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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계약과 감리계약을 둘러싼 분쟁 해결방안 2024.7

월간 건축사지 2024. 7. 31. 09:05
A solution to disputes over design contracts and supervision contracts

 

 

 

Ⅰ. 글의 첫머리에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잠겨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임시제방 시공사 현장소장은 징역 7년 6개월, 감리단장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감리단장은 시공사가 기존 제방을 불법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아 올린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 및 방치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을 보면, 건설공사감리자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있다. 물론 항소심이 남아있지만, 부실공사를 하고, 그러한 부실공사를 제대로 감리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징역을 6년이나 선고받은 것을 보면, 정말 감리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철저하게, 확실하게 감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예외 없이 시공사, 설계자 및 감리자는 건축물 붕괴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 철저한 수사를 받아왔다. 대형사고로 인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건축관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아주 무겁게 형사처벌이 되는 것이다. 
건축사는 기본적으로 설계와 감리를 주된 업무로 한다. 설계와 감리는 당사자 간에 체결되는 설계계약과 감리계약에 의해 진행된다. 나중에 설계와 감리와 관련하여 분쟁이 생기면, 계약서의 해석 문제로 돌아간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설계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경우 또는 설계가 원인이 되어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설계업무를 지체한 경우 등을 문제삼을 것이다. 감리의 경우에도, 감리업무 자체를 소홀히 하였거나, 감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아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 감리자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것이다. 

설계자나 감리자의 입장에서는 건축주가 설계비와 감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 소송을 하게 된다. 설계변경이 되는 경우 시비가 생기고,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설계에 하자가 있는 경우, 설계가 지연되어 공사에 차질을 빚는 경우, 건축주는 설계비를 약정한 대로 지급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설계를 맡겨놓고, 도중에 설계자를 임의로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다. 다른 설계자가 마무리를 하게 되면, 기존의 설계자는 약정한 설계비를 받기 위하여 재판을 해야 한다. 최초 설계자가 작성하여 교부한 설계도서를 가지고 건물을 완성하여 사용승인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때에는 설계도서에 대한 저작권 시비가 따르게 된다.  
날이 갈수록 일반인들의 법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변호사가 많아짐에 따라, 건축사를 상대로 하는 설계와 감리에 관한 법적 다툼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설계와 감리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계속해서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건축법에 관한 서적을 보면, 새로운 개정판을 제대로 출간하지 않아, 최근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충분하게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설계와 감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기술적 역량도 강화되어야 하지만, 설계와 감리에 관한 법령을 정확하게 숙지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대법원이 설계자와 감리자의 책임을 어떤 경우에 어느 범위까지 인정하는 것인지 알아두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설계계약 및 감리계약의 법적 성질, 설계도서의 저작권, 설계 및 감리계약의 해제, 설계비 및 감리비, 설계자 및 감리자의 책임의 내용 및 범위 등에 관하여 주로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Ⅱ. 설계계약 체결 시 유의사항

건축사는 설계계약을 체결할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현대 사회는 계약사회다. 말로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은 계약서를 명확하게 작성하고, 계약 내용을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따라 제대로 이행하여야 한다. 

설계계약은 건축주와 설계자 사이에 건축물의 설계에 관하여 체결되는 계약을 말한다. 건축법은 건축관계자 사이에서 체결되는 세 가지 계약을 규정하고 있다. 즉, 설계계약, 공사도급계약, 감리계약이다.

건축관계자라 함은 건축주, 설계자, 공사시공자, 공사감리자를 말한다. 건축관계자 간의 책임에 관한 내용과 그 범위는 건축법에서 규정한 것 외에는 건축주와 설계자, 건축주와 공사시공자, 건축주와 공사감리자 간의 계약으로 정한다(건축법 제15조 제2항). 즉, 설계계약과 감리계약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건축사의 주된 업무인 설계는 매우 중요한 법률행위 및 사실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계약서에 의해 설계를 담당하는 사람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하게 기재되어야 한다. 설계계약은 쌍무계약으로서 계약 당사자 쌍방 간에 서로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정해진다. 설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설계자의 업무 범위, 설계비 지급 시기 및 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정해야 한다.  

설계계약은 설계도서의 작성이라고 하는 일의 완성과 설계자가 보수를 받는 것에 중점을 두면, 민법상 도급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어떠한 설계를 할 것인가는 설계자에게 위임되어 있고, 설계작업이라는 계속적인 노무의 제공에 중점을 두면, 민법상 위임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설계계약이 도급계약인지, 아니면 위임계약인지는 계약의 내용을 검토하여 판단할 문제이며, 모든 설계계약이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변호사가 민사 또는 형사사건을 수임하는 경우, 대체로 위임계약으로 본다. 의사가 환자의 수술을 맡는 경우도 도급계약은 아니고, 위임계약에 해당한다. 

건축주가 설계비나 감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 건축주가 설계나 감리에 있어서의 잘못이나 하자를 문제 삼는 경우, 건축주가 설계자와 감리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거나, 행정청에 징계요청을 하는 경우, 수사기관에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 있다. 

모든 계약에 있어서 마찬가지이지만, 건축주와 건축사 사이에 체결된 설계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분쟁이 생기는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하게 된다. 설계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① 설계계약의 형식과 내용, ② 설계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③ 설계계약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④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①  논리와 경험의 법칙, ② 사회일반의 상식과, ③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7다3024 판결 참조).

건축사가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계약을 체결한 경우, 나중에 재건축조합이 설계계약을 승계하는가? 재건축조합의 설립 전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설계자  사이에 체결된 재건축아파트 설계용역에 관한 가계약상의 비용정산약정은  그 체결 당사자에게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Ⅲ. 설계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

설계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 건축설계자를 구할 때 우수현상광고방식으로 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설계계약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문제가 되고, 쌍방 당사자가 계약을 불완전하게 이행하거나, 이행지체, 이행불능의 상태가 되면 분쟁이 생기게 된다. 

설계시공일괄입찰(Turn-Key Base) 방식에 의한 도급계약은 수급인이, 도급인이 의욕하는 공사 목적물의 설치목적을 이해한 후 그 설치목적에 맞는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스스로 공사를 시행하며 그 성능을 보장하여 결과적으로 도급인이 의욕한 공사목적을 이루게 하여야 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이 입찰방식에서는 수급인이 제대로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스스로 공사 시행을 하고, 도급인의 공사 목적을 달성하여야 하는 복합적 계약이다. 

건축설계를 우수현상광고방식으로 광고를 하여 우수작으로 판정된 계획설계에 기초하여 설계계약을 체결할 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건축설계 우수현상광고에서 당선자가 보수로서 받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란 당선자가 광고자에게 우수작으로 판정된 계획설계에 기초하여 기본 및 실시설계계약의 체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광고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응할 의무를 지게 되어 당선자 이외의 제3자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됨은 물론이고, 당사자 모두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63169 판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사건물설계를 우수현상광고의 방식으로 공모하고 이에 따른 설계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집행함에 있어 심사위원회의 판정을 임시이사회에서 번복하도록 하고, 다른 설계자와 기본설계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대표이사의 업무를 집행함에 있어 허용된 재량권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임무해태를 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구지법 2000. 5. 30. 선고 99가합13533 판결). 이 사안은 대표이사가 심사위원회의 판정을 임의로 뒤집고, 당선자와 설계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입니다. 

우수현상광고의 광고자로서 당선자에게 일정한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계약의 종국적인 체결에 이르지 않게 되어 상대방이 그러한 계약체결의무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계약이 체결되었을 경우에 취득하게 될 계약상의 이행청구권과 실질적이고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 취득하게 될 이행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에 따른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2다57119 판결).

설계를 따기 위하여 직접적인 개인 건축주에게 돈을 주는 것은 처벌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건축주가 개인이 아니고, 회사나 재건축조합인 경우에는 뇌물죄에 해당한다. 회사 대표이사나 조합장은 회사나 조합의 업무에 관하여 뇌물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뇌물사건 수사는 매우 어렵다. 공무원이나 조합장 같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뇌물을 받을 때 수표를 받지 않고, 통장 거래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현금으로 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결국 수사기관에서는 뇌물공여자의 자백을 받거나, 간접증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건축조합장이 설계자로부터 돈을 받고 재건축아파트사업에 관한 설계용역을 준 경우, 뇌물죄에 해당하고, 돈을 준 설계자는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가끔 조합장이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설계자로부터 돈을 빌렸던 것이라고 뇌물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대법원에서는 ① 수뢰자가 증뢰자로부터 돈을 수수한 동기, ② 전달 경위 및 방법, ③ 수뢰자와 증뢰자 사이의 관계, ④ 양자의 직책이나 직업 및 경력, ⑤ 수뢰자의 차용 필요성 및 증뢰자 외의 자로부터의 차용 가능성, ⑥ 차용금의 액수 및 용처, ⑦ 증뢰자의 경제적 상황 및 증뢰와 관련된 경제적 예상이익의 규모, ⑧ 담보제공 여부, ⑨ 변제기 및 이자 약정 여부, ⑩ 수뢰자의 원리금 변제 여부, ⑪ 채무불이행 시 증뢰자의 독촉 및 강제집행의 가능성 등 증거에 의하여 나타나는 객관적인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9도4386 판결).

피고인은 건축사에게 ‘재건축 설계계약을 줄 테니 설계기본계획 및 조감도를 작성해주고, 매월 500만 원씩 조합운영비를 지원해 달라’, ‘조합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시중금리를 가산하여 돌려주겠다’고 말하여 피해자로부터 20회에 걸쳐 합계 1억 2,500만 원을 교부받았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5. 11. 4. 선고 2005고합201 판결). 이 사안은 재건축조합 임원이 건축사로부터 설계를 맡게 해주겠다고 뇌물을 받은 사건이다.

 



Ⅳ. 건축저작권 분쟁

최근 들어 건축에 관한 저작권 시비가 늘어나고 있다. 저작권 문제로 건축사도 고소를 당하는 경우기 있다. 특히 컴퓨터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여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저작물이라 함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 건축저작물이란 건축물 ·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를 포함하는 건축저작물, 지도 · 도표 · 설계도 · 약도 · 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말한다. 

건축물ㆍ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와 그 밖의 건축저작물은 기능적 저작물로서, 해당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용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하는 건축저작물도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택의 설계도가 작성자에 따라 정확하게 동일하지 아니하고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러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어떤 설계도 자체가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설계도에 나타난 표현의 세세한 부분까지 거의 동일하게 모방한 경우라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04. 9. 22.자 2004라312 결정). 실무에서는 건축저작권의 창작성을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다른 건축사가 설계 시공한 카페 건축물의 디자인을 모방하여 카페 건축물을 설계 및 시공한 사안에서 법원은 건축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기존의 카페 건축물은 외벽과 지붕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갑의 설계도서가 을의 설계도서의 원본 캐드(CAD) 파일에 사소한 변형만을 가하여 작성된 것으로 을의 설계도서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갑은 을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7다261981 판결).

동일한 아파트나 아파트 단지의 평면도나 배치도가 작성자에 따라 정확하게 동일하지 아니하고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러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갑이 을에게 설계계약을 통하여 설계도서 등에 대한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을 양도한 것으로 보고 건축설계계약이 을의 귀책사유로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신청인이 설계도서에 관한 저작재산권(복제권)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 것은, 갑이 을에게 위 설계도서의 복제권을 양도함으로써 그 설계도서의 공표에 동의한 것으로 추정되어 비록 그 설계도서가 완전히 공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동의를 철회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0. 6. 13.자 99마7466 결정).
가분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진 건축설계계약에 있어서 설계도서 등이 완성되어 건축주에게 교부되고 그에 따라 설계비 중 상당 부분이 지급되었으며 그 설계도서 등에 따른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중단할 경우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건축주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건축사와 건축주와의 사이에 건축설계계약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일단 건축주에게 허락된 설계도서 등에 관한 이용권은 여전히 건축주에게 유보되어 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0다240304 판결).

건축주가 설계도서를 교부받고, 그에 따라 설계비 중 상당 부분을 지급하였으며, 그 설계도서 등에 따른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된 경우에는 건축설계계약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일단 건축주에게 허락된 설계도서 등에 관한 이용권은 여전히 건축주에게 유보되어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 입장이다(대법원 2000. 6. 13. 자 99마7466 결정 참조).

 



Ⅴ. 설계변경

건축공사는 그 수행이 장기간 소요되며, 공사 수행기간 중 주위의 여건이나 수요가 변경되는 등 사정변경이 발생하고, 신기술이나 신공법의 개발에 따라 설계사항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설계사항을 변경하는 것을 설계변경이라고 한다. 

설계변경의 유형에는, ① 설계결함에 의한 설계변경, ② 설계서와 공사현장상태의 상이로 인한 설계변경, ③ 신기술 신공법에 의한 설계변경, ④ 발주기관의 필요에 의한 설계변경 등이 있다. 

설계도서 등과 다른 위법 시공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건축이 건축관계 실체법규에 저촉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에 맞추어 설계변경허가를 받음으로써 설계도서와 시공상태가 불일치하는 위법상태를 시정할 수 있다. 설계변경허가신청이 있을 경우 행정청으로서는 위법 시공 후의 사후 신청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할 수 없으므로, 설계변경 승인이 사후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12. 21. 선고 98다29797 판결).
사업승인도면은 사업주체가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기 위하여 사업계획승인권자에게 제출하는 기본설계도서에 불과하고 대외적으로 공시되는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사업주체와 수분양자 사이에 사업승인도면을 기준으로 분양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건축과정에서 공사의 개별적 특성이나 시공 현장의 여건을 감안하여 공사 항목 간의 대체시공이나 가감시공 등 설계변경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설계변경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업주체는 주택 관련 법령에 따라 사업계획승인권자로부터 사업계획의 변경승인을 받아야 하고, 경미한 설계변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계획승인권자에 대한 통보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설계변경이 이루어지면 변경된 내용이 모두 반영된 최종설계도서에 의하여 사용검사를 받게 되고, 사용검사 이후의 하자보수는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실시하게 된다. 

아파트 분양계약에서의 수분양자는 당해 아파트가 사업승인도면에서 변경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계변경이 이루어진 최종설계도서에 따라 하자 없이 시공될 것을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주체도 이를 계약의 전제로 삼아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였는지는 원칙적으로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재개발사업의 시공사가 무단 설계변경과 부실 공사 등의 잘못으로 예정된 입주일 또는 그로부터 상당한 기일 내에 사용승인 또는 임시사용승인을 받지 못하여 조합원들이 입주일 또는 그로부터 상당한 기일 내에 신축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지 못한 경우, 시공사는 분양계약의 당사자로서 조합원들에게 사용승인 지연 및 그에 따른 등기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4다26256 판결).

건축주는 공사감리자를 변경한 때에는 그 변경한 날부터 7일 이내에 별지 제4호 서식에 의하여 공사감리자 변경신고를 하여야 한다. 공사감리자 변경신고를 ‘건축주 및 공사시공자 변경신고’와 반드시 함께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공사감리자 미지정을 이유로 공사감리자 변경신고를 반려한 것은 위법하다(대구고등법원 2013. 5. 10. 선고 2013누124 판결).

 



Ⅵ. 설계계약의 해제 

설계계약을 도급계약으로 보든, 위임계약으로 보든, 건축주와 설계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건축주가 설계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는 경우, 설계자가 이미 지출한 비용과 설계를 완성하였을 경우 얻게 될 이익을 모두 배상하여야 한다. 

수급인이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채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정산하여야 할 경우, 기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에 실제로 소요되거나 소요될 공사비를 기초로 산출한 기성고 비율을 약정 공사비에 적용하여 그 공사비를 산정하여야 한다. 

공사도급계약에서 설계 및 사양의 변경이 있는 때에는 그 설계 및 사양의 변경에 따라 공사대금이 변경되는 것으로 특약하고, 변경된 설계 및 사양에 따라 공사가 진행되다가 중단되었다면 설계 및 사양의 변경에 따라 변경된 공사대금에 기성고 비율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0다210860, 210877 판결).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위임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임의해지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참조). 

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은 민법 제673조에 따라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다. 도급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채무불이행 또는 약정 해제사유를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그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수급인이 설계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설계용역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용역대금을 정산하여야 할 경우, 그 용역비는 당사자들이 약정한 총 용역대금을 기준으로 하여 그 금액 중 수급인이 설계를 중단할 당시의 기성고 비율로 계산한 금액이다.

세움터 착공신고 절차는 세움터에서 건축허가 받은 대로 착공신고 절차를 한다면, 기존의 허가대장 자료를 불러와서 착공신고 내용 중 해당되는 각 관계자(설계자, 시공자, 감리자)의 정보를 입력하고, 관계되는 계약서 사본과 설계도서를 첨부하면 착공신고 신고필증을 신청일로부터 1일 이내에 신고인에게 발급하고 있다.

착공신고 절차를 이행함에 있어 설계자의 역할은 통상적으로 신고인인 건축주와의 계약사항에 따라 업무대행에 관한 사항을 위임받아 하고 있는데, 자세한 사항은 당사자 간의 계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한다. 

세움터의 설계자 등록은 기본적으로 건축주의 주관사항이고, 건축주와 설계자간의 계약사항이 변동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기존의 건축허가사항을 바탕으로 설계도면을 작성한 건축사가 연속적으로 착공신고를 할 수 있다. 건축주는 착공신고를 할 때 설계자, 공사시공자, 공사감리자 등 건축관계자 상호간의 계약서 사본을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

 



Ⅶ. 건축설계자의 손해배상책임

건축법은 건축물의 대지·구조 및 설비의 기준과 건축물의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및 감리자 등 업무주인 각 건축관계자를 적용대상으로 하여 상호간의 책임에 관한 내용과 범위를 규정한 법률이다(대법원 2005. 12. 22. 선고 2003도3984 판결 등 참조).

‘건축사법’ 제20조에서 정한 업무상 성실의무 및 그 위반에 따른 건축주의 재산상 손해배상책임의 각 주체로 정한 건축사는 설계 등 계약 당사자로서의 건축사에 한정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다72776 판결).
건축주는 설계자에 대하여 하자보수에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하자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설계자는 설계계약에 따라, 설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설계를 지체하거나, 설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 불완전한 설계를 한 경우에는 계약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 

설계도서에 객관적 하자가 있는 경우, 건축주는 하자를 보완하여 설계도서를 다시 교부할 것을 요청하거나, 설계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건축주의 요구와 다른 설계를 한 경우에는 불완전이행에 따른 책임을 진다. 설계도서 잘못으로 건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건축사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건축주가 설계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원인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설계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설계가 건축주가 의뢰한 내용에 따라 제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완성된 건물 자체 설계에 하자가 존재하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건축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법원은 감정인의 감정결과 등을 종합하여, 그러한 하자가 시공상의 하자인지, 설계상의 하자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건축물의 하자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완성된 건축물에 공사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다른 구조적·기능적 결함이 있거나, 거래관념상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 하자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 내용, 해당 건축물이 설계도대로 건축되었는지 여부, 건축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8다16851 판결 등 참조).

단순히 집합건물이 계약서의 일반조항 또는 설계도면과 달리 시공되었다고 하여 이를 모두 하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로 인하여 기능과 미관 또는 안전상의 지장이 초래되거나 당사자가 계약 당시 특별히 예정한 성상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야 비로소 이를 하자로 인정할 수 있다(인천지방법원 2015. 11. 27. 선고 2011가합6577 판결).

설계용역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공사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89320 판결).

설계자가 설계도면 작성 지연 및 구조안전 진단 또는 확인절차의 불완전한 이행 등 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설계자가 작성한 설계도면에 개정 소방시설법 위반, 건축법상 건축면적 불산입, 건물 실측면적 미반영 등의 하자가 있는 경우, 민법 제667조 제2항에 따라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건축사로서 위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건축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을 지키고 건물의 안전·기능 및 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의무를 위반하였다.

 



Ⅷ. 감리계약의 법적 성질

건축법, 건축사법, 건설기술관리법 등의 관련 법령에서 일정한 용도·규모 및 구조의 건축물을 건축하는 공사의 경우에 반드시 건축사 등의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 의한 공사감리를 받도록 규정한 취지는 무엇일까?

그 취지는, 건축주나 공사시공자로부터 독립한 전문가로 하여금 관계 법령과 설계도서 등에 따른 적합한 시공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관리 등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게 함으로써, 건축물 붕괴사고, 하자분쟁, 유지보수비의 급증, 건축물 수명단축에 따른 재건축 등의 후유증을 유발하는 부실공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09. 6. 25. 선고 2007헌바3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건설공사감리계약의 성격은 그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건설공사가 완성되었는지 여부 또는 건설공사의 진척 정도와 감리계약은 독립된 별도의 감리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이다. 따라서 건설공사가 예정대로 진척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감리계약에 따른 감리업무는 그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공사감리자는 감리계약을 체결한 건축주에 대하여 공사시공자가 설계도서대로 시공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공사시공자가 설계도서대로 시공 자체를 하지 아니한 하자(미시공 하자) 또는 임의로 설계도서의 내용을 변경하여 시공한 하자(변경시공 하자)를 발견한 경우 건축주가 그러한 하자로 인하여 손해를 입지 않도록 건축주에게 이를 통지하고 공사시공자에게 시정 또는 재시공을 요청하여야 할 채무를 부담한다. 즉, 감리자는 시공자의 미시공 하자 또는 변경시공 하자를 발견하여 공사시공자에게 시정하게 하거나 재시공하도록 요청하여야 한다. 

건설공사의 감리자는 제3자적인 독립된 지위에서 부실공사를 방지할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당해 공사의 품질검사, 안전검사를 실시하여 만일 부적합한 공사가 시행되고 있는 경우라면 당해 공사에 대한 시정, 재시공, 중지 요청까지도 하여야 하는 등 공사의 진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건설공사의 감리자는 당해 공사가 설계도서 기타 관계 서류의 내용에 따라 적합하게 시공되는지, 시공자가 사용하는 건축자재가 관계 법령에 의한 기준에 적합한 건축자재인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감리자는 설계도서가 당해 지형 등에 적합한지를 검토하고, 시공계획이 재해의 예방, 시공상의 안전관리를 위하여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검토, 확인하여 설계변경 등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만약 위반사항이나 문제점을 발견한 때에는 지체 없이 시공자 및 발주자에게 시정하도록 통지함으로써, 품질관리·공사관리 및 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고, 발주자의 위탁에 의하여 관계 법령에 따라 발주자로서의 감독권한을 대행하여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공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 예정된 공기를 준수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사무도 담당하고 있다. 공사의 진척이 부진하거나 공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에 병행하여 아무런 감리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나아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함부로 감리원을 공사현장에서 철수시켜서는 아니 된다.  

주택건설촉진법상의 공동사업주체가 사업계획 승인권자의 감리자 지정에 따라 공동으로 감리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공동사업주체의 1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것만으로 민법 제690조에 따라 감리계약이 당연히 종료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11236 판결).

건축주와 감리자가 감리비를 3개월 단위로 나누어 전체 공사 기성고에 따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공사의 진척이 부진하거나 공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리자는 계속해서 감리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3개월 단위로 감리비를 지급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건축주는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 기성고인 35.59% 이상의 감리비는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진행 정도와 수행할 감리업무의 내용이 반드시 비례하여 일치할 수 없는 것은 그 업무의 속성상 당연하다고 하면서, 약정 감리기간 동안 감리용역을 제공한 이상 기성고와 상관없이 건축주는 감리자에게 그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3. 12. 5. 선고 2002나72653 판결).

 



Ⅸ. 감리계약의 해제

감리계약이 도중에 종료된 경우 기간으로 보수가 정해진 경우에는 감리업무가 실제 수행되어 온 시점에 이르기까지 그 이행기가 도래한 부분에 해당하는 약정 보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후불의 일시불 보수약정을 하였거나 또는 기간보수를 정한 경우에도 아직 이행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부분에 관하여는 감리인에게 귀책사유 없이 감리가 종료한 경우에 한하여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40001 판결).

감리사무의 처리비율을 정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당사자의 특약이 적용될 수 있으면 그에 따른다. 그러하지 아니한 경우라면 관련 법규상의 감리업무에 관한 규정 내용, 전체 감리기간 중 실제 감리업무가 수행된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실제 감리업무에 투여된 감리인의 등급별 인원수 및 투여기간, 감리비를 산정한 기준, 업계의 관행 및 감리의 대상이 된 공사의 진척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다19342 판결).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사업주체가 변경되는 경우, 종전의 사업주체와 새로운 사업주체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새로운 사업주체가 변경 이후의 기간에 상당하는 감리비를 지급하기로 하고 감리자가 이에 동의한다든가 종전의 감리계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사업주체와 감리자 사이에 신규의 감리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사업주체 변경 후 준공에 이르기까지의 감리비에 대하여도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라 종전의 사업주체가 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공사시공업체의 부도로 공사가 대부분 중단되어 정상적인 감리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공사현장에 책임감리원 1명만을 상주시킨 채 안전관리, 민원해결 등에 국한되는 감리업무만을 수행하였던 점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공사감리계약상의 약정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아 이를 감액한 사례가 있다(대전고법 2003. 6. 12. 선고 2002나2070 판결 : 확정).

서울시는 민간 건축공사 감리자가 건축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현장 감독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민간 건축공사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 제도를 도입하였다.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 제도는 건축주가 공사 감리용역비를 시나 자치구 등 공공에 맡겨두면 공공이 감리자에게 용역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Ⅹ. 감리자의 책임

공사의 감리인은 건축주의 지정과 의뢰에 따라 건축주를 위하여 건축시공자가 하자 없는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전문지식을 동원한 재량으로 공사가 설계도서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공사시공자를 지도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책임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감리자는 시공 전에 설계도서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여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발주청에 보고하고 설계자와 협의함으로써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설계로 인하여 발주청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공사감리자가 감리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는지는 당시 일반적인 공사감리자의 기술수준과 경험, 미시공 또는 변경시공 하자의 위치와 내용, 공사의 규모 등에 비추어 그러한 하자의 발견을 기대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시공자가 파산 등으로 자력이 없게 되어 건축주가 그 손해를 회복할 수 없는 경우로서, 만일 감리자가 통지를 하였더라면 건축주가 시공자의 공사대금채권과의 상계 등을 통하여 그 손해를 회복할 수 있었는데 감리자가 그러하지 아니하여 건축주가 그 손해를 회복할 수 없었던 때에는 그 손해를 회복하지 못하여 입은 건축주의 손해를 감리자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전주지방법원 2014. 10. 2. 선고 2013나11006 판결).

건설기술관리법이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고, 설계의 타당성에 대하여 별도의 심의를 거쳤음에도 시공자로 하여금 다시 이를 검토하게 한 것은 설계도서대로의 시공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는 외에 단계적이고 반복적인 확인절차를 거침으로써 건설공사의 안전을 보다 확고히 하려는 데도 그 취지가 있다.

건설공사의 시공에 있어 공사의 관리 기타 기술상의 관리를 위하여 현장에 배치된 건설기술자가 설계도서의 검토를 게을리 하여 경험 있는 기술자라면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는 철근배근상의 하자 및 정착길이의 부족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건설산업기본법 제93조 제1항이 정한 건설공사의 안전에 관한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동일한 공사에서 공사감리자의 감리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공사시공자의 도급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이므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4다229023 판결).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다.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하고, 그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가해자 각자가 그 금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가해자 1인이 다른 가해자에 비하여 불법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위와 같이 정하여진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9. 7. 선고 99다70365 판결).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가 그 검사를 위임받아 수행한 전문기관으로부터 검사결과를 검사조서로 작성·보고받고 이를 확인하여 승인하는 의미로 검사조서에 결재하였다면 그와 같이 결재된 검사조서는 허위공문서작성죄의 객체인 공문서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875 판결).

정보시스템법 제13조 제2항에 따라 감리법인이 거짓으로 작성하여서는 아니되는 ‘감리보고서’는 감리법인이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전 과정에서 감리업무와 관련하여 작성한 보고서라고 보아야 한다.

 



Ⅺ . 글을 맺으며

이상으로 설계계약과 감리계약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공사가 완성된 후, 건축주의 입장에서 건축물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건축주는 시공사뿐 아니라, 설계자 및 감리자를 공동피고로 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시공사가 부실하여 이미 부도가 났으면, 시공사는 소송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설계자와 감리자가 설계 및 감리과정에 아무런 잘못이 없고, 건축물의 하자는 오로지 시공자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을 해야 하는데, 시공사의 협조가 없으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된다. 

설계와 감리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반드시 설계계약서와 감리계약서를 명확하게 작성하여야 하고, 건축법을 비롯한 설계 및 감리에 관한 제반 법령의 내용을 철저하게 숙지하고,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모든 증거자료를 만들어놓아야 한다. 

설계자는 의뢰인의 설계요청사항을 구두로 하지 말고,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하게 해놓을 필요가 있다. 또한 설계 뿐 아니라 건축허가도 책임지겠다는 약정을 하는 경우,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설계자도 책임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감리자는 법과 원칙대로 철저하게 감리를 하여야 하고, 건축주나 시공자가 부탁한다고 인정에 끌려 제대로 감리를 하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글. 김주덕 Kim, Choodeok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김주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구지검 특별수사부, 대전지검 특별수사부장, 제천지청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대검찰청 환경과장,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 중앙지검 공판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2022년 8월까지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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