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규제보다 공동체 행복 고민해야,그럴 때 건축사 철학 담은 작품 활동 가능”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 2024.7
“We need to think about community happiness rather than restrictions and regulations, Then, we can carry out works that reflect the philosophy of architectural history.”
2024년도 프리츠커 수상자 야마모토 리켄(Yamamoto Riken) ‘도시와 공간’ 포럼 기조강연 통해 공동체 위한 건축의 중요성 강조, 판교하우징과 강남하우징 사례로 혁신적인 주거 공간 설계 소개 금년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야마모토 리켄이 방한했다.
그는 지난 6월 10일에 열린 2024 도시와 공간 포럼에 연사로 참여해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야마모토 리켄은 이날 판교하우징과 강남하우징을 사례로 들며 ‘공동체를 위한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조강연의 내용은 인터뷰 형식으로 재정리해 소개한다.
Q. 금년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앞서 일본은 여덟 명의 아키텍트가 프리츠커상을 받았습니다만, 제가 상을 받기 전까지 어떤 건축사가 상을 받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프리츠커상은 눈에 띄고 근사한 건축물보다 미래 커뮤니티의 모습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건축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업물 중에서는 특히 한국에서 작업한 판교하우징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는 주택이라는 건축 공간을 통해 실거주자 간에 풍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사례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들도 높게 평가한 것 같습니다.
Q. ‘공동체를 위한 건축’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AI를 활용한 미래 도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거주민이 풍요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현재 일본은 최악의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빈부 격차가 심화된 상황입니다. 전후 일본은 공공주택 공급 정책 등을 통해 부의 격차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이것이 일본의 성장 동력이었지만, 200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정책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GDP가 성장해 외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로 인해 경제적·사회적 약자는 소외됐습니다. 국가의 근본은 국민이 서로 도우며 생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가가 건축 설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제 성장만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건축사들이 먼저 나서서 풍요로운 공동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Q. 판교하우징과 강남하우징 설계에는 건축적 철학을 어떻게 반영하셨습니까.
판교하우징은 LH의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선발된 후 2010년에 준공됐습니다. 저는 초고층 아파트가 시민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초고층 아파트는 대개 투자를 위해 지어집니다. 판교하우징은 4층 높이로 총 100가구가 거주합니다. 10~12가구를 한 개의 그룹으로 형성해 커먼 덱(common deck)으로 중정을 만들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지금까지 LH에서 만든 주택에는 이러한 교류를 위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또한 현관을 투명하게 만들어 거주민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면, 강남하우징은 고밀도의 주택으로 2013년에 준공됐습니다. 이곳 역시 공동체의 교류가 가능하도록 통유리로 만든 투명한 현관을 마주 보도록 구성했습니다.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에는 중정과 같은 공용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Q. 공동체를 지향하는 철학이 담긴 사례는 인상적이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예외적인 주거 형태이기도 합니다. 공동주택의 경우, 채광 등의 확보를 위한 채광창과 인동 간격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높이 이하로 설계돼야 합니다. 통유리 현관의 경우 사생활 보호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생활 침해에 관해서는 거주자들도 초반에는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생활해보니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타인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어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준공된 지 10년이 지난 판교하우징 거주민들이 저를 초대해주기도 했습니다. 사생활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주택을 거주 공간이 아닌 자산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도시 심의위원회에서는 제약과 규제보다는 어떻게 하면 서로 돕고 교류하며 지낼 수 있는 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도시의 모습이 무엇인지 심의 과정에서 다뤘으면 합니다. 그래야 건축사가 자신의 철학을 담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글 조아라 기자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