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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간성을 담을 수 있는 건축 추구" 건축사 권웅규 2024.11

월간 건축사지 2024. 11. 30. 10:30
Pursuing architecture that can shine more as time goes by

 

 

 

월간 건축사 11월호의 표지작품인 ‘골든시스 사옥’은 한때 대구의 안심연료단지였던 안심뉴타운에 올해 새롭게 준공된 건물이다. 설계자인 권웅규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도시건축집단)는 “텅 빈 대지에 시간을 담을 수 있는 건축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한 끝에, 시간이 지나도 곱게 나이 들면서 시간성을 담을 수 있는 재료인 벽돌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10일, 권웅규 건축사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건축사사무소 도시건축집단_성북동
   10년 전, 애정 품은 성북동에 자리 잡다

박정연_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권웅규_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며 이상해 교수님께 건축 역사 이론과 전통 건축에 대해 배웠습니다. 석사 과정 마지막 학기에 교수님께서 저를 조성룡 선생님께 소개해 주신 덕분에 조성룡도시건축에서 10년간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민간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여러 공공 프로젝트들을 수행했는데, 어린이대공원 꿈마루와 선유도공원 재개관, 정릉골 재개발과 이화동 재개발 등을 담당했습니다.
독립하기 전 성북동 쌍다리길 정비사업을 담당하면서 성북동 지역을 깊이 탐구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다가 성북동의 매력에 점차 매료되어 결국 성북동에 제 사무소를 열게 됐습니다.

박정연_개인적으로 ‘건축사사무소 도시건축집단’이라는 사무소명이 조성룡 선생님과 고(故) 정기용 선생님께서 지으신 이름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권웅규_‘이어받았다’기보다는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건축집단(ubac)’은 ‘도시와 건축을 함께 하는 집단’이라는 의미로, 조성룡 선생님과 고(故) 정기용 선생님이 함께 지으신 이름입니다. 2006년에 두 사무소가 대학로에 함께 모이면서 처음 명칭을 지으실 때 제가 입사했으니 그 시작을 지켜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5년에 독립을 결심하면서 조성룡 선생님과 기용건축에 ‘도시건축집단’을 사무소 이름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여쭤봤는데, 다행히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무소 이름에 철학이나 지향점을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도시건축집단’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현재는 ‘도시건축집단 성북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입니다. 이는 ‘도시와 건축을 하는 집단인데 성북동에 있다’라는 의미로, 지역성을 기반으로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 실현을 위한 다양한 실험들을 하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10여 년 전,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된 성북동은 알면 알수록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동네라는 것도 좋지만. 지역을 사랑하는 많은 문화 예술인들과 활동가들이 있고 그들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계절마다 다양한 축제와 전시가 열리며, 주민들 또한 동네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가득하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성북동에 사무소를 열게 되었고 어느덧 10년 가까이 이곳에 있게 된 것 같습니다.

 



# 뉴타운의 지속성에 의문
   건축의 공공성 고려… 주변 건물들이 기댈 수 있는 풍경
   시간 담을 수 있는 건축 재료로 ‘벽돌’ 택해

박정연_ ‘골든시스 사옥’은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권웅규_ 골든시스 사옥은 IT 보안 네트워크 기업의 업무시설로, 대구시 동구 안심뉴타운 부지 서측 끝자락에 위치합니다. 사실 클라이언트는 제 지인으로, 건축주 부부 중 아내가 제 어릴 적 고향 친구인데, 처음 건축과에 입학했다고 했을 때 농담처럼 “나중에 내 집 지어줘”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SNS를 통해 다시 연락이 닿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맡게 됐습니다.

박정연_ 무엇에 중점을 두고 설계를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권웅규_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의문은 ‘뉴타운이 과연 언제까지 뉴타
운일 것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구 시가지가 점차 확장되면서 알파시티와 혁신도시 같은 여러 뉴타운들이 생겨났는데, 뉴타운이라는 특성상 가볍고 빠른 건축행위가 빈번히 이뤄지게 됩니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건축물들이 단기간에 채워지면서 만들어내는 낯선 풍경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빛이 바래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면서 결국 뉴타운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처음에는 그런 뉴타운이라는 환경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설계를 시작할 때 주로 그 지역의 도시적 맥락을 이해하고 주변 경관이나 풍경에 기대어 계획의 방향을 잡거나 힌트를 얻곤 하는데, 이곳은 필지만 나뉘어 있을 뿐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안심뉴타운 내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지어지게 되었기에, 반대로 ‘우리가 이곳에 어떤 풍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뉴타운이 영원히 뉴타운일 수는 없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도 낡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빛을 발할 수 있는 재료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여러 검토 끝에 벽돌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벽돌이라는 재료를 좋아하고 자주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조성룡 선생님과 정기용 선생님께서도 벽돌을 좋아하셨고, 실무에서 벽돌, 노출콘크리트, 금속들을 주로 많이 다뤘기 때문에 자연스레 학습된 것일 수도 있지만,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시간성을 가질 수 있는 벽돌이라는 재료 자체의 물성을 좋아합니다. 다행히 건축주도 그런 의도를 잘 이해해 주셨고, 함께 사례 조사도 하면서 결정에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저희 건물 때문은 아니겠지만 골든시스가 완공될 무렵 다른 곳에서도 몇몇 벽돌 마감 건물이 등장하기 시작해 서로 어우러지니 더욱 보기 좋았습니다.

 

 

지난 10월 10일, 건축사사무소 도시건축집단에서 권웅규 건축사를 직접 만나 <골든시스 사옥>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들어봤다.


# 2∼4층 풍부한 발코니 공간 계획해 공원, 팔공산·초례산 등
   주변 자연환경 들여
   5∼6층 메인 업무 공간, 중정 통해 자연광 들이고
   내부 계단으로 원활한 소통 꾀해

박정연_건축물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권웅규_필요한 연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처음 당면한 문제는 법정 주차대수였습니다. 지하주차장을 계획하기에 조금은 작은 필지 규모였기 때문에 부득이 필로티 주차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필로티 구조는 하부가 불안정해 보일 수 있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둥과 기둥을 벽돌로 감싸 벽기둥 형태로 만들어 시각적으로 안정감 있는 기단부를 형성하도록 했습니다. 
대상지 서쪽에 공원이 있는데, 공원 풍경을 실내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층부인 2·3·4층에는 최대한 많은 발코니를 계획해 공원풍경을 넉넉히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멀리 원경으로 팔공산과 초례산 풍경이 펼쳐져 있는데, 세로로 높고 긴 창호를 리듬감 있게 배치해 모든 층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메인 업무 공간은 5층과 6층인데, 깊은 내부 공간을 고려해 중앙에 중정을 두어 자연광을 깊게 들이는 동시에 자연환기에 도움이 되도록 했고, 그 옆에 내부 계단을 설치해 두 개 층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계획했습니다. 외부 입면을 높이 올린 옥상 공간은 액자 형태의 개구부를 두어 팔공산과 초례산 풍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공간을 더 풍요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층과 층 사이에 띠를 두어 시각적으로 구분하고, 기단부에는 좀 더 어두운 색의 벽돌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도록 단정하고 적층된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박정연_진행 과정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권웅규_건축주와의 관계도 원만했고, 시공사도 네 군데 입찰을 통해 선정된 양호한 지역 소재 업체였기 때문에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현장과의 물리적인 거리가 조금 문제가 됐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소장님과 SNS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더욱 많이 소통하고, 마감 공정 때는 최대한 자주 현장을 방문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현장에서 그러하듯 간혹 커뮤니케이션 상의 문제로 예상치 못한 구간에서 오 시공이 발생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디테일을 수정하고 최소한의 수정 작업을 통해 초기 설계의도를 계속 유지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건축주의 무한한 신뢰와 건축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3층의 근린생활시설은 처음에는 임대할 목적이었지만, 완공된 이후 건축주가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지역의 작은 전시장이나 문화시설로 활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건물을 설계한 입장에서 앞으로 공간을 꾸미고 가꾸어 가는 골든시스의 모습에 더욱 큰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골든시스 사옥, 2024 대구시건축상 우수상 수상
   개소 10년 맞아 그간의 10년 돌아보며 재정비 예정

박정연_골든시스 사옥이 올해 대구시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간단한 소감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권웅규_소감이요? 우선 부모님께 효도한 것 같고요.(웃음) 사실 사무실을 오픈한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건축상을 준비해서 신청했는데, 운 좋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되어 더욱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건축주인 친구에게는 좋은 선물이 된 것 같고, 부모님과 가족들도 좋아하고 직원들도 뿌듯해하고 있어 일단 기분이 좋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건축사사무소 도시건축집단의 내부 모습

박정연_건축사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권웅규_우연히 햇수를 헤아려봤는데 내년이면 사무소를 차려 독립한 지 만 10년이 됩니다. 사무소 개소 10년을 맞아 한 번쯤 스스로 돌아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큰 계획이나 목표를 가지고 사무소를 차려 일을 해온 것은 아니지만, 혹여 초심을 잃지는 않았는지, 바르게 잘 걸어오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정말 빨리 흘러간 것 같습니다. 처음 사무소를 열 때는 ‘10년쯤 지나면 뭔가를 많이 이뤘을 테니 작품집도 내고 작은 전시회도 열어야지’라는 막연하고 허황된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지나 있더군요.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정리하고 반성하면서 한번 쯤 재정비해야 할 시기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넌 왜 홍보를 안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얼마 전 <건축사>지에 처음으로 작품을 실으면서 나름대로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잘되었든 그렇지 않든, 무언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스스로에게 기억이 되고, 반성의 기회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년을 기점으로 잠시나마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정비하고 가다듬어서 더 많은 작업을 건강하게 진행하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습니다.

박정연_마지막으로 <건축사>지를 보고 계신 독자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권웅규_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다들 충분히 잘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사회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이는 우리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적인 상황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무소를 처음 열 때의 각오를 되새기며, 다시 한번 힘을 내실 수 있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권웅규 건축사 Kwon, Woong-kyu 건축사사무소 도시건축집단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사진 안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