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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화된 공공주택 문화에 필요한 변화, 파빌리온으로 표현했습니다” 건축사 김한중 2024.8

월간 건축사지 2024. 8. 31. 11:00
“The changes needed in the culture of public house grouping, I embodied them through a pavilion.”

 

 

 

김한중 건축사의 파빌리온 ‘보이지 않는 선명함과 보이는 흐릿함 © 소다미술관

공공예술 파빌리온 ‘보이지 않는 선명함과 보이는 흐릿함’
가설재 조립과 해체 순환구조…도시의 집단과 개인으로 치환
《Hello, world!_당신의 목소리를 입력하세요》 9월까지 소다미술관 전시
“도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변화 통해, 사람들이 잠시 멈춰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만들고 싶어”

 

건축과 예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많은 건축사가 자신의 철학과 예술관을 건축물에 담아 표현한다. 건축물이 아닌 파빌리온을 통해 주제의식을 표현한 건축사도 있다. 김한중 건축사(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는 ‘보이지 않는 선명함과 보이는 흐릿함’이라는 제목의 파빌리온을 통해 평소 생각을 담았다. 작품은 오는 9월까지 소다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Hello, world!_당신의 목소리를 입력하세요》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역할을 공공으로 확장하는 실험의 프로젝트로, 아트 파빌리온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보이지 않는 선명함과 보이는 흐릿함’이라는 제목의 파빌리온은 어떤 의도를 갖고 구현된 걸까. 김한중 건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한중 건축사(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처음 전시 제안을 받았을 때, 전시 주제와 방향성이 맞을지 모색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래도 건축사와 예술가는 언어와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저의 의도가 전시 주제와 상통하는지 고민이 됐습니다. 미술관의 제안처럼 ‘공공이 텍스트를 경험할 수 있는 파빌리온 구조의 게시대’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들였습니다. 저희 사무소의 포트폴리오 중 가설재를 활용한 작업물이 있었는데, 그것을 건축 매체 관계자분이 보고 이번 전시작가로 추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진행 일정이 빠듯했지만, 덕분에 의미 있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Hello, world!”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첫 번째 출력 문장이다. 미술관 측은 세상의 문을 여는 인사말과 같은 문장의 다음 문장을 채워 넣어 만들어가는 공공 전시를 기획했다. 김한중 건축사는 가설재의 조립과 해체라는 순환구조를 도시의 집단과 개인의 메시지로 치환해 두 개의 파빌리온으로 구현했다. 상반된 구조와 소통 방식을 병치하며 도시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김한중 건축사는 도시의 소통 방식을 파빌리온의 재료와 구조로 드러내며 집단과 개인, 조립과 해체 등의 개념을 교차시켰다. 파빌리온에 사용된 가설재는 전부 가공하지 않은 형태로, 전시 이후에 또 다른 쓰임으로 조립과 해체가 반복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공동주택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아파트는 주거의 형태일 뿐인데, 집단화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치관을 공유하는 집단이 아닌데 자신들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편하더라고요. 거기서 주제를 착안했고, 토템적인 형태로 파빌리온을 구현했습니다. 가설재에는 공사장 펜스와 그래피티가 입혀지고, 텍스트를 높게 걸어 거주 단위로 묶인 집단의 선명하고 이기적인 메시지를 표현했습니다. 다른 파빌리온은 낮은 수평적 구조의 개별 가설재입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래피티의 흔적과 파편화된 텍스트가 전달되지 못한 채 부유한다는 메시지를 표현했습니다.”

도시의 주거공간의 변화를 추구하는 김한중 건축사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도시와 공간은 저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주거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과 연결되는데,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꼭 사람들이 교류하고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멈춰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요.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인터뷰 김한중  건축사 Kim, Han-joong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글 · 사진 조아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