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혁신의 끝에는 상생, 오늘의 건축 미학을 오롯이 담아내는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주)정림씨엠건축사사무소 2024.6
At the end of innovation is coexistence, ‘JUNGLIM Architecture & CM’ that captures today’s architectural aesthetics
정림 3인 대표이사의 공통 발언, “리스크와 인재 관리가 핵심”
‘상생’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국내 건축사사무소가 있다. 이 사무소는 창업주의 철학을 공유해 건축사와 건축인들의 또 다른 성과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 보기 드문 비교적 빠른 시기에 선보인 디테일집 등을 통해 대중에게 한국 건축 기술의 높은 수준을 소개하기도 했다.
1967년 정림건축연구소를 통해 이름을 알린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는 국내 건축사사무소 최초로 컴퓨터 지원 설계 방식인 캐드 시스템을 도입했고, 끊임없는 혁신 과정에서 업계 최초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전문 경영인 체제도 선보였다.
현재는 데이터 센터, 병원 등 전문화·세분화되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와 첨단 설계 부문의 대표가 투타워 체제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 저력을 보이고 있는 CM 부문이 독립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월간 건축사에서는 1993년 공채로 입사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설계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정용교 설계부문 대표이사, 정림건축의 디자인을 이끌어온 첨단설계부문 이명진 대표이사, 그리고 가장 먼저 정림맨이 되어 설계와 기획 분야를 담당하며 축적된 내공으로 CM시장을 빠르게 정착시킨 방명세 정림CM 대표를 만나 오늘날 정림의 포스트 혁신에 대한 과제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최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프로젝트 간 리스크 관리부터 인력 운용의 핵심, 그리고 그 속에서도 지켜지는 정림만의 나눔과 상생의 건축 철학을 만나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미래 100년을 준비하며, 사회 변화에 앞서가는 조직으로 인큐베이팅 역할 다할 것”
Q. 올해 설계부문에서 첨단설계부문이 분리됐는데요. 설계부문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 올해 CM과 첨단 설계가 분가했지만, 나머지는 설계 부문에 남아 있기에 기존에 정림건축이 강점을 보였던 설계 부분을 아우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레거시(Legacy) 부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외부적 시각에서 어떻게 나눌지를 먼저 고민한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사이드, 고객의 시각으로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클라이언트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출발점이 고객과 시장에 있다고 보고, 레거시와 첨단 설계 부문으로 나누게 됐습니다.
Q. 조직 개편 후 어떻게 프로젝트를 향상·발전시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직 개편을 통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관점을 변화시켜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춰 시장을 탐색하는 것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설계 부문이 분할됐지만, 더 나아가 비즈니스 유닛(BU)이라는 개념이 도입됐습니다. 이전에는 정림이 어떤 작품을 추구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고객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로 고객 시장에서의 관점을 확대하고, 외부에서는 어떻게 우리를 인식할지부터 고려해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과거에는 고객이 정림을 찾았지만, 이제는 BU 리더들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고객을 직접 찾아가며, 시장과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직 구조와 행동양식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정림의 BU와 비즈니스 파트너를 식별하기 위해 누리집을 개편해 대표가 아닌 비즈니스 리더들을 먼저 선보이고 있습니다. BU 대표는 수주 결정부터 해당 사업에 대한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합니다. 과거에는 중앙집중적인 구조에서 대표가 결정을 내렸지만, 이제는 더 탄력적이고 젊은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각 분야에 맞는 전문성을 갖추고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 헬스케어, 로지스틱스 등 각 분야별 BU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병원을 건축하려는 경우 헬스케어 BU를 통해, 물류 창고를 건축하려는 경우 로지스틱스 BU를 통해 필요한 정보와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Q. 설계 부문에서 시행 중인 주요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는 무엇인가요?
각 BU마다 다릅니다. 어떤 부서는 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다른 부서는 도심 재개발이나 업무시설 리모델링, 복합 상업시설 전문 팀일 수 있습니다. 특히, 신규 부문에서는 첨단 기술과 빅테크 분야에 주력하고 있으며, 레거시 부문에서는 병원부터 주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총 14개의 BU가 각자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조직이 커짐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이러한 도전을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림건축은 1967년에 창업되어 곧 6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한 3세대를 경험하고 있는데, 이후의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축설계업 자체가 유명한 건축사를 따르는 시장이라 조직을 이끌던 분이 물러나면 폐업이나 쇠락하는 사례가 흔한데, 정림은 이러한 방식을 거치지 않고 가치를 중심으로 조직을 다시 구축했습니다. 정림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세대를 넘어가는 것은 쉬운 도전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 당시의 변화와 혁신 수준에 부합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에 구속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조직이 쇠락할 수 있다는 자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조직 개편의 목표 중 하나는 차세대 정림의 리더를 육성하고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BU 조직을 통해 성장한 리더를 발굴해 우리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문이 확장되고 BU가 강세를 보이게 되면, 특정 분야에 뛰어난 인재를 채용해 새로운 부문을 개척할 계획도 있습니다.
Q. 정림건축의 변하지 않는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신입사원이었을 무렵 설립자였던 김정철 명예회장님과 나눈 대화에서 ‘사회적 공기’, 즉 공적인 그릇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공기 안에 훌륭한 인재들이 협업해 사회적 기여가 되는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림이지, 설립자라고 해서 오너가 소유권을 가진 주인의 개념이 아니라는 역할에 관한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정림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나아갈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정림건축의 작품은 방향성이 달라 보이지만, 어떤 큰 공적 그릇에 담겨 정림만의 것이 아닌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빚어낸 결과물이고, 그 과정에 작품뿐 아니라 인재들을 육성해 정림 출신의 건축인들이 많이 사회에 나가서 그런 건강한 의식들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계 발전을 위해 사회적 역할에 기여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본사의 김정철 홀을 대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재 관련 책자나 건축 디테일집의 발간, 소규모 사무소가 BIM을 도입하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배포하는 등의 사회적 기여 활동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김정철 서체를 개발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림정신의 발현에 힘쓰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신다면.
고객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예전에는 교회 설계가 주된 업무였지만, 최근에는 대형 교회를 설계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BU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회사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를 다루는 전문가가 부족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는 직접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인큐베이팅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고령화 사회로 인한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분야에 대한 연구와 관심을 지속할 것이며, 새로운 BU를 개발해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이것이 정림건축의 강점이자 계속해서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60주년을 맞아 사회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100주년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하고자 합니다.
“내부 혁신으로 사회 요구에 적극 대응, 선한 영향력 전파 위해 최선”
Q. 첨단설계부문의 탄생 배경은 무엇인가요?
재작년 말 내부에서 기획이 시작됐고, 저는 TF장으로 임명되어 작년 3월부터 1년간 조직을 구성하는 데에 참여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4차 산업의 파장으로 사회, 기술, 경제, 산업 등에서 급격한 변화가 느껴졌고, 이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조직의 생존이 어려울 것임을 내부에서 인식했습니다. 이에 따라 혁신과 도전에 대한 욕구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욕구와 중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이 내부 혁신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모빌리티, 데이터 등의 산업 분야는 정림건축이 7~8년 전부터 준비해온 신성장 포트폴리오입니다. 내부 조직의 변화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에 전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첨단설계부문이 탄생한 것입니다.
Q. 사업 분야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다른 부문과는 어떻게 협력해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비즈니스 마켓 관련 부분에서는 반도체, 이차전지, 스마트오피스, 모빌리티, 데이터센터 등의 사업 분야가 있습니다. 첨단설계의 사업적 부분을 말씀드리면, 반도체 같은 경우 7~8년 전부터 프로젝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구체화됐습니다. 기술력뿐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일반 설계를 통해 어떻게 사람 중심으로 건물을 바라보고 환경을 고려하는지를 표현했습니다. 우리의 기술력이 이쪽 분야에서 클라이언트와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링쪽에 가까운 부분에서도 건축적 수요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일반 건축, 레거시 분야에도 저희의 기술적인 부분들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토털 건축으로 완성해나갈 수 있는 상호 관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확장을 통해 내실을 다지며 종합건축사사무소로서의 면모를 갖고 가려는 모습이 시장에서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Q. 첨단설계분야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앞서 사업 분야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또 하나 워크스타일과 관련해 크게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GT(그린 트랜스포메이션)로 나눌 수 있습니다. DT는 수많은 분야에서 건축계 시장에 침투하고 있고, 우리도 그에 발맞춰 서로 확장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무 방식이 기존에 머물러 있으면 위기감을 느낍니다. 공정에 앞서 기획 영역에서도 개발자 등의 다른 영역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후단의 건설사나 유지관리 부분에도 DT 움직임이 크게 일어나고 있는데, 건축설계 분야에는 변화가 더디게 일어나고 있어서 이런 DT를 통합·활용한 우리의 워크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하나의 숙제입니다. GT는 저희가 만든 용어인데요. 지구 환경 온난화에 대응하는 사회와 클라이언트의 요구들이 현실이 되어 선언적인 대책이 아닌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사회에서 요구하고 있습니다. 2050 탄소 중립 등 탄소 배출 관련 문제들이 그렇습니다. 먼 미래 같지만 클라이언트들은 실현을 위한 2030계획을 따로 수립하고 있고, 2030은 우리가 지금 설계하는 건축물에 바로 적용돼야 하는 부분입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목전에 당면한, 이미 늦은 일이라는 거죠. 당장 해야 하는 일이기에 전체 설계 공정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DT와 GT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두 DT, GT 분야가 우리 첨단 설계 분야의 핵심 워크스타일입니다.
Q. DT와 GT로의 전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선도적인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있었지만, 저희는 회사로서 철저한 연구를 통해 명분과 목적을 확립하고 기술과의 통합을 시도하며 전반적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크게 설계 자동화, 행정 자동화, 소통 강화, 데이터 관리 등 네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설계 자동화’ 부분에서 정림건축이 지향하는 것은 특정 범용 소스가 아닌, 해당 분야에 전문적으로 맞춤화된 자동화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20여 가지의 자동 생성 관련 알고리즘을 계획하고, 실제 프로젝트에서 베타 버전을 시도해 피드백을 받아 계속 발전시키고 있으며, 올해는 내부 프로젝트와의 결합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또한, 여러 관리 부분에서의 ‘운영 자동화’는 올해부터 시도하고 있습니다. 각종 클라이언트 관련 정보 보안 및 활용, 경영 지표 자동화 등이 그 예입니다.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운영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AI를 사용해 일부 계약서를 검토하는 등 몇 가지 요소들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법적인 측면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업무 현장에서 리모트 워크를 어떻게 실행할지, 계속해서 분리된 업무 공간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공동체 의식을 유지할지에 대해 회의 문화부터 내부 간 소통, 외부와의 교류, 작업 장소에 대한 고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상용 앱과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특정 부분에 대한 커스터마이징을 계획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관리, ‘지식 관리(knowledge management)’ 분야입니다. 정림건축은 오랜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내부에는 오래된 데이터가 많습니다. 이전에는 아카이빙할 때 스캔해 컴퓨터 하드에 저장했지만, 서버 공간만 더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터로부터 우리의 지식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카테고리화해 어떻게 활용할지, 어떻게 인식하고 접근해 가치를 만들어낼지, 그리고 보안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데이터 관리가 진행 중입니다.
Q. 정림건축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선한 영향력과 자극을 주길 바라는 게 실질적인 마음입니다. 우리는 거버넌스 지휘체계 등의 집단 지성을 활용해 경영 문제와 과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접근을 지속적인 경영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수직적인 위계가 없고, 한 명의 독점적인 CEO 체제를 벗어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정림건축은 선대 회장부터 팀워크와 조직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그러한 가치가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팀워크와 조직적 경영 방식이 구축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 정림건축이 안정적이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레거시로만 보이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20여 년 전에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정림건축은 매우 도전적인 기업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디테일집과 캐드를 도입한 사실도 있지만, 기본적인 디자인과 기술에 관한 부분, 안정된 조직 문화와 함께 많은 선배들과 내부의 노하우와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후배들이 안정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이러한 대규모 조직 개편을 통해서라도 변화를 주도하려는 모습들이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림CM,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조성고기술, 고부가가치 사업에 박차 가할 것”
Q. 최근 CM 업무 가이드북을 발간했습니다.
국내에서 CM이 도입된 지도 어느덧 30여 년이 경과했습니다. 그동안 건설 프로젝트의 대형화, 복잡화, 전문화 추세에 따라 품질, 비용, 일정 등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CM은 많은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현재는 건축, 플랜트, 토목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정림건축에서 2023년 물적분할에 의해 분사한 (주)정림씨엠건축사사무소는 정림만의 철학인 상생의 실천을 위해 CM 업무 가이드를 배포했습니다. 시장의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은 분명하나, 여전히 개인의 역량과 경험에 따라 CM이 좌우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많습니다. CM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와 표준화된 업무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이드를 보급하게 됐습니다.
CM 업무 가이드북은 공공 건설사업관리, 민간 건설공사 CM(감리), 주택 건설공사 감리 등 총 3권의 패키지로 구성되며, 한국CM협회가 정림과 함께 보급에 나섭니다.
Q. 독립적 성격을 갖는 책임경영의 의미와 함께 어떤 성과를 기대하는지
정림에서의 CM은 아시겠지만 정림건축의 CM본부로 시작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부터 CM 영역을 총괄해오고 있는데요. 당시에는 PQ 기반으로 유지되는 상태였는데, 2020년 본부가 부문으로 승격했고, 2023년 분사 후 현재는 직원 수가 500여 명에 달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수행사업의 대부분이 공공, 주택법분야가 차지했지만, 현재는 민간 부문이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주택법, 공공, ODA사업 등 다양한 기관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됐습니다. 이렇듯 사업 영역의 다양화로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민간 부문에서의 급격한 성장세는 시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림CM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하고 집중해 왔습니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며 공공부문부터 민간, 주택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최근 중구 태평로에서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도 이와 같은 의미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곳에서 더 나은 성과를 이루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Q. CM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이며, 효과적인 대응방법은?
보유하고 있는 CM 기술력을 발전시키면서도, 혼자 잘한다고 해서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현재 CM 산업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산업, 감리, CM에 대한 신뢰 추락과 위상의 저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큰 이슈는 발주 금액이나 공기 단축이 아니라, 국민적인 인식과 위상의 문제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시선이 가장 큰 문제이며, 제도적 개선보다 처벌 위주의 행정이 이루어지면서 건축과 관련된 인물들이 비도덕적으로 비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은 왜곡된 정서로 우리를 대하고 있어 업계가 위축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기술 개발과 직원 교육에 투자돼야 할 재원마저도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 포럼 등 행사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불필요한 지출이 반복되는 상황을 낳고 있습니다.
신뢰 회복이 가장 큰 과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정림CM은 내부적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고객 중심의 운영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해 나가고 있습니다.
Q. CM업계는 일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은데요. 따라서 인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인력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CM으로 유입되는 인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이들을 성장시키고 키워야 하는 것은 숙제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인력 운용도 선순환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단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업계에서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을 위해 기술 지원과 복지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능한 단장과 발을 맞추며 보조했던 인력들이 또 좋은 단장으로 성장해야 업계의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선배들의 모범적인 역할을 잘 학습한 MZ 세대가 사내에서 부장급이 되어 있습니다. 업계에서 근속자 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들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어 정림CM의 미래를 책임진다면 바람직한 기업으로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Q. 수주 경쟁력 확보 방향은 무엇인가요?
고객 기반 시스템으로 재정비한 후 정림CM을 다시 찾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을 건전하게 확장하려면 기술력과 서비스가 핵심이라는 보편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결과입니다. 건설 사업 관리 기업들이 여전히 기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면, 정림CM은 확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분야에 정림이 진출했듯이 CM이 이를 보조하며 발을 맞출 것이고,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CM의 확대가 기대됩니다. 이들을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왔을 때 대응할 수 없게 됩니다. 정림CM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시장을 예측하고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림건축과 상호 보완적으로 시너지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공채 출신 3인 대표들이 교감과 완벽한 케미를 통해 만들어 갈 경쟁력도 자신이 있습니다. 목표를 잡고 단단하게 집중해 온 지난 5~6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도 한걸음 한 걸음씩 힘 있게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고자 합니다.
정용교 대표이사 · 건축사 Jeong, Yongkyo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부문
이명진 대표이사 · 건축사 Lee, Myungjin (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첨단설계부문
방명세 대표이사 · 건축사 Pang, Myungse (주)정림씨엠건축사사무소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박관희·육혜민 기자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