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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사실, 교양이 되어야 한다 2024.11

월간 건축사지 2024. 11. 30. 11:10
Architecture is the domain of experts, so it should be educated

 

 

 

부럽다. 그저 부럽다
요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흑백요리사’라는, 요리를 주제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대부분 접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스타 건축사에게 도전하는 흑수저 신진건축사의 모습을 담은 ‘흑백건축사’를 상상했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저 부러웠다. 인류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중에서 주(건축)를 제외한 다른 분야는 대중이 이미 너무도 친숙하고 쉽게 접하고 있다. 일상적(평상복과 일반적인 식사)으로 항상 접하는 것은 물론, 그 이상(디자이너의 옷과 요리사의 요리) 또한 특별한 날 찾고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에 비해 사람들은 매일 경험하고 있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하고 있을까. 일상에서 마주하는 보통의 건축도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을, 그리고 간혹 마주치는 특별한 건축은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얼마큼 인지할까. TV프로그램에 건축사들이 출연해 짧은 시간 만에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건축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그것이 간절히 필요하다.



건축계의 백종원이 필요하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탄탄한 전문성에 더해 예능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감각과 사람을 대하는 능력 등 많은 것을 갖춰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건축이 어떠한 것인지 친숙하고 쉽게 전달해 줄 건축사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명이 아니라 열 명, 백 명이어도 된다. 그러한 노력이 모두 더해져 건축의 소중함과 가치가 대중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어떤 것이 좋은 건축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 어떤 건축을 경험하고 즐기는 것이 좋은지를 열심히 설명해줘야 한다.
짧은 시간에 집을 고쳐주는 것보다는 건축이 가지는 가치를 깊이 있고 진지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 건축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완성된 건축의 공간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지 설명하는 교양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싶어져야 한다.

 


교과서에 건축 이야기를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건축 이야기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여러 교과서들을 분석해 의생활, 식생활에 비해 얼마만큼 등장하는지 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다른 예술 및 기술 분야에 비해 얼마만큼 등장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인류에게 꼭 필요한 건축 이야기가 교과서에 충분히 등장한다면, 대중이 건축을 인식하는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대중이 오늘 입은 옷, 오늘 먹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더 많이 건축을 이야기하고 전하고 알려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더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만들어진 이 공간에 건축사들의 어떠한 생각들이 담겨있는지를 말이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