 보여주고픈 자연의 모습 담은 ‘메신저’

김이홍_ 다음으로는, 프로그램적으로 공장과 견학은 조합하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공장의 위험한 설비나 진동, 소음 등의 환경에서 어떻게 일반 소비자, 즉 일반인들을 안전하게 맞이하고 효율적으로 내부를 소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견학 동선을 설명하자면, 주차 후 건물을 바라보며 진입하는데 이 진입부에 큰 조경마당이 있습니다. 전시 관람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차에서 내려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U자 형태의 건물 중앙에는 조경 숲이 있고, 숲을 따라 건물로 진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장 내부를 엿볼 수 있는 창문들이 의도적으로 배치됐습니다. 이로써 폐기된 플라스틱 병이나 플레이크로 가공된 최종 결과물 등을 미리 보여줍니다. 출발점과 도착점을 동시에 경험하고, 숲을 통해 건물로 들어가면 3층까지의 관람 동선도 U자 형태로 설계돼 있습니다. 설비 라인을 따라 전체적인 공장 구성을 살펴보며, 3층에는 전시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4층으로 올라가면 더 넓은 휴게공간이 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차로 돌아가는 길에는 다시 처음 진입했던 조경 숲을 지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은 메시지를 한편의 경험 동선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좋은 건축물 나오기 위해 많은 이들의 노력과 정성 필요

박정연_ 해당 건축물을 견학하면서, 메가패널을 뽑아낼 때 적합한 사이즈가 생산되지 않아 사출기를 현장으로 옮겨 뽑아낸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이홍_ 메가패널이 아니라 성형스틸패널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만약 3층 상부까지의 높이가 15미터라면, 가장 아래 부분은 시멘트 블록으로 1미터 정도를 쌓아 방수벽 역할도 하고, 화물 트럭과의 충돌 등을 고려해 강력한 레이어를 형성하고, 그 위에 두 구간으로 금속외장스틸패널을 사용했습니다. 아래 부분의 높이를 대략 3미터로 가정하면, 위쪽은 대략 10미터로 한 판으로 수직의 골이 있는 형태입니다. 1.2미터짜리 철판 롤을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으로 운반하는 것이 어려워 중간에 끊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철판 롤과 사출기를 현장으로 갖고 와 10미터 길이로 뽑아내서 설치했습니다. 이는 설계자로서도 흥미로운 과정이었습니다. 시공 과정에서 우리의 설계 의도를 이해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정연_ 선홈통도 숨길 수 있는 센스 있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이면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끝단만 밖에 노출돼 있으면 유지관리에 좋기 때문입니다. 이는 공장 창고의 좋은 사례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외벽의 디테일을 보내주시면 작품과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재생 건축 자재 사용, 현실적 어려움 있으나 중요한 문제

박정연_ 자원 재생과 건축의 관련성에 대한 의견도 궁금합니다. 재생 건축 자재가 많이 생산되고 단가가 합리적이라면 저도 많이 활용하고 싶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이홍_ 민감한 내용이라 생각하는데, 수퍼빈 프로젝트에 적용된 사항은 없지만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재료를 이용해 건축물이 지어졌다면 스토리가 완벽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작품을 진행하면서 인테리어 재생 자재를 알아보았는데, 현실적인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자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두 배 정도 비싸죠. 취지는 정말 좋지만, 아직은 활용이 아쉬운 한계가 있습니다. 법적인 혜택이나 정책적인 지원 없이는 특정한 클라이언트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측면이 아쉽지만, 2층과 4층의 일부분에서는 곡면에 한 쪽 내장재로 사용된 부분이 있습니다. 인테리어나 가구적으로는 실제로 활용하지 않아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분은 재생의 의미를 담아 만들어진 것이며, 건축 부분에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재생 자재 활용에 관한 문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규모 관계없이 완성도 있는 프로젝트 남기고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관심
  
박정연_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당 수상이 추후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건축사님의 향후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이홍_ 2018년에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당시에는 한 명의 직원만이 있었고, 거의 혼자서 작업하는 상황으로 현재와 같은 규모의 사무소는 아니었습니다. 수상을 통해 직접적으로 의뢰와 연결된 부분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상이 초반에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의 건축 설계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이제 7년차로 직원이 7명 정도인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한 건축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잔잔히 오랫동안 일하고 싶습니다.
프로젝트로서는 규모에 관계없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최선을 다해 완성도 있는 작품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모든 건축사가 기여한 흔적이 결과물에 남는다고 생각하기에, 클라이언트와 방문객들 모두에게 만족과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구합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섬세한 작업에 집중한 편이었다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접할 때마다 방향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작은 프로젝트에 주로 흥미를 느끼지만, 작업을 할수록 새로운 도전에도 관심이 가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단독주택 같은 개인적 작업부터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적인 건축물까지 균형을 맞추며 작업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건축물과 공공 건축물 모두 큰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런 가치를 더욱 실감했습니다. 
또한 현재 IT나 인공지능 등이 건축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전문가들의 작업 방식이 변하면서 건축도 분명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축계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다소 느린 것으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미학적인 건물 외에도 새로운 시설이나 시스템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데이터센터나 자원순환시설과 같은 하이테크 프로젝트 또한 의미 있는 도전으로 여겨져, 이러한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박정연_ 마지막으로 월간 <건축사>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김이홍_ 시대가 변할수록 양질의 공간이나 건축물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설계자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의 시작이 되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마인드도 중요하고, 서포트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설계를 구현하는 시공 단계도 매우 중요합니다. 건축사 혼자만으로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어렵지만, 이제는 모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건축사> 등의 매체를 통해서도 여러 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니, 앞으로 다양한 정보와 좋은 소식을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김이홍 Kim, Leehong (주)건축사사무소 김이홍아키텍츠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사진 박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