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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일종의 삶의 형식, 개인이 어떤 삶을 사는지 정의 내리는 게 바로 건축입니다” 건축사 김경훈 2024.10

월간 건축사지 2024. 10. 31. 10:45
“Architecture is a way of life, and it is architecture that defines what kind of life an individual lives.”

 

 

 

유튜브 ‘플레이스인사이트’ 알파공 © 유튜브 캡처

건축에 담긴 풍성함 공유하는 유튜브 ‘알파공’ 평균 건축 향상 위해 건축사·시민·공공 제 역할 해야 “평균 건축 수준 높여야 도시 전체와 우리 삶에 긍정적 영향”

 

건축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다. 책으로 건축 지식을 공유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영상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게 보편적이다. 김경훈 건축사(주. 에이치에스플랜 건축사사무소)도 유튜브 채널 ‘알파공’을 통해 다양한 건축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알수록 파고드는 공간지식’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말해주듯 김경훈 건축사의 채널은 공간에 대한 지적 탐구를 놓치지 않는다. 김경훈 건축사는 “책으로만 건축을 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매체의 기능이 다양해져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김경훈 건축사가 ‘알파공’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저희 사무소 작품 중에 스타벅스 상도역점이 있습니다. 준공 이후에 영상전문 회사인 플레이스인사이트와 협업해 이 작품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작품 촬영이 끝나고 건축 콘텐츠를 다루는 독립 채널을 만들어 협업을 이어가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출발한 게 알파공입니다. 알파공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건축물과 건축의 면면을 이야기합니다. 재미있게 봐주는 분들 덕분에 여러 가지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알파공은 도심을 오가며 마주하는 빌딩부터 백화점, 아파트, 미술관, DDP, 대학 캠퍼스, 청와대 등 다채로운 건축물을 주제로 한다. 건축물과 공간에 얽힌 정보를 전할 뿐 아니라 매 영상마다 도시와 건축 발전을 화두로 던진다. 도시와 건축 발전을 향유하는 것이 결국 시민이라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30년 가까이 건축사로 일하면서 우리나라 건축 현실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이 있다면 건축 전반의 상향평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평균 건축의 수준이 높아져야 합니다. 건축을 개발과 경제적 논리로 볼 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저는 건축이 일종의 삶의 형식이라 봅니다. 개인이 어떤 삶을 사는지 정의 내리는 게 바로 건축인 셈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축을 관념적으로만 대하거나 건축사와 시공·인테리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평균 건축의 수준을 높이려면 건축사뿐 아니라 시민, 정부 모두가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김경훈 건축사 © (주)에이치에스플랜건축사사무소

김경훈 건축사는 건축 전반의 수준 향상을 위해 사회 구성원 각각의 역할에 대해 말한다. 시민은 스스로가 공공건축의 건축주라는 생각으로, 공공건축물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등 도시 건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부 부처에는 일시적인 이벤트성 장소를 조성하기보다 도시와 건축을 통합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주문한다. 더불어 도시계획에 있어 전문가 집단인 건축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한다.

“건축사도 전문가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건축사 업무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사, 문화, 경제 등 사회 전반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축사가 고민 끝에 설계한 건축물을 보면 그 안에 담겨 있는 풍성함에 절로 놀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을 부동산, 경제적 논리처럼 단편적으로만 접근해 안타깝습니다. 건축에 담긴 풍성함을 보는 시각을 공유하는 것부터가 평균 건축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김경훈 건축사는 알파공을 통해 건축적인 공간과 이를 바탕으로 사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건축사의 시각에서, 건축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평균 건축의 수준을 높여야 도시 전체와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일본의 경우 평균 건축의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건축물이 개성적으로 지어졌음에도 일관된 도시 분위기를 자아내죠. 평균 건축 이야기가 중요한 건 한국 건축물의 70%가 소규모 건축물입니다. 이 건축물이 건강하게 재건축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건축의 평균 수준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합니다. 도시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것은 지속성과 장소성입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주는 안정감이 우리 삶의 본질이거든요.”


 

 

 

인터뷰 김경훈 건축사 Kim, Kyunghoon (주)에이치에스플랜건축사사무소

글 조아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