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서울을 담다 “서울 풍경 그리며, 나를 만든 시간” 건축사 임진우 2024.11
Capturing 10 years of Seoul “Drawing the scenery of Seoul scenes, the time that has made me what I am”
서울 스케치 10년의 기록, 10번째 개인전 연 임진우 건축사 한옥에서 고층건물까지 다채로운 풍경, 화첩에 담아
서울 고유의 역사성과 전통을 보여주는 문화자산인 한옥을 23년간 정책적으로 지원해 온 서울시가 ‘서울한옥’의 가치와 매력을 공감할 수 있는 서울한옥위크를 지난달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서울한옥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행사로 전시, 투어, 체험, 공연 등이 진행됐으며, 특히 임진우 건축사의 ‘서울감성화첩’展이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임진우 건축사는 서울시의 요청으로 지난 10년간 서울의 풍경을 담은 캘린더를 제작해왔다. 그동안의 창작 활동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울감성화첩’展은 9월 27일부터 10월 6일까지 종로구 소재 아트스페이스 서촌에서 서울시 한옥건축자산과의 주관으로 열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임진우 건축사의 작품들은 경사진 산동네에서 첨단 고층건물, 그리고 전통 궁궐과 한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울의 풍경을 그려냈다.
박정연_캘린더 작업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나요?
임진우_10년 전쯤 서울시로부터 북촌을 홍보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고민 끝에 캘린더로 결론을 내리고 작업에 임했는데, 서울의 풍경과 계절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6~7장을 그리는 동안 멀미가 나기도 했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첫 캘린더가 완성됐고, 감사하게도 반응이 좋아 당시 서울시장께서 한양도성도 그려보자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이후 도시재생, 대학로, 세종대로, 정동, 남산, 서촌까지 다양한 테마의 캘린더를 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전시는 10개의 캘린더 제작, 10번째 개인전, 그리고 10년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총 100점의 작품이 공개됐으며, 그 중 액자는 60점, 출력물은 40점입니다. 삽화에서 시작해 회화적 성격을 갖게 된 작품들이 보여주는 ‘시간성’을 탐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각 개인에게는 1,000개의 퍼스낼리티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건축사는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건축사는 연주, 요리, 영화,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림 또한 그중 하나입니다. 생활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더 많은 토론과 대화가 필요하며, 건축이 문화와 예술의 중심에 있는 만큼 그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건축을 알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소박한 건축이나 다락방이 있는 주택도 훌륭한 건축이 될 수 있듯이, 이제 건축이 문화의 선봉에서 건축사의 다양한 역량을 선보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 역시 그러한 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액자 60점, 출력물 40점,
총 100점의 작품 공개
삽화에서 회화로 성장한 과정 담아
박정연_그림을 그리는 것은 관찰력과 재능을 넘어, 꾸준함에서 더 큰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 애정을 담아 서울을 기록해 오신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임진우_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면서 숙련되고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림이 나를 만들어왔다’고 느낍니다. 일종의 크로스오버라고 할까요. 10년 동안 캘린더에 들어갈 작품을 그리면서 제 재능이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주택을 타고 오르는 가스배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녹슨 대문, 낙산의 이화마을 등을 보며, 이런 풍경이 보존돼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건축사로서 이런 서울의 풍경을 10년 동안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의미 있고 보람된 작업이었습니다.
박정연_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건축 스케치’나 ‘어반 스케치’라는 단어는 생소했던 것 같습니다. 그림 작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임진우_제가 업계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투시도를 직접 손으로 그리던 시절이었습니다. 현재는 스케치업이나 CG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누가 그렸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시대가 됐고, 스케치나 모형 대신 마우스와 모니터만 남은 상황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펜은 일종의 키워드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마지막 남은 개성이 상실되거나 증발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큽니다. 아날로그의 실종은 미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요즘 손으로 그림을 그리나요?”라는 질문이 나오는 시대니까요. 건축은 여러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도 있고, 모형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가장 빠르게 건축을 정의할 수 있는 수단은 스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치 잘 찍은 사진을 보고 ‘나도 찍어볼까’라는 동기부여가 생기듯이, 한계를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건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그림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후배 건축사들도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박정연_전시회와 작품세계를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임진우_사실 이번 전시를 통해 건축사의 다양한 활동을 알리고 싶어, 일반 시민들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문해 주신 분들께서도 많은 영감과 공감을 얻었다고 평가해 주셔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건축사는 대중들에게 건축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데 있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가 건축 작품은 아니지만, 그림을 통해 공간과 건축을 이해하는 참관객들이 건축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우호적인 시선을 갖게 된다면, 이는 좋은 건축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취지라면 방송, 출판, 강연, 자문 등 어떠한 기회든 마다하지 않고 참여할 생각입니다.
또한, 이 전시가 건축사 선후배들에게도 건강한 자극이 됐으면 합니다. 건축사의 다양한 창작 활동이 대중과 건축사 간의 교감을 이루는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인터뷰 임진우 건축사 Lim, Jinwoo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사진 박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